욕망을 숨긴 말.
1. 월드 시리즈
아메리칸 리그'에서는 < 보스턴 레드 삭스 > 가 승승장구하고 있고, 내셔널리그에서는 < LA 다져스 > 가 승승장구하고 있다. 두 팀이 각 리그 우승으로 월드 시리즈'에서 맞붙는다면 최상의 시나리오가 아닐까 싶다. 나는 아메리칸 리그에서는 보스턴 레드삭스를 응원했고, 내셔널 리그'에서는 다저스'를 응원했기 때문이다. 만약에 두 팀이 월드시리즈에서 붙는다면, 나는 보스턴 레드 삭스'를 응원할 수밖에 없다. 왜냐하면 10년째 레드 삭스'를 응원했기 때문이다. 다저스'에는 미련 없다. 류현진'을 응원했을 뿐이니 말이다. 그런데 문득 " 월드 시리즈 " 라는 말이 자꾸 신경을 건드린다. 곰곰 생각했다 ! 왜, 월드 시리즈'이지 ?!
미국 프로야구'는 말 그대로 미국 내 경기'이다. 한국 프로야구'도 가을 야구'를 < 한국 시리즈 > 라고 하고 일본도 < 재팬 시리즈 > 라고 하니 미국 프로야구도 " 월드 시리즈 " 가 아니라 " U.S.A 시리즈'가 되어야 한다. 월드 시리즈에 부합되려면 국가 대항전'이 되어야 하는 데에도 불구하고 무조건 WORLD '라고 한다. 제국의 지랄 같은 근성이 읽힌다. 지구는 태양을 중심으로 돌고 세계는 미국을 중심으로 돈다는 말인가 ? 닝기미, 그래. 니 팔뚝 굵다 ! 가만 생각해 보면 신인왕 후보'도 그렇다. 류현진은 신인왕 후보 가운데 한 명'이다. 그런데 류현진은 신인'이 아니다. 이미 한국 프로야구'에서 100승에 가까운 승리'를 따낸 베테랑 투수가 아니던가.
류현진이 신인왕 후보'로 거론되는 이유( 신인왕을 차지할 가능성은 거의 제로에 가깝지만... )는 한국에서의 경력 따위는 인정하지 않겠다는 태도 때문이다. " 허허허허... 동네 사회인 야구 시합에서 100승 채웠다고 인정해 달라는 말이오 ? 이 사람, 후훗... 웃긴 사람이네. 이보쇼 ! 여긴 미국이오 ! 메이져리그'란 말이오 ! 껄껄껄... " 건방진 태도이기는 하나..... 사실, 딱히 부정하기도 그렇다. 메이져리그'는 세계 각국에서 솜씨 좀 있다 하는 사람들은 모두 모이는 곳이다. 푸에르토리코, 도미니카공화국, 쿠바, 일본, 한국'에서 상위 1% 베테랑'이라고 하는 선수들이 입문하는 곳이 바로 미국 메이져리그'이다. 씁쓸하지만 메이져리그'는 자국 내 야구 경기'이지만 세계 대회의 성격을 가지고 있다. < 야구란 무엇인가 > 는 지금까지 내가 읽은 야구 서적 가운데 가장 좋다. 명불허전이다.
2. 신대륙
" 내가 최고다 정신 " 은 < 신대륙 > 이라는 말'에서 정점을 이룬다. 서구 유럽인'이 보기에는 북아메리카 대륙은 그들 눈에 띈 새로운 땅이지만, 사실 이 대륙은 이미 아메리카 원주민들이 수천년 동안 살아온 터전'이다. 그렇기 때문에 " the New World " 가 아니라 " the Old World " 가 되어야 한다. 서구 유럽인은 수천 년 동안 이어진 역사'를 간단하게 원년으로 리셋해 버린 것이다. 그것은 한국에서 100승에 가까운 승수를 쌓은 류현진의 기록을 0으로 리셋한 후 신인왕 후보 자격을 부여하는 것과 비슷한다. 알고 보면 참... 좆같은 자세'다. 유럽인은 처음부터 아메리카 원주민'을 투명인간 취급을 했고 미개인으로 분류해서 품종을 개량해야 할 대상으로 인식했을 뿐이다. 결과는 대량 학살'이었다. 그런데 정말 아메리카 원주민들은 미개인'이었을까 ? 클로드 앙리 레비스트로스'는 < 야생의 사고 > 에서 서구 중심 사고'에 대해 빅엿'을 날린다.
개인적으로 < 주는 것 없이 그냥 싫은 사르트르' > 는 " 상황 속에서 주체는 늘 정치적으로 옳은 선택을 해야 ......" 한다고 주장했는데 이 말은 결국 똑똑한 소수의 엘리트'가 정치적으로 옳은 선택을 해서 역사의 결과인 문명을 진화시켜야 한다는 말이다. 사르트르'는 비문명 사회 원주민의 사고'를 단순히 " 손재주가 조금 탁월한 사람 " 으로 평가 절하했다. 사람 깔보기 좋아했던 사르트르이니 그 꼴불견은 눈 감고도 알 듯하다. 카뮈를 듣보잡 취급했던 사르트르가 아니었던가 ! 기고만장한 사르트르에 화가 난 인물은 카뮈 만이 아니었다. " 뭐, 손재주 ?! 이런 시부랄.... " 레비스트로스는 이 말에 뚜껑이, 왕 열렸으니......
레비스트로스는 < 야생의 사고 > 에서 사르트르가 생각 없이 뱉은 말을 조목조목 비판한다. 레비스트로스는 역사와 문명은 개인의 정치적 옳고 그름'을 선택한 결과'가 아니라 사회 구조'에 따라 인간의 행위'가 결정된다고 본다. 사르트르가 정치적 인간에 방점을 찍는다면, 레비스트로스는 인간을 사회 구조의 하위 단계'로 보는 것이다. 그는 이런 말을 한다. " 인간이 사회 구조를 만드는 것이 아니라 사회 구조가 인간을 만드는 것이다. " 사르트르는 인간 사회를 수사자 한 마리다 전체 무리를 거느리는 사자 무리'로 인식한 반면 레비스트로스는 인간 사회를 개미 군락으로 인식했다. 사르트르는 나무를 보았고, 레비스트로스는 숲을 바라보았다. 레비스트로스의 < 야생의 사고 > 를 읽지 않았다면 반드시 추천한다.
3. 남자와 여자
이 글은 어디까지나 개인적 몽상에 가깝'다 : 남자는 사내 < 男 > 과 아들 < 子 > 로 이루어진 낱말이다. < 남자 > 란 결국 한 편의 서바이벌 스토리'라 할 만하다. 아이에서 어른'이 되어가는 과정'이 고스란히 읽힌다. 남자'라는 칭호는 생애 주기'에서 사망률이 가장 높은 유년 시기'를 잘 견딘 자에게 내리는 훈장'이다. ( 옛날에는 유아 사망률이 높았다. ) 어릴 때 죽은 아이들은 결코 남자'라는 훈장을 얻지 못한다. 이처럼 남자'라는 호칭은 동성 사회'가 보내는 격려와 박수가 읽힌다. 진한 우정'이다. 남자란......
그런 존재다. 서로 칭찬하고 막 그런다. 유식하게 말하자면 < 브라더 후드 > 이지만 나는 < 부라알 후드 > 라고 쓴다. 로빈 후드가 활을 쏘며 놀았다면 불알 후드'는 가재 잡고 놀았다. 반면 여자는 좀 이상하다. 계집 女에 아들 子'다. 남자'라는 단어와는 달리 성장 스토리가 읽히지 않는다. 남자가 " 아들에서 어른으로 " 의 성장 과정을 담았다면 여자는 모두 남녀추니'요, 그 유명한 사방지'를 떠올리게 한다.
사방지는 조선 세조 때 인물로서 남성의 성기를 가지고 있으면서 상체는 여성 성을 띄고 있던 인물입니다. 그에 대한 기록은 <<패관잡기>>와 <<필원잡기>>에 상세합니다. 어숙권의 <<패관잡기>>에 의하면, 사방지는 천민으로서 어려서부터 부모가 여자의 옷을 입히고 바느질을 시켰는데, 장성하여서는 사대부 집에 드나들며 여종들과 함께 자는 일이 많았다. 진사 김구석의 아내 이씨는 과부로 있으면서 사방지에게 바느질을 시키며 밤낮으로 10여 년을 함께 거처하였다. 이 사실을 들은 사헌부에서는 1463년(세조9) 봄에 그를 국문하였는데, 확인해 보니 남경(男莖)이 매우 장대하였다고 한다. 이를 두고 세조는 웃으며 이씨의 아비인 판부사 이순지(李純之)의 가문을 더럽힐 염려가 있으니 따지지 말고 사방지를 이순지에게 넘겨 주어 처리하게 하였다. 이에 이순지는 곤장 10여 대만을 때리고 사방지를 경기도 내의 종으로 보내었다. 그러나 이순지가 죽고 이씨가 사방지와 다시 놀아나자 국왕 세조는 그를 신창현으로 귀양보내었다.
■ 과부 이씨의 父인 이순지'는 세종이 매우 아끼던 천문학자'로서 천문학 분야에서 가장 뛰어난 업적을 남긴 과학자로 뽑힌다.
어숙권은 사방지를 두고 본인이 본 양성을 가진 암말을 떠올리며, 그 암말은 암·숫말과 정을 통하지 않는데 사방지는 여자와 정을 통하였으니 말보다 심한 자라 평했다. 그리고 양성인이라는 말은 사방지로부터 비롯되었다고 하였다. 한편, 서거정의 <<필원잡기>>에 의하면 국왕 세조가 사방지의 처리에 관해 서거정에게 물었다 한다. 이에 서거정은 <<강호기문>>이라는 책에서 어떤 양성인을 人道의 바른 것을 더럽힌 자라며 죽였던 일을 들어 처벌하기를 청하였으나, 세조는 억지로 일을 밝히지 말라고 명하였다 한다.
- 네이버 지식인'에서 발췌
女子라는 단어 조합만으로 보자면 남자는 여자에게 " 네 안에 나 있다 ! " 라고 우길 만하다. 네 몸 절반은 내 꺼'다, 라는 알 수 없는 자신감이 읽힌다. 후훗 ! 이처럼 < 여자 > 라는 단어는 굉장히 성차별적인 것이다. 내 주장이 황당하기는 하지만 세상 돌아가는 꼴을 보면 그리 황당한 주장도 아니다. 한국 사회는 남성들에게는 지나치게 관대하지만 여성에게는 꽤나 엄격하다.
여자'라는 단어가 말해주듯이 한국 남성은 여성을 하나의 주체로 온전히 인정하지 않는다. 불완전한 주체이다. 구멍이요, 결핍이다. 남자가 바람을 피우면 < 사내 새끼가 그럴 수도 있지...... > 라고 대수롭지 않게 넘어가면서, 여자가 바람을 피우면 < 그년, 그럴 줄 알았어...... > 라고 말한다. 그뿐이 아니다. 한국 사회에서 남자는 담배를 피워도 되지만 여성이 담배를 피우면 쉬운 여자'가 된다. 남자들은 말한다. " 담배를 피우려거든 화장실에 가서 피워라, 쌍년들아 ! " 만약에 이런 말을 들었다면 김유정의 단편 < 동백꽃 > 에 나오는 점순'이처럼 당신도 거칠게 말하라. " 닥쳐 ! 너 아버지가 고자라지 ? 까르르르르... "
내가 대통령이 된다면 女子'라는 조합 대신 女者'라고 고치겠다. 男子도 마찬가지다. 男者라고 고치겠다. 아들 子보다는 사람 者를 써야 한다. 농담으로 한 소리'이다.
4. 복날 ( 伏- ) : 본문과는 전혀 관계 없는 한 토막
복날에 개 패듯 한다, 는 속담'이 있다. 초복, 중복, 말복이 되는 날로 그해의 더위를 물리친다 하여 개장국이나 삼계탕을 먹는 날이다. 개 입장에서 보면 복날은 < 핼 오브 지옥 > 이다. 더군다나 단칼에 숨통을 그어서 죽이기 보다는 패서 죽였으니 고통은 배가 되었을 것이다. 여기서 < 삼복 > 할 때 < 복 > 이 바로 엎드릴 복/伏'이다. 사람 人과 개 犬'이 합친 모양새'다. 주인 앞에서 납작 엎드려 꼬리를 살살 치는 모습에서 < 엎드리다, 복종하다 > 라는 뜻이 된 모양이다. 그런데 혹서의 정점인 날'을 뜻하는 단어에 伏 자'가 쓰인 이유는 무엇일까 ?
伏의 독음은 쪼갤 副(부)와 같은 계열에 속한다. 이 두 음을 겹치면 " 납작 엎드려서 꼬리를 치는 개를 쪼개다 " 라는 뜻이 된다. 그러니깐 伏은 개를 잡는다, 라는 뜻으로 통한다. 실제로 삼복 ( 三伏 ) 에서 伏 자는 농작물의 병충해 방지를 위해 지내는 여름 제사 이름'이라고 한다. 이 제사에서 개를 제물로 삼아 가슴을 쪼개고 지체를 찢어서 마을 곳곳에 걸어두었다고 해서 복날'이 된 듯하다.
http://blog.aladin.co.kr/749915104/6395365 : 물고기 이름으로 본 조상의 노예 근성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