욕망을 숨긴 말.

 

 

 

 

1. 월드 시리즈

 

아메리칸 리그'에서는 < 보스턴 레드 삭스 > 가 승승장구하고 있고, 내셔널리그에서는 < LA 다져스 > 가 승승장구하고 있다. 두 팀이 각 리그 우승으로 월드 시리즈'에서 맞붙는다면 최상의 시나리오가 아닐까 싶다. 나는 아메리칸 리그에서는 보스턴 레드삭스를 응원했고, 내셔널 리그'에서는 다저스'를 응원했기 때문이다. 만약에 두 팀이 월드시리즈에서 붙는다면, 나는 보스턴 레드 삭스'를 응원할 수밖에 없다. 왜냐하면 10년째 레드 삭스'를 응원했기 때문이다. 다저스'에는 미련 없다. 류현진'을 응원했을 뿐이니 말이다. 그런데 문득 " 월드 시리즈 " 라는 말이 자꾸 신경을 건드린다. 곰곰 생각했다 ! 왜, 월드 시리즈'이지 ?!

 

미국 프로야구'는 말 그대로 미국 내 경기'이다. 한국 프로야구'도 가을 야구'를 < 한국 시리즈 > 라고 하고 일본도 < 재팬 시리즈 > 라고 하니 미국 프로야구도 " 월드 시리즈 " 가 아니라 " U.S.A 시리즈'가 되어야 한다. 월드 시리즈에 부합되려면 국가 대항전'이 되어야 하는 데에도 불구하고 무조건 WORLD '라고 한다. 제국의 지랄 같은 근성이 읽힌다. 지구는 태양을 중심으로 돌고 세계는 미국을 중심으로 돈다는 말인가 ? 닝기미, 그래. 니 팔뚝 굵다 ! 가만 생각해 보면 신인왕 후보'도 그렇다. 류현진은 신인왕 후보 가운데 한 명'이다. 그런데 류현진은 신인'이 아니다. 이미 한국 프로야구'에서 100승에 가까운 승리'를 따낸 베테랑 투수가 아니던가.

 

류현진이 신인왕 후보'로 거론되는 이유( 신인왕을 차지할 가능성은 거의 제로에 가깝지만... )는 한국에서의 경력 따위는 인정하지 않겠다는 태도 때문이다. " 허허허허... 동네 사회인 야구 시합에서 100승 채웠다고 인정해 달라는 말이오 ? 이 사람, 후훗... 웃긴 사람이네. 이보쇼 ! 여긴 미국이오 ! 메이져리그'란 말이오 ! 껄껄껄... " 건방진 태도이기는 하나..... 사실, 딱히 부정하기도 그렇다. 메이져리그'는 세계 각국에서 솜씨 좀 있다 하는 사람들은 모두 모이는 곳이다. 푸에르토리코, 도미니카공화국, 쿠바, 일본, 한국'에서 상위 1% 베테랑'이라고 하는 선수들이 입문하는 곳이 바로 미국 메이져리그'이다. 씁쓸하지만 메이져리그'는 자국 내 야구 경기'이지만 세계 대회의 성격을 가지고 있다. < 야구란 무엇인가 > 는 지금까지 내가 읽은 야구 서적 가운데 가장 좋다. 명불허전이다.

 

 

 

 

 

2. 신대륙

 

" 내가 최고다 정신 " 은 < 신대륙 > 이라는 말'에서 정점을 이룬다. 서구 유럽인'이 보기에는 북아메리카 대륙은 그들 눈에 띈 새로운 땅이지만, 사실 이 대륙은 이미 아메리카 원주민들이 수천년 동안 살아온 터전'이다. 그렇기 때문에 " the New World " 가 아니라 " the Old World " 가 되어야 한다. 서구 유럽인은 수천 년 동안 이어진 역사'를 간단하게 원년으로 리셋해 버린 것이다. 그것은 한국에서 100승에 가까운 승수를 쌓은 류현진의 기록을 0으로 리셋한 후 신인왕 후보 자격을 부여하는 것과 비슷한다. 알고 보면 참... 좆같은 자세'다. 유럽인은 처음부터 아메리카 원주민'을 투명인간 취급을 했고 미개인으로 분류해서 품종을 개량해야 할 대상으로 인식했을 뿐이다. 결과는 대량 학살'이었다. 그런데 정말 아메리카 원주민들은 미개인'이었을까 ? 클로드 앙리 레비스트로스'는 < 야생의 사고 > 에서 서구 중심 사고'에 대해 빅엿'을 날린다.

 

개인적으로 < 주는 것 없이 그냥 싫은 사르트르' > 는 " 상황 속에서 주체는 늘 정치적으로 옳은 선택을 해야 ......" 한다고 주장했는데 이 말은 결국 똑똑한 소수의 엘리트'가 정치적으로 옳은 선택을 해서 역사의 결과인 문명을 진화시켜야 한다는 말이다. 사르트르'는 비문명 사회 원주민의 사고'를 단순히 " 손재주가 조금 탁월한 사람 " 으로 평가 절하했다. 사람 깔보기 좋아했던 사르트르이니 그 꼴불견은 눈 감고도 알 듯하다. 카뮈를 듣보잡 취급했던 사르트르가 아니었던가 ! 기고만장한 사르트르에 화가 난 인물은 카뮈 만이 아니었다. " 뭐, 손재주 ?! 이런 시부랄.... " 레비스트로스는 이 말에 뚜껑이, 왕 열렸으니......

 

레비스트로스는 < 야생의 사고 > 에서 사르트르가 생각 없이 뱉은 말을 조목조목 비판한다. 레비스트로스는 역사와 문명은 개인의 정치적 옳고 그름'을 선택한 결과'가 아니라 사회 구조'에 따라 인간의 행위'가 결정된다고 본다. 사르트르가 정치적 인간에 방점을 찍는다면, 레비스트로스는 인간을 사회 구조의 하위 단계'로 보는 것이다. 그는 이런 말을 한다. " 인간이 사회 구조를 만드는 것이 아니라 사회 구조가 인간을 만드는 것이다. " 사르트르는 인간 사회를 수사자 한 마리다 전체 무리를 거느리는 사자 무리'로 인식한 반면 레비스트로스는 인간 사회를 개미 군락으로 인식했다. 사르트르는 나무를  보았고, 레비스트로스는 숲을 바라보았다. 레비스트로스의 < 야생의 사고 > 를 읽지 않았다면 반드시 추천한다.

 

 

 

 

 

3. 남자와 여자

 

이 글은 어디까지나 개인적 몽상에 가깝'다 : 남자는 사내 < 男 > 과 아들 < 子 > 로 이루어진 낱말이다. < 남자 > 란 결국 한 편의 서바이벌 스토리'라 할 만하다. 아이에서 어른'이 되어가는 과정'이 고스란히 읽힌다. 남자'라는 칭호는 생애 주기'에서 사망률이 가장 높은 유년 시기'를 잘 견딘 자에게 내리는 훈장'이다. ( 옛날에는 유아 사망률이 높았다. ) 어릴 때 죽은 아이들은 결코 남자'라는 훈장을 얻지 못한다. 이처럼 남자'라는 호칭은 동성 사회'가 보내는 격려와 박수가 읽힌다. 진한 우정'이다. 남자란......

 

그런 존재다. 서로 칭찬하고 막 그런다. 유식하게 말하자면 < 브라더 후드 > 이지만 나는 < 부라알 후드 > 라고 쓴다. 로빈 후드가 활을 쏘며 놀았다면 불알 후드'는 가재 잡고 놀았다. 반면 여자는 좀 이상하다. 계집 女에 아들 子'다. 남자'라는 단어와는 달리 성장 스토리가 읽히지 않는다. 남자가 " 아들에서 어른으로 " 의 성장 과정을 담았다면 여자는 모두 남녀추니'요, 그 유명한 사방지'를 떠올리게 한다.

 

사방지는 조선 세조 때 인물로서 남성의 성기를 가지고 있으면서 상체는 여성 성을 띄고 있던 인물입니다. 그에 대한 기록은 <<패관잡기>>와 <<필원잡기>>에 상세합니다. 어숙권의 <<패관잡기>>에 의하면, 사방지는 천민으로서 어려서부터 부모가 여자의 옷을 입히고 바느질을 시켰는데, 장성하여서는 사대부 집에 드나들며 여종들과 함께 자는 일이 많았다. 진사 김구석의 아내 이씨는 과부로 있으면서 사방지에게 바느질을 시키며 밤낮으로 10여 년을 함께 거처하였다. 이 사실을 들은 사헌부에서는 1463년(세조9) 봄에 그를 국문하였는데, 확인해 보니 남경(男莖)이 매우 장대하였다고 한다. 이를 두고 세조는 웃으며 이씨의 아비인 판부사 이순지(李純之)의 가문을 더럽힐 염려가 있으니 따지지 말고 사방지를 이순지에게 넘겨 주어 처리하게 하였다. 이에 이순지는 곤장 10여 대만을 때리고 사방지를 경기도 내의 종으로 보내었다. 그러나 이순지가 죽고 이씨가 사방지와 다시 놀아나자 국왕 세조는 그를 신창현으로 귀양보내었다.

■ 과부 이씨의 父인 이순지'는 세종이 매우 아끼던 천문학자'로서 천문학 분야에서 가장 뛰어난 업적을 남긴 과학자로 뽑힌다.


어숙권은 사방지를 두고 본인이 본 양성을 가진 암말을 떠올리며, 그 암말은 암·숫말과 정을 통하지 않는데 사방지는 여자와 정을 통하였으니 말보다 심한 자라 평했다. 그리고 양성인이라는 말은 사방지로부터 비롯되었다고 하였다. 한편, 서거정의 <<필원잡기>>에 의하면 국왕 세조가 사방지의 처리에 관해 서거정에게 물었다 한다. 이에 서거정은 <<강호기문>>이라는 책에서 어떤 양성인을 人道의 바른 것을 더럽힌 자라며 죽였던 일을 들어 처벌하기를 청하였으나, 세조는 억지로 일을 밝히지 말라고 명하였다 한다.

 

- 네이버 지식인'에서 발췌

 

女子라는 단어 조합만으로 보자면 남자는 여자에게 " 네 안에 나 있다 ! " 라고 우길 만하다. 네 몸 절반은 내 꺼'다, 라는 알 수 없는 자신감이 읽힌다. 후훗 ! 이처럼 < 여자 > 라는 단어는 굉장히 성차별적인 것이다. 내 주장이 황당하기는 하지만 세상 돌아가는 꼴을 보면 그리 황당한 주장도 아니다. 한국 사회는 남성들에게는 지나치게 관대하지만 여성에게는 꽤나 엄격하다.

 

여자'라는 단어가 말해주듯이 한국 남성은 여성을 하나의 주체로 온전히 인정하지 않는다. 불완전한 주체이다. 구멍이요, 결핍이다. 남자가 바람을 피우면 < 사내 새끼가 그럴 수도 있지...... > 라고 대수롭지 않게 넘어가면서, 여자가 바람을 피우면 < 그년, 그럴 줄 알았어...... > 라고 말한다. 그뿐이 아니다. 한국 사회에서 남자는 담배를 피워도 되지만 여성이 담배를 피우면 쉬운 여자'가 된다. 남자들은 말한다. " 담배를 피우려거든 화장실에 가서 피워라, 쌍년들아 ! " 만약에 이런 말을 들었다면 김유정의 단편 < 동백꽃 > 에 나오는 점순'이처럼 당신도 거칠게 말하라. " 닥쳐 ! 너 아버지가 고자라지 ? 까르르르르... "  

 

내가 대통령이 된다면 女子'라는 조합 대신 女者'라고 고치겠다. 男子도 마찬가지다. 男者라고 고치겠다. 아들 子보다는 사람 者를 써야 한다. 농담으로 한 소리'이다.

 

 

 

 

 

 

4. 복날 ( 伏- ) : 본문과는 전혀 관계 없는 한 토막

 

복날에 개 패듯 한다, 는 속담'이 있다. 초복, 중복, 말복이 되는 날로 그해의 더위를 물리친다 하여 개장국이나 삼계탕을 먹는 날이다. 개 입장에서 보면 복날은 < 핼 오브 지옥 > 이다. 더군다나 단칼에 숨통을 그어서 죽이기 보다는 패서 죽였으니 고통은 배가 되었을 것이다. 여기서 < 삼복 > 할 때 < 복 > 이 바로 엎드릴 복/伏'이다. 사람 人과 개 犬'이 합친 모양새'다. 주인 앞에서 납작 엎드려 꼬리를 살살 치는 모습에서 < 엎드리다, 복종하다 > 라는 뜻이 된 모양이다. 그런데 혹서의 정점인 날'을 뜻하는 단어에 伏 자'가 쓰인 이유는 무엇일까 ?

 

伏의 독음은 쪼갤 副(부)와 같은 계열에 속한다. 이 두 음을 겹치면 " 납작 엎드려서 꼬리를 치는 개를 쪼개다 " 라는 뜻이 된다. 그러니깐 伏은 개를 잡는다, 라는 뜻으로 통한다. 실제로 삼복 ( 三伏 ) 에서 伏 자는 농작물의 병충해 방지를 위해 지내는 여름 제사 이름'이라고 한다. 이 제사에서 개를 제물로 삼아 가슴을 쪼개고 지체를 찢어서 마을 곳곳에 걸어두었다고 해서 복날'이 된 듯하다.

 

 

 

 

 

 

 

 

http://blog.aladin.co.kr/749915104/6395365 : 물고기 이름으로 본 조상의 노예 근성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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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 2013-09-13 23: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싸르트르는 진화와 진보를 구분하고 썼을까요?
암튼, 레비스트로스의 야생의 사고,를 꼭 읽어 보겠습니다.

부라알 후드, 子보다 者, 공감! :)

곰곰생각하는발 2013-09-14 01:34   좋아요 0 | URL
야생의 사고.. 굉장히 재미있어요.
좀 어렵기는 한데 정독하면 무척 깨닫는 게 많습니다.
절대 강추입니다.

만화애니비평 2013-09-14 00: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레비 스트로스의 야생의 사고, 이건 잘 만들었죠. 마빈 해리스의 서적을 봐도 야생의 사고 구조를 유사하게 진행했죠. 문화유물론적으로@

곰곰생각하는발 2013-09-14 01:33   좋아요 0 | URL
책장에서 책을 꺼낸 김에 그냥 그 자리에서 다시 읽었는데 여전히 뛰어나네요.
대단한 작품입니다. 정말 레비스트로스는 대단한 인물이라 생각이 드네요...
인류학을 배우면 당연히 문명과 비문명의 차이가 얼마나 습자지 같이 얇은 차이인 줄 대번에
깨닫게 되니 휴머니스트가 되는 것 같아요.
하여튼 사르트르는 상당히 건방짐....

엄동 2013-09-14 14: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 그죠

사람者가 맞죠 국립국어원에 건의라도 어케ㅋㅋ

. 정류장이나 공공장소에서 지들은 눈치안보고 담배 꼬나물면서

'지붕없는 곳'에서 "감히"담배를 피우는 여자들을 나무라는

몇몇의 꼰대들도 같잖고요.


. 아 농담으로 한 소리는 아닙니다~


곰곰생각하는발 2013-09-14 17:36   좋아요 0 | URL
설한 님 오셨군요 ~
반가워요. 설한 님. 흠흠...
뭐라 그러는 놈 있으면 야, 이 고자새끼야 ~ 라고 욕 해도 됩니다.

수다맨 2013-09-14 16: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레비스트로스를 한 번 읽어봐야겠습니다. 이 분의 명성은 자자한데, 막상 그의 책을 정독했다는 사람을 만나기는 어렵더라구요.

곰곰생각하는발 2013-09-14 17:35   좋아요 0 | URL
네에... 레비 읽어보세요. 슬픈 열대보다는 먼저 야생의 사고'를 먼저 읽어보시는 것이 더 좋습니다.

만화애니비평 2013-09-15 00:56   좋아요 0 | URL
책 내용은 야생의 사고가 좋으나, 난이도로 보면 슬픈 열대가 좋습니다.
밀림의 원시부족이나 후진국 부족에 대한 레비 스트로스의 인간애가 돋보입니다.
사라져가는 문화에 대한 아쉬움을 보면서 참....

수다맨 2013-09-14 16: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그리고 추천해주신 사이바라 리에코의 만화는 잘 보았습니다. 인생의 책으로 삼아도 될 만큼 더없이 훌륭했습니다. 요즘 들어 마음에 닿는 책을 찾기가 어려웠는데ㅡ요 몇 주간 인상 깊게 읽었던 책이라곤 찰스 부코스키와 도스토예프스키의 소설이 전부입니다ㅡ 곰곰발님 덕분에 멋진 책 한 권을 마음에 새기네요.

곰곰생각하는발 2013-09-14 17:35   좋아요 0 | URL
아, 우리집 보셨군요. 저도 정말 이 만화 보고 하도 막막해서 막걸리를 마셨습니다.
참... 좋은 만화예요. 어떤 진정성 같은 게 느껴지비다. 나의 라임 오렌지 나무 보는 것 같았습니다.
반갑네요. 수다맨 님 !

2013-09-14 19:2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3-09-15 09:19   URL
비밀 댓글입니다.

히히 2013-09-15 01: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한 해는 매실엑기스를 담은 장독에 금이 갔는지 바닥이 진득하였습니다.
강한 산성으로 테이프로는 어림없고 매실알맹이를 건지기엔 아직 일러
다른 독으로 옮기지도 못하고 애를 먹고 있는데
친정엄마가 놀러와서는 밀가루를 달라시더니
반죽을 하여 금간 독을 메우시더라구요.
이런 사소한 경험을 몇 번 하고 나면 내가 소유한 지식이 조상의 지혜를 앞서지 못한다는 결론에 도달합니다.

문명화의 명분 아래 운명한 원주민의 혼백이 떠도는 ' 神대륙'의 생명이 언제까질라나?

곰곰생각하는발 2013-09-15 09:21   좋아요 0 | URL
오, 그거 정말입니까 ? 밀가루로 금 간 장독을 메운다고요 ?
신기하네요. 역시 세월의 지혜가 쌓이면 정말 무시무시하죠...
요즘 매실액 담그는게 인기군요. 저희 집도 엄청 담갔었는데.....

에효... 전 어제 술을 너무 마셔서 잠도 안 오네요. 매실액 마시고 술 깨는 중입니다....
 

 

 

한국어' 우수합니까 ?

 

 

솔직하게 말하자면, 나는 < 한국어의 우수성 > 을 인정하지 않는다. 다만 내가 한글로 글을 쓰는 이유는 아는 것이 < 한글 > 밖에 없기 때문이다. 비오는 날, 머리에 번개'를 맞아 느닷없이 영어를 유창하게 한다고 해도,  나는  영어 작문을 한글 작문'보다 잘 쓸 자신이 없다. 그래서 나는 한글로 글을 쓸 뿐이다. 농담으로 말하자면 한국어 문법은 ” 누가 보지 않으면 트럭에 실어서 내다 버리고 싶을 ”  만큼 까다롭다. 한국어 문법은 예외 조항이 많은, 문법적으로 불완전한, 언어 체계’이다. 귀에 걸면 귀걸이요, 코에 걸면 피어싱이다. 오해하지 마시라 ! 이러한 패륜적 발언‘은 내가 미국에서 태어나 영어’를 모국어로 사용한다고 해도 똑같은 소리를 지껄일 것이 분명하다. “ 영어란 누가 보지 않으면 트럭에 실어 내다 버릴 언어에 가깝소. “     
 

사실 언어‘는 비교 평가’가 불가능한 영역‘이다. 한국어가 세계에서 가장 우수하다는 주장은 억지에 가깝다. 이런 자화자찬’은 뒤집어보면 문화 콤플렉스에서 비롯된 허세‘와 연결된다. 한국적인 것은 모두 다 우수한가 ?  한국어는 영어에 비해 결코 우수하지 않다. 마찬가지로 영어 또한 한글에 비해 우수하지 않다. 아프리카 소국의 언어 또한 마찬가지다. 그리고 문자 사회가 무문자(無文字) 사회'보다 언어 표현력이 뛰어나다는 것도 착각에 불과하다. " 무문자 사회 주민들은 식물들의 속성을 매우 세밀하게 구별할 줄 안다. 평균 그들은 500내지 1000종을 분간해 그 이름을 알고 지낸다. 그에 비해 산업화된 도시 사람들은 보통 50 내지 100 정도밖에 알지 못할 것이다/ 작은 인간, 마빈 해리스 "

 

 

국가경쟁력으로 언어의 우수성을 입증하려는 행위는 뻔뻔한 것이다. 세상의 모든 언어’는 모두 평범하다. 동시에 가장 위대하다. 한글'이 다른 文字에 비해 우수하다고 해서 한국어가 반드시 다른 言語'에 비해 우수하다고 할 수는 없다. 한국어의 우수성을 말할 때 흔히 인용하는 " 색의 다양성 표현 " ( 예를 들면 노랗다, 누렇다, 샛노랗다, 노리끼리하다....... ) 은 한국 사회'가 오랜 기간 동안 농경 사회'였기 때문에 발달한 감각일 뿐이다. 재배 작물의 잎 색깔'을 세분화할 필요가 있었던 것이다. 예를 들면 물고기를 잡아 생활하는 필리핀의 아그타족은 < 고기를 잡는다 > 를 뜻하는 동사가 31개나 된다. 즉, 언어의 특정 분야가 세분화되는 이유는 문화적 환경과 깊은 관계가 있다. 언어는 환경이 지배한다. 마빈 해리스는 < 작은 인간 > 에서 다음과 같이 말한다.

 

신체의 각 부분에 대한 명칭도 문화적 필요에 따라 만들어진다. 사람들이 벌거벗고 다니는 열대에서는 손과 팔을 한 단어로, 또한 발과 다리를 한 단어로 묶어서 말하는 경향이 있다. 그런가 하면 추운 기후 속에 살면서 특수한 옷들 ( 장갑, 장화, 버선, 바지 등 ) 을 몸의 각 부분에걸쳐야 하는 사람들은 < 손 > 과 < 팔 > , < 발 > 과 < 다리 > 같은 것을 확실하게 구별하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그러한 차이들을 근거로 해서 언어의 진화 수준을 가늠할 수는 없다.

 

- < 작은 인간 > , 마빈 해리스

 

이처럼 한국어가 세계에서 가장 우수한 언어'라고 주장하는 것은 집단적 마스터베이션'에 불과하다. 마빈 해리스 할아버지의 지적처럼 어떤 차이를 근거로 비교 평가해서 언어의 진화 수준을 논하는 것은 천박한 짓'이다. 필리핀 아그타족 사람들이 < 고기를 잡는다 > 라는 뜻을 가진 31개 동사들'을 이유로 한국어는 표현력이 떨어지는 빈약한 언어'라고 반박을 한다면 당신은 무엇이라고 말대꾸 하겠는가 ?

 

모국어에 대해서 자부심'을 가지는 것은 좋은 태도이다. 하지만 자신의 모국어를 타 언어와 비교하며 우월성을 주장하는 것은 천박한 태도다. 한국어는 세계에서 가장 위대하며 과학적인 언어가 아니다. 다른 언어와 마찬가지로 그저 평범할 뿐이다. 언어에 서열이 어디 있는가. 언어도 GDP로 서열을 정할 수 있다고 판단한다면 정말 꼴값이 아닐 수 없다. " 한국적인 것은 세계적인 것 " 이 아니다. " 한국적인 것은 한국적인 것 " 일 뿐이다. 싸이의 < 강남 스타일 > 은 한국적이기 때문에 세계적인 것이 된 것이 아니다. < 강남스타일 > 열풍을 두고 이 노래 리듬이 국악 가락과 비슷하다는 분석을 내놓은 기사를 본 적이 있다.

 

이 분석 기사'를 쓴 기자가 말하고 싶었던 것은 한국적인 것이 세계적이란 주장이었을 것이다. 아마... 늙은 꼰대가 장악한 데스크'였기에 가능한 기사 전송이 아닌가 싶다.  자기 논에 물 대는 논조'다. 이 정도 착각이면 < 아전인수 > 가 아니라 < 아전홍수 > 라 할 만하다. 싸이의 강남스타일은 세계 보편적 정서를 관통했기에 인기를 얻은 것뿐이다. 다시 한 번 말하지만 한국적인 것은 그냥 한국적인 것이다. 한국인은 자신이 가진 < 보물 > 을 평가할 때 항상 우월적 타자'를 끌어들인다. 예를 들면 " 마이클 잭슨이 먼저 인정한 비빔밥의 맛 " 이라거나 " 세계가 먼저 인정한 국악의 예술성 " 따위'다. 이처럼 한국적 가치는 반드시 우월적 타자의 인정을 받을 때에 비로소 그 우수성을 입증된다고 생각한다. 전형적인 노예 근성'이다. < 종북 > 만큼 심각한 것은 < 종미 > 다.

 

식스팩 없는 80년대 고개 숙인 한국 남성을 다룬 영화 < 살인의 추억' > 은 우월적 대타자 앞에서 존나 꼬리를 내리며 벌벌 기는 한국인의 굴신을 제대로 보여준다. 영화 속 형사들은 무능하다. 그들은 아무 일도 못한 채 미국으로 보낸 유전자 검사 결과 통지서를 기다리는 수밖에 없다. 그사이 죄 없는 소녀들이 살해당한다. 그들은 손을 놓고 미국으로부터 온 편지'를 기다리는 것 말고는 할 일이 없다. 도대체 그토록 기다렸던 < 미국으로부터 온 편지 > 는 어떤 내용을 담고 있는 것일까 ? 왜 우리는 손 놓고 미국으로부터 온 메시지만을 목이 빠져라 기다리고 있었던 것일까? 클라이맥스인 기차 터널 앞 격투 장면에서, 우리는 분노에 찬 김상경이 살인자의 머리에 총을 겨루며 처형을 거행하려는 순간을 지켜본다.

 

이때 그토록 기다리던 편지마침내 도착한다. 처형은 잠시 미루어진다. 물론 다들 아시다시피, 미국의 메시지 <혐의 없음, 사건 종결하그라, 알긋냐 ! 촌놈들...... > 이다. 아버지의 말은 곧 법이다. 미국의 메시지는 곧 법이다. 하지만 아무도 이 충격적 결과를 믿으려고 하지 않는다. 누군들 믿으랴. 제우스의 아들들은 우월적 대타자인 아버지가 내린 선고 앞에서 당황한다. 거역할 것이냐, 순종할 것이냐, 그것이 문제로다. 이때 갑자기 어두운 터널에서 기차가 튀어나오면서 무능한 두 남자와 한 명의 용의자를 양쪽으로 가른다. 기차는 자신이 내린 결정에 불만이 가득한 두 아들에게 내리는  두 번째 메시지. 우월적 대타자는 기차의 형상으로 변하여 지상에 내려온 것이다.

 

첫 번째 메시지가 사건 기각이라면, 두 번째 메시지는 첫 번째 메시지를 어길 경우에 따른 무시무시한 응징이 있을 것이라는 경고다. 이 영화에서 가장 가슴 아픈 장면은 바로 어둠 속 터널 안으로 도망가는 용의자를 향해 형식적으로 터널 속 허공을 향해 쏘는 세 방의 총 소리. 그렇게 함으로써 형사는 상징적 처형을 감행한다. 아버지의 동의 없이는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세상이 억울하고, 더럽고,치사하고, 분통이 터지고, 미치겠지만 이렇게 해서라도 죽은 희생자에 대한 미안함을 표현하고 싶었던 것이다. 나는 이 허공을 향한 총 소리가 죽은 자의 넋을 달래기 위한 조총 소리처럼 들린다.그것은 김상경이 죽은 자에 위해 마련한 위령제.

 

영화 < 살인의 추억 > 은 미국이라는 우월적 존재 앞에서 아무것도 할 수 없는 힘 없는 한국 남성들에 대한 자화상으로 읽힌다. 미국의 허락이 떨어져야지만 범인을 처형할 수 있는, 이 웃지 못할 상황극은 지금의 한국 정치와 크게 다르지 않다. 대한민국 국군은 존재하지만 미사일 버튼을 누를 권한은 없다. 누르기 위해서는 먼저 펜타곤으로 긴급 전화'를 해야 하는 상황이다. " 핼로우 ! 존슨 ?! 아빠 !  나야... 평양 밤 하늘에 미사일 몇 방 쏘면 안 될까 ? 불꽃놀이 하면 안 될까 ? 안 돼 ?! 왜 ? 아잉, 아빠아아아! 한 번만, 한 번만....... "  종북이 문제라면 종미도 문제다. 이 정도면 제국에 대한 소국의 굴신'이 아닐까 ? 

 

모국어로 이 글을 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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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립간 2013-09-11 08: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세상일에 비교 평가가 불가능한 분야(저는 이것을 수평적 가치관이라고 부릅니다.)가 있고, 비교 평가가 가능한 분야(저는 이것을 수직적 가치관이라고 부릅니다.)가 있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어떤 문제가 어느 분야에 속하는지 판단하기가 쉽지 않은 것이죠.

곰곰생각하는발 2013-09-11 10:31   좋아요 0 | URL
아, 그래요. 정말 좋은 표현이군요.
수평적 가치와 수직적 가치. 아주 탁월한 표현이십니다.
요걸 좀 써먹어야 겠어요....

어떤 문제를 어느 분야에 넣는냐가 바로 진보냐 보수냐의 차이가 되겠죠...

마립간 2013-09-11 12:13   좋아요 0 | URL
http://blog.aladin.co.kr/maripkahn/4924710

곰곰생각하는발 2013-09-11 13:12   좋아요 0 | URL
음 잘 읽었습니다. 결국 마립간 님이 말씀하시는 수평적 가치관은 결국 들뢰즈가 말하는 리좀과 비슷하군요. 혹은 횡단성'과도 비슷합니다. 둘 다 들뢰즈 가타리 용어이니 말이죠. 잘 읽었습니다. 종종 수평적 가치관'이란 단어롤 좀 써먹어야겠어요. 횡단성, 리좀 이라고 하면 누가 아나요..ㅎㅎ

엄동 2013-09-11 10: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곰발님과 위 팜르"님 글로부터
새로운 걸 많이 알게 됩니다 :)

그동안 저도 집단적마스터베이션의 주체였던 것 같다능 ㅎ

다른것은 다 차치하고,
한국적인 것은 그냥 (혹은 가장) 한국적인 것 이라는 말씀, 오 좋아요! b"

..
살인의추억에서의 터널을 향한 총성은
이 영화를 볼 때마다 매번
가슴 먹먹해지고 스멀스멀 부아가 치미는 장면이었더랬죠.

저쪼위 마지막 몇 문단이
그 이유를 알려주는 듯 하네요.


날씨마저 야리꾸리멜랑꼴리삼삼부리부리한 지금,
알흠다운 모국어로 욕 한번 날릴까보다




곰곰생각하는발 2013-09-11 12:56   좋아요 0 | URL
한국적인 것이 세계적인 것이여 ~
라는 문장'은 자세히 보면 사대주의적인 것입니다.
한국적인 것이 그냥 한국적인 것에 머무르면
가차없이 가치를 내립니다
대신 세계가 인정하면 그때부터 신나요.
외계인이 침공하면 한국인은 외계인에게 이렇게 묻지 않을까요 ?
" 이봐, 화성인 ! 당신네 사람들은 한국 사람에 대해 어떻게 생각해 ? "

늘 이런 식이잖아요. 남의 시선을 지나치게 의식합니다.

saint236 2013-09-11 13: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한글의 우수성이라기 보다는 편리한 것은 있습니다. 물론 한글만 그런 것이 아니라 영어도 그렇고요. 무슨 말이냐면 컴퓨터 자판에서 모음과 자음을 조합해서 쓰는 편리성에 대해서 말하는 것입니다. 한번 미친척 하고 자판을 한문 자판으로 바꾸고 눌렀더니....꽤나 성가시더군요....이런 것은 한글만의 특징이라기보다는 표음문자의 특징이라고 하겠죠?

곰곰생각하는발 2013-09-11 15:01   좋아요 0 | URL
네, 그 기사 저도 본 적 있습니다.
자판 문화에서는 한글이 압도적이더군요.
대부분 표음문자들은, 영어나 한글은, 자판 문화에 익숙하잖아요. 소리나는대로 저그니 의성어에도 자유롭고 말이죠. 하지만 표의문자'인 한자'다 다른 영역에서는 발군의 실력을 보이고는 합니다.
모든 언어는 모두 각자의 유리한 포지션이 있는 것 같습니다. 한자도 보면 굉장히 매력 있습니다.

히히 2013-09-11 17:40   좋아요 0 | 수정 | 삭제 | URL
어린아이에게 글을 가르칠 때 제일 빠르게 습득하는 것이 한자입니다.
만6세까지의 영유아는 좌뇌 보다는 우뇌가 상당히 발달하는 단계인데
그때는 사물을 인지할 때 사진처럼 찍듯이 저장합니다.
상형문자인 한자는 그들에게 아주 매력적이죠.
글자로 인식하는 것이 아니라 그림으로 글을 익히는 거죠.
통글자에서 낱자로 가르치는게 학습효과가 좋습니다.
한자는 철학적이죠.
禾(곡식,벼) + 火(말리다) = 秋 열매에 불나면 가을, 명답 아닙니까?

곰곰생각하는발 2013-09-11 19:08   좋아요 0 | URL
아, 히히 님 존나 멋있다......................................................

Forgettable. 2013-09-11 16: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한국어는... 가르치기에는 병신같은 언어임에는 틀림없습네다. 휴.. 이런 언어를 제가 본 적이 없어요. 흐엉ㅇㅇ
암튼 언제나 영화에 대한 해석은 여전히 신선하네요. 짜응

곰곰생각하는발 2013-09-11 16:57   좋아요 0 | URL
네이버에 한글의 우수성'을 치면 왜 우수한지 몇 가지 예를 드는데
공통적을 들어가는 게 이거 였어요..

" 머리만 조금 좋으면 하루만에 읽고 쓸 수 있다. 그만큼 한글은 쉽다. "

하도 웃겨서 웃다가 덧글 남겼습니다.

" 야, 씹새야 ! 한글이 그림이냐 ? "


히히 2013-09-11 16: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그니까 아빠에게 세우는 촉수를 도태시키라는 말씀인데,
제 경우에는
자립하니까 제가 몰랐던 아버지의 안쓰러운 모습을 발견하였습니다.
우리에게 삥뜯어 배 불리는 불쌍한 나라입니다.
에라이! 먹고 떨어져.

곰곰생각하는발 2013-09-11 17:18   좋아요 0 | URL
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

미국 이 새끼들 코 흘리개 삥 뜯는 양아치 나라군요 !

히히 님의 진가를 보고 싶으니 알라딘에 서재 ㅎ나 만드십시요.. 팬이 은근 많아요.
댓글로 열성팬을 만든 경우는 알라딘 역사상 처음일 겁니다.

푸르푸르 2013-09-12 09: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니 어제 댓글은 왜 지우신 겁니까? 췟~
근데 머리가 조금 좋으면 하루만에 읽고 쓴다는데
정확히만 빼면 어느나라 말이나 다 그런것일텐데...참

곰곰생각하는발 2013-09-12 11:15   좋아요 0 | URL
아, 술 취하면 무조건 이상한 덧글 달고 욕하고 돌아다녀서
미치겠습니다. 어제 저의취중 난동 덧글'에 사과드립니다.
이게 몽유병 비슷하게 버릇이 생겨서.. 어제도 한 10개 정도 막 욕하고 돌아다녔습니다.
정신병 같습니다.

만화애니비평 2013-09-12 10: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빈 해리스 할아버지 정말 좋아합니다. 문화유물론을 손에 넣을 때의 그 성취감
많은 부분을 마빈 해리스의 서적에서 영향을 받았습니다. 제가 오덕 중에 오덕 킹 오덕이 된 영향이 바로 마빈 해리스의 영향입니다. 읽으면서 정말 글을 쉽게 깊이 있으면서도 중구난방의 집필이 하나로 이어지는 것을 보는 순간
경탄을 마지 않았습니다. 언어의 사용에서 레비 스트로스의 "야생의 사고"에서도 원주민들이 같은 식물에 대한 종수를
50가지를 알고 구분조차 가능한 걸 보고 놀랐습니다.
린네의 분류는 결코 문명인이 옳은 게 아니죠. 루소의 식물사랑을 읽고 모두 반성해야할 듯

곰곰생각하는발 2013-09-12 11:19   좋아요 0 | URL
저도 마빈 해리스 무척 좋아합니다. 아십게도 문화유물론'은 가지지 못했네요. 구경조차 할 수 없으니 읽을 수도 없고 말이죠. 마빈 해리스 전집 함 나왔으면 하네요.....

레비 스트로스 < 야생 사고 > 에서도 보면 원시 사회가 얼마나 치밀한 과학적 사고에 바탕을 둔 밴드인가를 알 수 있씁니다. 레비 할아버지가 아주 자세하게 촌락 구성에 대해 말씀하셨잖아요.
레비하고 사르트르 하고 존나 싸워서 레비가 승리해씁니다. 사르트르는 역사는 진화에 의해서만 진보한다고 했으니 레비가 보기엔 우스운 꼴... 하여튼.... 해리스 옹 대단한 인물입니다.

lod 2013-09-14 14: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틀린 말 같진 않지만, 그러면 왜 한글이 세계기록문화유산인데도, 많은 외국의 언어학자들이 한글이 우수하다고 말하는데도 우수하지 않는지에 대한 설명이 더 필요할듯.(시비 붙이려는 의도는 없음.)

곰곰생각하는발 2013-09-14 15:20   좋아요 0 | URL
한글이 세계 문화 유산'이라는 것 자체가 넌센스라고 생각합니다.
문자는 사실 메소포타미아 동굴 그림보다 가치가 더 높지 않을까 싶습니다.
문자란 결국 문화와 문명의 꽃이니 말이죠. 한글이 기록 문화 유산이면 한문도, 기타 문자도 그만큼 중요한게 아닐까 싶어요. 한글이 과학적 바탕'으로 만들어졌다는 것을 부정하지는 않는데
윗분 말씀처럼 15세기'에 만들어진 문자입니다. 다른 문자에 비해 엄청나게 늦게 만들어진 문자입니다.
제가 지적하고 싶은 것은 우수하지 않다가 아니에요. 다른 문자도 우수하다는 것입니다.
문자는 문자 자체로 위대해요. 한글이 다른 문자보다 우수하냐 아니냐는 것은 마치 아이에게 엄마가 더 좋아 아빠가 더 좋아 라고 묻는 것과 같다고 보여집니다.

yj 2013-11-17 18:40   좋아요 0 | 수정 | 삭제 | URL
한글은 세계기록문화유산이 아.닙.니.다.
많은 분들이 착각하시고 계신 부분인데요, 국어교육과 학생으로서 조심스러운 발언을 하자면,
유네스코 세계기록문화유산에 체택된 것은 한글이 아니라 세종대왕님이 집필하신 훈민정음입니다.
그 훈민정음 혜례본에 써진 한글의 제자원리가 과학적이고 독창적이기에 세계기록문화유산에 등재된 것이지 한글 자체가 우수하기에 등재된 것이 아닙니다.
감사합니다.

잉크냄새 2013-09-15 02: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네이버에 포스팅된 4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개의 글들이 한글의 우수성이 아닌 장단을 논한 문제였다면 빅엿을 선물받지는 않았을텐데요.

저도 한국인이지라 한글을 사랑하고 장점에 더 높은 비중을 두는 편이지만 일부 문화적 열등감에 빠진 사람들의 몰지각한 우열 가리기는 누워 침뱉기같아 눈쌀이 찌푸려집니다.

근데, 한글이 읽는 부분은 쉽지 않나요? 제가 중국에서 생활하는 입장에서 말씀드리면 솔직히 중국어는 단어가 너무 많고, 단어 1획 하나하나의 변화에 발음과 의미가 달라지는지라 4년이 다 되어가는 지금도 새로운 한자가 너무 많습니다. 하하 그냥 넋두리입니다.

곰곰생각하는발 2013-09-15 09:17   좋아요 0 | URL
표음문자와 표의문자의 차이 같습니다. 당연히 표음문자는 읽기 쉽습니다. 장점이 많은 문자입니다.
하지만 단점도 무시 못할 문자'이지요. 문법 예외 조항도 많고 말이죠. 타 문자보다 우월성을 주장하는 사람은 장점만을 본 것이고
제가 보는 관점은 장점도 많고 단점도 많으니 샘샘.. 정도 ? ㅎㅎㅎㅎㅎㅎ.

그나저나 잉크 님은 중국에 계시는군요. 흠흠....

응화 2013-09-17 21: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렇죠. 우리는 가끔 비교할 수 없는 대상을 비교하고 우위를 가리려고 하죠.

이 사람과 저 사람을 비교하고 저 사람의 삶과 그 사람의 삶을 비교하고
우리가 가진 그것과 다른 이들이 가진 그것을 비교하고 무엇을 소유하고 못하고를 비교하고
그 사이에서 서열을 정하고는 결국 우월감에 빠져서 갑甲질을 하거나 열등감에 빠져서 접시 물에 코를 박죠.

사실 근본적으로 따지고 보면 우리가 살고 있는 세상에서 비교하고 우위를 가릴 수 있는 대상이라는 것이 없는데 말이죠.

이 사실을 명백하게 깨달은 것은 유명한 다큐 '아마존의 눈물'을 봤을 때였죠.
대체 누가 멸종해야할 문명이 무엇이고 인류에 필요한 문명인지를 결정하냐는 것입니다.

하지만 그럴 수 밖에 없었던 이유가 사람의 인생이란 것이 한 번 밖에 없기 때문일 수도 있어요.
옛 버라이어티 프로그램의 인생극장처럼 '그래 결심했어!'하면서 우리는 매 순간 선택의 삶을 살아야 하죠.
결국 최상의 선택을 위해서는 뭐든 비교하고 그 우위를 선정해서 최선의 선택을 해야만 하니까요.

결국은 무엇도 우위에 설 수 없지만 무엇인가는 우위에 서야하는 아이러니랄까요.

곰곰생각하는발 2013-12-27 10:17   좋아요 0 | URL
하, 이거 뒤늦게 댓글을 달게 되었네요.... 응화 님.
이 댓글을 읽으실지도 모르겠군요.. 흠흠...

yj 2013-11-17 18: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재미있는 글 잘 보았습니다.
확실히 한국인은 남의 시선을 의식하는 부분이 강하다고 할 수 있죠.
그런데 문장 내부에 한글과 한국어를 혼동하여 사용하는 경우가 있네요. 한국어는 우리말과 우리글을 합쳐부르는 말이고
한글은 우리글을 이르는 말이니 구분하여서 사용해주시면 더욱 멋진 글이 될 것 같습니다.

곰곰생각하는발 2013-12-27 10:18   좋아요 0 | URL
오호, 그러니깐 한국어는 말과 글이 합친 것이고, 한글은 그냥 글이라는 말이군요.
참고하도록 하겠습니다.

김석호 2014-05-17 21: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한글이 디자인은 깔끔한대 깊게들어가면 정말 어렵죠. 뛰어쓰기 맞춤법 등등 정말 어려움

곰곰생각하는발 2014-05-18 02:58   좋아요 0 | URL
통일성이 있으면 그려려니 하겠는데 예외조항이 너무 많습니다. 한글의 단점이 아닌가 싶습니다.
 

 

 

 

 

 

글은 상처 입은 자'의 몫이다.

 

 

 

 

흉터에는 신기한 힘이 있지. 과거가 진짜 있었던 일이라는 것을 일깨워주거든. 흉터를 얻게된 사연은 결코 잊을 수 없지. 안 그런가?

 

- 모두 다 예쁜 말들 中

 

 

 

 

 

나랏 말쌈이 듕국과 달라 한글을 맹가논 이후 " 용비어천가 " 는 꾸준히 나왔다. 가장 아름다운 미문으로 손꼽히는 용비어천가는 서정주 시인이 전두환 각하 56회 탄신일'에 쏘아올린 < 처음으로 > 가 될 것이다. 전두환 정권은 강철 군화'로 백성을 짓밟은 동토의 시대'였다. 전두환 생일'이라고 하면 곧바로 공안부로 끌려갈 것 같은 시대에 쫄지 않을 문인이 누가 있을쏘만.... 이 정도면 < 도 > 가 지나쳐 레,미,파,솔,라,시'가 된다. 서정주가 두환이에게 " 한강을 넓고 깊고 또 맑게 만드신 이여 " 라고 찬탄하는 대목에서는 시인의 과대망상'이 읽힌다. 어쩌면 시인은 " 한강을 넓고 깊고 또 맑게 만든   신이여 " 라고 썼다가 스스로 생각해도 아부의 화룡점정'인 것 같아서 " 만드신   이여 " 라고 고쳤을 것이 분명하다. 조병화 시인도 서정주 못지 않다. 아부 왕'이다.

 

 

접힌 부분 펼치기 ▼

 

처음으로

 

                                                       서정주

한강을 넓고 깊고 또 맑게 만드신 이여
이나라 역사의 흐름도 그렇게만 하신 이여
이 겨레의 영원한 찬양을 두고두고 받으소서
새맑은 나라의 새로운 햇빛처럼
님은 온갖 불의와 혼란의 어둠을 씻고
참된 자유와 평화의 번영을 마련하셨나니
잘 사는 이 나라를 만들기 위해서는
모든 물가부터 바로 잡으시어
1986년을 흑자원년으로 만드셨나니
안으로는 한결 더 국방을 튼튼히 하시고
밖으로는 외교와 교역의 순치를 온 세계에 넓히어
이 나라의 국위를 모든 나라에 드날리셨나니
이 나라 젊은이들의 체력을 길러서는
86아세안 게임을 열어 일본도 이기게 하고
또 88서울올림픽을 향해 늘 꾸준히 달리게 하시고
우리 좋은 문화능력은 옛것이건 새것이건
이 나라와 세계에 떨치게 하시어
이 겨레와 인류의 박수를 받고 있나니
이렇게 두루두루 나타나는 힘이여
이 힘으로 남북대결에서 우리는 주도권을 가지고
자유 민주 통일의 앞날을 믿게 되었고
1986년 가을 남북을 두루 살리기 위한
평화의 댐 건설을 발의하시어서는
통일을 염원하는 남북 육천만 동포의 지지를 받고 있나니
이 나라가 통일하여 홍기할 발판을 이루시고
쉬임없이 진취하여 세계에 웅비하는
이 민족기상의 모범이 되신 분이여!
이 겨레의 모든 선현들의 찬양과
시간과 공간의 영원한 찬양과
하늘의 찬양이 두루 님께로 오시나이다

 

 

 

새 대통령 당선을 축하하며

 

                               

                                      조병화

 

 

...온 국민과 더불어 경축하는
이 새 출발

국운이여! 영원하여라
청렴결백한 통치자

참신과감한 통치자
이념투철한 통치자

정의부동한 통치자
인품온화한 통치자

애국애족 사랑의 통치자
........
이 새로운 영토

오, 통치자여! 그 힘 막강하여라
아, 이 새로운 영토

이 출발
신념이여, 부동불굴하여라.... (80년 8월 28일 경향신문) 

펼친 부분 접기 ▲

 

 

최근에는 문학평론가 이태동'도 잘못된 선례를 남긴 선배를 따라한 모양이다. 그가 박근혜 각하'가 쓴 생활 에세이'에 부쳐 쓴 < 바른 것이 지혜이다 > 에서 다음과 같이 쓴다.

 

박근혜의 수필은 우리 수필 문단에서 홍수처럼 범람하고 있는 일상적인 생활 수필과는 전혀 다른 수신에 관한 에세이로서 모럴리스트인 몽테뉴와 베이컨 수필의 전통을 잇는다고 할 수 있다. ( ...... ) 실로 그의 에세이의 대부분은 우리들의 삶에 등불이 되는 아포리즘들이 가득한, 어둠 속에서 은은히 빛나는 진주와도 같다고 해도 지나침이 없다. "

-   바른 것이 지혜이다 중 발췌

 

피식, 웃었다. 그래도 명색이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여성 대통령에게 몽테뉴와 베이컨의 전통을 잇는 적자'라니 ! 서구 문명을 우위에 두고 그 대상과 비교하여 손색이 없음에 대해 감격하는 태도는 전형적인 몽골리안 열등감'이다. 흥선대원군이었다면 따귀'를 때렸을 것이다. 차라리 허난설헌이나 신사임당의 뒤를 잇는 문장가라고 해야 되는 것 아닐까 ? 그리고 평소 바른 문장에 대한 고민을 했더라면 퇴고할 때 " 그의 에세이의 대부분은 우리들의 삶에... " 에서 조사 < ~ 의 > 가 지나치게 반복되는 문장에 대해 손을 보았을 것이다. 가급적이면 문장에서 중복되는 요소는 피하는 것이 좋다.  이태동 할배 ! 이래저래 막, 이래....  웃습니더 ! "  또

 

" 어둠 속에서 은은히 빛나는 진주와도 같다 " 고 했을 때에는 문득 제주 은갈치가 생각나서 " 어둠 속에서 은은히 빛나는 제주 갈치와 같다 " 로 고쳐 읽고는 낄낄거렸다. 그 옛날, 정약전은 섬 마을 아이들에게 文을 (가르쳐)주고  魚를 얻었다면, 이태동은 文을 주는 대신 무엇을 얻고 싶었을까 ? 은갈치와 먹갈치'가 있다. 종이 다른 갈치'가 아니다. 같은 어미의 뱃속에서 태어난 놈들이다.  다만 어떻게 잡히느냐에 따라 운명이 달라진다. 은갈치는 어부가 던진 낚시에 걸려서 바로 잡히기에 은은한 은빛 비늘이 그대로 살아있지만, 먹갈치는 그물에 걸려서 살려고 그물 안에서 발버둥치다가  비늘이 다 떨어져나간 상태로 잡힌다. 살기 위해서 발버둥쳤으니 속은 까맣게 탔으리라 ! 그래서 먹갈치'이다.

 

이태동이 한 말처럼 박근혜 대통령이 쓴 문장이 은은히 빛나는 진주이거나 은갈치 같다면 그것을 칭찬하기에 앞서 부끄러워 해야 한다. 곱게, 곱게, 곱게 자랐다는 말이 아닌가 ! 우리는 구중궁궐 속 공주'를 원하지 않는다. 아픔을 공유한, 그물에 갇힌 적이 있어서 < 멍 > 이 든 서민의 팍팍한 삶을 알고 있는, 속이 까맣게 탄 경험이 있는, 그런 대통령을 원한다. 은빛처럼 화려하진 않지만 옅은 먹빛처럼 투박한 대통령을 원한다. 마을이 가까운 곳에서 자란 나무일수록 그 나무엔 흠집이 많다고 한다. 그 나무는 아이들에게는 놀이터요, 장난감'이기 때문이다. 나뭇가지가 꺾이고 기둥이 긁힌, 상처뿐인 영광이지만, 이 치열한 흉터에 대하여 누가 흉볼 것인가 !

 

콜린 윌슨의 < 아웃사이더 > 같은 뛰어난 평론집'이 나오지 않는 이유는 대한민국 문학 평론계가 지나치게 권력지향적이어서 그렇다. 이태동이 보기에는 박근혜가 쓴 수필'이 훌륭한 글'일 수는 있다. 하지만 때와 장소'를 가려야 한다. 말이란 상황에 따라서 < 아 > 다르고 < 어 > 다른 법 아닌가 ?  몽테뉴에 버금가는 수필 문학을 지금까지 읽어보지 못하다가 이제서야 (대통령 당선 후 몰아서) 읽었다는 이태동의 고백'이 사실이라면 그는 성실하지 못한 평론가'다. 그가 피천득 수필을 비판하면서 " 과공(過恭)이 비례( 非禮) 인 것처럼, 과찬도 비례 " 라고 지적한 표현을 그대로 이태동에게 되돌려주고 싶다. 칭찬이 과하면 실례'가 된다. 이태동에게 있어서 올해의 발견이 " 박근혜 수필 " 이라면, 나에게 있어서 올해의 발견은 " 이태동 평론 " 이다.

 

하여튼 대한민국 평론가들이여 ! 먹갈치, 싸다고 비웃지 마라. 당신은 언제 단 한번이라도 치열하게 문장에 대한 고민을  한 적이 있었던가 ! 내 몸이 너무 성한 자가 쓴 글은 생기가 없다. 글은 상처 입은 자의 몫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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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탈야 2013-09-10 09: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문학가가 권력의 힘 없이 성공하기란 불가능한 세상인가봐요.

곰곰생각하는발 2013-09-10 09:34   좋아요 0 | URL
나탈랴 오랜 만이군요.
어차피 대한민국은 줄과 빽 아니겠습니까..

푸르푸르 2013-09-10 09: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릴 적 글을 써볼까라고 생각했던 이유중 하나가
바로 저에게만 주어진 그 흉터때문이었죠
그게 제 유일한 재능이라고 생각했었어요
그걸 투명하게 만드는게 내 몫이라고

곰곰생각하는발 2013-09-10 09:35   좋아요 0 | URL
오쉬프도 오랜 만이군요.
그 흉터가 좋은 시를 쓰게 만들 겁니다.
기대하고 있겠습니다.

수다맨 2013-09-10 12: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런 글을 싣는 평론가나, 이런 글을 실어주는 잡지의 편집위원이나 하나같이 제정신이 아닌 듯합니다.

곰곰생각하는발 2013-09-10 12:58   좋아요 0 | URL
ㅎㅎㅎㅎㅎ. 한몫 잡자는 생각 아니었을까요 ? 산 권력에게는 칼 같고 죽은 권력에게는 물 같은 자세가 필요한데 어찌 묘하게 돌아갑니다.

잉크냄새 2013-09-10 13: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대머리 시대가 직설적이라면 그네 시대는 좀 완곡한 편이네요.
둘다 낯간지럽기는 마찬가지고요.

마지막 문장은 명문이네요.

곰곰생각하는발 2013-09-10 15:39   좋아요 0 | URL
아마 대머리 새끼가 정희처럼 한 20년 장기 독재할 줄 알았을 겁니다.
그때 그런 생각하고 장기전으로 아부한 것 아니겠어요.. 허허허...

히히 2013-09-10 13: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박완서선생님의 상흔에 우리는 잔인하게도 감사를 느끼는군요.
허풍없이 정갈한 선생님의 글에 낀 위트가 좋아요. 볕이 좋아요.
바닥까지 가 본 사람은
목젖을 딸랑거리며 푸하하하거리는 게
얼마나 소중한 지를 아니까요.
신파로 일관된 글은 거짓입니다.
그들의 글은 타인의 아픔에 수박 겉 햝깁니다.
곰...발님의 우스개가 좋아요.

곰곰생각하는발 2013-09-10 15:39   좋아요 0 | URL
전.. 그 ㄴ구냐... 몽실 언니' 읽으면서 아 글은 이렇게 써야 하는구나
생각했습니다. 참 쉽게 쓰지만
신파에 빠지지 않으면서
눈물을 쏙 빼놓습니다. 재주입니다. 그것도 진짜 재주입니ㅏ.
자판이 말을 안 듣는군요.갑자기..

엄동 2013-09-10 14: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둠 속에서 은은히 빛나는 제주 갈치! ㅋㅋ
읽으며 낄낄거렸네요.
저도 '곰..발'님의 위트에 빵빵 터집니다



--- 허튼소리부분 펼쳐읽기 ---

곰(곰생각하는)발님.

그나저나
곰발바닥 요리 중.
오른 발쪽이 더 맛있다는 걸 아시는지요.

어디선가 봤는데요

곰은 오른발로 벌통을 후려쳐서
그 찰나에
오른쪽발바닥을 벌들에게 다.다.다.닥. 쏘인대요

그래서 오른쪽발바닥의 육질이 왼쪽의 그것보다
훌륭하다는. .




곰곰생각하는발 2013-09-10 15:45   좋아요 0 | URL
아무 생각 없이 내려 읽다가
오른쪽 곰발바닥에서 박장대소합니다.
이거 진짜 입니까 ?
일리가 있어요. 벌에 쏘이면
근육이 얼마나 쫄깃하겠어요...

저 이런 거 나오면 진짜 찾아봅니다. 얼릉 찾아봐야지..


+

오 ! 진짜네요. 곰은 꿀통을 오른발로차서 먹는군요.. 신기하네요...ㅎㅎㅎ

엄동 2013-09-10 17: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쵸!

낄낄낄

곰곰생각하는발 2013-09-10 17:28   좋아요 0 | URL
우린 서로 코드가 맞으니...
웃긴 거 있음 자주 알려주세요..

새벽 2013-09-10 20: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흉터가 느껴지지 않는 글은.. 깊이도 감동도 못 느낍니다.
곰곰발님 글을 좋아하는 것도 상처가 감지되기 때문 아닌가 몰라요..

그나저나 전 학생 때 서정주의 문둥이,를 읽고 정말 정말 감탄했었는데
나중에 그의 과오를 알고 경악했거든요. 왜 그랬는지... -_ㅜ

곰곰생각하는발 2013-09-11 14:58   좋아요 0 | URL
흉터가 있어야 좋은 글 같습니다.
손창섭 소설이 그렇거든요. 그 짜릿한, 비릿한 서사'에
압도당한 경험이 있습니다.

조선인 2013-09-11 08: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둠 속에서 은은히 빛나는 제주 갈치라뇨. 형광등 100개를 켜놓은 듯한 아우라를 가지신 분의 조도를 이렇게 내려버리면 아니되지요.

곰곰생각하는발 2013-09-11 14:57   좋아요 0 | URL
ㅎㅎㅎㅎ... 그럼 어둠 속에서 빛나는 제주 갈치 100마리'로 수정합니다...ㅎㅎ

조선인 2013-09-12 08:44   좋아요 0 | URL
아주 딱입니다. 딱!!! ㅎㅎ
 

 

舌,

 

 

손수건은 연애 편지'다.

 

 

고등학교 동창 중에 항상 손수건을 가지고 다니는 친구가 있었다. 전라도 촌구석에서 올라온 친구였는데 한눈에 봐도 가난한 티가 났다. 지저분하다는 의미가 아니다. 무척 깔끔한 친구였다. 다만 낡은 보세 상품의 옷과 신발을 신고 다녔을 뿐이다. 남루한 옷차림과는 달리 손수건은 항상 좋은 향이 났고 접힌 손수건 모서리는 날선 각이 잡혀 있었다. 손수건을 펼치면 바둑판처럼 네모반듯한, 접힌 주름이 선명하게 도드라졌다. 일일이 다림질을 한 모양이었다. 당시 이렇게 깨끗한 손수건을 가지고 다니는 녀석은 재수 없는 부잣집 도련님인 반장을 비롯한 몇몇에 불과했지만 손수건을 다림질 한 동창은 이 친구가 유일했다.  그 친구 어머니'는 이런 말씀을 하셨다고 한다. 

" 우리 ○씨 집안은 별 볼 일 없는 혈족이니 날마다 새 옷을 입을 수는 없구나. 대신 깨끗한 손수건'을 줄 터이니 항상 가지고 다니거라 ! " 나는 처음에는 그 뜻이 무엇을 향한 의미인지 깨닫지 못했다. 새옷 대신 손수건'이라......  선문답 같기도 하고, 수수께끼 같기도 해서 그 친구에게 새옷과 손수건의 관계'에 대해서 물어보고 싶었으나 묻진 않았다. 그리고는 이내 잊혀졌다. 어제였다. 족발이 먹고 싶어서 족발'을 사러 가다가 느닷없이 화살이 날아와서 내 몸에 꽂혔다. 읭?!  아니 이게 무슨 날벼락인가 !  자세한 내용은 이렇다. 그 친구가 10년 전에 허공에 대고 쏘아올린,  " 세월 " 이라는 이름으로 불리우는 < 화살 > 이 이제서야 내 몸에 박힌 것이다. 길을 걷다가 문득  10년 전 < 새옷과 손수건 > 이야기'가 떠오른 것이다. 곰곰 생각했다. 이제는 알 것 같다.

< 손수건 > 을 가지고 다니는 사람은 손수건을 안 가지고 다니는 사람보다 깔끔하다. 만약 당신이 이 팩트'에 대한 자료를 요청한다면 나는 이석기처럼 묵비권을 행사하겠다. 어느 미친 놈이 손수건을 가지고 다니는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 간의 차이에 대한 기록을 작성하겠는가. 하지만 나는 내 예측이 맞을 것이란 확신'을 가지고 있다. 그건, 그러니깐... 음, 아.... 그래 ! 일종의 < 감 > 이요, < 촉 > 이다. 촉'에 의지해서 이 글을 쓴다. 아침마다 깨끗한 손수건을 챙기는 사람은 깔끔할 뿐 아니라 매사에 준비성도 갖춘 사람이라고 볼 수 있다. 그리고 손수건을 가지고 다니지 않는 사람보다 성격이 차분할 것'이다. 이 모든 것을 종합하면 손수건을 항상 준비하는 사람은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 깔끔하고, 차분하며, 성실하고, 매사를 계획적으로 꾸민다. "

이처럼 얼핏 보기에 손수건 한 장'은 사소하고 작은 천 조각에 불과하지만 의외로 많은 정보'를 타인에게 제공한다. 친구의 어머님은 그 사실'을 잘 알고 있었다. 새옷은 낡은 옷'에 비해 깔끔하다. 당연한 소리'이다. 가난해서 새옷을 사 줄 수 없었던 어머님'은 대신 해진 옷을 입은 아들에게 다림질을 한 깨끗한 < 손수건 > 을 챙겨서 보낸다. 비록 아들은 해지고 낡은 옷을 입었지만 사람들에게 깔끔하게 보이게 하려는 엄마의 속내가 읽힌다. 지혜다. 이런 저런 생각을 하며 시장에 갔다가 족발과 함께 손수건 5장을 사 가지고 왔다. 피식 웃었다. < 足 > 과 < 手 > 라. 이토록 어색한 관계라니. 사실 " 손수건 " 이란 말 자체가 어색한 말이다. 수건에서 < 수 > 는 이미 손을 뜻하는 < 手 >가 아니던가 ! 손수건이란 결국 같은 말 ( 손 + 手 ) 이 반복된 경우다.

손수건은 생각보다 많은 정보'를 타인에게 전달한다. 더군다나 둥근 달도 아니면서 달달한 연애'를 하기 위해서는 < 손수건 > 만큼 좋은 것'도 없다. 멜로 드라마'에서 흔히 사용하는 수작'이 바로 손수건을 가지고 벌이는 꿍꿍이'가 아니었던가 ! 수건을 건내주거나 돌려주려는 행위'는 뭔가 낭만적이다. 남녀 사이에 오고간 것은 작은 천 조각'이지만 사실은 마음을 준 것이다. 건강한 청춘남녀가 주고받은 것은 천 조각이 아니라 천으로 만든 편지'요, 마음이 아닐까 ?  손수건을 빌려주는 행위에는 < 타인에 대한 배려 > 가 깔려 있다. 캔디에 나오는 이라이자'나 나애리 이 나쁜 계집애'는 코피를 쏟는 사람을 보아도 자기 손수건을 건낼 위인이 아니다. 그렇지 않은가 ? < 손수건 > 이라고 쓰고 < 착한 사람 > 이라고 읽자.

멜로 드라마'에서 손수건이 사랑을 시작하게 되는 소품으로 등장하게 되는 이유는 이 천 조각이 가지는 낭만적 감응력과 메시지 때문에 그렇다. 위에서도 밝혔듯이 타인에게 자신이 가진 손수건을 빌려주는 행위에는 타인에 대한 배려와 그 사람에 대한 호감'을 전달한다. 이 행위 앞에서 마음이 동하지 않은 사람 누가 있으랴 ? 손수건을 받은 사람은 그 손수건을 돌려주어야 할의무가 있다. 반드시 돌려주어야 한다. 보고 또 봐야 하는 커뮤니티가 바로 손수건 주고 받기'이다. 어때요 ? < 손수건 > 이 가진 사회학적 기호가 예상보다 강렬하지요 ? 손수건을 주고 받던 사람들은 관계가 진전되면 나중에는 침으로 범벅이 된 혓바닥'을 서로 주고 받는다. 모텔에서 뒹군다.

그뿐이 아니다. 서사'에서 피 묻은 손수건'은 매우 강렬한 애상을 남긴다. 이야기 속 주인공은 억울하게 죽은 손수건의 주인'을 위해 복수를 다짐하고는 한다. " B, 뚤어질 테다. C발 ! " 어디 그뿐인가 ! 셰익스피어의 < 오셀로 > 에서 손수건'은 사랑하는 아내의 부정'으로 읽힌다. 오, 오오오오오오셀로는 복수를 다짐하며 주먹을 불끈 쥔다. 오셀로에게는 < 손수건 > 이라고 쓰고 < 더러운 년 > 으로 읽는다. 이래저래 손수건은 < 러브 > 와 연관이 있다. 이 글을 읽는 독자여 ! 연애를 하고 싶다면 < 손수건 > 을 준비하라. 천 원 한 장이면 족한 가격이다. 이 정도면 연애에 성공하기 위한 최대 효율성'이 아닐까 싶다. 마음에 드는 남자가 커피를 옷에 쏟거나 코피를 흘리거든 냅다 달려가 손수건을 건네면 된다.

당신이 건낸 것은 꽃 무늬 손수건이지만 사실은 " 나 당신을 위해서라면 브래지어 훅을 딸 준비가 되어 있어요. 호호호. " 라는 내용이 담긴 쪽지'다. 이제 기다리기만 하면 된다. 남자는 손수건을 돌려주기 위해서 당신을 만날 것이다. 남자가 어떤 선택을 할 것인가에 대해서 심각하게 고민할 필요 없다. 운명은 신에게 맡기고 당신은 속옷에만 신경을 쓰면 된다. 가장 좋은 브래지어와 꽃 팬티 입고 나가면 된다. 가을이다. 연애 하기 좋은 계절이다. 손수건과 족발은 어울리지 않지만 손수건과 가을은 잘 어울리는 짝패'다. 건투를 빈다.

 

 

 

 

+

아래 < 성경과 짜장면' > 이란 글을 쓴 적이 있는데 여기에 나오는 신문 배달 소년이 바로 그 행거치프 보이'다.

 

성경과 짜장면.  

 

시골 촌구석에서 올라온 친구'가 있었다. 이 친구는 집이 가난해서 수업이 끝나면 신문'을 돌려 스스로 용돈을 벌었다. 내가 누군가 ! 나는 간사해서 이 친구'가 월급 받는 날'을 기억했다가 그날이 오면 딱 하루 그의 일손을 도왔다. 말이 일손'이지 그냥 방해'였지만...... 그때를 생각하면 염치가 없지만 그놈의 식욕'을 이기지 못하고 그런 짓을 한 것이다. 친구'는 늘 웃으면서 짜장면을 사줬다. " 넌 좋겠어. 용돈을 버니 짜장면 자주 먹을 거 아니냐. 부러워 ! " 그렇게 얻어먹은 짜장면이 열 그릇'은 되었다. 심지어는 방학에도 그날만 되면 전화를 하고는 했으니...... 

 

이 친구'는 마음이 무척 착해서 별명이 순둥이'였다. 내 기억으로는 아마도 아버님이 날품을 팔아서 생활하셨던 것 같다. 하지만 이 친구는 1급 태풍보다 무섭다는 " 질풍노도의 시기 " 를 거치면서도 가난한 아버지'를 원망하거나 월급날에만 와서 깨작깨작 일손을 돕는 나를 싫어하지 않았다. 짜장면 사주면서 생색'을 내지도 않았다. 그냥 말없이 방긋. 참... 착한 심성을 가진 친구였지. 그러던 어느 날이었다. < 성경 > 시간이었다. 성경 시간만큼 재미없는 수업도 없었다. 내가 원해서 간 학교도 아니고 뺑뺑이 돌려서 간 학교에서 성경'을 공부해야 한다고 하니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 나는 금붕어'처럼 그냥 눈만 멀뚱멀뚱...... " 질문 있습니다 !!!! " 이때 누가 우렁차게 외쳤다. 누군가 했더니 그 순둥이'였다. 어라 ?! 저 녀석, 질문 던지고 하는, 똘똘이 캐릭터가 아닌데 ? 친구는 자리에서 일어나 말했다.  

 

" 왜, 목사님들은 대부분 뚱뚱한가요 ? " 성경을 가르치던 30대 중반의 전도사'는 대답 대신 나오라는 손짓'을 했다. 그리고는 죽도록 때렸다. 나중에는 허리띠를 풀어 때리기도 했다.  " 내, 내내내내내가 혀, 혀혀현정화라고 하면 현정화야. 지,지지지진실은 하나도 변하지 않아. 너의 말은 배반, 배신, to부정사'야. " 전도사는 역도산으로 변신하여 내 친구를 때리고 목을 졸랐다. 친구의 얼굴은 금세 부어올랐다. 화가 난 나는 강단으로 달려들어서 매를 맞는 친구를 감싸안으며 " 그만 하세요 !!!! " 라고 소리'를  

 

쳐야 근사한 성장 소설의 서사'가 될 터인데, 지랄같은 놈의 폭력에 그만 오금이 저려서 꼼짝도 할 수 없었다. 아, 오줌 마려워. 내가 이 날을 또렷이 기억하는 이유는 그날이 바로 신문사 보급소 월급날이기 때문이었다. 얼굴이 부어서 금붕어'가 된 친구'는 그날도 신문을 돌렸다. 말수가 없던 친구는 그날따라 말수가 더 적었다. 나는 짜장면을 먹으면서 연신 폭력 교사 욕을 했다. 우리 커서 복수하자 ! 친구는 내 말을 듣고서는 심각한 표정으로 방긋. 내가 말했다. " 너 금붕어 같어 ! " 금붕어가 웃으면 저런 표정이겠구나. 캬하하하항....  

 

친구가 그날 성경 교사에게 질문을 던진 이유는 간단하다. 종교적 삶이란 곧 고행의 길'이다. 넘치는 생'은 결코 종교적인 삶이 될 수 없다. 친구가 하고 싶었던 말은 그것이리라. 새누리당 사이트'에 들어가서 국회의원 얼굴들을 모두 살폈다. 맙소사,  잘 먹어서 기름진 얼굴들이다. 개기름 작렬하는구나 ! 국민의 소리'라는 게시판에 들어가 글을 남겼다. " 왜 새누리당 국회의원들은 하나같이 기름진 얼굴'들인가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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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 2013-09-08 12: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저 어머님에 대한 부분 읽으면서 그분 마음을 헤아리다보니 왠지 뭉클한데요. 음...

손수건.. 소싯적 꽤 여러 여인의 손수건에 땀을 닦아본.. 이리 얘기하면 아무도 안 믿겠지요. 하하 ;;

곰곰생각하는발 2013-09-08 13:11   좋아요 0 | URL
이야... 이런 이런 ! 인기 좀 있으셨군요. 노래방 멘트로 바꾸면 어디서 좀 놀아보셨군요 !
손수건 빌려주는 것은 마음을 빌려주는 겁니다....
이 친구 얘기는 짜장면 할 때도 나오는데 신문을 돌렸었어요. 집이 꽤 어려웠던 친구였는데
항상 이 친구 생각하면 그 손수건 생각이 납니다.

새벽 2013-09-08 13:19   좋아요 0 | 수정 | 삭제 | URL
음. 타박도 많이 받았구요.
손수건 건네 받았던 여인들보다 저한테 집에 개 밥주러 가야한다고, 너랑 놀아줄 시간 없다고 한 여인이 더 또렷이 떠오르는 건 뭘까요. ^^;

암튼 여러분! 연애하고 싶으신 분들은 곰곰발님 말씀대로 손수건 갖고 다닙시다! 하하.

곰곰생각하는발 2013-09-08 13:33   좋아요 0 | URL
건내다가 아니다 건네다'군요. 개쪽 당할 뻔했습니다...ㅎㅎㅎㅎㅎ 얼릉 고쳐야겠다...
개밥 중요하죠. 우리집 가풍도 사람은 한 끼 굶어도 되지만 짐승은 안 된다, 주의입니다...

새벽 2013-09-08 13:37   좋아요 0 | 수정 | 삭제 | URL
아니 곰곰발님마저 그녀 편을 드시는겁니까! (버럭!)

개밥이야 다른 식구가 줘도 되는 것이거늘... 흑흑 -_n

곰곰생각하는발 2013-09-08 13:41   좋아요 0 | URL
ㅎㅎㅎㅎㅎ... 그 여인은 집에 아무도 없었겠져..ㅎㅎㅎ

글구 보니 우리집 개 오늘 아침도 안 줬네요...ㅎㅎㅎㅎ 아,니구나..줬구나..ㅎㅎㅎㅎㅎ

히히 2013-09-09 00: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손수건 가지고 다니는 남자에게 한 번 더 눈이 가는 것은 사실입니다.
이건 단지 취향의 문제겠지만
저는 각진 손수건 보다는 모진 손을 가진 남자가 좋습니다.
여자(히히)는 그렇습니다.
거친 일 손에서 남자의 슬픈 야성을 훔쳐보고 여자의 강한 모성을 키운답니다.

곰곰생각하는발 2013-09-09 08:15   좋아요 0 | URL
손수건 가지고 다니는 남자는 뭔가 좀 깔끔하고 조용하며 사려 깊을 것 같단
생각이 들어요. 제가 만난 남자 중에 손수건 갖고 다니는 사람은 대부분
잰틀했습니다.

거친 손을 좋아하시는군요. 저도 손 크고 각진 손에 왠지 모르게 정이 갑니다.
케테 콜베츠의 손처럼 말이죠. 이거 어디서 쓴 글이 있는데 찾아봐야겠다....

엄동 2013-09-09 11: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 < 손수건 > 이라고 쓰고 < 착한 사람 > 이라고 읽자

요 문장 선하면서 참 예쁘네요 ㅎㅎ


. 지금보다 어릴적엔 손수건이 가지고 있는 수줍음과 청결함을 동경하며

서랍을 뒤져 가장 여성스러워 보이는 손수건을 빨아 곱게 개켜서 지니고 다녔었는데.

ㅋㅋ 며칠 못가더라구요 하하하

곰곰생각하는발 2013-09-09 14:22   좋아요 0 | URL
ㅎㅎㅎㅎ 엄동 님 남자 아니셨습니까 ? 아니 왜 계속 남자'라고 전 생각했을까요 ?
김하사 님 이후 또 한번의 반전이네요...
손수건... 맞아요. 수줍음과 순수와 청결함이 있어요.
참 묘한 오브제입니다. 생각해 보면 전 손수건 페티쉬가 있을 것 같습니다.
 

 

- 이 동영상에 감동한 일본 팬'이 권순근을 위해 만든 헌정 애니'다.

 

 

권순근 동영상'은 사람들을 사로잡았다. 70년대 홍콩 무협 영화'에나 나올 법한 몸짓으로 드럼을 치는 권순근'은 < old >하지만 동시에 < odd > 했다. 그것은 뮤직'으로 무술'을 하는 퍼포먼스'처럼 느껴졌다. 사람들은 이 촌스러움에 열광했다. 처음에는 개 웃겨서 낄낄거렸지만 나중에는 열정에 감동하게 된다. 기타와 키보드 그리고 드럼 연주만으로 이루어진 단란주점 악극단 스타일은 묘하게 아름다운 하모니'를 이룬다. 동영상 속 여가수'가 김수희의 < 너무 합니다 > 를 너무 잘 불렀다면, 이 통속이 주는 애상을 표현하지 못했을 것이다.

 

나 또한 이 동영상에 열광했다. 권순근에 열광했다기보다는 무대가 주는 묘한 분위기에 매료되었다. 이 무대는 일본의 괴짜 감독이자 내가 우상처럼 섬기는 스즈키 세이준의 영화를 떠올리게 만들었다. 자료 화면 나간다. 타란티노 이전에 스즈키 세이준'이 있었다.

 

 

 

 

영화에 대한 생각을 하다가 문득 내가 좋아했던 배우가 떠올랐다. 당신에게는 이름조차 알지 못하는 무명 배우이지만 나에게는 슈퍼스타'였다. 그 배우에 대한 이야기다.

 

 

 

 

 

 

 

내 마음 속 깊은 곳에서 내내 각인되는 배우'가 하나 있다. 아주 오래된 배우이니 낡은 얼굴이다. 가끔 죽음'을 생각할 때나 내 인생 밑바닥'을 생각할 때마다 떠오르는 얼굴'이었다. 나는 그럴 때마다 당혹스러워서 생각을 정리하고는 했다. 왜냐하면 그에 대해서 아는 것'이라고는 아무 것도 없었기 때문이었다. 연기를 잘했던 배우도 아니고, 좋은 영화에 나왔던 배우도 아니었으며, 약방의 감초 역을 했던 배우도 아니다. 오히려 연기를 지지리도 못했던 배우였고, 언제나 형편없는 영화에 나왔던 배우였으며, 편집 당해도 아무도 알아채지 못하는, 그런 배우였다. 그래서 당황스러웠다.

 

나와 그 단역 배우를 잇는 연결고리나 공통점은 아무것도 없었다. 그런데 내가 힘들 때면 이상하게 그 배우가 생각났다. 이쯤에서 독특한 것을 수집하는 오따꾸의 악취미’라고 농담을 한다면, 나는 당신 뺨을 한 대 치겠다. 이 감정‘은 취향의 문제’가 아니라 어떤 본질에 대한 질문이다. 난, 아무 조건 없이 그 배우가 좋았다. 아니다, 수정하겠다. 사실 나는 그가 브라운관에서 사라지고 난 다음부터, 쑥도 아니면서, 불쑥 그가 좋아지기 시작했다. 이유는 없다. 그냥 좋았고, 황홀했으며 낯익은 얼굴이었지만 아주 오래된 얼굴이었다. 내 기억에 그‘는 기골이 장대한 사내였다. 키는 컸고, 등은 굽었으며 얼굴의 광대뼈가 유난히 도드라진 얼굴이었다.

 

지금 생각해 보면, 그는 거인증’을 앓고 있었던 것 같다. 그래서 그랬을까 ?  그는 늘 악당이나 동네 건달‘을 연기했다. 연기를 해야 하는 배우에게는 치명적이랄 수 있는 발음도 정확하지 못해서 대사 전달력 면에서 낙제 점수’였고, 연기도, 아...... 형편없었다.  오로지 특이한 신체 조건만 가지고 연기를 하는 배우 같았다. 그가 맡은 역이란 고작 동네 처녀를 겁탈하거나 보스의 부하이거나 산속에 숨어사는 산적이거나 도깨비 역이었다. 하지만 그는 이러한 악당 역’을 잘 소화하지 못했다. 연기‘를 실감나게 하지 못했었던 것이 아니라 악당 역’을 연기하는 것조차도 흉내 내지 못하는 착한 얼굴이었다.

 

배우란 기본적으로 가면으로 연기를 해야 하는 운명을 가진 광대인데, 그는 가짜 가면놀이'를 힘겨워 했다. 천성이 착한, 사람이었다. 그는 가면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가면을 사용하지 않는 사람이었다. 이상하게도 나는 너무 어린 나이’에 그 사실을 알아차렸다. 나는 그의 연기를 보면서 늘 이런 생각을 했었다. “ 엑스트라가 되지 말 것, 인기 없는 악당 연기를 하지 말 것, 차라리 매력있는 악당을 연기할 것, 발음을 똑바로 할 것, 사람들과 관계를 맺을 때에는 늘 가면을 쓸 것, 무능하게 살지 말 것, 그러니깐...... 내 아버지처럼 살지 말 것 ! ”

 

그리고는 그를 잊었다. 세월이 흘렀다. 누가 나에게 엑스트라'를 제안하면 거절했다. 가끔은 매력있는 악당 역'을 연기하기도 했다. 발음은 되도록이면 또박또박 토해냈다. 가면을 썼다. 무능했지만 무능하지 않은 것처럼 연기했다. ( 은유적 표현이다. 나는 배우가 아니다. ) 굽은 등을 곱게 폈다. " 저는 새우가 아니라 갈치입니다 !  " 세상, 참 쉬웠다. 연기는 너무 완벽해서 무엇이 페이큐이고 무엇이 퍽큐이며 다큐인지를 구별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 이렇게 쉬운 연기를 그는 왜 하지 못했을까 ? 가면을 쓰고 악당 흉내를 내면 끝인데 말이다. 그러던 어느 날, 우연히 외국 사진작가의 사진집'을 보았다. 거기에 그 배우와 닮은 사람들이 있었다.

 

기골이 장대한, 광대뼈가 유난히 도드러진, 등이 새우처럼 굽은 ! 다이안 아버스의 사진집에 나오는 사람들이었다. 나는 그녀가 남긴 사진을 통해서 가면 없이 살아가야 할 운명을 가진 얼굴'을 보게 되었다. 묘한 죄책감이 등골을 스쳤다. 가면 사용법에 서툰 것이 아니라 그들에게는 처음부터 가면은 없었던 것이다. 설핏 아버지의 얼굴이 스쳤다. 이제는 알 것 같다. 가면 없이도 살아갈 수 있는 얼굴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말이다. 그 배우의 이름은 문창근‘이다. 2005년 뇌경색'으로 사망했다. 다음날 " 개성파 배우 문창근 뇌경색으로 사망 " 이라는 짧은 기사'가 신문에 실렸다. 누군가는 알아주었으면 한다. 당신을 장동건보다 더 멋진 배우'라고 기억하는 사내가 있다는 사실을 말이다. 난 당신의 사생팬이었다. 지금까지, 줄곧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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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13-09-07 16: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말 바보같은 마음으로 '문창근'을 검색하면서 곰발님의 발가락 어디가 그 배우와 닮았나 보려고 년도를 추적하고
그로부터 8년후라면 얼핏 지금의 곰발님 나이가 아닌가, 어쩌고 하면서...뭐 그랬답니다. 아무리 이곳의 뻥과 허세가 8부능선을 까딱까딱 한다쳐도 마지막 고지에 우리가 모르는 진실이 있다는 믿음 하나로 님의 페이퍼를 정독했다는 얘깁니다..^^

곰곰생각하는발 2013-09-07 17:24   좋아요 0 | URL
스즈키 세이준이란 감독은 제작사에서 제작비를 정말 콩알 만큼 줬습니다. 문제는 1주일 안에 영화를 완성해야 하죠. 세이준인 선택한 것은 80%는 그냥 개판으로 만들자. 단, 한 장면만 기똥차게 만들자 주의였죠.
걸작은 이렇게 이 할'에 있는 것 같습니다.

새벽 2013-09-07 17: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예전에 곰곰발님께서 좋아하는 영화, 배우 관련 포스팅하셨을 때도 임창정과 함께 문창근님 좋아하신단 글. 기억납니다.

외모만으로도 씬 스틸러이셨던 분이셨죠. 박중훈 데뷔작이던 깜보, 변강쇠부터 장선우 감독 데뷔작 성공시대 그리고 남부군, 모래시계까지. 그야말로 단역이셨지만 한 번 보면 절대로 잊혀지지 않는 배우셨습니다.

명복을 빕니다

곰곰생각하는발 2013-09-07 17:27   좋아요 0 | URL
전 이 배우가 이상하게 좋더라고요...
아무 생각 없이 옛날 영화 보다가 문창근 씨 나오면 마치 보물찾기에서
쪽지 찾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굉장한 배우죠....

만화애니비평 2013-09-08 13: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http://tomanderson.blog.me/70098649624

허허허...애니메이션 영상...ㅎㅎㅎ

제가 좋아하는 케이온이란 작품이군요. 드러머가 리츠라는 여고생이라 잘 어울립니다. 기타가 유이짱~
깁슨 레스폴까지..ㅎㅎㅎ
키보드는 무기짱~ 건반이 Korg triton모델이네요/

대신 보컬은 베이스를 맡은 미오짱인데, 다들 그림체를 보니 남자가 그린 것 같네요. 작품에서 여자의 허벅지가
진짜 굵습니다. 저 허벅지에 봐라! 이것입니다. 위에 글은 오덕지는 글입니다..ㅎㅎ

곰곰생각하는발 2013-09-08 13:49   좋아요 0 | URL
만애비 님 요즘 조용하신 것 같아요 이야, 뭐 애니 하니 바로바로 나오는군요.
진짜 오덕임 !!!! 만애비님 ! 어찌 잘 지내십니까 ? 언제 함 뭉쳐야죠. 빨랑 서울 오십시요..

만화애니비평 2013-09-08 14: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지금 사무실에 나와 일을 하는데, 안 풀려서 고민입니다. 요새 잔업과 외근이 너무 많아서 정신 없네요

서울은 11월 PISAF행사 때 갈 예정입니다. 요새 너무 바쁘다보니..ㅎㅎ

곰곰생각하는발 2013-09-09 04:42   좋아요 0 | URL
잔업외 외근이라.... 참, 최악이군요 !
11월에 오시거든 함 모입시다.

히히 2013-09-09 00: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소소한 일들이 사소한 일들에 딸려오지 않는 가을입니다.
작고 대수롭지 않았던 일들도 허투루 넘기지 못하고
가슴에 가득 품었다가 보내게 되네요.

유독 아버지에게만 얼마나 인정머리 없고 고요하였는지
가시고 나서 한참이 지나도 몰랐던 멍청이가
복에 겨워 그때서야 하늘로 고개 젖히고
"술꾼의 막내가 분수없이 넘친답니다."며
행복을 슬픔으로 만드는 아버지를 원망합니다.

곰곰생각하는발 2013-09-09 04:44   좋아요 0 | URL
옛날 어르신치고 술 안 드시는 분 어디 있었습니까.
노동이 힘들면 술을 마시게 되어 있어요.
막노동판에서 왜 노동자들이 점심에 술을 마시나 했더니
안 마시면 힘들어서 일을 못 합니다.
술 기운에 일 하다 보니 그리 된 것 아니겠습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