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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든 책방 - 제일 시끄러운 애가 하는 제일 조용한, 만만한 책방
노홍철 지음 / 벤치워머스 / 2016년 10월
평점 :
염불보다는 젯빵
바보상자라고 명명된 텔레비전을 통해서 우리가 배우게 되는 것은 " 중요한 것은 60초 후에 " 공개된다는 점이었다. 뻥튀기 아저씨도 뻥을 칠 때에는 미리 ' 뻥이요 ! ' _ 라고 외치는 마당에 진실은 말해서 무엇하랴. 중요한 것은 항상 60초 후에, 혹은 다음 이 시간에 공개되는 법이다. 하지만 그것을 제외하고는 티븨 예능(인)을 통해서 배울 수 있는 것은 거의 없다. 훌륭한 롤 플레이'라고 해서 그 사람이 반드시 훌륭한 롤 모델은 아니다.
노홍철이 2016년 용산 해방촌에 낡은 2층 건물을 사서 << 철든책방 >> 이라는 서점을 연 적이 있다. 책 팔아서 먹고 사는 김영하 작가'마저 닝기미, 조또 ! 누가 요즘 서점에 가서 책 사냐 _ 며 당당하게 동네 서점 흉을 보는 시대에 책과는 거리가 멀었던 티븨 예능인이 서점 문을 열었다 하니 귀가 솔깃했다. 발품 팔아서 < 철든책방 > 에 갈 계획은 애초에 없었지만 내심 그 서점이 잘 되길 바랐다. 독립 서점, 길어봐야 2년이지 ! 이런 낙담을 숨긴 채 말이다. 말이 씨가 된다고 했던가. 개점 2년 만에 들려온 소식은 노홍철이 그 건물을 매각했다는 것이었다.
그는 낡은 건물을 6억7000만 원에 매입해서 14억 4000만 원에 매각했으니 2년 만에 시세 차익 7억 원을 번 것이다. 부동산 불로소득인 셈이다. 도대체 무슨 일이 발생한 것일까 ? 노홍철은 연예인 인지도를 미끼 상품'삼아 유동인구를 늘려서 상권을 활성화한다. 그리고는 부동산 가격을 상승시킨 후 고점일 때 팔아치운 것이다. 염불에는 관심이 없고 젯밥에만 관심이 있었던 것일까 ? 노홍철 입장에서는 돈이 되는 수익 사업이지만 그 골목 상권에서 장사를 하는 사람에게는 고통이다. 노홍철이 떠난 골목에는 젠트리피케이션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한번 오른 임대료는 주변 상가가 공실이 되더라도 떨어지지 않는다. 결국 골목 상인은 유동인구는 줄어들지만 임대료는 오르는 이중고에 시달린다. 노홍철이 책방을 차렸던 곳은 해방촌 신흥시장으로 << 골목식당 >> 촬영 장소이기도 했다. 촬영이 끝나고 나자 100만 원이었던 임대료는 한 달만에 150만 원으로 상승했다고 한다. 과연 << 골목식당 >> 은 골목 상인을 살리기 위한 방송일까, 아니면 건물주의 건물 가격 상승을 돕는 방송일까 ? 기획 부동산이 " 치고 빠지기 " 를 통해서 이윤을 창출한다는 점에서 노홍철의 < 철든책방 > 은 일종의 부동산 치고 빠지기 수법이다.
미디어에서는 노홍철의 수완을 눈부신 재테크'라고 하던데 자신의 불로소득을 위해서 이웃에게 심각한 금전적 손해를 입히는 방식을 과연 재테크'라고 말할 수 있는지 절망스럽다. 그런 그가 이번에는 후암동에 << 홍철책빵 >> 이라는 빵집을 열었다. < 철든책방 > 과 마찬가지로 낡은 주택 건물을 매입한 후 상업용으로 용도를 변경하여 장사를 하는 수법이다. 장사가 안 될 리는 없다. 노홍철이라는 브랜드 인지도와 미디어와 관심이 맞물리다 보니 오픈 첫날부터 빵이 나오는 즉시 솔드 아웃'이다. 치고 빠지기 수법에 맛을 들인 노홍철 입장에서는 염불보다는 젯빵에 관심을 가지는 법이다.
SNS 계정에 남길 사진 한 장 찍고 싶어서 홍철책빵 앞에서 긴 줄을 서서 빵을 기다리는 당신. 당신의 침샘에 봉침 한 번 놓아드리고 싶다. 내 글에 토 달지 마라. 토, 토토토 다는 놈은 똥침이다.
■ 덧대기
주제 사마라구의 << 눈먼 자들의 도시 >> 는 기똥차게 잘 쓴 소설이다. 소설 배경은 한 도시에 " 실명 " 이라는 정체불명의 바이러스가 퍼지면서 시작된다. 실명이라는 설정은 물질적 탐욕에 눈이 먼 현대인에 대한 은유인데 이 은유가 계몽적이지 않은 이유는 작가가 소설을 조율하는 솜씨가 탁월하기 때문이다. 이 소설을 사로잡는 대목은 " 똥 " 이다. 앞이 보이지 않다 보니 사람들은 수치심을 잃고 길거리 아무 데서나 똥을 누는 것이다. 용을 써서 손을 더듬어 변기를 찾는다 해도 변기 위에 쌓인 것은 똥더미'다. 눈이 먼 현대인은 온몸에 똥을 묻히고 살아가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언제부터인가 소설 속 가상 현실이 실현이 되고 있다. 그것도 가장 부유한 나라이자 아름다운 도시로 손뽑히는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말이다. 며칠 전 뉴스(2020.01.18)의 한 꼭지이다.
샌프란시스코의 집값이 5년 사이에 2배 이상 치솟다 보니 월세 임대료도 덩달아 오르게 되고, 결국 집을 구할 수 없는 사람들이 노숙자가 되어 샌프란시스코 거리를 떠돌고 있는 것이다. 그들은 아무 데서나 대도시의 거리에서 똥을 싼다. 결국 돌아오는 것은 도시의 악취이고 상권의 붕괴이다. 그렇다면 도시가 똥범벅이 된 원인은 저소득층 노숙자인가, 고소득층 부자들일까 ? 원인은 실리콘벨리의 부자들이 앞다퉈 부동산 투기에 열을 올리면서 집값을 상승하게 만들었기 때문이다. 그 탐욕의 결과가 노숙자들이 길거리에 똥을 싸는 것이다. 내가 노홍철의 부동산 재테크 수법을 비난하는 이유는 그의 탐욕이 저소득층 노동자가 인간갑게 살아갈 최소한의 환경을 앗아간다는 데 있다. 부동산 과열로 오른 집을 1명이 사면 3명이 노숙자가 된다는 통계가 있다. 치고 빠지기 수법으로 2년 만에 집값을 2배나 부풀려서 판 노홍철의 비열한 탐욕을 비판하기는커녕 오늘도 << 홍철책빵 >> 은 문전성시를 이룬다고 한다. 이 책빵 베이커리도 노홍철이라는 브랜도 인지도 때문에 집값이 오를 것은 분명하다. 그리고는 튈 것이다. 돈이 된다면 빤스 벗고 뛰어라. 그것이 노홍철의 경영 노하우이니 말이다. 이런 인간이 대중에게 사랑을 받고 있으니 좆같은 마음 금할 길이 없다. 참고로 노홍철은 122억짜리 건물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