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멸과 적멸

 

 

 

첫눈은 눈에 잘 띄지 않는다. 고라니와 같은 야행성 초식동물'이다. 겁이 많다, 내성적이다, 말이 없다. 기상청에서는 첫눈이 내렸다고 공식적으로 기록하지만 그날 첫눈을 본 사람'은 거의 없다. 말 그대로 小雪'이다. 첫눈은 착한 사람에게는 보이지만 나쁜 사람에게는 보이지 않는 벌거벗은 임금님이 입은 투명 망토'다. 지금 저 사진 속에는 첫눈이 내리고 있다. 바람의 영향 때문에 눈이 휘어져 내린다. 많은 양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적은 양'도 아니다. 땅에 닿자마자 녹는다. 진눈깨비 같다. 소리없이 내리지만 풍요롭다. 이 사진의 제목을 지으라고 한다면 < 첫눈 > 이라고 하겠다. 지금까지 내가 말한 첫눈 이야기를 농담으로 받아들였다면 그건 당신의 오해'다. 난, 지금 사실 그대로를 말하고 있다. 나에게는 보이는데 당신에게는 보이지 않는 것이다.  눈이 내린다. 소리없이 내리지만 풍요롭다.

 

- 11월엔 첫눈이 내린다, 中

 

 

 

 

니체는 24살에 고전문헌학 교수'가 되었고  보르헤스'는 도서관 사서'였다. 들리는 말에 의하면 보르헤스는 캄캄하며 축축한 지하 서고'에서 冊만 읽었다고 한다. 보르헤스가 보기에는 캄캄하고 축축한 지하 서고는 마치 검고 촉촉한 동굴의 비유였다. 보르헤스에게는 이곳은 쾌락의 원천이었다. 사람들은 엘리트 집안 출신인 보르헤스'가 쥐꼬리 만한 월급을 받는 도서관 사서'를 하고 있다고 조롱했지만 그는 그저 책을 마음대로 읽을 수 있다는 사실에 만족했을 뿐이다. 사실 가장 위대한 작가는 섹스피어가 아니라 보르헤스'다. 섹스피어가 그냥 신라면이라면 보르헤스는 신라면 블랙'이요, 섹스피어가 스필버그라면 보르헤스는 오손웰즈'였다. 전자가 < 딴따라 > 라면 후자는 < 난 달라 ! > 였다. 21세기 현대 문학은 모두 보르헤스의 영향 아래 놓여 있다고 해도 그리 큰 허풍은 아닐 것이다. 이처럼 니체와 보르헤스의 공통점은 문헌학에 정통했다는 점이다. 그들은 그 속에서 진리'를 찾았다. 서고/書庫는 곧 보고/寶庫'다. 다.  

 

■  보르헤스는 픽션과 팩트'를 혼용했다.어디까지가 진짜이고 가짜인지가 불분명했다. 실존인물을 인용할 때에도 소설 속 프로필은 가짜였고, 실존 인물이라고 우길 때에도 그 인물은 가짜였다. 그뿐이 아니었다. 그가 인용한 인용문은 허구이거나 가필'이 대부분이었다. 그러니깐 뒤죽박죽의 세계가 바로 보르헤스의 세계'였다. 에코의 < 장미의이름' > 은 섹스피어 없이도 탄생할 수 있는 걸작이지만, 보르헤스 없이는 탄생할 수 없는 작품이었다.

 

< 불멸 > 이라는 단어가 있다. 쉽게 풀어쓰면 " 꺼지지 않는 등불 " 이라고나 할까 ? 불멸은 < 하하의 죽지 않아! 와 하정우의 살아 있네! > 를 관통하는 단어'다. 불멸이란 결국 벽에 똥칠 할 때까지 살아서 권력을 향유하고 싶은 욕망'이다. 가장 대표적인 인물이 박정희'다. 그가 꿈 꾼 것은 영원한 권력'이 아니었던가. 불멸은 본질적으로 불안한 욕망이다. 실리콘으로 부풀린 탱탱한 젖가슴만 남은 늙은 여자의 쭈글쭈글한 몸도 불멸이 낳은 현상이고, 보톡스로 늙어가는 것을 지우려고 하는 얼굴 또한 불멸이 되고자 하는 욕망의 결과이다. 그뿐이 아니다. 이건희가 권력을 자식들에게 세습하려고 하는 욕망도 불멸이 낳은 것이다. 하지만 이 욕망은 추악하다. 기형도의 말을 빌리면 부러지지 않고 죽어 있는 날렵한 가지는 추악하다.  

 

이 불멸의 반대말이 < 적멸 > 이다. 적멸은 불교 용어'로 깨끗하게 사라져 없어지는 것'을 의미한다. 불멸이 生의 과잉이라며 적멸은 死의 과잉이다. 왜냐하면 적멸은 흔적을 남기지 않는 죽음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그러니깐 재'조차도 남기지 않고 사라지는 것을 의미한다. 호랑이는 죽어서 가죽을 남기고 사람은 죽어서 이름을 남긴다고 하지만, 적멸的 인간은 이름조차 남기지 않으려는 욕망을 가진 자'이다. 불교에서 말하는 無는 바로 적멸'이다. 육체를 버리고 정신을 얻고자 하는 속셈이다.  나는 이 적멸'이라는 단어'가 좋다. 적멸은 6월의 낮에 바짝 마른 빨래처럼, 건조한 무명 옷 같다.  

 

책이란 불멸과 적멸이 묘하게 섞인 영역이다. 어떤 책은 < >와 같고, 어떤 책은 < > 과 같다. 불멸과 적멸도 그렇다. 불멸은 7월에 내리는 빗소리와 같고, 적멸은 11월에 내리는 눈 오는 풍경'이다. 비는 소리와 함께 오지만, 눈은 침묵으로 온다.  불멸은 生의 아우성이고 적멸은 死의 침묵이다. 한겨울, 아주 조용해지는 순간이 있다. 그때 우리는 문득 창문을 열어 본다. 눈이 온다. 비가 오면 밖은 시끄럽지만 눈이 오면 밖은 고요해진다. 

 

니체의 고전'을 읽을 때마다 습관적으로 자주 창밖을 본다. 니체는 세상의 모든 것을 고요하게 만드는 힘이 있다. 그의 글은 조증에 걸린 울증 환자처럼 수다스럽고 발랄하지만 묘하게 심장을 조용히 후벼판다. 여름에는 빗소리처럼 시끄러운 책이 마음에 드나 겨울이 오면 이상하게 눈처럼 조용한 책이 마음에 든다. 그래서 그랬을까 ? 난 니체'를 늘 시린 겨울에 읽었다. 그럴 때마다 니체의 적멸을 생각하고 소리 없이 내리는 눈의 성정을 읽는다. 그는 왜 미쳤을까 ? 왜 늙은 말의 목을 붙잡고 연민 때문에 미쳐서 쓸쓸히 죽어갔을까 ? 토리노의 겨울은 눈이 많이 온다고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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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9-01 23: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늘 니체의 <아침놀>을 주문한 참인데, 이 글을 읽고 나니 기대되네요.

+ 적멸은 11월에 내리는 눈을 닮았다는 말이 좋습니다. 그러고 보니 눈이란 물질은 내가 태어나서 이 지구상에서 만난 것 중에 가장 좋은 물질(물체?) 같습니다. ... 문득 고요해져서 창문을 열면 눈이 온다,는 표현에 겨울이 기다려지네요.

곰곰생각하는발 2013-09-01 23:58   좋아요 0 | URL
제가 겨울을 좋아합니다. 여름 이 새끼는 정이 안 갑니다.
겨울에 보면 갑자기 조용해지는 순간이 있어요. 그럴 때 무의식적으로 창문을 열어봅니다.
그러면 항상 눈이 내리고 있더라고요.

눈보라를 빼면 눈은 바람도 없는, 조용한 순간에 소리 없이 내립니다.

yamoo 2013-09-02 11: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보르헤스와 니체가 공히 철학자로 인정한 유일한 사람이 쇼펜하우워...이런 우연은..천재는 천재를 알아본다는 말로보면 우연이 아닐지도...ㅎㅎ
그나저나 불멸하면, 전 쿤데라의 소설이 번뜩 떠오르네요^^

마지막에서 두 번째 단락이 넘 좋네요! 완전~~공감 만배!!

곰곰생각하는발 2013-09-02 14:29   좋아요 0 | URL
말로만 그러시지 마시고 공감 만 개 눌러주세요 ~

전 요즘 에티카를 야금야금 읽는데 이 양반 진짜 끝내줍니다.
야무 님께 추천합니다. 에티카 조하요 ~~

yamoo 2013-09-03 12:44   좋아요 0 | URL
네네~~~공감, 공감!!ㅎㅎ

에티카는 엔날에 읽었더랬습니다. 서광사 번역본으로 읽었는데, 요즘 다시 읽어봐야 하는 거 아닌가..라는 생각이 들어요. 일단 전 올해 베르그손을 마치는 게 급선무 입니다요~^^

곰곰생각하는발 2013-09-04 03:35   좋아요 0 | URL
오, 베르고송 옹 읽으시는군요. 저보다 늘 앞서 나아가십니다.
전 이것저것 닥치는대로 읽어서 재미있는 것 먼저 읽다보니
철학은 아무래도 늦게 펼치게 되더군요.. 흠흠..

히히 2013-09-02 14: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눈 보다는 비를 좋아합니다만
글을 읽을 때는 봄 보다는 가을이, 여름보다는 겨울이 효율이 높다는 것은
부인 할 수 없습니다.
저에게 있어
비는 음악을 부르고
눈은 글을 청합니다.

'11월엔 첫눈이 내린다' 누구의 글입니까?
곰...발님의 글이라면 링크 걸어 주십시오. 명령입니다.

곰곰생각하는발 2013-09-02 14:32   좋아요 0 | URL
전 무조건 겨울이 제일 좋습니다. 책을 읽기에는 말이죠.
특히 책 읽다가 창밖 보는데 눈 내리면 정말 기분 좋더라고요....


11월엔... 이거...ㅋㅋㅋㅋㅋ 제가 쓴 글인데 네이버 블로그 문을 닫아서 링크가 안 걸려요.
아버스' 사진에 대한 감상인데요. 여긴 이미지가 엑박이 뜨더라고요...


+
그나저나 왜 내 말투 흉내 냅니깡!

푸르푸르 2013-09-02 14: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술마시기에도 가을 겨울이 좋죠
사랑을 하기에도 가을 겨울이 좋고요
여름은 정말 사람답지 못한 계절입니다

곰곰생각하는발 2013-09-02 14:44   좋아요 0 | URL
오, 선생님 오셨군요. 평안하시온지요 ?
그나저나 모임 함 가져야죠. 기획력이 있으시니
날 한번 잡아봅시아...

새벽 2013-09-03 03: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이 글 참 좋은데...
저는 겨울을 싫어하고 그보단 차라리 여름을 좋아하지만요.

여름의 생명력(?)이랄까... 무서울 때가 있습니다.
겨울에 펑펑 쏟아지는 함박눈에도
집 앞 눈 치우며, 차 도로 위에 버리고 종종걸음 치며 '이래서 겨울은 싫어...'라고 할 필요없는
그런 산골짝에서 자급자족하며 살다가 눈에 파묻혀 죽어도 별 아쉬움 없는
그런 삶을 살고 싶다고 종종 생각하지만 이 또한 치기가 아닐까... 그런 생각도 드네요. ^^;

곰곰생각하는발 2013-09-03 04:20   좋아요 0 | URL
아니 지금까지 안 주무시면 어떡합니까. 새벽 님은 잠을 좀 푹 주무셔야 합니다.
생각해 보니 요즘은 눈도 많이 오고 비도 많이 오고...
덥고... 참, 날씨 때문에 못 살 것 같은 나날들입니다.
 

 

舌,

 

 

 

 

 

페이스북에 < 싫어요 > 버튼이 없는 이유.

 

 

 

 

 

< 침묵의 나선 이론' > 이라는 것이 있다. 자세한 내용은 생략한다. 궁금하신 분은 직접 찾아보시라. 간단한 예'를 들어 보자. 사회적 찬반이 갈리는 블로그 글에 첫 번째 방문자가 덧글'을 달았다고 하자. 그는 일단 눈치를 볼 필요가 없다.  최초의 의사 표시자'이기 때문이다. 내 글에 심사가 뒤틀린 그는 다음과 같은 덧글을 남긴다. " ㉠ 곰곰발, 등신 ! 한심하다, 한심해 ! " 두 번째 방문자 또한 첫 번째 방문자와 의견이 같아서 첫 번째 덧글에 동조하는 글을 남긴다. " ㉡ 맞아, 꼴에 사내랍시고 으르렁거리기는... 쪼다 새끼 ! "  그런데 세 번째 방문자는 이들과 의견이 다르다. 그는 곰곰생각하는발'을 옹호하고 싶지만 트러블메이커'가 되고 싶지는 않다. 쓸데없는 충돌을 피하려는 경향 때문이다. 그는 덧글을 남기지 않고 조용히 사라진다.  첫 번째 침묵이다.  

 

네 번째 방문자도 욕설로 도배가 된 덧글에 반대하지만 세 번째 방문자와 마찬가지로 침묵한 후 그냥 나간다. 이번엔 다섯 번째 방문자가 들어온다. 그가 보기엔 주인장 곰곰생각하는발은 평소 재수가 없었다. 그래서 세 번째 덧글을 단다. " ㉢ 이 새끼 ! 너희 나라로 돌아가 색휘야 ! " 이런 식으로 하다 보면 첫 번째 올라온 덧글의 주장이 대세'가 된다. 비록 그들의 의견에 반대하는 침묵의 숫자가 절대적으로  많아도 그것은 소수가 되고  오히려 숫자가 더 작은 소수가 다수가 되는 경향이 있다. 조중동은 다음과 같은 기사를 전송할 것이다. ■ 조선일보 : 곰곰생각하는발 ! 알고 보니 등신 ! 네티즌에게 무차별 난타 !  ■ 중앙일보 : 점입가경, 곰곰생각하는발, 여론에 뭇매 !  ■ 동아일보 :  곰곰생각하는발 사태 일파만파, 제 2의 마녀사냥 되나 ?

 

1%의 소수가 다수를 지배하는 경향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1%의 소수가 다수가 되는 이유는 재벌들이 언론을 장악했기 때문이다. 삼성경제연구워에서 파업으로 인한 경제적 손실이 천문학적이라며 파업할 때마다  재벌 언론에서 그 기사를 송출하면 그 메시지가 다수의 목소리인 것처럼 보인다. 이처럼 자신의 의견이 소수일 때는 소수 의견을 감추고 다수 의견일 때에만 적극적으로 옹호하는 심리가 바로 < 침묵의 나선 이론' > 이다. 쉽게 말하면 대중은 머릿수에 민감하다는 결론이다. 대중이란 옳고 그름'에 따라 움직이는 것이 아니라 쪽수에 따라 움직인다. 

 

몇 년 전에 포장마차에서 친구와 술을 마시다가 포장마차 주인이 요즘 경기가 최악이라며 장사가 되지 않는다고 하소연하는 소리'를 들었다. 설상가상 포장마차 하나가 더 늘어서 장사가 더욱 안 된다는 소리도 했다. 장난기가 발동한 나는 매출의 20%를 올릴 수 있는 간단한 아이디어를 알려드릴 테니 안주 서비스'로 달라고 했다. 리트리버의 귀처럼 축 늘어진 주인의 귀가 토끼처럼 쫑긋 세워졌다.  

 

- 뭐요, 총각 ?

- 의상실 가셔서 마네킹 몇 개 얻어오세요. 아님 고물상 가서 사오시던가 말이죠. 흠흠...

- 마네킹 ? 그게 매출 하고 무슨 상관이람, 총각 ?

- 저녁이 되면 십오촉 알 전구 불 켤 때 같이 마네킹을 의자에 앉히면 매출 20% 상승 보장합니다.

- ??!

- 사람들 심리가 포장마차 안에 사람이 아무도 없는 곳보다는 안에 사람이 있는 곳에 가려는 심리가 있잖아요.  

 

인간은 시각적 동물이다. 포장마차 안에, 식당 안에 손님이 텅 비어 있다는 사실은 부정적 정보'를 제공한다. 반면 사람들이 북적거리면 긍정적 정보를 제공한다. 여기서 식당 안에 있는 손님은 음식의 맛에 동조하는 덧글 하나'처럼 보인다. 두 사람은 두 개의 덧글이고, 세 사람은 세 개의 덧글이 된다. 결국은 대세가 된다. 이처럼 시각 정보는 맛 정보만큼 중요하다.  그러므로 텅 빈 상태로 손님을 기다리는 것보다는 마네킹을 세워 두면 밖에서 보기엔 네다섯 명의 손님이 있는 것처럼 보이게 만다는 노하우가 필요하다. 당신이라면 어느 쪽을 찾아가겠는가 ? 하여튼 결론은 서비스 안주'를 받았다는 훈훈한 이야기.  

 

내가 하고 싶은 말은 지금부터다. 내 블로그 글에 반대 의견은 하나도 없고 찬성 의견만 주르륵 달렸다고 해서 내 판단이 절대적으로 옳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왜냐하면 반대 의견을 가진 사람은 그냥 침묵의 나선 이론에 따라서 침묵하고 있을 뿐이기 때문이다. 같은 이유로 자신의 사진을 걸어둔 포스트'에 달린 덧글에 < 예뻐요 > 라는 멘트가 포도처럼 주저리 주저리 달렸다고 해서 자신이 정말 예쁘다고 착각하면 안 된다.  그것은 " 식사하셨어요 ? " 라고 묻는 상투적 질문과 다르지 않기 때문이다. 나도 잠시 매력 있다는 말에 혹한 적이 있다. 식사 맛있게 하세요, 라는 단순한 성의일 뿐이었는데 말이다. 여자에게 매력 없는 놈은 글이나 지식으로 유혹하려는 경향이 강하다. 잘생긴 놈은 얼굴로 승부한다. 글 잘 쓰는 남자, 믿지 마라. 팔 할이 병신이다.

 

페이스북의 < 좋아요 > 버튼은 있으나 < 싫어요 > 버튼은 없다. 네이버 블로그도 < 공감 > 버튼은 있으나 < 퍽유 > 버튼은 없다. 이유는 간단하다. 내가 내 블로그에 용기를 내서 내 얼굴이 담긴 사진 한 장 올렸더니 공감 버튼은 안 누르고 < 퍽유 > 버튼만 300개'가 달렸다면 블로그 할 마음이 생기겠는가 ? 아마도 당장 블로그를 닫고는 이불 뒤집어쓰고는 징징거렸을 것이다. 페이스북이나 네이버 쪽에서는 엄청난 손해가 아닐 수 없다. 그래서 고안한 것이 바로 < 싫어요 > 없는 < 좋아요 > 이고, < 퍽유 > 없는 < 공감 > 기능이다. 공감'은 그러니깐... 당신을 위해 고안한 칭찬 시스템이 아니라 거대 공룡인 포털'이 이용자의 이탈을 막기 위해 고안한 사탕발림'에 지나지 않는다. 내 말에 공감한다면 알라딘 < 공감하기 > 버튼'을 눌러주세욧.

 

장담한다. 밑줄 친 문장'을 읽고 공감을 누르지 않은 철면피'가 누가 있으랴. 누구는 재미있어서 누를 것이요, 누구는 어이없어서 누를 것이요, 누구는 남들 다 누르니깐 누를 것이다. 아, 대중이란 이처럼 아무 생각 없이 휩쓸리는 존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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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 2013-09-01 09: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어멋! 찬성하든 반대하든 안부이든 곰곰발님 글을 읽으러 일부러 이곳에 들르는 분들은 적어도 휩쓸리는 대중들은 아니세요. :) 물론 이것은 저에 대한 쉴드이기도. 하하.

침묵의 나선 이론, 참 흥미로운 이론이네요. 음.. 페이스북은 아예 안 하지만 적어도 네이버 블로그에선 전 너무 공감이나 덧글이 줄줄이 달린 공간은 되려 믿지 못하겠더라구요. 좀 천박해 보이기도 하구...

곰곰생각하는발 2013-09-01 09:38   좋아요 0 | URL
아마 국정원도 이 이론 즐겨 사용했을 겁니다. 자기네가 쓰고 그 덧글에 1빠, 2빠, 3빠로 옹호하는 글을 한 10개 정도 쓰면 그것에 대한 반론을 가진 사람은 소수 의견처럼 비추어져서 잘 못쓰게 되죠.
그럼 그게 진실처럼 보이잖아요.... 국정원 그런놈들임..

야클 2013-09-01 09: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 안녕하세요? 아침부터 재미있는 글 읽고 갑니다.
알라딘에선 짜증나거나 못마땅한 글 자주 올리면 '즐찾서재'에서 빼버리기 때문에 '나를 즐겨찾는 서재 수'로 어느 정도 내글에 대한 비호감 정도의 감은 잡죠. 계속 늘던 즐찾수가 정체라든지....
아, 물론 기존에 나를 즐찾하거나 내서재에 관심있던 분들의 반응만 볼 수 있으니 극히 제한적이지만요 ^^

곰곰생각하는발 2013-09-01 09:38   좋아요 0 | URL
재미있다고 하시니 고맙습니다. 저도 한때 즐찾이 무지하게 빠지더군요...ㅎㅎㅎㅎㅎㅎㅎㅎ
무서운 곳인 것 같아요...ㅎㅎㅎㅎㅎㅎ.

잉크냄새 2013-09-01 13: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늘 처음 알게 된 이론이지만 < 침묵의 나선이론> 처럼 전방위로 적용될수 있는 이론도 없을것 같아 보이네요.
다음에 포장마차 가실때 마네킹에 성별을 부여해 주시면 매출 40% 확대와 더불어 고정된 공짜 안주를 평생 누릴수 있을것 같군요.
앗, 언제 공감으로 바뀌었죠? 예전에는 분명 추천 이라고 되어있었던걸로 기억하는데...

곰곰생각하는발 2013-09-01 13:49   좋아요 0 | URL
늘씬한 여성 마네킹으로 준비를 해야겠군요
어서 빨리 포차 아저씨께 말씀드려야 할 것 같습니다.
근데 저 딱 한 번 가본 게 전부라서 아직 하고 계실려나 모르겠네요..

아마 추천이었다가 공감으로 바뀌었을 거비다.

2013-09-01 23: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공감을 누르면서 화가 나네요.ㅎㅎㅎ
밑줄 친 문장+마지막 문장의 조합은 '글 쓰는 남자는 매력 없는 남자다'라고 외치면서 막 글을 올리는 곰곰발님의 조합처럼 "뭔가 놀리는 듯, 속이는 듯, 속이는 척하면서 안 속이는 듯"을 동시에 해치우는 그것과 많이 닮았군요.

곰곰생각하는발 2013-09-02 00:07   좋아요 0 | URL
아, 그런가요 ! ㅎㅎㅎㅎㅎㅎ. 섬'이란 닉네임을 보니
이름이 섬'으로 끝나는 외자'를 가진 사람이 갑자기 떠오르네요.
영어이름도 아일랜드'였던.....
제가 지금까지 들었던 가장 멋진 이름이었어요... ㅎㅎ

조선인 2013-09-02 08: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에잇, 비뚤어질테다. 전 공감하기 안 누르려구요.

곰곰생각하는발 2013-09-02 14:14   좋아요 0 | URL
음...ㅎㅎㅎ 아잉 ~ 왜 그러셔요..ㅎㅎㅎㅎㅎ

마녀고양이 2013-09-02 09: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안녕하세요, 곰곰님, 처음 뵙습니다.

이 주제는 제가 흥미로와하는 주제라서 망설이다가 댓글을 답니다.
한때는 이 주제로 심리 실험도 하고 싶다 라는 생각을 했었거든요. 같은 글에다 찬성 댓글을 먼저 다느냐, 반대 댓글을 먼저 다느냐에 따라서 어떻게 결과가 달라질 것이냐 하는 얘기인거죠. 예전에는 대략적으로 알던 것을 인터넷 세상에서는 공감 또는 추천, 댓글수로 명확하게 수치화 확인하는 부분은 편리성도 있지만 왜곡성도 상당한 것 같아요.

어떤 글에 추천수가 클 때 반대수는 없다보니까 아무래도 서로 공방하는 쪽의 해석 나름도 발생하구요.
그런 면에서 DAUM의 싫어요 좋아요 모두 있는 기사들은 참 잼납니다.

어제 밤에 페이퍼를 읽었는데, 저는 관심 주제를 이렇게 잘 표현할 수 없어서 부러움이 들었답니다.
즐거운 9월 되셔요.

곰곰생각하는발 2013-09-02 14:17   좋아요 0 | URL
맞아요, 맞아 ! 첫 덧글이 무엇인가에 따라서 나머지 덧글도 첫 덧글에 따라가는 경향이 높아요.
그런 경우를 무지 많이 보거든요.
첫 덧글이 욕이면 욕이 주르륵 달립니다...ㅎㅎㅎㅎㅎㅎㅎㅎ.
그러면 칭찬하고 싶어도 그것이 소수 의견인 줄 알고 조용히 빠지지요.
대중성이라는 것이 대부분 그러할 겁니다.
저도 다음의 싫어요, 좋아요 기능이 있는 걸 보았는데 그게 참 정직해보이더군요.
마녀고양이 님은 이래저래 다른 페이퍼에서 많이 보았어요. 여기서 보니 반갑네요. 꾸벅 ~

2013-09-02 11:4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3-09-02 14:13   URL
비밀 댓글입니다.

히히 2013-09-02 14: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곰...발님 글에 완전 공감해 왔습니다.
근데도 공감 버튼을 누르지 않는 저는 무슨 심보?
인간은 무의식적으로 집단과 동기화 되어 있는 사회적동물인데
집단의 긴장을 느끼는 센서가 고장나서 그러합니다.
병자는 감탄만 합니다.

곰곰생각하는발 2013-09-02 14:14   좋아요 0 | URL
음... 저도 그래요....ㅎㅎㅎㅎㅎㅎ. 습관의 문제이지 싶습니다.
저도 공감은 잘 안 누르게 되더라고요. 공감을 해도 말입니다.
집단 동기화 의외로 설득력이 있습니다.

엄동 2013-09-09 16: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공감" 또는 좋아요" 이런거 잘 안눌러요.
그 게시물에 공감하고
그 게시물이 좋아도 말입니다 ㅋ


어떤 팟캐스트 프로그램에서 엠씨가 한 말이 생각나네요.

트위터'를 하면, 세상에 병신이 참 많다는걸 새삼 알게 되고,
페이스북'을 하면, 그 세상의 병신이 다 내 친구란걸 알게 된다는.


무튼
어떤거든. 참 부지런해야 한다는 거. ㅎ

곰곰생각하는발 2013-09-10 05:10   좋아요 0 | URL
어라 ?! 엄동 님. 알라딘 블로그 만드셨군요 ?
잘하셨씁니다. 여기서 저랑 자주 놉시다...

저는 연예인들이 왜 트위터나 페이스북을 하는 지 도무지 모르겠더라고요.
구설이 대부분이 트위터인데 이걸 왜 하나 모르겠어요..

응화 2013-09-10 13: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늘 자신을 돌아봅니다.

이건 '내 생각'인지 '남의 생각을 수용한 내 생각'인지 '그냥 남의 생각'인지 '무지에서 오는 편승'인지 말이죠.
하지만 단언컨데 오늘의 '공감'은 곰님의 생각을 적극 수용한 제 생각이 맞습니다.^^

그리고 사람들은 자신과 성향이 맞는 사람의 글만 무의식적으로 찾아가기 때문에
세상 사람들이 다 자기의 생각에 공감한다고 느끼는데 이것도 비슷한 오류를 범하게 만들죠.

[뱅뱅이론]이라고 들어보셨나요.
분명 자신의 생각에 반대하는 자들이 많음에도 우리는 그 존재를 모르거나 무의식적으로 부정하려고 해요.

곰곰생각하는발 2013-09-10 20:55   좋아요 0 | URL
ㅎㅎㅎㅎ 뱅뱅이론 무지 재미있네요.
저도 항상 뱅뱅 안 망했나 ? 왜 광고 모델이 유명한 사람이 나오지?
그랬거든요. 매출 1위인 줄은 정말 꿈에도 몰랐네요.
아니 누가 입고 다니는 거죠 ?
거 신기하네요....ㅎㅎㅎㅎㅎㅎㅎ.

J 2013-09-11 15: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공감하기만 누르다 이글 보고 덧글남겨요 ㅎㅎㅎ
페루애님의 글이 그리워 놀러왔수다.

곰곰생각하는발 2013-09-11 16:06   좋아요 0 | URL
허허허... 고맙수다. 이가람 고수 !
네, 조만간 마실 나가리다... 허허허...

내맘에촉촉 2013-09-14 08: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침묵의 나선형 이론. 이름 참 멋있는 이론이라 생각했는데 자꾸 까먹어요. (기억해두었다 써먹고 싶은데 쳇)
최근에 어떤 책을 읽고 쉬플(sheeple)이란 용어를 알게 되었는데 고개를 끄덕이게 되었어요. 이것과 비슷하려나요
안녕하세요 곰곰생각하는발님~ 처음 뵙는데 닉네임 매력적이시네요. 처음 알라딘에 덧글 달아봐요. 이런 공감글로 첫 글을 읽었으니 앞으로 공감 마구 눌러야겠어요.ㅎㅎㅎ

곰곰생각하는발 2013-09-14 10:02   좋아요 0 | URL
반갑습니다. 촉촉이 님 ! 쉬플'이란 신조어'는 촉촉이 님 때문에 알게 되었네요.
고맙습니다. 자주 뵈어요. 곰곰생각하는발'은 저의 인디언 식 이름입니다.
 
보이지 않는 고릴라 - 우리의 일상과 인생을 바꾸는 비밀의 실체
크리스토퍼 차브리스.대니얼 사이먼스 지음, 김명철 옮김 / 김영사 / 201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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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력'을 믿지 마세요.

 

 

< 보이지 않는 고릴라 - 심리학 실험 > 은 대부분 알고 있을 것'이다. 심리학 전공이 아니더라도 교양 수업'에서 자주 언급되는 심리학 실험'이니깐 말이다. 내용은 간단하다. 모니터에는 흰 옷을 입은 팀과 검은 옷을 입은 팀이 섞여서 같은 팀'에게 농구공을 주고받는다. 이때 흰 옷을 입은 팀이 주고받은 농구공 패스 횟수'를 세면 되는 것이다. ( 내 말이 아리송한 사람은 당장 네이버로 달려가서 < 보이지 않는 고릴라 > 를 입력하면 동영상이 나오니 참고하면 된다. ) 그런데 함정'이 하나 있다. 패스 횟수'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중간에 고릴라가 나와서 춤을 춘 모습을 본 적이 있는가, 가 이 실험의 핵심'이었던 것이다. 고릴라 ?! 웬 고릴라 ?

 

농구공'에 정신이 팔린 우리는 농구공 만을 쫒느라 정작 모니터 중간에 나타나서 킹콩 흉내를 냈던 고릴라'를 보지 못한 것이다. 이 실험을 진행한 크리스토퍼 차브리스와 대니얼 사이먼스'는 이 유명한 실험'을 통해서 인간의 인지 능력'이 얼마나 불완전한 것인가에 대해서 통쾌하게 증명한다. 이 책은 이러한 불안전한 인지 능력에 의한 < 착각 > 을 다룬다. 결국 내용은 " 인간이란 꽤나 멍청한 존재야, 낄낄낄 ! " 이다. 이런 식의 조롱, 좋다. 그래, 인간은 멍청하지. 암, 그렇고 말고 ! 기대를 잔뜩 가지고 이 책'을 펼쳤으나 단도직입적으로 말해서 총 6장으로 이루어진 구성 가운데 1장 < 주의력 착각 " 제가 봤다고 생각합니다 ! " > 를 읽다가 몇 번이나 책을 덮을까, 생각했다.

 

< 보이지 않는 고릴라 > 실험은 매우 독창적이고 창의적인지는 몰라도 이 책 < 보이지 않는 고릴라 > 는 지루하고 재미가 없다. 자화자찬도 어느 정도껏 해야 듣기 좋은데, 지나쳐서 민망할 정도'다. 1장'은 시작부터 " 고릴라 실험 " 이 얼마나 유명한가에 집중한다. ① 이 실험은 심리학 전반에 걸쳐 가장 폭넓게 입증되고 논의되는 연구, 라거나 ② 2004년 심리학 부문 이그노벨상을 수상했고, ③ 텔레비젼 시리즈 csi 에서는 등장인물들 간의 대화로 소개되었다는 식이다. 이런 마음가짐을 가지고 쓴 글치고 좋은 느낌'을 경험한 적이 없던 터라 무릎을 탁 치며 아, 했다. 우, 했다. 오, 오오 했다. 예상은 적중했다.

 

글 솜씨'가 형편없는 거라. 보석 아저씨 ( 재래미 다이아몬드 ) 가 쓴 책과 비교하면 그 차이'가 확연하게 드러난다. 한 마디로 재미가 없다. 다 아는 내용'을 마치 아무도 모르고 있는 것처럼 말한다. 인간이란 어디서 다 주워 듣는 습속이 있는 법 아닌가 ? 영화 평론가 로저 애버트 옹'은 < 쉰들러 리스트 > 에 대한 짧은 감상평'에서 다음과 같이 말했다. " (스필버그)는 자신이 말하고 싶은 바를 수백만의 사람들이 듣고 싶어하는 방식으로 말할 줄 아는 사람이다. " 글쓴이는 아무래도 스필버그에게서 한 수 배워야 할 것 같다.

 

내가 알고 있는 < 착각 > 중 가장 충격적인 내용은 다음과 같다 : < 추적 60 > 제작진 앞으로 제보 한 통이 도착한다. 제보자 사연인 즉, 억울한 누명으로 고통받고 있다는 사연이었다. 불알 친구 셋'이서 차를 몰고가다가 1명은 사망하고 2명은 중상을 입는 교통사고를 당한다. 문제는 사고 당시 자신은 조수석에 있었는데 의식이 깨어 병실에서 눈을 떴더니 자신이 운전자'가 되어 있더란 기막한 내용이었다. 제보자는 억울해 했다. 무엇보다도 가장 친했던 친구2가 사망했는데 그 원인 제공자'가 자신이 되었다는 사실에 분노했다. 그, 그그그그러니깐 말이죠. 옆에 있던 만근이 새끼'가 운전해 놓고는 내가 운전했다고 거짓말을 한 겁니다. 어, 어어어억울해서 잠을 못 자겠습니다 !

 

추적 60분 제작진'은 이 사내의 진술을 토대로 사건을 재구성한다. 사고 당시 목격자와 119 구조대원'을 찾아나서서 당시의 상황을 재현한다. 의견은 분분했으나 대체로 제보자의 말'이 맞다는 진술이 쏟아졌다. 제보자 말처럼 사고 당시 차 조수석에는 제보자'가 있었다는 진술이 나온 것이다. 그런데 이 사건'은 이미 2년 전 사고'라 증거가 없었다.  제작진은 제보자가 가해자'라고 지목한 친구1'를 찾아가 인터뷰를 하는데 뭔가 의심스럽다. 당당하지 못하고 거짓말하는 느낌이 강하게 와닿았다. 횡설수설이다. 나는 주먹을 불끈 쥐었다. 만근이, 이 나쁜 자식 !  프로그램 < 추적 60분 > 은 방영 57분까지는 거의 제보자 진술'을 토대로 만들어졌고 그가 한 말은 구구절절 진실처럼 느껴졌다.

 

그런데 마지막 3분'을 남겨놓고 거대한 반전이 생긴다. 어렵사리 사고 당시 사진'이 발견된 것이다. 놀랍게도 사진 속 조수석에는 제보자가 아니라 친구1'이 타고 있었고, 운전석에는 제보자가 타고 있었다. 제보자가 사고 가해자'였다.  제작진도 당황한 눈치였다. 결국 제보자'가 그토록 진실'을 알고 싶어했던 부분은 자신이 가해자'라는 팩트'로 돌아온 것이 아닌가 !  수습이 안 될 땐 정신과 의사'가 등장하여 정리를 하면 된다. 정신과 의사'가 내린 결론은 < 기억 조작 > 이었다.  제보자가 거짓말을 한 것은 아니었다.  제보자의 뇌'가 제보자'를 보호하기 위해서 거짓 정보를 흘린 것이었다. 뒷자석에 타고 있던 가장 친한 친구가 자기 때문에 죽었다는 사실을 받아들이지 못한 제보자는 결국 기억을 조작해서라도 그 책임에서 도망치고 싶었던 것이다. 추적 60분'은 그렇게 끝난다. 기막힌 반전으로 마무리한 채 말이다.

 

우리가 기억하고 있는 것은 대부분 믿을 만한 것이 아니다. 기억'은 온통 수상한 것투성이'다. 뇌'는 자신의 숙주인 주인에게 유리하도록 기억을 저장하는 버릇이 있다. < 뇌 > 입장에서 보면 숙주인 < 주인 > 에게 불리한 진실'로부터 보호해야 할 임무가 있기 때문이다. 우리가 믿는 어떤 < 확신 > 에는 " 정치적 입장 " 이 반영되기 쉽다. 백인우월주의자가 목격자인 경우에는 백인과 흑인 용의자 중 흑인'을 지목할 경우가 높다. 어두컴컴한 밤에 목격한 것이라고는 겨울 점퍼를 뒤집어쓴 범인의 그림자가 전부였는데도 말이다. 인간은 보고 싶은 것만 본다. 최근의 NLL 논란'도 이와 비슷하다. 팩트'는 어떻게 나열하는가에 따라서 전혀 다른 팩트'가 된다. 인간은 몽타쥬 이론의 대가'들이다.

 

 

 

 

 

+

아이가 실수로 도자기'를 깼을 때, 아이들은 종종 거짓말을 한다. 이럴 때 부모가 가장 흔히 하는 말은 " 다른 것은 다 용서가 돼도 거짓말하는 것은 용서 못한다. " 이다. 그런데 사실 이 말은 거짓말'이다. 부모는 아이가 잘못을 거짓으로 은폐하려고 했기 때문에 화가 난 것이 아니라 그냥 잘못을 저지른 행위 자체에 대해 화가 난 것뿐이다. 그러니깐 도자기'를 깨놓고서는 안 깼다고 우기는 아이의 거짓말에 화가 난 것이 아니라 도자기'를 깬 것 자체'에 화가 났다는 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른들이 < 아이의 거짓말 > 에 화가 났다고 말하는 이유는 실수를 가지고 화를 내면 뭔가 어른스럽지 못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결론적으로 말해서 부모는 아이에게 " 다른 것은 다 용서가 돼도 거짓말 하는 것은 용서할 수 없다. " 라고 말하는 것 자체가 거짓말이라는 것이다. 거짓말은 나쁘다고 말하지만 결국 부모 스스로가 거짓말을 하고 있는 꼴이다. 부모는 아이'를 훈계해야 될 대상'이라고 생각하지만 사실 어른은 아이'를 훈계할 만큼 훌륭하지는 않다. 그것은 어른들의 착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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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다맨 2013-08-31 09: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인간은 몽타주 이론의 대가들이다... 아 무릎을 치게 만드는 명언입니다.

곰곰생각하는발 2013-08-31 19:07   좋아요 0 | URL
한국인은 특히 에이젠슈타인의 후예입니다.

푸른희망 2013-09-02 11: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본 내용보다. 말미의 한문장.. 사실 어른은 아이를 훈계할 만큼 훌륭하지 않다. 그것은 어른들의 착각이다.. 이 두문장이 가장 와닿네요... 그걸 인정하면 마음이 편할까요? 오히려 더 전전긍긍하게 될까요? 어른이 된다는게 참 어렵다고 생각되는 요즘이라서요...

곰곰생각하는발 2013-09-02 14:25   좋아요 0 | URL
감사합니다. 푸른희망 님 ! 어른 또한 불완전한 존재라는 측면에서 아이의 불완전한 측면을 이해하고 위로하는 게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훈계가 아닌 위로' 말입니다. 아이 같은 어른'이 필요하다고 생각되는 요즘입니다.

yamoo 2013-09-02 11: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수다맨님 의견에 한표!!!

곰곰생각하는발 2013-09-02 14:26   좋아요 0 | URL
감사합니다. 야뮤 님 ! 저도 한 표 !

히히 2013-09-02 13: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사십 줄에 들어서니 제 기억은 온통 수상한 것 투성입니다.
<뇌>의 충정에 가족들만 억울하게 뒤집어씁답니다.
사멸할 것 같지 않은 심장과 다르게
이놈의 뇌는 유연성을 잃어가고 있습니다.
이런 히히가 안쓰러워 먼 산 보며 주루룩거리기도 합니다.


곰곰생각하는발 2013-09-02 14:27   좋아요 0 | URL
전 제 기억'을 잘 믿지 않아서
다른 사람들이 그때 그랬잖아, 라고 주장하면
내 기억을 접고 그 사람 기억이 맞다고 말하고는 해요.

그게 여러모로 편하더라고요...

레베랑스 2013-09-08 09: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글 보니 영화 '메멘토'가 떠올라요.
혹시 보셨나요?

곰곰생각하는발 2013-09-08 12:08   좋아요 0 | URL
에이.. 그럼요. 저 메멘토'란 영화 무척 좋아했습니다. 안나수이 님 ! 참... 에티튜드'가 알고 봤더니
발레 용어더군요 ! 그렇죠 ? 발레리나 안나수이 님...

J 2013-09-11 15:36   좋아요 0 | URL
엇 안나수이님^^저도 놀러왔어요

레베랑스 2013-09-28 12:25   좋아요 0 | URL
가람님 여기서 뵙다니~ 반가워요~
근데 전 알라딘에 아직 익숙하지가 않아서...
왜 제가 단 댓글에 답글이 달린건 확인이 힘들죠..?
찾아 찾아 와서 확인을 해야하니.....
아직 기능을 다 파악하지 못했나봐요..잉잉


네 애티튜드가 발레 용어에요.
아라베스크랑 비슷하지만 뒷 다리를 살짝 구부려서 우아하게^^
아름답죠~ ^^

곰곰생각하는발 2013-09-28 16:15   좋아요 0 | URL
저도 그게 좀 당황스럽더라고요.
여긴 답글 알림 기능이 없어요....
ㅎㅎㅎㅎㅎㅎㅎㅎ.

일일이 찾아와서 확인해야 합니다.
좀 많이 불편하죠.. 흠흠...

맞아요.아라베스크도 에티튜드도 무용 용어더군요....
 

 

 

 

 

 

수다와 잡설이 팔할

 

 

 

 

2.  

 

 

이석기와 구석기 시대.

 

말장난'이라고 해도 좋다. 라임'으로 읽어도 좋다. 비판을 가장한 상스러운 디스(disrespect)라고 하면, 조까 !  ( 그건 용서 못 해 ! ) " 이석기 사태'를 보면 구석기 시대 " 가 떠오른다. 석기 시대'를 구석기와 신석기'로 나눌 때, 기준'은 바로 < 돌'을 다루는 솜씨 >에 있다. 돌을 깨트려서 부스러진 돌 조각'을 도구로 사용한 시대가 구석기'이고, 그 돌을 용도에 맞게 갈고 다듬어서 돌도끼나 돌창으로 사용한 시대'가 신석기'다. 그러니깐 구석기 시대 원시인은 아무 생각 없이 그냥 부스러진 돌 조각'을 사용한 것이고, 신석기 시대 사람들은 머리를 써서 돌을 여러 도구로 다듬어 사용했다는 차이'가 있다. 둘 다 돌이라는 도구를 사용하기는 했으나 신석기 시대'에 와서야 비로소 < 생각 > 이 탄생한 것이라 볼 수 있다.  신석기 시대에서야 비로소 < 생각 > 이란 것이 머리에서 발명되자 생각'은 매우 빠르게 성장하기 시작했다.

 

생각에, 생각에, 생각에, 생각이 우후죽순 격으로 자라기 시작한 것이다. 생각은 암 세포처럼  빠르게 자라는 속성이 있기 때문이다. 이후 신석기는 빠르게 청동기'로 전환되었다. 생각이 한 번 탄생하게 되니 이내 봇물이 터진 것이다. 내 생각으로는 신석기 시대는 빗살무늬토기나 돌창, 돌낫따위를 발명한 시대라기보다는 < 생각 > 을 본격적으로 발명한 시대이고, 청동기 이후'는 < 생각 > 이 본격적으로 발달한 시대'이다. < 생각의 탄생 > 이후로 세상은 정말 빠르게 변화하기 시작했다. 내가 구석기 시대에서 주목한 것은 바로 기간'이다. 신석기 시대 사람들이 돌을 사용하다가 불'을 사용해서 구리와 주석으로 도구를 만들기 시작한 기간은 대략 6000년이다. 무슨 말인가 하면, 신석기 사람들은 6000년 동안 돌을 갈아서 도구를 만들다가 6000년이 지나고 나서야 비로소 불을 사용하게 되었다는 점이다.

 

6000년이라는 세월은 어마어마한 시간이지만 구석기 시대와 비교하면 이 변화는 LTE 급'에 가깝다. 빠름, 빠름, 빠름'이다. 구석기 시대'는 무려 70만 년 동안이나 조각 돌만 주웠다. 신석기가 청동기로 바뀌는데 6000년이 걸렸다면 구석기는 신석기로 바뀌는데 무려 70만 년이 흘러버린 것이다. 이유는 간단하다. 구석기 시대에는 < 생각 > 이 발명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생각은 생각을 낳고 또 다른 생각을 낳는데 반해, 구석기 시대는 생각이 없다 보니 멍한 상태로 떨어진 돌을 주우며 70만 년을 흘러보낸 것이다.  국정원이 이석기'를 압수 수색하면서 < 내란 예비 음모죄 >를 거들먹거렸을 때, 제일 먼저 떠오른 생각은 2013년 8월'이라는 당대( 當代 ) 였다. 21세기'였다. 21세기와 내란 음모'라.... 아, 새것과 낡은 것이 충돌하는 이 미묘한 감수성 !

 

< 내란'> 이라는 것은 전두환이 성공했다고 해서 김두한'도 성공할 수 있는 그따구 혈투'가 아니다. 전두환과 김두한의 결정적 차이'는 군인과 깡패'라는 위치이다. 총이 없이는 내란에 성공할 수 없다. 아무리 주먹이 총알보다 빠르다 할지라도 말이다. 군부 우두머리 백 명을 포섭하면 쿠데타가 가능하지만 깡패 우두머리 백 명을 포섭한다고 해서 쿠데타에 성공할 수는 없다. 국정원이 신나서 고발한 것'처럼 이석기 지지자 100명이 파출소에서 총을 털어서 내란에 성공할 가능성이 있다면, 나는 주저없이 이석기'를 지지할 생각이다.

 

고작 100명이 딱총으로 위협했다고 나라'가 뒤집어질 수 있다면 그런 나약한 국가'는 차라리 전복되는 게 옳다. 연간 국방비가 35조 원'이 투입되는 국가가 파출소에 보관된 딱총 100개'에 흔들린다면 그것은 페이퍼 네이션'에 불과하다. 이빨 빠진 호랑이가 아닌가 !  파출소에 있는 총 한 자루 가격을 최대한 100만 원이라고 해도 고작 총 무기 구입비가 1억 원도 안 되는 무기를 탈취한 무리'들이 매년 35조가 투입되는 군부를 작살낸다고 ? 있을 수 없는 시나리오가 아닌가 ! 내가 사랑하는 대한민국은 그렇게 허약한 국가'가 아니다.

 

이석기의 녹취록'이 어떤 형식으로 공개될지는 모르겠지만 " 파출소에 가서 딱총을 훔치자 ! " 라는 말을 했다고 해도, 그것은 어느 정신병자의 망상'에 불과하지 내란을 음모했다고 볼 수는 없다. 내가 이석기'를 지지하기 때문에 그를 옹호하는 것이 아니다. < 내란/內亂 > 의 사전적 의미는 나라 안을 어지럽히는 행위'이다. 까놓고 말하자 ! 국정원의 선거 개입이야말로 나라 안의 질서를 어지럽힌 대표적 행위'가 아닐까 ? 만약에 당신이 사람들 모아 놓고 전쟁 터지면 파출소 습격해서 딱총을 훔치자고 말하는 미친 사람과 국가 기관인 국정원이 선거에 개입한 사건 중 어느 것이 더 나라 안의 질서를 어지럽힌 결과일까 ? 전자는 말'로 나라 안의 질서를 어지럽힌 결과이고, 후자는 행동'으로 나라 안의 질서를 어지럽힌 결과'이다.

 

법 체계'는 행위라는 결과에 방점을 찍지 상상이라는 결과'에 형량을 적용하는 시스템이 아니다. 이석기 사태를 보면 구석기 시대'가 생각난다. 아무 생각 없이 무비판적으로 팩트를 받아들이면 안 된다. 빨갱이 코드가 잘 먹힐수록 위정자의 배는 부르는 법. 지금까지 빨갱이 코드'가 잘 먹힌다는 사실'은 대한민국은 적어도, 이데올로기적 측면에서 보자면, 신석기 시대 사람보다는 구석기 시대 사람이 더 많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생각 없이 살면 70만 년 동안 바닥에 떨어진 돌만 줍는다. 아주 오랜 암흑기'다.

 

나는 보수와 진보'를 나눌 때 다음과 같은 공식을 사용한다. 일단 세 가지'를 나열한다.  " 과거-현재-미래 " 이 세 가지 범주에서 집합 개념으로써 괄호 부호'를 사용한다. 보수는 " (과거 현재) 미래 " 에 방점을 찍고, 진보는 " 과거 (현재 미래)  " 에 방점을 찍는다. 보수주의자'는 현재에 과거를 반영'이고, 진보주의자는 미래를 위해서 현재'를 희생해야 된다고 믿는다. 가장 이상적인 정치적 자세는 " ( 과거 현재 미래 ) " 형이다. 이러한 형태는 모두를 포괄하는 스펙트럼인데, 이런 식의 이념은 존재할 수 없다. 왜냐하면 가장 이상적이기 때문이다. 인간이 이토록 합리적 사고를 하는 존재라면 애초에 에덴 동산에서 쫒겨나지도 않았다야 !  아니 그러함둥 ?

 

안철수가 자꾸 " ( 과거 현재 미래 ) " 형 코스프레'를 하면 할수록 유권자는 그를 의심해야 한다. 박근혜와 안철수가 닮은 점이 하나 있는데 먼저 의견을 제시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그들은 대부분 남들이 말한 것에 대해서 맞다, 틀리다'만 말할 뿐이다. 안철수는 정치평론가가 아니라 정치가'다. 시소는 기울어지기 위해 존재하고 양팔 저울'은 기울어지지 않고 평형을 유지하기 위해 존재한다면, 정치는 시소'에 가깝다. 이데올로기는 어떤 식으로든 기울어지게 되어 있다. 합리적 중도란 망상에 가깝다. 대한민국 정치인은 대부분 가짜 보수주의자'인데 그들이 빨갱이'를 집요하게 건드리는 이유는 보수주의자의 " ( 과거 현재 ) 미래 " 속성 때문이다. 빨갱이'라는 기호는 과거와 현재'를 단단하게 묶는 에너지원'이다.

 

반면 " (과거) 현재 미래 " 형 중심인 인간은 우울증 환자'에 가깝다. 우울증 환자는 과거'에 집착하여 현실 속 나'를 부정한다. 우울증이란 외부를 향한 공격이 내부를 향하는 지점이다. 타인에 대한 공격을 거두고 자신을 공격할 때가 자살'이다. 광인'은 대부분 이 범위'에 속한다. 그런가 하면 " 과거 (현재) 미래 " 형 인간은 이기적 본성'을 가진 사람이다. 바로 앞에 있는 것에만 반응한다. 가장 구석기 인간 형'에 가깝다. 땅값을 약속하는 국회의원을 아무 생각 없이 찍는 지역 유권자'도 대표적인 구석기 인간 형'이다. 그렇다면 " 과거 현재 (미래) " 형 인간은 ?  과대망상에 사로잡힌 자'의 패턴이다. 히틀러가 대표적 인물이다. 광인'이 과거에 집착해서 현실과 타협하지 못하는 존재라면, 과대망상은 있지도 않은 헛것을 창조해서 그것을 추종한다.

 

에릭 호퍼는 < 맹신자들 > 에서 다음과 같이 말했다. " 인류는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건설되지 않은 아름다운 도시, 아직껏 가꿔지지 않은 정원을 위해서 싸울 때 가장 필사적이었다. "

 

내가 보기엔 이석기'는 전형적인 과대망상자'이다. 그는 건설되지도 않은 미래의 아름다운 도시'를 위해, 아직껏 가꿔지지 않은 정원을 위해 필사적으로 싸우는 인간형'이다. 현실에 발을 디디지 않고 미래만 보는 것'은 헛것을 향한 구애'에 지나지 않는다. 그는 맹신자'다. 그가 지금까지 보인 신념'에 대해서는 1%도 지지하지 않지만 그가 지껄일 자유에 대해서는 100% 지지한다. 사람은 누구나 국가를 향해 욕할 자유가 있다. 하지만 국민이 국가를 욕했다고 해서 기관이 그 사람을 욕보일 수는 없다. 그것이 민주주의이고 자유주의'이다. 촌스럽게 흥분하지 마라.

 

반면 이명박 각하 어르신은 전형적인 " 과거 (현재) 미래 " 형 인간이다. 많은 사람들이 4대강에 대해 반대했을 때에도 불구하고 탱크'처럼 묵직하게 밀고 나간 이유는 오로지 현재'에만 방점을 찍었기 때문이다. 4대강 건설 이후의 환경에 대해서는 관심이 전혀 없다. 그는 오로지 현재에만 관심이 있다. 이명박 사전에 " ~ 이후 " 란 있을 수 없다. 좋게 말하면 현실주의자'이고 나쁘게 말하면 이기주의자이다. 그리고 심하게 말하면 " 생각이 없다 ! " 그런 측면에서 그는 구석기 시대 사람이다. 그렇다면 국정원'은 어느 유형일까 ? 하지만 나는 이 자리에서 말 하지 않으련다. 국정원이 점점 두려워지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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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 2013-08-30 02: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이석기, 구석기.. 전두환, 김두한.. 곰곰발님다우신 라임 작렬이네요. ^^

곰곰생각하는발 2013-08-30 02:51   좋아요 0 | URL
제가 종종 라임'에 매달리기는 합니다... 허허허...

만화애니비평 2013-08-30 09: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석기는 구석기 시대 사람이고, 이석기를 가지고 지랄하는 사람은 오스트랄로피테쿠스에 가까운 인류이죠. 진화가 더 되었네요. 예전에 아서 괴스틀러의 한낮의 어둠에서 루바쇼프를 취조하는 클레킨트가 호모 사피엔스 이전의 인류로 보더군요. 주인공이 말이죠.

역사는 두 번 반복되는데, 한국은 몇 번이나 되는지? 무슨 루프물 보는 것 같습니다. 이것 영화로 만들면 팔리겠는데요. 그것도 3류 코미디로 말이죠.

곰곰생각하는발 2013-08-30 16:45   좋아요 0 | URL
아, 갑자기 까먹었네요. 역사는 두 번 반복되는데
한번은 비극으로 ,
그리고 두 번째는 코미디'로 등장한다고 하더군요.....

잉크냄새 2013-08-30 11: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적절한 비유와 표현에 공감하게 되네요.
그나저나 내란이란 말이 처음에는 국정원의 자충수 정도로 우습게 들렸는데 시간이 지날수록 두려워지긴 하네요.

곰곰생각하는발 2013-08-30 16:47   좋아요 0 | URL
뭔가 믿는 구석이 있었겠죠.
저런 것으로 집어넣을 수는 없다는 사실은 국정원도 잘 알고 있을 것입니다.
다만, 저 희대의 광대가 말한 것을 폭로는 하고 싶었겠죠.
그런데 그냥 폭로만 하면 그건 불법 도청 아닙니까..
그래서 내란'이라는 억지를 뒤집어씌우고 녹취록 까는 게 아닐까 싶어요.
뭐 아님 말고 라는 식이죠.. 전형적인.

무해한모리군 2013-08-30 11: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과거 유산 둘이 마주 앉을 생각만해도 마음이 무겁네요....
이걸로 묻힐 무수한 일들을 생각하니 더더욱

곰곰생각하는발 2013-08-30 16:48   좋아요 0 | URL
뭐, 항상 묻히죠. 북풍은 여전히 살아있습니다.
한번 속고, 두번 속은 사람은 세 번 안 속는다 하지만
우리 구석시 기대 사람들은 네 번'에도 속고 다섯 번에도 속을 겁니다.

마립간 2013-08-30 12: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과거에 집착하여 우울이 있고, 미래에 집착하여 불안이 있습니다. (보수/진보 양다리인가요?) 현재는 미미합니다. 제가 이명박 전 대통령과 궁합이 맞은 않은 설명이 하나 더 가능하군요.

곰곰생각하는발 2013-08-30 16:50   좋아요 0 | URL
원래 과거에 집착하면 미래는 불안할 수밖에 없다고 보여집니다.
현실을 중심으로 한쪽 방향을 선택해야 합니다.
대부분은 이명박형 인간일 것 같습니다.

마립간 2013-08-31 10:05   좋아요 0 | URL
현재와 과거의 관계, 현재와 미래의 관계는 말씀 안 드려도 곰곰발님께서 잘 아실 것 같고.

저의 현재에 대해 이야기하면 현재는 분노입니다. 저의 현재가 미미하게 작용하는 것은 우울-분노-불안의 균형잡힌 삼각 편대( 또는 dominent한 분노)의 감당할 능력이 없어 회피/억제의 방어 기제가 작용할 지 모릅니다.

곰곰생각하는발 2013-08-31 19:09   좋아요 0 | URL
이 현대의 불안'은 아무리대 당대'와 맞물려서 시너지 효과'를 발휘하는 것 같습니다.
케어'가 부족할 수록, 제도적 장치가 미비할 수록 사람들은 더욱 더 이기주의자가 됩니다.

마립간 2013-09-01 07:32   좋아요 0 | URL
환경적인 부분은 제 자신보다 더 통제할 수 없다고 생각하기에 제도적인 장치의 미비보다 제 자신에 관심이 더 큽니다. (이미 제 성향을 말씀드렸지만.)

과거의 우울, 현재의 분노, 미래에 대한 불안의 반대말을 뭘까요? 오소리입말 사전이나 곰곰발님이 생각하신 반대말에 무엇이 있을까요? 과거의 추억/감사, 현재의 행복, 미래의 희망?

히히 2013-08-30 14: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먹고 자고 싸고 하고...
옳고 그름을 가려내는데도 상기의 범주에 속하는 본능이라면
정치는 불필요한 것입니다.
차라리 쇼라는 단어로 표현되도 무관한
대한민군의 정치에
우리는 스릴을 느끼고 분노하고 통탄에 빠지기도 하고 열광하고...
혹자는 보기 싫으면 눈을 돌리면 그만이라겠지만
우리 스스로는 애국자라며 최소한의 양심을 품었다고 위안삼지요.
내란을 음모하였다라는 전제하에서
역지사지로
왜 그런 음모를 꾸몄는지를 생각해 볼 문제입니다.
결국 그들 입으로 그들의 정치성을 반성하는 꼴이군요.

바뀌지 않는 세상에서 우리는 고통과 절망으로 살겠지만
우리 인류는 충분히 오래 살 테니
소망은 끝끝내 이루어지고 말것입니다.
자손들은 우리의 소망을 선험적으로 타고날 수 밖에 없는 운명입니다.
500만년에서 5년...... 곰...발님 그냥 코나 팝시다.

곰곰생각하는발 2013-08-30 16:52   좋아요 0 | URL
열광까지는....
한번도 열광해 본 적이 없습니다.
다 큰 애새끼가
국회의원이 병정놀이 한다는 것도 개우숩고...
이걸 또 내란 운운 하는 것도 우수으며
하여튼 다 우습습니다.
그래도 말할 자유는 주어야 민주주의 아니겠습니까..
김수영이 말했잖아요.
김일성 만세 라고 말할 자유가 있어야
그게 민주주의라고 말이죠...



포스트잇 2013-08-30 17: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러게요.... 저 정도 수준으로 뭐 전쟁을 준비하라 했다느니 하면 그냥 한 번 웃고 넘어가면 안될 정도로 이 나라가 허술한걸까요?
처음 이석기 혐의사항을 뉴스로 들었을 때 대부분은 웃지 않았을까요? 너무 터무니 없어서...
그런데 저걸 어떻게든지 이용하려고 하고, 이용해서 효과를 본다고 한다면 그게 정말 문제라는 생각이 드는거죠.
개그콘서트에서 언뜻 봤던 개그가 생각나네요.
'땅크 사면 헬기 껴죠잉~'


글 좋습니다~

곰곰생각하는발 2013-08-30 17:35   좋아요 0 | URL
이석기는 그냥 몽상에 빠진 병정놀이'를 하는 인간입니다. 그를 지지하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말할 자유를 인정하지 않고 내란'이라는 무시무시한 죄명을 씌워
조질려고 하는 그 기관의 힘이 어이없다는 겁니다. 이게 무슨 민주주의 사회입니까.
이게 무슨 자유주의인가요 ? 딱총 100개에 무너진다고 생각하시나요 ? 어이없죠....
싸가지없다고 해서 그 사람을 억압할 수는 없어요. 그러한 태도는 그들이 그토록 싫어하는
공산주의사회'에서나 가능한 것 아닙니까. 답답해요....

수다맨 2013-08-30 23: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의 말을 신뢰하지는 않지만, 그가 말할 자유를 지지한다는 뜻에는 전적으로 공감하고 동의합니다. 국정원이 하는 짓을 보고 있노라면 대한민국의 이념(?)이 과연 자유민주주의가 맞는지 의심스러울 지경입니다.
그리고 아직도 이런 사태가 발생할 수 있는 것을 보니, 대한민국은 '빨갱이 바이러스'에 여전히 강하게 물들어 있다는 생각이 드네요.

곰곰생각하는발 2013-08-31 03:31   좋아요 0 | URL
병신이 병정놀이 한 거죠. 엔엘 특유의 표현' 보면 답이 나옵니다.
미꾸라지 한 마리'가 결국 진보 진영 전체를 사망 선고하게 만들엇습니다.
잘난 척하지만 알고 보면 병신 아니겠습니까. 이제 누가 통진당을 지지하겠습니까.
아예 끝났죠. 이석기 이새끼 미꾸라지죠. 그건 팩트입니다.

다만 이런 식으로 내란죄'를 적용하면 국보법은 앞으로 계속 이런 식으로 공안을 형성할 것이란 우려입니다.
답답할 뿐이죠.
 

 

 

 

舌,

 

양말.

 

 

우울한 일기'는 이렇게 시작된다: 봄 볕에 잘 말린  옷들을 보면 기분이 좋다. 세탁한  옷들을 개고 나면, 늘 마지막에는 한 짝을 잃어버린 양말들이 남는다. 그럴 때마다 쓸쓸하다. 왜냐하면 양말은 다른 옷들처럼 독립적이지 않기 때문이다. 늘 짝이 있어야지만  쓸모가 있는 것 ! 양말은 짝을 잃으면 버려지는 것들이다. 내 신세 같다. 신기하다, 어디로 갔을까 ?  발이 달린 것도 아닌데 어디로 갔을까 ?  밖에다 버려두고 온 것도 아닌데, 저녁이면 늘 집에 와서 벗어놓은 것'들인데, 신기하게도 밀린 빨래'를 하다 보면 늘 한두 개 정도 짝 없는 양말'들이 남는다. 기억'도 어쩌면 양말 같은 게 아닐까?   잃어버린 줄도 모르지.  모르고 앓은, 몸 안의 항체처럼 말이다.  아무도 모르는 사이'에 하나 둘 기억에서 사라지는 이름들이 있다. 조용히 사라졌기에 우린 그 이름을 잃어버렸다는 사실조차 모른다. 아마, 나에게도 당신 이름'을 잃어버리는 날이 오겠지?  그리고는 모르고 지나칠 것이다. 그러다가 문득 알게 될 것이다. 잊고 살다가, 빨래를 개다가, 남겨진,  더 이상 짝을 맞출 수 없는 양말 하나'를 보게 될 것이다. 그때 깨닫게 되리라.  아, 당신 ! 내가 사랑했던 낡은 여자. ( 2010년/05월/31일 字 )

 

 

대한민국 인구가 5000만'이라고 가정했을 때, 1인당 1년에 양말 10컬레 정도 잃어버린다고 가정을 하자. 그러면 양말 5억 개'가 짝이 없다는 이유로 멀쩡한 양말 한짝을 버리게 된다. ( 사람들이 1년에 양말 10컬레 정도를 읽어버린다는 가정은 무리한 계산이 아니다. ) 여기에 대한민국은 양말 생산이 제로'여서 전체 물량을 중국으로 수입한다고 가정했을 때, 양말 한 켤레를 중국으로부터 2000원에 수입한다고 하면 총 1조 원'의 금전적 손실'이 발생하게 된다. 1조 원이면 전국 무료급식 비용'은 물론이요, 몇몇 지역에서는 무상 교육까지 가능하다. 그러니깐 대한민국 국민 각자가 양말 한 짝'을 잃어버리지 않는다면 전국 무료 급식비'와 무상 교육 비용을 충당할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

 

그런데 아무리 조심을 해도 양말을 한 켤레'도 잃어버리지 않는 사람은 없다. 양말은 말 없는 귀신 같아서 항상 사라지게 되어 있다. 귀걸이 한 쪽'처럼 말이다. 이 양말 분실 문제'를 제대로 해결해도 약 1조 원'을 절약할 수 있으니, 만약에 이 문제를 해결할 사람이 나타나면 그 사람은 대한민국 영웅이 될 것이다. 대한민국은 돈을 적게 벌면 소시민이 되고, 많이 벌면 부자가 되지만, 왕창 벌면 영웅이 된다. 단도직입적으로 말해서 나는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간단하다. 양말 색깔을 동일한 것으로 통일하면 된다. 대한민국 5000만 백성이 모두 검은색 양말'만 신는다면 적어도 짝이 없어서 멀쩡한 한 짝'을 버리는 비극은 피할 수 있다. 왜냐하면 양말은 오른쪽과 왼쪽 구분이 없기 때문이다.

 

우리가 그동안 짝 잃은 양말을 버릴 수밖에 없었던 이유는 오른쪽 양말 한 쪽은 있는데 왼쪽 양말 한 쪽이 없기 때문이 아니다. 신발은 좌우 구별이 있지만 양말은 좌우 구별이 없다 ! 만약에 양말을 모두 검은색으로 통일한다면 묶음 개념인 켤레'라는 집합 개념이 사라지게 된다. 한 짝이 사라졌으면 그냥 아무 양말이나 신으면 된다. 이처럼 양말 색깔이 통일된다면 1년에 평균 열 개 정도의 양말 한 짝'을 잃어버린다고 해도, 결국은 다섯 개 정도만 잃어버린 꼴이 된다. 다시 한 번 강조하지만 양말이 통일되면 1년에 잃어버리는 양말은 < 10 켤레 (20개) > 가 아니라 < 10 개 > 가 된다. 5000억'을 절약할 수 있는 것이다. 이 정도면 참신한 생각을 넘어 매우 창의적인 아이디어'가 아닐까 ?

 

내가 안철수 대선 후보 진영 정책 담당이었다면 국회의원 수를 줄여서 세비'를 아끼겠다는, 정말 황당한,  뜬구름 잡는 유아적 발상 대신 < 양말 색깔 통일제 > 를 주요 정책 공약으로 추진하겠다. 웃자고 하는 소리'가 아니다. 이보다 실용적인 정책 공약이 어디 있나 ? 양말 색깔이 모두 제각각이어서 한 짝을 잃어버렸단 이유로 멀쩡한 다른 쪽 한 짝'도 버리는 것은 금전적 문제뿐만 아니라 생태환경적으로도 엄청난 손해이다. 양말 한 켤레'를 만드는데 소요되는 에너지 소비와 재료 손실을 감안하면 < 양말 색깔 통일제 > 는 친환경적 정책이기도 하다.

 

그뿐이 아니다. 짝을 찾아 양말을 개느라 소비되는 시간도 절약할 수 있다. < 켤레 > 에서 < 개수' > 로 바뀌니 굳이 양말 짝을 맞춰 묶어둘 필요가 없다. 그러니 시간이 절약되는 것이다. 이렇게 해서 모인 짜투리 시간'은 얼마나 될까 ? 대한민국 정치'가 개판인 이유는 정책 공약들이 모두 실생활과는 거리가 먼 정책들만 남발하기 때문이다. 진보 진영'조차도 서울시 공약으로 내세울 때는 무조건 건설 토목 공약으로 방향을 세운다. 건물만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올리면 개발인가 ? 이게 무슨 개지랄'인가 !

 

양말'은 매우 사소한 것 같지만 사실은 대한민국 미래'를 바꿀 수 있는 중요한 오브제'일 수도 있다. 다만 사람들은 양말이 너무 저렴하고, 가치 없는, 사소한 것으로 인식하기 때문에 그 중요성을 모를 뿐이다. 이 세상에 가치 없는 것은 없다. 모든 풀은 자기 이름을 가지고 태어난다. 그러니깐 잡초란 이름은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다는 말이다. 사물을 집요하게 파고들어서 깊게 사고하면 의외의 것들을 발견할 수 있다. 나는 < 양말 > 하나로 대한민국의 미래를 바꿀 수 있다.

 

 

접힌 부분 펼치기 ▼ ( 곰곰생각하는발 대선 후보 연설 )

 

 

 

 

안녕하십니까 ? 존경하는 대한민국 국민 여러분 ! 저는 오늘 이 자리를 빌려 대통령 후보 출마'를 선언하려 합니다. 지난 정부의 퇴행을 지켜보며 더 이상 수수방관해서는 안 되겠다는 위기감'이 저를 현실 정치'에 뛰어들게 만들었습니다. 자리에 연연하지 않겠습니다. 자리 나누기'를 위한 나누기'를 하지 않겠습니다. 우선 제가 대통령이 된다면 한글 맞춤법 중 < 사이시옷 > 을 전면 수정하도록 하겠습니다. 사이시옷 시행에 따라 반대말'은 반대말이 맞는 표현이고, 존대말은 존댓말'이 맞는 표현이 되어서 국민을 혼돈에 빠트렸습니다. 한순간에 국민은 완전히 새 됐습니다. < 사이시옷 > 규범 때문에 맞춤법도 틀리는 국민이 된 것입니다. 여러분 !!!  

 

와, 와와와와.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 지금의 대한민국의 시장은 재벌의 손'에 넘어갔습니다. 지금의 극단적 부의 불균형은 정부의 시장 개입을 금지한 시장 자유주의'가 낳은 패단입니다. 그래서 저는 정부의 시장 개입을 적극 지지합니다. 대기업 견제를 통해서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이 잘 살 수 있는 경제 구조'를 만들겠습니다. 삼성이 망하면 대한민국이 망한다고요 ? 한 나라'가 한 기업'의 흥망으로 망할 수 있다면 그 나라는 차라리 망하는 게 낫습니다. 대한민국 그렇게 허술하지 않습니다. 제가 대통령이 된다면 우선 양말 규격을 통일시키는 < 양말규격통일제 > 를 과감하게 시행하겠습니다. 색은 블랙 42번, 발목 길이는 10센티미터'의 단일 품종으로 통일시키겠습니다.  

 

우, 우우우우.  

 

국민 여러분 ! 한 해'에 짝을 잃고 버려지는 양말'이 얼마나 많은지 알고 계십니까 ? 노란 양말 한 짝이 없어서, 파란 양말 한 쪽이 없어서, 혹은 빨간 양말 한 쪽이 해져서 버려지게 되는 멀쩡한 다른 한 쪽'에 대해서 고민하신 적 있으십니까 ? 이 방송을 보고 계실 국민 여러분 ! 버리지는 멀쩡한 양말'에 대해서 생각해 보신 적은 없으리라 생각합니다. 왜냐하면 아주 사소한 것들이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티끌이 모이면 태산이 되는 법. 양말 규격이 단일종으로 통일된다면 짝을 잃었다는 이유로 멀쩡한 양말을 버려야 하는 잘못된 소비 습관에서 벗어날 수 있습니다. 왜냐하면 양말 단일종 생산은 왼쪽과 오른쪽이 한 짝이라는 < 컬레 > 의 기준이 사라지기 때문입니다. 양말 짝에 맞춰 갤 필요도 없습니다. 양말통 속 양말은 모두 똑같은 디자인이니 그냥 손에 잡히는 양말을 꺼내 신으면 되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결국 짝이 없다거나 해졌다고 해서 멀쩡한 다른 쪽 양말을 버릴 필요가 없다는 겁니다.  

 

와, 와와와와와와와와와와와 ! 

 

짝이 없어서 버려지는 양말 때문에 소요되는 경제적 비용이 1조입니다. 놀라셨죠 ? 여기서 끝이 아닙니다. 남편들이 아무 데나 벗어놓은 양말 한 짝을 찾느라 받은 스트레스'는 담배를 10년 간 피웠을 때의 니코틴과 맞먹는 독성이란 사실을 밝혀냈습니다. 그리고 양말 짝을 맞추느라 소비한 인생의 시간'은 총 2일'로 잠정 집계되었습니다.

 

우선 < 양말규격통일제 > 를 실시하면 적어도 1조의 손실을 막을 수 있습니다. 저는 양말 통일제로 보전한 이 비용'으로 " 한 동네 한 도서관 " 을 짓겠습니다. 전국을 걸어서 10분 거리 안에 도서관을 건립하겠습니다. 여러분 ! 양말 도서관'를 짓겠습니다 ! 그리고 그에 따른 시간 절약은 시간이 모자란 시한부 인생'이나 잠이 부족한 수험생 여러분에게 기부하는 제도를 만들겠습니다. 시간이 절실한 이들에게 이 시간은 얼마나 유용하게 쓰일까요 ? 당신이 양말 짝을 맞춰 개느라 소비한 의미없는 시간은 누군가에게는 백 년 같은 하루과 될 것이고, 또 수험생에게는 달콤한 단잠이 될 것입니다. 그것이 바로 우리가 더불어 살아가는 이유입니다. 시간을 나누어줍시다.  

 

우리는 양말이 주는 교훈을 명심해야 합니다. 오른쪽이 집권한다고 해서 왼쪽을 버리는, 같은 이유로 왼쪽이 정권을 장악했다고 해서 오른족을 버리는 짓은 하지 않겠습니다. 그것이 잃어버린 양말이 주는 교훈입니다.  이 자리를 빛내주신 여러분. 그리고 방송을 보고 계실 국민 여러분 ! 저는 이제 새로운 모험을 시작하려고 합니다. 저의 새로운 정치적 실험에 동참하여 주십시요, 지지하여 주십시요 ! 감사합니다.  

 

와, 와와와 x 10000000. 기립박수 1시간 4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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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애니비평 2013-08-29 08: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양말말고도 스타킹도 해주십시오! 페티시즘을 가진 사람들은 웁니다...ㅎㅎㅎ

곰곰생각하는발 2013-08-29 18:02   좋아요 0 | URL
여성도 검은 양말로 통일해야 합니다. 페티시' 분들을 위해서 스타킹은 성인용품점에서 비싼 가격으로 팔릴 것입니다.

잉크냄새 2013-08-29 09: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차기 대선에서 폭풍의 눈으로 작용하겠군요.
미리 공약 선점하세요.

곰곰생각하는발 2013-08-29 18:03   좋아요 0 | URL
저는 대충 기호 7번 정도 되겠습니다. 잉크냄새 니 지원 받고 무모하게 출마하겠습니다.

조선인 2013-08-29 09: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양말 공약은 별로지만 사이시옷에 한 표 던지기로 했습니다.

곰곰생각하는발 2013-08-29 18:03   좋아요 0 | URL
그렇죠 ? 전 사이시옷을 굳이 하는 이유를 모르겠어요.
이거 보면 짜증이 확 납니다.

마립간 2013-08-29 12: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결혼 전
양말을 10켤레(20짝씩) 구입했죠 (당연히 같은 크기에) 같은 디자인으로. (제가 shopping을 안 좋아하기도 하고.)
그렇게 되면 한짝이 빵꾸가 나더라도 (잃어버린 적은 거의 없는 것 같고) 다른 것과 짝을 지어 신을 수 있기 때문에 19짝이 헤질 때까지 신을 수 있습니다. 19짝이 사라질 동안 마지막 남은 짝도 맡은 바 소임을 다했기 때문에, 멀쩡하게 버려지는 외로움/소외감이 없었습니다.

곰곰생각하는발 2013-08-29 18:04   좋아요 0 | URL
ㅎㅎㅎㅎ 역시 저랑비슷하군요. 저도 그냥 한 종류로 20컬레 사두고 씁니다.
이게 엄청 편해요.짝 맞추고 그럴 필요가 없잖아요....

히히 2013-08-30 00: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10거리 안에 도서관이 있는 곳에 살고 있으므로
곰...발님을 찍지 않겠습니다.
블랙42가 아닌 줄무늬나 땡땡이로 바꾸실 의향이 있으시면
재고해 보겠습니다.

곰곰생각하는발 2013-08-31 03:32   좋아요 0 | URL
어휴... 일부러 도서관 바로 앞에 사셨군요
근데 저도 도서관 바로 앞에서 산 적 있는데 책은 한 권도 안 빌렸습니다.
전 빌린 책은 못 읽겠더라고요. 밑줄 긋는 버릇이 있어서 그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