좀비는 인류의 아편이다
인간의 정서적 발전, 형법의 개선, 전쟁의 감소, 유색 인종에 대한 처우 개선, 노예제도의 완화를 포함해 이 세계에서 단 한 걸음이라도 도덕적 발전이 이뤄질 때마다 세계적으로 조직화된 교회 세력의 끈질긴 반대에 부딪히지 않았던 경우는 한 번도 없었다.
- 나는 왜 기독교인이 아닌가, 버트란트 러셀
문자가 없던 사회에서는 입으로 말하기(orality) 가 중요한 커뮤니케이션 수단이었다. 하지만 문자가 발명되고 널리 보급되면서 문자를 읽고 쓸 줄 아는 능력(literacy) 이 커뮤니케이션의 강력한 수단으로 부상했다. 월터 옹은 이것을 구술성(orality)과 문자성(literacy)으로 구별한다. 당연히 문해율이 낮은 나라일수록 문자를 사용하지 않아도 의사 전달이 가능한 문화에 익숙하다. 예를 들면 가난한 나라일수록 책보다는 티븨 시청을 하는 시간이 높다. " 시청 " 은 읽기와는 달리 문자를 해독해야 하는 과정이 생략되었기에 " 즉각적(즉흥적) ㅡ " 이다.
그들은 티븨 드라마를 보면서 수다를 떠는 것을 좋아한다. 여기에 군것질이 동반되면 진정한 의미의 < 팝콘각 > 이 탄생하게 된다. 이 장면에서 우리가 유심히 살펴보아야 할 대목은 구술(口述)로 대표되는 입-쾌락의 강화 현상이다. 시청자는 드라마 속 배우들이 말하는 대사를 엿들으며 희로애락을 느끼고, 군것질을 하면서 드라마 속 빌런을 험담한다. 나애리, 이 나쁜 기즤배 ~ 이 반응은 생각의 결과물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생각 없이 즉흥적으로 내린 결론에 불과하다. < 생각 없이 쓰기 > 란 어렵지만 < 생각 없이 말하기 > 는 쉬운 법이니 말이다.
그래서 오럴 쾌락 문화에 익숙한 사람들은 사고가 굉장히 단순하다. 예수회 신부이자 영문학자인 월터 옹이 이것을 오럴리티'이라고 점잖게 표현했다면 정신분석학자인 프로이트는 오럴리티의 성적 쾌락을 강조하며 구순기(oral phase)라고 표현한다. 아기는 젖을 빨면서 식욕을 충족하지만, 빈 젖을 빨 때도 구순 성감대를 자극해서 성적 쾌감을 얻는다는 가설이다. 프로이트의 용어를 빌려서 월터 옹의 용어를 설명하자면 구술성은 구순기에 해당되고 문자성은 생식기( : 신체적인 성숙이 이루어져 진정한 의미에서의 성욕이 나타나는 최종 단계)에 해당된다.
그렇다면 대한민국 사회는 구술문화와 문자문화 중 어느 쪽에 가까울까 ? 모두 다 동의하겠지만 대한민국은 오럴리티의 사회'다. 한국인은 책보다는 드라마에 열광하고, " Mukbang(먹방) " 이라는 단어를 옥스퍼드 영어사전에 최초로 등재시킨 종주국이며, 사이비 종교가 전 세계에서 압도적으로 가장 많은 나라'이다. 이들은 이만희와 전광훈 같은 사이비 목사의 설교에 열광한다. 대한민국이 사이비 종교의 천국이 된 이유는 명백하다. 설교 무대는 오럴리티의 꽃이기 때문이다. 열정적 리액션을 강조하는 예배는 하나의 공연이 되었다. 아멘과 할렐루야라는 외침은
떼창으로 변질되었다. 그것은 마치 롹스타가 방방 뛰는 객석을 향해 모두 다 소리 질럿, 시바 !!!!! _ 라고 외치는 정언 명령을 닮았다1). 또한 통성 기도, 방언, 율동, 찬송은 주님의 영광과 신도의 열광을 돋보이게 만드는 BGM으로 발달했다. 예배는 공연이 되었다. 마땅히 볼거리가 없는 노년층에게 있어서 예배는 놀거리인 것이다. 뒷방 늙은이로 전락했던 노인들은 서서히 직관의 쾌감을 몸소 경험한 것이니 신세계인 셈이다. 전광훈과 같은 극우 목사는 그 사실을 간파했던 것이다. 격렬하게 비열한 전광훈을 보면서 좀비를 연상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다.
옛날 같았으면 이런 인간들은 싸잡아서 격렬비열도로 유배를 보냈을 것이다. 그들은 신체적으로는 어른이지만 정신적으로는 여전히 오럴 쾌락에 집착하는 구순기 고착 성격에서 벗어나지 못한 늙은 젖먹이'일 뿐이다. 그들이 영혼 없는 좀비가 되어 죽음을 불사(不辭)하겠다며 항전을 선포하는 이유는 전광훈이 그들에게 영생을 약속했기 때문이다. 불사(不死)에 대한 욕망이 그들을 좀비로 만든 것이다. 욥기에서 사탄은 사람이란 제 목숨 하나 건지기 위해 내놓지 못할 것이 없다고 말했지만 고작 좀비가 되어 불사가 되는 것은 영생의 가장 안 좋은 예'가 아닐까 ?
좀비가 되어서라도 불사'가 되고 싶은 욕망은 아마도 인간이 꿈꾸는 가장 비열한 방식의 영생일 것이다. 종교는 인민의 아편이라는 맑스의 말을 좀비 장르로 전환하자면 이렇다. 좀비는 인류의 아편이다.
1) 전광훈의 그 유명한 발언 : " 이 성도가 내 성도 됐는지 알아보려면 두 가지 방법이 있다. 옛날에 쓰던 방법 중 하나는 젊은 여집사에게 빤스 내려라, 한 번 자고 싶다 해보고 그대로 하면 내 성도요, 거절하면 똥이다. " 이 말은 70년대 아이돌 스타였던 리프 가렛 내한 공연 때 황홀에 빠진 한국 여성 관객들이 팬티와 브래지어를 벗어 무대 위로 던진 사건을 연상하게 만든다. 전광훈은 자신을 아이돌 롹스타로 착각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