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청나게 시끄럽고 믿을 수 없는 셰익스피어 !
1. 당신은 이 고백을 어떻게 받아들일까 ? < 나 > 는 셰익스피어'가 싫다. 섹스-피어'라는 야시시한 이름이 부끄러워서 < 섹 ~ > 도 아니고 < 세익스~ > 도 아니고 < 셰익스~ > 라는 표기법부터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 차라리 < 새싹 피어라 씨' > 라고 해라 ! 문광부가 내린 판단인지, 아니면 외래어 표기법에 따른 결정인지는 모르겠으나.... 하여튼, 아무튼, 몸도 튼튼, 마음도 튼튼 !
< 베니스의 상인 > 에 나오는 판결'은 좋은 예가 아니라 나쁜 예'다. 그것은 명판결이 아니라 법 해석 남용이다. 살 1파운드를 도려내되 피는 흘리지 마라, 는 요구는 마치 결혼은 하되 섹스는 하지 마라, 라는 요구와 다르지 않다. < 베다 > 라는 동사에는 이미 " 날이 있는 물건으로 상처를 내다 " 라는 뜻이 내포되어 있다. 내가 만약에 샤일록이었다면 기꺼이 그들이 내린 판결을 받아들이겠다. 칼로 살 1파운드를 도려내겠다. 피를 보았으니 태형 백 대와 재산 몰수'라는 벌을 받겠지만, 나는 당당하게 말하리라.
“ 단, 몽둥이로 내 엉덩이를 때리시되 피멍이 들면 안 됩니다. 멍이 들어도 안 됩니다. 저는 태형에는 동의했으나 내 엉덩이에 피멍이 들어도 좋다고 말한 적은 없습니다. < 칼로 살을 베다 > 라는 말에는 이미 < 피를 흘리다 > 라는 내용을 내포하고 있습니다. 같은 이유로 < 치도곤을 먹이다 > 라는 말에도 <피멍이 든다 > 라는 내용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그러므로 피를 흘리지 마라, 라는 요구와 피멍이 들면 절대 안된다는 요구는 같은 말입니다. 억지라구요 ? 그렇습니다. 모두 다 억지입니다. 하지만 당신은 억지를 정당화하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같은 논리로 저도 당신에게 요구합니다.
더러운 유대인인 저를 때리시되 피멍이 들면 안됩니다. 당신은 곤장을 때리겠다고만 말했지 멍이 생긴다고는 하지 않았습니다. 내가 채무자의 살을 도려낼 때 피를 흘린 것이 약속 위반이라면, 당신 또한 내 엉덩이에 피멍이 들게 만든다면그것 또한 약속 위반입니다. 빚을 담보로 1파운드의 살을 요구하는 저 같은 악덕 고리대금업자’도 나쁘지만, 궤변으로 법 해석을 농락한 당신은 더 나쁜 범죄자입니다. 이 판결은 판례로 남아서 백 년, 이백 년, 삼백 년 동안 악용될 소지가 있습니다. 저는 한 사람'에게 피를 흘리게 만들었지만 이 판결은 앞으로 수백 명'에게 피눈물을 흘리게 만들 것입니다. 존경하는 재판장님, 존경하는 배심원 여러분 ! 만인은 법 앞에 평등하다고 배웠습니다. 저 같은 고리대금업자에게도 법은 공평하게 적용되어야 합니다. 여러분이 현명한 판단을 하시리라 믿습니다.
2. < 로미오와 줄리엣 > 을 읽었을 때도, 나는 무척 당황스러웠다. 24시간 동안 잠드는 약'을 먹고 죽은 척한다는 설정이 기가 찼다. 죽은 척하는 생태도 아니고, 얼어죽을 동태도 아니며, 고래도 아니면서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는 고주망태처럼 이 무슨 해괴한 지랄인가 ! 장난하냐 ? 밥은 먹고 다니냐 ? 슬프고, 비통하기는커녕 쓴웃음만 나와서 웃으면서 코 팠다. 좌절하면서 오열했다. 그렇다고 새싹피어라 씨'가 쓴 모든 희곡이 재미없다는 소리'는 아니다. < 햄릿 > 을 읽었을 때는 황홀했다. 사실 햄릿'은 등장인물들이 모두 죽어서 급하게 막을 내리는 연극'이었다.
거트루드도 죽고, 오필리아도 죽고, 클로디어스도 죽고, 폴로니어스도 죽고, 레어티즈도 죽고, 햄릿도 죽은 마당에 누가 연기를 할 것인가 ? 농담이 아니라 이 연극은 등장 인물 모두가 죽어서 어쩔 수 없이 막을 내리는 연극이다. 하지만 이 불완전성은 때로는 걸작을 만들어내기도 한다. 영화 촬영에 꼭 필요한 바람이 우연히 불어올 때, 촬영장에 있던 고다르는 그 바람을 신이 예술을 위해 준비한 선물이라고 했다. 햄릿도 마찬가지다. 실패는 종종 걸작으로 남는다.
3. 내가 < 햄릿 >에 대하여 흥미를 가지는 이유는 이 문학 작품이 " 퀴어 " 처럼 읽히기 때문에 그렇다. 몇 번을 읽어도 햄릿'은 동성애자'처럼 보였다. 영미문학사에 정통하지 않아서 잘은 모르겠으나, 어쩌면 < 햄릿 > 은 동성애'를 다룬 최초이자 가장 유명한 고전일 것이란 생각이 든다. 햄릿이 사랑하는 대상은 오필리어가 아니라 남성이다. 라캉의 그 유명한 지적질'을 인용하자면 오필리어 ( Ophelia )는 오, 팰러스 ( O phallos ) 다. 여기서 팰러스'는 남근'을 의미한다.
햄릿이 사랑했던 대상은 오필리어 오빠인 레이티즈'가 아니었을까 ? 비극을 향해 치닫던, 레어티즈와 벌인 마지막 결투 장면은 마치 격렬한 섹스 장면처럼 느껴진다. 칼은 남근이다. 그것도 단단하게, 딱딱하게 발기한 날카로운 페니스'다. 찌른다는 것은 삽입을 뜻한다. 칼들은 서로 오고가고, 맥박은 뛴다. 심장이 뛴다. 너의 몸을 뚫고 싶어 ! 거친 숨을 내뱉고....... 햄릿이 가진 남근이 레어티즈를 깊게 찔렀을 때, 햄릿의 품에 안긴 레어티즈는 친절한 얼굴로 햄릿을 용서하며 죽는다. 아, < 햄릿 > 은 죽음으로 끝나는 BL 소설이다 !
뭐, 해석은 자유 아니던가 ! 읽으면 읽을수록 이 작품은 퀴어'다. 엄청나게 시끄럽고, 믿을 수 없는 농담처럼 보이겠지만 내가 햄릿을 이해하는 방식'이다.
http://blog.aladin.co.kr/749915104/6247488 : 섹스피어냐, 스티븐 킹이냐 !
+ 엄청나게 시끄럽고 믿을 수 없는 수다 1.
햄릿은 읽으면 읽을수록 재미있고 놀라운 고전'이란 생각이 든다. 사실 햄릿'은 굉장히 외설적이다. 셰익스피어 작품은 대부분 성적 은유들로 이루어져 있다. 민음사 판 3막 2장에 이런 구절이 나온다.
햄릿 : 나 당신과 당신 애인 사이를 설명할 수 있다고, 지지 보쥐 노는 꼴을 볼 수만 있다면.
오필리어 : 잔인하시군요, 저하, 날카로워요.
햄릿 : 내 칼날이 들어갈 땐 신음께나 할 거요.
햄릿은 오필리어와 대화하면서 거의 막말 수준에 가까운 말들을 쏟아낸다. 그는 페니스를 칼날에 비유하여 오필리아를 성적 조롱을 한다. 페미니즘적 관점에서 보자면 햄릿은 지독한 여성혐오자'이다. 그가 증오한 사람은 클로디어스가 아니라 어머니 거트루드'다. 내가 햄릿을 동성애자로 보는 이유이다. 궁금한 것은 " 지지 보쥐 " 인데, 이것은 민음사가 낯 부끄러워서 일부러 오타를 낸 것인지, 아니면 혀 짧은 소리를 한 것인지에 대한 설명'이 없다. " 지지 보쥐 " 가 " 자지 보지 " 에 대한 말인 것 같은데, 아닌가 ?! 혹시 아시는 분 계시면 자세한 내막 부탁드립니다.
+ 엄청나게 시끄럽고 믿을 수 없는 수다 2.
민음사에 전화'를 건다 : " 따르르릉, 따르르릉, 따르르릉. 아 ! 민음사'죠 ? 햄릿'을 읽다가 궁금한 점이 있어 문의 드립니다. 어, 그러니깐.... 흠흠. 네에 ? 아뇨. 그게 말씀드리기가...... 3막 2장에 보면 지지 보쥐'라고 인쇄된 문장이 있는데요... 음, 에헴 ! 날은 좋은데 꽃가루 알레르기 때문에 힘이 드네요. 여기서 지지가 거, 뭐냐. 에헴 ! 이리 오너라 !! 거.. 거시기가 있잖습니까. 거 자..........................지 ! 네에 !!!!!!!!!!!!!!!!!! 무슨 말씀입니까요 ? 음란 전화라니요 ?! 천부당만부당한 소리입니다요. 좋아요. 그건 그냥 넘어갑시다. 그렇다면 보쥐'에서.... 네에 ? 아뇨. 보직이 아니라, 지... 네에.... 그러니깐. 보쥐가... 음, 거, 에헴, 꿀꺽, 보...... 흠흠... 보... 흠흠.... 보...........지의 오타인가요 ? 네에 ? 경찰서에 절 신고했다고요 ?! 아이고, 미치고 환장하것다 !!! "
이런 사연으로 인하여, 나는 여태껏 민음사에 문의를 하지 못하고 있다. 낯 부끄럽기도 하거니와 상황이 자칫 잘못하면 변태로 몰릴 경우가 있기 때문이다. 예날에 콘돔을 사러 약국에 갔다가 1시간 넘게 동네 약국을 몽유병 환자처럼 돌아다는 경험이 있다. 모두 다 여성 약사였던 것이다. 태어나서 여성을 이토록 미워했던 적은 그때가 유일했다. 그것은 내가 치질 검사를 위해 종합병원에서 정유미 대장항문과 전문의 대신 김태현 대장항문과 전문의'와 예약을 마치고, 검사 당일 진료실에 들어갔더니 여의사 김태현 씨가 방긋 웃으면 누우라고 할 때의 야속함과 비슷했다. 김태현이 여자 이름이었다니 !!! 나는 여성 약사 앞에서 콘, 돔, 주, 세, 요 ! 스, 킨, 레, 스, 최고급 사가미'로 말이죠. 착용감이 좋더라고요. 하하하 ! 라는 말을 못하는 남자다.
난... 그런 남자다.
+ 엄청나게 시끄럽고 믿을 수 없는 수다 3.
적어도 비뇨기과 혹은 대장항문과는 담당 의사의 성별 정도는 밝힙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