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국적 불량 수다  : 

​악서(惡書)를 찾아서




                                                                                    한때, 아니 오랫동안 " 베스트셀러 " 를 경멸했던 적이 있다. 이 에티튜드'는 대중적 인기를 낮잡아서 나의 레벨을 높이려는 얄팍한 수작'에 불과했다. 이제는 베스트셀러가 나쁜 책이라고 단정하지는 않는다. 사실, 엄밀히 따지고 보면 우리가 고전이라고 부르는 명작 가운데 상당수는 왕년에 잘나갔던 베스트셀러'가 아니었을까 ?  정리하면   :    많이 팔린 책이 좋은 책이라고는 생각하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많이 팔려서 나쁜 책'이라는 편견에는 동의하지 않는다 ㅡ 정도'로 마무리하기로 하자.

내가 생각하는 좋은 책은 많이 팔렸지만 헌책방에 눈에 띄지 않는 책이다.    < 헌책방 > 에서 구하기 힘든 책'이라는 것은 곧 독자들이 책을 팔지 않았다는 증거'이니, 책에 대한 가치 기준에서 보자면 이만한 지표'도 없다.  좋은 책에 대한 기준은 베스트셀러인가 스터디셀러인가가 아니라 책 주인에게 버려지지 않는 책'이다.  내용이 형편 없는 책이라 해도 구하기 힘든 책은 귀한 책이고, 귀한 대접을 받아야 마땅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베스트셀러'를 그닥 좋아하지 않는 이유는 헌책방에 무더기로 나온 책 가운데 팔 할'은 " 한때 베스트셀러 " 였던 책이라는 데 있다. 전여옥의 << 일본은 없다 >>, 홍정욱의 << 7막 7장 >> , 김우중의 << 세계는 넓고 할 일은 많다 >> , 이명박의 << 신화는 없다 >> 라는 책은 헌책방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책들이다.

이유는 간단하다.  불티나게 팔렸으나 불티나게 버려진 것'이다.  전여옥은 병맛 정치인'이 되었고, 김우중은 깜빵에 갔으며, 이명박은 박근혜와 더불어 단군 이래 후흑(厚黑)의 상징적 인물이 되었다. 개나 소나 왕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을 몸소 실천하셨으니 신화적 인물이기는 하다. 이명박은 개과천선(改ㅡ)하셨고, 박근혜는 계과천선(鷄ㅡ)하셨다. 종이를 만들기 위해 한 해에 베어지는 나무가 무려 40억 그루라고 한다. 세계 인구가 대략 70억 명'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놀랄 만한 수치'다.  덧대어, 30년생 나무 한 그루'에서 만들 수 있는 종이는 60kg. 책 한 권이 평균 700g 이니 30년생 나무 한 그루'로 만들 수 있는 책은 고작 80권 정도'다.  아, 어떤 숭고함. 자기 몸을 분골쇄신하여 종이가 되는 순교 !  나무의 순교를 생각하면 아무 책이나 사면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든다. 악서(惡書)는 그 책을 산 독자뿐만 아니라 나무'에게도 민폐'가 아닐까 싶다.

그렇다면 대한민국 제1 악서'는 무엇일까 ? 내가 보기엔 박근혜의 << 대선공약집 >> 이다. 그는 (나무의) 숭고한 희생을 쓰레기로 만들었다 ■


 - 붉은색과 검은색의 조합이 뭔가 사악하다는 느낌이 들게 만든다 : 각하, 세상을 바꾸긴 바꾸셨는데 민중이 원한 세상은 그 세상이 아니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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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아의서재 2016-02-13 18: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베이지는 몸들의 가치가(순교) 독자의 중요한 선택에 달려있군요. 수치를 보니 더 신중할수밖에 없겠네요.

곰곰생각하는발 2016-02-13 20:22   좋아요 0 | URL
2년이면 전세계 인구수보다 많은 수의 나무가 사라집니다. 2년에 한번씩 1사람에 1나무가 사라지는 겁니다. 출판사에게는 미안하지만,..... 좋은 책만 읽도록 해야겠습니다.

5DOKU 2016-02-13 18: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좋은 책에 대한 기준은 베스트셀러인가 스터디셀러인가가 아니라 책 주인에게 버려지지 않는 책`이다.’ 캬... 이 구절 가슴에 새겨두겠습니다.

저는 일단 베스트셀러를 모두 나쁘다고 생각하진 않습니다. 본문에서 말씀하셨듯 우리가 아는 고전들 가운데서도 당시에는 베스트셀러가 있었을 테니까요. 그런데 문제는 그중에 ‘똥’이 포함되어 있을 확률도 높다는 거. 그래서 저는 스테디셀러를....

곰곰생각하는발 2016-02-13 20:21   좋아요 0 | URL
하긴 고전이 재미있으니깐 살아남았지 재미없었으면 그냥 사라졌을 겝니다. ㅎㅎㅎ...
고전이 서사들의 원형이다 보니 고전만 잘 공부해도 많은 도움이 되겠더군요..
저 같은 경우는 워낙 기본 베이스가부족해서 고전에 대한 이해력이 딸려서 고전 읽는 맛이 덜합니다. 공부 좀 해야것어요..

cyrus 2016-02-13 18: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베스트셀러`나 `좋은 책`이 잘 나가다가 저자 때문에 욕 먹는 불쌍한 경우도 있습니다.

* 서정윤의 《홀로서기》
* 강석진의 《축구공 위의 수학자》

곰곰생각하는발 2016-02-13 20:19   좋아요 1 | URL
제가 국내 자연과학 서적 중 10손가락 안에 뽑는 작품이 << 신갈나무 투쟁기 >> 인데, 정말 좋은 책입니다. 그런데 이 사람 이명박 4대강 앞장서더군요. 정말 쇼킹했음.. 그렇게 자연의 소중함을 강조하더니, 이제는 강 바닥 파야 한다고... 완장 차시더군요....

수다맨 2016-02-14 13: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일주일 내내 감기를 앓다가 이제야 좀 나아졌습니다. 이번 감기는 무척이나 질기네요. 군 복무 때 빼고는 이렇게 심한 감기는 처음 앓아 봅니다. 많이 늦었지만 곰곰발님 새해 복 많이 받으시길 바랍니다.

곰곰생각하는발 2016-02-14 14:45   좋아요 0 | URL
이번 감기의 특징이 질긴 게 특징이라고 합니다.
제 어머님도 아주 한 달 넘게 감기를 달고 사시네요..
쾌차 기원하고 쾌차하시면 연락주십셔..

yamoo 2016-02-16 01: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지난 주에 운좋게 `들었구나` 싶었을 때 바로 옆에 있는 약을 얼릉 먹었어요. 그랬더니 한 4일 정도 골골하다 나았습니다. 초기 때 약 안먹었다면 지금도 계속 골골 거렸을 겁니다요..ㅋㅋ 감기 바이러스가 몸속에 퍼지는 걸 엔날에 ebs 다큐에서 보여줬는데, 초기에 약을 먹으면 그만큼 바이러스 퍼지는 걸 막는다는 군요. 그래서 감기는 걸렸다 싶었을 때 잽싸게 약을 먹는 게 장땡인거 같아요. 쌍화탕 먹고 바로 고꾸라져 땀 삐질 흘리고 자면 가뿐해 지더라구요...ㅎ 다른 사람은 몰라도 전 그래요. 근데, 초기에 못잡으면 기본 2주 이상 가더군요!

생활의 달인은 예전 곰발님 페이퍼에 본 내용이라 덧붙일 게 없네욤^^;; 그래두 엑스맨의 캐릭터들 해석은 참신했쑵니다~ 근데, 전 액스맨이나 스파이더맨 그리고 아이언맨 같은 건 별루더라구요~ 배트맨두 딱1편 빼놓구 별루..

곰곰생각하는발 2016-02-16 13:09   좋아요 0 | URL
일종의 초전박살 작전을 써야겠군요. 감기에는 요... 왜 보통 골골거리면 감기약 찾는데, 거의 효과는 없다 하더라고요... 감기균에 힘이 없을 때 약으로 확 다스려야 하는데, 사람이란 게 왜 그렇잖습니까.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법이니깐 말이죠... ㅎㅎㅎㅎㅎㅎㅎ....


전 액스맨과 배트맨 빼고는 영 아니더군요.. 영웅 서사에 대한 반감도 들고 말입니다.
 
소설 마태우스
서민 지음 / 장문산 / 1997년 1월
평점 :
절판


 

 

 


 

 

 

 

 

구하기 힘든 책은 귀한 책이다  

 

 

 

                                                                        내 짧은 영화 감상의 변천사는 " 대중 오락 영화 → 예술 영화 → 컬트 영화 → B무비 → 다큐 → 영화에 관심이 없음 " 순으로 취향이 변했다. 주류 대중 오락 영화'가 재미는 있지만 깊이가 없었다면,  예술 영화는 깊이는 있지만 재미가 없었다. 둘 다 내 취향은 아니었기에 내가 선택한 장르는 컬트 영화와 B무비 쪽으로 발길을 돌렸다.  기괴함, 숭배, 키치 그리고 전복적 상상 따위가 마음에 들었다. 나사가 하나 정도는 풀린 인물이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컬트와 B무비는 " 마이너 뽕끼 - 스러운 " < 아우라 > 를 가진 장르였다.  체제 전복적인 상상력도 마음에 들었다.

무엇보다도 속물(俗物)의 욕망을 숨기지 않는 솔직함이 마음에 들었다.  문제는 이들 영화가 변두리ㅡ비주류ㅡ마이너 정서'이다 보니 대중적 취향과는 거리가 멀었다는 점이다. 극장에 걸릴 턱이 있나. 그만큼 영화를 볼 수 있는 기회'도 줄어들었다.  그런데 사람 심리'라는 게 구하기 힘들면 더욱 구하고 싶은 마음. 나는 < 주먹 쥐고 소림사 > 의 구하라가 되어서 이곳저곳을 싸돌아다녔다. 구하라, 구하라, 구하라 ! VHS 테이프'를 어둠의 경로를 통해 어렵사리 구하다 보면,  이 지난한 과정 때문에 영화를 보기도 전에 애정이 생기곤 했다.  영화를 구할 수 있다면,  비가 오나 눈이 오나 바람이 부나,  어디든 갔다. 어떻게 구한 기회'인데 내가 실망할쏘냐,  이런 태도. 어렵사리 영화를 볼 수 있는 기회'가 생겼다는 희망 때문이었을까. 

영화가 내 기대보다 못 미치더라도 실망하는 일은 없었다. 그저 구하기 힘든 영화를 보았다는 것에 감사할 따름이었다. 구하기 힘든 영화는 귀한 영화였다.  돌이켜보면,  이 소비 행위'는 " 아날로그 감성 " 과 연결이 된다. 먹물처럼 잰 체하며 말하자면 " 레트로 지향적 소비 취향 " 와 맞닿아 있다. 내가 소비한 것은 구매 비용'이 아니라 그 영화를 보기 위한 불편한 과정'에서 오는 체험'이었다.  다시 말해서 나는 불편을 주고 영화를 산 것이었다. 현대 사회는 < 불편 > 을 삭제하는 방식으로 진화했다. 소비 상품(혹은 시스템)이 < 불편 > 을 제거하는 이유는 < 편리 > 를 위해서이다. 좋은 예가 디지털 카메라'다. 디지털 카메라는 필름 기계식 카메라가 가지고 있는 모든 불편을 제거'했다.

필름 끼우기는 물론이요, 인화와 현상 과정도 생략되었을 뿐만 아니라 보정 작업도 간단해졌다. 여러모로 편리한 것이다. 디지털 음원도 마찬가지다. 듣고 싶은 곡만 들을 수 있다. 듣고 싶은 곡을 듣기 위해 앨범 전체를 들어야 했던 시대는 지난 것이다. 하지만 현대 상품은 불편을 제거하면서 아우라도 제거되었다. 결과만 남고 과정이 생략되다 보니 추억이 사라졌다. 내가 컬트 영화와 B 무비에 매료되었던 까닭은 만듦새가 훌륭해서가 아니었다. 오히려 조악하기 그지없는 영화도 많아서 속으로 " 참... 그지같은 영화네. "  라는 혼잣말도 많이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이 영화(들)을 기억하는 이유는 애타게 찾아헤매던 날들에 대한 추억'에 있다.  왜 그랬을까 ?  니미, 이 나이에 무슨 영화를 보겠다고......  

 

알라딘에서 배출한 몇몇 스타'가 있다. 알라디너 마태우스, 그도 알라딘이 배출한 걸죽한 스타'다. 그는 단국대 기생충학 교수이자 인기 방송인이며 동시에 < 서민의 어쩌면 > 이라는 경향일보 칼럼을 쓴 칼럼리스트'이기도 하다. 이름은 몰라도 얼굴을 한 번 보면 모두 아, 한다.  아, 그 사람 !  속된 말로 그는 " 떴다. " 그에게도 흑역사는 있었던 모양이다.  소설 << 마태우스 >> ,  눈 감고 읽으면 아, 하게 되지만 눈 뜨고 읽으면 우, 하게 된다는 소설. 바로 이 소설을 쓴 사람이 마태우스(서민)이다. 본인은 정작 이 소설에 대한 가치를 평가 절하하는 모양새'다(그는 자신이 쓴 책을 사들여서 스스로 절판시켰다고 한다). 하지만 이 책은 유령처럼 살아남아서 종종 헌책방에 모습을 드러내곤 했다. 자신을 부정하는 아버지에 대한 복수의 화신'으로 말이다. 궈, 궈궈궈궈궈궈궈궈궈 ~  보소보소, 내 말 좀 들어보소. 내가 서민 박사의 사생아'라오.

 

복수(複數)의 목격자에 의하면 << 소설 마태우스 >> 는 헌책방 책장에 갇혀서 그렇게 울부짖고 있었다고 한다.  구하기 힘든 영화일수록 기어코 보고 말겠다는 다짐을 하게 되는 컬트 마니아처럼,  이 책이 눈에 띄지 않을수록 나는 애타게 이 소설을 만나고 싶었다. 그리고........ 드디어 이 소설을 만나게 되었다(cyrus 님에게 무한 감사. 다음에는 제가 < 닳지 않는 칫솔 > 을 구해서 보내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아자 ~ ). 솔직히 말해서 이 소설이 좋은 소설'이라고는 말하지 못하겠다.      애정 표현'을 담아 " 괴랄 " 한 소설이라고 하자.  but, 앞말과 다르다고 뒷말이 무성할지는 모르겠으나 이 책은 좋은 책'이다. 구하기 힘든 책은 모두 귀한 책'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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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yrus 2016-02-12 16: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사진을 잘 받아서 그런지 책이 뽀샤시하게 나왔네요. ㅎㅎㅎ ‘괴랄’이라는 표현은 B급 마니아들 사이에서는 찬사를 보낼 때 쓰는 단어입니다. 진짜 봐서는 안 될 형편없는 쓰레기 책들을 가리킬 때 ‘불쏘시개’라고 합니다. 글 제목이 마음에 들어요. 헌책에 대한 평소의 제 생각을 잘 압축한 문장이거든요. 서평을 남겨주셔서 고맙습니다. ^^

곰곰생각하는발 2016-02-12 16:19   좋아요 1 | URL
종이가 사용된 책 가운데 가장 쓰레기는 < 박근혜 공약집 > 이죠...
쓰레기 중의 쓰레기`입니다.



사이러스 님에게 언젠가는 닳지 않는 칫솔을 제가 선물로 드릴 날도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오랜만에 컬트적 취향이 생겼어요. 헌책방 가서 귀한 책 발견할 때의 그 즐거움을 그 누가 알겠스빆.

제 책 목록 중 최고로 치는 것은 비싼 책이 아니라 헌책방에서 주고 산 2000원짜리 책 인데
제목이 쟈칼입니다... 포사이스 작품 말이죠. 이 책이 저에게는 가장 귀한 책입니다...

곰곰생각하는발 2016-02-12 16:22   좋아요 1 | URL
이제 알라딘도 마태우스를 읽은 자와 읽지 않은 자로 구분해야 되지 않것습니까 ? 허허허허...

cyrus 2016-02-12 19:15   좋아요 0 | URL
과거에 나온 장르작품 중에 귀한 책이 많아요. 물만두님의 서평을 읽고 참고하면서 절판된 장르소설을 찾고 있는 중입니다. 아무도 가지지 않은 책을 2,000원으로 구입할 때가 기분이 뿌듯해요. 나중에 그 책을 온라인 중고샵에 검색하면 가격이 비싼 사실을 알게 될 때가 있어요.

samadhi(眞我) 2016-02-12 16: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드디어 해내셨습니까? 마태우스님이 흥분(?)하실 듯합니다

곰곰생각하는발 2016-02-12 16:20   좋아요 0 | URL
ㅎㅎㅎㅎㅎㅎㅎㅎ 해냈습니다. 순서상 진아님 책 먼저 읽어야 하는데 너무 읽고 싶었던 책이라 먼저 읽었네요... 다음에는 진아 님 책을 읽도록 준비하겠습니다.


samadhi(眞我) 2016-02-12 16:24   좋아요 0 | URL
숙제처럼 부담느끼시면 제가 부담되는데요. 생각날 때, 읽을 게 없을 때 읽으시면 될 것을. 안 땡기면 그냥 전시만 해둬도 되고요. 그 책이 꼭 읽고 싶어서 샀다가도 어느새 그 열정(?)이 식어서 다른 책이 더 눈에 들어오고 그런 일이 반복되다보니 책장에 읽지 않은 책이 쌓여가네요. 다 읽고 나서 책을 사라는 남편의 잔소리(?)가 맞는 말인줄 알면서도 못 들은 척 또 다른 책에 군침을 흘리지요.

곰곰생각하는발 2016-02-12 16:28   좋아요 0 | URL
모르시는 말씀.. 제가 항상 하는 말 중 하나가
신경숙를 찬양하면서 공선옥을 무시한다는 것은
시민케인보다 쥬라기 공원이 더 뛰어나다고 말하는 것 같다...

공선옥 저평가된 작가`죠. 제가 보기엔 신경숙보다는 공선옥입니다..

samadhi(眞我) 2016-02-12 16:30   좋아요 0 | URL
저는 신경숙 한번만 읽어도 질려서 그냥 평가 안 해요. 신경숙 , 공지영 책은 그냥 안 읽어요.

곰곰생각하는발 2016-02-12 16:30   좋아요 0 | URL
신경숙은 내면이 부실하다 보니 문체로 사람을 홀리려는 경향이 있고
공선옥은 그 반대죠.. 비교 대상이 아닙니다.

시이소오 2016-02-12 16: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앗 이 책이 그 책이군요
서민 박사님께서 아직 전부 회수하지 못했다는, 대단하시네요^^

곰곰생각하는발 2016-02-12 17:04   좋아요 0 | URL
ㅎㅎㅎㅎㅎㅎ 회수를 하지 못하셨던 모양입니다. 제가 입수했습니다...
이런 작품일수록 까발려야 합니다.. ㅋㅋㅋㅋㅋㅋ

5DOKU 2016-02-13 06: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최근 넷플릭스에 가입을 했는데 참 이상하게 볼 영화가 많아지니까 되레 안 보게 되더라고요.

곰곰생각하는발 2016-02-13 10:26   좋아요 0 | URL
책 좋아하는 사람 출판사에서 일하지 말고, 영화 좋아하는 사람 영화사에서 일하지 말라는 소리는 진리입니다..

yamoo 2016-02-13 22: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사실 저 마태우스 저 책....작년에 알라딘 강남점에서 구했어요. 그런데 어찌된 일인지 이사오고 난 후에 저 책 이하 200여 권이 오리무중이라는 거...ㅠㅠ

구하기 힘든 책이 귀한 책이지요. 암요! 그렇구말구요!!

곰곰생각하는발 2016-02-14 16:14   좋아요 0 | URL
ㅎㅎㅎㅎㅎ.... 의외로 잘 눈에 띄는 작품이군요.. ㅎㅎㅎㅎㅎㅎ

마태우스 2016-03-11 00: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곰발님 안녕하셨어요 간만에 찾아뵙고 글 정주행하다가, 그만 이 글을 봐버렸습니다. 곰발님을 늘 존경했습니다만, 지금 이 순간은, 흑. 곰발님이 밉습니다 ㅠㅠ 역시 완벽한 회수는 불가능하네요ㅠㅠ

곰곰생각하는발 2016-03-11 10:06   좋아요 0 | URL
아닙니다. 매우 유쾌한 독서 경험이었습니다. 다음 목표는 닳지 않는 칫솔입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근데 이 책은 정말 찾기 힘드내요..
 

 

 

 

 

 




노병(老兵)은 죽어도 종이책은 죽지 않는다


                                                                              한 달 전에 e-book 이벤트에 당첨이 되어서 공짜로 전자책 기기인 < 크레마 카르타 > 를 얻을 기회가 생겼는데 어영부영 미루다가 결국에는 제품 수령을 포기했다. (상품 수령 시, 내야 하는 세금) 3만 원의 비용이 아까워서가 아니라 전자책에 대한 흥미'가 거의 없기 때문이다. 지금 생각하면 어리석은 < 짓 > 인 것 같다. 내게는 필요 없지만 누군가에게는 이 기기가 필요할 것이 아닌가 ? e-book 를 필요로 하는 사람에게 선물로 주면 되는데, 생각이 거기까지 미치지 못한 까닭이다. 땅을 치며 후회했다. " 시바, 나는 참...... 멍청하구나 ! 이기적인 새끼야...... " 솔직하게 말하자면,   나는 p-book보다 e-book 의 가치를 인정하는 쪽이다.

편리성, 가독성, 보관성, 가격 경쟁력 따위를 모두 종합하면 e-book 의 손을 들어줄 수밖에 없다. 더군다나 좁은 집구석에 책을 만리장성처럼 쌓아놓은 경험이 있는 자'라면, 혹은 책 때문에 짐을 나르는 노동자에게 신소리를 들어본 적이 있는 자라면 더더욱 그렇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자책을 사용하는 것에 대한 거부감이 먼저 든다. 왜 그럴까 ? 이 의문에 대한 해답은 공교롭게도 한국일보 양승준 기자'가 작성한 << 여성은 CD, 남성은 LP ? >> 라는 기사에서 찾았다. 무릎 팍, 치고 아, 했다. " 유레카 ! " 여성은 미래 가치'에 방점을 두고, 남성은 과거 가치에 대한 향수에 방점을 찍는다. 다시 말해서 여성은 " 앞날에 대한 걱정 " 을 많이 하고,  남성은 " 뒷날(왕년)에 대한 향수 " 에 빠지는 경향이 있다는 말이다. 

이러한 성향은 고스란히 LP 판매량과도 연결된다. LP 판매량 가운데 80% 이상이 남성 구매자'라는 사실은 남성의 " 레트로 지향적 성향 " 을 잘 보여준 사례'이다. LP를 구매한 소비자의 소비 성향을 놓고 보자면 여성은 CD를 사고 남성은 LP를 산다. 대표적 인물이 무라카미 하루키'다. 잘 알려지다시피, 그는 음악 애호가'이기도 하지만 무엇보다도 LP 애호가'이기도 하다.

 

“ 현 40~50대가 음악을 한창 듣기 시작했던 10~20대에 즐겨 들었던 게 LP입니다. 점점 잃어가고 있는 순수함과 열정을 찾을 수 있는 상징적인 매체가 LP인 거죠. 이 추억을 중년 남성들이 LP에서 찾는 겁니다. LP는 턴테이블과 LP도 관리해야 하고 손이 많이 가는 취미잖아요. 조립식 장난감을 남성이 좋아하는 것처럼, 중년 남성들이 여성보다 LP를 더 취미로 선호하는 거라 볼 수 있죠.”

 

- 손석한 연세신경정신과 원장


LP로 음악을 듣는다는 것은 디지털 음원으로 음악을 감상하는 것에 비해 여러모로 " 불편 " 을 감수해야 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좋은 음질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레코드판을 주기적으로 닦아야 하고, 텐테이블 관리도 필수적이다. 텐테이블 바늘 카트리지가 닳으면 교체도 해야 한다. 그뿐이 아니다. 디지털 음원은 필요한 노래 한 곡'만 선택해서 반복적으로 들을 수 있지만, 레코드판은 앨범 전체를 들을 수밖에 없는 구조'이다. " 디지털 음원 시대에 접어들며 음악은 일회용품(스트리밍)으로 전락했다. 편리하다는 이유로 앨범이 음원으로 쪼개져 유통되다 보니 앨범에 담긴 맥락은 휘발됐다. 이와 달리 LP는 턴테이블에 올려 놓으면 순서대로 처음부터 끝까지 들어야 해 분절된 음원과는 다른 즐거움을 선사한다. 1 "

전자가 문고판 << 전쟁과 평화 >> 라면 후자는 톨스토이 완역판 << 전쟁과 평화 >> 인 셈이다. LP가 남성에게 매력적인 이유는 레코드판과 턴테이블'이 가지고 있는 외형도 한몫했다. 무채색을 기본으로 하는 턴테이블은 남성적이다. 내부는 외부로 모습을 드러낸다. 우리는 음원이 재생되는 과정'을 볼 수 있다. 그것은 디지털 음원이 가지고 있는 < 볼 수 없음 > 과는 전혀 다른 아날로그적 시스템'이다. 종이책(p-book)과 전자책(e-book)이 맺는 관계는 LP와 디지털 음원'이 맺는 관계와 같다. p-book은 e-book에 비해 여러모로 불편하다. 관리는 필수'다. 주기적으로 먼지를 닦아야 하고, 종이가 물을 먹지 않도록 신경도 써야 한다. 그뿐인가 ? 현실에서는 " 검색창 " 이라는 편리한 찾기 기능이 없으니 분류와 배치에도 신경을 써야 한다.

다시 말해서 전자책 대신 종이책을 사용한다는 것은 불편을 받아들인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과학적 진보는 불편을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진화했다. 불편한 과정들은 생략되었다. 그런데 이상한 일이 벌어졌다. 편리를 위해 불편이 사라졌는데, 동시에 " 아우라 " 도 사라졌다. 전자책도 마찬가지'다. 전자책은 종이책이 가지고 있는 불편한 과정을 생략했지만 동시에 아우라도 delete 했다. 종이책에는 있지만 전자책에는 없는 것, 그것은 바로 손때2다.




 

 

 

                                                  

 

1.  [ 복고 접해볼래! 2030 LP에 빠져들다 ] 한국일보, 양승조 기자

2.  새정치의 아이콘인 안철수는 새책'이다. 그에게서는 인간적인 스크레치'가 없다. 물 얼룩도 없고, 밑줄 친 페이지도 없고, 책을 읽다가 졸려서 잠시 페이지 모서리를 접어 놓은 흔적도 없다. 안철수라는 책은 깨끗하고 청결하다. 하지만 이 결벽은 정치가에게는 치명적이다. 좋은 정치가는 물 얼룩이 남아 있고, 밑줄 친 문장도 있으며, 접힌 모서리도 있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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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거서 2016-02-11 12: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한국에서 판매 중인 전자책은 결코 독자를 위한 책이 아니라고 생각해요. 공급자 위주로 체계를 갖추다 보니까 표준이 없이 업체마다 제각각이고, 전자책 규격을 따르지도 않고, 특정 단말기가 아니면 책 내용을 볼 수 없고, 전자책을 구입해도 구매자가 소유하지 못하고, 공유를 허용하지 않는 등 문제가 있어요. 그래서 저는 전자책이 분명 장점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한국에서 전자책을 거들떠보지 않아요.

곰곰생각하는발 2016-02-11 15:35   좋아요 0 | URL
결정타가 전자책 중 읽고 싶은 책은 거의 없다는 점입니다.
소설은 전자책으로 읽자 했는데... 그냥 모니터 들여다보는..
왜 인터넷 소설 있잖습니까. 그런 거 읽는 느낌이 들어서 감동은 개뿔.. 아무것도 안 느껴지더라고요..

표맥(漂麥) 2016-02-11 14: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 전 복고파가 아닌 듯 합니다. 집에 있는 턴테이블... 버리진 못하고 먼지와 함께 소유만 하고 있을 뿐이랍니다...
아주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곰곰생각하는발 2016-02-11 15:33   좋아요 0 | URL
글은 이렇게 썼지만, 저는 텐테이블 내다버렸습니다.. ㅎㅎ.

cyrus 2016-02-11 18: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불편을 잘 알고 있는데다가 자기 나름대로 그 불편함을 감수하는 사람이 진정한 애서가라고 생각합니다. 저도 그렇고 종이책 좋아하는 사람들은 늘 항상 실수를 반복하죠. 책을 팔고 또 사오고. 오늘 《책장의 정석》을 알라딘 매장에 가서 팔았습니다. 이 책의 저자가 강조한 말을 그대로 실천했어요. 책장에 보관하기가 애매하거나 불필요한 책은 팔 것.

곰곰생각하는발 2016-02-12 13:22   좋아요 1 | URL
확실한 거는 꼭 필요한 책만 사고 나머지는 다른 방식으로 읽자, 가 아닐까 싶습니다. 저 같은 경우는 그래서 소설은 잘 안 사게 되네요.. 고전 소설은 사는데 현대 소설은 안 사게 됩니다. 소설을 두 번 읽고 이러는 경우는 별로 없거든요.. 소설만 읽으려고 이북 리더기 구매할 까도 생각했었는데.. 체질적으로 전 모니터를 그닥 좋아하지 않습니다. 하루종일 모니터만 보는데 책 읽을 때마저도 모니터로 읽어야 한다는 생각을 하면 끔찍합니다..

samadhi(眞我) 2016-02-11 20: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넌 나보다 구식이야˝라고 했던 아날로그의 대명사나 다름없던 선배의 말대로 촌스러워서(?) 종이책 아니면 못 보겠어요. 남편은 전자책에 길들이라고 재촉하는데 손에 착 감기는(?) 종이책이어야 눈에 들어오는 걸 어떡한답니까. 종이책이 없어지지 않는 한 종이책만 보다가 죽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곰곰생각하는발 2016-02-12 13:20   좋아요 0 | URL
레코드판이 다시 살아나는 것처럼 종이책도 죽지는 않을 겁니다.
적당한 불편은 좋은 게 아닐까 싶습니다. 필름 카메라처럼요.
필름 카메라 같은 경우는 ( 흑백인 경우 ) 여러가지 불편한 과정을 겪습니다.
도때기로 필름 잔뜩 사다가 암백(빛이 들어오지 못하게 막는 보따리 비스무리한 것)에서 필름통에 필름 담는 맛도 있고, 현상, 인화할 때의 고역도 경험하고.. 전 제 집에 암실을 차렸었는데..
암실에 오래있다 보면 인화물질에 취해서 구토 증상이 나기도 합니다..

요런 맛도 있어야 필름 현상하고 났을 때의 묘한 쾌감 같은데 있는데
디지털은 니미.... 그런 맛이 없죠.....

(

yamoo 2016-02-12 00:4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 아는 지인이 e-북 몇 천권을 그냥 준다고 제게 애플 테블릿 pc도 줬습니다. 우선 몇 백권을 담아 줬는데, 한 권도 제대로 못 읽고 있다는..
별 희한한 책이 다 있더만요..ㅋ 아마존은 공짜로 다운 받는 책의 종류가 수백권이 되더이다..ㅎ 신세계..ㅎ

곰곰생각하는발 2016-02-12 13:17   좋아요 0 | URL
저도 친구가 사용해 보라고 며칠 빌려줬는데.. 전, 영 못 읽겠더라고요..그냥 모니터 댓글 읽는 맛이 나서 영 몰입이 안 되러라는 것이죠...

 

 

 

 

 

 




 

 

 

 

 

 


 

 

 


 

 

 


 

1. 바닷마을 다이어리 : 그래서, 뭐 ?! 어쩌라고 ?

                                                                                            내가 극장에 도착한 시간은 정오가 지난 1시 무렵이었다. 광화문 씨네큐브 극장은 의외로 한산했다. 문제는 영화 << 캐롤 >> 첫 회' 상영이 16 : 40분'이었다는 점이다. 4시간의 공백. 광화문 근처 " 다방 " 을 찾았으나 문을 연 곳은 없었다. 아, 어찌하오리까 ?   궁리 끝에 두 시 상영작인 << 바닷마을 다이어리 >> 와 << 캐롤 >>  티켓을 끊었다. 바닷마을 다이어리 영화 상영이 끝나면 바로 캐롤 상영 시간이었다. 그 옛날, 동시상영관이 있을 때에는 하루에 영화 6편도 본 적이 있던 내가 아니었던가 !  하지만  바닷마을 다이어리에 대해서 큰 기대는 하지 않았다.  

영화가 상영되는 내내 불편한 마음이 앞섰다.  이 대책 없는 " 선한 믿음 " 이 과연 최선일까 ?   누군가가 말했다. 나쁜 나라에서 예쁜 말은 위선이라고, 지옥에서 생을 긍정하는 말은 희망이 아니라 절망이라고. 이 영화는 풍경도 예쁘고, 사람도 예쁘고, 마음도 예쁘다. 모든 것이 < 다 > 예쁘다. 그런데 영화를 보다 보면 반감이 생기기 시작한다. " 그래서 뭐 ??! 어쩌라고 ? "  좋게 말하면 고레에다 히로카즈의 따스한 시선'이라 할 수 있지만,  내가 보기에는 고레에다 히로카즈가 현실을 외면한 것처럼 보인다. 이 영화는 밥 위에 얹은, 가시를 바른 생선살 같다. 목구멍에 가시가 걸릴 염려도 없고, 손으로 생선 뼈를 발라낼 필요도 없다. 위험이 제거된 안전'은  갈등이 제거된 가족 드라마와 같다.

갈등이 없으니 이를 해소할 카타르시스'도 없다. 물론 이 영화에서 갈등이 아예 없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그 갈등은 소품처럼 소비된다.  착한 가족 서사 앞에서 감동하기에 이 시대는 피도 눈물도 없는, 동정 없는 세상'이 아닐까 ?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에게 다시 묻고 싶다. " 그래서, 뭐 ? 어쩌라고 ??! "





2. 캐롤  :  말하지 않아도 알아요


 

 

                                                                                               자연스럽게 우는 연기보다 어려운 연기는 자연스럽게 웃는 연기'다. 눈물을 짜내는 것은 쉽다. 누구나 가짜 - 눈물을 흘릴 수 있으니까.  그 사실은 박근혜가 증명하지 않았던가. 하지만 진짜 웃음'은 어렵다.  입꼬리'를 사용해서 웃는 표정을 만들 수는 있으나, 이 표정이 가짜라는 사실은 누구나 안다. 눈은 웃지 않는데 입만 웃고 있기 때문이다. 진짜 미소와 웃음을 관장하는 근육은 눈 주위의 근육에 집중되어 있다. 그렇기에 연기력이 부족한 배우는 입은 웃고 있으나 눈은 웃지 않는다. 당연히 부자연스러운 표정을 연기할 수밖에 없다. 마찬가지로 입으로 연기하는 배우보다는 눈빛으로 연기하는 배우가 한 수 위'라는 사실은 분명하다.

훌륭한 배우에게 눈은 제 2의 입'이요, 눈빛은 화려한 대사'다. 영화를 연출해야 하는 감독 입장에서는 말하지 않아도 메시지를 전달할 수 있는 배우야말로 넝쿨째 굴러온 < 복 > 과 같다.   영화 << 캐롤 >> 에서 케이트 블란쳇( 캐롤 에이드 役 ) 과 루니 마라 ( 테레즈 役 ) 는 대사로 의미를 전달하기보다는 시선으로 욕망을 표출한다. 두 배우는 말보다는 응시와 마주 보기 그리고 어긋남과 회피'만으로 자신의 감정을 오롯이 쏟아낸다.  관객은 그들이 말하지 않아도 알 수 있다.  눈이 보내는 시선은 발화의 메시지'보다 강력하다.  내가 이 영화에 대해 관심을 가진 이유는 영화 원작자인 퍼트리샤 하이스미스와 이동진 영화평론가의 구설수 때문이다. 일단, 범죄 심리 스릴러의 대가가 말랑말랑한 멜로 소설을 썼다는 데 관심을 가지지 않을 수는 없는 노릇.

 

더군다나 양성애자'였던 하이스미스가 쓴 레즈비언 퀴어 멜로 소설'이니 더욱 그렇다(자전적 요소가 포함되어 있다는 사실을 유추할 수 있다).  또한, 내 호기심에 불을 지핀 것은 이동진 영화평론가와 듀나 사이에 오고간 뾰족한 말풍선(들) 때문이다. 이동진은 영화 << 캐롤 - 라이브톡톡 >> 에서 다음과 같이 말했다고 한다.

 

 

"제가 느끼기엔, 테레즈한테는 동성애적인 사랑이 필요한 게 아니고 캐롤이 필요한 겁니다.   근데 하필이면 캐롤이 여자였을 뿐이라는 거죠. 그러니까 어떤 동성애를 다루는 영화에서는 상대방이 여자라는게 핵심일 수 있습니다. 그러니까 동성애적인 정체성에서 내가 여자를 사랑하는 사람이야라는 것이 그사람을 말하는 가장 중요한 정체성이 될 수 있는거잖아요. 최근에 개봉을 앞두고있는 대니쉬걸같은 바로 그 영화가 그런 영화입니다. 그런데 이 영화는 아닌 것 같아요."

 

 

그러자 얼굴 없는 검객인 듀나'가 반격을 가하기 시작했다.

 

 

얼마 전 페미니즘 이슈와 연관해서 트위터에 돌았던 잭슨 카츠의 테드 강연을 떠올려 보시길.    사람들은 " 인종 " 문제라고 하면 당연히 흑인, 라티노, 아시안을 떠올리지 백인을 떠올리지 않고, " 젠더 "  문제라고 하면 여자만 떠올리고 남자는 떠올리지 않음. 비슷하게 " 섹슈얼리티 " 이슈라고 하면 그게 당연히 성소수자 집단의 문제일 것이라 생각하지 이성애자 집단의 문제일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는 " 나 "  들이 존재함. " 나 " 가 그런 무지를 갖고 있을 수 있다는 것 자체가 특권층으로서의 "나"의 지위를 보여주는 것. 이성애자는 평소에 이성애자로서의 정체성을 인식해야 하는 상황이 많지 않으니까 별 생각없이 한 말이 차별발언이고 호모포빅 발언이 될 가능성이 너무나 높다.  그게 욕먹으면 아 그렇구나 하고 고치면 되는거지 " 그런 뜻이 아니거든 ! "  하고 땡깡부릴 일이 아님.  비슷한 논지였던 마이클 키멜의 테드 강연에서도, " 특권을 가진 사람에게는 인종, 젠더, 계급이 보이지 않는다 " 라고 얘기함.  백인 여자는 거울을 볼 때 " 여자 " 를 보고 흑인 여자는 "흑인 여자"를 보지만 백인 남자는 " 인간 " 을 보죠. 이성애자도 마찬가지

 


단도직입적으로 말해서  :  " 하필 캐롤이 여자였기 때문에 ~ "  퀴어 영화가 되었다는 지적은 이성애 가부장 중심 시선이다. < 하필 > 이라는 부정적 부사의 사용'이 그 사실을 증명한다. 그는 동성애적 코드 대신 사랑이라는 보편성에 방점을 찍는 것처럼 보인다. 그것은 일종의 매끈한, 흔적 없는, 이음매가 보이지 않는, 안전한, 깨끗한 봉합'이다. 이 무심(혹은 무관심, 아무 생각 없이 던진 연못에 이는 파문)이 때론 소수자에게 폭력이 될 수도 있다. 하지만 듀나가 지적한 것처럼 이동진의 발언'이 호모포비아와 연결된다는 지적은 과장이 아닐까 싶다.  이동진의 실수는 애티튜드의 문제이지 혐오의 문제가 아니지 않은가 ?  그럼에도 불구하고 듀나의 이 지적은 옳다. 이동진에게는 다소 억울할 수도 있지만 이 오지랖은 정치적으로 옳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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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ella.K 2016-02-09 16: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블로그에서 난리났던데 그게 그 문제였군요.
근데 곰발님은 이동진의 견해가 옳다는 말씀인 거져?
하필 그 하필이 문제였어요.
하지만 이동진 그 사람이라면 오히려 성적소수자들이나 그렇지 않은 사람들에게나
비위를 건드리지 않기 위해 우회적으로 말을하려다 보니 그렇게
되지 않았나 싶네요. 그걸 듀나가 자기식으로 확 까발리려다 보니 그런 사단이 난 건 아닌지...
사실 말이라는 게 한끗으로 갈리는 경우가 많잖아요.

전 이동진이 언어를 참 잘 쓰는 사람 중의 한 사람이라고 생각합니다.
적재적소에 뽞!!
그런 사람도 나무에서 떨어지는 날도 있네요. 과연 무림의 고수들입니다.ㅋ

곰곰생각하는발 2016-02-09 16:04   좋아요 1 | URL
아닙니다. 듀나의 지적이 옳다는 거죠. 하지만 여기서 옳다는 정치적으로만 옳다는 뜻입니다.
이동진이 보기에는 넓은 의미에서 오롯이 ˝ 사랑 ˝ 이라는 것에 집중해서 보았고, 사랑이라는 틀 안에서 영화를 해석한 점이 있씁니다. 하지만 이 영화 보다보면 계급적 갈등과 차이도 보여집니다. 단순히 사랑 그 감정만 이야기하는 영화는 아니라는 점이죠.

그런데.. 영화를 해석하는 몫은 평론가의 자유가 아닐까 싶습니다. 다른 시선으로 영화를 본다는 것은
나쁜 자세가 아니죠. 단 여기에는 조건이 있어야 합니다. 약자에 대한 배려가 있어야 한다능..

전 듀나가 정치적으로 옳다고 생각됩니다. 하지만 너무 거칠게 대응한 게 문제죠.
영화 보세요. 좋은 영화입니다만 개인적으로는 그렇게 뛰어난 것 같지는 않고 그냥 좋다 ! 요 정도만...

stella.K 2016-02-09 16:17   좋아요 0 | URL
그뜻이었군요. 이런이런...ㅠㅋㅋ

혹시 듀나를 보신적이 있으신가요?
곰발님은 듀나를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저는 뭐 그다지 아는 것이 없어서리.
개인적으로 신비주의 별로 좋아하지 않아서...
라이브 톡인지 뭔지에서 이동진과 썰전을 했다면 얼굴을
드러내지 않았나요? 아니면 얼굴 가리고 했나..요?

곰곰생각하는발 2016-02-09 16:27   좋아요 0 | URL
이동진이 라이프 톡톡에서 한 말을 듀나가 나중에 트윗에서 반격을 가한 거죠..
아직, 듀나가 어떤 인물인지 아는 사람은 거의 없습니다.
말 그대로 진짜 수수께끼 인물임.. ㅎㅎㅎ...

스텔라 님이 이해력이 딸리는 게 아니라 제가 개같이 문장을 써서 그렇습니다.
다시 고쳤음.. 아, 과음을 했더니 아.. 머리가 아파서 문장에 집중을 못하겠네요...

설, 연휴 좀 맛있는 게 마니 잡쉅습까 ?

아무 2016-02-09 18:1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이동진 평론가의 블로그를 보니 이번 논란에 대해서 장문의 글이 올라와 있더군요. 저는 영화도 소설도 아직 보지 않아서 어떤 판단을 내리기는 어렵지만, 참고가 되셨으면 합니다. 남은 설 연휴 즐겁게 보내세요^^

http://blog.naver.com/lifeisntcool/220619949004

곰곰생각하는발 2016-02-10 14:40   좋아요 1 | URL
네에. 읽어보았씁니다. 이동진도 억울한 측면이 있을 겁니다.
전 개인적으로 이동진 글을 그닥 좋아하지 않습니디만... ㅎㅎㅎ.
하튼. 아무 님도 새해 복 많이 받으시고, 건강하십시오..

yamoo 2016-02-12 00: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헐~ 캐롤을 봐야겠군요..

근데, 듀나가 누군지 겁나 궁금하군요. 소개에는 소설가와 평론가라는데...이동진 블로그를 가 본적이 없는지라...이 논쟁에 대해서 더 들어댜 볼 건던지가 없군요. 전 개인적으로 이동진을 싫어해서뤼..

곰발 님, 새해 건강하시고, 건필하시길 빕니다요~^^

곰곰생각하는발 2016-02-12 13:25   좋아요 0 | URL
저도 이동진을 좋아하지 않습니다. 두리뭉실하잖아요. 회색인간 같다는 느낌이 들어서..
야무 님이나 저나 지랄을 해도 딱 부러지게 말하는 스타일을 좋아하지 않습니까..
이동진이나 신형철은 일종의 대중인기영합주의자 같더군요.. 니미, 시바.. 예쁜 말은 어찌나 그리 잘하는지..
뭐 여성들은 두 사람 엄청 좋아하지만 개인적으로 질색입니다.
예쁜 말이 가지고 있는 함정을 간파해야 된다고 생각합니다..

나와같다면 2016-02-19 22: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에게 캐롤은 퀴어영화가 아니고 사랑영화 였어요..
우리가 사랑할때의 모습이 그대로 나와서 가슴이 아팠던..

곰곰생각하는발 2016-02-20 19:50   좋아요 0 | URL
해석의 독자의 자유입니다. 나와같다면 님이 사랑영화로 읽으면 사랑영화인 거죠...
문득 책을 읽고 싶다는 생각이 드네요.. 정희진에 의하면 캐롤이라는ㄴ 책이 끝내준다고 하네요..
읽어보아야겠습니다...

북깨비 2016-06-30 14: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바닷마을 다이어리를 사볼까 어쩔까 지금 몇주째 고민중인데 선뜻 손이 안가요. 다들 입을 모아 좋다고 하니 왠지 실망할 거 같은 불길한 예감.. 혹시 만화도 읽어보셨어요?

곰곰생각하는발 2016-06-30 15:01   좋아요 1 | URL
만화는 좋습니다. 만화만이 가지고 있는 순정이 있으니깐 말이죠. 만화 좋게 보신 분들은 많습니다. 보세요 ~
 

 

 

 

 

 

 

 

 

 

 



 

 

 


 

 

 


B급 취향에 대한 C급 논평  :  데이빗 크로넨버그의 초기 영화(S)                 





                                                                                          < 괴물 > 은 내 " 취향저격 " 이다.   괴물'이 등장하는 영화'라면 가리비도 아니면서 가리지 않고 보았고,  피조개도 아니면서 피하지 않고 보았다.  아무리 " 호오~  러블 " 하다 해도 잘근잘근 씹어주마. 허세와 과장을 덧대자면   :    김한길도 아니면서 한길만 팠다고나 할까( 이런, 제길......  평생, 샛길로 빠진 인간에게 한길이라는 이름이란) ?  제이슨 1프레디 크루거 2,  한니발 렉터 3 와 베트맨 그리고 엑스맨도 내가 좋아하는 괴물(들)'이다. 가리비 생활과 피조개 생활을 한 지 어언 10년.   척 보면 아, 하게 되는 경지에 이르게 되었다. 괴물 중'에서도 나를 사로잡는 괴물은 여성 - 괴물'이다.

여성 괴물의 특징은 주로 이빨 달린 질(Vagina dentata) 신화와 깊은 관련이 있다. 말 그대로 여성 성기에 이빨이 달려서 성교 시 남근을 잘라버린다'는 신화는 동서양을 막론하고 다양한 지역에서 전해지는 서사'다.  이 민담을 노골적으로 드러낸 영화가 바로 << 티스 Teeth, 2009 >> 이다. 이 영화를 10자평으로 기술하자면 " 이빨 까는 영화 " 되시것다.  이 영화에서 주인공 십 대 소녀'는 질 속에 핵이빨을 장착한 여자다. 드루와 ~ 드루와 ~ 오호츠크해, 새우젓 같은 시밤바 오빠들 !  이 영화는 바기나 덴타타가 노골적으로 등장하지만 예술적 승화(昇華)라는 측면에서 보자면 직유(直喩)는 은유(隱喩)보다 한 단계 낮은 수준.  그렇기에 이 영화는 그다지 흥미롭지는 않다. 이빨 달린 질 - 괴물'은 대중 문화 속에서 다양한 변형과 이형적 존재로 등장한다.

​▶ 지랄같은 취향인지는 모르겠으나, 드라큘라의 입을 보면 자꾸 이빨 달린 여성 성기 괴물 이미지'가 떠오른다. 다리 사이에 있는 성기를 얼굴에 옮겼다고 본다.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 다크 나이트, 2012 >> 에서 히스 레저'가 연기한 조커의 입은 상처 입은 여성 성기'처럼 보인다. 조커는 사생아'이다. 찢어진 성기는 남성 폭력을 상징한다. 조커'가 세상을 향해 날리는 빅-엿'은 남성 세계를 향한 증오'다.


누누이 하는 말이지만  :  드라큘라 백작은 남성이라는 외피를 두른 암컷'이다. 그(남성)의 입은 이빨 달린 질에 대한 은유'이다. 그가 거처하는 곳인 < 관 > 은 자궁을 이미지化한 주거 공간'이다.   또한, 그가 빨대를 꽂는 목 neck 이라는 단어는 " 좁고 기다란 것 " 을 뜻하기도 하며 해부학 용어로 자궁과 관련이 있다. 바기나 덴타타'가 흥미로운 점은 바기나 덴타타가 남근의 대체자'인 모성적 남근'이라는 점이다. 여기서 모성적 남근이란 아이가 어머니에게 있을 것이라 상상하는, 실제로는 존재하지 않는 남근'을 뜻한다. 데이빗 크로넨버그의 초기작들을 보면 괴물은 대부분 팔루스적 남근의 변형'인 바기나 덴타타'를 가진 존재로 묘사된다.

​▶ 영화 << 열외인간 >> 의 한 장면, 지금 보고 있는 장면은 겨드랑이에 난 상처'다. 겨드랑이'에 생긴 갈라진 상처는 여성 성기를 닮았다. 틈 사이로 촉수가 튀어나와 피를 수혈한다. 

영화 << 열외인간 Rabid, 1977 >> 에서 여성은 교통 사고 후 타인의 피부를 이식받는데 그 부작용으로 겨드랑이에 상처가 생기면서 그 상처에서 촉수가 튀어나와 사람을 죽인다(정확히 말하자면 흡혈귀로 전염시킨다). 겨드랑이에 난 상처를 가만히 들여다보면 여성 성기를 닮았다는 점을 발견하게 된다. 그러니까, 데이빗 크로넨버그는 바기나 덴타타 신화를 " 우라까이 4 " 해서 무릎과 무릎 사이에 있는 성기를 겨드랑이로 옮긴 것이다. 이 정도는 되어야 전복적 상상이요, 진정한 창발성이 아닌가 싶다. 그런가 하면 뜻밖의 걸작'인 << 브루드 brood, 1979 5 >> 에서는 거대한 남근(혹은 거대한 불알)을 닮은 종양(혹은 혹)을 단 여성이 등장한다. 재미있는 사실은 이 종양이 단순한 혹이 아니라 아기집(자궁)이라는 점이다.

 영화 << 브루드 >> 의 한 장면. 이 장면 보다가 똥 쌀 뻔했다. 처음에는 거대한 남근인 줄 알았다.

 

이 자궁은 몸속에 있는 것이 아니라 몸 밖으로 적출된 형태라는 점에서 남성적 형태(남성 성기와 여성 성기'의 차이는 기관이 밖으로 노출되었는가, 아니면 감추어졌는가에 있다)와 여성적 형태를 동시에 표출한다고 볼 수 있다. 또한 여성 히스테리'가 종양을 생성한다는 영화 속 설정이 암시하듯이, " 새끼들(brood) " 은 가부장의 억압이 낳은 기형'이다. 영화 제목 << brood >> 의 의미가 화가 나는 일을 되씹다라는 뜻을 가진 낱말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이 영화는 여성 히스테리와 깊은 관련이 있다. 참고로 히스테리의 어원은 자궁이다. 이 영화에서 히스테릭한 그녀가 주렁주렁 달린 알집을 이빨로 뜯은 후 피에 젖은 새끼를 혀로 핥는 장면은 명불허전'이다. 나는 속으로 생각했다. " 이 새끼, 진짜다 ! "

렇다, 데이빗 크로넨버그는 진정한 의미에서의 < 크레이지 보이 > 이다. 자, 이제 크로넨버그 초기 프로필의 화룡점정이라 할 수 있는 << 비디오드롬 Videodrome, 1983 >> 을 들여다보자. 이 영화에서 이빨 달린 여성 괴물은 노골적으로 모습을 드러낸다. 크로넨버그는 미디어'야말로 새로운 시대의 진정한 이빨 달린 여성 괴물이라고 주장하는 것처럼 느껴진다. 모니터 속 이빨 달린 질'은 남성을 삼킨다. 드루와 ~ 드루와 ~ 시밤바들아, 앙 ~  이처럼 이빨 달린 여성 괴물은 다양한 변형과 변주로 새롭게 태어난다. 크로넨버그 영화 초기작(들)에서 여성-이미지'는 감염균의 모체이면서 다산성(多産-)의 주체'다. << 브루드 >> 에서 여성 괴물은 아기집을 주렁주렁 매달고 산다. 반면, << 열외인간 >> 에서 여성은 사람 몸에 촉수를 박아 흡혈귀로 감염시킨다.

<< 비디오드롬 >> 도 마찬가지'다. 주인공은 모니터 화면을 들여다보는 순간 세뇌당한다. 모니터링(monitoring)의 주체는 시청자가 아니라 모니터 화면'이다. 모니터 화면이 시청자를 모니터링하는 것이다 6. 이처럼 데이빗 크로넨버그 감독의 초기작은 가상의 모성적 남근'에 대해 탐구한다. 이 모성적 남근이 팔루스적 남근'보다 위협적인 이유는 퀸에이리언(대생산성)이면서 감염의 근원지라는 점이다.



 

​▶ 영화 << 비디오드롬 >>,  남성의 몸에 이식된 바기나 덴타타. 그가 자궁 속에서 꺼낸 것은 아기가 아니라 권총이다 !  



▶바기나 덴타타는 남자의 몸통을 잘라먹는다.









​                                                           



1. << 13일의 금요일 >>

2. << 나이트메어 >>

3. << 양들의 침묵 >> 

4. 업계 용어로 '베껴쓰기', 혹은 'ctrl+c&v'

5. brood'는 되씹다는 뜻과 함께 한배에서 난 새끼들이란 뜻을 가지고 있다.

 

" 남성의 언어로 구성된 가부장제 사회에서 여성들의 말은 언제나 미끄러진다. 자신을 충분히 드러내거나 표현할 수 없는 여성들은 종종 몸을 통해 자신들의 고통을 드러내 왔고, 그것은 ‘히스테리’ 즉 ‘자궁의 병’이라는 이름을 갖게 됐다. 기괴한 영화 중 한 편인 ‘브루드’에서는 히스테리로 아이를 낳는 여성 괴물 ‘노라’가 등장한다. 영화는 모계의 언어를 히스테리의 언어로 치환하고, 남성 없이 생식하는 여성을 괴물로 만든다. 여기에서 소개하는 모든 공포영화가 그렇지만, 특히 더, 여성주의적인지 반여성주의적인지 논쟁적이고 흥미로운 영화 " 라는 논평.

- 손희정, 여성이론 편집위원

 

6. 조중동 종편이 가짜 여론을 만들어내는 것과 같다. 모니터 화면 뒤에는 데스크'가 있고, 데스크 뒤에는 사주(社主)가 있다. 이들은 민의를 반영하지 않는다. 회장님의 1人 메시지'만 전할 뿐이다. 이제는 시민이 권력을 감시하는 사회는 지났다. 권력이 시민을 조종한다. 모든 소비 형태는 권력을 위해 이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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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amadhi(眞我) 2016-02-07 12: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호러블을 늘여서 읽으니.러블리하네요 ㅋㅋㅋ
예전에 데이빗 크로넨버그 감독 영화가 틀림없다 기억하는 기괴한(?) 영화를 봤는데 곤충들이(?) 주인공으로 나와요. 그 영화 독특해서 제가 발이 많이 달리거나 아예 안 달린 짐승(곤충)을 지나치게 무서워하는데도 무척 재미나게 봤던 기억이 있어요. 근데 그 감독이 만든 작품을 검색해봐도 그 영화를 찾을 수가 없네요. 제가 잘못 기억하는 건지.

곰곰생각하는발 2016-02-07 13:01   좋아요 0 | URL
그 영화 제목이 플라이`입니다. 순간 이동 장치에 파리가 들어가는 바람에 인간이 파리로 변하는 영화죠.. 무시무시한 영화임.... 전 이상하게 초기작들이 좋더군ㅇ.. 당연히 제작비가 저렴해서 만듦새가 후지긴 한데.. 그게 은근 매력이 있습니다. 플라이는 할리우드 예산으로 만들어진 꽤 제작 규모가 있는 영화였습죠... ( 모처럼 아는 영호가 나와서 아는 척 좀 했슴돠.. )

곰곰생각하는발 2016-02-07 13:02   좋아요 0 | URL
호러블을 늘리면 호오, 러블리`가 되죠. 종종 써먹던 수법입니다.. ㅎㅎ//

samadhi(眞我) 2016-02-07 16:48   좋아요 0 | URL
더 플라이는 알고 있어요 그게 아니고 각종 곤충들이 의인화되는 거였는데 그게 뭔 영환지 기억이 안나요. 타자기도 나오고...
더 플라이, 아주 어릴 때 봤는데 정말 공포스러웠죠. 비현실적인데도 굉장히 실감나서. 남주인공이 커피에 설탕을 계속 넣던 장면이 떠올라요.

곰곰생각하는발 2016-02-07 17:35   좋아요 0 | URL
하긴 플라이는 워낙 유명한 영화이니..
근데 그거 크로넨버그 영화 맞습니까 ? 아무리 생각해 봐도 그런 영화는 없는 것 같은데 말입니다.
흠흠... 뭘까요 ?

samadhi(眞我) 2016-02-07 17:36   좋아요 0 | URL
그러게요 데이빗 크로넨버그 영화 아닌가봐요. 근데 굉장히 공포스러우면서 독특하고 크로넨버그 느낌이어서 제가 잘못 기억하고 있나봐요. 그 영화 다시 찾고 싶은데.

곰곰생각하는발 2016-02-07 17:39   좋아요 0 | URL
곤충이 의인화된 캐릭터라...
금시초문인데요.. 허어. 이거참..
참, 오늘 전 좀 부치시겠네요 ?

samadhi(眞我) 2016-02-07 17:40   좋아요 0 | URL
원래 전 잘 안 부쳐요 . ㅋㅋ 좀 부담없는 시댁이라 저는 가볍게 설거지 정도만 합니다. 에헤헤

곰곰생각하는발 2016-02-07 17:44   좋아요 0 | URL
진짜 완전 좋은 시댁이네요..
저희는 각자 집에서 조금씩 해옵니다. 올해는 전, 다음에는 갈비찜..
요렇게 각자 한 파트 책임지고 집에서 각자 해오면
그닥 요란스럽지 않아서 좋더군요..

samadhi(眞我) 2016-02-07 17:46   좋아요 0 | URL
곰발님댁이 더 좋은데요. 굉장히 합리적이고 아름답습니다. 저야 개기는 인생이라 그렇지만 ㅋㅋ

길손 2016-02-09 02:45   좋아요 0 | 수정 | 삭제 | URL
데이빗 크로넨버그, 곤충, 타자기... 윌리엄 S. 버로그스 원작 각색한 `네이키드 런치`입니다.

samadhi(眞我) 2016-02-09 11:19   좋아요 0 | URL
우왓 맞는 것 같은데요. 지식인에 물어 본 기분. 이 영화 다시 찾아보고 싶었는데 제목을 못 찾아서 답답해하고 있었는데. 고맙습니다. 지식인에 룰루랄라하는 멜로디 나오는 노래 제목 뭔가요? 했는데 그 노래 알려주는 진짜 웃긴 지식인 질문글과 답글 보는 기분. ㅋㅋㅋ

곰곰생각하는발 2016-02-09 12:54   좋아요 0 | URL
우와, 감사합니다. 아, 벌거벗은 점심이군요. 옛날에 이 책 사서 제 군 후임에게 선물한 적 있습니다. 이 영화 함 보아야겠군요. 무지 재미있ㄴ겠는데요..

stella.K 2016-02-07 17: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드라큘라가 그렇게 해석되는군요.
벰파이어도 그렇고, 여자가 목덜미를 물리면 오르가슴을 느끼잖아요.
전 그게 사디즘이라고 생각했는데 말이죠.

<티스>는 정말 이야기 자체는 황당한 것 같은데 보는 힘이 느껴지더라구요.
그거 보면서 전 쾌감을 느꼈습니다.
그래, 맞아. 잘난 것도 없으면서 남근만 살아있는 넘들 싹 다 물어줘야 돼!
이러면서 말입니다.ㅋㅋ
근데 남자는 물리면 그냥 아프다고 난리치지 드라큘라에서 여자들이 물리는 것하고는
달라요. 여자는 아픔을 잘 참고 거기서 쾌감을 느낀다고 남자들은 기본적으로
생각하고 있는 것 같스므니다.

곰곰생각하는발 2016-02-07 17:37   좋아요 0 | URL
티스... 재미있죠 !

확실히 남근만 살아 있는 놈을 물어뜯어야 하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
뱀파냐는 확실히 성적 코드가 있죠.
목이 자궁이라는 의미이기도 하니, 흡혈은 즉 성교입니다.
뭐, 그런 식으로 생각해도 무방하지 않을까 싶네요..

cyrus 2016-02-08 18: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곰발님의 글을 읽으니까 남자라는 동물의 취향은 알다가도 모르겠어요. 각 문화마다 차이가 있지만, 옛날에는 ‘다리 사이에 있는 성기’에 나오는 월경혈을 생명에 해로운 물질로 여겼거든요. 물론, 월경혈을 긍정적으로 보는 문화도 있습니다. 고대 로마인들은 월경혈이 밭을 풍요롭게 해주는 물질이라고 생각했고, 프랑스에서는 월경혈을 피부에 좋은 약으로 만들기도 했어요.

남은 설 연휴 즐겁게 보내세요. ^^

곰곰생각하는발 2016-02-09 12:53   좋아요 0 | URL
사이러스 님도 설 연휴 잘보내셨는지요 ^^
옛부터 여성`은 재산의 일부분이었습니다. 성경을 보다보면 소, 돼지보다 못한 취급을 받기도 합니다.
성경 읽다 보면 깜짝깜짝 놀라게 되죠.. 그러다 보니 월경혈에 대해서 부정적일 수밖에 없는 듯합니다.
하지만, 조금 더 오래된 시원으로 돌아가면 정반대의 상황이 벌어지기도 합니다.
다시 한번.. 설 연휴 편안히 보내십셔 ~

yamoo 2016-02-12 00: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크로넨버그 광팬 1인. 비드오드롬 한 편 보고 걍 빠가 돼기로 했다능~ㅎ

곰곰생각하는발 2016-02-12 13:26   좋아요 0 | URL
반갑구만 ~ 반가워요 ~ ( 요즘 유행어 따라해봐씀 )
비디오드롬 다시 봤는데... 정말 압권임... 역시 명작은 세월이 흘러도 당대와 소통하는 무엇이 있습니다.
80년에 만들어진 영화는 21세기의 시대 상황을 그대로 재현하고 있어서 깜짝 놀라게 되더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