욕을 욕하지 말자.
한때 힙합'을 열심히 들었다. < 욕 > 이 어찌나 찰지던지 ! 윤종신이 최근 벌어지고 있는 " 힙합 디스戰 " 에 우려를 표명했는데, 그 꼰대스러운 표현이 한심해서 웃었다. 윤종신 씨, 디스는 힙합의 정신'입니다. 디스 없는 힙합은 단무지 없는 김밥이다. 잘 짜인 라임'이 실력 있는 래퍼의 플로우와 섞이면 욕은 詩처럼 들렸다. 좋은 라임과 플로우'를 위해서는 끼리끼리 뭉쳐야 한다. 어두운 홀소리'는 어두운 홀소리로 뭉치고, 밝은 홀소리는 밝은 홀소리로 뭉쳐야 리듬이 생기는 것이다. 여기에 각운을 맞추면 근사한 랩'이 된다. 예를 들면 이렇다 : 일 말의 순정따윈 없다 씨발것들아 / 두 말 하지 않으련다 개새끼들아 / 세 말 하면 꼰대들의 잔소리 / 내 말 명심해라 몬테소리 / 오! 말은 많으나 닥치고 떠나리 yo ~
생각해 보면 나는 < 욕 > 을 좋아했던 것 같다. 욕으로 시작해서 욕으로 끝나는 < 사우스 파크 > 에 열광했고, 욕으로 시작해서 똥으로 끝나는 < 핑크 플라밍고 / 존 워터스 > 에 환장했으며, 똥으로 시작해서 똥으로 끝나는 < 소듬 120 / 파스빈더 > 는 감동적이었다. 욕을 먹는 것보다 똥을 먹는 것은 더욱 환상적이었다. < 핑크 플라밍고 > 에서 디바인이 진짜 똥을 먹었을 때의 환희'를 기억한다. 그리고 < 소돔 > 에서는 접시에 똥을 담아 포크와 나이프로 썰어서 먹는다. 똥을 먹는 영화'가 타겟으로 삼은 대상은 명확하다. 클래식한 주류 사회를 모욕하고 싶은 의도'다.
결국 욕이 똥이고, 똥이 욕이다. 그러므로 똥과 욕은 하나다 ! 아, 너무 좋은 것이다. 그것은 일종의 보상심리'였다. 왜냐하면 나는 일상생활에서 욕을 거의 하지 않기 때문이다. 나는 아주 오랜 불알 친구'를 만나도 욕 베틀로 지난 우정을 확인하는 따위의 위악적 태도'에 대해 체질적인 반감을 가지고 있던 터였다. < 욕 > 도 < 입 > 에 붙어야 잘할 수 있는 노릇 아닌가. 친구들은 대부분 거칠게 자란 놈들이 많아서 찹쌀보다 찰진 욕을 내게 선보이고는 했다. " 야, 이 시부랄 놈 ! 그놈의 게이 코스프레이'는 여전하구나. 아, 빙신. 머리 좀 짤라라. 난쟁이 똥자루 만한 새끼가 무슨 장발이냐. 얼랄라 ? 목 안 뿌러지냐 ? 으메, 지미럴... 목걸이 주렁주렁 달고 다니다 목 뿌러질라.... "
친구 가운데 욕을 정말 예술적으로 승화한 친구'가 있다. 조폭이라고 하기에는 그렇고 양아치에 가까운 녀석인데 한때 심부름 센터에서 일한 모양이었다. 명함에는 경호업체 과장'이라고 하던데 파주 공고 들어가서 졸업도 못했을 뿐더러 태권도 유단 자격증도 없는 놈이 경호업체에서 근무할 턱이 없다. 더군다나 고교를 졸업하지 못해서 군대도 미필'인 상태였다. 그 친구가 그런 소릴 했다. " 야, 빙딱아 ! 싸움에서 기술이란 없어. 정말 잘 싸우는 놈은 어떤 놈인 줄 아냐 ? 욕이 팔 할'이다. 욕으로 기선제압을 하면 거의 다 먹혀. 안 먹히는 놈이 있긴 있지. 그 새끼도 나처럼 주먹질해서 먹고 사는 놈이지. 우리라고 피 묻히고 살고 싶겠냐 ? 욕이 팔 할이다. 싸움의 팔 할이 욕이다. 욕 잘하는 놈이 싸움에서 이기는 거시여. "
친구는 싸움을 잘했지만 나는 친구가 상대방과 서로 주먹을 오가며 싸우는 걸 본 적'은 없다. 그냥 일방적으로 상대방을 때리는 것만 보았을 뿐이다. 이유는 상대방이 스스로 싸울 의사'가 없었기 때문이었다. 친구의 무시무시한 디스, 플로우와 라임에 지레 겁을 먹었기 때문이다. 욕으로 기선을 제압한 친구는 벌벌 떠는 놈에게 발길질 몇 번을 하고는 돌려보냈다. 싸운 것도 아니다. 이상한 싸움이다. 대부분의 싸움은 이런 식이다. 영화 속 혈투는 없다. 일방적이다. 하여튼 친구들은 욕을 잘했고, 나는 욕을 못했다. 아니, 한 마디'도 안 했다. 솔직히 고백하면 나는 욕이 나쁘기 때문에 하지 않는 것이 아니라 체질적으로 맞지 않기 때문에 안 하는 것뿐이었다. 사실 < 욕 > 은 당신이 생각하는 것만큼 나쁜 것은 아니다.
< 욕 > 은 대화가 서로 안 통한다 싶으면 내뱉게 되는, 불통을 알리는 신호인데, 다른 한편으로는 < 놀이 > 에 가까운 장르이기도 하다. 암컷을 두고 수컷들끼리 경쟁을 할 때 보여주는 과시욕'은 사실 < 욕 > 과 비슷한 측면이 많다. 내가 지금 소주에 빨대 꽂고 약간 알딸딸한 상태에서 하는 말이지만, 욕의 긍정적인 측면도 있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우리는 욕이 몰상식하고 더럽고 상스러운 것으로 치부하지만 욕을 < 똥 > 으로 치환하면 의외로 순기능이 작동하고 있음을 깨닫게 된다. 인간은 더러운 것을 싫어한다고 생각하는데 사실은 그렇지 않다. < 더러움 > 은 오히려 관계를 끈끈하게 이어준다. 예를 들어보자.
섹스는 더러움을 공유하는 행위'이다. 깨끗한 척을 더럽게 하는 사람들도 불타는 불금이 시작되면 서로 더러운 것을 핥아준다. 생식기는 물론이고 항문에서 발가락까지 빤다. 그게 바로 사랑의 징표'다. 당신을 위해서라면 뭐든지 핥아요 ! 섹스는 한 마디로 더럽게 노는 행위'를 정당화하는 놀이'이다. 만약에 당신이 이 글을 읽고 불쾌했다면 할 말은 없다. 청결함에 대한 것은 개인적 취향의 문제이니 말이다. 하여튼 나는 똥구멍에서 발끝까지 핥는다. 그게 내 더러운 취향이다. 섹스는 좀 더러워야지 할 맛이 난다. 난 내가 좋아하는 여자는 똥구멍에서 발가락까지 핥는다. 기생충 따위는 걱정 않는다 ! " 십이지장충, 덤벼 ! 이 좆만한 놈들아. 사랑을 위해서라면 견딜 수 있다. "
우리가 정말 잘못 알고 있는 것'은 냄새나는 똥덩어리'의 사회적 순기능'이다. 사실 냄새나는 더러운 분비물'은 타인과 관계맺기'의 중매 역활을 하는 감초'다. 밀러는 < 혐오감 연구' > 에서 우리가 그동안 생각했던 혐오스러운 것에 대한 고정관념을 깨끗하게 역전시킨다.
기저귀를 갈고 넘긴 음식을 닦아주고 아니면 병들어 허약한 친족을 보살피는 것 ... ( 중략 ) 부모는 어떤 상황에서도 보살펴주는 존재, 손과 옷이 더럽혀지는 것을 무릅쓰고 배설물을 치워주며 심지어는 배설물을 직접 얻어맞는 상황도 발생하는데... 불결한 물질에 내재한 역겨움을 극복하는 것은 아낌없이 주는 부모의 무조건적 사랑의 표상이다.
위의 인용'에서도 지적했듯이 부모는 사회적으로 꺼려하는 것을 만지고 치움으로써 부모와 자식' 간의 친밀감을 강조한다. 혐오스러운 것을 극복함으로써 얻을 수 있는 관계이다. 이러한 예는 꼭 부모와 자식 간의 관계에서만 나타나는 현상이 아니다. 내가 아는 여자아이'는 친구와의 친밀감'을 강조하기 위하여 동성 친구가 씹던 껌을 나누어 씹기도 한다. 이것은 더러운 것을 함께 나눔으로써 친구에게 절대적 믿음'을 얻고자 하는 메시지다. 더러운 것만이 줄 수 있는 기능인 셈이다. 은밀한 것을 나눔으로써 혈맹을 딱딱하게 만들려는 의도가 읽힌다. 아동 심리학'에 대한 이해가 있는 사람이라면 아이들은 종종 엄마에 대한 사랑을 확인하고 싶어서 일부러 오줌을 싸거나 몸에 똥을 묻힌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을 것이다.
이처럼 욕, 침, 똥 등과 같은 더러운 오브제'를 나쁜 쪽으로만 생각하면 안 된다. 여기에는 순기능도 작용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우리는 흔히 욕이 불통을 상징하는 대표적 오브제'라고 생각하지만 사실은 욕은 소통을 갈망한다. 내가 비록 욕을 입 밖으로 내는 일은 거의 없지만 욕'이 가지고 있는 순기능에 대해서는 긍정적으로 생각하는 인간이다. 요즘 아이들은 욕으로 시작해서 욕으로 끝난다며 한숨을 푹푹 쉬며 " 말세 " 운운하지만 선 캄브리아 동굴 벽화에 새겨진 낙서에도 그때 젊은것들은 싸가지가 없었다고 한다.
< 욕 > 이 그들 세대를 반영하는 소통'이라면 기꺼이 받아줘야 한다. 어른이 보기엔 욕이지만 당사자들인 아이들이 보기인 소통'일 수가 있다. 어릴 때 욕 자주 해라. 커서 하면 법에 걸리니 허할 때 신나게 욕하고 살아라. 얼라들아 ! 나는 지지하겠습니다. 아, 갑자기 술이 올라와서 급하게 마무리한다. 다음은 내가 욕을 하는 게 아니라 이비아 디스 패러디'다. 내가 래퍼'라면 이런 가사를 썼을 것다. 나름 플로우와 라임을 염두에 두며 그동안 갈고 닦았던 랩'을 선보이기로 한다.
" 디스 존나 재밌써 / 재밌는 걸 왜 안 써 (씨발놈들아) / 똥차 지나갈 때 코 막지 마 / 너네 아저씨 / 양주 털며 아가씨 / 젖가슴 만질 때 / 우리 엠비씨 / 청와대 뚜껑 열고 똥 펐다 (씨발놈들아) / 웃으면서 코 파며 잇힝 하지 마 / 똥 싸고 자빠지지 마 ( 똥 싸지 마, 씨발놈들아 ) / 우리 아빠 힘들어 (자냐?) / 일말의 양심이 있다면 / 합죽이가 됩시다 합 ! / 두 말 하지 않으련다 / 세 말 하면 잔소리니 / 내 말 명심해라 / 다른 스타일로 보여줄까 ? 얼라들아. 디스 이즈 마이 스타일 yo / 전철에 거지 탔다고 / 인상 쓰며 일어나면 돼? 안 돼? / 내 삼촌이다, 이것들아 / 삼촌, 우리 아빠 보증 섰다가 / 거지 돼서 요즘은 좆도 안 선다더라 / 웃지 마 씨발것들아 / 난 웃지 못한다 / 느낌 아니까 ~ 시발것들아 / 좆 잡고 반성해라 / 이 바닥이 다 그래 시발 / 넌 얼마나 깨끗하냐. "
+
아, 이거 욕으로 도배가 되어버렸네. 그럴 생각은 없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