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르헤스의 도서관 : 퉬른으로 가는 길, 좀비와 그 악당들

 

 

 

 

 

 

        

 

 

 

 

 

 

 

 

 

 

 

 

 

 

 


 

 

 

 

The King’s Speech by Tom Huveners

 

내가 약물 치료'를 받고 있다고 하면 사람들은 " 돼지표 본드 " , " 감기약 러미날 ", " 부탄 가스 " 나아가 " 엑스타시 ", " 히로뽕 "을 복용하는 것으로 오해한다. 하지만 내가 말한 약물이란 항우울증 치료제이다. 이 약의 특징은 사람을 몽롱하게 만든다. 요즘 꿈을 많이 꾸는데 이 꿈이 실제 꿈인지, 아니면 내가 혼자 상상에 빠져서 놀던 것이지가 분간하기 힘들다는 점이다. 심할 때는 내가 지금 잠을 자고 있는 것인지 깨어 있는 것인지도 잘 모르겠다. 약물 부작용인데 잘 견디어야 할 시점인 것 같다. 옛날에는 일일이 알약의 효능을 알아서 그때 상황에 따라서 골라 먹고는 했는데 지금은 그럴 생각이 전혀 없다. 보네거트의 말투를 빌리자면 죽거나 말거나 세상은 잘도 돌아간다네. 죽거나 말거나 !

 

 

2011년 12월에는 " 1박 2일 " 이 폐지된다. 겨울 강물에 입수하다가 맴버 중 한 명이 심장마비'로 죽었기 때문이다. 약의 부작용이 낳은 환각이다. 하여튼 일박이일'은 폐지되고 나영석 피디'는 업무상 과실치사로 징역 1년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 받는다고, 나의 뇌하수체'가 말한다. 아쉽다 ! 그런가 하면 도스토예프스키, 제임스조이스, 멜빌, 이 세 사람은 서로 멱살을 잡고 싸우고 있는 중이다. 뭔가 하고 들여다보았더니 하나님께서 이들 대문호 3명에게 하나님 위인전'을 집필하도록 명을 내린 바, 셋은 모두 자신의 문장이 최고라며 드잡이하고 있는 것이다.

 

 

멜                   빌 : ( 손을 하늘 높이 쳐들며 ) 이놈, 도스토예프스키 ! 도박으로 재산을 탕진해서 가족을 쫄쫄 굶긴 놈이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지랄을 하는구나. 너의 문장은 온통 욕투성이가 아니더냐. 이놈의 새끼 !

도스토예프스키 : ( 멜빌을 한심하다는 듯 바라보다가 제임스조이스에게 ) 내 당신의 율리시즈'를 3년 동안 읽고 있으나

                             아직까지 다 읽지 못하고 있소. 한 줄 읽으면 졸리고, 한 줄 읽으면 졸리고....

                             그 따위 문장'으로 어디 독자들과 소통할 수 있겠소 !

                             ( 멜빌의 궁시렁에 멜빌을 향해 ) 닥쳐 ! 멜빌. 어디서 뱃놈이 운이 좋아서 작가가 된 주제에 !

                             자네는 비린내나는 생선들과 놀라구. 내가 조이스 선생과 토론하는 게 안 보이나 ?

                             망할 놈의 뱃놈 ! 하여튼 " 하나님 자서전 " 은 내가 주도 하에 진두지휘하겠소 !

멜                  빌 : 이 더러운 소련 놈 !!!!

도스토예프스키 : 마더퍼킹 멜빌 ! 샷업 !!! 유어 페니스 배리배리 스몰. 오케이? 언더스탠드 ? 오, 지져스 크라이스트, 퍽킹 맨 !!!

                             ( 구석에 쭈그리고 앉은 조이스를 향해 ) 이봐요 ! 조이스. 당신 아까부터 뭘 하고 있는 것이요 ?

조       이       스 : 화염병을 만들고 있소. 내일 IRA 도시 게릴라전'이 있어서 지금 바쁘게 만들고 있는 중이요.

                            얼어죽을 무슨 " 하나님 위인전 " 이요. 난 하나님보다 더블린 시민이 더욱 소중하오 !!!

 

 

하나님이 보시기에 좋으시더라. 이렇게 3명을 짝패로 붙이면 골치 아프다. 서로 잘났다고 하니 인류 역사상 가장 위대한 걸작이 아니라 졸작이 나올 것임에 틀림없다. 짝패란 서로 다르지만 본질적으로 같은 관계일 때가 최적이다. 내가 생각하는 최악의 3인 조합은 하루키와 마광수와 이문열'이다. 특히 세상에서 자위 얘기만 하는 하루키와 세상에서 가장 글을 못 쓰면서 여자의 젖가슴만 논하는 마광수가 만나 마초 이문열과 결합한다면 결과는 뻔하다. 반대로 내가 생각하는 황금 콤비'는 보르헤스와 줄리언 반즈와 스티븐 킹의 조합이다. 이들 세 명이 힘을 합친다면 가장 위대한 텍스트는 탄생하리라.

 

 

문학에 대한 고집이라면 보르헤스 또한 도스토, 멜빌, 조이스'에 버금간다. 단 한 글자'라도 수정되는 꼴을 못 볼 것이다. 하지만 보르헤스가 누군가 ? 눈먼 장님이 아니던가 ! 보르헤스가 구술로 텍스트를 이야기하면 줄리언 반즈는 복기한다. 하지만 줄리언 반즈는 보르헤스의 텍스트를 그대로 복기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텍스트'를 비비꼰다. 그것이 바로 줄리언 반즈의 특기가 아니던가 ? 이 사실을 눈먼 보르헤스가 알리가 없다. 여기에 스토리 전개의 마술사 스티븐 킹'이 나서서 독자의 구미에 맞게 최종적으로 수정한다.

 

 

" 이보게, 줄리언 반즈 선생 ! 독자들이 보기엔 217쪽부터 230쪽까지는 지루한 면이 있네 그려. 이쯤에서 독자는 책을 덮고 잘걸세. 물론 율리시즈처럼 사놓고 평생 읽지 않는 책은 아니지만 우리들의 명성에 독자들이 읽던 책을 잠시 덮는다는 것은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지. 아니 그렇소 ? 자존심의 문제야. 그러니깐 이 부분에 좀비를 등장시킵시다 ! 내 경험 상 지루하다 싶으면 무작정 좀비를 출연시킨다오. 거, 누구냐. 카버가 그랬던가 ? 첸들러가 그랬던가 ? 독자가 지루하다 싶으면 권총이 불을 품으면 된다고 말이오. 튈른으로 가는 대목에서 느닷없이 고양이 좀비가 나타나 마차가 뒤짚어지는 것이오.

 

 

결국 작가는 이 전복 사고로 인해 정신을 잃소 ! 날마다 원고 청탁을 하던 출판사 편집장은 그 자리에서 죽소. 하지만 좀비에 물려서 좀비가 되지요. 어떻소 ? 책을 덮으려고 하던 독자는 눈이 똥그레져서 밤을 샐 것이오. 나머지는 반즈 선생이 알아서 하시오. " 반즈 선생도 빙그레 웃으며 동의한다. 그러니깐 줄리언 반즈'는 보르헤스의 텍스트와 스티븐 킹의 텍스트'를 혼합하여 포스토모던한 책을 탄생시키는 것이다. 책 제목은 이렇다. " 보르헤스의 도서관 " 소설 속에 실명으로 등장하는 1인칭 작가는 나, 줄리언 반즈'다. 그는 보르헤스의 흔적을 찾아서 튈른으로 향하던 중 좀비들의 습격을 받는다. 마차가 전복되어 정신을 잃은 소설 속 줄리언 반즈 선생, 깨어나 보니 침실이다. 이때 한 여인이 나타난다. 창밖에는 천둥이 친다. " 이제 깨어나셨군요. 열흘 동안 잠만 주무셨어요. 제가 그동안 간호를 해드렸죠. 제이름은 미저리'예요. 오하라, 오하라 미저리 ! "

 

 

줄리언반즈 선생은 미저리의 간호로 몸을 회복하고, 그 과정에서 놀라운 사실을 발견한다. 보르헤스'는 미저리의 집에 에 갇혀 지냈던 것 ! 더욱 놀라운 사실은 그의 미발표 작품이 미저리 집에 산더미처럼 쌓여서 불쏘시개'로 사용된다는 것이다. 그는 미저리의 강요로 글만 쓰다가 죽은 것. 반즈 선생은 이 대재앙을 막기 위하여 페루애 씨'에게 전화를 거는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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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에 등장하는 작가는 모두 실명이다. 환각에 대해서는 버로우즈의 " 벌거벗은 점심 " 을 권한다. 보네거트의 작품 중에는 " 갈라파고스 "를 권하며, 도스토예프스키의 모든 작품은 걸작이다 제임스 조이스 선생의 율리시즈는 유감스럽게도 나의 취향이 아니다. 양해바란다. 맬빌의 " 백경 " 은 세익스피어의 명성을 능가할 날이 올 것이라고 믿는다. 그의 백경은 가장 파격적이며 실험적인 포스트모던한 작품임을 밝힌다.보르헤스'는 내가 가장 경이롭게 생각하는 작가이다. 그의 작품을 읽지 않고 현대 소설을 논한다는 것은 프로이트'를 읽지 않고 라캉을 논하는 것과 같으며 맑스를 읽지 않고 알뛰세르를 논하는 것과 같다. 보르헤스는 반드시 읽어야 할 성서와 같은 작품이다. 현대 작가 중 가장 재미있는 글솜씨를 뽐내는 작가를 뽑으리만 단연 줄리언반즈와 스티븐 킹이다. 반즈의 플로베르의 앵무새'는 반즈의 작품 중 최고이며 다른 작품 또한 최고이다. 가장 주목해야 할 작가임에는 틀림없다. 자, 이제 내가 사랑하는 스티븐 킹'이 남았다. 독자를 웃기기 위해서는 옷이라도 벗고 춤출 위인. 판타지 소설이나 쓰는 통속 작가라고 한다면 할 말은 없다. 하지만 그만큼 재미있게 소설을 쓰는 사람도 없으리라. 그의 최고작은 " 애완동물 공동묘지 "이다. 최고임을 증명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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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한 이상문학상.

 

 

 

 

 

 

 

 

 

 

 

 

 

 

 

 

 

 

 

 

 

 

1. 프랑스를 대표하는 권위있는 문학상은 공쿠르' 다. 여기에 하나 더 추가하자면 르노도'가 될 것이다. 영국은 부커상이고, 미국은 팍스아메리카'답게 내셔널북어워드'다. ( 혹은 퓰리쳐 ? ) 그리고 스페인어권의 노벨상이라고 불리우는 세르반테스문학상이 있고, 일본은 나오키상 ( 혹은 아카타카와상 ) 이 대표적인 문학상이다. 그렇다면 대한민국은 ? 이상문학상 ? 동인문학상 ?

 

 

2. 아마 여러분들 중엔 내가 던진 물음표'가 매우 삐딱한 성격을 띤 도발적 질문이라는 사실을 눈치챈 사람도 있으리라.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문학상인 이상문학상의 선정 기준은 중,단편'에 한해서 이다. 동인문학상도 마찬가지다.정확하게 표현하자면 이상문학상은 이상단편문학상이고, 좀 더 길게 풀어쓰자면 " 이상 - 장편소설을제외한단편소설상 " 이고 " 동인 - 장편소설을제외한단편소설상 "이다.

 

 

3. 단편소설의 형식을 독립된 문학의 한 영역'이라고 최대한 좋은 점수를 줘도, 단편 소설'만을 상대로 해서 뽑는 문학상'을 한국의 대표 브랜드'라고 선전하기에는 상당한 무리가 있다. 소설의 진수는 긴 호흡의 서사'이지, 하나의 에피소드'로 풀어내는 짧은 플롯이 아니지 않은가 ? ( 세계 문학의 흐름은 장편 소설이지 단편 소설이 아니다. 훌륭한 소설은 모두 장편'이다. 예외가 있다면 카프카의 " 변신 " 과 그리고 보르헤스의 작품들 ! 참고로 보르헤스는 단편'을 쓴 것이 아니라 장편 분량을 압축해서 단편으로 풀어쓴 언어의 마술사다. 천재니깐 가능한 재주이다. ) 젊은 영화학도들이 단편 영화'를 만드는 이유는 단편 고유의 미학'에 매료되었기 때문이 아니라 장편'으로 넘어가기 위한 하나의 입문 과정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단편 소설도 마찬가지 아닐까 ?

 

 

4. 공쿠르상'은 " 장편소설을제외한단편소설만을위한상 " 이 아니다. 부커상은 " 장편소설을제외한단편소설만을위한상 " 이 아니다. 세르반테스문학상 또한 " 장편소설을제외한단편소설만을위한상 "이 아니다. 나오키상은 ? 아쿠타카와상은?

 

 

5. 결론적으로 말해서 이상문학상은 한국 최고의 소설'에게 주어지는 최고 권위의 문학상이 아니라 문예지에 발표된 단편 중 그나마 나은 글'에게 주어지는 상이다. 좋은 투수란 9회 내내 상대편의 공격을 슬기롭게 막아낼 줄 아는 능력을 가진 사람이 훌륭한 투수이지, 1회 한 회 동안만 잘 던진다고 훌륭한 투수는 될 수 없는 법이 아니다.

 

 

6. 2011년 이상문학상 대상 수상자'는 " 공교롭게도 " 공지영'이다. 반복하지만 공교롭게도 공지영'이다. 황금심이나 구봉서 같은 원로 선배들에게 돌아가던 공로상'이 느닷없이 공지영에게 돌아간 것이다. 신경숙과 함께 가장 많은 소설을 팔았던 대중작가에게 보내는 문단의 뒤늦은 화해 신청'인가 ? 문단의 중심에서 철저하게 배제되었던 공지영의 이번 수상은 한마디로 이변이라 할 만하다.

 

 

7. 내가 문학판 슈퍼스타 케이의 심사위원'이라면 공지영에게 이런 따끔한 충고'를 던지겠다. " 일단, 공지영 씨는 노래에 감정을 싣는 것까지는 좋은데, 감정을 오버하면 노래가 느끼해집니다. 아니 왜 울면서 노래를 해요 ? 하여튼 제 점수는요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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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망자 이치도 (순정)
성석제 지음 / 문학동네 / 2007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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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정 : 술도가에서 엿도가까지, 모두 나와라 !

 

 

 

 

" 아아아, 지미랄 것, 너희 똥도 못 처먹는 개새끼들, 다 나와. 너 술도가 나와. 너 농약가게 하는 놈 나와. 너 고무신 장수 나와. 너 기름 팔아처먹는 놈 나오고 떡쳐서 파는 놈, 말고기를 소고리라고 속여 파는 놈 나와. 쌀 배달 하는 놈, 소리사 하는 놈 다 나와. 철공소, 목공소, 철물점, 대장간, 도장집, 문방구, 성냥공장, 엿도가, 고물상 나와라. 우체국, 경찰서, 읍사무소,세무서, 소방서 다 나오란 말이다. 개새끼들아, 나왔으면 일렬로 서. 이놈의 새끼들, 내 마누라하고 재미본 그 대가리들, 잘 놀게 내가 그냥 놔둘 줄 알았냐. 야, 너 흔들거리는 놈, 똑바로 서 ! 내가 땜장이라고 우습게 봤어. 사나이 봉달이를 우습게 봤다 이 말이야. 내가 오늘부터 너희 대가리에 헛구멍난 걸 몽땅 때우겠다 이 말씀이야. 너희 마누라들, 그 구멍도 다 때워버리겠어. 이눔의 새끼들, 똑바로 안 서 ! 차렷, 열중 쉬어, 차렷, 경례 ! "

 

 

걸죽한 입말의 향연'이 압권이다. 욕을 하려면 이렇게 해야 한다. 소설 속 봉달이'는 좀 띨띨한 물자지'다. 사내 구실'을 제대로 하지 못하는 것이 분명하다. 오죽했으면 봉달이 마누라의 욕정'을 온 동네 남정네들이 채워줬겠는가. 봉달이 마누라는 방석집 작부였다. 내가 < 순정 > 에 나오는 욕 배틀을 보면서 깨달은 것 중 하나'는 직업의 다양성'이다. 아, 그 옛날의 사라진 가게들이 떠오르는 것이다. 물자지 봉달이 아저씨는 저잣거리에 서서 일렬로 늘어선 상점'을 일일이 호명하는 것 : ① 술도가 ② 농약가게 ③ 고무신 장수 ④ 기름 파는 장수 ⑤ 떡 쪄서 파는 장수 ⑥ 말고기 장수 ⑦ 쌀 가게 ⑧ 소리사 가게 ⑨ 철공소 ⑩ 목공소 ⑪ 철물점 ⑫ 대장간 ⑬ 도장집 ⑭ 엿도가 ⑮ 고물상'이 달동네 저잣거리'에 다닥다닥 붙어 있다.

 

처음 듣는 낱말도 많을 것이다. 술도가는 술을 만들어 도매하는 집을 말하고, 소리사'는 얼마 전에 종적을 감춘 레코드 가게'를 말하며 엿도가는 엿 만들어 파는 가게를 말한다. 킁킁, 한 마디로 엿 먹으라는 거지. 그리고 철공소, 철물점, 대장간'은 모두 비슷해 보이지만 서로 다르다. 아마 요즘 어린이들은 쌀 가게'가 독립적 형태로 존재했다는 사실을 잘 모를 것이다. 여기에 두부집, 국수집 등등의 집집집'을 합치면 옛날에는 정말 다양한 가게'들이 골목에 포진했다. 그렇다면 현재는 ? 딱 세 가지 있다. 치킨집, 핸드폰 가게, 커피숍. 피씨방, 교회...... 이게 다다.

 

이처럼 골목 상권'은 세월이 흐를 수록 다양해지는 것이 아니라 사라져버렸다. 옛날에는 술도가가 고무신 장수에게 고무신을 사면, 고무신 장수는 그날 번 돈으로 옆집에서 기름을 산다. 그리고 기름을 판 기름 장수 만식 씨'는 봉달 씨 마누라가 하는 막걸리집에 가서 막걸리'를 마신다. 말귀'가 빠른 사람들은 내가 하고자 하는 말의 요점을 금방 알아차렸을 것이다. 돈의 흐름이 골목 상권을 중심으로 해서 주거니 받거니 한다는 점이다. 그러니깐 그 당시의 상거래는 일종의 품앗이'다. 봉달 씨가 기름 팔아줬으니 만식 씨 또한 막걸리집에 가서 막거리 한 사발 마시는 거다. 돈, 돌고 도는 것 !

 

그런데 이러한 상권'이 한순간에 무너진다. 거대 공룡 < 이마트 > 의 출현이다. 이마트가 입점하는 순간 술도가에서 시작해서 엿도가까지 모두 엎드려야 한다. 납작, 엎드려야 한다. 술도가'는 엿도가'가 파는 가격의 절반으로 판매하는 이마트 엿을 먹기 위해 그곳에서 엿 먹어 ! 도장 가게, 쌀 가게 주인도 모두 이마트 엿 먹어 ! 그렇게 되면 수입이 줄어든 엿가게 만식 씨'는 허리띠를 졸라매기 위해 한 달에 한 번 가던 이발소를 석 달에 한 번 가게 된다. 그렇다면 이발소는 ? 이런 식으로 나가면 한순간에 이 저잣거리'는 불황이 닥친다. 수입이 시원치 않으니 너도 나도 할 것 없이 가장 저렴한 이마트 가서 라면을 사는 것. 저잣거리는 이런 식으로 폐허가 되는 것이다.

 

이마트가 위험한 이유는 쌍끌이 전략 상술뿐만이 아니다. 위에서도 언급했듯이 옛날에는 돈이 돌고 돌았다. 엿도가가 번 돈은 술도가의 주머니로 들어오고, 술도가는 그 돈으로 엿도가 마누라가 하는 막걸리집에 가서 술을 마신다. 그런데 이마트'가 등장하고부터는 이 거대 기업에서 벌어들인 돈은 서울 본사로 직행한다. 돈은 지역에서 번다. 그리고 이 돈들은 삼성 가문 자제들'이 프랑스 백화점에 가서 루이비통을 사는 데 소비된다. 지역 사회'는 돈이 풀리지 않으니 장기적으로 불황이 닥치는 것이다. 바로 이러한 이마트 구조가 골목 상권을 망하게 만든 주범이다.

 

우리는 흔히 이마트 같은 거대 할인 마트'를 서민들의 천국이라고 생각한다. " 싸잖아 ! " 내가 이마트에 대한 문제점을 제기하면 하나같이 하는 소리'가 이마트'보다는 백화점'을 공격해야 되는 것 아니냐고 묻는다. 그런데 나는 정반대의 생각을 가지고 있다. 클린턴은 " 병신아, 문제가 경제야 ! " 라고 말했듯이 나 또한 " 멍충아, 문제는 백화점이 아니라 이마트야 ! " 라고 말하고 싶다. 이마트'는 친서민 기업이 아니다. 이건희'는 1억짜리 옷을 입어야 한다. 이건희에게 우리가 10만 원 양복을 입으라고 강요하는 것이 폭력이다. 이 사회를 병들게 만드는 것은 백화점 고객들의 사치가 아니라 배가 고파서 자신의 꼬리'를 야금야금 먹고 있는 이마트 이용자들이다.

 

조금 더 불친절하고, 조금 더 비싸도 골목 상권을 위해서 구멍가게'에서 물건을 사야 한다. 그것이 바로 착한 소비'다. 그래야지 술도가, 도장집, 소리사, 말고기 주인, 엿도가들이 다시 나타나서 왁자지껄 거리를 물들게 할 것이다. 비록 그들이 봉달 씨 마누라'와 그짓을 했어도 용서해야 하지 않을까. 소설 속 의기양양하던 봉달이 아저씨'는 사고'로 죽는다. 불쌍한 봉달이 아저씨,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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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만근은 이렇게 말했다
성석제 지음 / 창비 / 200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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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반그이 어데 있노 ? "

 

 

 

 

옷을 잘 입는 사람'은 두 가지'로 나뉜다. 유행에 민감하거나 유행에 ( 전혀 ) 민감하지 않거나. 그런데 유행에 민감한 사람'을 두고 감각'이 있다고는 하지만 개성' 있다고는 하지 않는다. 사실, 개성이란 유행'이라는 획일성'에 반감을 가진 사람들이 고집스럽게 자신만의 스타일'을 고집하는 것이다. 문체도 마찬가지다. 조경란이나 은희경의 문장을 보고 감각이 있다고 칭찬할 수는 있으나 개성 있는 문체'라고 할 수는 없다. 반대로 김훈의 문장을 보고 감각 있다고 말하는 것'은 ( 솔직하게 말하자면 ) 그 작가에 대한 모독이다. 좋은, 문장의 조건 중에 감각'은 여러 가지 좋은 예의 하나일 뿐이다. 하지만 개성'은 좋은 문장의 절반'을 차지한다.

 

 

그러므로 성석제는 훌륭한 작가'다. 황만근'은 바보'다. 띨띠리, 띨빵, 반편이, 쪼다-쉬, 빠가야로, 기봉이, 영구, 헐렁이, 개구리, 깍두기'다. 하지만 그'는 사실 알차다. 신대리 농민들이 모두 빚더미'에 시름시름 앓을 때에도 우리의 만근'은 근면과 성실로 가계 빚 하나 없이 잘 산다. 그뿐이 아니다. 그는 마을의 일이라면 발 벗고 나서서 열심히 일을 한다. 그는 < 마을길 풀깎기, 도랑 청소, 공동우물 청소...... 용왕제에 쓸 돼지를 산 채로 묶어서 내다가 싫다고 요동질하는 돼지에게 때때옷을 입히는 > 일도 한다. 궂은 일은 모두 도맡아서 한다. 누가, 시켜서 하는 일'도 아니다.

 

이 정도면 이름값'한다.

 

그렇다. 그의 이름, 만근'이 아닌가 ! 한 근'에 560g 이니, 만 근'이면 6000kg'이요, 그램으로 따지면 6000000g, 톤으로 따지면 6톤, 관으로 따져도 1600관이다. 니미럴 ! 이 정도의 무게'면 어처구니보다 무시무시한 놈'이다. 하지만 신대리 마을 사람들은 그'를 반근이1'라고 놀린다. 그렇다, 사람들은 그가 바보라는 이유로 만근이라는 이름을 < 돼지고기 반근만 > 한 " 반그이 " 라고 부른다. 만근이라는 무게감 있는 이름은 < 누구맨구로 반동가리가 났 > 다. 반 근'이라면 300g인데, 무시해도 유분수지, 만근이를 좆만한 놈'으로 빈정거리는 것이다. 아이콩, 너무, 므므므므... 무시한다 ! 그런데 황만근'이 사라지자, 그의 부재'는 생각보다 큰 구멍'이다. 그는 돼지고기 반 근'이 아니요, 좆만한 놈도 아님이 판명난다.

 

 

" 만그이 자슥이 있었으마 내가 돈을 백만 원 준다 캐도 이런 일을 안 할 낀데. 아이구, 이 망할놈의 똥냄새, 여리가 싸놔 그런지 독하기도 하네. 이기 곡속한테 독이 될지 약이 될지도 모르겠구마. "

 

 

성석제의 단편 < 황만근은 이렇게 말했다 > 는 제대로 된 입 말'이 무엇인지'를 보여주는 모범적인 소설이다. 경상도 사투리'에서 쏟아지는 걸죽한 구술'을 솜씨 좋게 기술'하는 작가의 능력은 가히 명불허전'이다. 그는 반근'이 보다 반그이'가 주는 사실적 구술의 힘'을 속도감 있게 밀어붙인다. 리얼리티'가 본질적으로 서사의 속도'를 감속시킨다는 측면에서 보면, 그가 쟁취한 빠른 속도감'은 경이롭기까지 하다. 그의 문장은 매우 빠르게 읽힌다. 하지만 오래 남는다. 가볍게 읽히지만 가볍지 않다. 그것은 마치 쉼표 없이 진행되는 악보' 같다. 쉴새없이 지나왔지만 노래'가 끝나고 났을 때 밀려오는 그 둔중한 멜로디' 말이다. 성석제의 < 황만근 > 은 속도의 힘, 구술의 힘'이 보이는 단편이다. 여러분에게 읽기를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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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많던 바보'는 다 어디 갔을까 ? 반편이, 광년이, 띨띠리, 쬬다, 헐렁이, 만복이'는 모두 어디로 갔을까 ? 사라진 것일까, 아니면 사람들의 조롱과 경멸이 부끄러워서 숨은 것일까. 이 질문에 대한 답을 너무나 잘 알기 때문에 차마 말하지 못하겠다. 그들에게 늘 미안한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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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타게 페니스를 찾아서 !


 

 

 

 

 

 

 

 

 

 

 

 

 

 

 

 

 

내 페니스를 찾아서 / 리처드 펑.

 

포르노가 좋은 것이라고 생각하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나쁘다고도 생각하지 않는다. 포르노'는 수많은 영화 보기 중의 하나일 뿐'이다. 내가 포르노를 흥미있게 관찰하는 이유'는 꽤 여러 가지'가 있지만 그 중에서 노골적인 인종차별적 장치 때문이다. 다들 아시다시피, 포르노의 주체는 남성 관객을 겨냥한다. 게이 포르노 감독인 리처드 펑의 < 내 페니스를 찾아서 > 는 게이 포르노에 숨겨진 인종차별적 장치'를 읽어낸다. 배치는 주로 백인 남성과 백인 여성, 흑인 남성과 백인 여성 혹은 백인 남성과 아시아 여성'으로 이루어진다. 재미있는 사실은 흑인 남성과 백인 여성의 배치'는 용납하지만, 백인남성과 흑인여성'이 한 조가 되는 포르노는 극히 소수라는 점이다. 그것은 포르노의 주요 고객인 남성들이 백인여자와 동양 여자'를 선호한다는 뜻이다. 그리고 포르노 속 흑인'은 무대의 주인공이기보다는 우람한 페니스'만을 위한 까메오 출연에 불과하다. 파농의 지적'처럼 포르노에서 흑인 남성이 자주 등장하는 이유는 백인 사회의 성적 관대함 때문에 아니라 우람한 페니스 때문이다. 파농은 " 흑인은 가려진 채 페니스로 전환된다. 그가 바로 페니스인 것이다. " 라고 말한다.

 

 

백인 남성이 등장하는 포르노의 경우는 사정 시 백인 남성의 얼굴을 확대해서 보여주지만 흑인 남성이 등장하는 포르노'에서는 사정하는 흑인의 얼굴을 보여주지 않는다. 대신 여성의 몸 위로 분출하는 거대한 남근의 폭풍 방사'를 집중적으로 보여줄 뿐이다. 게이 포르노는 더욱 노골적으로 인종차별주의적'이다. 주로 백인 남성과 백인 남성 혹은 백인 남성과 동양 남성의 결합으로 이루어져 있다. 여기서 눈여겨보아야 할 점'은 백인 남성과 흑인 남성 간의 교접'은 성사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그렇다고 백인 남성과 동양 남성의 교접'이 평등한 성적 판타지'라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백인과 동양 남성의 결합에서 남자 역할은 백인이고 여자 역할'은 동양인이 맡는다. 그러니깐 동양 남자'는 깔리고 서양 남자'는 항문성교의 주체가 되어서 동양 남자의 자그마한 엉덩이를 서양의 큰 손으로 잡는다. 워, 워워워. 이건 성적 평등'이 아니다. 왜냐하면 깔린 동양 남자'는 백인에게 복종하는 것처럼 보이기 때문이다. 백인은 마초이고, 동양 남자'는 계집애'다. 이 판타지는 결국 백인 남성이 동양 남자'를 강간하는 것을 재현하는 것이다. 여기서 다시 질문을 던져보자. 거꾸로 동양 남자가 백인 남성'을 강간하는 판타지'는 실현 불가능한 것인가 ? 그런 것 같다. 왜냐하면 지금까지 그런 포르노는 없었기 때문이다.

 

 

 


 

 

 

 

킹콩.

 

 

 

 

나는 영화 킹콩‘을 < 서로 사이즈’가 달라서 할 수 없는, 섹스리스‘에 따른 수컷의 욕구 불만 > 에 대한 영화’라고 말했을 때, 주위의 알싸한 냉기를 기억한다. 어떤 사람은 농담으로 받아들였고, 어떤 이’는 음담으로 받아들이고, 또 어떤 이는 잡답으로 받아들였다. 그런데 그들이 착각하고 있는 것은 이 말‘은 농담도 아니고 음담도 아닌 진담’에 가까웠다는 사실이다. 영화 킹콩‘은 성적인 것과 깊은 연관이 있다. 여기서 내가 말한 < 사이즈 > 는 동종이 아닌 이종’에 대한 유머였다. 그들은 나에게 기회‘를 주지 않았으므로, 나 또한 그들에게 해명하지 않았다. 이 영화는 종간 교잡, 그러니깐 이종교배‘에 대한 서구 백인 사회’의 혐오가 반영된 영화‘다. 서구 백인 중심 사회’에서 보았을 때 킹콩‘은 유색인종’이다. 짙은 갈색에 콧대 낮은 얼굴‘은 명백한 흑인에 대한 은유이다. 그리고 킹콩의 “ 그것은 ” 얼마나 우람한가 ! 다른 말로 하면 거대한 흑인이 아름다운 백인 여성’에게 성적 욕망‘을 느낀다는 것이다.

 


- 짙은 갈색, 낮은 콧대, 굵은 터럭'은 아프리카 흑인'을 연상시킨다.

킹콩'은 덩치 좋은 아프리카 흑인이다.

 

그런데 백인 중심 사회에서 백인 여성을 향한 흑인의 성적 욕망‘은 불경한 것’이다. 다른 인종 간의 교접‘은 금기’이므로 사회적 징벌은 불가피하다. 거세 아니면 죽음이다. 영화 킹콩‘은 알렉스 헤일리가 쓴 소설 < 뿌리 > 의 서사와 유사한데 킹콩은 백인에 의해 잡혀온 노예 “ 쿤타킨테 ” 다. 그러므로 영화 속 백인은 흑인 노예 사냥꾼’이거나 양복 입은 노예 거간꾼' 들이다. 그들은 뉴욕이라는 노예시장‘에 킹콩을 전시한다. 힘 좋은 “ 놈 ” 은 상품으로서의 가치’가 있다. 그렇다고 이 영화‘를 진보적 좌파 오락 영화‘라고 주장하고 싶은 생각’ 은 없다. 하지만 유색 인종에 대한 인종차별적 혐오‘가 무의식적으로 잠재된 영화임에는 틀림없다. 재미있는 사실은 젠 체하는 영화평론가들 대부분이 이 영화’가 가지고 있는 인종차별적 이미지‘를 전혀 읽지 못한다는 데 있다. 명백한 은유인 포비아’를 모른 척한다.


한류 스타 비‘가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 닌자 어세션 > 또한 할리우드 백인 중심 사회의 이종교잡에 대한 거부 반응’을 드러낸다. 할리우드 마초 영화 속 주인공의 섹스 파트너‘는 모두 백인여성들로 이루어지는데 반해서 비의 러브라인은 흑인여성’과 맺어진다. 사실 이 속내를 뒤집어보면 유색인종과 백인여성과의 섹스 씬‘에 대한 미국 사회의 노골적인 거부’를 엿볼 수 있다. 백인 마초 영웅이 흑인이나 아시아 여성과 정사 장면을 보여주는 영화는 수도 없이 보았지만 반대로 흑인이나 아시아 남성이 백인 여성과 섹스 하는 장면’은 거의 볼 수 없다는 점'은 할리우드의 뿌리 깊은 인종차별'을 의미한다.1

 

- 영화 닌자어쌔신'은 유색인종은 유색인종끼리 놀아라, 라고 말한다.

 

킹콩이 당신에게 말하지 않은 것은 인종차별적 거부'에 대한 집단적 은폐'이다. 그렇다고 한국 사회'가 미국'에게 삿대질하며 인종차별'에 항의할 수준'도 안된다. 사실 한국 사회의 제 3세계'에 대한 경멸'은 수준 이하'를 떠나서 박약'에 가깝기 때문이다. 한국으로의 취업을 준비하는 제 3세계 노동자들이 배우는 생활 한국어 중 하나가 " 때리지 마세요 " 와 " 욕하지 마세요 " 라는 기사를 읽은 적'이 있다. 부끄러운 현실이기보다는 치욕스러운 현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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