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청나게 시끄럽고 믿을 수 없는 셰익스피어 !

 

 

 

1. 당신은 이 고백을 어떻게 받아들일까 ? < 나 > 는 셰익스피어'가 싫다. 섹스-피어'라는 야시시한 이름이 부끄러워서 < 섹 ~ > 도 아니고 < 세익스~ > 도 아니고 < 셰익스~ > 라는 표기법부터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 차라리 < 새싹 피어라 씨' > 라고 해라 ! 문광부가 내린 판단인지, 아니면 외래어 표기법에 따른 결정인지는 모르겠으나.... 하여튼, 아무튼, 몸도 튼튼, 마음도 튼튼 !

 

< 베니스의 상인 > 에 나오는 판결'은 좋은 예가 아니라 나쁜 예'다. 그것은 명판결이 아니라 법 해석 남용이다.  살 1파운드를 도려내되 피는 흘리지 마라, 는 요구는 마치 결혼은 하되 섹스는 하지 마라, 라는 요구와 다르지 않다. < 베다 > 라는 동사에는 이미 " 날이 있는 물건으로 상처를 내다 " 라는 뜻이 내포되어 있다. 내가 만약에 샤일록이었다면 기꺼이 그들이 내린 판결을 받아들이겠다. 칼로 살 1파운드를 도려내겠다. 피를 보았으니 태형 백 대와 재산 몰수'라는 벌을 받겠지만, 나는 당당하게 말하리라.

 

, 몽둥이로 내 엉덩이를 때리시되 피멍이 들면 안 됩니다. 멍이 들어도 안 됩니다. 저는 태형에는 동의했으나 내 엉덩이에 피멍이 들어도 좋다고 말한 적은 없습니다. < 칼로 살을 베다 > 라는 말에는 이미 < 피를 흘리다 > 라는 내용을 내포하고 있습니다. 같은 이유로 < 치도곤을 먹이다 > 라는 말에도 <피멍이 든다 > 라는 내용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그러므로 피를 흘리지 마라, 라는 요구와 피멍이 들면 절대 안된다는 요구는 같은 말입니다. 억지라구요 ? 그렇습니다. 모두 다 억지입니다. 하지만 당신은 억지를 정당화하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같은 논리로 저도 당신에게 요구합니다.

 

더러운 유대인인 저를 때리시되 피멍이 들면 안됩니다. 당신은 곤장을 때리겠다고만 말했지 멍이 생긴다고는 하지 않았습니다. 내가 채무자의 살을 도려낼 때 피를 흘린 것이 약속 위반이라면, 당신 또한 내 엉덩이에 피멍이 들게 만든다면그것 또한 약속 위반입니다. 빚을 담보로 1파운드의 살을 요구하는 저 같은 악덕 고리대금업자도 나쁘지만, 궤변으로 법 해석을 농락한 당신은 더 나쁜 범죄자입니다. 이 판결은 판례로 남아서 백 년, 이백 년, 삼백 년 동안 악용될 소지가 있습니다. 저는 한 사람'에게 피를 흘리게 만들었지만 이 판결은 앞으로 수백 명'에게 피눈물을 흘리게 만들 것입니다. 존경하는 재판장님, 존경하는 배심원 여러분만인은 법 앞에 평등하다고 배웠습니다. 저 같은 고리대금업자에게도 법은 공평하게 적용되어야 합니다. 여러분이 현명한 판단을 하시리라 믿습니다.

 

 

 

 

2. < 로미오와 줄리엣 > 을 읽었을 때도, 나는 무척 당황스러웠다. 24시간 동안 잠드는 약'을 먹고 죽은 척한다는 설정이 기가 찼다. 죽은 척하는 생태도 아니고, 얼어죽을 동태도 아니며, 고래도 아니면서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는 고주망태처럼 이 무슨 해괴한 지랄인가 ! 장난하냐 ? 밥은 먹고 다니냐 ? 슬프고, 비통하기는커녕 쓴웃음만 나와서 웃으면서 코 팠다. 좌절하면서 오열했다. 그렇다고 새싹피어라 씨'가 쓴 모든 희곡이 재미없다는 소리'는 아니다. < 햄릿 > 을 읽었을 때는 황홀했다. 사실 햄릿'은 등장인물들이 모두 죽어서 급하게 막을 내리는 연극'이었다.

 

거트루드도 죽고, 오필리아도 죽고, 클로디어스도 죽고, 폴로니어스도 죽고, 레어티즈도 죽고, 햄릿도 죽은 마당에 누가 연기를 할 것인가 ? 농담이 아니라 이 연극은 등장 인물 모두가 죽어서 어쩔 수 없이 막을 내리는 연극이다. 하지만 이 불완전성은 때로는 걸작을 만들어내기도 한다. 영화 촬영에 꼭 필요한 바람이 우연히 불어올 때, 촬영장에 있던 고다르는 그 바람을 신이 예술을 위해 준비한 선물이라고 했다.  햄릿도 마찬가지다.  실패는 종종 걸작으로 남는다.

 

 

 

 

 

3. 내가 < 햄릿 >에 대하여 흥미를 가지는 이유는 이 문학 작품이 " 퀴어 " 처럼 읽히기 때문에 그렇다. 몇 번을 읽어도 햄릿'은 동성애자'처럼 보였다. 영미문학사에 정통하지 않아서 잘은 모르겠으나, 어쩌면 < 햄릿 > 은 동성애'를 다룬 최초이자 가장 유명한 고전일 것이란 생각이 든다. 햄릿이 사랑하는 대상은 오필리어가 아니라 남성이다. 라캉의 그 유명한 지적질'을 인용하자면 오필리어 ( Ophelia )는 오, 팰러스 ( O phallos ) 다. 여기서 팰러스'는 남근'을 의미한다. 

 

햄릿이 사랑했던 대상은 오필리어 오빠인 레이티즈'가 아니었을까 ? 비극을 향해 치닫던,  레어티즈와 벌인 마지막 결투 장면은 마치 격렬한 섹스 장면처럼 느껴진다. 칼은 남근이다. 그것도 단단하게, 딱딱하게 발기한 날카로운 페니스'다. 찌른다는 것은 삽입을 뜻한다. 칼들은 서로 오고가고, 맥박은 뛴다. 심장이 뛴다. 너의 몸을 뚫고 싶어 ! 거친 숨을 내뱉고.......  햄릿이 가진 남근이 레어티즈를 깊게 찔렀을 때, 햄릿의 품에 안긴 레어티즈는 친절한 얼굴로 햄릿을 용서하며 죽는다. 아, < 햄릿 > 은 죽음으로 끝나는 BL 소설이다 !  

 

뭐, 해석은 자유 아니던가 ! 읽으면 읽을수록 이 작품은 퀴어'다. 엄청나게 시끄럽고, 믿을 수 없는 농담처럼 보이겠지만 내가 햄릿을 이해하는 방식'이다.

 

 

 

 

 

 

http://blog.aladin.co.kr/749915104/6247488  : 섹스피어냐, 스티븐 킹이냐 !

 


 

 

 

 

 

+ 엄청나게 시끄럽고 믿을 수 없는 수다 1.

 

햄릿은 읽으면 읽을수록 재미있고 놀라운 고전'이란 생각이 든다. 사실 햄릿'은 굉장히 외설적이다. 셰익스피어 작품은 대부분 성적 은유들로 이루어져 있다. 민음사 판 3막 2장에 이런 구절이 나온다.

 

햄릿 : 나 당신과 당신 애인 사이를 설명할 수 있다고, 지지 보쥐 노는 꼴을 볼 수만 있다면.

오필리어 : 잔인하시군요, 저하, 날카로워요.

햄릿 : 내 칼날이 들어갈 땐 신음께나 할 거요.

 

햄릿은 오필리어와 대화하면서 거의 막말 수준에 가까운 말들을 쏟아낸다. 그는 페니스를 칼날에 비유하여 오필리아를 성적 조롱을 한다. 페미니즘적 관점에서 보자면 햄릿은 지독한 여성혐오자'이다. 그가 증오한 사람은 클로디어스가 아니라 어머니 거트루드'다. 내가 햄릿을 동성애자로 보는 이유이다. 궁금한 것은 " 지지 보쥐 " 인데, 이것은 민음사가 낯 부끄러워서 일부러 오타를 낸 것인지, 아니면 혀 짧은 소리를 한 것인지에 대한 설명'이 없다. " 지지 보쥐 " 가 " 자지 보지 " 에 대한 말인 것 같은데, 아닌가 ?! 혹시 아시는 분 계시면 자세한 내막 부탁드립니다.

 

 

 

+ 엄청나게 시끄럽고 믿을 수 없는 수다 2.

 

민음사에 전화'를 건다 : " 따르르릉, 따르르릉, 따르르릉. 아 ! 민음사'죠 ? 햄릿'을 읽다가 궁금한 점이 있어 문의 드립니다. 어, 그러니깐.... 흠흠. 네에 ? 아뇨. 그게 말씀드리기가...... 3막 2장에 보면 지지 보쥐'라고 인쇄된 문장이 있는데요... 음, 에헴 ! 날은 좋은데 꽃가루 알레르기 때문에 힘이 드네요. 여기서 지지가 거, 뭐냐. 에헴 ! 이리 오너라 !! 거.. 거시기가 있잖습니까. 거 자..........................지 ! 네에 !!!!!!!!!!!!!!!!!!  무슨 말씀입니까요 ?  음란 전화라니요 ?! 천부당만부당한 소리입니다요. 좋아요. 그건 그냥 넘어갑시다. 그렇다면 보쥐'에서.... 네에 ? 아뇨. 보직이 아니라, 지... 네에.... 그러니깐. 보쥐가... 음, 거, 에헴, 꿀꺽, 보...... 흠흠... 보... 흠흠.... 보...........지의 오타인가요 ? 네에 ? 경찰서에 절 신고했다고요 ?!  아이고, 미치고 환장하것다 !!! "

 

이런 사연으로 인하여, 나는 여태껏 민음사에 문의를 하지 못하고 있다. 낯 부끄럽기도 하거니와 상황이 자칫 잘못하면 변태로 몰릴 경우가 있기 때문이다. 예날에 콘돔을 사러 약국에 갔다가 1시간 넘게 동네 약국을 몽유병 환자처럼 돌아다는 경험이 있다. 모두 다 여성 약사였던 것이다. 태어나서 여성을 이토록 미워했던 적은 그때가 유일했다. 그것은 내가 치질 검사를 위해 종합병원에서 정유미 대장항문과 전문의 대신 김태현 대장항문과 전문의'와 예약을 마치고,  검사 당일 진료실에 들어갔더니 여의사 김태현 씨가 방긋 웃으면 누우라고 할 때의 야속함과 비슷했다. 김태현이 여자 이름이었다니 !!!  나는 여성 약사 앞에서 콘, 돔, 주, 세, 요 ! 스, 킨, 레, 스, 최고급 사가미'로 말이죠. 착용감이 좋더라고요. 하하하 ! 라는 말을 못하는 남자다.  

 

난... 그런 남자다.

 

 

 

+ 엄청나게 시끄럽고 믿을 수 없는 수다 3.

 

적어도 비뇨기과 혹은 대장항문과는 담당 의사의 성별 정도는 밝힙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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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 2013-04-20 10: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베니스의 상인,은 정말 허를 찌르신 듯... 셰익스피어 버전보다 훨 와닿습니다.
저 아이디어로 여러 작품들 모으고 다듬어서 책 쓰시면 저 꼭 사서 읽지요. ^^

곰곰생각하는발 2013-04-20 11:48   좋아요 0 | URL
사실 제가 섹스피어 싫어하는 건 아닙니다...ㅎㅎㅎㅎ.
그런데 베니스와 로미오'는 정말 왜 좋은지 모르겠더라고요.
오히려 오셀로, 리어왕, 핸리6세 이런 거 정말 끝내줍니다.
워낙 얕은 지식이라 섹스피어 원전에 대한 이해도가 부족해서 그런 탓이겠지만
뭐.. 저도 돈 주고 책 사서 읽었으니 충분히 불만을 쏟아내도 되나고 생각합니다.....

비로그인 2013-04-20 14: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지지 보쥐 저거 제가 출판사에 전화해서 확인해 봐야겠네요. 궁금한 건 못 참는 성격이라; ㅋㅋㅋ

곰곰생각하는발 2013-04-20 14:39   좋아요 0 | URL
근데 이건 전화하기가 좀 애매모호합니다.
이런 건 가능하죠. < 녹두장군 >을 < 녹색장군 > 이라고 오타가 난 것 같습니다. 187페이지 7줄이요. 네, 아.. 네에... 그러니깐 " 녹색이 아니라 녹두 맞죠 ? 아, 하하하... 다음 판에는 반영하시겠다고요 ? 아하하.. 네, 감사합니다. 수고하십시요.... " 이러 건 자연스러운데 저 문장을 문의를 하려면 이렇게 해야 해요. 만약에 여성분이라면 더욱 좀 그렇습니다. " 흠... 흠흠.... 아, 네에.. 민음사죠. 어... 그게... 에헴... 저 혹시 3막 2장에.. 에... 그... 그게.. 흠흠.... 지지..... 네에 ? 아니요. 음.... 지지 보쥐. 네에 ? 뭐라구요 ? 성희롱 장난 전화냐구요 ? 아니.. 그게 아니라....
지지 보쥐... 아니요. 지가 아니라 쥐'요. 각하할 때 그 쥐 말입니니다. 보쥐... 네... 음... 그 지지 보쥐'가 ㄱ러니깐... 거... 거시기 뭐냐.. 음... 콜록콜록... 지지는 거... 거시기... 그러니깐 자지를 말하는 건가요 ? 그리고 보쥐는... 음.... " 이런 게 예상이 됩니다요.. 어찌해야됩니까 ?


곰곰생각하는발 2013-04-20 14:54   좋아요 0 | URL
저 대신 꼭 물어봐 주십시요.. 흑흑흑... 궁금해서 미치겠습니다 !!!!!!!!!!!!!!!!!!!!!!!!!!!
도대체 지지 보쥐가 무슨 뜻입니까 ? 혹시나 해서 네이버에 지지 보쥐 검색했는데 궁굼해햐는 사람이 없더라고요.
아니 이 책을 읽은 사람이 10만 명은 될 터인데 왜 이걸 궁금해하지 않는 것일까요 ?
알다가도 모를 일입니다...

포스트잇 2013-04-20 16: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민음사 편집자도 번역자인 최종철님께 물어보지 못한거 아닐까요? ㅎㅎ
섹스피어는 민음사걸로 본적이 없어서 몰랐네요..,열린책들의 박우수 선생은 "꼭두각시 놀음"이라고 했어요..흠..민음사판이 훨 적 나라^^하나봐요...

곰곰생각하는발 2013-04-20 16:38   좋아요 0 | URL
꼭두각시 놀음은 좀 심했네요.....ㅎㅎㅎㅎㅎㅎㅎㅎㅎ.
제가 알기로는 섹스피어가 성적인 상징을 워낙 많이 사용해서
섹스피어 섹스 상징 사전'이 따로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청소년 필독서라고는 하지만 그래도 좀 솔직하게 번역해주셨으면 하네요.
지금도 궁금해요. 지지 보쥐가 무슨 뜻인지 말입니다. 이거 저만 궁금한 건가 봅니다.

포스트잇 2013-04-20 16:53   좋아요 0 | URL
전 민음사판이 청소년용이라 생각하고 일부러 안보게된건데...이리 심각한 착각을 했네요, 김정환역은 잘 모르겠습니다, 영국사극도 사놓했는데...영 잘 안힑혀서 읽다뒀네요. 신정옥판이 더 재밌게 읽히는거 같긴 하구요, 나남의 이성일역은 리처드2세를 재밌게 읽어서 기대되기도 하고요. 섹스피어는 이래서 더 어려운거 같아요...

곰곰생각하는발 2013-04-20 17:03   좋아요 0 | URL
제가 여기 알라디너들 보고 깜짝 놀란 게 다야한 번역가들의 책을 비교 평가하면서 읽는 분들이 많더라고요.
보통 내공이 아니다 싶었습니다. 저 같은 경우는 그냥 한 책으로 한두 번 읽어도 뿌듯하거든요..ㅎㅎㅎㅎㅎ
하여튼... 전 이 햄릿이라는 작품이 읽을때마다 묘하게 다르게 읽혀요.
그래서 좋은 작품 같습니다.

구경꾼 2013-05-12 23:31   좋아요 0 | 수정 | 삭제 | URL
곰곰생각하는발님, '꼭두각시 놀음'은 심한게 아니라, 그게 맞는 번역입니다. ;;
문제의 부분 원문을 보면

Hamlet :
I could interpret between you and your love, if I could see the puppets dallying.
Ophelia :
You are keen, my lord, you are keen.
Hamlet :
It would cost you a groaning to take off my edge.

이라고 되어있습니다. 즉 'the puppets dallying'을 '지지 보쥐 노는 꼴'로 옮긴 것인데, 원문은 말그대로 인형이 우쭐거리는, 꿈틀대며 서로 어울리는 동작을 표현하는 말이고, 따라서 '꼭두각시 놀음'이 옳으면 옳았지 '지지 보쥐'는 너무도 터무니없는 번역입니다. 물론 성적인 비유로 쓰인 건 맞습니다만, 셰익스피어가 뛰어난 시인이라고 불리는 이유는 외설스런 단어를 그냥 막 사용해서가 아니라, 적절히 드러내고 적절히 감추는 메타포로서의 용어 사용에 능하기 때문입니다. (즉 인형 놀이를 가지고 섹스 행위를 비유한 것이죠. 남자 성기를 'edge'로 표현한 것도 같은 맥락이고요)
원문에서 그대로 확인되는 것처럼, 어디에도 성기 명칭을 대놓고 사용하는 부분은 없습니다. 셰익스피어가 무슨 야설작가도 아니고...;; 도대체 최종철씨는 뭔 생각을 가지고 이런 번역을 한 것일까요? (그리고 '지지 보쥐'는 도대체 어느 나라 말입니까?)

곰곰생각하는발 2013-05-13 00:38   좋아요 0 | 수정 | 삭제 | URL
아하하... 감사합니다. 구경꾼 님.. 맙소사...
전 원문을 못 읽어서. 지지 보쥐가 그런 뜻인 줄 알았습니다.
아니... 이거 전혀 다르군요. 맙소사. 아니. 왜 이렇게 명확한 뜻을
이런 해괴망측한 번역으로 옮겼을까요 ?
더 궁금해지네요... 이거 뭐냐.. 흠흠...
항의를 좀 해야겠군요...

달사르 2013-04-20 21: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 멋진 포스터. 곰발님 포스팅은 글 읽다 포스터 보고, 포스터 보다가 글 보는 맛이 쏠쏠하죠. 범선의 뽀족함이 괴물의 부드러운 분홍빛 혀를 찌를지. 범선이 괴물에게 먹힐지 과연..

섹스피어 작품은 들어만 보고 읽은 건 없는데, 저런 시각이라면 읽을 맛 나겠습니다! 민음사 편으루다. ㅎㅎ
민음사가 의외로 오타가 많더라구요. 아니, 오타 없는 문학전집이 없다랄까..칫..(근데 내가 읽은 건 다섯 권 안쪽이라서 신뢰도는 5%내외. ㅠ.ㅠ)


곰곰생각하는발 2013-04-20 22:15   좋아요 0 | URL
전 오타 전혀 신경 안 쓰고 솔직히 번역도 거의 신경 안 쓰는 편입니다. 아무리 욕해도 전 영어 까막눈이니 그저 감지덕지죠....ㅎㅎㅎㅎㅎ. 그런데 제가 말한 그 오타는 아무래도 실수가 아니라 일부러 그렇게 찍은 것 같다는 거죠. 청소년권장도서이다보니 오타를 낸 것 같은데, 만약에 일부러 오타를 냈다면 정말 괘씸한 것아니겠습니까 ?


+

제가 영화 포스터를 모읍니다. 어디슬데 있을까 하다가 이런 데 막 써먹게 되는군요...ㅎㅎㅎ
그래도 나름 고민합니다. 베니스으 상인 하니 배가 생각나서..ㅎㅎㅎㅎㅎ.

달사르 2013-04-20 21: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궁금해서? 사가미를 찾아보았네요.
오..유명한 회사 이름이었군요. 포장도 근사하고 말이죠. 무슨 일회용렌즈케이스 같은데요.
스킨리스라고 해서 뭔말인가 했더니 초박형 말씀이지요?
ㅎㅎ 하나 배웠습니닷.


글코..수다 3번에 왕공감!
거기에다 산부인과도 추가해주셔요~

곰곰생각하는발 2013-04-20 22:17   좋아요 0 | URL
사가미...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일본에서는 꽤 명품으로 잘찬리에 판매 중엔 제품입니다.
명성만 들었어요..ㅎㅎ.


+

3번 공감요... 진짜 의사의 성별을 알 수 있게 해야 해요...
제가 남자 이름만 보고 예약했다가 알고 보니 항문과 의사가 미모의 여의사'라고 생각해 보세요.
끔찍합니다...

구경꾼 2013-05-12 21: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최종철 역본에는 이 희안한 단어(보쥐)가 등장하는 다른 부분이 또 있죠. 109페이지를 보면

오필리아 : 이 무언극이 무슨 뜻인지도 말할까요?
햄릿 : 그럼요. 혹은 당신이 그에게 보여주는 어떤 보쥐라도.
당신이 부끄럼없이 보쥐를 보여주면, 그도 부끄럼없이 그게 무슨 뜻인지 말할 거요.
오필리아 : 나쁜 분이셔요, 나쁜 분. 연극을 지켜보겠어요.

라고 되어있는데, 이 부분의 원문은 다음과 같습니다.

Ophelia :
Will he tell us what this show meant?
Hamlet :
Ay, or any show that you'll show him: be not you ashamed to show, he'll not shame to tell you what it means.
Ophelia :
You are naught, you are naught: I'll mark the play.

정말 눈을 까뒤집고 들여다봐도, 원문 어디에서도 '보쥐'라고 번역할만한 문구나 단어를 발견할 수 없습니다. 'naught'를 '나쁜 분'이라고 번역한건 그냥 넘어간다 쳐도('naught'는 그냥 짖궂은 사람, 장난꾸러기 정도의 의미지 나쁜 뜻의 단어가 아닙니다), 도대체 의역과 상상력을 어느정도로 발휘해야 원문에도 없고 한국어도 아닌 '보쥐'라는 용어가 출현할 수 있는 건지 어안이 벙벙할 뿐입니다.
별로 어려운 구문도 아니기에, 저처럼 영어가 딸리는 사람도 대충 해석할 수 있는 문장인데, 굳이 번역해보자면 "아, 당신이 그에게 보여줄 아무 거라도 보여줘요. 부끄러워하지 말고 보여주면, 그도 부끄러움 없이 그게 뭔지 말해줄거요." 정도겠네요.
사실 최종철 역본의 전반적인 퀄리티가 그리 높은 평가를 받고 있지 못한걸로 아는데, 그래도 가장 대중적으로 많이 읽히는 햄릿의 한국어 역본인 이상 번역상의 문제점에 대해서는 좀도 많은 지적과 얘기가 필요할 것 같다는 개인적인 생각을 가지고 있던 참이었는데(그리고 그동안 까먹고 있었는데;;), 마침 적절한 페이퍼를 우연히 읽게 돼서 실례 무릅쓰고 긴 댓글을 달아봤습니다.
그나저나 정말 궁금하긴 하네요. '지지 보쥐'는 도대체 뭔지, 무슨 생각으로 저렇게 번역을 한 건지, 진짜 어느 나라 말인지 --;;;

곰곰생각하는발 2013-05-13 00:45   좋아요 0 | 수정 | 삭제 | URL
감사합니다. 적극적으지 않은 관계여서 원본을 찾아 읽거나 하니는 않고 그냥,, 지지 보쥐'가 대체 뭐냐...
이런 생각만 했거든요. 섹스피어가 워낙 성적 은유를 기막히게 쓰는 양반이라고 들었는데
지지 보쥐는 은유가 아니고 직유도 아니잖아요. 그냥 직설이어서...
이게 굉장히 궁그했습니다. 구경꾼 님 말씀 듣고 보니 이젠 궁금한 것은
이 번역가의 마음이군요. 아니 왜 이렇게 번역을 했지 ?
흠흠... ㅎㅎㅎㅎㅎㅎㅎ.
전 민음사를 믿었습니다. 이럴 줄은 꿈에도 몰랐네요.
그냥 최신 소설이면 그냥 현대적 언어놀이로 의역을 했다고 생각하겠는데
아니 이런 고전을 이런 식으로 해석하다니 이상하네요...

호연지기 2014-07-17 22: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최종철님이 왜 "지지", "보쥐"라고 번역했는지 이해가 갑니다. 그리고 이렇게 번역함으로서 우리는 이 작품을 정확하고 쉽게 이해할 수 있게 된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만일. 원문 해당부분 "the puppets dallying"을 "꼭두각시 놀음"이라고 번역했다면 앞뒤 내용의 관계에서 애매하게 될 뿐만 아니라 재미가 하나도 없게 될 것 같습니다.
저는 최종철님이 이 부분을 "지지 보쥐"로 번역한 것을 대단한 번역 천재성이라고 생각합니다. 많이 고민하지 않고서는 이런 번역을 할 수 없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_- 2015-03-28 00:12   좋아요 0 | 수정 | 삭제 | URL
최종철씨, 여기서 이러시면 안됩니다.

soda 2014-07-19 01: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안녕하세요, 햄릿을 읽던 중에 문제의 지지보쥐 뭔가해서 검색하다 들어오게 됐습니다. 앞의 분이 지적해주신대로 보쥐가 이전에도 등장하는데요 제가 모르는 단어인가 해서 국어사전까지 뒤졌습니다;; 미흡하지만 영어번역에 대해 공부한 사람으로서 정말 이해되지 않는 번역입니다. 전체적으로 번역자분이 직역을 위주로 하는 것이 보이던데 또 의역하는데서는 비약적으로 하시니 읽는 입장에서는 속이 터지네요. 차라리 원본을 사전들고 보는 게 이해가 빠르겠습니다. 저는 문학번역이란 독자입장도 저자입장못잖게 고려해야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면에서 최종철 번역자분의 번역은 이도저도 살리지 못한 경우라고 생각되네요. 지지 보쥐는 우리말도 아닐 뿐더러 셰익스피어를 저질이 아닌가 의심케할만한 문구입니다. 역자의 정확한 의도는 알 수 없으나 이전의 '있음이냐 없음이냐'번역처럼 최소한 뭐 때문에 저런 번역이 나왔는지 설명해줬다면 하는 아쉬움이 남습니다. 솔직히 이분 번역본은 추천하고 싶지 않네요. 아직 햄릿을 안 본 분은 다른 분 번역본을 보라고 권하고 싶습니다
 
오리엔트 특급살인 애거서 크리스티 추리문학 베스트 2
애거서 크리스티 지음, 유명우 옮김 / 해문출판사 / 2002년 5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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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리엔트 특급 살인 : 명탐정 포와로'는 독자를 속였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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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리엔트 특급 살인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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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소설가의 < 말 > 을 절대적으로 신뢰한다. 더군다나 탐정 소설인 경우, 탐정이 내린 추론에 대해 이의를 제기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독자인 당신은 셜록 홈즈나 포와로가 내놓은 결과에 대해 절대적 신뢰를 보내지만 사실 알고 보면 엉터리 결론이 꽤 많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삐에르 바야르는 이 사실을 상기시킨다. 무슨 말인가 하면 소설 속 홈즈와 포와로는 엉뚱한 사람을 범인으로 지목하고는 의기양양하게 end를 고하는 경우가 꽤 있었다는 점이다.

 

< 오리엔트 특급 살인 > 이라는 추리소설을 예로 들자면 포와로는 범인들에게 감쪽같이 속는다. 포와로가 속았다는 것은 곧 이 책을 쓴 애거서 크리스티'도 속았다는 것을 의미한다. 하물며 독자라고 안 속을 수 있나. 지금부터 나는 < 오리엔트 특급 살인 > 에서 애거사 크리스티 여사'가 자신이 만들어놓은 캐릭터들에게 어이없이 속는 진풍경을 설명하도록 하겠다. < 오리엔트 특급 살인 > 은 모두가 아는 내용이다. 형식은 밀실 트릭이라 할 수 있다. 폭설로 정지된 열차.1등실 객실에서 벌어진 살인 사건. 그리고 범인은 12명 가운데 1명...

 

모두 다 아는 내용이니 바로 본론으로 들어가자. 스포일러 유출이고 나발이고,  호들갑은 떨지 말자. 함정은 " 1/N " 에 있다. 우리는 늘 이런 밀실 트릭에서 범인을 < N 명 가운데 1명 > 으로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애거서 크리스티는 여기에서 힌트를 얻어서 < ~ 명 가운데 1명 > 이 아니라 < 12명 모두가 범인 > 인 트릭을 만들어낸다. 그 유명한 " 오리엔트 특급 살인 트릭 " 이다. 소설 마지막에 밝혀지는 결말은 < 식스 센스 > 를 능가하는 반전이었다.애거사, 떼돈 버셨다. 브라보, 크리스티 여사'에게 영광 있으라 !

 

그런데 포와로는 범인들에게 속았(을 수도 있)다. 물론 독자인 우리도 속았(을 수 있)다. 이제부터 그 이야기를 시작할 것이다. 포와로는 래체트'가 신변 보호를 요청하자 단번에 거절한다. 거절 이유는 상당히 의외다. 레체트의 얼굴이 마음에 들지 않기 때문이란다. 단지 그 이유 하나가 전부다. 포와로는 그가 이유없이 미운 것이다. 추리'란 논리 싸움인데 이 논리 싸움에 감정이 들어가면 제대로 된 판단을 할 수 없다. 포와로는 시작부터 탐정이 가져야 할 기본적 자세를 버린 것이다. 포와로'는 레체트 앞에서 당신의 얼굴이 마음에 들지 않기에 제안을 거절한다는, 매우 무례한 말을 한다. 래체트 씨에게는 치욕이었으리라. 마음의 상처를 입었으르라. 그런데 이 마음의 상처'는 곧 진짜 상처가 된다. 다음날 그는 칼에 찔려 죽는다. 자상은 12 곳이었다. 난도질이었다.

 

포와로는 이 살인사건에서 결코 자유롭지 못하다. 래체트 씨의 제안을 받아들였다면 래체트는 죽지 않았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가 이 죄책감에서 벗어나는 길은 살인범을 잡는 것이다. 그런데 일이 묘하게 꼬인다. 1등실 승객 12명'은 모두 완벽한 알리바이'가 있다. 알리바이'는 alius ( 다른 ) + ibi ( 거기에 ) 를 합친 것으로 " 다른 + 장소에 " 라는 뜻이다. 그러니깐 용의자가 살인이 일어난 장소'에 없었다는 사실을 증명하는 것이 알리바이'다. 현장부재증명/現場不在證明'은 곧 타소존재증명/ 他所存在證明'을 의미한다.

 

 쉽게 설명하자면 " 장소A에 내가 없었음/부재'를 증명하기 위해서는 장소 B에 내가 있었음/존재'를 증명 " 하면 된다. 그렇다면 다른 장소에 당신이 있었다는 것을 증명해주는 대상은 누구인가 ? 바로 누군가가 당신을 보고 있었다는 설정'이다. 그것은 응시다. 알리바이란 2명 이상이 (살인현장이아닌) 다른 장소에 함께 있을 때에만 가능하다. 하지만 혼자일 때는 성립이 될 수 없다. < 오리엔트... > 에서 12명의 용의자가 모두 완벽한 알리바이'를 가지고 있다는 사실은 12명 각자가 다른 장소에 자신의 알리바이를 증명해 줄 누군가와 함께 있었다는 것이 된다.

 

바로 이 지점에서 논리 모순이 발생하게 된다. 12명 가운데 1명이 살인을 했다면 1명은 반드시 알리바이'를 증명할 수 없어야 한다. 왜냐하면 살인을 할 때는 반드시 혼자가 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12명 모두 완벽한 알리바이를 가지고 있다는 것은 적어도 살인자 1명과 더불어 그를 돕는 공범 1명 이상'이 이 사건에 개입되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포와로는 초점을 < 범인 > 이라는 단수에서 < 범인들 > 이라는 복수에 맞춘다. 결국 그가 내린 결론은 12명 모두 범인이라는 것이다.

 

살인자들이 최후 진술에서 밝힌 살인 동기는 죽은 래체트'는 악당 가운데 최고 악당이요, 죽어 마땅한 놈이었다는 진술이었다. 그는 아이 유괴범이며 살인자. 그리고 법망을 교묘하게 빠져나간 자였다. 결국 1등실 12명은 모두 이 사건과 관계된 사람들이 모여서 죽은 아이'의 복수를 대신하기 위한 모인 것이었다. 그것은 순수한 복수였다. 죽은 영혼을 달래기 위한 응징이었다(라고 살인자들은 진술한다.중요한 것은 이 진술의 신빙성'이다. 거짓말이 늘수록 신뢰는 무너지는 법이다. 양치기 소년처럼 말이다. ) 그런데 놀랍게도 포와로는 살인자(들)가 늘어놓는 변명을 듣고는 이 사건을 덮기로 한다.

 

이 지점에서 포와로는 수사를 망친다. 왜냐하면 12명의 승객이 모인 이유는 반드시 인간적인 복수심 때문이 아닐 수도 있기 때문이다. 만약에 죽은 아이의 할머니(백만장자)가 12명에게 살인에 대한 보수를 지불하기로 하고 청부살인을 지시할 수도 있는 것 아닐까 ? 그러니깐 12명은 돈을 위해서 모인 사람일 수도 있다는 점이다. 포와로는 슬픈 얼굴로 진술을 나열하는 살인자들이 고백하는 말을 그대로 믿으면 안 된다. 왜냐하면 12명은 첫 페이지에서 시작해서 마지막 페이지 끝까지 거짓말(들)을 했던 사람들이다. 그들은 크레타 섬 사람들인 것이다. 거짓말을 밥 먹듯이 하는 사람은 결국 끝에 가서도 거짓 변명을 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그렇다면 포와로는 이 거짓말쟁이들이 마지막에 하는 말도 끝까지 의심했어야 했다. 억울하게 죽어간 어린 아이에 대한 복수라는 이 비장한 서사'는 거짓말쟁이가 하는 또 다른 거짓말'일 수 있다는 점이다. 그런데 포와로는 그걸 믿는다. 왜 ? 정답은 처음부터 래체트가 싫었으니깐. 12명의 마지막 진술은 또 다른 대응 시나리오였을 것이다. 포와로는 속는다. 그는 이성과 논리로 사건을 풀어나가기보다는 감정적으로 이 사건을 풀어나가다가 그들에게 속은 것이다. 포와로가 떠났을 때, 남은 12명은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었을 지도 모른다.

 

그런데 여기엔 반전이 하나 숨어 있다. 과연 포와로는 그들에게 속았을까 ? 그는 속지 않았을 수도 있다. 속는 시늉을 할 뿐이다. 죽은 척하는 생태처럼 말이다. 얼어죽은 동태는 정말 얼어서 죽은 것인가 ? 아니면 죽어서 동사한 것이가 ? 그는 자기합리화'를 위해 사건을 미해결 상태'로 방치한다. 왜냐하면 이 살인 사건에 대해 포와로는 절반의 책임이 있기 때문이다. 포와로는 래체트를 " 교활한 짐승 " 이라고 판단했었다. 하지만 다른 이가 래체트 씨를 보는 판단은 전혀 다르다. 어떤 이는 래체트를 " 매우 품위 있는 " 사람이라고 말한다.

 

포와로가 래체트에게 가지는 선입견'은 결국 래체트를 죽음으로 몰고갔다(고 볼 수 있다.) 더군다나 범인이 열차 안 승객이라고 생각해 보라. 포와로의 명성을 생각하면 끔찍한 짓이다. 생각만으로도 얼굴이 홧홧할 것이다. 그래서 포와로는 이 사건을 죽은 아이에 대한 인간 복수극이라는 살인자들의 진술을 믿는 척하는 것은 아닐까 ? 포와로는 결국 자신의 실수를 숨기기 위해서 사건을 은폐하고자 한다.  래체트가 죽어 마땅한 놈이 되는 순간 자신의 실수는 용납이 된다.  핵심은 거기에 있다. 그러니깐 포와로가 사건을 덮는 것은 얼핏 인간적인 처사 같지만 사실은 은폐하려는 몸짓인지도 모른다.  어쩌면 그는 비겁하고, 비겁하고, 비겁하고, 비겁하고, 비겁하고, 비겁한 사람인지도... 세상에 믿을 놈 하나 없다.  우리는 모두 속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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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명탐정 포화로는 독자를 속였다
    from 내가 사귀는 이들, 翰林山房에서 2013-05-14 07:59 
    * 명탐정 포와로는 독자를 속였다 http://blog.aladin.co.kr/749915104/6311271 곰곰이생각하는발님의 ‘명탐정 포와로는 독자를 속였다’를 읽고 떠오른 생각 ‘앗,페아노 공리계’ * 추리소설추리소설은 마치 수학에서 방정식을 푸는 것과 같은 느낌을 줍니다. X가 얼마냐? (답으로 무슨 수인가?) 알 수 없죠. 그러나 X+2=5라는 방정식이 제시된다면 답은 3이란 것을 생각할 수 있습니다. 추리소설은 방정식과 같은 구도로서 ; X
 
 
마립간 2013-04-17 10: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처음 글을 남기는 것 같은데, 글 잘 읽었습니다. 공감 이상 추천입니다.

곰곰생각하는발 2013-04-17 12:20   좋아요 0 | URL
아이고... 감사합니다. 공감 이상 추천이시면 알사탕 주십셔 ~ ( 농담입니다. )

순오기 2013-04-18 00: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메인에 뜬 글 눈팅만 했는데 댓글 따라 와 인사 드립니다.
글을 참 잘 쓰는 분이 알라딘에 둥지를 틀었구나, 감탄했습지요!^^

곰곰생각하는발 2013-04-18 12:21   좋아요 0 | URL
감사합니다. 더욱 매진하여서 순오기 님에게 쏘옥 드는 문장을 다듬기 위해
절차탁마하겠습니다 !!

? 2013-05-27 20: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포와로는 탐정을 은퇴할 생각이였고 자신이 맘에 들지 않는 사건일 경우 받아들이지 않고 싶어하는 상황이였다. 그리고 "포와로는 이 살인사건에서 결코 자유롭지 못하다. 래체트 씨의 제안을 받아들였다면 래체트는 죽지 않았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가 이 죄책감에서 벗어나는 길은 살인범을 잡는 것이다."라는 것은 조금 억지라고도 볼 수 있다. 래체트의 제안을 받아들이든 받아들이지 않든 범인이 그를 죽이고 싶어하는 것은 바뀌지 않을 것이며, 누군가가 진짜로 노리고 있는지도 모르는 상태였다.
그리고 얼굴이 맘에 들지 않습니다 라고 말한것도 일종의 핑계일 것이다.
너무 비난하는것 같아 죄송합니다.

곰곰생각하는발 2013-05-27 20:54   좋아요 0 | URL
아이고.. 아닙니다요. 작품을 해석하는 것은 당연한 권리입니다.
환영합니다.
 

 

 

 

 

 

 

 

 

 

 

  

 

 

 

 

 

 

 

맑스의 < 자본론 > 은 어렵지 않다. 분량이 많고 딱딱할 뿐이다. 분량이 많은 이유는 맑스가 책을 더 많이 팔아먹기 위해서 그런 것이 아니라, 대중들에게 알기 쉽게 풀어서 설명하려는 욕심 때문에 분량이 넘쳐난 것이리라. 맑스, 꽤나 인간적이다. 오히려 알튀세르가 맑스 자본론'을 난해한 경전으로 어렵게 풀었다. 프로이트보다는 라캉이 어려운 이유이기도 하다. 맑스는 기계가 인간의 일자리'를 빼앗아 갈 것이라 믿었고, 자본가는 기계가 새로운 일자리를 더 많이 양산할 것이라고 맞섰다. 누가 헛소리를 하는 것인지는 당신이 판단할 몫이지만 한 가지 분명한 것은 인간은 곧 기계(혹은 시스템)의 부품이 된다는 사실이다.  요즘은 일한 품삯을 주기는커녕 오히려 돈을 뜯는다. 대표적인 경우가 은행현금입출금 기계이다. 사실 ATM은 은행원이 해야 할 은행 업무를 고객이 대신하도록 고안한 기계이다.

 

놀라운 사실은 그에 대한 품삯을 받아야 하는데 오히려 수수료를 내야 한다는 점이다.  맥도날드 시스템도 마찬가지다. 고객은 맥도날드 매장에서 직원이 해야 할 서빙, 테이블 청소, 분리 수거'를 무료로 봉사한다. 옛날 같았으면 도와줘서 고맙다고 음식값은 받지 않았을 터이다. 그런데 어찌된 일인지 맥도날드 테이블에 자신이 먹던 것들을 치우지 않고 나갈 경우 다음날 SNS 세상에서 " 맥도날드녀 " 라는 이름으로 욕을 먹을 것이다. 맥도날드'는 기상천외한 방식으로 노동력을 갈취하는 시스템을 만드는데 성공했다. 봉이 김선달보다 셈법이 빠르다.

 

맑스 자본론이 선뜻 손에 잡히지 않는다면 < 휴버머의 자본론 > 이나 < 자본주의 역사 바로 알기 > 를 추천한다. 그리고 나서 < 자본론 > 에 도전하는 것도 좋은 방법인 것 같다.

 

 


 

 

 

 

 

 

< 어슷썰기 > 에서 < 총총썰기 > 까지

 

찌개'나 국거리'에 들어갈 파는 대부분 어슷썰기'를 한다. 왜 어슷썰기를 하냐고 물으면 코 파며 잇힝 해야 한다. 그것은  무의식적 행위에 가깝다. 왜냐 ? 우리의 어머니 그리고 어머니의, 어머니의, 어머니'가 그래 왔기 때문이다. 한석봉 어머니가 가래떡을 반듯반듯 통썰기 하면 이상하잖아 ! 하여튼, 요리에 취미'가 없는 사내들도 모처럼 피서지'에서 요리'를 할 때면 대부분 어슷하게 썬다. 그런데 곰탕'이나 설렁탕'을 파는 식당'에 가면 영락없이 십원짜리 동전 모양처럼 생긴 파( 통썰기 = 총총썰기 ) 가 나온다. 대파'를 한번이라도 썰어본 사람은 알겠지만 신체구조상 팔은 삐딱한 각도로 어슷썰기'를 해야지 편리한 구조'를 가지고 있다. 내 말이 믿기지 않으면 당장 주방으로 달려가서 통통한 대파 하나'를 도마 위에 올려놓은 후 어슷썰기와 총총썰기'를 해보라.

 

 

일반 가정에서야 대파 하나 써'는 일'은 일도 아니겠지만, 하루종일 대량으로 대파'를 썰어야 하는 식당에서는 왜 굳이 힘들게 총총썰기'를 할까 ? 궁금증'은 여기에서부터 시작되었으니......  일단 읽고 있는 < 논리 철학 논고' > 는 덮기로 하자. 아마, 이 글을 읽는 사람 가운데 몇몇'은 쪼르르 지식인'에 접속하여 답을 찾으려고 할지도 모른다. 짐짓 어린이'로 가장하여 " 왜 설렁탕에 드러가는 파는 반드타게 자르나용. ㅋㅋㅋㅋㅋ 내공 있삼. 선생님이 내주신 숙제임요. 잇힝 ~  " 이라고 연기할 지도 모른다. 하지만 뾰족한 답은 없으리라.

 

하여튼, 나는 이 사소한 의문'에 목숨을 걸기로 했다. 장고 끝에 내가 내린 결론'은 놀랍게도 맑스'였다. 오! 대파 썰기'에서 맑스의 흔적을 찾아내다니 ! 옛날 '생활의 달인 코너'에서 대파 썰기 달인이 나온 적 있다. 얼마나 빠른 시간'에 대파'를 써는가'가 그 달인에게 주어진 과제였다. 그가 그날 방송에서 선보인 방식은 대파 스무 개 정도'를 가지런히 모아서 커다란 중국식 칼'로 한꺼번에 총총썰기'를 하는 거'였다. 다, 다.다.다.다.다.다.다 ! 순식간이었다. 칼로 썰다'라기 보다는 칼로 절단한다는 표현이 적절할 것 같았다. 그 달인'이 바로 유명한 마포 모 설렁탕 20년 차 주방 직원'이었다.

 

그렇다 ! 최소한의 시간 투자'로 생산량을 최대로 뽑아내자는 욕심'이 바로 대파 총총썰기가 탄생하게 된 배경이었다. 대파 하나를 썰 때는 어슷썰기가 빠르겠지만 대파 한 묶음을 한 번에 썰 때는 총총썰기가 빠르다. 이게 바로 자본주의'다. 그렇다면 대파 썰기'에 이골이 난 달인은 열 사람 몫'을 짧은 시간에 혼자 해치웠으니 그만큼 쉬는 시간이 늘어났을까 ? 천만에 ! 오히려 이 재주'는 미숙련 노동자들'에게 부담만을 안겨주었을 뿐이다. 바람이 전하는 말에 의하면 포드는 대파 총총썰기'에서 아이디어를 얻어서 포드 시스템을 만들었다고 한다.  그게 바로 포드주의'다. ( 믿거나 말거나 )

 

자동차 나사를 조이는 노동자는 평생 나사만 조이고, 콘돔 불량 유무를 판단하는 일을 하는 노동자는 평생 콘돔에 바람을 부는 일만 하고, 대파를 써는 일을 하는 달인은 하루종일 대파만 썬다. 내가 아는 노동자 가운데 한 명은 직업이 병아리 감별사'였다. 병아리 똥구멍'을 보고 암수'를 구별하는 직업을 가진 친구'였다. 이 친구는 아침 9시부터 저녁 7시까지 하루종일 병아리 똥구멍'만 보았다. 나중에 이 친구가 나에게 말했다. " 형 ! 나 이젠 병아리 똥구멍만 쳐다보며 사는 거 지긋지긋해요. 마치 내 인생이 병아리 똥구멍 같아. "

 

포드는 바로 이 반복에 따른 빠른 작업 속도'에 목숨을 건 기업가'였다 : 1. 콘베이어'가 조립제품'을 안전하게 b라인 노동자에게 옮겨준다. 2. 나사 하나를 조이면, 3. 바로 다음 조립제품이 기다린다.  4. 만약 속도가 늦어져 나사를 조이지 못하는 상황이 발생하면 전체 라인'이 비상벨을 울리며 정지된다. 왜냐하면 c라인은 반드시 b라인에서 일감이 건너와야 일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미숙련 노동자 1명이 전체 노동 라인'을 멈추게 하는 것이다. 얼마나 쪽팔린가 ! 이 비상벨은 " 삐이익 ~ " 이라는 의성어로 이루어져 있지만 행간은 " 선생님 ! 쟤, 바지에 똥 쌌어요 ! " 라는,  새침데기 짝꿍이 전하는 고자질이나 다름없다.

 

노동자는 싸늘한 동료들이 던지는 시선'을 피하기 위해서라도 열심히 나사를 조인다. 아, 포드 ! 잔머리'를 제대로 굴렸다. 물론, 포드는 성공했다. 노동자들이 이 콘베이어 속도'에 익숙해지자 좀더 악랄한 포스트 포드'는 콘베이어를 속도'를 쥐새끼처럼 야금야금 높이기 시작했다. 반복에 따른 신체 반응'은 곧 속도에 익숙해지는 법이다. 결론은 뻔하다. 콘베이어 속도'는 아우토반이 되어 갔다. 노동자는 그렇게 소비되어가는 것이다. 오직 속도전이다.

 

속도. 속도는, 오 ! 무섭다. 수천 년 내려오던 어슷썰기'가 어느 날 대량생산이 가능하다는 그 이유 하나'로 폐기처분된 것이다. 한석봉 어머니가 울고 갈 효율 우선 주의'가 아닐까 ? 나는 생활의달인'이라는 프로그램을 볼 때마다 불편하다. 자세히 들여다보면 서민 휴머니티 예찬 뒤'에 감추어진 노골적인 속도에 대한 맹신'이 엿보인다. 정말 이토록 빠르게, 빠르게, 빠르게 뽑아내는 행위가 칭찬받아야만 할 일일까?  아마, 이 샐활의달인 코너'는 포드 할아버지가 보시면 좋아하실 것 같다. 나는 외치고 싶다. 이렇게 ! " 우리, 좀 게으르게 삽시다. 근면성실'이 훌륭한 모범이지만 그렇다고 게으름'을 탓하지는 맙시다. 시간 당 생산량'으로만 그 사람을 평가하지 맙시다. 백 미터 달리기 기록이 모두 다 다르듯이 그 차이'를 인정합시다 ! "

 

 

 

덧1. ) 총총썰기'는 국어사전에 없네요. 아마 정확한 표현은 통썰기'인가 봅니다. 통썰기가 뭐냐. 총총썰기 읽기 좋구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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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 2013-04-13 21: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저도 언젠가 자본론,을 통독해야 하는데 말이죠.
페루애님 글은 식자들이 어렵게 인식시켜 논 얘길 쉽고 재밌게 쓰시는 것도 있지만
뭣보다 해당 책을 읽고 싶게 만든다는 점에서 탁월하단 생각을 합니다.
우리나라에서 이상한 점이 한두 가지 아니지만
경제학부 학생들이 자본론조차 읽지 않는다는 건 정말 문제라고 생각해요.

곰곰생각하는발 2013-04-14 12:36   좋아요 0 | URL
글쎄말입니다. 경제활동은 결국 자본의 흐름이고 말이죠...
자본론은 정치경제학적 접근을 시도했으니
경제학부는 자본론을전공으로 해야 도지 않나 싶습니다.
뭐 자본론 읽으면 빨갱이가 되는 세상이니.......

강신주 님이 새롭게 낸 것을 못 읽어봤습니다.
그런데 다시 다른 판본으로 읽으려고 하니 도저히 목 읽겠네요...ㅎㅎㅎ
전 자본론 마음 먹고 아침 9시에 가서 끝날 때까지... 그렇게 3일 동안 점심도 안 먹고 다 읽고 나서
혼자 뿌듯해하던 .. 한 때 그런 때가 있었네요..ㅎㅎ

지금 생각해 보니.. 방금 생각이 났는데... 어쩌면 제가 자본론 3은 안 읽은 것 같기도 하네요...
아닌가 ?! ㅎㅎㅎㅎㅎ. 생각이 안 납니다..

만화애니비평 2013-04-16 17: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자본 강신준 교수님것 어서 읽어야 할듯~!
서재지수가 벌써 만 돌파라니!! 조만간 저를 뛰어넘을듯! 하네요

곰곰생각하는발 2013-04-16 18:51   좋아요 0 | URL
10년 뒤에 따라잡을 수 있을 것 같아요...ㅎㅎㅎ.
다시 한번 도전할 생각하니, 왜 기쁜 게 아니라 지겹다는 생각이 드는 이유를 잘 모르겠습니다.
이제 늙었나봐요. 이젠 좀 끔직함... 이러면 안 되는데 말이죠.
ㅎㅎㅎㅎㅎㅎ. 강신준 교수님 것 도전하리오... 반드시.. 아자 !
 

 

 

 

 

 

 

타인의 얼굴 : 표절'이라는 이름의 욕망.

 

 

 

http://blog.naver.com/gpjm/10165964822

 

 

 

 

내가 놀던 동네에 이상한 일이 생겼다. 어느 날 고만고만한 동네에 고수 한 명이 나타났다. 그녀는 주로 예술 분야에 대한 글을 썼다. 처음 보는 그림과 사진들에 대한 글이 대부분이었다. 정보력과 수집력이 뛰어난 고수임이 분명했다. 설상가상 그녀는 한가인보다 예뻤다. 그녀가 보내는 일상을 담은 사진들은 보첼리니의 < 비너스의 탄생 > 을 감상하는 것보다 더 유쾌했으니깐 말이다. 여기에 마음씨 또한 비단이라. 그녀는 친절한 금자 씨'였다. 너나 잘하세요, 라는 말은 절대 하지 않을 것 같은 착한 입술이었다. 그녀가 키스를 하듯 입술을 오므린 도발적 사진은 앵두 같았다. 아, 저 입술... 참 예쁘다 ! 앵두 같은 입술을 보다가 다른 여자가 오므린 입술을 보니 닭똥집 같은 거라. 나는 나도 모르게 그들에게 신경질을 부렸다.

 

3박자를 고루 갖추면 여신이 되는 법이다. 블로그를 만든지 2개월 만에 덧글은 평균 100개에서 200개를 왔다갔다 했다. 그녀는 바쁜 와중에도 꼬박꼬박 댓글을 달아주었다. 오늘은 날이 화창한 봄날이에요, 오늘은 무덥군요 ! 시원한 냉면 어떠신가요 ? 빰빠라, 빰빰빰 !!!!굉장하군요. 어디서 많이 놀아본 솜씨인데요 ? 아참... 그녀의 직업은 모 대기업 수석 연구원'이었다. 남이 잘난 꼴은 죽어도 못 보는 성질인 나는 장탄식을 했다. 닝, 기, 미, 조, 또 !

 

내가 보티첼리의 비너스보다 예쁜, 친절한 금자 씨보다 친절한, 한가인보다 한가하지 않은 그녀에게서 느꼈던 감정은 부러움이 아니라 " 언캐니 " 였다. 그녀가 블로그 세계에서 점점 완벽해질수록, 나는 그녀가 점점 인조인간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헛점이라고는 찾을래야 찾을 수가 없었다. 특히 그녀가 전시한 수많은 사진은 일상적인 포즈가 아니었다. 왜냐하면 그녀가 일상 속에서 사진 찰칵, 이라며 전시한 사진들은 순간의 포착이기는커녕 치밀하게 계산된 것들이었다. 사진은 생각보다 많은 정보를 우리에게 제공한다. 사진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사진 속에 스며든 빛의 농도, 광원의 방향, 그림자의 길이를 통해서 여러 정보를 파악할 수 있는데 그녀가 전시한 사진 가운데는 반사판을 사용한 사진이 꽤 많았다. 반사판까지 동원된 사진이 과연 평범한 사진이라고 할 수 있을까 ? 사진을 찍는 솜씨는 훌륭했고, 사진 속 그녀의 포즈 또한 프로였다.

 

나는 본능적으로 그녀'가 가짜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하지만 코 파며 잇힝, 하기에는 확실한 증거가 없어서 오열하며 좌절했다. 사진 이미지를 바탕으로 구글링을 해도 남의 사진을 도용했다는 증거는 나오지 않았다. " 도대체 넌... 누구냐 ? " 더욱 이상한 점은 그녀의 취향이었다. 그녀가 관심을 가지는 분야는 르네상스도 아니고, 로코코도 아니고, 바우하우스도 아니며, 야수파, 인상파, 미래파, 양파, 대파, 쪽파, 실파, 좌파, 우파'도 아니었다. 그런 그림에는 관심조차 없었다. 나중에는 오로지 벌거벗은 여자 그림이나 예술 사진들이 대부분이었다. 그녀의 주제는 그림 속에 나타난 여체, 그림 속에 나타난 강간, 그림 속에 나타난 나르시즘이었다. 말이 좋아 나르시즘이지 나중에는 포스트모던이라는 이름으로 여성용 자위 기구에 대한 글을 올리기도 했다. 얼굴은 여신인데 이런 자극적인 글을 올리니 늙은 남자들은 환장을 했다. 덧글창을 보면 침이 떨어지는 소리가 생생하게 들렸다.

 

꼬리는 오래가지 못했다. 그녀와 가까운 이웃 가운데 한 명이 영화 < 지슬 > 에 나오는 남자 배우인 " 양정원 " 을 검색하다가 우연히 보티첼리의 비너스보다 예쁘고, 친절한 금지 씨보다 친절하며, 한가인보다 한가하지 않은, 바쁜 그녀를 발견한 것이었다. 무명에 가까운 여배우양 ! 정 ! 원 ! 그 여자의 이름이었다. 문제는 양정원 씨'와 블로그 그녀는 얼굴은 동일하지만 서로 다른 사람이었던 것. 그러니깐, 블로그 속 그녀'는 배우 양정원을 카피한 것이다. 그녀의 일상 모두를 말이다. 사실이 발각되자 그녀는 블로그를 폭파하고 종적을 감추었다. 그것은 < 표절 > 이었다. 소설가가 다른 소설가의 소설을 표절하고, 음악가가 다른 음악가의 음악을 표절하고, 미술가가 다른 미술가의 미술을 표절하는 것처럼 그녀는 양정원이라는 예쁜 얼굴과 몸을 표절했다.

 

그녀는 카피캣이었다. 그녀를 여신처럼 따르던 사내들은 이내 장탄식이 이어졌다. 마트에서 추파춥스를 훔치다가 걸린 여배우를 바라보는 팬의 입장이랄까 ? 그런, 느낌. 사나이 울리는 건 신라면만이 아니었던 듯 싶다. 양정원을 카피한 그녀는 과연 그녀일까 ? 혹은 그일까 ? 그(녀)는 예술이 좋아서 예술에 관련된 글과 그림을 올린 것일까, 아니면 남성들을 유혹하기 위해서 벌거벗은 보티첼리의 비너스를 미끼처럼 이용한 것일까. 아무도 모른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하나다. 표절은 나쁘다는 것이다. 그리고 반드시 표절에 대한 입장 표명이 있어야 한다. 그녀는 현재 침묵 중이다. 입을 다물고 오래 있으면 똥구멍에 털 난다. 입과 항문은 연결되어 있으니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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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리엔트 특급살인 애거서 크리스티 추리문학 베스트 2
애거서 크리스티 지음, 유명우 옮김 / 해문출판사 / 200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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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고 : 이 글은 친절하게 이 소설의 트릭을 폭로합니다.

 

 

 

아가사 크리스티가 쓴 < 오리엔트 특급 살인 사건 >의 줄거리는 다음과 같다 : ㉠ 칼레를 향해 달리던 오리엔트 특급 열차' 안에서 살인 사건이 발생한다. ㉡ 열차는 폭설에 의해 멈춘다, 고립된다. ㉢ 범인은 12명의 승객 중 한 명이다. ㉣ 하지만 그들은 모두 완벽한 알리바이'를 가지고 있다. 아가사 크리스티가 즐겨 사용하는 " 고립 " 이 다루어진다는 측면에서 이 소설은 밀실 트릭'이다. 폭설에 의한 고립은 산사태나 폭풍 때문에 외부와 단절된 < 그리고 아무도 없었다 > 와 < 쥐덫 > 을 연상케 한다. 이 장치'는 작가가 독자에게 내미는 도전장이다. 범인은 무조건 내부에 있으니 똑똑한 독자여 ! 맞, 춰, 보, 세, 용.  추리소설 마니아'인 당신은 발끈한다. 그녀의 < 그리고 아무도... > 와 < 쥐덫 > 의 트릭'을 미리 경험한 독자'라면 코 파며 잇힝 할 수도 있다. 하지만 아무도 이 소설의 결말을 예상하지 못했다. 독자는 패자가 되고, 저자는 승자가 된다.

 

 

 

 


 

 

 

 

 

 

 

 

12명의 크레타 사람들

 

- 삐에르 비야르를 흉내내며

 

 

①건파이터의 최후 ②집시 엔젤 ③ 위험한 유혹④ 새 2' ⑤해리 구출 작전 ⑥리비에라 ⑦홈 프론트 ⑧고스트 하우스 ⑨하우스 3 ⑩지옥에서 온 멕시칸 ⑪아울 ⑫반칙 게임의 공통점은 ? 정답은 한 감독이 만든 작품이라는 점이다. 바로 알란 스미시/ Alan Smithee ' 다. 만든 작품마다 평단의 저주 같은 욕설을 들어야 했으니 속에서 열불이 났을 터.  < 시민 케인 > 의 오손 웰즈'가 가장 위대한 감독이라면 알란 스미시'는 저주 받은 감독 열전에서 대왕 자리'를 차지할 만하다. 그런데 여기에는 반전이 하나 숨어 있다. 거창한 것은 아니다. " 알란 스미시 " 라는 감독은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 감독이다.

 

그렇다면 유령이 영화를 만들었냐 ? 그것도 아니다. 영화적 완성도가 마음에 들지 않아서 아버지가 물려준 이름을 걸기에는 부끄러울 때 사용하는 이름이 바로 알란 스미시이다. 설에 의하면 Alan Smith에 - ee'를 추가했다거나, 'The Alias Men'의 철차를 조합해서 만들었다는 두 개의 설이 있다. " 가공의 인물 " 이라는 뜻이다. 알란 스미시란 가명이면서 동시에 익명들의 조합이다. 이처럼 쪽팔려서 숨은 익명들이 모여서 만들어 놓은 것이 바로 알란 스미시 필모그라피'이다. 정확히 말하자면 1명의 알란스미시가 아니라 12명의 알란스미시들'이다. 그것은 마치 아가사 크리스티가 선보인 < 오리엔트 특급 살인 사건 > 에서의 트릭과 유사하다. 살해당한 사람은 1명이지만 그  사람을 살해한 사람은 12명인 것처럼......

 

독자인 당신이 아가사 크리스티의 수수께끼'를 풀지 못한 이유는 부분/1명의 범인'에 집착한 나머지 전체/ 12명의 범인들'을 보지 못한 까닭이다. < 오리엔트 특급... > 에서 " 범인은 다. 오직 범인들이 있을 뿐이다. " 그러므로 범인은 nothing'이고, 범인들은 thing'이다. nothing'이란 < 아무것도 아니 > 거나 < 단 하나도 없 > 는 존재를 가리키는 대명사이기에 아가사 크리스티의 도전장에 뿔난 당신이 계속 씩씩거리면서 < 범인 > 을 찾는 데 집착할수록 당신은 점점 아무것도 없는 헛것'을 찾는 데 진땀을 흘릴 것이다. 저자가 노린 것은 바로 그것'이다.

 

알리바이'는 alius ( 다른 ) + ibi ( 거기에 ) 를 합친 것으로 " 다른 + 장소에 " 라는 뜻이다. 그러니깐 용의자가 살인이 일어난 장소'에 없었다는 사실을 증명하는 것이 알리바이'다. 현장부재증명/現場不在證明'은 곧 타소존재증명/ 他所存在證明'을 의미한다. 쉽게 설명하자면 " 장소A에 내가 없었음/부재'를 증명하기 위해서는 장소 B에 내가 있었음/존재'를 증명 " 하면 된다. 그렇다면 다른 장소에 당신이 있었다는 것을 증명해주는 대상은 누구인가 ? 바로 누군가가 당신을 보고 있었다는 설정'이다. 그것은 응시다. 알리바이란 2명 이상이 (살인현장이아닌) 다른 장소에 함께 있을 때에만 가능하다. 하지만 혼자일 때는 성립이 될 수 없다. < 오리엔트... > 에서 12명의 용의자가 모두 완벽한 알리바이'를 가지고 있다는 사실은 12명 각자가 다른 장소에 자신의 알리바이를 증명해 줄 누군가와 함께 있었다는 것이 된다.

 

바로 이 지점에서 오류가 발생한다. 12명의 용의자가 완벽한 알리바이'를 가지고 있다는 사실은 곧 12명의 용의자 가운데 살인 사건 당시에 혼자'인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런데 이 논리는 이치에 맞지 않는 말이다. 왜냐하면 12명 가운데 1명은 살인자이므로 반드시 혼자일 수밖는 상황에 놓이게 된다. 그런데 어떻게 12명 모두 다른 장소에서 누군가와 함께 있을 수가 있을까 ? 결국 12명 가운데 최소 1명은 살인자이고 나머지 1명 이상은 살인자를 도와서 거짓말을 하고 있는 것이 된다.

 

포와르는 수사의 초점을 범인'이 아니라 범인들'에 맞추어 사건을 해결한다. 이 과정에서 포와르가 고심했던 부분은 < 범인들 > 이라는 범위'다. 만약에 A를 범인이라고 가정한다면 A의 알리바이를 증명한 B는 공범자가 된다. 그렇다면 공범자인 B의 알리바이를 증명한 C의 진술은 믿을 만한 것인가 ? C의 알리바이를 증명한 D는 ?! 만약에 공범자인 B와 공범자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C 사이에서 공통점을 발견하게 된다면 C 또한 공범자일 가능성이 높다. 포와르는 이러한 방식으로 D, E, F, G, H, I, J, K, L 의 공통분모'를 찾아낸다. 그들은 모두 한통속이었다.

 

아가사 크리스티'가 의도했던 바는 아니겠지만 소설은 공교롭게도 철학적 질문에 대한 답처럼 보인다. 데카르트가 " 나는 생각한다, 고로 존재한다. " 라고 주장했다면, 라캉은 " 타자가 나를 보고 있다, 고로 나는 존재한다. " 라고 주장한다. Alibi란 결국 존재 증명이다. < 나 > 라는 존재를 증명할 수 있는 것은 나의 진술이 아니라 타자의 진술에 의해서이다. 예를 들어 무인도에 고립된 로빈슨 크루소'는 존재하지 않는 사람이다. 그는 사회로부터 사라진 사람이거나, 실종된 사람, 잊혀진 사람, 죽은 사람이다. 왜냐하면 그를 본 사람이 아무도 없기 때문이다. 이처럼 그가 nothing에서 thing이 되기 위해서는 누군가에 의해 발견되어야만 가능한다. 타자가 그를 발견하는 순간 그는 살아서 돌아온 사람이 된다. 늑대인간, 설인도 마찬가지다. 그들은 누군가에 의해 발견되기 전까지는 이 세상에 없는 존재들'이다.

 

< 오리엔탈 특급... > 은 < 애크로이드 살인 사건 > 의 세련된 확장형'처럼 보인다. < 애크로이드... > 가 제임스 쉐퍼드'라는 인물이 말하는 거짓 진술'이라면, < 오리엔탈 특급 > 은 12명나 되는 제임스 쉐퍼드가 말하는 거짓 진술이다. 독자는 그들에 의해 농락당한다. 그래야 재미가 있다. 그게 추리소설의 룰이다. 고전이 되어버린 이 소설이 가진 트릭을 말하는 것은 이제 더 이상 발설'이 될 수 없다. 범인은 1명이 아니라 12명이다. 이런 속임수라면 우리는 기꺼이 속을 준비가 되어 있다. 인간이 가진 능력 가운데 가장 신뢰가 안 가는 부분은 < 눈 > 이다. 형광등은 1초에 60번이나 깜빡거리지만 우리는 그 사실을 전혀 눈치 채지 못한다. 시력 좋은 파리만이 깜빡거리는 조명 때문에 죽을 맛이다. 알리바이'란 결국 인간이 가진 기관 가운데 가장 믿지 못할 눈에 의지하는 진술 방식'이다. 그래서 처소존재증명'은 늘 불완전하다, 존재는 불안이다 !

 

거짓말 패러독스'에서 크레타 사람들은 거짓말'만 한다. 그들은 진실을 말하지 않는다. ( 포와로 ) 추궁 때문에 억지로 입을 연 ( 살인자 ) 자백들'은 액면 그대로 진실일까 ? 살인자들이 말한 정의에 대한 심판 운운은 과연 진심이었을까 ? 논리적으로 따지고 보자면 그들이 말한 진술은 거짓말일 확률이 더 높다. 왜냐하면 그들은 진실이 밝혀지기 전까지 100% 거짓말을 했기 때문이다. 크레타 사람은 입만 열면 거짓말만 하는 사람들이다. 만약에 대다수 공모자들이 댓가를 받고 죽은 아이의 부모를 도운 것이라면 ?! 그렇다면 그것은 청부살인이 아닐까. 살인자들이 말한 마지막 진술은 진짜 속내를 숨기기 위한, 포와로의 연민을 건드려서 위기에서 벗어나려고 하는, 발버둥인지도 모른다. 

 

포와로가 명석한 두뇌로 모든 사건을 풀었음에도 불구하고 마지막에 판단을 흐리게 만든 것은 피해자 12명이 전하는 진술이었다. 포와로는 연민 때문에 판단을 그르친다 !  소설은 이것도 저것도 아닌 상태로 끝난다. 판단을 독자에게 맡기는 것이다. 그것은 탐정 포와로'가 연민 때문에 사건을 해결하지 못했음을 의미한다. 결국 포와로는 크레타 사람이 말하는 거짓말에 속은 것일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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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eterotopia 2013-04-08 21: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존 도우라는 이름을 들었을 때와 비슷한 느낌이네요. 알란 스미시... ㅎㅎ...

곰곰생각하는발 2013-04-09 00:31   좋아요 0 | URL
아, 세븐에 나온 캐릭터를 기억하네요. 후후.. 맞습니다. 알란 스미시나 존도우나 홍길동이나 무명씨'나 모두 같은 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