비상과 환상 - 세계의 경계에 선 영화, 김소영 영화평론집
김소영 지음 / 현실문화 / 201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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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스티스에서 호스트로 :

 

 


1 + 1 = 2 다

                                                                                       EBS방송 리얼극장 프로그램   :   사이가 소원해진 모녀가 해외 여행을 떠난다. 이 여행을 계기로 < 안 > 에 담고 있던 속내를 < 밖 > 으로 꺼내보자는 방송 기획. 자연 치유력이 당신의 화를 누그려뜨리리라. 딸은 전망 좋은 곳에 앉아 파란만장했던 지난 일을 회상한다. " 엄마, 내가 살아온 날들을 되돌아보니 가장 행복했던 순간은 모델이 되었을 때도 아니고 돈을 많이 벌었을 때도 아니었어.

어릴 때 마루 바닥에 신문지 깔아놓고 온 가족이 모여 삼겹살 구워 먹었던 때 있었잖아. 그때 우리 가족은 행복했어. 그런 날들이 있었다는 게 신기해. "  딸은 동의를 구하듯 엄마를 쳐다본다. 동일한 기억을 공유하는 것, 그것이 가족이라는 듯.  엄마의 눈가가 촉촉하다. " 넌 그때가 제일 행복했니 ?  엄마는 그때가 제일 불행했던 시절이었다.  네 아버지는 사업을 한다 뭐 한다 하지. 시댁에 딸린 식솔은 많지.  미래는 보이지 않지. 엄만 그때가 제일 힘들었어..... "  딸에게는 행복이었던 순간이 엄마에게는 불행이 되는 기억의 편린 앞에서 비로소 딸은 엄마를 이해하게 된다 _ 는 줄거리.

흥미로웠다. 내가 흥미롭게 생각하는 지점은 하나의 기억을 두고 딸이 생각하는 이해와 엄마가 느끼는 이해가 각각 다르다는 점이다.  딸이 엄마를 이해하지 못하고 오해한 데에는 개인보다는 가족을 중심에 두는 사고방식 때문이다.  가족주의는 아빠 - 엄마 - 나로 구성된 삼위일체를 강조하기에 가족 구성원을 복수형이 아닌 단수형으로 뭉그려서 합일(合一)을 강조한다. 가족주의의 핵심은 1 + 1 = 1 이다.   아버지의 부재로 가장 노릇을 한 딸이  가족은 1 + 1 = 1 이라고 말할 때,  엄마는 1 + 1 = 2 라고 주장한다. 엄마는 하나의 기억을 공유한다는 게 반드시 동일한 해석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라고 말한다.

한국인은 < 나 > 라는 독립적 개체보다는 < 우리 > 라는 집합체로 접근하는 경향이 있다.  그렇기에 내가 행복하면 가족이라는 집합체 구성원 모두가 행복할 것이라 믿는다(가족 동반 자살 사건도 같은 맥락이다. 가부장은 자신의 불행을 가족 전체로 투사한다. 내가 불행하니 가족 모두 불행할거야). 1997년 IMF 사태는 한국 사회에 뿌리 박힌 가족의 단단한 결속력을 빠르게 붕괴시켰다. 가부장은 위기의식을 느끼기 시작했다. 오랜만에 누워보는군_ 으로 시작하는 70년대 여성 호스티스 영화1)는 IMF 이후 남성 호스트 영화로 얼굴을 바꾼다. 전자가 몸을 팔아 가족 생계를 이어가는 여성 작부(酌婦)의 목소리를 빌려 가족 판타지를 채운다면,

후자는 몸을 써서 가족 생계를 이어가는 남성 작부(作夫)의 목소리를 빌려 가족 판타지를 채운다. 그들은 자릿세 명목으로 " 삥 " 을 뜯는 작부다2). 70년대 호스티스 영화가 여성-몸을 빌려서 남성 판타지를 채운다는 한계를 가지고는 있지만 그나마 여성 목소리를 들을 수 있다는 점에서 2000년대 호스트 영화는 그 목소리마저 지운다. 영화 << 비열한 거리 >> 에서 조인성은 << 영자의 전성시대 >> 에서 사장집 가정부로 시작해서 결국에는 한쪽 팔을 잃고 매춘부로 전락한 염복순(영자 역)을 닮았다. 다른 점이 있다면 가족의 색깔이다. 조인성이 " 몸을 팔아서 " 생계를 꾸리는 유사 가족은 조폭이다.

조직의 2인자인 조인성은 황 회장이 내미는 은밀한 제안을 받아들인다. 기회가 온 것이다. 이 영화는 성관계 없는 은밀한 거래'다. 황 회장은 조인성의 " 스폰서 " 다.  영화평론가 김소영은 이 영화를 언급하면서 다음과 같이 말한다.

 

1997년 IMF 위기는 세계화 이후 심해졌지만 한국 영화에서는 모든 사회적 문제가 남성 수사법으로 고민되어 영화적 재현의 장에 여성 문제가 사라져가는 것은 물론이고, 여성적 차이마저 남성 캐릭터에 흡수되고 있다. 여성을 어떤 방식으로든 말할 수 있는 재현에서의 정치적 공간이 대중영화에서 희미해져가고 있는 것이다. 호스티스는 호스트가 되고 호스티스는 호스트의 비극을 더 강조하는 보조물이다

 

- 김소영 영화평론집 << 비상과 환상 >> 347 쪽에서 발췌


 

김소영이 지적했던 것처럼 IMF 이후 쏟아진 조폭 영화는 호스트로 전락한 남성-몸을 투사한 후 이 < 비참 > 을 즐긴다. 그것은 일종의 위로이자 자기 연민이며 츄파츕스다. 자위용 사탕인 셈이다. 조인성의 죽음으로 인해 가족은 해체된다. 가족주의자의 쓸쓸한 죽음이다. << 달콤한 인생 >> 도 유사한 구조'다. 황 회장이 조인성의 스폰서라면, 강 사장(김영철 분)은 이병헌의 스폰서'다. 강 사장은 자신을 향한 선우의 지고지순을 시험하기 위해 신민아를 미끼로 내보낸다. 그녀는 이병헌을 유혹해서 파멸로 이끄는 팜 느와르( 악녀 )'다. 그는 과연 이 유혹 앞에서 흔들릴까 ? 이 영화는 그러니께 강 사장은 미끼를 던진 것이고 선우는 미끼를 물어분 것이여 ~ 


로 요약될 수 있다.  그도 조인성처럼 죽음을 맞는다. 조직이라는 가족을 해체하고 개인주의자가 되는 순간 " 사회적 거세 " 가 작동되는 것이다. 반면, 황우석 줄기세포 사기극을 다룬 영화 << 제보자 >> 는 가족주의와 개인주의가 충돌하는 영화'다. 줄기세포 사기극을 펼친 이장환 박사(이경영 분)는 그를 따르는 수많은 추종자들의 스폰서'다. 이장환 박사의 성공은 곧 국가의 성공이다. 가족주의자에게 가국3)(家國)은 가족의 원형이요, 국민은 家에 종속된 가족 구성원인 셈이다. 그렇기에 국익을 위해서는 " 얼룩 " 을 은폐되어야 한다. 낡고 해진 속옷은 집 밖에 내걸면 안 되는 이유'다.

황우석과 그 추종자들이 가족주의자라면 황우석 사건의 전말을 폭로한 제보자인 심민호(유영석 분)은 개인주의자'다. 더러운 빨래는 집 밖에에다 널어야 된다고 믿는 그는 가족, 조직, 사회, 국가 따위의 가치보다는 행동하는 양심에 방점을 찍는다. 그는 하나의 가족, 하나의 조직, 하나의 국가'라는 가치보다는 한 명의 양심이 더 중요하다고 믿는다. 그는 국민에 앞서 시민이고 개인주의자'다. 그 또한 병두(조인성)나 수인(이병헌)처럼 개인주의자로써의 정체성을 드러내는 순간 가족주의자로부터 살해 위협을 받는다.

위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한국 사회는 家를 지나치게 중시한 나머지 개인을 억압하는 경향이 짙다. 그렇다 보니 명망 높은 어르신들은 여자가 결혼해서 애 낳는 것이 애국이라고 말한다. " 나라 망신 " 이라느니 " 집안 망신 " 이라는 말버릇도 모두 가족주의가 과잉된 결과'다. 국민보다는 시민으로, 가족보다는 공동체 재건이 필요한 시점이다. 1 + 1 = 2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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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70년대 호스티스 영화 : 별들의 고향, 영자의 전성시대, 겨울여자 따위

2)  작부 : < 역사 > 조선 시대에, 토지 여덟 결을 한 부로 조직하여 결세를 거두어들이던 일. 또는 그 징세 책임을 지던 사람(네이버 국어사전에서 인용)

3) 국가가 家를 최소 단위로 하는 사회 집단이라면, 가국(家國) 은 家를 중심으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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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행복하자 2016-06-29 13: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조폭영화를 그나마 인상깊게 본 영화는 ˝비열한 거리˝였는데 지금도 올드앤뉴를 들으면 비열한거리만 생각나요~
80년대의 매춘류의 영화와 90년대이후의 조폭류의 영화가 그리 연결되는군요~ 조폭영화는 불편해서 거의 안봐요.. 아니 못 봐요

peepingtom 2016-06-29 13:48   좋아요 0 | URL
어 갑자기 글이 지워졌습니다. 조폭들도 몸으로 때우잖아요. ㅎㅎ

곰곰생각하는발 2016-06-29 13:51   좋아요 0 | URL
사실 저도 조폭 영화 잘 안 봅니다. 남성 자의식 과잉이라고나 할까요..
꼭 자기들만 힘들다고 징징대는 것 같아서 말입니다
봤냐, 남성들 이렇게 힘들게 살고 있다. 뭐. 이런 메시지 같다고나 할까요..

yureka01 2016-06-29 13: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내부고발자가 조직의 비리를 까발리면 ..조직의 잘못에 대한 반성 보다는 내부고발자를 응징하려 하는 집단성이 발휘되는 원리도 비슷한 작동기제가 아닐까 싶습니다..역시 곰발님의 분석글은 착착 감깁니다....재미와 생각꺼리 이 두개를 동시에 주네요...

곰곰생각하는발 2016-06-29 13:52   좋아요 1 | URL
문득 그런 생각이 들더군요. 줄기세포 제보자는 잘 살고 있을까 ?
서구 사회라면 영웅이 되었을 터인데 한국 사회에서는 분란을 일으키는 나쁜 사람이 되고..
사회적 거세를 당하지 않았을까 ? 이런 생각... 잘 지내고 있으신지 모르겠네요..

마립간 2016-06-29 14: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영화 <Mad Max: Fury Road, 2015>에서 `퓨리오사`, 여성 전사가 결국

`영화적 재현의 장에 여성 문제가 사라져가는 것은 물론이고, 여성적 차이마저 남성 캐릭터에 흡수되고 있`

는 것으로 판단했습니다. 그래서 페미니즘 영화로 보질 않았죠.

곰곰생각하는발 2016-06-30 09:29   좋아요 0 | URL
저도 동의합니다. 황상민 교수가 박근혜를 비판하면서 했던 말과도 일맥상통하는 구석이 있죠.
박근혜는 여성이라는 생물학적 탈을 썼을 뿐 사실은 남성이다. 뭐, 이런 의미였던 것 같군요..

samadhi(眞我) 2016-06-30 08: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서로 다른 기억을 털어놓았을 때 아팠을 딸의 마음과 서로를 진짜로 이해하는 날이 오기까지 견뎌 온 엄마의 마음이 함께 풀리는 화해(?)의 시간이 아련하네요.

아직도 가족주의 같은 집단주의가 선이라고 강요하는 세상에서 살고 있지요. 개인 각자를 인정하는 목소리들이 당연해지는 때가 오긴 올 지, 그땐 좀 살 만한 세상이 되겠죠?

곰곰생각하는발 2016-06-30 09:31   좋아요 0 | URL
충, 효, 가족주의의 본질은 수직적 관계입니다.
수평적 관계로는 충, 효, 가족을 지탱할 수 없죠.
한국 사회, 특히 기득권이 죽어라 하고 충, 효, 가족주의 메시지를 강박적으로 뿌리는 이유는
기득권에게 수직적 관계는 중요하기 때문입니다. 뭐.. 그런 생각...


앞으로 살 만한 세상은 오지 않을 것 같습니다만.
이나라 뜨는 게 유일한 대안이지 싶습니다만..
 

 

 

 


​                                             


그 것 으 로    만 족 하 겠 어 요 :




 


영웅본색 : 거울 보는 남자



 

                                                                                                       두더지 발바닥처럼 생긴 모양을 한 과자가 있길래 먹어보았다.  뭐,         흔히 먹던 계란 과자 맛이었다. 가만 보니 정유 회사 쉘 - 로고를 닮았다. " 야, 쉘 - 로고 보면 조개 닮지 않았냐 ? " 친구가 한심한 듯 퉁명스럽게 대답했다. " 멍충아, 쉘이 조개라는 뜻이야. " 아  ~  그렇구나.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그날 내가 먹은 과자의 정식 명칭은 마들렌'이었다. 마르셀 프루스트의 소설 <<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 >> 에서 나오는 그 유명한 마들렌 말이다. 프루스트가 극찬을 쏟아냈던 터라 마들렌에 대해 환상을 가지고 있었던 나는 크게 실망했다.  에그그, 계란 과자였어 ? 우리가 첫사랑을 아름답다고 생각하는 이유도 기억이라는 시스템이 가동되기 때문이다.

기억은 < 조약돌 > 을 < 유리구슬 > 로 만드는 MSG다. 기억 속 대상이 현실로 호명될 때 우리는 꾀죄죄한 몰골에 실망하게 된다. 당신 앞에 나타난 첫사랑 남자는 기억 속 이미지와는 거리가 멀다. 머리는 벗겨지고 배는 나오고 턱선은 무너졌다. 설상가상 아재 개그랍시고 껄껄 웃을 때는 대책이 없는거라. 당신은 < 속 > 으로 생각한다. 우아한 마들렌이 아니라 아우~  겨우 계란 과자였어 ?  하지만 그것은 착각이나 왜곡이 아니다.  기억이 소환한 대상은 과거의 눈높이에서 각인되고 고착된 象이니 말이다. 초등학생 때 눈으로 본 학교 운동장과 성인이 되어서 다시 찾은 초등학교 운동장이 같은 사이즈일 수는 없지 않은가.

내가 오우삼 감독이 연출한 영화를 최근에 다시 보았을 때 느꼈던 감정도 같은 느낌이었다.  주윤발이 << 영웅본색 >> 에서 알이 큰 선그라스에 롱코트를 입고 이쑤시개를 입에 물고 등장했을 때 수컷들은 모두 형광등 101개를 켜놓은 듯한 아우라에 경탄하고는 했다. 우리는 돌맹이였고 그는 반짝거리는 유리구슬이었다.   폴 슈레이더는 << 필름 느와르를 특징 짓는 7가지 반복적인 테크닉 >> 中  하나로 물, 거울, 창문에 대해 거의 프로이트적인 집착을 가지고 있다고 지적한다. 즉, 반사하는 것에 대한 강박적 집착'이다. 그것은 자기 반영에 대한 황홀경(=나르시즘)이다.

 

▶  영화 << 첩혈쌍웅 >> 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이 장면은 느와르 장르가 본질적으로 나르시소스 신화에서 비롯되었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주윤발이 머문 은신처는 온통 유리로 장식되어 있다. 유리는 나르키소스가 자기 얼굴을 들여다보았던 " 딱딱한 물 " 이다. 두 사내는 모두 유리에 비친(혹은 유리 속에 갇힌) 이미지로 서로 교감한다.

 

 

김지운 감독이 연출한 << 달콤한 인생 >> 은 물(자기 모습을 반사하는 것)에 대한 집착을 보여준다.  호텔 바 내부는 " 물의  이미지 " 로 이루어져 있다.  내부는 온통 반사되는 것투성이'다. 이병헌은 호텔 바 어디에 서 있어도 반사된 자신을 볼 수 있다. 그는 밤이 스며든 유리창에 비친 자신을 보며 황홀해 한다. 이 자기애'는 영화의 주제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그가 사랑하는 대상은 여자가 아니라 남자다. 자기애의 본질은 동성애'다. 영화 << 첩혈쌍웅 >> 도 이 공식을 충실히 따른다. 배우 주윤발과 이수현이 하나가 되는 몰아일체 장면은 바둑판 무늬 유리문을 매개로 교차 편집되면서 오버랩된다.

이 두 영화는 팜 느와르(femme noire : 느와르 장르에서 남자를 파멸로 이끄는 악녀 캐릭터) 없는 느와르 영화'다. 그들은 마녀도 아니고, 요부도 아니고, 과부도 아니지만 남자를 죽음으로 이끈다는 점에서 검은 여성'이다. 피식, 웃음이 났다. 여자들은 거울을 보면 자기 얼굴에 대해 만족을 느끼지 못하는 경향이 있고 남자들은 거울을 보면 대체로 자기 얼굴에 대해 자부심을 가진다고 한다. 느와르가 남성 로망 판타지 장르라는 점을 감안하면 물 이미지를 강박적으로 소환하는 까닭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생각해 보면 물에 빠져 죽은 나르키소스도 남자이지 않았나. 어쩌면 나르키소스 신화는 동성애 서사'인 셈이다.

사실 자기애에 대한 집착은 여성보다는 남성이 강하다.  공주병보다는 왕자병이 더 많다.  까마귀는 호기심이 많은 새라고 한다. 반짝거리는 물체를 보면 물어다가 둥지에 보관한다고. 그런 점에서 느와르 장르와 검은 까마귀는 서로 닮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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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amadhi(眞我) 2016-06-26 22: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느와르라는 장르 자체도 남자들의 환상성 또는 나르시즘을 반영한 거라고 생각해요. 잔뜩, 있는대로 온갖 개폼을 잡는 내용이니까요. ㅋㅋㅋ

곰곰생각하는발 2016-06-27 09:13   좋아요 0 | URL
그럼요. 범죄 느와르는 확실히 남성 판타지죠. 또 개폼을 잡아야 시스템이 돌아가기도 하죠.. 후후..

포스트잇 2016-06-27 09: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첩혈쌍웅... 몇번을 봤는지 모릅니다. ㅋㅋㅋㅋ 나중에 저 두 남자, 시냇가에서 상처를 치료해주죠.
느와르에 빠졌던 시절이 있었는데요.. 지금 다시 보면 어떨지...오글거릴 것두 같고...

곰곰생각하는발 2016-06-27 09:12   좋아요 0 | URL
오글거리죠. 영웅본색은 정말 오글거렸음 -_- 이쑤시개는 왜 물고 그리 나타나는지...
ㅎㅎ 하지만 첩협은 촌스러운 게 별로 없습니다...

stella.K 2016-06-27 13: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 번뜩이는 지성을 가지신 곰발님께서 친구분한테 그런 핀잔을 들으시다니뇨.
근데 단락을 읽어보면 그렇지도 않더란 말이죠. 귀엽네요.ㅋㅋ
마들렌 저도 먹어봤는데 계란 과자보단 부드럽고 맛이 좋던데.
계란 과자에 비하겠습니까? 마들렌이 곰발님 미워할 겁니다.ㅎ
근데 사실 환장하리만치 좋은 맛은 아닌 것 같긴해요.
누가 사 준다면 모를까 내 돈 주고는 글쎄...
어쩌면 우울한 날 자신을 위로한답시고 자기 이름 불러가며 내가 나한테 사 주는 거야.
뭐 어떤 사람 그럴지도 모르겠어요. 그리고 그럴 확률이 높은 건 남자 보단 여자고.
혼자놀기의 달인 여자들 곧잘 그렇게도 하잖아요.
남자들도 그러는지는 모르겠지만 여자들은 곧잘 혼자 중얼거리기도 하거든요.
그것도 자기애의 하나는 아닐까 싶어요. 나와의 대화 이러면서...ㅋ

곰곰생각하는발 2016-06-29 13:29   좋아요 0 | URL
댓글이 좀 늦었네요..

전 워낙에 과자를 좋아하지 않아서.. 미묘한 맛의 차이를 잘 모르겠습니다.
과자는다 똑가틈.. ㅎㅎ

저는 혼잣말을 자주 합니다.
ㅎㅎㅎㅎ 개하고도 이야기하고 나무하고도 이야기하고..
뭐 그렇죠. 인생 다 산 늙은이처럼 굴 때가 종종 있씁니다...

마립간 2016-06-27 13: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가 다른 모든 요소가 정규분포의 정상 범위에 있지만, 저의 호기심만은 정상 범위를 벗어하는 것이 아닌가 생각하고 있습니다.

곰곰생각하는발 2016-06-29 13:31   좋아요 0 | URL
정상 범위를 벗어난 것에 호기심을 가지고 있다는 말은 곧 아웃사이더라는 말이기도 합니다.
저도 정삼 범위를 벗아는 것에 호감을 가지고 있습니다..
 
SNS의 열 가지 얼굴 커뮤니케이션이해총서
이재현 지음 / 커뮤니케이션북스 / 201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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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서울이라는 도시로 보이니 ? :








공포 특급 : 오세훈과 도시










 

 

내가 공포 영화를 즐겨 보기 시작한 동기는 " 매우 " 불손했다. VHS 시절, 비디오 대여점에서는 신간 대여료가 2000원이었던 반면에 신간을 제외한 공포 영화는 대여료가 1000원에 세 개'였다. 무엇보다도 신간은 대여 기간이 1박'이어서 한 번에 서너 개씩 빌렸던 나는 대여료보다 비싼 연체료를 내거나 보지도 못하고 반납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그에 반해 신간을 제외한 공포 영화는 대여 기간이 무려 열흘이었다. 말이 열흘이지 열흘을 넘겨도 신경 쓰지 않았다.

그때부터 대여점 한쪽 구석에 먼지 쌓인 채 방치된 공포 영화를 보기 시작했다. 선택에 대한 고민을 할 필요도 없었다. 진열장에 나열된 순서대로 3개씩 뽑아서 집으로 모셨다. 처음 세 편을 보고 나자 비디오 대여점 주인이 왜 공포 영화를 박리다매로 대여하는지를 깨닫게 되었다. 한 마디로 그, 지, 같,(았), 다. 그럴 때마다 나는 SF 작가 테어도어 스터젼이 했던 말을 상기하며 스스로 자위했다.  " SF의 90%는 쓰레기다. 하지만 다른 모든 것의 90%도 쓰레기다. "  나는 쇼파에 앉아서 다음과 같이 생각했다. 내가 고른 작품은 공교롭게도 90%에 해당되는 작품이었을 거야. 9편까지는 정말 쓰레기'였다.  드디어 10번 째 관람.

쓰레기'였다. 뭐냐 ?  이 어처구니없는 확률은. 모난 돌에 정 든다는 속담이 있다. 그 사이 나는 싸구려 공포 영화와 정이 든 모양이었다. 참고 견디는 순간이 오더니 어느덧 그 세계 속으로 빠져들기 시작했다.   1년 동안 공포 영화를 집중적으로 보기 시작했다.  아 !  무릎 탁 치고 아아, 했다.  영화 모임에서 사람들이 공포 영화 장르를 조롱할 때마다 나는 괄약근에 힘을 주며 말했다. " 공포 영화, 함부로 차지 마라. 너는 누군가를 위해 피 흘린 적 있는냐 ? " 범죄 영화를 포함한 공포 영화 장르는 < 곳 > 에 대한 이야기'다.

범죄 영화(미스테리,스릴러 장르)는 " 그곳에 있었느냐 ? " 는 질문으로 시작하는 장르이고 공포 영화는 " 왜 그곳에 갔는가 ? " 고  탓하는 장르이다. 공포를 다룬다는 측면에서 성격이 비슷한 두 장르를 관통하는 키워드는 " 알리바이 " 다. 알리바이'는 alius ( 다른 ) + ibi ( 거기에 ) 를 합친 것으로 " 다른 + 곳에 " 라는 뜻이다. 그러니깐 용의자가 살인이 일어난 곳'에 없었다는 사실을 증명하는 것이 알리바이'다. 현장부재증명/現場不在證明'은 곧 타소존재증명/ 他所存在證明'을 의미한다. 쉽게 설명하자면 " A 라는 곳에 내가 없었음(부재)'를 증명하기 위해서는 B 라는 곳에 내가 있었음(존재)를 증명 " 하면 된다. 

예를 들어 종로에서 사건이 발생했다고 했을 때 같은 시간대에 영등포에 있었다는 것을 증명하면 알리바이는 성립되는 것이다. 형사가 당신에게 묻는 것은 범죄 현장이 아니다. 반면, 공포 영화는 가지 말라고 수없이 경고를 했는데도 불구하고 그곳에 간 희생자를 탓하는 장르'다. 거봐, 가지 말라고 했잖아 ?  아닌게 아니라, 관객인 우리는 영화 속 희생자가 소리 나는 벽장문을 열려고 다가갈 때(혹은 지하실 문을 열고 내려가려고 할 때) 동시다발로 소리친다. " 왜 거기를 가냐고요, 가지 말라니까요 !!!!!! "   공포 영화 대여료에 투자한 돈이 얼추 2,3만 원이 되자 내 눈에 < 장소성 > 이라는 철학적 개념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이 정도 비용을 투자하고 철학적 개념 하나를 얻으면 훌륭한 가성비가 아닐까. 누가 공포 영화나 범죄 영화를 하위 장르라고 흉보는가 !   내가 < 거기(곳) > 를 크게 장소와 공간으로 분류했다면 인류학자 마르크 오제는 장소와 대비되는 곳으로 공간 대신 "비장소(non-places)" 이라는 개념을 끌어들인다. 그가 말하는 비장소는 " 전통적인 장소의 요건인 관계성, 역사성, 정체성을 갖지 못하는 그런 곳을 의미한다 "1). 즉, 사회적 맥락이 끊긴 곳이 바로 비장소'인 셈이다. 그가 내린 정의에 의하면 모텔, 기차역 대합실, 미술관뿐만 아니라 SNS라는 공간도 비장소인 셈이다. 도표로 작성하면 다음과 같다.


 

 

 

비장소

장소

환승 transit의 실재물
(임시수용소, 환승객)

주거 residence 또는 거주의 실재물

나들목 interchange
(아무도 다른 사람의 길에 끼어들지 않음)

교차로 crossroads
(사람들이 서로 만남)

여행객 passenger
(종착지가 있음)

여행자 traveller
(자기의 길을 걸어감)

거주지역 housing estate
(더불어 살지 않으며 어떤 곳의 중심도 아님)

유적지 monument
(사람들이 공유하고 기념함)

커뮤니케이션 communication
(코드, 이미지, 전략과 결부됨)

언어 language
(입으로 말을 함)

* 출처 : 오제(Augé, 1995), pp.107~108에서 재구성.

[네이버 지식백과] 비장소로서의 SNS (SNS의 열 가지 얼굴, 2013. 2. 25., 커뮤니케이션북스)

  

공포 영화는 대부분 마르크 오제가 명명한 " 비장소 " 에서 이루어진다.  << 13일 밤의 금요일 >> 에 등장하는 청소년 캠프장은 환승의 실재물에 해당된다. 그곳은 잠시 머물다 떠나는 임시수용소이자 환승객이다. 슬래셔 무비 속 희생자는 대부분 여행객들이다.  영화 속 이야기만은 아니다. 현실 세계에서 강호순을 비롯한 수많은 범죄자들이 시체를 즐겨 은닉하는 장소로 나들목을 선택하는 것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맥락이 끊긴 곳은 위험하다.  내가 오세훈의 디자인 서울 정책을 비판하는 대목은 그가 디자인이라는 이름으로 < 장소 > 를 < 비장소 > 로 리모델링한다는 데 있다.

리모델링한다는 의미는 " 장소의 역사성 " 을 빠르게 삭제한다는 뜻이다.  오세훈은 맛집이 몰려 있기 때문이 아니라 오랜 역사의 흔적이 있는 골목에 대한 향수 때문에 사람들이 피맛골에 간다는 사실을 모른다. 그는 " 장소는 사랑이지만 공간은 공포 " 로 작동할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닫지 못한다. 철학이 부재한 탓이다.  서울은 600년이나 된 도시이지만 이젠 그 흔적도 없다. 600년은 고사하고 5년 전 단골 분식점을 찾기도 힘들다. 서울은 빠르게 탈역사화된 공간으로 변했다.  헬레나 노르베리 호지2)가 서울을 두고 "600년 된 도시라는데 마치 30년 된 신도시처럼 느껴진다 " 고 말한 맥락도 서울이 비장소'라는 지적일 것이다. 

서울에 사는 사람은 서울에 대한 애착이 없다. 애착이라는 것은 과거에 대한 향수 혹은 기억인데 과연 기억할 만한 장소가 남아 있나 의문이다. 기억이 삭제되었으니 서울 사람들은 기껏해야 맛집 정보만 내놓게 된다.

 

어디에나 있고 아무 데도 없다

 

다시 공포 영화에 대한 이야기로 돌아오자. 내가 空間3)으로 인식하고 마르크 오제가 비장소로 명명한 곳은 더불어 살지 않으며 어떤 곳의 중심도 아닌 곳이다. 그곳은 맥락이 끊긴 곳이요, 속이 빈 공간'이다. 홍대 정문에 세워졌다가 부서진 일베 조각상 제목이 < 어디에나 있고 아무 데도 없다 > 라는 것은 " 어디 " 와 " 데 " 가 모두 < 곳 > 을 지시하는 단어라는 점에서 일베의 비장소성을 지시한다. 그들은 익명성 속에 숨은 여행객이며 일베 사이트는 임시저장소이다. 서울이라는 도시는 귀신이 영토를 점령한 후 소유권을 주장하기 좋은 곳이다. 좀비의 불모지인 충무로에서 << 곡성 >> 과 << 부산행 >> 4)이 인기를 끄는 이유는 한국 사회가 빠르게 비장소로 변모했다는 불안 심리가 작용한 결과가 아닐까 싶다.






​                                       


1) SNS의 열 가지 얼굴, 김재현

2) 오래된 미래의 저자

3) 공간은 한자 구성대로 틈이 벌어지고 텅 빈 곳을 의미한다. 空빌 공 + 間사이 간

4) 영화 < 부산행 > 은 개봉 전부터 화제다. 예고편 조회수가 500만을 넘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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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빠 2016-06-25 20:2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내가 본 리뷰중에 제일 재미있네요

곰곰생각하는발 2016-06-26 10:36   좋아요 1 | URL
감사합니다. 재미있으면 장땡이라는 철학을 가지고 있는 저에게는 최고의 댓글이십니다..

samadhi(眞我) 2016-06-26 18: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공포영화가 ˝안˝ 공포스러워서 못 보거든요. 무섭지? 무서워해야 하는 거야 하고 겁주는 것처럼 느껴지는데 안 무섭더라구요.

곰곰생각하는발 2016-06-26 21: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웃기죠. 전 공포 영화 웃으려고 봅니다.. ㅎㅎㅎ. 곡성 만든 감독이 곡성은 코미디 영화라고 했을 때 전 고개를 끄덕였슴돠..

수다맨 2016-06-28 16: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작년 겨울에 피맛골에서 곰곰발님과 막걸리 마셨던 기억이 생각나네요. 술집 몇 곳만 간신히 자리를 지키고 있을뿐, 현수막과 펜스들만 가득했던 그곳 풍경은 곰곰발님이 글에서 말씀하신 비장소, 이것과 딱 맞아떨어져 보입니다.

곰곰생각하는발 2016-06-29 13:28   좋아요 0 | URL
참 황량하죠. 그토록 북적북적대던 피맛골이 폐허가 되었습니다.
이게 다 오세훈의 디자인 서울 정책의 결과입니다. 약깐 또라이 인 것같기도 하고..
 

 

 

 

 

                                 


내가 핫바지로 보이니 ?  :







박유천과 나





                                                                                                         오늘은 " 더러운 이야기 " 를 하기로 마음 먹었다. < 나 > 에 대한 이야기'이니 이 글은 내 삶의 스포일러'인 셈이다. 기행이 언제부터 시작되었는지는 잘 모른다. 그리고 끝난 시점도 알쏭달쏭하다. 아마도 가랑비에 옷이 젖듯 내가 저지른 이상한 행동도 작은 행위들이 쌓여서 만든 결과이지 않을까 싶다.

곤혹스러웠다. 나는 화장실에서 용변을 볼 때는 반드시 옷을 벗어야 했다.  누군가는 이렇게 말할 것이다. " 바지를 벗고 똥 싸야지, 그럼 바지 입고 똥 싸냐 ? "  이보게 ! 누군가 씨, 끝까지 듣게나. 뭣이 중헌지도 모름서 ~   바지를 벗고 똥을 싸는 문제가 아니다.  문제는 홀라당 벗어야 한다는 것이다. 바지를 내리는 차원의 문제가 아니라는 말.  상의는 물론 양발도 벗어야 했다. 화장실에서 벌거숭이 상태가 되지 않고서는 일을 치룰 수 없었던 것이다. 묻지 마라. 강박 장애'란 딱히 명확한 원인을 찾을 수 없는 것이니까. 그냥 내 괄약근이 남들보다 섬세하다고 하자.

진짜 문제는 공중화장실을 사용할 때 발생한다.  참을 만큼 참았다가 집에 와서 해결하면 좋지만 생리 현상이라는 게......  휴. 다들 아시지 않습니까 ?  벗었다. 어느 빌딩 공중화장실에 들어간 나는 우선 바지를 벗어고, 다음은 라운드 티셔츠를, 시계를, 모자를, 빤스를, 양말을 벗고 나서야 항문에 힘을 주기 시작했다. 1평짜리 공간에서는 한 사내가 벌거숭이가 되어 열공하는 우등생처럼 항문에 힘쓰고 있는 것이다. 그러던 어느 추운 겨울날, 내 인생에서 결코 잊지 못할 사건이 발생했다. 괄약근에 신호가 오기 시작했다. 우선 참을 만큼 참을 수 있는가를 예측하는 것이 중요하다.

괄약근으로 쏟아지는 압력의 크기를 가름한 결과 공중화장실에서 해결해야 된다는 메시지가 뇌하수체를 거쳐 좌측 뇌에 전달되었다.     삐리리 ~  당신의 괄약근이 똥의 압력을 막을 수 있는 시간은 15분. 집까지 걸리는 시간은 1시간 23분.  결론 : 공중 화장실로 가라 !        나는 교보빌딩으로 들어가 화장실을 찾았다. 문을 열자마자 옷을 벗기 시작했다. 문제는 겨울이라는 데 있었다. 다들 아시겠지만 화장실 안에 걸린 옷걸이는 달랑 하나.

부피가 큰 외투를 걸면 끝. 생각 끝에 바지를 옆 칸막이(공중화장실 칸막이는 대부분 위가 뚫려 있다) 위에 걸쳐 두었다. 평소와 다름없이 벌거숭이가 된 나는 변기 위에 앉아 괄약근에 힘을 주기 시작했다. 후두두두두두두..... 툭 !  불길한 예감. 천장을 보니 칸막이 위에 걸어두었던 바지가 감쪽같이 사라지고 없었다. 솜씨 좋은 소매치기의 짓이리라 ? 후후. 소매치기의 짓일 리 없다. 남이 입던 바지를 훔치는 소매치기는 본 적이 없으니까. 칸막이 위에 걸쳐 두었던 바지가 무게 균형을 잃고 옆 칸으로 떨어진 것이다. 후두두두둑은 바지주머니에서 빠진 동전이 떨어지는 소리였고, 툭은 바지가 떨어지는 소리였다.

화장실에 휴지가 떨어질 때보다 천 배는 난처한 상황에 직면한 것이다. 나는 로댕의 생각하는 사람이 되어 장고에 장고에 장고를 거듭했다. 똑, 똑, 똑 ! " 여보떼여 ? " 화장실 칸막이를 사장실 문처럼 조심스럽게 두들겼다. 응답하라, 옆 칸에서 똥 싸는 이여 ! 응답하시라 ~ 하지만 아무도 응답하지 않았다. 옆 칸막이에는 아무도 없었으니까. 그리스 비극에 대한 정의를 10자평으로 요약하자면 " 엎친 데 덮친 격 " 인데 내 꼴이 그러했다. 이런 쉬이이이이이발 !  내 입에서 무의식적으로 욕이 튀어나왔다. 화장실에서 나는 울고 싶었고 고독했다. 일단 용무를 마치고 옷을 입었다.

바지만 빼고. 영락없이 바바리맨이라. ① 아무도 없을 때 화장실 문을 잽사게 열고 옆 칸으로 옮겨 재빨리 잠근 후, ② 그곳에서 바지를 입는다. ③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문을 열고 화장실을 빠져나온다. 끗. 나는 일단 화장실 문에 귀를 기울인 후 사람이 있나 없나를 확인했다. 조용했다. 이때다. 기회는 한 번뿐이다. 다행히도 내 예상은 적중했다. 아무도 없었다. 나는 잽싸게 나와서 바지가 떨어진 칸의 문을 힘껏 열었다. ???????!!!!!   그런데 열리지가 않는 것이다.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그곳은 화장실 비품을 두기 위해 건물 사용자가 평소 잠금 장치를 해둔 것이 아니겠는가 ㅡ

라고 해야 재미있겠지만 다행히도 그런 일은 발생하지 않았다. 나는 잽싸게 문을 열고 들어가 바지를 입고 화장실을 빠져나왔다.  나는 다짐했다.  첫째, 벗은 바지는 절대 칸막이 위에 걸쳐 두지 않는다. 둘째, 화장실 옷걸이에 걸어야 할 옷의 우선 순위는 무조건, 무조건, 무조건 바지가 우선한다. 바지가 안전해야 가족이 화목하고 나아가 나라가 산다. 화장실에서의 기행은 세월이 흐르자 자연스럽게 사라졌다. 이제는 옷 입고 똥을 싸는 경지에 이르렀다. 스스로 대변스럽게 생각한다. 오타다. 대견스럽게 생각한다. 물론 바지는 내리고 싼다. 여기까지가 더러운 이야기의 전부'다.

이제부터는 이 글을 쓰는 목적에 해당된다. 80년대 슬래셔 무비를 20자 내외로 정의를 내리자면 다음과 같다. " 집 밖에서는 함부로 바지를 내리지 마라. " 80년대 슬래셔 무비가 주는 교훈은 집 밖에 함부로 바지를 내리다가는 괴물의 표적이 될 가능성이 높다는 경고'다. 브래지어를 풀지 않는 여자와 바지를 내리지 않는 남자가 최후의 생존자가 될 가능성이 높다. 이 교훈은 비단 슬래셔 무비에만 해당되는 것은 아니다. 남성들이여, 밖에서는 함부로 바지를 내리지 마라. 좆되는 수가 있다. 나처럼, 박유천처럼 혹은 슬래셔 무비 속 남자들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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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amadhi(眞我) 2016-06-24 12: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대변스러워 즐겁사옵니다. 돈이 어마어마하게 생기면 곰발님을 앉혀두고 계속 이야기해주는 일을 시키고 싶습니다. ㅋㅋㅋㅋㅋ 이런 진상.

곰곰생각하는발 2016-06-24 12:21   좋아요 0 | URL
천일야화의 세헤라자데가 되는 게 제 꿈입니다.. 사실 전 눌변가입니다. 말을 재미있게 하지 못합니다... 그래서 이렇게 나마... ㅠㅠ

samadhi(眞我) 2016-06-24 12:23   좋아요 0 | URL
대충 얘기해도 다 이해합니다. ㅋㄷㅋㄷ 이야기보따리만 뱃속에 품고 계시면 됩니다요.ㅠ

곰곰생각하는발 2016-06-24 12:31   좋아요 0 | URL
곰곰 생각해 보니까. 이 이상한화장실 강박 행위는 아마도
옷에 냄새가 베길 것 같아서 한 행동 같기도 합니다. 변기에서 최대한 멀리 옷을 보내고자 하는 마음에서..
참... 스스로 등신같단느 생각을 하게 되네요..이거 점심시간에 이런 글 올려 죄송합니다.

samadhi(眞我) 2016-06-24 13:17   좋아요 0 | URL
그렇게 합시다. 출근하기 싫지만 곰발님 책 보려면 일해야겠네요. ㅋㅋ
일단 팬클럽 모임부터 가져야 할 듯해요 ㅎㅎ

samadhi(眞我) 2016-06-24 13:25   좋아요 0 | URL
밥 먹는데 똥 먹는 얘기 좀 해 줘야 하는 거지요.

곰곰생각하는발 2016-06-24 13:33   좋아요 0 | URL
50만 원씩 저축 요망...


+

전 점심을 안 먹으니 상관없슴..ㅎㅎㅎ

samadhi(眞我) 2016-06-24 13:34   좋아요 0 | URL
뜨허... 다시, 생각을 ^^;

samadhi(眞我) 2016-06-24 12: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근데 곰발님을 돈으로 낚을 수(?) 없을 테니까 그 돈으로 귀한 책들을 수집해서 그 책들로 어떻게 안 될까요? ㅎㅎ

곰곰생각하는발 2016-06-24 12:29   좋아요 0 | URL
뭐 이게 팔리겠씁니까. 자비 출판을 잠시 고려하긴 했지만 돈으 더 나갈 거 갇더라고요..ㅎㅎ

samadhi(眞我) 2016-06-24 12:43   좋아요 0 | URL
곰발님 팬들용으로만 어떻게 찍어보면 안 되겠어요?

곰곰생각하는발 2016-06-24 12:50   좋아요 0 | URL
팬들이 힘을 모아 십시일반 성금을 모아주신다면
함 생각해 보겠습니다. 제책비 포함 원고료도챙겨 주시어야 합니다.
난 냉정한 사람임..

peepingtom 2016-06-24 12: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곰곰생각하는발 2016-06-24 12:34   좋아요 0 | URL
ㅋㅋㅋㅋㅋ로만 완성된 댓글은 어렵습니다. 답글을 달기가...

ㅋㅋㅋㅋㅋㅋ

stella.K 2016-06-24 13: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캬~! 역시 곰발님!!!ㅋㅋㅋㅋㅋㅋㅋㅋ
추울 때 공중화장실서 그렇게 일보면 넘추워 나올 것도 안 나올 것 같은데
곰발님은 안 그러시나봐요.ㅋㅋ
그런데 칸막이 밑으로 공간이 있어서 팔만 잘 뻗으면 바지를 끌어 올 수도 있지 않았을까요?
아무튼 그러길 다행이지 그때마침 누구라도 있었으면 어쩔 뻔했습니까?
더 다행인 건 그 기행이 사라졌다니 정말 다행이어요.

박유천은 좀 안 됐어요.
누가 박유천을 표적삼아 죽이기를 하는 건 아닌지 그런 생각도 들더군요.
솔직히 스타일은 제가 좋아하는 스타일이긴 하지만 연기를 못해
별로 좋아하지는 않게 되더군요.
아무래도 연예계는 접어야 하지 않나 싶어요. 거 누굽니까, 개그맨 유상무도 그렇고...ㅉ.

곰곰생각하는발 2016-06-24 13:31   좋아요 0 | URL
화장실 중에 제일 추운 곳은 제 집 화장실입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

빌딩 화장실 가보십시오. 얼마나 따듯합니까. 난방도 되고...

그런데 전 체질적으로 공중화장실이 굉장히 불편해합니다.
뭔가 좀 찜찜하기도 하고...

목욕탕 가도 왜 의자 있잖아요. 파란 의자..
그가 안 앉습니다. 수천 개의 엉덩이가 그 의자에 앉았을 텐데..
어절 수 없이 앉아야 할 때는 수건 의자 위에 깔고....

stella.K 2016-06-24 13:45   좋아요 0 | URL
헉, 이제보니 곰발님 깔끔쟁이셨군요.ㅎㅎ
저도 공중화장실은 좋아하는 편은 아닙니다만
시설 좋은 곳은 그나마 낫긴하죠.
근데 말에 의하면 집이 공중화장실 보다 더럽다고 하더군요.
집은 깨끗할 거라고 생각해서 오히려 청소를 게을리 한다고..
일리가 있는 것 같긴하지만 그렇다고 공중화장실을 그렇게 신뢰해도 좋은 건지
그건 잘 모르겠더군요.

곰곰생각하는발 2016-06-24 13:51   좋아요 0 | URL
안 깔끔의 대명사인데 유독 목욕탕 의자에 대한 반감을 가지고 있습니다.
생각해 보십시오. 수십 만 엉덩이가 질펀하게 앉은, 벌거벗은 엉덩이로..
의자에 앉는 게 찜찜하죠..ㅎㅎ

stella.K 2016-06-24 15: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근데 이거 실례가 될지 모르겠는데, 곰발님의 그 캐릭터는 좋은 거 같아요.
나중에 혹시 영화 만드시게 되면 꼭 쓰세요.
오늘 글 내용만으로도 홍상수 같은 영화의 시퀀스 하나 정도는 충분히 나오겠는데요?ㅋ
아, 아니다. 제가 혹시 글을 쓰게 되면 제가 살 테니 저한테 파십시오.
막걸리 한 사발이면 되겠습니까?
역시 곰발님은 문제적 인간인 것 같아요..ㅋㅋㅋㅋㅋ

곰곰생각하는발 2016-06-24 15:04   좋아요 0 | URL
한 사발이면 됩니다. 유진식당에서 막걸리 3000원+홍어무침 6000원 사시면 에피소드 드리겠습니다. 헐값에 넘긴다, 에이 ~

stella.K 2016-06-24 15:13   좋아요 0 | URL
ㅎㅎㅎㅎㅎㅎ
나중에 연락드리겠슴다. 언제가 될지 모르겠지만...ㅋㅋ

루쉰P 2016-06-24 16: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 교보빌딩 화장실 갔었단 말이에요 ㅋㅋㅋㅋ 이럴수가 ㅋㅋㅋㅋ 그곳에 당신이 있었다니 ㅋㅋㅋㅋ
그나저나 좀 힘드시겠어요. 밖에서 진짜 그런 일을 겪으시면 화장실 가기가 쉽지가 않으실텐데....

전 갑자기 신호 올 때가 정말 무서워요. 부끄럽지만 저도 용기를 내본다면 며칠 전에 도림천에 앉아서 잠깐 명상 중이었는데 방귀가 나오더라구요. 그래서 사람도 없으니 힘차게! 하면서 힘을 주었는데 설사를 했어요.....

정말 숙소로 걸어오면서 가방을 길게 내리고 최대한 뒤를 가리고 왔지만 그 비참함이란.....

우리 힘내요....

곰곰생각하는발 2016-06-24 16:54   좋아요 0 | URL
저와는 반대시군요. 루쉰 님 괄약근은 감각이 무딘가 봅니다.
대 괄예모 회원입니다. 괄약근이 예민한 사람들의 모임..
내가 아는 사람은 남자친구가 급설해서 데이트 현장에서 사라졌답니다.
사라진 남자친구를 찾아 한참 찾아헤메는데 바닥에 똥이... 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이거 웃길려고 그 분이 한 말인지는 모르겠으나
왜 빵조각 땅에 뿌려서 그것으로 집 찾아갔다는 동화처럼
이 여성은 땅에 떨오진 똥 흔적으로 남자가 있는 곳을 찾았다고...

루쉰P 2016-06-24 21:09   좋아요 0 | URL
ㅋㅋㅋㅋㅋ 아 이거 웃으면 안 되는데 ㅋㅋㅋㅋ 그 남자분 ㅋㅋㅋㅋ 아 너무 웃기네요 ㅋㅋ
흠...괄예모 회원이 되기에는 전 기본이 안된 사람이군요.

그 동화는 헨젤과 그레텔로 알고 있어요 ㅋㅋㅋ 아 정말 크게 웃었어요. 감사합니다. ㅋ
 

 

 

 

 

 

 

                                       

 

김 민 희 는    한 국 적 이 다 :




 

박찬욱과 영화-


  

                                                                         

 

                                                                           피천득의 수필 << 인연 >> 을 흉내 내자면 박찬욱과 나는 세 번 만났다. 세 번째는 아니 만났어야 좋았을 것이다. 구로자와 아키라 감독이 연출한 << 숨은 요새의 세 악인, 1958 >> 이라는 영화는 앞좌석에 앉은 관객 머리가 커서 영화 보는 내내 방해가 되었는데알고 봤더니 박찬욱 감독이더라. 그와는 세 번 모두 낙원동 아트 시네마에서 만났다. 첫 번째는 구로자와 아키라 감독의 << 거미의 성, 1957 >> 상영관에서, 두 번째는 스즈키 세이준의 << 관동무숙, 1963 >> 상영관에서 그와 우연히 마주쳤다.

공교롭게도 세 번 모두 일본 영화 특별전'에서 만난 꼴이다. 영화 << 아가씨 >> 에서 낭독회의 무대가 되는 장면 중에  미닫이문이 열리면 늦은 밤 함박눈이 내리는 풍경이 인서트(insert) 효과처럼 와닿는 장면이 등장하는데 이 장면은 << 관동무숙 >> 에서 아이디어를 구한 것이 아닐까 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관동무숙에도 그와 비슷한 장면이 나온다. 적산가옥(敵産家屋)과 눈이 내리는 풍경은 묘하게 잘 어울린다. 신기하게도 그렇다. 일본 주거 문화 양식에 대한 호감은 전작 << 박쥐, 2009 >> 에서도 엿볼 수 있다.

영화에서 배우 김해숙이 운영하는 한복집이 바로 적산가옥이다. 에밀 졸라의 원작(프랑스적-)에서 힌트를 얻어 제작된 이 영화는 적산가옥(일본적-) 에 딸린 한복집(한국적-)을 운영하는 가족을 중심으로 사건이 진행되는데, 그들은 이곳에서 마작(중국적-)을 하며 보드카(러시아-)를 마시며 논다(여기에 덧대어 모히또 가서 몰디브 한 잔 하면 영락없이 박근혜식 범우주적 취향이 될 뻔했다)이 정도면 박찬욱의 영화 양식은 다국적, 무국적, 탈국적 취향인 셈이다. 혼용의 미학, 더 나아가 " 튀기 " 의 미학이라 할 만하다.

곰곰 생각하면 : 영화 << 올드 보이, 2003 >> 를 작동시키는 주요 코드 양식 또한 만두(중국적-)와 스시(일본적-)가 아니었던가 !  박찬욱이 선호하는 혼용 양식은 << 친절한 금자 씨, 2005 0) >> 에서 중요하게 다뤘던 두부와 케잌의 관계에서도 드러난다. << 올드 보이 >> 가 만두와 스시에 대한 이야기라면 << 친절한 금자씨 >> 는 두부와 케익에 대한 이야기'다. 잔혹한 복수를 꿈꾸는 주인공이라면 << 킬 빌 >> 에 나오는 우마 써먼처럼 사무라이 칼'이라도 휘둘러야 할 터인데 금자 씨가 손에 쥐고 있는 것은 케잌을 자를 때 사용하는 플라스틱 칼이다.  

교도소 철문 앞에서 두부 먹는 행위가 " 한국적- " 이라면 케익 만드는 행위는 " 서구적- " 이다. 영화에서 흰 두부와 하얀 케잌이 모두 구원을 의미한다는 점에서 두 오브제는 동일한 은유'이다. 두부 = 케익'이다. 영화 << 아가씨 >>에 등장하는 대저택은 한국 양식과 일본 양식 그리고 서양 양식의 건물이 혼합된 공간이다. 비유를 들자면 그 공간은 마치 식탁 위에 스시와 김치 그리고 포도주가 공존하는 세계'다. 그에게서 << 명량 >> 따위의 영화를 기대하는 것은 당돌하고 명랑한 상상에 지나지 않을 것이다. 설령, 그가 억지로 사극을 만들어야 한다면 < 열두 척 > 을 이끌고 해협으로 향하는 장군'보다는 < 열두 첩 > 을 거느린 고립된 성의 성주 이야기를 만들지 않을까 싶다.

흔히 박찬욱의 복수 3부작으로 << 복수는 나의 것 >> , << 올드 보이 >> , << 친절한 금자씨 >> 를 묶지만 스타일의 변화를 중심에 놓고 보자면 << 복수는 나의 것 >> << 올드 보이 >> 는 복수라는 코드만 같을 뿐 성격이 판이하게 다르다1). << 올드 보이 >> << 복수는 나의 것 >> 과의 결별을 선언한 작품 같다. 박찬욱이 보라색을 즐겨 사용하기 시작한 첫 번째 영화가 바로 << 올드 보이 >> 이다. 그러니까 피카소에게 청색시대가 있었다면 박찬욱에게는 보라색 시대가 열린 것이다.

그는 보라색을 다루기 시작하면서 " 살짝 맛이 간 영화들 " 을 양산하기 시작했는데 이 작품을 경계로 날것2)을 버리고 익힌 것(영화의 양식화)에 집착하게 된다. 그는 제작 회의를 할 때 제작진에게 제일 먼저 이런 주문을 할 것이 분명하다. “ 우선 벽지부터 봅시다 ! ” , 벽지-성애자여 !  종종, 박찬욱 작품의 왜색(倭色)을 비판하는 사람이 있다. 이 비판은 그의 영화가 한국적 이지 않다는 비판으로도 읽힌다. 그런데 이 비판은 굉장히 비뚤어진 시선이다. 그가 즐겨 사용하는 양식은 왜색이 아니라 탈색에 가깝기 때문이다.

적산가옥과 한복집과 마작 그리고 보드카의 혼용은 특정 국적(國籍)에 대한 선망이 아니다. 한국인이라고 해서 한국적- 이어야 한다는 발상은 어처구니가 없다. 한국적인 것이 세계적인 것이라는 국가 주도의 주입식 세뇌가 한국인으로서 자부심을 가지게 만들 수는 있으나 한국적인 것은 그냥 한국적인 게 아닐까 ? 서양인이 김치를 맛있게 먹는다고 해서 한국이 세상의 중심에 우뚝 솟아오른다면, 인도는 오래 전에 최강국이 되었을 것이다. 또한 코카콜라가 페루 원주민이 코카 잎을 씹은 후 뱉은 것을 발효해서 만든 음료에서 비롯되었다는 가설이 있던데 이 가설이 진짜라면 페루는 이미 선진국 반열에 오르고도 남았을 것이 아닌가 말이다.

내가 보기에가장 한국적인 것 은 한국인이 김민희에게 쏟아내는 비난이다.   모든 비난은 바람피운 년에게만 집중된다그들은 평소 가족밖에 모르던 남자가 가정을 버릴 정도라면 김민희의 애교와 집착이 얼마나 집요했는가 _ 라며 탄식하기도 한다언론 보도를 봐도 홍상수 감독에게는 애처가라는 프레임으로,  김민희에게는 불륜녀라는 프레임에 씌운다그것이 한국적이니까 말이다. " 홍상수 감독은 가정적인 남자로 행복한 가정 생활을 했다. 김민희가 나타나기 전까지는...  " 뭐, 이런 서사가 아닐까 ?  한국적인 것에 대한 과도한 자긍심을 가진 사람에게 그 유명한 금자 씨의 어록을 남기고 싶다

너나 잘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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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    주요 무대인 나루세 과자점은 여성 심리를 섬세하게 다루기로 유명한 나루세 미키오 감독 이름을 빌렸다.

1)    사실 많은 영화들이 복수를 즐겨 다룬다. 복수 3부작 운운은 프레임 짜기 좋아하는 사람들이 갖다 붙인 네이밍에 불과하다

2)    << 복수는 나의 것 >> 은 날것의 정수를 보여준다. 이 영화는 익힌 것(영화의 양식화)에 집착하기 전 상태를 보여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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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트잇 2016-06-23 10: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열두척보다는 열두첩..., 기가 막히십니다 ㅎㅎㅎㅎㅎㅎ
`양식화`이후부터 여자를 유리대 위에 놓고 지켜보는 듯한 그의 눈을 느끼는 건 ..글쎄요.. 저는 너무 불편하더군요.
영화를 논하기 전에.

곰곰생각하는발 2016-06-23 14:17   좋아요 0 | URL
유리대 위에 놓고 지켜보는 게 어쩌면 감독의 숙명인지도 모릅니다..ㅎㅎㅎㅎㅎㅎㅎ
저는 약간 ( 사실은 상당한 ) 변태여서 불편하지는 않습니다.

루쉰P 2016-06-23 11: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영화를 보는 눈이 남다르셔요 감탄합니다 ㅎ 저 역시 왜 김민희만 욕을 먹는 지 이해가 안가요 홍상수가 더 비난 받아야 하는 놈이에요 진짜 그건 짐승의 삶입니다 진정한 사랑이 모르는 인간이에요

곰곰생각하는발 2016-06-23 14:19   좋아요 0 | URL
워 워낙 그쪽 분들은 흥도 많고 사랑도 많으니 어찌어찌 그리 됐다면 인정하는 쪽입니다. 그런데 남의 가정사 운운하며 충격, 경악, 패닉에 빠졌다느니 하는 표현 쓰는 게 더 웃깁니다. 국민이 그렇게 한가한가? 이런 생각.. 진짜 충격에 빠진 사람 함 만나봤으면.. 왜 이런 일 가지고 충격에 빠지냐고 말이죠..

보슬비 2016-06-23 13: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홍상수가 아닌 김민희에게만 더 가혹하게 비난을 쏟는것이 불편했어요.

곰곰생각하는발 2016-06-23 14:09   좋아요 0 | URL
그래서 저도 이런 걸 두고 프레임 짜기` 라고 하는 거구나.. 이런 생각이 들었슴디다..너무 눈에 보이잖아요.
저러니 정치 프레임은 두말하면 잔소리갰죠..

alummii 2016-06-23 13: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러게요 언론에서는 김민희가 엄청 들이댄걸로 ㅜㅜ 홍감독님도 원래 그리스인조르바처럼 자유로운 영혼으로 유명하시다던데...

곰곰생각하는발 2016-06-23 14:20   좋아요 0 | URL
그러니까요. 제가 듣기로는 김아무개 감독과 함께 여자관계 꽤 복잡했던 것으로 유명했던 감독인데..
순간, 내가 그동안 들었던 충무로 찌라시는 다 가짜였나 ???! 이런 생각...

yureka01 2016-06-23 13: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마 외국의 영화감독와 여배우 스켄들은 이거랑 비슷하거나 더 심한 것도 많을텐데.. 하여간 유독 누구의 개개인의 사생활에 너무 관심집중은 ...뭔가 이런 뉴스에 의도가 있는건 아닌지 의심하게 됩니다..개개인 사생활문제가 무슨 대형 이슈를 덮어 버릴 만큼 알권리에 충족해야 할 꺼리인지도 의문스럽고요....영화는 영화고 개개인 사생활은 별개라고 생각되어서요...

곰곰생각하는발 2016-06-23 14:20   좋아요 1 | URL
그냥 개인사 하라를 두고 국민이 충격에 빠졌다느니, 경악, 이런 표현을 쓰다니..
아니 무슨 남의 개인사에 충격을 빠질 만큼 국민이 한가하던가요. 약간 미친 것이죠. 남의 가정사에 충격에 빠진다면...

yureka01 2016-06-23 14:11   좋아요 0 | URL
아고 그러게요 ㄷㄷㄷ...

곰곰생각하는발 2016-06-23 14:26   좋아요 0 | URL
웃기지 않나요. 바람난 가장과 옆길로 샌 여인을 두고 충격, 도탄... ㅋㅋㅋㅋㅋ 니미... 도대체 왜 이렇게 충격의 연속인지...

stella.K 2016-06-23 14: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니 근데 왜 박찬욱 얘기를 하다 홍상수로 빠지십니까?
저는 홍상수도 그렇고 김민희도 그렇고 둘 다 옳다고는 생각안하는데
이해 못할 건 아니라고 생각하긴 합니다.
하지만 이해 못할 건 홍상수 와이프라고 생각하는데...
자기와 가정에 마음 떠난 사람을 아직도 사랑이란 이름으로 놔줄 생각이 없잖아요.
하지만 과연 그녀가 남편을 정말 사랑할까 의문스럽더군요.
하긴 오늘 뉴스에도 김민희 엄마와 홍상수 아내가 카톡 주고 받은 거 보도 하던데
방송도 재정신은 아니란 생각이 들어요. 그렇게 자극적인 보도를 해서 뭐 어쩌자고...

곰곰생각하는발 2016-06-23 14:13   좋아요 0 | URL
바로 그게 예요. 저도 같은 생각입니다.
사랑한다. 영원히 사랑한다. 돌오아로리 민는다.. 하면서도
막상 다 까잖아요. 이게 상식적으로 이해가 안 간다는 겁니다.
내가 홍상수라도 아내에게 안 돌아갈 것 같습니다.
아내의 대응은 사살 홍상수를 다시 못오게 하는 다리 폭파하는 것과
같은 거 아니겠습니까...

진짜 문제는 방송과 언론이죠.. 아



기억의집 2016-06-23 14: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홍상수도 욕 먹던데요. 어느 댓글 보니 홍상수가 가족적인 남편은 아니였다는데.. 스캔들만 안났지 여배우와의 섬씽은 계속 이어왔던 사람이라던데요. 전 두 년놈다 제정신은 아닌 듯 싶습니다. 저도 적산 가옥에 상당히 매력을 느끼는데.군산에 가면 적산가옥이 그대로 남아 있다더군요.군산이 발전이 늦어 일제 식민지 시대의 잔재가 고스란히 남아 있는 동네라던데. 한번 가 보고 싶어요..그리고 한국적인 거.. 전 제발 제발 젓가락으로 콩 집을 정도로 우수한 민족이라는 말 좀 안 했으면 좋겠어요. 어디 쪽 팔려서.

곰곰생각하는발 2016-06-23 14:24   좋아요 0 | URL
홍상수와 김기덕 유명하잖습니까. 제가 얻어들은 얘기로는 그리스인 조르바 풍이었는데 느닷없이 가정밖에 모르는 애처가라는 프레임 설정이 어리둥절했습니다. 이거.. 뭐지 ? 이런 생각..

군산의 적산가옥 유명하죠. 가장 잘 보전된 곳이 군산일 겁니다. 저도 여길 몇 번 간 적 있죠. 군산에서 1년 정도 산 경험이 있거든요...

적산가옥 적산 가옥 해서 저는 적산이 붉은 재료로 만든 집이라는 뜻인줄 알았습니다. 알고 보니 전쟁으로 적이 남기고 간 재산을 뜻한다네요...


젖가락 내공... ㅋㅋㅋㅋㅋㅋㅋ

기억의집 2016-06-23 14: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리가 교육열이 높아 현재의 모습을 가지고 있긴 하지만 외국은 더 똑똑하고 능력 있더구만요...

곰곰생각하는발 2016-06-23 14:25   좋아요 0 | URL
젖가락 문화를 이런 식으로 해석할 지 누가 알아겠습니까. 갑자기 호아우 황우석 생각나네요.
뭐하시나. 대국민을 사기 치셨던... 분..

기억의집 2016-06-23 14: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트뤼포는 솔직이라도 했죠. 트뤼포평전인가 자서전인가 벽돌책 읽었었는데 영화찍은 여배우마다 다 침대로 직행했다는... 성에 일찍 눈 떴고 엄청 밝혔더라구요. 홍상수는 트루포계열이면서 뭘 그리 가정적인 남편 운운하는지...영화 스토리보면 딱 알겠던데..근데 김기덕도 그렇군요. 전 그 양반 영화 별로여서. 둘다 너무 적나라한 남자의 성을 토해내서... 솔직히 역겨워요. 세계영화제의 시선과 달리...

곰곰생각하는발 2016-06-23 14:35   좋아요 0 | URL
저도 남자인지라... 전 두 감독 작품 다 재미있게 보고 있습니다.. ㅎㅎㅎㅎㅎ
헐리웃 문화 혁명이란 벽돌책 보면...
헐리우드는 상상을 초월합니다.
올리버스톤이 쓴 올리버스톤 보면 자기가 섹스광이라고도 하지요.
약 먹고 그룹섹스하는 건 일상이었다고...
왜 모 여배우 자신이랑 잔 남자 목록 재미로 나열했던 적도 있잖습니까.

저는 연예계 이런 사건 발생하면 그려려니 합니다..

기억의집 2016-06-23 14: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안 살아 본 곳이 없군요..저는 광주 잠깐 살 때 군산이랑 전주 갔었는데 그 때만해도 저런 지식이 없어서... 밥만 먹고 왔네요. 저는 서울 출신인데 전라도 음식을 엄청 선호해 여행을 다녀도 전라도쪽만 다니는데... 군산은 겉핥기만 하고 다녔어요. ㅠㅠ

곰곰생각하는발 2016-06-23 14:38   좋아요 0 | URL
저도 서울 출신인데.. 역마살이 있어서.. 그리되었습니다. 군산 볼 건 없죠. 군산 도착하면 딱.. 너무 볼 게 없어서 당황하게 되죠. 전주야.. 정책적으로 볼거리를 만들었는데 군산은 없어요. 미리 정보를 알고 계획적으로 움직여야지 꼼꼼하게 볼 수 있습니다. 영화 박쥐에 나온 적산가옥은 부산에 있는 곳입니다..

시이소오 2016-06-23 15: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ㅋ 우치다 타츠루나 하스미시게히코가 울고갈 혜안입니다.
두부와 케잌, 소오오름 ~~

곰곰생각하는발 2016-06-23 15:20   좋아요 0 | URL
두부와 케잌 설정이야말로 박찬욱 스타일이죠. 이 사람은 여러 양식을 짱뽐을 시킵니다..

samadhi(眞我) 2016-06-24 08: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복수는 나의 것. 정말 쩔죠. 진짜 좋아했는데 금자씨부터 슬슬 샛길로 빠지는 느낌이었어요. 영화를 보고 나서 이건 아닌데, 하고서 씁쓸해했지요.
그나저나 언제 그 영화를 봤는지까지 기억하세요? 박찬욱 감독과 만난 날을 기억하는 것도 대단한데요. 곰발님 별 걸 다 기억하는 남자였군요. 조심해야지 ㅋㅋ

곰곰생각하는발 2016-06-24 12:13   좋아요 0 | URL
복수는나의것 진짜 짱짱 좋죠. 이 영화 이후로 박찬욱이 기교와 양식에 집착하게 되어서 날것이 주는 다큐적 성격이 상실했다고나 할까요..



아키라 회고전과 세이준 회고전에서 3번 봤씁니다.
분명히 다 본 작품들인데도 회고전 하면 자주 와서 보시더라고요...
이분 세이준 광팬이기도 합니다. 저도 세이준을 최고로 치죠..

neoland 2016-06-26 07: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서재글에서 이렇게 친구신청한건 처음인데, 정말 글센스가 멋지시네요.
글 읽으면서 새로운 지식도 지식이지만, 곰발님의 각 영화에 대한 해석도 공감되면서 흥미로왔어요.
특히나 마지막에 `한국적인 짓 - 김민희 비난하기` 를 연결시킨 것은 일종의 `사이다` 같은 느낌이었습니다.
그렇죠. 우리나라 사람들의 가장 한국적인 특징 중 하나가 `이중성` 아니겠습니까..
굉장히 도덕적인 체하면서 뒤로는 비도덕적인 사람이 되고, `자신이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이라는 속담을 어찌 그리도 열심히들 지키시는지들..
하나의 꺼리가 나왔다 싶으면 하이애나떼처럼 몰려 들어 물어뜯는 언론이나, 그 언론에 편승해서 같이 물어뜯기에 열중하는 껍데기만 남은 사람들이나, 그리고 어쩌면 모종의 음모론같지만 그 위에서 그 모습들을 지켜보며 `아래것들`을 비웃고 있을지도 모를 그 어떤 윗분들까지...어찌보면 한편의 블랙코미디일지도 모르죠..

그나저나 시간나면 저도 한번 군산이나 다녀와봐야겠네요.
적산가옥을 한번 보고 싶긴 했는데 곰발님 글을 읽고 진짜 다녀와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곰발님의 오늘 글 정말 좋았습니다. 앞으로도 좋은 글 부탁드려요^^
p.s. 근데 궁금해서 그런데요, 글위에 타이틀 그림 말입니다. 그 그림 어디서 구할 수 있는건가요?
포스터인가요? 좀 무식해보일지 모르지만, 저 그림은 처음봐서요..근데 상당히 맘에 드네요.^^;

곰곰생각하는발 2016-06-26 10:40   좋아요 0 | URL
글 위의 타이틀이요 ? 어수선, 하다.. - 요거 말인가요 ? 아님, 영화 포스터 말씀하시는 건가요. 아랫 것은 아가씨 영화포스터이고.. 윗것은 제가 만든 이미지입니다.. 쓰고 싶으시면 캡쳐해서 가져가십시오.. ㅎㅎ

군산에 가시면 히로쓰 가옥이라고 있습니다. 정원도 가꾸어져 있어서 보기 좋습니다.
왜 다른 적산가옥은 좀 후줄근한데.. 군산 히로쓰 가옥은 꽤나 고관집이었던 것같기도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