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전방 공격수는 필요 없어 :
정치와 바둑

ㅡ 바둑을 두고 있는 김종필
어느 곳에서나 " 홈 어드밴티지 home advantage " 는 있기 마련. 멀리 볼 것 없다. 시계추를 2002년 월드컵'으로 되돌려 보면 위대한 조선의 < 안방 텃세 > 가 경기에 끼친 영향을 실감할 수 있다. 한국과 싸웠던 상대 팀들은 5도 정도 기울어진 운동장에서 좆빠지게 뛰었던 것이다. 5도 정도 기울어진 운동장'이 월드컵 4강 신화를 만들어 냈으니 그 이상의 기울어진 운동장이라면 " 안방 텃세 " 라고 퉁치기에는 꽤나 무안한 구석이 있다.
텃세의 범위'를 벗어난 어드밴티지는 < 안방 텃세 > 가 아니라 < 경기 조작 > 이다. 한국 정치를 축구 경기에 빗대서 설명해 볼까 ? 요즘 정권의 나팔수가 된 미디어 방송/언론'을 보고 있으면 5도는커녕 90도'로 기울어진 운동장 같다. 종편은 물론이고 지상파 할 것 없이 피파(FIFA) 대신 편파(偏頗) 방송을 송출한다. 이쯤 되면 < 박근혜 - 레임덕 > 이 올 만도 하지만, 여전히 BH 중앙 방송국은 박근혜의 파파 PAPA 헌정 드라마를 송출하고 있다. 종편을 즐길 줄 아는 당신이 진정한 챔피언입니다 ~ 이 미디어 환경'은 기울어진 운동장이 아니라 벼랑에 가깝다. 벼랑 끝에 새누리당 골대가 있으니 멈추지 않고 돌진하다가 잘못하면 < 골 세레머니 > 를 하기 전에 < 골로 가는 수 > 가 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골문 앞에만 서면 다리에 힘이 풀릴 수밖에 없다. 이 축구장에서는 기술이 아니라 도술에 가깝다는 메시'가 뛰어도, 아니...... 메시 할베'가 뛴다 해도 이곳은 뛰어봐야 벼랑. 선택은 둘 가운데 하나다. 줄 없이 번지점프하는 << 레밍1) >> 이 될 것인가, 아니면 뛰어 봐야 << 벼룩 >> 이 될 것인가 ? 그것이 문제로다. 결국 벼룩들이 모여 만든 팀이 할 수 있는 최선의 전략은 수비 축구'다. " 와라, 오호츠크 시밤바들아 ! 철벽 수비의 진수를 보여주마. " 문제'는 이 수비 전략이 < 지지 않기 위한 > 경우의 수 가운데 하나가 될 수는 있으나 < 이길 수 있는 > 필승 전략'은 아니라는 점이다. 다시 말해서 어쩌다 비길 수는 있으나 절대로 이길 수는 없는 전략이다.
속사정이 이렇다 보니 벼룩 팀 칼라'는 점점 보신주의로 흐를 수밖에 없다. < 국민의당 > 은 야권이 " 이기지 않아도 좋고, 지면 더욱 좋고 " 라는 전략을 구사한다면, < 더민주당 > 은 " 이기지 않아도 좋다, 지지만 않아다오 " 라는 전략을 구사한다. 서로 다른 것 같지만 두 야권'이 가지고 있는 공통된 성향은 불타는 승부욕이 없다는 점이다. 더민주당'으로 상징되는 벼룩 팀 감독이 대중적 인기에도 불구하고 정청래 선수를 발탁하지 않은 이유는 " 돌격 앞으로 " 를 외치는 닥공2) ㅡ 공격수'라는 데 있다. 뛰어봐야벼룩 팀 감독이 보기에는 자기 팀에 필요한 선수는 공격수가 아니라 수비수'라고 생각하는 모양이다. 비극은 바로 여기에 있다.
뒷다리에 힘주고 앞으로 돌진했던 놈은 제거되고, 앞다리를 웅크리고 몸 사렸던 놈은 발탁된다. 유권자가 바랐던 것은 뒷다리가 튼튼한 개구리 같은 놈인데 사마귀 앞다리 같은 비실비실한 놈'만 남았으니 말이다. 야권의 지지 성향'이 주로 < 주니어 > 인데 < 시니어 > 만 남았으니 울화통이 터지는 것이어라. 권력을 향한 기형적 편애'가 만든 비극'이다. 이러한 기현상은 알파고와 싸우는 이세돌 9단을 향한 언론/여론의 편애'와도 닮았다. 대국 후, 남조선 논조를 보면 언론/여론의 곤조가 보인다( 논조가 균형을 잃고 한쪽으로 기울면 곤조가 되는 법이다).
① 대국 전 (前) : 인간의 영역에 도전하는 알파고. 이세돌, 처음부터 쎈 돌'로 승부하겠다. 여유만만
② 1차 대국 후 (패) : 한순간의 방심이 실패 요인. 알파고 실수 연발
③ 2차 대국 후 (패) : 전문가들, 인공지능을 빙자한 쇼에 불과. 인간 1인 vs 1202대의 컴퓨터 연합 간 수 싸움. 처음부터 인간이 질 수밖에 없는 불공정한 경기
④ 3차 대국 후 (패) : 누구를 위한 싸움 ?! 바벨탑을 향한 위대한 인간의 도전. 한국 바둑, 구글의 5000억대 광고 전략에 휘말려들다
⑤ 4차 대국 후 (승) : 알파고, 인류의 위대함 앞에 무릎을 꿇다. 신의 한 수에 랙에 걸린 알파고. 알파고, 다다다다다다다당황하셔쎼여 !
논조의 추이'를 살펴보면 인간은 결국 " 자기 합리화의 달인 " 이라는 생각이 든다. 백전백승을 자신하던이세돌 9단이 알파고 대국'에서 연달아 3연패의 늪에 빠지자 언론은 발빠르게 << 쪽수, 다구리-論 >> 을 내세운다. " 일대일로 싸워야지 한 명을 놓고 1200명이 다구리를 치면 되냐 ? 알파고, 비겁하다 ! " 황당한 억지에 해당되지만 공교롭게도 이 전략은 대중에게 먹힌다. << 1202, 다구리 - 論 >> 은 인간'을 불가능한 것에 대한 도전으로 여론을 전환했다. 한순간에 도전자는 알파고에서 이세돌로 바뀌어 인류를 위해 싸우는 슈퍼맨으로 둔갑시킨다. 이런 것을 두고 " 마사지 " 라고 하는 것이다.
어디서 많이 본 기시감이다. 국정원 여성 직원 대선 개입 사건에서도 적나라하게 드러났듯이 가해자는 어느새 피해자가 된다. 문을 걸어 잠근 행위는 수사 방해가 아니라 감금 행위가 되는 것이다. 그것은 마치 이세돌을 불굴의 도전자로 둔갑시키는 것과 유사한 설정이다. 이세돌 9단이 마지막 대국에서도 승리를 한다면 언론은 어떤 반응을 보일까 ? 사뭇, 궁금하다.
1) 들쥐의 일종으로 우두머리가 벼랑에서 뛰어내리면 나머지 레밍도 함께 뛰어내린다. 1980년대 초 주한미군 사령관을 지낸 위컴은 레밍의 집단적 습속'과 한국인의 집단주의가 유사하다고 말해서 비난을 받은 적 있다
2) 닥공 : '닥치고 공격'의 줄임말. 축구 경기에서 어느 팀이 쉴 새 없이 공격을 해 나가는 것을 이르는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