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보거나 말거나 ? :  






볼 턱이 있나  






                                                                                                         내가 박근혜 따위를 욕하면 당신은 " 옳소 ! " 라고 말한다. 그런데 어떤 사안에 대해서 남성 주류의 욕망이 잘못되었다고 지적하면 발끈한다. 이유는 간단하다. 안철수와 당신은 다르지만 주류의 욕망과 당신'은 동일하기 때문이다. 그들은 문학과 예술 그리고 철학을 사랑하며 열린 마음을 보이다가도 주류의 욕망을 건드리면 불쾌한 마음을 노골적으로 드러낸다. 참, 이해하기 힘든 구석이다. 내가 이동진의 << 캐롤 >> 발언을 비판하는 데'에는 영화 << 캐롤 >> 에 대한 잘못된 해석 때문이 아니라 영화 << 캐롤 >> 에 대한 잘못된 태도 때문이었다. 쉬운 비유를 들어볼까 ?   

대기업이 떡볶이 사업에 뛰어드는 것은 비열한 짓'에 속한다. 새누리 극렬 지지자'가 아니라면 누구나 공감하는 지적'이다. 이동진 평론가가 영화 << 캐롤 >> 를 이야기하면서 테레즈의 사랑을 동성애'보다는 인간의 보편적 사랑(테레즈가 하필 사랑하는 사람이 여자였을 뿐이지, 이 영화는 보편적 사랑 이야기야 !) 에 방점을 찍었을 때, 나는 골목 상권(비주류, 소수성)마저 야금야금 갉아먹으려는 대기업(주류,보편성)의 야심처럼 보였다. 1년에 만들어지는 멜로드라마의 팔 할이 주류 이성애 영화'라는 점을 감안하면 어쩌다 한두 편 만들어지는 퀴어 드라마를 굳이 주류로 편입할 필요가 있을까 ?  몇몇 사람이 이 사실을 지적하자 이동진은 어깨를 잔뜩 움츠렸다가 되묻는다. " 와이 ??! 대체 뭐가 문제지 ? "  

특권을 가진 사람에게는 인종, 젠더, 장애, 계급이 보이지 않는다. 좋은 예가 장애인의 보행권을 방해하는 거리 턱'이다. 휠체어를 탄 장애인은 보행권을 방해하는 거리 턱을 인식하지만 비장애인은 볼 턱이 없다. 비장애인에게 거리 턱은 보행권을 방해하지 않기 때문이다.  같은 예로 흑인 여자는 거울에서 " 흑인 여자 " 를 보지만,  백인 여자'는 거울 속에서 백인 여자가 아니라 단순히 " 여자 " 를 본다.  전자는 흑인'이라는 결핍을 인식하는 것이고 후자는 자신이 백인이라는 사실을 인식하지 못한다.  인식할 필요도 없다. 왜냐하면 주류 백인 사회에 속한 백인의 피부색은 결핍으로 작용하지 않기 때문이다. 마찬가지로 한국 사회에서 살아가는 베트남 사람은 거울 속에서 " 베트남 사람 " 을 보지만

한국인은 굳이 자신이 한국 사람이라는 사실을 인식하지 못한다. 배덕자(背德者)여서가 아니다. 한국 사회에서 한국인은 주류이기 때문이다. 주류 백인 사회'에서 백인 여자가 거울 속에서 < 보편적 여성 > 을 인식하는 시선과 주류 남성(혹은 이성애) 사회'에서 이동진이 거울 속에서 < 보편적 사랑 >  을 인식하는 방식은 크게 다르지 않다. 이들은 모두 주류의 주체에 포섭되어 안이하게 주류의 욕망을 대변할 뿐이다. 사람은 거짓을 말하면 웃지만 진실을 말하면 화를 내는 짐승이다. " 보편성 " 이란 주류 기득권이 만든 허울이자 변명이다.  가끔 자신을 양성평등주의자처럼 행동하면서 정작 꼰대처럼 생각하는 인간을 볼 때마다 웃기다는 생각이 든다.  그것은 마치 좌측 깜빡이를 켠 채 우회전하는 자동차를 닮았다. 그럴 때는 이런 말이 제격이다. 마침 오늘이 세계 여성의 날이다. 삐딱하게 한 마디 하련다. " 야, 이 아저씨야. 운전 똑바로 해 ! " ■

 

 


댓글(6) 먼댓글(0) 좋아요(17)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ㅋㅋㅋ 2016-03-08 16: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재수없는 인간은 늘 있게 마련임
여의도에는 철수가 있고
알라딘에는 수철이 이뜸

곰곰생각하는발 2016-03-08 16:48   좋아요 0 | URL
?! 무슨 뜻이옵니까 ? ㅋㅋㅋ 님.



아 !!!!!!!!!!11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이제 알았음..ㅎㅎㅎ
왜 그러세요. 좋은 분이셔요..

yamoo 2016-03-10 00:01   좋아요 0 | URL
ㅋㅋㅋㅋㅋㅋ 수철...ㅎㅎㅎㅎ
아, ㅋㅋㅋㅋ 가 멈추지 않네..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곰곰생각하는발 2016-03-10 11:50   좋아요 0 | URL
재치 있쥬 ? 댓글을 달아야겠는데
무슨 말인지 몰라서 한참 고민하다가..
깨닫고는 한참 웃었음...

yamoo 2016-03-10 00: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동진의 글을 대기업 상권으로 유비하시는 골발 님! 곰발 님의 이런 참신함이 부럽삼!

슈퍼맨 의사 이승복 다큐를 보고 난 이후 항상 턱이나 계단을 보고 장애인에 배려가 전혀 없는 헬조선에 한숨이 나오곤 하지요. 특히 알라딘 중고서점 계단을 한 분이 지속적으로 지적하셨지만 알라딘은 들은 척을 안하더 군요.ㅎ

전 항상 헬조선에서 살고 있다는 사실을 잊은 적이 없습니다요~ㅎ

곰곰생각하는발 2016-03-10 11:51   좋아요 0 | URL
아니 그렇잖습니까. 이성애 영화는 니미 수없이 쏟아지는데 꼴랑 한 편 나온 퀴어 영화..
그냥 소중하게 보면 될 것을..
이성애 영화로 봐도 무방하다느니 별 물타기 시도를 할 것까지야 뭐 있습니까..





글구.. 진짜.. 알리딘 너무 하더군요. 그놈의 방지턱 없애달라하는 게 그게
공사비가 그닥 많이 드는 것도 아니고... 참 어이없서씀니다.
 


 


​                            

죽 어 도    좋 아   :




 

우리들의 일그러진 멘토 



 

                                                                                                            ■  바람이 전하는 말에 의하면        :         히틀러는 " 말빨의 대가 " 였다고 한다. 그는 연설을 통해서 대중의 < 몸 > 을 달아오르게 만들 줄 아는 정치인'이었다.  그가 무대에 오르면 광장은 롹 콘서트장'으로 변했다.  믿습니까 ?  ㅡ  네에, 믿습니다1) ! ! !  대중 연설은 일종의 Oral 섹스 행위'였다. 히틀러의 대중 연설에 귀를 기울인 사람은 비단 독일 국민만은 아니었다. 영국 BBC 방송에서 해외선전분석부와 심리전단 부서'에서 일했던 마크 에이브럼스와 조셉 맥커디'는 히틀러의 " 1942년 라디오 연설 " 에 주목했다. 

그들은 협박 편지 속 필체와 문장을 통해서 협박범의 심리를 분석하는 프로파일러'처럼 1942년 라디오 연설'을 통해서 히틀러를 프로파일링하기 시작했고, 그 결과물은 비밀 보고서'라는 형식으로 영국 정보국에 전달되었다. 이 보고서는 히틀러를 이해하기 위한 중요 열쇳말'로 세 가지를 뽑았다.  ① 샤머니즘, ② 간질, ③ 편집증'이었다. 비밀 보고서 작성자는 텍스트(히틀러)와 텍스트 수용자(독일 대중)의 종교적 제의'에 주목했다. 독일 국민에게 히틀러는 고대 독일의 위대한 게르마니아 Germania  거상 巨像을 이어주는 주술사였다. 두 번째 키워드는 < 간질 > 인데,   행동이 산만하고 사소한 일에 쓸데없이 집착하며 이기적이고 융통성이 없다는 점. 그리고 수집벽과 정리벽과 함께 갑자기 폭발적으로 화를 내는 성향이 간질 환자의 성격을 닮았다고 추론했다. 

히틀러 사후,  많은 학자들이 히틀러 간질 발작 관련설을 주장했는데  내분비 학자인 엘머 바테루즈 ( Elmer Bartels ) 박사 도 그중에 한 사람이었다.  그는 히틀러가 담요를 무는 버릇이 있다는 점을 들어 히틀러 간질 발작 관련설에 힘을 실어주었다.    " 담요를 무는 버릇 " 은 간질 환자에게 흔히 볼 수있는 행동'이라는 것이다. 성격만 가지고 말하자면 도스토예프스키, 고흐, 히틀러는 서로 닮은 구석이 있다2).       내가 주목하는 부분은 세 번째 키워드'다. < 메시아 콤플렉스 > 다. 이 보고서는 히틀러를 "  기독교적인 망상의 거미줄'에 갇혀 있는 " 인물이라고 분석했다. 히틀러는 유대인을  단순히 독일을 위협하는 세력이 아니라 세계를 위협하는 절대악'으로 판단했다는 것이다. 

전운이 기울자 히틀러는 " 자신을 선한 영혼의 화신이라고 생각하고  유대인들은 악의 화신 " 이라는 쪽으로 고착시켰다. 어쩌면 그는 자신을 예수'라고 생각했는지도 모른다. 그는 자신을 향한 비극이 장엄하기를 바랐다. 독일의 파괴는 히틀러가 자신에게 부과한 마지막 목적이었다3).    발터 벤야민은 << 독일 비극의 기원 >> 이라는 책에서 바로크 궁정 드라마'를 분석하면서 주인공의 성격이 서로 다른 성격이 공존한다는 데 주목했는데,  하나는 전제군주이고 다른 하나는 순교자의 이미지'라는 것이다.  어쩌면 히틀러가 선망했던 드라마는 바로 바로크적 제왕처럼 감동적인 몰락'이었는지도 모른다. 히틀러는 자신이 20세기 독일 비극의 기원'이 되기를 희망했고 그렇게 됐다. " 좋든 싫든, 오늘 이 세계는 히틀러의 작품이다(제바스타인 하프너) "


국민의당 대표인 안철수는 6일 기자 회견을 통해서 다음과 같이 말했다      :     " < 국민의당 > 과 저는 힘들고 두려운 광야에 있습니다. 물도 없고 먹을 것도 없고 사방에는 적뿐......   저 포함, 모두 이 광야에서 죽을 수도 있습니다. 그래도 좋습니다 " 이 비장한 말을 들었을 때 제일 먼저 생각난 단어는 메시아 콤플렉스'였다. 그는 자신을 몰락한 왕'이라고 생각하는 것 같다. 그의 기자 회견 내용을 살펴보면 실패4)  에 대한 반성은 없다. 오히려 이 실패'를 장엄하게 만들기 위한 연극을 꾸미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실패를 포장하기 위한 가장 좋은 방법은 순교'다. 나, 안철수는 물도 없고 먹을 것도 없는 아사리판 같은 광야에서 독고다이하리라.

그가 전하는 말에 의하면, 그는 " 힘들고 두려운 광야 " 에 홀로 서 있다. " 물도 없고 먹을 것도 없고 사방에는 적뿐 " 이라고 배경을 설명한 후 " 이 광야에서 죽을 수도 있다 " 고 말한다. 그리고는 비장하게 외친다. " 그래도 좋다 ! " 이 연극적 수사는 어디서 많이 본 설정'이다, 기시감이 든다, 그렇지 않은가 ?  놀랍게도 안철수가 말하는 < 광장 > 은 예수가 십자가를 지고 오르던 < 골고다 언덕 > 을 떠오르게 한다. 그는 이 골고다에서 순교할 생각'인 모양이다. 그에게 정치는 장엄한 순교를 위한 (무대) 장치에 불과한 것이다. 그런데 이 무대'가 그리 장엄할 것 같지는 않다. 개인적인 판단으로는 세대별 지지율에서 연령대가 높은 세대보다는 연령대가 낮은 세대들로부터 더 많은 지지를 받는 정치인을 뽑는 것이 최악을 피하는 방식'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 기준을 적용하자면   :    안철수는 그닥 좋은 정치인'이 아니다. 박근혜를 거악으로 규정한 그의 세대별 지지율 성향이 박근혜를 지지하는 세대별 성향과 유사하다는 것은 코미디다. 김영하는 아리스토텔레스의 < 말 > 을 인용하며 비극은 잘난 놈이 추락하는 이야기이고 희극은 모자란 놈이 잘되는 이야기'라고 말했다.  내가 안철수 스토리를 코미디로 보는 이유도 바로 거기에 있다.  그는 좀... 모자라다
 





​                                       


1)          히틀러의 연설 스타일과 정반대인 경우는 이명박이다.  히틀러가 믿습니까, 라고 외치면 대중은 믿습니다, 라고 소리쳤지만  이명박은 자신이 믿습니까, 라고 외치면 대중은 밉습니다, 라고 대답했다. 비극은 그(이명박)가 밉습니다, 라는 대중 욕망을 믿습니다, 라고 잘못 알아들었다는 데 있다.

2)          도스토예프스키와 고흐는 간질 환자'였다.  히틀러의 경우, 간질이 아니라 매독'이라는 주장도 있다.

3)          히틀러에게 붙이는 주석 256쪽 인용

4)          한때 20대 젊은이들의 영원한 멘토로 추앙 받던 그는 그 세대로부터 완벽한 배척을 당한다. 세대별 지지율을 보면 안철수는 20대에게 5.7%의 지지율을 얻은 것으로 조사되었다. 전세대를 통틀어서 가장 낮은 지지율이다.



​                                        

 

 

 

 

 


댓글(5) 먼댓글(0) 좋아요(12)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samadhi(眞我) 2016-03-08 00: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안철수 코미디. 한때는 쌍수 들어 환영하였을 자기네 새무리당에 받아달라 사정이라도 할 것이지.
이젠 걔네도 안 받아줄까요? 크크
컴퓨터 바이러스 잡느라 사람 사는 이치 따위를 배워 본 적 없나봐요.
가까운 사람들의 쓴 소리를 듣고 조용히 들어가면 좋겠지만.

곰곰생각하는발 2016-03-08 06:17   좋아요 0 | URL
코미디는 엔돌핀이라도 솟죠.. 이건 짜증만 이빠이 나고 있으니...
노망 들기 전에 떠나야지요. 0.001% 최상위 인간 아닙니까..
돈이 없습니까. 뭐가 없습니까.. 전 안철수 동정하는 사람 보면 이해가 안 갑니다..

수다맨 2016-03-08 12: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안철수는 이제 정치판에서 사라져 주었으면 합니다.
그래도 안철수(그리고 이명박이)가 좋은 교훈 하나는 남겨주었네요. 돈 많은 기업가가 정치를 한다고 해서, 국민들이 부유해지는 것은 아니다. 이 사람들은 자기 곳간을 채우는 데 능숙할 뿐이지 타인의 지갑을 뚱뚱하게 해줄 마인드는 애시당초 없는 듯합니다.

곰곰생각하는발 2016-03-08 12:56   좋아요 0 | URL
안철수 지역구에 자객 공천해야죠....
개인적으로 김종인이 안철수 지역구에 출마해서 붙었으면 합니다..
저도 상관없죠... 이준석이 될 테니...
싸가지 없는 놈은 싹을 제거해야 합니다.

곰곰생각하는발 2016-03-08 12:57   좋아요 0 | URL
2011년에 제가 안철수 보고 착한 이명박에 불과할 뿐이라고 해서 네 이웃들 존나 싸우고 왕창 떠났는데..
지금은 후회되네요.. 착한 놈이 아니었어요. 그냥 제2의 이명박이었을 뿐.....
 

 

 

 

 




​                    


결핍의 거울



이동진, 박영선 그리고 캐롤




 

                                     

 

 

 

                                                                                          이동진 영화평론가'는 영화 << 캐롤 >> 을 분석하면서 다음과 같이 말했다      :    " 제가 느끼기엔,  테레즈한테는 동성애적인 사랑이 필요한 게 아니고 캐롤이 필요한 겁니다.   근데 하필이면 캐롤이 여자였을 뿐이라는 거죠.  그러니까 어떤 동성애를 다루는 영화에서는 상대방이 여자라는 게 핵심일 수 있습니다.    그러니까 동성애적인 정체성에서 내가 여자를 사랑하는 사람이야 라는 것이 그사람을 말하는 가장 중요한 정체성이 될 수 있는 거잖아요.    최근에 개봉을 앞두고있는 대니쉬걸 같은 바로 그 영화가 그런 영화입니다.  그런데 이 영화는 아닌 것 같아요."    그가 말하고자 하는 바는 쉽고 선명하다. 동성애 코드를 이성애 코드로 전환해서 편안한 마음으로 영화를 보자는 제안이다.

 

그는 이 수사법을 적용하기 위해서 이상한 논리를 전개하는데,   " 동성애적 사랑 " 이라는 문장에서 < 동성애적 > 이라는 문장을 지우고 < 사랑 > 에 촛점을 맞춘다.  비로소 동성애'라는 의제는 흔적으로만 남는다.   그것은 일종의 매끈한, 흔적 없는, 이음매가 보이지 않는, 안전한, 깨끗한 봉합'이다. 그가 그런 방식을 선택하는 이유는 주류 이성애 남성'이라는 데 있다. " 사람이 사람을 사랑한 영화일 뿐입니다. 얼마나 영롱하고, 아아....... 깨끗한가요. " 그런데 이동진이 말하는 << 보편성 >> 은 사실 폭력적'이다.  왜냐하면 보편성은 항상 주류와 다수'라는 요소가 성립되어야만 가능하기 때문이다. 이 보편성에는 비주류는 포함되지 않는다. 이동진은 이 사실을 잘 모른다. 그는 그저 심심해서 잔잔한 연못에 돌을 던졌을 뿐이다.

이성애자 남성이 사랑하는 여성에게 " 당신이 여자이기 때문에 사랑한 게 아니라, 하필 당신이 여자였을 뿐... " 이라고 고백하는 경우는 없다.   이성애자 남성은 상대방이 반드시 여자이기 때문에 사랑에 빠진다. 그렇기에 이성애자'다. 그렇지 않은가 ?  다시 원점으로 돌아와서 테레즈가 사랑에 빠지는 이유는 캐롤이 " 여자 " 였다는 데 있다. 캐롤'이라는 고유명사는 여자'이기에 앞서 인간'이기도 하지만 사람이기에 앞서 여자'다. 어떤 것을 우위에 두는가에 따라서 정치적 스펙트럼이 드러난다.  테레즈가 < 사람 > 을 사랑하느냐, 아니면 < 여자 > 를 사랑하느냐는 문제는 결국 아가페적 사랑이냐 에로스적 사랑이냐에 대한 태도의 문제로 귀결된다. 

만약에 이동진이 이 영화를 아가페적 사랑으로 해석한다면 이 영화를 두고 " 멜로드라마의 역사가 장르에 내린 햇살 같은 축복 " 이라고 말하는 것은 모순이 된다.   에로스가 빠진 아가페적 사랑을 두고 멜로드라마라고 하는 것은 꽤나 어색한 표현이 아닐까 ?    이동진은 보편성이라는 다수의 입장으로 소수를 억압한다. 마이클 키멜은  " 특권을 가진 사람에게는 인종, 젠더, 계급이 보이지 않는다 "  라고 말한다. 백인 여자는 거울을 볼 때 여자를 보고, 흑인 여자는 거울 속에서 흑인 여자를 발견하고, 백인 남자는 거울 속에서 인간을 본다. 이동진도 마찬가지다. 그는 영화 << 캐롤 >> 이라는 거울 속에서 인간을 본다. 마이클 키멜의 지적은 고스란히 박영선 국회의원에게도 통한다.

그녀는 스스로를 약자로 규정하고서는 소수 정당의 설움에 대해 울면서 말했지만, 이 통곡은 자기 기만'이다. 그녀는 고난의 피에타가 아니다. 오히려 그 반대다. 없는 자의 설움을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다고 고백한 그녀가 한기총에서 쏟아낸 말들은 놀랍게도 다수의 입장(주류, 기독교, 한국인, 이성애)에서 소수(비주류, 이슬람, 외국인, 동성애)를 억압하는 말들이었다. 박영선은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 나라와 교회를 바로 세우기 위한 3당 대표 초청 국회 기도회 >> 에 참석해서 다음과 같이 말했다   :   하나님의 이름으로 여러분께 다시 한번 동성애법, 차별금지법, 인권 관련 법, 그리고 이슬람 문제 등을 저희는 받아들일 수 없다는 것을 강하게 말씀드립니다.    쉽게 말해서 소수자 차별에 찬성한다는 소리이다.

소수 정당의 설움에 대해서 말하던 사람이 정작 소수를 억압하는 군주가 되어 그들에게 유리 가루가 박힌 채찍을 휘두르는 것이다. 이동진과 박영선에게 필요한 것은 < 결핍의 거울 > 이다. 레즈비언은 영화 << 캐롤 >> 을 볼 때 캐롤이라는 여성을 보고,  박영선은 거울을 볼 때 자기애가 섞인 연민에 빠진다.  짐승은 죽을 때 자기 스스로를 동정하지 않는다. 인간만이 자신의 죽음을 슬퍼한다. 박영선의 연민,  그 눈물이 과하다 ■

 


 

 

 

 

 

 

 

 


댓글(20) 먼댓글(0) 좋아요(27)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기억의집 2016-03-05 23: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동진에 대해 잘 모르지만, 아 전 진짜 한국문학 한국 평론에대해 너무 무지하긴 해요, 저 글은 말장난 아닌가요? 동성애적인 사랑이필요한 게 아니라 캐롤이 필요한 거래!!! 평론가란 놈이 뭔 말인지도 모르게 쓰니,, 저런 글 읽고 멋지다 잘 쓴다라고 하는 놈들도 있겠죠?! 이동진에게 외치고 싶다. 봐도 동성애 맞고 스미스가 작품에서 표현하고 싶은 것도 보편적인 사랑이 아니고 동성애라고! 동성애. 스미스가 보편적인 사랑을 작품에 쓸 봐엔 뭐하러 주체가 여자냐고, 이동진 이 양반 스미스 작품 안 읽어봤으니깐 보편적인 사랑 운운하는 거죠.저 시대에 스미스는 보편적인 글 따위나 쓰는 평범한 작가가 절대 아니였죠. 휴, 진짜 한국평론가들 죄다 태평양에다 내다버리고 싶다, 진짜로요!

곰곰생각하는발 2016-03-05 23:42   좋아요 0 | URL
이동진은 대중의 취향을 저격하는 문장을 직조하는 능력은 있다고 보는데, 요게 요게 과하면 짜증이 나게 마련입니다. 사실 이 영화를 만든 감독이 이 영화를 보편적 사랑으로 생각해도 된다는 취지로 말한 적이 있는데 그것은 어디까지나 흥행을 염두에 둔 발언이죠. 영화 감독이 늘 하는 말이 남녀노소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영화라고 자기가 만든 영화를 선전하듯이 말입니다...

samadhi(眞我) 2016-03-05 23: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결국은 동성애를 인정하지 않겠다는 의지의 표현이군요. 동성애를 부정적인 것으로 여기는 속마음이 있고요. 동성애를 다루면서 단지 상대가 동성일 뿐이라고 변명하는 작가들도 꽤 있는 듯합니다. 다수의 이성애에게 오해받지(?) 않기 위해.

곰곰생각하는발 2016-03-05 23:44   좋아요 0 | URL
타인의 삶에 감놔라대추놔라 삶은 닭 놔라 하는 거 좀 인권 침해 아닌가요 ?
전 박영선 저 발언하는 거 보고 경악했습니다. 시바, 소수의 설움에 대해 그토록 대성통곡하며 표를 달라더니 막상 소수자를 채찍으로 휘두르고 있으니 유럽같았으면 혐오죄로 벌금냈을 발언입니다.. 아니 지가 뭔데 이슬람교에 대해 이래라저래라입니까..

samadhi(眞我) 2016-03-06 14:07   좋아요 0 | URL
제가 중딩 때 목사를 들이받은 것도 같은 이유죠. 목사가 기독교를 제외한 모든 종교가 독. 이라고 하였으니. 유일신을 추구하는 독선이 모순이라 생각해요. 가장 열려있어야 할 종교가 가장 닫혀있으니.

곰곰생각하는발 2016-03-06 00:00   좋아요 0 | URL
정말 중딩 때 들이받은 겁니까 ? 절실한 장로가 보면 마귀가 씌ㅕㅇ였다고 퇴마를 행했을거임..

samadhi(眞我) 2016-03-06 00:04   좋아요 0 | URL
네 제 인생에서 가장 겁없던 시절이었지요^^
아, 그렇게까지 하기도 합니까? 그때 교사들이 순진하고 유연한 사람들이 많았지요. 그 목사 포함 몇몇 빼고.

곰곰생각하는발 2016-03-06 00:25   좋아요 0 | URL
아, 저희 어머니도 왕년에 종종 아픈 사람 집 가서 퇴마식 거행하고 그랬씁니다
쪽팔려서 죽는 줄 알았슴돠..
별탈없었으니 망정이지 기도하며 막 귀신 빠져나가라고 등 치고 그러던데 사람이라도 죽었으면...

끔찍하네요...


근데 참.. 신기한게.... 정말 신기한게 어느날 우리집으로 여성 한분이 찾아왔어요..
어머니를 본 순간 이분에게 기도받으면 내 몸 속 귀신이 나갈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서 무조건 왔다고 하네요..
한 열흘 정도.. 아주 난리도 아니었습니다..

결국 그분 멀쩡해지기는 했어요... 몇 년 후 선물을 보내왔더라고요...고맙다고..
아직도 미스테리이기는 합니다..

만병통치약 2016-03-06 00: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얼마전 주변의 추천으로 청소년용(?) 19금 동성애 소설과 만화 (BL이라고 하더군요) 를 봤습니다 ❤️❤️❤️놀라운것은 역겹다가 아니라 야하다는 생각이 들었죠 이동진도 모르고 캐롤도 알리딘에서 봤지만 이동진의 주장이 일면 이해가 갑니다 사정과 오르가즘이 제공되고 감정교류까지 된다면 ˝하필이면 캐롤이었다˝라는 표현이 어느 정도 타당해 보이네요 (아 핸드폰 바꿔야지 이건 너무 ......)

곰곰생각하는발 2016-03-06 00:22   좋아요 0 | URL
bl 인기죠.. ㅎㅎ 처음엔 저도 bl이 뭔가 했습니다.

전 개인적으로 삼성이 돈으로 가난한 구단 선수 끌어다 쓰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슴돠..
이성애 영화 얼마나 많습니까... 그런데 동성애 코드를 굳이 이성애 코드로 바꿔서
스카우트하는 게 영 거슬리더라고요.. ㅎㅎ

꼬마요정 2016-03-06 01: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지인이 <캐롤> 꼭 보라고, 너무 아름답다고 하더군요. 사람이 사랑을 하는데 남자면 어떻고 여자면 어떻냐고 우리끼리 그랬지요.

박영선.. 무섭습니다. ㅠㅠ

저 대학 다닐 때 길에서 큰소리로 저한테 예수천국 불신지옥 외치던 아저씨한테 성경을 믿지 않아요. 한마디 하고 악마로 몰렸습니다ㅠㅠ 아직도 기억나네요. 너는 악마다. 아 네^^;;

곰곰생각하는발 2016-03-06 11:30   좋아요 0 | URL
좋은 작품이라고 생각합니다. 잔잔하고 좋습니다..

박영선, 정말 무섭습니다..



너는 악마다 에피는 정말... 압권이네요... ㅎㅎㅎㅎㅎ 경찰에 신고하지 그러셨스요..

표맥(漂麥) 2016-03-06 01: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공감의 글 입니다...^^

곰곰생각하는발 2016-03-06 11:32   좋아요 0 | URL
감사합니다.. 공감을 얻기 위해 더욱 불철심야하겠습니다..
요즘 잘지내시죠 ?

자주 오는이 2016-03-06 10: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보편성 말씀하시니까 예전에 여우님이 보편성과 동성애, 종교를 연결했던 글이 생각나네요. 책에서 한 말인지 블로그 일기에서 그랬는지는 저도 까먹었습니다만. 이거 하나만은 인상깊었어요. 상냥하게 웃음짓는 다정한 이웃이 알고보니 그렇더라는 의미였던 것 같습니다. 호러물을 접할 때 왜 그런거 있지않습니까. 친절한 남자가 연쇄살인범이고 그런거요. 아무튼 보편성을 좋아하지 않는다고 썼던 것 같은데 제 기억력이 부실해요.ㅠㅠ 곰곰발님의 이글에 나온 보편성을 읽는 순간 딱 생각나서요. 개인적으로 박영선은 정치인으로서 능력이 너무 없어 보여요.

곰곰생각하는발 2016-03-06 11:35   좋아요 0 | URL
자주오는이 님 자주오시는군요.. ㅎㅎ 여기서 말씀하시는 여우 님은 파란여우 님이시겠죠 ? 저도 개인적으로 보편성, 대부분이 그렇게 말하니까 이런 표현을 그리 좋아하지 않습니다. 제가 이동진을 비판하는 이유는 지나치게 주류 편입의 편한 욕망으로 영화를 들여다보기 때문입니다..



+

박영선은 햐.... 말을 못하겠습니다..

자주 오는이 2016-03-06 18:24   좋아요 0 | 수정 | 삭제 | URL
오래전에 알라딘 고객센터와 한판 싸우고 나서 탈퇴했지만 책 이야기는 여전히 알라딘을 검색합니다.
자주 온다기 보다 분위기도 많이 바뀌고 그래서 가끔 오긴 하는데 오면 곰곰발님 서재는 자주 오지요.
깔깔한 글이 좋다고나 할까요. 고백하자면 곰곰발님 알라딘 서재 초기 글들이 지금보다 더 좋긴 합니다.ㅋㅋㅋ

여우님은 그 여우님이 맞습니다.^^

곰곰생각하는발 2016-03-06 21:26   좋아요 0 | URL
초기로 돌아갈까요 ? ㅋㅋㅋㅋㅋㅋㅋㅋㅋ 전 열성 고객이 아니라서 이곳저곳에서 책을 사는 데
그래도 리뷰를 참고할 때는 항상 알라딘 리뷰를 참고했던 것 같습니다.

알라딘의 자산은 서재인데, 오히려 서재를 더욱 키울필요가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내가 사장이라면 파격적으로 키울 거 가틈.. ㅎㅎ.



yamoo 2016-03-07 17: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호, 박영선이....그러니까 안철수하고 같이 묶일 수 있는 그런 사람이라는 건가요??

박영선은 잘 몰라서뤼..

그나저나 이동진은 언제부터 대중에게 어필하는 평론가가 됐는지 모르겠습니다. 2007년 무렵에는 알지도 못했던 평론가였습니다만...물론 제 입장에서..이번 캐롤에 대한 언급은 그가 지극히 이성애자 시각으로 영화를 봤다는 걸 알려주는 것 같습니다. 캐롤을 안 봐서 확신할 수는 없지만 글만 보면 그렇게 보이는 군요~

곰곰생각하는발 2016-03-07 18:55   좋아요 0 | URL
과반수보다 적다고 소수 정당이라는 발상 자체가 기가 막힌 거죠..
거대 야당이 소수 정당이라고 말하니 기가 찰 노릇입니다..

야무 님이 보시기엔 좀 답답할 것 같습니다.. 영화 캐롤 말이죠..
 
위험사회 (반양장) - 새로운 근대(성)을 향하여
울리히 벡 지음, 홍성태 옮김 / 새물결 / 2006년 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                                                     

 

수염 난 아저씨가 보고 있단다  :


 

 

 





존 맥클레인 형사  그리고 ,        김길태


 



 



 




                                                                                                                                                                                                                   영화 << 다이하드 >> 시리즈'는 내가 즐겨 보는 액션 영화'다      :     존 맥클레인크리스마스 때만 되면 죽도록 고생하는 사나이.  실벳탸 스텔론이 용병이 되어서 베트남에서 싸울 때 브루스 윌리스는 형사가 되어서 뉴욕에서 흰 쫄티와 맨발로 악당과 싸운다. 전자는 해외 용병이고 후자는 자치 경찰'이다. " 아사리판 나와바리. 오오,  오호츠크 시밤바들아 "  이 두 마초가 닮은 점은  타자의 사유지1)   에서 폼 나게 총싸움(질)을 한다는 점이다한 방 쏘면 해결될 걸 열 방 쏜다. 어차피 그들은 돌아갈 고향이 있으니 싸움터가 심해 밑바닥 뻘보다 더 참혹한 폐허가 되어도 신경 쓰지 않는다.  쏘가리도 아니면서......  닥치는 대로 쏜다.

미국이 내세우는 전쟁 전략은 언제나 동일했다. " 남의 나라에서 폼 나게 싸우기 " 미국 본토가 < 적 > 으로부터 공격을 받았던 경우는 일본 가미가제 공격과 알카에다 공격이 유일했다.  가미가제가 모더니즘적 증후라면 9.11테러는 포스트모더니즘적 증후였다.  언제나 그렇듯이 나카토미 전투는 미국이 아시아에서 펼치는 대리전2)     이다. 영화 속에서 브루스 윌리스는 고개 숙인 남자'가 될 판이.  < 그 > 는 직장에서는   ① 골치 아픈 동료였고, 아내에게는 ② 무능한 남편이었으며,  딸에게는 ③ 유령'이나 다름없는 아저씨에 불과하다. 가정은 위기일발 상황에 놓여 있다. 나카토미 회사에서 능력을 인정받은 아내는 자신의 이름을 숨긴 채 처녀적 이름으로 직장 생활을 한다.   

 

그러니깐 아내는 < 홀리 맥클레인 > 이라는 이름을 지우고 결혼 전 이름인 < 홀리 제네로 > ​로 처녀 행세를 하는 것이다.   맥클레인 형사는 나카토미 빌딩 로비에 있는 방문자 명단에서 아내가 처녀적 이름을 사용하고 있다는 사실에 눈살을 찌푸린다.  맥클레인 가문을 부끄러워하는 아내.  설상가상, 참기름처럼 생긴 회사 동료가 아내인 홀리를 " 홀리 " 는 더러운 꼴도 본다.  맥클레인'이라는 이름은 말 그대로 아내로부터 제거(거세)된 상태'다.  지금 그의 페니스는 발기와 거세 사이에 있는 것이다잘린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꼴린 것도 아닌 상태.  마치 휴대폰 표시창에 방전을 알리는, 깜박거리는 아이콘처럼 말이다.  그는 자신의 남근이 죽지 않았다3)   는 사실을 증명해야 한다. 존 맥클레인 형사, 추락한 자존심을 세울 수 있습니꺄 ?

 

이 영화에는 재미있는 역설이 돋보인다. 전쟁터의 주요 무대인 < 나카토미 빌딩 > 은 하이테크 벙커로 최고의 방재와 보안 시설을 자랑하는 건물이다. 그런데 테러리스트는 오히려 디지털화된 보안 시스템 때문에 보호받는다. 경찰은 나카토미 하이테크 보안 시스템 때문에 건물 내부로 진입할 수 없다. 빌딩 철문은 먹이를 문 악어의 입처럼 열릴 줄을 모른다.  다시 말해서   :   적의 침입을 방어하기 위해 만든 철통 보안 시스템이 역설적으로 적을 보호하게 된다는 이야기'다. 이 역설은 안전을 강화하기 위해 만든 하이테크가 오히려 위험을 강화하는 역기능으로 발전할 수도 있다는 사실을 증명한다. 기술 발전은 리스크의 파이'를 키운다.  초가집이 불타면 단순한 화재가 되지만  초고층 빌딩이 불타면 재앙이 되는 법이니깐 말이다.

 

대한민국은 며칠 동안 < 필리버스터 정국 > 이었다. 필리버스터를 통해 테러방지법은 테러를 빙자한 테러빙자법이자 국민사찰법'이라는 사실이 폭로되었다. 국민을 감시하는 주체는 " 빅브라더 " 이다. 그것은 푸코가 말하는 판옵티콘의 세계이니, 국민을 " 부처님 손바닥 " 위에 놓고 감시하겠다는 발상인 것이다.  좋다, 부처님 손바닥 안에서 안전하게 논다면야 불만은 없다만 < 부처님 손바닥 > 이 < 악당의 손아귀 > 로 바뀌면 상황은 180도 달라진다.  테러방지법이 던지고자 하는 메시지는 분명하다. " 애들아, 이 아저씨'가 보고 있단다. "  빅브라더는 빅데이터'를 먹고 사는 괴물이다. 사찰 행위의 핵심은 정보를 모으는 것이다. 가장 원시적인 방식은 쓰레기 봉투'를 뒤지는 것이다.

쓰레기 봉투 속에는 당신의 취향이 고스란히 담겨져 있다. 구겨진 영수증, 정액이 담긴 콘돔, 다이어트 콜라, 생리대, 각종 상품 비닐 봉투 따위는 스토커에게는 보고(寶庫)다. 당신이 쓰레기 봉투에 버리는 것은 쓰레기가 아니라 정보'다. 하지만 빅브라더는 굳이 쓰레기 종량제 봉투를 뒤질 필요가 없다. 검은 선그라스에 넥타이 맨 7급 공무원이 쓰레기통이나 뒤지려고 정보원이 된 것은 아니지 않은가 ?   대신 << 디지털화된 정보 >> 를 수집하는 쪽이 " 클리어 " 하다.  당신이 컴퓨터에 접속한 데이터와 교통 카드 내역 그리고 신용 카드 내역을 조사하면 < 다 > 나온다.  살해당한 시체는 반드시 흔적을 남기고 신용카드와 핸드폰은 반드시 정보를 남긴다. 국정원이라는 빅브라더가 욕망하는 것이 바로 디지털화된 개인 정보'이다.

기술 집약 사회는 위험 사회인 것이다.  이 감시망에서 벗어날 수 있는 방법은 테러방지법을 없애거나 자신의 디지털 정보를 최소화하는 것이다. 경찰이 어린이 살해범이었던 김길태를 공개 수배했는데도 불구하고 잡는 데 어려움을 겪었다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이유는 김길태가 컴퓨터나 신용카드 혹은 휴대폰을 거의 사용하지 않았다는 데 있었다. 디지털 흔적이 없다 보니 행방이 묘연한 것이다. 그동안 필리버스터를 진행하면서 의사 진행 발언을 했던 국회의원들이 이와 관련된 책을 소개하고는 했는데, 아쉬운 점은 울리히 벡의 << 위험사회 >> 를 빼먹었다는 데 있다. 섭섭하다, 감시 사회'를 이해하는 데 이보다 좋은 책은 없다 ■




​                           

1)     나카토미 빌딩      :      람보는 베트남에서 싸우고 존 맥클레인 형사는 뉴욕에서 싸우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존 맥클레인 형사는 미국이 아닌 일본 자본이 투자한 나카토미 빌딩'에서 싸운다. 나카토미 빌딩은 미국을 위협하는 아시아 신흥 자본 세력'을 상징한다. 그렇기에 이 < 자리 > 는 미국이라는 공간이 아니라 타자화된, 오리엔탈化된 공간이다.

2)     대리전 혹은 재현  :     이 영화는 2차 세계 대전의 주요 전범 국가가 주요 모티브로 등장한다. 미국이 상대해야 할(경계해야 할) 대상은 공교롭게도 일본 자본과 독일 테러리스트'이다.  나카토미 플라자 회장(제임스 시게타)는 맥클레인'에게 말한다. " 2차대전 때는 패했지만 지금은 워크맨이 미국을 뒤집었잖소 ? " 또한 헬기를 탄 경찰이 속삭인다. " 마치 2차 세계대전 같군 ! "

3)     die hard            :      다이 하드'는 여간해서는 죽지 않는다는 의미'이다. 이 영화는 발기 불능인 두 사내(백인 형사와 흑인 경찰)의 브로맨스 케미 액션 영화'다. 빌딩 밖에서 순찰을 하던 흑인 경찰은 백인 형사의 멘토이자 멘티이다. 그들은 모두 " 간댕거리는 자지 " 를  소유한 거세 직전의 불쌍한 형사들이다흑인 형사 알 파웰'은 실수로 13살 소년을 쏘아 죽인 후,   더 이상 권총(페니스)를 발사(사정 射精)하지 못한다. 그 또한 발기 불능'인 형사다사실 존과 홀리의 포옹보다는 존과 알의 포옹이 더 감동적이다.

                           

 

 

 

 

 

 

 

 


댓글(13) 먼댓글(0) 좋아요(17)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기억의집 2016-03-04 17: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지난 댓글에 이 책을 권해서 검색했더니 가격대가 쎄더라구요.,아쉬운대로 도서관에 있어 대출 예정입니다. 그리고....별거 아니지만 초가집이 불나면 화재지만 <- 요 대목이요, 제가 지금 뉴턴의 시계 읽는데, 1600년대 영국 대화재에 대한 글이 짧게 나오는데, 작은 빵집에서 난 불이 대형참사를 빚은 경우도 있더군요. 불은 크던작던 재앙인 것 같아요~


곰곰생각하는발 2016-03-04 18:22   좋아요 0 | URL
그렇죠. 도시에서 초갓집 불나면 전체가 타기 마련이죠.. ㅎㅎㅎ.
불은 크든 작든 재앙이 맞습니다..

개인적으로 이 책에서 배운 게 많았습니다. 번역이 발번역이다 하는데..
뭐 새물결 번역 질이 후지다는 것은 세상이 다 아는 것이고.. ( 한 가지 더 보태면 새물결 책값이 비싸죠.. 개인적으로 이해를 못하겠습니다. 중력 무지개.. 고거 10만 원대 판거 보십셔.. )

그래도 어쩐답니까... 대충 이해해가며 나아가야 할 듯..

곰곰생각하는발 2016-03-04 18:28   좋아요 0 | URL
하튼 저는 이번 테러빙자법에서 제일 많이 생각난 책이 이 책이었슴돠..
오래 전에 읽은 책이라 뼈대가 생각나고 자세한 내용은 생각이 안나는데..
이참에 다시 읽어야겠습니다. 옛날에는 다독에 욕심이 생겼는데
생각해보면 참.. 어리석은 짓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제가 쇼생크탈출 20번 넘게 보았는데
아, 볼 때마다 다 다른 느낌이....

cyrus 2016-03-04 19: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제 도서관에 《위험사회》를 빌렸습니다. 어제 대학생 개강하는 날이라서 그런지 책의 첫인상이 대학교재 같았습니다.

곰곰생각하는발 2016-03-05 08:49   좋아요 0 | URL
저도 다시 읽을까 하고 뒤졌더니 어디 있는지 안 보이네요.. 아마, 라면 박스 속에 박혀 있는 듯합니다..

samadhi(眞我) 2016-03-05 03: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위험사회」읽고 싶어지네요. 책 홍보(?)도 짝짝 달라붙습니다그려. 본질을 보지 못 하고 가탈을 부리는 쪼잔한 성격이라 발번역이란 말이 걸리긴 하지만요.

곰곰생각하는발 2016-03-05 08:50   좋아요 0 | URL
제 글은 과장이 팔 할입니다.. ㅎㅎ.
번역이야 항상 걸리는 부분이니, 뭐... 어쩔 수 없습니다. 알아서 대충 넘겨짚어야함돠..

자주 오는이 2016-03-06 10: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다이하드에서 사실 나카토미 빌딩이야말로 이 영화의 핵심 포인트가 아니었나 저는 그렇게 봤습니다. 일본 자본이 미국 자본 중심지라고 할 수 있는 뉴욕을 점령한 그림으로 상상했습니다. 거기서 왠만해선 죽지 않는다는 미국식 영웅담으로 자본침식을 자위하려는 영화...뭐 사실 영화는 각자 자기 눈과 머리로 보는 게 아닌가 싶어요. 마초적인 영화라고 제 아내는 싫어합니다만 람보같은 영화에서도 영웅이 필요한 미국의 처절함을 본다고나 할까요.

곰곰생각하는발 2016-03-06 11:37   좋아요 0 | URL
마자요.. 이 영화에서 미국의 적은 독일과 일본입니다..
당시 미국 경제에 불어닥친 공포는 일본 자본이었죠..
당시 일본이 미국의 빌딩 거의 모두를 소유했던 시절입니다..
참... 재미있는게 왜 하필 적이 일본과 독일`인가 하는 것입니다..
이 영화는 2차 세계대전의 축소판인 셈이죠..
시대가 1990년대일 뿐이지 사실은 1945인 셈이죠..

자주 오는이 2016-03-06 18:17   좋아요 0 | 수정 | 삭제 | URL
ㅎㅎ 미국, 일본, 독일의 공통점은 제국이라는 거죠.
말씀하신 것처럼 1945년이 무력의 제국이었다면 1990년 신자유주의 본격가동부터는 자본의 제국이라는 점에서요.

곰곰생각하는발 2016-03-06 21:24   좋아요 0 | URL
그렇군요. 제국의전쟁인 셈입니다.. 영화 배경이 일본이 버블경제 터지기 전이니, 자료 찾아보니
일본이 무섭게 미국의 자본을 어마어마하게 먹었다고 하더군요.. 미국보다 달러를 많이 보유한 나라`라고나 할까요.. 그 위기가 반영된 영화여서 흥미롭게 봤스비다. 생각해 보면 대중문화는 항상 시대적 위기를 반영합니다.

yamoo 2016-03-07 17: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영화의 역설을 잡아낸 곰발 님에게 추천 10개~~^^

곰곰생각하는발 2016-03-07 18:53   좋아요 0 | URL
영화는 역설이 존재해야 재미가 있습니다. 시나리오 공부할 때 가르치는 것 중 하나가 역설입니다.
역설이 있어야 영화적 상황이 재미있고 풍부하게 된다고 말이죠..
 

 


 


​                                       


청기 내리고 백기 올려 :  






정치와 신파



ㅡ 오빠가 보고 있다

                                                                                                                                                                                                                                                                                                                                                                                                                   하, 세상이 수상하다 보니 " 악(惡) " 만 남았다. 그에 따라 드라마도 독해졌다. 지렁이도 밟으면 꿈틀거린다고 했던가 ?  등장인물은 점점 영악해졌고 복수는 잔인해졌으니 그만큼 눈물도 많아졌다.   복수와 눈물은 비례한다. 이빨 < 악 > 물고 주먹 < 꽉 > 쥐고 일어선 자만이 통읍(慟泣)할 자격이 있다. 막장 드라마 이전에 신파'가 있었다.  연극 본위의 클래식한 예술성보다는 흥행을 목적으로 한 연극이 신파극이다. 신파의 주인공은 대부분 사랑에 속고 돈에 운다.  흥행 바람이 불기 위해서 중요한 것은 바짓가랑이 잡고 흐느끼는 " 눈물 바람 " 이다. 사랑 때문에 눈물 한 바가지 흘리지 않은 이 뉘 있으랴. 

눈물만큼 효과 좋은 무기도 없다. 착했던 이수일은 김중배의 다이아몬드 때문에 피도 눈물도 없는 고리대금업자'가 되어 돌아온다.  그런 < 그 > 가 심순애의 눈물 앞에 무릎을 꿇었다.  한국인에게 < 눈물 > 은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게 만드는 만병통치약인 모양이다. 며칠 전 필리버스터에서 생긴 일을 복기하자  :  박영선이 필리버스터 의사 진행 발언대에 오르자마자 작정한 듯 박연 폭포 같은 눈물을 쏟아냈다. 티븨 앞에서,  나는 당황스러웠다. 내셔널 지오그래픽 채널을 시청하고 있는데 느닷없이 눈물 없이는 볼 수 없는 통속 신파 드라마'가 송출된 것이다. 그것은 마치 현대 정치사를 다룬 기록 영화'가 사전 통보도 없이 아내의 유혹으로 바뀐 경우라고나 할까 ?  보다 잔인하게 설명하자면 정치를 이야기하는 데 스튜디오에 느닷없이 파리가 날아다니는 상황이었다.

어, 어어어처구니없는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 신파 속 주인공인 박영선은 매도 먼저 맞는 게 낫다고 판단한 것일까 ?  그녀는 처절하게 울었다. 문제는 매를 맞기도 전에 아프다며 징징거린다는 데 있다. 네가 아프면 나도 아픈 게 인지상정이지만, 내 성정이 못돼 먹어서 그런지는 몰라도 따듯한 << 공감 >> 보다는 차가운 << 반감 >> 이 들었다. 나는 그녀의 통증에 공감할 수 없었다.  왜냐하면 그녀의 통증이 " 환상통 " 처럼 보였기 때문이다. 시청자 입장에서 보자면 채널 선택권을 박탈당한 느낌이 들어 억울했다.  내가 보고 싶은 것은 기록 영화이지 싸구려 통속 막장 드라마'가 아니었다. 박영선은 자주 " 소수 정당의 설움 " 에 대해 말하는 버릇이 있는데, 이번 무대에도 그 버릇은 고치지 못했다. 

이 모든 비극은 과반의 의원 수'를 확보하지 못한 데에서 비롯된 것이니, 표를 달라는 읍소'다. 과반수를 넘기지 못하니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논리이다. 웃지 않을 수 없다. 한때 의원 수 130명을 보유했던 더민주'가 < 소수 정당 > 이라면 정의당은 < 소수점 정당 > 이란 말인가 ?  김대중은 단 한번도 과반수 이상의 의원을 보유한 정당에 소속된 적이 없다.  평민당은 16명으로 출발한 정당이었고, 김대중은 당당하게 대통령에 선출되었다. 지날달, 29일. 정치권의 관심이 온통 필리버스터에 쏠려 있는 상황에서 박영선은 보수 기독교 단체인 << 나라사랑운동본부 >> 가 주최한 행사'에 참석해서 차별금지법에 대해 반대한다는 입장을 열정적으로 토로했다. 차별을 금지해야 될 야당 정치인이 차별금지법을 반대한다는 것.

그녀는 말했다     :     차별금지법, 동성애법, 인권관련법, 이거 저희(더민주)는 다 반대합니다. 누가 이것을 찬성하겠습니까 ?  특히 이 동성애법, 이것은 자연의 섭리와 하나님의 섭리를 어긋나게 하는 법,  이라고 말해서 우뢰맨 같은 박수를 받았다고 한다. 보수 기독교 단체를 향한, 제대로 된 취향 저격 발언인 셈이다. 개인적으로 나는 동성애를 지지하지 않는다. 하지만  내가 지지하지 않는다고 해서 반대하지는 않는다. 또한 동성애를 지지하지 않는다고 해서 동성애를 혐오할 생각은 추호도 없다. 동성애를 지지하지 않을 권리는 있지만 동성애를 반대할 권리는 없다. 만약에 동성애를 반대한다면 그것은 타인의 사생활 간섭이다. 여기에는 역설이 존재한다. 테러방지법을 거부하는 이유가 국가가 개인의 사생활을 감시하고 간섭하는 데 있다면,

박영선 의원은 타인의 성적 취향(사생활)를 존중할 필요가 있다. 동성애 반대는 명백히 타인에 대한 간섭이다. 그녀가 국회의사당에서 흘린, 분노에 찬 눈물의 의미는 새누리당에 대한 증오가 아니라 사랑이다. 초록은 동색인 법이다. 막장 드라마 속 여인의 증오는 대부분 한때 사랑했던 정인(情人)에 대한 사랑의 변질이다. 끝으로 이용마 MBC 해직 기자'가  트위트에 남긴 글을 소개하면서 이 페이퍼를 마무리하기로 하자 ■

 


 

박영선 선배


선배를 맨 처음 만난 건 2001년 5월쯤이었을 겁니다. 당시 경제부에서 금융권을 담당하던 제가 선배를 만난 건 어쩌면 대단한 행운이었습니다. 선배가 진행하던 <경제매거진>의 마지막 방송에 제가 갑자기 파견되어 방송을 했지요. 제 아이템은 구조조정과 관련된 노동자 문제였던 걸로 압니다. 선배는 제 아이템에 대해 좋은 평을 해주셨고, 저 역시 <경제매거진> 폐지에 저항하던 박 선배의 심정을 공감하고 있었습니다. 그게 인연이었는지 다른 팀원들과 함께 선배의 집에 초대되어 즐거운 시간을 보냈던 기억이 있습니다.


여러 우여곡절을 겪은 뒤 박 선배는 경제부장으로 영전했습니다. 저는 대단히 짧았지만 인상 깊었던 만남으로 인해 선배에게 인간적인 호의를 느꼈습니다. 하지만 선배가 경제부장으로서 보여줬던 모습은 너무 큰 실망이었습니다. 재벌의 이익을 옹호하는 논리에서 한 치의 벗어남이 없는 경제부 기사에 깜짝 놀랐습니다. 박 선배의 경제부 논조는 조중동의 반복 그 자체였습니다. 물론 제가 그렇게 놀랄 일은 아니었지요. 박 선배와 제가 경제문제에 대해 깊은 대화를 나눈 적도 없고, 함께 경제부에서 일을 한 적도 없으니까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 기대와 너무 다른 박 선배의 경제관에 뒤통수를 맞은 느낌이었습니다.


그렇게 경제부를 운영하던 박 선배가 어느 날 열린우리당에 입당했습니다. 이것도 사실 놀랄 일이었죠. 야당과 비슷한 경제관을 가진 분이 갑자기 여당으로 갔기 때문이지요. 정치권 입문 배경에 관한 소문도 저를 놀라게 했습니다. 제 기사 때문이란 소문이었지요. 박 선배와 관련된 한국IBM에 대한 검찰 수사 소식을 뉴스데스크 톱뉴스로 두 꼭지나 보도하자, 마침 입당제의를 받던 차에 화를 내고 떠났다는 미확인된 소문이 당시 파다했습니다.


그런데 박 선배는 저를 또 한 번 당혹하게 만들었습니다. 박 선배가 국회 재경위를 맡아 재벌을 비판하며 심상정·김현미 의원과 함께 주목받는 여성 의원 3인으로 거론되었기 때문이지요. 경제부장 시절 누구보다 재벌 비호에 앞장섰던 분의 갑작스런 변신이 너무 혼란스러웠습니다. 막후에서 시민단체 출신 비서관이 박 선배에게 재벌 비판 논리를 제공하고 있다는 그럴듯한 소문도 들렸지만 그러려니 했습니다. 국회에서 좋은 일을 하면 그만이니까요.


그 뒤 정치권에서 승승장구하던 박 선배가 저를 다시 놀라게 한 사건이 발생했습니다. 원내대표가 되어서 세월호특별법 협상을 할 때입니다. 세월호 문제를 처리하는 과정에서 박 선배가 보여준 나이브함과 과단성에 무척 당혹했습니다. 주변에서 함께 논의한 사람이 한 명도 없었나 하는 의혹이 들 정도로 소통이 되지 않는 독단은 큰 충격이었습니다. 그것도 한 번이 아니라 두 번 연속 말이지요. 세월호 사안은 여야가 적당히 주고받을 가벼운 사안이 아니었습니다.


그런데 박 선배가 세월호 때 보여주었던 문제가 이후 정치과정에서 고스란히 나타나고 있습니다. 당내에서 소위 비주류가 합법적으로 선출된 주류 당 대표를 흔들 때, 적당히 중립지대를 차지하면서도 비주류에 편향된 많은 행보들을 보았고, 안철수 의원이 탈당할 때 함께 나가지 않으며 좌고우면하는 모습을 보았습니다. 급기야 이번에는 여야의 중간지대에 서서 필리버스터를 그만두도록 하는 중요한 역할을 하셨더군요.


박 선배는 항상 저를 놀라게 하는 뛰어난 재능을 가진 분입니다. 그건 아무래도 적절한 타이밍의 결단력과 과감한 추진력이 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문제가 있습니다. 박 선배는 주변에 좋은 사람들을 두고 보좌를 잘 받으면 추진력이 있어서 큰 일을 할 수 있지만, 그렇지 못하면 독단으로 인해 대형 사고를 칠 수 있습니다. 세월호 특별법 문제나, 이번 필리버스터 중단 문제가 그렇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행동하기 전에 많은 소통이 필요합니다. 특히 박 선배의 개인적인 정무적 판단이 많이 작용한 경우는 더욱 그렇습니다. 왜냐하면 박 선배에게는 조중동의 사고방식이 이미 내면화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열린우리당에서 재벌을 비판하던 때를 제외하면 박 선배의 모습은 사실 일관됩니다. 조중동의 관점에서 사물을 보는 것이죠. 재벌 비판으로 잠시 가려졌을 뿐이지요.


이런 얘기가 이제 무슨 의미가 있느냐는 생각이 듭니다. 박 선배 주장대로 야당이 필리버스터를 중단하기로 결정했다는 소식입니다. 다음달 투표할 생각이 뚝 떨어졌습니다. 제가 돌아가야할 MBC를 생각하면 야당이 과반을 차지해야 하고, 그럴 수 있다고 지금까지 스스로를 독려해왔지만, 필리버스터 중단으로 그 가능성이 완전히 사라졌다는 생각입니다. 누가 바보에게 지휘봉을 맡기려고 하겠습니까? 야당이 여야 지지자 양측에서 모두 비난을 받으니 야당 심판론이 정권 심판론보다 높을 수밖에 없는 것 아닐까요?


오늘밤은 잠이 쉽게 들지 않을 것 같습니다.

 


 

 

 

 

 

 

 

 

참고할 책

 

울리히 벡, 위험사회  ㅣ 영화 << 다이하드 >> 디지털 사회와 그 적들(  http://blog.aladin.co.kr/749915104/6245043  ) 

 

하이테크 첨단 사회에서는 << 빅데이터 >> 를 쥔 세력이 << 빅브라더 >> 가 된다. 하이테크 첨단 사회'에서 빅데이터에 자료를 제공하는 쪽은 소비자'다. 당신이 사용하는 휴대폰 사용 내역과 전자 결제로 이루어지는 각종 카드 내역(심지어 교통 카드 내역은 당신의 동선을 빅브라더에게 제공한다)이 모여서 빅데이터가 되고, 이 빅데이터를 기반으로 빅브라더는 권력을 누린다. 내가 만약에 독재자'라면 각종 선거의 개표 방식은 수개표가 아닌 전자 시스템에 의한 개표 방식을 선호할 것이다. 전자 시스템은 언제든지 조작이 가능하다. 디지털이란 0과 1의 세계로 이루어진 세계일 뿐이니깐 말이다. 울리히 벡은 바로 그 사실을 경고한다. 영화 << 다이하드 >> 에서 경찰이 빌딩 안으로 침투하는 데 애를 먹는 이유는 역설적이지만 빌딩의 보안 시스템이 완벽하다는 데 있다. 안전 방어 시스템이 위험 요소로 작동하는 경우다.

 

 

 

 

 

 


댓글(16) 먼댓글(0) 좋아요(15)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cyrus 2016-03-03 17: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제 우리가 그들을 위해서 청기를 올려야 합니다. 이번 선거에서 행동으로 보여줘야 합니다.

곰곰생각하는발 2016-03-03 17:47   좋아요 1 | URL
필리버스터에 소개된 책 중 가장 자주 인용된 책이 1984인 것 같은데
저는 이게 좀 불만이네요..

테러방지법에 대한 적확한 예언서는 벡의 < 위험사회 > 입니다.
백이 말하고자 하는 것은 안전 장치가 발달하면 발달할수록 위험한 사회가 된다는 주장인데
안 읽으셨으면 꼭 읽어보십시오. 제가 사회학 책 뽑을 때 리치의 맥도날드 맥도날드화와 함께 항상 다섯손가락 안에 추천하는 책입니다..

cyrus 2016-03-03 17:48   좋아요 0 | URL
좋은 책을 추천해주셔서 고맙습니다.

곰곰생각하는발 2016-03-03 18:04   좋아요 0 | URL
네에. 이 책 꼭 보십시오. 울리히 벡의 위험사회보고 정말 깨달은 게 많습니다..

cyrus 2016-03-03 18:05   좋아요 0 | URL
방금 생각났는데 작년에 중고매장에 《위험사회》를 발견한 적이 있었습니다. 그때 사둘 걸 그랬습니다. ㅠㅠ

곰곰생각하는발 2016-03-03 18:06   좋아요 0 | URL
캬... ㅎㅎㅎㅎㅎㅎㅎㅎ 아쉽네요..

기억의집 2016-03-03 17: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참 이러고 보면 우리는 모두 평등주의자가 되어야합니다. 동성애, 차별금지, 인권문제 등등... 지난 번에 우리 모두는 페미니스트가 되어야합니다란 책을 빗대 쓰려다 만 제목이었는데.....

곰곰생각하는발 2016-03-03 18:05   좋아요 0 | URL
얼마나 웃긴 논리입니까. 테러방지법인 개인에 대한 내정간섭이라면서 막상 그녀는 동성애자의 침대 속 이야기에 간섭을 하고 있는 겁니다...

물타기 한다고 표가 더 모입니까 ?

samadhi(眞我) 2016-03-03 19: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박영선이 나꼼수에 나왔을 때만 해도 꽤 멀쩡한 줄 알았지요. 그런데 그 이후로 쭈욱 새무리당 친구처럼 행동하는 것이 이상하다 여겼는데 위에 인용하신 기자의 얘길 들으니 나꼼수 때가 오히려 이상했던 거군요.

곰곰생각하는발 2016-03-04 18:18   좋아요 0 | URL
세월호 때부터 알아봤습니다. 역시 정치가는 딱 하나만 가지고 전체를 평가하면 안 될 것 같습니다.
생각해 보면, 박영선은 자기 가족 사찰당한 것 때문에 운 것이지, 사실 국민 사찰 때문에 울거나 하지는 않는 것 갔습니다. 기본이 잘못된 것 아니것습니까..

수다맨 2016-03-03 19: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래 댓글에도 썼지만, 더민주가 야당으로서 최소한의 이름값이라도 하려면 박영선 같은 사람들 출당 조치시켜야 한다고 봅니다. 김광진 은수미 같은 동료들은 사실상 피투성이 몰골로 싸우고 있는데, 박영선은 백기 들 생각이랑 울면서 한 표 구걸할 생각밖에 없는 것 같더군요.

곰곰생각하는발 2016-03-04 18:18   좋아요 0 | URL
네. 이 페이퍼는 수다맨 님 댓글에 대한 긴 댓글입니다..

마태우스 2016-03-03 22: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박영선이 동성애 반대했군요. 흘러가는 구름을 반대하는 격이네요 흠흠....좋은 정보 주셔서 감사드립니다. 꾸벅

곰곰생각하는발 2016-03-04 18:19   좋아요 0 | URL
꾸벅... 오히려 제가 배우는 게 많습니다. 이래저래 박영선에 대해 실망 만빵이네요.

Antikim 2016-03-04 15: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박영선은 더민주의 최종병기임을 깨달았습니다. 출당시키면 궁민당으로 가서 분탕질하고 언론에 기밀 흘리고 나대며 선거 망쳐줄 겁니다. 비장의 카드라고 아끼지 말고 빨리 썼으면 좋겠네요.

곰곰생각하는발 2016-03-04 18:20   좋아요 0 | URL
엑스맨이겠죠 ? 이용마 해직 기자의 말이 절절하네요... 세월호 때 잘못 결정해서 얼마나 큰 우려를 샀습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