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혜영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1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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홀 ~,  물어뜯는다고 ?!

 

 

 

family plot  우리가 남이가 ?

 

​ㅡ 스포일러 有



                                                                                                         사랑 영화는  집구석을 벗어나야 이야기가 제대로 굴러간다.  꽃 피면 꽃 핀다고 만나고 꽃 지면 꽃 진다고 만나는 게 연애질이니,  콧잔등에 꽃가루 살짝 얹어 줘야 ~    명색이 로맨스'라 할 수 있다.  사랑에 빠지게 되면 동서양을 막론하고 밖으로 " 싸돌아댕기는 것 " 은 필연적 결과인 것이다.

그런가 하면,         공포 영화집구석에 갇혀야 이야기가 제대로 굴러가는 장르'이다.   공포 영화 속 주인공은 자신이 머물고 있는 < 장소 > 에서 탈출하려 하지만 벗어나는 데 애를 먹는다.   심성 착한 나뭇꾼이 귀신 들린 산골을 벗어나려 하지만 항상 제자리로 돌아오는 이야기는 이미 익숙한 공포 특급 서사'가 아니었던가.  이처럼 출발점과 도착점이 일치할 때 공포는 발생하게 된다.  스티븐 킹의 원작 소설을 로브 라이너 감독이 영화로 만든  << 미저리 >> 가 좋은 예'다.  이 영화에서 공포의 주체는 미치광이 host(집주인)이다.  인기 작가 폴 쉘던'은 미치광이 host에 의해 hostage(인질)가 되는데,   그가 hostage 신세'에서 벗어날 수 있는 방법은 스스로 미치광이 간호사(host)에게서 벗어나는 길밖에 없다. 

< 그 > 는 집을 벗어나기 위해 갖은 수단을 다  동원하지만 눈을 뜨면 항상 침대'에 갇혀 있다.  즉,  이 영화는 지긋지긋한 집구석을 벗어나려는 남자의 수난극인 셈이다.   애니 월크스의 직업이 전직 간호사'라는 점을 감안하면 이 소설 원작자인 킹은 단어 host : 주인'과  hostel : 쉼터'와  hospital : 병원'이 모두 한 뿌리(어원)'에서 파생된 낱말이라는 사실을 적극 활용한 것 같다.  편혜영 장편소설 << 홀 >> 도  이 공식에 충실한 소설이다.      교통사고로 차에 동승한 아내를 잃은 남자(나이 사십, 그는 정년이 보장된 대학교수'다)는 전신마비 신세가 되어 자신이 살던 집에 갇히게 된다. 그의 간병을 자처한 사람은 장모'다. 처음에는  불행하지만 평범한 가족 서사'처럼 보인다.  홀아비 사정은 과부가 안다고 하지 않았던가. 

아내를 잃고 홀홀단신이 된 남자(사위)와 딸을 잃고 홀홀단신이 된 여자(장모)는 동병상련.    하지만 가족 서사에 균열이 생기면서 둘의 관계는 이상한 방식으로 전개된다.  장모는 병문안을 온 사위의 대학 동료 앞에서 보랏듯이 사위의 아랫도리를 벗겨 수건으로 사타구니를 닦는다.    부끄러워 말게나. 우리가 어디 남인가.  작가가 독자에게 흘린 정보에 의하면 남자는 교통사고 직전에  아내와 이혼을 심각하게 고려 중이었고,  장모는 사위를 간병하던 중에 그가 바람을 피웠다는 사실을 알아차린다.  더군다나 남자는 동료뿐만 아니라 어린 제자와도 관계를 가진 것으로 드러난다. 행복했을 것이라 믿었던 딸의 불행.  장모는 언제부터인가 사위에게 속을 내보이지 않는다.  

소설은 이 지점을 변곡점 삼아 동일자라 여겼던 장모를 낯선 타자로 변형시키고,  장모 또한 사위를 가족이 아닌  타자로 설정한다.  문학평론가 故 김현의 말을 빌리자면 이렇다 :

  

 

타자의 철학  :   공포는 동일자가 갑자기 타자가 되는 데서 생겨난다. 타자가 동일자가 될 때 사랑이 싹튼다. 타자의 변모는 경이이며 공포다. 타자가 언제나 타자일 때, 그것은 돌이나 풀과 같다(1988년 7월 17일의 일기, 김현, <행복한 책읽기> 中)

 


불구가 된 남자가 장모에게 느끼는 공포'도 이와 유사하다.    가족이라 믿었던 장모2)는 어느 순간 낯선 타자로 돌변한다.               그 순간,   장모의 간병 행위는 < 간호 > 인지 간호를 빙자한 < 방치 > 인지가 애매모호하다.  이 모호성이 극적 긴장감을 팽팽하게 만든다.  " 내가......    자네 장모로 보이나 ? "     장모는 죽은 딸이 머물던 곳에서 생활하며,  죽은 딸이 입던 옷을 입고, 죽기 전에 딸이 정성스레 가꾸었던 정원을 손질한다.  남자는 장모의 모습에서 얼핏 설핏  죽은 아내를 겹쳐 읽는다.  상황이 급변하자 안전한 집은 죽음의 집으로 변한다.  남자는 탈출을 결심하지만 아시다시피 쉽지 않은 상황이다.  그는 퇴행적 존재로 장모가 튜브로 음식을 넣어주지 않으면 굶어죽을 수밖에 없는 인큐베이터 속 미숙아'다. 

즉, 이 의료용 튜브는 탯줄(생명줄)인 셈이다.    또한 타운하우스'는 거대한 자궁에 대한 은유'로 작동한다.  << 홀(구멍), hole >> 이라는 소설 제목이 그 사실을 견고하게 만든다. 그러니까,   이 소설을 지배하는 그로테스크한 정서는 " 모성적 남근 " 에서 비롯된 두려움이다.  그는 자신의 탯줄이 무시무시한 바기나 덴타타3)에게  물어뜯길까 봐 겁을 내는 꼬마 한스에 가깝다.  가 살 수 있는 길은  이 집을 벗어나는 일'이다.   과연,  그는 벗어날 수 있을까 ?    소설 << 홀 hole >> 은 << 미저리 >> 의 설정을 그대로 빌려 와  " 우라까이 " 했지만  크게 흠 잡을 만한 곳은 없다.  압축된 문장은 밀도가 높고 속도감 있게 읽힌다.  다만,  지나치게 우아하다.

내가 편혜영(소설들)의 우아한 문체에 반감을 가지는 이유는 절실함에 대한 결여'에 있다. 반복하지만 편혜영은 지나치게 우아하고 과도하게 고상하다(그것은 장점이자 단점이 될 수 있다) < 선데이서울 > 을 < 킨포크 > 스타일로 " 우라까이 " 할 때 느끼게 되는 엇박자 ■ 






​                           


1)  타자의 철학  :   공포는 동일자가 갑자기 타자가 되는 데서 생겨난다. 타자가 동일자가 될 때 사랑이 싹튼다. 타자의 변모는 경이이며 공포다. 타자가 언제나 타자일 때, 그것은 돌이나 풀과 같다(1988년 7월 17일의 일기, 김현, <행복한 책읽기> 中)

2)  가족 이데올로기는 명백하다.  우리가 남이가 ?

3) 바기나 덴타타  :  이빨 달린 여성 성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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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ella.K 2016-05-11 19: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헉, 우아하다굽쇼? 그럼 이건 내꽌데...ㅋ
편혜영을 읽어 본적이 없는데 함 읽어보고 싶긴 했어요.^^

곰곰생각하는발 2016-05-11 19:22   좋아요 0 | URL
그로테스크하지만 우아합니다. 전 그게 편혜영의 단점이라고 생각하거든요. 이런 작품을 좀 피비린내가 나야지 제맛이죠..ㅎㅎ 재미있어요. 편혜영 작품 중 가장 대중적이며 난해하지 않습니다. 그동안 서사가 좀 두리뭉실했거든요..

yamoo 2016-05-11 23: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편혜영의 소설이 읽은 만하다는 소문은 계속 듣고 있습니다만...한국 소설들에는 거의 손이 가지 않아요..세계문학만 하더라도 읽기 벅차요. 그냥 줄줄이 대기작들이 넘쳐납니다. 요즘 슈니츨러 작품들과 한트케 작품 땜시 다른 소설은 읽을 수가 없네요~

하지만 편혜영 <홀>에 대한 곰발님의 고견 잘 봤습니다. 일단 중고서점에 편혜영 저작들은 컬렉션 해 두어야 겠습니다~

곰곰생각하는발 2016-05-12 09:15   좋아요 0 | URL
전 편혜영 소설 별로 안 좋아합니다. 리뷰 당선되면 50만 원 준다기에 책 샀는데 기한을 훌쩍 넘기고 지금에야 읽었네요. 이게 뭔 지랄인지.. 근데, 이 소설 재미있어요. 전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이런 쫀뜩쫀뜩한 밀당 좋아하거든요... ㅎㅎ

yamoo 2016-05-12 10:41   좋아요 0 | URL
ㅋㅋㅋㅋㅋ 리뷰 대회를 위한 글이었군요! ㅎㅎ
그런 지럴도 있어야 재미 아닙니까..ㅋㅋ

곰곰생각하는발 2016-05-12 10:54   좋아요 0 | URL
마감 지나고 리뷰를 썼으니 해당 사항은 없는 리뷰입니다.. ㅎㅎㅎㅎ. 이 리뷰 쓰기 전에 이미 벌써 당선자 발표가... 이런 지랄도 해야 한국소설도 읽고 그러는 거 아니것습니까..ㅎㅎ

수다맨 2016-05-12 07: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말 오랜만에 댓글을 답니다.
이 소설을 처음 읽었을 때 약간은 반감이 들었는데, 왜 반감이 들었을까 생각해보니 아무래도 곰곰발님이 말씀하신 `지나치게 우아함` 이라는 말에 고개를 끄덕이게 되네요. 이런 내용과 소재의 글은 스티븐 킹이나 러브크래프트의 문체로 쓰여야 한결 재미와 박진감이 살아날 거라는 생각이 듭니다. 저도 편혜영의 소설들 중에선 비교적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편혜영은 근래에 오면서 (과거처럼 단순 하드고어의 세계를 그리기보다는) 일상에 잠복된 공포와 불안을 포착하는 방식으로 글쓰기를 시도하는 듯합니다. 지금도 그렇게 좋아하는 작가는 아닙니다만 이 작가도 갈수록 내공이 늘어나는 것으로 보이네요.
역시 짬밥은 허투루 먹는게 아닌 듯합니다.

곰곰생각하는발 2016-05-12 09:17   좋아요 0 | URL
네에. 조경란에서도 느끼는 것이지만 좀 지나치게 고상하다는 느낌. 고상하게 되면 절실함이 보이지 않잖습니까. 편혜영의 잘빠진 그로테스크를 볼 때마다 선데이서울을 킨포크 스타일로 레이아웃한다는 느낌이 들더군요. 그것은 장점이 될 수도 있지만 동시에 단점으로 작용하기도 한다는 느낌......

아니 왜 이리 격조하셨습니까. 자주 봅시다 ~

peepingtom 2016-05-12 08: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왼쪽 상단에 있는 것은 부제목쯤 되려나요? 소제목? 저는 저 소제목 보는 재미가 쏠쏠합니다. 제가 보기엔 곰님의 정수는 소제목 짓기인 것 같습니다. 크크크. 홀, 뜯어먹겠다고
요거 정말 절묘합니다 크크크

곰곰생각하는발 2016-05-12 09:18   좋아요 0 | URL
캬. 저데 나름 소제목에 공을 들입니다. 은근 소제목 짓기가 재미었습니다..
 


 

 

 

 

 

 

 

 

 

 

 

 

 

 

 

 

 

 

                                       

 


 

 



 



우리가     악몽(惡夢)을

통해서 배워야 할 교훈





                    - 영화 << 기담 >> 에서 그 유명한 엄마 귀신




                                                                            무릎과 무릎 사이,  치골과 둔골 사이, 그 사이에 거뭇거뭇 거웃이 자랄 무렵,  우리는  많은 < 꿈 > 을 꾸게 된다.   이야기도 가지각색이고 판타자도 스물네 가지 총천연색이어서 지난 꿈들을 모두 기억할 수는 없지만,   " 무서운 꿈 " 은 세월이 흘러도 비교적 生生하게 기억하는 편이다.  

사춘기 때 꿈속에서 수많은 악귀(惡鬼)를 경험하게 되지만  가장 두려운 존재는 낯선 자'가 아니라  낯익은 자'다.  그 대상이 낯익은 얼굴일수록,               유대 관계가 친밀한 존재일수록 두려움은 비례한다.  그러니까,  달빛 어스름 비치는 거실 한구석에 머리를 풀어헤친 채 서성이는 귀신은 주로 어머니'인 것이다. 낯익은 대상이 나에게 " 내가 네 엄마로 보이니 ? " 라고 낯설게 말할 때의 공포는 지금도 잊지 못한다. 왜,  하필 많고 많은 악귀 가운데 사랑하는 엄마'가 주인공이 되었을까. 대상에 대한 애착이 강할수록  그 대상으로부터의 분리 공포 불안'도 강화된다.  아침만 되면 유치원에 가지 않겠다고 떼를 쓰는 아이나 주인이 집을 비우면 이상 증세를 보이는 반려견도 분리 불안 장애'에 해당된다.

우리는 모두 모체(母體)에서 분리된 경험을 가지고 있기에,  < 탄생 > 은 곧 익숙한 것(모체)의 결별을 의미한다.  그래서 이 원형적 분리 불안 공포가 엄마 귀신에게 투사되는 것'은 아닐까 ?   이처럼 두려움을 작동시키는 서사의 원형은 < 낯익은 것의 낯선 배신 > 에 있다고 볼 수 있다.   내가 악몽을 통해서 배운 교훈은 사람의 얼굴이 가지고 있는 두 가지 측면'이었다.  낯익은 얼굴과 낯설은 얼굴은 동일하다는 사실. 얼굴과 탈은 분리되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  얼굴은 기본적으로 (낯) 설은 것과 (낯) 익은 것이 엉켜 있는 부위다.   즉, < 낯 > 은 " 설익은 " 것이다.  김현은 << 행복한 책읽기 >> 에서 모체(母體)에서 분리된 불쾌한 경험을 동일자와 타자로 설명한다.

타자의 철학  :   공포는 동일자가 갑자기 타자가 되는 데서 생겨난다. 타자가 동일자가 될 때 사랑이 싹튼다. 타자의 변모는 경이이며 공포다. 타자가 언제나 타자일 때, 그것은 돌이나 풀과 같다. 


- 1988년 7월 17일의 일기, 김현, <행복한 책읽기>


김현의 말대로라면  :   악몽에서 단골로 등장하는 < 엄마 귀신 ㅡ 꿈 > 은 동일자라 믿었던 대상이 타자화될 때 느끼게 되는 불안이 반영된 결과'다.     여기서 동일자는 우리가 평소에 알고 있던 < 자상한 엄마 > 이고,   타자'는 나에게 " 내가 네 엄마로 보이니 ? " 라고 되묻는 < 기이한 엄마 > 다.

이례적으로 조성호(안산 대부도 토막살인사건 범인)의 얼굴과 신상(身上)이 공개되었다.  경찰은 시민의 알 권리와 범죄 예방 차원에서 얼굴을 공개했다지만 흥미진진한 싸구려 볼거리에 지나지 않는다1).  범인 얼굴을 본 대중은 대동소이한 한 줄 논평을 내놓는다.  생긴 건 멀쩡하게 생긴 놈이 어떻게 이런 짓을 할 수 있느냐는 장탄식'이다. 내가 하고 싶은 말은 바로 이 지점이다. 모든 범죄의 팔 할은 멀쩡하게 생긴 놈이 저지른다. 오히려 괴물 같이 생긴 얼굴(놈)이 흉악한 범죄를 저지르는 경우는 드물다.  그렇기에 < 인간의 탈을 쓰고 어떻게 저런 짓을 저지를 수 있느냐 > 는 질문에는 < 인간의 탈을 썼기 때문에 가능하다 > 는 답변을 되돌려주어야 한다. 모든 패륜은 인간이기에 가능한 범죄'다.

익숙한 얼굴,                다시 말해서 멀쩡한 얼굴은 항상 우리를 배신할 수 있다.  인간에 대한 믿음보다 중요한 것은 인간에 대한 경계'다. 믿음이 선을 넘으면 맹신이 되고, 맹신이 과도하게 되면 파시즘으로 빠지기 마련이다. 평범한 얼굴은 믿을 것이 못된다. 가장 먼저 부패하는 곳은 얼굴이다.  파리는 죽은 사체의 눈, 귀, 입, 귓구멍 속으로 들어가 구더기를 낳는다. 다시 한 번 강조하지만,  얼굴은 구멍의 총합이다. 가장 먼저 부패하는 곳은 설익은 얼굴이다 ■





​                                          


1) 누가 봐도 어버이연합 게이트라는 대형 이슈를 덮기 위한 이벤트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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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그.바.보 #47 - 내가 화가로 보이니?
    from 冊性愛子 2016-05-11 17:31 
    가면이 가지는 의미는 긍정적 요소보다 부정적 요소가 많다. 사회학자인 어빙 고프먼이 주장했듯이, 사람들은 어떤 한 가지 성격만을 일관되게 연기하는 것이 아니라 각각 다른 상황에서 다른 역할을 연기한다. 예를 들어, 나는 친구들을 대할 때, 일하는 동료들을 대할 때, 알라딘 서재에 접속하여 ‘cyrus’가 되어 회원의 글을 읽을 때 각각 다른 사회적 가면을 사용한다. 만약 이 가면들을 모두 강제로 벗겨버린다면, 남는 것은 진정한 자아가 아니라 방어능력을
 
 
cyrus 2016-05-10 20: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가장 먼저 부패하는 곳이 얼굴, 그리고 인간의 탈. 곰발님의 글을 읽으니까 제임스 앙소르의 그림이 생각났어요. 자세한 감상은 따로 먼댓글로 정리하겠습니다. 저에게 영감을 주는 글, 참 좋습니다. ^^

곰곰생각하는발 2016-05-10 21:23   좋아요 0 | URL
dk, dkd아, 앙소르 그림 인상 깊게 본 1인입니다. 맞아요. 이 글에 알맞은이미지는 앙소리 그림인 것 같습니다. 먼댓글 남기시면 감사한 마음으로 정독하겠습니다..

5DOKU 2016-05-11 16: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 장면 너무 무섭게 봤던 기억이 나는데
무심코 스크롤 내리다가 심장 떨어질 뻔 했네요. ㅎㅎ
<행복한 책읽기>를 읽어봐야겠습니다.

곰곰생각하는발 2016-05-11 17:23   좋아요 0 | URL
행책은 왠지 구판 디자인으로 읽어야 제맛인 것 같습니다.
새판 나왔던데 영 책 디자인이 마음에 안들더군요.. 행책은 구판이 정답입니다..


글구.... 저 장면, 저도 진짜 깜놀했습니다. 정말 꿈속에서 막 뭐라 하는데 알아듣지 못할 말을 하는 귀신을 꾼 적이 있거든요...

yamoo 2016-05-11 23: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헐~ 영화 <기담>은 못봤지만, 귀신 사진은 정말 섬뜩하군요! 정말 <기담>을 보면 무시무시 할 거 같습니다..ㅎㅎ

곰곰생각하는발 2016-05-12 09:19   좋아요 0 | URL
이 장면만 무섭습니다.. ㅎㅎ 하지만 전체적으로 볼 만한 공포영화였습니다. 한번 보세요...

채송 2016-05-16 19: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인간에 대한 해부학적(정신이든 육체든)글이 인간에 대한 연민을 불러일으키네요.

곰곰생각하는발 2016-05-17 13:56   좋아요 0 | URL
해부학적으로 보면 인간은 동물에 비해 능력이 열등합니다. 머리만 빼면 말이죠..
 

 





가짜가 주는 위로 


구별 짓기  : 

                             남자는 두 종류로 나눌 수 있다. < 외로운 남자 > 와 < 고독한 남자 >. 이 둘을 감별하는 방법은 간단하다. 외로운 남자는 외롭다고 말하지만 고독한 남자는 고독하다고 말하고 다니지 않는다. 전자는 자신의 결핍을 타인에게서 채우려고 하지만 후자는 타인의 부재를 받아들이고 감내하려 든다. 그래서 외로운 남자가 내뱉은 넋두리는 징징거린다는 느낌이 들고 고독한 남자의 고통은 묵직한 느낌으로 다가온다. 문학 작가도 외자(외로운남자)와 고자(고독한남자)로 나눌 수 있다. 헤밍웨이가 고독한 남자에 속한다면, 피츠제랄드는 외로운 남자'에 속한다. 피츠제랄드는 자신의 결핍을 채우기 위해서 수많은 여자 앞에서 징징거렸다.  나는야 외로와 못살겠어요 ~  앞니빨이 뽀개지도록 키스해 주세요 ~ 

반면, 헤밍웨이는 피츠제랄드와는 정반대 유형에 속하는 인물이었다. 피츠제랄드가 " 징징 " 거렸다면, 헤밍웨이는 " 웅웅 " 거렸다.  성향이 이토록 다르다 보니 서로 앙숙일 수밖에 !          다자이 오사무와 미시마 유키오도 이와 유사했다.  다자이 오사무의 작품 세계는 외로움의 정서가 가득했고, 미시마 유키오는 고독한 정서가 작품 세계'를 지배했다. 다들 아시다시피 다자이 오사무야말로 << 찡찡이의 황태자 >> 였다.  외로와 못살겠다고,  애인이여 !  앞니빨이 뽀개지도록, 키스 미 데들리 ~   이처럼 다자이 오사무가 여자 치마 속에 숨어서 징징거리니 미시마 유키오가 그를 좋아할 리 없었다. 그는 외쳤다. " 수컷이여, 발기하라 ! "  내 문학적 취향은 고자 작품 쪽이었다. 고독한 정서가 지배하는 작품이 좋았다.

미시적 담론보다는 거시적 담론이 거창해서 좋았고,  고독한 정서가 주는 폐허를 사랑했다.  그런데,  말이다...... 나는 고독한 수컷을 동경했으면서 생래적으로 여자 앞에서 징징거렸던, 아니 찡찡거렸던 찌질한 수컷이었던 것 같다.  미시마 유키오를 동경하고,  냇가에서 가재나 잡기보다는 망망대해에서 참다랑어를 잡는 노인이 되고 싶었으나 타고난 성정이 여자 치마폭에서 뒹구는 걸 좋아했던거라.  날마다 마마보이가 되어서 술잔을 기울이며 외롭다고, 앞니빨이 뽀개지도록 키스해 달라고 칭얼거렸던 것 같다.  내가 다자이 오사무의 소설을 좋아했던 이유도 내가 다자이 오사무와 같은 외자 스타일이었다는 데 있는 것이다.




가짜가 주는 위로  :

                                     사람들은 < 진짜 > 를 " 진짜루 " 좋아한다.  판타지는 폄하되고 리얼리즘은 숭앙받는 경향이 있다. 그런데 사실,          우리가 혼동하고 있는 것은 < 진실 > 과 < 진짜 > 가 항상 동일할 것이라는 믿음이다.  물론 진짜가 진실일 확률은 높지만 진짜가 반드시 진실하지는 않다.  세계는 가짜로 이루어져 있다.  사회학자 어핑 고프먼이 지적했던 바,     사람들은 끊임없이 " 가짜 연기 " 를 한다.   어머, 혈색이 좋아졌네(좋아지기는 혈액암 판정 3기라고), 살 많이 빠진 거 같다(살 빠지기는,  살 쪘거등),  다음에 밥 한 끼 하자(그럴 일 없겠지만).......  

이처럼 사회적 의사 소통은 주로 가짜들로 이루어져 있다.  재미있는 사실은 가짜'가 위로를 준다는 것이다.  빈말이라도 예뻐졌다는 말에 반색을 하게 된다. 반대로 진짜 속마음을 털어놓으면 빈정이 상하기 일쑤다. " 어머, 너 병 걸렸니. 혈색이 느무 안 좋다. "  이 솔직한 돌직구에 당신은 화색(和色)이 돌기보다는 화색(火色)이 돌기 마련이다.  돌이켜보면, 우리가 알고 있는 것과는 달리 진짜는 고통을 주고 가짜는 기쁨을 준다. 바나나 우유에 바나나는 없다. 바나나 향을 내는 화학 감미료가 맛을 낼 뿐이다. 나는 가짜가 세상을 구원할 것이라 믿는다(구원까지는 아니더라도 위로 정도는 주지 않을까 ?).  진짜는 당신에게 고통을 준다.   이 글을 재미있게 읽었다면,    그것은 이 글이 깊이가 없는 가짜이기 때문이다. 

가짜는 당신이 생각하는 것보다 가성비 좋은 싸구려'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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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epingtom 2016-05-09 20: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틀렸어요. 이 글은 진짜입니다

곰곰생각하는발 2016-05-09 20:54   좋아요 0 | URL
고맙습니다. 진짜라 해 주시니 위로가 되네요.

마립간 2016-05-10 10: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가 (양극단을 밀어 부친) `플라톤-노자주의`와 `디오게네스-양주주의`에 탐닉하고 있지만, `아리스토텔레스-장자주의`를 버릴 수 없는 이유이기도 하죠.

극단으로 밀어 부치는 이유는 `기존의 관점이나 시선이 보지 못하는 것을 보려고 하기 때문`입니다.

곰곰생각하는발 2016-05-10 11:36   좋아요 1 | URL
장자주의... 음. 일리있는 지적이십니다. 현실은 꼭 나비의 꿈 같습니다. 꿈의 주체가 무엇인지...
제가 말하고자 하는 것도 가짜는 꿈의 무대를 현실화한 공간을 의미합니다..

yamoo 2016-05-11 23:39   좋아요 0 | URL
헐~ 플라톤-노자주의...라늬..

완전 금시초문인 조합입니다!

노자는 극단이 아닌데 말입니다. 양극단에 플라톤-노자주의 라니....이건 마립간 님께서 `노자`를 엄청나게 오해하고 계신듯..

마립간 2016-05-12 10:36   좋아요 0 | URL
yamoo 님, 노자가 극단인지 아닌지를 떠나서 플라톤과 노자의 공통점을 추출하기 위해 조합입니다.

http://blog.aladin.co.kr/maripkahn/6002708
관련된 페이퍼를 소개합니다.

yamoo 2016-05-12 10:39   좋아요 0 | URL
아, 그렇군요...근데, 플라톤과 노자의 공통점을 찾는다니, 매우 신선한 탐구 같습니다요~

마립간 2016-05-12 10:40   좋아요 0 | URL
http://blog.aladin.co.kr/maripkahn/7054823

이 페이퍼가 더 적절하겠군요.

yamoo 2016-05-11 23: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쵸~~~ 가짜가 주는 위안이란^^;; <우신예찬>에서도 가짜의 위력에 대해 나오지요. 대체로 `위안`에 방점이 찍힌다는 거..ㅎ

곰곰생각하는발 2016-05-12 09:19   좋아요 0 | URL
아, 글쿤요. 맞습니다. 가짜는 위안에 방점이 찍혀야지, 엄한 데 가치를 두면.. 위험합니다..
 

 

 

 

 

 


                                     
 

남성 패션의 정석은 수트 :

 

옷이 날개'여 ! 


                                                                                                 어떤 표현에 대해 사람들이 공감할 때, 즉 공감 지수가 높아질 때 속담은 만들어진다. 요셉 말(요샛말)로 속담은 " 캐공감 " 인 셈이다. 시간적 제약을 뛰어넘은 < 캐공감 > 은 살아남아서 속담이라는 명예를 얻는다. 하지만 따봉()을 많이 얻었다고 해서 저잣거리 입말이 모두 속담으로 승천하는 것은 아니다. 문장 속에 혜안과 통찰 그리고 지혜를 담지 못하면 < 유행어 > 에 그칠 뿐이다.

어제 구약성경을 읽다가 깜짝 놀랐다. 내가 즐겨 쓰는 낯익은 한국 속담이 전도서'에 있는 것이다. " 하늘 아래 새로운 것 없다 (There is nothing new under the sun. "  알고 보니 이 말은 한국 속담이 아니라 성경 구절이었던 것이다. 아, 내가 잘난 척하며 쏟아냈던 지난 < 말 > 들이 주마등처럼 스친다.  우리나라 속담에 하늘 아래 새로운 것 없다잖아, 우리나라 속담에 하늘 아래 새로운 것 없단 말이 있어, 하늘 아래 새로운 것 없다는 우리나라 속담이 괜히 있는 게 아니여, 기타 등등......   왜, 청자(聽者)들은 내 말에 토를 달지 않았을까 ?    누군가, " 현정화가 아니라 임춘애입니다, 행님 ! " 이라고 지적했다고 해서 내가 박근혜처럼 배반, 배신, to부정사 운운하며 성질을 낼 줄 알았나 ?  응?! 말해보라고, 승질 뻗쳐서 증말...

 

 

 

종종 하늘 아래 새로운 것 없다는 말을 즐겨 쓰는 사람을 보게 된다. 주로 표절 시비'가 발생하면 표절 의혹을 받는 작가들이 즐겨 사용하는 레토릭'이다. 신경숙과 박민규 작가도 전가의 보도처럼 하늘 아래 새로운 것 없다는 식으로 말했다가 욕이란 욕은 몽땅......         창조적 우라까이1)란 존재하지 않는 것일까 ? 문제는 받아쓰기 숙제(ctrl+c, ctrl+v) 가 아니라 변형의 기술에 달린 것이다.  예술이란 결국  옛것을 가지고 새것을 만들어내는 기술인 셈이다. 신화는 현대 서사의 원형'이다.  그러니까 미래지향적으루다가 우주의 기운을 받아 창조 미래 소설이나 영화를 만든다고 해서 새로운 서사'가 탄생하는 것이 아니라는 말이다. 영화 << 시빌 워 >> 는 철갑 수트 입고 하늘을 날아다니며,

서로 편을 갈라 다구리나 치는 허무맹랑한 미래 시대를 배경으로 한 영화 같지만, 사실 알고 보면 그리스 신화 속 신(神)을 우라까이 한 것이다. 캡틴 아메리카의 무기인 방패는 제우스 신이 들고 다니는 방패 아이템을 훔쳤고, 아이언맨이 쏘는 광선 또한 제우스의 번개를 우라까이 한 것이다. 이처럼 신화 속에서 신들이 하늘을 날거나 신체를 변형하는 것은 지극히 자연스러운 능력'이다.  영화 << 시빌 워 >> 는 만화적 상상력을 바탕으로 만들어진 SF 영화 같지만 서사는 아주 오래된 이야기'를 우라까이 했다. 즉, 신들이 내 편 네 편 갈라 다구리를 치는 영화인 것이다. 호랑이 담배 피던 시절, 노인들이 장기 두다 성질나서 서로 네 편 내 편 갈라 싸우는 스토리를 21세기 관객들이 좋아할 리 없고 스탠 리(원작자)도 모를 리도 없다.

명색이 마블인데 학습 만화를 그릴 수는 없는 노릇이 아닌가.  그렇다 보니, 곰방대 물며 노인정에서 장기나 두던, 수염 난 노인에게 간지 철철 넘치는 철갑 수트를 입히고 라텍스 재질의 쫄쫄이 입혀서 " 슬림핏 " 하게 내놓은 상품이 바로 << 시빌 워 >> 다.  그리스 신화와 슬림 핏의 조화. 창조적 우라까이'는 바로 이런 것이다.  신경숙과 박민규가 하늘 아래 새로운 것 없다며 징징거릴 때 할리우드는 발 빠르게 호랑이 담배 피던 서사를 " 에, 쓰, 에, 푸, 적, 으, 루, 다, 가 "  변형시켰다. 이 영화의 주제는 간단하다. 말하기 좋아하는 사람들은 이 영화의 주제를 거창하게 말하던데,  내가 보기에 이 영화에서 얻을 수 있는 교훈은 명확하다.  " 옷이 날개여 ! "  








​                               


1)    우라까이  :  신문·방송 현장 일본말 속어. 신문에서 기사 마감에 임박해 다른 신문사의 기사(특종 포함) 일부를 대충 바꾸거나 조합해 새로운 자기 기사처럼 내는 행위를 '우라까이 한다'라고 말한다. 방송에서는 적당히 외형만 바꿔서 자기 것처럼 만들어 방송하는 것, 혹은 일부를 그렇게 하는 것을 말한다.

[네이버 지식백과] 우라까이 (영상 콘텐츠 제작 사전, 2014. 9. 17., 커뮤니케이션북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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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epingtom 2016-05-04 10: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호호호호. 곰님이 즐겨 사용하시는 우라까이. 잘 읽었습니다. 요즘 뜸하셔서 궁금했던 차였습니다.

곰곰생각하는발 2016-05-04 11:55   좋아요 0 | URL
인생 뭐 그까이꺼 우라까이 아니것습니까..

마립간 2016-05-04 11: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가 반복적으로 언급하는 두 시각 ;
플라톤-노자주의의 `하늘 아래 새로운 것 없다` 는 관점과
디오게네스-양주주의의 `같은 강물에 두 번 발을 담글 수 없다` 는 관점은
사람의 두 다리와 같겠지요.

곰곰발 님의 평가가 그리 좋지 않아, 영화를 보고 싶은 마음이 줄었습니다.

곰곰생각하는발 2016-05-04 11:56   좋아요 0 | URL
오, 아닙니다. 이 영화 재미있습니다. ㅎㅎ





+

플라톤과 디오게는 서로 양립할 수 없는 겁니까 ?

마립간 2016-05-04 12:08   좋아요 0 | URL
플라톤-노자주의와 디오게네스-양주주의는 양립할 수 없는 것이 아니라 양립되어야만 하는 것이죠. (제 주장은,) 진리 또는 사물의 서로 다른 측면을 이야기합니다.

여성이 남성과 같기도 하고 다르기도 한 것과 같습니다. 새가 양날개로 날듯이, 사람이 두 다리로 걷듯이 말입니다.

이 글과 직접 관련은 없지만, 얼마전 다른 분의 서제에서 주관, 객관은 글도 읽었는데,
세상 모든 것은 `간주관적`이지만, 그렇다고 해서 `주관`, `객관`이 없는 것도 아닙니다.

곰곰생각하는발 2016-05-04 18:54   좋아요 0 | URL
오 그럼 저도 마립간 님계입니다.
뭐 창조적 우라까이도 두 진영의 평화적 합의 아니겠습니까.
창조적이 양주주의라면 우라까이는 노자주의이니 두 개의 결합이 창조적 우라까이...

stella.K 2016-05-04 13: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교회는 안 다니셔도 그 정도는 아시는 줄 알았는데 모르고 계셨군요.
그래도 요즘 구약도 읽으시고... 혹시 신앙에로 복귀를...?! ㅋ

요즘 미국 히어로물들이 신화의 변형이라는 건 저도 알고는 있었는데
솔직히 마음에 안 들어요. 그래봤자 다 비주얼이지 깊이도 없고,
힘 있는 미국만이 세상을 구원할 거다. 뭐 그런 메시지를 주입하고 있잖아요.
더구나 트럼프 섀끼 계속 망발만 늘어놓고. 트럼프 보면 저 물건이야 말로 노욕이다 싶더군요.
거기에 환호를 보내는 공화당 떨거지도 웃기고. 미국도 다 됐다 싶어요.

재작년인가? 영국 BBC가 제작한 아틀란티스 시리즈 방영한 것을 본 적이 있는데
정말 잘 만들었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적어도 영화를 만들려면 그렇게는 만들어야지. ㅉ

곰곰생각하는발 2016-05-04 18:51   좋아요 0 | URL
정말 몰랐습니다. 전 여기껏 이게 속담인 줄 알았습니다. 처음에는 이야, 성경을 의역하다니 심한 걸 했다가
혹시나 찾아보니 의역이 아니더군요.. 개충격 먹었습니다.. -_-



뭐, 만화 영화에서 무슨 깊이를 찾겠습니다. 그냥 재미로 보는 거죠. ㅎㅎㅎㅎㅎ
저도 이런 영화 그저그렇게 보는데 의외로 활동사진으로써의 잔재미가 있습니다.
글구 수컷은 원래 로봇 변신 이런 거 무지 좋아합니다.. 저도 수컷인지라...

samadhi(眞我) 2016-05-04 19: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늘 아래 큰 것 없네 땅 위에 새 것 없네... 이런 민요가사도 있답니다. ㅎㅎ

곰곰생각하는발 2016-05-04 19:16   좋아요 0 | URL
음.. 그것도 성경 우라까이 했네요.. ㅋㅋㅋㅋㅋㅋ
진아 님 요즘 잘 지내시고 계십니까 ? 어째 좀 뜸하신 거 같습니다..

samadhi(眞我) 2016-05-04 21:42   좋아요 0 | URL
네 요즘 무기력 상태라서 벗어나려고 애쓰고 있어요.

곰곰생각하는발 2016-05-05 16:06   좋아요 0 | URL
그럼 진아님에게는 유기력이 필요한 시점이군요.. 유기력에 유산균이 필요합니다..

samadhi(眞我) 2016-05-05 17:03   좋아요 0 | URL
유산균은 무지 먹어대는데도 기력이 나질 않아요. 제가 발효식품 밝힘증이거든요. 똥강박증이 있어서 ㅋㅋㅋ

곰곰생각하는발 2016-05-05 19:39   좋아요 0 | URL
비극이네요 ㅋㅋ 동병상련을 느낍니다.
전 장트러블 때문에... ㅠㅠ

채송 2016-05-06 12: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재밌어요. 글이...^^

곰곰생각하는발 2016-05-06 13:20   좋아요 0 | URL
잼있게 읽으셨다니 고맙습니다..
 

 

 



​                        

나 홀로 집에 :  



 



housekeeper  


 

 

 

 


 


 

 

 


 


                                                                                               20대 총선이 끝나자마자 총선 결과를 놓고 해석이 분분하다. 김종인 지지자는 김종인 때문에 야권이 승리를 거뒀다고  주장하고, 문재인 지지자는 문재인 때문에 야권이 승리를 거뒀다고 주장하며, 안철수 지지자는 안철수 때문에 야권이 승리를 거뒀다고 주장한다. 

놀라운 < 점 > 은 박근혜 지지자도 박근혜 때문에 야권이 승리를 거뒀다고 주장한다는 점이다(이건 뭥미?!).  정치 평론가'도 20대 총선 결과의 원인'을 놓고 제각각 다른 해석을 내놓는다. 백인백색(百人百色)이요, 가지각색(ㅡ各色)이다. 내가 이 현상을 재미있게 생각하는 이유는 현대인들이 집요하게 << 결과의 원인 >> 을 찾으려고 한다는 데 있다.  이러한 태도는 과학적 사고'가 낳은 병폐이다.  과학은 " 결과의 원인 " 을 증명하는 학문이니까. 쫌, 무식하게 말하자면 과학이란 핑계 없는 무덤이 없다는 말을 과학적으로 증명하는 학문이라는 말이다. 과학적으로 ?!  여기서 핑계는 원인이고, 무덤은 결과'다. 그런데 정말 핑계 없는 무덤은 없는 것일까 ?  더민주'가 호남에서 참패한 원인(이유)은 반문(반 문재인) 정서 때문이다, 

라는 명쾌한 분석을 내놓으면 좋겠지만 물리학이 아닌 사회학에서는 여러 요소가 우연히 결합하여 결과를 만들어내는 경우가 많다. 제임스 딘을 보라, 십대의 반항이 모두 이유가 있는 것은 아니다. 역사를 해석하는 방식도 마찬가지'다. 역사란 승자의 기록이니 승자는 자신에게 유리한 쪽으로 역사를 해석할 뿐이다. 수전 손택이 해석에 반대한다고 주장했던 데에는 문화 권력이 해석을 독점하는 것에 대한 반감이 컸기 때문이다.  나는 << 역사 >> 가 의미 없는 우연과 의미 없는 우연과 의미 없는 우연이 겹쳐,  혹은 수많은 의미 없는 우연에 우연찮게 의미 있는 사실이 하나 끼어들어 만들어진 결과'라고 믿는다. 그렇기에 수학 공식처럼 명쾌한 결론(원인 + 결과)을 의심하는 편이다. 그래서 선인과 악인이 분명한 드라마를 보면 흥미를 잃는다. 

내 관심을 끄는 서사나 캐릭터는 < 모호함 > 이다.  등장인물이 뭔가, 좀, 그러니까..... " 야리꾸리 " 할 때 매력을 느낀다. 뭐여, 거시기.... 그러니께,  저거슨.... 저 몸짓은 나를 유혹하는겨, 경멸하는겨 ? "  알다가도 모를 때 호기심이 발동한다. 수잔 손택은 아르토에 대해서 " 어떤 작가들은 읽히지 않기 때문에, 본래 읽기가 불가능하기 때문에 문학적, 지적 고전이 된다. (수전 손택, 우울한 열정, 이후 2009. 237쪽) " 라고 지적했다. 해석의 모호함이 예술적 아우라를 선물하는 경우다. 독자(혹은 관객)인 우리는 항상 조이스에 대하여, 카프카에 대하여, 로브그리예에 대하여, 타르코프스키를 이야기하며 텍스트가 난해하다고 불평을 쏟아내지만, 바로 그 선명하지 않은 난해성(難解性)이 고전을 만들기도 한다는 점을 알고 있다.

그런 점에서 샘 페킨파 감독이 1971년에 만든 영화 << 어둠의 표적, straw dogs >> 은 걸작'이다. 영화 속 등장인물들은 모두 " 야리꾸리 " 하다.  뭐여, 저거슨. 


조용한 성격의 수학자 데이비드(David Sumner: 더스틴 호프만 분)는 관능적인 여인 에이미(Amy Sumner: 수잔 죠지 분)와 결혼하여 도시의 폭력을 피해 그녀의 고향인 작은 마을로 이사간다. 하지만 곧 그들은 그곳이 더 폭력적이라는 것을 발견하게 된다. 차고를 짓기 위해 네 명의 주민을 고용하면서 그들의 삶은 아주 불쾌하기 그지없게 된다. 그들의 고양이가 매달려 죽은 시체로 발견되기도 하고 유약한 데이비드에게 쏟아지는 마을 주민들의 움직임도 심상치 않다. 이때 에이미의 옛 애인이었던 헤네이의 등장으로 두 사람의 신경은 더욱 날카로워진다. 데이비드는 그들과 맞설 것을 결심하고 차고도 혼자 힘으로 만들겠다고 다짐하지만 그들의 사냥 여행에 같이 가자는 제의를 뿌리치지 못한다. 화가 난 에이미를 남겨 놓고 여행을 떠났지만 데이비드는 곧 사냥터에 혼자 남게 된 것을 알게 된다. 헤네이와 그의 동료들은 돌아와 에이미를 강간한다. 얼마 후 혼자 버려진 것에 화를 내며 데이비드가 돌아오지만 에이미는 강간에 대해서 말하지 않는다.


ㅡ 어둠의 표적 줄거리, 네이버 제공

 

 

히,   에이미의 태도는 그 누구보다도 야리꾸리하다.  이상하게 꼬인 캐릭터'다. 페미니즘 진영으로부터 격렬한 논쟁을 일으킨 바 있는 강간 장면에서 감독은 의도적으로 강간과 화간 사이에 에이미를 위치시킨다.  에로 영화'였다면 에이미의 애매모호한 위치 선정'을  에로 영화의 상투적 클리쉐로 해석할 여지가 있지만,  그렇지 않다는 점에서 영화는 복잡하다. 무엇보다도 엘리트 도시 남성과 결혼하여 신분이 상승된 시골 여성이 어릴 적 같은 동네에 살던 남성들과 갈등을 빚는다는 점에서 이 성적 모호함은 계급 갈등적 요소를 담고 있다.  더스틴 호프만이 연기한 수학자 데이비드'도 마찬가지'다. < 그 > 는 과학적 사고(이성적이고 합리적인)를 대표하는 인물이지만  영화가 끝나갈수록 야생적 사고(비이성적이고 비합리적인)를 보이는 폭력적 인물로 묘사되는데,  

이 폭력성 또한 애매모호하다.  방어를 위한 어쩔 수 없는 공격인지,  아니면 혐오를 숨긴 공격인지가 불분명하다는 점이다. 이처럼 부부가 쌍으로 야리꾸리하다 보니 이 영화를 명쾌하게 읽어내기란 불가능하다.  바로 그 점이 이 영화를 걸작으로 만들었다.  해골이 담긴 물은 모르고 마실 때가  달콤한 법이다. 영화는 수학 공식처럼 간결한 정석'을 내놓지 못한다. 인간 행동의 본질도 다를 게 없다. 우리 안의 선과 악은 함께 공존한다. 지킬과 하이드가 한몸으로 공존하는 것처럼 말이다. 영화 원제는 straw dogs(지푸라기 개)이다. 노자의 << 도덕경 석의 >> 에는 다음과 같은 문장이 나온다. 天地不仁  以萬物爲芻狗 . 해석하면 천지는 어질지 않아 만물을 추구(芻狗)와 같이 여긴다는 뜻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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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립간 2016-04-25 10: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 서재에 총선에 관한 글을 (소설처럼) 쓰려다, 여기 댓글에 간결하게 (시처럼) 남깁니다.

총선의 결과는, 보수 3당 체제.

곰곰생각하는발 2016-04-25 11:05   좋아요 0 | URL
동의합니다. 여야가 균형을 이룬 것이 아니라
보수가 쌍웅을 겨루는 꼴입니다..

혹, 이 영화 안 보셨음 추천합니다. 파킨파의 최고 걸작이 아닐까 합니다..

시이소오 2016-04-25 14: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치 평론가라는 자들은 총선전에 이런저런 예측질하다 하나도 안 맞으니 이제 또 물타기군요.

통계학자가 `평균`수심이 90cm인 강을 건너다 물에 빠져 뒤졌다나 뭐라나. ㅋ

곰곰생각하는발 2016-04-25 15:22   좋아요 0 | URL
ㅎㅎㅎㅎㅎㅎㅎ 이런 게 바로 냇물 건너려다 빠져죽는 꼴이겠군요..

samadhi(眞我) 2016-04-25 21: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야리꾸리를 거시기하다고도 하지요.

곰곰생각하는발 2016-04-26 19:43   좋아요 0 | URL
모든 상황은 거시기로 통하죠... 참 좋은 단어임.. 이거 형용사인가요?

곰곰생각하는발 2016-04-26 19:44   좋아요 0 | URL
아 대명사군요..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