쀼의 세계
인디밴드 카우치가 생방송 도중 빤스 내리고 거시기를 고추 세웠다가 거세되었다면 거시기 대신 가운뎃손가락 곧추세우며 카메라를 향해 침을 뱉었다가 거세되었던 90년대 얼터너티브 펑키 롹 그룹 삐삐밴드는 < 설탕 > 이라는 노래에서 다음과 같이 말한다. 혓바닥 위의 설탕은 배트맨도 슈퍼맨도 왕자님도 공주님도 옆집 사는 아줌마도.......세종대왕, 이순신 장군, 춘향이, 말론 브란도, 율 브리너, 이소룡, 아랑드롱도 너무나도 좋아한다고. 설탕의 맛, 알랑가 몰라 ?
하지만 벌꿀(꿀벌이라고 썼다가 화들짝 놀라서 급하게 고쳤다. 아, 나의 지적 수준이 결국은 박근혜였단 말인가!)을 한 사발 담아 단번에 꿀떡 삼키라고 한다면 쉽지 않다. 그리고 평소 음식을 짜게 먹는 사람도 소금을 한 움큼 삼키라고 하면 손사래를 칠 것이다. 결과적으로 말해서 인간이 좋아하는 맛이란 단수가 아니라 복수의 미각(짠맛, 신맛, 단맛, 쓴맛, 감칠맛)이 결합된 상태'이다. 그렇기에 훌륭한 요리는 다섯 가지 미각이 절묘한 비율로 조율된 맛을 제공한다. 감칠맛 나는 단짠 요리에 신맛과 쓴맛이 가미된 포도주가 최상의 궁합인 이유이다. 배우의 연기도 마찬가지'이다.
JTBC 상류 가정 파탄 에로틱 스릴러 막장 맞바람 불륜 삼류 드라마 << 부부의 세계 >> 에 등장하는 중년 여성 배우들의 연기를 보다 보면 단세포적인 연기에 질려서 감탄하게 된다. 김희애는 슬픈 연기를 잘한다. 행복한 연기도 훌륭하고 분노한 연기도 훌륭하다. 문제는 행복할 때에는 행복한 감정만 연기하고, 분노할 때에는 분노한 감정만 연기하고, 슬플 때에는 슬픈 연기만 연기한다는 점이다. 진짜 문제는 그녀의 얼굴에는 딱 하나의 감정만 표출된다는 점이다. 시청자들은 그녀의 연기가 훌륭하다며 손뼉을 치는데 나는 당최 그 연기들이 지나치게 단세포적이어서 떨떠름하다.
인간은 다양한 종류의 근육이 있는데 상당 부분이 얼굴에 집중되어 있다(전두근, 추미근, 소 광대근, 대 광대근, 볼근, 구각하제근, 하순하제근, 광경근,안륜근, 비근근, 비근, 상순거근, 구륜근, 교근, 이근, 흉쇄유돌근(목빗근), 사각근, 저작근. 저작근- 교근, 내측익돌근, 외측익돌근, 측두근). 여기서 " 표정 " 이란 두 개 이상의 근육이 움직여서 교집합을 형성할 때 발생한다. 즉, 어떤 근육이 사용되는가에 따라서 표정은 단순할 수도 있고 오묘할 수도 있으며 심오할 수도 있다. 좋은 배우일수록 보다 많은 얼굴 근육을 사용하여 깊은 표정을 만든다.
그렇기에 훌륭한 배우가 연기한 얼굴 표정에는 단수가 아닌 복수의 감정이 드러난다. 그것은 마치 모나리자의 얼굴 표정과 비슷해서 그 표정을 딱 한 가지로 규정하기란 쉽지 않다. 그런데 김희애의 얼굴 표정은 매우 단순하다. 아, 슬프구나. 아, 기쁘구나. 아, 화가 났구나....... 설탕을 찍어 먹으니 단맛이요, 소금은 짠맛이요, 식초는 신맛이니라. 뭐, 이런 감상 ?! 김희애라는 배우의 연기가 형편없는 이유는 그녀가 근육을 사용해서 밥벌이를 하는 진짜 노동자가 아니라는 데 있다. 김희애만 탓할 일은 아니다.
요즘 배우들은 얼굴에 성형 칼을 마구 휘둘러서 섬세한 근육을 죄다 잘라 놓고 설상가상 보톡스로 근육마저 마비시킨다. 그것은 마치 팔 자른 목수 같다. 24시간 퉁퉁 부은, 팽팽한 얼굴로 연기를 하니 단세포적인 표정만 생산할 수밖에 없다. 김희애의 친구로 등장하는 박선영은 더욱 심각하다(성형한 배우치고 연기 잘하는 배우를 본 적 없다. 박근혜를 보라). 이런 종류의 배우들은 부족한 표정 연기를 목소리 연기로 커버하려고 애를 쓴다. 하지만 배우의 본질은 목소리가 아닌 표정 연기에 있다. 목소리 연기가 아무리 뛰어나다 한들 성우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그들은 얼굴 근육을 사용하는 노동자가 아니라 그냥 유한계급 같다. 그럴 때마다 영화 << 마더 >> 에 나오는 김혜자의 얼굴을 보라고 충고하고 싶다. 적어도 그녀는 한 개의 표정을 만들 때 여섯 가지 이상의 근육을 사용하는 것처럼 보인다. 그 표정은 너무나 섬세하고 깊다. 특히 주름은 표정을 강조하기에 무엇보다 훌륭한 재료'다. 훌륭한 요리가 다섯 가지 미각의 총합이듯이 훌륭한 배우의 표정 연기도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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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 마더 >> : 김혜자의 표정을 감상하는 일은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 모나리자 >> 그림을 감상하는 일만큼이나 행복하다. 두 표정의 공통점은 복잡하고 미묘하다는 데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