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어 영화
필립 루이에 지음 / 정주 / 1999년 12월
평점 :
절판


 

 

가격은 상담 후 결정 

 

 

 


댓글(6) 먼댓글(0) 좋아요(18)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시이소오 2016-06-22 14: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절판된 책을 소유하는데서 오는 짜릿함이 있죠.
모리스 블랑쇼의 문학의 공간을 읽겠다고 국립도서관 출퇴근 한 일이 떠오르네요. 뭔소린지 모르면서도 어찌나 좋던지요. 재출간된 이후에도 좋았지만 절판된 책을 보던 시기만큼 짜릿하진 않더라구요ㅋ


곰곰생각하는발 2016-06-22 14:38   좋아요 0 | URL
비슷한 경험을 저와 공유하셨군요. 전 오래전에 로브그리예의 < 고무지우개 > 란 소설을 읽기 위해 여러 군데 거쳤다가 정독까지 간 경험이 있습니다. 그냥 이런 희귀 소설을 읽게 되는구나, 에서 오는 쾌감 비스무리한 거....


절판된 책이 재출간되면 화딱지나죠.. ㅋㅋㅋ

stella.K 2016-06-22 14: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허허. 저라면 별 두 개짜리는 리뷰 안 쓸 텐데
참 명문으로 잘 쓰십니다.
저도 별 두 개짜리 보게되거든 곰발님처럼 잘 쓸 수 있도록
노력해 보겠습니다. 별로 잘 될 것 같지는 않지만...^^

곰곰생각하는발 2016-06-22 14:40   좋아요 0 | URL
쓸데없는 소릴 주저리주저리..
번역자는눈 감고 번역하고(번역이 나쁘다는 소리는 아닙니다. 고어 장르에 대한 애정이 없다는 것이지..)
중요한 원서 스틸 사진은 흑백으로 그것도 이상하게 인쇄가 되고..
출판사의 퀄리티는 동문선의 퀄리티를 압도하고...

짜증 이빠이 난 상태에서 읽은 책입니다.. 오랮 전에 읽었죠. 10년 도 더 된 독서인데 이제 쓰네요..
책장 뒤지다가 역자 서문 보다가 웃으면서 썼습돠..

수다맨 2016-06-22 17: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한때 오에 겐자부로 전집을 모으겠다고 헌책방 전전했던 적이 생각나네요. 몇 년에 걸쳐서 한두 권씩 모으다 보니 이제는 팔할은 모으게 된 것 같습니다. 근데 이렇게 모아놓고 보니까 후회도 약간 들더군요. 전집이란게 그렇듯이 오에는 수작도 많이 썼던 반면에 범작도 만만치 않게 썼더군요.
그래도 오래전 절판된 서적이 제 서가에 꽃힌 모습을 보노라면 뭔가 기분이 묘하긴 합니다

곰곰생각하는발 2016-06-23 09:40   좋아요 0 | URL
전작주의가 문학 공부해야 하는 교수나 평론가 아니면 쓸데없는 짓 같기도 합니다.
반드시 다 읽어야 할 필요는없는 것 같습니다.
카잔차키스 전집 사놓고 한 권도 안 읽은 1인....
 

 

 

 

 

 

 

 




 

 


 

 

                        


책 읽어주는 여자 :


                         낭독의 발견


최민식 _ 그때 유지태의 구두를 무지하게 핥았지. 유지태가 날 보고 웃는 모습이 참 좋았다. 박찬욱 감독의 디렉션이 생각난다. 오대수가 그렇게 몸부림을 치는데 우진이 냉정하게 봐야 되는 거 아니냐 했더니 박 감독이 유지태 보고 웃으라고 했다. 유지태가 “여기서 웃어요?” 하니까 박 감독이 “웃어. 재밌잖아. 네가 그토록 데리고 놀고 싶어 했던 놈이 개가 돼서 드디어 네 앞에 무릎을 꿇었는데. 더 갖고 놀아라”라고 하더라. 그래서 내가 속으로 그랬지. ‘야, 저 인간 진짜 변태다!’ 장면을 보면 알겠지만 정확한 디렉션이었다. 유지태도 정확하게 잘 표현했고. 위와 아래의 정서가 아주 대비되면서 오대수는 더욱더 비굴해지고 이우진은 더욱더 위에서 찍어누르고 마지막엔 곧 허무해지지 않나. 또 이런 작품을 만날 수 있을까 싶었을 정도로 정신적으로 굉장히 행복했다.


- CGV 무비 콜라쥬 중




" 야, 저 인간 진짜 변태다 ! " 배우 최민식이 GV 시간에 박찬욱 감독에 대해 혀를 내두른 적이 있다.  < 혀 > 하니 배두나의 고백도 얼핏 떠오른다. 영화 << 복수는 나의 것 >> 에서 송강호가 전기 고문을 할 때 고통을 배가시킬려고 배두나의 귀에 침을 묻히는(혀로 귀를 핥는) 장면이 나오는데

그 장면을 연기할 때 소름이 끼칠 정도로 싫어서 몸부림을 친 적이 있었다고. 이래저래 박찬욱 감독은 변태 같은 구석이 있다. 급기야, 요즘은 " 배운 변태 " 로 통하는 모양이다. 배운 변태 박찬욱 선생 !  내 취향 또한 변태에 가깝다 보니 막장을 즐겨 보게 된다. 내가 << 오이디푸스 >> 와 << 햄릿 >> 을 좋아하는 이유는 단순하다. 고전 걸작이라는 사실보다는 막장 드라마라는 데 있다.  왕이면 뭐하나. 이 정도면 콩가루 집안을 떠나 미숫가루 집안이라 불러도 손색이 없다.  남들이 " 인간 심연의 어두운 구석 " 운운하며 독후감 문장을 작성할 때,   

나는 " 하이고 ~ 이눔의 집구석,  아주 잘 돌아가는구먼...... "  이라고 쓰고 싶었다.  B-무비에 대한 애정도 내 변태 기질과 궁합이 맞았기에 가능했다. 영화 << 아가씨 The Handmaiden, 2016 >> 는 영화에 대한 영화 이야기'다. 보다 정확히 말하자면 " 배운 변태 박찬욱 선생 " 의 자의식이 반영된 영화라는 소리'다.  코우즈키(조진웅 분)는 명백히 박찬욱의 도플갱어(이 견해는 내 생각이라기보다는 이미 많은 사람들이 지적한 사항이다. 이 지적에 뒤늦게 동의한다)처럼 보인다. 코우즈키(조진웅)와 박찬욱을 동일선상( 同一者 ) 에 놓고 본다면 조진웅이 수집하는 책은 영화에 대한 은유'이다.

종이는 필름이다. 다른 점이 있다면 종이는 물에 젖고 필름은 물에 젖지 않는 물성을 가졌다는 것이 다를 뿐. 그런 점에서 음서 낭독회는 영화 시사회'이다. 조진웅이 초조한 눈빛으로 주변 반응을 살피는 장면은 극장에서 관객의 반응을 꼼꼼하게 챙기는 감독은 연상케 한다. 그러니까, 아가씨가 음독(音讀)을 통해 재현하는 이미지가 포르노 영화 장르라고 했을 때,  조진웅이 초대한 은밀한 부르주아(들)은 귓구멍에 성감대가 달린 음란서생인 셈이다.  박찬욱 감독이 사라 워터스의 << 핑거스미스 >> 를 흔쾌히 영화화하기로 마음 먹은 데에는 종이와 필름이 가지고 있는 " 재현의 기록성 " 에 마음이 끌렸던 것은 아닐까 생각한다.  

박찬욱 감독이     연출한 작품 가운데 작품성과 대중성을 모두 충족시킨 영화는 대부분 번안한 텍스트라는 점1) 에서 조진웅이 음서淫書 를 필사하고 음독하는 과정은  박찬욱이 원작 텍스트를 빌려 오롯이 자기 것으로 번안하는 과정을 닮았다2).  제라르 쥬네트의 범주를 빌려오자면 박찬욱(코우즈키)이 실력을 발휘하는 지점은 하이포텍스트(HYPOTEXT : 오리지날)가 아니라 하이포텍스트를 재해석한 하이퍼텍스트(HYPERTEXT)에 있다. 그는 오리지날을 변형시키고, 수정을 가하고, 확장을 시키거나 과감하게 생략한다. << 아가씨 >> 도 원작을 변형, 수정, 확장, 삭제를 통해 만들어진 영화'다.

 

내가 이 영화에서 주목한 점은 하녀의 대사 한 마디'였다. 하녀 눈으로 본 으리으리한 대저택은 으스으스한 공간처럼 보인다. 하녀가 늦은 밤에 벚나무 아래3) 를 지나가면서 툭 내뱉은 독백은 꽤나 인상 깊다.  " 집이 너무 커서 미쳤나 ? "  이 독백은 영화 전체를 요약해 준다.  더러운 욕망이 꿈틀거리는 코우즈키 대저택은 < 추억의 장소 > 가 아니라 < 텅 빈 공간 > 으로 작용한다.  간략하게 요약하자면    :   장소(topos)는 채워지는 곳이고 공간(atopos)은 부재로 인해 결여된 곳4) 이다.  하녀가 대저택에서 공간의 결핍을 인식하는 계기가 아가씨가 들려주는 서사,  즉 안주인이 목을 매 죽었다는 사연을 들은 후'라는 점은 의미심장하다.  

 

그녀는 대저택의 안주인이 장소(場所 : topos)에 없다는 점을 인식하는 순간5)  비로소 공간(空間 : atopos)을 인식하게 된다.  장소와 공간에 대한 인식은 일상생활에서도 쉽게 경험하게 되는 감정이다.  사랑이 가지고 있는 본질은 장소에 대한 애정이고, 이별 후에 오는 감정은 공간에 대한 인식이다.  영화 << 번지 점프를 하다 >> 에서 서인우(이병헌 분)를 힘들 게 하는 것은 그 옛날 그녀와 함께 했던 것 - 곳, 짓, 말 따위)과 마주칠 때이다.  그는 그녀와 함께 했던 곳에서 그녀의 부재를 확인하게 된다.  한때, 즐거웠던 장소는 이별이라는 사건을 겪으면서 고통스러운 공간으로 변해 있다. 

그곳은 이미 부재하는 그녀가 점령한 공간이다 !   아가씨와 하녀가 대저택을 벗어나 새로운 곳에서 새로운 삶을 시작하려는 이유도 코우즈키 대저택이 타자들이 점령한 영토'라는 데 있다.  그녀 - 들이 원하는 곳은 아토포스가 아니라 토포스'이다.  그래서 그들은 새로운 처녀지處女地 를 찾아 모험을 떠난다. 오갱끼데스까 ? 와따시와 갱끼데스.  공간(空間)은 자신과 관계된 대상의 부재로 인하여 장소에 구멍(空 : 빌 공)이 생기고 틈(間 : 사이 간)이 벌어질 때 생기는 영토'다.  한자 間 : 사이 간'은 閒 : 사이 간6) 과 같은 말로 두 개의 문 사이로 달이 스며든 형국이다.

얼핏 보기에는 낭만적 풍경처럼 보이지만 달리 생각하면 으스스한 풍경이기도 하다.  빗장이 풀린 문 사이로 달(月)이 개입하기 때문이다. 여기서 달(月)이라는 오브제는 atopos 라는 단어에서 부정과 결여의 접두사 역할을 하는 < a - > 이다.  그것은 결여이면서 동시에 개입하는 오브제'다.  영화 << 아가씨 >> 에서 하녀(김태리 분)가 " 개입하는 오브제 " 라면,  벚나무 아래에서 목 매달아 죽은(영화는 아내가 남편에 의해 살해되었다는 점을 암시한다) 안주인은 " 부정과 결여의 오브제 " 로 작동한다. 영화 또한 환영(幻影)이라는 잡히지 않는 물성을 가진 매체라는 점에서 텅 빈 기호(=헛것)이다.

극장은 하나의 거대한 공간이요, 밤이 지배하는 세계'이다. 스며든 달이 그림자를 춤추게 하고 환영을 만든다. 그 옛날, 어느 카페에서 최초의 영화가 상영되었을 때7) 사람들은 놀라서 혼비백산 도망쳤다고 한다.  그들이 본 것은 스크린에 투영된 기차의 환영(幻影)이 아니라 환영의 실재(實在)였다. 기차는 거기에 없었지만 거기에 있는 오브제였다. 지금 그녀는 그 카페에 없지만 그 카페를 점령한 것처럼 





​                               



1)         올드보이, 박쥐, 아가씨는 모두 원작 텍스트를 번안한 작품이다. 오리지날 각본으로 만든 영화 中에 친절한 금자 씨를 제외하고는 흥행에 성공한 작품은 없다. 개인적으로는 박찬욱 감독의 최고 걸작은 << 복수는 나의 것 >> 이라고 생각한다. 흥행에 참패한 대표적 영화'다

2)         조진웅이 필사한 책을 부르주아 고객에게 파는 행위는 박찬욱이 영화 판권을 파는 행위를 닮았다

3)         대저택의 안주인은 이 나무에 목을 매달고 죽는다

4)         아토포스는 장소를 의미하는 그리스어 토포스에서 유래한 단어이다. 여기서 a는 부정과 결여의 접두사로서, 아토포스는 비장소성으로 번역될 수 있다. 이 단어는 어떤 장소에도 고정될 수 없어서 그 정체를 알 수 없다는 의미로 소크라테스의 대화자들이 그에게 붙여 준 것이라고 한다. 바르트는 이러한 비장소성이 사랑의 사건에 내재한다고 보면서 " 내가 사랑하고, 또 나를 매혹시키는 그 사람은 아토포스다 " 라고 말한다. ( 진은영 문학의 아토포스, 179쪽 ) 

5)         정작 안주인은 바깥에 존재하는 유령이다.

6)         間은 閒의 변형이다.

7)        << 열차의 도착, 1895년 뤼미에르 형제 >> 당시 관객들은 기차가 자신을 향해 스크린을 뚫고 다가온다고 착각했다.

 

 

 

 

 

 

 

 

 

 


 



덧대기  ㅣ 박찬욱은 영화광이다. 낙원동 서울 아트 시네마에서만 박찬욱을 세 번 만났다.  GV 게스트로서가 아니라 순수한 관객으로서 말이다. 두 번은 구로사와 아키라 특별전에서 한 번은 스즈키 세이준 감독전에서(아니다. 총 네 번을 만났다.  아주 오래 전, 아는 형의 소개로 만난 적이 있다). 이미 본 영화들인 터인데 굳이 영화관의 스크린으로 다시 보는 모양이다. 코우즈키로 빙의된 박찬욱이 일본은 아름답고 한국은 추하다고 말했을 때 불쾌했지만 그의 취향을 존중하기로 했다. 그것은 왜색이라기보다는 무국적 탐미에 가까우니까 말이다. 사실 나 또한 일본의 주거 양식을 좋아한다. 또한 그가 프랑스인 서재를 통째로 사들이고 싶다고 고백했을 때도 박찬욱 감독이 가지고 있는 미적 취향을 읽을 수 있었다(영화 박쥐는 에밀 졸라의 테레즈 레캉'이 원작이다). 그는 무국적 변태다.

 

 

 


댓글(14) 먼댓글(0) 좋아요(19)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yureka01 2016-06-20 13: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일단 영화를 먼저 보고 이 포스팅을 읽어야 겠군요..ㅎㅎㅎㅎ아직 영화를 못봤습니다..^^..

곰곰생각하는발 2016-06-20 13:37   좋아요 1 | URL
호불호가 좀 갈릴 겁니다. 박찬욱 영화가 늘 그렇지만 말입니다. 전 그럭저럭 재미있게 봤슴돠.
미술 디자인 하나 만큼은 정말 끝내줍니다. 인테리어 잘된 카페 구경하는 재미를 느낀 사람이라면 추천 ~

yureka01 2016-06-20 13: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 ..일단 곰발님의 추천을 근거로 해서 ..한번 감상토록하겠습니다..ㅋㅋㅋ감사합니다~~

곰곰생각하는발 2016-06-20 13:47   좋아요 0 | URL
사진 좋아하시니 아마 영화 미술 디자인 쪽으로 감상하셔도 흥미로우실 겁니다.
류성희 미술 감독이 미술 디자인 쪽에서는 최고로 인정받는 감독입니다.

alummii 2016-06-20 22: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가 본 아가씨 리뷰 중 최고네요^^b

곰곰생각하는발 2016-06-21 09:28   좋아요 0 | URL
아침부터 어깨를 으쓱거리가 만드는 댓글이네요. 감사합니다. 아.. 알.. 뭐라 읽어야 합니까. 닉네임을..

samadhi(眞我) 2016-06-21 01: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곰발님 전공(?)인 영화이야기다보니 논문을 쓰셨군요. 박찬욱 감독이 금자씨 이후로는 개인성(예술성?)을 드러내기로 한 것 같더라구요. 영화 잘 모르는 제가 볼 때. 제 취향이랑은 좀 안 맞고요. 저도 변태인데 종류가 달라서ㅋ

곰곰생각하는발 2016-06-21 09:29   좋아요 0 | URL
박찬욱 영화는 취향 타는 영화죠. 대중이 좋아할 취향은 아닙니다. 박찬욱 감독이 슬슬 배가 불러서 배 고플 때 시절 생각 안하는 것 같기도 하고요..ㅎㅎ

별족 2016-06-21 15: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177900, 제가 이 책을 읽었거든요. `번안`에 `번역`이 포함된 뜻이라면, 공동경비구역,은 빼야 합니다.

곰곰생각하는발 2016-06-21 15:15   좋아요 0 | URL
오. 그렇군요. 고맙습니다. 얼릉 빼도록 하겠습니다..
생각해 보니 그렇네요.

syo 2016-06-21 15: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연신 고개 끄덕거리며 읽느라 목이 다 아픕니다...



사실 아프진 않고 아플려고 합니다.
함량도 함량이지만, 곰발님 글은 언제나 너무 읽기 좋습니다. 워너비스타일이에요.

곰곰생각하는발 2016-06-21 15:52   좋아요 0 | URL
어허. 이거 왜 이러십니까 ? 알라딘 몰카인가 ??! ㅎㅎㅎㅎㅎ


갑자기 든 생각인데 확실히 박찬욱 감독은 일본의 미학 양식을 선호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일본의 미학 양식이라기보다는 무국적이라는 표현이 맞겠죠?


박쥐도 보면... 왜 적산 가옥이 무대잖습니까. 탈 한국적입니다.

거 뭐냐.. 공동경비구역 보십셔. 이영애는 그때 외국인으로 나오지 않습니까.
아마도 스웨덴인가 스인스 스위스인가... 입양아로...


그는 아마도 임권택 싫어할 거란 생각이 갑자기 쇼 님 댓글 읽다가 생각났네요..

syo 2016-06-21 16:02   좋아요 0 | URL
?????
네?????

ㅋㅋㅋ 어떻게 된 건지는 모르겠지만서도 어찌됐든 제가 뭐라도 한 것 같아 뿌듯합니다. 하하하......

곰곰생각하는발 2016-06-21 16:08   좋아요 0 | URL
아니 갑자기 여럿 알라디너가 글 칭찬을 하길래 저를 놀리는 줄 알았씁니다.. ㅎㅎㅎ (농담)

내일은 박찬욱 영화에 대해 글을 써야 겠습니다..
 


​                                                

집이 너무 커서 미쳤나 ? :




스포일러 無



귓구멍 깊숙이0)

 

 

 


 



 

                                                                                          < 하우스 호러 > 란 말 그대로 " (기괴한) 집 " 이 공포의 주체'가 되는 영화'다.  고전 영화를 좋아하는 관객이라면 월리엄 캐슬의 고전 걸작 << 헌티드 힐, 1958 >> 이라는 영화를 제일 먼저 떠올릴 것이고,  젊은 관객이라면 비교적 최근작이라 할 수 있는 << 파라노말 액티비티,2007 >> 를 생각할 것이다.

기괴하다는 의미를 가지고 있는 독일어 unheimlich에서 heimlich가 하우스( = 내 집 같이 편안한, 고향 같은)라는 의미와 함께 숨기다( = 비밀스럽다, 알 수 없는, 숨어 있는, 위험한) 라는 뜻도 포함되어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unheimlich와 heimlich는 반의어이면서 동의어인 셈이다. 약삭빠른 프로이트가 이 사실을 놓칠 리 없다. 그는 1919년에 < Das Unheimlich > 라는 논문을 써 현대 예술에서 중요한 미학적 개념을 창조한다(개인적으로는 무의식, 전이(역전이)와 함께 프로이트의 가장 중요한 개념이라고 생각한다)굳이 한국어로 번역하자면 기괴하고 낯선 감정이 되겠지만,  몇 마디로 정의될 성격1) 은 아니지만,  

 

< 낯설다 > 라는 심인에는 역설적이게도 < 낯익다 > 와 연결된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 접두어 un-은 억압의 표식이다. 그렇다면 unheimlich는 heimlich를 억합한  결과'이다. 즉, 두려운 낯설음(=unheimlich)은 낯익은/친숙한 것(= das Heimisch)을 억압한 결과2) 다. 이 세상에서 가장 무서운 귀신은 처녀 귀신도 아니고 사다코3) 도 아니다.  으스스한 밤.  엄마가 엘리베이터 안에서 딸에게 " 내가 네 엄마로 보이니 ? " 라고 되물을 때가 가장 무섭다.  동일자(혈연으로 이루어진 가족 연대)가 느닷없이 타자화될 때, 그러니까 엄마의 얼굴을 훔친 얼굴 도둑을 마주하게 될 때, 우리는 언캐니한 감정에 휩싸이게 된다.

익숙한 코드가 배신을 때린다는 점에서 하우스 호러 장르'는 프로이트의 언캐니 개념을 다룬다. " 우리는 이미 많은 현대어들이 독일어의 unheimlich를 제대로 표현할 수 없다는 점을 알았다. unheimlich한 집은 우리가 흔히 귀신들린 집이라는 말로 표현하는 집보다 훨씬 더 강력한 표현이다(프로이트, 두려운 낯설음 中). " 즐거운 나의 집이 당신에게 되묻는다. " 내가 네 집으로 보이니 ? "  어느 순간, " home sweet home " 은 " 이눔의 집구석 " 으로 변해서 가족을 공격하기 시작한다. 이층 거실에 놓인 안락의자'가 한밤중에 삐걱삐걱 흔들릴 때, 그것은 더 이상 안락의자가 아니라 안락사 의자다. 

집의 배신은 주로 집이 장소4) 에서 공간으로 변하는 시점에서 발생하게 된다. 여기서 공간(空間)은 한자의 구성대로 " 사이(間) "  에 " 구멍(空) " 을 생긴 곳이다. 낯선 타자가 숨어 있기 좋은 곳이다. 한자 間은 그 사실을 선명하게 보여준다.  間은 두 개의 문짝(門)이 닫힌 모양을 보여주는데 문짝과 문짝 사이에 달빛(月이 日로 바뀌었다. 閒과 間은 모두 사이 간이다)이 비치는 형국이다. 문짝과 문짝 사이에 빗장이 걸렸다면 달빛이 새어들어올 리 없지만 달빛이 스며든 것으로 보아 문이 열렸다는 것을 보여준다. 그것도 한밤중에 말이다. 누군가가 몰래 잠입하기에 딱 좋은 밤이다.

아닌 게 아니라 한자 < 間 > 에는 몰래, 비밀스럽게, 사이에 끼다, 섞이다, 엿보다, 살피다, 틈을 타다, 범하다의 뜻도 가지고 있다. 공포스러운 집과 관련된 영화들이 대부분 가족의 상실(해체)'을 시발점으로 사건이 발생한다는 것은 눈여겨볼 만한 지점이다. 영화 << 엑소시스트 >>에서 열두 살 소녀 리건이 이상 증세를 보이는 시점은 부모가 이혼하는 시기와 일치한다(리건은 엄마와 함께 산다. 아빠는 간간이 전화로 안부를 묻는다). << 엑소시스트 >> 는 아버지의 빈 자리에 낯선 타자가 침입하면서 발생하게 되는 공포를 다룬 영화'다. 귀신 들린 집을 다른 식으로 표현하면 숨어 있기 좋은 집'이다.  누가 ?!  낯선 자가 !  

그렇기에 하우스 호러에서 공포를 양산하는 장소는 모두 숨어 있기 좋은 곳에서 발생한다. 이 공간이 많을수록 공포는 풍부해진다. 하우스 호러 속 지하실과 다락방은 구멍이자 얼룩이자 깊은 밤 열린 문 사이로 소리 없이 스며든 달(月)인 셈이다.  하우스 호러를 대표하는 << 헌티드 힐 >> 시리즈 , << 아미티빌 >> 시리즈, << 컨저링 >> 시리즈가 모두 복층 구조의 주택이라는 점은 구멍으로 작동하는 공간들이 공포의 발화점으로 작동한다는 사실을 말해 준다. 즉, 단칸방에서는 하우스 호러물을 만들 수 없다는 점이다. 한국 영화가 유독 하우스 호러물을 생산하지 못하는 데에는 아파트와 빌라로 대표되는 주거 문화 탓이 크다.

타자들이 숨어 있을 곳마저 부족한 공간에서 한국인은 살아간다.  살아갈 터가 좁아질수록 한국인이 느끼는 공포는 공간적 공포가 아니라 경제적 공포'다.  박찬욱 감독이 연출한 영화 << 아가씨 >> 에서 하녀인 김태리가 처음 대저택에 입성했을 때 느끼는 감정은 기이함이다. 하녀의 눈으로 본 으리으리한 대저택은 으스으스한 공간처럼 보인다. 하녀가 아가씨에게서 이 집 이모가 죽은 사연'을 듣게 되었을 때 내뱉은 독백은 인상적이다.  " 집이 너무 커서 미쳤나 ? "  이 독백은 이 영화 전체를 요약해 준다. 여러분들의 수많은 조롱에도 불구하고 내가 이 영화를 하우스 호러'라고 주장하는 이유'이다.

이 독백을 듣고 나자 내 머릿속에서는 어떤 상상이 빙빙 떠도는 거라. 대한민국에서 가장 큰 집은 어디일까 ?  당연히 삼청동 블루하우스.  대문을 열고 나서도 한참을 들어가야 하니 말이다. 공간이 넓다는 것은 그만큼 달빛이 스며들기 좋다는 의미이기도 할 터. 나는 하나의 거대한 시놉시스를 생각했다. 4월 봄날에 죽은 악령이 출몰하여 블루하우스를 배회하는 장면들. 이 영화를 보기 전,  극장 로비에서 세월호 의인 김관홍 잠수사가 자살을 했다는 기사를 접했다.  그래서 그랬을까 ? 하녀의 독백이 유독 강렬하게 다가온 이유. 미치지 않고서야 세월호 사건을 이렇게 방치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빈다 ■








​                                       



0)         제목은 미국 포르노 영화의 문제작 << 목구멍 깊숙이 >> 를 패로디했다.  포르노 영화 << 목구멍 깊숙이 >> 가 목구멍 깊은 곳에 성감대를 가지 여성의 구강 성교를 다뤘다면,  영화 << 아가씨 >> 에서 음란서생인 남성들은 모두 귓구멍에 성감대를 가지고 있다. 책 읽어주는 여자 아가씨(김민희 분)는 귓구멍 깊은 곳에 성감대를 가진 남성의 욕망을 충족시키기 위해 착취되는 여성이다.

1)         미학적 개념이 단 몇 줄로 요약될 수 있다면 그것은 미학이 아니라 미역'이다. 미안하다, 아재 개그'다.

2)        독일어 Unheimlich의 영어식 번역이 uncanny다.

3)        영화 << 링 >>

4)        장소가 채워진 곳이라면 공간은 비워진 곳이다

 




 

 


댓글(6) 먼댓글(0) 좋아요(23)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samadhi(眞我) 2016-06-19 14: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안락사의자ㅋㅋ 그거 있다면 하나 갖고 싶어요.

곰곰생각하는발 2016-06-19 14:35   좋아요 0 | URL
안락사의자의 거침없는 공격을 당해보지 못하셨군요. 그냥 안락의자를 추천합니다..

samadhi(眞我) 2016-06-19 14:36   좋아요 0 | URL
제가 안락(?)사를 동경하고 있어서요. ㅎ

곰곰생각하는발 2016-06-19 14:40   좋아요 0 | URL
아하... 하긴 편하게 죽는 거는 아마 인간의 가장 큰 욕구이기도 할 겁니다..

stella.K 2016-06-19 14:3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헉, 왜 죽었을까요? ㅠ

아가씨 보셨나 봐요. 적지 않은 주로 여성 관객이되겠지만 동성애 장면이
불편하다고 하더군요. 하긴 박찬욱 감독의 영화가 편하게 볼 수 있는 영화는 아니잖아요.
그런데 요즘 영화들 수위 쩌는 영화들이 많더군요.
겉으로 볼 땐 퇴폐의 미학 어쩌고 하겠지만 영화를 보면 감독이 보인다고
전반적으로 보면 여자를 거칠게 다룬다는 인상을 지울 수가 없더군요.
여자 감독이면 저렇게 하지 않을 텐데 그런 생각이 들어요.
모든 게 다 그렇지만 영화는 남자 이야기로구나 그런 생각을 많이해요.
여성 감독들이 많이 나와줘야 할 텐데...
이러다 언젠가 여성 감독이 복수하겠다고 남자들을 훅 차 주는 영화가 나올 것도 같아요.ㅋㅋ

곰곰생각하는발 2016-06-19 14:41   좋아요 0 | URL
이성애 여성이 레즈비언 섹스씬을 보는 건 당연히 불편하지 않을까요. ( 스텔라 님 보셨나요 ? )
저도 남성들 간 섹스씬을 보는 건 당연히 불편합니다. 피장파장임 -_-


이 영화에 대한 비판 중 하나가 여성 연대를 이야기하면서 섹스씬에서 남성 판타지를 충죽시킨다고 비판하는데
전 좀 생각이 다릅니다. 개인적으로 섹스씬이 야하지 않습니다. 즉, 남성 판타지를 충족시키지 않은 거죠. 개인적우다가..

좀 우스꽝스럽게 묘사가 됩니다. 전 그게 좋더군요. 만약에 박찬욱이 남성 판타지를 충족시키기 위해서 두 여성 간 정사씬을 묘사했다면 훨씬 에로틱하게 묘사되었을 겁니다. 전 그게 감독의 의도라고 보는데.. 많은 분들은 그리 생각하지는 않더군요.. 전 정사씬에서 박쥐를 많이 떠올렸습니다.
 
마음 읽기 - 삶의 의미를 재정립해 주는 심리 처방전
황상민 지음 / 넥서스BOOKS / 2016년 6월
평점 :
품절


 

 

 

 

 

 

 

 

 

 

 

먼지의 두께







                                                                                               친구는 달동네에서 살았다. 그곳은 강남 타워팰리스 뒷편에 있는 빈민촌 구룡마을 같은 곳. 부촌(까지는 아니었지만, 중산층 거주 지역이라고 해 두자) 을 지나야 달동네 초입에 진입할 수 있는 구조였다.

계급 갈등 느끼기에 딱 좋은 곳이었다. 지방에서 올라온 친구는 주거비를 최대한 아끼다 보니 달동네에서도 우듬지에 속하는 곳에 방을 구할 수밖에 없었다. 겨울에는 내리막길에서 넘어지기 일쑤였고, 여름에는 오르막길을 오르다 지치기 일쑤였다. 또한 밤에 날아다니는 날벌레들은 어찌나 많던지.  하지만 친구의 아지트는 고통을 감내할 만한 아우라가 있었다. 늦은 밤,  불륨을 낮춰 음악을 듣고 있노라면 숲에서 우는 풀벌레 소리와 어우러져서 밤의 묘한 정서를 내품고는 했다. 어느 날이었다. 손질이 잘 된 정원이 있는,    꽤 근사한 집 대문 앞에 대형 스피커 두 개가 버려져 있는 것을 발견했다.

평소 얼터너티브 롹이나 재즈 뮤지션을 들먹이며 나를 주눅들게 했던 친구는 버려진 스피커를 보더니 낮게 외쳤다. " 시바...... 마린츠 스피커다 ! "   그 친구 왈, 그럭저럭 좋은 스피커'란다. 컴퓨터용 스피커로 음악을 듣던 친구는 욕심이 난 모양이다.  문제는 대형 스피커의 무게가 아니라 고장 유무였다.  저 무거운 것을 들고 자취방까지 가자니 얼추 30분.  더군다나 30도를 웃도는 한여름의 더위.  더더더더군다나 가파른 오르막길, 달동네의 끝 !  만약에 땀 뻘뻘 흘리며 가져간 스피커가 고장난 것이라면 ?!  우리는 갈등했다.  아니, 그 친구는 갈등했다.

나는 좋은 추론 한 개와 나쁜 추론 한 개'를 생각했다. 좋은 추론은 정원 손질이 잘 된 정원으로 보아 스피커는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고가(高價)일 수 있다는 점, 나쁜 추론은 물건을 버렸다는 것은 고장난 확률이 팔 할이라는 점. 나는 고장나지 않을 확률인 이 할'에 판돈을 걸기로 했다. 버려진 마린츠 스피커가 고장이 나지 않았다고 생각한 데에는 < 먼지의 두께 > 때문이었다. 스피커는 비교적 깨끗했는데 유독 옆면이 먼지를 뒤집어쓴 채였다. 그 사실은 스피커를 옆으로 누인 채 오랫동안 방치했다는 것을 의미했다. 두께로 보아 오랜 세월이 흘렀다는 사실을 유추할 수 있었다. 아마도 다락방이나 창고에 오랫동안 보관되었던 듯싶었다.

" 유레카 ! "  만약에 당신이 주인이라면 고장나서 쓸모없는 스피커를 오랫동안 창고에 보관할까 ?  스피커 한쪽 면에 쌓인 먼지의 두께가 말하고 있는 것은 " 버리기엔 아까운 물건 " 이라는 사실이었다. 쓰자니 싫증은 나고 버리자니 아까운 물건. 즉, 고장은 나지 않았지만 싫증이 난 물건'이라고 생각했다. 내 예상은 적중했다. 스피커는 훌륭했다. 무엇보다도 높은 출력에서 터지는 고음의 박력과 섬세한 중저음은 메이드 인 차이나에서 만든 컴퓨터용 스피커와는 비교 자체가 불가능했다.  아, 아아아아아. 영화 << 쇼생크 탈출 >> 에 나오는 그 유명한 장면처럼 우리는 감동에 겨워 음악을 " 느끼고 " 있었다.

그때 누군가가 외쳤다. " 야, 시바 !  이 동네, 너희들이 전세 냈니 !!! "     이 경험은 나를 탐정의 세계로 이끌었다. 이 정도 추리에도 희열을 느끼는데 추리로 사건을 해결한 탐정은 얼마나 짜릿할까. 탐정은 타인(범죄자)의 마음을 읽는 직업이다. 좋은 탐정은 증거를 찾는 것보다 동기를 찾는 것을 우선한다. 수많은 추리소설이 증명했듯이,  " 눈에 띠는 증거물 " 은 조작될 가능성이 높은 증거물이다. 살인 현장에서 발견된 < 오후 3시 26분에 멈춰진 시계 > 는 범인이 알리바이를 증명하기 위해 조작한 미끼라는 사실을 독자는 알고 있다.  그따위 트릭에 속지 않아 !  그런 의미에서 프로이트는 탐정이다.

프로이트는 마음을 읽는 탐정이다.  그래서 나는 프로이트 논문을 추리소설처럼 읽는다. 논문이 소설보다 재미있을 수도 있다는 사실을 알려준 사람은 프로이트였다. 대한민국에서 가장 hot 해서 언터쳐블(言touchable)인 김연아와 박근혜를 건드렸다가 한방 먹은,  심리학계의 셜록 홈즈인 황상민 교수가 쓴 << 마음 읽기 >> 는 제목 그대로 한국인의 다섯 가지 심리 유형에 대한 이야기'다. 그의 분류에 의하면 나는 아이디얼리스트에 속한다. 좋게 표현하면 개성 있고 독립적이고 나쁘게 말하면 독고다이에, 사교성 부족에, 중2병'이다. " 뭣이 중2인도 모름서 " 혼자 잘난 맛에 살았던 인간.

그래서 뭣이 중헌지도 모르냐고 욕을 먹던 시절.  캬, 눈물이 앞을 가리는구나.  세계인이 나를 왕따시키는 것이 두려워 내가 먼저 세계인을 상대로 왕따시켰던 세월들이 판타스틱한 총천연색 환등상'처럼 스치고 지나갔다.  헤어진 옛 애인은 나에게  자주 " 나 없이도 잘살 것 같아.... " 라는 소리를 했는데,  이 책에서도 똑같은 지적을 한다.

 



(아이디얼리스트 유형은) 연애가 관계의 모드가 발전하면 할수록 연인에게 " 나 없이도 잘살 것 같아 " 라는 말을 듣기 쉽다

- 269쪽



잘살기는......  개뿔 !   황상민이 지적한 다섯 가지 심리 유형(리얼리스트,로맨티스트,휴머니스트,아이디얼리스트,에이전트) 가운데 내 유형이 가장 찌질한 유형 같다.  이 책을 덮고 나자마자 그 옛날 마린츠 스피커 에피소드가 생각났다. 알듯 말듯 싶다. 그 더운 여름날에 친구 자취방에서 마린츠 스피커를 엠프에 연결했을 때의 환희를 기억한다.   첫 소리가 마린츠 스피커를 타고 웅웅 울렸을 때의 환희.  그때 비로소 스피커 옆면의 먼지를 닦았던 기억이 난다. 고장난 스피커를 닦는다는 것은 의미가 없을 테니깐 말이다. 이 책을 읽다가 우울해졌다.  에라이, 오늘도 한잔 하련다. 문득,  심리학자란 심장 위에 쌓인 먼지를 닦아주는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 그러니깐 말이죠. 흠흠. 심장 위에 먼지가 잔뜩 쌓였다는 것은 말이죠. 흠흠. 오래 쓰다 보니 실증은 났는데 그렇다고 버리자니 아까운 것입니다.  나랑 사귀자니 싫고 남 주자니 아까운 것과 같은 심리라고나 할까요.  집에 가서 연결해 보세요.  고장나지는 않았으니 우심방과 좌심실을 연결하면 심장 박동 소리 우렁차게 울릴 겁니다. 울지 마시고요. 아, 울지 마시라니까요. 네, 네네. 그럼요...... "  



 

 


댓글(12) 먼댓글(0) 좋아요(28)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2016-06-14 16:41   URL
비밀 댓글입니다.

곰곰생각하는발 2016-06-14 16:44   좋아요 0 | URL
ㅋㅋㅋ 그렇군요. 그런 해석도 가능합니다... 제가 좀 사람을 외롭게 하는 스타일인가 봅니다..

새알 2016-06-14 19: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와 글 재밌게 읽고가요! 전 프로이트 책을 자기전 수면제로 쓰는데 추리소설 읽듯이 재밌게 보시는군요~! 마음읽기도 전 어떤유형일지 궁금해서 읽어봐야겠네요^^

곰곰생각하는발 2016-06-14 20:31   좋아요 0 | URL
파파이스에서도 요즘 시리즈로 황상민 교수 심리법 강의를 하고 있으니 방송도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

2016-06-14 19:4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6-06-14 20:30   URL
비밀 댓글입니다.

나와같다면 2016-06-14 21:2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곰곰생각하는발 님
예민하고 섬세함이 느껴져요.. 프로파일링 작업도 어울리실 듯..

곰곰생각하는발 2016-06-15 12:31   좋아요 0 | URL
심리학이 일종의 프로파일이죠.. 정신분석의나 심리학자 보면 프로파일러 같다는 생각이 들곤 합니다.
한국에 탐정 면허 생기면 공부 좀 해야겠습니다. 허허..

samadhi(眞我) 2016-06-15 08: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친구네 자취방 재밌었겠다. 저도 고등학교 때 살다시피한 친구네 자취방이 그리워요. 학교 생활은 죽도록 재미없었지만 학교 담을 넘어 찾아간 그 방에서 마음껏 늘어져 지내는 기쁨. 자취방에는 친구의 언니 둘이 같이 있어서 제겐 친구가 둘이나 더 늘었던 셈이죠. 보고싶네요 자취방 폐인들 ㅋㅋㅋ

곰곰생각하는발 2016-06-15 12:33   좋아요 0 | URL
친구 자취방은 뭐든 최고죠.. ㅎㅎㅎ
왜 자취방 보면.. 거 뭐냐 비니루로 된 옷장 있잖습니까..
책은 한쪽 벽에 쌓여 있고...
자취방 분위기는 다 비슷비슷해요..

요즘 그런 옷장이 아 비키니 옷장이라고 하나요. 요즘은 그런 옷장이 없는 듯 합니다..

stella.K 2016-06-15 17: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정말...! 왤케 글을 잘 쓰시는 겁니까?
이거 다음 달 당선작 될 것 같아요.
저도 언제고 곰발님같이 쓰면 이달의 당선작 될 수 있을까요?ㅠㅠㅠㅠㅋㅋㅋㅋ

심리학 서적은 안 읽은지가 꽤 되는데 이 글 읽으니까 왠지 읽고 싶군요.
저도 심리학에 심취한 시절이 있었는데...ㅠ
그래서 곰발님은 프로이트를 다 독파하셨나요?

에이전트는 어떤 유형인가요? 저는 리얼리스트쯤 되려나...요?ㅋ

곰곰생각하는발 2016-06-15 17:33   좋아요 0 | URL
황상민 교수의 심리유형테스트는 현재 파파이스에서 방영되고 있습니다.참고하시기 바랍니다..


황교수 말로는 한국인은 대부분 리얼리스트라고 하네요. 50% 정도...
에이전트를 대표하는 인물은 이금희라고 합니다..
아주 성실한 인간형... 일, 일, 일, 일... 이런 유형이 에이전트라고 합니다..



제 유일한 자랑이 프로이트 전작주의자라는 사실 아닙니까..
황금가지에서 프로이트 전집이 나왔을 때 읽었으니.. 뭐 대부분 읽은 것은 분명합니다아.. (자랑 ~ )
 

 

 

 

 

 

 

 






                                                               

킹콩은 왜 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에 올랐을까 :









하드-바디의

     물컹물컹한 몰락 








                                                                                                        민들레처럼, 그래 말문을 " 민들레처럼 ㅡ "  이라는 표현으로 시작하자.  킹콩이 민들레처럼 무거운 엉덩이를 땅바닥에 바짝 붙이고 살았다면 영화 << 킹콩 >> 은 만들어지지 않았다.  킹콩 이야기'는 킹콩이 하늘 높이 치솟은 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을 오를 때 본격적으로 작동된다.

킹콩은         :           정상을 정복하기 위해서 오르는 것이 아니라 눈물을 머금고 나락으로 추락하기 위해서 오른다.  괴물이 등장하는 거의 모든 영화가 그렇듯이,  그 또한 < 정상(頂上)을 정복 > 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인간의 < 정상성(定常性)을 회복 > 하기 위해 희생되는 존재'다. 인간은 괴물의 출현으로 인해 자신이 잃어버린 인간성에 대해 성찰하게 된다. 그렇기에 괴물은 휴머니티'다.  내가 이 영화를 흥미롭게 보는 이유는 킹콩이 수컷이라는 데 있다. 단언컨대, 킹콩이 암컷이었다면  발기된 남근처럼 우뚝 솟은  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을 오르지 않았을 것이다. 

출세를 위해서라면 피도 눈물도 없이 위만 보고 달리다가 나락으로 추락하는 것은(혹은 금지된 대상을 얻기 위해 금지를 넘는) 대부분 남성이었다. 정상을 눈앞에 두고, 혹은 정상에 오른 남성이 지나친 욕망 때문에 나락으로 떨어지는 서사'는 너무도 많아서 일일이 열거하기가 불가능할 정도'다. 곰곰 생각하고 꼼꼼하게 들여다보면 킹콩은 거대한 고릴라'라는 외피를 둘렀을 뿐 사실은 남성의 정상과 몰락을 다룬 비극에 대한 은유'라는 사실을 발견하게 된다.  또한 발기 불능에 대한 공포로도 읽혀진다.  헐크와 킹콩은 모두 팔루스Phallus 를 대표하는 이미지'이다.  하지만 차이가 있다. 

<< 헐크 >> 가 발기된 남근의 활약상을 다룬 이야기라면, << 킹콩 >> 은 거세된 남근의 비극을 다룬다.  우우, 하지 마시라.  활극 영화'에서 대다수 남성들은 떨어져 죽는다.  빌딩에서 떨어져 죽고, 달리는 말에서 떨어져 죽고, 용문객잔 2층에서 칼싸움하다 떨어져 죽는다.  그러니까,  남자들은 죽을 때 떨어져 죽는, 추락 이미지'를 자주 사용한다.  반면에 여성의 죽음을 추락 이미지로 사용하는 예는 남성에 비해 그 수가 극히 적다.  여자는 떨어져 죽지 않고 그냥 그 자리에서 조용히 죽는다. 보다 정확히 말하자면 남자는 < 떨어져 > 죽고 여자는 < 쓰러져 > 죽는다. 

지금까지 당신이 보았던 영화들을 파노라마처럼 나열해 보면 무릎 탁, 치고 아, 할 것이다. 

 

 

 떨어져 죽는 남자의 원형이 바로 킹콩인 것이다. 추락이 곧 죽음을 의미한다는 점에서 지나친 욕망 때문에 정상에서 추락하는 서사는 남성의 거세 공포를 내포하고 있다.  그것은 마치 발기된 페니스가 사정 후 히마리 없이 쪼그라드는 것을 닮았다. 하드-바디'의 물컹물컹한 몰락은 내 눈에는 얼라의 고추'처럼 보인다. 맨스플레인은 바로 우듬지로 기어오르려는 남성 본성에서 비롯된 현상이다. 남성은 자신의 시선이 앙각(仰角 : 낮은 곳에서 높은 곳에 있는 대상을 올려다 볼 때의 시각)일 때 비애를 느낀다. 페니스는 위에서 아래를 내려다볼 때보다  아래에서 위를 바라보는 시선에 위치할 때 커보인다.

같은 사이즈라 해도 위에서 내려다볼 때보다 아래에서 올려다볼 때가 다른 것이다. 하석보다는 상석을 차지하는 것이 유리한 대목이다. 그래서 남성은 자신의 시선이 부각(俯角 : 높은 곳에서 낮은 곳에 있는 대상을 내려라 볼 때의 시각)이 될 수 있는 대상과 대화하기를 선호한다. 상대가 자신을 바라볼 때 올려다봐야 하니깐 말이다. 어때, 내 거시기가 더 큰가 ?  이처럼 맨스플레인1), 꼰대, 갑질, 충고 따위는 모두 높은 곳으로 기어오르려는 습속이 만들어낸 현상이다. 그들은 부각의 세계가 되어야 마음이 편하다.  우러러보기 싫다는 고집이 만들어낸 세계다. < 부각의 세계 > 가 만든 것으로는 언어도 포함되어 있다.

여성을 낮잡아 부르는 낱말은 물론이고 여교사, 여배우, 여교수, 여의사 따위도 여성을 대상화한 단어들이다. 그것들은 특정한 직업군에서 여성을 따로 구분하여 구별 짓는다. 이런 단어들은 대부분 성적으로 소비된다. 하지만 명심해야 될 것이 하나 있다. 부감을 얻기 위해서는 그만큼 추락의 위험을 감수해야 한다는 점을 염두에 두어야 한다.

하나를 얻으면 하나를 내놓아야 하는 법. 그게 세상 사는 이치'다.




​                                      

1)       맨스플레인(mansplain)   :   남자(man)와 설명하다(explain)을 결합한 단어로, 대체로 남자가 여자에게 잘난 체하며 아랫사람 대하듯 설명하는 것을 말한다.

  

 


댓글(2) 먼댓글(0) 좋아요(2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2016-06-13 18:0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6-06-14 13:24   URL
비밀 댓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