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다와 잡설이 팔할
2.
이석기와 구석기 시대.
말장난'이라고 해도 좋다. 라임'으로 읽어도 좋다. 비판을 가장한 상스러운 디스(disrespect)라고 하면, 조까 ! ( 그건 용서 못 해 ! ) " 이석기 사태'를 보면 구석기 시대 " 가 떠오른다. 석기 시대'를 구석기와 신석기'로 나눌 때, 기준'은 바로 < 돌'을 다루는 솜씨 >에 있다. 돌을 깨트려서 부스러진 돌 조각'을 도구로 사용한 시대가 구석기'이고, 그 돌을 용도에 맞게 갈고 다듬어서 돌도끼나 돌창으로 사용한 시대'가 신석기'다. 그러니깐 구석기 시대 원시인은 아무 생각 없이 그냥 부스러진 돌 조각'을 사용한 것이고, 신석기 시대 사람들은 머리를 써서 돌을 여러 도구로 다듬어 사용했다는 차이'가 있다. 둘 다 돌이라는 도구를 사용하기는 했으나 신석기 시대'에 와서야 비로소 < 생각 > 이 탄생한 것이라 볼 수 있다. 신석기 시대에서야 비로소 < 생각 > 이란 것이 머리에서 발명되자 생각'은 매우 빠르게 성장하기 시작했다.
생각에, 생각에, 생각에, 생각이 우후죽순 격으로 자라기 시작한 것이다. 생각은 암 세포처럼 빠르게 자라는 속성이 있기 때문이다. 이후 신석기는 빠르게 청동기'로 전환되었다. 생각이 한 번 탄생하게 되니 이내 봇물이 터진 것이다. 내 생각으로는 신석기 시대는 빗살무늬토기나 돌창, 돌낫따위를 발명한 시대라기보다는 < 생각 > 을 본격적으로 발명한 시대이고, 청동기 이후'는 < 생각 > 이 본격적으로 발달한 시대'이다. < 생각의 탄생 > 이후로 세상은 정말 빠르게 변화하기 시작했다. 내가 구석기 시대에서 주목한 것은 바로 기간'이다. 신석기 시대 사람들이 돌을 사용하다가 불'을 사용해서 구리와 주석으로 도구를 만들기 시작한 기간은 대략 6000년이다. 무슨 말인가 하면, 신석기 사람들은 6000년 동안 돌을 갈아서 도구를 만들다가 6000년이 지나고 나서야 비로소 불을 사용하게 되었다는 점이다.
6000년이라는 세월은 어마어마한 시간이지만 구석기 시대와 비교하면 이 변화는 LTE 급'에 가깝다. 빠름, 빠름, 빠름'이다. 구석기 시대'는 무려 70만 년 동안이나 조각 돌만 주웠다. 신석기가 청동기로 바뀌는데 6000년이 걸렸다면 구석기는 신석기로 바뀌는데 무려 70만 년이 흘러버린 것이다. 이유는 간단하다. 구석기 시대에는 < 생각 > 이 발명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생각은 생각을 낳고 또 다른 생각을 낳는데 반해, 구석기 시대는 생각이 없다 보니 멍한 상태로 떨어진 돌을 주우며 70만 년을 흘러보낸 것이다. 국정원이 이석기'를 압수 수색하면서 < 내란 예비 음모죄 >를 거들먹거렸을 때, 제일 먼저 떠오른 생각은 2013년 8월'이라는 당대( 當代 ) 였다. 21세기'였다. 21세기와 내란 음모'라.... 아, 새것과 낡은 것이 충돌하는 이 미묘한 감수성 !
< 내란'> 이라는 것은 전두환이 성공했다고 해서 김두한'도 성공할 수 있는 그따구 혈투'가 아니다. 전두환과 김두한의 결정적 차이'는 군인과 깡패'라는 위치이다. 총이 없이는 내란에 성공할 수 없다. 아무리 주먹이 총알보다 빠르다 할지라도 말이다. 군부 우두머리 백 명을 포섭하면 쿠데타가 가능하지만 깡패 우두머리 백 명을 포섭한다고 해서 쿠데타에 성공할 수는 없다. 국정원이 신나서 고발한 것'처럼 이석기 지지자 100명이 파출소에서 총을 털어서 내란에 성공할 가능성이 있다면, 나는 주저없이 이석기'를 지지할 생각이다.
고작 100명이 딱총으로 위협했다고 나라'가 뒤집어질 수 있다면 그런 나약한 국가'는 차라리 전복되는 게 옳다. 연간 국방비가 35조 원'이 투입되는 국가가 파출소에 보관된 딱총 100개'에 흔들린다면 그것은 페이퍼 네이션'에 불과하다. 이빨 빠진 호랑이가 아닌가 ! 파출소에 있는 총 한 자루 가격을 최대한 100만 원이라고 해도 고작 총 무기 구입비가 1억 원도 안 되는 무기를 탈취한 무리'들이 매년 35조가 투입되는 군부를 작살낸다고 ? 있을 수 없는 시나리오가 아닌가 ! 내가 사랑하는 대한민국은 그렇게 허약한 국가'가 아니다.
이석기의 녹취록'이 어떤 형식으로 공개될지는 모르겠지만 " 파출소에 가서 딱총을 훔치자 ! " 라는 말을 했다고 해도, 그것은 어느 정신병자의 망상'에 불과하지 내란을 음모했다고 볼 수는 없다. 내가 이석기'를 지지하기 때문에 그를 옹호하는 것이 아니다. < 내란/內亂 > 의 사전적 의미는 나라 안을 어지럽히는 행위'이다. 까놓고 말하자 ! 국정원의 선거 개입이야말로 나라 안의 질서를 어지럽힌 대표적 행위'가 아닐까 ? 만약에 당신이 사람들 모아 놓고 전쟁 터지면 파출소 습격해서 딱총을 훔치자고 말하는 미친 사람과 국가 기관인 국정원이 선거에 개입한 사건 중 어느 것이 더 나라 안의 질서를 어지럽힌 결과일까 ? 전자는 말'로 나라 안의 질서를 어지럽힌 결과이고, 후자는 행동'으로 나라 안의 질서를 어지럽힌 결과'이다.
법 체계'는 행위라는 결과에 방점을 찍지 상상이라는 결과'에 형량을 적용하는 시스템이 아니다. 이석기 사태를 보면 구석기 시대'가 생각난다. 아무 생각 없이 무비판적으로 팩트를 받아들이면 안 된다. 빨갱이 코드가 잘 먹힐수록 위정자의 배는 부르는 법. 지금까지 빨갱이 코드'가 잘 먹힌다는 사실'은 대한민국은 적어도, 이데올로기적 측면에서 보자면, 신석기 시대 사람보다는 구석기 시대 사람이 더 많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생각 없이 살면 70만 년 동안 바닥에 떨어진 돌만 줍는다. 아주 오랜 암흑기'다.
나는 보수와 진보'를 나눌 때 다음과 같은 공식을 사용한다. 일단 세 가지'를 나열한다. " 과거-현재-미래 " 이 세 가지 범주에서 집합 개념으로써 괄호 부호'를 사용한다. 보수는 " (과거 현재) 미래 " 에 방점을 찍고, 진보는 " 과거 (현재 미래) " 에 방점을 찍는다. 보수주의자'는 현재에 과거를 반영'이고, 진보주의자는 미래를 위해서 현재'를 희생해야 된다고 믿는다. 가장 이상적인 정치적 자세는 " ( 과거 현재 미래 ) " 형이다. 이러한 형태는 모두를 포괄하는 스펙트럼인데, 이런 식의 이념은 존재할 수 없다. 왜냐하면 가장 이상적이기 때문이다. 인간이 이토록 합리적 사고를 하는 존재라면 애초에 에덴 동산에서 쫒겨나지도 않았다야 ! 아니 그러함둥 ?
안철수가 자꾸 " ( 과거 현재 미래 ) " 형 코스프레'를 하면 할수록 유권자는 그를 의심해야 한다. 박근혜와 안철수가 닮은 점이 하나 있는데 먼저 의견을 제시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그들은 대부분 남들이 말한 것에 대해서 맞다, 틀리다'만 말할 뿐이다. 안철수는 정치평론가가 아니라 정치가'다. 시소는 기울어지기 위해 존재하고 양팔 저울'은 기울어지지 않고 평형을 유지하기 위해 존재한다면, 정치는 시소'에 가깝다. 이데올로기는 어떤 식으로든 기울어지게 되어 있다. 합리적 중도란 망상에 가깝다. 대한민국 정치인은 대부분 가짜 보수주의자'인데 그들이 빨갱이'를 집요하게 건드리는 이유는 보수주의자의 " ( 과거 현재 ) 미래 " 속성 때문이다. 빨갱이'라는 기호는 과거와 현재'를 단단하게 묶는 에너지원'이다.
반면 " (과거) 현재 미래 " 형 중심인 인간은 우울증 환자'에 가깝다. 우울증 환자는 과거'에 집착하여 현실 속 나'를 부정한다. 우울증이란 외부를 향한 공격이 내부를 향하는 지점이다. 타인에 대한 공격을 거두고 자신을 공격할 때가 자살'이다. 광인'은 대부분 이 범위'에 속한다. 그런가 하면 " 과거 (현재) 미래 " 형 인간은 이기적 본성'을 가진 사람이다. 바로 앞에 있는 것에만 반응한다. 가장 구석기 인간 형'에 가깝다. 땅값을 약속하는 국회의원을 아무 생각 없이 찍는 지역 유권자'도 대표적인 구석기 인간 형'이다. 그렇다면 " 과거 현재 (미래) " 형 인간은 ? 과대망상에 사로잡힌 자'의 패턴이다. 히틀러가 대표적 인물이다. 광인'이 과거에 집착해서 현실과 타협하지 못하는 존재라면, 과대망상은 있지도 않은 헛것을 창조해서 그것을 추종한다.
에릭 호퍼는 < 맹신자들 > 에서 다음과 같이 말했다. " 인류는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건설되지 않은 아름다운 도시, 아직껏 가꿔지지 않은 정원을 위해서 싸울 때 가장 필사적이었다. "
내가 보기엔 이석기'는 전형적인 과대망상자'이다. 그는 건설되지도 않은 미래의 아름다운 도시'를 위해, 아직껏 가꿔지지 않은 정원을 위해 필사적으로 싸우는 인간형'이다. 현실에 발을 디디지 않고 미래만 보는 것'은 헛것을 향한 구애'에 지나지 않는다. 그는 맹신자'다. 그가 지금까지 보인 신념'에 대해서는 1%도 지지하지 않지만 그가 지껄일 자유에 대해서는 100% 지지한다. 사람은 누구나 국가를 향해 욕할 자유가 있다. 하지만 국민이 국가를 욕했다고 해서 기관이 그 사람을 욕보일 수는 없다. 그것이 민주주의이고 자유주의'이다. 촌스럽게 흥분하지 마라.
반면 이명박 각하 어르신은 전형적인 " 과거 (현재) 미래 " 형 인간이다. 많은 사람들이 4대강에 대해 반대했을 때에도 불구하고 탱크'처럼 묵직하게 밀고 나간 이유는 오로지 현재'에만 방점을 찍었기 때문이다. 4대강 건설 이후의 환경에 대해서는 관심이 전혀 없다. 그는 오로지 현재에만 관심이 있다. 이명박 사전에 " ~ 이후 " 란 있을 수 없다. 좋게 말하면 현실주의자'이고 나쁘게 말하면 이기주의자이다. 그리고 심하게 말하면 " 생각이 없다 ! " 그런 측면에서 그는 구석기 시대 사람이다. 그렇다면 국정원'은 어느 유형일까 ? 하지만 나는 이 자리에서 말 하지 않으련다. 국정원이 점점 두려워지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