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장
윤흥길 지음 / 현대문학 / 2011년 4월
평점 :
구판절판


 

 

 

 

갑질 사회 : 완장과 문신'은 하나다 !

 

 

문학도가 변학도'보다 재수없는 놈일 수도 있다는 사실을 알게 해준 계기'는 술자리'에서였다. 술에 취하면 본색이 드러나는 법, 무소속 (김) 형태 형과 쌍벽을 이루는 추태 씨의 추태'를 목격하고부터는 문학인이나 문학도'에 대해 가지고 있던 환상은 이제 더 이상 가지지 않는다. 처음에는 고상한 질문들이 오고간다. 문학이란 무엇인가요, 정의란 무엇인가요, 죽음이란, 삶이란 무엇인가요, 시란 무엇인가요 ? 등등. 말보로 레드를 피우던 여자가 " 시란 무엇인가요 ? " 라고 진지하게 말했을 때, 나는 웃으면서 코를 파고 있다가, 그 질문을 받고는 코를 파면서 웃었다. 음.... 내가 왜 그랬느냐면 웃으면서 코를 파는 것보다 코를 파면서 웃는 것이 조금 더 우아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여자가 기분이 나쁜 듯 물었다. " 왜... 코를 파면서 웃지요 ? " 내가 말했다. " 詩는 포도'니까요. " 

 

 

네에?! 포도요? 먹는 포도 ?! 읭 ?! " 그렇습니다. < 포도와 여우 > 라는 이솝 우화'에서 여우는 포도가 너무 높은 나뭇가지에 매달려 있어서 따먹지 못하죠. 화가 난 여우는 이렇게  자신의 행동을 합리화합니다. 저 포도는 詩 다 !  " 하하하, 호호호. 재미있네요. 하지만 화기애애도 잠시. 3차로 막걸리를 막, 막막 막시게 되면 꼰대 본색이 드러난다. 문학인은 여성 문학도 어깨에 슬쩍 팔을 올리기도 하고, 옳다구나, 하며 허벅지를 만지기도 한다. 이때부터 온갖 스포츠'가 튀어나온다. 한밤중에 농구있고, 족구하고 있다. 모 시인의 입에서는 " 축구싶냐 ? " 라는 말을 하고, 모 문학 지망생은 " 농구있네, 농구있어 ! 다 족구하라 그래. 등단 작가 위세 쩐다. 쩔어. 씨부럴 탱탱. 등단'이라는 이름의 완장 차고 하는 꼴이 가관이고나. 절이 씨름 중이 떠나야지.  술값은 네가 내라 ! 이 스키야. "라며 대든다. 아, 한밤중에 격정 스포츠'라니......

 

 

송강호는 < 살인의 추억 > 에서 대한민국을 강간의 제국'이라고 정의했으나, 그보다는 < 완장의 제국 > 이라는 표현이 더 적확할 것이다. 윤흥길 소설 < 완장 > 을 읽으면 완장'이라는 이름의 정체가 적나라하게 드러난다. 완장이란 팔뚝 에, 글 '이다. 그러니깐, 문신과 완장은 같은 말이다. 소설 < 완장 > 에서 종술이 팔에 차고 다니는 " 저수지 감시원 " 이란 글자는 " 차카게 살자 " 란 문신과 동일한 것이다. 깡패들이 문신을 하는 이유는 하나다. 광고 효과'를 노린 것이다. 차카게 살자, 라는 문장은 역설적이게도 사람들에게 협박과 공포를 심어 준다. 효율성이란 측면에서 보면 완장과 문신'은 고농축 액기스'다. 칼을 담그지 않고도 삥을 뜯을 수 있기 때문이다.

 

 

남양유업 사태는 더러운 입'이 발단이 되었고, 윤창중 사태'는 꼴린 손'이 발단이 되었다. 공통점은 < 甲질의 횡포 > 다. 乙은 甲질 때문에 참고 참고 또 참다가 그만...... 참치'가 되었어. 그들은 크림 빵도 아니면서 빵 터졌고, 뻥 뚫렸다. 4번 타자'라고 믿었던 각하'는 8번 타자였으니, 乙은 이제 임재범만 믿는다. " 누가 나를 위로해주지 ? 바로.... 여러분 ! " 눈물이 앞,    을 가린다. 그런데 우리가 하나 착각하고 있는 것이 있다. 사실 甲'은 완장을 차고 다니지 않는다. 완장이라고 불리우는 팔띠'는 乙이 차고 다니는 공산품이다. 이건희'는 촌스럽게 1억짜리 아르마니 양복에 팔띠'를 두르지 않는다. 그것은 마치 루이비통 로고와 비슷하다. 로열페밀리일수록 그들이 들고 다니는 루이비통 가방 로고 크기는 작거나 가방 안에 숨겨져 있다.그리고 대따, 대빵, 존나 큰 로고가 박힌 루비이통은 없는 놈이 가지고 다닌다. 이유야 뻔하지 않은가. 멀리서도 볼 수 있는 전시 효과'를 얻기 위해서이다. 싸구려 가방을 가진 여자는 커피숍에 가면 가방을 옆 의자에 내려놓지만, 34폰트 로고가 박힌 가방을 가진 여자는 가방을 테이블 위에 내려 놓는다. 어머, 이 가방 루이비통'이니 ? 대따 큰 루이비통 로고는 차카게 살자'와 동일한 메시지'다.

 

 

완장은 乙이 욕망하는 도깨비감투'이다. 싸울 필요도 없다. 선빵을 날릴 필요가 없다는 말이다. 완장이 없는 乙은 알아서 쫀다. 전, 쫄면입니다. 하하하. 전, 울면이에요. 호호호. < 남양유업 사태 > 에서 영업사원이 욕을 할 수 있었던 원인은 그가 甲이기 때문이 아니라 완장을 찾기 때문이다. 완장은 유사 갑질'을 할 수 있게 만드는 아이언맨 갑옷 슈트'다. 그렇다고 그 영업사원 또한 乙이므로 피해자'라고 말하는 것은 본질을 흐리는 거시다. 정확하게 말하자면 甲을 욕망하는 乙이거나 유사 甲이거나, 유사 乙이다. 윤창중 선생님'도 마찬가지다. ( 개인적으로 선생님이라 호칭은 빨간펜 선생님 이후로 처음이다. ) 윤창중 선생님은 도시락 대신 손'을 던졌다. 목표는 허리였으나 공교롭게도 엉덩이에 내리꽂혔다. 모든 원인은 바람 때문이리라. 바람 때문에 탄착점이 흔들린 것이리라.

 

 

윤창중은 전형적인 완장이다. 반복하자. 윤창중은 전형적인 문신이다. 그는 장/章과 문/文'으로 먹고 산 어용이었다. 그런 그가 어공(어쩌다공무원)이 되었으니 물 만난 물고기'가 된 심정이었을 것이다. < 청와대 대변인' > 이라는 아이언맨 갑옷 슈트는 얼마나 근사한 명품 옷인가.  얼마나 훌륭한 완장인가. 어용이 어공이 되면 위세는 하늘을 찌르고, 백성은 눈물이 마를 날이 없다. 모든 역사가 그것을 증명한다. 한국 사회'가 갑의 횡포'에 무방비로 노출이 된 원인에는 < 벼락 > 이 키워드로 작동되고 있다. 서구 사회'는 근대화와 산업화'를 거치면서 수직적 관계를 수평적 관계로 수정해 나아가는 단계를 거쳤지만, 한국 사회는 근대화와 산업화'가 빛의 속도로 진행이 되다 보니 이 감정 교육 과정'이 생략되었던 것이다. 세계 꼴찌였던 가난한 나라는 50년 만에 부자 나라'가 된 것이다. 이 과정에서 수많은 벼락(들)이 탄생하게 된다. 수평이 느림이라면 수직은 빠름이다. 한국의 부자들은 대부분 < 완장 > 에 나오는 종술'이다. 빈둥거리던 종술이 느닷없이 완장을 차듯이, 한국의 부자들은 교양 수업 없이 곧바로 부자가 되었다. 이 세상에서 가장 무서운 완장질은 동네에서 무시받던 놈이 완장을 찼을 때이다. 한국형 부자의 탄생이다.

 

 

한국 사회'에 갑은 존재했던가 ? 21세기 甲乙 계급 논란에서 갑은 애초에 존재하지도 않았다. 甲을 욕망하는 乙이 있을 뿐이다. 한국 사회는 甲과 乙이 싸우는 투쟁 영역이 아니라 유사 甲이거나 유사 乙이 충돌하는 투쟁 영역이다. 왕관은 단 한 사람만이 가질 수 있는 것이지만, 완장은 누구나 가질 수 있다. 우리가 이 갑을투쟁에서 배워야 할 것은 완장 사용법'이다. 완장은 달콤하지만 위험할 수도 있다는 것을 가르치는 교육이 필요한 것이다. 인문학이란 바로 완장을 올바르게 사용하는 방법을 가르치는 학문이다.

 

 

 

 

 

 

 

 

 

 

 

윤창중을 향한 어느 만능 스포츠 마니아의 쉰소리.  

 

윤창중에게

 
너 , 체조하냐 ? 누구긴 새끼야, 배드민턴 말이야. 그 여직원과 사격 ? 아이스하키했다면서 ? 아니잖아. 그건 아니잖아. 뭐 ?! 그 더러운 입 탁구서 내 말 똑바로 들어. 허리구, 엉덩이구, 배구건 간에 허락없이 만지면 돼 ? 어린 여자랑 농구싶었야구. 이 족구튼게, 농구있어. 농구있어. 읭?! 축구싶어 ? 네가 아무리 뜀틀, 부처님 손바닥 안에서 농구있는 거다. 정말 피구한 스타일이네. 너 이 스키, 평생 스모 살아라. 이런 등산 ! 물타기로 유도해서 본질을 흐릴려고 하는 거 모를 줄 아냐. 앞으로 지퍼 함부로 열지 말고 탁구 다녀. 이 스키, 정말 이따위로 하키냐?? 네 스펙이 가장 화려한 거 같지 ? 꼴에 청와대 대변인 스펙이니 " 다른 사람 스팩타크로 ! " 이런 마인드였지 ? 녹을 먹는 직'이라 함은 백성의 뜻을 수영하고 갈등을 조정하는 거다. 이 개스키야. 넌 이제 제기차기는 끝났어. 그러니 앞날 창창한 학생 앞길 가로막지 말고 피겨. 너같은 사람 정말 당구싶지 않다. 족구튼 놈. 꼴에 사람이라고 배는 골프구나. 어차피 다시는 너를 볼링 없다만... 하여튼...... 사람이 먼저다. 권투를 빈다.

 

 

 

해석 >
너 , 쟤 좋아하냐 ? 누구긴 새끼야, 인턴 말이야. 그 여직원과 사겨 ? 아이스께끼 했다면서 ? 아니잖아. 그건 아니잖아. 뭐 ?! 그 더러운 입 닥치고 내 말 똑바로 들어. 허리구, 엉덩이구, 배이구 간에 허락없이 만지면 돼 ? 어린 여자랑 놀구 싶었야구. 이 좆같은게, 놀고 있어. 놀고 있어. 읭?! 죽고 싶어 ? 네가 아무리 뛴들 부처님 손바닥 안에서 놀고 있는 거다. 정말 피곤한 스타일이네. 너 이 새끼, 평생 숨어 살아라. 물타기로 유도해서 본질을 흐릴려고 하는 거 모를 줄 아냐. 앞으로 지퍼 함부로 열지 말고 닫고 다녀. 이 새끼, 정말 이따위로 할거냐?? 네 스펙이 가장 화려한 거 같지 ? 꼴에 청와대 대변인 스펙이니 " 다른 사람 스펙 다 꿇어 ! " 이런 마인드였지 ? 녹을 먹는 직'이라 함은 백성의 뜻을 수용하고 갈등을 조정하는 거다. 이 개새끼야. 넌 이제 재기하기는 끝났어. 그러니 앞날 창창한 학생 앞길 가로막지 말고 비켜. 너같은 사람 정말 닮고 싶지 않다. 좆같은 놈. 꼴에 사람이라고 배는 고프구나. 어차피 다시는 볼 일 없다만... 사람이 먼저다. 건투를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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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계급의 진화 : 주홍글씨 A에서 LV 까지.
    from 새빨간 활 2013-05-15 06:30 
    A. 호돈의 소설 < 주홍글씨 > 는 가방에 대한 이야기'다. 이 가방의 로고가 A다. 주홍글씨 A 다. 주인공 헤스터가 가진 가방은 36폰트가 박힌 가방이다. 로고가 크니 백 미터 밖에서도 쉽게 보인다. 마을 사람들은 그런 그녀를 손가락질한다. 헤스터가 욕을 먹는 이유는 촌티 나는 A 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 아니다. 왜냐하면 주민 모두 다 A를 가지고 있다. 다만 로고가 작아서 잘 보이지 않을 뿐이다. 이 로고는 훗날 루이비통으로 진화하였
  2. 낙지 사회 : 내 죽음을 족구하지 마라.
    from 새빨간 활 2013-05-18 13:10 
    낙지 사회 : 내 죽음을 족구'하지 마라 ! 포크와 나이프가 암시하듯이 중세 때에만 해도 서구인의 식탁에는 동물이 통째로 올라오곤 했다. 동물의 사체를 해체하는 일이 식탁 위에서 이루어진 것이다. 17세기만 해도 통째로 올라온 고기를 손님들에게 칼로 잘라 나눠주는 것이 집주인의 영광으로 여겨졌다. 문명화 과정을 통해 동물 해부는 부엌에서 이뤄지고, 식탁에는 도살된 동물을 연상시키지 않을 정도로 조각이 난 예쁜 요리가 오르게 된다. - 호모 코레아
  3. 벼락 사회 : 과정이 생략되면 과장이 된다.
    from 새빨간 활 2013-05-18 13:10 
    http://myperu.blog.me/20181545253 : 혈액형을 묻는 심리. 벼락 사회 : 과정이 생략되면 과장'이 된다. < 빨리빨리'> 는 이제 대한민국이라는 나라를 설명하는 데 있어서 < 재벌 > 과 함께 상징적 단어'가 되었다. 좋게 말하면 다이나믹 코리아'이지만 나쁘게 말하면 " 팬티도 안 내리고 똥 쌀 나라 " 이다. 쓰고 보니... 이런 질펀한 판타지'는 이 글을 읽는 독자의 심기를, 아
 
 
새벽 2013-05-15 09: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곰곰발님 글은 늘 재미가 각별하지만 오늘 글은 정말이지 현란한 언어유희 촌철살인입니다.
포도는 詩다, 이 역시 단순한 유머를 훨씬 넘어서는데요. 저도 사석에서 써먹고 싶어요. ^^

곰곰생각하는발 2013-05-15 12:44   좋아요 0 | URL
새벽 님은 특별 손님이니 유일하게 허용하겠습니다. ㅎㅎ. 공석에서도 좀 써주십시요..

새벽 2013-05-15 22:54   좋아요 0 | 수정 | 삭제 | URL
감사합니다. 널리 널리 퍼뜨리겠습니다. 하하 :)

노이에자이트 2013-05-15 16: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한국인 상당수가 인간관계=수직관계 입니다.둘만 모여도 위아래를 따지려고 드는 이들이 많습니다.이러니 개인주의라는 개념을 모르죠.개인주의는 대등한 관계를 전제로 하니까요.크고 작은 종술이가 지천으로 깔려있어요.

곰곰생각하는발 2013-05-15 17:03   좋아요 0 | URL
벼락'이라는 단어가 말해주듯이 벼락'은 빠른 속도'를 전제로 태어난 것들인데 이것은 반드시 수직적 형태가 되어야지만 유지가 됩니다. 한국 사회'는 이 벼락으로 이루어져 있죠. 왜 그런가 하면 너 몇 살이야, 몇 살입니다. 할 때 이보다 빠른 관계 설정은 없습니다. 난 선배 넌 후배... 이게 바로 벼락'이죠.

다음 글은 벼락 사회'에 대해 써볼 참이었습니다. ㅎㅎ.

히히 2013-05-15 17: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빨간똥이고 죽을내일이고 간에 명품이 빈 나는 자유로운 영혼!
책봉하진 마소서
지금의 품계를 꿋꿋히 지킬터이니

곰곰생각하는발 2013-05-15 17:55   좋아요 0 | URL
누구시온지는 모르나... 여기서 왠 빨간똥이옵니까.... 흠흠....
ㅎㅎㅎㅎㅎ.
 

 

 

 

 

윤창중'을 위한 변명 : " 아무리 뛰어난 투수라도 의지와는 상관없이 볼'을 던진다. "  

 

나는 오늘부터 윤창중을 지지'한다. 우파, 좌파, 대파, 실파, 쪽파, 양파, 한겨울 수도 동파' 할 것 없이 모두 윤창중을 공격하는 추태'에 화,  난다. 명백한 마녀사냥이다. 당신은 얼마나 깨끗한가. 당당하게 말할 수 있나 ?  민주당에서 그 아무리 뻘짓을 하고, 좌파 진영에서 별 지랄을 해도 흔들리지 않던 철의 여인'을 윤창중 선생님은 손 한번 까닥이는 것으로 한방에 보냈다. 그리고 혼자서 죽지는 않겠다는 물귀신 작전'은 치밀하고 스펙타클하다. 그는 적어도 당신처럼 죽은 권력 앞에서 큰소리치지 않는다. 살아 있는 권력 앞에서 딴지'를 거는 것이다.  정권 말기에 딴지를 거는 놈은 봤어도, 정권 초기부터 딴지를 거는 놈은 보지 못했다. " 나 혼자 죽지 않아 !!!!  " 나는 그가 무시무시한 권력 앞에서 단호하게 말할 때 감동했다. 눈물이 앞을 가린다. 백 마디 말도 소용없다. 단 한번의 손은 모든 것을 초토화시켰다. 입보다 손이 강하다 ! 이쁘다, 손.... ( 센스 있는 독자'라면 이 기가 막힌 언어유희'에 박장대소'를 해야 한다. " 입보다 손 " 에서 " 이쁘다, 손 " 을 끄집어내는 본능적 라임'은 천재적이다. )

  

자, 이제 죄 없는 돌은 윤창중 선생님에게 여자를 던저라. 읭 ?! 분명히 지적하고 넘어가야 할 부분은 이 사태는 개인의 문제이지 국치의 문제'는 아니라는 점이다. 윤창중 때문에 나라 망신이라고 하는데, 그것은 과장된 확대재생산'이다. 전형적인 엄살'이다. 당신이 합리적인 개인주의자'라면 개인의 문제를 국가의 문제로 전이시키는 부분에 대한 지적이 따라야 한다. 스트로스 칸 섹스 스캔들'을 예로 들자. 당신은 칸의 잘못된 행동을 확대하여 프랑스 전체'를 조롱하지는 않았지 않은가 ? 그럴 엄두를 내지도 못했지.  칸은 프랑스 국민이었지만, 칸과 프랑스를 동일한 범주에 두지는 않았다. 그렇지 않은가 ?  그런데 왜 당신은 윤창중 선생님의 실수를 국가의 수치'라고 주장하는 것일까.

 

대안미디어 " 별의별 별별 통신 " 에서 < 찹찹한 케찹 > 이라는 칼럼을 쓰는 곰곰생각하는 朴 논설 주필'은 " 이러한 떼거리 집단 심리'는  나와 국가를 동일시하는 데에서 발생한 이상 증후 " 라고 설명한다. 스스로 개인을 국가의 부속품'으로 생각한다는 것이다. 전형적인 국가주의'이다. 수상한 가족주의가 이상한 방향으로 확대된 것이다. 집안 망신'이 나라 망신'이 되는 것이다. 그것은 중세 시대'에나 있을 법한 촌스러운 삼위일체'이다. 개인의 신체는 곧 국가 소유이다. 윤창중 선생님은 캔디처럼 외로웠다. 젤리처럼 물컹한 것을 만지고 싶었을 뿐이다. 도가니 수육 같은, 돼지껍데기 같은, 인간적인 쫀쫀한 감촉을 얻고 싶었을 뿐이다. 그래서 만진 것뿐이다. 엉덩이가 아니라 허리'라고 하지 않았나.  

 

스트라이크를 잡기 위해 던진 공은 종종 볼'이 된다. 류현진이라고 해서 스트라이크'만 던질 수는 없는 노릇이다. 그리고 과녁을 향해 날아간 화살은 종종 과녁을 벗어나기도 한다. 같은 이유로 한국 대표 궁사'라고 해서 10점 타켓만 쏠 수는 없다. 인생이란 삑사리'와 삑사리와 삑사리가 만든 총합이다. 의도적인 것이 아니란 말이다. 윤창중 선생님은 허리를 향해 힘껏 < 손 > 을 던졌지만 유감스럽게도 < 엉덩이 > 에 떨어졌으리라. 10점 과녁을 향해 날아간 화살은 사과나무에 꽂혔으리라. 예상치 못한 바람이 탄착점을 벗어나게 했다고 생각하자. 그러니 조롱의 굿판은 집어먹어라. 윤창중 선생님도 인격이 있다. 대변이라니, 똥이라니... 감히 어디서 윤봉길 의사의 후손에게 그런 막말을 할 수 있나. 그가 막걸리인가 ? 막, 막막 막 말하게 ? 윤창중 선생님은 너희들이 감히 흉 보고 그럴 위인이 아니란 말씀이다. 그리고 페니스가 꼴린 것이 아니라 손이 꼴려서 생긴 일이지 않나. 이게 왜 성추행이냔 말이다. 手추행이다. 페니스와 핸드도 구별하지 못하나. 

 

이제 떼거리 집단 조롱은 거두어야 한다. 그가 잘못을 한 것이라고는 꼴린 손'이 전부다. 그러니깐 윤창중 선생님에 대한 인신공격은 집어치워라. 얼굴은 죄 없다. 그가 그리 큰 범죄를 저지른 것은 아니지 않나. 그냥 손만 자르면 된다. 양손을 자르는 것으로 이 사건을 마무리하자. 얼마나 간단한가. 끗.

 

 

 

 

 

 

 

+ 

윤창중을 조롱하기 위해 쓴 글'이지만, 정말 지적해야 될 부분은 < 국가 망신 > 이라는 논조'다. 스트로스 칸 총재의 섹스 스캔들이 터졌을 때, 아무도 프랑스 국격과 칸의 인격'을 동일시하지는 않았다. 국가는 국가이고, 개인은 개인이었다. 모두 공통된 생각'일 것이다. 그런데 한국인은 개인과 국가를 동일시한다. 한국인은 김연아를 개인적인 호감보다는 대한민국 국민의 한 사람으로써 자랑스럽게 생각한다. 여기에는 " 김연아 = 나 = 대한민국 " 이라는 이상한 혈연주의가 작동한다. 국민 여동생이란다. 이럴 때, 나는 웃으면서 코 판다. " 박 씨... 김연아가 당신 여동생이면 당신 아버지'는 대체 누구요 ?  " 좋은 게 좋은 거라고, 이런 경우는 " 씐 " 나겠지만 " 윤창중 = 나 = 대한민국 " 이 삼각형으로 엮이면 쓰디 " 쓴 " 기분이 된다. 열불난다. " 대한민국 국민의 한 사람으로써 쪽,   팔립니다.  " 굉장한 애국심이다. 그런데 테러'를 밥 먹듯이 하는 사람들이 늘 주장하는 것 또한 애국심이다. 애국심 하면 이슬람 근본주의자를 따라올 사람이 있을까 ? 당신의 불타는 애국심은 타인에게는 파시즘'이 될 수도 있다. 그 사실을 반드시 염두에 두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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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갤64 2013-05-13 08: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도대체 무슨.. 말을 하고 싶은 건가요??;;;;

곰곰생각하는발 2013-05-13 10:51   좋아요 0 | URL
창중이 우라질 놈이란 뜻입니다...ㅎㅎㅎㅎㅎㅎ.

2013-05-13 11:11   URL
비밀 댓글입니다.

곰곰생각하는발 2013-05-13 11:14   좋아요 0 | URL
아... 네에... 페이퍼 만드시거든.. 연락주십시요...ㅎㅎㅎㅎ. 아 이거 창중이 칭찬하는 글이 아닌데....ㅋㅋㅋ
이상하게 되었어요...

2013-05-13 11:55   URL
비밀 댓글입니다.

곰곰생각하는발 2013-05-13 12:01   좋아요 0 | URL
감사합니다. 이거 조롱의 의미로 쓴 글인데 자칫 창중이 지지 글'처럼 보이는 모양입니다.
아, 그러면 안 되는데...ㅋㅋㅋㅋㅋㅋ.

2013-05-13 12:06   URL
비밀 댓글입니다.

Forgettable. 2013-05-13 12: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목과 첫번째 문장만 보고 열받아서 뒷 내용 안읽을 소지가 큰듯요. ㅋㅋㅋㅋ

곰곰생각하는발 2013-05-13 12:30   좋아요 0 | URL
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 그런가요.... 그러시면 안 됩니다...

라로 2013-05-13 15: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해의 소지가 있게 쓰신듯요~~ ㅎㅎㅎㅎ
저도 끝까지 읽고서 파악했다지요~~~ㅎㅎㅎㅎ

곰곰생각하는발 2013-05-13 15:14   좋아요 0 | URL
으하하.. 그렇군요. 이거 일종의 반전으로 준비해둔덥니다. 팔을 잘라야 한다. 거세가 아니라 수세를 해야 한다. 이게 핵심이었습니다..ㅎㅎ.

노이에자이트 2013-05-13 16: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2007년 4월 버지니아 공대에서 조승희가 총기를 난사하여 다수의 사상자가 생겼죠.그때 우리나라 사람들 일부가 미국에 사과한다니까 오히려 미국인들이 "왜 한국인들이 사과를 하지?" 하고 이상하게 여겼던 일이 생각납니다.한국인들 대다수가 개인주의와 이기주의를 구분하지 못한다는 사실도 시사하는 바가 크지요.

곰곰생각하는발 2013-05-13 19:41   좋아요 0 | URL
개인주의와 이기주의를 동일시하더라고요... ㅎㅎㅎㅎ.
저도 조승희 때 보인 자발적 사과를 제가 좀 과격하게 그것은 " 정신적 조공 " 이라고 했더니
엄청 성질을 내더군요. 전 도무지 이해가 안 가는데 조승희는 미시민권자 아닙니까.
미시민권자'를 왜 우리가 머리를 숙여야 하는지 이해가 안 가요.
미리 쫀 거죠....

심야책방 2013-05-13 16: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반어법이라 꼭 끝까지 읽어야 하는 글이군요. ^^ 개인과 국가를 동일시하는 것을 비판하신 건 저도 공감합니다. 제 친구 중 하나는 국격을 높였다는 이유로 김연아를 굉장히 높이 사던데...전 김연아가 국가인가..라는 반론을 제기했더니 별로 안 좋아하더라고요. 김연아가 국격을 높이려고 피겨를 하는 건 아닐 텐데요.

곰곰생각하는발 2013-05-13 19:38   좋아요 0 | URL
거세 대신 수(手)세 하자... 이런 취지였습니다요..ㅎㅎ. 글발이 약해서 통하지 못하였네요.
이상하게 운동선수의 우승을 국가의 우승으로 치부하는 경향이 있어요.
요거요거 참 그래요. 김연아 우승으로 광고효과가 20조라는둥.... 그냥 웃으면서 코 팝니다.

포스트잇 2013-05-13 18: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허허... 그나저나 코 너무 자주 파시는거 아닙니까? ^^

곰곰생각하는발 2013-05-13 19:36   좋아요 0 | URL
코 파기'는 저의 은밀한 쾌락입니다.

심야책방 2013-05-13 20: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곰곰님 글발이 약하다니요..오히려 시원하게 까대는(응?) 글발에 얼마나 통쾌함을 느끼는데요. 곰곰님 애독자라서 윤창중을 반어적으로 까대실 거라는 건 제목만 보고 알았지요. ㅎㅎ 전 곰곰님 글 팬입니다. 글이 꾸준히 자주 올라와서 매우 즐겁게 보고 있어요.

곰곰생각하는발 2013-05-13 23:42   좋아요 0 | URL
감사합니다. 야행성 님의 성원에 힘입어서 더욱 분발하도록 하겠습니다.
앞으로는 응 ? 보다는 읭?! 으로 사용해 주십시요. 읭'이 더 앙증맞습니다.

새벽 2013-05-13 23: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셜리 듀발의 경악스런 표정이 정말 딱 어울립니다.
근데.. 몇몇 분은.. 그거 보십시오.
아무래도 곰곰발님 의중파악 - 독해역에 있어서 역시 네버의 오래된 이웃들이 낫지 않습니까. 하하.

곰곰생각하는발 2013-05-13 23:42   좋아요 0 | URL
하긴... 네버 이웃들은 이미 하도 써먹어서 다 간파하더라고요...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소를 웃긴 꽃 문학동네 시집 90
윤희상 지음 / 문학동네 / 2007년 6월
평점 :
품절


 

 

 

소를 웃긴 꽃

나주 들판에서
정말 소가 웃더라니까
꽃이 소를 웃긴 것이지
풀을 뜯는
소의 발 밑에서
마침 꽃이 핀 거야
소는 간지러웠던 것이지
그것만이 아니라,
피는 꽃이 소를 살짝 들어올린 거야
그래서,
소가 꽃 위에 잠깐 뜬 셈이지
하마터면,
소가 중심을 잃고
쓰러질 뻔한 것이지 

                      

 

 

바다거북이'는 몸이 뒤집어지면 죽음'을 각오해야 한다. 왜냐하면 혼자 힘'으로 뒤집어진 몸을 다시 뒤집기란 그리 쉽지 않기 때문이다. 대체로  등에 민둥산' 같은 갑옷 하나쯤을 짊어진 녀석'들이 그렇다.  뒤집어지면 곧 죽음이다.  그런데 뒤집으면 뒤집을수록 생생하게 살아 숨쉬는 것'이 있으니, 그것이 바로 시'라는 장르다. 나는 간혹,  외로운 기러기 '라는 식의  시구/詩句 ' 를 보면 짜증이 확 난다.  언제부터 기러기는 항상 외로운 존재였'는지 묻고 싶다.  발정난 기러기. 술취한 기러기. 속이 쓰려 겔포스'를 먹는 기러기.  뭐. 이런 것은 없나? 

 

발견의 결핍이고 상상의 빈곤'이 아닐 수 없다. 설상가상,  외로운 기러기'에 한 마리'라는 시어'까지 덧붙인다면,  음... 나는 주저없이 시집'을 덮으리라.  외로운 기러기 한 마리'라니. 가장 웃기는 표현 중 하나는 비만 오면 장대 같은 비'란다. 아휴, 그렇게 빈곤하냐. 시란 사물'을 새롭게 보는 인식이다.  관찰과 발견'을 통해 죽은 일상 속에 쓰이는 언어'를 팔딱팔딱 숨쉬는 시어'로 건져올리는 작업'이 시 쓰기'가 아닐까' 싶다.  그래서 시인들은 일상적으로 쓰이는 언어'를 뒤집어 본다.  어떻게?   발라당.  까.  뒤집어서.

 

< 소를 웃긴 꽃 > 은 발상의 전환'이 무척 재미있는 시다.  시작'은 이렇다. 나주 들판에 소가 웃는다. 소가 웃어?   정말 소가 웃을 일이네.  시인은 이 상황'을 괴이/ 怪異'가 아니라 신이/神異'로 받아들인다.   소를 웃긴 것'은 발 밑에 피어난 작은 꽃 한 송이'다.   오호라,   하늘하늘  피어난  꽃술'에 발바닥이  간지러웠던 거구나, 그렇구나 ?  그. 런. 데  " 그것만이 아니" 다.  좀더  자세히 살펴보니,  " 꽃이 소를 들어 올린 것" 을 발견한다. 어머.  어쩌면.  세상에  이런 일이.  전환'은 바로 이 부분이다.  연약한 꽃'에서 시인은  소를 들어올리는 강한 힘'을 발견한다.  소'와  꽃'이 가지는 기존 이미지'를 서로 전이시킨 것이다.  소는 꽃보다  가볍고,  꽃은 소보다 힘이 쎄다.   왜 그랬을까?   답은 명쾌하다.  시인은  역할 바꾸기'를 통해서  더불어 삶,   공존'을 이야기하고 싶었던 것이다. 

  

강한 자가 약자를 지배하는, 甲이 乙을 제압하고, 벤츠가 티코를 무시하는,  무거운 것'이 가벼운 것'을 짓밟는 약육강식의 사회'가 아닌  더불어 삶'을 이야기하고 싶었던 것'이다.   일방통행이 아닌 소통하는 삶이다.  꽃이 소를 들어 올릴 수도 있다는 거. 나도 최홍만'을 이길 수 있다는 거. 국민이 국가를 상대로 개길 수도 있다는 거. 솔직히,  나는 꽃이 소'를 들어 올렸을 거'라 생각하지는 않는다.   소가 꽃을 짓밟지 않기 위해 발을 들어 올렸으리라.    배려.  약자에 대한 배려'가  공존이며 곧 평화이다.  이 시집, 참... 좋다. 띄띄빵빵하다. 인생이란 외로우니깐 솜사탕이 아니었던가 !

 

 

띄띄빵빵하다 : < 깨알오소리입말사전 > 에 의하면 기분이 좋아서 구름 위를 걷는 느낌을 나타내는 형용사'라고 한다.

외로우니깐 솜사탕 : < 깨알오소리입말사전 > 에서는 " 외로우니깐 솜사탕 " 이란 뜻을 정확히 명시하지 않는다. 그것은 당신 몫이다. 묶어서한말'은 열린 텍스트를 지향한다.

 

※ < 묶어서한말 > 은 관용어구를 풀어쓴 말이다. 참고로  섹스를 하는 모든 행위를 < 묶어서한몸 > 이라 풀어쓴다.

예 ) " 철수야, 묶어서한몸'이라는  묶어서한말, 참 예쁘지 않니 ! "

 

※ < 깻잎오소리입말사전 > 을 쓴 소율은 국립국어원이 정한 외래어표기법'을 따르지 않는다. 그것은 甲이 乙에게 일방적으로 통보하는 권위'에 지나지 않는다고 비판한다. 그가 예로 든 것이 바로 < 셰익스피어 > 다. 소율은 셰익스피어가 섹스피어'를 피하기 위한 꼼수라고 비판한 후, 차라리 셰익스피어'라고 할 바에는 < 새싹 피어라 > 라고 표기할 것을 주장한다. 그래서 < 깻잎오소리입말사전 > 에서 셰익스피어'는 새싹피어라'로 표기한다.

예 ) " 철수야, 새싹피어라'가 쓴 햄릿 읽었니 ? "

 

 


 

 

 

 

 

 

 

가벼운 것 vs 무거운 것. 

 

 

현재 < 별별 국어사전' > 을 집필 중이다. 아는 사람은 알고 모르는 사람은 모른다. 이 사실을 알랑가 몰라 ? < 깻잎 오소리 입말 사전 > 을 7년 전에 형설시공사'에서 출간한 적이 있다. 똥구멍이 찢어지게 가난한 출판사'라 그럴싸한 광고 한 번 한 적 없다. 좋은 매대'는커녕 서점 화장실 바로 옆 변두리 매대 끝에서 근근이 버티다가 그나마 출판사 창고에 불이 나서 형설시공사는 부도가 났다. 창고에 쌓인 재고'는 한순간에 사라졌어요. 팔린 책은 고작 37권이 전부였다.

 

설상가상 국립국어연구원'은 < 깻잎 오소리 입말 사전 > 이 한글 문법을 파괴하여 언어 체계를 혼란에 빠지게 한다는 이유로 판매 금지 가처분 신청을 했다. 그들은 티브이'를 티븨'로 표기한 사례를 들어 문제를 제기한 것이었다. " 곰곰생각하는발 ! 당신은 지금 한글을 목욕하고 있어 ! " 결국 출판 금지를 당했다. 할 말은 많다만 참는다. 눈물이, 아...  앞을 가린다. 딱 하나만 물어보자. 섹스피어 대신 셰익스피어'라고 표기하는 이유는 뭐냐 ? 티븨'는 안 되고, 셰익스피어는 되냐 ? 섹스피어라고 하기엔 쪽팔리니깐 어설프게 셰익스피어'가 된 것은 아니더냐 ?

 

하지만 나는 문법 체계를 혼란스럽게 할 의도는 전혀 없었다. 다만 단어와 단어 사이에 맺는 상투적인 관계'에 대해 의문을 제기했을 뿐이다. 지금은 이 사전을 다듬어서 다시 쓰고 있다. 출판 금지가 되었으니 같은 제목으로는 사용할 수 없어서 < 깻잎 오소리 입말 사전 > 대신 < 깨알 오소리 입말 사전 > 으로 정했다. 몇몇 장은 추가했다. 그중 하나를 소개하기로 하자. < 가벼운 것 > 의 반대말은 무엇일까 ? 우리는 흔히 < 무거운 것 > 이라고 대답할 것이다. 하지만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 가벼운 것 > 의 반대말은 < 더 가벼운 것 > 이다. 비, 웃지 마라. 비(올 때) 웃으면 미친년 소리 듣는다.  

 

반대말이란 무엇인가 ? 성질이 전혀 다른 속성으로 서로 적대적 관계인 상태를 의미한다. 물의 반대말이 불인 이유는 물은 차갑지만 불은 뜨겁기 때문이다. 불의 반대말이 물인 이유 또한 물은 불을 죽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 가벼운 것 > 의 반대말은 < 가벼운 것 > 이 된다. 예를 들어보자. 국민 소형차'인 < 티코 > 는 한때 한국 시장에서 돌풍을 일으킨 적이 있다. 하지만 지금은 그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다. 도대체 그 많던 티코'는 어디로 간 것일까 ? 티코'가 치열한 자동차 시장에서 살아남지 못한 이유는 사실 이천 씨씨 중형 세단 때문이 아니다. 무거운 것이 가벼운 것'을 제압했다고 생각하지만 사실은 티코의 적'은 마티스'였다. 가벼운 티코는 가벼운 마티스와 경쟁을 해서 진 것이다. 그러므로 티코의 반대말은 마티스'다.하지만 너무 서러워 마라. 티코는 페루에서 택시로 사용되고 있다. 잘... 나간다.  

 

이 글을 읽은 당신은 분명 속으로 웃으면서, 코 파면서, 잇힝 하면서, 축 늘어진 불알을 긁으면서, 내 글을 조롱할 것이다. " 엉터리 사전이군. 그러니깐 안 팔리지. 깔깔깔. " 하지만 그렇지 않다. 21세기 산업 경제는 무게가 점점 줄어드는 놈이 경쟁에서 이기는 추세'로 변하고 있다. 더 가벼운 놈이 무서운 놈이 되고, 더 무거운 놈이 별 볼 일 없는 루저'가 되는 신세가 된다. < 가벼워지는 세계 > 라는 책에서 다이앤 코앤은 이 사실을 지적한다. 무거운 컴퓨터'보다 가벼운 컴퓨터가 잘 팔린다. 그리고 중량이 1kg이 나가는 초경량 자전거는 10kg가 나가는 일반 자전거'보다 몇 십 배'나 비싸게 팔린다. 가벼울수록 상품 가치가 뛰어나다는 점이다. 그러니깐 가벼운 것의 적은 가벼운 것이다. 무거운 놈은 죽는다 !!! 

 

같은 이유로 루이비통 가방이 비싼 이유는 품질 때문이 아니다. 루이비통이 파는 것은 크로커다일 거죽이 아니라 브랜드 이미지'이다. 루이비통의 무게는 명품 이미지이다. 이미지는 언제나 0g이다.  이 모든 것을 종합하면 가벼운 것의 반대말은 가벼운 것이 된다. 가벼운 놈 전성시대가 열린 것이다. 그들은 살아 있다 !  그런데 우리는 티코를 타는 사람을 무시하는 경향이 높다. 하지만 이러한 중량에 대한 잘못된 인식은 위에서도 밝혔듯이  시대착오적인 근대적 발상이다. 옛날에는 크고 무거운 놈이 높은 가치를 얻었을지는 모르지만 지금은 시대가 바뀌었다. 가벼운 존재는 이제 더 이상 힘없는 乙이 아니다. 티코 몰고 다닌다고 무시하지 마라. 마티스'는 지금도 달린다. 그러니 몸집이 작다거나 키가 작다고 놀리지 마라. 중요한 것은 심장의 크기이다. 

 

남양유업 사태'를 지켜보다가 문득 윤희상 시인의 < 소를 웃긴 꽃 > 이 생각났다. 이 시는 소와 꽃의 관계에 대해 묻는다. 이 세상 모든 꽃은 바닥이 고향'이다. 밑바닥, 땅바닥에서 자라는 존재가 꽃이 아니던가. 그런 의미에서 꽃은 이 시대의 乙이다. 반면 소로 상징되는 주체는 꽃을 밝을 수 있다는 가정에서 보자면 甲이다. 하지만 시 속 풍경에서는 꽃이 소보다 힘이 세다. 乙은 甲을 번쩍 들어올린다. 하지만 여기에는 배려'가 숨어 있다. 소는 꽃을 짓밟지 않기 위해서 스스로 중심을 잃었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을의 힘과 갑의 배려, 그것이 바로 상생이다. 남양유업 사태에서 중요한 것은 甲의 사과'가 아니다. 대한민국이라는 갑을 시티'에 대한 구조적 개선이 필요한 시점이다. 지렁이, 밟으면 꿈틀거린다. 그 사실을 모르는 사람이 어디 있을까.  밟고 나서 사과하면 늦다.

 

 

 

 

 

 

http://blog.aladin.co.kr/749915104/6257301  : 깻잎오소리입말사전 구입은 여기를 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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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 2013-05-08 09: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시도 글도.. 그야말로 딱!이네요.
아침부터 텍스트로 안구정화(?)가 되는 느낌.. 잘 읽었습니다.

곰곰생각하는발 2013-05-08 16:52   좋아요 0 | URL
시가 참... 좋습니다. 아이들에게 읽혀도 아이들 잘 이해하리라 생각합니다.

곰곰생각하는발 2013-05-08 17: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혹시 알라딘 검색창에 깻잎오소리사전'을 찾진 맙시다..

twinspica 2013-05-08 18: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뇌이버 블로그가 페루애 1.0이면 알라딘은 페루애 2.0입니까?

곰곰생각하는발 2013-05-08 19:17   좋아요 0 | URL
그렇습니다. 4.0입니다.

레이스메이커 2013-05-31 10: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셀프 업그레이드 진행 중에는 USB 케이블과 배터리를 절대 분리하지 마세요.
(오류가 발생하거나, 데이터가 손실될 수 있습니다.)

곰곰생각하는발 2013-05-31 16:38   좋아요 0 | URL
읭?! 무슨 뜻이옵니까.... 혹시 레이스메이커 님 ? ㅎㅎㅎㅎㅎㅎ.
 

  

 

 

 

 

 

 

 

 

 

 

 

 

 

 

" 지로, 이 세상에는 끝까지 저항해야 비로소 서서히 변화하는 것들이 있어. 노예제도나 공민권운동 같은 게 그렇지. 평등은 어느 선량한 권력자가 어느 날 아침에 거저 내준 것이 아니야. 민중이 한 발 한 발 나아가며 어렵사리 쟁취해낸 것이지. 누군가가 나서서 싸우지 않는 한, 사회는 변하지 않아. 아버지는 그중 한 사람이다. 알겠냐?"   

 

- 남쪽으로 튀어, 오쿠다 히데오  

 

말이 거창하다. " 시민불복종 " 이라니 ! 쉽게 풀어서 쓰자면 " 개기는 것 " 이다. 무정부주의자인 우에하라 이치로'는 " 국민의 의무 " 라는 말에 우럭처럼 버럭 소리를 지른다. " 나, 국민 안 해 ! " 그리고는 고래도 아니면서 고래고래 소리친다.  " 국민이기를 관둘 거야. 세금 안 내 ! " 우에하리 이치로'는 시민불복종이란 어려운 개념을 간단하게 정리한다. 甲이 국가라면 乙은 국민이다. 그는 까라고 해서 무조건 까면 안 된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乙인 이치로'는 거대 시스템을 상대로 개기기 시작한다. 그는 가족을 이끌고, 따스한 섬'으로 가서 자급자족한다. 작가는 소로우의 < 월든 > 과 < 시민불복종 > 을 근사한 오락 소설'로 만드는데 성공했다. 이시하라와 소로우는 납세의 의무를 거부한다는 측면에서 서로 닮았다.  우에하라가 거칠게 내뱉는 구구절절한 입말은 모두 소로우가 조근조근 말하는 속말'과 동일하다. 그리고 남쪽 오키나와 근처 이리오모테 섬은 소로우가 머문 월든'이다.

 

 

 

+

 

읭?!  골라놓은 책이 모두 은행나무'다. 은행나무 출판사 사장은 소로우를 좋아하는 듯 !

 


 

 

 

 

 

 

 

 

 

 

남향과 남양 :  " 남쪽으로 튀어 ! "

 

나침판을 잃어버린 적 있다. 이 말은 내가 나침판을 가지고 있었다는 뜻이기도 하다. 그렇다. 나는 명품 나침판'을 산 적이 있다. 그런데 대한민국에서는 나침판이 그리 훌륭한 장난감'은 될 수 없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다. 왜냐하면 나침판 없이도 방향을 정확히 알 수 있기 때문이다. < 정글에서 살아남기 > 따위의 책에서는 나무 나이테나 태엽 장치 시계로 방향을 알 수 있다고 가르치지만, 굳이 그럴 필요는 없다. 창문이 나 있는 방향을 보면 남쪽이 어디인지를 알 수 있기 때문이다. 대부분 창은 남쪽으로 나 있다. 으리으리한 집의 창문은 언제나 남향'을 향한다.  

 

남향'을 선호하는 이유는 일조량' 때문이다. 볕이 많이 스며들수록 그 집은 건강하다. 벌레들은  볕을 싫어하니깐. 남쪽은 다 좋다 ! 왜, 사냐면...  웃는다. 잇힝 ! 아, 시부랄. 묘하게 남아 선호와 남향 선호는 닮았다. 남(南) 이라면 무조건 무조건이다. 특급 사랑이다. 당신이 있는 곳이라면 무조건 달려갈 거야. ( 여기에는  싸가지없는 북한이 큰 몫을 기여했다. ) 그런데 한 가지 짚고 넘어가야 할 사실이 있다. 사실 한국인의 고향은 북이다.  < 뒈지다 > 라는 동사에서 " 뒈 " 는 < 뒤에 > 라는 뜻인데, < 뒤 > 는 북쪽을 의미한다. 그러니깐 " 뒈지다 " 는 " 북쪽에 눕다(죽다) " 라는 것. 이 지점에서 의문이 생긴다. 죽음과 북쪽은 어떤 관계일까 ? 은밀한 관계 ? 한국인에게 있어서 < 북 > 은 < 내가 태어난 원초적 자궁 > 이다. 어머니가 정한수 떠 놓고 북두칠성'을 바라보며 기도를 하는 이유는 북향이 신성한 곳으로 인식되기 때문이다. < 죽을 때는 북에 누워 죽는다 > 는 것은 연어의 회귀 본능'과 닮았다.

 

남양유업은 그동안 < 남향 > 이미지'를 기업 광고 이미지'로 사용해 왔다. 하늘은 푸르다. 언덕 위에는 예쁜 집 하나 있다. 홈 스위트 홈이다. 꼴을 보니 남향'이다. 남양은 5월 같은 기업이다. 하늘색을 전략적으로 사용한 이유는 명백하다. 남양 기업이 유업'이다 보니 행복한 가정 이미지'를 강조할 필요가 있었으리라.  우리가 < 남향 > 을 떠올릴 때 연상되는 색은 당연히 하늘색이다. 푸른 바다가 보이는 푸른 언덕 위에 집. 누구나 꿈꾸는 전원생활이다.  여기까지는 참 좋았다. 문제는 뒷면'이다.  

 

남양은 자신들이 살 남향 집'을 갖기 위해 소규모 대리점주'를 악랄하게 착취했다. " 밀어내기 " 로 제품을 강매했고, 모든 불이익은 소규모 대리점주가 져야 했다. 새벽 2시에 일어나서 365일 가운데 쉬는 날이라고는 이틀이 전부인 지독한 노동 환경'에서 얻은 것은 가난과 분노'다. 그들도 남양처럼 남향 집을 얻어서 달콤한 가정을 꾸리고 싶었을 것이다. 하지만 빚에 쫒겨 내몰린 곳은 볕 잘 드는 남향이 아니라 북향 쪽방이 전부다. 알전구 반지하에서 살아본 사람은 그 으시시한 냉골을 뼈져리게 알 것이다. 자기들만의 남향을 위해서 파트너를 북향으로 몰아넣는 기업 경영'은 얼마나 폭력적인가 ?  

 

북쪽으로 난 창이 있는 쪽방에 사는 사람은 해질 무렵이 되어서야 비로소 자신의 방으로 볕이 쏟아진다는 사실을 잘 안다. 오래된 책에서나 볼 수 있는 그 누런 색깔 말이다. 온기 없는 볕이다. 해질 무렵의 모든 볕에는 온기가 없다 ! 당신이 착한 남자일 필요는 없다. 그리고 당신이 착한 여자일 필요도 없다. 엘리베이터에서 방귀를 뀌고도 짐짓 모른 척해도 상관없으며, 길거리에서 주은 돈으로 신나게 술을 마셔도 된다. 그것은 당신 마음이다. 하지만 착한 소비자가 될 필요는 있다. 굳이 손해 보는 일은 아니다. 그저 편의점이나 구멍가게'에서 " 이 제품 남양인가요 ? " 라고 물으면 되기 때문이다. 이오 대신 삼오 요구르트를 마시면 되고, 프랜치 키스 대신 잉글리쉬 키스를 마시면 된다. 17차 대신 16차는 어떤가 ? 가격은 모두 다 비슷하고, 맛도 대동소이하다. 소로우는 < 시민불복종 > 에서 다음과 같이 말한다.

 

" 이처럼 수많은 사람들이 인간으로서가 아니라 기계로서, 자신의 육신을 바쳐 국가를 섬기고 있다. 상비군, 예비군, 간수, 경찰관, 민병대 등이 바로 그런 사람들이다. 대부분의 경우 그들이 판단력이나 도덕 감각을 자율적으로 사용하는 일은 전혀 없으며 오히려 그들 스스로가 자신을 나무나 흙이나 돌과 같은 위치에 놓아버린다. "

 

이 문장'을 남양유업 직원과 사장의 문제로 돌리면 이렇다.  " 이처럼 수많은 직원들이 인간으로서가 아니라 기계로서, 자신의 육신을 바쳐 회사를 섬기고 있다. 부장, 과장, 영업소장, 영업직원 등이 바로 그런 직원들이다. 대부분의 경우 그들이 판단력이나 도덕 감각을 자율적으로 사용하는 일은 전혀 없으며 오히려 그들 스스로가 자신을 나무나 흙이나 돌과 같은 위치에 놓아버린다. "  자신들이 살아갈 근사한 남향 집을 위해서 다른 사람이 살아갈 남향 집을 빼앗는 남양의 행위'를 용서하면 안 된다. 그들은 가족 서사극을 만들고 있는 것이 아니라 납량 특집극을 연출하고 있는 것이다.  지금 배구 하지 마라. 농구도 하지 마라. 축구도 하지 마라. 족구 해라. " 남양유업, 다 족구 하라 그래, C !!! " 우리 모두 족구합시다. 합죽이가 됩시다. 합. 이건 명령이다.

  

 

 

http://myperu.blog.me/20179925610 : 미니멀 영화 포스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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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개 2013-05-07 08: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남양우유 집에 대놓고 먹는데 이참에 바꾸면 대리점주에게 손해가 나는거 같아서 바꾸지는 못하겠구.....
췌에에에엣!!!!

곰곰생각하는발 2013-05-07 16:13   좋아요 0 | URL
우유 배달하시는 어머니'가 계시는데 ( 한 30년 하셨습니다. ) 그 어머님 말씀이 고소한 우유는 가짜다, 라고 말씀하시더라고요. 우리 흔히 고소한 우유 찾잖아요. 고소한 향이 나는 첨가물이 들어갔다고 말씀...
원래 우유는 싱겁다고 합디다요. 그래서 고소한 우유를 먹지 말고 싱거운 우유를 먹으라고...
서울 우유 추천하더군요. 고소한 우유는 첨가물이 들어간 우유입니다.
 

 

 

 

 

 

 

 

 

 

 

 

 

 

 

칸딘스키 / 흰색 위에서 

 

 '흰색 위에서'에 대한 연구 / 1922

 

펼친 부분 접기 ▲

 

호앙 미로 / 블루 연작 2

 

 

펼친 부분 접기 ▲

 

 

 

칸딘스키의 < 흰색 위에 > 라는 작품이 있다. 당신이나 나나 이 그림이 벽에 거꾸로 걸려있다고 해도 알아채지 못할 것이다. 우리는 아무것도 모른 채 고개를 심하게 끄덕이며 감동한 듯 응시하는 척을 할 것이다. 하지만 누굴 탓하랴. 심지어 미술관 큐레이터'도 관심을 기울이지 않는다면 그림이 거꾸로 걸렸다는 사실을 모를 수도 있다. 뭐... 이런 추상화가 다 있나 ! 궁금한 나는 칸딘스키 예술론이라 할 수 있는 < 점,선,면 >을 읽었다. 읽었다 ! ( 읽었다기보다는 훑었다는 표현이 정확하다. )  하지만 알 턱이 없다. 직선 하나 그어놓고 " 억제된 분위기는 최고도에 달하게 된다. " 라고 하니, 내게는 선문답 같은 것이다. 그렇다고 이 책이 가지는 가치'를 폄하하자는 것이 아니다. 내 그릇이 작을 뿐이다. 분명한 것 하나는 직선과 곡선이 서로 충돌하면서 이미지'를 생산한다는 점이다. 내가 보기엔 이 그림은 오선지 대신 캔버스에 그려진 악보처럼 보인다. 칸딘스키 그림은 시각적이기에 앞서 청각적이다. 공감각적이다.

 

칸딘스키의 < 점, 선, 면 > 보다는 < 예술에 있어서 정신적인 것에 대하여 > 가 접근이 용이하다. 이 책에서 칸딘스키'는 회화적인 요소를 음향적인 요소와 결합한다. 그가 이 회화론'에서 관심을 보인 것은 음악(음향)이었다. 바그너를 비롯하여 드뷔시,무소르그스키, 쉔베르크'에 대한 관심은 칸딘스키가 자신의 그림을 음악적인 것으로 이해했다는 단서를 제공한다. 이 책에서 흥미로운 점은 칸딘스키가 바라보는 노란색에 대한 감상이다. 옮겨본다.

 

노란색을 인간의 정신상태와 비교해 보면 그것은 광기를 색채로 표현한 거 같은 인상을 주지만, 우울증이라든가 심기증을 나타내는 것이 안라 발적적인 광포, 맹목적인 착란증, 광조 싱태를 나타내는 것이다...  힘을 완전히 소모할 때까지 무계획, 무제한으로 힘을 낭비한다.

 

- 예술에 있어서 정신적인 것에 대하여, p 78. 열화당

 

호앙 미로의 < 블루 연작 Ⅱ > 도 점과 선이 충돌할 때 발생하는 음향을 제공한다. 이 긴장'은  대립'으로 인하여 생긴 불안이다. 유채색'과 무채식'의 경계, 블루와 레드'의 경계, 우주와 존재의 경계. 가로와 세로의 경계. 그리고 점.선.면'들의 경계.  이 그림에서 검은 점'은 존재'이다. 삼백오십 센티미터'가 넘는 작품의 크기'가 더욱 더 존재'를 쓸쓸하게 만든다. 자박자박 눈 위'를 걷는 검은 발자국'처럼 존재'는 흔적을 남기고 소리'를 남긴다. 우주의 중심/블루'에 가 닿으려는 욕망'이 보인다. 검은 점'과 붉은 선'과 파란 면'이 대립 중'이다. 점.선.면'이 충돌한다.

 

 

  

 

 


 

 

 

 

 

" 노무현 정권이 황우석을 4번 타자로 내세웠다면, 김대중 정권이 야심차게 준비한 비장의 무기'는 심형래'였다. 그는 신지식인 1호였다. 이 작위 수여는 공룡 쮸쮸, 티라노의 발톱 그리고 용가리'에 대한 김대중'식 SF 오마쥬'였다. 그러니깐 김대중 정권'은 대형 고무 피규어 안'으로 사람이 들어가 공룡을 조종하는 특수효과'에서 희망을 본 것이었다. 이후 황우석이 자랑하는 코리안 젓가락 넘버원 기술'이 대국민 사기극이라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사기꾼 황우석은 몰락했지만 심형래'는 당당히 디워'로 성공했다. 태극기와 아리랑'을 BGM으로 깔면서 말이다.어찌 되었든, < 디워 > 는 성공했다. 100분 토론에서도 디워 논쟁'이 벌어진 것을 보면  심형래'는 성공한 것이다.  하지만 동시에 우려할 만하다. 왜냐하면 심형래'는 오로지 피규어를 실물처럼 보이게 만드는 것이 목표였지,  영화'를 영화답게 만드는 것에는 관심이 없었기 때문이었다. 그것은 노래 연습'보다 안무'에 목숨을 거는 십떼 소년 소녀 율동단'과 닮았다. "

 

-  < 당신, 내 쮸쮸바나 빨아랏 ! > 소율, 형설시공사 中

 

 

 

디워를 보면 칸딘스키'가 보인다.

 

< 디워 > 를 보지 않았다. 보지 않았다고 하는 편이 옳다. 왜냐하면 내가 두 눈 부릅뜨고 본 시간은 20분이 채 안되었기 때문이다. 정말 정신차리고 제대로 본 장면은 유감스럽게도 엔딩 크레딧'이 전부였다. 눈을 떴을 때.......  아, 아아아아 ! 아리랑이 흘렀다. 하지만 억울한 생각은 들지 않았다. 나는 " 가짜 피규어 영화 오덕 " 이었다 ! 솔직하게 고백하자면 내 취향은 봉준호 감독이 만든 똑똑한 괴물'보다는 심형래가 만든 멍청한 피규어 괴물'에 가까웠다. 얼마 전에 유선 티븨'에서 < 디워 > 를 방영하길래  다시 보았다. 아, 아아아아 재미있다. 읭 ?!

 

심형래'는 인생 자체가 피규어였다. 스스로 팽귄 피규어와 똥파리 피규어 옷을 입고 연기를 했고, 그 덕에 가장 웃긴 코리안 코미디언'이 되었으니 그가 피규어 영화에 집착한 이유'를  알 것도 같았다. 하지만 인간이 어설프게 짐승 흉내를 내는 것에 대한 자괴감 때문이었을까 ? 그는 가짜지만 진짜처럼 보이는 잘빠진 피규어'를 열망했던 것 같다.  생물을 원했던 것 같다. 같은 생선이어도 생물이 비싼 법이 아닌가. < 디워 > 는 생각보다 재미있었다. 조롱이 아니다. 촌스럽게 아리랑을 깔지만 않았다면 기립 박수를 보냈으리라. 

 

영화 속 이무기는 움직일 때 지그재그 곡선으로 주행한다. 뱀이란 놈은 다리가 없기에 직선'은 불가능하다. ( 다리가 있었다면 직선을 선택했을 것이다. ) 그래서 선택한 달음박질이 곡선이다. 그러니깐 이무기는 직선을 버리고 곡선을 선택한 것이다. 원숭이가 꼬리를 버리고 인간이 된 것처럼 말이다. < 직선을 버리고 곡선을 선택한 좌표 > 는 그만큼 속도의 유실'을 감내해야 한다.  영화 < 디워 > 를 통해 내가 내린 결론은 < 곡선은 직선보다 느리다 > 라는 점이다. 생각이 여기까지 미치자 영화는 의외'로 재미있게 전개되었다. " 영화 < 디워 > 는 직선 때문에 사라질 운명에 처한 곡선이 환생하여 직선에게 복수를 하는 드라마야.  암, 그렇고 말고 ! "  < 디워 > 영화 포스터를 보라 !  옛것을 대표하는 이무기는 새것을 대표하는, 직선들의 총합으로 이루어진, 현대 초고층 건물'을 목 졸라 죽이는 이미지가 아닌가 ?

 

■  뱀이 많은 지역에서는 전봇대가 원형이 아니라 직사각형으로 만든다고 한다. 둥근 전봇대는 뱀이 기어올라가기 때문이라고. 또 하나, 아일랜드에는 뱀이 없단다. 포사이스 단편 제목 가운데 하나가 < 아일랜드에는 뱀이 없다 > 이다. 이 단편, 걸작이다.

 

영화는 철저하게 직선과 곡선을 구별한다. 과거를 보여줄 때는 직선이 아닌 곡선 이미지'를 주로 사용한다. 건물들은 모두 둥근 능선'을 닮았다. 건물뿐만이 아니다. 둥근 물레방아, 우물, 굽이굽이 굽은 골목 등도 새심하게 배치한다.  의도적인 설정이다. 영화적 공간은 현재'를 직선으로 스케치하고  과거'는 곡선으로 배치했다.  곡선은 직선'보다 올드하고 느리다. 그리고 감성에 호소한다. 반면 직선은 차가운 이성에 호소한다. ( 심형래 감독은 장르적 특성을 고려하여  이무기를 곡선이 가지고 있는 치명적인 약점인 느린 속도'를 버리고 미사일 탄도 스피드로 재무장하여 직선으로 이루어진 도시를 파괴한다. ) 곡선은 직선을 응징하기 위해 귀환한 것이다. 결국 곡선과 직선은 전통과 현대의 충돌로 확대재생산된다.   

 

생각해 보면, 현대 도시 문명은 곡선을 파괴한 직선의 군림이었다. 도시생태학적 관점으로 보자면 서울은 직선으로 만들어진 볼품없는 도시'다. 오세훈은 디자인 서울'이라며 혼자 열광했지만 생태학과 미학적 관점에서 보자면 빵점에 가깝다. 오세훈이 한 것'이라고는 오리배도 아니면서 한강에 둥둥 떠다니는 가짜 섬을 만들거나 구불구불하던 종로 피맛골 골목'을 직선으로 펴는 것이 전부였다. 오세훈에게 명예훼손죄'로 씹힐까봐 " 오세훈이 한 것 " 이라는 표현을 사용했지만 사실은 " 오세훈이 한 짓 " 이라는 표현이 더 적확할 것이다. 직선은 스피드'다. 대한민국은 속도에 목숨을 건다. 이처럼 대한민국 도시 미학은 직선 미학'이다. 직선이 아닌 것은 가차없이 제거된다. 

 

서울이라는 도시는 이제 곡선이 주는 느림의 미학'을 볼 수가 없다. 뱀의 주행 방향 같은 골목은 사라졌다. 사라진 곳에 우뚝 솟은 것은 아파트'다.   아파트란 본질적으로 가로 직선과 세로 직선이 만나서 공간을 만들고 동선을 만든다.  대한민국이 아파트 공화국이 된 이유이다. 점 A'에서 점 B'로 그어진 직선은 곡선, 탈선, 샛길이 배제된 최단거리'이므로 군더더기'가 없다. 빠르다. 하지만 조심해야 한다. 치명적인 것은 모두 직선으로 이루어져 있다. 기형도의 시어를 빌리자면 날렵한 것은 혐오스럽다.

 

자연계에서 곡선은 직선이 가지는 날뛰는 속도'를 지연시키는 브레이크 역할을 담당한다. 산길이 직선이 아닌 곡선으로 이루어진 까닭은 추락을 방지하기 위해서다. 속도를 버리는 대신 안전'을 얻는다.  자연적으로 생성된 길은 모두 곡선으로 이루어져 있다.  같은 이유로 강 상류와 하류가 지그재그 식 곡선으로 이루어진 까닭도 흐름'을 지연시키기 위해서이다. 물살'을 지연시킴으로써 상류의 유실과 하류의 퇴적을 막기 위함이다. 곡선은 곧 생명이다.

 

 

  

 

오, 곡선은 위대한 것이다.  오, 이 정도면 이무기가 발광하는 것은 모더니티에 대한 복수가 아니었을까 ?  뭐, 이 정도면 진중권이 말한 것처럼 < 싸가지없는 영화 > 는 아닌 것 같다.   괴물은 인간을 파괴하기 위해서 출현하는 것이 아니라 휴머니티'를 복원하기 위해서 나타나는 존재이다. 우리는 도시에 나타나서 시가지를 아수라장으로 만드는 괴물과 인간이 싸우는 과정을 통해서 그동안 잃어버렸던 인간성을 성찰하게 된다. 괴물 영화가 최종적으로 말하고자 하는 것은 가족의 재발견이다. 괴물은 바로 인간적인 것'을 보여주기 위하여 일그러진 모습으로 나타나는 것이다. 그리고는 이렇게 말한다. " 얼굴이 못생겨서 죄송합니다잉 ! " 읭 ?!

 

다시 한 번 반복하자. 우리가 재난 영화에서 < 괴물 > 을 끌어들이는 이유'는 괴물를 통해서 잃어버린 가족 휴머니티'를 복원시키기 위해서다. 인간을 위해서 괴물은 기꺼이 악당이 된다. 괴물은,   오... 시발, 아름답다 ! 연탄재 함부로 차지 마라. 당신은 누군가를 위해서 단 한번이라고 위악적 악당 흉내를 낸 적이 있었던가. 디워... 당신이 생각했던 것만큼 그렇게 후진 영화는 아니다잉. 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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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 2013-05-05 07: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읭? 다음에 케이블 영화채널에서 만나면 한 번 보겠습니다.
보나마나 영화 디워보다 이 글이 백배 재밌겠지만...
(저 인용도 실제 존재하는 책은 아니죠..? 형설시공사.. ^^;)

+ 메모로그에 담았습니다. 스크랩은 안 되지만 복사+붙여넣기는 되네요. :)

곰곰생각하는발 2013-05-05 07:31   좋아요 0 | URL
형설시공사 ?! 읭?! ㅎㅎㅎㅎㅎ 그럴 듯하지요 ? ㅎㅎㅎㅎㅎㅎ. 형설사는 이어요.
고시생들 참고서 전문 출판사'였는데 서울역 살 때 동거남이 항상 라면 냄비 받침대로 쓰고는 해서 가끔 라면 먹을 때 들춰보고는 했던 출판사입니다. ㅎㅎㅎㅎㅎ 형설 아직도 있으려나 모르겠네요...

새벽 2013-05-05 08:44   좋아요 0 | 수정 | 삭제 | URL
예전에 경제학원론, 경제수학 교재가 형설출판이었던..
활자나 그래픽 색감이 쪼메 제 취향이 아니어서 그 형설출판사는 별로 좋아하질 않았습니다. ^^;
음.. 아마 지금도 있을 거예요.

곰곰생각하는발 2013-05-05 14:34   좋아요 0 | URL
형설사... ㅎㅎㅎㅎ 장정일이 말한 삼중당 문고 생각나네요. 요 책 참 인기있던 책인데
왜 사라졌을까요. 가끔 헌책방에서 상중담 문고 만나면 어찌나 반갑던지.....
신기하게 다른 출판사 책은 모르게쓴데 삼중당 문고 책 만나면 엄청 반가워요.. 신기함...
누가 이 디자인으로, 세로 쓰기'로 번역만 보강해서 다시 출간한다면 경쟁력 있을 거라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