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코 로 나   이 후 의   시 대  :










로맨틱과 멜로의 차이점







                                                                                              영화에서 로맨스(틱) 장르와 멜로 장르의 차이점은 분명하다. 로맨스(틱) 장르는 녀남이 오고가다 우연히 자주 만난다. 대표적인 경우가 영화 << 해리가 샐리를 만났을 때 >> 이다. 우연을 가장한 필연이 아니라 정말로, 정말루, 진짜루 우연히 자주 마주친다. 


반면에 멜로는 만나야 하는데 만나지 못하고 서로 어긋나는 장르다(혹은 결정적 순간에 만나지 못하는 장르다). 어긋남이라는 키워드야말로 멜로의 진정한 에토스'다.  영화 << 파이란 >> 에서 최민식과 장백지는 아슬아슬하게 간발의 차이로 서로 마주치지 못한다. 그럴수록 관객은 환장하게 된다. " 두 사람, 좀..... 만나게 해줍시다, 네에 ? "  전자는 만남의 기회가 자주 발생할수록 재미있고 후자는 만남의 기회를 박탈할수록 슬프다. 그렇기에 두 장르는 서로 비슷해 보이지만 사실은 서로 다른 방식으로 사랑에 대한 이야기를 한다. 


정리하자면  :  로맨틱 코미디는 두 사람을 서로 붙여 놓아야 재미를 유발하는 장르이고 멜로 드라마는 두 사람을 서로 떨어뜨려 놓아야 재미(?)를 유발하는 장르이다. 그렇다면 < 붙이다ㅡ > 와 < 떨어뜨리다 ㅡ >  를 다른 동사로 대체하면 어떻게 될까 ?  전자는 " 뭉치다 " 로, 후자를 " 흩어지다 " 로 대체 대입 할 수 있을 것이다.  여기서 눈치가 빠른 독자'라면 글쓴이의 의중을 쉽게 간파할 것이다. " 뭉치면 살고 흩어지면 죽는다 ! " 코로나 이전 사회가 뭉치면 살고 흩어지면 죽는 사회였다면 코로나 이후 사회는 뭉치면 죽고 흩어지면 사는 사회'이다.  


이제 세계는 빠르게 비접촉 비대면 랜선 사회'로 전환되고 있다. 1인 가구는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고, 재택 근무와 온라인 수업은 새로운 라이프 스타일에 편입되었으며 빠르게 자리를 잡고 있다. 코로나 이전 사회가 < 뭉치면 > 서 살았던 사회 라면  코로나 이후는 < 흩어져 > 서 살아야 하는 사회'다.  그런 점에서 코로나 이전 사회는 로맨스 장르였고 코로나 이후는 멜로 장르'인 셈이다. 멜로 사회가 도래하면 극장이나 공연장은 문을 닫을 것이다. 영화는 극장에서 보아야 된다는 주장을 하기에 앞서 필름 카메라가 어떻게 디지털 카메라의 등장으로 궤멸했는가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이제 중요한 것은 < 경험 > 이 아니라 가상 현실을 < 체험 > 하는 것이다. 비접촉 비대면 랜선 사회는 지금까지 인류가 경험하지 못한 코페루니쿠스적 전회'다. 이제 인간은 디지털 로빈슨 크루소의 시대에 접어들었다. 격변하는 시대에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은 고독을 준비하는 일이다. 낭만은 끝났고,  진짜를 경험하는 것보다 가짜를 체험하는 시대가 도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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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 옥 이   뭐 가   나 빠   :









천국에서 







                                                                                                                                                                                                      자식을 읽은 부모 마음은 어떨까 ?  화재로 자식을 잃은 엄마가 있다. 그녀는 장례식장에서 꺼이꺼이 목놓아 울었다. 이를 지켜본 모든 이가 슬퍼했으니 단장의 고통에 마음 아파하지 않을 이, 뉘랴.   


이 상황을 유심히 바라보는 이가 있었다.  그는 바로 이 사건을 담당한 형사'였다.  그는 그녀를 유력한 피의자로 의심했고 집중 수사에 들어갔다.  형사가 그녀를 피의자로 의심한 이유는 " 그녀의 연극성 " 에 있었다.  형사가 보기에 그녀는 " 우는 척하는 것처럼 보였 -  " 던 까닭이다.  자식을 잃은 엄마라고 하기에는 지나치게 무표정한 얼굴로 대성통곡을 하니 매우 이상했던 모양.  원인은 성형 중독이었다.  여러 차례에 걸쳐 성형 수술과 성형 시술을 받다 보니 얼굴 근육이 잘리고 마비되어 슬퍼도 슬프지 않는,  무표정한 얼굴 표정이 탄생한 것이다. 


제이티븨씨 드라마 << 부부의 세계 >> 에서 얼굴에 봉침 열 대 맞은 얼굴로 열연을 펼치는 김희애(with 박선영)와 장례식장에서 표정 없는 얼굴로 대성통곡을 했다가 피의자로 의심을 받았던 여자가 서로 오버랩되는 것은 결코 우연의 일치'가 아니다. 그들은 쁘띠 성형으로 주름을 제거하여 팽팽한 얼굴을 만드는 데 성공하였으나 대신에 표정을 잃어버렸다.  사실주의 화가는 인물화를 그릴 때 모델이 입고 있는 옷의 주름에도 신경을 쓴다고 한다.  주름이 없는 옷을 입은 모델은 입체적이지 못하고 평면적인 것처럼 보이게 만들어서 생기를 잃어버리게 된다는 것이다.  


이처럼 주름은 표정을 풍부하게 만드는 요소이다.  특히,  배우에게 있어서 표정을 잃어버린다는 것은 나뭇꾼의 두 팔이 잘리는 것만큼 치명적이다. 배우란 경륜이 쌓이면서 더 깊은 연기를 펼치기 마련인데  김희애는 오히려 나이가 들수록 연기력이 퇴보하고 있었다.   영화 << 사라진 밤, 2018 >> 에서 보인 김희애의 연기는 보기 민망할 정도로 연극적이어서 나를 아연실색하게 만들었다. 이 영화에서 그녀의 최고 연기는 시체 안치소에 누운 시체 연기'였다,  맙소사 !    


윤석열 총장 부인 김건희를 보다 보면 표정을 잃어버린 얼굴을 보게 된다.  특히, 윤석열 총장 임명 수여식 때 동행했던 김건희의 무표정은 압권이었다.  인조인간 로보트 같다고나 할까 ?   솔직히 말하자면 " 언캐니 ㅡ " 했다.  오늘 라디오에서 조성모의 << 투 헤븐 >> 이라는 노래를 듣다가 문득 윤석열과 김건희와 그녀의 엄마'가 떠올랐다.  조성모는 건희의 안부를 묻는 말로 노래를 시작한다. 괜찮은 건희, 어떻게 지내는 건희 ~  조성모는 천국에서 만나자고 말하지만 건희를 천국에서 볼 가능성은 제로'다. 지옥이라면 모를까 말이다.  악인은 지옥에서 산다.  만고 진리'이다.  


내가 당신보다 도덕적으로 우월하다 말할 수는 없으니 나는 이렇게 노래하련다. 지옥에서 만나자. 지옥이 뭐가 나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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웬디와 루시
켈리 라이하르트 감독, 미셸 윌리엄스 출연 / 키노필름 / 2016년 6월
평점 :
절판














그때 미안했어요 ! 










                                                                                               30대 중반이나 되었을까 ?  검은 천 가방 몇 개를 양쪽 어깨에 짊어진 그녀는 행색이 초라했다. 머리는 헝클어져 있었고 매니큐어가 떨어져나간 손톱 밑에는 검은 때가 끼어 있었다. 여행 중이라 하기에는 지나치게 짐이 많았고 동네 주민이라 하기에도 짐이 너무 많았으며 그것이 자신이 가진 소유물의 전부라고 하기에는 너무나 가벼운 짐이었다.


당시에 나는 서울역 학원 옆 건물에서 퍼펙트월드라는 이름의 영화감상실에서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었다. 그녀는 영화 한 편을 고르더니 망설이다가 내게 십만 원짜리 수표를 건넸다. 신분증을 확인하고 수표를 받는 것이 원칙이었으나(대부분은 신분증 확인조차 하지 않았었다) 나는 단칼에 신분증을 보여달라는 부탁도 없이 퉁명스럽게 수표는 받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녀의 행색이 초라했기에 수표의 출처가 의심스러웠던 것이다. 보다 정확히 말하자면 초라한 행색만 보고 그녀를 향해 싫은 내색을 노골적으로 표현했던 것이다. 타인의 차별이 일상이라는 듯이 그녀는 화를 내지 않았다


그녀는 비디오테이프를 다시 제자리에 꽂은 후 가방을 주섬주섬 들고 황급히 나갔다. 그녀가 다시 나타난 것은 그로부터 10분 뒤였다. 한 손에는 검은 비닐봉지를 손에 들고 있었다. 그 안에는 먹을거리가 들어있었는데 아마도 다른 곳에서 수표를 교환할 목적으로 산 것처럼 보였다. 그녀는 진열대 앞에서 오랫동안 서 있었다. 그리고는 몇 편의 영화를 선택해서 카운터 앞으로 다가왔다. 그녀가 고른 영화 목록들은 내 영화적 취향과 많이 닮아서 깜짝 놀랐다. 그녀가 지폐 몇 장과 먹을거리가 담긴 비닐봉지를 내 앞에 내밀었다. " 아까 잔돈을 미리 마련하지 못해서 미안해요 ! " 


그녀의 말에 나는 귀밑까지 빨개져서 어쩔 줄 몰랐다. 내가 그녀에게 행한 차별이 부끄러웠던 것이다. 그녀를 다시 만난 것은 서울 극장 영화관에서였다. 10년 만의 재회였는데 나는 보자마자 그녀를 알 수 있었다. 당시, 상영작은 영화 << 원스 >> 였다.  불이 켜지고 관객들이 출구로 나갈 때, 나는 그때 그녀를 보았다. 커다란 가방들은 보이지 않았다.  떠돌이 생활을 청산하고 한 곳에 정착한 것일까 ?  나는 그녀와 거리를 유지한 채 망설이고 있었다. 다가가 인사를 하는 것이 좋은 결정인지 판단이 서지 않았다.  그러는 사이, 그녀는 시야에서 멀어졌고 그렇게 사라졌다. 


영화 << 웬디와 루시 >> 를 보았을 때 문득 손톱 밑에 때가 낀 손으로 돈과 간식을 건네며 미안하다고 말했던 그녀가 떠올랐다. 그 잔상이 영화를 보는 내내 떠나지 않았다.  영화적 취향이 비슷하니 어쩌면 그녀도 이 영화를 보았는지 모른다. 그리고 또 어쩌면 훗날 이 글을 읽고 있을지도 모른다.  그래서 뒤늦은 사과를 그녀에게 전하고 싶다.  그때 정말 미안했어요. 이 영화 참...... 좋죠 ?








웬디는 자신이 잃어버린 개 루시가 어느 중산층 가정으로 입양을 갔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개를 되찾을 목적으로 찾아간 그녀는 정리가 잘 된 정원에서 놀고 있는 루시를 발견하고는 계획을 변경한다. 그녀는 되돌아오기 위해 떠나야 된다는 결심을 하지만 이 결심에는 굳은 결의가 없다. 어쩌면 떠나야 한다는 변명을 하기 위해 되돌아온다고 고백했는지도 모른다. 행선지를 알 수 없는 기차 화물칸에 무임 승차한 웬디는 파노라마처럼 스치고 지나가는 밖의 풍경을 본다. 볕이 들지 않는 울울한 삼림의 풍경이 표정 없이 지나간다.  이 영화는 헐리우드 영화 공장에서는 보여주지 않는 자본주의 미국의 민낯을 여과 없이 보여준다. 누구에게나 룰은 공평하게 적용되어야 한다는 민주주의의 철학이 때로는 가난한 사람에게는 폭력일 수도 있다는 사실을 이 영화는 고발하고 있다.  영화는 반전도 없고 행운도 없다.  묵묵히 불행을 견디는 여자 웬디는 사랑하는 개 루시를 두고 길을 떠난다. 기똥차게 잘 만든 영화'다. 당신이 아직 이 영화를 보지 않았다는 사실은,  다시 말해서 이 영화를 볼 수 있는 행운이 아직 남아 있다는 뜻이다. 놓치면 후회할 영화'다. 보시라. 명령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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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트레이트 스토리 - [할인행사]
데이빗 린치 감독, 리차드 판스워드 외 출연 / 이지컴퍼니 / 2007년 5월
평점 :
품절










리차드 판스워스 스토리






 



기승전결에서 결(結)은 누에 실(絲)과 길하다(吉)가 결합한 것으로 좋은 방향으로 매듭을 짓는다는 뜻이다. 해피엔딩을 위한 강요인 셈이다. 하지만 나는 해피엔딩보다는 새드엔딩을 좋아하는 편이어서 매듭을 짓는 종결보다는 매듭을 묶지 못한 채 미완성으로 끝나는 종결을 좋아해서 끝이 선명하고 안전하며 예쁜 것에 대해서 항상 회의적- 이다. 영화 << 연어알 >> 에서는 한 여자가 한 여자에게 용서를 빌기 위해 그녀의 집을 찾아가는 장면이 나온다. 여자는 잠시 발걸음을 멈춘 채 호흡을 가다듬고 나서 현관문을 노크한다. 영화는 그 장면에서 느닷없이 끝난다. 일반적인 연출이었다면 문이 열리고 두 사람이 서로 화해하는 해피엔딩으로 끝을 맺었을 텐데 이 영화는 서로를 묶지 않은 채로 끝난다. 사람들인 불성실한 종결에 툴툴댔지만 나는 결이 없는 이 영화의 결'을 좋아했다. 내가 지금까지 보았던 가장 아름다운 엔딩이었다. 데이비드 린치의 << 스트레이트 스토리 >> 도 훌륭한 엔딩의 모범이다. 동생은 중풍으로 쓰러진 형을 만나기 위해 길을 떠난다. 그는 사람의 보폭보다 조금 빠른 트랙터를 몰고 6주 간의 기나긴 여정을 떠난다. 그가 먼길을 떠나기로 결심한 이유는 형과 화해를 하기 위해서다. 미안하다는 그 한 마디를 하기 위해 길을 떠난 앨빈 스트레이트는 형의 집 앞에서 그 이름을 부른다. 두 형제가 십 년 만에 만나는 자리이지만 뜨거운 눈물도 없고 포옹도 없다. 그저 낡은 의자에 앉으라고 권하는 것이 전부'다. 그리고 영화는 거기에서 끝난다. 그것은 우리가 익숙하게 보았던 용서와 화해의 방식이 아니었지만 그 어떤 장면보다도 뜨거웠다. 내가 감독이었다고 해도 그 장면에서 대화를 넣는다는 것은 부질없는 개입이라고 판단했을 것이다. 왜냐하면 리차드 판스워스와 해리 딘 스탠튼의 얼굴이 모든 것을 말해주고 있었기 때문이다. 특히, 리차드 판스워스의 마지막 얼굴은 도무지 잊히지 않는다. 그것은 영화 속 캐릭터의 얼굴이 아니라 리차드 판스워스의 얼굴이었다1). 그의 얼굴에서 문득 헤밍웨이의 노인(노인과 바다)이 떠올랐다. 그는 어부였고 트랙터와 짐칸은 거대한 청새치처럼 보였다. 꿈을 이룬 자의 허무였을까 ? 영화 촬영을 끝낸 후, 그는 권총 자살로 생을 끝낸다. 그의 나이 79살이었다. 또한 이 영화는 그의 첫 번째 주연 작품이었다.  







​                       

1)    영화를 보다 보면 종종 캐릭터의 얼굴(감정)이 아니라 배우의 얼굴(감정)이 보일 때가 있다. 구로자와 아키라 감독이 연출한 영화 << 거미의 성, 1957 >> 에서 미후네 도시로는 반란군이 쏜 화살-들 때문에 사색이 되는 연기를 펼친다. 그런데 아무리 봐도 이 장면은 죽음의 공포에 사색이 된 캐릭터 연기가 아니라 실제로 공포에 떠는 미후네 도시로의 실제 상황처럼 보였다. 후일담으로 전해진 사실에 의하면 미후네 도시로를 향해 날아든 화살들은 특수 효과가 아니라 실제로 양궁 선수들이 배우를 앞에 두고 화살을 쏜 것이라 한다. 한끗만 빗나가도 죽을 수 있었던 상황이었으니 배우 입장에서 보면 그 표정 연기는 연기가 아니라 실제의 공포 체험이었던 것이다. 이 영화의 마지막 장면에서 보여준 리차드 판스워스의 회한도 그런 경우일 것이다. 먼길을 여행하고 돌아온, 이제 모든 것을 내려놓아야 하는. 문장 대신 표정으로 마지막 유언장을 작성한 그 장면 앞에서 나는 뭉클했다. 잊지 못할 장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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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 잘 가요. 해리 !






 


 



내가 무명의 단역 배우에게 홀딱 반했던 이유는 그의 주름투성이 얼굴 때문이었다. 나이가 들면 생기는 것이 주름이라지만 사실 해리 딘 스탠튼은 스무 살에도 주름 접힌 얼굴이었다. 그의 팬이 된 이후, 그가 출연한 영화는 거의 다 보았다. 그는 다양한 캐릭터로 등장했지만 언제나 분량은 짧았다. 대부분은 잠깐 나타났다가 사라지거나 형편없는 괴물에게 잡아먹히곤 했다. 사람들이 주연배우를 보기 위해 영화관을 찾았다면 나는 전체 런닝타임에서 1분 정도 등장했다 사라지는 그를 보기 위해 영화관을 찾곤 했다.  어느 날, 그가 내 꿈에 나타났다. 그는 유창한 한국어로 나의 팬이 되어 고맙다고 말했다.  그와 이런저런 대화를 나누었는데 기억에 남는 대화는 깡통에 대한 이야기였다. 사람들은 길바닥에 떨어진 깡통을 보면 발로 찬다고, 누군가의 발길질에 차인 깡통은 또 누군가의 발길질에 날아간다고, 비록 깡통은 발이 없지만 돌이켜보면 가장 멀리 떠나 있다고. 자신은 어쩌면 그런 존재였다고.  생각해 보니 그가 내 꿈에 나타났던 것은 며칠 전에 보았던 영화 << 럭키 >> 에 대한 잔상 때문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그 영화에서 그는 주연배우였다. 그는 이 영화에서 풀타임으로 등장한다. 그가 지금까지 출연했던 모든 영화의 런닝타임을 더한 시간보다 더 많은 출연 분량이었다. (피식) 노인네, 소원 성취하셨네.         나는 그의 추레한 모습을 좋아했고, 그의 깊은 주름과 멋진 카우보이 모자를 좋아했다. 또한 독한 위스키로 폐가 손상된 그가 억지로 공기 반 소리 반 노래를 할 때, 그 깔딱거리는 호흡의 불균질성을 좋아했다. 해리는 영화 << 럭키 >> 를 찍은 해에 91세의 나이로 세상을 떠났다. 그를 생각하면 경주마 차밍걸1)이 생각난다. 96전 96패를 기록한 경주마 차밍걸의 최고 기록은 3위가 전부였지만 어지간해서는 꼴찌를 한 적도 없는 성실한 경주마였다. 나에게 해리는 그런 배우였다.  2017년 9월 15일. 그의 부고 소식을 전해 들었던 밤. 한겨울에 내리는 함박눈처럼 펑펑 울었다. 안녕. 잘 가요, 해리 ! 




​                            

1) https://blog.naver.com/unheimlich1/2208393016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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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로 2020-04-26 02:2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아!! 저는 해리 왕자에 대한 글을 쓰셨나?하고 들어왔다가 눈물 뽑고가요,,,ㅠㅠ

곰곰생각하는발 2020-04-26 16:14   좋아요 0 | URL
제가 애정하는 배우입니다. 아마, 해리는 한번쯤은 보셧을 겁니다. 워낙 많은 영화에 단역으로 출연하셔서....

수다맨 2020-04-26 14:0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이분에 대해서 찾아보니 대부 2에서 FBI 요원으로 나오셨더군요. 프랑크 펜탄젤리가 국회 청문회에서 ‘그동안 FBI가 시켜서 마이클 콜레오네(알 파치노)에 대한 허위 증언을 했다‘고 답변하는 부분에서 등장하네요. 해리 딘 스탠튼이 처음에는 잡아먹을 듯이 펜탄잘리의 뒤통수를 노려보다가 나중에는 손깍지를 끼거나 눈을 옆으로 굴리면서 초조한 기색을 드러내는 부분이 인상적입니다.
주어진 역할이 어떠하건 간에 자신의 길을 한결같이 걸어가는 사람들이 어디에나 있는 것 같습니다. 유명 스타만이 아니라 이런 이들을 칭찬하고 존중하고 기억할 수 있는 사회야말로 진정으로 건강한 사회라는 생각이 듭니다.

곰곰생각하는발 2020-04-26 16:16   좋아요 0 | URL
대부에서도 나오고, 잡다한 영화에서도 수없이 등장하죠. 워낙 짧은 등장이라 잘 모른다는... 영화 에이리언에서도 나오죠. 스트레이트 스토리에서도 등장하고... 갑자기 제목이 생각이 안나는데 괴물에게 먹히기도 하고....

laissez 2020-04-28 09: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주 어릴 때 티비에서 우연히 만났던 파리텍사스가 생각납니다, 어린 맘에도 이건 좀 심상찮은 영화구나 싶었던 생각이.
그후 비디오샵에서 빌려보고 오래 잔상에 남았었네요. 한동안 영화를 잊고 살아서 이 분이 돌아가신 줄도 몰랐었다는;;

곰곰생각하는발 2020-04-28 19:15   좋아요 0 | URL
91세이니 천수를 누린 셈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