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는 우리를 어떻게 속이나 - 영화로 읽는 뇌과학
제프리 잭스 지음, 양병찬 옮김 / 생각의힘 / 2015년 12월
평점 :
절판


 

 

 

 

 

 

 


 

 

 

 

 

 

 

 

국영화는 우리를 어떻게 속이나

                                               내 개똥 철학은 < 깊게 파기 위해서는 넓게 읽자는 - 주의' > 다. 좋게 말하면 : " 장르에 대한 편견 없이 보려고 노력합니다 " 요, 촌스럽게 말하면 : " 닥치는대로 읽는뎁쇼 ! " 다. 하지만 책을 무작정 깊게 넓게 얕게 읽는 것은 아니다.

가끔은 특정 분야에 대하여 오따꾸적 열정을 가지고 수집하는 경우가 있다. 내게는 영화 관련 서적이 그런 경우다. 꾸준히 사 모았더니 영화 서적만 300권 정도 된다(지금은 종이 박스에 담아 창고에 보관 중이다). 일종의 우표 수집이라고나 할까 ? 영화 서적 신간이 나오면 무조건 관심이 간다. 뇌 과학 서적도 관심 분야 가운데 하나다. 내가 << 영화는 우리를 어떻게 속이나 >> 라는 책을 주저없이 고른 이유는 뇌과학과 영화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낸 책이라는 데 있었다. 쌍쌍바를 보는 기분 !  하지만 뚜껑을 열자 내 기대는 무너졌다. 비빔밥은 각각의 식재료가 서로 조화롭게 어울려서 풍미를 만들어내는 요리인데, 이 책은 비빔밥에 올려진 재료가 서로 어울리지 못하고 따로 논다.

특히 영화와 관련된 꼭지는 꽤나 엉성한 편이다. 영화가 메인 요리가 아닌 애피타이저'1라서 그런가 ? 그는 실패한 편집의 일례로 점프컷 을 지목한다.

 

  

실패한 편집의 일례로 점프컷을 들 수 있다. 점프컷이란 편집 실수로 인해 두 개의 샷이 부드럽게 연결되지 않아, 사물이 점프하는 것처럼 보이는 현상을 말한다. 예컨대, 히치콕의 사이코에 나타난 점프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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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점프컷을 실패한 편집의 좋은 예라고 말하는데 < 점프컷 > 을 의도적으로 활용해서 예술적 경지로 이끈 점핑의 달인 장 뤽 고다르 선생이 이 소식을 들었다면 따귀를 때렸을 것이다. 제프리 잭스의 말을 더 들어보자.

 

 

오프닝 크레딧이 올라가고 나서 애리조나 주 피닉스의 스카이라인을 배경으로 호텔의 전경이 잠깐 나타났다가 흐릿하게 사라지며 객실의 창문 중 하나가 클로즈업된다. 잠시 후 카메라가 건물을 행햐 다가가자, 갑자기 다른 각도에서 바라본 창문이 화면에 나타난다. 그런데 이때 두 개의 프레임이 부드럽게 연결되지 않아, 창문이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점프하며 약간 회전하는 듯한 느낌까지 준다. 히치콕이 편집의 대가라는 점을 고려할 때, 왜 이런 실수를 했는지 도저히 납득이 가지 않는다

- 217

 

 

그는 이 장면을 도저히 납득이 가지 않는다고 말했는데 그 장면은 단순하게 말해서 옥의 티 였다. 납득이 가지 않을 만큼 형편없는 실수가 아니라는 점이다. 히치콕은 << 사이코 >> 도입부를 그 유명한 오손 웰즈의 << 악의 손길 >>을 능가하는 돌리 숏으로 구상했다. 19591227< 버라이어티 > 지에 실린 단신을 보면 히치콕은 역사상 헬리콥터로 시도된 가장 긴 돌리 숏으로 시작하여, 그것이 오손 웰즈의 < 악의 손길 > 도입부에 등장하는 화려한 돌리 숏도 능가하는 4마일짜리 장면이 될 것2 이라고 호언장담했지만 야외 촬영팀이 찍은 영화 도입부 공중 촬영 장면은 형편없었다. 이유는 간단했다. 헬리콥터 찰영 노하우가 촬영부에는 없었기 때문이다. 감독의 실수라기보다는 촬영부의 미숙 탓이었다.

 

1960년 2월 25일, 재촬영3이 이루어졌다. 촬영 규모는 축소될 수밖에 없었다. 헬리콥터로 호텔 창문을 뚫고 내부로 들어가리라는 야심찬 계획은 피닉스 도시에서 제일 높은 옥상에서 카메라를 세워놓고 좌에서 우로 훑는4 것으로 축소했다. 영화란 결국 시간과 돈의 싸움이니깐 말이다. 그 결과가 제프리 잭스가 납득할 수 없는 장면이 탄생하게 된 배경이다. 저자가 편집의 잘못된 예로 지적한 " 점프 컷 " 이라는 표현보다는 " 불연속 편집 " 이라는 표현이 정확하다. 또 하나, 제프리 잭스가 잘못 알고 있는 부분이 있다. 히치콕은 왕가위 감독처럼 필름을 잔뜩 싸들고 편집실에서 풍찬노숙하는 스타일이 아니다. 왕가위 영화는 편집실에서 새로운 영화로 거듭났지만 히치콕은 이 방법을 선호하지 않았다.

예를 들면 90분짜리 영화를 만든다고 했을 때 왕가위는 900분 분량의 필름을 찍어서 편집실에서 90분 분량을 골라내는 스타일이고, 히치콕은 90분짜리 영화를 만들 때 90분 분량의 필름만 찍었다. 다시 말해서 남는 필름으로 이리저리 짜깁기해서 결손을 때우는 스타일이 아니라는 점이다. 그 이유는 영화에 대한 편집권이 감독에게 있는 것이 아니라 제작자에게 있다는 데 있다. 찍어놓은 필름 여유분이 많으면 제작자가 감독 의도와는 달리 엉뚱하게 편집을 하기 때문이었다. 히치콕은 자신의 영화가 제작자에 의해서 엉뚱하게 편집되는 것을 결코 용납하지 않았다. 히치콕이 보기에는 곰 같아도 하는 짓은 여우였다. 그렇기에 히치콕은 편집실에서 편집을 하기보다는 머릿속이 그의 편집실'이었던 셈이다. 이런 오류들은 곳곳에서 발견된다.

 

   

< 로프 > 가 사실상 하나의 롱테이크로 만들어진 영화라는 사실을 알아차린 관객들은 별로 없었다는 것이다.

- 225

 

 

< 로프 > 가 하나의 롱테이크로 만들어진 영화라는 말은 잘못된 표현이다. 하나의 롱테이크로 만든 영화처럼 보일 뿐이다. 당시, 영화 촬영용 카메라가 찍을 수 있는 분량은 10분 정도였다. 카메라와 필름을 자동차와 기름으로 환원한다면 90분 동안 달려야 할 자동차에 넣을 수 있는 기름은 고작 10분 정도였다. 기름이 떨어지면 멈추고 다시 주유해야 했다. 영화 << 로프 >> 는 최소 9개 이상의 롱테이크로 만들어진 영화인 셈이다. 정확하게는 “ 10개의 take로 찍은 10개의 cut ” 으로 이루어진 영화. 그러므로 위 문장은 저자의 착각이거나 역자의 오역일 가능성이 있다. 영화는 우리를 어떻게 속이나는 나와는 궁합이 잘 맞지 않는 책'이다. 차라리 < 국영화는 우리를 어떻게 속이나 > 라는 제목의 사회학 서적'이라면 좋았을 것이란 생각이 든다.

다들 아시겠지만 내 글은 기승전박근혜'다. 잘나가다가 항상 < 박 > 으로 빠진다. 박근혜는 사과와 거래를 이해 못하는 사람이다. 위안부 소녀상 철거를 거래 조건으로 내걸었다면 일본의 사과는 사과가 아니라 배다. 아니면 바나나인가 ? 이것을 사과라고 우기는 정부와 콘크리트 지지자'에게 질린다. 올해는 병신년, 앞으로 이 년 남았다

 


 

  1. 저자는 뇌과학과 교수'다
  2. 히치콕과 사이코, 스티븐 레벨로
  3. 영화는 1960년 2월 1일에 촬영을 종료했다.
  4. 영화 전문 용어로 팬'이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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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ella.K 2015-12-29 17: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점프컷은 흔히들 많이 사용하는 기법인 줄 알고 있는데요.
말씀마따나 영화는 돈과 시간의 싸움인지라.
와, 근데 왕가위가 900분을 찍어 90분으로 만들어요?
거 대단한 신공일 것 같습니다.

이 년 남았군요. 다음 번 대통령의 성씨가 누가될지 흥미진진해요.ㅋ

곰곰생각하는발 2015-12-29 18:12   좋아요 0 | URL
예를 들어 그렇다는 것이지 900분 더 찍지 않을까 싶네요. 하튼 무진장 많이 찍습니다.

cyrus 2015-12-29 21: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내년에도 심장이 쫄깃할 것 같아요. 정부가 찍는 막장영화(조연: 새누리당, 조연: 자유경제원), 간철수쇼 시즌 2

곰곰생각하는발 2015-12-30 16:40   좋아요 0 | URL
심장 쫄깃해지다가 어느 순간 심장이 터질 날이 오지 않을까 싶습니다.

표맥(漂麥) 2015-12-30 10: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올해는 곰생발(?)님의 개똥철학에 확 빠졌더랬습니다. (놀라운 글빨, 중독성 있음, 알라딘의 복덩어리...)
많은 배움이 되었지요...
새해, 항상 건강하시고 행복 가득하시길 진심으로 기원합니다...^^

곰곰생각하는발 2015-12-30 16:39   좋아요 0 | URL
저의 개똥철학을... 이해해주시다니요... 눙물이....
표맥 님도 내년에는 행복 가득한 한해되시기 간절히 기도하오비다.

samadhi(眞我) 2015-12-30 15: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병신년 되려면 이틀 남았어요. 이틀 전에 한 살 더 먹는 거 괴로워요^^
그러게요 한 달 전 쯤에 이 막막한 정권 얘기하다가 남편이랑 친구는 아직도 3년 더 남았다 우기는 거예요. 아닌데, 2년이란 말야 그렇게 말해 두고도 헷갈리는 막막하고 아찔한 기분에 한숨을 벅벅 쉬었죠.

곰곰생각하는발 2015-12-30 16:39   좋아요 0 | URL
그런데 이년 지나도 마찬가지일 거란 불길한 생각이 듭니다.
무성이가 될 거 같다는 생각이 강하게 드네요.... 무성이도 참 무식해서
콘크리트 지지율이 어디갑니까. 도로 다음 주자에게 전해지지 않을까요..
이꼴저꼴수꼴 안 보기 위해서는 이나라 떠나는 게 상책임..
 

 

 

 

 

 

 


노오력의 탄생

 


   

 

                                우리가 사용하고 있는 언어는 지배 계급의 욕망'을 반영한다. 비록,  당신이 乙이라 해도 당신이 사용하는 언어는 甲의 언어'다. 좋은 예가 꼰대들이 즐겨 사용하는 " 일찍 일어나는 새가 벌레를 많이 잡는다 " 는 말이다. 과노동 예찬'이다. 대한민국 노동자들이 " 과노동 " 에 고통받고 있다는 사실을 감안하면 " 일찍 일어나는 새 " 는 고용주가 고용인에게 요구하는 인재상'이다. 그런데 이 문장에는 불편한 진실이 하나 숨어 있다. 먹이 사슬'을 甲乙 관계로 치환하면  :  당신은 < 새 > 가 아니라 < 벌레 > 에 가깝다는 점이다. 벌레 입장'에서 보면 늦게 일어나는 벌레보다 일찍 일어나는 벌레가 새에게 잡아먹힐 확률이 높다. 이처럼 당대의 언어'는 지배 계급의 생각을 피지배계급을 세뇌시키는 도구다.

국어사전은 노골적으로 차별을 합법화하는 경향이 있다. < 여의사 > 라는 낱말은 있지만 < 남의사 > 라는 단어는 없다. 마찬가지로 < 여교수 > 라는 낱말은 국어사전에 등록되어 있지만 < 남교수 > 라는 단어는 존재하지 않는다. 왜 그럴까 ?  답은 간단하다. 언어란 기본적으로 주류 남성의 욕망이 반영되기 때문이다. 같은 주류 남성'이라 해도 서열이 있으니 어린이는 어른의 < 쫄 > 이다. 어른이 저지른 강력 범죄에 대해서는 " 무서운 ~ " 이라는 수식을 붙이지 않지만 10대의 강력 범죄에 대해서는 항상 " 무서운 십대 " 라는 표현을 사용하는 것도 나이에 따른 언어 차별에 속한다. 마찬가지로 대한민국 정부가 < 노동자의 날 > 을 굳이 < 근로자의 날 > 로 개명한 것도 위와 같은 맥락이다.

노동자와 근로자는 뜻이 같은 말처럼 들리지만 꼼꼼 따지고 곰곰 생각하면 의미가 다르다. 일할 勞, 움직일 動으로 이루어진 노동이라는 단어는 몸을 움직여서 일을 한다는 뜻이다. 반면, 근로는 부지런할 勤에 일할 勞로 이루어진 단어로 단순히 일하는 것에 만족하지 않고 부지런하게 일하는 노동'에 방점을 찍는다. 노동량을 산출해서 크기 부호로 표현하자면 노동 < 근로 다. 수식으로 나타내면 < 노동 × 3 = 근로 > 다. 국가가 < 노동자의 날 > 을 애써 < 근로자의 날 > 로 호명하는 이유다.  " 일찍 일어나는 새 " 가 상징하고 있는 노력'이라는 단어는 뻔뻔한 고용주 꼰대의 좆같은 욕망이 투영되어 있다.  국어사전을 찾아보면 크게 두 가지 갈래로 나뉜다. 하나는 노력(努力 : 부지런히 일할 로)이고 다른 하나는 노력(勞力 : 일할 로)이다.

사전에 의하면 노력(努力)은 목적을 이루기 위하여 몸과 마음을 다하여 애를 쓴다는 뜻이고, 노력(勞力) 은 힘을 들여 일한다는 뜻이다. 언뜻 보기에는 거기서 거기이지만 여기에는 악마가 숨어 있다. 악마는 디테일에  숨어 있다는 말이 괜히 나온 말이 아니다. 우리가 일상에서 흔히 사용하는 노력을 기울이다, 노력을 쏟다, 각고의 노력 끝에 그 일을 해내다 따위는 모두 노력(努力)이다. 화장실 변기에 앉아 똥을 누면서1 나는 지배 계급의 치밀한 전략에 혀를 내둘렀다. " 야, 이 씨발놈들...... 쩨쩨하네 ! " 한자 努의 형색을 꼼꼼 뜯어보면 내가 항문에 힘을 주며 외친 말풍선을 이해할 것이다. 한자 사전'이 주는 정보에 의하면 努는 " 뜻을 나타내는 力 : 힘 력과 음을 나타내는 奴의 뜻이 합 " 한 글자'다.

여기서 奴는 종, 놈, 저(자신을 낮추는 말)'라는 뜻이다. 다시 말해서 노력(努力)은 머슴이 주인에게 잘보이기 위해 애를 써야 한다는 서사가 바탕에 깔려 있다. 이 노예 근성'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것이 바로 << 이솝우화 >> 이다. 노예였던 이솝이 주인에게 바치는 << 용비어천가 >> 인 셈이다. 이 주류 지배계급의 언어 습속에 반기를 든 것이 바로 < 노오력 > 이다. 이 요샛말은 신통방통한 구석이 있어서 노력 강도에 따라서 고무줄처럼 늘렸다 줄였다 할 수 있다. < 노오력 > 이 처해진 상황에 따라서는 < 노오오오오오오오력 > 이 되기도 한다. 여기서 < 오 > 는 길게 발음하라는 < : > 부호의 기능을 대체하고 있지만 < - 력 > 앞에 < 오 > 가 버티고 있어서 < 노역 > 이 된다는 점도 눈여겨보아야 할 대목이다. < 노오력 > 이란 요샛말을 창조한 이, 뉘인 줄 모르겠으나 그는 努力의 의미를 꿰뚫고 있었던 것은 분명하다.

< 노역 > 이 몹시 괴롭고 힘든 노동이라는 뜻과 함께 고용인에 의하여 일방적으로 노예처럼 혹사를 당하는 일'이란 뜻이니 말이다. 이처럼 어르신들은 기득권을 유지하기 위해서 하나부터 열까지 꼼꼼하게 챙기신다. 영화 << 달콤한 인생 >> 에서 이병현은 보스를 위해 충성을 다하는 머슴(奴)으로 나온다. 말이 좋아 매니저'이지 오야붕을 위해 힘(力) 쓰는 일이다. 그는 보스의 여자'에게 잠시 마음이 흔들렸으나 유혹에 빠지지 않기 위해 노력한다. 보스의 여자'는 사내를 유혹에 빠트리기 위해 보스가 두고 간 김중권의 다이아몬드 반지요, 술 담배를 할 줄 모르는 느와르 팜 파탈이다. 또한 이병현은 심순애'다. 아, 저 알반지 ! 사내는 흔들리지 않기 위해 자신의 남근을 다스린다. 발기할 때마다 얼음 찜질로 힘(力) 조절에 애쓴다.

그런데 이 노력이 물거품이 된다. 보스가 사내의 노오력을 인정하지 않기 때문이다. 이병현이 울부짖으며 외친다. " 얼마나 더 노오력을 해야 내 사랑을 받아주실 겁니까 ? 네에 ??! 얼마나 더 많은 노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력이 필요한 겁니까 ! " 그는 다시 묻는다. " 말해봐요. 저한테 왜 그랬어요, 네 ? 당신을 위해 개처럼 일한 나에게 왜 그랬어요 ? " 이 질문에 대한 정답은 없다. 보스는 이 질문에 < YES > 라고 말해도 죽고 < NO > 라고 말해도 죽고, 아무 말도 하지 않아도 죽는다. 노력은 반드시 노력한 대가를 보상하지는 않는다. 노력은 손 내밀면 꼬리를 흔들다가도 뒤돌아서는 순간 발뒤꿈치를 무는 못된 개처럼 배신을 하기도 한다. 일찍 일어나는 새는 벌레를 잡는다. 맞는 말이다. 문제는 자신을 새라고 착각하는 벌레'다.

이 격언은 새에게는 유익할 지 모르겠으나 벌레에게는 백해무익하다. 계급 인식이 중요한 이유이다. 천재는 노력하는 자를 이길 수 없고, 노력하는 자는 즐기는 자를 이길 수 없다. 어떤 일이든 진정으로 즐길 줄 아는 자만이 금수저 밑에서 일을 한다. 유병재의 말이다. 노동은 신성하다. 이 말에 이의를 제기할 생각은 없다. 단, 단서가 붙어야 한다. 모순 없는 사회 구조와 바른 제도'에 한해서 노동은 신성하다





 

  1. 화장실 변기 옆에는 항상 두꺼운 국어사전이 놓여 있다. 남들이 책상 앞에서 사전을 펼칠 때, 나는 항문에 힘을 주며 사전을 펼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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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맥(漂麥) 2015-12-28 13: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날카로운 분석... 깜놀~~~^^

곰곰생각하는발 2015-12-28 14:03   좋아요 0 | URL
앞으로는 분석남이라 불러주십시오

ZZZ 2015-12-28 13: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깊은 뜻을 쉽게 풀어내는 솜씨는 압꿘
타의추종을 불허해뜸^^

곰곰생각하는발 2015-12-28 14:04   좋아요 0 | URL
타의추종까지는 아니구여. 님 댓글 오지구여 ~

마태우스 2015-12-28 15: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노동개혁법이란 이름을단 법안이생각나네요 그딴걸 개혁이라부르는건 양심이없는 짓거린데 문제는 거기에 넘어가는 사람들이많더군요 자신은물론 후손들을 다 죽이는법인데 말입니다 이나라는 정녕 희망이없는 곳인가 싶네요 새해가 무섭습니다

곰곰생각하는발 2015-12-28 15:44   좋아요 0 | URL
실화 한 토막 : 어떤 인간이 정부의 대형마트 주말 영업 금지 때문에 주말에 쇼핑하는 맛을 잃었다고 두고두고 원망을 하더군요. 탁상 행정이라고.... 그러더니 느닷없이 앞으로는 평생 시장에서 물건을 사지 않겠다고 하더군요. 그래서 제가 비판하려면 탁상 행정을 한 정부를 욕해야지 아무 잘못 없는 시장을 왜 욕하냐, 했더니 자기는 박근혜 지지자라고 하더군요... 순간, 아.... 박근혜의 콘크리트 지지율이 이런 방식으로 작동하는구나 했습니다.

마태우스 2015-12-29 23:15   좋아요 0 | URL
그게 그쪽 지지자들의 실체죠 뭐. 무슨 배려 같은 게 전혀 없다는... 통큰치킨을 롯데서 팔았을 때, 재벌이 그딴 일까지 하느냐고 비판을 해야 하는데 우르르 줄을 서고, 또 동네치킨은 왜 비싸냐고 따졌었죠 아마. 어려울수록 배려하면 좋은데 그게 참 어려운가봐요.

곰곰생각하는발 2015-12-30 16:48   좋아요 0 | URL
정말 깜짝 놀랐습니다. 이렇게 해서 약자에 대한 증오가 탄생하게 되는구나,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말을 순화해서 그렇지 ˝ 시장 가면 더럽고, 불친절하고, 주차할 곳도 없고.. ˝ 등등등. 왜 증오를 엉뚱한 사람에게 돌리는지 이해가 안 가더군요. 그깟 한달에 2번 문 닫는 제도가 뭐 그리 자기에게 불편을 주었다고 말입니다. 약간 또라이 미친 새끼였던 것 같습니다.

수다맨 2015-12-28 16: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언젠가 김신용과 백무산이 노동은 그냥 통증에 불과한 것이다라는 식으로 얘기했던 게 생각납니다......
이번 주 평일에 혹시 시간이 나시는지요? 한 해가 가기 전에 곰곰발님과 술 한잔 하고 싶습니다.

곰곰생각하는발 2015-12-28 16:42   좋아요 0 | URL
그렇지 않아도 술한잔하자고 연락드릴려고 했습니다. 뭐... 목요일이 뵐까요?

2015-12-28 23:3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5-12-29 16:1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5-12-30 09:28   URL
비밀 댓글입니다.

곰곰생각하는발 2015-12-30 16:46   좋아요 0 | URL
넵, 그때 봅시다요..

stella.K 2015-12-28 18: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 에잇, 드러분... 그러다 치질 생겨욧!ㅋㅋㅋㅋ

곰곰생각하는발 2015-12-29 16:15   좋아요 0 | URL
ㅎㅎ. 치질은 인생과 함께 가야 할 병입지요...

뽈쥐의 독서일기 2016-01-04 11: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대학교 들어가자마자 성공학(?) 강의 한답시고 꼭 드는 예가 있지요. 아침부터 일어나 근면성실하게 살았더니 어느새 운전수를 둔 싸장님이 되어있더라 카는... 전 그럴 때마다 `그럼 운전수는? 그 사람도 싸장님 아침 새벽 스케줄 때문에라도 부지런히 사는 거 아닌가?` 같은 생각을 했는데 용기가 없어서 차마 질문을 못 했지요. 근데 알고보면 싸장님은 첨부터 혜택받은 사람이었다는...ㅎㅎ
 

 

 

    

 

    

 

 

 

 

 

 

 


 

 

 

나만의 파리

    

   

 

 

 

 

                                         “  김수희가 부릅니다. << 너무합니다 >>  ” 색소폰이 구슬프게 울리더니 김수희의 < 너무합니다 > 라는 노래가 라디오에서 흘러나온다. “ 마지막 한 마디 그 말은 / 나를 사랑한다고 ~ ”  시작부터 타령이다. 아니나 다를까, “ 떠날 때는 말없이 떠나가세요 / 날 울리지 말아요 ~ /  너무합니다 너무합니다 / 당신은 너무합니다.

​떠난 남자에 대한 원망이 알알이 박힌 노랫말'이. 노래 속 남자는 요샛말로 헤어지는 여자에게 희망 고문을 시키고 떠나는 유형이다. 飛鳥不濁水 / 비조불탁수1라는 말이 있다. 날아가는 새는 노닐던 물을 더럽히지 않고 떠난다는 뜻이다.  여자가 남자에게 하고 싶은 말일 것이다. 그렇다면 떠날 때는 말없이 떠나는 것이 과연 최선의 선택일까 ? 정희진의 << 정희진처럼 읽기 >> 라는 책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꼭지는 얀 마텔의 << 파이 이야기 >> 라는 소설에 대한 메모. 제목은 아무 인사도 없이 이다.

 

   

 197772. 거대한 화물선이 침몰한다. 힌두교도이자 무슬림이며 크리스천인 파이라는 사연 많은 이름의 인도 소년과 250킬로그램짜리 뱅골호랑이가 227일 동안 바다에서 표류한다. 둘은 멕시코 해안에서 구조된다. 아니, 소년은 구조되고 리처드 파커(호랑이 이름)는 뭍에 닿자마자 근처 밀림으로 들어간다. 소설과 달리 영화는 사라진 밀림 입구를 두 번 클로즈업한다. 통증이 느껴지는 압권이다. 소년은 엉엉 운다. 살아남은 감격 때문이 아니라 7개월 넘게 함께 했던 리처드 파커가 뒤도 안 돌아보고 아무 인사도 없이(so unceremoniously) ” 떠났기 때문이다. 운동 경기 때 득점을 해도 세러머니를 하는 게 인간인데...... “ 나는 그가 내 쪽으로 방향을 틀거라고 확신했다. 날 쳐다보겠지. 귀를 납작하게 젖히겠지. 으르렁대겠지. 그렇게 우리의 관계를 매듭지을거야. 그는 그런 행동을 하지 않았다. 밀림만 똑바로 응시할 뿐이었다. 그러더니 고통스럽고, 끔찍하고, 무서운 일을 함께 겪으면서 날 살게 했던 리처드 파커는 앞으로 나아갔다. 그렇게 내 삶에서 영원히 사라져버렸다. ” .... ( 중략 ) ... 인간이 급격히 외로워진 시기는 의미, 이성, 역사주의 따위를 앞세워 자연을 공격하면서부터다....... 사람은 인연 덕분에 산다. 하지만 그것은 인간 스스로 부여한 의미일 뿐 자연은 우리에게 관심이 없다.

 

- 아무 인사도 없이, 66~67쪽 

 

한쪽은 떠날 때는 말없이 떠나라고 말하고, 다른 한쪽은 인사 한 마디 정도는 하고 가야 하는 것 아니냐며 원망 섞인 말을 한다.  둘은 서로 상반된 지적을 하고 있는 것 같지만 사실은 동일한 감정에서 파생한 넋두리이니 이심전심인 셈이다. 두 사람 모두 떠난 자에게 배신감을 느낀다. 두 사람이 보기에는 둘 다 " 너무합니다, 너무합니다, 당신은 너무한 "  사람이다. 이 감정(들)에는 원망이 섞였으나, 어디 미움뿐이랴. 사무친 정에 대한 깊은 회한이 짙게 남아 있으리라. 정희진은  리처드 파커의 거시무언(去時無言) 장면에서나도 그 장면에서 울었다 고 고백한다. 나는 정희진의 말에 격하게 공감했다. 하지만 내가 이 소설을 읽은 것은 아니다. 영화를 본 것도 아니다.

내가 보기에는 << 파이 이야기 >> 는 톰 행크스가 열연한 << 캐스트 어웨이 >> 와 닮은 구석2이 있. 다른 점이 있다면 250kg짜리 벵골호랑이 대신 250g짜리 배구공 윌슨이 등장한다는 점이 다를 뿐이다. 중요한 것은 무게가 아니지 않은가 ? 모래알이든 바윗덩어리이든 물에 가라앉기는 마찬가지이니 말이다. 척 롤랜드(톰 행크스)는 땟목 위에서 뜻하지 않는 일(폭우)로 망망대해에서 윌슨과 헤어진다. 척 롤랜드는 애타게 윌슨을 부르지만, 윌슨은 아무 인사도 없이, 뒤도 안 돌아보고 떠난다. 리처드 파커(호랑이)처럼 말이다. 척 롤랜드의 쇳소리 나는 울음에는 서운함과 그리움이 묻어 있다. 그는 울면서 외친다. " 아'임 쏘리, 윌슨 ! "  떠나는 자에게 남겨진 자가 먼저 미안하다고 소리치는 것이다.

나도 이 장면에서 울었다. << 캐스트 어웨이 >> 에 대한 이야기를 하려면 2년 전 성탄 전야로 되돌아가야 한다. 내가 그리워하는 대상은 250그램짜리 배구공이 아니다.  그보다 더 작은 2.5그램에 대한 이야기다. 작다고 눈물의 염도나 싱거운 것은 아니다. 모래알이든 바윗덩어리이든 물에 가라앉기는 마찬가지이니 말이다. 지금부터 내가 당신에게 들려주는 이야기는 사연이 길다. 눈물 없이는 볼 수 없는 서사이나,  웃으면서 읽어도 좋다.

 

깊은 밤, 티븨를 켰다. 오늘 같은 날은 볼 만한 영화'가 많지, 성탄 특선(特選)이니까 이제 막, 끝났는지 캄캄한 화면에서 엔딩 타이틀이 느리게 올라가고 있는 채널을 발견했다. 곧이어 다음 상영작을 예고하는 자막이 화면 오른쪽 상단에 떴다. , , , , , . 문득 이 영화는 " 특선 " 과는 어울리지 않는 조합이라고 생각이 들었다. 많이 양보한다고 해도 " 성탄 " 에 어울리는 영화도 아니었다. 함박눈이 내리는 크리스마스에 무인도에 갇힌 벌거숭이 사내의 1인 모노로그'라니 ! 채널을 이리저리 돌리며 성탄과 특선에 어울리는 작품을 물색했지만 마땅히 볼 만한 작품은 없었다. 하는 수없이 << 캐스트 어웨이 >> 를 보기로 했다. 시작은 딱히 재미있지도, 그렇다고 지루하지도 않았다.

지루하다 싶으면 책을 읽다가 책이 지루하다 싶으면 영화를 보았다. 내가 영화에 집중하기 시작한 때는 " 배구공 " 이 등장하면서부터였다. 척 롤랜드(톰 행크스) 는 그 < > 에게 " 윌슨 " 이라는 사람 이름을 부여한다. 그에게 절실히 필요했던 것은 빵이나 잼'보다는 " 친구 " 였다. 윌슨은 과묵한 친구였지만 척 롤랜드에게는 " 빵 터지도록 잼나는 친구 " 였다. 그는 본능적으로 혼잣말이 늘면 광인'이 된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그는 끊임없이 윌슨과 (혼잣말이 아닌) 대화를 한다. 그때부터 이상한 기시감이 들기 시작했다. 영화 내용'에 대한 데자뷰가 아니었다. 그것은 나의 과거 속 어떤 체험과 연결된 정서'였지만 정확히 무엇인지를 깨닫지는 못했다. 하지만 이 수수께끼'는 이내 풀렸다.

척 롤랜드가 망망대해'에서 " 윌슨 " 을 떠나보내는 장면'에서 나는 척 롤랜드'보다 많이 울었다꺼이꺼이 울었다. ,,,,...... 나는 척 롤랜드를 연기한 톰 행크스'보다 척 롤랜드가 당시 처했던 그 심정을 누구보다도 잘 이해하고 있었다. 내 눈물은 같은 아픔을 공유한 자만이 공유할 수 있는 연민이었다. 척 롤랜드에게 윌슨이 있었다면, 나에게는 크로넨버그'가 있었다. 눈물 젖은 빵을 먹던 시절, 자유로움의 상징이었던, 나만의 파리 ! 속초에서 < 1> 을 살았다. 내가 살던 곳은 m 모텔 105호 달방'이었다. 야심찬 계획으로 출발했으나 어느 순간, 우울증이 깊어서 무기력에 빠지고 말았다. 노트북 모니터는 항상 텅 비어 있었다. 커서는 인적이 드문 길 위에서 기름이 떨어져 멈춘 자동차처럼 제자리에서 깜빡거릴 뿐 나아가질 못했다. 

불안을 동반한 불면이 깊어 갈수록 < > 에 내 몸을 의지하게 되었다. 외롭고 낮고 쓸쓸했다. 이 낯선 타관에서 대화를 나눌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나는 달방에 갇혀서 하루 종일 음을 소거한 채 낚시 채널을 시청했다. 유일한 낙은 낚시줄에 잡힌 대어를 보는 것이었다. 그때 날 찾아온 것은 " 파리 " 였다. 파리 한 마리가 내 달방으로 날아왔다. 당시 날씨는 겨울을 눈 앞에 둔 쌀쌀한 늦가을이었기에 파리가 살 만한 환경이 아니었다. 한파를 견디고 끝까지 살아남은, 지구상에서 마지막까지 견딘, 지상의 마지막 파리'였던 것이다. 늦가을 모기는 잡는 것이 아니라는 일본 속담이 있다. 내가 이 속담을 알게 된 계기는 다자이 오사무의 소설에서였다. 나 또한 그 파리를 잡거나 쫓아낼 생각이 없었다.

둘째 날, 파리는 천장에 붙어서 꼼짝도 하지 않았다. 셋째 날도 마찬가지였다. 슬슬 걱정이 되기 시작했다. 다음날, 동네 마트에서 횟감을 사서 혼자 달방에서 술을 마시고 있는데 그 파리'가 내 주위를 윙윙 날아다녔다. 생선 냄새를 맡고 하늘에서 내려온 것이다. 며칠 동안 달방을 나간 적도 없고 창문을 연 적도 없었으니, 내가 며칠 전 본 파리가 분명했다. " 배가 고프겠구나 ! " 생선 회 한 조각을 바닥에 내려놓자 파리가 그 살점 아래 내려앉았다. 그것을 인연으로 해서 파리와 나는 달방에서 함께 동거를 시작했다. 이름도 지었다. " 이제부터 넌 크로넨버그다 ! " 그렇게 보름을 함께 보냈다. 배구공을 보며 대화를 나눴던 영화 속 주인공처럼 나는 침대에 누워 맞은편 천장에 붙어 있는 파리에게 이런저런 이야기를 했다.

" 어느 소설가가 그러더라. 전쟁터에 나간 병사는 누구나 살아남기를 원한다고. 하지만 끝까지 살아서 제일 마지막에 죽는 것은 바라지 않는다고. 두려운 거지. 끝까지 살아남는다는 것은 두려운 거다. ...... 네 심정을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아. 지금 넌 두려운 거야. 이 지상에서 살아남은 유일한 파리이거든...... "

그러던 어느 날, 서울에 내려가야 할 일이 생겨서 잠시 서울에서 며칠을 보내야 하는 상황이 발생했다. 미룰 수는 없었다. 파리의 끼니가 걱정되어서 꿀물을 사발에 가득 담은 후 달방'을 떠났다. 내가 다시 달방으로 돌아왔을 때 제일 먼저 찾은 것은 파리였다. 하지만 파리는 어디에도 보이지 않았다. 얼어서 죽었니 ? 아니면 작별 인사도 없이 떠난 거니 ?  몇 시간 동안 파리의 흔적을 찾아헤매다 지쳐서 침대 위에 누워 천장을 바라보았다. 눈물이 났다. 두려웠다. 그 감정은 고독도 아니었고 외로움도 아니었다. 적군이 우글거리는 적지에서 혼자 살아남은 듯한 느낌이었다. 아무 말도 없이 떠나다니 살짝 배신감도 들었다. 그리고는 이내 피식, 웃음이 났다. 파리가 떠났다고 슬퍼하는 인간이 있다는 사실을 사람들은 알고 있을까 ?

사람은 인연 덕분에 산다. 하지만 그것은 인간 스스로 부여한 의미일 뿐 자연은 우리에게 관심이 없다. 정희진의 문장이다.

 

 



 

  1. 생각해 보면 안철수는 날지 못하는 새‘다. 문 박차고 세상 밖으로 멋지게 비상하고 싶었으나 날지 못하는 < 닭 > 인지라. 물 위에서 난다고 날갯짓만 하다, 물만 흐리고는 자맥질로 가까스로 연못을 빠져나간 꼴이다. (안철수 얘기는 여기서 그만 !)
  2. 파커와 파이 그리고 척 롤랜드와 윌슨의 관계를 놓고 본다면 두 서사는 같은 맥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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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amadhi(眞我) 2015-12-26 21: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늘 얘기가 왜 이렇게 닿을까요
마음 깊은 곳에 있는 외로움, 아닌 척 없는 척 꺼내기 싫은 느낌을 들킨 것 같네요.
인간이 자기본위이기에 그리고 끊임없이 사랑받고 존재를 인정받고자 하는 욕구가 강해 그런 거겠죠. 그게 다 부질없는 줄 알면서도 그렇게 생겨먹은 것 같아요.

곰곰생각하는발 2015-12-27 16:50   좋아요 0 | URL
행복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노력이 필요한 것 같습니다. 이 노력이 또 만만치 않은 스트레스를 주거든요. 제가 보기엔 행복에 대한 강박을 줄이면 어느 정도의 얕은 노력으로 스트레스를 받지 않아도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뭔 말인지 자꾸 꼬이네요.. ㅎㅎ

곰곰생각하는발 2015-12-27 16:50   좋아요 0 | URL
행복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노력이 필요한 것 같습니다. 이 노력이 또 만만치 않은 스트레스를 주거든요. 제가 보기엔 행복에 대한 강박을 줄이면 어느 정도의 얕은 노력으로 스트레스를 받지 않아도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뭔 말인지 자꾸 꼬이네요.. ㅎㅎ
 
정희진처럼 읽기 - 내 몸이 한 권의 책을 통과할 때
정희진 지음 / 교양인 / 201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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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와 같다면



                                    평일 오후 3시 즈음, 전철 < 안 > 은 텅 비어 있다. 거리도 마찬가지'다. 3시는 애매모호한 시간. 점심과 저녁 사이이며, 밤과 아침 사이'이기도 하다. 3시는 타자를 인식하기에 좋은 시간'이다. 저녁 8시에 불 켜진 집을 궁금해 하는 사람은 없다. 하지만 새벽 3시에 " 불 켜진 집 " 을 보면 그 집 창문 너머가 궁금해진다. 불면을 공유한다는 점에서 < 불 켜진 집 > 과 < 잠 못드는 나 > 는 같다. 같다는 것은 때론 나에게 위안을 선사한다. 반면, < 같음 > 이 당혹스러운 경우'도 있다. 전철 안, 내 앞에 한 남자가 앉아 있다. 그 남자와 나는 잠시 시선이 마주쳤지만 둘 다 황급히 시선을 외면했다. 당혹스러운 상황이 연출되었다. 

우리는 서로 같은 옷을 입고 있었던 것이다. 동일한 브랜드, 동일한 디자인, 동일한 색상 ! 라벨을 뗀 지 얼마 지나지 않은 것처럼 보이는 옷 상태'로 보아 N 백화점에서 재고 정리할 때 산 59,800원짜리 아우터'인 것이다. 나와 같다면, 그도 똑같은 생각을 했으리라. " 시바, 너도 나처럼 지지리도 못사는 집 자식이구나 ! "  불온한 거울의 힘'이다. 거울 속 상(象)은 성능 좋은 반면교사인 셈이다. 계급에 대한 인식'은 < 거울 > 에서 나온다. 보수는 부패로 망하고 진보는 분열로 망한다는 말1은  예리한 통찰'이다. 피지배계급은 자신이 속한 계급에 대한 자긍심을 가지지 않는다. 그들이 동일시하고자 하는 욕망은 지배계급의 욕망'이다. 자신이 속한 계급에 대한 부정,

그러니까 나와 같은 옷을 입고 있는 사람을 보면 동료애보다는 부끄러움이 앞서는 마음이 결국은 회피와 분열을 낳는 것이다. 이것이 바로 < 유니클로 > 와 < 루이비통 > 의 차이'다. 명품은 명품을 알아 본다. 명품을 걸친 사람이 명품을 걸친 사람과 마주치게 되면 부끄러움보다는 호기심을 갖기 마련이다. 그것이 바로 명품이 가지고 있는 아우라'다. 뒤늦은 고백이지만,  나는 < 거울 > 이 무섭다.  < 자기애가 강한 남자 > 로 포장했지만, 사실 " 자기애 " 는 " 자기혐오 " 에 대한 은유에 불과했다. 거울은 그 사실을 낱낱이 폭로하고 내가 가지고 있는 허영을 산산조각낸다. 거울은 깨지기 쉬운, 물성으로 이루어졌으나 약하다는 것이 때로는 강하다는 것보다 더 두렵다1.  하여, 내가 불편해 하는 대상은 역설적이게도 나를 닮은 사람이다.

정희진의 << 정희진처럼 읽기 >> 를 읽다가 깜짝 놀랐다. 생각의 DNA가 나와 99.99999999 % 가 동일한 것이다. 외투만 동일한 게 아니라 바지와 신발, 심지어는 가방까지 같은 것이다. 다행히도 이 책은 < 나와 같은 옷을 입은 타인 > 이라기보다는 < 새벽 3시에 불 켜진 창문 > 같다. 반감보다는 공감의 울림이 크다. 정희진은 오 헨리의 << 마지막 잎새 >> 에 대한 글에서 다음과 같이 말한다. " 겨울이 좋은 점이 있다. 여름의 빗소리는 소란스럽지만 겨울에 내리는 눈은 음 소거 기능이 있다(290쪽) "  소리와 소음은 분리할 수 없다. 소리에서 소음을 분리하면 자연적인 소리는 사라진다. 아무리 아름다운 소리라고 해도 그 음역 속에는 소음이 자리하고 있다. 여름의 빗소리는 소리와 소음이 만든 결과'다.

하지만 소리와 소음이 동시에 사라지는 경우가 있다. 그때 창문을 열면 < 눈 > 이 소리 없이 내리고는 했다. 내 마음과 자연의 일기(日氣)가 서로 교감하는 순간이었다. 그때, 내가 깨달은 사실은 " 무음(無音) "의 힘이었다. 빗소리보다 아름다운 소리는 눈이 소리 없이 내리는 풍경이다. 그렇기에 말이 많거나, 목소리가 크거나, 언변이 유려한 사람을 믿지 않는다. 이 책이 가지고 있는 장점은 < 정직 > 이다. 정희진은 에둘러 말하는 법이 없다. 벼린 칼로 단칼에 베어버린다. 군더더기가 없다는 말이다.  정희진이 한 꼭지에서 " 나의 소원은 인류 멸망이다. 내 소원에 동의하지 않더라도 즉사(卽死)는 모든 사람의 희망일 것이다 " 라고 말했을 때 격하게 공감했다.

라스 폰 트리에 감독이 연출한 << 멜랑콜리아 >> 는 행성 충돌에 의한 지구 멸망으로 끝나는 영화인데, 나는 사람들이 이구동성으로 이 영화를 두고 비극적 결말이라고 말하는 데 질려버렸다. 이 영화는 비극이 아니라 해피엔딩'이다. 충돌과 함께 지구는 먼지가 되어 사라진다. 70억 인구가 모두 공평하게 동일한 죽음의 방식으로 매우 짧은 시간에 죽는다는 것은 비극이 될 수 없다. 그것은 축복받은 죽음이다. 아우슈비츠가 비극인 이유는 누구는 살고 누구는 죽었다는 데 있다. 정희진을 흉내내서 단칼에 말하자면 이 < 책 >  좋다.





  1. 이 말은 반은 맞고 반은 틀리다. 보수는 부패로 망한 적이 없다. 부패로 망한 보수는 극소수에 불과하다. 보수는 부패 때문에 성공한 부류다
  2. 김기택, 유리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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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yrus 2015-12-25 21: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사진에 찍히는 것을 싫어해요. 사춘기부터 외모에 민감하게 생각해서 그런지 지금도 제 모습이 있는 사진을 보면 부끄러워요.

곰곰생각하는발 2015-12-26 14:01   좋아요 0 | URL
사진도 습관인 거 같습니다. 자주 찍혀봐요 ~ 자연스러워지는 거 같습니다. 자기 얼굴에 익숙해져야 한다고나 할까요..

살리미 2015-12-25 22: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이 책 읽고 `왜 나는 저렇게 읽을 수 없는지`를 심각하게 고민했었지요 ㅎㅎ 이 책 좋아요!! 정희진의 어떤 메모라고 아직도 한겨레 신문에 매주 연재되고 있어요.

곰곰생각하는발 2015-12-26 14:02   좋아요 0 | URL
정희진 씨 말처럼 새롭게 보고 이해할 필요가 있는 거 같습니다. 이제부터라도 좀 연습을 해야 겠어요... 앗, 늦었으나 멜크스마스입니ㅏ.

돌궐 2015-12-25 23: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예전에 어린 딸내미가 저에게 세상에서 없애버렸으면 하는 게 있냐고 물었을 때 ˝인간들˝이라고 답했다가 놀란 딸내미 대성통곡해서 급하게 ˝아니 그게 아니고 아빠 말은 나쁜 사람들을 말하는 거였어˝라고 급둘러댄 기억이 나네요.
오랜만에 들렀다가 인사하고 갑니다.^^

곰곰생각하는발 2015-12-26 14:03   좋아요 0 | URL
ㅎㅎㅎㅎㅎㅎㅎㅎ 저도 완전 똑같은 경험이...
애 아빠 앞에서 그리 말했다가.... 얼릉 수정했습니다.

새아의서재 2015-12-26 03: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희동네, 아웃렛에서 70%이상 세일을 할때가 간혹있답니다. 아이들 어렸을땐 거기서 삼천원짜리 티같은 많이 사서 입혔는데 거짓말 안보태고 동네아이들이 색깔만 다르고 다 같은 옷을 입고 뛰어놀아요. 부끄러운 거울 효과라기 이전에, 이건 사실 완전히 코메디같은 상황인거죠. 어른들 옷은 이보단 덜하지만, 주변에 아웃렛 천지인(아시죠? 가산 마리오 근처) 곳에서 사는 웃기지만 웃지못할 상황들이 저에겐 늘 일상이었어요.. ㅋㅋ 이럴땐 동질감을 느껴야 하나요? ^^

곰곰생각하는발 2015-12-26 14:05   좋아요 0 | URL
아. 재미있는데요.... 이런 댓글을 위해서 댓글창 열어둡니다.
남해에는 조금새끼라는 말이 있어요 조금 때가 되면 어부들 배 타고 나가지 못해서 집에만 있ㄴ느다고 하네요. 그때 그 마을은 온통 임신을 해서 거의 같은 시기에 아이들이 탄생하는데 그때 아이들을 조금새끼라고 한답니ㅏ. 이때 태어난 아이들이 한 가족처럼 지낸다고 합니다.

akardo 2015-12-26 13: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점퍼는 아주 모양이나 색깔이 특이한 거 아니면 관심 잘 안 두는 사람이라서 그 생각은 못해봤네요. ㅎㅎ 사람들 옷이 다 시커먼 색으로 통일되어있어 역시 겨울엔 검정....이란 생각만 하고서 지나쳤거든요. 하하; 패션 감각이 원체 없어서.

곰곰생각하는발 2015-12-26 14:06   좋아요 0 | URL
오 패션 감각이 남다르신가 봅니다...ㅎㅎ
우린 너무 검은색 계열만 입습니다. 거의 90%는 그쪽 계열임....

samadhi(眞我) 2015-12-26 21: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말 많고 목소리 큰 저는 조용히 닥치고 있을게요 ㅋㅋㅋㅋ 진보의 문제는 시비에 집중한다는 거지요. 보수는 시비 따위는 안중에도 없는데. 그래서 늘 보수에게 당하는 게 아닌가 해요. 보수의 뻔뻔함을 배워 역공격하는 전략적인 왼날갯짓을 보고 싶어요.

곰곰생각하는발 2015-12-27 16:51   좋아요 0 | URL
ㅎㅎ 앙탈 한 번 부려봤습니다. 여러모로 보수가 유리하죠.같은 문제라도 진보라면 욕을 먹고 보수라면 그러니깐 보수아니야.. 이런 마인드이니....
 

 

 

 

 

 

 

 

 

 

 

 

 


 


 

 

 

 


 

소주 한 잔  생각나는 밤

                                                    추워서 << 추어탕 >> 생각이 났네 ~  그래서 추어탕 가게'에 들어갔다(짜증나면 짜장면 집에 들어갔을 것이여~). 몸을 덥히는 데 " 소주 " 만한 것이 또 있으랴. 소주 < 1병 > 시켰다. 동네 식당인데도 가격은 어느새 3,000원에서 4,000원으로 인상된 상태'였다. 니미, 원가 50원 인상했다고 1000원 올리는 센스. 박근혜 정권의 업적은 부자 감세요, 서민 증세'였다.  " 내년에는 5000원으로 뛰겠군 ! "  이제 만 원 한 장이면 담배 한 갑과 소주 한 병 마시면 " 쫑 " 이다.   빈속에 소주 첫 잔을 마시는 습관은 내 오랜 버릇.        찬 소주로 속을 식히고 뜨거운 국물로 몸을 덥혔다.  아...... 이 맛에 소주를 마신다.

 

캬, 좋다 ! 식당에 설치된 티븨'에서는 손석희가 진행하는 << 뉴스룸 >> 이 방송되고 있었다.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리다가 뉴스 한 꼭지에 내 귀가 솔깃해졌다. 손석희 앵커가 칼칼한 목소리로 말했다. 

 


 


" 올해 경기도의 순 유입 인구는 6만 명에 이릅니다. 경기도를 떠난 사람보다 새로 들어온 사람이 6만명 더 많다는 겁니다. 서울은 같은 기간 3만 7천명이 빠져나갔습니다. 무섭게 오르는 서울의 전셋값을 피해 경기도로 이동하는 겁니다. 그러다 보니 경기도에서 서울로의 출퇴근은 점점 힘들어지고 있습니다. 최근 한 조사에 따르면 경기도에서 서울로 출퇴근하는 사람들의 하루 평균 출퇴근 시간은 무려 2시간 46분입니다. 출퇴근에 하루 2시간을 쓰는 직장인의 경우 잃어버리는 행복의 가치가 월 94만 원이라는 연구결과도 있었는데요. 물론 행복을 수치로 계량화하기는 어렵겠지만 경기도민은 매월 100만원어치의 행복을 길바닥에 뿌리고 있는 셈이죠. 오늘 아침 출근길과 지난주 금요일 퇴근길을 유선의 기자가 따라가 봤습니다. "

- 손석희 앵커


 

 

뉴스를 보다가 문득 내가 2년 전에 썼던 글이 생각났다. 주요 내용은 < 행복과 거리 > 의 상관 관계'였다. " out of sight, out of mind " 라는 말이 있다. 몸이 멀어지면 마음도 멀어지는 법. 그런데 몸이 멀어지면 마음만 멀어지는 것은 아니다. < 행복 > 도 함께 멀어진다. 믿지 않겠지만 < 행복 > 과 < 거리 > 는  밀접한 관계'가 있다. 일단 믿어보시라니깐~  내가 혜민 스님이 전하는 " 행복은 마음 먹기에 달렸습니다 " 라는 말을 믿지 않는 이유는 << 유심론(唯心論) >> 이 불행을 치유하는 만병통치약이 아니라는 데 있다. < 쾌 ( 快 ) > 는 마음보다는 몸의 상태에 달려 있다. 건강한 몸이 좋은 기분을 만든다. 행복학'은 심리학이라기보다는 오히려 생리학에 더 가까울 수 있다. 성인군자가 아니고서는 행복한 마음으로 죽는 사람은 극히 드물다.

 

가족의 병수발을 오랫동안 한 사람이라면 격하게 고개를 끄덕일 것이다. 마음이 비단 같이 고왔던 사람이라고 해도 병 앞에서는 이기적인 사람으로 변하기 마련이다. 행복하게 죽는 사람은 없다. (한때) 행복했던 사람이 죽을 뿐이다. 유심론은 가짜'다. 사실, 행복은 거창한 것이 아니다. 리처드 스코시는 << 행복의 비밀 >> 에서 다음과 같이 말한다.

 


 


10년 전 행동 과학자, 신경학자, 심리학자(프린스턴대학의 한 노벨상 수상자를 포함하여)이 모여 행복의 지수를 측정하고 행복의 원인을 규명하려는 실험을 진행했다. ( 중략 ) 그렇다면 이 실험 결과는 어땠을까 ? 새삼스러울 것도 없이 모든 사람이 섹스를 통해 더 큰 행복감을 느끼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 다음으로는 하루의 일과를 끝내고 동료나 친구와 한잔 걸치는 것이 큰 점수를 얻었다. ( 중략 ) 행복하게 사는 방법은 아주 간단하다. 집에서 그리 멀지 않은 안정적인 일터에서 즐겁게 일하고 동료들과 한잔 걸친 후 집에 가서 섹스를 하는 것 ! 행복의 비밀은 바로 여기에 있었다 ! "

 

- 행복의 비밀, 리처드 스코시


행복 프로젝트에 참여한 연구자(들)이 내린 결론은 " 집에서 그리 멀지 않은 안정적인 일터에서 즐겁게 일하고 동료들과 한잔 걸친 후 집에 가서 섹스를 하는 것 ! " 이었다. 설문 조사에 의하면 다른 조건들이 모두 만족해도 출퇴근 시간이 2시간 이상 소요되면 행복하지 않다고 느낀다고 한다. 즉, 출근 시간이 길면 길수록 행복은 멀어진다.

 

대한민국 노동자의 평균 출근 시간은 58분(왕복 대략 2시간)이다. 미국, 프랑스, 독일의 왕복 출퇴근 시간보다도 많다. 그나마 서울에 직장을 둔 서울 거주자 덕분에 2시간을 넘기지는 않았으나,  4분이 모자란 2시간을 놓고 기뻐할 일은 아니다. 뉴스에서도 지적했듯이 서울에 일터를 둔 직장인들은 치솟는 살인적인 집값 때문에 서울 외각으로, 다시 서울 외각에서 경기도로 삶의 터전을 옮기고 있다. < 일터 > 와 < 터전 > 이 점점 멀어지는 것이다. 그 결과가 경기도에서 서울로 출퇴근하는 노동자의 평균 시간이 4시간에 육박하는 것이다. 아침 6시에 일어나 만원 출근 버스에 몸을 싣고 저녁에는 잦은 잔업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온다. 눈꺼풀이 무거워질수록 의지할 곳은 버스 손잡이뿐이다. 해초처럼 흔들리다가 집에 도착하면 녹초가 된다. 유선의 기자의 말을 들어보자.

 


" 오늘(21일) 오전 6시 30분. 비가 내리는 경기도 분당의 버스정류장에는 서울로 가는 버스를 기다리는 사람들이 길게 줄지어 서있습니다. 50m는 족히 돼보입니다. 직장인 배주홍 씨는 세 정거장을 거슬러왔지만 30분 넘게 기다리는 중입니다.
퇴근길은 더 심각합니다. 출근길은 단속 때문에 입석이 없지만 퇴근길은 예전과 달라진 게 없습니다. 버스는 문이 닫히기 힘들 정도로 승객을 가득 태운 채 출발합니다. 퇴근시간 서울 한남동 버스정류장입니다. 경기도 분당으로 가는 이 광역버스를 타고 퇴근길 버스 안 상황 확인해보겠습니다.문이 닫히자마자 버스 창문은 순식간에 뿌옇게 흐려지고, 여기저기서 기침 소리도 들립니다. 패딩에 코트에 겨울철은 겉옷이 두껍다보니 몸이 짓눌려 숨이 막힙니다. 운좋게 자리에 앉은 사람들은 순식간에 곯아 떨어집니다. 경기도는 지난 1년여 동안 서울로 오가는 광역버스를 290여 대 늘렸습니다. 현재 운영되는 광역버스 2100여 대에 더해 관광버스까지 동원하고 있지만, 빠르게 늘고 있는 서울 출퇴근 인구를 감당하기엔 역부족입니다. 우리나라의 평균 출근시간은 58분. OECD 국가 중 가장 길고, 미국이나 프랑스의 2배가 넘습니다. 경기도의 직장인들은 오늘도 세계에서 가장 길고 고단한 출퇴근 여정을 이어갑니다. "

유선의 기자

 

 

이런 삶 속에서 과연 나는 행복하다, 나는 행복하다, 나는 행복하다고 자기 최면을 건다고 행복할 수 있을까 ? 살인적인 노동 강도에 더해서 살인적인 출퇴근 시간을 더하면 말 그대로 대한민국은 헬지옥이 된다. 종종 유명 연예인의 으리으리한 집이 티븨를 통해 소개된다. 20평짜리 집구석에 사는 사람이 화려한 200평 저택을 보는 맛은 그리 유쾌할 리 없다. 사실, 서울 갑부라 해도 땅값 비싼 서울에서 200평짜리 대저택을 마련하기란 쉽지 않다. 이런 대저택은 대부분 서울 외각 지역인, 서울 인근 경기도 외각에 위치한다. 물론 그들은 치솟는 집값을 마련하지 못해 외각으로 쫓겨났을 리 없다. 번거로운 도심 생활에서 벗어나 전원 생활을 향유하기 위해 선택한 터전이다.

그들은 박봉에 시달리는 노동자와는 달리 출퇴근 시간이 자유로운 사람들이거나 노동 없이도 일정한 재화를 거둬들이는 사람들이 대부분이다. 공간은 늘 그런 식으로 점령당했다. 가난한 사람이 모여 시장을 만들면 부유한 사람이 시장의 부동산을 소유하고, 집값이 오르면 가난한 노동자는 서울 외각으로 떠난다. 하지만 부유한 사람도 바쁜 도심 생활에 염증을 느끼고  서울 외각으로 빠진다. 서울 외각은 다시 부유한 사람이 점유하게 되고, 가난한 노동자는 더욱 더 먼 곳으로 떠난다. 이 악순환이 반복되는 것이다. 이런 현상을 << 젠트리피케이션 >> 이라고 한다. 원주민은 항상 그런 식으로 쫓겨나다가 더 이상 갈 곳이 없게 되면 결국 원점으로 되돌아온다. 집값 때문에 비싸서 떠난 동네로 다시 돌아오는 것이다. 옥탑 방이거나 주차장 한켠에 불법으로 지은 지하 셋방, 혹은 고시원이 그들의 새 주거 환경이 된다.

 

며칠 전, 서울대 학생이 " 수저 색깔이 계급을 결정한다 " 는 유서를 쓰고 자살한 사건이 있었다. 그때 그 학생이 떨어진 곳은 자신이 살던 옥탑 방'이었다. 반면 송파구 세 모녀 동반 자살 사건은 반지하 셋방에서 벌어진 참극이었으며, 시나리오 작가 최고은 씨가 굶어죽은 곳 또한 반지하 셋방이었다. 손석희 앵커가 전한 뉴스 꼭지는 3분이 채 안 되는 분량이었으나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든 뉴스였다. 당초의 계획을 접고 나는 큰소리로 말했다. " 아줌마 ! 여기 소주 한 병 더 주쇼 !!! " 알딸딸 취한 채 집으로 돌아왔다. 어머니가 거실에 나와 한 말씀 하셨다. " 아침에 나갈 때는 팔팔한 꼴뚜기 다리로 나가더니 집에 올 때는 흐느적흐느적 문어가 되어 돌아왔구나. "

 

 

 

 

 


 

 

 

 

 

 

젠트리피케이션 ( gentrification )

       

구도심이 번성해 중산층 이상의 사람들이 몰리면서, 임대료가 오르고 원주민이 내몰리는 현상을 이르는 용어. 중산층 이상의 계층이 도심 지역의 노후한 주택 등으로 이사 가면서 기존의 저소득층 주민을 대체하는 현상을 말한다. 이는 신사 계급을 뜻하는 ‘젠트리’에서 파생된 말로 본래는 낙후 지역에 외부인이 들어와 지역이 다시 활성화되는 현상을 뜻했지만, 최근에는 외부인이 유입되면서 본래 거주하던 원주민이 밀려나는 부정적인 의미로 많이 쓰이고 있다.

도시 환경이 변하면서 중 · 상류층이 도심의 주거지로 유입되고 이로 인해 주거비용이 상승하면서 비싼 월세 등을 감당할 수 없는 원주민들이 다른 곳으로 밀려나는 현상이다. 이 현상은 1964년 영국의 사회학자 루스 글래스(R. Glass)가 노동자들의 거주지에 중산층이 이주를 해오면서 지역 전체의 구성과 성격이 변하는 것을 설명하면서 처음 사용했다.

젠트리피케이션은 우선 임대료가 저렴한 도심에 독특한 분위기의 갤러리나 공방, 소규모 카페 등의 공간이 생기면서 시작된다. 이후 이들 상점이 입소문을 타고 유명해지면서 유동인구가 늘어나고, 이에 대규모 프랜차이즈점들도 입점하기 시작하면서 임대료가 치솟게 된다. 그 결과 소규모 가게와 주민들이 치솟는 집값이나 임대료를 감당하지 못해 동네를 떠나게 되고, 동네는 대규모 상업지구로 변화된다. 예컨대 2000년대 이후 서울의 경우 종로구 서촌을 비롯해 홍익대 인근, 망원동, 상수동, 경리단길, 삼청동, 신사동 가로수길 등에서 젠트리피케이션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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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리미 2015-12-22 15: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담뱃값인상이후 제주도에 다녀올때마다 보게되는 풍경이 있어요. 바로 제주 공항 면세점에 담배를 사려고 선 기나긴 줄이죠. 집에 흡연자가 있으면 저같아도 당장 줄을 설 거예요. 근데 그렇게 담배사는 사람이 많아지니 박근혜정부는 또 꼼수를 부렸더군요. 제주공항면세점JDC에서 담배 판매를 금지한대요. 눈치 챈 기자들이 기사를 썼고 놀란 당국은 그런 일 없다고 발뺌이지만 내년에 시행될 확률이 백프로라더군요. 정말이지 서민들한테서는 철저하게 다 뺏어가는 정부에요. 돈 좀 아껴보겠다고 긴 시간 줄서는 불편함도 마다않는 서민들을 보면서 ˝아, 저렇게 세금망을 빠져나가다니 안되겠군˝ 하는 거잖아요. 욕해주세요 ㅋㅋ

곰곰생각하는발 2015-12-22 15:53   좋아요 1 | URL
오호츠크 시밤바 새끼들... 내년이 병신년입니다.
큰 누님이 법안 통과 안되서 밤에 잠을 못 주무신다고 걱정하시는 소식을 들으니 감개무량합니다. 시민들은 당신 때문에 잠을 쪼개며 1시간 일찍일어나야 한다는 사실과 참 비교되죠. 누구는 할 일 없어 침대에 눠어도 잠이 안오는 판에 누구는 잠이 부족한데도 일찍일어냐야 한다는 사실...
큰 누님에게 낮에 볕 좀 많이 쐬고 일 좀 많이 하라고 말하고 싶네요... 얼마나 할 일이 없으면 날밤을 깠겠습니까... 할 일 없으면 곰 인형 눈깔이라도 달던지....

표맥(漂麥) 2015-12-22 15: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부자 감세, 서민 증세라는 말이 눈에 쏙 들어옵니다... 음...

곰곰생각하는발 2015-12-22 15:54   좋아요 0 | URL
담배세만 가지고 봐도 1800억 증세라는 소릴 들었습니다. 이젠 만 원이 천 원이 되었어요....

stella.K 2015-12-22 18: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건 딴 얘긴데, 곰발님의 사진을 태우는 저 손은 여자 손 같은데 뉘시온지...?ㅋ

곰곰생각하는발 2015-12-22 20:56   좋아요 0 | URL
탤런트 한가인 씨입니다 !

stella.K 2015-12-23 12:12   좋아요 0 | URL
헉, 정말요...? 대단하세요. 비교적 최근 사진 같은데
지금도 교류하고 지내시나 봐요. 부럽삼.ㅋ

곰곰생각하는발 2015-12-23 19:28   좋아요 0 | URL
허허허허허허허허허허허....

samadhi(眞我) 2015-12-22 20: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날마다 영종도로, 왕십리로, 부천으로 출퇴근 하던 길이 꼭 그랬어요. 그런 길은 꼭 겨울이 유난히 생각납니다. 마음이 추워 그랬나 봐요. 차를 몇 번 씩 갈아타야 도착하는 여정이 지긋지긋한데도 능력이 딸려 언제나 머나먼 직장만 골라(?) 다닐 수밖에 없었죠.
그래서(?)는 아니고 저도 송순주(소나무 순으로 만들어 향이 기막힙니다) 한 잔 했어요.

곰곰생각하는발 2015-12-22 20:59   좋아요 0 | URL
저는 특이하게 서울에서 경기도 일터로 다닌 적 있습니다. 만 원 버스에 질려서 아예 5시에 일어나서 첫차 타고 작업장 다녔던 기억이 나네요... ㅎㅎㅎ. 그나저나 송순주.... 소주로 담근 과실주인가요 ? 과실주는 아닌 거 같고.... ㅎㅎ. 진아 님도 파란만장한 출퇴근 역사를 가지셨군요.. 후후..

samadhi(眞我) 2015-12-22 21:05   좋아요 0 | URL
과실주는 아닌 듯해요 저도 한 병 얻어 온 거라... 과실주는 설탕반 소주반으로 만들텐데 이건 당도0%거든요. 그래서 딱 좋아요. 단술은 골 때려서 뒷끝이 안 좋으니.

곰곰생각하는발 2015-12-22 21:10   좋아요 0 | URL
하긴 솔잎이 과실은 아니지요... ㅎㅎㅎ. 저도 과실주는 아예 못 마십니다. 머리 아파서... 술은 그냥 써야 제맛이죠..... 앞으로는 고량주 마실 생각입니다.

새아의서재 2015-12-22 21: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제 남편을 대신하여) 출퇴근 3시간 오케입니다. 다만 제발 7시안에 퇴근하게좀 해달라구요. 점심만 좀 먹게 해달라구요. 점심먹을시간없어서 시리얼로 때운지가 벌써 몇년째입니다.

곰곰생각하는발 2015-12-22 21:11   좋아요 0 | URL
심각하네요. 점심 먹을 시간은 최소한의 규범인데 말입니다. 개같은 놈들이네요......

새아의서재 2015-12-22 21: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먹을시간은..정해져있겠죠.. 그치만 점심까지 먹고 일하면 집에 너무 늦게 와야하니까 아예 점심시간을 반납하고 일하는듯해요 아마 오너들은 이런 상황들 잘 모를겁니다. 당연히 점심시간이 있으니까요.

그런데.. 일이 많은건 제대로 일을 나누어서 못하기때문인것도 있고 실제로 학벌이나 전공에 상관없이 능력부족인 사람들이 실제로 많기 때문인것 같아요. 사실 저도 회사다닐때 고문관쯤 되었던듯해요. 도무지숫자다루는 일을 할수 없는 구조의 사람들있잖아요. 근데 그런 류의 사람들이 밀리고 밀려 mba까지 하고나면 결국 일반 기업에 취직하게 되는데 실제로는 업무능력 제로인경우가 있더라구요. 그러면 같이 일하는 동료들이 결국 점심시간반납하게 되는거죠. 학벌에 상관없이 사람을 잘 뽑아야하고 적절한곳에 배치시켜서 능력을 발휘하게 해야하는데.. 암튼, 덕분에 저랑 남편이랑 항상 20킬로차이의법칙이 있었는데 이제 10키로 차이로 줄어들었네요...남자들 삶....안되었고..그래요.

곰곰생각하는발 2015-12-22 21:28   좋아요 0 | URL
쉽게 말해서 일감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점심 시간을 쪼개서 일을 해야 제 시간에 시마이 할 수 있다는 뜻이군요. 이론보다는 실무죠. 제 옛 일터에 대학 재학 중인 학생들이 실습을 오는 경우가 많습니다. 영화과 학생들이어서 영화 필름 가지고 이리저리해라 지시했더니 얼굴이 새빨게게되서 필름을 만져도 되냐고 묻거군요. 무슨 말인지 몰라서 되물었더니 3년 내내 필름을 만져본 적이 없답니다. 이론만 배운 거예요. 필름 만졌다가는 선배들에게 존나 맞고 그랬다네요... ㅎㅎㅎ 과연 대학교에서, 가르치는 것은 무엇일까요 ? 영화과 학생이 피름을 단 한번도 만져보지 못했다 ??! 골때리는 상황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