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리노의 말
벨라 타르 감독, 야노스 데르지 외 출연 / 미디어허브 / 2012년 9월
평점 :
품절


  

 데이비드 린치의 영화가 상징성'에 기반을 둔다면, 벨라 타르는 현시성'에 방점을 찍는다. 그것은 즉물성이다. 벨라 타르는 그 어떠한 첨삭 없이 날것을 현시함으로써 진실을 보게 만든다. 그의 영화는 온갖 상징으로 압도되는 알레고리화'라기 보다는 쿠르베나 일리야 레핀의 소박한 그림에 가깝다. 그는 < 과정을 과장 > 없이 보여준다. 양말을 신고, 바지를 입고, 셔츠를 입고, 그 위에 스웨트를 걸치고, 마지막에 외투를 입는다. 그리고 옷을 벗을 때는 그 역순을 편집 과정 없이 집요하게 보여준다. 말의 장신구를 입히는 과정과 벗기는 장면도 지루하도록 반복된다. 결국 과장 없는 과정의 목격을 통해서 관객이 깨닫는 것은 우리가 깨닫지 못했던 일상의 반복'이다. 인간은 매일 똑같은 일을 반복하고 있는 것이다. 감독은 생의 의지를 죽음의 묵시록과 연관시켜서 인간은 시지푸스처럼 부조리한 존재라는 사실을 각인시킨다. 벨라 타르는 生은 환희가 아니라 형벌이라고 이야기하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 영화는 생의 의지'에 대한 경멸을 의미할까 ? 그렇지는 않은 것 같다. 늙은 남자가 얼어버린 감자'를 씹을 때, 우리는 어떤 숭고함을 경험하게 된다. 하지만 이 숭고함은 생의 찬양이 아니다. < 겨우 > 살아야 하는 인간'에 대한 감독의 연민이다. 영화 < 토리노의 말 > 에서는 니체에 대한 언급이 나온다. 니체가 늙고 병든 말의 목덜미'를 잡고 울다가 미쳐버린 곳이 바로 토리노'다. 이 일화에 대한 가장 아름다운 문장은 롤랑 바르트의 < 카메라 루시다 > 이다. 그는 " 1889년 1월 3일, 학대받아 숨진 말의 목덜미에 울며 매달리던, 연민'때문에 미쳐버린 니체 " 라고 적는다. 나는 이 하나의 문장 때문에 이 책을 사랑했다. 그것은 박완서의 < 그 남자네 집 > 에서 한때의 찬란을 " 내 생애 구슬 같은 겨울 " 이라고 말해서 내 심장을 뛰게 했던 것과 같은 울림이다.

 

- 토리노의 말 vs 아르놀피니 부부의 초상화 중 

 

 

 

 


 

 

 

 

 

 

 

 

말(馬) 과 말 (語)

 

 

영화사가 쏟아내는 과장된 광고 카피'에 동의한 적은 없으나 < 토리노의 말 > 에 대한 " 압도적 걸작 " 이라는 문장'에는 동의한다. 물 흐르듯 자연스러운 롱테이크'는 타르코프스키가 60년대 만든 최고 걸작 < 안드레이 류블레프 > 를 떠올리게 만든다. 단 서른 개의 롱테이크로 만들었다는 영상을 보고 있으면 한국 영화 평론가들이 우상으로 여기는 ■ < 서편제 / 임권택 > 롱테이크'가 쪽팔려서 미칠 지경이다. 벨라 타르가 이 영화에서 선보인 롱테이크'는 앞으로도, 그 후로도 오랫동안, 감상하지 못할 것이다. 이로써 나는 두 개의 과장 광고'를 진심으로 받아들이기로 했다. 나머지 하나는 < 칼의 노래/ 김훈 > 에 대한 " 벼락 같은 축복 " 이라는 카피다. 걸작을 대하는 우리들의 자세는 참고 견디는 것'이다.  좋은 약은 쓰다고 하지 않았던가. 나는 단 한번도 카프카의 소설이 재미있다고 느낀 적이 없다. 도스토예프스키의 소설도 마찬가지이고, 우엘벡의 소설도 마찬가지였다. 책에서 재미 만을 찾으려고 하면 안 된다.  가왕 조용필은 피날레를 장식하는 법, 전율'은 언제나 마지막에 등장하는 슈퍼스타'다. 시작은 미미하였으나 끝은 도도한 법이다.  

 

■ 1. 정성일은 작가주의자'이다. 무슨 말인가 하면 한번 믿으며 끝까지 간다는 말이다. 위대한 감독이 만든 모든 영화가 위대하다는 생각이 바로 작가주의적 시각이다. 그런데 이러한 찬양은 극히 위험하다. 미술가와 영화감독은 다르다. 그림은 오로지 화가 혼자의 붓으로 완성하지만 영화는 수많은 분야의 협업으로 이루어진 결과이기 때문에 그렇다. 작가주으적 시각은 미술 작품에는 적합하지만 영화에는 적합하지 않다.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 다크 라이즈 > 는 훌륭하지만 그 속편은 형편 없기 때문이다. 임권택의 영화도 마찬가지다. 길소뜸은 좋은 영화이지만 천년학'은 끔찍하고, 달빛 길어올리기'는 지역 특산품 홍보 영화 같다. 정성일은 미술 작품과 영화 작품을 혼동하는 것 같다.

 

 

< 토리노의 말 > 은 재미'가 없다. 무대라고는 늙은 남자와 딸, 병든 말, 돌집 그리고 바람'이 전부인 영화이니 말이다. 더군다나 대사도 거의 없다. 무성영화처럼 진행된다. 감독은 지루한 일상을 지독하게 반복적으로 보여준다. 여자는 일어나면 옷을 입고, 우물에서 물을 길어 나르고, 한쪽 팔이 불편한 늙은 노인이 옷을 입을 수 있도록 도와주고, 감자를 삶는다. 기계적 반복이다. 벨라 타르'는 이 장면을 편집 없이 집요하게 파고든다. 이 영화는 그것이 전부이다. 하지만 영화가 끝나면 압도적인 감정'이 몰려온다. 이 압도적 몰입'은 스펙타클'과 유사하다.  벨라 타르'는 지구 종말'을 다룬 그 무수한 헐리우드 스펙타클 무비 감독을 병신으로 만드는 재주가 탁월하다. 이 영화를 보다가, 니체를 생각하다가, 병든 말을 생각하다가, 나타샤와 흰 당나귀를 생각하다가, 결국에는 으앙 으앙 울게 된다.

 

이 영화를 관통하는 서사는 < 시지푸스의 신화 / 알베르 까뮈 > 이다. 바위를 산 정상에 올려 놓고 나서 뒤돌아서면 바위가 바닥으로 굴러서 다시 바위'를 산 정상에 올려놓아야 하는, 죽을 때까지 이 일을 해야만 하는, 이 일상의 반복 ! 까뮈가 시지푸스 신화를 통해서 말하고 싶었던 것은 바로 " 희망 없는 노동 " 이다. 이 일상이라는 형벌의 중심에 시지푸스'가 있었다면, < 토리노의 말 > 에서는 여자가 있다. 여자는 기계처럼 같은 일을 반복한다. 그것은 마치 시지푸스가 바위를 굴리는 것과 같은 의미 없는 반복이다. 그리고 돌집은 명백하게 시지푸스 산에 대한 은유이다. 벗어날 수가 없는 것이다. 늙은 남자와 여자는 오로지 이 돌집을 벗어나기 위해 얼음처럼 차가운 감자를 씹는다. 하지만 희망은 보이지 않는다. 병든 말과 물이 마른 우물과 그치지 않는 칼바람'은 고립을 더욱 강화시킬 뿐이다. 그들에게 희망은 없다. 실존'만 있을 뿐이다. 희망이 없는 실존은 얼마나 허망한가.  

 

이 세상에서 가장 잔인한 형벌은 " 없는 희망 " 을 있는 것'처럼 만들어내는 것이다. 히틀러와 같은 독재자'는 없는 희망'을 마치 있는 것처럼 말하는 익살꾼이라 할 수 있다. 그들이 말하는 희망'은 달콤한 사탕에 지나지 않는다. 내일 처형에 처해질 것이란 사실을 모르는 사형수에게 간수가 희망을 말하는 것은 미덕이 아니라 사기'이다. 프르스트는 이런 말을 했다 " 행복은 몸에 좋다. 하지만 정신의 힘을 길러주는 것은 고뇌'다."  이 말을 살짝 비틀어 인용하면 이런 말도 된다. 희망(을 이야기하는 것)은 몸에 좋다. 하지만 정신의 힘을 길러주는 것은 ( 희망이 없다는 사실을 알게 해주는) 인식'이다.  이 인식의 전환은 매우 중요하다.  

 

내가 김난도의 < 아프니깐 청춘이다 > 따위를 지독하게 혐오하는 까닭은 없는 희망을 억지로 만들어내기 때문이다. 그것은 제우스가 시지푸스의 귀에 대고 " 저 바위를 산 정상에 올려놓는 임무를 완수한다면 너에게 자유의 신분을 줄께 ! " 라고 말하는 잔꾀'와 다르지 않다. 바위는 반드시 아래로 구르게 되어 있다.  그러므로 미션파서블한 것처럼 보이는 임무는 사실은 미션임파서블'한 과제'이다. 지금의 성난 청춘들에게 필요한 것은 위로가 아니라 인식이다. 나는 김난도에게 이렇게 말하고 싶다. 김난도여, 사과나무는 당신이나 심어라 !  

 

< 겨우 > 라는 단어가 있다. 겨우는 없다고 하기에는 조금 있는 상태이고, 있다고 하기에는 없는 것이나 다름 없는 < 있음 > 이다. 그러니깐 없음 < 겨우 < 있음'의 순이다. 영화의 마지막 장면에서 늙은 남자가 얼음처럼 딱딱한 감자를 씹을 때, 우리는 이 "겨우" 를 목격하게 된다. 까뮈의 부조리'는 < 겨우 > 를 의미한다. 결핍과 과잉 사이의 존재가 실존이요, 부조리다. 실존은 곧 겨우'다. 인간이란 본질적으로 겨우 살아가는 존재인 것이다. 여기서 겨우'라는 좌표를 다시 설정하자. 없음이 절망을 의미하고 있음이 희망을 의미한다면 겨우는 절망과 희망 사이에 놓은 변곡점이 될 것이다. 벨라 타르'는 이 영화를 끝으로 더 이상 영화를 만들지 않을 것이라고 선언했다. 그의 선언은 자신의 한계에 따른 절망'이라기 보다는 어떤 성취의 결과처럼 느껴진다.

 

 

 

 

 

 

 

계속 이어지는 글

 

1. 흥분이 가시지 않아서 계속 쓰게 된다. 사실 이 영화는 불가능에 가까운 영화라고 보아야 한다. 당신은 이 영화에 대해 무엇이 위대한가, 라는 질문을 할 수가 있는데 첫째 이런 식으로 영화를 찍으면 촬영이 미션 임파서블'하게 된다. 이 영화에 쓰인 쇼트가 30개 정도'라는데 보통 영화에서는 최소한 1000개 이상이 쓰인다. 마이클 베이 같은 뮤직비디오 출신 감독들의 영화에는 보통 4000에서 5000개까지 찍는다. 결국 이 영화의 쇼트가 30개라는 것은 30개 모두를 롱테이크로 찍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불가능한 모험에 가깝다.  2.  영화 첫 장면에 나오는 트래킹 장면'은 매우 아름답다. 말의 움직임과 카메라의 동선이 정확히 일치해야 하는데 영화는 무엇보다도 훌륭하게 이끌고 있다. 깜짝 놀랐다. 3. 말의 연기도 훌륭하다. 아마도 수많은 엔지를 통해 얻어낸 한 장면'이었을 것이다. 그 노력에 경배를 ! 

 

5. 지금 오프닝 롱테이크 장면 ( 마차 장면 ) 을 보고 있는데, 롱테이크가 이렇게 다양한 앵글'을 선보였다는 것 자체가 미스테리'처럼 느껴진다. 일정한 회색톤을 유지하는 야외 촬영 장면도 기적처럼 보인다. 정말...... 뛰어나다. 압도적이다 !!

 

6. 아... 다시 보니 정말 끝내주네. 사실 이 영화 볼 때에는 독감에 걸려서 누워서 보았다. 그냥 좋은 영화이겠거나 생각했을 뿐 이렇게 좋은 영화인 줄은 상상을 못했다. 이 영화를 보면서 드는 의문 중의 하나가 사나운 바람을 어떻게 동원했는가 였다. 물론 거대한 선풍기를 돌리는 것이 일반적인 해결 방법이기는 하지만 이 환풍기에 의해 만들어진 바람은 뭔가 작위적이다. 왜냐하면 전경의 나무의 환풍기 바람에 의해 가지가 흔들리지만 멀리 떨어진 후경의 나무는 7월의 나무처럼 흔들림이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바람이 동원된 장면을 볼 때는 항상 근경과 원경을 눈여겨보는데 이 영화에는 영화 속 나무 전체가 흔들린다. 닝기미... 환풍기 100대를 설치했다는 것을까 ? 이리저리 찾아보니 답은 헬리콥터'였다. 헬리콥터'라면 가능하다. 그런데 문제가 발생한다. 헬리콥터를 사용하면 동시 녹음을 할 수가 없다. 결국 이 영화의 모든 야외 음향은 녹음실에서 만들어진 것인데, 이 영화가 놀라운 점은 바로 완벽한 소리에 있다. 내가 바람으로 동원된 헬리콥터의 존재를 깨닫지 못한 이유에는 마치 동시 녹음'처럼 진행된 음향 때문에 깜빡 속은 것이다. 굉장하다. 스고이 !

 

7. 바람의 디테일과 함께 극찬받아야 할 점은 바로 소리'이다. 바람 소리'를 잡아낸 음향은 탁월하다. 묘하게 음악적이다. 8. 롱테이크는 필연적으로 공간의 리얼리티를 부여한다. 왜냐하면 쇼트와 쇼트 사이의 편집은 기본적으로 조작'이다. 하지만 롱테이크는 하나의 쇼트이기 때문에 그것이 불가능하다. 그렇기에 감독은 리얼리티를 위해 롱테이크를 선호한다. 쉽게 말해서 폭력 시퀸스에서 쇼트를 남발하면 관객은 그 장면이 가짜 액션이라고 느낀다. 하지만 영화 < 올드 보이 > 에서의 복도 폭력 장면'은 진짜 폭력처럼 보인다. 왜냐하면 롱테이크로 찍혔기 때문에 그렇다. 벨라 타르'가 이 영화를 30개의 롱테이크로 찍은 이유는 사실주의에 대한 집착 때문처럼 보인다. 그것은 마치 귀스타프 쿠르베의 고집을 닮았다. 그는 이렇게 말했다. " 나는 천사를 그리지 않는다. 왜냐하면 천사를 본 적이 없기 때문이다. "  

 

9. 이 영화에 대한 일반적인 평단의 해석처럼  < 토리노의 말 > 은 창세기가 아닌 묵시론을 말한다.  창조가 아닌 소멸이다. 6일째 되는 밤, 빛 대신 어둠이 찾아온다. 그리고 영화는 7일'이 되기 전에 끝난다. 늙은 노인과 여자는 이 혹한과 어둠에서 살아 남을 수 있을까 ? 감독은 희망'이 없다고 말한다. 영화 속에 등장하는 이웃의 말을 빌리면 인간이란 멀쩡한 것을 엉망으로 만드는 존재이다. 

 

10. 이 영화는 무성 영화는 아니지만 거의 무언 영화'에 가깝다. 2시간 30분 동안 대사가 거의 없다. 집시와 이웃 사람이 등장하는 장면을 제외하면 전체 다이알로그는 2분이 채 되지 않는다. 모든 것을 최소화했다. 결국 이러한 미니멀적인 경향은 겨우'와 일맥상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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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히 2013-07-11 17: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바람을 녹인 봄의 희망이 퇴각하였다고 해서
여름의 진군이 절망은 아닙니다.
우듬지 그늘이 있지 않습니까?
복날이, 휴가가, 공포영화가, 핫팬츠가, 소나기가, 등목이.....
겨우를 절망에 가깝게 두기 보다는 억지로라도 희망의 부스러기에 둘랍니다.
더 나은 희망은 없습니다.
결정적인 순간에 겨우가 희망으로 바뀌는 감동만 있을 뿐입니다.

곰곰생각하는발 2013-07-12 00:06   좋아요 0 | URL
덧글의 여왕이십니다. 제가 지금껏 본 덧글 중에서 퀄리티가 가장 탁월하신 분이십니다.

히히 2013-07-12 15:33   좋아요 0 | 수정 | 삭제 | URL
곰...발님 글에서 받은 번쩍임만 할라구요.
날마다 까진 글이 곰...발님 스럽지만
속초, 한가인, 아리랑치기류의 글들이 매력적으로 다가오는 걸 보면
단언컨데
당신은 따뜻합니다.
곰...발님의 시에서 언급한 김밥 속재료의 부실함을 숨기기위하여 잔뜩 뿌린 깨처럼 말입니다.
깨 뿌린 김밥이 터지면 훈기가 돕니다.

새벽 2013-07-12 09: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허.. 어제 네이버가 낮에도 DB 점검을 했다더니.. 이웃들의 여러 글들을 새글 알림에서 누락시켜 놨군요.

토리노의 말 보고 저도 충격적이었습니다. 전대미문의 영상 표현을 이렇게 의외로 접하게 될 줄이야..

사탄 탱고를 비롯해서 벨라 타르의 다른 영화들을 찾아보고 싶은데 아직 엄두를 못내고 있구요.

'겨우'라는 키워드를 비롯해서 문장 문장이 팍팍 꽂힙니다.

이 글 읽고 기존 평론가들은 반성 좀 해야 할 것입니다.

곰곰생각하는발 2013-07-12 12:23   좋아요 0 | URL
충격 제대로 먹었습니다. 사실 저 사탄탱고 봤습니다. 8시간인가...
근데 이상하게 그날 따라 졸리더라고요. 영화는 아마 채 3시간 못 보고 나머지 5시간은 잔 것 같습니다.
영화가 지루하기 때문이 아니라 그날 몸상태가 최악이었습니다.
항상 감독에게 미안합니다. 다시한번도전을 해야겠어요....

iforte 2013-07-13 00: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곰발님이 이리도 극찬하시니 꼭 한번 봐야겠습니다.
말이 없는 영화하니, 어려서 본 '불을 찾아서' (Quest for fire)란 영화가 생각이 나는군요. 개인적으로 굉장히 좋아한 영화였는데... 지금도 인류학 서적을 접하면 꼭 이 영화의 장면들과 대조해보면서 이해를 도모한다죠.

곰곰생각하는발 2013-07-14 03:05   좋아요 0 | URL
이 영화는 뭐랄까... 미니멀하다고 해야 할까요 ?현상학적 반응'이라고 개인적으로 쓰고 싶군요.
지루하고 재미없죠. 하지만 잘 견디면 압도적 감동이 몰려옵니다.
롱테이크 3분짜리 하나 만들려면 감독이 모든 에너지를 다 쏟는다고 하죠 ?
그만큼 좋은 롱테이크 만드는 거 힘이 들다고 해요.
그런데 이 양밤은 120분 내내 30개 롱테이크로 찍었어요. 미쳤어요 !!!!!!!!!!!!!!!!!!!!!!!!!!!!!!!!!!!!!!!!!!!!!!!!!!!!!!!!!!!!!!!!!!!!!!!1
 

 

 

 

 

 

 

 

 

 

 

 

 

 

 

 

 

 

 

 

 

 


 

 

 

 

 

 

 

 

 

 

 

 

 

 

 

 

용인 살인 사건.

 

 

가해자는 19살 소년이고 피해자는 17살 소녀'다. 모두 미성년이다. 소년은 동성 친구와 함께 모텔에 투숙한다. 따분해진 그들은 평소 친분이 있던 소녀'를 모텔로 불러들인다. 잠시 후 친구는 약속이 있다며 자리를 뜬다. 소년과 소녀만 남았다. 갑자기 소년의 눈빛이 날까롭게 변한다. 소년은 소녀를 목 졸라 죽인 후, 공업용 카터 칼로 살점을 발라내어 화장실 변기에 버린다. 그리고는 뼈만 김장용 비닐 봉투에 넣어 모텔을 빠져나온다. 소년은 집으로 와 봉투'를 장롱 속에 숨긴다. 긴장으로 인한 피로가 몰려온다. 깊은 잠'에 빠진다. 눈을 떴을 때 허기를 느꼈을까 ? 그는 생각 끝에 친구에게 이 사실을 고백한다. 그리고는 곧 자수'를 한다.

 

지금 이 이야기는 범죄 소설이나 공포 영화에 대한 줄거리 요약'이 아니다. 어제 용인에서 실제 있었던 살인사건'이다. 이 사건은 언론의 관심을 받기에 충분했다. 10대'가 저지른 엽기적인 범죄'이기 때문이다. 영화에서나 볼 수 있는 픽션이 현실에서 논픽션'으로 재현된 것이다. 내가 이 글'에서 지적하고 싶은 것은 인간의 탈을 쓴 짐승'에 대한 통탄'이 아니다. 10대 사건을 다루는 언론이 특정  팩트를 어떻게 < 프레임化 > 하는가에 대한 지적이다. 이런 십대 범죄'를 다룬 기사의 제목은 팔 할이 < 무서운 십대... > 로 시작된다. 이런 기사를 접한 사람들의 즉각적인 반응은 " 무서운 씹새... " 다.  < 십대' > 는 < 씹새'> 로 추락한다. 그리고는  곧바로 싸가지 없는 존재로 낙인 찍는다.

 

그런데 자세히 뜯어보면 이런 식으로 진행되는 프레임 전략'은  어, 어어어어어어르신들의 지랄같은 꼰대와 꼴값'이 만들어낸 이미지 과잉'이라는 결론에 도달하게 된다.  부분을 전체'로 확산하려는 성급한 일반화의 오류'이다. 범죄를 저지른 소수에 대한 지적을 집단 전체에 대한 해석으로 확대한 것이다. 10대가 살인을 저지르면 무서운 십대 운운하지만  30대 이상인 성인 남성이 살인을 저지르면 " 무서운 삼십대... " 라는 식으로 제목을 뽑지는  않는다. 강력 범죄 횟수를 보면 10대 청소년보다 30,40,50대 연령이 압도적으로 많은 데도 말이다. " 무서운 오십대.. " 라고 말하는 뉴스 기사를 본 적이 있나 ?  여기에는 자기 허물은 못 보고 남 탓만 하려는 대한민국 어르신들의 소갈딱지'가 읽힌다.  

 

특정 집단을 제대로 이해하기 위한 가장 좋은 방법은 그 구성원'을 분석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보자. 아카데미 상'은 아카데미 회원의 투표로 이루어진다. LA타임즈의 분석에 따르면 투표단 중 백인의 비중은 94%이며, 남성은 77%를 차지하고, 평균 연령은 62세'라고 한다. 결국은 < 보수 성향의 60대 백인 남성 > 의 영화적 취향이 곧 아카데미 성향'과 동일하다고 볼 수 있다. 같은 이유로 편집권을 가지고 있는 데스크 직원의 구성 분포를 분석하면 그 성향을 알 수 있다. IMF 이후 보수 언론 데스크에서 완장을 찬 사람들이 쏟아낸 것은 < 고개 숙인 남성 > 에 대한 슬픈 발라드'였다. 여권이 신장한 반면 남성은 고개를 숙였다는 것이다. 그리고는 징징거린다. 명백한 엄살이다. 여전히 대한민국 사회는 당당한 남성 사회'다. 뉴스는 공정해야 된다. 특정 계급과 계층'에게 불신이나 혐오감을 줄 수 있는 뉴스 보도는 삼가야 한다.  

 

자신에게는 한없이 관대하면서 십대에게는 엄격한 이중잣대'는 < 성' > 을 다룰 때에도 드러난다. 대한민국 헌법에는 성적자기결정권'이 있다. 청소년은 법적 허용 범위 안에서 하고 싶은 사람과 할 수 있다. 그런데 사실상 대한민국 청소년들은 하고 싶어도 할 수 없는 구조'다. 청소년들이 자신의 성 권리'를 주장하면 괴물 보듯이 한다. 청소년에게 성'은 존재하지 않는 것이다. 그런데 우리 사회는 청소년의 성 욕망'을 인정하지 않는다. 자기들은 방석집 가서 별별 쇼를 하면서 말이다. 어, 어어어어어어어르신들이 십대의 성'을 좌지우지하려고 하면 욕구에 불만이 쌓인다.  십대의 성'을 왜 당신이 관리하는가 말이다.

 

이처럼 10대를 대하는 어르신의 이중적 태도'는 고스란히 여성에 대한 차별과 편견으로  이어진다. < 10대 > 라는 단어를 < 여성 > 으로 바꾸고, < 30,40,50대 > 를 < 남성 > 으로 바꾼 후에  이 글을 다시 읽으면 놀랍게도 같은 이야기'라는 사실을 발견하게 된다. 10대 청소년들과 여성'이 약자인 이유이다.  한국 사회는 수컷이 지배하는 가부장 구조'다. 그들은 자신이 가지고 있는 기득권을 위해 10대와 여성을 짓누른다. 못생긴 여자는 죄가 되지만 못생긴 남자는 빳빳한 명함만 있으면 용서가 된다. 불공평 사회'다. 내 말이 < 어이 >없다면 당신은 < 아이 > 다. 철없는 아이다.  섭섭'해할 필요 없다.  내 말이 답답'하다면 당신은 갑갑한 꼰대다.  

 

< 용인 살인 사건 > 은 느닷없이 공포 영화 < 호스텔 > 과 연관검색어'로 묶이는 모양새'다. 범인이 이 영화'를 보았다는 것. 그리고는 판에 박힌 결론에 도달한다. 범인은 공포 영화를 즐겨 보았으며 모방 범죄'로 이어졌을 가능성이 있다는 추론이다. 그런데 이 내용은 억지로 짜맞춘 흔적이 역력하다. 기자가 고개를 푹 숙인 범인에게 묻는다. " < 호스텔 > 이란 공포 영화를 본 적 있나요 ? " 이 뜬금없는 질문은 함정 수사를 펼치기 위한 유도 질문'이다. 범인이 호스텔이란 공포 영화를 보았기에 공포 영화가 범죄의 요소'가 되었다면, 같은 이유로 이렇게 질문을 던져보자. " 위대한 개츠비'를 보셨나요 ? " 만약에 그가 보았다고 대답하면 < 사랑 > 이 범죄의 요소'가 되었나 ?

 

황금가지에서 출간된 < 한국 공포 문학 단편선 > 가운데 " 모텔 탈출기 " 라는 단편이 이 사건과 유사하다고 해서 원인을 제공했다고 볼 수 있을까 ? 정말 그렇게 믿는다면 멍청한 생각'이다. < 어 > 다르고 < 아 > 다른 법이다. 언론 데스크를 장악한 가부장 꼰대'의 입맛에 맞게 얼마든지 포지셔닝을 할 수 있다는 말이다. 누누이 말하지만 질문에 따라 < 어 > 는 < 아 > 가 된다. < 어이 > 없다면 당신은 < 아이 > 다.  이처럼 편견으로 가득찬 언론 플레이'는 비주류 문학이나 공포 영화'를 대하는 태도에서도 여실히 드러난다. 꼰대여 ! 아웃사이더와 언더그라운드 문화를 향한 갑갑한 갑질'은 집어쳐라.

 

윗물이 맑아야 아랫물이 맑은 법이다. 십대가 싸가지 없는 이유는 싸가지 없는 어른을 보고 배운 탓이다. 그게 정답이다. 기성용이 싸가지 없다고 혀를 끌끌 차기 전에 윗물은 맑았는가를 먼저 생각해 보라. 김지하 풍으로 말하자면 십대를 향한, 혹은 비주류'를 향한 조롱의 굿판은, 시부랄,  집어쳐라. 당신이나 잘해라.

 

 

 

 

 

 

 

 

 

■ 언론에 공개된 매우 짧은 정보'만 가지고 추리를 한다면 : 이 사건의 방점은 < 소년 + 소녀 > 가 아니라 < 소년1 + 소년 2 > 에 방점을 찍어야 한다. 범행 동기가 단순한 성폭행'에서 비롯되었다기보다는 좀더 복잡한 심리적 동기가 작용했다는 말이다. 피해자인 소녀는 성폭행을 당하지 않을 가능성이 있고, 성폭행을 당했다면 모텔에 함께 있던 친구가 가담했을 수도 있다. 어쩌면 범인은 자신의 용기'를 친구에게 인정받고 싶어서 저지른 과시적 동기'가 작용한 결과는 아니었을까 ? 동성애적 관계 말이다. 그러니깐 이 소년은 누군가에게 보여주기 위한 메시지'를 발송한 것은 아닐까 ? 어디까지나 100% 상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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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13-07-11 07: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만화도 마찬가지. 미성년들 범죄 사건 일어날 때마다
언론은 범죄소설,영화,만화의 영향이다고 그러는데..
하긴..그런 끔찍한 범죄가 고작 영화나 책 몇권 탓으로 돌릴 수 있다면
얼마나 편하고 좋겠나~ 그 필름, 책만 싹 다 골라 불질러버리면 되게 말이야.
이런 사건이 터지면 나는 그 소년의 가장 가까이에 존재하는 '어른'들을
유심히 관찰해야 한다고 생각해. 부모나 친인척, 선생님, 동네 어른...
아이들의 문제는 직접적이든 간접적이든 가까이에 있는 어른둘에게
그 원인이 있는 경우가 대다수라고 본다.

곰곰생각하는발 2013-07-11 13:38   좋아요 0 | URL
한국 주류, 그러니깐 가부장이 누구인가를 따져봐야 한다.
예로 들자 어떤 집단의 성질을 파악하기 위한 가장 좋은 방법은 무엇일까 ?
구성 분포도를 이해하는 거야. 예를 보자.
아카데미 상'은 어떤 성향일까 ? 간단히 아카데미 회원의 평균을 분석하면 돼.

1. 90%가 백인 남성이다.
2. 60대 이상이 80% 이상이다.
3. 유대인이 많다.

이 세 가지를 분석하면 답은나오지.
아카데미는 60대 백인 남성의 이데올로기를 반영하는 영화제란 거다.

한국 언론을 장악한 것을 데스크 주체자를 분석해봐.. 답은 나오는 거지.
보통 4,50대 부장급이겠지 ? 남자겠지 ? 엘리트 교육을 받은 이들이니
주류 문화에 정이 가겠지 ? 답은 뻔하지 뭐...


iforte 2013-07-11 10: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열심히 일하다가 잠깐 들렸는데.. 이게 웬일입니까? 헙.. 5시간도 훨씬 전에 먹은 저녁식사가 막 쏠릴려고... 아... 제발.... 이게 현실이 아니길....

오늘, 일진이 왜 이런답니까.... 낮에는 잠깐 심리학과에서 자폐아동관련한 논문발표를 듣고 왔는데 (제 전공은 아닙니다만) 논문 쓴 이가 자랑스럽게 그러더라고요, 자기가 제안한 방법이 자폐아동 교육에 도움을 줄것인데, 교육시간을 단축시킬 수 있어서 교육비를 엄청 아낄수도 있고, 보험회사에서도 좋아할 것이라고.... 뭐, 이런 소리를 씨부렁 거리길래 빈정상하고 왔고만요. 어떻게 자폐아동 심리교육 전공자입에서 요딴 소리나 나온답니까. 이게 미국 대학 교육의 현실인가 싶어서.. 이런 교육 현실에 낑겨있는 제 모습이 초라해져서 기분 울적하던 차였는데... 아... 이 포스팅은 더 심난하게 합니다. 흑흑..... ㅠㅠ

곰곰생각하는발 2013-07-11 13:34   좋아요 0 | URL
언제부터인가 모든 것이 효율 대비 값'이 되어 버렸어요.
그러니 교육 심리'를 공부하는 사람도 이 가격에 이 정도 효과면 남는 장사'란 소릴 하는 거 같습니다.
사실 교육이라는 게 장기간을 둔 포석인데 짧은 효율성을 따지기 시작하면 망하죠.
한국 교육이 계속 망하는 이유는 20년 30년 포석을 두어야 하는데
정권 내에서 바꿔보려고 짧은 기간 교육 정첵을 매일 바꾸니 바뀌지가 않는 겁니다.
이걸 오바마가 한국 교육을 극찬하고 있으니...
아마 그는 청소년 자살 비율이 압도적은 많은 나라라는 사실을 잊으 듯합니다.

Forgettable. 2013-07-11 12: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심난하네요.

요즘 애들이랑 수업하다 보면 야한얘기가 난무 ㅠㅠ 처음엔 어떻게 할 줄 몰랐는데 요즘은 적절히 수위조절하는 단계. 억압하니까 잘못된 방향으로 튀어나가잖아요. 아 진짜 할 말 많은데 나중에 포스팅 해야지.

여튼 이 글 좋아요.
무서운 십대의 불편함을 꼭 찝어주셨어요!

곰곰생각하는발 2013-07-11 13:43   좋아요 0 | URL
성 자체에 대한 인식부터 바귀어야 아이들도 바뀌지 않을까 싶어요.
제가 개그콘서트를 좋아하는데 불편한 이유는 못생긴 얼굴에 대한 비하가 너무 노골적이란 말입니다.
이런 것은 자제를 할 필요가 있다고 봅니다. 명품 몸매'라는 것이 과연 있을 수 있을까 ? 꿀벅지'라는 말을 너무나도 당연하게 생각하지 않습니까. 이 말을 풀면 식욕과 성욕이 결합된 신조어거든요. 이걸 너무 자연스럽게 쓴다는 거죠. 제가 늘 놀라는 단어가 영계'입니다. 젊은 여성을 두고 한 말인데, 이 단어도 식욕과 성욕이 합쳐진 단어짆아요. 먹고 싶다, 영양가 많다... 가 결국은 젊고 싱싱한 여성을 영계라고 하는 건데.... 이거 공중파에서 자연스럽게 말해진다는 거죠.

공포 영화 탓을 하기 전에 먼저 이런 것들에 대한 비판부터 선행이 되어야 합니다. 공포 영화는 이미 오래 전부터 있어왔던 장르일 뿐이지, 그 아이들이 이 영화를 보고 배운 게 아닙니다.. 저도 할 말은 많으나... 후훗..

비로그인 2013-07-11 15: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사랑합니다.

곰곰생각하는발 2013-07-11 15:31   좋아요 0 | URL
달빛가루 님 10대였던가 ? 가물가물....ㅎㅎ

히히 2013-07-11 15: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무서운 세상의 불쌍한 십대들입니다.
딸 둘을 키우면서
부모란 자식은 가한 힘 만큼 통통통 튕겨나간다는 진리를 확신하는 과정입니다.
첫째에겐 엄하고 실수가 용납되지 않는 반면
막내는 찟찌가 나와도 여전히 귀엽고 혀 짧은 소리로 대화가 오고가고.
전화 통화를 할 땐 용건만 간단히여서 섭섭한 언니와 다르게
귀청떨어지게 쫑알쫑알 결국엔 다시 수화기 들어 용무를 보는 둘째입니다.
허락되지 않은 군더더기를 붙치고 다닐 첫째가 아니고
지 보면 희죽대는 헤픈모에게 비싸게 굴 막내가 아니죠.
의지가 되고 의욕이 넘치고...

이런 차이는 내가 무심코 흘린 소행 만큼 수확되는 열매들입니다.
매스컴이 치를 떨었던 무수한 범죄자들의 유년기를 보면
그들의 죄가 어른들의 무책임함에 뿌리를 둔다는 것을...

저는 그들 밑바닥 상처가 그저 슬플 뿐입니다.

곰곰생각하는발 2013-07-11 15:38   좋아요 0 | URL
십대가 괴물이 되는 코스는 두 가지'처럼 보입니다.
하나는 공부기계'로 전락한 십대들이 그 일탈로 탈선을 하는 경우이고,
다른 하나는 성적 위주 경쟁에서 밀린 십대가 학교에서 벗어나
고립될 때 발생하게 되는 탈선이 그 경우죠. 결국은
몇몇 십대를 괴물로 만든 주범은 꼰대들이죠. 교육 정책을 총괄하는
그 늙은 남성 수컷들이 문제이기도 합니다. 그걸 깨달아야 해요.
무서운 십대'라고 말하기 전에 무서운 십대를 만든 무서운 40대 남성 주류 꼰대들의 기득권을 생각해야 합니다. 자기들은 온갖 데스크에서 주류로 활동하며 조금만 우울하면 고개 숙인 남성들.. 운운하며
징징거리지만 십대들의 고민에 대한 목소리는 그 어디에도 없어요.
10대는 성욕이 없습니까 ? 웃기는 말이죠. 놀고 싶지 않나요 ? 웃기는 말입니다.
피해자인 17세 소녀를 생각하면 마음이 아프죠. 어느 새끼는 오죽 까졌으면 모텔에 가냐고
해서 대판 싸우고 오는 길입니다만... 죽을 짓을 했다는 것인데 어느 누가 죽을 짓을 할 놈이 어디 있습니까..

히히 2013-07-11 15: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새끼 딸린 입에서
남의 자식에게 '화냥년, 도둑놈' 은 나올 말이 아닙니다.
그렇게 되기까지의 그들 삶의 조건은 그대로 둔 채
그 사람의 생각이 썩어서 그런 것 처럼 도끼눈으로 보지 맙시다.

곰곰생각하는발 2013-07-11 16:06   좋아요 0 | URL
어린 년이 오라고 모텔 간 거 보면 정조관념이 없다는 주장을 하는 놈이나
십대 살인자'나 둘 다 똑같은 괴물이죠.
자기 스스로는 자신이 괴물이라는 사실을 잘 모릅니다.
언제나 인간은 자기합리화를 하니 말입니다.

행인 2013-07-11 21: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헐..언론기사 보기 전에 요, 개요만 먼저 보고 생각한 것은, 남자 둘이 모텔에 간 것 자체에서, 그리고 시간적으로도 공범일 가능성을 의심했는데요, 기사를 다시 보니..살해동기가 없더군요. sms 문자메시지도 그렇고...그것이 이상해서 알베르까뮈의 이방인이 생각났다느요 쿨럭. 지능적인 것도 아니고 충동적인 것으로 보이는데, 그것이 계획적이었을수 있다는 점이...사이코패스니 소시오패스니의 진단보다는 사건 자체를 명확히 밝히는 것이 중요한 것 같네요. 고인에게는 못할 댓글인가 하지마는요...헐. 갑자기 고인에게 기도해드리고 자야 할듯요. (반 무신론자 왈)

곰곰생각하는발 2013-07-12 00:06   좋아요 0 | URL
원래 소시오패스'가 동기가 없어요. 굳이 동기를 찾자면 지배욕이겠죠.
대상을 제압할 때 오는 그런쾌락을 원했던 것일 겁니다.
좀더 지켜보아야 하겠지만 의문점이 굉장히 많습니다.
 

 

 

 

 

 

 

광부잡담 1.

 

- 패트리어트 게임 : FR(L)IGHT 241

 

실수는 곧 사망이다. 아시아나 항공기 사고'가 발생했다. 비행 ( FLIGHT ) 라는 게 작은 실수 하나에도 엄청난 재앙 ( FRIGHT ) 가 될 수 있기에 철저한 직원 교육이 필요하다.  중국인 2명이 사망하고 한국인은 전원 무사하다는 소식에 " 다행 " 이라고 말하는 언론'을 볼 때마다 당혹스럽다. 일본 대지진 때 한국인 피해 소식을 전하며 " 불행 중 다행 " 이라고 말했던 언론 보도를 볼 때 느꼈던 것과 비슷하다. 죽음을 대하는 태도는 한국인인가 아닌가에 따라서 다행과 불행'이 나뉘어지는 것이니, 어미 뱃속에서 국적 따져가며 잘 태어나시라. 위의 사례와 같이 뉴스에서 단어를 선택할 때는 개인의 감정이 강하게 드러나는 단어'는 피해야 한다. 그렇다고 회색주의자'가 되어야 한다는 소리'는 아니다.  

 

솔직히 고백하자면 각하 정권 때 우파들이 선보인 철저한 무언'도 꼴불견이었지만  신경민 앵커'가 클로징 멘트에서 보여준 색깔 있는 발언 또한 꼴불견'이었다. 멘트 자체에 대한 비판이 아니라 멘트'를 날린 의도가 불경하다는 것이다. 사람들은 그가 말한 클로징 멘트'를 두고 < 소신 > 이라고 말했으나 내가 보기에는 < 꿍꿍이 > 처럼 보였다. 앞날을 내다본 포석이었으며 암중모색'이었기 때문이었다. 그가 느닷없이, 평소 그답지 않게 느닷없이, 퇴직 말년에 평소 그답지 않게 느닷없이 쏟아낸 신랄한 클로징 멘트'는 계산이 깔려 있는 것처럼 보였다. 나는 그의 클로징 멘트를 보면서 그가 곧 언론인에서 정치인'으로 변화를 줄 것이란 확신이 들었다. 아니나 달라.... 그는 정치인'이 되었다. 클로징 멘트는 든든한 노후 보장을 위한 적금이었던 것이다. 이것을 두고 소신'이라고 한다면 너무 소심한 견해는 아닐까 ?

 

아시아나 항공 241편' 사고에 대한 언론 보도'는 한편의 패트리어트 게임'을 보는 것 같다. 한국 언론은 조종사 운전 미숙'에 의한 사고'로 보는 미국 언론'의 논조가 지나치게 < 자기 논에 물 대는 식' > 이라고 강하게 비판하는 모양새'다. 기체 이상으로 인한 사고'일 가능성도 열어두어야 하는데  지나치게 사고 원인을 운전 미숙으로 몰고간다며 미국 언론 보도는 편파적이라고 비판한다. 맞는 소리이다. 하지만 역설적이게도 이 논조 또한 자국에 유리한 쪽으로 몰고가려는 아전인수 격은 아닐까 ?  

 

때린 놈이 있고 맞은 놈이 있을 때, 때린 놈이 < 구구절절 > 당시 상황을 설명하면 그것은 < 구질구질 > 한 변명이 된다. 사고 당사국으로써 한국은 입 닥치고 침묵할 필요가 있다. 최민수처럼 억울하더라고 일단은 침묵해야 한다. 억울함에 대한 보상은 블랙박스에 기록된 데이터'가 해결해 줄 것이 아닌가 ! 블랙박스에 기록된 내용이 기체 결함에 의한 사고'였다는 것이 발견되면 그때 가서 목소리를 높여도 된다. 당당하게 외쳐라. " 야, 이 개새끼들앙 ! 남조선 작다고 무시하지 마랑 !!!! " 이렇게 말이다.  

 

꼴사나운 짓은 여기에서 그치지 않는다. 재난이 발생하면 언제나 등장하는 것은 영웅'이다. 그러니깐 발생 계통학적 관점에서 보자면 영웅은 재앙의 첫째 아들'이거나 둘째일 것이다. 재앙이 없었다면 영웅은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다. 선-재앙, 후 - 영웅이다.  그런 의미에서 불행의 외동 딸은 다행이다. 불행 중 다행이니깐 말이다. 다행 중 불행은 없지 않은가 말이다. 여기에 영웅과 다행'이가 사랑을 하는 내용이 재난 영화의 클리쉐'다. 모든 재난 영화는 영웅이'와 다행이'가 만나는 러브스토리'이다. 술자리 수다에서 주인공 이름을 모르거든  당당하게 다행이와 영웅이'라고 지적해도 된다.

 

배트맨 서사도 크게 다르지 않다. 재앙은 할아버지이고 배트맨은 아버지이며 조커는 아들이다. 고담 도시에 악당이 창궐하기 때문에 배트맨이 출현하는 것이 아니라 배트맨이 고담에 있기에 조커'가 그를 찾아 간 것이다. 배트맨이 없었다면 조커는 태어나지도 않았다. 승객 50명을 구한 여승무원에 대한 영웅 기사'가 불편한 지점이다. 오해는 마시라. 여승무원에 대한 비판이 아니다. 그녀의 희생 정신'을 비판할 생각은 발톱의 때만큼도 없다 ! 내가 강조하고 싶은 것은 영웅 서사를 부각해서 어처구니없는 재앙을 희석시키려는 논조다. 이 시대의 진정한 영웅'이라는 카피따위로 그녀가 가지고 있던 순수한 사명감에 먹칠은 하지 말자는 것이다.  

 

■ 배트맨 원작 만화'를 보면 실제로 조커'는 배트맨과 현피 뜨기 위해 감옥에서 탈출을 한다. 그리고는 그를 만나기 위해 고담으로 간다.

 

대한민국만큼 영웅이 많은 나라도 없다. 한국에서는 스포츠 우승자와 애국심과 영웅은 삼위일체다. 듣도 보도 못한  삼위일체론'이다. 맨발로 물속에 들어가 샷을 날린 박세리'는 IMF 시대의 빛과 소금이 되어 준 영웅이 되고, 박찬호는 국가 위상을 드높인 영웅이 되었다. 그리고 포스트 IMF시대에는 김연아가 " 빙상 " 위에서 난세를 구한 영웅이 되고, 석 선장은 " 병상 " 에서 아덴만 영웅이 된다. 이런 과대 망상'은 좋지 않다. 한국의 파시즘적 애국자 열풍은 항상 상상 그 이상'을 보여준다. 묻고 싶다. 김연아'가 영웅인 이유에 대해서 말이다. 박세리는, 박찬호는 ? 그들은 그저 자기 욕망에 충실한 사람들이다. 성공에 대한 열정'일 뿐이지, 난세를 구할 목적으로 샷을 날라고, 공을 날리고, (스케이트)날을 날린 것이 아니다. 개인적 욕망을 국가적 욕망과 동일시하면 그것은 과대망상'이 되는 것이다.  

 

누누이 강조하는 것이지만, 영웅을 필요로 하는 사회'는 병든 사회이다. 고담 사회'가 배트맨을 간절히 원하는 이유는 국가 치안 시스템으로는 재앙을 막을 수 없기 때문에 초인적인 배트맨을 호명하는 것이다. 건강한 사회는 절대 영웅 서사에 기대어 희망을 품지 않는다. 댐이 무너지는 것을 막은 사람은 슈퍼맨의 손가락이 아니라 어느 평범한 꼬마의 손가락'이 아니었던가 ? 슈퍼맨은 그따위 쪼잔한 구멍따위에는 관심이 없다. 그는 스펙타클한 재앙에만 관심이 있을 뿐이다. 슈퍼맨은 슈퍼마켓에서 인질범들과 싸울지언정 구멍가게'에서 주인과 술주정뱅이 딸기코 아저씨가 다투는 싸움'을 말리지는 않는다.

 

이러한 패트리어트 게임은 기성용 사태에서도 드러난다. 어느 날 눈  뜨니 스타'가 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어느 날 눈 뜨니 악당이 되는 경우도 있다. 모두 다 좋은 쪽으로 < 누네띠네 > 가 되면 좋으련만 기성용은 아쉽게도 나쁜 쪽으로 < 누네띠네 > 가 된 모양이다. 잠시 삼천포'로 빠지자면 " 누네띠네, 저도 참 좋아하는데요. 한번 먹어보겠습니다.  음..... MSG를 전혀 첨가하지 않았지만 이 욕,  맛있는데요. 착한 욕으로 선정하겠습니다. "  기성용'이 욕을 먹는 이유는 큰 어른'에게 대들었기 때문이다. 여기에 여론이 우럭도 아니면서 버럭 한 것이다. 허각이 허공을 보며 허걱 하는 꼴이니, 싸기지 없는 놈에서부터 이기주의자, 나라 사랑하는 마음이 전혀 없는 놈이란 비약도 흘러나온다. 국가대표 자격이 없다는 것이다.

 

동방예의지국에서 아버지에게 대든 놈은 용서를 못하겠다는 태도다. 아, 이런 꼰대적 태도'는 참 보기 흉하다.  앞에 없으면 나랏님도 욕하는 판국에, 친구끼리 한 거친 말투에 그리 흥분할 필요가 있을까 ? 혈기왕성한 나이에 쌍욕 한 번 안 한 사람이 어디 있는가.  감히 하늘 같은 아버지'를 욕해서 불온한가 ?  상징적 아버지인 갑'에게 대들면 안 된다는 논리'는 우스운 말이다. 불만을 제기할 수 있다. 그 과정에서 욕도 할 수 있다. 몇몇 친한 지인들만 공유하는 비밀 SNS'에서 한 말을 가지고, 그것 가지고 광분하는 꼰대의 열불'이 더 볼썽사나운 것은 아닐까 ?

 

그들이 기성용의 지랄'에 대해 그토록 흥분하는 이유는 기성용이 국가대표 신분이면서 사적 욕망을 너무 적나라하게 드러냈기 때문에 그렇다. 국가대표가 되는 순간 그들은 국가의 전유물이 되어야 한다. 여기에 사적 욕망'은 불온한 것'이 된다. 이처럼 국가 이익을 위해서라면 개인의 은밀한 욕망은 억압되어도 좋다는 논리이다. 한국인은 국가주의적 성향이 강해서 개인적 욕망을 노골적으로 드러내는 것을 경멸하는 경향이 있다. 그것은 가부장제 사회에서 한국 남성들이 자신의 성적 욕망을 당당하게 드러내는 여성을 불쾌하게 생각하는 것과 같다. 남성의 여성 편력은 이력이 되지만, 여성의 화려한 남성 편력은 때 지난 달력 취급을 한다. 이처럼 국가주의적 논리로 개인의 욕망을 억압하면 안 된다. 개인의 욕망은 그냥 순수하게 받아들일 필요가 있다. 그냥 20대 청년의 속 터지는, 예의 없는 지랄'로 가겹게 이해하라. 뭐, 그리 호들갑인가 ! 하여튼,  방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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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 2013-07-09 21: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정말 왜 그리 호들갑인지 모르겠습니다.
패트리어트 게임, 정말 제목부터가 적절하다고 하지 않을 수 없네요. 촌철살인 :)

곰곰생각하는발 2013-07-09 21:47   좋아요 0 | URL
뭘 그리 기성용 못 잡아먹어서 안달인 줄 모르겠습니다.
24살이면 한참 욕하고 자신감에 차서 그럴 나이인데 말입니다.
가장 호전적인 나이가 그때에요. 사람들 혀 끌끌차며 자신은 그때 그 시절엔안 그런 것처럼
세상 말세 운운하는데 보기 좋지 않습니다.

iforte 2013-07-09 22: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항공사고의 안타까운 소식 중에 또 무언가 사건이 터진 모양이군요. 아.... 곰발님의 글은 몇번씩 다시 읽어보게 만느는 힘이 있네요. 곰발님과 같은 언어를 쓰고 있다는게 그저 축복일 뿐입니다. 할렐루야! (*참고로, 전 기독교신자, 아닙니다. )
제 의견을 덧붙이자면, 어줍짢은 일이 사건이랍시고 뉴스가 될때, 한번쯤 그나라의 언론 수준을 의심해봐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같잖은것으로 장사해보겠다고 신성한 언론의 의무를 엿바꿔먹는 것은 아닌지.. 아니면 사우나 아줌마들 수다떠는 수준의 가쉽거리가 뉴스라고 믿는 자질 문제인지.. 스포츠인들, 연애인들에게 애국자, 영웅의 상을 찾는것도 문제이지만, 언론인이 되는것을 그저 호구지책 내지는 보다 큰 야망의 발판쯤으로 이용하는것도 문제라고 봅니다. 어떤 직업은, 진정 의무감과 사명감으로 무장하고 뛰어들어야만 한다는거, 생각해봤으면 합니다.

2013-07-09 23:0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3-07-10 00:3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3-07-10 00:36   URL
비밀 댓글입니다.

비로그인 2013-07-09 23: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나도 기성용 왜 자꾸 욕하는지 도무지 이해가 안가서
안그래도 오늘 엄마랑 그 얘기도 나눴는데
기성세대(축구협회?)들의 위기의식이 아닌가 싶어.
기성용처럼 해외서 인정받는 젊은 선수가 하고싶은 소리 해대기 시작하면
자신들의 자리, 권위가 위태롭다 이거지..
기성용 보면 10년 전의 나카타히데 선수 생각이 난다.
나카타도 세리에,에서 잘나가면서 일본 축구, 그 시스템, 협회 꼰대들..
존나게 깠거든. 그래서 거의 패륜아 수준으로 매스컴에서 씹혔었는데..
한국과 다른 점이 있다면, 일본 국민들은 아랑곳 않고 그를 응원했다는 거.
아, 근데 윗줄 '일본국민'이라고 쓰면서 무지 어색..
'국민'이란 단어 자체를 별로 안쓴다 여긴. 그냥 '사람'이라 쓰지..
국민, 우리나라.. 이런 단어들 참.. 옛날에 새마을 운동 생각나게 함.
국민체조,이런 것도 말이다. ㅎㅎ

곰곰생각하는발 2013-07-10 00:44   좋아요 0 | URL
뭐... 꼰대 정신 아니겠어 ? 어린 놈이 어른에게 대든다. 이거지...
문제는 국가대표'라고 하면 애국자'가 되어야 한다는 논리가 후지다는 거지.
애국자는 무조건 개인 욕망을희생해라, 이거 아니냐.
불만 제기하면 괘씸죄야. 88만원 세대'의 비극이 안타깝다 하면서 정작 자기들도 저런 문제에는 어린 놈이 싸가지 없다는 식으로 나아가잖아. 김논도의 아프니깐 청춘이다, 졸라 욕하면서 막상 저런 문제 닥치면 어린 놈이 싸가지 없다로 귀결돼... 아 다르고 어 다른 태도 아니겠어 ?
그냥 한 청년의 예의없음으로 끝나면 되지.. 그걸 좀 오버하면 안 된다고 본다.

만화애니비평 2013-07-10 08: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개인적으로 포스트모더니즘적인 요소에서 신화적 영웅보다는 일상적인 이야기를 다룬 애니메이션을 좋아하죠.
우리의 인생은 우리가 주인공이어야 하는데 항상 영웅심리를 내세우죠.
그런 점에서 코스프레하는 것을 보면 그런 영웅들이 나오길 바라는 대중적 욕망과 더불어 그것에 대한 동경의식이 있지요.
하지만 책임의식이나 사회적문제 의식은 없죠. 단지 화려한 것만 바라고 뒤에 있는 짐은 가져갈 생각이란 없죠

곰곰생각하는발 2013-07-10 14:48   좋아요 0 | URL
망가는 좋은데 코믹스'는 잘 못 읽겠어요.
이게 취향의 문제이긴 한데 전 영웅이 나오는 만화를 그닥 좋아하지 않는 것 같습니다.
이나중탁구부가 최고임..

히히 2013-07-10 14: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예전 2PM의 박재범이 생각납니다.
순간적인 생각에 맹랑한 놈이네 할 수 있었겠으나 지 공간에서 정당한 감정 풀이 였습니다.
동방의 예의 바른 우리들 아닙니까?
이 몸은 유배당해 마땅한 죄인입니다.
君師父一體 라 하였는데
또래들과 스승을 능멸한죄,
피붙이들과 아비를 욕보인죄,
군을 개취급한 죄.
재범과 다른 점은 저는 노래도 춤도 지 마음대로고
내 좋다고 미치는 놈들이 떼거리로 몰려다니지 않았습니다.
정말 중한 것은 들키지 않았다는 것이지요.
'이 나라 정말 개떡같다.' -국가모독죄로 체포되는 것입니까? 그러면 비밀입니다~~~~만
1988년 그 조항이 삭되되었답니다. ㅋㅋㅋㅋㅋ

곰곰생각하는발 2013-07-10 14:50   좋아요 0 | URL
박재범.... 사태 때 정말... 웃겼죠.
혈기왕성 젊은 때 무슨 말을 못합니다.
전 그보다 더 심한 욕도 했습니다.
그냥.. 아, 시발 이 나라 좆같다.
이런 말 안 하는 사람 있습니까 ? 솔직히 이 나라 좆같으니깐 좆같지...
하여튼 꼰대들이 나라 말아먹고는
한다는 소리가 늘 천번은 흔들려랴 그 따위 소리나 하고 있으니...
 

 

 

 

 

 

 

 나는 작가다 4 : 공지영 편.

 

 

6위로 가까스로 살아남은 성석제'는 절치부심하여 밤에는 찔레나무 지를 모아 그 위에 눕고, 낮에는 곰 쓸개'를 먹었다. 한때 련변의 수퍼스타였고 함경도의 불꽃이었던 그가 서바이벌 경연'이라는 천민자본의 꽃봉오리 프로'에 출연하여 이 수모를 겪는구나, 라고 생각하면 찔레나무 가지 위에 누워도 아프지 않았다. 그는 생각을 깊이할수록 자본주의 남조선이 미웠다. 뒤풀이'에서 술'을 마신 결국 사단이 났다.

 

- 스위스‘가 팔뚝시계 팔아서리 인민의 배를 불릴 수 있었을 거라 생각하오 ? 간난 아새끼가 웃을 일이디... 기래서 선택한 것이 모이간? ”   박민규’가 콧잔등을 긁으며 말했다. " 금고. 철제금고 ! " “ 오라, 기렇디. 나의 로큰론 아새끼 !  이리 오라. 기래, 금고야 !  자본주의 만국의 양아치 장삿꾼‘들은 인민의 피’를 빨아 빨처먹어서리, 그 피 같은 돈을 스위스로 송금하디. 스위스'는 그 돈으로 이자놀이 해서리 인민의 배를 불린기야. ” 성석제는 말을 끊은 후 주위를 천천히 훑었다. 자신감이 있다는 태도다.

 

“ 국가가 나서서 돈세탁 해주는 기지. 국가 자체가 불법이란 말이야. 남조선이라고 다를 게 뭐이간. 쬬꼬파이 팔아서리 인민의 배를 불릴 수 있다고 생각하는 기야? 새우도 읍수면서리 새우깡이라고 우기는 나라가 남조선이지비. 쪼코파이가 파이간 ? 그기 찰떡이지 어찌 파이간 !  지금부터가 중요한 기야. 잘 들으라우,  그러니끼니 - ”  이때 김애란이 3차선 도로’에 깜빡이 등‘도 켜지 않은 채 급하게 끼어들었다.

 

- 그러니깐 선배님은 남한 정부’도 대기업의 온갖 불법‘을 눈감아주는 조건’으로 지금의 경제 성장에 도달했다는 말씀을 하시려고 하는 거죠 ? ( 성석제 말투를 흉내내며 ) 인민에게는 피도 눈물도 읍수면서리 대기업이나 지도층 인사들의 불법에는 관대한 국가라는 말씀을 하시려는 것 아니니 ? 북조선은 당연히 양아치 국가이디만, 남조선도 그리 다르지 않지비 ? 호호. 웃어도 되죠 ? 호호.  ” 깜빡이도 켜지 않은 채 끼어든 스카이콩콩에 화가 난 성석제가 냅다 소리를 질렀다.

 

- 이보라우. 에미나이 ! 뭐이 어드래 ? 자네 도마뱀이간, 선배가 말을 하는데 건방지게스리.... 자네 깍뚝이야 ? 말을 왜 뚝뚝 끊는기야. 신호위반 하지 말고 운전이나 똑바로 하라우, 알간 !!! ”  성석제는 냅다 김애란의 스카이콩콩을 집어 대기실 밖으로 던져버렸다. 스카이콩콩이  “ 스카이콩콩.” 하며 울었다.  애란은 그녀 특유의 커다란 눈으로 성석제를 쏘아보았다. 그리고는 방긋 ! 


' 두고 보라우, 에미나이 ! 나, 연변의 불꽃. 함경도의 희망 !  성석제, 죽디 않아. 암 그렇고말고 ! 뭉가주갔어. 싸 놓은 똥을 뭉가는 개 발바닥 신세를 만들어 주갔단 말이야...... ' 성석제는 다짐을 하고 또 다짐을 하는 것이었다. 하지만 4차 경연에서도 우승은 여전히 김애란이었다. 김애란은 < 물소, 골났어? > 로 1위를 차지했다. 박민규는 < 오리배 어디 있어 ?  오리무중입니다 ! > 으로 4위‘를, 성석제는 가까스로 < 도망자 삼치도 > 로 꼴찌를 모면했다. 수치스러운 결과였다.

 

이번 대회의 탈락자’는 윤대녕이었다. 그는 < 오늘도 여행을 떠나요 > 를 불러서 탈락하게 되었다. 너무 뻔한 내요이었다. 불쑥 여행을 떠나고, 묘령의 아가씨를 만나고, 하룻밤 정사를 통해 진리를 깨닫고, 다시 서울로 오는 오딧세이. 항간에는 윤대녕은 여행사 ceo라는 풍문이 돌았으나 거짓으로 판명났다. 그는 엠비씨 스튜디오‘를 벗어나자마자 다시 여행길에 올랐다. 그 후 그를 보았다는 사람은 나타나지 않았다.


“ 여러분, 윤대녕 씨‘가 탈락하셨습니다. 그리고 룰에 따라 그 결원은 새로운 도전자’가 채우게 됩니다. 이번 도전자‘를 소개합니다. 올해 < 이상한 문학상 >의 수상으로 명예를 회복한,   천만 부’라는 경이적인 판매부수를 자랑하는 이 시대의 진정한 승부사. 눈물 없이는 읽을 수 없는 눈물의 여왕, 공 !  지 !  영 ! ”


일순, 사위가 조용해졌다. 공지영 ?  우행시의 그 공지영 ?!  반갑습니다. 공지영입니다. 아름다운 밤입니다. 김애란은 공지영을 뜨겁게 포옹함으로써 그녀에게 지지 의사를 보냈다. 적어도 다음 대회 탈락자는 정해졌으니깐. 성석제도 뮤즈라는 찬사로 그녀에게 지지‘를 표명했다. 다음 대회 탈락자는 정해졌으므로. 박민규 또한 지지 의사를 표명했다. 남은 3인 또한 키스데들리, 앞 이빨이 쏙 빠지도록 그녀의 이번 도전을 환영했다. 적어도 다음 경연의 탈락자’는 정해져 있으므로 ! 사람들은 모두 공지영이 탈락될 것이라는 데 내기를 걸었다. 문제는 과연 득표수'였다.


내기에 건 판돈은 박민규의 주머니로 들어갔다. " 선배님, 박민규 선배 일부러 바보 흉내 내는 것 같지 않나요 ? 우리가 있을 때'는 바보 흉내를 내는데, 안 보는 데서는 멀쩡하다는 주변 사람들의 진술을 확보했어요. "  김애란은 자신의 스카이콩콩을 타고 동네 한 바퀴를 돌고 있는 성석제에게 다정하게 말했다. " 그렇디 ?  ( 헉, 헉, 헉. ) 조 간나. ( 헉헉헉. ) 새끼.  아무래도...... 뺑끼 쓰는 거 같아. 영악한 놈이야. "


물론 공지영은 탈락했다. 그녀가 부른 곡은 < 우리들의 행복한 고등어 > 였다. 가사는 다음과 같다. 냉장고를 열어어어어~ 보니, 고등어어어어어 한 마리. 넌 명태도 아니면서 동태처럼 얼어서 죽었구나. 늘 푸르르르르른 고등어야아아아아아 , 늘 푸른 고등어야. 다음 생엔 저 푸른 바다'에서 태어나렴 !  ......   공지영'은 너무 감정에 북받쳐서  감동적으로 울었다. 그녀의 노래는 울먹이는 울음 때문에 물 먹은 종이처럼 눅눅해졌다. 문제는 청중평가단이었다. 아무,  도 울지 않았다. 슬픈 발라드는 청중이 슬퍼서 울어야지 좋은 노래이지, 가수가 슬퍼서 " 울  먹이면 물  먹는다. " 이거... 뭥미 ?!

 

경쟁자들은 모두 그녀가 조경란보다는 높은 득표율'을 얻어 떨어질 것이라는 데 내기를 걸었다. 위에서도 지적했듯이 문제는 득표수였다. 박민규 만은 득표율 제로'에 걸었다. 성석제가 답답한 듯 한마디해다.  " 이보라우. 맨규 동무 ! 기건 불가능한 기야. 천만 베스뜨 독자'가 있지 않간 !  그녀의 열혈 광팬이라몬 묻지 마 튜표도 가능한 기야 !  최소한 5% 이상의 지지율은 얻지 않갔어 ? "  하지만  공교롭게도 그녀의 득표수는 제로‘였다.  아무, 도  그녀에게 투표하지 않았다.  제작진은 그녀에 대한 배려로 득표율은 공개하지 않기로 했다. 그녀는 훗날,  자신의 자서전’에 그날의 일을 다음과 같이 상세하게 기록한다.


“ 그때, 목 상태‘가 최악이었어요 !  의사선생님은 이 상태로 노래를 했다가는 생명에 지장이 있다고도 했지요. 하지만 저는 시청자와의 약속을 깰 수 없었습니다.  결과는 아쉽게도 1표 차 탈락이었죠. 그날 컨디션만 좋았다면 우승도 바라보았을 거라 생각합니다. 하지만 후회는 하지 않아요. 든든한 동반자가 있으니까요.  바로......여러분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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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애니비평 2013-07-09 08: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점심 때 왠지 고등어 땡기네요..ㅎㅎ

곰곰생각하는발 2013-07-09 23:04   좋아요 0 | URL
동태 얘기하면 동태찌개 생각나다 하고 고등어 하면 고등어 조림 생각난다 하고.....ㅎㅎㅎㅎㅎ

히히 2013-07-09 14: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뿔로 냅다 들이박았어야 탈락은 면할 수 있었는데 말입니다.
사춘기 소녀들은 학교 등교했는데
청중평가단의 분포도를 확인하지 못한 안일함의 결과입니다.
자신없으면 봉순이를 코러스 시키지. ㅉㅉ

곰곰생각하는발 2013-07-09 23:06   좋아요 0 | URL
무소가 뿔이 어딨습니깡...ㅎㅎㅎㅎㅎㅎ.
공지영 딱히 싫어하지는 않는데 문하 작품은 굉장히 제 취향은 아니에요...
너무 신파 같은 느낌이 들어서 말입니다.

iforte 2013-07-09 22: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멈, 공지영이 작가였어요? 난 또... 트위터로 뜬 명사이신가 했구만...ㅋ (농담입니다!)
문학을 잘 몰라 끼어들기 뭐하지만, 여전히 스토리는 흥미진진 하구만요. 다음 스토리는 우예 끌고가실래나... 궁금 궁금!

곰곰생각하는발 2013-07-09 23:06   좋아요 0 | URL
포르테 님이 어멈, 이라고 하니 좀 웃기네요...ㅎㅎㅎㅎㅎ.
여기까지는 미리 써둔 글인데 다음이 좀 막막하네요..ㅎㅎㅎㅎ
 

 

 

 

 

 

 

 

 

 

내가 이 영화에서 가장 좋아하는 장면은 장국영이 자신을 버린 어머니가 사는 집을 찾았을 때'이다. 그의 바람과는 달리 어머니는 만남을 거부한다. 어머니에게서 다시 한번 버림받은 그가 뒤돌아서 빠른 걸음으로 씩씩하게 걸을 때, 화면은 빠른 걸음과는 달리 어느 순간 슬로우모션'이 되어 느린 걸음으로 바뀐다. 재촉은 지연된다. 어깨는 바위처럼 무겁다. 이 빠른 걸음과 느린 걸음이 주는 대비는 주인공이 품고 있는 겉과 속을 효과적으로 표현한다. 빠른 걸음이 그가 어머니를 향해 내뱉는 위악'이라면, 느린 걸음은 어머니 곁에 머물고 싶은 그리움이다. 어머니는 커튼이 쳐진 창가에서 파랑에 출렁이는 배처럼 흔들리는 아들의 어깨'를 물끄러미 바라본다. 앞에서는 보이지 않으나 뒤에서 보면 선명하게 보이는 것은 초라한 어깨'다. 내것이 아닌 타자의 어깨'는 늘 마음 속에 오래 남는 법이다.

 

- 모두 다 예쁜 말들 vs 아비정전 중

 

 

 


 

 

 

 

오즈 야스지로'와 뒷모습.

 

 

오즈 야스지로는 대상을 향해 쉽게 나아가거나 움직이지 않는다. 감독은 그들이 나누는 대화에 간섭하지 않는다. 카메라는 일정한 거리를 두고는 늘 한발 치 물러난 지점에 고정되어 있다. 그의 카메라는 주인들이 하는 대화에는 관심이 없다는 듯 무심히 곁을 지나가는 늙은 고양이 같다. 이처럼 그가 다루는 카메라는 엉덩이'가 무겁다. 설령, 배우들의 동선으로 인하여 특정 배우가 등을 보일 때에도 카메라는 움직이지 않는다. 촬영 교본에 의하면 그것은 N.G다. 왜냐하면 영화 카메라는 집요하게 배우의 얼굴을 따라다녀야 하기 때문이다. 어떻게 보면, 오즈의 카메라는 직무 유기'라 할 수 있다.

 

그런데, 그런데 말이다. 오즈 야스지로는 찬란한 얼굴 표정이 보여주는, 그  현란한 메시지'보다는 둥근 어깨가 전하는 침묵이 더 강렬하다는 사실'을 그 누구보다도 잘 아는 감독이었다. 그는 채플린과 함께 뒷모습을 가장 아름답게 찍는 사람이었다. 홀로 남은 아버지 곁을 떠나야 하는, 결혼을 앞둔 딸은 결혼 날짜가 다가올수록 늙은 아비'에게 미안하다. 아버지는 그런 딸을 누구보다도 잘 안다. 어느 날, 아버지는 컴컴한 다다미 방에 앉아 딸에게 속내를 말한다. 행복하게 잘 살아라, 늙은 애비 걱정은 말아라, 청춘은 60부터다. 허허허허허. 딸은 아무 말도 하지 않은 채 묵묵히 듣고만 있다. 우리는 딸의 얼굴을 볼 수가 없다. 카메라는 뒷모습만 오랫동안 비춘다. 아무도 말하지 않는다. 침묵이 길어지면 속내를 들키는 법. 

 

여기에는 그 수많은 대사와 표정이 필요 없다. 뒷모습 하나면 된다. 앞모습을 보고 반하는 것은 사랑이 아니라 단순한 열정'에 불과하다. 사랑은 뒷모습마저 간절히 그리울 때 완성되는 감정이기 때문에 그렇다. 얼굴은 타인을 한순간에 사로잡을 수는 있지만 어깨는 곁에 오래 두고 보아야지만 사랑하게 되는 부분'이다. 그러므로 최종적으로 사랑을 완성시키는 것은 뒷모습'이다. 나는 기본적으로 앞모습이 매력 있으면서 동시에 뒷모습마저 매력 있는 사람을 믿지 않는다. 결핍이 존재하지 않는 자는 사랑스러운 대상이 될 수 없다.

 

언제부터인가  움직이지 않은 카메라'로 찍은 영화가 좋아지기 시작했다. 반면에 움직이는 카메라로 찍은 영화들은 현기증이 났다. 나는 오랫동안 내가 왜 움직이지 않는 카메라'를 좋아하게 되었는지에 대해서 스스로에게 속 시원하게 설명을 할 수는 없었다. 그런데 10년 사귄 여자와 헤어지고 나서야 비로소 깨닫게 되었다. 움직이지 않는 카메라는 무뚝뚝한 어깨를 닮았다. 나는 그 여자의 어깨를 사랑했다. 어깨는 바위를 닮았다.

 

 

http://blog.aladin.co.kr/749915104/627266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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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13-07-08 03: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노리코는 정말 사랑스러운 딸이야.
나도 그런 딸이 되고 싶었지만 나의 아버지는
노리코의 아버지 같은 그런 아버지가 아니었지... 흠...
아 ! 이제 정신차리고 일해야겠다.
오즈야스지로, 동경이야기?던가? 그것도 재밌어?
꽁치의 맛은 아직 못구하겠음. 이따 볼려고..

(어라? 사진이 또 바뀌었네? )

곰곰생각하는발 2013-07-08 03:32   좋아요 0 | URL
난 꽁치의 맛'을 무척 좋아한다. 오즈 감독 디븨디 사서 봐봐...
꽁치 얘기는 하나도 안 나오더라.... 꽁치 굽는 장면도 안 나오고 말이야...
나중에 알고 봤더니 꽁치는 가을이 제철이라고 하더군..
우리가 가을에 전어를 굽듯, 일본에서는 가을에 꽁치를 굽는다고 말잉.
굉장히 여성적인 감독이야. 시적이지. 계절을 좋아한 감독이야..
제목은 꽁치의 맛이지만 결국은 가을에 대한 이야기이니깐 말이야....

지그문트 2013-07-08 03: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형님 ! 아직 읽기 전에, 덧글을 우연히 봤는데.


으악. 꽁치의 맛에 대해서 쓰셨군요. 세상에 제가 오즈 야스지로 영화 중에서 제일 좋아하는건데. 대박입니다. 이거.
( 놀라운건 제가 그 감독님의 영화를 많이 본 편이 아닌데도, 꽁치의 맛은 매우 각별합니다. )

저한테 특별히 주는 글이라고 하신 그 말씀이 더욱 감동적으로 와닿는 순간이오. 일단 어서 읽겠소 !

곰곰생각하는발 2013-07-08 03:47   좋아요 0 | URL
이 영화 제가 무척 좋아하는 영화입니다. < 태어나긴 했어도 > 와 함께 < 꽁치의 맛 > 도.. 아니다.. 그의 영화는 다 좋습니다. http://myperu.blog.me/20165644313

마지막 장면에 매우 인상 깊었소.

지그문트 2013-07-08 03: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 앞모습을 보고 반하는 것은 사랑이 아니라 단순한 열정'에 불과하다. 사랑은 뒷모습마저 간절히 그리울 때 완성되는 감정이기 때문에 그렇다. 얼굴은 타인을 한순간에 사로잡을 수 있지만 어깨는 오래 두고 볼 때 사랑하게 된다. 그러므로 최종적으로 사랑을 완성시키는 것은 뒷모습'이다. 나는 기본적으로 앞모습이 매력 있으면서 동시에 뒷모습마저 매력 있는 사람을 믿지 않는다. 결핍이 존재하지 않는 자는 사랑스러운 대상이 될 수 없다. > 이거 오늘 인용하고 싶습니다. 롤랑 바르트를 인용하는 심정으로 형님의 글을.

곰곰생각하는발 2013-07-08 03:50   좋아요 0 | URL
롤랑바르트 흉내를 좀 내습니다. 비만 오면 롤랑바르트 풍이 되니, 이거 원.....
롤랑바르트 사랑의 단상은 내 인생의 책인데 하도 여러 번 읽어놔서
뇌 속에 세뇌가 되어서 그런지 은연 중에 따라하게 된단 말입니다.
하여튼...동문선에서 나온 책 중 그래도 사랑의 단상은 무척 마음에들어하는 책입니다. 김희영'인가요. 번역하신 분이.. 아마 굉장히 실력 있으신 분인가 봐요. 쏙속 들어옴..

지그문트 2013-07-08 04: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형님은 롤랑 바르트 급이십니다.

곰곰생각하는발 2013-07-08 04:21   좋아요 0 | URL
허허허 과찬이십니다. 말이라도 고맙구랴..

Forgettable. 2013-07-08 04: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비가 매일 와서 센치한 님의 글을 매일 읽고 싶네요!!
단어들이 둥둥 떠다니는데 글로는 정립이 안돼서 그냥 여기까지;;

곰곰생각하는발 2013-07-08 04:31   좋아요 0 | URL
7월 한달은 센치와 술로 보내야 할 것 같습니다.
요즘 저는 지네 때문에 잠을 못 잡니다. 지네가 집에 들어왔습니다.
태어나서 처음 있는 일이군요....

iforte 2013-07-08 04: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후아... 링크된 글까지 읽었더랬습니다. 마음이 짠 하군요... 누구에게나 사연은 다 있는 때문인가요. 스토리는 다를지언정 기분을 아래로 당기는 효과는 다 똑같나봐요. 이이잉.... 이 좋은 날에 (여기는 한낮인지라) 왜 이렇게 코끝 찡하게 하십니까. 나쁜사람, 나쁜사람....

곰곰생각하는발 2013-07-08 04:51   좋아요 0 | URL
한낮에 볕 좋은 날이군요. 흠흠..

iforte 2013-07-08 04: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바뀐사진, 좋아요. 사진도 좋구... 모델 분위기도 좋구... 근데 사진마다 너무 분위기가 달라서... 혹 제 3자 사진?

곰곰생각하는발 2013-07-08 04:51   좋아요 0 | URL
사진마다 다 낯선 사람이 나오더라고요. 5년에 걸친 사진들이니 늙고, 젊고의 차이는 있는데
본질적으로 좀 제가 연기를 잘하나 봐효. 까르르르르르...

히히 2013-07-08 18: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뒷모습에서 맨처음으로 본 것은 제 잘못이었어요. 제 죄였어요.
술 고래인 아버지를 도저히 어찌볼 수 없다는 무력감으로 우리 남매들의 유년과 청년은 빛바랬습니다.
퇴직을 하고 1년 뒤 대문 앞 골목을 터덜터덜 밀어내는 아버지의 어깨를 옥상에서 보고
순간 깜짝 놀랐습니다.
남자는 일이 없으면 1년이 10년이 될 수 있구나!
밤새 술주정을 하시다가도
새벽에 시치미를 떼고 용기있는 뒷태를 보이며 출근하는 놀라운 신축성이
오히려 밉기까지 하였습니다.
앞가림에 자신있고 용돈을 드리는 거만을 즐길즘에 보고야 만
갈기 깎긴 영감의 어깨는 둥글더이다. 달 보고 눈물 나던 그 밤의 동그라미 처럼.
夫로 살 수 없었던 父의 고단함을 발견하고는
응석꾸러기 아기처럼 발버둥쳐 울고 싶었습니다.
당신을 증오했던 제 심장을 도려내고 싶었습니다.
아버지의 술을 사랑하게 되었습니다.
제 사랑에 절래절래 북망산으로 도망쳤습니다.

곰곰생각하는발 2013-07-08 19:18   좋아요 0 | URL
히히 님 아무리 생각해도 모 소설가가 떠오르는데 소설가 맞으시죠 ?
자꾸 아니라고 하셔서 그냥 그려려니 합니다만...
그렇군요. 북망산 가셨군요.
저희 아버지는 동천' 가셨습니다.
꿈에 나타나셔서 저보고 동천 가자, 동천 가자, 하셔서 제가 안 갔습니다.
어깨는 참 알 수 없는 신체 부위입니다. 도무지 알 수가 없어요...

히히 2013-07-08 23:36   좋아요 0 | 수정 | 삭제 | URL
30년 전에 계몽사에서 주체하는 글짓기대회에 입선한 게 전부입니다.
책을 살 형편이 못되었지만
당시 TV에서 만화로 소공녀를 하고 있었으므로
끄적끄적 세라에게 편지를 썼는데 그것도 독후감이 되었는지...
읽지 않은 책의 글에 상까지 받았으니 간이 콩알만해졌던 황당한 추억입니다.

곰...발님의 [윤창중을 향한 어느 만능 스포츠 마니아의 쉰소리]
충격적인 문체였습니다. 중독되었습니다.

더이상의 과찬은 제 것이 아닙니다.
책 좋아하는 자의 곁에 얼쩡거리고 싶을 뿐입니다.


곰곰생각하는발 2013-07-08 23:47   좋아요 0 | URL
음 그렇군요. 히히 님, 문체가 좋아요. 덧글에 쉽게 다는 글이 저 정도 문자을 만들 수 있다면
마음 먹으면 박완서 급으로 갈 수 있습니다. ( 진지 ~ )
그나저나 제가 만능스포츠맨에 대한 글을 썼나요. 가물가물하네요... 후후....

새벽 2013-07-08 18: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구로자와는 앞모습을 잘 찍고 오즈는 뒷모습을 잘 찍는다..
뭐 말씀하신 문장 하나로 게임 오버,라는 생각이 듭니다.
심지어 오즈는 인물들의 앞과 옆을 담을 때에도 뒷모습을 보여주지요..

곰곰생각하는발 2013-07-08 19:20   좋아요 0 | URL
네. 전 구로자와는 앞모습을 잘 찍고, 오즈느 뒷모습을 잘 찍는다고 생각합니다.
거미집의 성'에서 보여준 그 마지막 장면은 지금도 잊을 수가 없습니다.
제가 생각하는 최고 걸작은 거미집의 성이었어요.
오즈는 오사무라면 구조자와는 미시마였죠. 마초 작렬하는....
남자는 기본적으로 직설적 시선에 끌리고, 여성은 다층적 시선에 끌리는 존재죠.
그래서 여자는 남자보다 더 어깨를 자주 봅니다. 여성의 모성애는 바로 어깨에 대한 시선의 응집'에서 나오는 것이 아닐까 싶어요.

히히 2013-07-09 11:06   좋아요 0 | 수정 | 삭제 | URL
옳습니다.
남자의 처진 어깨를 알고 모성애가 솟지 않을 만큼 독한 여자는 없으며
짝 벌어진 어깨를 훔쳐보고 잠재된 내숭이 스물스물 올라오지 않을 여자은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