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무역, 세상을 바꾸는 아름다운 거래 - 공정무역 따라 돌아본 13개 나라 공정한 사람들과의 4년간의 기록
박창순 외 지음 / 시대의창 / 2010년 1월
평점 :
구판절판


 

 

 

 

 

 

착한 소비'에 대한 착각.

 

 

데리아'가 2,900원짜리 햄버거 세트'를 내놓으면서 내세운 전략이 < 착한 점심 > 이다. < 통 큰 ~ > 시리즈를 변형'시킨 형태이다.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는 물가를 고려한 롯데리아의 나눔 캠페인'이다. " 살림살이, 나아지셨습니까 ? 치솟는 물가에 주머니 사정 민망 합정(하지요) ? 롯데리아가 당신의 주머니 사정을 고려하여 < 착한 점심 > 시리즈로 통 크게 쏩니다. 나눔을 실천하는 착한 기업. 롯.데.리.아 ! " 별 생각없이 보면 흐뭇한 광경이지만 자세히 뜯어보면 굉장히 뻔뻔한 광고'다.

 

왜냐하면 착한 점심'이라는 캠페인이 적용되려면 밑지고 팔아야 한다. 얼마 전 방송에 나온 원가 3000원짜리 밥을 1000원에 파는 식당'처럼 말이다. 주인은 가난한 사람들이 자존심을 지켜가면서 끼니를 해결할 수 있는 방법으로 식당을 운영하고 있다. 가난한 사람은 허기가 빨리 진다고 재료에 신경을 쓰다 보니 팔면 팔수록 밑진다. 이윤 추구가 아닌 봉사'다. 이런 식당이 착한 가게이고, 착한 점심'이다. 10원이라도 이윤을 남긴다면 그것은 착한 장사'라고 할 수는 없다. 박리다매'는 이윤추구'를 위한 치열한 전략일 뿐이지, 착한 행위'가 아니다. 그런데 롯데리아'는 스스로 착하다고 하면서 쇼,쇼,쇼'를 하고 있다. 난리 부르스'도 아니다. 어, 정도면 뻔뻔함을 너머 뻔, 뻔뻔뻔데기'다.

 

조지 리처'가 지적한 것처럼 한국판 맥도날드'인 < 롯데리아 > 는 교묘한 방법으로 소비자'를 이용한다. 당신은 햄버거를 먹기 위해 줄을 서서 기다리고, 직접 서빙을 하며, 먹고 나면 쓰레기'를 분리 수거 한 후 테이블을 정리하고 떠난다. 만약에 테이블 정리'를 하지도 않고 떠나면 다음날 유투브에 < 롯데리아 진상녀 > 라는 제목의 고발'을 각오해야 한다. 더불어 수천 개의 악플과 함께 말이다. 싸가지, 교양, 된장녀, 에티켓 기타 등등. 그 다음에는 꼭 한 마디 한다. 너희들도 군대 가라잉 !

 

그런데 이러한 태도는 정말 싸가지 없는 행동'일까 ? 다른 식으로 접근하면 맥도날드와 롯데리아 시스템'은 아주 이상한 방식으로 작동한다. 손님인 당신은 식당 종업원'이 해야 될 식당 일'을 대신 하는 것이다. 일반 식당이었으면 하지 않아도 될 일을 스스로 서빙을 하고, 쓰레기 분리 수거'를 하는 것이다. 물론 이러한 주장에 대한 모범 답안'을 롯데리아(맥도날드)에서 준비하지 않을 턱이 없다. 값 싼 햄버거 가격에는 이미 종업원 봉사료'를 포함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손님이 일한 만큼 그 가격을 빼서 가격 거품을 제거했다는 것이 그들이 주장하는 메뉴얼'인데 그 변명은 새빨간 거짓말'이다. 셀프 서비스 시스템'으로 인한 가격 절감'보다는 차라리 시도 때도 없이 흘러나오는, 막, 마마막대한 광고비'를 줄여서  햄버거 가격을 낮추는 것이 더 효율적인 판단이 아닐까 ? 2000원짜리 콜라는 원가가 100원도 되지 않는다. 그들은 박리다메로 이윤을 남길 뿐만 아니라 손님인 당신에게 종업원이 해야 될 일을 시키는 것이다. 주객이 전도된 것이다. 착한 점심이 아니다. 착한 손님'을 만드는 기업일 뿐이다. 말이 좋아서 < 착한 손님 > 이지 건들건들거리는 건달들의 입말을 빌리면 호구 새끼요, 보라색 가지'의 속말을 빌리면 가지가지하는 짓이다.

 

누누이 하는 말이지만 박리다매'는 경영 전략일 뿐이지 착한 장사'가 아니다. 그리고 이 세상 모든 소비'는 착하지도 않고, 나쁘지도 않다. 착한 소비도 없고, 나쁜 소비'도 없다는 말이다. 이건희가 10억짜리 양복을 입고 다닌다고 해서 그것을 두고 나쁜  소비'라고 할 수 있을까 ? 그렇지 않다. 그것은 자기 수준에 맞는 소비 행위'를 한 것뿐이다. 오히려 이건희에게 10만 원짜리 양복을 입으라고 요구하는 것이 나쁜 태도'다. 이명박 손녀에게 유니클로 29,900원짜리 패딩 점퍼를 입혀야 속이 시원하다면 당신이야말로 가학적 취향이 아닐까 ?

 

내가 아는 사람'은 일반 커피보다 몇 배나 비싼 공정 무역 커피'를 구입하면서 동시에 < 이마트 > 에서 장을 본다. 이마트'가 동네 구멍가게'를 죽이는 주범이라는 사실을 잘 알면서도 말이다. ( 착한 소비와 나쁜 소비를 굳이 구별해야 한다면 ) 묻고 싶다. 공정무역 커피를 사는 행위가 더 윤리적 소비 행위에 가까울까,

 

아니면 노인의 어깨'처럼 먼지가 내려앉은 구멍가게에서 대형마트보다 100원 더 비싼 맥주를 사서 마시는 것이 더 윤리적 소비에 가까울까 ? 나는 후자'가 더 현실적인 착한 소비'에 가깝다고 생각한다. 기업형 대형마트'가 동네 골목에 난입해서 상권을 파괴하는 사태에 대해서는 나 몰라라, 하면서 대형마트에서 공정거래 마크가 부착된 제품을 사는 것'은 명백한 모순이다. 착한 소비, 윤리적 소비'는 복잡하게 생각할 필요 없다. 구멍가게에 가서 할인마트'보다 100원 더 비싼 맥주를 사서 마셔라. 공정무역 시스템이 나쁘다는 것이 아니다.  착한 소비의 시작은 < 골목 상권 살리기 > 부터 몸소 실천하고 나서 그 다음에 공정무역에 대한 깊은 생각'을 하는 것이 순서가 아닐까 ?  < 착하다 > 와 < 척하다 > 를 혼동하지 말자. 교양 있는 척하는 속물은 되지 말자.

 

착한 소비는 없다. 다만 착한 소비자'(호구)는 있다.

 

 

 

 

+

실제 경험담이다 : 공정무역 상품 예찬론자'가 있었다. 자신은 되도록이면 상생을 위해서 비싸지만 공정무역 상품'을 구입한다고.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다가 내가 장'은 어디서 보냐고 했더니 이마트에서 본단다. 물론 그에 따른 변명은 재래시장'은 멀고 주차시설에 불편하다는 이유였다. 아마도 반론을 제기할 것을 염두에 둔 포석이었던 듯하다. 다시 물었다. 굳이 이마트 갈 필요 있나요 ? 동네 구멍가게에서 사시면 되잖아요 ? 그러자 그녀가 말했다. " 비싸요 ! 우리동네 구멍가게 주인 내외는 불친절하고 비싸요. 마트에서는 병맥주 1700원인데, 아니 글쎄... 그 가게는 2000원이지 뭡니까 ? 이 정도면 바가지 아닌가요 ? 호호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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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13-06-30 19: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7년전에 잠깐 한국에 들어갔을 때
그 사이에 동네에 이마트나 까르프 등의 대형 마트가
500~1000m거리 안에 4~5군데나 생겨있는 걸 보고 깜짝 놀랐어.
그런데 평일 어딜 가도 사람들이 무척 많고 붐비더란 거. 믿기지 않은 풍경이었음.
그리고 마트가 저렴하단 생각은 전혀 안들더라.
양파 하나 필요해서 들렀다가도 막 7~8개 묶음으로 사야하고..
하나하나 품목들 따져보면 현재 일본보다 한국이 물가가 무진장 비싸다.
울 엄마 한국있다 여기와 살림하면서 맨날 그 얘기. 지금 한국 물가는 미쳤다고..

곰곰생각하는발 2013-06-30 22:12   좋아요 0 | URL
시장 바로 옆에도 생겼더라... 거리제한제'가 있는 미국만 해도 골목 상권 보호하기 위한 거리제한제'가 있는데 한국은 뭐... 그냥 죽으라는 거지... 대기업 이익 집단들을 대변할 수 있는 사람들이 국회로 자꾸 넘어가기 때문에 그래. 결국은 잘못된 선거의 결과들이 아니겠어. 지역주의에 빠져서 무조건 당 보고 찍으려는 태도가 고쳐져야 하지...

비로그인 2013-06-30 19: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그리고, 나 아까
오랜만에 고기 무지 많이 먹었다.(자랑)

곰곰생각하는발 2013-06-30 22:13   좋아요 0 | URL
요즘 고기 못 먹어서 죽는 사람 있냐. 어디 와서 자랑질이야 !! 벌컥..

iforte 2013-06-30 23: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워 워... 누가 보면 진짜로 고기 못먹어서 샘내시는 줄 알겠어요. 진정. 진정... ㅋ

역시 오늘도 곰곰 생각해보게 하는 곰발님 글이네요. 평소에 별 생각없이 소비하면서 사는데.. 흠.. 이왕이면 수익의 몇%는 사회사업에.. 뭐, 이런 곳에서 돈쓰면서 쬐끔 뿌듯함 느끼는 정도? 급반성하고 있는중요. 생각 좀 하면서 살아야겠네요.
그러고보니 제가 사는 동네에는 구멍가게 개념 자체가 없네요, 아예. 다 큰 마켓체인들만 서로 경쟁하고요. 다만, 여기가 시골이다 보니 organic농산품을 파는 소규모의 채소가게들이 더러 있기는 하지만, Whole Foods Market 같은 대형체인이 없길래 망정이지, 이거 들어오면 아마도 작은 가게들은 또 싹 없어질듯요. 이런추세가 계속된다면 Demolition man 영화에서 보듯, 미래에 모든 가게나 음식점은 다 사라지고 딸랑 타코벨 체인만 남아도 이상하지 않을듯요. ㅍㅎ

곰곰생각하는발 2013-06-30 23:14   좋아요 0 | URL
공정 무역 취지'는 이해는 가요. 하지만 엄밀히 말하면 공정무역 상품은 하나의 블루오션'이라고 해도 무방합니다. 결국 이윤 추구를 위한 아이디어'인 셈이죠. 그런데 ( 모 방송에서 모 블로거가 하신 말씀입니다만.. ) 공정상품은 교묘하게 돈이 없어서 싸구려 상품을 사는 사람에게 죄책감이 들게 만든다는 거죠. 돈 많은 사람이야 일반 초콜릿보다 3배 비싼 초콜릿 먹으며 양심을 전시하겠지만 돈이 없는 88세대들은 절대 비싸서 못 먹거든요. 공정거래에 의한 추가 비용은 모두 소비자의 주머니에서 나오는 거 아닙니까. 공정무역상품이 아니더라도 이미 협동조합이 있잖습니까. 너무 거창하다는 거죠...

마립간 2013-07-01 07: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http://blog.aladin.co.kr/maripkahn/532494
31번 문항

2004년 보수/진보 논쟁과 관련되어 제가 게제한 글인데, 자신있게 저는 진보입니다라고 이야기한 분이 없었습니다.

곰곰생각하는발 2013-07-01 11:19   좋아요 0 | URL
저는 덧글창에 링크 건 것이 안 걸립니다. 복사해서 검색창에 입력해도 오류가 나더라고요....

마립간 2013-07-01 11:26   좋아요 0 | URL
제가 덧글에 링크 거는 법을 몰라서요. ^^; 주소를 복사에서 인터넷 주소장 붙여 넣기를 하셔야 합니다.

곰곰생각하는발 2013-07-01 13:13   좋아요 0 | URL
대체적으로 한국 사회는 대부분 보수화되었습니다. 입진보'도 진보라 한다면 할 말은 없으나 한국 사회가 지나치게 우향으로 간 것은 확실합니다. 이제는 좀 진영 논리가 말하는 목록을 무비판적으로 받아들일 필요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자유로운 영역 가로지르기가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오. 방금 보고 왔습니다. 532494 일련번호 보고 찾았습니다.
마립간 님이 반론을 제기하실 것 같지만 제가 보기엔 한국형 보수를 지독한 이기주의'이기 때문에 문제가 있고, 한국형 진보는 캐비어 좌파아거니 입진보( 입만 살아서 나불거리지 실천은 하지 않는 ) 이기 때문에 문제가 있는 것 같습니다. 요걸 살살 피해야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드네요. 그냥 간단하게 두 진영의 문제점을 제시하다보니 비약이 심했습니다.

마립간 2013-07-01 16:47   좋아요 0 | URL
(제가 읽은 책을 통해 얻은 지식으로의) 보수와 진보는 각각의 장점과 단점이 있는 반면에, 우리나라는 수구를 제외한 모든 진영을 좌파로 몰아세워 용어의 정의와 느낌에 본래의 것과 거리가 있죠. 보수는 진보에 비해 본질적으로 약간의 이기적인 면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히히 2013-07-01 13: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공정무역이고 뭐고 몰것고
스무 살 즈음에 동네 구멍가게 비싸서 마트에서 사야지 했더니
둘째 오빠 왈
"너는 막내라 정내미가 없고 너무 계산적이야."
인정머리 없다는 오빠의 주장이 터무니 없더니만
장에 쭈그리고 앉아 푸성귀를 펼쳐놓은 반백을 훌쩍 넘긴 어르신을 보면
그때 오빠의 참견이 제 양심의 잣대가 되기도 합니다.

곰곰생각하는발 2013-07-01 13:23   좋아요 0 | URL
저도 입만 살아 있는 놈이지만, 정말 필요한데 구멍가게에는 없는 거.. 를 빼고는 절대 대형마트는 가지 않습니다. ( 속초에 살 때는 걸어서 3분 거리에 이마트가있었지만 걸어서 10분 걸리는 구멍가게 할머니가 하시는... 곳에서 물건을 샀습니다. ) 맥주는 대형마트보다 300원 비쌉니다. 소주도 200원 더 비싸죠. 유통기간 의심스럽습니다.
하나 분명한 것은 (구멍)가게 는 곧 가계'와 연관이 된다는 말입니다. 무슨 말인가 하면
가게 = 가계'를 책임져야 하는... 것이란 거죠. 가게'가 없어진다는 것은 곧 그 가계가 무너진다는 겁니다. 한국처럼 복지 시스템이 열악한 곳은 결국 개인이 해결해야 도요. 이마트가 상권을 장악하면 가게는 문을 닫습니다. 그 이후의 비참은 뻔하죠. 제가 가는 할머니 가게는 비싸요. 폭리일까요 ? 그렇지는 않죠.
박리다매로 싸게 구입한다면, 구멍가게는 최소한의 이윤을 맞추기 위한.. 거죠... 게임이 안되는 겁니다. 둘이...

전 비싸도 구멍가게 이용합니다. 불친절해도 상관없습니다. 우리가 언제부터 소비자는 왕입니까.
저의 태도는 착한 소비일까요 ? 그렇지는 않죠. 다만 제 스스로가 내린 판단입니다. 눈에 보이는 이웃의 비참은 더럽다, 불친절하다, 못 믿겠다'라는 식으로 외면하면서 거창한 세계의 비참에 대해서는 눈물 뚝뚝 흘리며 공정무역 커피나 초콜릿을 산다는 거죠. 공정무역 시스템이나쁘다는 게 아니에요. 이마트 이용자가 나쁘다는 것도 아닙니다. 소비'까지도 진영논리로 내새워서 강요하는 것에 대한 비판입니다. 태도의 모순을 지적하는 겁니다.
입진보가 가지고 있는 그 신물나는 허세가 싫습니다.

곰곰생각하는발 2013-07-01 13:35   좋아요 0 | URL
착한 소비 개념으로 구멍가게'를 이용하는 사람이 공정무역 상품을 사고 그것을 주장하는 것은 지극히 타당합니다. 그런데 반대로 이마트 예찬자들이 공정무역 상품을 사면서 그것을 주장하는 것은 모순입니다. 공정무역의 취지가 불공정한 것에 대한 질타인데 그것은 대형마트와 골목상권의 싸움에서도 그대로 드러나는 모순 아닙니까. 월마트가 탄생한 미국마저도 대형마트는 골목상권을 보호하기 위해 거리제한제가 있습니다. 허허발판에 우뚝 솟은 월마트를 발견할 겁니다. 그런데 한국은. 우리동네만 해도 시장 바로 옆에 ( 10미터 앞에 ) 있습니다. 불공정한 형태죠. 그런데 공정 커피는 마시며 불공정 상거래를 비판하면서 대형마트 골든 맴버쉽 회원이다 ?! 웃습니다.


우리가 착각하고 있는 것 중 하나가 < 시장 콩나물 신화 > 인데 콩나물 주인이 안 된다고 누누이 말해도 그냥 한줌 냅다 자기 덤으로 넣고서는 내빼는 것을 마치 알뜰한 주부로 칭송하는데 그건 절취죠... 절취입니다. 콩나물 팔아서 얼마 남습니까 ? 시장분들에게 물어보십시요. 콩나물은 거의 대부분 이윤이 남지 않는다고 합니다. 두부야 구획선이 정해져 있으니 얼마늬 이윤이 남지만 콩나물은 사람들이 하도 덤을 요구해서 주다보면 거의 밑지고 판다는 겁니다. 덤'이 좋은 게 아니에요.
가난한 시장 상인에게는 비싸다며 덤을 요구하지만 막상 더럽게 비싼 백화점에 가서 콩나물 비싸다고 덤을 요구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죠.




히히 2013-07-01 14:52   좋아요 0 | 수정 | 삭제 | URL
이전에 어머님 일화로 위의 내용을 언급한 곰...발님의 글을 읽고
나름 각성하였습니다.
'좀 더 주세요' 가 입에 붙어 떼어내기가 참 힘드네요.
계산을 끝내고 몇 발자국 지나서야 아차! 했구나 한 적이
아직도 부지기수입니다.

저는 남자들 술정치가 싫습니다.
술만 들어가면 정치이야기가 개되는데...
차라리 군대에서 축구 찬 이야기가 참을 만 하지 않을라나.

곰곰생각하는발 2013-07-01 17:42   좋아요 0 | URL
대한민국은 정치 얘기 빠지면 할 얘기가 없잖아요.
워낙 드라마틱해서..
국정원 이런 사건은 사실 다른 나라 같으면
1000년에 한번 나올까 말까인데 우리나라는 1년에 함번 씩 터지잖아요
다이나믹 코리아입니다..

히히 2013-07-01 13: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여담입니다.
한참 시골인 아버지 산소에 나들이 삼아 갔습니다.
전방(구멍가게)에 들어가 소주를 사는데
일반은 천원, 냉장고에 들어있느건 천오백원이랍니다.
그 할머니 계산방식 너무 귀엽지 않나요?
몇 년이 지난 지금도 그렇게 파는지 궁금합니다.
다음에 들러서 확인하고 알켜줄께요.

곰곰생각하는발 2013-07-01 17:41   좋아요 0 | URL
냉장고 가격이군요. 피식... 근데 1500원은 비싸네요....
근데 사는 사람이 워낙 없으니 가격이 높을 수밖에 없습니다.
아마.. 사라지지 않았을가 싶네요. 저희 동네도 2군데 문을 닫았어요.

재는재로 2013-07-01 15: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공정무역하는데 과연 실제 돌아가는 금액은 얼마나 되나요 결국 말장난 아닌가요 유니세프에 기부하는 돈 역시 실제로 그들에게 돌아가는 건지 착한가격이라 광고하는것 보다 노숙인들게 사랑의 햄버거 나눔행사같은걸 하는게 더 공익을 위한것인데
노숙인들이 오면 더러워지니까 그런행사도 안하는 것일수도 있고 참 이기적인 운영아닌가요 콜라 리플하는게 자랑이라고 광고나 하고 알바 최저시급주며 부려먹으면서 그것도 당연하다는 듯 감자튀김도 식물성 쓰다는데 과연 트랜스 지방 이 없응수 있을지 대형할인마트 결구 할인 한다고 하지만 결국 재고를 싼값에 팔아서 재고 수량 줄이고 물류비 줄이려는 수단아닌가
마트 상품이라하지만 결국 하청업체에서 물건받아 파는것에 지나지 않고 자신들이 생산하느것은 없잖아

곰곰생각하는발 2013-07-01 17:39   좋아요 0 | URL
맥도날드 시스템은 정점은 종업원이 해야 될 일을 소비자들이 해서 종업원들 월급으로 들어간 비용을 햄버거 가격을 다운시킨다는 주장입니다. 종업원 적게 써서 그 이윤을 햄버거 가격에 ( 싼 가격으로 공급 ) 공급하는 것 보다 차라리 날마다 광고 때리는 비용을 줄여서 햄버거 가격을 다운시키면 될 일 아닐까요 ? 새빨간 거짓말이죠.
 
흑산 - 김훈 장편소설
김훈 지음 / 학고재 / 201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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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文')을 주고 생선'을 얻다.

 

 

클림트'에 빠져든 적이 있다. 정확하게 말하자면 첫사랑 때문에 그녀가 좋아하던 화가의 그림을 좋아하게 된 것이다. 사실 나는 클림트'보다는 에곤 쉴레'를 더 좋아했다. 클림트는 꽃 ( 봄 ) 이었고, 쉴레는 잎 ( 가을 ) 이었다.  꽃 진 자리'보다 잎 진 자리'를 좋아한 탓이다. 나는 에곤 쉴레의 그림을 볼 때마다 아, 바닥을 보게 된다. *가을에는 바닥이 잘 보인다. ( 문태준, [ 바닥 ] ) 내가 김훈이 쓴 < 칼의 노래 > 를 읽었을 때 느꼈던 첫인상은 에곤쉴레'가 그린 그림 이미지'였다. 바짝 마른 문체. 최대한 수식을 배제한 단정한 단문은 에곤 쉴레가 그린 그림 속 벌거벗은 오브제를 닮았다.

 

하지만 놀랄 만한 데뷔'는 종종 오랜 슬럼프'를 겪기 마련이다. < 현의 노래 > 에서부터 시작된 기시감은 내내 김훈이 쓴 소설'에 달라붙었다. 거문고'는 칼'이라는 단어'와 겹쳤고, 우륵은 이순신과 겹쳤다. 동어반복이 주는 피로감은 김훈에 대한 호기심을 상쇄시켰다. 그 후 몇 년이 흘렀다. 그의 소설은 지겼웠으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동안 꼬박꼬박 읽었다. 여전히 변한 것은 아무것도 없었기에 여전히 지겨웠다. 다시 < 흑산 > 을 읽었다. 곰곰 생각했다. 그리고는 < 흑산 > 을,    다시 읽었다.

 

김훈은 변함이 없다. 앞으로도 변함이 없을 것이다. 진보가 인간과 미래'에 대해 희망을 거는 진영이라고 한다면 김훈은 철저한 보수'다. 그가 보기엔 역사는 진화'하지 않는다. 그러므로 김훈의 반대말은 사르트르'다. 농담을 섞어 말하자면 김훈은 레비스트로스-주의자'에 가깝다. 김훈은 역사적인 진보에 대해, 그리고 인간에 대해 늘 회의적이었다. 역사는 대책없이, 혹은 주책없이 반복된다. 세계는 인간 없이 시작되었고 또 인간 없이 끝날 것이다. ( 레비스트로스, 슬픈열대 ) 그는 조선시대 민초의 비참에 대해 말하지만 사실은 현대인에 대한 비참을 이야기하는 것이다.

 

소설 < 흑산 > 은 < 자산어보 > 를 쓴 정약전이 머문 유배지'이다. 김훈은  < 칼의 노래 > 첫 문장에서 " 버려진 섬마다 꽃이 피었다. " 라고 썼지만,  유배된 섬 흑산은 그나마 꽃조차도 피지 않는 캄캄한 섬'이었다. 명민한 학자였던 정약전은 바로 이곳에서 59세의 나이로 쓸쓸하게 죽어간다. 인간에 대한 희망은 버린 채 비린내나는 물고기를 관찰하다가 생을 마감한 것이다. 그는 왜 인간에 대한 탐구가 아니라 어류 생태에 대한 글을 썼을까 ? 그것은 인간에 대한 깊은 환멸이 아니었을까 ?

 

어부의 자식들은 정약전에게서 글을 배웠다. 배움이 얕은 어부의 아이들에게 가르친 것은 천자문과 < 소학 > 이 전부였다. 정약전은 아이들에게 글( 語,文,學)을 가르쳤고, 어부는 자기 자식에게 글을 가르쳐준 대가로 생선을 주었을 것이다. 그러므로 말(語)과 물고기(魚)는 서로 등가교환이 성립된다. 결국 말'이란 밥(벌이)보다 가치가 높지도 낮지도 않다. 말은 밥이다. 인간답게 살기 위한 배움은 그것으로 족하다.  [ 소학 ]의 가르침은 물 뿌려서 마당 쓸고 부르면 응답하는 것이다. 이치와 도리, 그리고 배움은 이처럼 간단한 것이다. 하지만 권력을 탐하는 자는 말을 배워刀로 쓰거나 말에서 力을 얻으려고 한다. 물 뿌리고, 마당 쓸고, 부르면 방긋 웃으며 답하는 것으로 족한 것을 말이다.

 

한 사내가 있었다. 그는 하루종일 비린내나는 물고기와 놀았다. 흑산은 봄이 오면 꽃 피지 않았으나 가을에는 공중에도 소리가 있어 잎이 바닥에 떨어지는 소리를 들었다. 가을에는 바닥이 잘 보인다. 문태준 시인의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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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forte 2013-06-28 05: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에곤쉴레의 작품들을 보면 묘하게 끌려요. 퇴폐적인 소재인데 가만 들여다보면 이상하게 슬퍼져요. 자꾸 슬퍼져요. 그래도 황금빛 찬란한 에로틱한 클림트의 그림보다, 걘적으로는 쉴레의 그림들이 더 맘에 와닿는듯요.
김훈의 소설은 읽지를 못해서 어떤지 모르겠어요. (원래 소설과 담쌓아놓아서.. ㅡ.,ㅡ;;) 에세이에 어울리는 문체가 소설에는 잘 어울리지 않는듯하다는 평을 어디선가 본적은 있는데.. 다른 책에서 재인용된 문장들을 보면 참 좋더라고요. 꾸밈과 장식이 없는 정교한 묘사가 눈에 딱 꽂히더라고요. 그래서 며칠전에 김훈의 산문집을 몇권 주문해놓았죠. (헤...실은 딸랑 2권이요) 마침 곰발님, 딱 타이밍을 맞춰주시네요. 흠..역시.. 뭔가 통해요... 흑산,도 함 읽어보고 싶어지네요.

아, 그리고 걘적으로 물고기랑 교환할 정도의 말이면 배울만하다 생각해요. 말을 배워 칼로 쓰는 사람도 천지에 넘쳐나는데요. ㅎ

곰곰생각하는발 2013-06-28 15:20   좋아요 0 | URL
오! 말을 배워 칼로 쓰는 사람이라... 이 문장 정말 좋군요. 이 비슷한 문장이 생각이 안나서 쓸데없는 소리만 해쓴데 이게 제가 좀 윗글에 써먹어도 되겠습니까 ? 제가 하고 싶은 말의 모든 것입니다. 사실 김훈이 이 소설에서 말하고 싶었던 것이 바로 포르테 님이 말씀 하신 저거예요...

제가 허락없이 썼습니다.

iforte 2013-06-28 20:53   좋아요 0 | URL
As usual, 곰발님은 글재주 없는 절 대신해 제 생각을 제대로 표현해주실 분입니다. 언제든지 풍풍 소재는 대어드릴께요 (그럴 능력이 되면). 주저마시고 퍼다 쓰세요. 단, 나중에 유명한 작가되시면 저 모른척하기 있기 없기? ㅎㅎ

곰곰생각하는발 2013-06-29 05:38   좋아요 0 | URL
아마.. 김훈은 흑산에서 하고 싶었던 말이 그걸 거예요.
소학은 어린이들이 배워야 할 덕목이에요. 우리 식으로 말하면 바른생활 과목이죠.
약전은 말을 주었는데 칼로 받는 세계에 대한 혐오가 있었을 겁니다. 권력다툼을 보면서
배교와 순교를 지켜보면서 말이죠. 말은 많이 배운다고 좋은 것이 아니다.
그거 최불암이 예솔아 ! 라고 부르면 예, 하고 대답하는 것이 배움의 전부라고....
김훈의 칼의노래 함 읽어보십시요. 정말 무시무시한 걸작입니다....

비로그인 2013-06-28 07: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 마지막에 존감동!! "인간답게 살기 위한 배움"
요즘 한국 보면 인간답게 살기 위한 배움,이 무의미할 정도로 양도 많고 치열한 것 같아.
우리는 단지 인간답게 살기를 원할 뿐인데, 그 배움의 허들을 자꾸자꾸 높이는 이들은
대체 어떤 시발개새끼들인지..

근데 너 잠은 좀 잤어? 아..난 요즘 기면증인지 갑자기 잠에 빠짐.
계속 잠에 빠져 눈을 안뜨면 상관이 없는데 결국엔 늘 우울한 타이밍에
눈을 뜬다는 거.. 이게 참 불만이다.

곰곰생각하는발 2013-06-28 14:57   좋아요 0 | URL
나도 기면증인가봐... 엄청 자.... 그런데 몰아서 자...
3일 한잠도 안자다가 , 4일까지 안 자다가 하로 24시간 잠을 자기도 한다.
약 때문인가... 상담을 좀 해봐야 할 것 같아...
잠은 행복이다. 난 이거 절실히 느껴 사람들 10시에 자서
6시에 일어나는 사람 보면 존경스러울 정도다...

비로그인 2013-06-28 17:34   좋아요 0 | URL
동감. 우리가 하루에 단 두시간 만이라도
정해진 시간에 눈 붙일수 있었다면 지금쯤 우린
보다 사람같은 삶 살았을텐데 말임.

근데 너, 3~4일 못자다 하루 꼬박 자는거..
그건 좀 심하다. 상담 다녀오라.

암튼.. 나 잔다~ 이따 보자~

곰곰생각하는발 2013-06-29 05:39   좋아요 0 | URL
난 이상하게 술만 먹으면 졸리더라고..
술이 수면제 역할을 하나봐...
어젠 잘 잤어 ! 소맥 섞어서 한 병 때렸더니....
그런데 불쾌해... 술 먹고 자면 머리가 아파서 불쾌하지....

마립간 2013-06-28 08: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스스로 보수주의자라 칭합니다. (10년전 온 나라가 진보를 들먹을 때조차) 좋아서 그러는 것은 아니고 성향이 그렇다는 것입니다.
저의 성향을 다시 한번 확인하게 되는군요. ; 역사는 진화하지 않는다. 역사적인 진보에 대해, 그리고 인간에 대해 늘 회의적이었다. 역사는 대책없이, 혹은 주책없이 반복된다.
저는 수학을 좋아합니다.

봄보다 가을이 제게 더 어울립니다, 역시 제가 선택한 것은 아니고. 브람스를 좋아합니다.

곰곰생각하는발 2013-06-28 14:59   좋아요 0 | URL
마립간 님 봄보다 가을을 좋아하실 줄 알았습니다.
왠지 색깔이 그래요. 하하하하하... 낙엽색 같다고나 할까요...
옛날에 레비스트로스랑 사르트르랑 존나게 싸운 적 있죠.
역사는 진화한다가 사르ㅡ르 주장이고 레비'는 옛날이나 지금이나 거의 비슷하다.
원시는 미개 사회가 아니다.. 이런 주장...
전 요즘 각하 정권 보면서 레비를 지지하기로 했씁니다. 가망이 별로 없어 보여요...

히히 2013-06-28 10: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곰...발님이 언급하였듯이
모임의 언니가 김훈님의 글은 너무 비슷하여 칼의노래를 읽는 건지,현의노래를 남한산성을 읽는건지 모르겠다하였습니다.
수많은 작가를 찾아 읽는 것은 한 작가의 문체가 수많지 않기 때문이지 않느냐고,
언니가 하루키를 고집하는 것은
그가 때로는 김훈같고 혹은 성석제같고 또는 박완서 같이서 읽는 건 아니지 않느냐고 답했습니다.

한겨울에 남한산성을 읽고 바로 흑산을 들었는데
전자는 재읽기를 한 탓도 있었겠지만
엄동설한의 냉기를 직접느끼며 집어들었으므로 산성에 갇히고 싶더라구요.
반면 흑산은 ㅜㅜ
차라리 여름에 읽을걸...

'정약전은 약용의 배교에 힘입어서 함께 풀려나게 되리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하지만 몰랐던 사실을 아는 기쁨도 있었습니다.

곰곰생각하는발 2013-06-28 15:03   좋아요 0 | URL
약용은 철저하게 배교를 했죠. 굳이 안 밝힐 것도 다 밝혔습니다.
그런데 이런 배교를 욕할 수는 없을 것 같아요.
고문이란 우리가 상상하는 것 그 이상이잖아요.
그리고 조선시대 명문가에서 가문이란 사실 목숨보다 중요한 가치였잖아요.
그래서 전 약용이 배교를 했다는 것에 대한 지나친 비판은 경계를 하는 편입닏.
다만.. 내가 약욕에 대해서 아쉬웠던 점은...

철저하게 침묵으로 일관했다는 거죠. 치욕을 잊고자 하는 것은 이해가 가나
한번 쯤은 일기나 뭐 그런 것에 배교에 대한 반성 정도는 있어야 하지 않았나 싶습니다.


전 이 소설이

히히 2013-06-29 01:03   좋아요 0 | 수정 | 삭제 | URL
송기숙의 [녹두장군 8권]에 나온 내용입니다.
'그 사람(정약용)은 가렴주구와 늑탈에 시달리는 백성 사정을 누구보다 괴로워하며
주자학의 공리공론을 비판하고 경세치용을 부르짖은 사람 아닌가?
그런 사람이 관북지방에서 홍경래가 봉기하자
유배지에서 홍경래를 토벌하라는 격문을 써보냇다고 하더구만.
그 사람이 주자학을 비판했지만 그 사람의 근본 바탕은 그대로 주자학이라
백성 아우성보다는 주자 말씀이 더 크게 들렸던 걸세.'
양반의 내림은 어쩔 수 없었나보옵니다.

[정약용과 그의 형제들]을 너무 신나게 읽고난 뒤라
[흑산][녹두장군]의 내용은 의외였습니다.

곰곰생각하는발 2013-06-29 05:31   좋아요 0 | URL
정약전이 죽었죠. 약용 입장에서는 이러다가는 정말 가문 자체가 없어지겠다 생각했을 터...
양용이 항상 한 말이 가문을 다시 일으켜야 한다는 소리였다고 해요....
가문'은 지금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엄청난 위력을 가진 것이었죠.
그래서 배교를 했던 것 같아요.
풀려나고 나서는 죽을 때까지 배교에 대한 말은 없었다고 합디다.
전 그것이 좀 서운한 거죠. 회고라는 방식이 있잖아요.
약용의 입 때문에 죽은 사람은 굉장히 많았습닏.
약용은 굳이 입을 털지 않아도 될 것까지세세하게 말했다고...
그건 일종의 자기 고백이 얼머나 신빙성이 있나를 증명하기 위한...
하여튼 그렇습니다요....

전 약용보다는 약전이 좋습니다.

iforte 2013-06-28 21: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곰발님의 윗 댓글과 관련해, 모택동이 왜 사마천의 사기 같은 고전을 열독했을까요? 제가 보기에는 거기에 온갖 인상 군상과 나올수 있는 상황들과, 인간들의 선택과 그 결과를 다 보여주기 때문에... 말하자면 인생의 쪽집게 모범답안같은 거? 그러면, 사기가 씌인 시점과 모씨 아저씨가 살던 시대와 상당한 차이가 나는데 왜 역사고전이 모범답안이 될까요? 전 거기에대해 한동안 의문을 품고 고민하다가 답을 찾았죠, 나름. 그것은, 시간이 흘러도 인간 본질이 변하지 않기때문이란거요. 고귀한 인간, 밉살맞은 인간, 사랑받을만한 인간, 인류를 위해 빨리 죽는게 선행인 인간 등.. 인간본성의 프로토타입에는 변화가 없다는거죠. 따라서 동일한 선택이 주어지면 역시 비슷한 선택을 인간은 할수밖에 없고, 그래서 역사는 돌구돈다는.... 머 이런 생각입니다. 참고로, 전 역사과나 문학, 고문헌학 전공, 아닙니다. 이건 순전히, 제 개똥철학이라고......ㅎㅎㅎ

곰곰생각하는발 2013-06-29 05:35   좋아요 0 | URL
맞는 말씀이세요.... 전 사르트르를 선동가 이상으로는 생각하지 않기 때무에 역사는 진화한다, 라는 말은 개뻥이라고 생각해요. 사르트르의 말이 사실이라면 미개사회는 전화가 덜 되었다는 것인데 그것은 이미 레비스트로스가 슬픈열대와 야생의 사고'에서 이미 미개사회가 얼마나 과학적이었나를 증명하면서 깨졌죠.
인간 본성은 쉽게 바뀌지 않습니다. 생태계를 위해서는 인간이 사라져야 해요.
인류에 방점을 찍지 말고 지구 생태에 방점을 찍어야 합니다. 인간 때문에 사라진 종이 어마어마하죠.
저도 뭐 순전히 개똥철학입니ㅏ..ㅎㅎㅎㅎ

비로그인 2013-07-01 07: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자산어보>를 <현산어보>라고도 부르더라고요. 도서관에서 읽어볼라고 서가를 뒤지는데 그 책은 없고 <우해이어보>라는 책이 있더군요. <자산어보>와 함께 국어연구서적으로 꼽힌다던데 재밌었어요. "<개불 = 海陰莖 해음경>을 갈아 젖과 섞어 먹으면 <음위 陰痿>에 좋다"라는 얘기까지 있더군요...

곰곰생각하는발 2013-07-01 11:16   좋아요 0 | URL
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 네에. 자'를 현'으로 불러야 한다는 소리'를 하더군요.
우해이어보는 자산어보와 함께 2대 생태서적입니다. 무척 중요한 책이죠.
옛날에는 간이 나쁘면 간을 먹으면 좋아진다는 말을 믿고는 했죠.
그래서 성기를 닮은 개불을 먹으면 그것에 좋다.. 뭐 그런 것 아니겠습니까..
 

 

 

 

 

 

 

 

 

 

 

 

 

 

 

 

 

 

 

 

 

 

 

 

 

 

 

 

 

 

 

 

 

 

 

 

 

 

 

 

 

 

 

 

 

 

 

 

 

 

 

 

 

 

 

 

 

 

 

 

 


 

 

 

 

흔히 이런 말을 한다 : " 사람 얼굴 보고 판단하면 안 된다 ! " 하지만 내 생각은 전혀 다르다. 얼굴'은 그 사람이 살아온 모든 정보가 집약된 텍스트'이다. 오히려 얼굴을 무시하고 비싼 명함과 명품에 혹하면 그 사람이 가지고 있는 텍스트를 오독할 가능성이 더 높다. 시간을 오래 두고 만날 사람이 아니라면 일단은 타인의 얼굴'을 보고 판단해야 한다. 나는 책을 볼 때에도 겉모습'을 유심해 살핀다. 표지 디자인은 물론이고, 판형, 줄과 자 수'까지 센다. 편집 디자인도 검토한다. 책 디자인'을 꼼꼼하게 검토하는 출판사는 책에 대한 자부심을 가지고 있는 출판사이다. 반면 내용만 믿고 디자인에는 전혀 신경쓰지 않는 출판사는 게으른 출판사'이다.

 

출판사 사흘'에서 나온 < 지속의 순간들 > 은 출판 기획'이라는 측면에서 보자면 0점에 가깝다. 텍스트를 고려하지 않은, 별 생각없이 진행한 출판 기획이 자칫하면 훌륭한 책을 엉망으로 만들 수 있다는 것을 단적으로 보여준 예라 할 수 있다. 생김새만 놓고서 반대말 놀이'를 해보자. 책의 반대말은 사진이다. 책은 일반적으로 세로가 길고 가로가 짧은 직사각형'이다. 이에 반해 사진은 세로가 짧고 가로가 긴 직사각형'이다. ( 물론 세로 찍기 사진도 있으나 일반적인 형태를 논한 것이니 여기서는 예외로 하자. ) 이처럼 책과 사진은 겉모습이 서로 반대'다. 그러므로 책의 반대말은 사진'이다.

 

출판사 " 사흘 " 은 책과 사진이 가지고 있는 상반된 외형'을 별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다. 일반적인 책 형태' ( 가로 짧고, 세로 길고... ) 는 사진이나 그림'을 담기에는 부적절하다. 왜냐하면 가로'가 짧기 때문에 삽입된 이미지'들이 대부분 크기가 작은 형태로 입력되기 때문이다. 그래서 어린이 그림책 대부분은 일반적인 판형에서 벗어나 가로가 긴 변형판으로 출간이 된다. 가로 길이가 길어야지 삽입될 그림이 크고 선명하게 인쇄가 되기 때문이다. 정사각형 상자를 가장 효율적으로 담을 수 있는 상자는 정사각형 상자'와 같은 이유이다. 이러한 고민은 어린이 책에서만 국한된 이야기가 아니다.

 

현대문학에서 출간된 사진 에세이 < 뒷모습 > 은 일반적인 판형을 벗어나 정사각형에 가까운 모습을 선보인다. 그래야지 가로 찍기'로 찍은 사진'들이 보다 큰 크기로 입력될 수 있기 때문이다. 사진 에세이'란 결국 글이 아무리 좋아도 사진이 주인공이 아니었던가 ! 같은 예로 문학동네에서 나온 < 필경사 바틀비 > 는 아예 가로 길이가 세로보다 길다. 하비에르 사발라의 예술적 삽화를 부각시켜서 다른 출판사와 차별화를 두려고 한 출판사의 기획 의도'로 읽힌다. 이처럼 이미지'가 책 읽기에 중요한 요소라고 판단되면 일반적으로 가로 길이'를 키워 이미지를 부각시킨다.

 

그런데 출판사 < 사흘 > 은 전혀 다른 방식으로 접근한다. 일반 판형이었다면 이런 글은 쓰지도 않았을 것이다. < 지속의 순간들 > 은 일반적인 판형에서 가로를 1 센티미터 줄였다. 결론은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판형'과 매우 흡사한 모양이 된 것이다. 설상가상 문서 테두리 설정에서 여백을 크게 두어서 그 폭은 더, 더더더더더더더더더더욱 좁아졌다. ( 미리 보기'에 나온 스트랜드의 " 눈 먼 여인 " 은 이 여백 설정을 벗어나 크기를 키운, 유일한 예외다. 미리 보기'를 활용해서 이 책을 구매한 사람들은 모두 이 책에 삽입된 사진 크기가 그 정도는 될 것이라는 생각을 했을 것이다. 우선 나부터가 그런 생각을 했으니 말이다. )

 

 

형태가 이런 식이다 보니 사진은 크기가 대폭 줄었다. 페이지 한 면 전체를 한 장의 사진'으로 할애했지만 놀랍게도 사진 크기가 참 크래커와 유사한 사진이 수두룩하다. 눈이 나쁜 사람은 보이지도 않는다. 사정이 이러하니 사진 디테일을 살펴볼 엄두가 안난다. 마치 포켓북 판형 안에 삽입된 < 천지창조 > 를 보는 듯하다. 제프 다이어가 쓴 글은 매우 훌륭하지만 결과적으로는 형편없는 책이 되었다. 출판사가 적어도 사진에 대한 이해가 있었다면 이런 황당한 설정은 하지 않았을 것이다. 좋은 글은 작가가 만들지만, 좋은 책은 출판사가 만든다. 이 또한 만고의 진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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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13-06-26 16: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동감. 책 내용만 좋아서는 절대 독자들에게 전달안된다.
좋은 책이 만들어지려면 편집자와 출판사의 노고가 필요해.

곰발! 사진 바꼈네! 멋진 수염이다. 나도 이참에 수염을 길려봐야겠어.

곰곰생각하는발 2013-06-26 17:22   좋아요 0 | URL
아니 사진 크기가 꼭 에이스 크래커 크기와 거의 유사함... 이거 독자를 놀리는 건지 은근 화가 남...
충분히 키울 수 있거든. 그런데 일부러 디자인을 고려했는지 에이스 크기로 주욱...

글구.. 넌 기르지 말고 그려 !! 이 짜샤 ~

iforte 2013-06-26 22: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흠. 크래커에 비교하니 크기가 확 와닿네요. 사진이 많이 들어가는 책인데.. 전 영문판으로만 가지고 있어서.. 사실 것도 페이퍼백이라 질이 그닥 좋진않지만서두... 그나마 그 책에 있는 원본 사진들 중 상당부분을 사진화보집으로 가지고 있어서 많이 아쉽지는 않았어요.
출판사 편집자 분들이 자기자신이 독자라면 어떤 책을 더 보고싶을지 고민하며 책을 만들었으면 싶네요.

음... 수염....이 있으니 분위기가 확 달라지시네요, 곰발님. 혹시 배우출신 아님? 얼굴이 자유자재로 변하는듯요, 도화지처럼. 그리는대로. ㅎ

곰곰생각하는발 2013-06-26 22:56   좋아요 0 | URL
오 !!!!!!!!!!! 이 책 영문판 가지고 계십니까 ? 혹시 책 판형이 한국판과 같은가요 ?
삽입된 사진'은 어떤가요 ? 에이스 과자 크기만한가요 ? 글이 훌륭하다는 데에는 이견이 없지만
출판 편집 부분에서는 정말 낙제입니다. 인용된 사진을 찾으려고 하면 열 장은 앞으로 넘겨야 있고...
총체저입니다. 미국이야 워낙 하드커버와 페이퍼 보급판이 진행되기에
뭐라 할 수는 없지만 이 책은 첫 판부터 개판입니다. 읽다가 짜증이 났습니다.


+
어떻게 된게 찍은 사진마다 전부 다르더라고요. 근데 이 사진들 대부분 5년 전 사진입니다... 2~ 5년 사진들입ㄴ다.

iforte 2013-06-26 23:07   좋아요 0 | URL
음.. 보급판이어서인가.. 하드커버는 본적 없어서 모르겠고요, 크래커사이즈, 우표사이즈, 카드 사이즈, 골고루 있네요. ㅋ
다만 제가 가진 책은 글이 너무 작아서... 거의 약을 사면 약병에 적혀있는 디렉션 보다 약간 큰 정도? 눈 버릴까봐 킨들버전으로 다시 사서 읽었어요.

곰곰생각하는발 2013-06-27 01:01   좋아요 0 | URL
그럼 영문파도 한글판이랑 비슷하군요!!!
이해를 못하겠네요... ( 괜히 미안해지네.. 흑흑흑... )
아니 한글판은 한 페이지 전체를 사진 한장에 할애를 했는데 그게 크래커 크기'예요.
그 수많은 여백을.. 왜 그리 활용을 했는데... 영문 출판사 항의해야 겠어요...

아마존 가서 미리 보기 보았는데 그래도 거긴 가로가 한국판 보다 길고
테두리 여백이 한국판 보다 좁아서 그래도 시원시원한 맛이 있어요. 여기 그냥 세로로만 길어요..



+

그나저나 포르테 님 플릭커인가 뭔가에 올린 사진 보니 아마츄어는 아니고 프로 사진가보다 잘 찍는 거 같습니다. 볼 때마다 놀랍습니다.

iforte 2013-06-27 01:47   좋아요 0 | URL
헤헤헤.... 아니 무신 그리 황송한 칭찬은... 헤헤 (그래도 기분은 좋다고 입은 찢어지네용..ㅎㅎ)

플릭커블로그에 북한 사진들이 떴는데, 생각밖으로 참 예술적으로 공공건축물들을 장식해놨네요. 다만, 이 사진찍은 학생말에 의하면, 지하철역을 어떤 정거장에선 세워주고, 어떤 정거장은 못내리게 하고.. 그런다네요. 혹, 트루만쇼같은 세트장인가...? ㅎㅎㅎ 암튼, 이런거, 띄우면 한국에서는 검열에 걸리나요? 모르겠네... 한번 아래 링크로 들어가보세요.

http://blog.flickr.net/en/2013/06/25/north-koreas-modern-luxuries-revealed/

iforte 2013-06-27 01:50   좋아요 0 | URL
보다 많은 북한 풍경사진을 볼수 있는곳은 요기:
http://www.flickr.com/photos/live-ness

근데, 시골은 진짜 시골.. 와... 우리나라에는 이미 사라진 풍경이지 싶어요.

곰곰생각하는발 2013-06-27 12:07   좋아요 0 | URL
우왕 ! 감사합니다. 저 사진 보는 거 무척 좋아합니다.
저도 관심이 있어서 제 방에 암실을 만들었는데 아예 빛 들어오는 창문 이런 데 전부 골판지로 막고....
그런데 절실히 깨달은 것은 그림 재주가 있는 사람이 사진도 잘 찍는 거는 아니더라고요.
전 그림 재주 있다는 소릴 꽤 들었는데 사진은 영 재주가 없었어요.
사진 잘 찍는 사람 부럽습니다. 사진 구경 잘 할께요..

히히 2013-06-27 14:10   좋아요 0 | 수정 | 삭제 | URL
사진에서 중요한건 사물을 다르게 보는 시각의 전환이래요.
조리개,셔터속도 ... 제발 기계적인 작동에 목숨걸지 말고
시집을 많이 읽으면 된답니다.
가령 비를 찍으려면 장화를 찍고, 바람은 깃발, 태양은 칼라진 땅,
봄은 눈 속에 핀 꽃, 여름은 얼음물을 마시는 목젖,가을은 노부부의 뒷모습,겨울은 아가의 빨간 볼...
풍문으로 들었소.ㅎㅎㅎㅎㅎ

곰곰생각하는발 2013-06-27 14:17   좋아요 0 | URL
바람을 그리기 위해서는 흔들리는 꽃을 그려야 하는 것과 같은 이치군요 ?

라로 2013-06-27 09: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곰발 님 퍼스나콘 또 바뀌셨네요!!! 굉장히 센스있으신 분!!!!!
알라딘에서도 놀아주시니 감사합니다.^^

곰곰생각하는발 2013-06-27 12:16   좋아요 0 | URL
알라딘이 왕따인 저와 놀아주어서 제가 재미를 붙이고 있는 모양입니다.
ㅋㅋㅋㅋㅋ

히히 2013-06-27 11: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베른하르트 슐링크의 '다른 남자','더 리더' 읽고
[이레]출판사가 영화흥행을 믿고 표지디자인에 1푼의 관심도 두지 않았다는 생각에 괘심하였습니다.
단언컨데 책디자이너는 소설의 내용을 전혀 몰랐습니다.

민음사의 '무진기행'을 읽고 문학동네의 것으로 구매하였습니다.
'생명연습'을 읽을 때 심장이 벌렁거려 책장을 넘기던 손이 떨렸는데
그 작품을 목차의 처음으로 넣었더이다. 따져 볼 필요가 없었지요.

곰곰생각하는발 2013-06-27 12:10   좋아요 0 | URL
아... 전 이상하게 김승옥이 와닿지 않아요.
좋다는 것은 머리로는 알겠는데
아.. 이게 심장으로 와닿지가 않아요. 무진기행이 걸작이라는 건 저도 동의하는데
뭔가 내 심장을 두드리는 건 아닙니다.
내 심장을 무지 두드렸던 건 마르케스 백 년, 푸익 거미여인키스, 마흐프즈 우리동네 아이들, 보르헤스 작품들... 이런 작품들이거든요.... 흠흠.. 다시 김승옥 일어봐야겠습니다.

히히 2013-06-27 12: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백년동안의 고독은 곰..발님 코드라 생각했습니다.
천명관의 고래나 이전에 언급했던 한밤의 아이들을 추가해도 괜찮치 싶은데...

김승옥 글은
감히 발설하고 싶지 않은 밑바닥의 감성을 훑어주니까
모든 인간은 나와 비슷하구나하는 대리만족 같은거...
밖으로는 아닌 척 해도 배설직전의 똥물을 담고 살아가는 우리입니다.

곰곰생각하는발 2013-06-27 14:19   좋아요 0 | URL
고래 읽고 좀 충격 먹었죠. 그런데 천명관은 고래 이후가 좀 실망입니다.
워낙 뛰어난 첫 소설이었으니 마이죠....
백년을 읽고 나서 확실히 깨달았죠. 난 영미보다는 남미 문학이 좋다는..
 

 

 

 

 

 

 

 

 

 

 

 

 

살아남은 자'의 슬픔

 

당신은 내 고백을 믿을 수 있을까 ? 아무도 없을 것이다. 오히려 내 고백을 듣고 나면 조롱 할 것이다. 하지만 고백하련다. 나는 전생에 고래였다, 향유고래'였다. 오호츠크해에서 저 먼 태평양까지, 푸른 물속 헤엄치던 거대한 고래'였다. 나는 물고기 떼를 만나면 입을 벌렸다. 입은 거대한 동굴이 되어서 물고기 떼를 유인했다. 내 뱃속에서 물컹하게, 아! 씹히는 것들. 내 기억이 정확하다면, 나는 뱃속에 가두면 안 될 것을 가둔 죄'로 인간으로 태어났다. 뼈대 없는 가난한 가문에, 키 작은 루저로 환생하였으니 사람들은 그것을 업보'라고 했다. 내가 고래였을 때,

 

 

 

향유고래였을 때 삼킨 것은 사람이었다. 사람으로 태어나서 처음으로 성경을 읽고 나서야 나는 그때 삼켰던 것이 바로 " 요나 " 라는 이름을 가진 사람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그렇다. 나는, 요나를 삼켰다. 그 죄에 대한 벌로 대한민국에서 태어나 루저'가 된 것이다. 

 

옛날 사람들은 내 현생을 지랄같은 업보'라고 말하고, 현대 사람들은 나를 < 루저 > < 아웃사이더 > < 경계인 > 이라고 말했다. 통틀어서 < 乙 > 이라는 계급이었다. 곰곰 생각해 보았으나 그 의미를 알 수가 없었다. 내 전생은 새 ( 乙 : 새 을 )가 아니라  물고기였지 않은가 ?

 

이러한 의문은 곧 풀렸다. 옛날 사람들은 새가 죽으면 조개'로 태어난다고 믿었다. 하하하. 지금이야 웃지만 계통과 계보'에 대한 기초가 전무했던 옛날 사람들은 새가 죽으면 물고기가 된다고 굳게 믿었다. 박학다식했던 정약전도 < 자산어보 > 에 다음과 같은 글을 남긴다.

 

 

 

 

[ 속명 새조개 ]

큰 놈은 지름이 네댓 치 정도이다. 껍질은 두껍고 미끄러우며 색깔과 무늬가 참새 깃털과 비슷하다. 아마도 참새가 변한 것이 아닌가 의심된다. 북쪽 지방에는 매우 흔하지만 남쪽에는 희귀하다. .... ( 이청의 주 ) 월령편에는 " 음력 9월에 참새가 큰 물에 들어가 조개로 변하고, 음력 10월에는 꿩이 큰 물에 들어가 蜃( 신 : 무명조개 ) 으로 변한다. " 라고 했다. 그러나 모든 생물이 화생'하는 것은 아니다.

 

- 현산어보를 찾아서, 자산어보 부분 발췌 재인용

 

 

 

무릎을 쳤다, 어떻게 ? 탁 !!! 정약용의 말이 맞다면 내 전생은 물고기였으나 동시에 새이기도 했다. 참새는 죽어서 새조개가 되고, 꿩은 죽어서 무명조개가 되는 것이다. 현대인들이 보기에는 이러한 지식은 조롱거리로 밖에 보이지 않으나 사실 詩는 계통과 계보를 무시하는 세계관'이다. 시인은 말한다. 사랑하는 애인의 벌거벗은 등을 보고 " 당신은 한겨울 헐벗은 층층나무 가지" 였다고 고백한다. 이러한 화생( 化生 ) 은 시인이 바라보는 세계관이다. 그것은 시적 아우라이지 엉터리가 아니다.

 

물고기와 새의 수상한 관계는 오징어'에서도 드러난다. 오징어는 원래 이름이 烏敵魚(오적어)다. 까마귀 오, 적 적'이다. 까마귀의 적이라 뜻이다. 오징어가 까마귀를 잡아먹는다는 말도 있고, 까마귀가 오징어를 잡아먹는다는 소리도 있다. 진중권과 변희재 이후 최고의 적수다. 그런가 하면 나원이 쓴 [ 이아익 ] 에서는 음력 9월에 까마귀가 물속으로 들어가 오즉어'가 된다고 보고하고 있다. 이처럼 물고기와 새'는 뗄래야 뗄 수 없는 관계이다. 이 얼마나 멋진 시적 아우라'인가.

 

하지만 오징어란 녀석의 정체를 알게 되면 당신은 학을 떼게 된다. 지금부터 나는 완장을 찬 오징어에 대한 이야기'를 할 것이다. 당신이 알지 못했던 이중생활이다.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오징어'는 원래 오징어'가 아니었다. 옛날 사람들은 갑오징어'를 오징어라 불렀다. 그렇다면 지금 오징어'라고 불리우는 녀석은 무엇으로 불렀을까 ? 꼴뚜기다. 그러니깐 오징어는 꼴뚜기보다 몸집이 큰 꼴뚜기'인 것이다. 이러한 족보가 세월이 흐르면서 오징어'라고 불렸던 녀석은 < 갑오징어 > 가 되어 계급 서열에서 < 갑 > 을 획득하고, 큰 꼴뚜기는 < 오징어 > 가 되어 < 魚 > 라는 지위를 얻었다. 신분 세탁'을 한 것이다.

 

 

 

반면 몸집이 작은 꼴뚜기는 계급 분화에 따른 결과로 천민의 지위를 얻는다. 어물전 망신은 꼴뚜기가 한다는 조롱을 받으면서 말이다. 요새 시쳇말로 하자면 乙이다. 큰 꼴뚜기였던 오징어는 甲과 乙 사이에 놓인 중산층이 되었다. 이 세상에서 가장 무서운 놈은 < 대장 > 이 아니라 < 완장 >을 찬 놈이라고 했던가 ? 오징어가 갑오징어로 옮기는 바람에 공석이 된 영역을 큰 꼴뚜기가 냉큼 차지한 것이다. 오징어가 된 큰 꼴뚜기'는 앞장서서 어물전 망신은 꼴뚜기라며 어물전에서 고래도 아니면서 고래고래 고래 빙의를 하며 소리치고 다녔다. 허어, 통재라.

 

 

 

가만히 뜯어보면 어물전 세계나 인간 세계나 크게 다르지 않다. 똥구멍이 찢어지게 가난하던 놈들이 벼락 부자가 되면 그보다 꼴불견도 없다. 솔잎 먹던 세월은 잊은 지 오래이다.  

 

노동자도 마찬가지다. 노동자는 노동자 파업에 대해 늘 부정적이다. 스스로 노동자임에도 불구하고 스스로 노동자임을 깨닫지 못한다. 가난한 자는 가난한 자를 멸시하고, 감정 노동자들은 고객으로부터 받은 스트레스를 풀기 위해서 똑같은 방법으로 감정 노동자들에게 푼다. 이것이 다 계급인식이 부족한 탓이다. 큰 꼴뚜기 주제에 자신은 오징어'라고 생각하는 탓이다. 그러니 계급 투표가 이루어질 리가 없다.

 

 

 

꼴뚜기는 꼴뚜기를 지지해야 하는데 큰 꼴뚜기는 갑오징어에게 투표를 한다. 계급 상승에 대한 갈망 탓이리라. 전 오세훈를 서울 시장으로 뽑은 사람은 강남 3구가 아니다. 나는 그들의 투표를 지지한다. 왜냐하면 강남 3구 지지자들은 계급 투표를 했기 때문이다. 오히려 오세훈을 두 차례나 연속으로 서울 시장에 당선시킨 수훈갑은 비 강남 유권자들이었다. 강남 3구 유권자들에게 비아냥거리지 마라.

 

나는 한때 고래였다, 향유고래였다. 요나를 삼킨 벌로 인간으로 태어났으나 새(乙)가 되었다. 그래도 후회하지는 않는다. 그때 내가 삼킨 것이 요나'였다는 것을 어찌 알았겠는가. 나는 乙이므로 乙를 지지한다. 꼴뚜기였으면서 갑오징어를 지지하는 오징어를 경멸한다. 노동자는 노동자를 지지해야 한다. 이건 한때 향유고래였던 내가 당신에게 당부하는 말이다. 아니, 명령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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팜므느와르 2013-06-25 10: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이건 뭐, 찰진 단문에다 수미쌍관, 화룡점정까지 접수하는군요
ㅡ으윽 곰발님이시여 아흐 다롱디리~~저 강물 어예 건너소

곰곰생각하는발 2013-06-25 11:31   좋아요 0 | URL
걱정마십시요. 곧 한국 문단을 평정할 날이 올것이옵니다.

히히 2013-06-25 13: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맑은 날 잔잔한 호수 안을 들여다 보세요.
품은 것은 날갯짓하는 새요, 뭉게뭉게 양떼요, 늠름한 산줄기 입니다.

갑오징어들아 !
바벨탑건설이 무산되었다하여
乙의 언어를 버리지 말거라.
甲은 神이 아니니라.

곰곰생각하는발 2013-06-25 15:09   좋아요 0 | URL
속초 살 때 얕은 물가인데도 불구하고 멸치떼 비슷한 것은 수만 마리 돌아다니는 게 보입디다.
아, 이거 정말 장관이더군요. 방향을 휙 바꾸면 이게 빛에 반사가 되어서 그 흐름이 보이는데
마치 바람 같았어요. 물 속의 바람이라...ㅇㅇㅇㅇ

히히 2013-06-25 15: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바람이라...!
전에 살던 아파트 앞이 바로 바다고 그 옆으로 갈대밭이 있었어요.
긴 대가 흔들릴 때 마다
갈대소리라 하기 싫고
바람소리로 고집 피우곤 하였습니다.
바람 날려 흐르는 음들은 다 바람소리입니다.
풍경바람소리, 파도바람소리, 우듬지바람소리...

떨어진 것은 낙엽이오나 날리는 것은 秋風입니다.

곰곰생각하는발 2013-06-26 09:19   좋아요 0 | URL
히히 님 혹시 시인이세요 ? 갈대소리라 하기 싫어서 바람소리라 고집을 피운다라..
이거 시인들의 심성 아닙니까...
파도소리도 아니고 파도 바람소리라... 음...
한시 쓰시는 분 같습니다..

iforte 2013-06-26 05: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여기는 지금 아침시간이예요. 아침식사를 하다가 창문에 붙어서 껍질을 벗고 있는 도마뱀 한마리를 보았네요. 앞마당에 뱀들이 다니는지라 이 불쌍한 것들이 편히 땅에서 볼일을 보지도 못하는군요. 어쨌든, 전 첨 알았네요, 도마뱀이 허물을 벗으면서 몸에 달라붙은 껍질을 먹어버리네요. 그냥 버리는게 아니라. 껍질을 벗어 환골탈퇴....하면 얼마나 좋겠냐만, 도마뱀은 그대로 도마뱀이군요. 뱀이 되지는 못하고.. ㅡ.,ㅡ;; 쬐끔 달라진다고 자기 성분이 바뀐다고 착각하는 사람들 있죠, 왜.. 그저 껍질을 벗고 약간, 아주 약간 키가 큰것 뿐인데.. 그죠?

어쭈... 지금 막 이 댓글 쓰는 동안 방금 전 변피한 놈이 짝을 찾네요. 숫컷들은 짝짓기 시즌이 되면 목을 빨갛게 부풀리거든요. 쫘아식이... 이제 갓 청소년이 된 놈이...췟. 발랑 까져가지고... ㅎㅎㅎ

곰곰생각하는발 2013-06-26 09:22   좋아요 0 | URL
앞마당에 도마뱀들이 다니다니...ㅎㅎㅎ 훗훗.. 좋은 동네시군요.
제가 좋아하는 녀석들 가운데 하나가 도마뱀입니다.
도마뱀 귀엽죠. 허물 먹는다는 소리는 처음 듣네요. 아니다..... 파충류는 허물을 벗으면 그걸 먹습니다.
왜 그러냐면 고거 적으로부터 자기 흔적 지우기 위해서 먹는다고
내셔널지오그라픽에서 그랬음 ! ( 정확한 기억은 아니지만... 뱀도 자기 허물을 먹습니다. )

근데 그 마당에 있는 돔뱀 큰 건가요 ? 전 지금까지 작은 도마뱀 생각하고 이 글을 썼는데..

iforte 2013-06-26 22:53   좋아요 0 | URL
작은 놈들 맞아요. 완전 성인이래야 검지손가락 길이..? 마당에 도마뱀 있다고 또 마냥 좋지는 않아요. 이것들이 자꾸 벗어놓은 운동화에 들어가는통에 한번은 운전하다가 차 세워놓구 운동화 흔들어서 거기 낀 놈을 떼어놓기두 했구요. 마당에 똥은 어찌나 싸놓는지.. 치우다 치우다 포기...ㅜㅡㅜ. 게다가 이놈들 먹으려구 가끔 밖에서 뱀이 집으로 들어오기도 해요. 뿐인가요. 가끔은 혼자라서 가뜩이나 쓸쓸한데 마당에서, 것두 한가운데서 짝짓기하구 있구... 아주 염장을 질러요. 그래도 이넘들이 젤루 귀여울때는, 제가 햇빛쬘때 마당에서 똑같이 태닝하고 있는 놈들을 볼때.. 무지 평화스러워요, 그때는...

곰곰생각하는발 2013-06-26 23:06   좋아요 0 | URL
도마뱀 잡으로 뱀이 들어오면 곧 뱀 잡으로 곰이 들어오고
곰이 들어오면 곰을 잡으려고 사냥꾼이 들어올 겁니다.
그러면 불법적인 사냥꾼을 잡으려 말을 탄 보안관이 들어올 것이고....
그 보안관 잘생긴 남성일 터이니 좀더 기다려보십시요.
좋은 소식 들릴 것입니다.

iforte 2013-06-25 23: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나저나, 곰발님 민낯을 드디어 보게되었군요. 예전사진은 사실 좀 독하게 보여서 나쁜남정네 삘이 있었는데... 이제보니, 참 선량하게 생기셨어요. 당신을 선한남정네로 인정합니다.

곰곰생각하는발 2013-06-26 11:03   좋아요 0 | URL
전 선량합니다, 전 선량합니다, 전 선량합니다, 전 선량합니다. 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
사실 전 저 사진을 좋아하지 않아요. 뭔가 지독하게 우울해보이잖아요.
원래 우울병을 앓고는 있지만, 흠흠...

곰곰생각하는발 2013-06-26 14:03   좋아요 0 | URL
다시 사진을 보니 좀 골때리게 생긴 것 같아서 다시 사진을 변경했습니다...ㅋㅋㅋㅋ

iforte 2013-06-26 22:55   좋아요 0 | URL
그닥 골때리게 생기지는 않았는데... (피식 피식..) ㅎㅎㅎ
진짜 참 선량하고 순수해 보였는데... 지금 사진도 좋네요. 아마 20세기 초의 어느 시점에 서울에 막 상경한, 서울신사 티내려고 막 치장한 시골양반...? ㅍㅎㅎㅎ 농담 농담.

곰곰생각하는발 2013-06-26 23:06   좋아요 0 | URL
시골스러운 분위기 좋아합니다.
하하하하하....
 

 

 

 

 

 

 

< 잡다 > 에 대한 이야기 : 책과 엉덩이는 하나'다.

 

 

사탕이 담긴 유리병이 있다. 맛있는, 아 ! 추파춥스. 사탕 주인은 아이에게 손을 넣어 마음껏 가져가라고 한다. 기회는 한번이다. 아이'가 유리병 속에 손을 넣어 욕심껏 사탕을 움켜쥔 후 손을 빼려는데 빠지지가 않는다. 사탕을 욕심껏 한움큼 쥐면 유리병 목이 좁기에 손을 뺄 수 없다. 아이는 운다. 그때 사탕 유리병 주인이 타이른다. " 아이야, 손에 쥔 사탕을 몇 개 놓아주렴. 물고기를 물에 놓아주듯이 말이다. 그러면 손이 빠질 거란다. " 이 동화가 주는 교훈은 명백하다. 욕심을 버리라는 말이다.

 

탐욕을 말할 때, 흔히 쓰는 표현이 < 움켜쥔 손 > 이다. 여기서 < 꽉 쥔 손 > 이라는 표현과 < 움켜쥔 손 > 이라는 표현'은 다르다. 주먹'은 정직한 노동자의 손이고, 움켜쥔 손은 탐욕스러운 자의 손이다. 케테 콜비츠'는 정직한 노동자를 스케치 할 때는 늘 불끈 쥔 주먹을 표현했다. 케테 콜비츠에게 있어서 주먹은 폭력적 도상'이 아니라 정직한 힘에 대한 은유이다. 반면 " 움켜쥔 손 " 이미지는 대부분 평판이 좋지 않다. 대표적인 장르가 신파'다.

 

이수일은 말하고 심순애는 운다. " 놔아아아라, 김중배의 다이아몬드가 그렇게도 좋더냐 ? " 신파는 이처럼 떠나보내야 할 대상에 대한 미련 때문에 놓지 못하고 바지가랑이를 잡고 질질 짜는 서사'다. 대한민국 일일드라마의 팔 할은 바지가랑이나 치맛자락에 매달려 우는 손'에 대한 이야기다. 말이 좋아서 사랑이고, 순정이고, 나발이지 까놓고 말하자면 구질구질한 손'에 대한 이야기다.

 

이 코드'를 확장하면 결국 윤창중으로 끝이 난다. 무슨 말인가 하면 이 글의 끝맺음은 윤창중 씨'로 끝난다는 말이다. 지금까지는 윤창중으로 가기 위한 간이역'인 셈이다. " 이 역의 종착역은 윤, 창중. 윤창중 역입니다. 내리실 문은... 없습니다. " 끝까지 읽기를 권한다. 나는 종이책'이 전자책'을 이길 것이라고 생각한다. 여기에는 개인적 바람'이 반이니 불안한 주장이다. 근미래 사회에서 전자책으로만 독서를 해야 하는 상황은 마치 내 옆 좌석에 이명박 각하와 9시간 걸리는 볼리비아행 비행기 여행을 함께 해야 하는 꼴과 비슷하다. 아, 생각만 해도 황홀해서 몸이 존나 떨린다. 물론 가카가 일반석에 앉을 가능성은 없겠지만 말이다.

 

독서는 눈(시각)과 함께 손(촉각)을 만족시키는 오래된 상품이었다. 밑줄을 긋고 메모를 남기거나, 종이를 접고 서표를 넣어두는 행위 그리고 손끝에서 느끼는 종이 결'은 독서 쾌락의 5할이다.  촉감이 없는 독서는 애서가'를 만족시킬 수 없다. 독서란 기본적으로 < 읽다 > 에 방점을 두는 행위이다. 그런데 모니터는 < 보다 > 에 방점을 두는 기계 장치'이다. 그러니깐 전자책이란 읽어야 할 텍스트를 관람하는 행위로 변환시킨 것'에 불과하다. < 독서 > 가 아니라 < 시서 > 이거나 < 견서 > 라고 해야 되지 않을까 ? 그것은 마치 볼 수는 있으나 만질 수는 없는 쇼걸의 환상적인 S 라인 소프트 바디'와 동일하다. 나는 차라리 환상적인 S라인 바디보다는 조물딱거릴 수 있는 H라인이나 D라인을 택하겠다. 그것이 현명한 판단은 아닐까 ?

 

나는 화장실에 갈 때 빤스에 똥 살지언정 반드시 책을 가지고 들어간다. 너무 급한 나머지 책을 들고 가지 않았을 때에는 화장실에 놓인 유한락스 성분분석표를 손으로 뜯어서 읽은 적도 있다. 휴지는 없어도 읽을거리는 있어야 한다.  화장실은 꼬마 한스가 되는 순수한 과정. 가래떡을 밀떡으로 밀어내는 공정이 이루어지는 곳이 화장실이다. 그런데 막상 화장실에서 책을 읽는 시간은 얼마나 될까 ? 그리 많지 않다. 책을 읽는다는 행위보다는 책을 손에 쥐고 있다는 안전감 때문에 생긴 버릇이리라. 종이책을 사랑하는 애서가들은 모두 안다. 책을 읽을 때 손이 하는 역할을 말이다. 그 묘한 쾌락적 Grab !!!

 

애서가와 윤창중은 닮았다. 공통점은 쾌락적 Grab 를 좋아한다는 점이다. 차이점은 애서가는 책을 움켜쥐기를 좋아하는 반면, 윤창중은, 아, 아아 ! 눈물이 앞을 가리지만..... 책 대신 엉덩이를 좋아한다. 시력이 나쁜 탓이었을까 ? 선생님은 어쩌면 엉덩이를 책으로 착각했는지도 모른다. 나는 그가 기자 회견장에 나와서 쓸데없이 늘어놓은 변명보다는 차라리 " 엉덩이를 책으로 착각했소 !  똥 싸고 싶었는데 책을 짚는다는 것이 그만..... 내 눈엔 엉덩이가 책으로 보였소 !  " 라고 했다면 이해를 했을 것이다. 29만 원이 전부라는 두환 씨가 말한 변명보다는 그럴듯하기 때문이다.

 

결론은 이렇다. 책과 엉덩이는 동일하다. 대변인 윤창중 선생님'은 책을 읽고 싶었을,  뿐이다. 그렇죠, 윤창중 씨 ?

 

 

 

 

 

+

이 글은 포르테 님에게 헌정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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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 2013-06-22 14: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제목만 보고 애서가의 지적 탐욕을 질타하신 글인 줄 알았는데
끝까지 읽어보니 반전, 종이책을 탐독하는, 그 쾌락을 찬미하신 글이군요. :)
저도 지금 간만에 종이책의 물성을 즐기고 있는 중이랍니다.

곰곰생각하는발 2013-06-22 14:48   좋아요 0 | URL
오홋... 글 수정할 부분 없나 하고 살피는 중 덧글을 달아주셨군요.
수정할 부분 있나 살펴본 결과 너무 완벽해서 수정할 부분이 없네요... 으하하하하하....
무슨 책을 읽고 계십니까 ?

새벽 2013-06-22 14:57   좋아요 0 | 수정 | 삭제 | URL
정말 완벽합니다. 탈고가 필요 없습니다.

일에도 필요하고 해서 에드워드 윌슨 통섭,을 다시 읽고 있어요.
밑줄을 많이도 그어놨네요. 지금 왜 여기 밑줄을 그었는지 갸우뚱 하면서 보고 있습니다.
(그 밑줄이.. 몇 년 전 제가 그어놓은 밑줄이라는.. ;;)

곰곰생각하는발 2013-06-22 15:02   좋아요 0 | URL
신기하죠. 과거에 그은 밑줄에 동의하는 것은 아마 50% 정도 될 거예요.
저도 내가 왜 밑줄을 그었을까 ? 생각을 하고는 했습니다. ㅎㅎㅎㅎ
통섭... 비싼 책이군요..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

새벽 2013-06-22 15:09   좋아요 0 | 수정 | 삭제 | URL
평소 필독서들도 못 읽어서 안타까워하는 제가 이 책을 손수 구입하진 못했구요.
제 수준을 너무 과대평가하는 후배로부터 선물 받은 책이에요. ^^;
이 친구는 학창 시절에도 뜬금없이 지식의 고고학,을 선물해서
저로 하여금 푸코에 치가 떨리게 만들면서 푸코 입문을 훼방놓더니 계속 같은 패턴으로..

유의미한 책이긴 한데 솔직히 전반적으로.. 결국은, 인문학도 사회과학도 다 우리 진화생물학을 받아들여!
내지는 우리가 다 흡수해줄게! 그런 선언으로 읽힙니다. 제겐.
암튼 뭐 전혀 근거 없는 헛소리만은 아닌 것 같아요.

앞으로 날씨 안좋은 휴일엔 저도 좀 독서를 하려 합니다.
한 번 책 잡기가 힘들어서 그렇지 잡고 나면 또 한참 즐거워요. ^^
곰곰발님도 좋은 토요일 되시길..!


곰곰생각하는발 2013-06-22 15:13   좋아요 0 | URL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 지식의 고고학....
푸코 입문치고는 진짜 제대로 걸렸네요. 아, 저도 처음에 읽은 책이 지식의고고학이었습니다. 푸코 존나 어려운 줄 알았어요. 알고보니 지지의고고학이 제일 어려웠습니다. 하마터면 지식의고고학 읽고 어려워서 아예 푸코 책은 안 읽을 뻔했어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새벽 2013-06-22 15:37   좋아요 0 | 수정 | 삭제 | URL
제 말이요.
1990년대에 갑자기 영화 평론가들이 푸코를 들먹이지 않겠습니까.
아마도 제가 언젠가 스치듯 그랬나봅니다.
미셀 푸코란 사람 책들을 좀 읽어야 할까봐.. 그에 대해 알아야 영화가 제대로 보이나 봐..
푸코에 대해 잘 모르던 그 친구도 분명 어느 서평에서 '푸코의 집대성' 뭐 그런 소갯말을 보고 사줬을 겁니다.
주석에 주석에 주석.. 몇 페이지 읽는데 몇 시간.. 그런데 그 몇 페이지 이해도 못하고.. 하하.

비로그인 2013-06-22 17: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러니까 곰발 님의 글들을 책으로 내주십쇼!! 좋은 글들은 모니터로 읽기 싫습니다 ㅎㅎ

곰곰생각하는발 2013-06-24 12:32   좋아요 0 | URL
그렇습니다. 근데 종이책으로 나오면 제 글이 좀 먹힐까요 ?

iforte 2013-06-22 21: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우! 이런 영광을! 곰발님 복받으실꺼예요. 오홋.. 여기는 이제서야 토요일 아침인데... 날도 맑고 화창한것이 해피한 주말이 될 좋은 느낌이요. 나중에 곰발님 책 출판하실때 이 글 밑에는 꼭 '헌정'대목 생략하심 안됩니다. 험험. 넵. 저도 달빛가루님 댓글처럼 곰발님 책내셔야한다에 한표요.

Plus, 곰발님과 또하나 같은 공통점을 찾았서요. 저도 책이 손에 안잡히면 급설사 모드에서도 맘에 드는 책 찾을때까지 화장실 안가요. 설사를 변비로 만든적도 있다니까요, 책을 못찾아서. 간혹, 쉬야모드인줄알고 들어갔다가 갑자기 예기치않게 부대상황이 뒷따를시에는 아무거나 손에 잡히는거 들고 성분분석표라도 읽는답니다. 왜 이걸 읽고 있는지 전혀 모르겠지만.. 암튼 뭔가 손에 들고 있지 않으면 절대 편안히 일을 마칠수 없다는... (상당히 부끄..) 거기는 밤일텐데. 오늘밤엔 로또사면 당첨 보장이라는 변꿈을 꾸시길 바래요. 이왕이면 황금변으로..

곰곰생각하는발 2013-06-24 12:34   좋아요 0 | URL
포르테 님도 똥 쌀지언정 책을 가지고 가시는구랴..... 생각해 보니 화장실에 아예 책 한 권을 둘 것을 그랬어요. 왜 화장실에 라이터 줄에 매달듯이 천장에 줄로 책 묶어서 대롱대롱...

근데 신기한게 갈 때마다 그때 그때 읽고 싶은 게 따로 있다는 겁니다...ㅎㅎㅎㅎㅎㅎ

아무개 2013-06-25 08:38   좋아요 0 | URL
한손에는 책 한손에는 담배 이렇게 셋팅이 되야 안정적으로 큰일을 마칠수가 있더군요. ㅋㅋㅋㅋㅋㅋㅋㅋ


곰곰생각하는발 2013-06-26 17:25   좋아요 0 | URL
아무개 님 답글이 늦어서 죄송합니다. 책과 담배와 똥이라.. 삼위일체로군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