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로사회
한병철 지음, 김태환 옮김 / 문학과지성사 / 201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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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 건너 빌 보듯 :

물불 안 가리고


 

                                                                                                

                                                                                                1970년 강건너 빌보드 차트 1위 곡은 사이먼 앤 가펑글의 << 험한 세상에 다리가 되어 >> 라는 팝송이었다.   피로하고 지친 당신이 작게만 느껴지고 /

당신의 눈에 눈물이 고이면 / 내가 닦아 줄게요 / 험한 물살 위에 다리가 되어 드릴게요 / 견디기 어려운 밤이 찾아올 때 / 내가 당신을 위로해 드릴게요 / 네가 당신 편에 서 드릴게요...... 한국에 << 여러분 >> 이란 가요가 있었다면 미국에는 << 험한 세상에 다리가 되어 >> 라는 팝송이 있었다. 1970년이면 오일쇼크로 전세계가 휘청거렸던 시대이니 남성 듀엣이 부르는 달달한 하모니에 피로한 대중이 응답한 모양이다. 가사를 음미하면서 듣다가 문득 19살 수리공의 죽음이 떠올랐다. 우리는 과연 험한 세상에 필요한, 야곱의 사다리를 만들 수 있을까  _  그런 낙담. 이 글은 힘과 불에 대한 이야기다.

추운 겨울에도 런닝을 하고 나면 땀이 난다. 몸은 힘(力)을 쓰면 열(火)이 발생하기 마련. 발열 현상은 자연스러운 것이다. 한자 勞 : 일할 노/로'는 이 과정을 고스란히 보여준다. 노동자란 결국 자신의 심지(心-)에 불을 붙여 열-에너지'인 노동(勞動)을 파는 직업군'이다. 그것은 촛불과 같아서 힘(力)과 불(火)을 팔아 재화를 얻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 노동자의 운명이다. 노동이 몸을 움직여서(動:움직일 동) 힘과 불을 만들어낸다는 측면에서 노동에 의한 열 에너지 생성은 운동 에너지이면서 위치 에너지의 성격을 띤다.

반면 근로(勤勞)는 노동자의 유한한 힘과 불을 최대한 착취하려는 형국이다. 한자 근(勤)에서 음에 해당되는 菫 : (노란)진흙 근'은 동물 가죽을 불에 말리는 모양으로 건조 과정에서 가죽에 바르는 흙과 불이 결합된 글자'다.  즉, 근로'라는 조합은 노동자의 힘과 불을 강화하는 성격이 짙다. 한자의 형국만 봐도 앙상한 가죽이 될 때까지 노동자의 노동을 착취하려는 모습이다. 불난 집에 부채질하는 꼴.  勞와 勤의 사전적 의미만 보아도 그 차이는 분명하다.  勞의 뜻은 < 일하다 > 이고, 勤의 뜻은 < " 열심히 " 일하다 > 이다. 기득권 세력인 자본가가 노동자를 악착같이 근로자'로 바꿔부르는 이유이고 노동자의 날을 근로자의 날로 강제하는 이유'이다.

그들이 보기에 노동자가 " 일하는 것 " 은 일하는 게 아니다. 하는 일도 없으면서 꼬박꼬박 월급만 받아간다고 생각한다. 그들은 노동자가 " 땀 흘리며 부지런히 일해야 " 노동자'답다고 생각한다.  철학자 한병철은 한국 사회를 << 피로 사회 >> 로 규정했다. 疲 : 피곤할 피에 勞 : 일할 로'이다. 한자 疲의 부수가 : 병들어 기대다' 이니 피골이 앙상한, 가죽만 남은(皮 : 가죽 피) 몸으로 병실에 누워 있는 사회'란 말이다. 근로자의 미래는 피로 사회'인 셈이다. 피로 사회는 곧 과로 사회이며 과열 사회'이다. 철학자 한병철이 과로 사회나 과열 사회'라고 명명해도 될 것을 굳이 피로 사회'라고 한 데에는

앙상한 가죽만 남은 채 병실에 누워 있는 상징성 때문에 선택한 결정이 아닐까 싶다. 근로(勤勞), 피로(疲勞), 과로(過), 과열(過), 열심(心), 열정(熱情)의 공통점은 불기운'이다. 이들 한자의 부수는 모두 불(火, 灬 ) 이다. 곰곰 생각하면 한국 사회를 작동시키는 에너지는 불기운'이다. 노동의 가치는 폄하되고 근로의 가치가 숭앙받는 사회이며, 삶의 목표는 열심히 하는 것이다. 또한 열정은 올바른 청년을 상징하는 키워드'이다. 우리는 단 한번도 < 열심히 살아야 된다 > 거나 < 열정을 불태워라 > 라는 문장을 의심한 적이 없다. 삶은 열심히'라는 부사가 수식해야 가치가 있고 열정은 불태워야 멋있다.

하지만 그것은 소진일 뿐 생성이 아니다. 차가운 물은 떨어지면 위치 에너지(수력발전소)를 발생하고 뜨거운 불은 화력 에너지(화력발전소)를 발생하지만, 전자는 재생이 가능하지만 후자는 재생이 불가능하다. 다 타버린 불쏘시개는 재생산되지 않고 재로 남는다. 19살 수리공은 끼니를 챙길 시간도 없어서 연장을 담는 가방 속에 컵라면과 숟가락을 챙겼다고 한다. 끼니를 챙길 시간도 없이 땀 흘려 일을 하니 자본가가 자랑스럽게 생각하는 모범적인 근로자상'이다. 그에게 돌아온 것은 쇄신(碎身)이었다. 뼈를 가루로 만들고 몸을 부순다는 뜻으로,  정성으로 노력한다는 의미인 (분골)쇄신은 역설적으로 문자 그대로 쇄신'이 된 것이다.

불꽃 투혼(한화)이라는 말로 포장된 과잉 근로 예찬의 결과는 참담할 뿐이다. 김성근은 근로를 예찬하는 상징적 인물이다. 휴식보다는 훈련을, 실수에는 징벌을 내리는 감독이다. 이기기 위해서는 물불 안 가리는 감독으로도 유명하다. 그런 그가 한국의 모범적 리더'란다. 김성근이 박근혜와 악수를 나눈 장면은 상징적이었다. 병든 사회, 불 보듯 뻔한 결과'였다. 불보다는 물이 필요한 사회'다. 지구온난화의 주범은 온실 가스'가 아니라 노동자를 한갓 불쏘시개로 생각하는 근로 사회'가 만든 결과가 아닐까 싶다.  물불 안 가리는 사람은 되지 말자.  불을 보면 강 건너 불 보듯 하지 말고 끄읍시다. 물과 불은 가립시다, 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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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6-01 09:1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6-06-01 09:29   URL
비밀 댓글입니다.

syo 2016-06-01 11:0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물이 필요한 사회ㅠ 정말 공감합니다. 물이라고는 온통 눈물밖에 없는 사회네요.

곰곰생각하는발 2016-06-01 16:17   좋아요 0 | URL
정말 물이 필요한 사회입니다. 피해자 어머니의 기자회견문 읽으면 정말...뭐라 할 말이 없습니다.

만화애니비평 2016-06-01 13:1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곰발님 보러 서울이나 놀러갈까나

곰곰생각하는발 2016-06-01 16:16   좋아요 0 | URL
놀러오시기 전에 연락주십시오. 막걸리 한 잔 해야죠..

2016-06-01 16:41   URL
비밀 댓글입니다.

곰곰생각하는발 2016-06-01 18:15   좋아요 0 | URL
일정 조율되면 말씀하십시오. 장소는 뭐... 그때 그 막걸리집 아시죠 ? 유진식당 거기로 정하고... 시간만 조율하십시다요.. 저 핸폰은 정지된 상태여서 통화가 불가능합니다. -_- ; 요즘 날씨, 유진식당에서 한 잔 하기정말 좋은 날씨입니다... 대환영 ~~

cyrus 2016-06-01 17: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작년 한화 광고 멘트가 ‘나는 불꼬치다(나는 불꽃이다)’라고 들려서 팬들이 조롱하던 기억이 납니다. 미운 놈 계속 보면 정드는 것처럼 요즘 한화 경기를 보면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어요. 어제 삼성 넥센 전 안 보고 한화 SK 경기를 봤어요. 사실 어제 삼성 선발 웹스터라서 이길 거라고 생각 안했거든요. SK 선발 김광현을 내리는 경기를 보면서 안 좋아할 수가 없더군요. 삼성 넥센 3연전 끝나면 한화와 3연전인데 이러다가 한화한테 스윕패 당할 것 같습니다. 롯데보다는 한화가 도깨비팀 같습니다. ㅎㅎㅎ

곰곰생각하는발 2016-06-01 18:04   좋아요 0 | URL
아. 이 색휘들 갑자기 잘하네요. ㅎㅎㅎ
하지만저는 그닥 희망은없는 것으로 보입니다. 제가 팀 평가할 때 무엇보다 중요하게 생각하는 게 팀 방어율인데... 한화가 연승을 달린 데에는 공격력 때문 아니겠습니까. 투수진은 붕괴된 것이 맞습니다. 선발진 붕괴된 팀이 잘된 거 전 보질 못해서.. 하튼.. 삼-한 경기 때 삼성 열렬히 응원하겠습니다..

yamoo 2016-06-01 17:3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근로(勤勞), 피로(疲勞), 과로(過勞), 과열(過熱), 열심(熱心), 열정(熱情)의 공통점은 불기운`이다. 이들 한자의 부수는 모두 불(火, 灬 ) 이다. 곰곰 생각하면 한국 사회를 작동시키는 에너지는 불기운`이다.

정말 탁견이십니다!

하지만 그것은 소진일 뿐 생성이 아니다. 차가운 물은 떨어지면 위치 에너지(수력발전소)를 발생하고 뜨거운 불은 화력 에너지(화력발전소)를 발생하지만, 전자는 재생이 가능하지만 후자는 재생이 불가능하다. 다 타버린 불쏘시개는 재생산되지 않고 재로 남는다.

아, 참으로 맛난 문장들입니다.

역시, 곰발 님은 까는 글에 빛을 발합니다! 이런 글에는 촣아요가 몰빵으로 달려야 하는데 말이지욤^^


곰곰생각하는발 2016-06-01 18:07   좋아요 0 | URL
늘쌍 좋게 생각해 주시니 몸둘 바를 모르겠습니다.
좋게 말해서 불기운이지 국민을 석탄으로 생각하는 놈들입니다.
국가 동력을 국민 석탄으로 보충하려는....

조선일보 어제 기사 보셨습니까.
사고 원인은 19살 노동자가 전화 통화를 하고 있었다고.. 그래서 사고가 난 것이라고..
이거 오늘 반박 기사 나왔더군요.

통화는 사고 당시가 아니라 희생자가 사고 전에 회사와 연락한 것이라고..
명백한 오보죠. 사과의 말도 없네요. 죽은 사람에게 죄를 뒤집어씌우려고 하다니...

2016-06-01 19:1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6-06-01 19:2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6-06-01 19:39   URL
비밀 댓글입니다.

곰곰생각하는발 2016-06-01 19:56   좋아요 0 | URL
종로 2가에서 알라딘 중고 서점이 있습니다. 그곳에서 시간을보내셔도 됩니다...

그럼 그때 뵙도록 하겠습니다..

2016-06-01 21:01   URL
비밀 댓글입니다.

곰곰생각하는발 2016-06-02 09:56   좋아요 0 | URL
올 사람도 없습니다. 네이버 이웃 거의 다 이웃 해제한 상태라...
 

 

 

 


 

열정 같은 소리 하고 있네 !

 



                                                                                                        화통을 삶아먹어야 기차는 달리고, 불이 있어야 쇠를 녹여 도구를 만들고,  태양이 있어야 꽃은 피고, 꽃이 피어야 꽃 핀다고 술 한 잔 하고, 꽃이 져야 꽃 진다고 술 한 잔 하다 보면 뜨거운 사랑이 싹 트는 법.   어머, 오빠 몸이 불덩이 같아요. 기승전열 ! 열이 있어야 에너지가 발생한다.  사람도 마찬가지다.  인간은 기본적으로 36.5도의 항온성을 유지하는 불씨'를 몸에 담고 있어야 움직일 수 있다. 불씨가 있어야 불꽃이 되니까.

에너지 소모가 극심한 운동을 하고 나면 몸이 뜨거워지는 이유도 사람은 열을 필요로 한다는 점을 상기시킨다.  클래식 - 좀비'가 행동이 느린 이유1) 불씨가 꺼진 차가운 몸 상태(시체)라는 데 있다. 만약에 좀비가 땀을 흘린다면 그것은 더 이상 좀비'가 아니라 굴비'여, 그려 안그려 ?    불한당(不汗黨)이라는 재미있는 단어가 있다. 영화 << 넘버3 >> 에서 송강호(조필)가 자세히 설명해서 유명해진 단어다. 아니 불(不), 땀 한(汗), 무리 당(黨)으로 이루어진 낱말로 일은 하지 않으면서 남 괴롭히는 일을 일삼는 파렴치한 잔당들이라는 뜻이다.  사전적 정의에 의하면 유한계급(有閑ㅡ)도 불한당에 속한다.

여기서 < 유한 > 은 有限 : 기한 한' 이 아니라 有閑 : 한가할 한' 이다.  이들이 땀을 빼는 곳은 일터가 아니라 사우나, 헬스장, 모히또'다. 시간은 많고 할 일(노동)은 없고 세계는 넓고 갈 곳은 많으니 " 모히또 가서 몰디브 한 잔 " 하는 족속이 탄생하게 된다.  땀 흘려 열심히 일하는 노동자인 무산(無産ㅡ) 계급 입장에서 보면 속터지는 풍경2) 이다. < 열심 > 이라는 단어도 따지고 보면 " 열 " 과 관련이 있다,  더울 열(熱)에 마음 심(心)이니 말이다.  心을 불태우는 행위가 바로 열정'이다.  유한계급은 무산계급'에게 < 열심 > 을 강조한다. 기업 이미지 광고'를 봐도 < 열 - 찬양 > 이다(꼴마초 군대 문화의 전형을 보여주는 한화 기업'이 불꽃 투혼이라는 문구로 이미지 광고를 하는 것은 꽤나 상징적이다. 왜 한국 청년들은 불꽃처럼 투혼을 발휘하다 소멸되어야 하나).

열심히 일한 당신은 (여행을) 떠나도 좋다거나, 땀 흘린 당신이 아름답다거나,  아름다운 열정이 보기 좋다고 강조한다. 모히또 가서 몰디브 한 잔 하는 족속이 땀을 예찬하니 웃기는 꼴이다. 열심히 일하는 모습이 보기 좋다면 모히또 가서 몰디브 한 잔 하는 여유는 부리지 못할 것이다. 그래서 나는 < 열심 > 이라는 단어가 참 엿같다.  노동자는 적당히 일한 권리가 있다.  불한당이 노동자에게 열정 따위 운운하며 땀을 예찬하니 괜히 불한당 소리 듣는 게 아니란 생각이 든다. 열역학 제1법칙에 따르자면 에너지는 형태가 변할 뿐 사라지거나 생성되지는 않는다. 즉, 열 에너지는 소모적이다. 열정을 태우는 것은 촛불을 태우는 것과 같아서 열을 많이 낼수록 심지는 그만큼 줄어드는 것,

 

열정적인 삶을 산 사람이 박명하는 이유도 어쩌면 열이 유한(有限)하다는 사실에 있는 것은 아닐까 ?   그래서 열심히 사는 것을 강조하는 사회를 볼 때마다 딴지를 걸고 싶다. 일해야 먹고 사는 사회이니 < 열심히 일해라 > 는 당위'에 딴지를 걸 생각은 없지만 < 열심히 살아라 > 라는 정언'에는 딴지를 걸고 싶다. 일은 일터의 영역이고 삶은 집터의 영역이다. 집에서마저 심지에 불 붙여 열정적인 삶을 살아야 할까. 집에서만큼은 불 붙은 심지를 끄고 모히또 가서 몰디브 한 잔 하는 상상을 꿈꾸며 여유를 즐길 수 있어야 하지 않을까 싶다. 행복도 부지런히 뛰어야 얻을 수 있는, 열과 관련된 결과'다.

 

좋은 아빠가 되기 위해서는 많은 노력이 필요하고 좋은 남편이 되기 위해서도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 좋은 아내도 마찬가지'요, 좋은 자녀도 마찬가지'다. 자신의 욕망을 타자에게 투영한 결과가 모범적 역할 대상'이다. 모범적 역할 놀이가 제대로 굴러갈 때 행복한 가정이 된다. 그런데 이상적인 행복을 얻기 위해서  상대에게 역할 모델을 강요하게 되면 역효과'가 발생하게 되리라는 사실도 계산에 넣어야 한다. 상대가 롤 모델에 실패하게 될 경우 옆집 남편은, 아랫집 아내는, 윗집 아들은, 친구 며느리는...... 으로 이어지는 잔소리가 시작되는 것이다.  열심히 살 필요 없다. 적당히 살아야 한다. 행복도 마찬가지'다. 

 

적당히 살아야 한다. 행복도 마찬가지'다.  열심, 열정, 투혼, 근로3), 행복 따위는 모두 열 - 에너지와 관련이 있다. 에너지는 생성되지 않는다. 한국 사회는 피로 사회'다. 노동을 무시하고 근로를 찬양하는 사회이다보니 과열/과로에 빠지는 것은 당연한 수순인지도 모른다.  DON'T TRY. 애쓰지 마라. 찰스 부카우스키의 묘비명이다 ■

 





덧대기4)

 

 

구의역 희생자의 母

 

 

바쁘신 와주신 와중에 우리 아이 이야기를 들으러 온 기자들에게 감사한다. 제가 엄마이기 때문에 용기를 내야 한다고 해서 왔다. 한 가지 부탁한다. 동생이 있다. 동생이 상처로 다치지 않도록 사진과 목소리 변조 부탁한다. 원하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뭐가 필요하겠는가. 아들이 살아서 제 곁으로 왔으면 좋겠다. 다시 돌아올 수 없는 우리 아들을 살려 달라. 저는 지금도 우리 아이가 온몸이 부서져 피투성이로 안치실을 있다는 것을 도저히 믿을 수 없다. 회사 측에서 지킬 수 없는 규정을 만들어놓고 그것을 우리 아이가 지키지 않아 그 과실로 죽었다고 한다. 죽은 자가 말이 없다지만 너무 억울하다.

 

메트로 설비 차장이 저희를 찾아와서, 보고하지 않아서 우리 아이의 과실이라고 말했다. 전찰 운항 중에 작업하면 죽는다는 걸 가장 잘 아는 게 정비기술자인데 어느 정신 나간 사람이 키를 훔쳐서 규정을 지키지 않고 그 위험한 작업을 하겠나. 우리 아이는 입사 7개월의 20살이다. 우리 아이가 잘못한 것은 밥 먹을 시간도 없이 여기저기 뛰어다니며 배운 대로, 시킨 대로 했을 뿐이다. 규정을 지키지 않아 개죽음을 당했다니요? 간절히 부탁하고 싶어서 이렇게 섰다. 제발 부탁한다. 힘이 없어서 저희가 여론에 기댈 수밖에 없다. 우리 아이 잘못이 아니라는 걸 밝혀 원한을 풀고 보낼 수 있도록 해달라고.

 

 

우리 아이를 확인하라고 해서 (안치실에) 들어갔는데 머리카락이 피로 떡이 져 있고 얼굴이 퉁퉁 부어 있고 뒷머리가 날아간 시체가 누워있었다. 20년을 키운 어미가 그 아들을 알아볼 수가 없다. 저 처참한 모습이 우리 아들이 아니다. 길을 가다가 뒤통수만 봐도 알아볼 수 있는 아이인데. 아무리 들여다봐도 알 수가 없다. 뒤통수가 날아가 있는 시체가 절대 우리가 아이가 아니라고, 절대 아니라고 믿고 싶은데, 짙은 눈썹과 옷가지가 있는데. 그날 입고 나간 옷이 맞다. 어느 부모가 아이를 잃고 살아갈 수 있겠는가, 우리 아이가 죽는 날 나도 죽었다. (울음)

 

 

눈을 감아도 아이 얼굴이 기억이 안 난다. 마지막에 봤던 처참한, 찢어진 모습만 떠오르고 전동차에 치이는 모습이 떠오른다. 제 심장이 저 지하철 소리같이 계속 쿵쾅거린다. 혼자 얼마나 두려웠을까, 무서웠을까. 3초만 늦게 문을 열었더라면. 그 얼굴을 볼 수가 있는데. 제 남은 인생은 숨을 쉬고 있어도 죽은 그런 삶을 살겠지만 그래도 부모로서 우리 아이를 위해 할 수 있는 유일한 일은 명예회복밖에 없다. 간절히 부탁한다. 우리 아이 살아서 돌아올 수 없다면 우리 아이 잘못이 아니라는 사실을 밝히고 싶다. 저도 우리 아이를 보내주고 싶다. 하지만 이렇게 억울하게 보낼 수는 없다.

 

 

제가 이 자리에서 뭐하는 것인지(울음) 아직 빈소도 마련하지 못했다. 차가운 안치실에 저희 아이가 있다. 제발 아이를 떳떳하게 보낼 수 있도록 도와달라. 힘도 없고 백도 없는 부모로서 이렇게 부탁하는 게 전부다. 죽은 아이에게 미안하지 않도록. 차라리 팔다리가 끊어진 것이라면 제가 수발을 들어주며 살 수 있다. 어미로서 할 수 있는 게 억울함을 풀어주는 것밖에 없다.

 

 

우리 아이를 기르면서 책임감 있고 반듯하라고 가르쳤다. 우리 아이 잘못 큰 사람이 아니다. 하지만 둘째는 그렇게 가르치지 않을 것이다. 책임감 있고 반듯하게 키우지 않겠다. 책임자 지시를 잘 따르면 개죽음만 남는다. 산산조각난 아이에게 죄를 다 뒤집어 씌웠다. 둘째는 그렇게 할 수 없다. 첫째를 그렇게 키운 게 미칠 듯이, 미칠 듯이 후회가 된다.

 

 

우리 아이 겉모습은 무뚝뚝하지만 속 깊고 착한 아이였다. 그 나이에도 엄마에 뽀뽀하며 힘내라고 말하는 곰살맞은 아이였다. 대학을 포기하고 공고를 가며 돈을 벌겠다고 스스로 선택했다. 장남으로 책임감으로 공고를 가서는 우선 취업해 가정에 보탬이 되고 싶다고 했다. 대학은 나중에 가겠다고 했다. 그때 진짜 말렸으면 정말…. (울며 한동안 말을 못함)

 

 

취업을 하고 백만원이 조금 넘는 월급을 받고는 적은 월급 쪼개서 지난 1월부터 적금을 5개월, 백만원씩 다섯번 부었다. 동생 용돈을 주는 착한 아이였다. 끼니를 걸러가며 일하고 그걸 혼자 견디고 집에 와서는 씻지도 못할 만큼 지쳐 쓰러져 잤다. 힘든 내색하지 않고 그 직장에 다녔다. 안전장치도 하나 없는 환경에서 끼니를 굶어가며 일했다. 솔직히 얘기를 했다면 부모로서 당장 그만두라고 했을 것이다. 백만원이 뭐라고 당장 그만두라고 했을 것이다. 하지만 장남으로 책임감이 있어서 부모가 걱정하고 그만두라고 할까봐, 조금만 더 참으면 공기업 직원이 된다는 희망으로 참았나보다. 차라리 책임감 없는 아이로 키웠다면 피시방을 가고 술이나 마시는 그런 아이였다면, 그런 아이였다면 지금 제 곁에 있을 것이다. 왜 책임감을 쓸데없이, 왜 그렇게 지시에 고분고분하라고, 회사에 들어가면, 회사 다니면 상사 얘기를 들어야 한다고 말했는지. 그렇게 안하면 잘리잖아요. 왜 그렇게 얘기했는지 그런 게 다 후회가 된다. 더 잘해주지 못한 게 한이 된다.

 

 

 

아이 친구들이 찾아왔다. 졸업하고 친구들끼리 여행갈 계획을 세웠는데 우리 아이가 주말에 일하니까 시간을 맞출 수가 없었다고 한다. 다음에 간다고 우리 아이는 못 간다고 했다고 한다. 그 내용도 저는 몰랐다. 친구들 내용을 듣고 보니까 또 부모를 위해 여행을 못 간 건가 싶고. 그런 이야기를 하면 제가 속상할까봐 말을 안 했을 것이다. 살아있다면 우리 아이가 속이 깊다고 표현하겠지만 가슴이 찢어진다. 사고가 난 다음날이 우리 아이 생일이다. 다른 날도 아니고. 태어난 날. 그날 잘 갔다오라고, 올 때 케이크라도 사서 식구들과 축하해준다고 말했는데. (울음)

 

 

이것은 말이 안 된다. 죽은 당일에도 보니까 하루종일 굶고 시간에 쫓기며 일했을 뿐이다. 근데 우리 아이가 잘못해서 죽은 거라니 너무 불쌍하고 억울하고 원통하다. 유품이라고 그 회사에서 갈색 가방을 병원에서 받았다. 가방을 처음 열었다. 학교 다닐 때만 검사한다고 가방을 열어봤지 처음 열어봤다. 왜 거기에 사발면이 들어있나. 여러 가지 공구와 숫가락이 함께 있다. 비닐에 쌓인 것도 아니고. 그 사발면은 한끼도 못 먹어서 그걸 먹으려고 했던 것인데. 나중에 정신 차리고 생각해보니 그것도 먹지 못하고 죽은 것이다. 그것도 먹지 못하고. 그냥 대기하다가 그것이라도 먹고 출동하려고 숟가락을 그 공구와 함께 섞어놓았다. (울음) 우리 아이가 무슨 잘못을 했나. 규정을 어겼다니요. 무슨 규정을 어겨서 배를 곯아가면서 왜 그렇게 했나. 19살짜리가 임의로 그렇게 했다는 게 말이 안된다. 시킨 것은 자기들인데 규정을 어긴 것은 우리 아이라니.

 

 

제발 억울함을 밝혀달라. 한창 멋 부리고 여자친구 사귈 나이에 죄를 뒤집어쓰고 원통하게 보낼 수 없다. 다른 사람들은 운이 좋아서 살아 있는 게 아니다. 동료가 안부를 물으며 전화해서, 제가 “정말 아줌마는 너 그만두게 하고 싶다”고 말했다. 지금도 마찬가지다. 이 시점에도 지하철은 돌아가고 2인 1조로 내보지 않고 혼자만 내보내고 누군가 계속 죽어가고 있다. 죽은 아이 잘못이라니. 정말 엄마가 용기 내서 이렇게 말한다. 간곡히 부탁한다. 다른 것 필요 없다. 살아올 수 없지 않나. 사흘 못 봤는데 너무 보고 싶다. 군대 가거나 유학 갔다고 생각하라고 한다. 그렇게 생각하며 몇 년 참을 수 있지만, 군대 가면 휴가라도 나오고 유학 가면 영상통화로 볼 수가 있다. 저는 평생 아이를 볼 수가 없다. 우리 식구를 모두를 죽여놓고 아이 원통함이라도 풀어달라.

 

 

우리 아이 잘못이라고 말하는 사람들은 저희 아이만 죽이는 게 아니다. 진실을 알아주고 원통함을 풀어달라. 우리 아이 얼굴만 보여줬지만 뒤통수 날아간 것이 아니라는 것 안다. 팔이 다리도 부서져서 없고…. 어제 구의역 사진이 인터넷에 나왔는데 저한테 안 보여주려고 하는데 언뜻 봤다. 유리창이 다 깨져 있고 피투성이더라 (울음) 제발요. 부탁 좀 드린다. 우리 아이 제발 차가운 데서 꺼내서 보내줄 수 있도록 제발 부탁한다. 저희 아이 잘못 아닌 것 알고 있지 않나. 정말 부탁드린다, 정말 부탁드린다. (울음)

 

 

 

 

 


 

​                                  


1)   개인적으로 행동이 재빠른 좀비물을 좋아하지 않는다.

2)   유한계급은 돈 주고 땀을 빼고, 무산계급은 돈 받고 땀을 빼는 계급이다.

3)   근로자(勤勞者)와 노동자(勞動者)는 같은 뜻을 가진 낱말이지만 다르다. 근로자는 " 땀 흘리며 부지런히 일(勤: 부지런한 근)해라 " 에 방점이 찍힌 단어이고, 노동자는 " 움직이다(動) " 에 방점이 찍힌 것이다.  노동자의 평균 노동량이 1이라면 근로자는 2'이다. 정부가 노동자의 날을 근로자의 날'이라고 고쳐쓰는 이유이다. 근로자는 불한당의 욕망이 투영된 단어'이다.

4)   우리가 믿어 의심치 않는 열정에 대한 가치'는 사실 자본가가 노동자에게 요구하는 가치'일 뿐이다. 열정이 미화되어서는 안 된다. 구의역 희생 노동자의 가방 속에는 컵라면 한 개와 숟가락 한 개가 여러 장비와 함께 뒤섞여 있었다고 한다. 밥 먹을 시간마저 주지 않는 노동 환경인 것이다. 마트 노동자도 마찬가지다. 캐셔는 화장실을 자유롭게 다닐 수 없어서 물을 최대한 마시지 않으려고 한다는 기사를 접한 적 있다. 노동자의 기본적인 권리조차 무시하는 자본가가 과연 열심히 일하라, 고 말할 자격이 있을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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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5-31 11:52   URL
비밀 댓글입니다.

곰곰생각하는발 2016-05-31 12:02   좋아요 1 | URL
그 옛날 새마을 표어를 보십시오. 근면, 성실. 정직.... 이게 다 알고 보면 사장 입장에서 좋은 겁니다. 자기들은 불한당이요 유한계급이면서 노동자에게만 조낸 땀 흘려라. 얼굴이 못생겨도 땀 흘리며 일하는 모습 보면 조낸 멋있어.. 이러고 다닙니다. 근로자에서 한자 勤은 일하다에 방점이 찍힌 것이 아니라 ˝ 부지런하다 ˝ 에 방점이 찍힌 한자입니다. 그들 눈에는 그냥 일하는 것은 성에 안 차는 것이죠. 일하는 것의 2배 노동량. 즉 부지런히 일하는 것을 좋아하는 것. 그러니 노동절을 죽어라 하고 근로자의 날이라고하는 것이고.... 언제부터 근로자의 날이 되었나를 보면 답은 나오죠. 정확히는 모르겠으나 아마도 이명박 때부터 노동자의 날 대신 근로자의 날이라고 개정했을 겁니다. 얼마나 명백한 저의입니까..

마립간 2016-05-31 12: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좋은 구성원이 되기 위해서는 많은 노력이 필요하고 좋은 역할을 수행하기 위해서도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
이상적인 행복을 얻기 위해서 상대에게 역할 모델을 강요하게 되면 역효과`가 발생하게 된다.

따라서 ; 적당히 살아야 한다.

제가 최근에 생각했던 `The imperfect could be perfect.`라는 명제가 `정상 우주론`이 불가능한 것과 같지 않나 생각하고 있습니다. 유지되지 않고 찰나로 존재하는 상태 ...

곰곰생각하는발 2016-05-31 12:06   좋아요 0 | URL
오. 저도 같은 생각입니다. 서로 완벽해지려면 그만큼 노력을 기울여야 하는데.. 이게 꽤 피곤한 상태를 만듭니다. 어떤 완벽함에 대한 추구를 좀 버렸으면 합니다. 불행한 사람은 행복해지기 위해 노력하는데 그럴수록 불행한 경우를 자주 보게 됩니다. 반면 행복한 가정에서 자란 사람은 굳이 행복해지기 위해 의식적으로 하지 않습니다. 그것이 일상이었으니 말이죠..

stella.K 2016-05-31 13: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리나라가 선진국이 되지 못한 열등감 때문에 그런 거 아니겠습니까?
선진국이 되지 못해도 좋으니 공기나 좋은 나라에서 살고 싶습니다.
우리나라가 공기의 질이 최하위라잖아요.
아직도 환경부와 산업자원분지 뭔지하고 계속 이 문제 땜에 싸우고 있고.
열을 내서 일하면 그만큼 공기는 더 안 좋은 건데 그걸 모르네요. 그죠?ㅋ

곰곰생각하는발 2016-05-31 14:04   좋아요 0 | URL
이번 구의역 희생 노동자를 보니 가방에 컵라면과 숟가락이 있었다고 하죠 ?
밥 먹을 시간도 없는 겁니다. 마트 노동자도 마찬가지`죠.
화장실을 갈 수 없어서 일부러 물을 안 마신다고 하죠.
기본 시간마저 지켜주지 않으면서 과연 이 사회가 노동자에게 열심을 강요해야 할까요.
한국 노동자보다 더 열심히 일하는 노동자 있으면 나와보라고 하십시오.

우리는 열심, 열정 따위의 가치를 너무 숭앙하는 사회입니다.

무해한모리군 2016-05-31 16: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인간답게 살고 싶습니다.... 잘때 자고, 해질때까지는 일하고, 제때 밥먹고, 내새끼랑 하루에 한시간이라도 놀아줄 수 있고, 가끔 이웃들이랑 노래도 부를 시간이 있었...... 아 눈물나네요...

곰곰생각하는발 2016-05-31 16:24   좋아요 0 | URL
글쎄 말입니다. 저녁이 있는 시간이 필요하다는 말에 항상 되돌아오는 것은 놀고 먹는다거나 경제가 어려운데 헝그리 정신이 부족하다거나.... 언제까지 이 짓을 반복해야 하는 것인지....

수다맨 2016-06-01 15: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꼭 노동과 거리가 먼 사람들 중에서 ˝근로 예찬론˝을 제창하는 사람들이 많더군요. 노동은 사실 외면하고 싶은, 통증에 다름아닌 것인데 말입니다.
구의역에서 사고 당한 청년의 명복을 빕니다...

곰곰생각하는발 2016-06-01 16:18   좋아요 0 | URL
오늘 , 어제인가요. 조선일보 기사 읽었습니까 ? 피해자가 사고 당시 전화 통화를 해서 기차가 오는지 몰랐다고
즉.... 구조적 문제보다는 개인의 과오 탓이라고.. 하지만 팩트는 사고 당시 전화를 통화한 기록이 없다고 하네요... 과연 조선일보가 이 오보에 대해 사과를 할까요 ? 궁금합니다..

수다맨 2016-06-02 19:48   좋아요 0 | URL
기사를 약간은 정정해서 내기는 했는데, 오보에 대한 사과는 없는 것 같습니다.
조선일보, 뱀 같은 신문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정론직필의 소임을 저버린지 너무나 오래이지요...

yamoo 2016-06-01 17: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흠, 오늘 쓰신 글의 이번 버전이 여기 있군요!

이번 지하철 스크린 도어 사고는 일어날 수밖에 없는 구조적인 사고인 거 같습니다. 병든 조직 속에 상시적으로 도사리고 있는 위험의 뇌관이 터진 것일 뿐...사고가 지금까지 안 나고 있었던 게 신기할 뿐입니다. 조만간 대형 사고가 터질 듯해서 지하철 타기가 좀 두렵습니다~

곰곰생각하는발 2016-06-01 18:09   좋아요 0 | URL
네,, 아무래도 글이 좀 미진하다 싶어서 말이죠..
메뉴얼이 있으면 뭐합니까. 지킬 수 없는 메뉴얼이면 있으나 마나죠..
안그렇습니까? 안전 문제를 외주화해서 대형 사고가 난 경우가 바로 영국 기차 사건이죠...
대처가 대부분 국철을 기업에 팔면서 인건비를 줄였는데 여기에는 안전 문제도 외주화..
결국 대형 사고가 발생했지요..
 

 

 

 

 

 

 

 

 

 

                            

애고애고(ego-ego) :



哭聲

:   哭婢(곡비))의 애곡(哀哭(애곡))이 온 밤 내내 구슬픈 물굽이를 이루며 집안을 젖게 하더니 날이 어슴푸레 새면서 사람들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ㅡ 혼불, 최명희

 


                                                                                                       

옛날에는 곡비(哭婢)라는 직업군이 존재했다고 한다. 곡(哭)을 하는 노비(婢)라는 뜻이다. 상례에서 사람이 죽었을 때 영전 앞에서 " 애고애고 ~ " 라고 우는 사람인데,  양반이 눈물 콧물 쏟아내며 통곡한다는 게 체면이 서지 않는 일이라 양반 상주가 상례 때 곡성(哭聲)이 끊어지지 않도록 품삯을 주고 고용했다고 한다.  양반들은 돈을 주고 곡비를 사고 곡비는 생전 본 적도 없는 사람 앞에서 목놓아 운다.  가장 슬프게 우는 노비'가 품삯도 당연히 높다.  소리를 구슬프게 낼 줄 아는 곡비는 이 마을 저 마을 출장을 다닌다고.  양반 입장에서 보면 곡이 끊이지 않아야 체면이 선다고 생각하는 모양이다.

 
 

소리내어 우는 게 일(직업)이라서 흥미롭게 생각하며 한자 곡(哭)를 보다가 < 곡비 > 라는 직업이 만만치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口 가 두 개'가 되면 吅 : 부르짖을 훤'이 된다. 입(口)이 두 개인 이유는 강조를 위한 표현 방식이다. 평소 발성보다 두 배 크게 부르짖어야 한다는 것. 吅 밑에는 犬(개)'가 자리를 잡고 있다. 일면식도 없는 양반의 영전에 엎드려 개처럼 울어서 돈을 버는 것이다.  만만치 않은 감정 소비일 뿐만 아니라 에너지를 소비하는 일이기도 하다. 울면 허기가 지는 < 것 > 도 哭-행위가 정신 노동이자 육체 노동이기도 하다는 점을 상기시킨다.

" 씨발놈들, 옛날이나 지금이나 상석에 앉은 놈들은 힘들고 귀찮고 하기 싫은 일은 모두 아랫것들에게 시키는구나. " < 울다 > 는 동사가 칼로리를 소모시키는 감정이라면 < 웃다 > 는 동사 또한 칼로리를 소모시키는 감정적 결과'다. 실제로 << 웃음 - 다이어트 >> 가 존재한다1). 문득, 곡비(哭婢)와 광대(pierrot)는 정반대에 위치한 직업군이 아니라 동일한 직업군이 아닐까 라는 생각이 들었다. 먹고 살기 위해서 개처럼 울어야 하는 것이 고된 일이듯이, 먹고 살기 위해서 억지로 웃어야 하는 일도 고된 일이라는. 찰리 채플린이라는 광대를 볼 때마다 곡비를 떠올리게 된다.

영화 << 라임라이트 >> 에서 광대 분장을 지운 찰리 채플린의 웃음기 없는 얼굴을 보았을 때, 그때 느끼게 되는 연민(의 감정)은 < 울다 > 와 < 웃다 > 가 한배에서 나온 형제라는 사실을 말해준다. 혹은, 사소한 차이. < 울-> 과 < 웃-> 은 리을(ㄹ)이냐 시옷(ㅅ)이냐의 차이일 뿐이다. 곡(曲)을 돈 주고 사는 것은 봤어도, 곡(哭)을 돈 주고 사는 문화는 대한민국이 유일할 것 같다. 곡성을 거래하는 일이 아니더라도 대한민국처럼 재난(혹은 장례) 앞에서 목 놓아 우는 나라는 흔치 않다. 눈물이 많다는 것을 정(情)이 많다는 것으로 해석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그것은 건강한 사회는 아니다. 진정한 슬픔과 애도가 곡(哭)의 데시벨 수치로 평가할 수는 없는 것이니까.

오히려 재난 앞에서 우리가 목 놓아 울 수밖에 없는 이유는 재난을 극복하고 헤쳐나갈 수 있는 사회적 보험 시스템이 전무하다는 데 있다. 대한민국이 복지 선진국처럼 개인의 불행을 국가가 적극 나서서 도움을 주는 시스템이었다면 가라앉은 배를 보며, 불 타 없어진 체육관을 보며, 홍수로 떠내려간 집터에 털썩 주저앉아 짐승처럼 울지는 않았을 것이다. 왜냐하면 국가라는 보험 설계사'가 재난 이후의 삶을 설계해 줄 테니깐 말이다. 눈물은 기본적으로 자기연민'이다. 그 옛날 곡비는 일면식도 없는 양반의 영전 앞에서 목 놓아 울었지만 사실은 자기 연민에서 비롯된 곡성이었을 것이다.

귀곡성(鬼哭聲)의 본질은 억울하게 죽은 자'가 산 사람에게 하소연하기 위한 최후 수단'이다. 그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산 자는 귀기울이지 않기 때문이다.  죽은 자와 산 자 사이의 불통은 귀곡성으로 귀결된다. 좋은 징조가 아니다. 이처럼 짐승처럼 울어야 쌀 한 줌 얻을 수 있는 사회와 짐승처럼 울어야 억울한 자에게 비로소 관심을 보이는 사회는 좋은 사회가 아니다 ■

 
 

 




​                            

1)    sbs 방송국과 비만 클리닉 김형준 웃음치료사가 공동으로 10명의 주부를 선정하여 각각 대조군 5명과 실험군 5명으로 나누어 < 주 1회 8주 웃음 다이어트 > 를 실험군에게만 적용한 결과 대조군에 비해 3kg의 감량 효과'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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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5-29 15:00   URL
비밀 댓글입니다.

곰곰생각하는발 2016-05-29 15:07   좋아요 0 | URL
결혼 문화도 싹 바뀌어야 된다고 생각됩니다. 그냥 가족 몇몇 모여서 치르면 될 것을..
이건 사돈에 팔촌에 이웃집 이웃과 직장 동료들... 미친 짓 같습니다..

경조사비 내다보면 배보다 배꼽이 큰 달도 있습니다.

stella.K 2016-05-29 15: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영화 곡성이 곡비에 관한 내용인가요?
그 영화가 곰발님께 굉장한 인상을 남겼나 봅니다.
이렇게 몇번에 걸쳐 글을 쓰시는 걸 보면...

그러고 보니 예전에 육 여사가 돌아갔을 때 일주일 내내 TV 정규 방송을 끊고
그 양반 추모 방송을 내 보낸 적이 있었죠.
그땐 국가장을 치르려면 그렇게 해야하는 줄 알았슴다.
하지만 그후 어떤 국가적 인물이 돌아가도 그 정도로는 하지 않았거든요. (박정희 때 했나...?)
그런데 이 글을 읽으니 그때 박정희가 국민을 아예 곡비로 만들었던 건 아닌가
그런 생각도 드네요.

곰곰생각하는발 2016-05-29 15:49   좋아요 0 | URL
돈을 투자했으니 글감을 뽑아야지요. ㅎㅎㅎ
생각해 보면 그 시절은 그냥 국가가 아니라 조선시대처럼 군주국가였다는 생각이 드는군요.
그러니 그 딸이 오늘날 같은 현실을 받아들이지 못하는 거 아니겠습니다.



마태우스 2016-05-29 20: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영화 리뷰인 줄 알고 들어왔지만, 더 큰 깨달음을 얻고 갑니다. 제가 당연하게 여겼던 것들을 재해석하게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특히 소리높여 우는 문화가 재난해결 방법이 없기 때문이라는 대목이요

곰곰생각하는발 2016-05-29 20:53   좋아요 0 | URL
늘 궁금했던 게 집 떠내려가면 한국 사람은 땅바닥에 드러우워 통곡하는데 왜 똑같은 상황인데도 일본사람이나 미국사람은 그렇게 하지 않을까 ? 답은 하나더라고요. 한국인은 모든 것 본인이 해결해야 됩니다. 그 차이였던 거죠.. 대안이 없는 사회가 통곡을 만드는 것이지 한국인이 특별히 통곡을 잘하는 민족은 아니라는 거.....

푸른희망 2016-05-30 20: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지막 구절이 가슴을 치네요....
전 때때로 곡비처럼 목놓아 울고 싶을 때가 가끔 있어요.. 이건 뭘까요?

곰곰생각하는발 2016-05-31 11:49   좋아요 0 | URL
그만큼 한국 여성이 쌓인 게 많다는 증거일 겁니다.
 

 

 



                                                   

영화 곡성에 대한 생각(스포일러 없음)

 

 


 



 

" 뭣이 중2인줄도 모름서...... " 1)


                                                                                                                                                                                                                                  


​                                                                                        트로트 장르는 모두 대동소이하다.  신곡이지만 왠지 원곡을 리메이크한 것 같은 멜로디.   그래서 한 번만 들어도 반주 없이 대충 따라 부를 수 있다.  " 이 노래가 그 노래 " 같다면 노래 A는 노래 B를 표절한 것일까 ?  트로트 노래끼리 표절 시비가 일어난 적이 없는 것을 보면 표절은 아닌 것 같다.  가족끼리 왜 이래. 뭐, 이런 느낌. 그 노래가 그 노래 같다는 지적,   즉 익숙한 리듬은 단점이 될 수 있지만 동시에 장점이 될 수도 있다.  학습 효과로 인해서 친숙한 음악으로 들리기 때문이다.  장르 영화도 마찬가지'다. 

 

작품성이 떨어지는 영화'는 등장 인물의 입을 빌려 다른 등장 인물을 집요하게 설명하려 한다.  " 우리의 김여사는 올해 34살로 성격이 반사회적이기는 하나 맡은 바 임무에 있어서는 집요하리만큼 프로페셔널적이지. 하하하.... "    이런 대사를 날리는 영화가 있다면 십중팔구 형편없는 영화'다. 그런데 대사가 아닌 비언어적 표현 방식을 사용하여 캐릭터의 성격을 관객에게 설명한다는 게 쉬운 것이 아니다. 전자가 관객에게 정보를 쉽게 전달하는 트로트 멜로디'라면 후자는 퓨전 재즈'와 같다. 관객은 비언어적 메시지'를 이해 못하는 경우가 많다. 바로 이 지점에서 감독은 깊은 고민에 빠지게 된다.

장르 영화는 이 고민을 한방에 해결한다.  느와르 장르를 예로 들자면 김여사에게 챙 넓은 모자, 새빨간 킬힐, 고급 담뱃갑 케이스 따위를 정성스레 마련하면 끄읏.   여기에 김여사가 담배를 피우면서 담배 연기를 괄약근으로 내품겠다는 듯 깊이 들이마셨다가  내뱉으면 금상첨화요, 늘씬한 다리를 꼬며 영화 << 마더 >> 에서 말하는 허벅지 안쪽의 통점을 관객에게 보여주면 화룡점정.   관객은 김여사'가 한마디도 하지 않았지만 그녀가 팜므파탈이라는 사실을 눈치챈다.  관객은 알고 있다. 그녀가 허스키한 목소리의 소유자라는 사실을 말이다. 아니나 달라. 위스키와 담배로 숙성한 듯한 목소리가 흘러나온다. 느와르 장르 - 코드'를 이미 학습한 결과'다.  마치, 한 번만 들어도 악보 없이 따라 부를 수 있는 트로트의 멜로디처럼 말이다.

그렇다 보니 감독은 등장 인물을 소개하느라 필름을 낭비할 필요가 없이 바로 본론으로 들어갈 수 있다. 긍께, 김여사는 팜므파탈입니다잉 ~   김여사가 우리의 홍박사를 함정에 빠트립니다. 아시것죠 ?  중요한 건 그게 아니니께 바로 본론으로 들어갑시다잉.  뻔한 코드 진행 방식이지만 그 진행 방식이 뻔하다고 환불을 요구하는 관객은 없다.    그것이 < 장르의 힘 > 이다. 그렇다고 클래식한 코드 진행 방식을 무작정 고집하면 좋은 장르 영화가 될 수 없다. 양복은 일정한 양식을 갖춘 클래식한 드레스 코드이지만 시대에 따라 조금씩 변형을 주듯이,  장르 영화도 시대에 따라 변주를 한다.

장르 영화를 만드는 감독들은 클래식 코드를 기본으로 하되 그 기본 코드를 뒤틀려고 한다. 양복 디자이너'가 양복 단추 갯수로 장난을 치듯. 수많은 단점에도 불구하고, 내가 나홍진 감독이 연출한 << 곡성 >> 을 높게 평가하는 지점은 장르 - 비틀기'에 있다.  나홍진 감독은 미스테리 수사물 장르가 가지고 있는 기본 클리쉐들을 변주한다.  아니, 보다 정확히 말하자면 오컬트 장르를 수사물 장르'처럼 변주했다.  그러다 보니 수사물 장르'라 믿었던 관객에게는 배, 배배배배배신처럼 보이는 것이다.  현정화라 믿었는데 임춘애일 때 느끼게 되는 박탈감.  박근혜가 이 영화를 보았다면 이렇게 말했을 것이다. " 나도 속고 국민도 속았습니다. 참 나쁜 영화. 지금 곡성은요 ?2) " 

이 영화를 인상 비평하자면  :  " 상의는 경찰복인데 하의는 체육복인, 모자는 경찰모인데 신발은 나막신을 신은,  애매모호하지만 혼용의 쾌감이 돋보이는 영화 " 라고 정리하고 싶다.  리얼리즘 계열 영화를 만드는 감독이 관객을 속이는 일은 불경에 속하지만 장르 영화(미스테리/스릴러 따위)를 만드는 감독이 관객을 속이는 일은 성경에 속한다. 나도 속고 관객도 속았다면 결국에는 감독이 이긴 것이다. 하지만 이동진 평론가가 이 영화를 보면서 " 영혼이 탈탈 털리는 " 경험을 했다는 점은 의아하다, 탈수기도 아니고. 장점만큼 단점도 확실한 영화'다. 영화 말미에 종구가 내뱉은 대사는 지나치게 통속적 가족 서사의 결말 같아서 닭살이 돋는다.

사족이지만, 기술적 측면에서 한국 영화의 고질적 문제는 녹음 기술'이다.  한국어 자체의 문제인지 기술적 문제인지는 모르겠으나 한국 영화를 볼 때마다 대사가 선명하게 들리지 않는다. 볼륨의 문제는 아닌 것 같다. 영화 속 효진이 " 뭐이 중허냐고 ? " 라는 대사는 내 귀에는 " 뭐가 중2냐고 ? " 로 들렸다.  뒤늦게 이 아저씨가 너의 물음에 답한다. 중2(병)이 뭐냐면......







​                                        


1)    " 뭐이 중허냐고 " ,   극중 효진의 대사.  한국 영화의 기술적 문제가 뭐냐고 물으면 녹음 기술이라고 대답하겠다. 그게 뭐이 중허냐고 묻는다면 할 말은 없다만.

2)     그 유명한 박근혜 어록 < 지금 대전은요? > 의 패로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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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손 2016-05-28 13: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ㅎㅎㅎ 뭐가 중2냐고? .... 대한민국 다 족구하라 구래! 2탄이로군요.
넘 재밌게 읽었습니다.
한국어 더빙 음질 문제는 저도 늘 통감합니다. 극장에서도 그렇고 VOD나 DVD로 볼 땐 더 심각한 듯..
정말 기술 탓인지 한국말 탓인지. 따로 밑에 한국어 자막 넣어줬으면 싶을 때가 다 있다니까요.

곰곰생각하는발 2016-05-28 13:41   좋아요 0 | URL
속삭여도 잘 안들려. 고함쳐도 잘 안 들려... 볼륨을 높여도 잘 안 들려..
정말 녹음 기술이 낙후되어서 그런 거지.. 아니면 한국어가 생래적으로 불선명한 것지 궁금합니디ㅏ..

한국 영화 볼 때마다 느끼게 되는 의문입니다..

나와같다면 2016-05-28 18: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곡성 보고왔어요.. 퍼즐 맞추는 중
전 영화가 끝나고서야 비로서 생각이 시작되는 영화.. 좋아해요..

곰곰생각하는발 2016-05-29 12:53   좋아요 1 | URL
곡성에 대한 페이퍼 좀 부탁합니다..
 

 

 

 

 

 

 



영화 곡성에 대한 잡소리 ( 스포일러 전무 )

 

 




 

 

 


                                                                    대한민국에 유입된 20세기 히트 상품 中 하나는 " 프로(페셔널) 정신" 이다.  < 프로 > 라는 상품이 한국 사회에 뿌리를 내릴 수 있도록 물꼬를 든 계기는 < 한국 프로야구 > 의 출범이었다. 프로야구 선수가 실수를 하게 되면 해설자는 항상 똑같은 지적을 하고는 했다. 아, 프로답지 않은 플레입니다. 프로라면 최선을 다해야 합니다. 그 이전까지, 한국 사회를 지배하는 것은 < 아마(츄어) > 였다. 아마츄어 정신을 10자평으로 간략하게 설명하자면 : " 괜찮여어 ↗ (사람이니께 실수도 하고 그러는겨). "  결과보다 과정을 중시하는 세계가 바로 아마의 세계였고, 아마츄어 사회였다.

하지만 프로'가 한국 사회에서 빠르게 정착되면서 아마추어 정신은 구시대 정신으로 전락하고 말았다. 과정보다는 결과를 중시하는 사회가 되었다. 프로 정신을 10자평으로 요약하자면 : " 프로는 결과로 말한다. " 한때, 이 말은 " 실땅님1) " 이 드라마 속 백마 탄 왕자님으로 등장한 이후, 실땅님이 아랫것들에게 자주 내뱉은 대사'였다. 그때부터 한국인은 원하는 < 결과(실적) > 를 얻기 위해서는 인정사정없이 채찍으로 < 과정 > 을 후려치기 시작했다.  피도 눈물도 없는 사회가 된 것이다.  프로야구 한화 프로야구팀을 보고 있으면 프로 정신이 무엇인가를 엿볼 수 있다.

타 구단들이 10월 가을 야구를 위해 준비를 하고 있을 때 한화는 4월 봄'부터 <<  나홀로 한국시리즈 >> 를 펼치고 있으니 봄부터 독수리는 그렇게 울었나 보다.  김성근의 근성은 내일이 없는 것처럼 매 경기 최선을 다하는 것이다.  매 경기 불펜 필승조가 투입된다. 결과는 ?  정말로 내일이 없는 팀이 되어버렸다. 그 어느 팀보다도 프로다운 근성으로 싸웠지만 결과는 리그 전체 꼴찌'다. 반면, 결과보다는 과정을 중시해서 오늘의 결과에만 집착하지 않고 내일을 위해 신인을 발굴하고 팀을 " 리빌딩 " 한 구단은 좋은 성적을 내고 있다. 메이저리그도 마찬가지'다. 오늘에 집착하고 않고 내일을 위해 신인을 발굴하고 팀을 재정비한 구단이 지금 좋은 성적을 내고 있다.

김성근이 착각하고 있는 것 중 하나는 프로는 결과로 말하는 것이 아니라 과정을 중요시한다는 점이다.  체계적인 과정이 좋은 결과를 만드는 것이다. 펑고 신화는 허구다.  << 곡성 >> 을 연출한 나홍진 감독에 대한 좋지 못한 소문들이 떠돈다. 폭군이라는 것이다. 이 이야기는 이미 전작들을 함께 한 배우와 스텝들 사이에서 흘러나온 소리이기도 했다. 깊은 산골짜기짜기짜기~  골짜기에서도 크레인-샷'이 동원된 것을 보면 영화 노동자들에 겪었을 노동의 강도를 짐작할 수 있다. 그 무거운 장비를 들고 산을 올랐을 풍경이 눈에 들어오기 때문이다. 나홍진은 < 완벽 > 에 집착하는 감독이다.

예술가라면 갖추어야 할 욕심이기는 하나 한국 영화판만큼 스탭의 노동 환경이 엉망인 곳도 없다는 점을 감안하면 우려할 만한 일이다. 감독의 갑질이 보인다. 영화 << 곡성 >> 을 20세기폭스코리아가 투자 배급한 것을 두고 할리우드 진출을 염두에 둔 포석이라는 말이 나온다. 일리있는 지적이다. 나홍진은 << 곡성 >> 의 성공을 발판삼아 할리우드에서 영화를 찍을 것이다. 하지만 성공은 장담할 수 없다. 개인적으로 그는 할리우드에서 실패할 확률이 높다. 왜냐하면 한국과 미국의 영화판이 판이하게 다르기 때문이다. 할리우드는 충무로처럼 감독과 스탭이 주종 관계로 이루어지지 않았다.

할리우드 영화 스탭은 노동법에 의해 근로 환경이 정해지며 자체적으로 노조가 형성되어서 노동자 권익을 보호받는다. 어쩌면 나홍진이 영화 현장에서 갖는 장악력은 감독의 지휘력 때문이 아니라 권력의 횡포에서 비롯된 것인지도 모른다. 좋은 감독이라면 무조건 스탭들의 열정과 기술이 부족하다고 다그치기 전에 그들이 처한 노동 환경에 관심을 보여야 하지 않을까?  김성근 감독과 나홍진 감독이 겹쳐지는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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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최지우는 항상 실장님을 실땅님으로 발음하고는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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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5-27 11:2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6-05-27 11:29   URL
비밀 댓글입니다.

yamoo 2016-05-27 14: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헐~ 저 곡성 감독이 그런 스타일이란 말이지요~~~
개인적으로 가장 싫어하는 타입인데...
이 영화가 언론에서도 잘 됐다고 난리라서, 이걸 봐줘야 하나 고민 중에 있습니다.
곰발님의 감독 평을 보니, 갑자기 보기 싫어지네요..

아~~~~ 이걸 어쩐다...

곰곰생각하는발 2016-05-27 14:48   좋아요 0 | URL
곡성 제작팀이 공고를 낸 적 있습니다.

스탭을 모집합니다. 조낸 힘드니 각오하셔야 합니다..

실제로 이런 모집 공고를 냈죠. 촬영 도중 힘들어서
스탭이 다 도망갔다고....


황해였던가? 그 영화에 스탭으로 참여한 사람이 남긴 글이 있었는데
정확히 기억하지는 못하지만

황해 망해라.. 이런 논조였던 걸 얼핏 본 것 같기도 합니다.
( 정확한 기억은 아닙니다...만 아마황해스탭이었던 것으로 희미하게 기억)

stella.K 2016-05-27 14: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크~ 나홍진이 이제 대중의 관심을 받기 시작했는데 그런 말을 들었다면
누가 그와 일을하고 싶어할지 모르겠네요.
오늘 뉴스 보니 500만 넘었다고 하던데 그 정도라면 얼추 허리우드를 노려 볼 수도 있지 않을까요?
허리우드 욕해도 그런 시스템은 확실히 우리가 쫓아갈 수 없을 것 같습니다.
자본에서 좋은 영화가 나오는 게 아니라 좋은 시스템에서 나오는 거겠죠.

감독의 갑질이라고 하시니 예전에 저 제작자겸 연출가한테 당한 게 생각나네요.
그 인간도 얼마나 갑질을 해 대던지 하긴 그 사람은 멘탈에 문제가 많긴 했어요.

곰곰생각하는발 2016-05-27 14:50   좋아요 0 | URL
스텔라 님에게 갑질한 감독 누굽니까 ? 저에게 귀뜸을....




나홍진 헐리우드 진출 하기 위해 20세기폭스사가 투자 배급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영화는 정말 떼깔 좋게 만들었습니다.
확실히 나홍진은 재능 충만한 감독임은 분명입니다...


하지만.... 이동진의 극단적 칭찬은 의아합니다. 장점이 많은 만큼 단점도 확실히 보입니다...

stella.K 2016-05-27 15:31   좋아요 0 | URL
말씀 드려도 모르실텐데요 뭐.
암튼 그런 사람 있었어요.
완전 자신이 무슨 하나님 다음 가는 사람마냥.
한마디로 혐오였죠.
그런데 이 사람 가지고 소설을 쓰고 싶어 안달난 적이 있었습니다.
일상의 평범한 사람 가지고는 안 나오잖아요.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