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르헤스의 도서관 : 퉬른으로 가는 길, 좀비와 그 악당들
내가 약물 치료'를 받고 있다고 하면 사람들은 " 돼지표 본드 " , " 감기약 러미날 ", " 부탄 가스 " 나아가 " 엑스타시 ", " 히로뽕 "을 복용하는 것으로 오해한다. 하지만 내가 말한 약물이란 항우울증 치료제이다. 이 약의 특징은 사람을 몽롱하게 만든다. 요즘 꿈을 많이 꾸는데 이 꿈이 실제 꿈인지, 아니면 내가 혼자 상상에 빠져서 놀던 것이지가 분간하기 힘들다는 점이다. 심할 때는 내가 지금 잠을 자고 있는 것인지 깨어 있는 것인지도 잘 모르겠다. 약물 부작용인데 잘 견디어야 할 시점인 것 같다. 옛날에는 일일이 알약의 효능을 알아서 그때 상황에 따라서 골라 먹고는 했는데 지금은 그럴 생각이 전혀 없다. 보네거트의 말투를 빌리자면 죽거나 말거나 세상은 잘도 돌아간다네. 죽거나 말거나 !
2011년 12월에는 " 1박 2일 " 이 폐지된다. 겨울 강물에 입수하다가 맴버 중 한 명이 심장마비'로 죽었기 때문이다. 약의 부작용이 낳은 환각이다. 하여튼 일박이일'은 폐지되고 나영석 피디'는 업무상 과실치사로 징역 1년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 받는다고, 나의 뇌하수체'가 말한다. 아쉽다 ! 그런가 하면 도스토예프스키, 제임스조이스, 멜빌, 이 세 사람은 서로 멱살을 잡고 싸우고 있는 중이다. 뭔가 하고 들여다보았더니 하나님께서 이들 대문호 3명에게 하나님 위인전'을 집필하도록 명을 내린 바, 셋은 모두 자신의 문장이 최고라며 드잡이하고 있는 것이다.
멜 빌 : ( 손을 하늘 높이 쳐들며 ) 이놈, 도스토예프스키 ! 도박으로 재산을 탕진해서 가족을 쫄쫄 굶긴 놈이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지랄을 하는구나. 너의 문장은 온통 욕투성이가 아니더냐. 이놈의 새끼 !
도스토예프스키 : ( 멜빌을 한심하다는 듯 바라보다가 제임스조이스에게 ) 내 당신의 율리시즈'를 3년 동안 읽고 있으나
아직까지 다 읽지 못하고 있소. 한 줄 읽으면 졸리고, 한 줄 읽으면 졸리고....
그 따위 문장'으로 어디 독자들과 소통할 수 있겠소 !
( 멜빌의 궁시렁에 멜빌을 향해 ) 닥쳐 ! 멜빌. 어디서 뱃놈이 운이 좋아서 작가가 된 주제에 !
자네는 비린내나는 생선들과 놀라구. 내가 조이스 선생과 토론하는 게 안 보이나 ?
망할 놈의 뱃놈 ! 하여튼 " 하나님 자서전 " 은 내가 주도 하에 진두지휘하겠소 !
멜 빌 : 이 더러운 소련 놈 !!!!
도스토예프스키 : 마더퍼킹 멜빌 ! 샷업 !!! 유어 페니스 배리배리 스몰. 오케이? 언더스탠드 ? 오, 지져스 크라이스트, 퍽킹 맨 !!!
( 구석에 쭈그리고 앉은 조이스를 향해 ) 이봐요 ! 조이스. 당신 아까부터 뭘 하고 있는 것이요 ?
조 이 스 : 화염병을 만들고 있소. 내일 IRA 도시 게릴라전'이 있어서 지금 바쁘게 만들고 있는 중이요.
얼어죽을 무슨 " 하나님 위인전 " 이요. 난 하나님보다 더블린 시민이 더욱 소중하오 !!!
하나님이 보시기에 좋으시더라. 이렇게 3명을 짝패로 붙이면 골치 아프다. 서로 잘났다고 하니 인류 역사상 가장 위대한 걸작이 아니라 졸작이 나올 것임에 틀림없다. 짝패란 서로 다르지만 본질적으로 같은 관계일 때가 최적이다. 내가 생각하는 최악의 3인 조합은 하루키와 마광수와 이문열'이다. 특히 세상에서 자위 얘기만 하는 하루키와 세상에서 가장 글을 못 쓰면서 여자의 젖가슴만 논하는 마광수가 만나 마초 이문열과 결합한다면 결과는 뻔하다. 반대로 내가 생각하는 황금 콤비'는 보르헤스와 줄리언 반즈와 스티븐 킹의 조합이다. 이들 세 명이 힘을 합친다면 가장 위대한 텍스트는 탄생하리라.
문학에 대한 고집이라면 보르헤스 또한 도스토, 멜빌, 조이스'에 버금간다. 단 한 글자'라도 수정되는 꼴을 못 볼 것이다. 하지만 보르헤스가 누군가 ? 눈먼 장님이 아니던가 ! 보르헤스가 구술로 텍스트를 이야기하면 줄리언 반즈는 복기한다. 하지만 줄리언 반즈는 보르헤스의 텍스트를 그대로 복기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텍스트'를 비비꼰다. 그것이 바로 줄리언 반즈의 특기가 아니던가 ? 이 사실을 눈먼 보르헤스가 알리가 없다. 여기에 스토리 전개의 마술사 스티븐 킹'이 나서서 독자의 구미에 맞게 최종적으로 수정한다.
" 이보게, 줄리언 반즈 선생 ! 독자들이 보기엔 217쪽부터 230쪽까지는 지루한 면이 있네 그려. 이쯤에서 독자는 책을 덮고 잘걸세. 물론 율리시즈처럼 사놓고 평생 읽지 않는 책은 아니지만 우리들의 명성에 독자들이 읽던 책을 잠시 덮는다는 것은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지. 아니 그렇소 ? 자존심의 문제야. 그러니깐 이 부분에 좀비를 등장시킵시다 ! 내 경험 상 지루하다 싶으면 무작정 좀비를 출연시킨다오. 거, 누구냐. 카버가 그랬던가 ? 첸들러가 그랬던가 ? 독자가 지루하다 싶으면 권총이 불을 품으면 된다고 말이오. 튈른으로 가는 대목에서 느닷없이 고양이 좀비가 나타나 마차가 뒤짚어지는 것이오.
결국 작가는 이 전복 사고로 인해 정신을 잃소 ! 날마다 원고 청탁을 하던 출판사 편집장은 그 자리에서 죽소. 하지만 좀비에 물려서 좀비가 되지요. 어떻소 ? 책을 덮으려고 하던 독자는 눈이 똥그레져서 밤을 샐 것이오. 나머지는 반즈 선생이 알아서 하시오. " 반즈 선생도 빙그레 웃으며 동의한다. 그러니깐 줄리언 반즈'는 보르헤스의 텍스트와 스티븐 킹의 텍스트'를 혼합하여 포스토모던한 책을 탄생시키는 것이다. 책 제목은 이렇다. " 보르헤스의 도서관 " 소설 속에 실명으로 등장하는 1인칭 작가는 나, 줄리언 반즈'다. 그는 보르헤스의 흔적을 찾아서 튈른으로 향하던 중 좀비들의 습격을 받는다. 마차가 전복되어 정신을 잃은 소설 속 줄리언 반즈 선생, 깨어나 보니 침실이다. 이때 한 여인이 나타난다. 창밖에는 천둥이 친다. " 이제 깨어나셨군요. 열흘 동안 잠만 주무셨어요. 제가 그동안 간호를 해드렸죠. 제이름은 미저리'예요. 오하라, 오하라 미저리 ! "
줄리언반즈 선생은 미저리의 간호로 몸을 회복하고, 그 과정에서 놀라운 사실을 발견한다. 보르헤스'는 미저리의 집에 에 갇혀 지냈던 것 ! 더욱 놀라운 사실은 그의 미발표 작품이 미저리 집에 산더미처럼 쌓여서 불쏘시개'로 사용된다는 것이다. 그는 미저리의 강요로 글만 쓰다가 죽은 것. 반즈 선생은 이 대재앙을 막기 위하여 페루애 씨'에게 전화를 거는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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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에 등장하는 작가는 모두 실명이다. 환각에 대해서는 버로우즈의 " 벌거벗은 점심 " 을 권한다. 보네거트의 작품 중에는 " 갈라파고스 "를 권하며, 도스토예프스키의 모든 작품은 걸작이다 제임스 조이스 선생의 율리시즈는 유감스럽게도 나의 취향이 아니다. 양해바란다. 맬빌의 " 백경 " 은 세익스피어의 명성을 능가할 날이 올 것이라고 믿는다. 그의 백경은 가장 파격적이며 실험적인 포스트모던한 작품임을 밝힌다.보르헤스'는 내가 가장 경이롭게 생각하는 작가이다. 그의 작품을 읽지 않고 현대 소설을 논한다는 것은 프로이트'를 읽지 않고 라캉을 논하는 것과 같으며 맑스를 읽지 않고 알뛰세르를 논하는 것과 같다. 보르헤스는 반드시 읽어야 할 성서와 같은 작품이다. 현대 작가 중 가장 재미있는 글솜씨를 뽐내는 작가를 뽑으리만 단연 줄리언반즈와 스티븐 킹이다. 반즈의 플로베르의 앵무새'는 반즈의 작품 중 최고이며 다른 작품 또한 최고이다. 가장 주목해야 할 작가임에는 틀림없다. 자, 이제 내가 사랑하는 스티븐 킹'이 남았다. 독자를 웃기기 위해서는 옷이라도 벗고 춤출 위인. 판타지 소설이나 쓰는 통속 작가라고 한다면 할 말은 없다. 하지만 그만큼 재미있게 소설을 쓰는 사람도 없으리라. 그의 최고작은 " 애완동물 공동묘지 "이다. 최고임을 증명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