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 나쁜 개는 없지만 걔는 있다 :
세상에 나쁜 피는 없다
반려동물고민상담 방송 << 세상에 나쁜 개는 없다 >> 에서 제작진은 의뢰인을 방송 스튜디오로 불러 인터뷰를 진행한다. 반려동물 몇 마리를 키우고 있느냐고 묻자 의뢰인이 대답한다. ( 낯선 이름이어서 잘 생각은 안 나지만 예를 들자면 : )비숑 프리제 한 마리와 차이니즈 샤페이 그리고 스코티쉬 폴드 고양이를 키우고 있어요. 내가 이 장면을 보고 의아했던 것은 동문서답이었다. 몇 마리의 반려동물을 키우느냐는 질문에 의뢰인은 개 두 마리와 고양이 한 마리'라는 대답 대신에 묻지도 않은 품종을 나열하고 있는 것이다.
의뢰인의 인터뷰에서 내가 포착한 것은 반려동물을 명품 브랜드 취급하는 태도'였다. 화면은 방송국 스튜디오에서에서 의뢰인의 집으로 이동한다. 아니나 달라. 의뢰인의 반려동물들은 모두 다 최신 헤어컷에 멋들어진 옷을 입고 뿜뿜하고 있었다. 뿐만 아니라 그가 키우는 짐승은 최근 반려인들 사이에서 가장 핫한 인싸 품종들이었다. 문득, 그는 정말 자신이 키우는 짐승을 사랑하고 있는 것일까 ? _ 라는 생각이 들었다. 인간의 미적 기준에 의해 개조(미용)된 개는 행복할까 ? 의뢰인의 과시욕이 견종 차별처럼 느껴져서 역겨웠다.
얼마 전 티븨엔'에서 리얼리티 동물 예능이랍시고 품종을 알 수 없는 길고양이를 우아한 스코티쉬 폴드 고양이와 비교 평가하면서 " 촌년 " 이라는 자막을 달아 논란이 됐던 장면과 겹쳐졌다. 품종이 없다는 이유로 촌년이라고 말하는 경멸적 태도와 묻지도 않았는데 키우는 짐승의 품종부터 말하는 순혈주의는 서로 닮았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종종, 아니 자주 듣는 소리가 혈액형이 뭐냐는 질문이다. 이 질문을 받을 때마다 개봉동 딱정벌레처럼 쉽게 피로해진다. 도대체 왜 궁금해하는 것일까 ? 혹시, 그 질문을 던지는 사람은 흡혈귀가 아닐까 ?
바넘 효과1)를 이용한 혈액형 성격 테스트를 믿는 나라는 일본과 한국이 유일하다(혈액형 성격 테스트는 일본에서 시작되었다). 그 어느 나라도 혈액형과 성격을 연결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자신의 혈액형이 무엇인지 모르는 서양인은 수두룩 빽빽이다. 만약에 독일 사람에게 혈액형이 무엇이냐고 묻다가는 따귀를 맞을 수도 있다. 왜냐하면 독일 사람에게 혈액형 성격설은 우생학과 연결되기 때문이다. 히틀러가 인종 청소를 위해 이용한 학문이 바로 우생학이다. 나치즘은 대부분의 포유류가 B형인 반면에 인간과 침팬지에서는 A형도 분포되었다는 점에 착안해서 B형을 나쁜 피로 분류하였다.
즉, B형이 많은 민족일수록 그 나라는 열등하다는 논리이다. 히틀러가 이 말도 안 되는 우생학을 정치적 목적으로 활용한 이유는 백인일수록 A형이 많기 때문이다. 생화학적 인종계수가 바로 그것이다. 일본인이 스스로를 " 명예백인 " 이라고 우기는 것도 바로 피의 우생학에 기초한다. 그들에 의하면 한국인과 유태인은 1.18로 '아시아-아프리카형'에 속하고 일본인(1.48)이나 러시아인(1.41)은 '중간형'에 속하며, 영국인(4.09)이나 프랑스인(5)은 '유럽형'에 속하는 식이다. 이처럼 인종 청소(인종 차별)의 목적으로 악용된 혈액형 성격 테스트를
한국인이 무비판적으로 받아들이며 낄낄대는 것은 누워서 침 뱉는 꼴이다. 이 세상에 나쁜 피는 없다. 선택할 수 없는 것은 단점이나 장점이 될 수 없다. 밀란 쿤데라의 말이다.
1) 바넘 효과 : 란 이런 것이다. 화를 내면 아무 일도 아닌 일에 화를 낸다고 소심한 A형이라 하고, 웃으면 배알도 없냐며 소심한 A형이라 하고, 수긍하면 소심하게 반박도 못한다고 A형이라고 하고, 반박하면 그냥 재미로 한 소리인데 정색을 하는 것을 보니 소심한 A형이라 하고, 이 꼴 저 꼴 다 싫어서 무시하면 소심하게 삐쳤냐며 A형이 맞다고 확신하고, 삐치면 아무 일도 아닌 일은 그냥 무시하면 되지 그깟 일로 삐쳤나며 소심한 A형이라 하니, 삼라만상 모든 감정은 A형으로 설명이 가능하다. O형이라고 해서 다를까 ? 화를 내면 화를 참지 못하는 성격인 것을 보니 O형이라 하고, 웃으면 호탕하게 웃는 것을 보니 O형이라 하고, 수긍하면 통 크게 인정하는 것을 보니 O형이라 하고, 반박하면 돌려말하는 것을 잘 못하는 성격을 보니 O형이라 하고, 무시하면 싸우는 걸 안 좋아하는 걸 보니 O형이라 하고, 삐치면 성격 좋은 사람이 오죽했으면 삐쳤냐며 O형이라 한다. 코에 걸면 코걸이요, 귀에 걸면 귀걸이요, 양 팔에 걸면 양파링이다. 아이고야, 스피노자가 울고 갈 노릇이다.
2) 니미 조또 : 일본은 일본인이 열등한 유색인종이 아니라 차라리 백인에 가깝다는 탈아입구를 정당화하기 위해서는 아시아 국가와의 차이점을 강조해야 했다. 처음에 도입한 것은 신체 계측학이었다. 두개골 크기, 신체 길이, 남근 크기 따위를 측정했는데 일본의 야심과는 정반대의 결과에 실망하게 된다. 일본인의 두개골은 한국인의 두개골보다 크고 반대로 키는 일본인이 더 작았다. 무엇보다도 일본의 페니스 길이도 작었다. 일본의 좆이 좆도 아닌 것으로 판명이 나자 일본 제국은 매우 크게 실망했다. 닝기미, 조또 ! 결국 계측학은 포기하고 피의 우생학에서 해답을 찾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