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티오피아에는 없지만 대한민국에는 있는 것

 

 

 

 

                                                                           << 응답하라 - 시리즈 >> 는 tvn의 히트 상품이 되었다. 효자 상품인 셈이다. IMF 사태가 1998년 새해를 앞둔 시점(1997.12.03)에서 발생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응답하라-1997, 응답하라-1994, 응답하라-1988은 대한민국이 꽃놀이패를 쥐고 희희낙락하던, 똥광-일광-삼광 들고 낄낄거리던, 20세기 화양연화에 대한 향수를 담고 있다. 꼰대가 즐겨 사용하는 저잣거리 말풍선으로 표현하자면 1997,1994,1988년은 한때 잘나가던 왕년에 ~ ” 속한 해였. 복고 지향적 드라마가 시청자에게 인기를 얻고 있다는 점은 역설적으로 당대의 현실이 녹록치 않다는 것을 보여준다.

성공한 자(부자)는 과거를 호명할 때 지지리도 못살던 시절 을 이야기하고, 실패한 자(빈자)는 과거를 호명할 때 왕년에 잘나가던 시절 을 이야기하는 경향이 있다는 점을 감안한다면 지금 여기 대한민국은 실패했다. 빈부 격차는 벌어졌고, 계급 장벽은 높아졌으며, 세대 차이에 따른 갈등은 높아졌다. 또한 유대와 연대의 끈은 단단한 동아줄에서 썩은 동아줄로 바뀌었다. < 내려갈 수는 있으나 오를 수는 없음 > 은 시대적 증후가 되었다. 우리는 지금...... 벼랑 끝에 서 있다. 기득권은 벼랑 끝에 서 있는 사람에게 열정 이라는 이름으로 더 높은 곳을 오르라고 주문한다. 오를 수 있을까 ? 더 높은 곳을 오르기 위해서는 날개를 활짝 펴고 나는 수밖에 없다. 성공한 자는 날개 가 있다. 영웅(英雄)이라는 한자 조합을 곧이곧대로 적용하자면 PSY는 영웅이다.

한자 < 새 추() + 팔뚝 굉() > 으로 이루어진 조합이니 종합하면 팔뚝 굵은 젊은 수컷 새라는 소리이므로 싸이는 영웅이다. 지금의 싸이를 있게 만든 노래가 << >> 였으니 말이다. 그가 나 한순간에 새 돼쓰 ~ ” 라고 말하는 순간, 그는 영웅이 된 것이다. 국위 선양을 제1덕목으로 여기는 대한민국에서 월드 ~ ” 라는 칭호를 얻게 되면 영웅 이 된다. 한국인에게 사랑받는 한국인은 스타일 뿐, 영웅이 될 수는 없다. 팔뚝 굵은 날개를 얻기 위해서는 세계인이 인정해야 한다. 이런 식으로 영웅이 된 인물이 김연아, 박찬호, 박세리. 한국인이 그들을 자랑스럽게 여기는 이유는 그들이 잘해서가 아니라 서구인이 동양인을 인정했다는 데 있다. 음식에도 영웅이라는 날개를 달 수 있다면 대한민국 대표 영웅은 < 비빔밥 > 이다.

마이클 잭슨이 비빔밥을 먹는 순간, 아아... 비빔밥은 자랑스러운 대표 한식이 되었다. 마이클 잭슨이 비빔밥을 주문하기 전에는 비빔밥은 한갓 한식에 불과했다. 마이클 잭슨이 비빔밥을 부르자 비빔밥은....... 그래요, 꽃이 되었답니다. 영원히 잊을 수 없는, 불멸의 비빔밥이 되었답니다. 이 정도면 노예 근성이다. 싸이는 << 강남 스타일 >> 이란 노래로 세계를 정복한 후 금의환향했다. 강남 딴따라가 월드스타가 되어 돌아온 것이다. 사람들은 강남 스타일을 따라부르며 외쳤다. “ 그래, 네 팔뚝 굵다 ! ” 여기서 팔뚝은 남근에 대한 은유. 보다 유식한 표현을 사용하자면 싸이는 거대하고 단단한 팔루스 phallus 를 가진 자. 대한민국 대표 팔루스는 건물(주)이다. 강남 아파트와 도심 상가를 소유한다는 것은 < 힘 좋은 팔뚝 > 을 얻는 것과 같다. 무쇠팔이자 접히지 않는 날개이다.

< 토건족 > 은 < 수요-공급의 원칙 > 에 근거하여 집값이 오르면 더 많은 집을 지어 집값을 낮춰야 한다고 주장하지만 놀랍게도 대한민국 주택 보급률은 이미 100%를 넘었다. 가구 수보다 주택 수가 더 많은 것이다. 그렇다면 전체 인구의 40%가 셋방살이를 하고 있다는 사실은 무엇을 의미하는 것일까 ? 답은 간단하다.

 

상위 5%가 전체 주택의 62%를 가지고 있으며 토지의 경우 상위 1%52%, 상위 5%82%를 가지고 있다

- 어디 사세요, 131

 

대한민국에서 집 없는 설움은 유독 혹독하다. 치솟는 집값 때문에 " 인구의 19%가 해마다 이사를 다닌다. 전 인구 다섯 명에 한 명꼴. 1년에 약 870만여 명이 이삿짐을 싸고 푼다는 얘기다. 산술적으로 볼 때 5년이 지나면 한 동네가 낯모르는 이방으로 채워진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같은 책, 27쪽) " 

결국 무주택자는 보다 싼 집을 얻기 위해 서울과는 멀어지고 경기도와는 가까워지는 곳에 터를 잡는다. 서울에 일터를 둔 경기도 주민이 탄생하는 것이다. 다음은 뉴스룸을 진행하는 손석희 앵커의 말이다.

 


" 올해 경기도의 순 유입 인구는 6만 명에 이릅니다. 경기도를 떠난 사람보다 새로 들어온 사람이 6만명 더 많다는 겁니다. 서울은 같은 기간 3만 7천명이 빠져나갔습니다. 무섭게 오르는 서울의 전셋값을 피해 경기도로 이동하는 겁니다. 그러다 보니 경기도에서 서울로의 출퇴근은 점점 힘들어지고 있습니다. 최근 한 조사에 따르면 경기도에서 서울로 출퇴근하는 사람들의 하루 평균 출퇴근 시간은 무려 2시간 46분입니다. 출퇴근에 하루 2시간을 쓰는 직장인의 경우 잃어버리는 행복의 가치가 월 94만 원이라는 연구결과도 있었는데요. 물론 행복을 수치로 계량화하기는 어렵겠지만 경기도민은 매월 100만원어치의 행복을 길바닥에 뿌리고 있는 셈이죠. 오늘 아침 출근길과 지난주 금요일 퇴근길을 유선의 기자가 따라가 봤습니다. "

 

- 손석희 앵커

여기서도 무너지게 되면 그들은 다시 서울로 돌아와서 (건축법상 주거용 불법 건축물에 해당하는) 옥탑 방이나 지하 방※으로 스며든다. 사람이 살기에 적합하지 않는 곳에 산다는 이유로 무법자/불법자가 되는 것이다.  그나마 이들은 사정이 나은 편이다. 목돈을 마련할 수 없는 88만 원 흙수저 세대는 두 평 남짓한 1인용 고시원으로 시작한다. 이곳에 눕다 보면 관()에 들어온 느낌이 들기도 한다. 고시원은 궤짝으로 만들어진 1인용 집인 셈이다. 한자 棺이 집(宮 : 집 궁)에 궤짝(木)을 덧대는 형국이니 일인용 판잣집'이다. 과연 이런 상황에서 지역 유대가 지속될 수 있을까 ? “ 먹고 살기 바빠 죽겠는 - 사람 " 은 정치에 관심이 없다. 동네에 대한 유대가 없으니 선거에 관심이 없다. 애향심이 없으니 애국심이 생길 리도 없다. 선거에 관심을 가지는 사람은 " 먹고 살기에 바빠 죽겠는 사람 " 이 아니다. 이들은 대부분 그 동네에 부동산을 소유한 사람들이다. 떠돌이가 아니라는 말이다.

새누리가 항상 이기는 이유이다. 새누리당의 필승 전략은 정책 대결이 아니다. 백성의 정치적 무관심을 유도하기 위해 허리띠를 졸라매게 하는 것이다. 생각할 시간과 책 읽을 시간을 빼앗는 것이야말로 가장 효과적인 선거 전략인 것이다. 그렇다면 서울에서 투표율이 가장 높은 동네가 투표율이 가장 낮은 동네는 어디일까 ?

 

 


높은 곳은 송파구 잠실 7동이며, 가장 낮은 곳은 강남구 논현1동이다. 투표를 가장 많이 한 동네가 가장 적게 한 동네가 모두 강남권에서 나온 것. 잠실7동에 사는 3163가구 가운데 90%인 2849가구가 주택을 소유하고 있는 반면, 논현1동은 1만 2514가구 가운데 76%인 9432가구가 무주택자다. 잠실7동 가구 중 1인 가구는 7%에 그치고 지하 또한 반지하방이나 옥탑방 등에 사는 가구는 존재하지 않는다. 반면 논현1동 가구 중 48%가 1인 가구이며 13%는 지하 또는 반지하방에 살고 있다.

 

- 손낙구, 대한민국 정치 지도 중에서 내용 요약 발췌

백성의 밥그릇과 집을 빼앗아라 !  새누리당의 전략이자 전술이다. 종종, 종편에서 연예인의 부동산 재테크에 대한 방송을 편성하고는 한다. 그런데 그것은 < 투기 > 이지 < 재테크 > 가 아니다. 불로소득을 권장하는 것은 잘못된 것이다. 싸이는 부동산 거래로 꽤 많은 재산을 축적한 모양이다. 팔십 억에 매입한 건물이 가격이 올라 백 억을 훌쩍 넘고, 넘고, 넘고, 넘어 이제는 120~130억에 이른다고 하니 수완이 좋은 워~~~~얼드 스타'다. 그가 구입한 경리단길 건물은 현재 소송 중이다. 자세한 내용은 링크를 걸어둔다.

 

http://www.pressian.com/news/article.html?no=132511&ref=nav_search

 

테이크아웃드로잉 사태를 보면서 무주택자의 힘겨운 유랑을 떠올리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다. 4인용 집(宮)을 얻는 것이 꿈이었던 서민은 어느 순간 자신이 머무는 宮 앞에 궤짝 木 이 박혀 棺 이 되는 현실을 목격한다. 옥탑방, 반지하방, 고시원은 모두 인간이 살 곳이 못된다. 그들의 무능을 탓하기에 앞서 투기를 재테크라며 폭력을 휘두르는 구조적 모순을 직시해야 한다. 에티오피아는 세계에서 가장 가난한 빈국(貧國)에 속한다. 이 나라에서 기아 는 만성적이다.

 

역설이다, 에티오피아에서는 옥탑방과 반지하방에 사람이 살지 않는다.


 




  1.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옥탑방'은 사실 '불법건축물'(위반건축물)이다. 1960~70년대 농촌을 떠나 서울을 비롯한 대도시로 인구가 몰리면서 도시에는 셋방살이가 크게 유행했다. 양옥집이나 개량한옥에서 한두 개 방을 빌려 사용하는 형식이었다.1970년대 이후엔 처음부터 세를 줄 생각으로 2층집을 지으면서 아예 주방과 화장실을 층별로 따로 주고 계단 역시 외부에서 출입이 쉽도록 만든 집이 유행하기 시작했다.
    세를 더 받을 요량으로 지하의 보일러실을 개조해 반지하 셋방을 만들고 옥상에 옥탑방을 들이기도 했다. 외관상으론 2층집이지만 사실상 4층집을 만든 셈이다.
    그 결과 1980년대 도시의 골목길마다 반지하와 옥탑방이 있는 3~4층짜리 '빌라'로 불리는 다세대·연립주택이 빼곡히 들어섰다. 지하와 옥상에 셋방을 들이는 것은 불법이었지만 합법과 편법의 경계는 모호했고 무엇보다 살 집이 턱없이 모자라는 상황에서 정부가 눈 감아준 측면도 있다. 게다가 때가 되면 옥탑방 등 건축법에 어긋난 주거용 건축물을 정부가 한시적으로 양성화해줬다. '특정건축물 정리에 관한 특별조치법'이란 어려운 명칭보다 '옥탑방 양성화법'으로 더 잘 알려져 있다.
    2006년 이 법이 한시적으로 운용된 지 8년 만인 지난해 1월부터 또다시 이 법을 시행했지만 신청하지 않는 집주인들이 많은 게 현실이다. 적발도 잘 되지 않을 뿐더러 적발되더라도 이행강제금을 내는 게 훨씬 이득이어서다.  상황이 이런데도 정부가 규제완화라는 명목으로 불법건축물의 이행강제금을 깎아주는 법안을 입법예고했다. 불법의 경질을 따져서 이행강제금을 줄여준다는 것이지만 사실상 불법을 용인하는 셈이다.
    싼값에 불법건축물에 거주하는 저소득 세입자들은 주민등록 이전은 고사하고 확정일자도 받을 수 없고 월세 소득공제 등 법으로 정한 최소한의 혜택도 받지 못한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이 같은 불법건축물에 거주하는 돈 없는 세입자들은 안전을 보장받을 수 없다는 점이다.


-머니투데이, 송학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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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cyrus 2016-01-15 16: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tvn은 종편 채널이 아닙니다. 모 기업과 관련되어 있는 케이블 채널입니다. 어떻게 보면 tvn이 응팔 시리즈를 만들어서 대박 나는 상황이 아이러니하네요. 성공한 자(부자)가 운영하는 기업과 관련 있는 방송 채널이 실패한 자(빈자)들이 과거를 회상하는 드라마를 만들고 있군요.

    곰곰생각하는발 2016-01-15 17:12   좋아요 0 | URL
    아 그렇군요... ㅎㅎㅎ 얼릉 고치겠습니다.... 그나저나 아니 그 어렵다는 컬트 책 마태우스를 얻게 되다니 대단하다는 생각밖에 안 드는군요. 저도 헌책방 뒤져서 찾아봐야겠습니다. 혹여, 헌책방에서 발견하시게 되거든 한 권 좀 챙겨주시기 바랍니다. 후하게 쳐드리겠습니다.. ㅎㅎ

    cyrus 2016-01-15 20:01   좋아요 0 | URL
    마태우스님이 저주의 소설이라고 하니까 <소설 마태우스>가 이상한 책으로 아는 사람이 많은 것 같아요. 내용은 어렵지 않습니다. ㅎㅎㅎㅎ 곰발님의 평이 벌써부터 기대되는군요. 헌책방이든 중고매장에 갈 때 <소설 마태우스>를 발견하면 사서 곰발님께 보내겠습니다. ^^

    곰곰생각하는발 2016-01-16 11:39   좋아요 0 | URL
    저도 헌 책방 지나가게 되면 무조건 마태복음 찾아봐야겠습니다.
    재출간 기대합니다... 전무후무한 삐삐소설이라니... 이거야말로 포스트모던한 증후이며
    그 자체로 포스트모던 소설의 최전방이 아니겠습니까 ?

    cyrus 2016-01-16 13:41   좋아요 0 | URL
    마태복음 ㅋㅋㅋㅋㅋ  곰발님의 언어유희에 컴퓨터 `!` 키보드 탁 치고 갑니다. ㅋㅋㅋ  제가 포스트모던에 해박하지 않아서 잘 모르겠습니다만 이쪽 분야를 공부하게 되면 《소설 마태우스》를 재평가해야겠습니다. ^^

    곰곰생각하는발 2016-01-16 13:50   좋아요 1 | URL
    사이러스 님의 글이 시발점이 되어서 마태복음이 되었습니다.
    헌책방 가면 뒤져서 나오면 사서 반드시 인증샷 올리게씀~

    stella.K 2016-01-15 19: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응답하라 시리즈는 좋아서 보기 보단 그냥 습관으로 보는 것 같습니다.
    작가들이 드라마 전문 작가가 아니라 예능 작가라고 들었습니다.
    그래서 그런지 순간의 재치와 웃음을 자아내려고 하는 건 있는데 전체적인 내러티브는 굉장히 약해
    보입니다. 프로듀사의 예를 봐서라도 드라마 전문 작가가 붙어주면 좋겠는데
    그런 드라마에 요즘 뜨는 배우들이 대거 달라 붙었다는 게 이해가 안 갈 정돕니다.
    그만큼 응답 시리즈가 막강한 힘을 가졌다는 말도 되는데 그냥 잘 만든 문화상품이라고 봐야겠죠.
    중국에도 방영된다던데...ㅉ

    곰곰생각하는발 2016-01-15 19:24   좋아요 0 | URL
    영화로 치면 내 여친을 소개합니다 류가 되겠죠 ? 드라마라고 하기보다는 꽁트라고 하는 게 맞을 겝니다.
    전 워낙 뜨문뜨문 봐서 재미를 못 느끼겠습니다.
    더군다나 옛날에는 이런 게 좋았어 류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 성향 탓도 있고 말이죠..
    후일담 문학과 후일담 드라마는 별로입니다.

    samadhi(眞我) 2016-01-15 21: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응답하라 시리즈는 가족신파라는 생각이 듭니다. 구성이 엉망이고 짜임새 없고 억지가 강한데 오탈자, 문법적오류 많은 글을 교정하듯 드라마 비평을 해대며 보고 있어요. 하여간 가족주의를 강조하는 장르에 거부감이 강합니다. 가족이라는 이유로 용서해선 안 되는 일들이 너무나 쉽게 용인되고 오히려 당연시되니까요.

    가장 마음에 안 들었던 장면이 있는데 바둑영웅(이창호가 모델이라고 하는데)이 병원장에게 전화 한 통화 한 것으로 응급실에서 아무런 조치를 받지 못 하던 이웃이 부원장이 집도한 수술을 받게 되면서 그에 모두 감동(?)했다는 일화가 저는 몹시 역겨웠습니다. 그런 식의 차별적 행태가 사람들에게 역시 돈 있고 빽 있고 봐야 한다는 의식, 관행을 심어준다고 생각하거든요.

    곰곰생각하는발 2016-01-16 11:42   좋아요 0 | URL
    제가 봐도 드라마 자체의 품격으로는 제로라고 봅니다. 그냥 에피소드 나열 위주의 콩트극이니 말이죠.
    뭐, 웃으면 복이와요와 다른 점을 못 찾겠습니다. 하튼, 가족주의를 타파해야 합니다. 가족주의, 아주 그냥 지겨움.....



    왜 그런 에피 많잖아요. 이야, 윗대가리 힘 있는 놈 알면 편해 ! 이런 서사...
    이게 편법인데 미덕이 되는 사회..
    이런 것이 결국은 이런 사회를 만드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듭니다.

    표맥(漂麥) 2016-01-15 23: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말 역설적이군요... 서울 사람들이 시골(?)로 오면 그 돈으로 굉장한 아파트를 장만하고 떵떵거릴 수 있는데... 안내려 오더군요. 그 참~ 역설적이죠...^^

    곰곰생각하는발 2016-01-16 11:44   좋아요 0 | URL
    웃긴 게 뭔줄 아십니까 ? 고시원 하면 어디에 몰려있을까요 ? 우리 흔히 고시원하면 못사는 동네에 몰려 있을것이란 츠축을 하잖습니까. 강북, 신림 이런 곳... 근데 웃긴 건..

    고시원의 43%가 강남, 송파, 서초, 동작에 몰려 있습니다.
     
    사람, 장소, 환대 현대의 지성 159
    김현경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15년 3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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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새와 팔뚝 : 드라큘라는 그림자가 없다

     

                                                                      난세(亂世)에 영웅이 탄생한다고 한다. 이 말을 뒤집으면 치세(治世 : 좋은 세상)에는 영웅은 없다는 소리가 된다. 흔히, 치세의 근본은 덕이라 하는데 조선 궁궐에는 덕(duck) 대신 닭이 영웅(英雄 : 수컷 웅은 새 추 + 팔뚝 굉이 합친 모양새. 종합하면 팔뚝 굵은 젊은 수컷 새'가 바로 영웅이다) 흉내를 내니 난세라.

    청와대를 중심으로 온갖 잡새가 날아드나 정작 오리는 오리무중인 시대, 절망에 빠진 백성은 탄식하야영웅 을 간절히 원하게 된다. 이때 등장하는 위인이 베트맨, 슈퍼맨, 엑스맨 따위다. 망토는 힘의 원천으로 날개를 대신했다. 슈퍼 액션 히어로 영화 서사'를 10음절 이내로 요약하자면 " 나 한순간에 새 됐어 " 이고, 3음절로 줄이면 " 새 됐네 " 다. 악당들아, 나와라. 안 나오면 쳐들어간다. 꿍짜작 ~ 꿍짝 한때 안철수는 위기탈출 넘버원 씨였다. 남대문이 불에 타 기와와 들보가 무너져내린 사고는 앞으로 다가올 불운을 예고하는 나쁜 꿈이었다. 대한민국이라는 목조 건물의 기둥을 쥐가 갉아먹자 사람들은 안철수에게 도와줘요, 넘버원 ! ” 이라고 외쳤다하지만 그는 영웅과는 거리가 멀었다.

    굵은 팔뚝도 없고, 날개도 없고, 용기도 없었으니 말이다. 그런데 이 사실은 비단 안철수의 잘못은 아니었다. 왜냐하면 영웅이란  :  난세가 만든, 결핍이 만든 과잉의, 가짜 슈퍼 액션 히어로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박혁거세 이후 새-인간은 없어요. 단도직입적으로 말해서 영웅은 없다. 마이너 뽕끼가 철철 넘치는 내 서정 탓인지는 모르겠으나,   난세를 구한 영웅 중심의 역사 혹은 서사에 대해 관심이 없다. 슈퍼맨이 날든 말든, 육룡이 나르셨든 말든 관심이 없다. “ , 망토 있다고 유세 떨기는...... ” 오히려 나는 망토는 있으나 날지 않는 캐릭터에게 끌린다. 유유상종이라고나 할까, 드라큘라를 보면 몰락의 통증이 느껴진다. 이런 맛에 비극을 본다.  드라큘라는 그림자가 없다. 그가 밤에만 활동하는 데에는 햇빛을 보면 타 죽기 때문이라는 정보는 오보일 가능성이 높다.

     

    드라큘라 : (주먹 불끈 쥐며 ) 땡볕 따윈 견딜 수 있어 !

     

    그보다는 그림자가 없다는 사실을 숨기기 위해서 태양이 작렬하는 대낮에 외출을 꺼리는 것이다. 드라큘라, 그는 그림자가 없는 사내. 사람이라면 꼭 있어야 할 것이 없게 되면 타인으로부터 무시, 경멸, 조롱, 폭력에 시달리게 된다. 고골의 단편소설 << >> 는 어느 날, 코가 없어졌다는 가정에서 출발하는 소설이다. 있을 때 잘하라고 했던가 ? 코가 가출을 하자, 주인공은 코가 가진 중요성을 깨닫는다. 코는 단순히 냄새를 맡는 기능을 가진 신체 부위가 아니다. 코는 위신과 체면에 있어서 중요한 역할을 담당한다. 강동원이 아무리 잘났다 한들, 코가 없다고 생각해 보라. 한갓, 볼드모트에 지나지 않을 것이다. 코는 얼굴의 중심일뿐더러 신체의 중심이다. 신체의 중심이라고 ?! 그렇다. 술 취한 사람이 자꾸 넘어지는 이유는 코가 비뚤어지게 술을 마셨다는 데 있다.

     

    드라큘라는 있어야 할 것이 없다는 측면에서 장애를 가진 존재이며, < 그림자 없음 > 은 트라우마이자 스티그마이다. 드라큘라에게 그림자가 있었다면, 그는 어둠의 왕자가 아니라 해맑은 < 나 긍정 > 이 되었을 것이다. 사실, 드라큘라라는 사내는 그림자를 잃어버린 것이 아니다. 그 자체가 그림자이기 때문에 그림자가 없는 것이다. 드라큘라에게 없는 것은 그림자가 아니라 신체이다. 말도 안 되는 억측이라고 놀리지 마시라. 고골의 << >> 라는 단편에서 코는 거리를 활보하고 말도 한다는 사실에 비춰보면 그림자가 말도 하고 돌아다닌다는 것도 이상한 일은 아니다. 다시 정리를 하자. 드라큘라가 잃어버린 것은 그림자가 아니라 신체. 그는 피와 살로 이루어진 육체를 얻기 위해 흡혈을 하는 존재

     

     김현경의 << 사람, 장소, 환대 >> 라는 책을 다 읽고 나서 책장을 덮었을 때 제일 먼저 떠오른 이미지는 ( 저자가 이 책에서 드라큘라에 대한 언급을 하지 않았지만) 드라큘라였다. 저자 김현경은 말머리를 아델베르트 폰 샤미소의 << 그림자를 판 사나이 >> 라는 소설에 대한 이야기로 시작한다. 소설 속 남자는 악마에게 자신의 그림자는 파는 대신 황금알을 낳는 거위(행운의 자루)을 얻는다. 그가 보기에 그림자는 nothing일 뿐 everything이 아니다. “ 그깟, 거추장스러운 그림자 ! ” 하지만 그림자를 잃어버리자 그는 가는 곳마다 사람들에게 손가락질을 당한다. 몹시 역겨운 기분이 들기 시작한 그는 나는 태양 아래에서 걷는 것을 조심스럽게 피했다. 그러나 태양을 받지 않고 다닐 수 있는 곳은 아무 데도 없었다. ” 라고 신세 한탄을 한다. 돈이고 나발이고 내 그림자를 돌려주세요.  

     

    김현경은 이 단순한 이야기에서 그림자의 은유를 단순하게 영혼을 판 대가로 환원하기를 거부한다. 그가 보기에 그림자를 판 사나이가 가지는 곤경은 영혼을 잃어버린 데 있는 것이 아니라 대낮의 햇빛 아래 공공장소에서 자유롭게 활보할 수 있는 자유를 잃어버렸다는 데 방점을 찍는다. 그림자를 판 사나이가 잃어버린 것은 << 장소 >> . 그는 장소를 잃어버린 후 사회로부터 소외된다. 김현경은 이 이야기를 통해 다음과 같은 결론에 도달한다.

     

      

    사람이 된다는 것은 자리/장소를 갖는다는 것이다.

    - 27

      

     

    이 책이 무엇보다도 반가운 이유는 이름을 들으면 배가 고파지는 어빙 고프먼 의 이론을 중심으로 김현경의 입장을 정리한다는 측면이다.  웃자고 하는 소리지만 그의 이름이 어빙(Irving)'이 아니라 베가(Vega)라면 꽤 인상적인 인물로 각인되었을 것이다. 됐고. 사회학 분야의 대가라는 명성에 걸맞지 않게 한국에서는 그를 듣보잡 취급해서 평소 불만이었는데 저자가 어빙 고프먼에 대한 애정을 가지고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방식을 보니 무엇보다도 그 사실이 반가웠다.  저자는 " 학술 논문에도 대중적인 에세이에도 속하지 않는 새로운 글쓰기 형식 " 이라고 했는데, 딱다구리처럼 딱부러지게 말해서 학술 논문과 대중 에세이가 만나 상승 효과를 만든 꼴이 되었다.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는 데 성공했다는 말. 액션 전문 배우가 메소드 연기에도 탁월한 재능을 선보였다고나 할까 ?

     

      

    사람이 된다는 것은 그림자를 갖는 것과 같다. 몸에 붙어 다니는 몸의 자리를 표시해주는 무엇, 몸과 닮아 있고 몸을 흉내내지만, 몸의 고유한 표정을 모두 지워버리면서 그렇게 하는 무엇, 몸이 태어날 때 함께 나타나고, 몸이 죽을 때 함께 사라지는 무엇 말이다. 사람으로 인지된다는 것은 구체적이고 개별적인 몸이 아니라 그림자로 인지된다는 것이다. 공적 공간에서 교환되는 상호작용의 의례는 개별적인 몸을 향한 것 같지만, 기실 그림자에 바쳐지는 것이다.

    - 213

      

     

    바로 이 문장을 읽었을 때, 나는 드라큘라 백작을 생각했다. 아, 불쌍한 드라큘라 독자여, 이제 우리는 더 이상 드라큘라를 무서워하지 말자. 그는 무서운 사람이 아니라 아픈 사람이며 사회에서 소외된 소수자일 뿐이다. 올해(2016)에 읽은 책은 << 오르부아르 >> << 사람, 장소, 환대 >> 이지만, 시간을 되돌려 이 책을 2015년에 읽었다고 가정하면 , 내가 뽑은 문학 부문 1위는 << 오르부아르 >> 이고 비문학 부문은 << 사람, 장소, 환대 >> 가 될 것이다. 그만큼 훌륭한 텍스트. 끝으로 이 책과 비교되는 책이 있다. 진은영의 << 문학의 아토포스 >> . 이 책 또한 장소성을 중심으로 이야기를 전개하기 때문이다. 김현경이 장소성 으로 사회를 들여다본다면, 진은영은 장소성 으로 문학과 실천에 대해 이야기한다. 결이 다른 것 같지만 사실은 같다. 문제는 결과다. 진은영은 실패했고 김현경은 성공했다.

     

     

     

     

    덧대기

     

    ■ http://blog.aladin.co.kr/749915104/7511713 : 진은영의 << 문학의 아토포스 >> 비판 : 만찬 앞에서 빈곤을 말하기

    ■ http://blog.aladin.co.kr/749915104/6927683 : 드라큘라는 여성 괴물이다

    http://blog.aladin.co.kr/749915104/6960545 : 코는 신체의 중심일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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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제지나갔던사람 2016-01-14 13:13   좋아요 1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덕이 없어 오리무중인 시대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말 개그의 천재이십니다
    진짜 드라큘라는 자신이 그림자이기 때문에 그림자가 없는 경우이겠네요
    곰생님 통찰에 웃고 갑니다

    곰곰생각하는발 2016-01-14 13:22   좋아요 0 | URL
    오, 저의 고급 유머를 이해하딧다니.. ㅎㅎ
    하루빨리 집 나간 오리 찾아야겠습니다. 날지도 못하는 것이 자꾸 새 흉내를 내고 있으니 답답할 뿐입니다.

    어지사 2016-01-14 13: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곰생님 칭찬이 이책에 대한 리뷰를 죽 봤는데
    다른 리뷰와 비교한 결과 곰생님은 어려운 것을 쉽게 풀어 쓰는군요
    죄다보면 그냥 줄거리 요약이어서 재미가 없는데
    곰생님 글은 재미있습니다

    곰곰생각하는발 2016-01-14 14:26   좋아요 0 | URL
    로자 님의 글이었던가요 ? 서평이란 다른 사람이 책을 살지 말지 결정하는데 도움을 주는 글이란 걸 읽은 기억이 납니다... 그런 점에서 그 책에 대한 줄거리 요약도 나름 도움을 주기는 하는데
    그닥 바람직하지는 않는 것 같습니다. 저는 오히려 무비판적으로 별 5개 남발하는 서평이야말로 나쁜 서평이란 생각이 들더군요. 사람들이 혹해서 사는 경우가 있거든요...


    +

    쓰고 보니 저도 별 5 남발자네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좋은 책을 읽고 나면 리뷰를 쓰고 싶고 별로인 책 읽으면 리뷰 쓰고 싶은 생각이 사라지니... ㅎㅎㅎㅎㅎ

    조르그 2016-01-14 16:1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확 읽고 싶어졌습니다
    오르부아르 사람장소한대
    아주 재미있는 책 이야기 늘 즐겁게 봅니다 감사합니다~

    곰곰생각하는발 2016-01-14 16:18   좋아요 0 | URL
    둘 다 매우 뛰어나니 둘 다 읽어보시기 바랍니다..
    하튼 올해는 좋은 책 2권으로 시작해서 기분이 좋습니다..

    cyrus 2016-01-14 18:4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어제 서민 교수님 강연을 들어서 그런지 책 27쪽에 인용한 문장을 이렇게 바꾸고 싶어요. “사람이 된다는 것은 기생충을 갖는다는 것이다.” 서민 교수님도 말했듯이 기생충이 불쌍해요. 정말 사람 목숨 빼앗는 악질도 있지만, 그런 종류는 소수에 불과해요. 나머진 그냥 우리 몸을 살짝 아프게 하는 수준이에요. 안 좋은 점을 사람들이 부각시키니까 지구상 모든 기생충이 나쁜 존재로만 봐요. 기생충보다 진득하게 달라붙어서 괴롭히는 더 나쁜 인간들이 많은데 말이죠.

    곰곰생각하는발 2016-01-15 09:46   좋아요 0 | URL
    멋진 말이네요.. 기생충은 사실 인간의 오랜 친구입니다.
    물론 악질 기생충도 있을 수 있겠으나, 사실 숙주가 죽으면 자신도 죽잖아요.
    그러니 숙주를 살려야 하는 운명 ~ ㅎㅎㅎㅎ. 좋으셨겠습니다. 마태우스 님 책도구하시고 사인도 받으시고 알먹고 꿩먹고 가재치고 텐트치고 ㅋㅋㅋㅋㅋ
     

     

     

     

     

     

     

     

     

     

     

     

     



     

     

     

     

     

     


     

     

     

     

     


     

    도시 빈민들  :  드라큘라 그리고 사도세자

     

      

    메트로폴리스로 향했던 사람들은 사막으로 떨어졌다

        - 페페 칼레

     

                                                              저택1과 주택은 사소한 < 한 끗 > 차이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사이즈가 다르다. < 주택 > 이냐 < 저택 > 이냐를 가르는 기준은 내 방에 거실이 있는가 / 없는가에 달렸다. 내 방에 거실2이 있다면 그 집은 주택이 아니라 저택이다. 방 안에 거실이 있는 풍경이 괴이하지 않는 것처럼 저택 안에 집이 있다는 표현도 그다지 어색한 표현은 아닐 것이다. 단순한 공식으로 설명하자면  :  상류층은  방 안에 거실'이 있는 저택에 살고, 중산층은 방이 있는 집에 살고, 빈민층은 방은 있으나 집은 없는 곳에서 산다. 방은 한 그릇의 " 따순 " 밥과 같다.  세 가지 기본 요소에 속하는 의/식/주에서 < 방 > 은 인간이 인간답게 살 수 있는 주(住)의 최소 단위'인 셈이다.

    옥탑 방이란 말은 자연스럽지만 옥탑 집이란 표현은 어색한 이유이다. 반 지하 방이란 표현도 마찬가지그런데 빈민층 중에서도 극빈층은 최소 주거 환경인 방에서조차 살지 못한다. 그들은 < > 이 아니라 < 쪽방 > 에서 산다. “ 쪽방 은 온전한 방이라 할 수 없다. < 쪽 > 이 " 쪼개진 물건의 한 부분 " 이라는 사전적 의미에서도 알 수 있듯이 쪽방은 주(住)의 최소 단위라 할 수 있는 방이 쪼개진 형태를 의미한다. 그것은 방이 아니라 파편'이요, 조각'이다. 이 곳에서 쪽방 벽은 독립, 분리, 분할 기능을 담당하지 못하고 단순히 사무실 파티션으로 쓰일 뿐이다. 시선은 차단되지만 소리는 공유된다. 파티션(partition)이란 시야를 차단하는 기능을 가지고 있을 뿐이니 말이다. 쪽방이라는 공간에서 모든 소리는 소음이 된다.

    고시원((考試院)은 이름만 다를 뿐 쪽방을 확장한 형태다. 재미있는 사실은 고시원3에서 < - 원 /院 > 의 쓰임'이다. < 院 > 은 언덕((=)과 담장()으로 이루어진 한자'다. 다시 말해서 주위에 담을 두른 초원 위의 저택이라는 뜻을 가지고 있다. 비극이다. 그러니까 방의 온전한 형태를 갖지 못한 그들이 사는 곳은 주위에 담을 두른 저택'에 산다는 것은 모순이자 비극인 것이다. 21세기 하꼬방인 고시원(고시텔)이라는 이름은 도시 빈민이 꿈꾸는 희망사항이자 동시에 유토피아에 가까운 지옥'이다. " 고시텔(-tel) " 은 " 고시헬(-hell) " 이다.  그들은 쥐 죽은 듯 살아간다. 살아도 사는 게 ~ , 아닌 것처럼.  다양한 이름으로 불리는 쪽방 거주자는 한 방에 모여사는 동거인이지만 왕래는 없는, 하지만 소리를 공유하는 이상한 공동체'다.

    이 두 공간은 불평등한 자본주의적 세계가 폭주한 결과'이다. 고시원의 탄생은 아파트 난립과 맥을 같이한다. 달동네가 아파트촌으로 바뀌자 저가 주거 형태인 단칸방을 빼앗긴 달동네 빈민 가족은 각자 뿔뿔이 흩어져 1인 주거 공간으로 터를 잡기 시작했다. 이처럼 한쪽은 방 안에 거실이 있고 집 밖에 저택이 있는 반면, 다른 한쪽에서는 < > 보다 조금 넓은 공간에서 살아간다는 점에서 관 속에서 산다. 드라큘라는 쪽방 거주자. 명색은 백작이지만 사는 곳은 2평 남짓한 관 속이니 말이다. 그는 몰락한 가문의 후손으로, 흡혈 후의 모습은 마치 폐병 환자가 쏟아내는 각혈처럼 보인다. 그는 결핵균을 보유한 빈자'라는 점에서 사회로부터 격리되어야 할 불가촉천민인 것이다. 드라큘라 서사는 이종(異種)에 대한 차별, 그리고 나쁜 피에 대한 혐오와 두려움을 노골적으로 드러내는 텍스트'다.

    그것은 주류가 비주류(소수자)에게 보내는 폭력의 서사이며 중심이 변방을 바라보는, 혹은 제국이 식민지'를 바라보는 시선이다. 주류이자, 중심이자, 제국주의자가 보기에 드라큘라는 가까이 하면 위험한 불가촉천민일 뿐이다. 조선 왕조 역사에서 가장 비극적인 인물로 기록될 사도 세자'는 드라큘라'와 닮은 꼴이다. 뒤주는 드라큘라의 관이요, 쪽방'이다. 아버지 영조는 아들에게 주거지 강제 퇴거 명령을 내린다. " 너는 궁원(宮園 집 궁, 동산 원)에서 살 자격이 없는 놈이다. 시궁창에서 살거라 " 그에게 내린 형벌은 뒤주라는 쪽방으로 내쫓는 것이다. 이 사건은 두 가지 이미지를 떠올리게 만든다. 하나는 금단의 열매를 따 먹은 벌로 에덴 동산에서 쫓겨난 아담에 대한 이야기와 다른 하나는 임신거부증에 걸린 임산부(-夫)에 대한 이야기'다.

     

    영조는 임신거부증에 걸린 임부'다. 그가 머무는 거처는 서래마을'이며 그는 베로니크 쿠르조'이다. 그는 못난 자식의 아비란 사실을 거부한 채 아들을 궁 밖으로 쫓아낸다. 이 두 개의 서사'가 가지고 있는 공통점은 자식을 안락한 자궁(에덴 동산과 궁원)에서 내쫓는다는 데 있다. 한자 궁(宮)에는 오형(五刑)가운데 하나인 " 생식기를 없애는 형벌 " 이라는 뜻을 가지고 있다는 점을 주목해야 한다. 또한 宮 은 시체를 넣는 관'을 닮았다. 실제로 이 한자'에는 시체를 넣는 관이나 궤 따위를 통틀어 이르는 < 널 > 이란 뜻을 가지고 있다. 이보다 더 " 몰락의 통증 " 을 극명하게 보여주는 장치는 없다. 사도는 따순 피와 부드러운 살로 이루어진 자궁이 아니라 나무 궤짝으로 만들어진 가짜 자궁 속에서 미숙아로 죽는다. 그는 완생(完生)이 아니라 미생(未生)이다. 

    그의 사인은 사산(死産)이다. 쪽방 거주자도 이와 닮았다. 죽지 못해 살아야 하는 사람들은 관 속에서 쥐 죽은 듯 살아간다. 달동네를 강제 철거하고 아파트를 세운 국가와 자본은 달동네 원주민을 보이지 않는 곳에 분산시켰다. 도시 빈민은 더 이상 빈민촌이나 판자촌에 살지 않는다. 그들은 원룸이라는, 미니텔이라는, 리빙텔이라는, ~ 하우스라는 곳에서 산다. 서울이라는 도시에 슬럼가가 없는 이유이다. 

     




     



     

    1. 저택(邸宅) : 1. 규모가 아주 큰 집 2. 예전에, 왕후나 귀족의 집
    2. " 내 방 거실에 텔레비젼에 생겼어요 ! " , 이다인
    3. 쪽방이 고시원이란 이름으로 포장되었다면 고시원은 이후, '원룸텔', '미니텔', '미니 원룸', '리빙텔', '~하우스' 등으로 빈민의 흔적을 지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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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주지나가는이 2016-01-12 11: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이번글은 정말 좋아요. 읽다가 소름 돋았어요. 이렇게 해석이 가능하군요. 상상도 못했네요. 아니 어떻게 이런 해석을 내릴 수있죠? 사도에 대한 리뷰 중 가장 참신했습니다. 곰곰생각하는발님 크레이지보이 아니 원더보이예요

    곰곰생각하는발 2016-01-12 12:24   좋아요 0 | URL
    고맙습니다. 드라큘라 생각하다가 문득 다르큘라와 사도세자가 좀 비숫한 구석이 있더군요........ 개인적으로 저도 마음에 드는 글입니다.

    stella.K 2016-01-12 12: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택이 그런 뜻이었나요?
    전 무조건 크고 궁전 같은집인 줄 알았다는...
    얼마 전 런던도 치솟는 월세난 때문에 보트 생활자가 늘어난다고 하던데
    우리나라도 언젠간 저 지경 나겠지 싶어 한숨이 나오더군요.ㅠ

    곰곰생각하는발 2016-01-12 12:26   좋아요 0 | URL
    대저택이라는 말은 있지만 소저택이라는 말은 없지 않습니까. 후후..
    영국 보트 그거 국회의원인가 그 사람이 그렇게 산다고 하죠 ?
    근데 보트 가격이 장난이 아닐텐데 말입니다. 고거 하나 팔면 전세 얻을 수 있지 않을까요..

    samadhi(眞我) 2016-01-12 15: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드라큘라를 빈민으로 만들어버리는 힘센 곰발님 드라큘라가 들으면 자만심 상해 목덜미를 물려고 덤벼들지도 몰라요. 목도리 하고 댕기세요.

    곰곰생각하는발 2016-01-12 16:59   좋아요 0 | URL
    뭐 한국 정부처럼 드라큘라 씨가 나를 상대로 명예훼손으로 걸겠습니까... 마늘 잔뜩 먹어놯야 겠ㅅㅂ니다...
     
    오르부아르 오르부아르 3부작 1
    피에르 르메트르 지음, 임호경 옮김 / 열린책들 / 2015년 11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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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가는 적이다

     

     

    국 가 는 적 이 다

    - 마루야마 겐지

     

     

                                                      형사 베르호벤 시리즈로 장르 문학에 대한 탁월한 감각을 선보였던 피에르 르메트르가 쓴 장편소설 << 오 르부아르 >> 는 내가 기대했던 예상치를 모두 뛰어넘었다. 분량이 700페이지에 육박(678쪽)하다 보니, 요즘 힘 깨나 쓴다는 진박, 친박, 정박과 비교해도 중량감에서 뒤지지 않을 뿐더러 읽다 보면 지루할 것이란 선입견은 내가 이 책을 하룻밤 만에 읽었다는 사실로 초전에 박살이 났다. 또한 장르 문학 작가가 본격 문학에 대한 욕심 때문에 < > 대신 < 도(道) > 에 집중했으리라는 예상 또한 사실을 빗나갔다. 쉽게 말해서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은 꼴이다. 600페이지가 넘는 장편이다 보면 때론 서사가 오래 입은 백양 메리야스 빤스 고무줄처럼 늘어지기 마련(멜빌의 << 백경 >> 을 보라)인데,

     

    이 작품은 처음부터 끝까지 쫀득쫀득한 젤리 같다. 박력이 넘친다. 이 소설이 가지고 있는 미덕은 박력이 서사의 논리적 비약을 동반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액션 전문 배우에게 메소드 연기를 부탁하는 것은 감독의 과한 욕심에 해당되지만 이 소설은 그렇지 않다. 맙소사, 본격 메소드 연기를 하는 장르 액션 전문 배우라니 !  소설 줄거리는 다음과 같은 문장으로 요약할 수 있다.

     

      

    나라 전체가 살아남은 자들은 혐오했지만, 죽은 자들에 대해서는 맹렬한 추모의 열기에 휩싸여 있었다.

    - 358 쪽

     

    전사자 국립 묘지 공공 사업 및 추모 기념비를 둘러싼 사기극은 크게 두 가지 갈래로 나뉜다. 하나는 국가 권력과 결탁한 자본()의 추악한 시체 장사. 겉으로는 국가를 위해 죽은 군인의 위대한 희생 정신을 추모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속을 파면 장삿속이다.


      

    공동묘지를 만든다는 도의적이고도 애국적인 대사업은 돈이 되는 온갖 종류의 일거리들을 낳았다. 예를 들어 수십만 개의 관을 제조해야 했으니, 대부분의 병사들은 그냥 군복으로만 감싸인 맨몸으로 흙 속에 묻혔기 때문이다. 

    - 179 쪽

     

     

    이 대규모 공공사업에서 이윤을 극대화하는 방법은 관의 제조 단가를 줄이는 방법이다(그 방법에 대해서는 아직 이 소설을 읽지 않은 독자를 위해 공개하지 않기로 하겠다). 또 다른 하나는 전장에서 생매장 될 뻔한 알베르와 에두아르가 국가 사업을 상대로 벌이는 사기극이다. 전후 사회는 전사자에 대해서는 국민 영웅 취급을 하지만 막상 전쟁에서 살아남은 생존자에 대해서는 벌레 취급을 한다. 보자 보자 하니깐 보자기로 보는군 ! 에두아르는 이 기만과 위선 앞에서 주먹 쥐고 일어선다. 무릎 꿇고 일어설 수는 없으니까. 이제 국가와 사회를 향한 두 남자의 화려한 복수가 시작되는 것이다. 국가의 사기극 위에 개인의 사기극이 겹치는 꼴이 이 소설이 가지고 있는 근간이다. 이 소설을 읽으면서 내내 의문이 들었던 대목은 과연 < 국가 > 란 무엇인가, 이다.

     

     << 오르부아르 >> 라는 소설을 다 읽고 나자, 이 소설 제목이 궁금해지기 시작했다. 그러니깐 소설 제목의 뜻도 모른 채 읽은 것이다. 원제는 << AU REVOIR LA-HAUT >> . 번역하자면 천국에서 다시 봐요 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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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금행복하자 2016-01-09 08: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가시는 길에 휴게소들러 간식도 사 드시고 길 잃지 말고 살펴 오세요~^^

    곰곰생각하는발 2016-01-09 08:15   좋아요 0 | URL
    네에 알겠습니다. 고속도로 휴게소 가면 전 항상 배가 불러도 그 뭐냐... 우동 있잖습니까. 우동에 어묵 하나 있고 고춧가루 얹는... 그 우동이 그렇게 맛있더라고요.. 고거 하나 먹고 올라가겠스비다..

    이 소설 함 읽어보세요. 허벌나게 재미있습니다.

    지금행복하자 2016-01-09 08:26   좋아요 0 | URL
    ㅎ 저는 어묵하고 핫바를 꼭 먹게 됩니다. 요즘은 커피까지 추가~ 아무리 배가 불러도 먹는 락을 포기할 수는 없으니까요~~

    추천하시는 겁니까? 꼭 읽어 보겠습니다 ㅎㅎ

    곰곰생각하는발 2016-01-09 08:31   좋아요 0 | URL
    절대 추천작입니다. 정말 재미있습니다. 장르 문학으로도 손색이 없고 본격 문학으로도 수색이 없습니다. 본격 문학 위주로 뽑는 공쿠르가 왜 이 소설을 뽑았는지 단박에 알 수 있습니다.

    samadhi(眞我) 2016-01-09 09: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늘 딴 생각만 하는 저는 딴 길로 새는 거 참 좋아해요^^ 어릴 땐 강제주입식 교육 때문에 국가주의에 사로잡혀서 저도 모르는 반공의식과 애국심(?)에 도취됐었죠. 초등 1학년 교과서에 전두환 문어머리가 나왔었고. 그때는 그런 사람이 대단한 대통령인 줄 알았지요. 마찬가지였을 것 같아요. 박정희식 우리는 국가와 민족중흥의... 이걸 외우는 세대는 아니었지만. 우리보다 앞선 세대들에게도.

    이제는 굳이 국가가 있어야 하나. 하는 생각마저 듭니다. 어느 나라에 속하든 무관할 것 같구요. 행복지수가 높고 그걸 귀하게 여기는 나라라면 살 만 하겠지만. 시민을 핫바지로 아는 남의 나라 출신(?) 권력자들이랑 한 조직에서 사는 게 너무 고통스럽고 짜증이 솟네요.

    곰곰생각하는발 2016-01-09 09:17   좋아요 0 | URL
    제가 틈만 나면 신경숙의 엄마를 부탁해를 까는 이유는 국가가 백성에서 주입한 강령인 가족주의를 신경숙은 무비판적으로 받아들인다는 점입니다. 적어도 오이시드 회원국이라면 모든 것을 집안일로 치부하는 짓은 하지 말았어야 합니다. 안전장치가 있는 사회가 좋은 사회죠. 물난리 나보십시오. 한국인 길바닥에 주자앉아 대성통곡합니다. 일본과는 대조적이죠. 왜냐, 사회적 안전장치가 없으니 한순간에 망한 꼴이니 우는 겁니다. 복지 사회일수록 어떤 재난 앞에서 길바닥에 앉아 대성통곡을 하지는 않죠. 오히려 추모의 눈물을 흘릴 뿐입니다. 적어도 이 정도 부를 축적했다면 백성들 길바닥에 앉아 대성통곡하게 만드는 짓은 하지 말아야죠...

    기억의집 2016-01-09 10:22   좋아요 0 | URL
    저도 같은 세대인데, 진짜 박정희 죽을 때 울면서 학교 가고 전두환이 위대한 대통령인 줄 알고 자란 세대거든요. 지금 생각하면 창피해요. 울 남편은 경상도라 대학 들어와 전두환 욕할 때 저거 빨갱이 새끼들!!! 이랬었다고 하더라구요. 그러다 나이 들면서 세상 보는 눈이 달라지더라구요.


    곰곰생각하는발 2016-01-09 10:56   좋아요 0 | URL
    글구 보면 두환이와 정희가 언론 통제는 참 잘했어요. 대단함~

    기억의집 2016-01-09 10: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요즘 이런 생각을 해요. 왜 우리는 유럽과 다른가? 그들은 권력 쥔 자들이 어떻게 하면 국민에게안정적이고 행복하게 할 수 잇을까 고민을 하는데 왜 아시아는 비정규직만 늘릴 생각을 할까? 왜 유럽인들은 히틀러 시대에 통렬하게 반성하는데, 아시아인들은 일본인이 저지른 만행을 돈 몇푼에 협정이라는 이름으로 사과 아닌 사과로 끝내려하는가? 왜 아시아인들은 유럽인들보다 열등적일까? 하는 생각이요. 잘 못 된 생각일까요?

    곰곰생각하는발 2016-01-09 10:55   좋아요 0 | URL
    이게 바로 국=가를 동일한 가치고 여기는 방식 때문이 아닐까 싶습니다.
    어떤 책을 보니 서구와 아시아의 차이를 이렇게 설명하더군요.
    서구 십대들은 부모 세대를 비판하면서 성장한다고 합니다. 그게 그들의 문화라고 말이죠. 즉, 대학생이 되면 지긋지긋한 집에서 해방되었다.. 이런 서사로 진행이 되는 반면 아시아는 반대로 부모를 그리워한다고 합니다. 이게 결정적 문화 차이라고 하더군요. 한쪽은 아버지 뻑유 먹어.. 이고 한쪽은 아버지 그리워요.. 입니다.

    우리는 국가는 상징적 아버지라고 배웠습니다. 그렇기에 권력자를 비판한다는 것은 아버지를 비판하는 거죠. 그렇기에 용서하자고 말힙니다. 아버지를 비판할 수는 없으니 말이죠....

    북깨비 2016-01-09 15: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늘 중고서점에서 발견하고 확 질렀습니닷! 집에 안 읽은 책들 무지 많은데 ㅠㅠ

    곰곰생각하는발 2016-01-10 12:29   좋아요 0 | URL
    쌓아두면 언젠간 읽겠지요. 책이 좋은 점은 유행을 타지 않는다는 거 아니겠습니까.
    십 년 뒤에 읽어도 손해보는 장사는 아닐 듯합니다.

    수다맨 2016-01-13 16:2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리뷰도 일품이고, 곰곰발님께서 이렇듯 강추를 하시니 기대가 됩니다. 땡스투 누르고 지금 바로 구입했습니다. 잘 읽어보겠습니다.

    곰곰생각하는발 2016-01-14 11:59   좋아요 1 | URL
    극렬 추천작입니다. 몰입도 갑입니다..... 근데 아직도 탱스투가 있습니까 ? 몰랐네.. ㅎㅎ

    붉은돼지 2016-01-14 13:13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소생도 오르부아르 주문했어요. 곰발님께 땡스투 했습니다. ^^
    어째 살림살이 좀 나아지겠습니까??? ㅋㅋㅋㅋ

    곰곰생각하는발 2016-01-14 13:20   좋아요 2 | URL
    ^---------------------------------------- ^

    제 입 보셨죠 ? 찢어지는 중입니다....

    살리미 2016-02-15 14: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책을 하룻밤만에 다 읽으셨다구요??
    제가 진작 이 리뷰를 못 읽은게 한이 됩니다 ㅋ
    한 며칠 모든 뉴스 끊고 지내다 돌아왔더니 역시나 나라 꼴이...... 에효ㅠㅠ
    복잡한 마음으로... 저도 땡스투 누르고 갑니다.

    곰곰생각하는발 2016-02-15 15:14   좋아요 0 | URL
    박근혜 악질 중 악질 중 악질 중 악질 같습니다.
    그냥 3#$@#%$#^^$#$^ 같습니다.
    대한민국 망한 것 같아요..


    +

    책 재미있씁니다.
     

     

     

     

     











    그들은 우리 눈에 보이지 않는다



     


    연대, 연립, 그리고 알박기(고립)  


                                                         

    http:// 1boon.kakao.com/h21/poverty

    가난한 청년은 왜 눈에 보이지 않는가

     

     

    작년에 이사를 두 번이나 했다. 평균 전세 거래가 집값의 80% 선(부동산 중계업자의 말에 의하면 집값의 90% 선에서 전세가 책정되기도 한단다)에서 이루어진다는 사실에 경악했다. 그러니까 전세 가격이나 그 전세를 내놓은 집 가격이나 대동소이하다는 말이다. 미친 전세'라는 과장은 아니었던 것이다. 전에 살던 집 전세금'보다 2배나 많은 돈을 지급했지만 이사한 집 평수는 전에 살던 곳에 비해 절반으로 반토막이 났다. 실내 동선이 1/2로 줄어든다는 것은 단순히 공간의 축소를 의미하지는 않았다. 축소된 만큼 스트레스'가 증가했다. 전세 대란'이라는 말을 실감하는 순간이었다. 그나마 위안이 되는 점은 문화시설이나 편의시설이 도보 10분 안에 모두 있다는 점이었다.

    바로 옆에 백화점이 있고, 백화점 옆에 영화관이 있고, 영화관 옆에 관공서(구청, 보건소, 문화원 따위)가 있어서 편리한 점이 많았다. 내가 사는 지역구에서 내가 사는 동네는 중산층과 서민 사이의 계층이 사는 곳처럼 보였다. 여기서 잠깐, 동네 풍경을 잠시 기술해야 될 것 같다.  동네의 90%를 차지하는 주택 형태는 < 연립주택 > 이었다. 20년 전부터 빌라 건축 붐이 일면서 단독 주택(들)을 허물고 그 자리에 대지 면적이 100평이 넘는 연립 주택을 건설해서 이 동네는 연립 주택이 우후죽순처럼 난립하게 되었다. 이 동네 빌라들은 대부분 지은 지 20년이 되지 않기에 겉으로 보기에는 멀쩡했다. 그런데 이 동네에서 몇 개월 살다 보니 내 판단'이 틀릴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영세 구멍가게가 너무 많은 것이다.

    중산층이 사는 동네인가 아닌가는 자신이 거주하는 집에서 반경 100미터 이내에 구멍가게가 몇 개나 있는가를 확인하면 된다. 가난한 주거 환경일수록 구멍가게 수가 많다. 내가 내린 기준에 의하면 < 반경 100미터 이내에 구멍가게가 5개 이상1 > 이면 그 지역은 가난한 서민들이 몰려사는 곳이다. 단도직입적으로 말해서   :    내가 사는 동네는 중산층 거주 밀집 지역이 아니었다. 소주 가격 인상에 인상을 찌푸리는 서민이 모여 사는, 서민형 달동네였던 것이다. 기존의 달동네와 차이가 있다면 언덕에 군락을 이룬 달동네가 아니라 평지에 군락을 이룬 달동네라는 점이 다를 뿐이었다. 그렇다면 나는 왜 내가 사는 동네가 중산층이 모여 사는 동네라고 착각했을까 ? 

    건물 외양 때문이었다. 빌라 한 채는 대지 면적이 백 평'이 넘는 규모였지만 그 빌라 한 채 안에 마련된 십여 채의 주거 환경은 10평 내외인 경우가 많았던 것이다. 쉽게 설명하자면 큰 상자 안에 작은 상자 10개가 들어간 경우'다. 백 평이 넘는 빌라가 우뚝 솟아 있으니 시각적 착시가 발생한 것이다. 나는 이 착시 현상 앞에서 무릎 탁, 치고 아, 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 했다. 머릿속 번개'가 번쩍했다. " 대한민국 집권 세력, 머리 좋구나. 시부랄 새끼들 ! "   한국에는 " 슬럼(도시 빈민화) " 이 존재하지 않는다. 부자 나라 미국에는 뉴욕 할렘이 있고,  프랑스에도 방리유가 있는데 대한민국은 슬럼가'라고 지시할 만한 " 만지면 톡, 하고 터질 것만 같은 화약고 " 가 없다.

    슬럼의 초기 형태였던 < 달동네 > 가 서울에서 사라진 지도 이미 오래이다. 달동네 하면 떠오르는 < 봉천동 > 이나 < 사당동 > 이미 아파트 촌이 된 지 오래이다.  달동네 판자촌에 모여 살던 도시 빈민은 모두 어디로 갔을까 ? 꼬리에 꼬리를 무는 의문점'이 생겼다. 빈부 격차가 심할수록 슬럼이 진행되어야 하는데 왜 대한민국은 슬럼가'가 존재하지 않는 것일까 ?  그 해답은 이웃이 링크'를 건 글 속'에 있었다.  글이 길지만 내용이 알차고 진솔하다는 점에서 여러분에게 일독을 권한다. 이 글은 내가 평소 가지고 있었던 < 대한민국에는 왜 슬럼가가 없는가 ? > 에 대한 해답처럼 보였다. 대한민국 주택 정책은 뉴욕 할렘이나 프랑스 방리유처럼 빈민들이 한 장소에서 군락을 이루지 못하도록 했다.

    왜냐하면 슬럼화는 폭동이나 범죄 따위의 사회적 문제를 발생시킬 뿐만 아니라 도시 미화에도 악영향을 주고, 무엇보다도 정치적 쟁점이 될 수 있기에 집권 세력은 빈민을 한 장소에 < 집결 > 하는 방식보다는 < 분산 > 시키는 방식으로 발전했다. 나는 이 방식을 < 풍요 속의 빈곤 ㅡ 정책 > 이라고 명명하겠다.  좋은 예'가 아파트 단지 내에 있는 임대 아파트'다. 건설사는 달동네를 허물고 아파트 단지를 건설하는 조건으로  의무적으로 달동네 세입자를 위한 임대아파트 1동을 지어야 한다. 그러니까 아파트 단지 내에는 아파트 10동에 영구 임대 아파트 1동이 지어지는 것이다. 겉으로 보기에는 다 같은 단지 내 주민'이지만 속내를 파고 들면 단지 내 입주민의 임대 아파트 거주자에 대한 차별은 노골적이다.

     

    그들은 임대 아파트 주민을 투명인간化시키기 위해서 분리 정책을 펼치기 일쑤'다. 정문을 통한 단지 내 출입을 막고, 대신 뒷문을 통해 출입하라고 요구하기도 한다. 이 이야기는 신문 따위에서 주워들은 이야기가 아니라 임대 아파트에 사는 동네 주민'한테서 직접 들은 말이었다. 그들은 단지 내 21세기 불가촉천민인 셈이다. 차별에 대한 항의는 할 수 없다고 한다. 그들은 다수이면서 강자이며 자신보다 부자들이니깐 말이다. 이렇듯 단지 내 임대 아파트 주민은 단지 내에서 소외될 수밖에 없는 구조'다. 대한민국 주택 정책은 대부분 이런 식으로 정상적인 주거 환경 속에 빈민을 박는다. 일종의 < 알박기 > 인 셈이다. 그들은.......     쥐 죽은 듯이 산다.

    아파트 단지가 아닌 연립주택으로 구성된 동네도 이와 비슷한 " 알박기 - 정책 " 이 펼쳐진다. 아파트는 대부분 비슷한 환경을 제공한다. 그렇기에 단지'라는 공간은 생활 환경이 비슷한 사람들의 연립 공간인 셈이다. 하지만 단지 내에 그들과는 다른 빈곤 계층이 살 수 있는 영구 임대 아파트가 있듯이, 연립 주택 안에도 빈곤 계층이 살 수 있는 공간이 있다. 반지하와 옥탑'이다. 빈민은 바로 이곳에 산다. 그들은 연립 주택 주민 가운데에서 소수자이다. 그들은 연립주택 주민보다 작은 공간에서 살기에는 지나치게 낮거나 지나치게 높은 곳에 산다. 있는 듯, 없는 듯....... 쥐 죽은 듯. 이러다 보니 빈민은 동네마다 곳곳에 있지만 눈에 잘 띄지 않는다. 이처럼 대한민국은 빈민을 철저하게 < 투명인간화 > 시킨다. 그들은 우리 눈에 보이지 않는 것이다.

    집권 세력 입장에서 보면 이러한 < 빈곤 고립 정책, 일명 알박기 > 는 매우 바람직하다. 왜냐하면 빈민들이 뭉치면 골치 아프기 때문이다. 생활 환경이 비슷한 사람끼리 연립하며 영역 표시를 할 때 사회로부터 소외된 빈민은 더욱 고립되어 자신의 흔적을 지운다. 자신이 사는 동네에 대한 애향심이 생길 리 없다. 당연히 지역구 선거에 대한 관심도 없다. 한국 정치가 노린 대목이다. 나쁜 점은 쥐새끼처럼 배우는구나.  대한민국 정치가를 두고 하는 소리다. 국가는 국민에게 애국을 강요한다. 하지만 국민은 법 질서를 위반하지 않는 범위 안에서 경멸할 자유가 있다. 대한민국 좆같다고 말할 수 있는 자유가 있는 것이다. 대한민국 빈민은 벼랑 끝에 몰려 있다. 한 치 앞이 어둠이다. 그들을 향한 위로는 없다. 채찍만 있다. 기득권은 그들에게 등을 떠민다. 그들에게 조은 시인의 < 지금은 비가 > 에 나오는 시 한 구절을 보낸다.

    벼랑에서 만나자. 부디 그곳에서 웃어주고 악수도 벼랑에서 목숨처럼 해다오. 그러면 나는 노루피를 짜서 네 입에 부어줄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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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DOKU 2016-01-05 21: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렌트가 지적했듯이 권력은 `우리`로부터 시작하기 때문에 집권 세력은 오늘날의 빈민을 그들의 틈바구니에 고립시키는 방식을 선택한 듯합니다. 서로의 스티그마를 확인하고 변화를 도모하는 것을 방지함과 동시에 곰곰발님 말마따나 도시 미화 효과에도 이만한 게 없겠죠. 요즘 <레드라이징>이라는 디스토피아 소설을 읽는데 여기 지배 계층들이 기득권을 유지하기 위해 얼마나 치밀하게 사는지 나오더군요. 참 `시부랄 새끼들`이 따로 없습니다.

    곰곰생각하는발 2016-01-06 09:56   좋아요 0 | URL
    사실 사전을 찾아보면 옥탑방이란 단어는 존재하지 않는 단어입니다.
    그냥 옥탑입니다.
    왜 사전에 없냐면 옥탑밥은 건축법 위반입니다.
    법적으로 불법 주거인 것이죠. 하지만 눈 감는 식.... 빈민들은 대부분 특정 방리유가 아니라
    이런 곳으로 분산 처리되는 것이죠. 동네의 소수가 되는 겁니다.


    samadhi(眞我) 2016-01-07 21: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햇볕 들지 않는 반지하방, 칙칙한 냄새 끈적한 방바닥. 다세대주택에 살던 시절은 떠올리고 싶지 않은 우중충한 색깔이죠.
    우리동네는 그 구멍가게조차 다 문을 닫아 문 연 곳이 마트랑 미용실 세탁소 딱 세 군데입니다. 전에도 말씀드렸듯 공항근처라 주민들이 죄다 이사가버려서 밤에 불 꺼진 빈집들이 즐비합니다.

    곰곰생각하는발 2016-01-09 08:08   좋아요 0 | URL
    사실 미용실이나 구멍가게는 최소한의 자본으로 꾸릴 수 있는 영업 형태잖아요....
    부촌을 가면 그 동네에 미용실 거의 없습니다.
    그 동네 사람들은 동네 미용실에서 머리 안 하잖아요. 이대 근처를 가지 말입니다....
    그나저나 좀 삭막하겠네요. 불꺼진 동네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