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드볼 : 우린 죽지 않아!!!

 

 

 

 

 

 

 

 

 

 

 

 

 

 

 

 

아웃사이더'들이 하나 둘 모여서 외인구단'을 만든다. 이들은 모두 재능은 있으나 마인드 컨트롤'에 문제가 있는 낙오자(들). 이런 이들에게는 동기 부여가 중요한 것. 구단주는 시리즈 기간 내내 단 한 경기'라도 지지 않을 경우 20억이 넘는 돈을 준다는 파격 제안을 한다. 그리고 그들은 결국 무패의 신화'를 이룩한다. 만화 같은 이야기다. 당연하다. 지금 나는 이현세의 < 공포의 외인구단 > 이라는 만화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는 중이니깐 말이다. 이런 만화 같은 이야기'는 종종 재현되고는 한다. 템파베이의 기적'이 그 좋은 예이다. 템파베이가 플레이오프에 진출할 가능성은 0.01 % 였다. 보스턴 레드삭스 팀을 응원했던 나는 0.01%의 기적을 위해서 템파베이를 응원했다. 그리고 템파베이는 마지막 경기에서 8회말 7 : 0에서 7: 8 로 승리를 거둔다. 아, 눈물이 났다 ! 야구는 묘한 매력이 있다. 그래서 야구 관련 서적은 모두 열혈 야구 마니아들에 의해 쓰여진다. < 야구란 무엇인가 > 는 야구 전문 기자의 회고담이다. 그리고 스티븐 킹의 < 톰 고든... > 은 보스톤 레드삭스 팬인 킹의 헌사 같은 작품이고, < 야구의 심리학 > 또한 야구 팬'인 심리학자의 애정에서 비롯되었다.

 

봄이 오면 야구가 시작된다.

 

 

 


 

 

 

 

 

실미도를 보았다. 처음부터 끝까지 본 것은 오늘이 처음이었다. 볼 때마다 전립선에 걸린 중년 남성'처럼 실실 웃음이 나서 극장 안에서 혼자 실실거렸던 그 실미도. 1000만 관객 동원의 신화! 그 영화를 지금에서야 본 것이다. 개인적으로 이 영화의 흥행 대박 때문에 특별 보너스'를 받기도 했으나 나는 이 영화가 지독하게 혐오스러웠다. 소리만 지르면 연기가 된다고 착각하는 설경구, 코맹맹이 목소리 때문에 늘 거슬렸던 안성기의 연기'는 기대 이하'였고, 촌스러운 색보정, 점프컷을 아슬아슬하게 빗겨간 위험한 편집'은 영화적 완성도'를 떨어뜨렸다. 개인적으로 10만 예상했으나 1000만이어서 의아해했던 영화였다.

 

이 영화는 내가 싫어할 만한 모든 요소들을 집약적으로 보여준 백과사전과 같았다. 남성적 서사'에 대한 체질적 혐오'를 가진 나는 건들건들 건달 새끼들이 떼거지'로 나와서 " 우린 죽지 않아 !!!!!!" 를 외칠 때마다 속에서 부글부글 끓었다. 야, 이 시부럴 놈들아 ! 소리 칠 때 느낌표 ( !! ) 두 개'까지만 사용하자. 그게 관객에 대한 예의다. 고함인지 함성인지 모를 남성성의 과시'를 듣고 있으니 짜증이 났다. 이 영화는 한 마디로 남성연대'를 위한 판타지'에 불과했다. 그럴 때마다 나는 영화를 다 보지도 못하고 극장문을 박차고 나간 것이다.

 

그런데 내가 오늘 이 영화를 끝까지 본 이유는 그전에는 보이지 않았던 서사'가 읽혔기 때문이었다. 속으로 " 어라, 이것봐라 ?! " 했다. 알고 보니 좋은 영화'라는 말이 아니다. 영화는 볼 때마다 점점 더 재미가 없다. 하지만 이 영화를 < 스포츠 영화 > 로 읽어도 무방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잔 가시'가 많은 민물고기 살을 바르듯 조심스럽게 뜯어보면 이 영화는 영락없는 < 공포의 외인구단 > 이거나 < 우리 생애 찬란한 순간 > 이다. 그러니깐 " 실미도 " 는 시시껄렁한 실력을 가진 놈들을 훈련시켜 최고의 팀'으로 조련시키는 장소다. 지옥 훈련 과정'을 통과할 때마다 실미도'는 무적이 된다. 최강이 된다.

 

스포츠 영화답게 그들의 목표는 금메달이다. 김일성의 목을 따는 것 ! 그것이 바로 실미도 부대가 넘어야 할 최종 목표다. 그들은 김일성의 목'이라는 이름의 금메달을 따기 위해서 고된 훈련을 견딘다. 실미도 부대 대장인 안성기는 코맹맹이 소리로 금메달을 따면 지금까지의 모든 고생은 사라지고 부와 신분이 보장된다고 부대원을 독려한다. 대충... 그런 이야기. 그렇다, 강우석'은 스포츠 영화를 전쟁영화'로 둔갑시켜 유통시킨 것이다. 도대체 뭐가 다른가 ? 좋게 말하면 상업적 안목이고, 나쁘게 말하면 능청'이다.그나마 이 영화를 지탱할 수 있었던 힘은 스포츠 서사'를 전쟁 서사'로 변용시킨 시나리오의 힘이다. 꽤 알차다. 아이러니하게도 밤꽃 냄새 작렬하는 남성 판타지 영화의 시나리오'를 여성이 썼다는 점이 특이하다.

 

내가 이 영화'를 보면서 계속 미친년처럼 실실거린 이유는 등장 인물들이 모두 딱딱하게 발기된 자지'처럼 보였기 때문이었다. 훈련 도중 다리'를 다친 찬석/강성진'이 동료들을 향해 울면서 죽지 말고 살아서 돌아오라고 감동적으로 울먹일 때 상필/정재영'은 외친다. " 우린 죽지 않아 !!!!! " 나는 이 말이 꼭 자신의 발기한 남근을 향한 바람'처럼 들렸다. 나의 남근은 죽지 않아. 아침마다 눈 덮인 후지산을 보게 될 것이야.

 

이 영화의 흥행 요인'을 가만히 살펴보면 IMF 이후 본격적으로 드러난 초라한 남성성'에 대한 위기 의식'이 한몫했다는 점을 부인할 수 없다. 이제 더 이상 아버지'는 그 옛날의 아버지가 아니다. 고개 숙인 아버지'다. 여성의 사회 진출이 빠르게 확산되고, 능력 있는 여성이 남성들과 당당하게 어깨를 겨루자 남성들은 위기 의식'을 느끼기 시작했다. 바로 그때 등장한 영화가 < 실미도 > 다. 영화 속 남성들은 모두 나는 죽지 않는다고 외친다. 고개 숙이느니 차라리 꼿꼿이 고개를 들고 장렬히 전사하리라. 바로 이 지점에서 남성들은 희열을 느낀 것은 아닐까 ?

 

남성들이 여성을 치열한 밥그릇 싸움을 펼쳐야 할 경쟁자'라고 인식하게 된 계기'가 바로 IMF'였다. 경제적 몰락'은 곧 남성성의 몰락'을 의미했다. 단단한 남근이었던 아버지는 하루 아침'에 흐물흐물한 물자지'였음이 뽀록났다. 아, 아버지의 몰캉몰캉한 개불 ! 아버지는 서해 바다 더러운 짠물 먹은 개불이었어. 이러한 위기 의식은 곧 여성에 대한 이유없는 혐오로 이어졌다. 페미니즘에 대한 노골적인 증오, ** 녀와 김여사의 반복적 재생'은 아침에 후지산을 보지 못할 지도 모른다는 불안이 야기한 현상이다. 하지만 아침에 후지산을 못 보면 어떤가 ? 나는 3년 동안 단 한 번도 후지산을 본 적이 없다. 후지산은커녕 도봉산도 본 적이 없다. 그래도 그럭저럭 살고 있다. 후지산을 볼 수 없다고 해서 여성을 혐오하지는 않으련다. 그놈의 자지'가 뭐 그리 훌륭하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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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 2013-05-07 18: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스포츠 서사'를 전쟁 서사'로 변용..! 그렇네요. 그래서 전 극장에서 끝까지 그럭저럭 봐냈는지도..
그런데 페루애님 실미도에 스텝,으로 참여하셨나요..? 글 읽다보니..

아, 실미도, 하면 전 영화보다 예전에 병원 입원했을 때 옆 침대에서 복막염 앓으시던 택시기사 아저씨가 생각납니다.
실미도를 들먹이면서 계속 정치 얘기를 하시는데 무슨 말인지 도통 모르겠고 입원 기간 내내 괴로웠다능..
퇴원하면서 쾌재를 불렀죠. :)

곰곰생각하는발 2013-05-07 21:09   좋아요 0 | URL
스텝은 아니었으나 뭐 쪼무라기'라면 쪼무라기'였네요.. 후후....
실미도 참... 촌스러운 영화죠. 경상도 사람들이 참 좋아할 영화입니다. 사나이의 뜨거운 혈맹.. 등등.
보수들이 좋아할 영화임요...ㅎㅎㅎㅎㅎ
하여튼 전 엄청 짜증나게 생각하는 영화입니다.
ㅎㅎㅎㅎㅎㅎㅎ 실미도 좋다고 하는 사람과는 친구 안 하기로 했어요..

참 병신같다 2014-04-27 17: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찌질이에다 열등감에 사로잡힌 어리석은 남자네요 당신같은 사람을 어떤 여자가 좋아할런지^^ 차라리 그게 더 낫죠 당신같은 사람과 결혼하는 여자만 불쌍해져요 남자가 이런 찌질이라니 ㅋㅋㅋ

곰곰생각하는발 2014-08-09 15:30   좋아요 0 | URL
인정 ! 헤헤... 언제 한번 널 찾아내서 불알 따고 싶다... 기다려라..
 

 

 

 

 

아주 오래 전, 극장에 갔다.

 

 Super 8 by Brock Weaver

 

버스 회수권'은 다른 친구'들에게 십 프로 저렴한 가격에 판다. 학교'는 걸어간다. 지각은 내 의무이며 체벌은 내 몫이다. 쌓이는 것'은 지갑 속 동전'. 이제 훈육주임의 박달나무'는 하나도 두렵지 않아. 두려운 것은 당신의 늙은 자지일 뿐 ! 그 옛날 나는 주말이 오기'를 간절히 기다렸다. 아기다리고기다리던 일요일'이 오면 나는 아침 일찍 칠십삼 번' 뻐스'를 타고 금호동'에 갔다. 종점에서 출발하여 종점에서 내리는 꼴이다. 도시락' 두 개'를 넣은 가방'이 묵직하지만 발랄하게 ! 드디어 도착이다. 아침 아홉 시 혹은 열 시. 반짝반짝' 빛나던 학교 철문 대신 어두운 극장 문' 열고 들어간다. 일요일'에는 스케줄'은 빡빡하다. 동시상영관 금호'에서 영화 두 편을 보고 나오면 바로 건너편'에 또 다른 삼류 극장인 현대' 보인다. 뛰어가면 3회 상영 시작 전' 입장할 수 있다. 뛴다.

 

현대 극장'에서 동시상영 영화 두 편을 보는 동안' 극장 안에서 도시락'을 꺼내 먹는다. . . . . 오늘도 물레방아는 돌고, 저 배우'는 날마다 흰색 란제리'를 입고 애마'를 탄다. 물에 젖은 란제리는…… 여배우가 노브라와 노팬티‘였음을 증명한다. “ 죄송합니다! 좌석 라 열 A 18번 관객님. 제가 눈이 나빠서 그러는데 젖은 란제리의 거무퉤퉤한 부분.. 그거... 그것인가요, 아니면 얼룩인가요 ? ” 여자의 털입니다 !

 

, 하는 신음소리가 수컷들 입에서 흘러나온다. 당당한 음모 노출 시대. G20'이잖아요. 현대 극장을 나오면 어둠'이 슬쩍 내려앉는다. 이쿠. 늦었어! 포레스트 검프'처럼 다시 달린다. 마지막 종착역'혜성'극장이었다. 하루, 영화관'에서 본 영화'는 총 여섯 편'. 그날 본 줄거리가 섞인다. 그러니깐 란제리 입은 부인이 가짜라는 사실을 안, 철수는 와신상담 백신 프로그램을 개, 발해는 감수성이 함락되어서 감우성이 전쟁은 미친 짓이라고 외치면서 퇴장. 그때 애인이 란제리 차림으로 뛰쳐나와 ! 후두둑, 비가 와. 창밖엔 잠수교가 보인다. 너를 보면 나는 잠이 와 ( 이상하다 그치? ) 자면서 나는 편지를 써 ( 정말 이상하다 그치? ) 자면서 나는 사랑을 해. 창밖에 잠수교가 보인다, 보여 !   

 

머리가 핑 돈다. 금호동'에서 마지막 버스'를 타고 집'으로 향한다. 오는 동안 내내 버스 안'에서 비몽사몽이다. 이때 라디오에서 서울 경기 지역 호우주의보를 알린다. “ 서울은 태풍 사라의 영향으로 시간 당 백 미리에 가까운 폭우가 쏟아졌습니다. 이로 인해 서울 잠수교가 물에 잠길 것으로 예상되어 통행이 금지된 상태입니다. 노태우 대통령은 예정에도 없는 재난정보국을 찾아 ...... ” 그때였다 ! 갑자기 버스가 급정거 한다. 문이 열리자 비에 홀딱 젖은 여자가 급히 버스에 오른다. 흰색 란제리를 입은 여자다. 란제리는 비에 젖어 레깅스처럼 살에 철썩 달라붙었다. 가슴에는 검은 점 두 개가... 그리고 그 아래 Y 자 지점에서는..... 죄송합니다 ! 혹시 저거 얼룩인가요? 아니면.......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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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교'는 철학의 아버지'다. 미안한 이야기지만 기독교'는 불교에 비하면 초등학교 수준의 학문적 성과에 지나지 않는다. ( 오해는 마시라 ! 난 예수님을 사랑한다. 종교의 우위를 말하는 것이 아니라 학문적 성과를 논하는 것이다. ) 종교이기에 앞서 철학'이며, 철학을 넘어선 미학'이다. 왜냐하면 다른 종교와 철학'이 인생에서 소중한 것은 무엇인가를 탐구할 때, 불교사상은 쓸모없는 것은 무엇인가를 탐구한 학문이었다. 그러니깐 불교에서의 깨달음'이란 " 쓸모없음에서 쓸모 있는 것을 찾는 과정 " 이다. 동시에 " 쓸모 있음에서 쓸모없는 것을 골라내는 과정 " 이기도 하다. 결국 이러한 과정을 통해서 최후의 1인으로 남는 것은 가장 쓸모없는 것'이다. 부처는 바로 그것이 가장 쓸모 있는 것이라고 말한다. 발상의 전환, 쓸모없는 것의 재발견이다. 무소유'란 쓸모 있는 목록에서 쓸모없다고 판단되는 관념을 지우는 과정이다. 이 물건 꼭 필요합니까 ? 다시 묻겠습니다. 이 물건 정말 필요합니까 ? 하나, 둘 집안의 물건을 밖으로 끄집어내면 남는 것'은 하찮은 것만 남는다. 그리고는 하찮은 목록에서 쓸모있는 것을 발견하라고 꾸짖는다. 그렇다 ! 부처님은 모난 돌을 사랑하신다. 사람들이 꽃이 무슨 닭 벼슬 같다며 손가락질하던 맨드라미를 사랑하신다. 현대 일본 지성을 대표하는 철학자이자 종교학자인 신이치 교수의 < 불교가 좋다 > 는 쉬운 문장으로 불교에 대해 이야기한다. 무엇보다도 책 디자인이 마음에 든다. 북디자이너'의 노력에 감사를. ( 보급판보다는 원판이 좋다. ) 그의 카이에소바주 시리즈'와 함께 하면 좋다.

 

 

 


 

 

 

사랑의 블랙홀

 

 

 

 

 

사랑의 블랙홀/ GROUNDHOGDAY '이라는 로맨틱 코미디' 영화가 있다. 마멋'이라는 다람쥐 비슷한 설치류가 있는 모양인데, 이 녀석이 겨울잠에서 깨어나는 날을 그라운드호그데이'라고 하는 모양이다. 우리 식으로 표현하자면 개구리가 겨울잠에서 깨어나 폴짝폴짝 기지개하는 날' 정도 되겠다. 그날이 바로 2월 2일'이란다. 그런데 문제는 극중 주인공인 기상캐스터'에게만 2월 2일'이 계속 반복된다는 점이다. 아침에 일어나면 똑같은 뉴스가 나오고, 아침 7시 38분 07초'에 구멍가게 더글라스 페어 로코코/47'씨가 사거리'를 지나가며, 17초 후에는 위층의 루드비히 로마노프 씨'가 아침에 일어나 화장실 물 내리는 소리'가 들린다. 처음에는 좋지! 내일이 없으니 걱정이 없는 거다. 생각해 보라 ! 우리의 걱정이라는 것이 사실은 미래'가 존재하기 때문이 아니었던가 ? 내일이 없으니 생로병사에 대한 고민이 사라진 것이다. 내일이 없으니 다이어트에 대한 고민도 없다. 먹고, 마시고, 쓰고. 야호 ! 이거 날마다 원나잇스탠드'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변화 없는 똑같은 일상에 주인공은 절망한다. 내일 아침 눈을 떠도 2월 2일, 그 다음날도 2월 2일, 그 다다음날도 2월 2일. 그 다다다다다다음날도 2월 2일. 시지푸스의 형벌'이다. 구르는 돌을 다시 정상에 올려놓는 것만큼의 천벌이다. 속닥속닥뻐꾸기시계상자'는 아침 6시만 되면 알람이 울린다. 전날 탁상시계를 산산조각을 내도 다음날이면 침대 옆에서 우렁차게 울어대는 것이다. 그것은 아침 6시면 날마다 일어난다. 유인촌 성대모사로 " 승징 뻗쳐서 증말... " 이다. 그런데 가만 보면 황당무계한 판타지라고 여겼던 영화는 묘하게 현실을 닮은 구석이 있다. 우리는 날마다 같은 시간에 일어나지 않는가.  그래서 주인공은 자살'을 한다.

 

" 안녕, 나의 지루한 일상 ! 안녕, 날마다 겨울잠에서 깨어나는 마멋 ! 안녕, 8시에 알람을 설정해도 다음날 아침 6시에 울리는 빌어먹을 알람시계 ! 안녕, 페어 로코코 씨 ! 안녕, 로마노프 씨 ! 안녕, 오후 3시 33분 17초에 루나 파크 사거리에서 시속 98km로 좌회전 하는 57년산 무스탕 ! 안녕, 안녕, 안녕 ! "


그런데 이게 웬걸 ? 자살한 주인공은 다음날 아침에도 똑같은 침대에서, 똑같은 라디오 뉴스와 로코코 씨와 로마노프 씨'를 본다. 아, 빌어먹을. 깜빡했다. 시지푸스는 영원히 죽지 않는 운명과 영원한 형벌이 세트'라는 사실을 말이다. 프로메테우스의 간이 독수리에게 쪼이지만 날마다 자라난다는 사실'을 깨닫지 못한 것이다. 영화의 결말은 해피엔딩이다. 주인공은 마법에서 풀리고 평소 좋아하던 여자와 사랑의 결실이 이루어진다는 내용이다.

 

 

이 황당한 내용을 그럴듯하게 만들어내는 탄탄한 스토리'는 이 영화의 백미다. 황당무계한 설정은 어느덧 가능한 현실처럼 느껴진다. 왜냐하면 우리의 일상도 그리 다를 것이 없기 때문이다. 십년 단위로 끊어서 보면 변화이지만 하루 단위'로 끊어서 보면 언제나 다람쥐 첫 바퀴'다. 아침 6시에 일어나 허둥지둥 출근을 하고, 일을 하고, 저녁이 되면 녹초가 되어서 돌아오는 삶. 불교에서 보는 삶이란 바로 사랑의블랙홀'같은 풍경이다. 아마, 부처님이 보셨다면 무릎을 탁 치며 " 옳다구나 ! " 로 삼창을 하셨을 것이다. 부처님이 보시기엔 다람쥐 첫 바퀴 도는 삶'이 삶의 본질이다. 원점으로 다시 돌아오는 행위. 무/無'다. 그래서 욕망은 부질없는 것이기에 쾌락도 부질없는 것'이 된다. 그래서 부처님은 말씀하신다. 내려놓으시라 ! 영화 속 주인공'이 불사의 절대 영역을 얻었음에도 불구하고 스스로 죽음을 선택하려고 했던 이유는 바로 반복되는 원형을 통해서 무의 본질을 깨달았기 때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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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etro318 2013-03-20 14: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알라딘에서 만나니 페루애님의 글이 마법의 양탄자 같아요.

곰곰생각하는발 2013-03-20 15: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누구십니까 ? ㅎㅎ.

metro318 2013-03-20 15: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언젠가는 알게 되겠지요. ^^
 

 

 

 

 

 

 

 

 

 

 

 

 

 

▥ 굴비낚시'는 팔 할'은 딴소리고, 마지막 한 줄'만 영화에 대한 이야기'다. 쓸데없는 이야기만 하다고 마지막을 내리꽂는 비수가 일류 문장가답게 치열하다. 영화에 대한 글'은 두 가지'로 크게 나뉜다. 영화의 본질에 대한 질문을 던지는 텍스트와 영화'라는 장르에 기대어 다른 이야기'를 하는 텍스트.  루이스 쟈네티의 영화의이해'는 설명이 필요 없는 책'이다. 자동차 운전 면허 필기 시험을 보기 위해서 문제집을 고를 때, 주저없이 크라운 출판사 문제집을 고르듯이 영화 개론서'를 고를 때 0순위는 당연히 루이스 자네티의 < 영화의 이해 > 다. 영화사 전체에 대한 고른 분배와 다양한 스틸 사진'은 여러모로 도움이 된다. 보다 전문적인 개론서를 읽고 싶다면 보드웰의 < 세계영화사 > 를 추천하지만... 굳이 그럴 필요는 없어 보인다.

 

헐리웃 문화 혁명 : 영화를 가장 사랑하는 방법은 영화'를 열심히 보는 행위'가 아니다. 영화 " " 열심히 보는 사람은 " 오따꾸 " 가 되고, 영화 " " 열심히 보는 사람은 문화생활을 즐기는 사람이다. 오따꾸가 될 것인가, 문화인인 될 것인가에 대한 답은 " 만 " 이냐 " 도 " 냐의 태도에 달려있다. 지금 이 글을 읽는 당신의 희망 사항이 감독이나 평론가'가 아니라면 다양한 문화를 골고루 섭취하기를 바란다. 소개한 앞의 두 권'을 읽었다고 이제부터 학술 서적'을 읽겠다고 덤비지 마라. 아직은 즐길 때'다. 이 책'은 헐리우드 뒷담화'다. " 누가 누구랑 잤는가 " 에서부터 " 누가 마약을 했는가 " 에 대한 시시콜콜한 이야기'가 전부다. 하지만 매우 좋다.                                    

 

히치콕과의 대화 : 감독 관련 서적'은 이 책 하나만 선정했지만 개인적으로 영화를 이해하는 가장 훌륭한 책은 감독이 자신의 작품을 말하는 책들이다. 다만 중복되므로 이 책을 대표로 선정한 것뿐이다. 개인적으로 트뤼포의 영화를 좋아하지는 않지만 히치콕과 대화하는 트뤼포'는 사랑한다. 이토록 감동적인 인터뷰는 본 적이 없다. 트뤼포'는 질문하기에 앞서 히치콕의 영화를 99% 이해한 질문자'였다. 질문 하나하나는 조심스러웠고, 히치콕은 이에 성실히 대답한다. 장담하건대, 이보다 더 위대한 좌담집을 100년이 지나도 나오지 않을 것이다. ( 반면 정성일과 박찬욱의 인터뷰는 최악이다. 정성일은 그것은 이것이죠, 라고 말하면 박찬욱은 아니라고 말한다. 정성일은 박찬욱에 대해 아는 게 아무 것도 없다. 이 부끄러운 엇박자. 그래도 꿋꿋하게 질문을 던지지만 여전히 돌아오는 질문은 " 아니다 " 다. )

 

 

 

 

 

 

 

 

 

 

 

 

헐리우드 장르의 구조 : 이제부터 본격적인 학술서'다. 영화를 이해하기 위한 가장 빠른 길'은 장르'를 이해하는 것이다. 장르를 이해한다는 것은 줄거리 중심에서 테크닉 중심으로 영화를 사고한다는 것을 의미하는데, 우리는 장르의 법칙을 통해서 무대 장치, 영화의 계보학, 그리고 클리쉐'를 받아들인다. 영화 계보학에 있어서 기념비적인 걸작 텍스트'다. 영화와 소리, 영화와 빛, 영화와 모더니티 : 솔직하게 말하자면 어느 정도의 학문적 베이스'가 깔려 있지 않고서는 이 책'을 이해하기란 힘들다. 영화와 소리, 그리고 영화와 빛'은 테크닉 중심의 영화 서적이 아니라 영화적 사유'에 관한 책'이다. 특히 영화와 빛은 빛의 본질에 대해 묻는다. 미셀 시옹'은 평론가이기에 앞서 시인이며 철학자이다. 만약 읽기 힘들다고 판단했을 때에는 과감하게 책을 덮을 필요가 있다. 건너뛰어도 된다. 조금 더 곰삭을 때'까지 기다렸다가 다시 도전하는 것도 좋다.

 

 

 

 

 

 

 

 

 

 

 

 시네마 테크노 문화의 푸른 꽃 : 여전히 정성일'이 최고의 테크니션이라고 생각한다면, 당신은 정성일의 허황된 말빨'에 속는 것이다. 그것은 성석제가 황만근의 입을 빌려 입말의 장관을 펼치는 꼴과 같다. 정성일의 비평이 후진 이유는 솔직하지 않다는 점'에 있다. 임권택의 모든 영화는 훌륭한 것이 아니라 몇몇 영화가 훌륭할 뿐임에도 불구하고 정성일은 모든 것이 훌륭하다고 이야기한다. < 천년학 > 과 < 달빛길어올리기 > 를 시대의 걸작이라고 말한다면, 나는 차라리 심형래의 < 디워 > 가 더 훌륭하다고 이야기하겠다. 현존하는 대한민국 최고의 영화비펴어는 김소영의 < 시네마, 테크노... > 이다. 그녀는 진지하게 한국영화'를 사유한다. 정성일처럼 까이예와 사이트 영화잡지'를 카피하지 않는다. 그녀는 6,70년대 한국영화를 호명해서 여성과 소수자의 문제를 이야기한다. 한국 비평계의 놀라운 업적이다.

 

돈 키호테에서 장 뤽 고다르까지 : 이 책 또한 만만하게 읽히는 책이 아니다. 이 책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문학 이론, 영화 이론 그리고 철학 이론을 두루 섭렵해야 한다. 어설픈 이해력으로 책을 펼쳤다가는 낭패를 볼 확률이 높다. 이 책 제목에서도 말했듯이, 자기반영성에 대한 이야기다. 쉽게 말하자면 소설가나 감독은 자신의 작품에 대하여 거리를 두려고 노력하지만, 자신의 의지와는 상관 없이 자신의 무의식이 반영된다고 말한다. 모든 텍스트의 무의식의 결과다.

 

삐딱하게 보기 : 이 책을 읽기 전'에 먼저 프로이트를 읽어야 한다. 그건 이 책을 읽기 위한 전제 조건이다. 하지만 여기서 끝이 아니다. 그 다음에는 라캉을 읽어야 한다. 그리고 그 다음에 지첵을 읽어야지 대충의 문맥을 이해할 수 있다. 이러한 주장은 내가 잘난 척하기 위해서 여러분에게 설레발을 치는 것이 아니라 정말 그렇기 때문이다. 당신은 맑스를 이해하지 않고서 알뛰세르를 이해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가 ? 천만의 말씀. 이명박을 이해하기에 앞서, 썩은 고기만을 먹는 하이에나의 습성을 이해해야지 비로소 이명박과 한나라'를 이해할 수 있는 것과 같은 이치다. 이 책 또한 만만한 책이 아니다. 라캉의 텍스트는 비트겐슈타인과 아이슈타인의 텍스트만큼 난해하다. 이 책은 라캉의 사유를 빌려서 히치콕 영화와 잡다한 범죄 소설 그리고 영화를 분석한다. 지첵은 후에 < 항상 라캉에 대해 알고 싶었지만 감히 히치콕에게 물어보지 못한 모든 것 > 이란 책을 출간해서 영역을 확장한다. 일독을 권한다.

 

베트남에서 레이건까지 : 이 세상에서 가장 훌륭한 영화 평론가는 로저 에버트일까, 정성일일까 ? 내 생각엔 이들은 모두 로빈 우드의 발가락 사이의 때만도 못하다. 만약 나에게 영화 평론에 관한 책 중에서 단 한 권을 선택하라면 주저없이 로빈 우드의 이 책을 선정하겠다. 이 책은 너무나 우아하고, 정직하며, 황홀해서 놀라울 지경이다. 지금까지의 영화 분석이 세계 영화 베스트 100 목록에 오른 걸작 영화'로 한정되었던 반면, 로빈우드는 7,80년대 싸구려 공포 영화'를 통해서 이데올로기를 분석한다. 그리고 어떻게 해서 호모포비아'가 만들어지는가를 탐구한다. 로빈우드는 이 책에서 자신의 성정체성을 고백한다. 그의 용기에 박수를 보낸다. 이 책에서 가장 감동적인 순간은 바로 감사의 말이다. 그가 쓴 감사의 말 마지막은 이렇다.

 

 

" 마지막으로 1977년 이후로 나의 애인이었던 리차드 리프의 공헌을 인정하고 싶다. 리차드는 한줄한줄 꼼꼼이 읽고 많은 조언을 해주었다. 그의 도움이 없었더라면 여기 실린 대부분의 글들은 처음부터 쓰여지지도 못했을 것이다. "

 

 

 

+ 사실은, 위의 목록보다 더 훌륭한 텍스트-들.

 

 

 

 

 

 

 

 

 

 

 

 

 

 

 

 

 

 

 

 

 

 

 

 

 


 

 

 

 

■ 곰곰생각하는발 박사의 영화 베스트 10.

 

 

1.현기증 / 히치콕/ 1958 : < 시민케인 > 이 기술적 진일보'였다면, < 현기증 > 은 현대 철학의 종합선물세트 같은 영화였다. 당대의 철학자들은 모두 자신의 사상을 설명하기 위해 히치콕을 콕콕 건드렸다. 아마도 < 현기증 > 은 현대 철학자들이 가장 많이 찔러본 영화가 아니었을까 ?

http://myperu.blog.me/20126007563

 

2.시민케인 / 오손웰스 / 1941 : 내가 아무리 히치콕을 응원한다고 해도 < 시민케인 >이 빛을 잃을 수는 없다. 영화는 더럽게 재미없지만 이 영화에 쓰여진 모든 기술'은 오손 웰스의 천재성'을 보여준다. 그는 시대를 앞선 천재가 맞다 ! ( 개인적으로 오손 웰스의 영화 중 가장 좋아하는 영화는 < 상하이에서 온 백작부인 > 이다. )

 

3. 거울 / 타르코프스키 / 1975 : 타르코프스키의 최고 걸작은 < 안드레이 류블료프 > 다. 이 영화의 도입부'에서 보여준 크레인샷'은 경이롭다. 하지만 나는 < 거울 > 을 선정하겠다. 바람에 흔들리는 벌판의 들풀'을 잊을 수가 없기 때문이다. 인간을 사로잡는 것'은 전체가 아닌, 어떤 특정한, 이유를 설명할 수 없는 모호한 것이다. 아름다움의 본질은 선명한 것이 아니라 모호한 것이다.

 

 

4. 아라비아의 로랜스 / 데이비드 린 / 1962 : 누누이 강조하지만 큐브릭의 < 2001 스페이스 오디세이 > 와 < 아라비아의 로렌스 > 는 비디오 화면으로 감상하면 안 된다. 그것은 마치 미켈란젤로의 거대한 프레스코화인 " 천지창조 " 를 미술책 도록'으로 보고서는 그 작품의 우아함에 대하여 말하는 것과 다르지 않다. 그러므로 70미리 대형 화면으로 보지 않고 모니터 화면으로 감상했다면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다. 자신의 영화 감상 목록에서 삭제하라. 그것이 위대한 영화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이며 감독에 대한 예우'다. 관객인 우리는 왜 영화 속 스펙타클에 경도되는가. 그 해답은 이 영화를 보면 된다. 아바타'나 타이타닉'이 스펙타클의 모든 것이라고 생각한다면 당신의 판단은 틀렸다. 그것은 스펙타클이 아니라 사이즈'다. 당신은 거대한 사이즈'에 반한 것뿐이다. ( 2001 스페이스 오디세이'는 대형 화면으로 보질 못 했다. 부득이... 이번 목록에서 제외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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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태어나긴 했어도 / 오즈 야스지로 / 1932 : 오즈의 카메라'는 좀처럼 움직이지 않는다. 처음에 나는 그것을 경제적 효율성'으로 이해했다. 카메라 워킹이 현란하면 할수록 촬영은 복잡해지고, 비용 또한 늘어나며, 촬영 시간도 길어진다. 그런 측면에서 보면 오즈의 움직이지 않는 카메라'는 영상을 너무 쉽게 찍는 것'처럼 느껴졌다. 날로 먹네 ! 그렇게 세월이 흘렀다. 하는 일마다 안 되고, 상처 받고, 멍이 든 무릎'으로 집으로 돌아왔다. 그때 문득 오즈의 영화가 생각났다. 오즈의 움직이지 않는 카메라는 게으른 것이 아니라 수줍은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배우들 사이에 끼어들어서 이것저것 강제로 주문하는 것이 아니라, 조용히 곁을 지키면서 바라보는 오즈의 카메라는 우리에게 겸손이란 무엇인가를 가르쳐준다. 봄바람처럼, 나긋나긋하게.

 

http://myperu.blog.me/20165644313

 

 

6. 분노의 주먹 / 마틴 스콜세이즈 / 1980 : 가장 아름다운 오프닝 장면을 뽑으라고 한다면 당연히 < 분노의 주먹 > 이다. 카메라는 날개'가 달린 듯 종횡무진 자유롭게 이동한다. 흑백필름이 주는 강한 대조'는 피도 눈물도 없는 링의 세계'를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스콜세이즈 감독'은 이 영화에서 현기증의 줌인트랙아웃'을 효과적으로 사용한다. 또한 흑백 사용으로 인한 검은 피'는 사이코에서 자넷 리'가 흘리는 검은 피'와 유사하다는 사실을 발견하게 된다. 그 어느 누구도 지적하지 않았지만 사실 이 영화는 히치콕 감독에 대한 오마쥬가 아니었을까 싶다.

 

http://myperu.blog.me/20100427581

 

 

7. 시티라이트 / 채플린/ 1931 : 쟈끄따띠를 좋아한다. 버스트 키튼도 좋아한다. 그리고 찰리 채플린'도 좋아한다. 솔직하게 고백하자면 채플린의 영화보다 버스트 키튼과 쟈크 따띠의 영화가 더 좋은 작품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채플린의 영화는 채플린 영화의 가치'보다 채플린 자체의 아우라 때문에 그를 버릴 수가 없다. 채플린은 오손 웰스와는 또 다른 의미에서의 천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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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살아난 시체들의 밤 / 조지 로메로 / 1968 : 어쩌면 이 영화는 공포 영화 감독이나 B급 영화 감독들에게는 숭배의 대상이 아닌 저주의 대상일지도 모른다. 왜냐하면 더이상 이 영화보다 더 위대한 B급 공포 영화'를 만든다는 것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투철한 반항 정신, 삐딱한 시대 정신, 소비자본주의사회'를 제정신이 아는 놈들로 만들어버리는 용기와 전복성'에 박수를 보내고 싶다.

 

http://myperu.blog.me/20130317859

 

 

9. 사냥꾼의 밤 / 찰스 로튼 / 1955 : 이 영화가 훌륭한 이유는 감독이 훌륭한 영화를 만들려고 하는 욕망이 없었기 때문이다. 잘나가는 배우였던 찰스 로튼'은 심심풀이 땅콩 삼아 영화 한 편을 만들었는데 바로 이 영화'다. 이 영화는 로튼의 감독 데뷔작이자 그가 연출한 유일한 작품이 되었다. 잘 나가다가 삼천포로 빠졌는데 이게 바로 크로싱오버'가 되었다. 범죄 스릴러 영화였다가 느닷없이 어린이 동화가 되었다가 뮤지컬이 되기도 한다. 뒤죽박죽이지만 바로 그것이 이 영화를 빛나게 한다. 매우 독특한 아우라'를 가진 영화다.

 

http://myperu.blog.me/20139616459

 

10. 용서받지 못한 자 / 이스트우드 / 1993 : 이스트우드'라는 배우는 또 다른 의미에서의 기적'이다. 그는 자신이 늙어가는 모습을 기록함으로써 새로운 남성 서사를 남긴다. 마카로니 서부 영웅에서 그는 이 영화에서 늙고 겁 많은 총잡이로 등장한다. 전설 속 영웅은 살기 위해서 땅바닥을 기며, 쥐새끼처럼 눈깔을 두리번거린다. 서부 영화 속 영웅은 모두 조작된 것이라고 그는 스스로 자신의 이미지를 망가뜨리며 그것을 증명한다. 이스트우드의 부고 소식이 들리면 많이 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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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니멀 무비 포스터'에 대한 남다른 애착.

 

 

 

 

 

 

 

 

 

 

 

 

 

 

 

 

 

 

 

 

 

 

 

 

 

 

 

나는 줄곧 앤서니 버제스와 월리엄 버로스'를 혼동했다. 앤서니와 윌리엄'이 닮았고, 버제스와 버로스는 더욱 닮았다. 그들은 도플갱어'였다. 내가 그들을 동일인물로 착각한 이유에는 비슷한 작품 성향'이 절대적인 영향을 미쳤다. 둘 다 반문화적 인간'을 다루었기 때문이었다. < 시계 태엽 장치 > 에서의 이유 없는 폭력과 노골적인 성 묘사는 윌리엄 버로스의 < 네이키드 런치 > < 퀴어 > < 정키 > 에서는 마약과 섞이면서 더욱 노골적인 것이 되었다. 일일가족드라마'에 혀를 내둘렀다면, 잭 케루악의 < 길 위에서 > 를 읽고 눈물 흘렸다면 추천한다.     윌리엄 버로스가 자신의 경험담을 담아서 마약 체험을 소설화했다면 , 피터 바스킨트의 < 헐리웃 문화 혁명 > 은 헐리우드판 비트시대'를 다룬다. 부제가 < 어떻게 섹스 - 마약 - 로큰롤 세대가 헐리웃을 구했나 > 이다. 하지만 헐리우드의 더러운 권력투쟁을 다루었다기보다는 황금광시대에 대한 향수를 담았다. 650페이지'라는 분량이 전혀 부담스럽지 않다. 매우 재미있다. 끝으로 < 바우하우스 > 미술 사조'에 대한 언급을 잠시 하도록 하자. 바우하우스 운동의 중심은 장식미'를 걷어내자는 것이었다. 사회주의 좌파 성향의 예술가들이 이 운동에 뛰어들었다. 그들은 장식미를 최소화해서 디자인의 힘이 민중에 기여하기를 원했다. 사실 현대의 간소한 의자들은 모두 그들의 공이다.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물난리가 난 적이 없는데, 작년에는 천장에서 물이 샜다. 예전과는 달리 시간 당 무시무시한 집중호우 때문에 그렇다. 올해에도 물을 받을 생각을 하면 가난한 乙의 삶이라는 것이 참 지랄같다. ( 누구처럼 페이스 오프 해서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甲 흉내를 내며 여우 짓을 할 수도 있으나, 나는 그것이 체질적으로 맞지 않다. ) 그 영향으로 천장 벽지에 커다란 얼룩이 졌는데, 그때부터 나의 오랜 강박적 습관이 발동하기 시작했다. 물 얼룩을 보며 얼룩 무늬'와 비슷한 것을 연상하는 것이다. 저 얼룩은 만근이 새끼, 닮았구나 ! 안 본 지 꽤 되네, 그 녀석 자지가 꽤 컸었어. 멀리 오줌 싸기 경기에서 그 녀석은 나보다 1미터는 더 멀리 보냈을 거야. 크면 뭐해. 바본데. 그래도 얼마나 부럽던지. 오홋 ! 저건 트랜스포머의 옵티머스'를 닮았네 ! 으, 하하하.

 

이런 집요한 연상은 어릴 때부터 그랬다. 벽지를 몇 시간 동안 넋 놓고 보고는 해서, 사람들은 나를 정신이 이상한 아이'인 줄 알았다고 한다. 이런 괴상한 집착'이 강해서 그런가 신문에 나오는 숨은 그림 찾기'는 그냥 똥구멍 긁다가도 1분 안에 모두 찾고는 했다. 우우(하지 말고) 와와(합시다.) 그리고 배운 적은 없지만 캐리캐쳐 비슷한 낙서'를 자주 그렸다. 쓰윽, 쓱 그리면 아이들이 박장대소하고는 했다. 똑같다는 것이다. 한번은 별명이 미친개'인 지리 선생'을 수업 중에 그렸다가 짝꿍이 대포 소리'처럼 펑 하고 웃어서 들킨 적이 있다. 아, 뒈지게 맞았다. 이런 캐리캐쳐 비슷한 것을 취미삼아 그렸으나 한 묘령의 여인 사건'으로 인해 다시는 그리지 않게 되었다. 캐리캐쳐란 무엇인가 ? 특이한 부분은 과장해서 그리는 방식이다. 코가 매부리면 독수리 코로 그리고, 광대뼈가 약간 튀어나오면 광대뼈가 팔 할인 그림을 그린다. 결국은 그 사람의 숨기고 싶은 결점을 과장해서 그리는 것. 내가 그린 그 묘령의 아가씨는 내 그림을 보더니 갈기갈기 찢고는 화장실 가서 한 시간 동안 울었다고 한다. 그 묘령의 아가씨는 코가 크고 약간 휘어졌는데, 나는 인간의 코 대신 수도꼭지 모양처럼 생긴 코를 선사했다. 그 여자가 보기엔 나는 이명박보다도 꼴도 보기 싫었으리라. 그 이후로는.......

 

캐리커쳐는 과장의 미학 같지만 결국은 단순화'다. 여기 내가 그린 기린 그린 그림이 아닌 내 얼굴 그림 하나 소개한다.

 

 

 

그동안 자화상'을 여럿 그렸지만, 개인적으로 낙서'처럼 그린 첫 번째 그림이 가장 애착이 간다. 단순하지만 말이다. 아무래도 나는 단순한 선의 형태를 좋아하는 것 같다. 그 이유로 미니멀 영화 포스터'를 좋아한다. 아트지'로 제작된 오리지널 영화 포스터 산더미'에서 직장 생활을 한 적도 있지만 그 영화 포스터를 보며 예술적이라며 감동한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다. 친구들이 내게 오리지널 포스터를 달라고 구걸할 때마다 나는 코나 팠다. (오열) 그럴 때마다 어머니는 코나 파지 말고, 땅을 파라고 하셨다. 땅 파다 보면 동전 나온다고 말이다. 내가 좋아하는 미니멀 포스터'를 소개하기로 하겠다. 동전 하나 벌 수 없는 글 노동이지만 그냥 이런 지껄임이 좋다.

 



b무비'의 전설적 감독인 조지 로메로의 좀비 시리즈1,2,3 이다. 색감과 타이포그라피 그리고 통일성'이 무척 흥미롭다. 원은 페쇄공포적 느낌을 잘 전달한다. < night of the living dead > 에서의 원은 왜곡된 광각 렌즈의 결과로 나타난 왜상'이다. 이러한 과잉의 광각 효과는 기괴한 분위기를 연출한다. 반면 < dawn of the dead > 는 원을 망원경의 표적'으로 재치 있게 비튼다. 다음의 작품은 미니멀 영화 포스터의 걸작이다.

 

 

 

 

 

영화 < 드라이븐 > 포스터는 노란 중앙분리대'를 넘는 위험한 자동차'를 보여준다. 도로 위에 스키드마크'가 있는 것으로 보아 급제동을 걸어 좌회전 했다는 정보를 우리에게 전달한다. 스키드마크'는 이 영화의 장르적 정보를 제공한다. 빠른 놈이다. 영화는 빠르게 진행되는 영화다 ! 그리고 중앙분리대'를 넘었다는 것은 이 영화 속 주인공의 상황을 보여준다. 그 모든 것이 이 포스터에 담겨 있다. 하지만 이 포스터의 백미'는 중앙분리대와 좌회전 하는 차'의 이미지에서 연상되는 망치'다. 망치 하면 생각나는 영화는 < 올드보이 > 와 < 드라이븐 > 이니깐 말이다. 지금 우리가 이 포스터에서 보고 있는 것은 망치이기도 하다. 드라이븐'처럼 스키드마크'로 만들어낸 또 하나의 포스터'가 있다. 바로 < 우리에게 내일은 없다 > 이다. 내가 지금까지 보아온 미니멀 포스터 중에서 인문학적 텍스트가 가장 풍부한 걸작이다.

 

오른쪽 포스터는 아서 펜 감독의 < 우리에게 내일'은 없다 > 다. 검은색 차'는 좌우로 심하게 흔들리면서 흔적'을 남긴다. S자 형태'는 곧 불안한 도주'를 형상화한다. 붉은 바탕'이 그것을 증명한다. 그들은 쫓기고 있는 것이다. 이때 두 발의 총알'이 차를 향한다. 차의 스키드마크'처럼 총알은 자신의 주행거리'를 직선으로 표시한다. 차의 스키드마크와 총알의 주행거리'를 합치면 $' 다. 달러 표시'다. 그러니깐 검은 차 안에 있는 사람-들'은 달러'와 연관이 있는 사람'들이다. 은행강도 ?! 이때부터 자신이 보아온 영화 목록'을 나열하면 된다. 멀리는 < 대열차강도 > 서부터 가까이는 < 오션스일레븐 > 까지. 하나는 버리고 하나는 취하라. 목록을 좁히다 보면 결국 < 보니 엔 클라이드/ 우리에게 내일은 없다 > 가 올가미에 잡힌다. 빙고 !

 

 

우리가 흔히 달러'를 불'이라고 말1하는데 이 말은 틀린 표현이다. -불'은 중국식 번역인데 $ 와 弗'의 유사성 때문에 파생된 것이다. 그러므로 육백만 불의 사나이'는 육백만 달러 사나이'로 수정되어야 한다. 이 포스터가 재미있는 점'은 쫓기는 차의 스키드마크와 총알의 탄착거리'를 통해서 도주자가 은행강도'라는 것'을 도상화 했다는 점 외'에도, 영화의 주제'를 매우 훌륭하게 포착했다는 점'에서도 높은 점수를 줄 만하다. 아시다시피, 영화 속 주인공 클라이드'는 성불구자'로 나온다. 여자를 밝히는 바람둥이'로 나오지만 유감스럽게도 그의 페니스'는 아... 지미럴, 발기하지 않는다. 아서펜 감독은 클라이드의 성 트러블'을 사회에 대한 잔인한 폭력'으로 치환한다. 그러니깐 클라이드의 이유 없는 폭력'은 성 트러블에 대한 대리만족인 셈이다. 이쯤에서 영민한 이웃이라면 지금 내가 하고 싶은 말의 핵심을 꿰뚫었을 것이다.

 

 

포스터에서 도상 S'는 SEX의 머릿글'이다. 영화는 은행강도 이야기'를 하고 있지만 사실은 < 섹스, 거짓말 그리고 은행강도 > 이야기를 하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바람둥이 은행강도'라는 매력적인 영화가 아니라 성 트러블'에 시달리는 욕구불만의 은행강도 이야기다. 그래서 이 포스터의 디자이너'는 알파벳 대문자 S에 수직으로 줄을 긋는다. 이 압축을 풀면 SEXLESS'다. 그러므로 " $ " 는 달러'이면서 동시에 섹스리스'다. 이 미니멀 포스터 하나'가 영화 전체'를 보여준다. 그것이 바로 디자인의 힘'이다. 다음의 작품은 시각적 아이디어가 훌륭한 작품이다.

 

 

 

 

 

 

 

디자이너'는 영화 < 죠스 > 에서 가장 강렬했던 스틸 컷'을 확대했다. 백상어'의 구체적인 묘사는 전혀 없지만 우리는 이 포스터'에 압도당한다. 만약에 JAWS'라는 부분을 지웠다면 어떻게 되었을까 ? 이 디자인은 모호한 형태로 남는다. 고슴도치인가 ?! JAWS를 복원하자 ! 순간 모호했던 형태'는 매우 강렬한 이미지로 다가온다. 디자인 집중도 차원에서 이 작품은 최고다. 이처럼 사선으로 이루어진 형태'는 폭력적이며 위압적이다. 반면 곡선은 휴머니티'를 의미하는 경우가 많다.

 

( 사이코에 대한 글은 스크롤 압박의 이유로 링크를 걸어둔다. http://myperu.blog.me/20179744747 )

 

 

 

 

 

 

한때 스텐리 큐브릭의 < 클락워크 오렌지 > 를 놓고 말이 많았다고 한다. 왜냐하면 이 영화 제목은 사실 사전에 없는 단어이다. " 시계장치 오렌지 " 가 말이 되나 ? 지금이야 이 단어가 " 과학에 의해서 개성을 상실하고 로봇화한 인간 " 을 의미하지만, 이 사전적 의미'는 이 영화 때문에 생겨난 것이다. 나보코보의 < 롤리타 > 이후 " 롤리타 " 의 의미가 그 롤리타'가 되었듯이 말이다. 여기서 의문이 든다. 감독은 왜 Orange''라는 단어를 선택했을까 ? Apple도 있고, Strawberry도 있지 않은가 ! 원작의 제목은 < 조직과 인간 > 인데 감독은 왜 굳이 < 시계장치 오렌지 > 라고 제목을 지었을까 ? 그'가 이 세상에 없으므로 물어볼 수는 없지만 나는 그가 알파벳 O 때문에 오렌지를 선택했다고 확신한다. 감성 촉촉 애니메이션'이 주로 곡선을 사용하는 이유는 곡선이 가지고 있는 부드러움 때문이다. 곡선은 곧 감성적인 것과 연결된다. 이 영화는 따스한 곡선을 기계적인 직선과 사선으로 만드려는 시스템의 공포를 다룬 영화로 요약할 수 있다.

 

 

 

 

< 쇼생크 탈출 > 포스터는 직선과 곡선을 상징적으로 요약한 좋은 본보기'다. 벽에 구멍을 뚫고, 그 위에 리타 헤이워드의 포스터로 가려서 탈출에 성공한 탈옥수'를 다른 이 영화의 포스터'는 직선'을 남성성, 규율, 복종, 힘, 규제, 억압으로 대표되는 감옥'으로 형상화한다. 감옥이란 각에 살고 각에 죽는 마초들의 폼생폼사가 아니었던가. 반면 포스터 너머의 공간은 원'으로 표시한다. 원은 여성성'을 의미한다. 직선이 남근이라면 곡선은 자궁이다. 그들은 모두 모성적 원형을 그리워한다. 저 푸른 해원을 향해 흔드는 노스텔지어의 손수건인 것이다. 원의 세계는 자유, 자유, 자유 그리고 또 자유를 상징한다.

 

사실 디자이너'는 디자인 감각'만 뛰어나다고 해서 좋은 디자인'이 만들어지지 않는다. 카피라이터'도 마찬가지다. 인문학적 지식'이 바탕이 될 때 훌륭한 미학적 결과가 탄생하는 것이다. 물론 당신은 < 우리에게 내일은 없다 > 라는 포스터를 보며 이 디자인이 달러와 섹스'를 의미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리고 시계장치오렌지'에서 왜 오렌지'가 사용되었는지에 대해서도 관심이 없다. 굳이 알 필요가 없기 때문에 그렇다. 오히려 비싼 명함'이 당신을 선전하기에는 더 효과적이기 때문에 그렇다. 하지만 알면 보다 더 풍부해지는 법이 아닌가. 알면 보이는 법이다. 지금까지 영화 포스터에 대한 이야기'였다. 글이 조금 길었다. 존나 미안하다.

 

 

 

 

http://myperu.blog.me/20179925610  - 액박 뜨는 분은 이곳으로 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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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애니비평 2013-03-20 13: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액박이 뜹니다

곰곰생각하는발 2013-03-20 13: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왠지 이곳은액박이 떠도 참고 읽을 것 같습니다...ㅎㅎㅎ

맥거핀 2013-03-20 14: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액박 안에 있는 게 궁금하군요. (네이버 이미지가 여기가 연결이 안되는 모양입니다.) 시간되시면 올려주시면 감사...뭐 못참는 사람도 있으니까요.^^

곰곰생각하는발 2013-03-20 14: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 다 그렇군요. 그럼 제 블로그로 연결시켜드리겠씁니다. 네이버 블로그입니다.
http://myperu.blog.me/20179925610

소나기 2013-03-21 10: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네이버 주소를 가진 그림과 음악은 네이버 밖에서는 모두 꽝이에요.
이곳에 맞게 이미지 정리하시려면 힘들겠어요. ^^

곰곰생각하는발 2013-03-21 12:13   좋아요 0 | URL
그렇군요. 다시 수정했는데 보이시나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