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사능 태닝 받고 DDT 차 한 잔   :











세계가 좋아지고 있다는 착각









                                                                                               인간은 크게 두 가지 욕망을 가지고 있다. 하나는 안전 욕망이고 다른 하나는 인정 욕망이다. 안전 욕망은 외부의 공격이나 환경으로부터 내 생명을 보호할 수 있는 조건 충족의 실현이다. 반면에 인정 욕망은 타인이나 사회로부터 좋은 평가를 받고 싶은 욕망이다. 욕망이 존재한다면 당연히 불안도 존재하는 법. 욕망의 다른 이름은 불안이다. 


안전 욕망이 불안의 형태로 나타나는 것이 생존 불안이고, 인정 욕망은 존중 불안으로 그 모습을 드러낸다. 생존 불안은 실직과 파산으로 인해 생계의 위협을 느낄 때 발생한다. 헐벗어 죽을 수도 있다는 불안감(의), 굶어 죽을 수도 있다는 불안감(식), 얼어 죽을 수도 있다는 불안감(주) 따위다. 이 불안을 해결할 수 있는 것은 돈이다. 즉, 돈을 많이 벌면 생존 불안은 어느 정도 해소할 수 있다. 반면에 존중 불안은 타인이나 사회로부터 부정적인 평가나 비난을 받지 않을까 하는 걱정이다. 이 불안을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은 신뢰 회복이다. 


자, 이제부터 여러분에게 재미있는 심리 실험 하나를 소개하고자 한다. 여러분은 두 사례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 ① 직장 동료들은 모두 월급을 600만 원을 받는데 내 월급은 300만 원'인 경우. ② 직장 동료들은 월급을 모두 100만 원을 받는데 내 월급은 200만 원인 경우. 이 심리 실험에 참가한 응답자의 7,80%는 ②번을 선택했다. 이유는 ①의 경우는 회사가 내 능력을 과소 평가할 뿐만 아니라 직장 동료들이 자신을 무시할 수 있다는 점에서 월급을 적게 받더라도 차라리 ②번을 선택하는 것이 마음 편하다는 것이다. 


즉, 실험 대상자들은 생존 불안 해소(월급 200만 원 대신 300만 원을 선택하는 행위)를 선택하는 대신에 차라리 존중 불안 해소를 선택한 것이다. 다시 말해서 인간은 육체적 죽음에 대한 공포(생존 불안)보다는 사회적 죽음에 대한 공포(존중 불안)를 더 두려워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만약 사람이 인간 관계보다 단순하게 먹고 사는 짓을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면 가난한 아프리카 나라의 자살률이 높아야 하지만 오히려 그들의 자살률은 매우 낮다. 이 실험은 개인의 만족도는 절대값보다는 상대값을 통해 더 큰 영향을 받는다는 것을 의미한다. 


다시 말해서 : 개인 삶의 만족도를 평가할 때 주요 지표로 사용해야 될 방법론은 절대 평가가 아니라 상대 평가라는 것이다. 한스 로슬링은 << 펙트풀니스 >> 에서 극빈층의 소득이 옛날에 비해 소폭 상승했기에 더 좋은 삶의 만족도를 느끼고 있다고 주장한다. 그러니까 그는 인간의 안전 욕망과 생존 불안을 단순하게 절대값만으로 평가하는 방식을 선택한다.  하지만 극빈층이 매우 느린 속도로 소득이 올라가는 동안에 극부층의 부는 기하급수적으로 상승했다. 급기야는 세계 상위 1% 부자가 2030년에는 전 세계 부의 64%를 차지할 것이란 소식도 전해진다. 


한스 로슬링은 왜곡된 부의 불평등은 외면하고 단순히 최하위 계층 소득 통계만으로 세계는 좋은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극빈층의 소득 수준이 올랐다는 통계값은 생존 불안을 어느 정도 해소할 수는 있을지언정 그것이 존중 불안을 해소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부의 불균형은 극빈층의 상대적 박탈감만 높일 뿐이다. << 펙트풀니스 >> 는 기득권의 논리를 철저하게 따른다는 점에서 기만적이다. 극빈층의 많은 수가 중간 소득 계층으로 이동했으니 세계 상위 1% 부의 독점은 문제가 될 것이 없고,  


후쿠시마 원전 사고로 인한 방사능 피해자는 한 명도 없으니 방사능 공포에 신경 쓰지 말고, DDT 같은 화학제품은 단점보다는 장점이 많은 발명품이니 화학 성분에 대해 너무 지나치게 신경질적인 반응을 보이지 말라고 소개한다. 여러분, 이거 다 거짓말인 거 아시죠 _ 라고 외쳤던 이명박의 그 유명한 말을 빌리자면 이 책은 매우 비즈니스 프랜들리하다. 이 책을 읽다 보면 방사능으로 온몸을 태닝 하고 나서 시원한 DDT차 한 잔 원샷 때리고 싶은 마음이 생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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으 악 새   슬 피   우 는   소 리  :










책을 읽을수록 멍청해지는 사람들









                                                                                            한스 로슬링은 << 펙트풀니스 >> 에서 2011년 후쿠시마 원전 사고(방사능 피폭)로 죽은 사망자는 한 명도 없다고 강조한다. 그는 일본 정부의 일방적인 발표를 그대로 믿고 자신의 책에서 그것을 인용하고 있는 것이다. 일본 정부는 원전 사고 이후, 사고 발생 지역인 후쿠시마 주민 1368명이 사망(2107.10월 기준)했는데 그것은 대부분 대피소 생활에 따른 스트레스 때문이지 방사능 피폭으로 인한 사망은 아니라고 주장했다. 


방사능이 총이나 칼처럼 눈에 보이는 살인 무기는 아니니 방사능에 맞아서 그날 당일에 즉사한 사람은 없지 않습니까 ? _ 라고 정부는 주장하는 것이다. " 방사능 때문이 아니라 방사능에 대한 공포 때문에 사망했다 " 는 소리는 " 많기 먹기 때문에 비만이 되는 것이 아니라 많이 먹으면 살이 찐다는 생각 때문에 비만이 된다(자기계발서의 기린아, 린다 번이 < 시크릿 > 에서 실제로 주장한 개소리다) " 는 소리와 다를 것이 없다. 달콤한 초콜릿 cake보다 열량이 높은 것은 thinking 이다. 동의하시는 분ㅡ 손 ?  생각하는 로댕 선생님께서는 말년에 비만으로 고생 깨나 하셨을 것.


당시, 일본 정부의 발표를 그대로 믿는 일본인은 아무도 없었다. 왜냐하면 엉터리이기 때문이다. 한스 로슬링이 단순한 스트레스와 방사능에 대한 공포 때문에 사망했다고 주장한 사망자 1368명 가운데 사고가 발생한 후쿠시마 제1원전이 있는 후바타 동네 주민은 전체 사망자의 2/3인 856명이나 되었다. 이 수치는 후바타군 지역 주민이 총 6962명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사망률이 대략 12%나 된다. 그렇다면 사고가 발생한 제1원전과는 거리가 먼 곳에 살아서 피폭으로부터 비교적 안전한 동네에 살았던 다른 피난민의 사망률은 얼마나 될까 ? 후쿠시마 전체 피난민의 사망률은 3%가 채 되지 못했다. 


방사능 피폭이 의심되는 동네 주민 사망률 12% vs 방사능 피폭으로부터 안전한 동네 주민 사망률 3% . 이 수치의 간극은 무엇을 말하는 것일까 ?   후쿠시마 의과대학은 원전 사고 이후 소장암 환자는 2010년 13명에서 2012년 52명으로 4배가 늘었고, 전립선암은 2010년 77명에서 2012년 231명으로 3배가 늘었다고 발표했다. 이 수치들은 모두 네이버 검색창에 " 후쿠시마 원전 사고 사망자 " 라고 입력하면 쉽게 얻을 수 있는 정보들이다. 한스 로슬링은 이 사실을 알고 있었을까 ? 알면서도 모른 척했다면 양심이 없고 몰라서 몰랐다면 그 또한 양심이 없다. 모르면서 아는 척했으니 말이다. 


문제는 이 책을 읽은 독자들이다. 책을 읽다가 의심이 들면 팩트 체크를 해야 하는데 어느 누구도 사실 확인을 하지 않는다. 그러다 보니 이런 고백이나 하고 자빠졌다. " 으악, 내가 침팬지보다 정답률이 떨어지다니. 으아아아악, 내가 알고 있는 세계가 모두 가짜라니. 으아아아아아아아아악, 내가 알고보니 부자였다니. 으으으으으으으으으으으으으아아아악, 난 참 바보처럼 살았구나. "  님아, 으악새예요 ?  으악새 슬피 우는 소리 하지 마라. 책을 읽으면 똑똑해진다는 소리는 개소리다.  책을 읽을수록 멍청해지는 사람도 있으니 말이다. 






+

가로본능이라는 소리는 들어봤어도, 인간의 본능 중에서 " 직선 본능 " 이 있다는 소리는 처음 듣는다. 한스 로슬링은 상승 그래프를 보면 계속 상승할 것이란 믿음을 가지고 있단다. 이것이 그 유명한 인간의 직선 본능. 이 정도면 저자는 인간을 하등한 존재로 인식하는 듯. 한스 로슬링 씨, 진짜 인간에게 직선 본능이란 게 있는 거요 ? 자료를 아무리 뒤져봐도 인간의 본능 중에 직선 본능이 있다는 주장을 한 학자는 없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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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an22598 2020-12-10 01:3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곰곰님, 정말 곰곰히, 꼼꼼히 잘 생각하시는 것 같네요. 저는 [팩트풀니스] 머리말만 읽으려 했는데 책 값이 아까워서 슬슬 넘겨보면서 읽고 있는데, 어제 저녁에 마침 곰곰님이 언급하신 일본의 원자 방사능에 대한 부분을 읽었어요. 제가 생각하기에는 한스 로슬링의 주장은 반은 맞고 반은 틀립니다. 우선 상관관계와 인과 관계의 차이를 이해해야 하는데요. 상관관계는 시간의 흐름과 상관없이 두개 (또는 그 이상의) 상황이 관련되어 발생되어지는 관계를 말합니다. 예를 들어 식물에게 칭찬을 해줬더니 더 잘 자란다 또는 까마귀가 날자 배 떨어진다 경우를 이야기 할 수 있습니다. 이 상관 관계는 선후 관계가 불명확합니다. 선후 관계가 따지기 위해서는 우리가 중학교? 고등학교때 배운 필요충분조건을 모두 갖추어야 합니다 ( 이 부분에 대한 설명은 글이 너무 길어질 것 같아서 생략하도록 하겠습니다). 이처럼 방사능 노출이 암 발생률을 높인다 (이 자체로는 상관관계인지, 인과관계를 나타내는지는 알 수 없습니다)에 대한 한스 로슬링에 반대 의사는 그 관계가 인과 관계가 아니라는 것을 주장한 것 같습니다. 그리고 곰곰님이 제시한 자료를 근거로 주장할 수 있는 건 방사능 노출과 암 발생률 증가가 상관관계가 있다고 얘기할 수 있을 겁니다. 인과관계를 밝히기 위해서는 필요충분조건을 갖추어도 여러가지 논리적인 근거가 있어야 하므로, 쉽게 판단할 수도 없고 시간도 굉장히 오래 걸리는 걸로 알고 있습니다. 저는 한스 로슬링이 이 부분에 대해서 모르고 있을 거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저도 자료를 찾아보고 싶은데,,,(시간이 좀 오래 걸릴것 같아서 포기 ㅠ) 아마 인과관계까지는 밝혀지지 않았을지도 모릅니다. 그래서 로슬링은 인과관계가 밝혀지지 않았기 때문에 방사능때문에 죽은 사람이 없다고 이야기 했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곰곰생각하는발 2020-12-10 15:53   좋아요 1 | URL
상관관계와 인과관계로 설명해 주시니 이해가 쏙쏙 ~
제가 이 책에 대해 동의할 수 없는 것은 인간의 삶의 만족도를 절대 평가로 평가한다는 점입니다. 만족도, 행복 따위는 절대평가가 아니라 상대평가에 의해 크게 영향을 받는다는 것은 많은 실험을 통해서 밝혀진 사실입니다. 예를 들어 직장 동료들은 모두 월급을 500만 원 받는데 나는 300만 원을 받는 경우(1번)와, 직장동료는 모두 월급 100만 원 받는데 나만 200만 원 받는 경우(2번). 어느 쪽을 선택할까요 ? 실험 결과 인간은 7,80%가 2번을 선택한다고 합니다. 300백 받느니 차라리 200백을 받는 쪽을 선택한다는 겁니다. 이것은 개인의 삶의 만족도가 절대값보다는 상대값에 큰 영향을 받기 때문. 그런데 이 책의 저자는 극빈층의 소득 수준이 올라갔기에 삶의 만족도도 올라갔다고 주장하죠. 사실일까요 ? 의문입니다. ㅎㅎㅎ

han22598 2020-12-11 00:36   좋아요 1 | URL
제시한 예문에서 많은 사람들이 2번을 선택했다니 참 흥미롭네요. 상대적인 우위를 차지하고 싶은 욕망때문일까요? 저는 사람들이 1번을 더 선택할 거라 예상했는데..(이유는 생략 ㅎ). 한스 로슬링이 극빈층의 비율을 평가 척도로 사용한 것은 그럴 수 있죠 (연구자 선택의 몫, 연구자의 세계관 반영) 하지만 삶의 만족도는 과연 어떤 기준에 의해서 평가 되었는지도 이 책에서는 명확하게 기술되어 있지 않아요. 그래서 사실 더 실랄하게 비판을 못하겠어요 ㅋ 이러한 모호함이(의도된 모호함일 수 있어요ㅋ) 책 전반에 깔려 있어요. 그래서 한스랑 비슷한 느낌적인 느낌을 갖고 있는 사람들은 쉽게 동의할 수 있는데, 반대편의 생각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은 거의 설득하지 못하고 있어요. 저나 곰곰님을 설득하지 못하고 있는 것처럼 ㅋ

곰곰생각하는발 2020-12-11 15:45   좋아요 1 | URL
유명한 사례 중 하나가 아우슈비츠 유대인이었습니다. 아우슈비츠에 수용된 유대인의 자살률이 매우 낮았다고 하죠 ? 그런데 정작 해방되고 나서 자유의 몸이 된 유대인의 자살률은 매우 높았습니다. 아우슈비츠에서 유대인을 사로잡았던 공포는 ˝ 생존에 대한 불안 ˝ 이었는데, 막상 ˝ 생존에 대한 불안 ˝ 에서 해방되었지만, ˝ 존중받지 못했던 수용소에서의 존중 불안 ˝ 이 그들을 사로잡았다고. 다시 말해서 생존 불안은 견딜 수 있지만 막상 존중 불안은 극심한 스트레스로 작용한다는 사례가 아닌가 싶습니다.

psyche 2020-12-10 03: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원전사고로 죽은 사람이 없다는 일본 정부의 발표를 보니 코로나 걸리기 전에 기저질환이 있었기 때문에 코로나로 사망한 게 아니고 기저질환으로 사망한 거라고 주장하는 트럼피들이 떠오르네요.

곰곰생각하는발 2020-12-10 15:54   좋아요 0 | URL
맞아요. ㅎㅎㅎㅎㅎ

기억의집 2020-12-16 17:0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일본애들은 진짜 웃기네요. 아니 이차세계 대전때원폭 피하는 대대적으로 피해를 우려 먹으면서 후쿠시마는 방사능으로 죽은 사람이 없다고요??? 아 진짜.. 쟤네들은 자기네들이 보고 싶은 것만 보는 거죠. 거짓말 하는 책이 너무 많아져요...

곰곰생각하는발 2020-12-16 17:09   좋아요 0 | URL
아, 그래네요.. ㅎㅎ
제가 후쿠시마 원전 고치려고 투입된 노동자 5명이 급성 백혈병으로 사망했다는 뉴스를 본 적 있습니다.
지원자가 없어서 대부분 가난한 노동자가 죽음을 각오하고 들어가서 결국은 죽은....
이 기사를 정확히 읽은 적이 있는데 저런 소리를 하고 있으니...
 
팩트풀니스 - 우리가 세상을 오해하는 10가지 이유와 세상이 생각보다 괜찮은 이유
한스 로슬링.올라 로슬링.안나 로슬링 뢴룬드 지음, 이창신 옮김 / 김영사 / 2019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모기보다는 식인 상어가 더 안전하다 :










책에 대한 독자의 절대적 신뢰성에 대한 생각







빌 게이츠가 이 책을 격찬했다, 버럭 오바마도 이 책을 격찬했다, 스티븐 핑커도 이 책을 겨, 겨겨겨겨겨겨겨격찬했다 !!! 미국 지성을 자지우지(좌지우지보다 한 단계 업그레이드된)하는 3인의 초신성이 입에 침이 마르도록 이 책을 칭찬을 하니 진실 게임따윈 하나 마나 파나 마나. 그러나 나는 어머나, 이를 어쩌나. 나머지는 모두 합죽이가 됩시다, 합 ! 


한스 로슬링의 << 팩트풀니스 >> 이야기'다. 도대체 얼마나 훌륭한 책이기에 입이 침이 마르도록 칭찬을 하는 것일까 ? 개인적으로 이 책은 혹하는 마음에 읽었다가 욱하는 마음 금할 길 없던 경험이 선물한 책이다. 통계학자인 한스 로슬링은 이 책을 통해서 인류는 옛날에 비해 소득 수준이 높아졌다는 통계 값을 제시한 후 현대 사회는 만족할 만한 생활 수준에 도달했다고 주장한다. 그러므로 현대인의 불만은 배부른 투정이라는 소리를 한다.  이것이 다 극단적인 세계관을 선호하는 인간의 편견 때문에 발생한 오류이지요. 허허허허허허허허. 할렐루야, 아멘 !


그는 인간의 편견을 부각하기 위해 < 세계를 이해하기 위한 객관식 삼지 선다형 문제 13개 > 를 14개국 12000명에게 풀어보도록 한다. 검사 결과는 다음과 같다. 인간의 평균 정답률 16%, 침팬지는 33% ! 아, 원숭이보다도 못한 인간의 지적 우월성, 그 오만과 편견 ! 이 사실에 독자는 멘붕에 빠진다. 더군다나 교양서를 읽는 독자라면 어느 정도 교양을 갖춘 인간일 테니 멘탈 붕괴의 속도는 광탈 수준이 붕가붕가할 정도일 것이다. 그런데 여기에는 함정이 존재한다. 왜, 침팬지의 정답률은 33.3333333%일까 ?  답은 매우 간단하다. 문제가 삼지 선다형( 한 문제에 대하여 세 개의 항목 가운데 정답 또는 가장 적당한 항을 고르게 하는 문제 형식) 이기 때문이다. 


만약에 사지선다형이라면 침팬지의 정답률은 25%로 떨어질 것이고, 오지선다형이라면 20%에 불과하다. 한스 로슬링은 침팬지의 정답률을 높이기 위해서 삼지 선다형이라는 꼼수를 부린 것이다. 침팬지의 교양 수준은 정답률과 연관이 전혀 없다. 침팬지가 아닌 아메바를 대상으로 똑같은 실험을 한다고 해도 아메바의 평균 정답률은 33%다. 우리의 쇠똥구리는 어떤가 ?  내가 만약에 한스 로슬링이라면 아메바를 대상으로 이지선다형 문제를 출제해서 정답률을 50%로 끌어올렸을 것이다. 그리고는 이런 자극적인 문구로 책을 선전할 것이 분명하다. 아메바보다 못한 인간의 지적 수준 ! 


그런데 신기하게도 이 맹랑한 꼼수를 지적하는 독자가 없다. 그 이유는 간단하다. 독자는 빌 게이츠, 버럭 오바마, 스티븐 핑커의 교양 권력과 권위에 주눅이 들어서 이 책에 대한 절대적 신뢰를 보내기 때문이다. 한스 로슬링은 자신의 주장에 불합(不合)하는 통계는 제거하고 부합(附合)하는 통계만 제시한다. 전형적인 통계의 함정을 이용하는 것이다. 이런 방식은 사이비 과학자가 자신의 정치적 목적을 위해 사용하는 만능 치트키'다. 한스 로슬링은 후쿠시마 원전 사고 때 방사능 피폭으로 죽은 사람은 없다(는 일본 정부의 일방적 발표를 믿)고 단언하기에 이른다. " 방사능으로 죽은 사람은 한 명도 없거들랑요! "  


그는 방사능 피폭으로 고향을 떠난 피난민이 공포에 떨면서 피난 생활을 하다가 1600명이 사망했을 뿐이라는 것이다. 그러니까 방사능 피폭 때문에 사망한 것이 아니라 방사능에 대한 공포 때문에 사망한 것이라고 주장하는 것이다. 이 주장은 마치 자기계발서의 여왕 린다 번이 << 시크릿 >> 에서 " 많이 먹기 때문에 비만이 되는 것이 아니라 음식을 먹으면 살이 찐다는 생각 때문에 비만이 된다 " 고 말했던 것과 일맹상통한다. 오, 린다 !  당신이 여기서 왜 나와 ?  << 팩트풀니스 >> 가 자기계발서였던가 ?  그는 핵 방사능이라는 실체 없는 공포보다는 차라리 교통 사고가 더 위험하다고 주장하는 꼴이다. 


어디서 많이 본 수작이다. 이 주장에 동의하시는 분 ? 이 주장이 맞다면 내 주장에도 옳다구나 _ 라고 맞장구를 쳐야 한다. 식인 상어에게 물려서 죽는 사망자보다 모기에게 물려서 죽은 사망자가 더 많기에 모기보다는 식인 상어가 더 안전한 동물이다. 모기에게 뜯기느나 차라리 식인 상어에게 뜯기세요. 안전합니다. 다시 첫 번째 질문으로 돌아오자. 한스 로슬링은 현대인의 소득 수준은 옛날에 비해 높아졌기에 세계는 좋은 쪽으로 진화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그런데 이 질문은 하나 마나 한 소리'다. 구석기 시대는 무산 사회이기 때문에 현재를 옛날과 비교 평가하는 것은 멍청한 짓이다. 이 책은 사실에 충실하기보다는 자기 주장에 유리한 사실에만 충실한 책이다. 


우리가 책을 읽을 때 명심해야 되는 것은 저자에 대한 절대적 신뢰가 아니라 끊임없이 의심하는 태도'다. 이 책을 추천한 사람의 지식 권력에 주눅이 들어서 무조건 저자를 신뢰하다 보면 침팬지보다 못한 독자가 되기 쉽다, 진짜루. 






▶ 덧대기


한스 로슬링은 << 펙트풀니스 >> 에서 2011년 후쿠시마 원전 사고(방사능 피폭)로 죽은 사망자는 한 명도 없다고 강조한다. 그는 일본 정부의 일방적인 발표를 그대로 믿고 자신의 책에서 그것을 인용하고 있는 것이다. 일본 정부는 원전 사고 이후, 사고 발생 지역 주민 1368명이 사망(2107.10월 기준)했는데 그것은 대부분 대피소 생활에 따른 스트레스 때문이지 방사능 피폭으로 인한 사망은 아니라고 주장했다. 당시, 일본 정부의 발표를 그대로 믿는 일본인은 아무도 없었다. 왜냐하면 엉터리이기 때문이다. 한스 로슬링이 단순한 스트레스와 방사능에 대한 공포 때문에 사망했다고 주장한 사망자 1368명 가운데 사고가 발생한 후쿠시마 제1원전이 있는 후바타 지역 주민은 전체 사망자의 2/3인 856명이었다. 이 수치는 후바타군 지역 주민이 총 6962명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사망률이 대략 12%나 된다. 그렇다면 사고가 발생한 제1원전과는 거리가 먼 곳에 살았던 피난민의 사망률은 얼마일까 ? 후쿠시마 전체 피난민의 사망률은 3%가 되지 못한다. 이 수치의 간극은 무엇을 말하는 것일까 ? 후쿠시마 의과대학은 원전 사고 이후 소장암 환자는 2010년 13명에서 2012년 52명으로 4배가 늘었고, 전립선암은 2010년 77명에서 2012년 231명으로 3배가 늘었다고 발표했다. 이 수치들은 모두 네이버 검색창이 " 후쿠시마 원전 사고 사망자 " 라고 입력하면 쉽게 얻을 수 있는 정보들이다. 한스 로슬링은 이 사실을 알고 있었을까 ? 알면서도 모른 척했다면 양심이 없고 몰라서 몰랐다면 그 또한 양심이 없다. 문제는 이 책을 읽은 독자들이다. 책을 읽다가 의심이 들면 팩트 체크를 해야 하는데 어느 누구도 사실 확인을 하지 않는다. 그러다 보니 이런 고백이나 하고 자빠졌다. " 으악, 내가 침팬지보다 정답률이 떨어지다니. 으아아아악, 내가 알고 있는 세계가 모두 가짜라니. 으아아아아아아아아악, 내가 알고보니 부자였다니. 으으으으으으으으으으으으으아아아악...... " 책을 읽으면 똑똑해진다는 소리는 개소리다. 책을 읽을수록 멍청해지는 사람도 있으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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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12-07 15:08   URL
비밀 댓글입니다.

곰곰생각하는발 2020-12-07 15:17   좋아요 1 | URL
그 문장 << 시크릿 >> 에 나오는 매우 유명한 문장입니다. 사람이 음식을 먹으면 살이 찐다는 생각을 해서 살이 찐다네요. 그러니 매사 긍정적으로 생각하라고...

라로 2020-12-07 15:09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저도 이 책 그렇다고 해서 넘 읽고 싶었는데 다행이다요. 다른 책 사야지. 😅

곰곰생각하는발 2020-12-07 15:19   좋아요 1 | URL
이 책의 화룡점정은 ddt는 해로운 점보다 이로운 점이 더 많은 화학제품이라네요. 이건 뭐, 레이첼 카슨 뺨을 천대 정도 때리는 꼴. 그렇게 디디티가 몸에 좋으면 아예 보양식으로 먹으면 되지 않을까요 ? 아마도 저자는 자기 자식에게 디디티 뿌리는 거 극도로 싫어할 겁니다. 이 책은 자본의 논리, 기득권의 논리, 기업의 논리를 그대로 대변하고 있어요.

곰곰생각하는발 2020-12-07 15: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후쿠시마 원전 방사능 피폭 사망자가 없다는 소리도 개소리다. 온갖 방역복 입고 원전 사고 수습에 투입되었던 6명이 백혈병으로 사망했다는 사실은 무엇으로 증명할 것인가 ?

곰곰생각하는발 2020-12-07 15:2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레이첼 가슨의 < 침묵 봄 > 을 읽고 극찬을 했던 이가 이 책을 읽고도 극찬을 하던데.. 도대체 이 사람의 기준은 무엇일까/
침묵의 봄은 ddt는 매우 나쁘다는 주장을 하고 이 책은 ddt는 좋은 제품이라고 광고를 하는데 말이다. 알다가도 모를 일.

cyrus 2020-12-07 19:00   좋아요 1 | URL
‘이 사람’이 누군지 알 것 같아요. 제가 ‘이 사람’이라고 생각하고 의견을 말할게요.

<침묵의 봄>과 <팩트풀니스> 중에 맞는 의견 하나를 선택하라고 하면 저는 <침묵의 봄>을 고를 겁니다.

<팩트풀니스> 165~166쪽에 보면 이런 문장이 나옵니다.

“2006년에 세계보건기구가 드디어 모든 과학적 검토를 마치고 질병통제예방센터와 마찬가지로 DDT를 인간에게 ‘미약하고 해로운’ 물질로 분류하며, 많은 상황에서 건강에 해로운 점보다 이로운 점이 많다고 보고했다. DDT는 대단히 조심해서 사용해야 한다. 그러나 여기에는 찬반이 동시에 존재한다.”

저는 DDT가 ‘미약하고 해로운 물질’로 분류되었다고 해서 이로운 점이 많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저자의 의견에 저도 동의하지 않아요. 그래도 DDT가 조금이라도 해롭지 않다는 연구 결과나 주장이 나오면 확실하지 아닌지 과학적으로 검토해야 된다고 생각해요. 화학 살충제 기업으로부터 로비를 받고 화학 물질의 유해성을 부정하는 입장을 피력하는 과학자들이 있을 겁니다. 그런 과학자들의 주장이 터무니없다는 것을 증명하고 반박해야 하는 건 당연하고요.

저는 과학도, 통계에 대한 전문적인 내용은 잘 몰라요. 관련 정보를 책이나 인터넷을 통해 습득하기 때문에 때론 잘못된 정보를 알고 있을 수 있어요. 그래서 소극적인 자세이긴 하지만 서로 상반된 두 개의 입장이 나오는 주제, 특히 DDT 같은 경우 신중한 입장에서 접근하려고 해요. DDT가 위험하다는 입장을 고수한 채, DDT가 유해하지 않다는 입장도 들어보는 거죠. 하지만 저는 학자가 아니에요. 정말로 확실하게 따지려면 국외 학술 논문 같은 자료들까지 찾아봐야 합니다. 그러고 싶지만 능력이 안 되고, 그럴 시간이 없어요. 결국에 DDT가 위험하다는 입장을 유지하게 됩니다.

최근에 <팩트풀니스>를 비판한 독자 서평을 읽었어요. 아마도 곰발님도 그 서평이 뭔지 잘 아실 거예요. 솔직히 말해서 저는 그 글이 비판을 잘했다고 생각했어요. 왜냐하면 지난달에 <팩트풀니스> 독서 모임을 했는데요, 그때 모임에 참석한 분들도 책을 비판적으로 봤거든요. 제가 봤던 비판적인 서평 내용과 비슷한 의견을 밝힌 분들이 있었어요. 저는 <팩트풀니스>를 너무 좋게 봤던 것을 반성했어요. 그래서 곰발님이 말한 ‘이 사람’이 누군지 알 것 같다고 말했던 거예요.

곰곰생각하는발 2020-12-08 09:18   좋아요 2 | URL
DDT는 사용하면 안되는데 어쩔 수 없이 사용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아프리카의 경우, 말라리아로 죽는 인구가 5억 명이어서 차라리 DDT를 사용해서 말라리아 환자 수를 줄이기 위한 방편. 이 행위가 DDT에게 면죄부를 주는 것은 아니죠. DDT는 여전히 금지된 살충제죠. 그런데 이 책에서는 좋은 점도 있고 나쁜 점도 있다고 광고를 하죠. 이게 전형적인 기업가의 변명을 닮았습니다. 이런 책은 분석의 대가인 사이러스 님이 조목조목 비판을 해야 제맛인데.... ㅎㅎ

cyrus 2020-12-08 09:32   좋아요 2 | URL
저도 “해로워도 DDT를 써도 괜찮다”라는 주장을 비판하고 싶은데, 타격을 줄 수 있을 만한 자료를 못 찾았어요(“못 찾겠다”가 더 적절한 표현입니다). DDT 논쟁에 대한 책들을 찾아보고 있는데, 생각보다 많지 않아요. 학술논문이나 통계 자료를 봐야지 비판할 수 있을 것 같아요.. ㅎㅎㅎ

<팩트풀니스>의 저자가 DDT를 옹호하는 듯한 발언이 ‘기업가의 변명’으로 보인다는 점 역시 저도 공감해요. 뉴라이트 계열 인사가 이 책을 소개한 걸 본 적이 있어요. 그들은 이 책에 기업에 유리한 입장만 골라 환경 운동과 반핵 운동이 무의미하다는 식으로 비판할 것입니다.

곰곰생각하는발 2020-12-08 13:35   좋아요 0 | URL
미국 내 로비 단체가 규모가 가장 큰 집단이 농축산물 단체라고 하죠 ? 우리는 흔히 군수업체라 생각하지만 농축산물 협회입니다. 이들이 어마어마한 돈을 로비로 씁니다. 왜 그럴까요 ? 화학제품, 즉 사료, 비료 따위로 식물과 동물을 키우기 때문. 그러다 보니 대부분의 과학자는 이들 로비 집단의 돈으로 연구를 합니다. 로비 단체가 이들 과학자에게 투자하는 것은 뻔하죠. DDT가 인체에 해롭다는 증거를 제시하면 그 반대 증거를 과학자를 통해 집요하게 주장합니다. 결국 결론은 찬반양론이 있으므로 과학적으로 확실하게 정의된 바는 없다고 하죠. 무승부가 되는 거에요. 담배만 해도 그렇잖아요.담배가 폐암을 유발한다는 결정적 증거는 없다. 이런 식이죠.

han22598 2020-12-08 00:59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글 잘 읽었습니다. 맞습니다. 이미 부여된 지적 권위에 눌려버리면 비판적인 사고를 할 가능성이 낮아지는 것 같아요. 항상 비판적인 사고 ㅋㅋㅋ 붙들어 매고 있어야 할 것 같아요 ^^. 언급하신 인간의 평균 정답률과 침팬지의 정답률 비교는 상식적으로도 그리고 통계학적으로 봐도 말이 안되는 이야기 입니다. 사실 이러한 비교불가능 대상을 통계학적 숫자로 비교하는 일들을 통해 사람을 착각하게 만드는 경우는 일상 생활에 널려 있습니다. 기회가 되면 이와 관련된 글도 한번 적어 볼까 합니다.^^

곰곰생각하는발 2020-12-08 09:20   좋아요 1 | URL
통계학자가 평균값을 가지고 눈속임을 한 것인데...
이 태도가 그 통계학자의 지적 수준을 알려주는 바로미터가 아닌가 싶습니다. 이 책에 대해서 99%가 극찬을 한다는 사실에 충격 먹었습니다..
 
엄마의 뜰 - 포토 에세이
김살로메 지음 / 문학의문학 /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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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 뢰 지 만   사 생 활 치 매 거 든 요  :










좋은 사람이 좋은 칼럼을 쓴다









문장력이 경쟁력이 되는 시대'다. 옛날에는 글쟁이만이 문장력을 강화할 필요가 있었으나 지금 우리는 어떤 식으로든 자신의 문장을 사회 관계망 속에 드러내야 한다. 비록 그것이 20자 내외이든, 140자 내외이든, 400자 이내이든 말이다. 현대인은 카톡, 댓글, 쪽지, 메일, 트위터, 페이스북, 블로그와 같은 소통 창구를 통해 글을 쓴다. 


누군가는 현대 독서 인구의 급격한 감소로 독서의 죽음을 이야기하는 이도 있으나 사실 현대인은 그 어느 때보다도 많은 문장을 읽고 쓰고 있는 중이다.  현대는 문자 홍수의 시대'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맞춤법은 그 사람의 교양 수준을 알려주는 바로미터가 되었다. 아무리 멋진 남자라 해도 " 사생활 침해 " 를 " 사생활 치매ㅡ " 라거나 " 실례하지만 " 을 " 신뢰하지만 ㅡ" 이라고 쓰면 대략 난감 ! 그런데 섣불리 타인의 틀린 맞춤법을 지적하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자칫, 지적질 하는 꼰대로 보이기 때문이다. 틀린 문장을 지적했다가는 문법충이란 소리를 듣기 쉽다. 좋은 문장력은 훌륭한 경쟁력이 될 수 있다. 


김살로메의 첫 소설집 << 라요하네의 우산 >> 은 그의 성격답게 시원시원한 문장이 돋보이는 작품집이었다. 서사의 중심으로 다가가는 걸음은 거침이 없었다. 그렇다, 그녀의 이름답게 소설은 박력 !  그가 이번에는 << 엄마의 뜰 >> 이란 에세이 모음집으로 돌아왔다.  신문에 연재된 생활 칼럼 47편을 모은 책이다. 이 책은 훌륭한 문장으로 갈닦은 글을 읽을 때 느끼게 되는 감동에 더해서 그의 내밀한 속내를 읽는 재미도 솔솔하다. 김살로메의 본명이 김복남이라고 고백하는 < 내 이름은 > 이라는 글에서는 웃느라고,  흔들리는 책의 글자 때문에 잠시 어지럼증을 느꼈다.  


팜므 파탈 김복남 작가의 정수는 그가 과거로 돌아가 자신의 옛날이야기를 들려줄 때이다. < 어머니의 뜰 > , < 아버지의 강 > , < 다래 담배집 > , < 금영이 > 라는 글을 읽다 보면 나도 모르는 사이에 가슴 한편에서 따스한 통증을 감지하게 된다. 표제작 << 어머니의 뜰 >> 은 한 폭의 풍경화 같다. 과거의 기억을 추억이라는 이름으로 소환할 수 있다는 것은 현재의 삶이 건강하다는 증거일 것이다. 나쁜 인간이 훌륭한 소설을 쓰는 것은 얼마든지 가능하다. 소설은 픽션의 세계이니 말이다. 하지만 에세이는 다르다. 에세이는 논픽션의 세계이니 말이다. 


좋은 에세이는 좋은 사람에게서 나온다. 내가 무라카미 하루키의 소설은 그닥 좋아하지 않지만 그의 에세이는 좋아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 엄마의 뜰 >> 을 읽고 나면 나 자신이 조금은 건강해지는 느낌이 든다. 볕 좋은 날, 가벼운 걸음으로 산책하고 집으로 돌아온 기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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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12-06 14:23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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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12-06 14:31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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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12-06 14:43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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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12-06 14:45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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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12-06 14:52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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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12-06 15:06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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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크아이즈 2020-12-06 14:2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푸하, 김복남!!
쪽시럽고 감추고 싶은 유년의 에피소드들, 누구나 한두 개씩은 있겠지요.
저 꼭지 쓰면서 저도 많이 웃었습니다.
<웃프다>라는 말의 구체적 예시 쯤이 되겠습니다.
고맙습니다.

라로 2020-12-07 11:4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역수의 곰발 남이 최고야!!😍👍 글 넘 좋다요. 언제 제가 한국에 가게 되면 김복남 여사와 함께 만나고 싶어요!!ㅎㅎㅎㅎㅎ

곰곰생각하는발 2020-12-07 14:06   좋아요 1 | URL
아닙니다. 이 글 쓰면서 제가 착각을 하는 바람이 저자에게 큰 실수를... ㅎㅎㅎㅎ 아, 미안해 죽겠어요...

2020-12-07 14:21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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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12-07 14:26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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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12-07 14:29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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멈추면, 비로소 보이는 것들 - 혜민 스님과 함께하는 내 마음 다시보기, 개정판
혜민 지음, 이영철 그림 / 수오서재 / 2017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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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옥 같은 문장의 향연




                              


                                                                                        사람들을 만나면 책을 선물하는 취향을 가진 나에게 " 책 선물 " 은 고약한 구석이 있다. 독서 모임이나 독서 토론을 통해 알음알음 알게 된 이'가 선물하는 책은 " 백퍼 오케이 탱큐 " 이지만 책과는 거리가 먼 사람이 내게 책을 선물할 때는 난감해진다. 


그들은 대부분 베스트셀러 목록에서 책을 선택하곤 하는데 이런 책을 선물받을 때마다 곤혹스럽다. 왜냐하면 읽자니 짜증나고 안 읽자니 책을 선물한 이의 성의를 무시하는 것 같기 때문이다. 결국 성의에 보답하는 것과 무시하는 것 사이에서 타협점을 찾게 된다. " 무성의 " 하게 읽는 것이다. 어찌 되었든 무성의도 성의의 한 종류이니까. 혜민의 << 멈추면 비로소 보이는 것 >> 도 오래 전에 A가 내게 선물한 책이었다. 21세기 자기계발서의 한 획을 그은 책을 선물받았을 때 느꼈던 전율은 지금도 생생하다. 그 책을 선물한 이 앞에서는 생글생글 웃었지만 속으로는 이런 생각을 했다. " 앞으로 이 인간하고는 상종을 하지 말아야 겠구나. " 


<< 멈추면 비로소 보이는 것들 >> 은 내가 예상한 경멸의 한계를 훌쩍 뛰어넘는 수준이었다. 고라니 새끼도 아니고 교양의 수준이 마구니처럼 날뛰는구나, 시발 !                    이 책에 사용된 문장 구조는 대부분 : 슬퍼하지 마세요, 기쁜 날도 올 거예요. ㅡ 이런 식'이다. 이 문장 구조에서 핵심어만 슬쩍 갈아끼우면 책 한 권이 만들어진다. 이 책을 읽은 지 워낙 오랜 시간이 지났고, 우싸인 볼뜨와 같은 속도로 무성의하게 페이지를 넘겨서 기억에 남는 문장은 거의 없지만, 단 한 문장만은 기억이 또렷하다. " 잠 잘 자고 나면 기분이 좋아져요. 토닥토닥 ! " 


당시, 나는 살인적인 불면증으로 고생을 했었는데 이 문장을 읽고 나서 멘탈이 붕괴되는 경험을 했다.  생의 번뇌에 고민하는 청춘에게 땡중이 한다는 말이 고작 잠을 잘 자고 나면 기분이 좋아진다는 소리라니.  이게 무슨 고라니 같은 소리'라니 ?   그 자리에 이 반질반질한 땡추가 내 옆에 있었다면 등짝 스매싱 천 대를 때렸을 것이다.  그의 말대꾸대로라면 체중이 늘어서 고민하는 친구에게는 똥 잘 싸면 몸이 가벼워져요 _ 라는 즉문즉답도 가능하리라.   무엇보다도 이 책이 가지고 있는 해악은 노예 근성과 거지 근성을 독자에게 세뇌시킨다는 점이다. 


이 책을 관통하는 주요 정서는 저항하지 마라, 순응하라 _ 로 요약할 수 있다.  때리면 맞고, 욕하면 웃어요. 하아. 거지도 이런 거지가 없고 노예도 이런 노예가 없다. 살기 위해 어쩔 수 없이 양심은 팔더라도 간과 쓸개 정도는 버리지 말고 챙기세요, 플렉 스님. < 좆 > 같은 문장을 < 주옥 > 같은 문장으로 받아들이는 독자도 문제이지만 < 지옥 > 을 < 주옥 > 으로 포장하는 출판업자'도 문제다. 이외수가 이 책을 위해 쏟아낸 뒷광고 문장을 읽다 보면 혀를 찰 정도다, 참...... 주옥 같다, 줙 같아 ■




+

세상에는 악서보다는 양서가 많다는 믿음 때문에 지금까지 독서 습관을 버리지 못하고 꾸준히 책을 읽고 있다. 그리고 양서보다는 악서가 대중에게 인기가 더 많다는 사실 때문에 절망하기도 한다. 누군가는 유니클로(혜민)를 에르메스(법정)과 비교 평가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라며 대중의 수준에 맞춘 대중서를 옹호하는 이도 있으나 나는 이 주장에 동의하지 않는다. 이 비유가 합당하려면 가격에서 차이가 나야 한다. 하지만 법정의 << 무소유 >> 나 혜민의 << 멈추면... >> 은 동일한 가격대'이지 않은가 ? 같은 값이면 다홍치마'란 속담이 있다. 잘 팔리는 책이 반드시 좋은 책은 아니듯이 안 팔리는 책이 반드시 나쁜 책도 아니다. 이종미 작가의 에세이 << 혼자 살아갈 용기 >> 는 다홍치마 같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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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11-24 15:27   URL
비밀 댓글입니다.

레삭매냐 2020-12-06 18: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아 - 플렉 스님 !

나무야 참 미안해.

scott 2020-12-08 22:5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곰곰 발님 별도 주지 마요.
뉴욕에 풀하우스 갖고 있데요 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