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 짜 개 소 리 를 찾 아 서 :
반짝반작 빛나는 쥐덫
다양한 종류의 소리'가 있다. 쉰소리, 헛소리, 새소리, 쇠소리, 개소리, 찍소리, 빗소리, 잔소리, 귀신 씨나락 까먹는 소리, 좆(개) 같은 소리, 허튼소리, 문소리...... 문소리 ?! 아임소리 ! 많고 많은 소리 가운데 인간에게 제일 듣기 좋은 소리는 새소리'일 것이다. 동의 ? 동의하신다면 모두 다 부처핸섬 ! 특히 작은 새일 수록 소리가 아름답다. 아침에 높낮이가 서로 다른 새들이 지저귀는 소리는 바람의 결에 따라 흔들리는, 처마 끝에 달린 풍경 소리 같다.
굳이 이 자리를 빌려 강조하지 않아도 새와 숲의 관계는 공생에 가깝다. 새가 찾지 않는 숲은 존재하지 않는다, 아니 존재할 수 없다. 숲을 키운 건 팔 할이 새'다. 새가 없다면...... 숲도 없다. 국토 면적의 70%가 산으로 구성된 대한민국 입장에서 보면 새는 중요한 생태계의 금은보화'이다. 그런데 이 귀중한 새가 어이없는 시설물 때문에 죽는다. 어떤 종은 멸종 위기에 다다랐다. 바로 유리창이다. 새는 유리벽에 대한 개념이 없기 때문에 유리창(벽)에 충돌해 그 자리에서 죽는다. 투명한 유리창도 문제이지만 반사 유리'라고 해서 달라지는 것은 없다.
새는 유리창에 반사된 象을 허상이 아닌 실상이라 믿고 돌진한다. 하루에 유리창 충돌 사고로 죽는 새는 대략 2만 마리'이고 1년이면 대한민국에서 800만 마리가 유리창 충돌 사고로 죽는다. 어느 책에서인가 건축학은 곧 환경학이라는 문장을 읽은 적이 있다. 이 문장을 인용해서 다른 식으로 변주하자면 좋은 건축가는 좋은 환경가'라는 소리가 된다. 환경을 고려하지 않는 건축가는 좋은 건축가가 아니라는 말이다.
<< EBS 건축탐험 집 >> 에 소개된 뜬 집'을 보면서 느꼈던 것은 " 개소리 " 였다. 개소리도 이런 개소리'가 없다. 건축가의 입말을 빌리자면 환경을 고려해서(환경을 훼손하지 않는 범위 안에서 최소한으로) 지은 집이 통유리 집'이다. 누가 봐도 산촌 주변 환경과는 동떨어진, 과시성과 전시성에 촛점을 맞춘 집구석인데 검소한 최소주의1)라고 하니..... 할 말이 없다. 위에서 아래를 내려다볼 때의 쾌감 때문에 이 집을 구상했다는 집주인의 설명은 같은 눈높이로 대상을 보려는 평화주의자의 태도라기보다는 높은 곳에서 아래를 내려다보는 지배자의 그것을 닮았다. 그렇기에 이 집은 검소하다기보다는 지나치게 폭력적이다.
도시 속 커튼월(통유리 건물) 때문에 미국에서 해마다 죽는 새가 무려 6억 마리'이다. 건축가라면 유리창의 크기와 유리창 충돌 사고의 연관성을 모를 리 없다. 더군다나 새들이 모여 사는 숲속이라면 더더욱 신경을 써야 한다. 그런데 이 건축가와 집주인은 주변 환경은 무시한 채 개소리를 전시하고 있다. 아마도 이 집은 건축가가 저지를 수 있는 최악의 집이 될 것이다. 이런 것이야말로 진정한 개소리인 것이다. 통유리창은 집주인에게는 최고의 조망권을 제공하는 공간이겠으나 새의 입장에서 보면 죽음의 덫이다. 반짝반짝 빛나는 쥐덫이다.
1) 커튼월 건물(통유리 건물)이 여름에는 덥고 겨울에는 춥기 때문에 다른 건물에 비해 냉난방비가 매우 높다는 점을 감안하면 건축가가 검소 운운하는 것 개소리'다. 디자인을 최소화했다는 것이 검소하다는 증거라면 미니멀한 디자인을 상징하는 아이폰은 왜 그리 비싼가 ? 내가 뜬 집'을 보았을 때 연상되었던 것은 선그라스를 낀 박정희가 높은 연단 위에 올라 육군사관생도를 내려다보면서 훈시를 하는 이미지'였다. 다른 분들(산촌 주민들)이 깜짝 놀랐을 것 같아요 _ 라고 묻는 진행자의 감상에서도 알 수 있듯이 이 건물은 위압적이고 폭력적이다. 첨단 도시에 지어진 건물이라면 그러려니 하겠지만 숲속에서 이런 건물을 짓는 것은 자연과 주변 환경에 대한 예의가 없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