똥 싸고 자빠졌네

 


 

 

1. 긴하다(--: 꼭 필요하다), 요긴하다(要緊--)

2. 팽팽하다(膨膨--), 엄하다(--: 매우 철저하고 바르다), 급하다(--)

3. 굵게 얽다

4. (속이)차다

5. 굳다, 단단하다

6. 급박하다(急迫--), 절박하다(切迫--)

7. 줄이다, 긴축하다(緊縮--)

8. 오그라들다, 수축하다(收縮--)

9. 갑자기, 급히(-)

 

                                    긴장(緊張)을 의학적으로 설명하자면 : 근육이나 신경 중추가 수축되거나 흥분되어 힘줄과 정신줄이 팽팽한 경우를 말한다. 여기서 한자 긴()은 뜻을 나타내는 실 사(실타래)와 음()을 나타내는 < 단단(팽팽)하다 > 의 뜻이 중첩된 글자. 풀어서 설명하면 한자 < > 실을 팽팽하게 만든다 라는 뜻이 담겨져 있다. 양손으로 양쪽 실 끝을 단단하게 당겨본 사람은 << 팽팽 >> << 널널 >> 이 한 끗 차이란 사실을 알고 있다. 힘 조절이 필요한 것이다. 자칫 잘못하면 실이 끊어지는 경우가 발생하게 된다. , “ 단단하다(견고하다) ”라고 하는 것은 역설적으로 단단하지 않 는 상황을 만들 수도 있다.

거센 칼바람에 부러지는 것은 풀이 아니라 나무이니, < 실 > 은 팽팽하면 팽팽할 수록  견고한 것이 아니라 끊어지기 쉬운 상태가 된다. 자본가는 끊임없이 노동자에게 " 긴장할 것 " 을 요구한다. 왜냐하면 < 긴장 > 은 집중력을 높여서 작업 능률을 높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긴장'이 지속되면 스트레스가 쌓여서 만병의 근원이 된다. 그래서 인간은 때때로 팽팽한 힘줄과 정신줄을 놓아야 하는 보완 장치'를 마련해야 했다.  " 아, 이제 줄다리기는 그만 ! "  대표적인 것이 << 놀이1 >> 이다. 놀이는 밖에서 일을 하느라 조였던 것(수축)을 느슨하게 풀어놓는 행위(이완)이다. < 일 > 이 생산 활동을 통한 결과'라면  < 놀이 > 는 아무것도 생산하지 않는다. 한 게임이 끝나면 다시 0(zero)으로 " 리셋 " 되기 때문에 누구에게나 기회는 있다.

다시 말해서 큰 점수 차로 이겼다고 해서 다음에도 이기리란 보장은 없는 것이다. 오히려 놀이는 " 승자의 일방적 독주 " 를 견해하는 다양한 기능이 발달했다. 카드놀이에서는 기울어진 균형을 회복시키기 위해 조커(joker)가 등장하고, 화투놀이에서는 " 광땡 " 을 잡는 " 암행어사(화투에서 9와 4) " 가 있다. 현실에서 호랑이 잡는 토끼는 존재하지 않지만 놀이에서는 호랑이 잡는 토끼가 존재하는 것이다. 모든 상황을 한방에 역전시킬 수 있는 강력한 " 히든 카드 " 가 존재하는 것. 놀이가 승자 독식을 견제하고 패자에게 기회를 줄 수 있는 방향으로 규칙이 정해진 이유는 무상성(無償性 : 어떤 행위에 대하여 아무런 대가나 보상이 없음)에 있다. 이 " 무상성 " 을 저잣거리 입말로 표현하자면 << 헛짓 >> 이다.

그렇다면 놀이'에서 우리가 얻을 수 있는 것은 무엇일까 ? 놀이의 목적은 바로 웃음(즐거움)이다. 순수한 놀이가 주는 교훈은 " 증오심을 품지 않고 상대방과 재미있게 싸우는 것2 " 이다. 그런 점에서 긴장의 반대말은 < 웃음 > 이다긴장이 경쟁 관계에 놓인 상대를 견제하기 위해 발생한 신체 반응'이라면 호탕한 웃음은 힘줄과 정신줄을 잠시 놓은, 긴장이 풀어진 상태'를 나타낸다.  진화심리학자에 의하면 인간은 웃을 때 상대방 공격에 무방비 상태로 노출된다고 한다. 그렇기에 호탕하게웃는다는 것 " 은 < 상대방 > 을 견제해야 될 적이 아닌 친근한 대상으로 여긴다는 신호라고 할 수 있다. 영화에서 보는 흔한 장면, 힘 센 놈이 무심히 내뱉은 말에 박장대소하는 얼라 1

잠시 후, 다음과 같은 대사와 함께 원 펀치 쓰리 강냉이가 시현(示現)된다. ” 웃어??!! 내가 웃겨 ? “ 힘 센 놈 입장에서 보면 힘없는 놈이 낄낄거리며 웃고 있다는 것은 자신을 만만하게 보고 있다는 증거인 것이다. 청와대에서 상징적인 장면이 연출된 적이 있다. 박근혜가 회의석상에서 던진 말에 누군가 웃었다. 그러자 박근혜는 웃음소리가 난 쪽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싸늘한 눈길 한 번 줬을 뿐인데 웃음은 뚝 ! 그 웃음의 진원지는 권력 서열 2인 넘버 투였다. 넘버 투 입장에서는 오야붕과도 격의 없이 웃고 지내는 일촌'이라는 몸짓을 회의에 참석한 쫄따구들에게 보여주고 싶은 과시욕이었으나 이 너털웃음이 오야붕의 심기를 건드린 것이다. < 하와이 호놀루루 > 를 연출하려다가 < 시베리아 오호츠크 > 로 간 경우.

박근혜는 말을 하지는 않았지만 그 침묵이 말하고자 하는 것은 명확했다. ” 웃어 ?!!  내 말이 웃겨 ? “ 조직에서 오야붕 눈치를 보지 않고 자주 웃는 놈은 언젠가 등에 칼을 꽂는다. 조폭 사회에서는 성 내는 놈보다 웃는 놈을 조심해야 한다서열을 중시하는 조직은 얼핏 보면 뜻을 같이하는 동지의 결속체 같지만 사실은 목표가 같기에 적이 되는 동지의 결속체'이다. 근육을 푼다는 의미에서 < 배변 행위 > 긴장 보다는 웃음 에 닿아 있다. 괄약근을 풀어야 똥이 나올 것 아닌가 ! < 배변 > < 웃음 > 이 닮은 점은 또 하나 있다. 무방비 상태가 된다는 점이다. 사람은 똥을 쌀 때 적의 공격에 무방비로 노출된다. 놀부 악행 가운데 하나가 " 똥 누는 놈 주저앉히기 " .

이 행위는 더러운 똥을 묻히다 에 방점이 찍힌 것 같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똥을 누느라 무방비인 상태에서 상대방을 공격한다는 점에 방점이 찍혔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똥 누는 놈 주저앉히기는 웃는 얼굴에 침 뱉기와 같은 것이다. 반칙인 것이다. 독자여, 똥 얘기 자꾸 해서 비위가 상했다면 더 이상 내 글을 읽지 않아도 좋다.  내가 이 글을 쓰기로 마음먹은 이유는 << 응답하라 1988 >> 때문이다.    드라마에서 배우 성동일이 자주 하는 말이 염~병 하고 앉아 있네 이다. < 염병 하고 앉아 있네(자빠졌네) > < 똥 싸고 자빠졌네 > 는 같은 말이다. 둘 다 괄약근을 푼 상태를 지시한다. 왜냐하면 염병이 장티푸스 를 뜻하기 때문이다. 장티푸스'란 고열에 동반한 잦은 설사 증상'이 아니었던가. 

다시 말해서  :   염병 하고 자빠지기, 웃고 자빠지기, 놀고 자빠지기, 똥 싸고 자빠지기는 모두 " 긴장이 이완된 상태 "  즉, " 자빠졌네 ~ " 라는 경멸은 헛짓(놀이)에 대한 꼰대의 반응인 셈이다. 그들은 무상성의 효용성3을 인정하지 않는다. 죽도록 일만 했기 때문이다. 밥이나 돈이 되지 않는 행위는 모두 헛짓이다. 대한민국 사회는 일 중독에 빠져서 놀이는 사치'라고 여기는 과노동 사회'다.  법이 정한 법정 근로 시간 준수를 외치며 노동 시간 단축을 이야기하면 빨갱이로 몰린다. 기득권 세력이 보기에 긴장을 푸는 유희는 모두 " 자빠지기 " 이다. 그런데 < 염병 잘하고 자빠지는 사회 > , < 똥 잘 싸고 자빠지는 사회 > , < 잘 놀고 자빠지는 사회 > 일 수록 그 사회는 건강한 사회'다. 자빠지기 3종 세트'를 잘하는 사회가 복지 국가인 것이다. 

한국 노동자의 정신줄은 24시간 팽팽하게 당겨진다. 이 피로감은 고스란히 우울, 자기 비하를 동반한 타자를 향한 혐오, 폭력, 자살로 이어진다. 대한민국을 자지우지하는 1%에게 외치고 싶다. " 웃고, 놀고, 똥 싸는 행위를 무시하지 마라 ! " 황정민의 말이 맞는 모양이다. " 몰랐어 ? 사는 게 고해야 ! " 사실, 며칠 전에 길거리에 떨어진 똥을 먹는 꿈을 꾸었다.  비참하다. 내가 요즘 사는 꼴이 이렇다.

    

 



 


  1. 여기서 말하는 놀이는 경쟁이나 경기를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원초적 놀이를 뜻한다
  2. 놀이와 인간, 로제 카이와
  3. 합리성에 대한 비판은 << 맥도날드, 맥도날드화 >> 라는 책을 참고할 것

 


댓글(6) 먼댓글(0) 좋아요(19)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살리미 2015-12-20 16: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 왠지 똥 먹는 꿈은 왠지 대박날 꿈인거 같은데요??

곰곰생각하는발 2015-12-20 16:41   좋아요 0 | URL
수많은 똥 꿈을 꿨지만 단 한번도 재수가 좋았던 날은 없었습니다. ㅠㅠ

samadhi(眞我) 2015-12-20 18: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만날 ~하고 자빠지기만 해서. 4년 내내 술만 먹고 다녔던 대학 때 어느날 술이 과해서 겨우 집만 찾아가던 날 엄마왈, ˝소 자빠지는 소리˝ 가 났다더군요. 그날 현관앞에서 넘어져서 한동안 얼굴에 멍을 달고 살았지요. ㅋㅋ

곰곰생각하는발 2015-12-21 15:52   좋아요 0 | URL
소 자빠지는 소리...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재미있는 표현이네요.....
저도 옛날에 술 마시고 트럭 짐칸에서 파란 방수포 덮고 잔 적 있습니다. 조그만 늦게 일어났어도 트럭 운전수가 전남 땅끝 같이 갈 뻔....

stella.K 2015-12-20 18: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 불쌍한 곰발님. ㅠㅋㅋㅋㅋㅋ
저는 괄약근을 풀러 가지만 화장실이 너무 더럽거나
바깥에서도 볼 수 있는 구조여서 결국 해결을 못하다 깨는 꿈을 종종 꾸죠.
전 그게 욕구불만을 해소하지 못해 그런 꿈을 꿈다고 생각하는데
그게 어느 정도 맞는 것 같네요. 곰발님식 해석이라면 놀 줄 몰라서인지도 모르겠네요.ㅋ

곰곰생각하는발 2015-12-21 15:53   좋아요 0 | URL
화장실 찾는 꿈은 아마 모든 사람들이 자주 꾸는 꿈이 아닐까 싶습ㄴ디ㅏ.
저도 이런 종류의 꿈 자주 꿈니다...
 

 

 

 

 

 

 

 

 


 

 

 

 

 

 

 


 

 

 

 

 


 

가난을 팝니다 

​                                        옥탑 방에서도 살아 본 적 있고 반 지하 셋방에서도 살아 본 적 있다. 탤런트 이재황 씨가 반 지하 셋방 거주자였다면 " 반 지하 제왕 " 이 될 뻔했다.  미안하다, 말장난이다. 반 지하 방에서 살다 보면 옥탑 방이 근사해 보이고, 옥탑 방에서 살다 보면 차라리 반 지하 셋방이 낫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옥상 낭만 달빛 ?! 니미, 살아보시라. 옥상이라는 허허벌판 위에 세워진 방은 12월 칼바람을 견디기엔 너무 추웠고, 그렇다고 8월 한낮의 직사(直射)를 고스란히 흡수하기엔 찜질방에서 계란 찜 쪄먹는 수준의 더위에 즉사(卽死)할 정도였다. 더워도 너무 더운 것이다.

옥탑 방에서 살아본 사람은 절대 옥탑 방 낭만을 이야기하지 않는다. 여름에는 다른 집보다 덥고 겨울에는 다른 집보다 추운 곳이 바로 옥탑 방이었다. 한여름에 옥탑 방에서 살다 보면 << 이방인 >> 의 뫼르소를 이해할 수 있다. 그렇다고 반 지하 방을 추천하는 것은 아니다. 두더지처럼 땅 파고 살다 보면 영화 << 넘버 3 >> 에서 불사파 두목 조필(송강호)이 핏대 선 얼굴로 해삣은 비치디 않아 !!!!!!!!!!!!!!!!!! ” 라고 외쳤던 처절한 절규를 이해할 수 있다. < 햇볕 > 이 인간에게 주는 혜택은 상상 그 이상이다. 우선 < 햇볕 > 은 종합비타민제. 볕만 잘 쬐도 비타민D는 생성되니 태양이야말로 영양가 높은 < ① 비타민제 > 인 것이다. 또한 햇볕은 세로토닌을 생성하니 < ② 항우울제 > 이기도 하다.


그뿐인가, 살균 소독 건조 기능이 있으니 < ③ 식기 건조기 > , < ④ 살균기 > , < ⑤ 빨래 건조기 > 이다. 또한 볕만 잘 들어도 난방비를 절약할 수 있으니 < ⑥ 절약형 보일러 > 요, < ⑦ 형광등 > 기능도 가지고 있다. 볕 잘 드는 남향 집에 살면 살림살이 절반은 장만하는 꼴이다. 어떻습니까, 불사파 두목 조삐리(조필)가 목에 핏대 세우며 해삣, 해삣, 해삣 할 만하지 않습니까 ? < 해삣 > 의 중요성은 다들 아시리라. 그래서 반 지하 방에 난 창문은 조형적 균형을 포기하면서까지 조각 볕을 받들어 모시기 위해 높은 곳에 위치한다. 더 많은 빛을 보기 위해서 말이다. 유명 블로거가 있었다. 그는 서른도 안 된 나이에 성공한 인물이었다. 그는 입만 열면 자신이 이룩한 성공을 자랑스럽게 말하고는 했다.

어느 날, 그가 셀카 를 찍어 블로그에 올린 적이 있다. 쥐새끼 같은 추리력을 가지고 있던 나는 그 사진을 보자마자 그가 허언증에 사로잡힌 환자라는 사실을 알아차렸다. 그의 얼굴 뒤로 비친 창문이 너무 높은 곳에 달려 있던 것이다. 정상적인 집구석이라면 창문 위치가 그렇게 높은 곳에 달려 있지 않을 뿐더라 쪽창일 리 없었다. 이건희가 (높은 곳에 위치한) 쪽창 달린 방에서 생활한다고 생각해 보라. 한강이 보이는 고층 스카이라운지'에 산다던 그는 반 지하 세입자 였던 것이다. 모른 척했다. 느낌 아니까 ~  생각해 보면, 부자는 가난한 사람보다 더 많은 햇볕을, 더 질 좋은 햇볕을 공급받는다. 태양은 누구에게나 공평한 것이 아니었다. 불공평한 배분은 " 태양 " 만이 아니었다. " 좋은 풍경 " 도 거래되었다.

빈부 격차에 따라 부자는 좋은 풍경을 선점하고 빈자는 기껏해야 더러운 골목길을, 꽉 막힌 건물 벽을 바라볼 뿐이다. 풍경이 좋은 곳은 모두 가진 자'가 차지했다. 내가 반 지하 방에서 1년을 살면서 절실히 깨달았던 것은 " 좋은 것을 본다는 것(풍경) " 의 중요성이었다. 높이 달린 쪽창은 풍경을 거세한다. 밖을 볼 수 없는 것이다. 기껏해야 통풍을 위해 열어 놓을 뿐이다. 내가 반 지하 셋방에서 몸소 배운 것은 " 조망권에 대한 이해 " 였다. 조망권(眺望權) - 바라볼 조, 바랄 망, 권리 권. 조망권은 먼 곳을 바라볼 수 있는 권리'를 법적으로 보호한 조항이다. 그렇다, 사람이라면 누구나 먼 곳을 바라볼 권리가 있는 것이다. 교도소 감방에 난 쪽창이 높은 곳에 위치한 이유는 죄수의 조망권을 차단하기 위해서'다. 

몇 년 전, 세 모녀가 동반 자살한 곳도 반 지하 방이었고, 최고은 (시나리오) 작가'가 굶어죽은 곳도 조망권이 차단된 지하 셋방이었다. 종종, 드라마에서 옥탑 방이나 반 지하 방을 낭만적으로 소비하는 것을 보게 된다. 옥탑에는 낭만적인 달빛이 비추고, 반 지하는 " 벙커 " 라는 이름으로 소비된다. 시청률을 위해서 가난의 이미지'가 낭만적으로 포장되어 팔리는 것이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팔지 못하는 것은 없다. 손으로 만질 수 있는 물물(物物)은 물론이고 손으로 만질 수 없는 것은 이미지化해서 판다. 다들 아시다시피 섹스-이미지'는 잘 팔리는 상품이다. 그리고 공포(걱정,위기감 조성) - 이미지'도 잘 팔리는 상품이다. 박근혜 정권의 주력 상품이 바로 공포 상품이다. 그리고 가난 - 이미지'도 돈벌이에 좋은 상품이다.

타인의 가난을 팔아서 돈을 버는 이들이 있다. 믿기지 않지만 사실'이다. 그들은 " 착한 소비 " 혹은 " 윤리적 소비 " 라는 이름으로 자신이 파는 상품을 " 착한 자본주의 " 라고 말하지만 실상은 잇속인 경우가 많다. 스스로를 윤리적 소비자(혹은 자신을 진보 지식인이라고 생각하는 소비자)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대기업이 경영하는 대형 마트에 가서 비싸더라도 < 공정 무역 커피 > 따위를 사는 데 주저하지 않지만 막상 지저분한 동네 구멍 가게'에서 (대형 마트에서 싸게 파는 맥주보다) 비싼 맥주를 사기보다는 대형마트에서 저렴한 묶음 상품 맥주를 사는 것을 선호한다. 효율성을 놓고 보자면 동네 구멍 가게에서 비싼 맥주를 사는 것이 낫다. 내가 이 사실을 지적하면 그들은 항상 불쾌한 얼굴을 한다.  

오늘 소개할 책은 두 권이다. 라미아 카림의 << 가난을 팝니다 >> 와 에드워드 로이스 Edward Royce 의 << 가난이 조종되고 있다 >> 이다. 에드워드 로이스( Edward Royce )라는 이름에서 ​쌀(Rice)을 떠올렸다면, 당신은 흙수저'다. 당신에게 읽기를 권한다.

 

덧대기 ㅣ 노파심에서 하는 말이지만, 나는 아직 이 책들을 읽지는 않았다.

 


댓글(15) 먼댓글(0) 좋아요(2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samadhi(眞我) 2015-12-18 15: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로쟈님이 소개해서 저도 이 책 읽어보고 싶어 보관함에 넣어뒀지요.
생각해보니 저도 반지하에 살 때부터 불면이 시작됐네요. 빛을 받아야 잠도 잘 오는 법인데... 물론 부지런히 아침부터 밖으로 돌아다니면 될 일이지만 수맥(?)이 흐르는 반지하, 정말 비인간적인 공간이지요. 서울을 비롯한 대도시에 있는 반지하를 모두 없애버리면 좋겠어요. 건축법이 개정돼 사람사는 세상이 됐으면 좋겠어요.

곰곰생각하는발 2015-12-18 15:38   좋아요 0 | URL
제가 알기로는 거의 대부분의 나라에서는 옥탑 방과 지하방이 없습니다.
외국인들 가끔 보면 옥탑 방과 지하 방의 거주 형태를 신기해서 물어보고는 하죠...
이디오피아 주민들도 지하방에서는 살지 않습니다. 보니깐 어떤 건물주는 지하 주차장 한켠에 방을 만들었더라고요.... 깜짝 놀랐습니다. 그곳에 거주 공간이라는 사실에....

곰곰생각하는발 2015-12-18 15:41   좋아요 0 | URL
글고 옥탑방이라는 단어는 없습니다. 옥탑이 있을 뿐...
옥탑을 주거용으로 사용하는 것은 법적으로 불법입니다.
전셋값이 비싸다보니 불법인데도 정부는 눈을 감는 것이죠... ( 제가 아는 선에서는 그렇습니다. 아님 말고... )

옛날에 옥탑에서 살 때 도시 가스가 왜 안 되어있냐 물었더니 옥탑은 불법 개축이어서 도시 가스를 끌어올 수 없다고 부동산 중개인이 말하능 걸 들어씀..

samadhi(眞我) 2015-12-18 15:44   좋아요 0 | URL
그러니까요 지들이 한번 살아보라지.정책결정권자들을 혹독한 계절에 반지하나 옥탑에 살게 해야할 듯해요. 그래서 서민의 삶을 1/10이라도 이해할 수 있다면 좋겠네요. 공직자가 되기 위한 과정 뭐 이런 걸로. 4급이상 공무원의 등용문같은 것

곰곰생각하는발 2015-12-18 15:50   좋아요 0 | URL
문제 해결 간단합니다. 지금 집이 남아돕니다. 지방 미분양 아파트 얼마나 많습니다.
서울 중심에서 과감하게 탈출하고, 아파트 가격 공개해야 합니다.
살곳이 없다 보니 사람들이 주차장 한켠에 나 있는 방에서 생활하는 거 아니겠습까..

samadhi(眞我) 2015-12-18 15: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일자리들이 지방으로 분산되어야 하지요. 지방에 살고들 싶어하는데 막상 지방으로 가려면 밥벌이가 힘들어서. 그렇다고 수도권 일자리가 충분한 건 아니지만. 어차피 수도가 의미없는 인터넷 세상인데 굳이 수도권에 기업에 몰려있을 이유가 없는데 말이죠.

곰곰생각하는발 2015-12-18 15:58   좋아요 0 | URL
기득권은 모두 수도에 어마어마한 부동산을 가지고 있거든요. 지방 분산하면 집값 떨어지는 소리가 들릴 겁니다. 그러니 죽기살기로 지방 분권에 대해 반대하죠.. 이렇도 좋은 땅덩어리에 무슨 얼어죽을 중앙 집중입니까...
결론은 부동산 기득권임...

samadhi(眞我) 2015-12-18 16:01   좋아요 0 | URL
그러니 노무현을 탄핵하자고 그 난리를 쳤겠지요. 저 혼자 배터지게 잘 살자고 이딴(?) 나라 골백번은 팔아먹을 거예요.

곰곰생각하는발 2015-12-18 16:55   좋아요 0 | URL
배터지게 먹고 살려고 지금도 열심히 일들 하시죠.... 요즘 십상시 보는 맛이 뉴스 봅니다. 니미, 다 십상시야... 용기있는 정치가 하나 없더군요.. 시바. 여의도 정치인의 십상시.. 황홀합니다.

stella.K 2015-12-18 15: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 노파심이 아니라 정직해야 하는 거 아닙니까?
그러면서 이렇게 유려하게 글을 쓰시다니. 깜빡 속을 뻔했잖아요.;;;

곰곰생각하는발 2015-12-18 15:59   좋아요 0 | URL
아 제목 보고 문득 생각나서 쓴 글입니다. ㅎㅎㅎ 자본주의는 모든 것을 팔지요. 보이지 않는 것도 말입니다.

2015-12-18 17:4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5-12-19 13:33   URL
비밀 댓글입니다.

표맥(漂麥) 2015-12-18 23: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노파심에서 하는 말이지만, 나는 아직 이 책들을 읽지는 않았다... 여기서 빵~ 터지려다 입에 치솔을 물고 있어 급히 푸풋풋~으로 순발력을 발휘합니다. 아이고 손에 튀었넹...^^

곰곰생각하는발 2015-12-19 13:41   좋아요 0 | URL
언젠가 읽을 날이 오겠죠... ㅎㅎㅎㅎ
 

 

 

 

 





 

 

 

 

 

 

 

 

 

 

 

 

 

 

 

 

 

 

 


 

 

 

 

 

 

 

    

■  뻐꾸기'는 둥지가 없다 

 

    

    

    

                                                                                                 내 기억이 정확하다면  밀로스 포만 감독이 연출한  << 뻐꾸기 둥지 위로 날아간 새 >>   라는 영화'에서는 " 뻐꾸기 " 가 등장하지 않는다뻐꾸기는커녕 " 뻐꾸기 날리는 "  장면도 없을뿐더러, 배우들은 뻐꾸기에 대해 입도 뻥끗한 적 없다. 뻐꾸기 선생, 어디 가셨나 ?  붕어빵에 붕어 없고 새우깡에 새우 없는 허위 광고에 익숙해서인지는 몰라도 이 영화를 보고 나면 속았다는 생각보다는 묵직한  감동에포만 감이 몰려온다밀로스 포만, 이름값은 하는 감독이다.

모두 다 알고 있는 사실이지만 :  뻐꾸기는 뱁새 둥지에 알을 놓고 도망가는 철딱서니 없는 떠돌이 철새이니뻐꾸기 둥지라는 말은 잘못된 표현인 것이다. " 알박기 " 의 원조인 뻐꾸기는...... 애초에 둥지가 없어요.   그렇다면 이 제목에는 심오한 의미가 있으리라. 아니나 다를까 ?  찾아 보니 " 뻐꾸기 둥지(cuckoo nest) " 는 정신병원에 대한 은유'라고 한다. cuckoo라는 단어가 미친 사람, 얼간이, 띨띠리, 맹꽁이, 띨빵, 영구, 맹추...... 라는 뜻을 가지고 있으니 말이다. 다른 해석도 가능하다. 뻐꾸기에게는 둥지가 없으니 여기서 말하는 뻐꾸기 << 둥지 >> 는 현실에서는 존재하지 않는 유토피아에 대한 열망으로도 읽힐 수 있다. < 뻐꾸기 둥지 > 는 둥지 없는 뻐꾸기가 꿈꾸는 이상향'이다. 

이 두 가지 의미가 중첩된 형태가 뻐꾸기 둥지 위로 날아간 새 라는 근사한 제목이 탄생한 배경이리라. 대한민국 사회'가 모성의 희생을 강요하는 사회이다 보니 뻐꾸기는 천륜을 버린, 뻔뻔한 년에 대한 은유로 호출되곤 했다. 뻐꾸기의 탁란1 습성 때문이다. 더군다나 뱁새가 토종 텃새(korean crow tit 이라는 작명이 주는 토종에 대한 긍지)이다 보니 시베리아 건너, 오호츠크 건너, 현해탄 건너, 건너, 건너 온 뻐꾸기가 뱁새 둥지에 알을 낳았으니 뼈대와 혈통을 중시하는 사회에서 뻐꾸기를 좋아할 리 없다. 이런, 오호츠크 시베리아 철새는 가라 !   헌법 재판소의 통합진보당 해산 결정문에서도 뻐꾸기와 뱁새에 대한 이야기가 나왔다.

 

  

뻐꾸기는 뱁새의 둥지에 몰래 알을 낳고, 이를 모르는 뱁새는 정성껏 알을 품어 부화시킨다. 그러나 알에서 깨어난 뻐꾸기 새끼는 뱁새의 알과 새끼를 모두 둥지 밖으로 밀어낸 뒤 둥지를 독차지하고 만다. 둥지에서 뻐꾸기의 알을 발견하고 적절한 조치를 한 뱁새는 자신의 종족을 보존하게 되지만, 둥지에 있는 뻐꾸기의 알을 그대로 둔 뱁새는 역설적으로 자기 새끼를 모두 잃고 마는 법이다.

 

- 헌법재판소, 통합진보당 해산 결정문 중

  

 

순혈주의와 모성 신화를 강조하는 대한민국에서는 << 뻐, 뻐꾸기 >> 는 팜 파탈이거나 옴 파탈인 셈이다. 하여, 뻐꾸기여 !  너희에게 이르노니, " 금수강산에서 슬프게 우짖지 마라. < > 만 처먹는다잉 ~  "  대한민국에서는 모성이 없는 년과 조직에 충성을 바치지 않는 놈은 잡것이 된다. 개인적으로는 뻐꾸기보다 더 얄미운 새가 있다. 자신이 자란 둥지를 떠나면서 둥지에 불 싸지르고 떠나는 새. 대부분 한때 좌파였으나 우파로 변절한 이들이 자주 써먹는 수사법이 자신이 자란 둥지에 불 싸지르고 도망치는 것이다. 참, 신기하기도 하지.  둥지 방화범은 대부분 좌파에서 우파로 전향한 이들의 가지는 특이 사항이다

 

■ 안철수는 수구 보수가 아니라면 모두 함께 할 수가 있다고 말했다. 진보, 중도, 보수 모두 포용하겠다는 당찬 이념 스펙트럼. 유감스럽지만 이런 포괄적 포용력은 하나님만 가능하다. 정치란 기울기다. " 한쪽에 대한 편애와 지지 " 가 정치의 기본이다. 안철수는 정치에 대한 기본 인식부터 잘못되었다. 막말로 좆도 모른다.

한때 우파였으나 좌파로 노선을 튼 이들은 불 싸지르는 방화범 전략'보다는 자기 반성이라는 코스프레를 선택한다는 점에서 후자가 전자보다 도덕적으로 선량해 보인다. 안철수, 그는 애초에 민주당이라는 둥지에는 어울리지 않는 새였다. 여기서 " 새정치 " 라는 작명은 새(new)가 아니라 새(bird)였다. << 새의 정치 >> 인 것이니 모두 다 속은 것이다. 나중에 밝혀진 사실이지만 그는 뱁새 알이 아니라 뻐꾸기 알이었다. 박혁거새 이후 가장 강력한 정치력을 가진 알-인간'이었다. 그는 뱁새 둥지에서 뱁새 알을 둥지 밖으로 떨어트리고 혼자 남아 화려한 비상을 꿈꾸었으리라. 하지만 뜻대로 되지는 않은 모양새. 결국 그가 선택한 것은 둥지 를 떠나는 일이었다문제는 그 다음이다. 그는 탈당 선언 이후,  

대선 행보에 버금가는 동선을 선보이며 이곳저곳에서 자신이 왜 뱁새 둥지를 떠났는지에 대해 핏발 선 목소리로 뱁새 둥지와 뱁새 동지를 비판하기 시작했다.   그가 탈당 선언을 하고 난 다음날 이런 말을 했다. “ 새정치연합은 생각이 다른 사람들은 배척한다. 그러면 집권할 수도 없지만 집권해서도 안된다...(중략)... 평생 야당만 하기로 작정한 정당이다. 조그만 기득권도 내려놓지 않으려 한다 ” 집권해서도 안된다...... 집권해서도 안된다...... 집권해서도 안된다...... 집권해서도 안된다......  이 정도면 자기 얼굴에 침 뱉는 꼴이 아닐까.  그는 집권해서도 안될 당의 당대표를 했다는 사실을 모르는 것일까 ?  그는 명분도 잃고 실리도 잃었다.

전당 대회 열어달라는 말을 씹었다고 탈당한 것은 마치 환갑 잔치 차려주지 않았다고 집 나간 철딱서니 없는 아비 같다. 자식새끼 형편을 보고 말씀하시라. 홍수로 집 떠내려갈 판국에 환갑 잔치가 웬 말인가. 떠난 자리, 참 지저분하다. 그는 뱁새 둥지 방화범이었다어쩌면 그가 선택한 무소속으로의 리셋 은 자기 정체성에 맞는 선택이었는지도 모른다. 뻐꾸기는 둥지가 없는 법이니깐 말이다. 그가 배워야 할 것은 철새의 생태학이 아니라 텃새의 텃세를 견디고 이기는 법이다. 

 

  1. 탁란(托卵)  :  < 동물 > 어떤 새가 다른 종류의 새의

 

 


댓글(11) 먼댓글(0) 좋아요(19)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곰곰생각하는발 2015-12-17 13: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미 대선 후보 버니 샌더스는 강골 좌파`다. 그냥 진보도 아니고 강골 진보다. 대한민국이었다면 그를 빨갱이 숙주로 처형했을 것이다. 우파에 또라이 트럼프가 있다면 좌파에는 또라이 샌더스가 있는 꼴. 민주당 대선 유력 후보는 힐러리였다. 60%가 넘는 지지율. 그런데 이상한 현상이... 이제는 샌더스와 힐러리가 막상막하가 되었네. 샌더스가 터를 잡은 곳은 공교롭게도 좌파는 살 수 없는, 한국식으로 말하자면 통진당이 대구 수성구에서 정치를 하는 꼴. 험한 꼴 다 당했지만 그는 승리하고 승리했다. 공화당 텃밭에서 온갖 수모를 겪으면서 샌더스는 단 한번도 자기 노선을 바꾸지 않았다. 그게 샌더스의 힘이었다.... 샌더스는 텃새의 텃세를 이기고 대선후보까지 오른 것이다.

마립간 2015-12-17 14: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며칠이 남아 있지만, 새해 인사차 댓글을 남깁니다.

저와 곰곰발 님은 결기가 다르지만, 제가 곰곰발 님의 글을 읽으며 재미있게 보낸 한 해였습니다. 새해에도 건필하길 바랍니다.

곰곰생각하는발 2015-12-17 16:20   좋아요 0 | URL
좀 이른긴 합니다만... ㅎㅎㅎㅎㅎ 마립간 님도 새해 만사형통하시기 바랍니다.

기억의집 2015-12-17 17: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 철새당원입니다. 통진당에서 어제부로 민주당원으로 옮겼어요. 안철수 하는 짓보니 안따라 민주당 탈당한 사람들 병신만들었네요. 낡은 정치 청산 안 하면 청치 안 하겠답니다!

곰곰생각하는발 2015-12-17 21:25   좋아요 0 | URL
저도 지지 정당이 없었다면 이번 모바일 당원 모집에 함 가입했을 겁니다....
철수 씨가 참 웃긴게 낡은 정치 청산 안하면 정치를 안하겠다고 떼쓰지 말고, 원래는 정치가들이 직접 낡은 정치 고쳐서 나아가야 하는 거 아닙니까 ? 이 사람은 남이 헌집 고쳐주기를 바라고만 있습니다. 뭐 다 된 밥에 숟가락만 얹겠다는 속셈이 아닐까요..

samadhi(眞我) 2015-12-17 17: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가 조직에 충성 않는 잡것^^인데요. 조직을 떠나서 오늘 경력증명서 떼러 조직 갔는데 애들이 일을 못 해서 아침 내내 헤매더니 오후에야 그깟 증명서 하나를 내놓네요 아우 답답. 관공서 1년 짜리 계약직 지원하는데 달라는 서류가 얼마나 많은지 눈 오는 어제 오늘 여기저기 싸돌아 다녔네요.
철수는 철새가 본질임이 드러난 거지요.

곰곰생각하는발 2015-12-17 21:27   좋아요 0 | URL
눈 오는 군요. 여기는 그냥 춥기만 하네요. 엄청 춥네요... 헐 ~
원래 경력증명 따위 떼러가면 일부러 늦장부리고는 합니다.
사실, 전 직장 다시 가는 거 끔찍하지 않습니까.. 1분이라도 빨리 나오고 싶으나
이게 일부러 늦장부리는 거 같다는 생각도 듭니다... ㅎㅎㅎ

samadhi(眞我) 2015-12-17 21:30   좋아요 0 | URL
그래서 어제 오늘 무지 우울했어요. 눈을 좋아하지 않아 더 그랬어요. 게다가 눈: 말고도 눈 때문에도
고생했고요. 아침에 갑자기 안경이 안 보여서 헤매다가 남편 안경 쓰고 나갔더니 어질어질 머리는 아프고... 하루종일 고생했어요. 찾아보니 제가 메고 나갔던 가방 속 안경집에 얌전히 들어있네요 ㅠㅠ 안경을 안경집에 넣어두는 일이 좀처럼 없이 막 굴리는데 어쩌다가 ...

곰곰생각하는발 2015-12-18 13:24   좋아요 0 | URL
뭐 건망증 얘기하면 끝이 없죠...
전 옛날에 양말 한쪽만 신고 출근한 적 있습니다.

글구 이건 건망증은 아닌데

술 잔뜩 먹고 난 다음날 한겨울에 파카 주머니를 보니 꽁치 한 마리가 들어있더라고요...
정말 기겁했습니다. 구운 꽁치가 있는 겁니다. 여전히 미스테리임..

samadhi(眞我) 2015-12-18 15:45   좋아요 0 | URL
ㅋㅋㅋㅋㅋ 전날 과음하셨던 거 아녜요? 꽁치는 ㅋㅋ 어물전가게 사장님이라도... ㅋㅋ

곰곰생각하는발 2015-12-18 15:47   좋아요 0 | URL
당연히 엄청 과음했죠. 그때 생일이었등요... 4차까지 갔나요.. ㅎㅎㅎㅎㅎㅎㅎㅎ
하튼 주머니에서 구운 꽁치 나와서 정말 깜짝 놀랐습니다.
 
궁녀 - 궁궐에 핀 비밀의 꽃, 개정증보판
신명호 지음 / 시공사 / 2012년 5월
평점 :
품절


 

 

 

 

 

 


 

 


 

 

 

 

 


 

님아, 헬조선이라 부르지 마오 ?



                                                                         " 할리퀸 로맨스 소설 " 이 인기 있었던 때가 있었다. 남자들이 무렵 소설에 심취했다면, 여자들은 할리퀸 문고에서 나온 로맨스 소설에 열광'했다. 소설 제목은 소설마다 다 다르지만 내용은 대동소이한지라,  남자의 무기가 < 주먹 > 이라면 여자의 무기가 < 눈물 > 이라는 사실은 서양이나 동양이나 매한가지인 모양이다.   " 할리퀸 " 은 10대들이 읽기에 좋은, 달달한 성적 판타지 소설'이었다. 조선시대에도 할리퀸 소설이 있었다. << 춘향전 >> 이다.  백마 탄 왕자 이몽룡과 신분이 천한 춘향이'가 질펀하게 펼치는 로맨스 소설. 사실,  이 소설은 구전 설화 << 콩쥐팥쥐 >> 의 할리퀸 버전'이다.

변사또는 콩쥐를 괴롭히는 계모 캐릭터이고 이몽룡은 백마 탄 유리 구두 회사 후계자인 왕자'다. 차이가 있다면 백마 대신 마패'가 대신한다는 점이다. 이몽룡, 그는 마태우스였다. 자고이래로 동네 오빠는 믿을 놈이 못 된다. 오빠 믿지, 라고 묻는 순간 그 언약을 믿으면 안 된다는 사실은 하룻밤에 만리장성을 쌓은 경험이 있는 여성이라면 모두 알고 있는 진실이 아니었던가. 몽룡은 춘향에게 " 이리 오너라, 업고 놀자 ! " 라고 말했지만 속내는 춘향이를 등에 < 업고 > 노는 게 아니라 춘향이를 바닥에 < 엎어 > 뜨리고 노는 것이었다. 옷고름 풀어헤친 < 대가 > 는 처참했다. 춘향은 머리채'를 풀어헤친 채 변사또에게 모진 고문을 당해야 했다. 그때, 희미하게 울려퍼지는 소리. " 암, 행, 어, 사, 출, 두, 요 ! " 

그런데 우리가 모르고 있는 것 하나가 있다. " 춘향이의 일생 " 을 놓고 보면 << 춘향전 >> 은 결코 해피엔딩'이 될 수 없다는 점'이다. 춘향이는 기생의 여식으로 관에 소속된 관기 노비'였다. 어미가 기생이었으니 자식도 기생이 된 팔자. 신분 연좌제 사회가 바로 조선 사회였다. 관에 소속된 기생은 한양에서 고관이 오면 그들 앞에서 춤 추고 노래하고 술 따르고 그리고 몸도 줘야 했다. 그것이 관에 소속된 관노비의 운명이었다. 춘향이는 퍼블릭 우먼'인 셈이다.  설령, 이몽룡과 춘향이가 부부의 연을 맺었다 해도 본처는 될 수 없는 노릇. 기껏해야 뒷방 후첩으로 살아야 할 처지이고 자식이 생기면 그 자식은 노비 신분에서 벗어날 수 없었다. 또한 관기'가 남자와 결혼을 했다고 해서 신분이 바뀌는 것은 아니었다.

관아에서 관기를 호출하면 기생은 그들에게 성 서비스'를 제공해야 했다.  << 춘향전 >> 에서 해피엔딩은 말 그대로 이몽룡이 춘향이를 만나는 < 최고의 1분 > 이 전부인 것이다. 춘향은 그렇다고 치자. 그 자식들은 뭔 죄인가 !   대한민국 사회를 " 헬조선 " 이라 부르는 이유도 계급-연좌제'에 있다. 그렇다고 기회'가 아예 없는 것은 아니었다. 춘향'이가 기생 대신 노비 신분으로 궁녀가 되었다면 오히려 그녀의 삶은 더 화려했을지도 모른다. 잠시 광고를 보고 본론으로 들어가자. ( 광고 ) 궁녀, 어디까지 알고 있니 ? 궁녀, 모두 다 알고 있지만 아무도 모르는 궁녀의 삶. 부경대학교 사학과 신명호 교수가 쓴 << 궁녀 >> 는 제목 그대로 궁녀에 대한 이야기'이다.

궁녀는 대부분 공노비(관노비)에서 착출한다. 가끔은 양인 출신을 뽑기도 하는데 이런 경우는 편법에 해당되었고 그 수는 한정되었다. 궁녀가 하는 일은 말 그대로 궁궐 살림을 하는 것이다. 기록에 의하면 궁궐 안에서 일하는 궁녀 수가 500~600명(성종)이었다고 하니 그 직위와 직책도 다양할 수밖에 없었다.   일단, 궁녀는 크게 두 부류로 나뉜다. 나인과 상궁이다. 상궁은 나인 신분인 궁녀가 오를 수 있는 최고 지위'였다. 나인이 기숙사 학생이라면 상궁은 사감과 같았다. 재미있는 사실은 궁녀의 월급명세서'가 의외로 높다는 데 있다. 제조상궁 같은 경우는 당상관 벼슬아치''보다도 더 많은 월급(곡물)을 받았다. 궁녀 평균 월급이 1년에 쌀 10가마였다고 하니, 독신 여성'이라면 여유 있는 생활이다. << 정조 실록 >> 을 보면 윤택한 궁녀의 삶을 엿볼 수 있다.

 

 

무릇 명색이 궁녀인 자들이 기생을 끼고 풍악을 벌이는 짓을 한다. 게다가 액정서의 노예들과 각 궁의 종들을 여럿 거느리고 꽃놀이와 뱃놀이를 하는 행렬이 길에서 끓이지 않을 지경인데도 전혀 근심하거나 꺼리지도 않는다. 심하게는 재상들과 강가에 지은 정자나 교외에 지은 별장에 마구잡이로 들어가기도 한다. 이 밖에도 비루하고 외설한 일을 말하면 또한 추잡해진다.

- 정조 실록, 2년 윤 6월 신미조

 

그렇다면 노동 강도가 높을까 ? 하루 종일 밭일 하고 집밥 만드느라 고생하는 양인에 비하면 궁녀는 꽃 보직에 가까웠다. 놀라지 마시라, 궁녀는 주로 1일 2교대 근무를 했는데 일일 12시간 근무 후 36시간을 쉬었다고 한다. 쉽게 말해서 < 하루의 절반 (1/2) > 일 하고 나면 < 하루 반나절 (1 + 1/2 ) > 을 쉬는 셈이었다. 남는 시간은 주로 취미 활동'을 했다고 한다. 춘향이 입장에서 보면 이몽룡의 첩이 되느니 차라리 궁녀가 되는 편이 더 행복한 삶이 되었을 것이다. 될성부른 나무는 떡잎부터 알아본다고 하지 않았던가. 머리에 피도 안 마른 녀석이 기생집을 제 집 드나들 듯이 했으니, 몽룡은 여색에 환장한 놈이라. 꽃 지면 화색도 지는 법. 춘향이가 언제까지 춘향이랴. 내가 보기엔 몽룡의 첩이 된 춘향은 행복하지 않았을 것이다.

본처와 후첩의 계급 갈등은 볼 보듯 뻔하다. 더군다나 춘향은 기생의 딸로 관기 신분이었으니 그 자식도 관기가 될 팔자'였다. 궁녀를 현재로 환원하자면 결혼 제도에 얽매이지 않는 전문직 독신 여성'이다. 내가 춘향이었다면 몽룡의 첩 대신 궁녀가 될 기회를 노렸을 것이다. 미모는 어딜 가도 빛을 발하는 법.  대왕의 눈에 띄어 후궁이 되고 옥동자 낳아 빈'이 되지 말란 법 있으랴. 솔까, 암행어사'란 직책은 일종의 파견직이요, 임시직에 불과했다. 설령 왕의 여자가 되지 못했다 해도 결혼이라는 굴레에서 벗어나 당당한 전문직 여성 노동자'로 독립할 수 있으니 궁녀 생활이 나쁠 것도 없다. 궁녀라는 한정된 직업군을 가지고 전체를 싸잡아서 말하기는 그렇지만 한국 사회가 조선을 빗대서 " 헬조선 " 이라고 조롱하는 것은 이치에 맞지 않다는 생각이 든다.

< 조선 > 은 적어도 전문직 여성 노동자'에 대해서는  남녀 차별 없이 대우한 사회'였다고 볼 수 있다. 또한 높고 높은 유리 천장은 21세기 대한민국보다 높지는 않았다. 무수리가 왕의 아들을 낳기도 했으니 말이다. 적어도 조선 시대 여성은 벼락 같은 신분 상승을 노릴 기회'라도 있었던 것이다.  그러므로 님아, 헬조선이라 부르지 마오.

 


댓글(24) 먼댓글(0) 좋아요(17)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samadhi(眞我) 2015-12-15 15: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ㅎ 오늘도 쩌는 비유에 웃어요. 예전에 홍서범 노래 중에 160센티미터의 키에 잘 빠진 몸매 어쩌고 하던 노래를 소싯적 할리퀸 소설 좀 읽었던 언니랑 둘이서 개사해서 부르곤 했지요. 180센티미터의 키에 떡 벌어진 어깨와 롱다리 ㅋㅋ 이렇게요.

곰곰생각하는발 2015-12-15 15:59   좋아요 0 | URL
나 옛날에 어느 초딩이 쓴 소설 읽은 적이 있는데 거기에는 백마 탄 왕자를 이렇게 묘사했더군요.
키 2미터에 몸무게 30킬로그램...

내가 댓글 달았습니다.
키 2미터에 몸무게 30이면 허리 부러져.... ㅎㅎㅎㅎㅎ

samadhi(眞我) 2015-12-15 16:02   좋아요 0 | URL
ㅋㅋㅋㅋㅋ 사람이 아닌데요. 할리퀸에 등장하는 남자 주인공을 키 180이상, 구릿빛 피부에 탄탄한 근육질 몸매 저음의 매력적인 목소리 등등 이렇게 묘사하죠. 할리퀸 얘기하니까 갑자기 생각났어요. 떡 벌어진이 기억 안 나서 ~어진? ~러진? 이었는데 계속 흥얼 거리다가 떠올랐네요. 무지 오래 전이라... 언니랑 그렇게 노래부르며 바보같이 웃어댔죠.

곰곰생각하는발 2015-12-15 16:06   좋아요 0 | URL
초딩 소설가 입장에서는 자기 또래 몸무게에 키나 늘렸을 겁니다. ㅎㅎㅎㅎㅎㅎ 생각해 보세요. 키 2미터인데 몸무게 30이면 영향 실조로 죽었을 거입니다. 하튼 그 꼬맹이가 쓴 인터넷소설 보고 박장대소했던 기억이 나네요. 귀여니가 뜨고 나서 여기저기서 인터넷 소설이 유행했었거든요.. 이 친구도 그런 친구였는데... ㅎㅎㅎ 소설 계속 쓰고 있나 궁금하네요....

samadhi(眞我) 2015-12-15 16:10   좋아요 0 | URL
ㅋㄷㅋㄷ 그런 소설을 누군가 읽어준다는 사실이 놀랍네요.
그 당시 궁녀가 스스로 전문직임을 인식했을 것 같지는 않아요. 어쨌거나 여자의 행복이 남자에게 달려있다는 식의 사고방식이 주류였을 테니. 가끔 궁녀 얘기를 접하면 소녀가장(?) 들이 많던데 급여가 많았다는 얘기에 그런 집 딸내미들이 많았을 것이라 짐작됩니다.

곰곰생각하는발 2015-12-15 16:17   좋아요 0 | URL
생각해 보면 궁녀는 고소득 비혼 직장 여성입니다.
1년에 쌀 열 가마 ! 그리고 무척 재미있는 사실은 일할 때는 한 끼 식사를 지급한다는 점입니다. 일종의
점심 제공이에요.... 이거 21세기 한국 직장보다 좋은 거 가틈.습니다.


휴가도 있습니다. 은근 재미있네요. 이책...ㅎㅎ

samadhi(眞我) 2015-12-15 16:19   좋아요 0 | URL
으악 저도 궁녀하고 싶어지는데요. ㅋㄷㅋㄷ 몇 백년 전의 처우가 지금보다 낫다니...

곰곰생각하는발 2015-12-15 16:22   좋아요 0 | URL
그래서 제가 헬조선이라 부르지 말라는 거임.
밥 많이 먹는다 한들 궁녀 1사람이 얼마나 먹겠습니까. 한 가마 먹을려나? 9가마는 저축하는 거죠.
그리고 평생 직장 아닙니까 ? 궁녀 한 사람이 한 사람(왕족) 을 평생 모십니다. 상사만 잘 만나면 정말 장땡입니다. 계약직이 아니라 평생직이죠. 숙소 제공하죠, 반나절 일하고 하루 반나절 쉬는 시간 주어지죠.... 더군다나 궁이니 치안 확실하죠. 굶어죽을 일 없는 겁니다. 당시 상궁 정도 되면 말 타고 다녔다고 합니다. 문이나 열어주는 궁녀가 아닌 거죠...

stella.K 2015-12-15 15: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궁녀가 그렇게 많았나요?
그러니 가난은 나라도 구하지 못했단 말이 나오는 거죠. 흠...

곰곰생각하는발 2015-12-15 15:57   좋아요 0 | URL
궁녀는 노예에서 뽑았는데 참 신기하죠. 가장 낮은 계급에게 벼락 같은 신분을 얻을 수 있는 기회를 주니 말입니다. 저 정도 삶이면 솔까 그냥 가난한 양반 아내보다 백 배 나은 삶이 아닐까 싶습니다. 자유롭잖아요. 12시간 일하고 36시간 쉬는 시간이라니....

새아의서재 2015-12-15 15: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늘 기대되는 글의 전개. ^^

곰곰생각하는발 2015-12-15 15:58   좋아요 0 | URL
고맙습니다. 기대에 부흥하는 곰곰발이 되도록 불철주야......

zzz 2015-12-15 16: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믿고 보는 페이퍼 ㅋㅋㅋ 궁금하긴 해뜸
왕 침대 옆에서 문 열어주는 궁녀 보고 개피곤하겠네
서서 자는구나 했는데 그게 아니어뜸 으으으아아아아아아아아아악

곰곰생각하는발 2015-12-15 16:04   좋아요 0 | URL
역시 글은 가끔 써야 한다는 생각이..
주말 내내 과음으로 몸저 누웠습니다. 이젠 술을 못 이기겠습이요...

꾀둘이 2015-12-15 16:24   좋아요 0 | 수정 | 삭제 | URL
그날 만취하셨습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페루애님 기억하실려나요? ㅋㅋㅋㅋㅋ 유쾌한 시간이었습니다 다음에도 참석 도장 찍습니다.

곰곰생각하는발 2015-12-16 14:50   좋아요 0 | URL
Rhle꾀둘이 님 그렇습니까 ? ㅎㅎㅎㅎ 근데... 혹시 싸운 건 아니죠 ? 제 아구창이 헐었습니다... 입 안쪽이 헐었음..... 누구한테 맞ㅇ은 것 같기도 하고......

새아의서재 2015-12-15 16: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여성캐릭터들 일부가 비서. 회색 수트에.. 그들은 허리를 밀착해서... 저도 교과서에 할리퀸소설 넣고 몰래 읽었던 세대라서..늘 그 정갈하면서도 뭔가 욕망이 꿈틀거리는 회색 수트가 뭔지 상상하곤 했답니다. ^^

곰곰생각하는발 2015-12-15 16:08   좋아요 0 | URL
요거 만화방 가면 항상 한쪽 구석에 잔뜩 있었던 기억이 납니다.
옛날 삼중당 문고 크기만 하지 않았습니까 ? 가물가물 기억이 나고는 합니다.
전 할리퀸이 아가스크리스티처럼 작가 이름인 줄 알았습니다. 처음에는...
알고 보니 출판사 이름이더군요...

새아의서재 2015-12-15 16:1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ㅋㅋㅋ 다 그만그만한 캐릭터들. 저처럼 좀 평범했던 여학생들이 그나마 뭘 좀 상상해볼 수 있게 하는 ... 유일한 루트였었던 해요. 당시로는요.

곰곰생각하는발 2015-12-15 16:18   좋아요 0 | URL
전 읽어본 적은 없네요. 호기슴으로 한두 권 읽긴 했습니다만... ㅎㅎㅎㅎㅎ 요즘도 할리퀸 시리즈가 나오더군요.... 출판사 이름이 바뀌어서 그렇지 꾸준히 나와요...

다락방 2015-12-15 16: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할리퀸 시리즈가 제가 고딩때 읽을때만 해도 무조건 여자가 성적으로 순결했었는데, 그래도 최근에 읽는 할리퀸은 여자들이 성적으로 자유롭더군요. 남자는 무조건 돈이 많고 구릿빛 피부에 근육질이었으며 섹스에 능했고, 여자는 무조건 남주가 첫남자여서 항상 불타오르다가도 `안돼요`를 외치곤 했죠... 제가 십대니까 읽었지 지금 그때의 책들을 읽는다면 혈압이 오르다 못해 터졌을 것 같아요... 휴...

(할리퀸 댓글 뿐이라 죄송합니다 ㅎㅎ)

곰곰생각하는발 2015-12-16 14:52   좋아요 0 | URL
안돼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항상 외치죠. 안돼요안돼요안돼요돼요돼요돼요... 이런 식으로 말입니다. 아마 십대는 다 그런 로망이 있을 겁니다. 자연스러운 현상이고, 또 그런 측면에서 할리퀸도 필요한 문학장르라고 생각합니다.. ㅎㅎ 나쁘게만 볼 것은 아닌 거 같습니다..ㅎㅎㅎㅎ

표맥(漂麥) 2015-12-16 11: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혹시나해서... 춘향전이 실화를 바탕으로한 소설이라는 이야기 들어보셨죠? 실제 주인공은 이도령이 아니라 성도령이라는... 재밌게 무지무지 잘 읽었습니다...^^

곰곰생각하는발 2015-12-16 14:53   좋아요 0 | URL
그래서 성춘향이로궁요 ?!!!!!!!!!!

찾아봄....


진짜 성도령의 실화로군요 !!!!! 몰랐습ㄴ다. 실화에서는 그냥 모진 고문 끝에 죽은 걸로만 나오네요. 춘향전은 그것을 각색한 것이구말입닏
 

 

 

 

 

 

 

 

 

 

 

국가와 신체




                                       한때 김연아는 " 국민 여동생 " 이라고 불렸다. 국민 여동생이 있으니 유승호라는 국민 남동생도 있었다. 그리고 국민 배우와 국민 가수도 있었다. 여기서 << 국민 >> 이라는 월계관은 자랑스러운 한국인이라는 대표성'을 갖는다. 이 호칭은 2080, 전 세대를 아우르는 지지'를 얻어야 가능하다. << 국민 >> 이 국가와 사회를 구성하고 있는 사람들이라는 의미에서 넓게는 < 민중, 인민, 백성 > ,  좁게는 < 시민, 주민 >  맥락이 닿아 있다. 그런데 이들 단어는 조금씩 지향하는 방향이 다르다. 방점을 찍는 부위가 다 다르다는 말이다. < 국민 > 은 國의 民이라는 뜻이다. 국가에 방점을 찍는다. 신체(民)의 주인은 국가'다.

반면 민중은 民의 衆(무리 중)으로 무리에 방점을 찍고, 인민은 人(사람 인), 시민은 市(저자 시), 주민은 住(거주할 주)에 방점을 찍는다. 작은 차이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큰 차이'이다. < 국민 > 은 國이 제왕적 태도로 民을 통치하고자 하는 중앙 집권적 형태를, < 시민 > 은 國의 영향력에서 벗어나고자 하는 지방 자치적 성격을 드러낸다. 다시 말해서 << 국민 >> 이라는 단어가 가지고 있는 속내는 國이 民을 통치하려는 것이고, << 시민 >> 은  市가 國의 전체주의적 통치에 대항하여 民 스스로 자치적 방식으로 살림살이를 꾸려나가려는 욕망이 담겨 있다. 그렇기에 " 국민 " 이라는 말 속에는 백성이 주인이 되는 것이 아니라 백성이 국가를 위해 희생해야 된다는 기본 자세가 엿보인다.

국가 앞에서 국민은 합죽이가 됩시다, 합 !!! 국민은 나라 살림이 어려우면 집에 있던 금붙이'를 국가에게 헌납해야 한다. " 국민 된 도리 " 인 것이다. 그래서 보수는 국민 연대로 모이고 진보는 시민 연대로 모이는 것이다. 입만 열었다 하면 국민이라는 말을 쉴 새 없이 내뱉는 사람은 보수'다. 한국인의 고약한 말버릇 가운데 하나는 " 나라 망신 " 이라는 말이다. 해외 원정 성매매 사건이나 한국인 여행객의 에티켓 논쟁이 벌어지면 영락없이 등장하는 것이 바로 나라 망신이다. 황우석 사태나 조승희 총기 테러 사건이 발생했을 때 댓글을 점령했던 말은 나라 망신'이라는 표현이었다. 심지어는 야구 선수 박병호가 비교적 싼 몸값으로 메이저리그에 진출했을 때도 등장했던 말풍선이었다. 명색이 대한민국 대표 스포츠 선수인데 쪽팔리게 몸값이 그게 뭐냐는 타박이다.

 

재미있는 반응이다. 나라 망신'이라는 말버릇이 관통하고 있는 것은 신체와 영토를 동일한 것으로 인식하는 태도다. 보다 정확히 말하자면 신체는 영토(국가)의 종속이라는 노예 근성'이다. 그것은 지랄 같은 유교적 혈연주의와 조직 문화가 만든 췌장암 말기 암 세포'다. 모 연예인의 은밀한 셀카'가 미국 언론에 짧게 언급된 적이 있다. 국내 언론사가 이 언급을 언급한 적이 있다. 그때 기자가 사용한 말이 " 나라 망신 " 이라는 표현이었다. 재미교포 여성 연예인의 셀카가 나라 망신이라면, 미국은 나라 망신'을 1,000,000,000,000,000,000번은 당하고도 남았을 것이다. 우리는 할리우드 스타의 섹스 동영상이 떠돈다고 해서 미국을 형편없는 나라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리고 한국에 거주했던 프랑스인 여성이 자신이 낳은 아이들을 죽여서 냉동실에 보관했던 엽기적 사건을 보면서 프랑스를 미개한 나라라고 생각하지도 않는다. 개인과 국가를 별개로 보는 까닭이다. 그런데 이 잣대가 대한민국을 향할 때는 여지없이 이중 잣대로 변모한다. 만약에,  한국 여성이 프랑스에서 똑같은 범죄를 저질렀다면 국내 반응은 어떻게 될까 ? 대한민국은 개인-신체와 국가-영토로 별개로 보지 않는다. 국가는 국민에게 몸가짐을 조심하라고 가르친다.  신체는 영토의 사유 재산이다. 이처럼 << 국민 >> 이라는 낱말은 << 근로자http://blog.naver.com/unheimlich1/220465634383  >> 라는 단어만큼 기득권의 욕망이 반영된 표현이다. 라캉이 프로이트를 통해 언어와 욕망의 관계를 집요하게 파고들었다면, 푸코는 권력과 신체의 관계를 집요하게 파고들었다.

 

과거를 조종하는 사람이 미래를 조종한다. 조지 오웰이 소설 << 1984 >> 에서 한 말이다. 같은 이유로 언어를 조종하는 사람이 미래를 조종한다. 언어의 쓰임새를 보면 기득권의 권력 욕망이 읽힌다.

 


댓글(3) 먼댓글(0) 좋아요(12)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samadhi(眞我) 2015-12-12 20: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방금 영화, 내부자들 보고 왔어요. 그 영화에 곰발님이 언급하신 내용이 나옵니다. 언어와 권력관계?

곰곰생각하는발 2015-12-13 12:28   좋아요 0 | URL
오호,그렇습니까 ? 무슨 대사인가요 ?

samadhi(眞我) 2015-12-13 17: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기억 아니 납니다 ㅋㅋ 볼 만해요 직접 보세용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