뭉스러운 페이퍼(들)

 

 

종종 논픽션과 픽션이 짬뽕이 된 페이퍼'를 작성하고는 했다. 사람들이 자주 묻는다. 진짭니까, 가짭니까 ? 굳이 물어보신다면 대답 또한 능청스러울 수밖에 없다. 가짜이기도 하고 진짜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모아보았다.

 

 

 

 

픽션과 논픽션 사이.

 

 

1. 아비정전'을 보다 : http://blog.aladin.co.kr/749915104/6515267

 

2. 잃어버린 기억을 찾아서 : http://blog.aladin.co.kr/749915104/6469393

 

3. 소년다운 고집 : http://blog.aladin.co.kr/749915104/6272664

 

4. 리얼은 힘이 있다 : http://blog.aladin.co.kr/749915104/6255457

 

5. 사진기를 주웠어 : http://blog.aladin.co.kr/749915104/6255383

 

6. 한가인과 술을 마셨다 : http://blog.aladin.co.kr/749915104/6252764

 

7. 400번째 안타 : http://blog.aladin.co.kr/749915104/6250641

 

8. 이 세상에서 가장 쓸쓸한 독서 : http://blog.aladin.co.kr/749915104/6276479 

 

 

 

 

 

■ 의뭉스러운 계보들.

 

 

1. 오징어는 꼴뚜기다 : http://blog.aladin.co.kr/749915104/6432042

 

2. 상어는 애정결핍이다 : http://blog.aladin.co.kr/749915104/6400051

 

3. 붕어는 목에 걸린 가시다 : http://blog.aladin.co.kr/749915104/6399026

 

4. 대구는 추운 나라에서 왔다 : http://blog.aladin.co.kr/749915104/6398483

 

5. 멸치는 생선이다 : http://blog.aladin.co.kr/749915104/6397852

 

6. 갈치의 칼잠에 대한 이해 : http://blog.aladin.co.kr/749915104/6397588

 

7. 문어, 어머어머 그건 정말 오해예요 : http://blog.aladin.co.kr/749915104/6396756

 

8. 숭어에 대한 불편한 진실  http://blog.aladin.co.kr/749915104/6395365

 

 

 

 

 

■ 수상한 한국 사회.

 

 

1. 행복사회 : http://blog.aladin.co.kr/749915104/6491850

 

2. 갑질사회 : http://blog.aladin.co.kr/749915104/6366382

 

3. 벼락사회 : http://blog.aladin.co.kr/749915104/6368210

 

4. 낙지사회 : http://blog.aladin.co.kr/749915104/6370810

 

5. 10분사회 : http://blog.aladin.co.kr/749915104/63958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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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forte 2013-08-14 11: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자기전에 잠시 들렸더니 이런 좋은 정리가! 친절한 곰발씨!!
(음... 근데 이 분류에 동의 못하면 어찌되는거죠? ㅋㅋ)

곰곰생각하는발 2013-08-14 12:52   좋아요 0 | URL
11시에 주무시는군요. 요즘 더워서 잠을 못 자겠습니다. 더워서 모니터 앞에 있을 수도 없을 만큼 더웠네요.
사막 같습니다. 이런 날씨 처음 봄.. 그래도 다행인 것은 더워서 그런가 모기가 하나도 없어요.. 씐난다 !!
 

 

등단 시스템으로 키워진 등단 작가들은 단편을 문예지에 팔면서 근근이 생활한다. 단편이 모이면 단편집을 내고, 같은 방식으로 몇 권의 단편 소설집’을 낸 후 장편에 도전한다. 육상 종목'에 빗대자면 단거리 선수로 출발했는데 중간에 장거리 선수로 전향하는 것이다. 물론 성공하는 선수도 있지만 대부분 실패하고 만다. 물론 단거리와 장거리 모두 좆 빠지게 달려야지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다지만 이 두 분야는 미묘한 차이가 있다. 단거리는 전력 < 집중형 > 이고, 장거리는 전력 < 분배형 > 에 있다. 반면 평론가는 좋은 작가를 발굴해서 대중에게 소개하는 역할을 해야 하는데, 이게 뒤집어져서 작가가 평론가의 구미에 맞춰 글을 쓴다. 평론가가 모시는 윗분은 출판사다. 혹은 출판사가 스타 평론가를 모신다. 뭐 대충 이런 시스템이 운영되니 가장 밑바닥엔 소설가'가 깔린다. 주객이 전도된 것이다.

 

 

 

- 소설가의 가오 中

 

 

 


 

 

 

 

 

 

 

주례사 비평에 대하여.

 

 

 

 

오늘은 견우와 직녀가 만나서 운우지정( 雲雨之情 ) 을 나누는 날이니, 밤 하늘에서는 닭똥 같은 눈물이 떨어져야 하나 공교롭게도 별똥'이 떨어진단다. 새벽 3시 즈음에 장관이 펼쳐지리라는 정보를 입수한 나는 뚫어지게 하늘을 쳐다보았다. 하지만 보이는 것은 도시에서 쏘아올린 빛 공해 때문에 가려진 뿌연 밤 하늘이다. 별똥은커녕 별도 볼 수 없는 서울의 밤'이다. 오늘따라 그 흔한 인공위성조차 보이지 않는다. 항상 정해진 자리에서 인공 광원을 쏘아대던 SK 이동인공위성사업 본부에서 국내 기술로 만들어진 GEG2 - 01호 인공위성이었는데 말이다. 개미가 기어가는 모습을 찍을 수 있다 하길래 나는 새벽 3시면 되면 인공위성을 향해 가운뎃손가락을  날리고는 했다. " 안녕, 365일 날마다 반짝이는 인공위성 씨, 엿이나 먹어랏 ! 잇힝 ~   "

 

365일 동안 그 짓을 하면 결국 에스케이텔레콤 인공위성 사업본부'에서는 내가 사는 집을 방문할 것이다. 그리고는 인공위성에서 전송한 수많은 퍽유 사진을 보여주며 이렇게 말하겠지. " 고객님, 저희 회사에 불만 있으세요 ? " 그런데 아...... 오늘은 그 인공위성마저 보이지 않는 것이다. 나는 새벽에 퍽유를 날릴 대상을 찾지 못하자 삐딱해졌다. 혀 짧은 권상우 발음으로 " 대한민국 다 족구 하라 그래 !!! " 라고 외치고 싶었다. 아무나 붙잡고 " 너, 축구 싶냐 ? " 라거나 " 농구 자빠졌네 ! " 라고 비웃고 싶었다. 굶주린 하이에나처럼 딴지를 걸 대상을 찾아헤매다가 딱 걸린 것이 바로 문학평론'이었다. 오호라, 잘 걸렸다 !  멍석 말아 타작을 하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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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에겐 남들이 이해하지 못하는 기행'이 몇 개 있다. 가장 대표적인 것은 케이블 낚시 방송 시청'이다. 한때 24시간 낚시 방송만 틀어놓고 산 적도 있다. 낚시 방송 하면 해양 스펙타클 다큐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은 데 사실은 강태공 한 사람이 저수지에 앉아서 낚시하는 게 전부인 방송이다. 방송 진행자가 송사리'라도 잡으면 오, 오오오오오. 송사리가 잡혔어 ! 참고로 나는 낚시를 단 한 번도 한 적이 없다.  

 

cnn 뉴스를 자주 시청하는 것도 불가사의 중 하나이다. 왜냐하면 스피킹은 고사하고 리스닝도 안 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냥 cnn 뉴스를 듣는다. mbc뉴스보다는 재미있다. 오늘 냉면을 먹으면서 뉴스를 보는데 24시간 속보 체제로 시큐어시티 로봇 탐사기의 화성 착륙을 보도했다. 3조 원에 가까운 돈을 쏟아부었다고 한다. 시큐어시티의 주요 임무는 화성에 생명체 발견이란다. 속으로 소설을 쓴다고 생각했다. 이 세상에 외계인이 어디에 있나 ? 그런 것은 모두 공상 과학 소설에나 나오는 것. 화성에 생명체가 있나를 확인하기 위해서 3조 원이란 돈을 낭비하는 것이 옳은 것일까 ? 내가 목숨 걸고 주장하지만 외계인은 존재하지 않는다. 외계인이 존재한다면 할복하겠다.  

 

날이 덥고 해서 동네 카페'에서 시원한 피서를 할까 하고 길을 걷는데 독특한 디자인의 외제차'를 발견했다. 평소 외제차에 시큰둥하게 반응하곤 했는데 이 차는 정말 처음 보는 외양의 차였다. 그런데 가까이서 가 보니....... 맙소사 !!!!!!!!!!!!! CNN뉴스에서 24시간 속보 체제로 생중계한 그 시큐어시티'가 아닌가 ? 화성에 있어야 할 놈이 왜 대한민국 서울시 강북 어두컴컴한 곳에 떨어진 것일까 ? 시큐어시티 캠이 나를 녹화하고 있는 것 같았다. 내가 살짝 뒤를 돌아보았더니 시큐어시티'가 내게 질문을 던졌다. 

  

- 찌지지지지직.... 뚜,뚜,뚜. 당신은 생명체입니까 ?

- 나 말이오 ?!

- 삐리리릭. 전 탐사용 로봇 시큐어시티. 전투용 로봇이 아님을 알려드립니다. 다시 묻습니다. 생명체입니까 ?

- 뭐요 ? 아니.. 그럼 당신은 내가 위니아 에어컨 실외기처럼 보이오 ? 허... 참 ! 아니 이 어두컴컴한 강북에서 뭐하는 겁니까 ? 당신은 지금 화성에 있어야 한다고 !

- 삐리리리릭. 저는 지금 화성에 와서 탐사 일정을 소화하고 있습니다. 삐리릭...

-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유... 이 새끼 ! 더위 먹었나 ! 여긴 지구야 ! 어스... 지구라고 !  

 

어이가 없어서 그냥 집으로 돌아왔다. 닝기미, 여기가 화성이면 난 화성인인가 ? 내가 외계인이면 지금 당신들은 외계인과의 교신에 성공한 것이 아닌가. 어머니에게 자조지종을 설명하니 어머니가 갑자기 선풍기 프로펠라'를 빼더니 공중을 향해 던졌다. 오, 프로펠러는 하늘을 날더니 이내 멀리 사라졌다. " 어머니, 왜 이 더운 날 선풍기 프로펠러를 날려버립니까 ! " 어머니가 나를 보며 말했다. " 본부와 연락을 취하는 거다. 지구인이 우리 화성인'을 공격하기 위해 침공했어 ! "  

 

이건 또 무슨 망망한 말인가. 멘탈이 붕괴될 것 같았다. 잠시 후 하늘을 향해 날린 프로펠러가 부메랑처럼 다시 돌아왔다. 어머니는 프로펠러와 잠시 동안 이야기를 나눈 후 지붕 위로 올라가 안테나를 뽑고 선풍기 프로펠러를 꽂았다. 어머니는 이내 방으로 들어오셔서 리모컨을 조종했다. 프로펠라가 작동하더니... 맙소사 ! 집이 붕 뜨더니 하늘을 나는 것이 아닌가 ! 집은 알고 보니 우주선이었던 것이다. 선풍기 프로펠러가 우주선 프로펠러였다니. 어머니가 외치셨다. " 우주 전쟁이 시작되었다 ! 어택, 어택, 총 공격 ! " 지금 나는 우주선 안에서 이 글을 쓴다. 지구를 향해 이동하는 우주선 안에서 말이다. 사람들이 종종 나를 두고 화성인이라고 농을 칠 때마다 그냥 웃고 말았는데 알고 보니 정말 나는 화성인이었던 것이다.  

 

피하시라. 지금 당신의 지구는 위험하다. 

 

 

 

 

펼친 부분 접기 ▲

 

 

뗄래야 뗄 수 없는 짝패 사이가 있기 마련이다. 동양에는  귀신과 사또‘가 있고, 서양에는 유령과 햄릿‘이 있다. 반면 하드보일드 탐정 소설'에서는 사건 의뢰인과 탐정 사이도 고전적 짝패 관계'이다. 한쪽을 귀신, 유령, 고객'으로 묶고, 다른 쪽을 사또, 행릿(왕자), 탐정'으로 묶어보자. ( 전자를 A라고 하고 후자를 B라고 하자. ) A 집단과 B 집단 간의 공통점은 무엇이 될까 ? A는 자신이 처한 곤경, 하소연, 넋두리'를 말하는 위치이고, B는 그 사연을 듣는 청자 역할을 한다. 즉, A는 스토리 제공자이고 B는 그 텍스트를 분석하는 위치'에 있다. 환자와 의사 사이'도 같은 맥락이다.

 

여기에 하나 더 추가하자면 소설가와 비평가 사이'도 이와 비슷하다고 할 수 있다. 그러니깐 소설가 혹은 소설은 귀신, 유령, 의뢰인, 환자와 같은 역'을 담당하고,  비평가는 사또, 햄릿, 탐정, 의사 역할을 한다고 볼 수 있다. 일단 오늘은 다른 짝패는 접어두고 소설가와 비평가의 관계‘에 대해서 말하고 싶다. 정확히 말하자면 문학평론가에 대한 독설이다. 환자를 진료할 때에는 정확한 진단이 필요하다.  하지만 지금의 문학비평은 정확한 진단은커녕 권력 집단을 향한 풍각쟁이'로 전락한 것처럼 보인다. 나는 문학평론가들이 주로 사용하는 현란한 비평 언어를 좋아하지 않는다.  < 타자의 허구적 영역 > 이라거나 < 전복적 상상 > 이라거나 < 자아라는 환상의 복원 > 이라거나 < 타인과의 매혹적인 합일의 체험 > 이라거나 < 위대한 사소성의 소설 > 등등...

 

얼핏 보면 훌륭한 조합 같지만 이건 <조합> 이 아니라 <조잡> 이다. 이런 문장을 접할 때마다 < 타자의 허구적 영역 > 은 < 4번 타자에게 걸려든 정직한 투수의 직구 > 이라거나  < 전복적 상상 > 은 < 바닥의 진흙을 먹고 사는 서해 전복의 쓸쓸한 생각 > 이라거나, < 타인과의 매혹적인 합일의 체험 > 은 < 당신과 함께 모텔에서 뒹군 황홀한 경험 >이라고 고쳐 쓰고 싶다. 이들 문학 비평 먹물들은 < 의 > 라는 조사와 < - 的 > < -性 > 이라는 몇몇 접미사‘만으로 국물의 맛’을 내는 얼치기 주방장이다. 그런 의미에서  < ~ 의, 적, 성 > 이라는 단어의 재료로 국물을 내는 비평가는  라면 스프나 조미료만으로 요리를 하는 주방장과 같다. 뭐, 맛은 난다 ! 다만,  몸에 해롭다는 것이 문제이다.

 

왜냐하면 이 세 개‘의 조합으로 이루어진 문장은 일단 그럴듯하다. < A 의 B 的 C 性 > 은 그들이 즐겨 쓰는 문장이다. 전복'이란 단어가 나왔다 하면 무조건 전복은 상상만 한다. " 전복적 상상 " 운운은 지겨우니 " 전복의 생각 " 이라거나 " 전복이 꿈꾸는 세상 " 이란 조합은 어떤가. 지겨운 것이다. 이 뻔한 클리세'가 지겹다는 말이다. 이런 문장은 어떤가 ? “ 자아의 획일적 자폐성’은,  근대성에 대한 도전적 질문의 방식이 실패했다는 사실을 유령의 서사를 빌려서 고백하는 것이다. 주인공 A의 고립'은 본질적으로  의도적 수인의 수동적 자기 함정'을 의미한다고 볼 수 있다.  ” 

 

이런 문장으로 원고지 100장을 채우라고 한다면 1시간 안에 근심 없이 채울 자신이 있다. 이런 것‘을 두고 황홀한 문장 운운하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다. 교통 정리'가 되지 않아서 뒤죽박죽이 되어버린 < 어지러운 문장 > 을 < 어려운 문장' > 이라고 착각하면 안 된다. < 조잡한 문장 > 을 < 조화로운 문장 > 으로 이해하는 독자 또한 비판의 대상에서 자유로울 수는 없을 것이다. 이런 문장'을 만나면 부끄러워하지 말고 당당하게 그들에게 충고해야 한다. " 쉽게 말하세요. 어려운 것을 쉽게 말해야지, 쉬운 것을 어렵게 말하는 것'은 위선이 아닐까요 ? "  


그런데 정작 먹물들은 반성할 자세를 보이지 않는다. 그들은 패거리’를 정해 놓고는 아귀다툼에 정신이 없다. 출판사 **‘는 *** 평론가를 중심으로 모이고, 출판사 **은 *** 씨로 뭉친다. 이제 ****는 ***로 모일 모양이다.  그중에서도 ***의 변절은 보는 내내 슬프다. 신파다. 그놈의 다이아몬드가 뭐라고 ! 초기 *** 의 평문은 날카로웠으나 비평계 스타 작가‘로 떠오르자 기고만장해져서 본래 가지고 있던 벼린 칼’은 무디어진 지 오래‘다. 그가 최근 보인 행보’는 정치적이다. ***가 동인문학상 종신심사위원으로 발탁되면서 남긴 변은, 맙소사 !


***씨와 *** 씨‘처럼,  특정 출판 권력’에 기대는 것은 지극히 위험하다. 그것은 혈맹 간 자폐적 옹호‘이기 때문이다. 내가 요즘 잘나가는 젊은 비평가에게  의심을 풀지 않는 이유이다. ****에서 출간하는 책 끄트머리’에 살짝 끼워 넣는 그들의 작품 해설‘은 솔직하게 말하지만 아침 신문에 끼워 넣는 광고 속지’ 같다. “ 이럴 수가,  망했다 !  세계 최초 나이킹 본사 물류 창고 大방출. 선착순 20인에 한하여 신라면 1박스 무료 증정. 절호의 기회를 놓치지 마세요. **** 사거리 미미예식장 1층 !  지하철 홍제역에서 도보로 10분 거리. 인기 상품은 조기에 품절될 수 있으니 서두르세요. ”    -    

 

A 출판사가 낸 소설을 A 출판사 전속(이나 다름없는) 문학평론가에게 속지 비평을 청탁하는 자세는 옳은 태도일까 ? 설령 그 청탁을 받고 쓴 글은 정직할 수 있을까 ? 대한민국 스타 작가들은 자신이 속한 출판사에서 출간된 소설에 대해서만 비평을 하는 경향이 있다. 책 속에 삽입된 주례사 비평'을 수없이 읽어봤지만 백이면 백, 모두 성찬이다. 이런 주례사 비평'만 읽다 보면 한국 작가는 노벨 문학상을 백 번 정도 수상해야 할 것만 같다. 설상가상, 출판사는 답례로 속지 비평을 모아서 평론집’을 내준다. 안 팔려도 좋다 !  문학평론가가 출판사에 노력 봉사 한 대가'다. 나는 책 속에 광고 속지‘( 주례사 비평 ) 를 끼워서 서점에 내놓지 말았으면 한다. 내가 평론가가 내뱉는 설레발은 믿지 않지만 서평가가 쓴 글은 귀담아 듣는 이유이다.

 

적어도 서평가들은 출판사와 결탁된 혈맹의 지랄같은 동맹 욕망은 없지 않은가 말이다.  독자는 단순히 평론가의 분석‘에 복종하는, 지적으로 멍청한 < 띨띠리’ > 가 아니다. 독자 모두는 ( 모두라고 할 수는 없지만 )  귀신의 말풍선‘을 주의 깊게 분석하는 능력을 갖춘 사또이며, 햄릿이며, 탐정이며, 프로이트’이다. 굳이 속지 비평가'가 친절하게 작품 해설을 하지 않아도 독자는 충분히 비평적 위치에서 작품을 분석할 수 있다. 속지-비평가‘가 손가락으로 방향을 가리키면 우리 모두가 그쪽으로 고개를 돌릴 거라는 순진한 사고는 하지 말았으면 한다.  

 

우리는 경험으로 안다. 속지' 속 과장 광고'에 모두 한두 번은 속은 경험이 있기 때문이다.  나이키 대방출은 알고 봤더니 미끼 상품이란 사실을, ** 역에서 걸어서 3분은 걸어서 10분 거리이고, ** 역에서 걸어서 10분 거리'는 사실 말처럼 뛰어야 도달할 수 있는 거리'란 사실을 말이다. 모든 신문 속지 광고는 과장이 팔 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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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다맨 2013-08-13 06: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가끔 들어와서 선생님의 글을 읽는 사람인데, 오늘은 댓글을 안 달고 갈 수가 없네요. 선생님 말씀에 절대적으로 공감하는 바입니다. 평론가는 올바른 심판관이 아니고, 독자 또한 바보가 아닙니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독자가 읽어내기 어려운 평론이 늘어나는 것 같아 우려됩니다. 평론이라는 것이 이제는 소수의 '살롱'으로 변질되는 것 같습니다.

곰곰생각하는발 2013-08-13 06:08   좋아요 0 | URL
선생님이라 하시니, 태어나서 처음 듣는 말이라 몸 둘 바를 모르겠습니다.
그냥 저는 형씨'라 불러주십시요. 아니면 곰곰발, 요거 좋습니다.
한국은 출판사와 평론가가 지나치게 친해요. 사실 출판사 소속 사외이사 같은 느낌이 많이 듭니다.
그 상황에서 바른 비평이 나오기 힘들죠. 문학평론가가 쓴 글보다는 차라리 성실한 서평가나
이런 알라딘 서재에 올라오는 서평이 더 믿음직스럽습니다.

새벽 2013-08-13 06: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요즘 문학 평론은 읽어볼 기회가 별로 없는데 예전부터 참 고질적인 문제 같습니다. 어려운 어지러운 평론들.
과장 좀 보태서, 학생 때 아버지 서가에서 책 몇 권 슬쩍 꺼내 보면
원작소설 읽는 것보다 거기 첨부된 평론 읽는 데에 더 시간이 걸렸던 적도..
음.. 근데 가만 생각해보니 저도 은근 남발합니다. ~적, ~성... ^^;

곰곰생각하는발 2013-08-13 06:34   좋아요 0 | URL
전 ~ 적, ~ 성'이 오염된 문장이라고 생각하지는 않아요. 과하면 문제가 되지요.
평론집 읽다보면 아주 작렬합니다. 적당히 좀 쓰라는 거죠.....
적당히 쓰면 참 좋은 구성이에요.
압축미가 있잖아요... ㅎㅎㅎㅎ. 새벽 님은 항상 일찍 일어나시네요..ㅎㅎ.

iforte 2013-08-13 07: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뭐, 꼭 다 그렇다는 건 아니지만, 평론가가 사실상의 출판 마케팅 컨설턴트 내지는 광고 에이전트로 전락하는거랑, 물리학자들이 원전발전에 아무 이상 없으니 원전을 더 지어야 한다는 일방적 입장에서 연구보고를 하는거랑, 환경영향평가서에 4대강 사업의 악영향은 미미할꺼라고 국민을 설득한 환경연구학자랑.... 공통점이 뭐게요? 다들 농구 자빠지고 있다는거죠. 생태계 영향면에서 에이전트 평론가들은 그나마 축구 싶어서 환장하지는 않았다고, 양호하게 경기하는 중이라고 해야 하나요? ㅎㅎㅎㅎㅎ 곰발님, 말 만들어 내는 재주는 정말이지....ㅋㅋㅋ

만화애니비평 2013-08-13 08:15   좋아요 0 | URL
환경영향평가 업체 근무자로서 4대강 생각하면..ㅎㅎㅎ
문제는 그것을 평가협의회 내지 검토기관 자체도 문제있죠....
미미는 진짜 미미해서 미미인지 아니면 인형 미미 인지 모르겠습니다...ㅎㅎ

곰곰생각하는발 2013-08-13 13:55   좋아요 0 | URL
스포츠 욕 시리즈는 원래 떠도는 유머입니다...ㅎㅎㅎㅎ. 아마 발단이 권상우였지 싶어요. 권상우가 말죽거리 잔혹사에서 " 다 좆 까라 그래 ! " 라고 발음한 것이 마치 " 다 족구 하라 그래 " 로 들렸거둔요.
그래서 그때부터 축구 싶냐. 농구 있네가 파생되어서리...

곰곰생각하는발 2013-08-13 14:01   좋아요 0 | URL
스포츠 욕 스타일이라는 게 다음과 같은 스타일이죠...

너 , 체조하냐 ? 누구긴 새끼야, 배드민턴 말이야. 그 여직원과 사격 ? 아이스하키했다면서 ? 아니잖아. 그건 아니잖아. 뭐 ?! 그 더러운 입 탁구서 내 말 똑바로 들어. 허리구, 엉덩이구, 배구건 간에 허락없이 만지면 돼 ? 어린 여자랑 농구싶었야구. 이 족구튼게, 농구있어. 농구있어. 읭?! 축구싶어 ? 네가 아무리 뜀틀, 부처님 손바닥 안에서 농구있는 거다. 정말 피구한 스타일이네. 너 이 스키, 평생 스모 살아라. 이런 등산 ! 물타기로 유도해서 본질을 흐릴려고 하는 거 모를 줄 아냐. 앞으로 지퍼 함부로 열지 말고 탁구 다녀. 이 스키, 정말 이따위로 하키냐?? 네 스펙이 가장 화려한 거 같지 ? 꼴에 청와대 대변인 스펙이니 " 다른 사람 스팩타크로 ! " 이런 마인드였지 ? 녹을 먹는 직'이라 함은 백성의 뜻을 수영하고 갈등을 조정하는 거다. 이 개스키야. 넌 이제 제기차기는 끝났어. 그러니 앞날 창창한 학생 앞길 가로막지 말고 피겨. 너같은 사람 정말 당구싶지 않다. 족구튼 놈. 꼴에 사람이라고 배는 골프구나. 어차피 다시는 너를 볼링 없다만... 하여튼...... 사람이 먼저다. 권투를 빈다.






해석 >
너 , 쟤 좋아하냐 ? 누구긴 새끼야, 인턴 말이야. 그 여직원과 사겨 ? 아이스께끼 했다면서 ? 아니잖아. 그건 아니잖아. 뭐 ?! 그 더러운 입 닥치고 내 말 똑바로 들어. 허리구, 엉덩이구, 배이구 간에 허락없이 만지면 돼 ? 어린 여자랑 놀구 싶었야구. 이 좆같은게, 놀고 있어. 놀고 있어. 읭?! 죽고 싶어 ? 네가 아무리 뛴들 부처님 손바닥 안에서 놀고 있는 거다. 정말 피곤한 스타일이네. 너 이 새끼, 평생 숨어 살아라. 물타기로 유도해서 본질을 흐릴려고 하는 거 모를 줄 아냐. 앞으로 지퍼 함부로 열지 말고 닫고 다녀. 이 새끼, 정말 이따위로 할거냐?? 네 스펙이 가장 화려한 거 같지 ? 꼴에 청와대 대변인 스펙이니 " 다른 사람 스펙 다 꿇어 ! " 이런 마인드였지 ? 녹을 먹는 직'이라 함은 백성의 뜻을 수용하고 갈등을 조정하는 거다. 이 개새끼야. 넌 이제 재기하기는 끝났어. 그러니 앞날 창창한 학생 앞길 가로막지 말고 비켜. 너같은 사람 정말 닮고 싶지 않다. 좆같은 놈. 꼴에 사람이라고 배는 고프구나. 어차피 다시는 볼 일 없다만... 사람이 먼저다. 건투를 빈다.

히히 2013-08-13 14:07   좋아요 0 | 수정 | 삭제 | URL
전에도 말씀드렸지만
곰...발님이 윤창중을 향한 스포츠 욕 시리즈에 제가 완전 깜놀하지 않았습니까?
다시 봐도 경기듭니다.
왕년에 떠도는 유머였군요.

곰곰생각하는발 2013-08-13 14:15   좋아요 0 | URL
떠도는 건 아닌데 축구 싶냐 농구 있네따위가 있길래 한번 나도 발전시켜보아야겠다 생각하고 작성해 보았습니다. 은근 재미있더라고요. 스포츠 욕 재미있어요.

히히 2013-08-13 13: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한 해 두 해 누적되니 잘난글 보다는 편한글과 어울리기가 한결 수월합니다.
깊은 밤에는 별이 있고 더운 여름에는 소나기가 있습니다.
근데 반대편의 태양을 찬양하고 이슬이 서리되는 아름다움을 노래하는
그러니까 공감하지 않는 것이 자신을 발아한다는 착각을 하는 종자들이 많지요.
저도 한때는 어려운 글이 잘난글이라는 착각을 했지요.- 젊음의 객기일 뿐입니다.
독자가 끄덕이지 않는 글은 일기장에나 적으라 하십시오.
지잘난척은 딱 질색입니다.
편한글이 잘난글입니다.

곰곰생각하는발 2013-08-13 14:04   좋아요 0 | URL
ㅎㅎ 히히 님 진격의 덧글 좋은데요.
독자가 끄덕이지 않는 글은 일기장에너 적어라...ㅎㅎㅎㅎㅎ
적당히 하면 좋은데 적당히가 안 되나 봅니다.
오늘도 무지 덥던데 시원한 그늘에 앉으셔서
비비빅 하나 드십시여. 전 비비빅이 제일 맛있더라고요.
10년째애용하고 있습니다.

지그문트 2013-08-13 17: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형님은 정말이지. 잉가르덴의 < 수용문학 > < 독자반응이론 > 그리고 " 미결정성 " 에 대해서, 정말 이런 선험적인 직관과 사유로 아주 확고하게. 실례되지만 앙가르덴보다 더 와닿게.....

곰곰생각하는발 2013-08-13 18:05   좋아요 0 | URL
잉가르덴이라.... 음. 잘 모르겠군요. 검색해도 안 나오네요.. 흠흠...
하여튼 좋은 뜻이겠죠 ? 해해....

yamoo 2013-08-13 23: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옳소~~~ 천만배 공감! 또 공감 공감!!!! 곰발님 만쉐이~!^^

곰곰생각하는발 2013-08-14 01:18   좋아요 0 | URL
만쉐이 ~~~
 
호모 루덴스 - 놀이하는 인간
요한 하위징아 지음, 이종인 옮김 / 연암서가 / 2010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13세 난 개구쟁이 조슈는 어느날 축제에 놀러갔다가 '졸타'라는 기계에 어른이 되고 싶다는 소원을 빌자 다음날 정말 30세의 어른으로 변한다. 커진 조슈를 본 어머니가 강간범으로 알고 칼을 들고 덤벼들자 어쩔 수 없이 집을 나오게 된다.일자리를 찾다가 멕밀런 완구회사의 전산과 말단 직원으로 취직한 조슈는 어린이의 시각에서 어린이가 원하는 장난감의 아이템을 기획해냄으로서 승진을 거듭하게 된다. 갑자기 어른이 되버린 어린 소년 조슈가 어른의 세계에서 겪게되는 모험과 사랑, 그리고 사업의 세계, 어른이 되면 세상에서 뭐든 할수 있을 것 같은 소박한 꿈을 꾸는 조슈가 실제 현실로 부딪히게 되면서 겪게 되는 웃지못할 갖가지 해프닝이 벌어 진다. 완구회사의 간부 수잔은 그가 평범한 사람들과는 달리 어린 아이처럼 행동하자 호감을 갖고 마침내 두 사람은 사랑하는 사이로 발전한다. 그러나 쇼슈와는 점점 어린 시절과 집에 대한 향수를 느끼게 되고 자신만을 기다리는 어머니를 만나고 싶어진다.

 

- 영화 < 빅 > 네이버 영화 소개글 발췌

 

 

 

 

나는 아이'다운 아이'에게 끌리지 않는다. 같은 이유로 어른다운 어른'에게도 마음이 동하지 않는다. < ~ 답다 > 라는  이데올로기는 가부장 중심 사회가 만든 폭력적인 시선일 뿐이다. 아이는 아이다워야 하고, 어른은 어른다워야 하며, 여자는 여자다워야 한다는 사고'는 주인이 노예를 길들이기 위한 술책에 지나지 않는다. 아이답다는 기준은 무엇일까, 어른답다는 기준은 무엇일까 ? 다시 한 번 묻자. 아름답다는 기준은 무엇인가, 정말 여자답다는 기준은 무엇인가 ? 계통과 계열을 분리하고 솎아서 동종의 군집을 만다는 상상력은 폭력'에 가깝다. 아이는 아이답지 않아도 된다. 어른은 장난감을 가지고 놀아도 되고, 여자는 길거리에서 담배를 피워도 된다. 내가 관심 있게 지켜보는 사람은 < 아이어른'> 이거나 < 어른아이' > 이다. 이상적인 인간형은 어릴 때는 < 아이어른 > 이었다가 어른이 되면 < 어른아이 > 가 되는 사람이다. 반면 어릴 때는 아이다운 아이였다가 어른이 되면 어른다운 어른 ( 남자다운 남자가 되거나 여자다운 여자가 되는 ) 이 되는 사람은  답답하고 갑갑한, 지나치게 체제순응적 인간이다.  말뿐인 말장난이 아니다. 빈말도 아니다. 말뿐인 말장난을 원하거든 텅 빈 마굿간으로 가라. 이 세상 모든 아웃사이더'는 자신이 가진 몸보다 정신이 너무 빠르거나 늦은 경우이다. 오후 3시처럼 말이다.  성장과 성숙'은 비슷한 말 같지만 다른 말이다. 오히려 반대말'이다.

 

- 두 편의 소설 : 자기 앞의 생 vs 두근두근 내 인생 中

 

 

 

 


 

 

 

 

 

 

 

 

 

 

 

호모 루덴스 : 히틀러와 시인.

 

 

제주도는 말과 은갈치의 고장이다. 8월에 잡힌 은갈치는 얼마나 고소했던가 ! 그물이 아닌 낚시로 잡은 은갈치 상품은 한 마리에 5만 원에 팔리니 은'보다 가격이 높아 서민들은  비싼 은갈치를 금갈치'라고 부른다. 가격이 비싼 금갈치'이다보니 어부는 금갈치 보기를 금같이 한다. 하지만 똑같은 어종과 크기라 해도 그물에 잡힌 갈치'는 은갈치'라는 이름 대신 먹갈치'라는 이름으로 불린다. 그물 속에서 이리저리 몸부림치다 보니 빛나는 비늘이 다 떨어져나가 먹빛을 보이기 때문이다. 가격 또한 절반 이하로 팔린다. 이처럼 상처 받지 않고 잡힌 놈이 비싼 몸값을 자랑하고 맛도 좋다. 청춘도 마찬가지다. 상처받지 않고 자란 놈이 더 행복한 삶을 산다.

 

이명박이 젊은이들에게 공장 가서 고생 좀 해 봐야 한다고 지껄일 때, 그리고 김난도가 천 번은 흔들려야 어른이 된다고 마굿간도 아닌 곳에서 말 털며 고래도 아니면서 고래고래 소리를 칠 때 우리는 그들에게 빅엿을 날려야 한다. 천 번을 몸부림치거나 흔들린 놈은 은갈치'가 될 수 없다. 당신은 먹갈치의 삶을 살아야 한다. 은갈치가 5만 원에 팔릴 때 당신은 시장에서 절반 가격에 팔린다. 멸치도 정치망에 걸린 놈보다는 죽방림'에서 잡힌 놈이 비싸게 팔린다. 이처럼 상처 입지 않은 몸은 귀하게 팔린다.  그게 진실이다. 그러니 흔들리지 마라. 젊어서 고생 사서 하지 마라.  꼰대의 말은 개나 소에게 줘라.

 

말장난이 아니다. 빈말도 아니다. 말 장난을 원하거든 경마장으로 가고,  말 털려거든 마굿간으로 가라. 그리고 소꿉장난은 외양간으로 가라. 내 글이 속사포 랩'처럼 리듬을 탄 말뿐이어서 내용은 없는 말재주'라는 당신의 지적은 옳다. 말은 제주도'에 많으니 말뿐인 재주'라는 표현은 정확한 표현이 아닐까 ? 내가 지향하는 것은 말장난이 아니라 말놀이'이다. 말로리'가 이런 말을 한 적이 있다. 왜 목숨을 걸고 산을 오르냐는 질문에  조지 말로리 ( 1886년 6월 18일 - 1924년 6월, 산악인.  ) 는 이렇게 말했다. " 거기 산이 있기 때문 ! " 나도 마찬가지'다. 왜 문장 속에 라임과 리듬을 넣습니까 ?  라고 묻는다면 이렇게 대답하겠다. " 거기 산문이 있기 때문 ! "  산문에 리듬이 없는 문장은 죽은 글이다. 이 세상 모든 문학은 말놀이'이다. 작가는 창작 과정을 고통'이라고 말하고는 했으나 사실은 엄살'이다. 그들이 말하는 창작은 고통을 잠식할 만큼의 희열'을 제공한다. 고통이 클수록 희열'도 크다. 작가는 호모 루덴스'(놀이하는 인간/하위징가) 다. 놀이는 가장 순수한 기쁨이다. 요한 하위징가'는 그 사실을 간파한다.

 

반면 호모 루덴스와는 반대되는 개념인 호모 파베르 homo faber는 도구를 사용하여 노동하는 인간'을 뜻한다. 현대 자본주의 사회는 주인과 노예의 관계에서 주인은 파베르'를 지나치게 미화하고, 루덴스'를 가치 절하시킨다. 대표적인 텍스트가 바로 < 베짱이와 개미 > 우화'다 ! 놀고 먹는 베짱이는 얼어 죽을 놈이고, 개미는 행복한 일꾼'이라는 식'이다. 아무 의심 없이 받아들인 이 행복한 이솝 우화는 당신이 생각을 조금만 달리 한다면  꽤나 끔찍한 서사'다. 이솝은 그리스 사모스 왕의 노예'였다. 그는 세헤라자데(천일야화)처럼 날마다 왕에게 재미있는 이야기를 들려줬고, 그 대가로 왕은 이솝을 노예 신분에서 해방시켰다. 그리고는 한 마디 했다. 재,미,꾸,나 ! 그러니깐 내 말은 이솝 우화는 철저하게 주인에게 아부하는 근성을 가진 서사'라는 점이다. 꾀 부리지 말고 열심히 일해서 주인을 즐겁게 하라, 가 바로 이솝 우화가 가지고 있는 핵심'이다. 놀이/play'는 과연 아무 쓸모도 없는 비생산적인 행위이며 애들이나 하는 짓일까 ?

 

니체'였다면 < 베짱이와 개미 > 우화를 망치로 부셨을 것이고, 카프카였다면 도끼로 찍었을 것이다. 니체가 보기에 이 우화는 전형적인 노예의 도덕'이다.  니체는 < 비극의 탄생 > 에서 술을 관장하는 디오니소스의 정열적, 도취적, 낭만적, 격정적 예술 경향을 이상적인 가치'로 인식했다. 그것은 낭비'가 아니라 생산'이었다. 이와는 반대로 히틀러는 생산적 인간인 일하는 인간 " 호모 파베르 " 를 숭배했다. 히틀러 식 우생학인 우생 혈통 찬양은 쉽게 말해서 공장에서 일 잘 할 놈을 뽑는 시스템이었다. 건강한 몸에 대한 집착은 생산성에 기반을 둔 욕망이었다. 우리가 홀로코스트'에 대하 모르고 있는 것이 하나 있다. 히틀러에 의해 희생된 집단은 유대인뿐만이 아니었다. 유대인'보다 더 큰 희생을 당한 무리는 장애인과 집시'였다. 

 

나치에 의한 최초의 대량학살 희생자는 유대인이 아니라 장애인'이었다. " 나치가 고안한 < 죽음의 장치 > 는 애초에 독일인 장애인들을 위해 고안되었다. 그리고 나서 유대인에게 적용되었던 것이다/홀로코스트산업, 노르만 핀켈슈타인. " 여기에 50만에 다다르는 집시도 체계적으로 살해되었다. 이들 무리가 공격 대상이 된 이유는 명확하다. 생산적 집단이 아니기 때문이다. ( 집시홀로코스트 규모만 해도 유대인 홀로코스트와 엇비슷하다. ) 히틀러가 보기엔 공장에서 일하지 않는 인간이야말로 얼어 죽을 베짱이'라고 생각한 탓이다. 하위징가의 < 호모 루덴스 > 가 2차 세계대전이 발발한 시점'에서 쓰여졌다는 점은 호모 파베르的 인간인 히틀러에 대한 회의 때문이 아니었을까 ? 그는 실제로 나치에 반대하여 수용소에 감금되었고, 풀려난 지 2년 후인 1945년 2월에 71세의 나이로 조용히 숨을 거두었다.

 

하위징가'는 언어, 법률, 전쟁, 철학, 문학, 신화, 음악 속에 잠재된 놀이의 흔적을 끄집어내고는 놀이'가 비생산적 영역이 아니었음을 역설한다. 그가 주장하는 핵심은 문화에서 놀이가 파생된 것이 아니라 놀이에서 문화가 파생되었다는 것이다. 놀이는 문화에 앞선다. 개인적으로 가장 흥미로운 장은 7장 < 놀이와 시 > 이다. 하위징가는 " 시는 말로 하는 놀이 " 로 규정한다. 이러한 맥락은 폴 발레리'에게서도 발견된다. 그는  시를 가리켜 " 말을 가지고 노는 행위 " 라고 말했다. 참고로 말을 가지고 노는 행위라고 해서 과천 경마장을 떠올리지는 말(달리)자.  딱딱한 내용이라서 웃자고 한 소리다.

 

고대 음유 시인들은 말 재주'의 달인이었다. 시는 커다란 수수께끼'였다. 우리는 그 수수께끼'를 풀어야 한다. 이상(李箱, 1910 ~ 1937)의 그 상상'을 풀기 위해서 독자는 상상의 그 이상( 以上) 에 도전장을 내야 한다. 시는 본질적으로 수수께끼 놀이'이다. 시에 국한된 것이 아니다. 문학 전체는 하나의 커다란 알레고리'이다. 이 알레고리를 하나 하나 풀어나가는 방식이 바로 독해 놀이'가 아니까 ? 문학에서 은유는 가면이자 변신'이다. 독자인 우리는 그 가면을 벗기고, 변신'하기 전의 생얼'을 파악해야 하다. 그것은 놀이'이다. 작가는 수수께끼를 던지고 독자는 그것을 푼다.

 

가장 이상적인 사회는 놀이와 노동이 하나일 때이다. 일하면서 놀고, 놀면서 일하는 것이야말로 가장 창조적이다. 대한민국 사회'가 불행한 이유는 놀이'에 대한 가치를 인정하지 않는다는 점 때문이다. 자살률 세계 1위'라는 비극은 파베르'를 맹신한 나머지 루덴스'를 인정하지 않기에 발생한 비극이다. 호모 파베르적 인간인 각하'가 집권했을 때 자살률이 급격하게 치솟았다는 사실은 그것을 증명한다. 이 사회가 시를 읽지 않는 이유도 파베르적 가치'를 숭배하는 분위기 때문이다. 시인'은 호모 루덴스인 디오니소스의 후예'다. 그 옛날 원시 사회는 시인'이란 직업이 없었다. 왜냐하면 모두가 시인'이었기 때문이었다. 엘곤퀸 족은 1월을 < 해에게 눈 녹일 힘이 없는 달 > 이라고 불렀고, 크리크 족은 11월을 가리켜서 < 물이 나뭇잎으로 검어지는 달 > 이라고 했다. 닝기미, 이 정도면 김소월보다 더 시적이지 않은가 ? 하위징가가 지적했듯이 고대인은 놀이와 일'을 동일한 것으로 간주했다. 놀이가 일이요, 일이 놀이였다. 이 풍부한 은유의 시대'는 곧 만인의 시인化를 탄생시켰다.

 

페니 마샬이 감독하고 젊은 톰 행크스가 연기한 < 빅 > 은 파베르와 루덴스'가 서로 조화를 이루게 될 때 창조적 결과를 얻는다는 사실을 일깨워준다. 어느 날 갑자기 마법에 걸려서 어른이 된 13세 소년 톰 행크스'는 우연한 기회에 장난감 회사'에 취직을 한다. 몸만 어른인 그가 일과 놀이를 분별하지 못하는 것은 당연하다. 그는 일을 하는 것이 아니라 놀이'를 하는 것이다. 역설적이게도 그는 승진을 위해 별 지랄을 다 떠는 승부욕에 불타는 직장 어른'보다 일을 잘한다. 그에게는 경쟁'보다는 놀이'를 통해서 일을 효율적으로 관리한다. 이처럼 건강한 시스템은 파베르'와 루덴스'를 동등한 가치'로 인정한다. 내가 이 영화를 만든 감독이라면 호모 루덴스'라고 짓겠다.

 

 

 

 

 

 

+

 

영화 < 빅 > 에서 몸만 어른인 꼬마 조쉬'가 사랑하는 사람에게 다음과 같은 고백을 했다. " 집에 갈 이유는 많은데, 남아야 하는 이유는 단 하나뿐이였어요. 당신이요. " 아, 이 얼마나 멋진 사랑 고백'인가 !!!! 그에 비하면 내 고백은 정말 병신 같다. 주로 소주 4병 정도 비우면 혀 꼬부라진 목소리'로 말하고는 했다. " 나아,, 끄억.... 너. 됴하하느으 것 가따 ! " 아효 ~ 시부랄 ! 다 큰 어른이 이게 무슨 고주망태요, 얼어 죽을 동태인가 ! 다음부터는 꼬마 조쉬의 멋진 고백을 배워서 써먹어야겠다. " 오춘자 씨 ! 제가 왜 당신 집 앞에서 기다린 줄 아십니까 ? 집에 가야 할 이유는 많은데, 남아야 하는 이유는 단 하나뿐이었어요. 바로 당신 때문입니다. 오춘자 씨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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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히 2013-08-12 13: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한국스럽지 않은 저의 외모로 봐서
흑인의 피가 흐른다는 가물가물함이 있었지만
1885년 인디언추장이 미국대통령에게 보낸 메시지를 접하고
전 확신했습니다.
시애틀인디언추장의 후예라는 것을!
'늑대와 춤을' '주먹 쥐고 일어서' '머리에 부는 바람' '발로 차는 새'
전생에 샬랑샬랑했던 언어들이라니깐요.
그리고 그때 저의 이름은
'다시 태어나도 히히' 였습니다.

곰곰생각하는발 2013-08-12 13:37   좋아요 0 | URL
저는 인디언 식 이름이 두 개'입니다.
하나는 < 날개접은새 > 이고 하나는 < 곰곰생각하는발 > 이죠.
종종 사람들에게 인디언식 이름을 지어주기도 했습니다.
예를 들면 < 넘어지지않으려고구르는돌 > 도 있었고
< 날마다까진무릎 > < 어쩌다낳은한숨 > < 손에잡히는바람 > 따위였죠.
인디언 이름 참 좋아요... 무척 마음에 듭니다.
옛 고대인은 모두 시인이ㅓㅆ어요.


영화 빅 안 보셨다면 강추ㅏㅂ니다.

iforte 2013-08-12 23: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빅, 엄청 좋아하는데요. 그거 보면서 놀이랑 일이 하나가 되면 얼마나 좋을까, (거기에 부수적으로 딸려오는 금전적 보상.. ㅋ) 그런게 행복이지 하며 마냥 부러워했었죠. 지금은 꿈이 바뀌었어요. 로또 당첨되서 평생 그냥 책만 보면서 빈둥빈둥 사는 잉여적 삶?! 하하하.... 하하... 하............................... ㅡ.ㅡ;
막상 로또는 한번도 사본적 없어요. 그냥 꿈은 꿈으로 간직할때가 좋은거죠. ㅍㅎㅎ

그런데, 네이버 출처의 영화소개가 좀 잘못된듯요. 주인공이 마지막에 집에 돌아가고자 한 것은 집이 그리웠다거나 그의 소년시절이 그리워서가 아니었던걸로 기억해요. 주인공이 점차 어른의 세계에 물들면서 어린아이의 세계에서 점점 멀어지죠. 그것을 일깨워 주는게 그의 친구고. 그래서 어른의 세계를 떠나 다시 아이의 세계로 돌아간다는게 그 끝이었죠. 이 영화도 아이세계, 어른세계를 구별하는듯요. 섞어보려했지만, 한쪽으로 동화가 되면 되었지 두 영역에 양다리를 걸칠수는 없다는거 아닐까요? 그래도 감독이 좀 묘하게 끝을 맺었네요. 맨 마지막에 주인공이 비디오게임을 하는데, 전에는 번번히 깨지던 판에서 마녀를 제압하잖아요? 그러니까, 그냥 원점으로 다시 돌아온게 아니라, 그사이 뭔 변화가 있었던거죠. 성숙이랄까.

험험.... 갑자기 이 영화를 보던 때의 추억이 물밀듯 밀려오네요. 이만 깽판부리고 일하러 가야겠어요. ㅎㅎㅎㅎㅎ

곰곰생각하는발 2013-08-13 01:07   좋아요 0 | URL
늘 이 시간에 등장하시는 포르테 님. 포르테 님 지적이 정확하십니다. 네이버는 안 보고 그냥 줄거리 올린 듯해요. 네이버에 항의한 후, 국정원에 고발할 예정입니다. 포르테 님 이름 대며 꼭 항의를 하겠어요.
이 영화 ! 참.. 좋아요. 재미있는 영화 만들려면 이런 영화 만들어야 합니다.
페니 마샬 감독이 은근 재미있는 영화를 많이 만들어요.
전 오늘 책을 주문했으니 내일 책이 오겠네요.
전 이상하게 상자가 도착ㅎ고 뜯을 때에만 기분이 좋고, 그걸 또 이 더운 여름에 읽을 생각을 하면
한숨이 나옵니다. 그나저나 이번에는 에티카'를 주문했는데 혹 읽어보셨나요 ? 어렵다 하는 데 이 더운 여름에 스트레스 받는지 모르겠어요. 주변에 스피노자 전공은 아니고 하여튼 스피노자 달인이 두 분 계신데 물어보면서 함 공부해 볼 생각입니다. 서광사 판 사라고 했는데 동서 판 사서 반칙을 범하기는 했으나 동서 판도 나쁘지 않다고 사람들이 말하더라고요. 그 돈으로 다른 책 4권 중고로 더 샀음....

곰곰생각하는발 2013-08-13 01:10   좋아요 0 | URL
전 참고로 아이스크림도 비비빅'만 먹습니다.
세 개'를 사오는데 하나는 어머니, 하나는 나, 나머지 하나는 개 쩍쩍이' 이렇게 세 개를 사서 사이좋게 나눠먹느데 그 개놈의 새끼인 쩍쩍이가 너무 순식간에 먹어치우고는 달라고 해서 결국은 반만 먹고 줍니다. 어머니도 마찬가지.. 결국 개가 비비빅 두 개 먹는 꼴이에요. 오늘도 그렇고, 어제도 그렇습니다..

iforte 2013-08-13 02:30   좋아요 0 | URL
비비빅..... ㅎㅎㅎㅎㅎㅎㅎ 혹시, 가수는 빅마마?
저도 어릴때 아빠가 가나 쵸코렛바를 꼭 애들것만 세개를 사오시면, 엄마가 옆에서 자기꺼 안사왔다고 땡깡부리고.. 순진한 우리 형제들은 반씩 쪼개어 엄마께 헌납을... 그럼 결과적으로 저희 형제는 쵸코렛 반개씩 먹고, 엄마는 한개반을 드시고.. (아빠도 안드려요. 그냥 혼자서 독식하심). 벌받으신게지, 지금 울 엄마는 아빠한테 '코끼리'라는 애칭으로 불리시고 (거대한 체격 덕으로), 저는 여태껏 날씬...한가..? (퍽, 퍽. 퍼퍽..)

에티카라.. 저는 아직 안읽어봤지만 어렵다는 소문은 익히 들었어요. 그래서 에티카 대신에 에티카 해설서 샀어염. ㅠㅠ
그거 (해설서부터 읽는거) 진짜 안좋은 글읽기라는데.. 아놔, 제 공부하기도 바쁜데 언제 머리싸매고... 제가 천재도 아니고... 흑흑흑... 곰발님이 먼저 열심히 공부하신후에 제 독선생을 해주심이....

iforte 2013-08-13 02:39   좋아요 0 | URL
갑자기 굿 윌 헌팅이 넘 부러워져요. 이잉... 거의 매 초당 책을 술술 넘기는데, 그걸 페이지 수까지 다 기억하고 자빠지고... ㅠ-ㅠ

곰곰생각하는발 2013-08-13 02:55   좋아요 0 | URL
제 조카 별명도 코끼리'인데, 다리가 코끼리 같아서 제가 지었는데
싫다고 지랄을 해서 철회했습니다...ㅎㅎ.

에티카'는 만만치 않은 독해라 들었는데 음... 뭐 읽다가 막히면 물어보죠, 뭐.
한 번 읽어보고 쉽게 풀어서 글을 올리도록 하겠씁니다. 언제인지는 모르지만 말이죠. 흠흠...

저는 44사이즈'가 자본가들이 상품 팔기 위해 만든 신화 같아서 44사이즈'를 별로 안 좋아해요.
아, 왜 괴물 중에 크룰로프'인가 ?! 하여튼 침대에 눕혀서 길면 자르고 짧으면 늘리는....
이젠 옷이 인간 체형에 맞게 옷 사이즈가 나오는 게 아니라
옷 사이즈에 맞춰 인간이 몸을 맞춥니다.

미의 기준을 종합하면 55에서 66 사이즈'가 미'임...
 

 

 

 

 

수다는 당신을 죽일 수도 있다 !

 

 

 

한때 나는 야구 오따꾸'였다.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수학 문제 한 번 푼 적 없지만 밤 10시만 되면 야구 경기 결과를 토대로 투수 방어율과 타자 타율'을 일일이 체크할 정도였으니 이 정도면 오따꾸라 할 만했다. 참고로 학창 시절 내내 수학 성적은 늘 30점이었다. 미분, 적분을 풀 생각은 애초부터 없었고, 그나마 집합이나 도형 문제'가 나오면 그 문제 하나 가지고 한 시간 동안 끙끙대며 풀거나 도형 문제의 경우엔 도형 안에다가 눈, 코, 입'을 그려 넣어서 근사한 사람을 만들고는 대화를 시도하기도 했다. 한번은 야간 학습 시간에 이어폰으로 야구 중계를 듣다가 역전 스리런 홈런에 나도 모르게 홈런이라고 고함을 쳐서 선생에게 따귀를 맞은 적도 있었다.

 

야구를 잘 모르는 사람들은  야구가 흔히 다른 스포츠에 비해서 느린 경기'여서 재미가 없다라고 생각하는데 사실은 그렇지 않다. 야구야말로 아는 만큼 보이는 진정한 두뇌 플레이'라고 할 만한 스포츠다. 그래서 나는 야구 중계를 보면 쉴새없이 수다를 떤다. 내가 좋아하는 선수 중에  50년대 명포수로 활약했던 요기배라'라는 선수가 있다. 배라는 쉴 새 없이 떠드는 촉새'였다. 포수인 그는 타석에 들어선 타자에게 " 따발총 말 총알 " 을 상대 선수 뇌 속에 사정 없이 쏘아대는 바람에 타자는 공에 집중할 수가 없었다고 한다. 예를 들면 이렇다.

 

-  이봐, 마이클 불끈 !  자네 아내 어제 나이트 가서 미친듯이 흔들었다더군.

-  ..... ( 솔깃 )

-  자네가 원정 경기 하고 있을 때마다 나이트 가서 흔든다는 거야 !

-  ..... ( 부글부글 )

-  맙소사, 생각해 보니 지금 이 시간이면 흔들고 있겠네 !

-  ...... ( ! )

 

   타자는 요기배라가 쏟아내는 말에 귀기울이다가 삼진 당하기 일쑤였다고 한다. 상대 팀'은 요기배라의 잔재주를 잘 알고 있었지만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밖에 없었다. 수다는 배라의 힘'이었다. 이러한 수다'는 꼭 배라가 수비를 할 때만 사용하는 전략이 아니었다. 안타로 1루에 나가면 상대편 1루수와도 정열적으로 끊임없이 수다를 떨었다. " 자네 ! 일본 코털제거기 써봤어 ? 놀라지 마, 행크 ! 영 점 삼 미리'까지 깎인다네. 자 봐봐 ? 내 콧구멍을 뚫어지게 보라구 !  " 배라의 수다에 1루수는 종종 배라의 콧구멍을 보다가 평범한 1루 땅볼을 놓치기도 했다. 그가 얼마나 수다가 심했던지 심지어는 1루 관중석 관객들 하고도 대화를 나눴다고 하니 놀라울 지경이다. 그러자 상대 팀들은 배라 수다 경계를 내리게 되었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이상한 일이 벌어졌다. 발이 빠른 배라'가 도루를 시도하면, 상대 팀은 어떻게 알았는지 피치아웃'을 시켜서 배라는 아웃을 당하기 일쑤였다. 사인이 노출되었다고 판단했으나 사인과는 전혀 상관이 없는 것으로 밝혀졌다. 그렇다면 상대 팀은 배라가 1루에서 2루로 뛸 것이라는 사실을 어떻게 알았을까 ?  답은 배라의 수다에 있다. 말 많은 배라'는 감독의 도루 사인'만 나오면 도루 할 생각에 갑자기 꿀먹은 벙어리'가 되는 것이었다. 그렇게 말이 많던 배라가 말이다. 그것은 마치 포커에서 로열 스트레이트 풀러쉬를 잡은 플레이어의 굳은 얼굴과 같은 것이다. 바로 이때다. 이 시점이 배라가 뛰는 타이밍'이라는 사실을  상대팀은 배라의 버릇을 통해 간파한 것이었다. 그러니 매일 아웃당할 수밖에 !

 

이 사실을 알고 화가 난 감독은 말 많은 배라에게 함구령을 내렸다. " 배라 ! 다음에도 나불나불대면 그땐 야구장이 아니라 말 많은 경마장'이나 가라고 ! 언더스탠드 ?  "  하지만 천성이 사람 좋은 수다맨이었던 배라'는 1루에 나가 수다를 떠는 버릇을 완전히 고칠 수가 없었다. 말을 하고 싶은 배라는 입이 간질간질 떨렸다. 결국 배라는 도루 사인이 떨어지기 전까지는 감독이 안 본다 싶으면 이때다 싶어서 조잘조잘댔다. 배라가 조잘대는 버릇을 도저히 고치지 못할 것이라는 판단을 한 감독은 극약 처방을 내린다.

 

" 이봐, 배라 !  앞으로는 입을 다물지 말고 항상 지껄이라구. 도루 사인이 나올 때도 항상 지껄이란 말이야. 달리면서도 수다를 떨라고 ! 오케이 ? 그러면 상대팀이 우리의 계획을 모를 것이 아닌가 ? "

 

신이 난 배라는 1루에서 2루를 훔치는 동안 달리면서도 수다를 떨었다고 한다. 믿거나 말거나 ! 이렇듯 수다는 종종 당신을 아웃시킬 수도 있다. 말 많은 사람은 말이 적은 사람보다 실수할 가능성이 크지만 반대로 현실을 완벽하게 외면하는 침묵은 섣부른 연설가보다 비겁하기도 하다. 내가 김영하와 소조의 논쟁에서 소조의 편이 된 이유는 김영하의 침묵도 한몫한다. 소설가가 꼭 투사가 되어야 할 이유는 없지만 적어도 민중보다는 먼저 그 침묵을 깨야할 의무는 있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나는 현실을 완벽하게 외면하는 김영하의 침묵은 비겁하다고 생각한다. 침묵이 꼭 아름다운 것은 아니지 않는가 ? 차라리 이명박 시대에는 침묵보다는 수다맨이 더 정의로운 사람 같다는 생각을 종종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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흐리다, 맑음  

 

 

 

1. < 오, 수정 > 까지는 좋았다. < 돼지 > 와 < 강원도 > 를 거쳐 < 수정 > 까지 오는 단계'는 신선했다. < 돼지 > 는 챠이 밍량'의 모더니즘 영화를 떠올렸고, < 강원도 > 는 전작인 < 돼지 > 와는 다른 노선을 걷는 것처럼 보였다. 그리고 < 수정 > 또한 < 강원도 > 와는 다른 느낌을 주었다. 홍상수는 재능있는 팔색조구나 ! 그는 승승장구했다. 내가 홍상수 영화가 싫어지기 시작한 계기는 < 여자는 남자의 미래다 > 이후부터였다. 이 영화 이후에 나온 영화들은 모든 것이 다 비슷비슷했다. 하지만 나는 다시 홍상수에게 돌아왔다. < 옥희의 영화 > 에서부터 감독은 다른 이야기를 하기 시작했다. 에릭 로메르와 브레송의 흔적이 보였다. 눈물이 앞을 가렸다. 흐리다 맑음이었다. 내가 홍상수 영화를 좋아하는 이유는 테이블 위에 놓인 술병이 3,4병 정도 비워져 있을 때부터다. 이때부터 남녀의 수작'은 시작'된다. 슬쩍 살짝 건드려본다. 소주 4병을 비웠을 때 " 나, 너 좋다 ! " 라고 말하는 것은 순정을 가장'한 고백이다. 모텔 가서 섹스 하자'는 말이다. 나는 이 장면들이 참...... 좋다. 참새도 아니면서, 참외도 아니면서 참, 참... 참깨도 아니면서 ! 솔직히 고백하자면 잘생긴 재벌 2세 주인공이 술도 취하지 않은 채 맨정신으로 " 나, 너와 자고 싶다 ! " 라고 말하는 따위의 장면을 보면 헛웃음이 나온다. 얼마나 자신감이 넘쳤으면 맨정신으로 자자고 말하냐. 재벌 2세들은 든든한 벡이 있으니 그런 소리'를 술 취하지 않고도 당당하게 말할 수 있는 것이요, 달려드는 여자들이 넘치고 넘쳤으니 자신감이 넘치는 것이다. 야, 이눔의 새캬 ! 나처럼 불알에 정액이 잔뜩 고여서 썩어봐라 !  자신감은 바닥을 친다. 언감생심, 술 취하지 않고서는 감히 내뱉을 수 없는 고백이다.   하여튼 하이틴 로맨스 소설에 등장할 법한 개간지 쿨 마초 가이의 당당한 섹스 어필을 좋아하지 않는다. 홍상수 영화는 소주 3,4병이 비워질 때, 그때부터 화면이 좋아진다.  

 

 

 

2. 최승자 시인은 말했다. 터널은 끝에 가서야 환해진다고 말이다. 그런 영화들이 있다. 별다른 감흥 없이 담담하게 영화를 보다가, 아니 시큰둥한 마음으로 영화를 보다가 갑자기 전율하게 되는 경우가 있다. 그것은 마치  약속 시간이 지났는데도 오지 않는 애인 때문에 잔뜩 화가 났다가 저 멀리서 뛰어오는 애인을 발견하고는 기분이 좋아지는 그런 경험이다. 울르 그로스바드 감독의 < 조지아 > 라는 영화가 그렇다. 마지막 장면은 압도적이다. 제니퍼 제이슨 리'가 허름한 선술집에서 노래를 할 때, 그토록 평범했던 영화가 갑자기 좋아지기 시작했다. 잘 만든 마지막 장면'은 약속 시간에 늦게 온, 생글거리는 애인과 비슷하다. 흐리다 맑음이다. 퍼시 아들론의 < 연어알 > 도 마지막 장면이 압도적이다. 평범했던 영화는 느닷없이 끝나는 마지막 장면에서 빛을 발한다. 어쩌면 영화는 마지막 5분을 위한 전주곡인지도 모른다. 가장 빛나는 대상은 늘 마지막에 등장하는 법이니 말이다. 조용필은 언제나 마지막에 등장하지 않던가 ?  

 

 

 

3. 좋아지는 계기가 있다.밤 늦게 시험 공부할 때면 항상 정은임의 영화음악실을 라디오로 듣고는 했다. 그 시간에 들을 프로는 그 방송이 탁월했다. 정은임을 좋아했다기보다는 라디오 프로듀서와 방송작가'가 짠 프로그램이 좋았던 것이다. 당시 나는 아나운서와 라디오 디제이'는 앵무새에 지나지 않는 존재'라고 생각했었다. 왠지 영혼은 없고 그저 대본대로 읽는 것에 지나지 않는, 그런 존재. 감정이라고는 없는 그런 존재 말이다. 어느 날이었다. 정은임은 리버피닉스의 사망 소식'을 전하며 울었다. 콧물 삼키는 소리가 종종 멘트를 삼켰다. 목소리는 부들부들 떨렸다. 방송사고에 가까웠다. 생방송도 아니었으면서 프로듀서는 왜 편집을 하지 않았을까 ? 아마도, 그는 이 방송사고가 주는 진실함이 좋았던 것 같다. 그때부터 나는 정은임이란 아나운서'를 좋아하게 되었다. 내가 최초로 좋아한 방송인'이었다. 임을 향한 행진곡을 처음 들었던 방송도 정은임의 영화음악실이었다. 당시 빨갱이들이나 부르는 노래인 줄 알았는데 라디오에서 그 음악을 들을 줄은 꿈에도 몰랐다. 그뿐이 아니었다. 볼세비키 인터내셔널歌도 이 방송을 통해서 듣게 되었다.

 

 

 

4. 인생이 언제나 흐리다 맑음'이 되면 얼마나 좋을까 ? 가끔은 맑다가 흐림'이 되기도 한다. 나는 정성일 열혈 팬이었다. 없는 형편에도 키노 잡지는 꼬박꼬박 모았다. 지금도 키노 잡지'는 버리지 못하고 있다. 저 현란한 문장과 톡 쏘는 어투, 그리고 놀랄 만한 방대한 인문학적 지식'은 존경스러울 정도였다. 정성일이 쓴 글을 대부분 이해를 할 수 없었으나 나는 이 이해불가능을 개인적 소양 탓으로 돌렸다. 어릴 때부터 국영수'만 빼고는 꽤 잡학다식하다는 소리를 들었으나 정성일이 쓴 글은 도무지 이해가 불가능했다. 그럴수록 나는 더욱 정성일을 좋아했던 것 같다. 지금 돌이켜보면, 그 판단은 내 실수'였던 것 같다. 정성일은 글을 잘 쓰는 평론가가 아니었다. 쉬운 문장도 어렵게 쓸 줄 아는 독특한 재능을 가졌을 뿐이다.  필사의 탐독'을 읽다가 그만 헛웃음이 나왔다. < 필사의 탐독 > 은 < 필사의 난독 > 이었다. 첫사랑을 그리워하다가 10년 후에 만났을 때의 그 느낌이다. 기억 속 그 사람은 반짝반짝 빛났으나 다시 만난 첫사랑은 오징어'가 되어 있을 때의 당혹감. 그런 당혹감이 들었다. 그가 만든 < 카페 느와르 > 는 심형래가 만든 < 디 워 > 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트뤼포를 꿈꿨던 정성일은 실패한 것처럼 보였다. 영화는 괴상했고 문장은 이상했다. 날마다 맑은 날만 있던가 ? 흐리다 맑은 날도 있고, 맑다가 흐린 날도 있는 법이다.  

 

 

 

5. 나는 실베스타 스텔론'이란 배우를 매우 싫어했다. 아트 시네필 행세를 하던 시절이었으니 스탤론을 좋아할 턱이 없었다. 연기는 얼마나 못했던가 ? 그가 나온 영화들은 얼마나 뻔뻔했던가 ? < 람보 2 > 이후로는 그의 영화를 본 적이 거의 없다. 정성일이었다면 이렇게 말했을 것이다 : " 자본적의적 욕망이 전이된 스텔론의 하드 바디'는 조르주 아감벤의 호모 사케르적 육화처럼 보입니다. 그것은 식민지적 욕망에 다름 아닙니다. 총알은 빗발치지만, 어찌된 영문입니까 ? 총알은 그의 신성한 몸을 피해 다닙니다. 이 이상한 헐리우드의 팍스 아메리카에 당신도 동참하실 겁니까 ? "  세월이 아주 많이 흐른 후, 나는 우연히 종로 피카디리'에서 < 록키 발모어 > 라는 영화를 보게 되었다. 종로에서 약속을 잡았는데 너무 일찍 간 탓에 시간을 때울 요량으로 어쩔 수 없이 선택한 결과였다. 영화를 본다는 생각보다는 잠이나 자야겠다는 생각을 했던 듯하다. 도대체 나이 60에 권투 영화라니 ? 무슨 꿍꿍이일까 ? 선수 대신 권투 코치로 등장해서는 화려했던 과거에 대해 꿈꾸듯 말하겠지. 영화를 시작되었다. 나는 아무 생각없이 보다가 그만 눈물이 터졌다. 스텔론은 너무 늙고 힘 없어 보였다. 몸은 둔했고 말도 둔했다. 하지만 그는  진짜 연기를 하고 있었다. 말도 어눌하고 몸도 어눌했으나 그는 늙은 나이에 비로소 연기를 하고 있었던 것이었다. 너무 늦은 만학이었다. 그러나 아름다웠다. 그때부터 나는 스텔론이 좋아지기 시작했다. 그날은  흐리다가 맑은 날이었다

 

 

 

6. 내가 < 쇼생크 탈출 >을 처음 보았을 때는 그저 그렇고 그런, 따분한 헐리우드 영화'라고 생각했었다. 처음부터 이 영화가 좋았던 것은 아니다. 그냥 재미있는 할리우드 탈옥영화라고 생각했다. 돈 시겔의 걸작 < 알카트라즈 탈출 > 에 대한 오마쥬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닌 작품이라고 생각했다. < 쇼생크 탈출 > 보다는 < 알카트라즈 탈출 > 이 더 좋았다. 재미있다고 해서 모두 다 좋은 영화는 될 수 없다. 궁금하지 않았다. 저녁 7시가 되면 쨍 하고 불 밝히는 창문처럼 말이다. 어느 누가 초저녁 불 밝힌 창'을 궁금해 할까 ?  우연한 기회에 이 영화를 몇 번 더 봤다.  그러다가 어느 날 새벽 3시에 불 켜진 창문처럼 모든 게 궁금해지기 시작했다. 앤디는 어떤 사람일까 ? 내가 이 영화를 다시 보게된 곳은 석수역에 위치한 < 내 안의 너’ > 라는 모텔 403호실에서 였다. 그날 나는 애인과 함께 벌거벗고 뒹굴었다. 창 밖에는 장맛비가 쉴 새 없이 내렸다. 나는 여자의 봉긋한 젖가슴과 촉촉한 동굴을 좋아했다. 그리고 여자가 새빨간 혀’로 내 젖꼭지를 아릿하게 깨물 때도 좋았다. 태어난 지 두 달도 안 된 강아지가 어미 젖을 찾듯이 말이다. 침대시트는 흠뻑 젖었고 우리는 조용히 숨을 고르고 있었다. 그때 티븨에서는 이 영화를 상영하고 있었다. 앤디를 연기한 팀 로빈스가 말했다. “ 필요한 건 아무것도 없어요. 여기 있는 일하는 동료들에게 시원한 맥주 한 병 마실 수 있도록 해 주신다면...... “ 

 

장면이 전환되면 옥상의 죄수들은 땡볕 아래에서 시원한 맥주를 마신다. 나는 그토록 행복한 얼굴을 본 적이 없다. 그들은 정말 행복해 보였다. 여자는 냉장고에서 맥주를 꺼내 한 모금 마신 후 침대에 누워 있는 나에게 다가와 자신의 입 속에 있는 맥주를 내 입 속에 넣어주었다. 그리고는 말했다. 우리 헤어지지 말자, 아프지 말자, 영원히 함께 할 수 있는 영혼이 되자. 나는 방긋 웃었고 여자도 방긋 웃었다. 우린 모두 이 영화를 좋아했다. 아니, 여자는 원래 이 영화를 좋아했었다.  우린 이 영화를 함께 서너 번 더 보았다. 세월이 흘렀고 우린 헤어졌다. 헤어졌다기보다는 내가 그녀 곁에서 감쪽같이 사라졌다고 말하는 것이 맞는 표현일 것이다. 그녀는 감옥이었고 나는 죄수였다. 영화는 볼 때마다 새로운 것을 발견하게 만든다. 처음에는 아무 생각 없이 보았고, 두 번째는 우연한 기회에 보게되었으며, 세 번째도 깊은 밤 새벽에 잠을 뒤척이다가 티븨를 켜고 채널을 돌리다가 우연히 다시 보게 되었다. 그렇게 네 번째, 다섯번째, 여섯 번째로 보게 되었다. 그러다가 일곱 번째 보게 되는 순간 잊을 수 없는 영화가 되며 스무 번을 넘기면 영원한 걸작이 된다. 그 여자와의 만남도 그랬다.

 

처음 보았을 때 그 여자는 그냥 좋은 여자였다, 두 번째 보았을 때는 예의 바른 여자였고, 세번째 보았을 때는 조금 쓸쓸해 보였다. 네 번째는 많이 쓸쓸해 보였고, 다섯 번째는 적당히 쓸쓸해 보였다. 그리고 일곱 번째 보던 날, 나는 그녀가 궁금해지기 시작했다. 그녀는 나에게 잊을 수 없는 영화가 되었다. 마스터피스였다. 처음부터 보자마자 좋아지는 영화가 있다. 안드레이 타르코프스키의 < 거울 > 이라는 영화가 그렇다. 갈대를 흔들리게 만든, 그 느닷없이 다가온 바람의 속도가 좋았다. 하지만 나는 이 영화를 더 이상 보지는 않았다. 왜냐하면 처음에는좋았으나 다시 보면 실망을 하게 되는 영화들이 있기 때문이었다. 그런가 하면 처음에는 싫었으나 나중에좋아지는 영화도 있다. < 카사블랑카 > 가 그렇다. 옛 애인은 이 영화를 무척 좋아했다. 영화가 끝날 때마다 낮은 목소리로 말하고는 했다. “ 카사블랑카여, 영원하라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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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forte 2013-08-11 04: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음.... 곰발님 글을 읽고 나에게도 흐리다 맑은, 그런 영화들이 있었는지 곰곰 생각해보려해도 감감 생각나지 않네요. 더 말하고 싶지만, 지금 곰발님 감정선을 깨고싶지 않아서 조용히 퇴장합니다. 나중에 흐리다 맑았던 기억들이 생각나면 다시 찾아오지요.

곰곰생각하는발 2013-08-11 12:17   좋아요 0 | URL
상관없으니, 낙서장처럼 사용하셔도 됩니다.
흐리다 맑은 날은 그래도 참 좋은 날이지요.
맑다가 흐린 날'보다 말입니다.
하지만 전 천성이 맑다가 흐린 순간을 좋아했던 것 같아요. 그런 날씨를 좋아했어요.

새벽 2013-08-11 09: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아! 저 몇 주 전 새벽에 쇼생크 탈출,을 케이블에서 다시 볼 수 있었습니다.
벌써 한참을 시작한 후였는데.. 교도소 도서관 사서였던 할아버지가 출소를 앞두고 오히려 두려운 나머지
인질극을 벌이던 장면 있잖아요. 그 부분부터 보기 시작했는데 그렇게 그 에피소드가 와닿더라구요.
결국 출소한 그 할아버진 오히려 감옥을 그리워하다 자살하고...
정말 쇼생크,는 하나의 우화로구나.. 하는 생각이 들면서 곰곰발님 예전 글들이 생각났습니다.

곰곰생각하는발 2013-08-11 12:15   좋아요 0 | URL
쇼생크는 아마 케이블에서 가장 많이 하는 영화가 될 겁니다.
숑생크가 특이한 것은 중간부터 봐도 재미가 있다는 겁니다.
물론 많이 보아서 익숙한 것 때문이기도 하지만
각 에피소드가 뭔가 깊이 생각하게 만들어요.

만화애니비평 2013-08-11 10: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팀 로빈스 여기 등장했소!

곰곰생각하는발 2013-08-11 12:14   좋아요 0 | URL
오, 로빈슨 오셨군요 ! 반갑소.

히히 2013-08-11 23: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사의 찬미를 즐겼던 2살 터울 언니는
지금처럼 맑은 날을 예견하지 못했을까요?
당시 사춘기 동생의 오감도 한창일 때라
언니가 도와주지 않아도 욱신거렸는데 말입니다.

*몸의 중앙선에 점이 있으면 자살한다는 속설이 있어
언니의 배꼽위 정중앙의 커다란 점때문에 불안불안했습니다.

곰곰생각하는발 2013-08-12 12:56   좋아요 0 | URL
맞아요. 점이 정가운데 있으면 항상 안 좋은 징조'라고 했음....
그런데 이마 정중앙에 있는 점인 복점이 아니었던가요 ?
후훗....