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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에 대한 짧은 논평 2 :

 

 

 


 



 

La Strada , 1954

 

 

ㅡ  사랑은  당신이  생각하는 것보다 가까운 곳에 있습니다 


 

 

 


 


                                                                                              그날 찍을 장면에 필요한 것은 자연스러운 " 바람 " 이었다고 한다. 영화 감독은 바람이 지나가는 자리'를 찍고 싶었으나 그날은 유독 바람이 불지 않았다고 한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촬영을 미루고, 미루고, 미뤄 바람이 불어오기를 바랐으나 기다렸던 바람은 쉬이 불어오지 않았다고.    해는 어느덧 뉘엿뉘엿 기울고 감독은 고민에 빠졌다.  촬영을 접어야 할까, 아니면 바람 없는 밋밋한 풍경을 찍는 것으로 만족할까 ?  그때였다. 감독이 마음속으로 철수를 결정하려던 순간,  기적 같이 바람이 불기 시작했다.  바람은 그가 원했던 방향과 그가 원했던 세기와 그가 원했던 소리로 감독의 머리카락을 어루만지며 지나갔다.  감독은 서둘러 그 장면을 필름에 담았다고 한다.      그는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 이 바람은 신이 가난한 예술에게 주는 선물이구나 ! "  ㅡ  정확한 기억의 복기'는 아니지만 장 뤽 고다르'가 했던 말로 기억한다.


 


 

 


예기치 않는 바람'은 안드레이 타르코프스키 감독이 연출한 << 거울 >> 이라는 장면에서도 등장한다.  지금까지 내가 영화 속에서 본,  그 " 모오든 바람 " 을 통틀어서 가장 멋진 바람'이었다. 여자는 물끄러미 낯선 사내'를 보고 있다. 그녀의 얼굴에는 낯선 남자에 대한 경계'가 뚜렷하다. 남자는 여자의 무표정에서 그 어떤 의미도 포착할 수 없다. 남자는 왔던 길로 다시 걸어간다.  그때 돌풍이 어지럽게 불어닥친다.  풀은 바람이 지나가는 방향으로 눕는다.  남자는 바람이 지나가는 바람길을 따라, 풀이 눕는 길을 따라 고개를 돌리다가 여자의 얼굴과 마주친다.  남자가 본 것은 < 바람의 풍경 > 이 아니라 < 여자의 마음 > 이었다.   아, 했다.  심란한 마음을 이보다 아름답게 표현한 장면은 보지 못했다.

 

하지만 이 장면은 감독이 의도했던 바람'은 아니었다고 한다. 인공적으로 만들어진 바람이 아니라는 것이다. 그 바람은 촬영 도중 느닷없이 불었다고. 아무도 예상하지 못한 돌개바람'이었으나 이 변수는 신이 선물한 장면이 되었다.  내게는 자동차 백미러에 쓰인 경고문이 그런 경우였다. " 사물이 거울에 보이는 것보다 가까이 있음 " 이 문장은 철학자의 사색 깊은 잠언도 아니요, 대문호의 화려한 수사'도 아니었지만 내게는 깊은 울림으로 다가왔다.  이 문장을 발견했을 때,     제일 먼저 떠오른 영화는 페데리코 펠리니 감독이 연출한 흑백영화 << 길 >> 이었다.

 

 

 

 

늦은 밤, 차력사 짐파노(안소니 퀸)가  해안가'에서 목을 놓아 통곡할 때, 그는 깨닫고 있었다. " 사랑은 당신이 생각하는 것보다 가까운 곳에 있습니다. "     백미러를 바라보다가 문득,  헤어진  < 옛 >  애인이 떠올랐다.  차는 안양 충훈부 버스종점 근처 천변을 달리고 있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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곰발님은 2016-04-04 15: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참 독특한 캐릭터네요. 굉장히 욕 잘하는 상남자 같다가도 이런 글 읽으면 감성이 참 풍부하셔요 봄에 읽기좋은 글이네요

곰곰생각하는발 2016-04-04 16:17   좋아요 0 | URL
전 실생활에서는 욕을 하지 않습니다. 오늘도 날은 좋군요...

수이 2016-04-04 16: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영화 제 베스트 무비 원_^^

곰곰생각하는발 2016-04-04 16:17   좋아요 1 | URL
거울이라는 영화 추천합니다. 수면제용 영화일 수 있으나... 위험을 감수하고 추천합니다..

곰곰생각하는발 2016-04-04 16:30   좋아요 1 | URL
이 영화 참 좋죠 ? 어릴 때는 뭐 이런 촌스런 영화가 있냐... 했다가 다시 보았는데... 아 진짜 좋더군요....
이런 봄날에 보면 참 좋습니다.

수이 2016-04-04 16:33   좋아요 0 | URL
나이들어 보는 맛은 또 색다르니 봐야겠어요_ 거울은 오늘밤 찾아볼게요. 오늘 날 끝장인걸요.

곰곰생각하는발 2016-04-04 17:17   좋아요 0 | URL
타르코프스키 영화 중 제가 가자아 좋아하는 영화입니다. 제 인생의 다섯 손가락 안에 드는 작품이라고나할까요..

stella.K 2016-04-04 17: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감독이 자연에 순응하며 영화를 찍는군요.
친자연주의라고나 할까?
난 드라마나 영화에서 볕 좋은 날 비 오는 씬 찍겠다고 물 쏟아 붙는 감독이나 PD 보면
정말 욕나와요. 요즘들어 조금 줄어 든 것도 같습니만 미친 썌끼란 생각을 지워버릴 수가 없더군요.
관객들 시청자들 우롱하는 거죠. 물 낭비는 말할 것도 없고.

오늘 글 정말 좋네요.^^

곰곰생각하는발 2016-04-04 17:07   좋아요 0 | URL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가뭄 때 비오는 장면을 찍어야 할 땐 어떡합니깡..ㅎㅎㅎㅎㅎㅎ
이게 타이밍에 맞춰 일기가 그때 그깨 반응하기가 힘들다 보니... 인공살수차가 동원되기는 한데..
아무래도 그 분위기가 좀 거시기 하죠.. 자연스럽지 못하고 말입니다...

인정사정 볼것 없다인가요.. 고거 보면 왜 대낮에 살수차 틀어놓고 영화 찍었다는 느낌이 팍 나지 않습니까.
해볕은 쨍쨍한 거 같은데 장대비가 내리고...ㅋㅋㅋㅋㅋㅋ

stella.K 2016-04-04 17:11   좋아요 0 | URL
아,맞아요. 그래도 이명세는 용서가 되던데...
그 장면 뽀샵 많이했잖아요.
왜 내가 용서했을까요? 흐흑~ㅠㅠㅠㅠㅠㅠ

곰곰생각하는발 2016-04-04 17:16   좋아요 0 | URL
진짜 뽀샵 너무 했죠. 솔까말 촬영감독이 보면 촌스러운 촬영이죠.. 누가 요즘 그런 촬영을 합니까..

cyrus 2016-04-04 18: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사랑은 당신이 볼 수 있는 곳보다 가까이에 있습니다’, 참 좋은 말인데, 현실은... 아흑 ㅠㅠ

어제 잠실 경기 취소한 감독관 김재박 6경기 출장 정지 받았답니다. 이건 제재가 아니라 휴가 같습니다.


곰곰생각하는발 2016-04-04 21:41   좋아요 0 | URL
후후.. 아픈 사연이 이쓰신가 봅니다그려..

+

제가 말했잖습니까. 이런 강우량으로 무슨 경기 취소냐고...
말도 안 되는 거였죠.. 야구만큼 일정 빡빡한 경기가 어디 있습니까.
장마를 대비해 봄날 비는 악차같이 경기를 치뤄야 하거늘...

stella.K 2016-04-05 14:56   좋아요 0 | URL
김재박이 무슨 책 잡힐 일을 했나요?

곰곰생각하는발 2016-04-05 15:54   좋아요 0 | URL
비도 별로 안 왔는데 경기를 우천 취소했씁니다. 프로야구가 일정이 빡빡해서 우천 취소되면 골치 아프거든요...

곰곰생각하는발 2016-04-04 22: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10년 만에 다시 보았는데 저 유명한 장면에서 남자는 남편이 아니라 지나가는 의사`였다. 그동안 착각하고 있었다..

지나가는행인 2016-04-05 01: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캬 이런 밤에 읽으니 마음이 말랑말랑해져요.

곰곰생각하는발 2016-04-05 13:19   좋아요 0 | URL
왜 편지도 밤에 쓰면 근사한데 아침에 다시 읽으면 촌스럽잖습니까.. 그런 심리 가스비다..

yamoo 2016-04-05 19: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영화에도 조예가 깊으신 곰발님..ㅎ 간만에 영화에 대한 페이퍼가 올라왔군요~ 생전 처음 듣는 영화라 찾아 봐야 할 거 같습니다. 근데<거울>의 유투브 영상은 차단됐다고 나오네요..

일명 백미러에 ˝사물은 거울에 보니는 것보다 가까운 곳에 있습니다˝라는 거는 오래 전 미트로프의 `백 아웃 오브 헬2`에 수록된 곡 이름이기도 했지요~^^


곰곰생각하는발 2016-04-05 19:48   좋아요 0 | URL
가장 싼 문화 생활이 영화 아닙니까...ㅎㅎㅎㅎㅎ
여기서는 차단되었는데 유투브 안에서 보면 보입니다....
사실 지루해요. 전 그 장면이 좋아서 전체가 좋아진 경우입니다. 제가 좋아하는 감독이니 가산점도 있고..ㅎㅎㅎ

+

아, 그런 노래가 있군요. 이 경고문은 그럼 세계 만국 공용으로 쓰이나 보죠 ?

samadhi(眞我) 2016-04-06 02: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거울 정말 좋네요. 흔들리는 눈빛 크아. 유부녀 가슴에 바람이? ㅋㅋ
무엇보다 색깔이 예쁘네요. 모든 장면이 자연스러워서 사랑스럽습니다.
짐파노가 취해 얻어터진 것도 우는 것도 아프네요. 사람 마음이라는게 참 거시기(?) 하네요. ㅎㅎ

곰곰생각하는발 2016-04-06 12:08   좋아요 0 | URL
흑흑. 좋죠 ? 이 영화 좀... 공포스러운 점이 많습니다. 내러티브는 없어요.
그냥, 꿈의 연속 같다는 느낌이 드는 영화인데... 굉장히 시적입니다.
어릴 적 보고 충격 먹은 작품입니다..



라스트라다는 정말... 좋은 영화더군요..
다시 보니 더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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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에 대한 짧은 논평 :





 

애정만세 愛情萬歲, Vive L'Amour, 1994

 

 

ㅡ  오지 않을 기회에 대한 일말의 기대


 

 

 

 

 

방'이라는 말'을 좋아한다. 그래서 인생은 한 방'이다,  라는 표현을 좋아한다. " 한 방에 훅 가 " 도 좋다. 일상에서는 부정적으로 쓰이는 표현이지만, 불나방 같은 철없는, 오지 않을 기회'에 대한 일말의 기대를 좋아한다. 문학에도 한 방'이 존재한다. 좋은 문장 하나가 지루한 전체를 구원할 수 있다. 긴 문장보다는 정곡을 찌르는 짧은 문장에 매력을 느낀다. 어쩌면 내가 도스토예프스키'를 좋아하는 이유도 " 도 선생의 한 방 정신 " 에 매력을 느끼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아, 그가 동양에서 태어났다면 훌륭한 한의사가 되었을 것이다. 허벅지 안쪽에 침을 놔 드리겠습니다. 눈 감고 아, 하세요. 우, 하시면 안 됩니다.   권투를 좋아하는 취향도 위와 맥락이 동일하다. 럭키 펀치'만큼 허무하면서도 짜릿한 것도 없다. 사노라면 언젠가는 한 방 칠 날이 오리라. 야구 경기도 마찬가지'다. 팀을 위해 온갖 패악질을 하다가 연장 12회 말에 끝내기 홈런을 치면 그동안 내가 그 선수에게 쏟아부었던 악담은 한순간에 날아간다. 눈물을 쏟으면서 사랑해요, 엘지 ~  이처럼 한 방은 대부분 마지막에 찾아온다. 영화에서의 가장 강력한 한 방 또한 " 라스트씬 " 에 몰려 있다. 경기 내내 3연속 병살타로 욕을 먹던 야구 선수가 끝내기 홈런을 쳤을 때처럼 영화에서 인상 깊은 < 라스트씬 > 은 그동안의 모든 과오를 씻어내는 성수'다. 내게는 챠이밍량의 << 애정만세 >> 라는 영화가 그런 경우에 속했다. 이 압도적 라스트씬 앞에서 영혼이 텅 비는 경험을 했다. 그 지루했던 과정들이 한순간에 사라졌다. 특별한 기교와 서사'를 선보인 것은 아니었다. 한 여자가 벤치에 앉아 운다. 카메라는 그녀가 우는 모습을 조금 멀리 떨어져서 편집 없이 보여준다. 기교는 없다, 서사도 없다. 실컷 울다가 그칠 즈음, 그녀의 어깨가 다시 들썩인다. 시나리오의 정석대로라면 그녀가 우는 이유를 알려주어야 하는데 영화는 냉정하게 끝난다. 왜 우냐고 묻는 것은 예의가 아니라는 듯이 말이다. 그녀에게는 미안한 소리이지만 나는 이 영화의 마지막 장면을 보고 나서 기분이 좋아졌다. 이 장면은 이 영화의 카운터펀치인 셈이다. 모든 것을 다 용서할 수 있는,  이 벼락 같은 기회가 없다면 인간은 얼마나 불행한 존재인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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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이소오 2016-04-03 12: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명작이죠. 이런 영화 만들고 싶은데, 한국에선 자비로 만들어야 될듯 합니다. ^^;

곰곰생각하는발 2016-04-03 12:53   좋아요 0 | URL
차이밍량은 세계적 감독이라는 명성을 얻은 감독인데.. 제작비를 구할 수 없어서 세계를 유랑하며 영화를 만들고 있습니다. 그가 옛날에 이런 말을 한 적 있죠. 울면서... 영화 맘 놓고 만들고 싶다고.. 이렇게 떠돌아다니면서 만들지 않는 환경에서 영화를 만들고 싶다고 말이죠.. 이젠 자본이 점령해서 이런 영화들이 만들어지기 힘든 시대입니다..

cyrus 2016-04-03 14: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제 한화 엘지 전 연장전 끝내기 한 방 좋았습니다. 오늘 2시 경기 보고 싶었는데 우천 취소되어서 아쉬워요.

곰곰생각하는발 2016-04-03 14:21   좋아요 0 | URL
불만이 많습니다. 천둥이 쳐도 그냥 해야지.. 뭔, 이런 비로 우천 취소랍니까..하지만

으하하하하... 메이저리그 시작입니다. 사실 전, 메리저리그 팬임돠....

cyrus 2016-04-03 14:23   좋아요 0 | URL
취소한 경기감독관이 김재박이랍니다 ㅋㅋㅋㅋㅋ

곰발님. 괜찮으시다면 야구 관련 글도 써주십시오. 곰발님식 유머가 깃든 야구 관전평 재미있을 것 같습니다.

곰곰생각하는발 2016-04-03 14:50   좋아요 0 | URL
앞으로 메쟈. 한국리그 줄창 쓸 생각입니다... 그 경기 감독관 웃긴 사람이네요..
서울에는 비 별로 내리지도 않았습니다...

syo 2016-04-03 14: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사랑해요 엘지 부를 때마다 항상 뭔가 비장하면서 웃기면서 숭고하면서 병신같은 기분이 듭니다.

곰곰생각하는발 2016-04-03 14:22   좋아요 0 | URL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쇼 님.. 엘지팬이시군요.. 비극이네요..ㅋㅋㅋㅋ
그래도 2연전 짜릿하지 않았습니까...

syo 2016-04-03 14:52   좋아요 0 | URL
호시절이네요.

곰곰생각하는발 2016-04-03 14:56   좋아요 0 | URL
근데 시작이 좋으면 끝이 항상 개판이어서... ㅎㅎㅎ..

stella.K 2016-04-03 15: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렇죠. 이 한 방이 가끔은 있어줘야 그날이 그날같은 이 지루한 인생을 견디기도 하는 거죠.
그런데 <애정만세>는 곰발님 땜에 관심은 갑니다만 지금 당장 볼 수 있는 영화는 아닌 것 같군요.
요즘 보려고 하는 영화마다 보다가 잠이 들어 내 잠에 화가나는 게 아니라
뭔 영화가 이렇게 재미없냐고 화살을 그쪽으로 돌리는지라.
그도그럴 것이 영화가 재밌으면 제가 잠들리가 없거든요.
<애정만세>도 곰발님 말씀하시는 한 방을 기다리다 잠들 것 같아서리...ㅠ

곰곰생각하는발 2016-04-03 15:41   좋아요 0 | URL
잠이 소록소록 잘 올 것입니다. 전 개인적으로 무미건조하며, 불의미한 영역, 해석불가능한 접점 따위를 좋아하는 것 같습니다. 내러티브가 너무 선명하면 개인적으로 흥미가 없습니다. 너무 뻔한 살인 사건`에 대해 관심이 없듯이 말이죠..

스텔라 님에게는 이 영화 비추천.. ^^

stella.K 2016-04-03 18:51   좋아요 0 | URL
잠 안 올 때 꼭 보도록 하겠습니다.
아직은 잠 보다 영화 보는 것을 좋아한다고 우기고 싶은데
현실은 그렇지 않을 때가 많아요.ㅠ

곰곰생각하는발 2016-04-04 15:32   좋아요 0 | URL
영화는 성능 좋은 약이기도 하죠.. ^^

푸른희망 2016-04-04 20: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애정만세 참 좋아했던 영화였는데 잊고 있었네요 마지막 장면 이유도 모르면서 개운하기도하고 먹먹하기도 했는데
한방....저도 사실 좋아합니다

곰곰생각하는발 2016-04-04 21:40   좋아요 0 | URL
주사는 의사에게 한방은 한의사에게......
 
에센셜 시네마 - 영화 정전을 위하여
조너선 로젠봄 지음, 안건형.이두희 옮김 / 이모션북스 / 2016년 3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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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층민이 과시적 소비와 만났을 때 :

 

 

 

 

 

 

 

 

드레스와 턱시도

   

 

 

 

 

 

 

 

 

 

 

 

                                                                                                 영화 << 귀여운 여인 >> 은 남근 중심 판타지'가 매우 뻔뻔하다는 사실을 잘 보여준다. < 겉 > 으로는 두 남녀가 진실한 사랑을 찾아가는 해피엔딩처럼 보이지만,  < 속 > 을 들여다보면 부잣집 도련님이 꿈꾸는 매춘(녀)의 장기 임대化라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기업 총수인 에드워드(리차드 기어)는 이몽룡과 닮은 꼴이다. 이몽룡이 개자식인 이유는 결정적 순간에 춘향이를 떠본다는 데 있다. 그는 부채로 얼굴을 가리고서는 춘향에게 수청을 들라고 요구한다.

씻고 오너라,  오늘 밤......  업고 놀자. 그는 속으로 이렇게 생각했을 것이다. " 너의 정절을 시험하노라 "  만약에 춘향이가 암행어사의 제안을 냉큼 받아들였다면, 과연  << 춘향전 >> 이 해피엔딩으로 끝났을까 ?  춘향이가 암행어사의 수청을 받아들여서 벌떡 일어나 목욕탕을 향했다면 말이다.  씻고 올게요 ~   이몽룡은 춘향이가 순결하다는 사실을 확인하고 나서야 그녀를 로열 패밀리의 일원으로 받아들인다. 에드워드(리처드 기어)도 마찬가지'다. 그는 줄리아 로버츠가 돈도 명예도 < 다 >  필요 없다며 그를 떠나고 나서야 그녀를 받아들일 결심을 한다. 기업 총수는 창녀를 고를 때도 순결한 마음'을 보는 것이다.   사내새끼란 이렇게 욕심이 많아요,   창녀 품에 안겨도 성녀'를 그리워하는.

영화평론가 조너선 로젠봄은 << 귀여운 여인 >> 에 대하여 " 과시적인 소비와 마주쳤을 때 어떻게 '똑바로' 행동할 것인지에 대한 불안함을 보여주는 "  영화라고 지적한다. 이 글 읽고 무릎 탁, 치고 아, 했다. 이 영화의 진짜 핵심은 로맨틱 < 러브 - 트러블 > 이 아니라 < 계급 - 트러블 > 인 것이다.    조너선 로젠봄은 영화 << 귀여운 여인 >> 을 분석하면서



영화의 진짜 초점은 섹스도, 돈도 아니라 사실은 비비안이 거리에서 일하다가 에드워드의 호텔에 들어갔을 때 느끼는 경외심과 계급적 불안이라고 해야 할 것이다. 이것은 우리 관객도 공유하게 되는 감정인데 우리는 그녀가 호텔 로비에 들어설 때 " 와우 " 하고 놀라게 되고 에드워드의 펜트하우스의 스위트 룸에 가면 더 이상 말을 못할 정도가 된다. 샴페인을 딸기와 함께 먹고, 로데오 드라이브의 가게 간판과 윈도의 디스플레이, 고급 레스토랑, 거기다 개인 비행기로 샌프란시스코로 오페라를 보러가는 것 등은 너무도 대단한 체험이어서 우리는 혹시 이러한 성스러운 특권에 대해 뭔가 " 잘못 행동하는 것 " 은 아닐까 하고 불안해 할 정도이다. 실제로 이러한 경우에 비비안이 잘못 행동하는 것이 영화에서 웃음을 끌어내고 있다. 딸기를 먹지도 않고 샴페인을 한 번에 들이켜 버린 것, 로데오 드라이브의 고급 부티크에서 망신을 당하지만 다시 그것을 복수하는 것, 고급식당에서 포크 사용법을 몰라 사고를 일이킨 것, 오페라를 보고 나서 " 너무 재미있어서 오줌을 지릴 정도였다 " 고 한 것 등


- 에센셜 시네마 430 , < 육욕과 돈 > 프리티 우먼 中


 

이라고 지적한다.   자세히 들여다보면  :   이 영화의 기본 장르는 로맨틱 코미디에 가깝지만 이야기 구조의 뿌리는 < 왕자와 거지 > 에 있다.  거지를 지우고 그 자리에 창녀를 갖다 놓는다. 다시 말해서 왕자와 거지 브로맨스를 왕자와 창녀의 로맨스로 장르를 변용시킨 것이다.  영화는 왕과 창녀'라는, 가까이 하기엔 너무 먼 계급을 끌여들인 후 하층 계급의 불안을 단순히 " 볼거리 " 로 제공한다.   천 만 관객을 동원한 << 광해 >> 도 역할 바꾸기를 통한 하층민의 상류 계급 부적응'을 다룬 영화'라는 점에서 이들 영화는 모두 체인지'류 영화인 셈이다.  어찌 되었든, 이 영화는 해피 엔딩으로 끝난다.   하층민 콜걸인 하녀는 상녀(上女)가 된다. 이몽룡이 낸 시험을 통과해야 로열 패밀리'가 될 수 있듯이,  하녀는 왕이 낸 시험을 통과해서 로열 패밀리'로 진입된다. 

 

영화는 기업사냥꾼인 에드워드의 입을 빌려 기업가나 창녀'나 동일하다면서 자신이 속한 로열 계급에 대해 침을 뱉는다. 그는 비비안(줄리아 로버츠)에게 이렇게 말한다. " 당신과 나는 비슷한 인간이야. 사람들을 꼬셔서 돈을 빼앗는 일을 하는 거니까. "     하지만 이 셀프 디스'는 역설적으로 자신의 육욕을 정당화하기 위한 수단으로 사용할 뿐이다.  돈으로 창녀를 곁에 두려고 했던 자본가의 육욕'은 자신을 향한 셀프 디스로 계급을 탈색시킨다.  겉으로는 사랑이 만사'라고 말하지만, 하녀를 상녀로 만든 것은 사랑이 아니라 < 돈 > 이다. 영화 속 비비안(줄리아 로버츠)은 싸구려 미니스커트'를 벗어버리고 값 비싼 드레스를 입을 때에만 우아'하다.  < 결론 > 은 진정한 사랑이 아니라 돈이다.  이처럼 보이는 것이 전부는 아니다.

 

메시지는 겉과 속이 다른 경우가 많다. 재벌을 비판적으로 다룬 드라마가 사실은 재벌의 화려함을 동경하는 시청자의 욕망을 건드리는려는 제작 의도'가 깔려 있는 것처럼 말이다.  자동차의 백미러'에는 다음과 같은 경고문이 있다. 거울에 비친 사물이 보이는 것보다 가까운 곳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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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이소오 2016-04-02 15: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자본주의 영화`, `자본주의 소설`들을 어찌할것인지.
이게 참 문제인게 헐리웃 영화마냥 무의식적이에요. 여기에 오랫동안 노출되면 일종의 계급적 아비투스가 내면화되서 차별이 당연시되고 부에 대한 선망이 긍정적 가치로 치환된다는거죠.
우상의 내면화? 저도 함 읽어봐야겠네요 ^^

곰곰생각하는발 2016-04-02 15:58   좋아요 1 | URL
한국 드라마 보면 재벌은 항상 부정적으로 나오잖습니까. 특히 재벌가를 다룬 드라마는 피도 눈물도 없이 서로 싸우는... 그런데 가만 보면 재벌 비판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화려한 재벌가의 럭셔리 삶에 대한 부러움이 투영된 것이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재벌 비판 드라마가 누구에게 이득이 될 것인가라는 점을 놓고 보면 오히려 재벌 편에 선다고 할 수 있죠. 아, 재벌은 돈만 있지 참 불쌍해... 라는 게 기본 재벌 드라마를본 사람들의 생각인데..
전 이렇게 되묻고 싶습니다. 정말 재벌의 삶이 당신보다 불행할까 ? 그것은 착각이죠. 재벌가는 비극적이지 않습니다. 우리보다 행복하죠. 그게 진실입니다... 이런 드라마에 익숙하다 보면 우리 스스로 그들의 주장을 믿게 됩니다..

시이소오 2016-04-02 16:03   좋아요 0 | URL
공감입니다. 님 얘기를 듣다보니 재벌 2세들이 얼마나 외로운데 !! 하고 목청껏 부르짖던 `어쩌다 한국인`된 허교수님 생각이 나네요 ㅋ

곰곰생각하는발 2016-04-02 16:06   좋아요 0 | URL
재벌 비판 드라마의 핵심은 그것이죠.

˝ 돈 많으면 뭐하냐 ? 차라리 나처럼 가진 것은 없어도 마음만은 부자제~ ˝

정말 그럴까요 ? 행복은 돈이 바닥을 보이면 급격하게 불행으로 빠집니다. 체제순응은 재벌의 갑질을 더욱 공고하게 만드는 게 아닌가 싶습니다.

어쩌다 한국인 시이소오 님이 신랄하게 깠던 책 아니던가요 ?

시이소오 2016-04-02 16:2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신랄하게 깐 건 아니고 나름 객관적으로 분석했다 생각합니다 ㅋ
블로그에 저자 지인분이 저자에 대해 너무 잘 파악해서 놀랐다는 댓글을 다신적도. 반전은 인간적으로 좋은분이라네요. ㅋ

곰곰생각하는발 2016-04-02 16:45   좋아요 0 | URL
ㅋㅋㅋㅋㅋㅋ 그렇군요... 아, 더 읽고 싶네요..ㅎㅎㅎㅎ

samadhi(眞我) 2016-04-03 00: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그래서 재벌만 주로 그리는(특히 김은숙처럼 작가 스스로가 여성인데도 남자는 수퍼맨처럼 여자는 매우 모자라게 그리는 전형적인 신데렐라 드라마를 끊임없이 만들어내며 여성을 비하하는...) 작가들이 재벌들의 후원을 받아 그런 허섭스레기를 만드는 게 아닐까 의심합니다.

곰곰생각하는발 2016-04-03 10:59   좋아요 0 | URL
재벌2세 보면 항상 불행하잖아요. 결핍의 존재...
근데. 이게 참 엿같죠..돈은 많으나 불행할거란 망상..
웃긴 일이죠. 돈이 많다고 꼭 행복한 것은 아니지만
돈이 없으면 행복은 간당간당하죠..
재벌 비판 드라마는 사실 재벌을 동경하는 마음의 반영이지 결코 비판적으로 다루지 않습니다.
이 사실을 좀 알았으면 해요. 재벌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불행하지 않다..
 
에센셜 시네마 - 영화 정전을 위하여
조너선 로젠봄 지음, 안건형.이두희 옮김 / 이모션북스 / 201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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빠르고싸고통제안되는

 

 


 


 

 


                                        


                                                                                                                                                                                       영화평론가 조너선 로젠봄의 영화평론집 << 에센셜 시네마 >> 를 읽다가 흥미로운 제목을 가진 영화'를 발견했다. << 빠르고 싸고 통제 안 되는 >> 이라는 영화'다. 원제는 " Fast, Cheap & Out Of Control, 1997 " 이다. 남들이 재미있다는 영화는 못 참고 영화관 문 박차고 나오고, < 남 > 들이 재미없다는 영화는 낄낄거리며 보는 편이라  자신이 있었는데 ,   아..... 이 영화는 지루함의 < 끝 > 을 보여준다.

① 사자 조련사의 인터뷰, ② 동물 모양 정원수(庭園樹)를 조각하는 정원수(庭園手)의 인터뷰, ③ 두더지(처럼 생긴?!) 를 연구하는 학자의 인터뷰, ④ 로봇과학자의 인터뷰가 교차 편집된다.  네 명의 인터뷰이'는 그 어떠한 교집합'도 없다. 접점을 찾아야 감독이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이해할 수 있을 텐데, 그들은 각자 사자에 대하여, 정원수에 대하여, 땅쥐에 대하여, 빠르고 싸고 통제 안되는1) 허접한 로봇에 대하여 말할 뿐이다.  당최, 감독이 무슨 메시지'를  관객에게 던지려는지 감을 잡을 수가 없어서 (속으로) 외쳤다.  햐...... 무슨 개수작이야 !   ㅡ  그런데 접점이 없어보이는 네 명의 인터뷰이'에게는 뚜렷한 공통분모가 하나 있었으니 바로 << 동물 >> 과 연관이 있다는 점'이다. 

동물원 조련사는 사자를,  정원수(庭園手)는 기린 모양을,  동물학자는 쥐를,  로봇과학자는 동물(다지류)을 닮은 로봇을 내놓는다.  아차, 싶었다. 영화를 처음부터 다시 보기 시작했다. "  크아아아아, 재밌네 ! "   만약에 내가 이 영화를 만든 감독이라면 " 같은 듯 같지 않지만 결국 같은 " 네 명의 인터뷰이에 덧대어 한 명을 더 추가했을 것이다. 바로 안철수'다.  2011년에 그가 혜성처럼 등장했을 때는 예측 가능하고, 고급스러우며, 진중하고 무거운 이미지'였으나  지금은 " out of control(통제 안 되고) " 하며 " cheap(싸구려, 천박한, 저질스러운, 하찮은 ) " 하고 " fastfood " 같은 인물로 바뀌었다. 그는 레밍'을 닮았다. 벼랑인 줄 알지만 돌진하는,  죽어도 좋다고 말하는 안철수 식 정치는 지나치게 가볍고 천박하며 통제 불가능한 레밍 정치'다.

그가 총구를 겨룬 쪽은 여당이 아니라 야당'이다. 그가 이룩하고자 하는 것은 새정치가 아니라 야권을 쑥대밭으로 만드는 것이다. 새누리당이 이번 총선에서 < 야당 심판론 > 을 내세우듯이, 공교롭게도 야당인 국민의당도 < 야당 심판론 > 을 내세운다. 살다살다 이런 아사리판은 처음이라. 살인 사건이 발생하면 형사들이 제일 먼저 참고하는 것은 원한 관계'가 아니라 살인 사건'으로 인해 이득을 보는 자'라고 한다.  마찬가지로 레밍의 집단 자살 사건(야당 대패론)에서 이득을 보는 자'는 누구인가를 살펴보면 된다. 안철수 입장에서 보면 문재인이 총선 결과에 책임을 진다고 했으니  야당의 대패'는 유력한 대선 후보자인 문재인의 컷오프'인 것이다. 

그렇기에 < 그 > 는 새누리당이 총선에서 " 대승 " 하기를 바란다. 점수 차이'가 많이 날수록 안철수에게는 유리한 대목'이다. 대선 후보 지지율 1위를 달리고 있는 문재인을 한방에 보낼 수 있는 절호의 기회인 셈이다. 그는 왼쪽 깜빡이를 켠 채 우회전 하는 돌아이-버(driver)'다. 이성계가 북진하다가 말 머리를 돌려 남쪽으로 향했듯이 말이다. 새누리당은 30일 공식 페이스북 계정에 야당을 지지한다는 훈훈한 메시지'를 전달했다. " 새누리당은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를 응원합니다 " 이 화기애애한 적장의 훈수 앞에서, 이 뻔뻔한 새누리 식 이이제이 전략 앞에서 안철수는 어떤 반응을 보일까 ?  그는 조롱인 듯 진심인 것 같은 환대 앞에 이의 제기(異意 提起)할까 ?   새누리당은 안철수를 지지한다는 말과 함께 다음과 같은 메시지도 덧붙였다.

 

" 흔들리지 않는 굳건한 신념으로 새정치를 실현해 내시기를 기원합니다. "  이 사실은 이번 총선이 < 일여다야 > 가 아니라 < 이여다야 > 라는 사실을 상기시킨다.  골리앗은 한 명이 아니라 두 명인 셈이니 여권연대가 아닐까.  새누리당 중앙 컨트롤타워'는 내색은 하지 않지만 내심 안철수가 이준석을 이겨 여의도에 입성하기를 바랄 것이다.  이준석을 얻을 때 가지게 되는 이득'보다는 이준석을 버릴 때(안철수 당선) 가지게 되는 이득이 더 효과적이기 때문이다. 내가 만약에 노원병 유권자'라면 이준석 후보를 지지하겠다. 그에게 메시지도 띄우겠다. " 나는 이준석 새누리당 후보를 응원합니다. " 그리고는 다음과 같은 문장도 덧붙이겠다. " 흔들리지 않는 굳건한 신념으로 새정치를 실현해 내시기를 기원합니다. "  이 말은 조롱이 아니라 진심'이다.

 

안철수 식 새정치보다는 차라리 이준석 식 새정치'가 낫다. 안철수가 이번 총선에서 당선된다면 대선에서도 똑같은 짓(분열 야기)을 반복하리라는 사실은 명약관화한 일이다.  농사에 경험이 없는 사람은 벼와 피(잡초)를 구별하기 힘들어서 피를 뽑는다면서 애꿎은 벼를 뽑아버린다고 한다. 생장 속도도 비슷해서 키도 엇비슷하니 말이다. 피 입장에서 보면 벼의 외형을 흉내 내는 것은 생존 전략일 수 있지만, 농사꾼 입장에서 보면 뱁새 둥지의 뻐꾸기 알'인 경우다. 이처럼 안철수는 얼핏 보기엔 벼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피'다. 그 피에서 이삭을 주울 생각을 한다는 것은 어리석은 짓'이다.  레밍의 외형은 공교롭게도 이명박과 닮았다. 이명박의 아바타'는 안철수'가 아닐까 ?  화려한 명성들은 모두 이명박 정권 때 얻었으니 말이다.  

 

나 또한, 샛길로 빠졌다.  << 에센셜 시네마 >> 리뷰를 작성한다는 것이 공교롭게도 안철수 비판으로 빠진 꼴이다. 간략하게 말하자면 영화평론가 조너선 로젠봄의 평론은 가볍지 않고 신중하며 시류에 편승하지 않는 품격을 갖췄다. 특히 << 뒷마당의 윤리학 ㅡ 히치콕의 이창 >> 은 명불허전2)이다. 이 평론만으로도 이 책은 읽을 만한 가치'가 있다.  다만, 헐리우드 대중 영화 위주로 영화를 본 사람에게는 지루할 평론3)이다.  읽지 않은 책에 대한 비평과 보지 않은 영화에 대한 평론과 관심 없는 사람에게 받는 프로포즈는 모두 애정이 생기지 않는 법이니까.



                                  

1)   싸고 빠르고 통제 안 되는 - 이라는 표현은 로봇과학자가 자신이 만든 로봇을 지칭하며 한 말이다. 영화와는 무관하게 제목'만 보고 떠오른 인물은 < 안철수 > 였다

2) 이 리뷰는 256쪽까지 읽고 썼다

3) 왜냐하면 대중적인 영화에 대한 평론은 거의 없기 때문이다. 상영 시간이 8시간이 넘는 << 사탄 탱고 >> 를 본 사람이 얼마나 될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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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3-31 11:4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6-03-31 12:28   URL
비밀 댓글입니다.

samadhi(眞我) 2016-03-31 12: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오 그냥 촌철살인입니다.

곰곰생각하는발 2016-03-31 12:30   좋아요 0 | URL
벼와 피의 생장속도가 거의 비슷합니다. 생각해 보세요. 벼와 피의 생장속도가 다르면 티가 나잖습니까...
안철수는 피죠... 피는 이삭이 맺히지 않지 않습니까. 그런 피가 이삭줍기를 하고 있으니
이정도면 웩더독이 아닐까 싶습니다.ㅎㅎ

피핑톰 2016-03-31 12: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벼와 피의 구분 캬 머리에 쏙 들어옵니다 걱정마세요 제가 안철수 지역구 유권자입니다 곰곰생각하는발님 대신해서 눈물 머금고 이준석에게 한 표 던질랍니다

곰곰생각하는발 2016-03-31 12:36   좋아요 0 | URL
오 !!!!!!!!!!!!!!!!!!!!!!!!!!!!!!
정말입니까 ?? 아이고, 표 던지시면 제가 진짜 근사하게 한턱 쏘겠습니다. 회`로다가 말이죠. 빈말 아닙니다... 선거날, 연락 주십시오..

아마 더민주의 황창화 후보다 내심 자신에게 돌아올 표가 이준석에게 가기를 희망하고 있을 겁니다..

재미있게읽었습니다 2016-03-31 12: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벼와 피에 대한 비유도 좋지만 레밍 정치란 비유도 탁월합니다. 옛날 생각 납니다. 페루애님 옛날에 안철수 비판할 때 속상했었는데 이젠 속이 후련하니 만감 교차합니다.

곰곰생각하는발 2016-03-31 12:52   좋아요 0 | URL
페루애 님이라고 말씀하시니 제 네이버 블로그 이웃이로군요 ? 아니 이름을 밝혀야지 제가 알지 말입니다..
누구슈 ?

안알켜주지롱 2016-04-01 21:01   좋아요 0 | 수정 | 삭제 | URL
^^

yureka01 2016-03-31 12: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 지역구에 황창화후보 있습니다..이분에게 ^^..

곰곰생각하는발 2016-03-31 12:52   좋아요 1 | URL
개인적으로 저는 황창화 후보 표는 사표이기에 그 표를 이준석에게....
안철수 살아남으면 진짜 대선에서 보일 행보가 너무 뻔합니다.... 또다시 대선 후보 분열이 될 터인데
이참에 그냥 안철수라는 피`를 뽑아버려야 하지 않을까 라는 개인적 생각을 ㅎㅎㅎㅎㅎㅎ

아닙니다 2016-04-01 17: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안철수가 싫다고 새누리 국회의원을 지지한다는 것은 너무도 어리석은 생각입니다. 이번 총선의 의미는 무슨 수를 쓰든지 새누리 패권구도에 균열을 내는 것입니다. 새누리는 이번 총선에서의 결과(즉 국회의원 수)로 개헌을 추진하려는 야심을 가지고 있고, 박근혜(혹은 새누리) 장기집권의 가능성이 이번 총선에 달려있습니다. 만약 새누리가 이번에 압승한다면, 한국은 명백한 파시즘 국가로의 길을 걷게 됩니다. 이번 총선에서 우리가 조금이라도 희망의 불씨를 살리려면, 일단은 야당(야권)이 어떻게든 많은 국회의원을 확보해서 새누리의 패권전략을 저지시키야 합니다. 안철수나 민주당(김종인)이 새누리와 초록이 동색이라는 사실을 모르는 것이 아닙니다. 그러나 그들이 일단은 다른 `간판`을 달고 경쟁하고 있다는 상황의 정치적 효과를 절대로 무시할 수 없습니다. 어느 한쪽이 다른 쪽을 압도할만한 힘을 갖추지 못한다면, 그들은 권력투쟁으로 대부분의 기력을 소모하게 될 것입니다. 그런 식으로 지배세력들끼리의 권력싸움으로 치고받게 만들면서 다른 짓 못하게 힘을 빼놓고, 그 사이 새로운 대안의 정치세력을 키워나갈 수 있는 시간을 벌어야 합니다. 그것이 이번 총선에서 우리가 취해야할 전략이라고 생각합니다. 다시 말씀드리지만, 이번에 새누리가 판을 휩쓸면 이 나라는 끝납니다.

곰곰생각하는발 2016-04-01 18:05   좋아요 0 | URL
네 무슨 말씀인지 잘 알겠습니다. 저는 새누리와 민주당이 동색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아무리 그래도 새누리당과 민주당을 비교할 수는 없습니다. 최악과 차악은 다르니까요. 야권이 힘을 모아 이기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하지만 특수한 예도 있다고 보여집니다. 179석과 180석은 어마어마한 차이입니다. 그런데 187석과 188석은 그닥 큰 차이는 아닙니다. 큰 차이`가 아니라는 가정에서 말씀드리자면 노원병은전략적 투표가 의미가 있다고 보여집니다. 총선에서 안철수가 돌아온다면 지금 같은 분열 정치`는 대선에서도 그대로 이어질 공산이 큽니다. 또다시 악몽이 시작되는 것 아니겠습니까. 발등에 떨어진 불똥을 피하고자 선택한다면 나중에는 둑이 무너질까 겁이 납니다.. 제가 보기엔 안철수는 제거해야 할 암덩어리입니다.. 참고로 저는 더민주 지지자`는 아니지만 더민주가 야권 맏혀으로써 큰 힘이 되기를 바랍니다.

그렇습니다 2016-04-01 18:40   좋아요 0 | 수정 | 삭제 | URL
새누리와 민주당이 동색일수는 없지요. 그래서 괄호에 김종인을 집어넣은 것입니다. 새누리와 민주당은 같지 않지만, 김종인이 선거를 지휘하는 현재의 민주당은 사실상 새누리와 동일한 정치적 기반을 추구하는 집단임을 스스로 공언한 것입니다. 김종인이 어떻게 살아온 자인지는 아실 거라 생각하고, 그 자가 민주당에 들어와 어떤 짓을 벌였는지도 잘 아실테니 더이상 말하지 않겠습니다. 그리고 이준석 얘기인데, 안철수가 제거되어야 할 암덩어리임은 전적으로 동의하지만, 마찬가지로 이준석 역시 분명한 암덩어리라는 것입니다. 암을 제거하기 위해 다른 암을 키울 수는 없습니다. 이준석이 암인 이유는 그의 개인적 행보에서 비롯된다기 보다는 새누리당 국회의원이라는 정치적 위치에서 기인합니다. 안철수와 마찬가지로 이준석 역시 우리의 시민적 삶에 다대한 영향을 미치는 정치적 맥락하에 존재하는 자일 뿐이고, 그 맥락에서는 안철수처럼 돋보이는 암은 아니지만 새누리라는 만악의 근원을 지탱하는 절대로 용납할 수 없는 정치적 `암`이 틀림없습니다. 그리고 그 해악의 가능성은 안철수보다 결코 못하지 않습니다. 따라서 제가 보기에는, 지금 생각하여야 할 것은 안철수의 당선보다는 새누리의 낙선을 우선 순위로 여겨야 하는 것이 아닌가 싶고, 그만큼 현재의 상황이 다급하다는 반증도 되겠습니다. 안철수는 제거되어야 할 놈이 틀림없으며, 노원병의 전략적 위치를 고려할 때 이번에 그가 당선되는 상황이 매우 싫은 것도 사실이지만, 일단은 새누리의 패권을 저지해놓는 것이 선결과제이고 그 다음 안철수에 대한 투쟁을 고려해야 하는 것이 순서 아닌가 싶은 것입니다.

곰곰생각하는발 2016-04-01 18:34   좋아요 0 | URL
제가 노원구민은 아니니 선택권은 없습니다. 저도 오죽 답답하면 그리 말하겠습니까..
노원병 황창하 후보 지지율이 현격하게 떨어집니다. 10% 이니 말이죠... 안철수 이준석 30%이니 기적은 별로 일어날 것 같지는 않고... 결국 황창하 표는 사표가 되는 것입니다. 만약에 말입니다. 이준석을 일부로 뽑은 결과 179석에서 180석이되었다면 ( 그러니깐 이준석 당선이 180석이라는.. ) 통탄할 일이지만 185석에서 186석은 별반 차이가 없습니다. 그리고 151석과 172석도 별로 차이가 없습니다. 확률로 보자면 이준석을 일부러 당선 시킨다고 해서 크게 야권 전체에 마이너스 가 되지는 않을 확률이 더 높다고 보여지고
반면 안철수가 총선 승리로 국회 배찌를 따면,

대선에서는 또다시 대선 후보 분열로 이어질 것은 99.9999999%입니다. 데미지를 놓고 보았을 때 안철수 당선이 더 위험하지 않을까요 ? 일단 저는 안철수에게 투표하지는 않겠습니다. 왜냐하면 그럴 위치도 아니죠. 노원구민이 아니니 말입니다. 제 지역구에서 저는 더민주 후보 찍습니다. 정당투표는 4번으로 가고 말이죠... 너무 걱정하지 마십시오.. 권한이 없어요.. ㅋㅋ 제게....

그렇습니다 2016-04-01 19:06   좋아요 0 | 수정 | 삭제 | URL
예 저도 곰곰님의 심정은 이해하겠고, 무슨 의미로 `차라리 이준석이 낫다`고 하셨는지도 알겠습니다. 안철수의 위험성을 십분 강조하시는 곰곰님의 주장을 저 역시 백퍼센트 수용합니다. 다만 제가 말씀드리고 싶었던 것은, 안철수라는 암덩어리에 너무 집중하다가 자칫 이준석(으로 표상되는 새누리)의 더 큰 해악을 다소 가벼이 취급하신 게 아닌가 싶은 우려의 이야기였습니다. 이번에 노원에서 이준석이 되고 안철수는 떨어지고, 그 대신 다른 지역에서는 새누리가 우수수 떨어지고, 이렇게만 된다면 오죽이나 해피한 상황이겠습니까만 그것이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일일진대, 기본적으로는 이준석이건 누구건 모든 새누리 의원(후보)들에 대한 분명한 반대가 맞다고 생각합니다. 이번 총선에서 새누리 반대가 그토록 다급한 이유에 대해서는 위의 댓글에서 피력했습니다. 솔직히 말씀드리자면, 우리에게는 사실 희망도 시간도 그리 많지 않아보이긴 합니다만...

곰곰생각하는발 2016-04-01 19:08   좋아요 0 | URL
네, 저도 기본 베이스는 그렇습니다 님과 같습니다. 이번 총선에서 하도 안철수가 깽판을 치니 뚜껑이 열린 상태입니다. 제가... ㅎㅎㅎㅎ 그런데 별로 희망은 없어보이네요. 새누리가 170석은 가져갈 것 같습니다..

수다맨 2016-04-01 21: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새누리당이 이번에 과반을 얻는다면, 1등 공신은 친박도 김무성도 아니라 안철수가 될 듯합니다...

곰곰생각하는발 2016-04-01 21:28   좋아요 0 | URL
미친놈이 미치면 진짜 광란이 되는 거죠.. 박근혜가 안철수에게 보은을 해야 할 듯합니다..
어째 잘 지내십니까 ?

수다맨 2016-04-02 04:31   좋아요 0 | URL
네. 잘 지내고 있습니다. 곰곰발님께서도 평안하신지요?
날씨도 풀렸으니 술이라도 한잔 해야 할텐데, 언제 한번 뵙도록 하지요.

곰곰생각하는발 2016-04-02 09:35   좋아요 0 | URL
날씨 풀렸으면 한 잔 해야지요.. 시간 되시거든 조율해 봅시다요..
 
나는 한국인이 아니다 창비시선 394
송경동 지음 / 창비 / 201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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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조체의 세계

 


 

                                                                                      모 시인으로부터 < 시 > 를 배운 적 있다. 영광스럽게도 " 일대일 개인 교습 " 이었다. 부끄러운 고백이지만,  내가 제출한 시험지에 그가 빨간펜을 들고 첨삭을 도와줄 줄 알았다.  하지만 내 예상과는 달리 은밀한 물밑 거래 따위는 없었다. < 그 > 는 내가 쓴 습작 시를 훑어보고는 그나마 상태가 양호한 시를 선별하는 것이 그가 수업 시간에 했던 전부였다.        별다른 말은 없었다, 별다른 지적도 없었고, 혹독한 동기 부여'로 나를 억압하지도 않았다.  이런, 미네랄워터 같은.......  이게 무슨 개인 교습인가 !      마치,  재야의 숨은 고수를 찾아가 권법을 배우겠다고 청하니  물지게 삼 년, 부뚜막에서 밥 짓기 삼 년 하라고 할 판'이다. 그 속셈 내가 모를쏘냐.

 

 

극적인 반전은 없었다. 그는 끝까지 시를 가르쳐주지 않았다. 이것보다 나은 저것, 저것보다 나은 그것(시험지)를 추리고 추릴 뿐이었다.  그럴수록 나는 입이 댓 발 나올 뿐이었다.   어느 날, 시인은 내게 말했다. " 여기 자네가 쓰고 내가 추리고 추린 시 다섯 편이 있네. 이 시를 가지고 하산하게나..... "     그는 직접 신춘문예 응모 양식을 내게 보내왔다.  " 건투를 빈다. " 시인은 내게 딱 두 가지'만 요구했었다. 시를 쓸 때는  반드시  줄 없는 무지(無地) 노트에 연필로 작성할 것. 그리고 시를 응모할 때는 명조체'로 인쇄할 것.  그가 내세운 논리는 간단했다.    백 년 숙성된 천만 원짜리 와인'을 종이컵에 담아 마시면 그 맛을 알 수 없다고.

 

" 시인도 마찬가지'라네. 시를 심사하는 심사위원도 오랜 습속에 세뇌된 족속이라 타성에 젖는 존재라는 사실을 알아야 해. 훌륭한 시가 백 년 숙성된 포도주라고 한다면  명조체는 반짝반짝 빛나는 투명한 와인잔이라네. 자네, 고딕체로 쓰여진 시집을 본 적 있나 ?  모든 시집은 명조체로 쓰여져 있다네. 그것은 불변'이자 상수'이지. 심사위원도 마찬가지'야. 그들은 항상 글꼴이 명조체인 시'만 읽었다네. 그것은 자네도 마찬가지이고 시를 쓰는 나도 마찬가지'라네. 아무리 좋은 시'라 해도 고딕체로 인쇄된 시는 일단 선입견을 가지게 돼.  왜 그런 줄 아나 ?  타성에 젖어 있기 때문이야. 시란 명조체의 세계이거든. 웃기지 않나 ?

 

시인이 하는 말을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허투루 흘려 들었다.  무슨 얼어 죽을 명조체의 세계'인가, 명태의 세계'라면 모를까.  나는 시인이 < 명조체의 세계 >  를 찬양한다는 소리인지 < 명조체의 세계 > 를 비판하는 소리인지 알쏭달쏭했지만,  그는 더 이상 말을 하지는 않았다.  계룡산 뜬구름 위에 뒷짐 진 산신령 흉내 내고 있구나,  이런 생각이 들었다.  나는 신춘문예 공모에서 낙선했다.   큰 기대를 하지도 않았기에 크게 낙담을 하지도 않았다.   하지만 이상하게 그때 시인이 가르쳤던 두 가지 요구 사항이 종종 떠오르고는 한다.  명조체로 쓰여지지 않은 시는 시처럼 보이지 않는다고.

 

 

돌이켜보면  :   본질은 보지 못하면서 껍데기만 보려는 경향에 대한 비판이 아니었을까 ?  < 시 > 란 언어의 고정된 틀에서 벗어나는 행위인데 시를 심사하는 심사위원은 오히려 고정된 글꼴의 틀 속에서 작품을 평가한다고 말이다.   < 인간의 사고 > 란  창의적이라기보다는 반복적으로 학습된 결과의 총합이라는 생각이 든다.

 

 

 

세상은 쉽게 변하지 않는다.  편견도 쉽게 무너지지 않는다.  사람답게 살고 싶다는 소박한 소망은 집단 이기주의'라는 이상한 프레임으로 유통되었다.    대한민국은 명조체로 쓰여진 세계'다. 그 명조체의 세계'가  형편없어서 노동자들이 주먹 불끈 쥐고 고딕체로 쓰여진 시로 대항하지만,  대다수는 그 시가 아무리 뛰어나도 형편없는 시라고 욕부터 한다,    고딕체로 쓰여진 시집을 본 적이 없기에.  송경동의 << 나는 한국인이 아니다 >> 를 읽다가 차마 다 읽지 못하고 시집을 덮는다. 이 시대에,  노동자가 죽어가는 이 시대에 달달한 사랑 시를 쓴다는 것은 얼마나 위선'인가.  노동자 시인 송경동은 차마 명조체로 시를 쓸 수 없어서 깨진 보도블록처럼 생긴 고딕체로 시를 쓴다. 

 

" 상 받는 자리는 내 자리가 아닌 듯 종일 부끄 " 러워서 차라리 " 벌 받는 자리는 혼자여도 한없이 뿌듯하고 떳떳1) " 하다고 고백하는 시인은 유성기업, 기륭전자, 콜트 콜택, 쌍용자동차, 용산 망루, 강정 마을, 밀양 송전탑, 진도 팽목항 거리에서 핏발 서린 " 피맺힌 절규 " 를 쏟아내고 있다. 권력자의 논리대로라면 명조체로 쓰여지지 않은 시'는 시 같지 않은 시시한 시'인데,  시발...  자꾸 눈물이 난다 ■ 

 

 

 

 

                                     

 

사진 출처, 출판사 보도자료에서 발췌

1)   시 < 시인과 죄수 > 에서 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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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3-29 16:13   URL
비밀 댓글입니다.

곰곰생각하는발 2016-03-29 16:30   좋아요 1 | URL
브레히트가 그런 말을 했던가요. 서정시를 쓰기 힘든 시대라고 말이죠. 지금이 그런 시대인 것 같습니다..

2016-03-29 16:36   URL
비밀 댓글입니다.

곰곰생각하는발 2016-03-30 14:23   좋아요 1 | URL
에효... 돌아가는 꼴을 보면. 정말 나쁜 놈들 전성시대인 것 같습니다...

비의딸 2016-03-29 17: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 차마 다 읽지 못 할 것을 알기에 열지도 않겠다는 작심을 깨보겠다고... 이 글을 읽고나서야 비로소...

곰곰생각하는발 2016-03-29 17:43   좋아요 0 | URL
읽어보십시오. 시인의 손이 부드럽다는 것은 나쁜 시대에는 나쁜 피부가 아닐까 싶습니다. 이 시대에는 거친 주먹이 시인다운 손이 아닐까 싶습니다..

수다맨 2016-03-29 19: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송경동의 시를 좋아하진 않지만ㅡ제가 보기에는 그의 시는 아군과 적군의 경계가 너무 명확하고 바로 그 때문에 시라기보다는 도덕주의로 중무장한 (범박한) 대자보로 읽힐 때가 있습니다ㅡ그가 밟아온 삶에는 커다란 존경심을 갖고 있습니다. 저의 개인적인 취향을 떠나서, 앞으로 송경동 시인이 계속 시를 썼으면 합니다.
첨언을 덧붙이자면 저는 진은영보다는 송경동을 훨씬 더 높이 평가합니다. 송경동의 글들은 때때로 진부하게 읽힐지언정, 누구처럼 구역질을 유발하지는 않더군요.

곰곰생각하는발 2016-03-29 19:56   좋아요 0 | URL
rkxd 같은 생각입니다. 그래서 저도 그가 시를 쓸 수 없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누가 봐도 시라기보다는 절규가 아닐까 싶습니다. 위에서도 지적했ㄷㅅ이 이 시대에서정시를 쓴다는 것이 과연 옳은 일일까 그런 생각이 듭니다. 좋은 세상 와서 서정시를 죄책감없이 쓰는 사회가 되었으면 합니다..

표맥(漂麥) 2016-03-29 21: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시가 명조체의 산물이었단 말이죠...
음...
내가 명조체를 잘 안써서 시를 못쓰는건가 보다...^^

곰곰생각하는발 2016-03-30 11:44   좋아요 0 | URL
시인의 말은 아마도 껍데기만 보고 알맹이는 보지 못하는 위선에 대한 지적이 아니었나 싶습니다.. ㅎㅎ

samadhi(眞我) 2016-03-30 00: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작가는 더구나 시인은 더욱 사회를, 세상을 이야기하고 싸워야 한다고 생각해요. 현실을 외면한 시는 그 문장이, 시어가 뛰어나다 해도 자꾸만 창작자를 비판하게 됩니다. 그래 재능이 뛰어나서 좋겠다. 정도지요. 제 마음을 일으키지는 못 하더라구요. 물론 그 모든 걸 뛰어넘는 엄청난 작품 앞에서는 비겁(?)하게도 감탄하고 말지만요^^ 아오 이 자잘한 마음이여.

곰곰생각하는발 2016-03-30 11:46   좋아요 0 | URL
제가 늘 하는 말 : 소설가는 거짓말을 잘할 수록 좋은 작가이고 시인은 진실을 말할수록 좋은 작가`이다. 반대로 소설가가 거짓말을 매혹적으로 꾸밀 줄 모르는 작가는 매력적인 작가`는 아니라는 생각이 들고, 시인이 거짓말로 시를 쓰면 형편없는 작가`다...

무해한모리군 2016-03-30 10: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가 작은책을 정기구독하는데 어떤 책 읽을 때보다 많이 웃고 울어요. 저도 그렇게 솔직한 글을 쓰고 싶어서 작은책 글쓰기 모임에 나가보고 싶은데 1시간 거리라 좀처럼 기회가 없네요. 마음을 움직이는 글이 좋은 글이 아니면 어떤 글이 좋은 글일까요.

곰곰생각하는발 2016-03-30 11:48   좋아요 0 | URL
마음을 움직이는 글이 좋은 글이라 생각합니다.ㅋㅋㅋ.
정직만큼 좋은 글쓰기 툴은 없더군요...

고양이라디오 2016-03-30 17: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시는 거의 읽지 않습니다. 이 시인의 시는 읽어보고 싶네요.

곰곰생각하는발 2016-03-30 17:31   좋아요 1 | URL
저도 마찬가지입니다. 최대한 쉬운 시로 읽으려고 노력하는 편입니다.
근데.. 참 재미있는 게 어휘력 향상에는 시집만큼 좋은 것도 없더군요.
문장 강화.. 이런 책보다는 개인적으로 시집 읽으면서 어휘력이 조금 늘었던 기억이 납니다...

고양이라디오 2016-03-31 00:10   좋아요 0 | URL
시집이 어휘력 향상에도 도움이 되는군요. 그럴 것 같습니다ㅎ

곰곰생각하는발 2016-03-31 09:26   좋아요 1 | URL
시인이 시를 쓸 때 가장 경계해야 하는 것은 상투적 관용구입니다.
예를 들면 외로운 나무 한 그루, 장대 같은 비 따위 말이죠...
그러다보니 새로운 표현에 목 말라 하는 게 시인이 아닌가 싶습니다...

목 놓아 운다는 표현보다는 토막난 순대처럼 운다고 표현하는 것처럼 말이죠...
어휘력 향상에 시집만큼 좋은 것도 없슴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