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급 취향에 대한 C급 논평 : 데이빗 크로넨버그의 초기 영화(S)
< 괴물 > 은 내 " 취향저격 " 이다. 괴물'이 등장하는 영화'라면 가리비도 아니면서 가리지 않고 보았고, 피조개도 아니면서 피하지 않고 보았다. 아무리 " 호오~ 러블 " 하다 해도 잘근잘근 씹어주마. 허세와 과장을 덧대자면 : 김한길도 아니면서 한길만 팠다고나 할까( 이런, 제길...... 평생, 샛길로 빠진 인간에게 한길이라는 이름이란) ? 제이슨 1 과 프레디 크루거 2, 한니발 렉터 3 와 베트맨 그리고 엑스맨도 내가 좋아하는 괴물(들)'이다. 가리비 생활과 피조개 생활을 한 지 어언 10년. 척 보면 아, 하게 되는 경지에 이르게 되었다. 괴물 중'에서도 나를 사로잡는 괴물은 여성 - 괴물'이다.
여성 괴물의 특징은 주로 이빨 달린 질(Vagina dentata) 신화와 깊은 관련이 있다. 말 그대로 여성 성기에 이빨이 달려서 성교 시 남근을 잘라버린다'는 신화는 동서양을 막론하고 다양한 지역에서 전해지는 서사'다. 이 민담을 노골적으로 드러낸 영화가 바로 << 티스 Teeth, 2009 >> 이다. 이 영화를 10자평으로 기술하자면 " 이빨 까는 영화 " 되시것다. 이 영화에서 주인공 십 대 소녀'는 질 속에 핵이빨을 장착한 여자다. 드루와 ~ 드루와 ~ 오호츠크해, 새우젓 같은 시밤바 오빠들 ! 이 영화는 바기나 덴타타가 노골적으로 등장하지만 예술적 승화(昇華)라는 측면에서 보자면 직유(直喩)는 은유(隱喩)보다 한 단계 낮은 수준. 그렇기에 이 영화는 그다지 흥미롭지는 않다. 이빨 달린 질 - 괴물'은 대중 문화 속에서 다양한 변형과 이형적 존재로 등장한다.

▶ 지랄같은 취향인지는 모르겠으나, 드라큘라의 입을 보면 자꾸 이빨 달린 여성 성기 괴물 이미지'가 떠오른다. 다리 사이에 있는 성기를 얼굴에 옮겼다고 본다.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 다크 나이트, 2012 >> 에서 히스 레저'가 연기한 조커의 입은 상처 입은 여성 성기'처럼 보인다. 조커는 사생아'이다. 찢어진 성기는 남성 폭력을 상징한다. 조커'가 세상을 향해 날리는 빅-엿'은 남성 세계를 향한 증오'다.
누누이 하는 말이지만 : 드라큘라 백작은 남성이라는 외피를 두른 암컷'이다. 그(남성)의 입은 이빨 달린 질에 대한 은유'이다. 그가 거처하는 곳인 < 관 > 은 자궁을 이미지化한 주거 공간'이다. 또한, 그가 빨대를 꽂는 목 neck 이라는 단어는 " 좁고 기다란 것 " 을 뜻하기도 하며 해부학 용어로 자궁과 관련이 있다. 바기나 덴타타'가 흥미로운 점은 바기나 덴타타가 남근의 대체자'인 모성적 남근'이라는 점이다. 여기서 모성적 남근이란 아이가 어머니에게 있을 것이라 상상하는, 실제로는 존재하지 않는 남근'을 뜻한다. 데이빗 크로넨버그의 초기작들을 보면 괴물은 대부분 팔루스적 남근의 변형'인 바기나 덴타타'를 가진 존재로 묘사된다.

▶ 영화 << 열외인간 >> 의 한 장면, 지금 보고 있는 장면은 겨드랑이에 난 상처'다. 겨드랑이'에 생긴 갈라진 상처는 여성 성기를 닮았다. 틈 사이로 촉수가 튀어나와 피를 수혈한다.
영화 << 열외인간 Rabid, 1977 >> 에서 여성은 교통 사고 후 타인의 피부를 이식받는데 그 부작용으로 겨드랑이에 상처가 생기면서 그 상처에서 촉수가 튀어나와 사람을 죽인다(정확히 말하자면 흡혈귀로 전염시킨다). 겨드랑이에 난 상처를 가만히 들여다보면 여성 성기를 닮았다는 점을 발견하게 된다. 그러니까, 데이빗 크로넨버그는 바기나 덴타타 신화를 " 우라까이 4 " 해서 무릎과 무릎 사이에 있는 성기를 겨드랑이로 옮긴 것이다. 이 정도는 되어야 전복적 상상이요, 진정한 창발성이 아닌가 싶다. 그런가 하면 뜻밖의 걸작'인 << 브루드 brood, 1979 5 >> 에서는 거대한 남근(혹은 거대한 불알)을 닮은 종양(혹은 혹)을 단 여성이 등장한다. 재미있는 사실은 이 종양이 단순한 혹이 아니라 아기집(자궁)이라는 점이다.

▶ 영화 << 브루드 >> 의 한 장면. 이 장면 보다가 똥 쌀 뻔했다. 처음에는 거대한 남근인 줄 알았다.
이 자궁은 몸속에 있는 것이 아니라 몸 밖으로 적출된 형태라는 점에서 남성적 형태(남성 성기와 여성 성기'의 차이는 기관이 밖으로 노출되었는가, 아니면 감추어졌는가에 있다)와 여성적 형태를 동시에 표출한다고 볼 수 있다. 또한 여성 히스테리'가 종양을 생성한다는 영화 속 설정이 암시하듯이, " 새끼들(brood) " 은 가부장의 억압이 낳은 기형'이다. 영화 제목 << brood >> 의 의미가 화가 나는 일을 되씹다라는 뜻을 가진 낱말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이 영화는 여성 히스테리와 깊은 관련이 있다. 참고로 히스테리의 어원은 자궁이다. 이 영화에서 히스테릭한 그녀가 주렁주렁 달린 알집을 이빨로 뜯은 후 피에 젖은 새끼를 혀로 핥는 장면은 명불허전'이다. 나는 속으로 생각했다. " 이 새끼, 진짜다 ! "
그렇다, 데이빗 크로넨버그는 진정한 의미에서의 < 크레이지 보이 > 이다. 자, 이제 크로넨버그 초기 프로필의 화룡점정이라 할 수 있는 << 비디오드롬 Videodrome, 1983 >> 을 들여다보자. 이 영화에서 이빨 달린 여성 괴물은 노골적으로 모습을 드러낸다. 크로넨버그는 미디어'야말로 새로운 시대의 진정한 이빨 달린 여성 괴물이라고 주장하는 것처럼 느껴진다. 모니터 속 이빨 달린 질'은 남성을 삼킨다. 드루와 ~ 드루와 ~ 시밤바들아, 앙 ~ 이처럼 이빨 달린 여성 괴물은 다양한 변형과 변주로 새롭게 태어난다. 크로넨버그 영화 초기작(들)에서 여성-이미지'는 감염균의 모체이면서 다산성(多産-)의 주체'다. << 브루드 >> 에서 여성 괴물은 아기집을 주렁주렁 매달고 산다. 반면, << 열외인간 >> 에서 여성은 사람 몸에 촉수를 박아 흡혈귀로 감염시킨다.
<< 비디오드롬 >> 도 마찬가지'다. 주인공은 모니터 화면을 들여다보는 순간 세뇌당한다. 모니터링(monitoring)의 주체는 시청자가 아니라 모니터 화면'이다. 모니터 화면이 시청자를 모니터링하는 것이다 6. 이처럼 데이빗 크로넨버그 감독의 초기작은 가상의 모성적 남근'에 대해 탐구한다. 이 모성적 남근이 팔루스적 남근'보다 위협적인 이유는 퀸에이리언(대생산성)이면서 감염의 근원지라는 점이다.

▶ 영화 << 비디오드롬 >>, 남성의 몸에 이식된 바기나 덴타타. 그가 자궁 속에서 꺼낸 것은 아기가 아니라 권총이다 !

▶바기나 덴타타는 남자의 몸통을 잘라먹는다.
1. << 13일의 금요일 >>
2. << 나이트메어 >>
3. << 양들의 침묵 >>
4. 업계 용어로 '베껴쓰기', 혹은 'ctrl+c&v'
5. brood'는 되씹다는 뜻과 함께 한배에서 난 새끼들이란 뜻을 가지고 있다.
" 남성의 언어로 구성된 가부장제 사회에서 여성들의 말은 언제나 미끄러진다. 자신을 충분히 드러내거나 표현할 수 없는 여성들은 종종 몸을 통해 자신들의 고통을 드러내 왔고, 그것은 ‘히스테리’ 즉 ‘자궁의 병’이라는 이름을 갖게 됐다. 기괴한 영화 중 한 편인 ‘브루드’에서는 히스테리로 아이를 낳는 여성 괴물 ‘노라’가 등장한다. 영화는 모계의 언어를 히스테리의 언어로 치환하고, 남성 없이 생식하는 여성을 괴물로 만든다. 여기에서 소개하는 모든 공포영화가 그렇지만, 특히 더, 여성주의적인지 반여성주의적인지 논쟁적이고 흥미로운 영화 " 라는 논평.
- 손희정, 여성이론 편집위원
6. 조중동 종편이 가짜 여론을 만들어내는 것과 같다. 모니터 화면 뒤에는 데스크'가 있고, 데스크 뒤에는 사주(社主)가 있다. 이들은 민의를 반영하지 않는다. 회장님의 1人 메시지'만 전할 뿐이다. 이제는 시민이 권력을 감시하는 사회는 지났다. 권력이 시민을 조종한다. 모든 소비 형태는 권력을 위해 이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