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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루레이] 엑스맨: 데이즈 오브 퓨처 패스트 - 로그 컷 일반판 (2disc) - 로그 컷 & 극장판 수록
브라이언 싱어 감독, 안나 파킨 외 출연 / 20세기폭스 / 2015년 8월
평점 :
품절
니미, 무슨 영화를 누리겠다고 :
A X-MAN : 생활의 달인(들)

사진 ㅣ AX(도끼)
영화 << 엑스맨 >> 은 주류 영웅 서사'와는 결이 다르다. 슈퍼맨이 왕국에서 쫒겨난 왕자'라면, 돌연변이(엑스맨)들은 남들과 다른 능력 때문에 고통 받는 캐릭터'이다. 시쳇말로 말해서 슈퍼맨과 베트맨이 실버 스푼이라면 엑스맨은 흙수저'다. 그들은 일반 대중과도 다르다. 남들과 다르다는 이유로 차이 때문에 차별을 받는다(는 두려움에 시달린다)는 점에서 불가촉천민이요, 비주류 소수자'처럼 보인다 1. 영화는 이들에게 초능력이라는 만화적 클리셰'를 덧씌운 후, 그 과정을 지켜본다. 그들은 과잉의 존재가 아니라 결핍의 존재(들)로 특정 분야에서만 괴력을 발휘할 뿐'이다.
그렇기에 이 영화를 자세히 들여다보면 슈퍼 히어로 영화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안티 히어로 영화'에 가깝다. 이들은 저마다 다른 능력을 가졌으나 이 능력들이 모두 " fast " 하다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그들은 빠르다 ! 빠르다 !! 빠르다 !!! 곤혹스러운 일이지만, 내가 이 영화를 보면서 떠오른 방송 프로그램'은 << 생활의 달인 >> 이었다. << 생활의 달인 >> 에 나오는 숙련 노동자는 특정 분야에서 신기에 가까운 재능을 선보인다. 일반인'이라면 하지 못하는 것을 달인은 오랜 숙련 끝에 터득한 " 본능적 감각 " 으로 임무를 완수한다. 기계보다 빠릅니다요 ! 달인(들)은 돌연변이(들)처럼 빠르다. 남들이 종이 상자'를 10개 완성할 때 달인은 동일 시간 안에 100개를 완성한다. 와, 와와. 달인의 손은 미스틱, 토드, 세이버투스 2 만큼 빠르다.
그런데 << 생활의 달인 >> 은 노동(자)에 대한 숭고를 다룬다기보다는 자본가의 욕망이 반영된, 근로(자)에 대한 찬양 3 에 가깝다. 방송 피디'가 달인'에게 요구하는 것은 대부분 < 노동의 질 > 이 아니라 정해진 시간 안에 임무를 완수해야 할 < 노동의 양(스피드) > 이다. 방송 관계자들이 내놓는 미션은 정상적인 노동 업무 속도'로는 임무를 완수할 수 없는 작업량'이다. 그렇기에 노동자들은 위험을 무릅쓰고 속도를 높이거나 정량을 무시한 채 과적(過積)을 일삼는다. 머리 위에 얹은 쟁반이 많을수록, 자전거 짐칸에 짐을 더 높이 쌓을수록 찬양받는다. 아, 슬아슬하다. 이 서스펜스는 노동자의 위험을 담보로 한 익스트림 스포츠'다. 그렇기에 번개처럼 빠른 일처리는 결코 찬양해야 될 덕목이 아니다. 정상적인 속도를 위반하거나 정량을 위반한 과적은 위험 요소를 증가시킨다.
<< 생활의 달인 >> 과 비슷한 포멧을 가진 방송이 있다. 바로 << 극한 직업, EBS >> 이다. 전자가 노동의 양에 함몰되었다면, 후자는 노동의 질'을 다룬다. 또한 전자가 < 빠른 노동 > 에 방점을 찍는다면 후자는 < 느린 노동 > 에 방점을 찍는다. << 극한 직업 >> 이라는 방송에서 노동자는 일의 속도로 자신의 가치를 증명하지 않는다. 오히려, 일을 서두르다가는 큰 재앙으로 다가온다는 사실을 강조하고는 한다. << 극한 직업 >> 은 하나의 상품이 만들어지기까지 얼마나 오랜, 그리고 지난한 노동'이 상품에 투영'되는지에 촛점을 맞춘다. 속도와는 무관한 것이다. 대장장이'가 < 도끼 > 하나를 만들기 위해 천 번의 망치질을 할 때, 우리는 비로소 속도가 제거된 노동의 순수함을 본다.
이 두 프로그램을 번갈아가며 보면서 비판적으로 접근하면 << 생활의 달인 >> 이 가지고 있는 천박한 욕망'을 읽을 수 있다. 생활의 달인이 찬양하는 것은 노동이 아니라 근로'다. 작은 차이가 전혀 다른 결과를 낳는다. < 혐오 > 와 < 분노 > 도 동일한 감정처럼 보이지만 다른 시각이다. < 혐오 > 는 주로 극우 집단에서 파생되는 감정이다. 어떤 대상으로부터 멀어지는 것이 혐오'다. 그들은 혐오의 대상'으로부터 고개를 돌린다. 일베가 세월호 유가족에게 보내는 야유가 바로 혐오'다. 그들은 가족을 잃은 유가족의 슬픔을 외면한다. 그들은 " 거리 두기 " 를 통해서 희생자 가족을 타자화한다. 반면 < 분노 > 는 < 혐오 > 와는 다른 태도를 보인다 4. 그들은 외면하지 않고 직접 대상에 접근한다.
그들은 세상을 혐오하기 때문에 거리로 나오는 것이 아니라 분노하기 때문에 거리로 나와 약자와 손을 잡는다. 이처럼 세상의 진리는 정과 반이라는 뚜렷한 지정학적 위치에서 딱부러지게 선과 악으로 구분되지 않는다. << 생활의 달인 >> 이나 << 극한 직업 >> 모두 신성한 노동에 방점을 찍는 것처럼 보이지만 정치적 스펙트럼이 정반대이듯이, << 분노 >> 와 << 혐오 >> 도 비슷한 감정처럼 보이지만 정반대의 스펙트럼을 가지고 있다. 이 미세한 차이'를 어떻게 분류하고 비판적 시선을 보내는가가 중요한 것이다. 혁명은 분노를 먹고 살고, 파시즘은 혐오를 먹고 산다. 유감스럽지만 박근혜 정부는 혐오를 먹고 사는 흡혈귀'다. 애초에 이 글은 영화 < 엑스맨 > 에 대한 페이퍼이니 마무리는 엑스맨 5 에 대한 코멘트로 마무리하자.
카프카 선생께서 이렇게 말씀하셨다네 : 좋은 도끼는 얼어붙은 바다를 깨트린다 ■
1 브라이언 싱어 감독은 성소수자'로도 유명하다.
2 엑스맨 속 돌연변이들
3 노동자와 근로자는 뜻이 같은 말처럼 들리지만 꼼꼼 따지고 곰곰 생각하면 의미가 다르다. 일할 勞, 움직일 動으로 이루어진 노동이라는 단어는 몸을 움직여서 일을 한다는 뜻이다. 반면, 근로는 부지런할 勤에 일할 勞로 이루어진 단어로 단순히 일하는 것에 만족하지 않고 부지런하게 일하는 노동'에 방점을 찍는다. 노동량을 산출해서 크기 부호로 표현하자면 노동 < 근로 다. 수식으로 나타내면 < 노동 × 3 = 근로 > 다. 국가가 < 노동자의 날 > 을 애써 < 근로자의 날 > 로 호명하는 이유다.
4. 분노(憤怒)에서 한자 성낼 노(怒)는 노예(奴 : 종 노)의 마음 상태를 뜻한다. 즉, 분노의 주체는 주인을 향한 노예의 울분이다.
5. 엑스맨(axman) : 도끼를 휘두르는 사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