번지 점프를 하다 - 할인판
김대승 감독, 이병헌 외 출연 / 엔터원 / 2007년 7월
평점 :
품절


 

 

 

 

 

 

번지 점프'를 하다 : 첫눈에 반하는 사랑은 허구'다.

 

 

언캐니는 프로이트'의 주요 개념이다. un-canny의 독일어'인 un-heimlich'에서 un-은 접두사로 형용사, 부사, 명사에 붙어서 " 반대, 부정 " 을 뜻한다. 우선 이 개념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heimlich의 뜻을 알아야 한다. < heim > 은 < house > 다. 집'이란 뜻이다. 이 세상에 집'보다 편한 곳이 어디에 있는가 ! 낡은 쇼파'에 누워서 리모콘으로 티븨를 보며 사타구니'를 긁을 수 있지 않은가 ! 똥구멍을 긁는다고 해서 누가 뭐라 할 사람도 없다 ! 그래서 heimlich 은 " 편안함, 익숙한, 친숙한 " 이라는 뜻으로 이어진다. 여기에 접두사 un-이 붙어서 < 기괴한 > , < 두려우면서 동시에 낯선 ( 것, 곳 ) > , < 악마적이면서 소름끼치는 것(곳) > 으로 확장된다. 그러니깐 heimlich와 unheimlich는 서로 상극이다. 반대말이다.  

 

그런데 꼭 그렇지만은 않다. heimlich 는 편안함'이라는 뜻을 가지고 있으면서 동시에 < 알 수 없는 > , < 위험한 > 이라는 뜻도 가지고 있다. 이 두 단어'는 반대말이면서 비슷한 말'이기도 하다. 이 지점에서 프로이트는 반의어/는 곧 동의어/同義語'라는 사실을 유추해 낸다. < 反 = 同 > 라는 황당한 공식'을 주장한다. uncanny와 canny는 같은 뿌리다 ! 프로이트는 대동강 물을 팔아먹은 김삿갓'보다 더 하면 더 했지 못한 놈'은 아닌 것 같다. 그런데 프로이트'의 이 주장'은 맞는 말이다. 로보트'를 바라보는 현대인의 심리'는 정확히 " 언캐니 " 개념과 부합한다.  

 

인간을 닮은 초기 로보트 아시모'를 볼 때 사람들은 이 로보트에 깊은 호감'을 드러낸다. 하는 짓이 얼마나 귀엽나 ! 하하하, 호호호. 여기서 사람들이 이 로보트'에게 호감을 보이는 이유는 인간 흉내를 내는 로보트'가 장난감처럼 어설프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 로보트의 외양이 점점 인간을 닮아가면 호감은 급격하게 불쾌함'으로 변한다. 인간과 로보트의 구별이 모호해지면 그때부터 사람들은 공포감을 느끼기 시작한다. 가장 대표적인 예'가 실사 인형'이다. 인간과 똑같이 생긴 인형은 어딘지 모르게 불길하다 ! 바로 이 감정이 언캐니'다.  

 

우리가 인간을 닮은 로봇이나 인형에게서 공포를 느끼는 이유는 매우 익숙한 얼굴이기 때문에 그렇다. 기괴함'이라는 심리 상태의 중심에는 " 익숙한 " 이 자리잡듯이 말이다. 우리가 귀신을 무서워하는 이유는 귀신이 인간의 모습을 하고 있기 때문에 그렇다. 더 나아가 그 귀신은 내가 알던 사람일 때 더 두렵다. 아빠와 단 둘이 사는 사춘기 여고생이 집에 왔더니 처음 보는 여자'가 자신이 엄마라며 천연덕스럽게 연기하는 것보다 더 무서운 상황은 담임 여선생이 자신을 엄마'라고 주장할 때이다. 그렇지 않은가 ?  

 

영화 < 번지 점프를 하다 > 는 " 언캐니 " 에 대한 이야기이다. 주인공인 이병헌'은 어느 날 자신이 쓰고 있는 우산 속으로 들어온 이은주와 사랑에 빠진다. 하지만 멜로라는 장르는 어긋남'이 기본'이다. 이 사랑은 이루어지지 않는다. 나중에 밝혀진 사실이지만 이은주는 이병헌을 만나러 가는 길에 교통 사고'로 죽는다. 그 아픈 트라우마'가 서서히 잊혀질 때인 십 몇 년 후, 교사'가 된 이병헌은 제자에게서 익숙한 클리쉐와 오브제'를 목격하게 된다. 그것도 남자 제자에게서 말이다. 십 몇 년 전에 그녀가 좋아했던  쇼스타코비치  왈츠는 제자의 핸드폰 벨 소리로 환기 되고, 숟가락과 젓가락에 대한 농담은 제자의 질문과 겹쳐진다. 그리고 그녀가 아끼던 라이터는 제자가 가지고 있다. 최민식이 교사 역을 연기했다면 " 너, 누구야 ? " 대신 " 누구냐, 넌 ?! " 이라고,  보다 마초적으로 말했을 것이 분명하다.  

 

이병헌은 혼란에 빠진다. 이 지점에서 잘난 척 한 번 하고 넘어가자 ! 제자'의 에티튜드'는 죽은 애인의 에티튜드와 겹친다. 그러니깐 제자의 에티튜드는 자꾸 익숙한 것에 대한 데자뷰'를 만들어낸다. 낯익은 것이다. 어쩌자고 저 새끼는 내 죽은 애인을 모방하는 것일까 ? 더군다나 불알 달린 수컷이 아니었던가 ! 결국 제자가 재현해내는 낯익은 행위는 이병헌에게는 매우 낯선 행위'가 된다. canny에서 uncanny를 목격하는 것 ! 그것이 바로 이 영화가 가지고 있는 서사 구조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다. ( 이러한 내용은 SF 소설인 < 솔라리스/ 램 > 에서도 다룬다. 끝내주는 소설이다 ! ) 이 영화는 죽은 여자가 남자 제자로 환생한다는, " 아, 어쩌란 말이냐 ! " 류의 엇나간 퀴어 멜로의 형태를 취했지만, 사실은 언캐니'에 대한 이야기'다.  

 

첫눈에 빠진 사랑은 본질적으로 위험한 허구'다. 당신이 첫눈에 누군가와 사랑에 빠진다는 것'은 착각일 뿐이다. 처음 본 남자에게 끌리는 것이 아니라 익숙한 얼굴이지만 그 사실을 모를 뿐이다. 인간은 자신의 얼굴을 닮은 사람을 매력적이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강하다. 그것은 이미 실험을 통해 증명되었다. 실험 내용은 이렇다  1 ) : 실험 참가자에게 다양한 이성 사진'을 보여준 후 가장 매력적인 사진 한 장'을 뽑으라고 한다. 여기엔 함정이 하나 있다. 10장의 사진 중 한 장은 실험 대상자인 얼굴을 포토샵으로 약간 수정해서 성별'만 바꾸어 놓는다. 물론 실험 대상자'는 이 얼굴이 자신의 얼굴이라고는 상상조차 할 수 없다.

 

이 실험 결과에서 그들은 가장 매력적인 이성 사진으로 누구를 선택했을까 ? 놀라지 마시라. 거의 대부분은 자기 얼굴을 수정한 얼굴을 뽑았다. " 음... 그러니깐, 음... 그게.. 딱히 예쁘지는 않은데... 음, 그게.. 에헴.. 흠흠. 그냥... 편안한 얼굴이어서 좋아요 ! "  그렇다, 그들은 도발적이며, 섹시하고, 치명적으로 아름다운 얼굴을 뽑는 것이 아니라 어디서 많이 보았는데 잘 생각은 안나는, 그냥 평범한 이성의 얼굴을 선택한다. 자기 얼굴이라는 것을 모르고 말이다. 이처럼 첫눈에 호감을 가지는 이성'은 뭔가 언캐니'적인 존재다. 어디서 본 익숙한 얼굴이지만 기억이 나지는 않는다. 심장이 뛴다. 그런데 우리는 어쩌면 이 심장이 뛴다는 사실을 착각하고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기괴하고, 두렵기 때문에 심장이 뛰는 것인데, 우리는 이것을 사랑 때문에 뛰는 심장이라고 착각하는 것은 아닐까 ?  

 

실제로도 이런 실험이 진행된 적이 있다.  실험 내용은 이렇다 2 ) : 두 개의 실험군을 준비한다. A 상황은 는 남녀가 처음 만나는 미팅 장소'로 카페를 선정하고, B는 구름다리 같은 위험한 장소를 미팅 장소'로 선정해서 두 집단 간에 퍼지는 이성 호감도'를 조사하는 것이다. 결과는 위험한 미팅 미션을 수행한 B에서 서로 호감도가 높았다. 그 이유는 심장과 뇌'가 서로 따로 놀기 때문에 그렇다. 구름다리 위에서 만난 남과 여'는 두려움 때문에 심장이 빠르게 뛰는 것인데, 뇌는 이 사실을 사랑 때문이라고 착각한다.  결국 B 집단에서의 이성에 대한 호기심'은 두려움 때문에 발생한 착각이다.   

 

이처럼 사랑은 본질적으로 언캐니'이면서 동시에 자기애적 성향이 강하다. 영화 < 올드보이 > 에서 이우진/유지태와 누이인 이수아/윤진서'가 나른한 오후에 과학실에서 벌이는 근친상간' 장면은 기이할 정도'로 자기애'적이다. 영화 속 캐릭터 이수아'는 병적일 정도로 나르시즘에 빠져 있다. 그녀는 남동생과 근친상간'을 하면서도  거울로 자신의 황홀한 얼굴'을 바라본다. 결국 이 쾌락은 1인칭적 욕망이 만들어놓은 자위행위'이다. 스스 로에게 쾌락을 선사하는 수음'이다. 그녀 이름인 수아는 혹시 秀我'가 아닐까 ? 아름다울 수에, 자기 아 ! 이 이름을 곧이 곧대로 해석하면 자기애/ 나르시소스'가 된다. 나르시소스'가 자신의 아름다운 얼굴에 반해서 우물에 빠져 죽는 것처럼, 이수아는 다리 아래 물 속에 빠져 죽는다. 심지어 죽는 그 순간에도 수아는 동생 목에 걸려 있는 카메라로 아름다운 자기 얼굴을 찍고는 강에 빠져 죽는다.   

 

영화 제목 < 번지 점프를 하다 > 는 꽤 의미심장'하다. < 번지점프 > 는 두려움을 의미하고,  < ~ 하다 > 는 그 두려움을 극복할 수 있는 사랑을 의미한다. 서로 상이하게 다른 영역이다. 하지만 사랑'이라는 감정'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두려움과 사랑은 동의어'라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두려움을 극복하는 것이 사랑이다. 사랑을 위해서라면 바닥으로 뛰어내릴 마음가짐을 가져야 한다. " 108번 올빼미 뛰어내릴 수 있습니까 ? " 라고 군대 훈련소 조교가 외칠 때  당신은 당당하게 외쳐야 한다. " 108번 올빼미 하 ! 강 ! 준 ! 비 ! 끗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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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는 uncanny'를 조금 새로운 방식'으로 이해한다. un 과 canny' 사이에 빗금 ( / ) 을 치는 것이다. " un / canny " 이다. 여기서 un은 old이고, canny는 new이다. old는 썩은, 낡은, 끈적끈적한, 죽은, 과거'의 어느 시점'을 의미하고, new'는 싱싱한, 새로운, 살아 있는, 현재의 어느 시점'을 의미한다. 이 둘이 충돌할 때 언캐니'가 발생한다. 여기서 canny'는 candy' 다. 외로워도 슬퍼도 나는 안 운다고 고백하는 씩씩한 젊은 청춘 말이다. 번지 점프'라는 영화 속에서 제자가 등장하는 도입부는 온통 젊은 제자의 육체가 얼마나 candy한가에 할애한다. 제자는 키도 크고, 농구도 잘하며, 여자에게 인기도 좋은 수컷이다. 여기에 우윳빛 하얀 속살은 게이'의 마음을 설레이게 할 만한 싱싱한 육체다. 그런데 어느 순간 이 싱싱한 육체는 언캐니의 주체가 된다.  이 제자가 언캐니의 주체가 될 수 있었던 원인'은 제자의 육체/canny'에  죽은 여자/un과 붙어 있기 때문에 그렇다. 이 둘이 붙으면 언캐니'가 된다. 마르크스가 자본론 서문에서 " 산 자 / new는 죽은 자 / old '때문에 고통받는다 ! " 라고 지적한 것은 바로 언캐니'에 대한 언급이 아니었을까 ?  

 

■  이러한 공식'은 영화 < 올드 보이 > 에서도 적용된다. 간단하다. 빗금을 치면 된다. < old / boy > 다. 여기서 old = un이고, boy = canny'이다. 영화 < 올드 보이 > 에서의 기괴한 비극은 바로 두명의 boys (최민식, 유지태) 에 old'가 붙기 때문에 그렇다. 그들은 모두 과거의 어느 시점에 죽은 누이/여자'에 대한 집착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현재는 과거의 악령에 사로잡힌 것이다. 이처럼 과거와 현실이 분리되지 못하고 붙어서 령'이 될 때 기괴해지는 것이다.  

 

■  소포클레스의 < 오이디푸스왕 > 도 빗금'으로 해결할 수 있다. < 오이디푸스 / 왕 > 이다. 오이디푸스 서사'는 얼핏 보기엔 과거의 령 때문에 비극이 발생하는 것이 아니라 현재의 행동 때문에 발생한 비극'으로 보인다. 왜나하면 오이디푸스는 왕(라이오스 ) 를 살해함으로써 언캐니해지기 때문이다. 그런데 사실 이 살해'는 현재'가 아니라 오랜 과거'에 벌어진 일이다. 왜냐하면 아들이 아버지를 죽일 것이란 신의 신탁'은 오이디푸스'가 태어날 때 시작되었기 때문이다. 아들이 아버지를 죽이고 어머니와 섹스를 할 것이라는 신의 주장은 이미 말하는 그 순간에 이루어진다. 신탁이란 강력한 것이다. 신은 미래의 어느 시점에 일어날 사건'을 폭로한 것이 아니라, 신은 말하는 순간 미래가 정해지는 것이다. 결국 신이 오이디푸스를 언급했기에 먼 미래와 오이디푸스가 아버지를 죽이게 되는 것이다.

  

여기서 제목 < 오이디푸스 / 왕 > 에서 <  / 왕 > 은 현재의 오이디푸스'를 의미한다. 왕'이라는 칭호는 결국 아버지를 죽였기 때문에 얻은 피의 왕관이지 않은가 !  왕'이란 칭호는 현재 진행형이므로 살아 있는 육체다. 반면 오이디푸스'는 un'이다. 오이디푸스는 왕이 되기 이전인, 과거의 어린 오이디푸스'를 의미한다. 오이디푸스는 퉁퉁 부은 발'이라는 뜻인데, 그가 버려졌을 때 발이 퉁퉁 부은 채로 발견되었기에 지어진 이름이다. 여기서 우리가 착각하고 있는 것 한 가지 ! 오이디푸스'라는 이름은 부모인 이오카스테와 라이오스'가 지은 이름이 아니다. 그는 이름 없는 자'이다. 더군다나 부모로부터 사형 선고를 받지 않았나 ? 살아 있지만 죽은 것과 다름 없다. NOTHING이다. 오이디푸스'라는 이름은 이미 죽은 자'를 내포한다. 오디디푸스는 un이며 old이고, 왕은 canny이면서 boy'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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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립간 2013-07-19 08: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사랑과 용기(두려움의 극복), 번지점프 (영화 및 실제), 첫눈에 반한 것 (영화 '미술관 옆 동물원'에서는 사랑을 물에 풍덩 빠지는 사랑과 저녁 노을 드는 사랑으로 비유해서 나눴죠) 등에 관한 글이 제 생각과 일치합니다. 저는 안해에게 청혼을 번지점프를 하면서 하려 했어요. (결국 못했지만.)

어려서 헤어진 남매가 결혼한 경우가 몇 년 주기로 해외토픽에 나오기도 합니다.

곰곰생각하는발 2013-07-19 22:20   좋아요 0 | URL
마립간 님 스피노자 읽어보셨습니까 ? 전 지금 비참할 땐 스피노자 읽고 있는데
스피노자 선생이 아무래도 마립간 님의 과학적 사고와 유사합니다.
이참에 이 책ㅇ 읽으면 에티카에 도전해 볼 생각입니다.

마립간 2013-07-22 07:39   좋아요 0 | URL
저에게 알라딘 서재를 하면서 가장 좋은 점은 독서의 새로운 분야를 추천 받는 것입니다.

스피노자의 글을 읽거나 스피노자의 관한 글을 읽은 기억이 없네요. 단편적인 지식 밖에는. 청소년 시절에 스피노자와 라이프니쯔의 두 인물 중 저는 라이프니쯔를 선택하기로 했습니다. 그냥... 이제 스피노자를 만나봐야겠군요.

비로그인 2013-07-19 18: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곰발곰발~ 글이 너무 날카로워날카로워~ 어쩜 이렇게 슥슥~ 써내려갈까..^*^ㅎㅎ
전에 읽었을 때도 생각했지만 이글 참 날카롭다.
능숙한 미드필더의 드리블을 보는 거 같아. 글의 속도감도.
나는 아~~~주 가끔 컨디션 좋을 때 그런 칸나누기가 가능한데
그런 날은 일년에 몇일 없당.

힘들어도 맘 굳게 먹고 소설을 써라 친구야.
넌 그래야 해..


나 이제 잘꺼얌 !!

곰곰생각하는발 2013-07-19 22:21   좋아요 0 | URL
날카로우면 뭐하냐. 팔리지가 않는데..ㅎㅎㅎㅎㅎㅎㅎㅎ
그땐 글들을 너무 콩 구워먹듯이 써서
다시 읽으니 형편없더라고... 그래서 다시 정리해서
올리는 작업을 하고 있다.
이 글 읽을 때면 아주 퍼지게 자고 있겠구나..

iforte 2013-07-19 23: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번지점프를 하다를 무척이나 좋아합니다. 그러나 다시는 보고싶지 않습니다. 그냥 이 영화와 겹치는 아픈 기억이.. ㅠㅡㅠ
그래도 이 영화는 모든 장면이 다 제 기억속에 차곡히 들어가 있고, 또 쇼스타코비치의 왈츠는 들을때마다 이 영화를 생각나게 합니다.
영화 제목 번지점프를 하다는 말 뜻이 환생을 하다는 말이라고 (그러니까, 집 번지수를 찾아가듯 제대로 사랑의 번지수를 찾아가기 위해 다시 태어나는 = 번지 점프를 하는 거라고) 특이한, 그러나 매력적인 해석을 한 그녀셕 생각도 나고요... 혹시라도 그녀석이 이 댓글을 읽더라도 (그럴일은 절대 일어나지 않겠지만) 단연코, 전 번지 점프를 해도 그녀석 찾아갈일은 다시는 없을꺼라고... 왜냐면, 세상이 공평하다면 다음 번지에서는 그녀석이 당할 차례인데, 그건 또 차마 못할짓이라고... 그래서 담엔 절대로 마주치는 일이 없기를 바란다고... 뭐..... 그렇게 말해주고 싶군요.
아아.... 또 집 주인장 뜻과 전혀 상관없이 삼천포로 빠져버렸네요. 아마도 이 영화 얘기만 들으면 누가 무슨 얘기를 하더라도 전 삼천포로 빠질테죠. 이를 앙다물고 말이죠. ㅎㅎ

iforte 2013-07-19 23:30   좋아요 0 | URL
아 참... 근데 그 녀석, 첫눈에 사랑에 빠진 첫사랑입니다. 수십명이 떼거지로 몰려지나가는데 연극처럼 빛 한줄기가 딱 핀조명을 때렸다는.... 심지어 일란성 쌍동이라는데, 그래서 남들은 그 둘을 구별도 못한다는데, 저는 그 다른 쌍동이 형제를 바로 옆에 두고도 누가 그 녀석 형제인지 몰랐다는.... ㅍㅎㅎ

곰곰생각하는발 2013-07-20 04:30   좋아요 0 | URL
첫눈에 반한 사이였군요. 후훗. 씐난다 !!!! 포르테 님 본인에게는 비극이나 대한민국 미혼 남성들에게는 로또와 같은 기회가 아니겠습니다. 포르테 님처럼 매력있는 분을 솔로'로 만든 그분에게 감사를 표합니다.
이로서 한국 남성은 다시 한번 기회'를 얻은 셈이군요. 허허허허...

번지점프는 저도 여러 번 보았어요. 이상하게 케이블에서 자주 하네요.
남자 분이 정학 제목 해석을 보니 문득 번지 없는 주막'이란 옛노래가 생각나네요. 하여튼 씐납니닷 !!

iforte 2013-07-20 05:34   좋아요 0 | URL
푸하하.... 번지 점프를 해서 번지 없는 주막으로 떨어졌군요. 기막힙니다.
매번 과찬을 해주시니 감사하나.... 씁.... 이제 꿈 깼습니다. 솔로로 쭈욱 가렵니다. 다 귀찮아서리... ㅋ
근데 곰발님 사진 또 바뀌었네요. 이번에는 수줍은 얼짱각도로... ㅎㅎ 넘 귀엽게 나온거 아닙니까? 곰발님은 남들 다 얼짱각도할때 그 반대각도로 찍을 줄 알았는데.... ㅋㅋㅋ

곰곰생각하는발 2013-07-20 06:47   좋아요 0 | URL
자주 바꾸기로 했어요. 해해해... 같은 음식 오래 먹으면 질리잖아요. 신선한 음식을 제공하력 노력 중입니다. 귀엽다 하시니 몸 둘 바를 모르겠습니다. 글구... 솔로로 주욱 사는 것도 나쁘지 않아요.
솔로'를 너무 지지리궁상이라고 말하는데 가끔 우울이 미친듯이 날뛰어서 그렇지
지나고 나면 오히려 편하기도 하고 자유롭기도 하고 그렇습니다.
참고로 저 사진은 맥주 먹고 술이 빨갛게 된 , 취기가 막 오른 사진입니다.

히히 2013-07-23 00: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미혼일 때 친구가 유부남을 좋아한 적이 있다고 고백하였습니다.
당시 예외가 넘볼 수 없던 성격이였지만
정말 좋아하는 벗의 촉촉한 안구 때문이였는지
나는, 아직 목숨까지 아깝지 않은 사랑을 꿈꾸고 있었는지
미쳤다는 말 보다는 정말 사랑했냐는 물음이 앞서더이다.
친구는
죄의식 때문에 너무 힘들었지만 제일 사랑한 사람이라고 하였습니다.
그 말을 하는 동안 목소리는 떨렸고 귓볼이 빨개진 동무의 감정을 읽으며
'사랑,사랑,사랑...' 곱씹기를 하였습니다.

곰...발님의 글을 읽고
사랑과 두려움은 동의어라며
다음번엔 친구의 입을 틀어막을 생각입니다.

곰곰생각하는발 2013-07-23 15:38   좋아요 0 | URL
제가 요즘 스피노자의 < 비참할 때 스피노자 > 를 읽고 있는데
참.... 재미있습니다. 놀라울 정도로 말이죠.
스피노자 이번 여름에 함 파보실 생각 없으십니까.

히히 2013-07-23 17: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이런류의 선심은 버선발로 반깁니다.

꾸먹 ^ ^
 

 

 

 

 

 

 

 

 

 

 

 

 

 < 직선을 버리고 곡선을 선택한 좌표 > 는 그만큼 속도의 유실'을 감내해야 한다.  영화 < 디워 > 를 통해 내가 내린 결론은 < 곡선은 직선보다 느리다 > 라는 점이다. 현대 도시는 직선 본능에 충실하다. 빌딩은 직선들의 총합이라 할 수 있다. 반면 이무기는 곡선 주행을 하는 짐승이다. 발이 없는 이무기는 지그재그 곡선으로만 주행을 할 수 있다. 논리적 비약을 허용한다면 영화 < 디워 > 는 곡선이 직선을 파괴하는 영화'다. 생각해 보면, 현대 도시 문명은 곡선을 파괴한 직선의 군림이었다. 도시생태학적 관점으로 보자면 서울은 직선으로 만들어진 볼품없는 도시'다. 오세훈은 디자인 서울'이라며 혼자 열광했지만 생태학과 미학적 관점에서 보자면 빵점에 가깝다. 오세훈이 한 것'이라고는 오리배도 아니면서 한강에 둥둥 떠다니는 가짜 섬을 만들거나 구불구불하던 종로 피맛골 골목'을 직선으로 펴는 것이 전부였다. 직선은 스피드'다. 대한민국은 속도에 목숨을 건다. 이처럼 대한민국 도시 미학은 직선 미학'이다. 직선이 아닌 것은 가차없이 제거된다. 

 

서울이라는 도시는 이제 곡선이 주는 느림의 미학'을 볼 수가 없다. 뱀의 주행 방향 같은 골목은 사라졌다. 사라진 곳에 우뚝 솟은 것은 아파트'다.   아파트란 본질적으로 가로 직선과 세로 직선이 만나서 공간을 만들고 동선을 만든다.  대한민국이 아파트 공화국이 된 이유이다. 점 A'에서 점 B'로 그어진 직선은 곡선, 탈선, 샛길이 배제된 최단거리'이므로 군더더기'가 없다. 빠르다. 하지만 조심해야 한다. 치명적인 것은 모두 직선으로 이루어져 있다. 기형도의 시어를 빌리자면 날렵한 것은 혐오스럽다. 자연계에서 곡선은 직선이 가지는 날뛰는 속도'를 지연시키는 브레이크 역할을 담당한다. 산길이 직선이 아닌 곡선으로 이루어진 까닭은 추락을 방지하기 위해서다. 속도를 버리는 대신 안전'을 얻는다.  자연적으로 생성된 길은 모두 곡선으로 이루어져 있다.  같은 이유로 강 상류와 하류가 지그재그 식 곡선으로 이루어진 까닭도 흐름'을 지연시키기 위해서이다. 물살'을 지연시킴으로써 상류의 유실과 하류의 퇴적을 막기 위함이다. 곡선은 곧 생명이다.

 

 

 

- 디워를 보면 칸딘스키가 보인다 中,  부분 발췌 및 요약

 

http://blog.aladin.co.kr/749915104/6349114

 

 


 

 

 

 

 

 

 

쉰들러 리스트를 보며 조형의 원리를 생각하다.

 

- 조형의 원리 : 통일, 변화, 균형

 

조형의 원리'는 통일, 변화, 균형'이다. 누구나 다 아는 사실이다. 미대 입시'를 준비한 사람이라면 귀에 못이 박히도록 들어왔을 터. 들을 때마다 따분한 이론'이지만 사지선다형'이 대세인 입시 시험에서 세 가지 원리'는 문제를 출제하기에 딱'이다. " 통일, 변화, 균형, 북침 중 조형의 요소'가 아닌 것은 ? " 그런데 이 < 조형의 원리 > 는 생각보다 일상 생활 곳곳에서 발견된다. 이 원리'를 잘 터득하면 당신은 멋쟁이가 될 수 있고, 그럴싸한 풍각쟁이'가 될 수도 있다. 생각보다 쓸모가 많은 원리'라는 말이다.

 

통일'은 머리부터 발끝까지 한 가지 색으로 깔맞춤한 패션'과 유사하다. 가장 대표적인 예가 싸이가 글로벌하게 히트시킨 < 강남스타일 > 뮤직비디오'에 등장한 유재석 패션'이다. 이 통일성'/ unity은 동종 반복/repetition'에 따른 결과이다. 모자도 노랗고, 넥타이도 노랗고, 안경테도 노랗고, 가방도 노랗고, 스카프도 노랗다. 그런데 이러한 패션은 지루하며 우스꽝스럽다. 패션 디자이너들이 이구동성으로 최악이라고 말하는 스타일'이다. 여기에 약간 변화를 주자. 위 패션 아이템 가운데 붉은 색 털모자와 도트 무늬 초록 색 넥타이로 바꿔보자. 소품 두 가지를 바꾸었을 뿐인데 스타일'은 홍대 스타일로 변화를 줄 수 있다. 이것이 바로 변화/variety'이다. 통일은 안정성을 주지만 반대로 지루하기 쉽다. 여기에 작은 변화를 주면 싱싱한 것이 된다.

 

유재석 패션에서 < 도트 무늬 초록 넥타이' > 는 노란 색 깔맞춤 패션 테러에 대한 신선한 화룡점정이요, 긍정적 삑사리'인 것이다. 이 삑사리'는 패션에 긴장과 변형 그리고 강조를 가져온다. 하체가 뚱뚱한 사람에 있어서 초록 넥타이는 시선을 상체로 이동시켜 주기 때문에 약점을 커버할 수 있는 기능을 하기도 한다. 양복 패션에서 넥타이'라는 소품이 중요한 이유는 양복'이 주는 단조로운 통일성에 변화를 주기 때문이다. 넥타이는 긍정적 삑사리다. 그렇다고 해서 머리부터 발끝까지 각기 다른 색의 소품을 착용하게 되면 꽃거지'가 되기 쉽다. 무지개 인간, 각설이가 된다는 말이다.

 

이처럼 초록 넥타이를 돋보이게 만드는 것은 바로 안정적인 통일성을 바탕으로 했기에 가능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이 둘을 잘 섞는 것이 바로 < 균형 > 이다. 패션은 결국 균형'이다. 통일과 변화를 적절하게 조율하는 능력이 옷 잘 입는 사람'을 만든다. 그러므로 자신이 못났다고 실망할 필요 없다. 튀어나온 광대뼈 때문에 컴플렉스를 느끼는 사람은 긴 생머리로 튀어나온 광대뼈를 가리면 오히려 그 수를 상대방에게 읽힌다. 오히려 과감하게 머리를 올려서 당신의 아름다운 목선과 쇄골 라인'을 뽐낼 필요가 있다. 이러한 < 조형의 원리 > 를 일상 생활에 적용하는 것은 패션 분야'에 국한된 것은 아니다. 이 3요소를 이해하면 영화를 보는 데에도 유익한 정보'를 제공한다.

 

영화 < 쉰들러 리스트 > 는 조형의 원리 가운데 삑사리(변화) 효과'를 극대화한 작품이다. 아카데미 영화제 작품상 욕심에 눈이 먼 스필버그'는 이 영화를 흑백으로 촬영을 함으로써 아카데믹하며 클래식한 아카데미 회원의 흥미를 유발시킨다. ( 아카데미 회원 대부분은 60대 백인 남성으로 구성되었기에 이들에게서 젊은 감각을 기대하기란 불가능하다. 아카데미 영화제 수상작은 영화인이 선택한 영화라기보다는 60대 백인 노인들의 뽕짝 취향이 반영된 영화제'라고 정의하는 것이 옳다. ) 흑백 화면은 결국 통일성'을 강조한 촬영이라고 볼 수 있다. 하지만 흑백 화면은 자칫 지루함을 선사한다. 영악한 스필버그'가 그 사실을 놓칠 리가 없다. 관객이 하품을 할 때, 그는 비장의 무기'를 꺼낸다. 바로  도트 무늬 초록 넥타이'를 준비한다. 자료 화면 나간다. 

 

 

 

  

붉은 옷을 입은 소녀'다. < 소녀 > 라고 쓰고, < 삑사리'> 라고 읽어도 좋다. 혹은 소녀는 초록 넥타이다.  이 소녀는 변화와 강조, 긴장과 집중 그리고 변형'을 가져온다. 어두운 극장에서 괄약근을 느슨하게 풀어 엉덩이를 깊숙이 내리깔던  당신은 다시 괄약근에 힘을 주고는 자세를 고친다. 그리고는 붉은 옷을 입은 소녀'를 주시한다. 이 영화'를 본 사람이라면 이 붉은 옷을 입은 소녀'를 기억하지 못할 리가 없지 않은가 ? 여우 같은 스필버그가 노렸던 효과'이다. 모노톤 세계에 느닷없이 등장한 붉은 컬러는 영화 마지막에 가서야 의미가 분명해진다.  흑백에서 컬러 화면으로 바뀐 에필로그는 스필버그가 왜 소녀를 컬러풀하게 다루었는가를 알 수 있게 해준다.  흑백은 암흑이며 죽음의 시대였고 컬러는 곧 희망이며 생명이었다 !  

  

통일성을 깬다는 의미에서의 < 삑사리 > 는 결국 < 불온성 > 과도 연결된다. 불온/不穩'에서 < 온 > 은 " 편안한, 안정적인 " 이라는  뜻이다. 그러니깐 불온이란 편안한 균형이 깨진 상태'를 말한다. 언캐니 개념도 불온성'으로 이해할 수 있다. 사극에서 흔히 쓰는 " 불초소생 " 에서 < 불초/不肖' > 는 닮지 않았다는 뜻이다. 누구를 닮지 않았다는 뜻을까 ? 오리지날'이다. 자식(사본)은 결코 아버지(원본)를 닮을 수 없다는 성찰이다. 인조인간 로보트와 인간의 관계도 마찬가지다. 로보트는 사본이고, 인간은 원본이다. 로보트는 인간의 형상을 흉내 내는 수준이어야 하는데, 이 불초 대상이 한계를 무시하고 인간과 똑같이 되려고 하면  평온은 갑자기 균열이 발생한다. 이게 바로 언캐니다.  인간과 신의 관계도 이와 같다. 인간이 신이 되고자 할 때 재앙이 따른다.  우리가 < 쉰들러 리스트 > 에서 붉은 옷을 입은 소녀가 등장할 때 긴장하는 이유는 흑백 화면이라는 균형이 깨졌기 때문에 그렇다. 이 소녀는 뭔가 메세지를 던져준다.  

 

내가 보기엔 스필버그의 < 쉰들러 리스트 > 가 아카데미 유대인 꼰대들을 확 사로잡은 원인은 바로 소녀 때문이다. 소녀는 불온하며, 컬러풀하다 ! 불온이란 대립적 오브제'가 충돌할 때 발생한다. 키리코, 마그리트, 베이컨의 그림은 서로 다른 feel를 가진 대상을 서로 병치시켜서 불온'을 강조한다. 그것은 장소와 등장인물의 엇박자 때문에 발생한다. 장소에 어울리지 않는 사람이 등장하면 뭔가 불온해지기 시작한다.  당신이 해외로 출장 간 남편을 도봉산 산 정상에서 우연히 만날 때 깜짝 놀라는 이유는 장소와 인물 간에 서로 엇박자가 나기 때문에 그렇다. 왜냐하면 남편은 지금 싱가포르에서 업무에 시달리고 있어야 하기 때문에 그렇다. 또 다른 예를 들어보자. 뒤샹이 샘이라고 이름 지은  변기'는 왜 예술 작품이 되었을까 ? 간단하다. 변기란 화장실에 있어야지, 고급 미술관에 있으면 안 되기 때문이다. 미술관 전시실에 변기라니, 이 얼마나 잘못된 만남인가 !  바로 이 엇박자가 선사한 불온'은 예술적 아우라를 선사하기도 한다.

 

그러므로 스스로를 화장실 변기 같은 신세'라고 너무 자학하지 말자. 당신의 변기는 뒤샹의 변기와 다를 것이 하나 없다. 불온해지는 순간,  당신은 보석처럼 빛날 수 있다.  

 

 

 

■  http://myperu.blog.me/20129372073  나열 137번 좌석표를 가진 사람은 반드시 나열 137번 좌석에 앉아야 한다.  

■  http://myperu.blog.me/20159472625   르네마그리트와 시인 : 엇박자가 주는 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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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13-07-19 18: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삑사리의 미학!!!
아 이거 안그래도 기억에 계속 남아있었는데..ㅎㅎ
다시 봐도 명문. 울엄마한테도 보여줬음.


근데 이봐, 한번에 막 풀지마라~
하루 하나씩도 배부른데 말야 ㅎㅎ

암튼!! 나 잘꺼야 !

곰곰생각하는발 2013-07-19 22:23   좋아요 0 | URL
쪽팔리게 왜 그러냐. 난 칭찬에 약해.
하지만 뭐 그리 틀린 말은 아니어서.....ㅎㅎ
꿈나라에서 프레디 쿠르거 만나서 악몽 좀 꿔라..ㅎㅎㅎㅎ

새벽 2013-07-19 20: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어.. 저 쉰들러 리스트 두 번이나 봤는데.. 저 소녀 장면이 기억에 없어요.
헛봤나봅니다. 하하 ;;

곰곰생각하는발 2013-07-19 22:22   좋아요 0 | URL
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
아, 저 소녀 기억에 없다는 분 새벽 님이 2번 째 이십니다.
전 책 다 읽고 나서 끝에 내 싸인 있는 거 보고 아 읽었구나 하는 경우과 굉장히 많습니다.
ㅎㅎㅎㅎ

히히 2013-07-22 18: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저는 속 빈 인간은 아닙니다.
구비구비 내려가는 음시물이 자식을 굽어보게 하고 이웃을 굽어보게 하고
종당엔 나를 굽어보게 하는 에너집니다.
넣자마자 곧게 떨어지면 허기져서 타인을 어이 살피리까.
곡선은 헤아림.
엉덩이는 배를 헤아리고
바퀴는 길을
배흘림기둥은 무량수전을
묏등은 손주의 놀이를...

잔잔한 수면에 작은 돌맹이를 던질 때 파문이 직선이던가요?
우리의 심장도 곡선이여야합니다.

곰곰생각하는발 2013-07-22 23:25   좋아요 0 | URL
캬 ~~~~~~~~~~~~~~~~~~~~~~~~~~~~~~~~~
잔잔한 수면에 작은 돌맹이를 던질 때 파문이 직선이던가요 ? 캬 !!!!!!!!!!!!!!!!!!!!!!
아, 좋은데요. 요거 제가 좀 써먹어도 됩니까 ?
허가해 주십시요 1!!
 
모든 경계에는 꽃이 핀다 창비시선 156
함민복 지음 / 창비 / 1996년 10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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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대한민국 < 국민 > 입니다. 종종 누군가는 < 시민, 여러분 !> 이라고 부르기도 하죠. 하지만 대다수의 사람들은 < 짐꾼 > 혹은 < 지게꾼 > 이라고 부릅니다. 제 직업은 7성급 호텔에서 필요로 하는 물품을 지게에 이고 나르는 일을 합니다. 호텔은 절해고도에 위치해 있기 때문에 자동차나 케이블카 혹은 헬리콥터를 이용해서 물품을 수송할 수는 없습니다. 그래서 이 궂은 일을 우리 같은 늙고 배우지 못한 가난한 짐꾼들이 합니다. 동종업계 사람들은 우리를 < 소금장수 > 라고 부르기도 합니다. 한여름 산 정상을 향해 짐을 지고 나르고 나면 소금기가 베인 땀이 마르면서 소금 백태가 옷에 흔적을 남기기 때문이죠.

 

호텔에 근무하는 호텔리어들은 우리를 < 밀가루부대 > 라는 말로 경멸 섞인 말을 내뱉기도 합니다. 가까이 오려고도 하지 않습니다. 멀리서 손가락이나 턱으로 내려놓아야 할 곳을 지정해 줄 뿐입니다. 그래도 어쩐답니까. 힘은 들어도 이삿짐 센터에서 하루 일한 품값보다 두 배는 더 받을 수 있으니 죽기살기로 오를 뿐입니다. 마누라 약값이라도 벌기 위해서는 이를 악물어야 합지요. 오늘 제가 절해고도에 위치한 7성급 호텔에 납품해야 할 물품은 생수3000입니다. 한 번 오를 때 평균 물품의 무게는 70KG입니다. 갯수로 따지면 생수 200개 정도죠. 오를 때마다 다리가 후들후들 떨린답니다. 그래도 남들은 돈 내고 등산을 하는데 저는 돈 받고 등산을 하는 꼴이죠. 허허허.

 

 

- 어느 지게꾼의 편지 中

 


 

 

 

눈물은 왼손잡이다.

 

 

접힌 부분 펼치기 ▼

 

 

눈물은 왜 짠가

 

함민복

 

지난 여름이었습니다 가세가 기울어 갈 곳이 없어진 어머니를 고향 이모님 댁에 모셔다 드릴 때의 일입니다 어머니는 차시간도 있고 하니까 요기를 하고 가자시며 고깃국을 먹으로 가자고 하셨습니다 어머니는 한평생 중이염을 앓아 고기만 드시면 귀에서 고름이 나오곤 했습니다 그런 어머니가 나를 위해 고깃국을 먹으러 가자고 하시는 마음을 읽자 어머니 이마의 주름살이 더 깊게 보였습니다 설렁탕집에 들어가 물수건으로 이마에 흐르는 땀을 닦았습니다 " 더울 때일수록 고기를 먹어야 더위를 안 먹는다 고기를 먹어야 하는데...... 고깃국물이라도 되게 먹어둬라 "  설렁탕에 다대기를 풀어 한 댓 숟가락 국물을 떠먹었을 때였습니다 어머니가 주인 아저씨를 불렀습니다 주인 아저씨는 뭐 잘못한 게 있나 싶었던지 고개를 앞으로 빼고 의아해하며 다가왔습니다 어머니는 설렁탕에 소금을 너무 많이 풀어 짜서 그런다며 국물을 더 달라고 했습니다 주인 아저씨는 흔쾌히 국물을 더 갖다 주었습니다 어머니는 주인 아저씨가 안 보고 있다 싶어지자 내 투가리에 국물을 부어주셨습니다 나는 당황하여 주인 아저씨를 흘금거리며 국물을 더 받았습니다 주인아저씨는 넌지시 우리 모자의 행동을 보고 애써 시선을 외면해주는 게 역력했습니다 나는 그만 국물을 따르시라고 내 투가리로 어머니 투가리를 툭, 부딪쳤습니다 순간 투가리가 부딪치며 내는 소리가 왜 그렇게 서럽게 들리던지 나는 울컥 치받치는 감정을 억제하려고 설렁탕에 만 밥과 깍두기를 마구 씹어댔습니다 그러자 주인 아저씨는 우리 모자가 미안한 마음 안 느끼게 조심, 다가와 성냥갑 만한 깍두기 한 접시를 놓고 돌아서는 거였습니다 일순, 나는 참고 있던 눈물을 찔끔 흘리고 말았습니다 나는 얼른 이마에 흐른 땀을 훔쳐내려 눈물을 땀인 양 만들어놓고 나서, 아주 천천히 물수건으로 눈동자에서 난 땀을 씻어냈습니다 그러면서 속으로 중얼거렸습니다 눈물은 왜 짠가

 

 

- 시집 < 모든 경계에는 꽃이 핀다 >

 

 

펼친 부분 접기 ▲

 

눈물은 감기처럼 전염성‘이 강한 바이러스’다. 우는 사람‘을 보면 자신도 모르게 따라 울게 되는데, 우리는 이것을 공감’이라고 말한다. 눈물 바이러스 포자‘는 당신의 뇌하수체를 타고 간뇌와 소뇌’를 감염시킨다. 발현 속도라는 측면에서만 보면 가장 무서운 전염 속도'다. 하지만 인간은 이 무서운 눈물 바이러스‘를 차단하기 위한 신약을 개발하거나 방역 시스템을 구축하지는 않는다. 눈물’은 많은 면에서 단점보다는 장점이 많은 병원균‘이다. 전염성이 강한 눈물이 없었다면 <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 > 에 공감 할 수 없었을 것이며, < 폭풍의 언덕 > 에 나오는 광기 어린 히스클리프'를 이해하지 못했을 것이다. 그리고 감동이란 녀석은 태어나서 단 한번도 본 적이 없는, 그런 낯선 존재가 되었을 것이다. 눈물,  은 필요하다.


속초에서 나는 여러 죽음‘과 마주쳤다. 모두 가난하고 비루한 죽음이었다. 대한민국에서 가난하게 산다는 것은 결말이 훤히 보이는 상투적인 드라마와 같아서 그들의 마지막 회’는 해피엔딩이 아닌 해피 엔드'로 끝났다. 가장 슬픈 죽음‘은 공교롭게도 단 한번도 만난 적’이 없는 사람의 부고‘였다. ( 나중에 기억을 더듬었더니 딱 한번 마주친 적이 있었다. ) 안양 경찰서’에서 전화가 걸려왔다. 소속을 밝힌 형사‘는 현 거주지를 상기시키며 이 주소‘가 당신이 살고 있는 주소가 맞냐며 물었다. 당시, 나는 전셋집’을 비워둔 채 속초‘에서 살았기 때문에 서류상으로는 그 주소가 현 주소지’였다. 불길한 예감이 들었다.


- 박**를 아십니까 ?  

- 모릅니다.

- 정말 모르십니까 ?

- 네, 그런데 왜 그러시죠 ?

- 박** 씨‘가 죽었습니다.

- 박** 씨'라 ?!  ......

 

처음 듣는 이름이었다. 곰곰 생각에 빠졌다. 하지만 아무리 생각을 해도 떠오르는 사람이 없었다.

 

- 모르는 사람입니다.

- 박** 씨가 행불처리되기 전‘에 마지막 거주지’가 지금의 당신 주소‘로 되어 있습니다.

  주소 이전을 안 했더군요. 그러니깐, 박** 씨와 곰곰생각하는발 씨’는 혈연 및 동거 관계‘가 아니라는 말씀이군요?

- 네, 그렇습니다.

- 그렇다면 서류상 착오로군요. 잘 알겠습니다.

- 아... 아... 잠시만요 !

- 왜 그러시죠 ?

- 사망 원인‘은 뭔가요 ?

- 아사입니다. 노숙 생활을 했더군요. 아사와 동사가 겹쳤습니다.

  장례 절차를 밟기 위해서는 가족과 연락이 되어야 하는데 연락이 안 되고 있습니다.


전화를 끊고 나서 잠시 구멍가게 계단에 앉았다. 바람은 칼처럼 벼린 바람이어서 내 뺨을 때릴 때마다 강한 통증을 동반했다. 비로소 그 사람 이름이 낯익은 이름이었다는 사실을 뒤늦게 깨달았다. 가끔씩 내가 살던 주소로 날아오던 재판 관련 서류와 재산 압류‘를 통보하는 서류봉투에서 그 이름을 얼핏 본 기억이 났다. 나는 그 우편물들을 차곡차곡 쌓아두고는 했다. 내가 안양 반지하 셋집'으로 집을 보러 갔을 때에 집은 이미 비워져 있었다. 계약이 이루어진 날에 집주인은 내게 열쇠를 주면서 원래는 월세방이었으나 전 세입자가 말썽을 부려서 전세로 돌린다며 투덜거렸던 기억이 났다.

 

이리저리 조각을 짜맞추니 전 세입자는 이사를 간 것이 아니라 월세가 밀려서 강제로 집을 비운 것이었다. 그 집을 내가 들어가 살게 된 것이었다. 지난 일들을 다시 꼼꼼하게 되짚어보니 나는 그와 마주친 적이 딱 한 번 있었다. 어느 날 그는 주인 몰래 찾아와서 쌓아둔 우편물을 찾아갔다. 철문 앞에 선 그는 형색이 초라한 몰골이었다. 오른손에는 붕대가 감겨져 있길래 조심스럽게 물었더니 병원에 있다가 퇴원하는 길이라고 했다. 나는 직감적으로 그가 자살을 시도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는 낡은 현관 철문 앞에서 거듭 미안하다는 말을 한 후 밤 고양이'처럼 뒤꿈치'를 들고 사라졌다. 그 어깨가 기억났다. 갑자기 눈물이 났다. 늦겨울,  언 수도'가 이른 봄볕에 녹아 느닷없이 녹물을 쏟아내듯이 눈물이 났다. 서류상이었지만, 그래도 그와 나는 동거인'이 아니었던가. 

 

 

그가 살던 방에 박힌 못을 빼고, 그 구멍을 지우기 위해 벽에 그림을 그리다.  
펼친 부분 접기 ▲

 

 

나의 얼굴 없는 동거인, 같은 방에서 잠을 자고, 부엌이 딸린 싱크대가 놓인 거실에서 따스한 밥을 지었을 한 때. 문득 그가 못질을 했던 안방'이 생각났다. 키를 맞춰 못을 나란히 네다섯 개 박은 모양새로 보아 옷걸이 대용으로 사용했던 모양이었다. 나는 그 선명한 가난이 보기 싫어서 이사 하자마자 그 못들을 뽑은 적이 있다. 옷걸이 하나 없는 가난한 삶. 오후 2시가 되어서야 볕이 들던 방에서 그는 무엇을 했을까 ? 빠르게 편집된 영상처럼 그 모든 것이 주마등처럼 지나쳐갔다. 스치듯이 지나간 것이 전부인 인연이었지만 묘하게도 아주 낯익은 존재처럼 느껴졌다. 그날, 속초 동명항 방파제 포장마차에서 술을 마시며 굶어서 죽은 남자'를 생각했다.

 

첫 잔은 예의‘를 갖춰 원을 그린 후 바닥에 뿌리며 고인의 명복을 빌었다. 극락정토, 꽃피는 봄이 오는, 일 년 내내 꽃피는 그곳으로 가시라. 문득 그 사내는 왼손잡이'라는 생각이 떠올랐다. 빌어먹을 재주도 없고, 사기 쳐서 등골을 빼먹는 말재간'도 없으며, 넉살'조차 없는 사회 부적응자'였던 그는 왼손잡이'였다. 오른손잡이'는 칼을 쥘  때 오른손에 쥐고, 왼손잡이는 칼을 쥘 때 왼손에 쥐는 법. 그러니깐 그가 오른쪽 손목에 붕대를 감고 있었다는 사실'은 그가 칼을 왼손에 쥐고 있었다는 뜻이 된다. 그날 이후로, 왼손잡이'를 볼 때마다 굶어서 얼어 죽은 사내'를 떠올렸고 그럴 때마다 그 사내 생각에 눈물이 났다. 나는 왼손잡이'를 만나기만 하면 눈물이 찔끔 났다.

 

그때부터 내 몸속에 있는 눈물은 왼손잡이'가 되었다. 생각해 보니, 나 또한 왼손잡이'가 아니었던가 ! 어쩌면 왼손잡이에게 느끼는 연민은 나를 향한 자기연민'이었을 것이다. 함민복 시인은 터지는 눈물을 삼키며 눈물은 왜 짠가, 라고 묻는다. 내게는 그리 난처한 질문은 아니다. 가난한 몸은 몸 전체가 염전이다. 소금장수의 등골에서는 소금이 베이고, 가난한 시인이 흘리는 눈물은 짠물이다. 칠장이'였던 내 아비의 몸도 짜디짠 염전이었다. 나는 한때 한여름이면 등에 퇴적층'처럼 쌓이던 아비의 소태'를 부끄러워한 적이 있었다. 빛과 소금이라 했던가 ?

 

내 아버지가 책 읽는 선비였다면 이렇게 말했을 것이다 :  " 아들아, 좋은 소금을 만드는 것은 어둠이 아니라 빛이란다. 한줌의 소금을 얻기 위해서는 태산 같은 땀을 흘려야 한다. 눈물을 참으면 땀이 되고, 땀은 소금이 된단다. 설탕은 없어도 살아갈 수 있으나 소금은 인간에게는 생명과 같은 것. 부자의 몸에서 나는 달큰한 냄새를 부러워 마라. 가난한 소금을 부끄러워하면 안 된다. " 하지만 배움이 부족했던 아비'는 근사하게 말하는 방법을 몰랐다. 이제는 안다. 등골에 퇴적층처럼 쌓인 소태'를 부끄러워하면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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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forte 2013-07-18 07: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여행인지 뭔지, 떠나자마자 다시 돌아왔네요. 같이 간 친구의 베프가 수술을 했는데 못 깨어나고 정신도 없는 와중에 친구만 찾는다고 가족한테 연락이와서 바로 돌아와야 했답니다. 에효... 팔자에 방학에 두번 여행가는게 좀 미안스럽다 했더니... 오자마자 첨 읽는 곰발님의 글은 왜이리 슬프답니까. 슬픔을 달고 사시는 사람 같습니다 그려. 세상에 슬픈 사람들이 너무 많은것 같네요.

곰곰생각하는발 2013-07-18 13:15   좋아요 0 | URL
아, 그렇군요. 친구의 친구 분 어서 일어나셨으면 합니다.
뭐, 슬픔이라고 거창하게 말하기엔 뭐 하지만...
기본적으로 우울을 깔고 있는 사람인 것은 맞는 말씀입니다.
하여튼.. 됐고 ! 어서 빨리 자리 털고 일어나 신나게 말 털었으면 하네요.

마립간 2013-07-18 07: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빌어먹을 재주도 없고, 사기 쳐서 등골을 빼먹는 말재간도 없으며, 넉살조차 없지만, 오른손잡이이고 사회 부적응자에도 속하지 못하는 경계인입니다.

곰곰생각하는발 2013-07-18 13:14   좋아요 0 | URL
가장 좋은 경계인의 예입니다. 빌어먹을 재주 없고, 남 등골 빼먹는 말재간 없고, 굳이 넉살 없어도 사회에 잘 적응하며 사는 사람이 바른 삶이죠. 전, 넉살 좋은 사람 보면 일단 거부감부터 좀 듭니다..ㅎㅎ

마립간 2013-07-18 16:12   좋아요 0 | URL
모르는 사람이 보기에는 전혀 사회부적응이 아니고, 잘 아는 사람이 보기에는 사회부적응이고, 나는 사회부적응이라고 생각하면서 힘들어 하고, 알라딘에도 적응 못하고. 어찌보면 좋은 경계인이라는 것이 형용 모순같기도 하고, 곰곰생각하는발님이 말한 '그 중 나은 것 같기도 하고.' 뭐 그렇습니다.^^

곰곰생각하는발 2013-07-18 15:16   좋아요 0 | URL
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
아니 마립간 님이 왜 알라딘에서 적응을 못하십니까.
마립간 님 글 열심히 애독하는 분 많습니다.

만화애니비평 2013-07-18 08: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리우면서 미우면서도 가슴 아프게 하는 좌파신자유주의~

곰곰생각하는발 2013-07-18 13:17   좋아요 0 | URL
전 좌파신자유주의'를 좀 혐오하는 편입니다.
글구 보니 동명항 포장마차에서 꽤나 울었네요.
노무현 서거 때는 정말 꺼이 꺼이 울었습니다.

마노아 2013-07-18 12: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렇게 먹을 것이 넘쳐나는 세상에서 아사라니, 몹쓸 세상입니다.

곰곰생각하는발 2013-07-18 13:17   좋아요 0 | URL
육체적 허기보다는 정신적 허기'가 늘 고통스럽죠...

히히 2013-07-18 13: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머리가 똑똑한게 불효가 되는 경우도 있습니다.
선생님의 간절한 희망을 뒤로 하고 동생의 앞날을 가슴에 품고서
대구 방직공장으로 딸이 갔던 길을
엄마는
돌아오는 그 길에서 한도 없는 눈물을 뿌렸겠지요.
오목오목 디뎌논 발자국을 따라
부디 몸 성하고 좋은 운 타서 복 받고 살라고
질근질근 지르밟고 돌아왔을 엄마는
눈물로 언니의 앞길을 빌고빌었을 겁니다.
그 눈물은 정한수 보다 더 효험이 있었습니다.

지금은 그 날 부모 가슴을 찢었던 똑똑불효녀에게
녹을 먹는 자가 쉰 명은 넘지 싶네요.
기도발 끝내주죠?

언니는 오빠를 위하여 원한을 퍼부었는지(ㅋㅋㅋㅋㅋ)
6남매 중에서 제일 별롭니다.

곰곰생각하는발 2013-07-18 15:18   좋아요 0 | URL
댓글의 헤밍웨이 !
히히 님은 댓글의 헤밍웨이 같은 존재이십니다.
어찌나 문장 하나하나가 좋은지 말입니다.
멍청해서 불효를 저지르는 것보다는
똑똑해서 불효를 저지르는 것이 훨씬 좋습니다.

인간은 다 각자 알아서 살아가는 존재란 생각을 합니다.

비로그인 2013-07-18 17: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곰발 ! 난 어릴 적부터 울엄마아빠 일하는 뒷모습 보면서 땀났다 말랐다..
그러다.. 시간이 지나면 부모님 어깨 위에 하얗게 내려앉은 소금들을
일상적으로 보며 자라서..결국 땀이 마르면 소금이 된다고.. 일찌기 알았었어.
그런데 그런 엄마아빠의 뒷모습을 내가 너무 생생하게 기억하는 건 아닌지..
한때는 적당히 잊으려한 적도 있었어. 그런데 자기 부모의 그러한 뒷모습을
뚜렷하게 목격한 자식의 삶은 어느 정도 정해져있단 생각을 해.
그리고 그게 점차 어떤 형태의 신념이 되어가는 거 같아.
좋은 글을, 고마워 ! (몇번 읽어도 감동해~! )

나 이제 잘꺼얌 !!

곰곰생각하는발 2013-07-18 17:36   좋아요 0 | URL
항상 5시면 자는구나. 낮과 밤이 완전히 뒤바뀌었군..
작업은 잘 되냐 ?
부모의 소금 소태를 발견하게 되면
무척 심란하지...
신기해. 인간의 몸에서 소금이 나오다니 말이야...

소년에로학난성 2013-08-26 00: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평소와 다름없이 여기 계시는 걸 보고 안심!

곰곰생각하는발 2013-08-26 00:26   좋아요 0 | URL
누구신가욤 ? ㅎㅎㅎ

응화 2013-08-30 17: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가끔 곰발님의 글도 재밌게 읽곤 하는 알라딘서재 애독자(?)입니다.

글의 제목을 보자마자 '연필은 눈물'이라고 말한 소설 '은교'의 이적요가 떠올랐습니다.
- 의도하신 것인지는 모르겠지만요. ㅎㅎ

지금 흘린 땀이 자산이 된다는 평범한 진리 사이에 소금을 넣으니 이보다 좋을 수 없군요.
다음에도 기회가 된다면 댓글로 인사드리겠습니다. 꾸벅...;

곰곰생각하는발 2013-08-30 17:32   좋아요 0 | URL
아, 전 은교를 읽지 않았어요.
읽어야 할 터인데 한국 소설 잘 안 읽게 됩니다.
댓글 자주 달아주세요. 꼬박꼬박 덧글 달겠습니다.
 
비성년열전
신해욱 지음 / 현대문학 / 2012년 3월
평점 :
품절


 

 

 

 

옛날부터 조커/광대'는 왕의 노리개로 내시'와 같은 취급을 받았다. ( 여자 같은 남자를 조롱할 때 흔히 쓰는 말이 내시 같다는 말이다. ) 이성복 시인이 아, 입이 없는 것들이라고 한탄했다면,  나는 " 아, 부, 부부부부부부불알'이 없는 것들 ! " 이라고 외치겠다. 영화 속 조커는 좆이 없는 존재다. 이러한 사실은 상처 입은 입을 보면 답이 나온다. 입을 90도 각도로 틀면 입이 여성 성기'를 닮았다는 사실을 발견하게 된다. 영화 속 조커의 입술이 유난히 강조된 이유는 바로 조커가 여성(성을 간직한 남성)이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입술이 폭력적인 아버지에 의해 찢어졌다는 것은 조커가 아버지에 의해 강간당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 찢어진 입은 강간, 낙태, 임신중절 수술을 연상케한다. 조커는 남성 폭력에 의해 강제로 적출된 낙태아'이다. 지금 그녀는 복수를 하기 위해 배트맨과 싸움을 신청한 것이다. 말 그대로 방망이를 든 사내와 세기의 성대결을 벌이는 것이다. bat는 말 그대로 야구 배트'를 의미하지 않은가 ? 몽둥이란 폭력적 가부장의 대표적 오브제가 아니었던가 ? 라캉은 여성을 다음과 같이 정의했다. " 여자란 존재하지 않는다 ! " 그의 말이 사실이라면 여자는 0'이다. 그러므로 조커는 여자다. 왜냐하면 카드에서 조커는 숫자 0이기 때문이다. 나는 진심으로 조커'가 승리하기를 바랐다. 폭력적인 아버지를 응징하기 위해 나타난 조커 ! 얼마나 멋진가. 남근을 닮은 그 몽둥이'를 부러뜨리기 위해 그녀는 돌아온 것이다. 배트맨은 bat가 아니가 bad다. 그는 나쁜 놈이다.  

 

 

- 배트맨보다 조커에게 경배를, 0에 대한 모든 것 中

http://myperu.blog.me/20163566815

 

 


 

 

 

 

 

 

 

라는 문자를 좋아한다 !

 

非'라는 " 문자의 소리 " 를 좋아한다. 목소리 좋은 남자가 눈꺼풀을 느리게 내렸다가 천천히 올리며 낮은 탁성으로 읊조리는 저음 말이다. 소리뿐만이 아니다. 이 문자가 가진 꼴'도 좋아한다. 자세히 들여다보면 다리 많은 벌레가 연상된다. 그러니깐 非는 반골적 기질과 하찮은 것을 대표한다고 할 수 있다. 우연일까 ? 非와 같은 문자가 가지고 있는 반골 성향'은 알파벳 b와도 겹친다. 둘 다 < 삐끕 > 이 주는 반골 기질'이 느껴진다. 곰곰생각하는발 식으로 표현하자면 " 뼛속까지 캄캄한 오골계의 생래적 성질머리 " 이다.

 

주류가 가지고 있는 긍정성'을 체질적으로 혐오하는 나의 태도는 非급에 대한, 혹은 b급'을 향한 열광적 지지'로 이어지고는 했다. 영웅'보다는 괴물'을 좋아했다. 배트맨'보다는 조커'에게 끌렸고, 백마보다는 당나귀가 더 근사했다. 괴물이 등장하는 수많은 재난 영화에서 내가 응원했던 것은 인간이 아니라 괴물이었다. 재난 영화 속에 자주 등장하는 괴물'은 도시를 파괴하기 위해 등장하는 것이 아니었다. 그들은 인간이 잃어버린 휴머니즘을 복원하기 위해 등장하는 < 위악적 선인' > 일 뿐이다. 괴물은 인간을 위해서 죽는다.

 

우리는 도시를 아수라장으로 만드는 괴물과 인간의 사투를 통해서 그동안 잃어버렸던 인간성을 성찰하게 된다. 폐허가 된 도시'는 기념비와 함께 다시 우뚝 솟을 것이다. 그리고 그때 함께 손잡고 뛰었던 가족은 다시 뭉칠 것이다. 해피엔딩이다. 괴물 영화가 최종적으로 말하고자 하는 것은 바로 가족의 재발견이다.  괴물은 인간적인 것'을 보여주기 위하여 일그러진 모습으로 나타나는 것이다. 비록 괴물은 끔찍한 얼굴을 하고 있지만 가면을 쓰지는 않는다. 그들은 날것 그대로를 보여줄 뿐이다. 괴물보다 더 무서운 존재는 인간의 탈을 쓴 짐승이 아닐까 ? 가면을 가지지 못하는 존재는 순수한 존재이다.

 

그래서 이래저래 < 非' > 라는 글자가 좋다. < 非 > 는 모두가 YES라고 말할 때  NO라고 말할 줄 아는 용기'이며, 긍정성'보다 부정성'에 가치를 두는 문자이다. < 바틀비/허먼 멜빌 > 에서 바틀비가 " 하지 않는 편을 택하겠습니다. " 라는 선언이 바로 非다.  이 문자는 콜린 윌슨이 쓴 < 아웃사이더 > 와도 완벽하게 겹친다. 우리가 흔히 비주류'라고 말할 때의 < 非 ~ > 는 중심에서 벗어난 아웃사이더'를 완벽하게 재현한다. 만약에 < 非 > 대신에 < 反 > 이라고 썼다면 과연 < 비주류 > 적인 반골 기질'을 전달할 수 있었을까 ? < 非 > 와 <  b > 만큼 대상을 명확하게 지시하는 문자'도 없다. " 非는 존재 증명'이다 ! "

 

내가 시인 신해욱이 쓴 에세이 < 비성년 열전 > 을 읽은 까닭은 오로지 " 非성년 " 이라는 조어'가 주는 독특한 느낌 때문이었다. 그녀가 쓴 (시를 읽어본 적은 있으나) 시집'을 읽은 적도 없을 뿐더러 이 책의 목차를 훑어보지도 않고서 이 책을 산 이유는 전적으로 < 非 > 라는 문자가 주는 강렬함 때문이었다. 신해욱'은 미성년 대신 비성년을 선택한다. 未성년'이  AGE'에 근거한 분류'라면, 非성년'은 EDGE'에 속한 분류다. 그러니깐 미성년'은 성인 이전의 시간'을 의미한다면, 비성년은 중심에서 벗어난 공간인 변방을 의미한다고 볼 수 있다. 이처럼 未 는 시간 영역'이고, 非는 공간 영역'이다. 非는 反과 다르고 不과도 다르다.

 

공교롭게도, 정말 공교롭게도, 그녀가 관심을 가지고 관찰한 비성년자'들은 내가 대부분 관심을 가지고 지켜본 캐릭터들이었다. 바틀비에 대한 이야기로 시작한 프롤로그는 다시 바틀비에 대한 생각으로 끝을 맺는다. 그녀가 이 에세이'에서 다룬 모든 비성년자들은 또 다른 바틀비'였다. 그녀는 시작부터 미노루 후루야의 치명적 만화인 < 두더지 > 에서 주인공 스미다'를 바틀비의 적자로 호명한다. ( 내가 후류야의 < 두더지 > 을 읽었을 때 느꼈던 감동은 도스토예프스키의 소설을 읽었을 때 느꼈던 감동과 동일한 것이었다. 후루야는 도스토예프스키다. )

 

그런가 하면, < 렛 미 인 >에서는 호칸 뱅손'을 적자로 호명한다. 낯선 이름이리라. 그는 흡혈귀인 소녀 이엘리'를 욕망하는 중년의 늙은 남자'이다. 44세, 전직 국어교사, 소아성애에 사로잡힌 사내 말이다. 그는 이성애 중심 사회에서 완벽하게 벗어난 비주류이자 소아성애자라는 측면에서 괴물'이다. 욕망을 채우는 순간 그는 괴물이 된다. 그는 그저 사랑하는 흡혈귀 이엘리'를 위해 피를 공급하는 초라한 사내이다. 호칸 뱅손이 중년의 몸으로 소녀를 사랑하는 운명이라면, 영화 < 오펀 > 에 나오는 주인공 에스더 콜먼은 소녀의 몸을 한 나이 든 여자'다. 그녀는 끊임없이 사회로부터 < 아이-다움 > 을 강요받는다.

 

하지만 아이가 아닌 어른인 그녀에게 천진난만'을 강요하는 것'은 결국 비극을 낳는다. 이런 식으로 저자는 비성년자들을 호출해서 그들을 위한 변명을 한다. 그리고 그녀의 항변은 정당하다. 非는 강렬하다. 非라는 문자로 커밍아웃된 존재 증명(들)은 허우대 멀쩡한 세상'을 향해 돌을 던진다. 이 소수자들은 힘이 없는 존재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엄청난 에너지를 발산하는 주체'이다. 내가 구로자와 아키라'보다는 스즈키 세이준에게 열광한 이유도, 미시마 유키오'보다는 다자이 오사무'에게 빠진 이유도 다 그놈의 非급 정서 때문이 아닐까 ?

 

다이안 아버스와 실비아 플라스 그리고 프리다 칼로'에게 빠진 이유도 마찬가지이리라. 그들은 아름다운 얼굴로 유혹하는 존재가 아니라 초라한 어깨로 유혹하는 존재였다. 앞에서 보면 보이지 않으나 뒤에서 보면 선명하게 보이는 것이 바로 둥근 어깨가 아니었던가. 내가 사랑했던 여인도 초라한 어깨를 가진 자'였다. 非급 존재증명자'들은 반드시 실패하게 된다. 그것이 그들이 가진 운명이다. 어쩌다 실패하게 되는 운명이 아니라 반드시 실패할 수밖에 없는 운명'은 그 필연성으로 인하여 아우라'를 얻는다. 참혹을 매혹으로 만드는 힘'이다.

 

다이안 아버스는 이런 말을 했다 : 길을 걷다가 누군가를 발견하게 되는 것, 그래서 눈에 띠는 것, 그것은 치명적인 매력이 된다.  치명적인 존재는 아름답다, 동시에 치명적인 존재는 독을 품는다. 인간이 非처럼 생긴 지네'를 두려워하는 것은 지네'가 징그러운 벌레이기 때문이 아니다. 반대로 아름답기에 사랑에 빠지는 것이다. 몸이 경직되고, 호흡이 가빠지고, 눈을 땔 수 없는 현상은 무섭기 때문이 아니라 첫눈에 반했기 때문이 아닐까 ? 두려움과 사랑은 동일하다. 이 책 매우 좋다. 난, 틀린 적이 없다. 내 말을 믿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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팜므느와르 2013-07-17 08: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B급 좌파라 노래하는 김규항 때문에 한 발 물러나 C급 (허)무파라 생각하는 일인 여기 있어요.
다이안 아버스, 실비아 플러스, 프리다 칼로도 당연히 내 파라 생각해요.
근데 비는 태희파인데 곰발님도 혹시?

서두에 입이 없는 것들 대신에 외칠 때 아, 불불불불불, 불알이 없는 것들이라고 정정해야 하는 것 아네요. ㅋ

곰곰생각하는발 2013-07-17 08:26   좋아요 0 | URL
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

아, 그게 더 강렬한데요... 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 불알이 없는 것들로 정정하겠습니다.

만화애니비평 2013-07-17 08: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고지라가 있다면 에비라도 있다!

곰곰생각하는발 2013-07-17 08:43   좋아요 0 | URL
어여, 출근 서두루소 !!! 강철 만애비... ㅎㅎㅎㅎㅎ

드팀전 2013-07-17 12: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좋은 글 잘보고 많이 배우고 갑니다.ㅎㅎ

곰곰생각하는발 2013-07-17 16:34   좋아요 0 | URL
아, 드팀전 님을 이 자리에서 뵙는군요...ㅎㅎ. 고맙습니다.

히히 2013-07-17 13: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非급 존재증명자'들은 반드시 실패하게 된다...그 필연성으로 인하여 아우라'를 얻는다.'
완전 끄덕끄덕.
영화는 보지못하여 몰것고 책에서는 호칸 뱅손이 제일 남습니다.

흔적없이 섞인다는 건 불가능한 일입니다만
非에겐 억지라는 누명을 씌우는 세상이므로
결국엔 그들은 숨는꼴이 됩니다.

곰곰생각하는발 2013-07-17 16:34   좋아요 0 | URL
뱅손이 영화에서는 거의 존재가치가 없어요. 전 영화로 받을 때, 이 영화 부천영화제에서 했었는데 내 기억으로는 발리우드 인도 영화 다음으로 가장 인기가 좋았던...

전 영화에서는 아버지인 줄 알았어요. 그런데 소설은 전혀 다르더군요.
영화로도 훌륭하고소설로도 참 훌륭하죠.....

비로그인 2013-07-17 18: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B적인 것을 애호하는 너의 마음에 무진장 공감!!
그런데 지극히 B적인 것을 A적인 양 끌어올려내지 않으면
B의 인생은 너무나 찰나,인 거 같아.

영원을 만들기도.. 그렇다고 찰나를 받아들이기도..
참 힘이 들구나..


나 이제 잘꺼얌~!!

곰곰생각하는발 2013-07-17 20:45   좋아요 0 | URL
그림 그릴 때마다 징징거리더니 이번 작업은 꽤 흡족한가 보다 ?
이러다가 대박나는 거 아니냐.
하튼 6시에 자면 12시에나 일어나겠구만.. 흠흠...
난 b는 그냥 b스럽게 내버려둔 작품이 좋더라고.
b가 a 흉내를 내면 좀 그렇다.
그나마 호가든 맥주가 제일 맛이 좋다. 스팸에 호가든.. 궁합이 꽤 좋아 !
 
고등어 - 개정판
공지영 지음 / 오픈하우스 / 2010년 8월
평점 :
품절


 

 

 

 

잃어버린 기억을 찾아서......

 

며칠 전 : 책장에 꽂힌 공지영의 소설책 두 권을 뽑았다. <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 > 과 < 고등어' > 다. 사실 < 우행시 > 는 200페이지 정도 읽다가 던져버렸지만 책 내용'들은 아직까지도 생생하게 기억하고 있었다. 이 책은 헌책방에서 헌책으로 장만했지만 책 상태는 지금 당장 서점으로 달려가 진열장에 꽂아  넣어도 새책으로 오해할 만큼 깨끗하다. 밑줄을 긋지 않은 것'을 보면 기억할 만한 문장이 전혀 없었나 보다.

 

그것은 이 책을 헌책방에 판 책 주인에게도 해당된다. 그는 흔적이 될 만한 밑줄, 접힌 모서리, 메모, 갈피 사이에 끼워진 낙엽이나 네잎 클로버 혹은 편지나 영화표 그리고 영수증따위'로 낡은 책'이라는 기표를 남기지 않았다. 감정적 전이 상태가 없었던 까닭이리라. 그러다가 책 맨 뒷 장'을 펼쳤다. 책 알림 정보'를 살펴보니 초판 167쇄'라는 기록이 인쇄되어 있었다. 167쇄 ?  167쇄?!!!!  아니, 이 책이 167 쇄'나 팔렸다는 말인가 ? 

 

이번에는 < 고등어 > 를 꺼냈다. 매우 오래된 책'이다. 내가 공지영의 소설을 처음 접한 것은 < 더 이상 아름다운 방황은 없다. > 였다. 풀빛에서 출판되었었나 ?! 그때부터 나는 으르렁거리는 안티'가 되었다. " 지랄 같은 소설이군. 대한민국의 화염병 가운데 70%는 모두 소설 속 주인공이 던진 것처럼 말하네. 당신이 말하고자 하는 것은 결국 이 땅의 민주주의와 자유가 아니라 최루탄 속 사랑'이잖아 ?  러브스토리이면서 왜 투쟁을 이야기하지 ? " 나는 공지영이 이토록 유명한 소설가'가 되리라고는 상상조차 하지 못했다. 하지만 그녀는 내 예상을 깨고 신경숙과 함께 최고의 작가'가 됐다. 아니, 가장 많은 책을 파는 작가'가 됐다.

 

고등어'를 살펴본다. 그러다가 문득 내가 이 책'을 읽지 않았다는 생각을 했다. 사 놓고 읽지 않은 책'이 워낙 많기에 이 책'도 사 놓았을 뿐 읽지 않은 것이다. 중구난방으로 이 책 저 책 읽다 보니깐 산 책을 다시 산 경우'도 많았다. 그래서 종종 읽지도 않은 책을 읽었다고 착각하는 경우도 있고, 읽었으면서도 읽지 않았다고 생각하는 경우도 허다했다. 내가 이 책을 읽었는가 읽지 않았는가를 판단하는 기준은 흔적이다. 노란 색연필로 그은 밑줄, 연필이 눌린 자국, 메모, 모서리가 접힌 자국, 각종 영수중, 서표'를 통해 유무를 판단하고는 했다. 일단 책 맨 뒷 페이지'를 살펴보았다. 맙소사 ! 95년 초판 57쇄 ?  초판 1쇄'가 94년 6월인데 1년만에 60쇄에 도달한 것이다. 미치겠군 !  

 

그런데 서른 페이지 정도 읽다가 노란 색연필'로 그어진 문장을 발견했다. 노란색 밑줄이 그어졌다는 사실은 내가 이 책을 읽었다는 증거다. 그런데 도무지 기억이 안 난다. 아무리 재미없는 영화'라도 몇 분만 들여다보고 있으면 잃어버렸던 장면들이 다 복기되는데 이 소설은 전혀 기억이 나지 않는다. 읽다가 만 소설일까 ?  맨 뒷 부분을 살피는데 노란 밑줄이 다시 발견된다. 끝까지 읽었다는 명백한 증거다. 그런데 단 한 줄도 줄거리가 기억나지 않는다.

 

이런 경우가 가능할까 ? 이렇게 표백된 기억'이 가능할까 ? 불가능하다. 그런 일'은 단 한 번'도 없었으니깐 말이다. 대충 내용을 살펴보니 80년대 운동권 세대'에 대한 스케치다. 이번에는 불륜을 건드렸나 보다. 피식 웃음이 났다. " 여전히 정의를 부르짖으면서 사랑'을 이야기하는구나. " 책 맨 뒷장을 살피니 다음과 같은 메모가 있다.

 

TO. 곰곰생각하는발

 

피로 맺은 우정, 죽음까지도 함께 하리라.

 

김은호 ( 011 - #### -#### )

 

FROM. ○○○

 

피로 맺은 우정이라.........  사인' 부분은 형태를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휘갈겨쓴 상태라 이름을 알 수는 없었다. 누구일까 ? 내가 아는 사람이 분명할 터인데 아무리 머리를 쥐어짜도 답이 나오질 않았다. 이 책의 주인이었던 사람은 왜 느닷없이 김은호'라는 사람과 그 사람 연락처를 남긴 것일까 ? 나는 이 사람에 대해 하는 것이 아무것도 없다. 하여튼 날이 밝으면 김은호'라는 사람에게 전화를 할 것이다. 아직까지 011 - 로 시작하는 핸드폰 번호'를 가지고 있을 가능성은 희박하지만 그래도 전화해 볼련다.

 

" 김은호 씨 ?  011-739 -0*** 번 김은호 씨 ?  제가 공지영의 고등어라는 책을 가지고 있는데 맨 뒷 장에 선생님 이름과 전화번호'가 있더군요. 실례를 무릅쓰고 이렇게 전화를 드렸습니다. 혹시 누구인가요 ?  아... 화내지는 마십시요. 제가 기억을 잃어버렸거든요. 그래서 그 기억을 찾고 싶어서 그렇습니다. 시간이 괜찮으시다면 찾아뵙고 말씀 나누고 싶습니다. 필체와 사인을 보여드릴 테니 기억나시는 분이 계시면 말씀을 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

 

 

 

 

어제까지의 : 에필로그 

 

1. 김은호 씨'와 통화를 한 후 그를 찾아갔다.

2. 책 뒷 장에 쓰여진 필체를 김은호 씨'에게 보여줬다.

3. 김은호'는 사인을 자세히 보더니  " 박명욱 "이라는 자를 지목했다.

4. 나는 박영욱을 찾아갔다.

5. 그는 3일 전 의문의 사고'로 죽었다고 한다.

6. 그의 부인을 찾아갔다.

7. 부인의 이름은 김은혜'다.

8. 김은혜'는 남편이 공지영 팬 사인회에서 얻은 책이라고 말했다.

9. 나는 공지영을 찾아갔다.

10. 공지영을 만났다.

11. " 돌아가는 꼴 " 을 이야기하며 공지영 씨에게 사실 확인'을 부탁했다.

12. 공지영 씨'가 나를 뚫어져라 쳐다봤다. 그리고는 말했다.

 

이 책을 어떻게 아시지요 ?  고등어'는 지금 제가 집필하고 있는 소설입니다. 무슨 말인지 아시겠어요 ? 곰곰생각하는발 씨 !  출판된 적이 없는 책이라구요.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 책이란 말입니다. 도대체 당신 누구야 ? 아, 아아... 그러고 보니......  나,  당신... 누군지 알 것 같아요. 그때 팬 사인회'에서 실수로 내 옷에 커피를 쏟았던......   "

  

갑자기 나는 정체성의 혼란을 느낀다. " 전...  저는..  다만....  그러니깐.... .....      달콤쌉싸래한 씀바귀입니다. " 뒷걸음질친다. 돌부리에 걸린 것일까 ? 휘청, 넘어진다. 박영욱, 박영욱, 박영욱이라.... 어디서 많이 듣던 이름이기는 하다. 내가 박영욱이었던가 ? 땀이 비오듯 쏟아진다. 주머니 속 손수건을 꺼내다가 구겨진 종이뭉치를 꺼낸다. 펼쳐보니 정신과 처방전이다. 박영욱이란 이름이 박혀 있다. 어디선가 박수소리가 들린다. " 브라보 ! 가는 길에 영광 있으라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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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 2013-07-16 07: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전 페루애님 이런 넌픽션과 픽션이 가미된 글이 참 좋아요. :)

공지영 책은 읽은 적이 없고... 우행시는 영화를 봤습니다.
인공적인 기조며 너무 관객의 감정선을 직접적으로 촌스럽게 건드리던 영화 자체가 별로 와닿지 않았고..
아니 그보다 불만이 참 많았다는 표현이 더 적절할 듯은데.. 암튼 소설 자체도 별로인가봅니다.

곰곰생각하는발 2013-07-17 03:12   좋아요 0 | URL
공지영이 후졌다기보다는 서로의 취향이 맞지 않은 듯합니다.
전 공지영 식 문장에 꽤 마음에 안 들어요. ㅎㅎㅎㅎㅎ
근데 다시 생각해보면 내 취향의 기준에 의해서 마음에 들지 않는단 거지
공지영 문장이 후지다는 것은 아닌 것 같아요.
요즘 그런 생각을 해요. 너무 내가 내 기준으로만 보는구나. 이런 거...
늙나 봅니다. 팔팔할 때는 대립각도 많이 새웠는데 이젠 그게 싫어져요...

그리고.. 영화, 송해성 감독의 그 영화. 아 정말 보다가 나오고 싶었습니다.
파이란을 만든 감독이라고는 매치가 잘 안 되었어요.

히히 2013-07-17 12: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각을 접기는 하나 밑줄긋기는 아직 아깝습니다요.

'이별로 돌아오지 않는 사랑, 죽음까지 함께 하리라.'

곰곰생각하는발 2013-07-17 16:35   좋아요 0 | URL
밑줄은 못 긋는군요...ㅎㅎ. 노란색연필 추천합니다. 제가 수많은 색의 색연필을 사용해 보았으나
노란색은 좋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