믿 고   거 른 다 :



베스트셀러라서 괜찮아 !



1 베스트셀러라서

히트 상품의 특징은 어느 순간에 쥐도 새도 모르게 사라진다는 점이다. 허니버터칩이 대표적인 경우. 한때 허니버터칩은 신이 내린 맛이라는 평가1)를 받기도 했다. 누군가는 혀에서 오르가슴을 느꼈다고 고백하는 이'도 있었으니 먹을 때마다 멀티 오르가슴을 경험하는 섹스머신'이 되는 기적이 연출되기도 했다. 과자 공장 공장 사장은 생산 라인 증설을 고민해야 했고 급기야 생산 라인을 증설하기에 이르렀다.  소비자의 입맛은 진리이니까. 잘 돼야 될 텐데.........  그런데 웬걸 ! 활화산 같은 인기를 자랑했던 허니버터칩은 성질이 급해 잡히자마자 죽는 갈치의 운명이 되었다. 없어서 못 팔던 허니버터칩은 오늘날에는 있어도 안 팔리는 과자가 되었다. 대중의 지랄 같은 변덕이 낳은 결과였다. 이처럼 인기란 한때 불 싸지르고 이내 차갑게 식는 " 허영의 불꽃 " 에 지나지 않는 것이다. 베스트셀러에 오른 책도 마찬가지'다. 암시장에서 정상 가격의 열 배나 많은 웃돈을 주는 진풍경을 연출했던 허니버터칩은 이제 마트 창고에서 먼지가 쌓인 채 방치되고 있듯이 한때 베스트셀러'였던 책들은 현재 헌책방에서 제일 먼저 눈에 띄는 책이 되었다. 그렇다면 베스트셀러는 어떤 식으로 만들어지는 것일까 ? 



■ 이것은 광고인가 서평인가...   체인지그라운드의 ‘브런치 글’ 논란

■ 북튜버의 순수한 책 추천?...  '돈'이 만든 베스트셀러 의혹

■ 출간했다 하면 베스트셀러...   로크미디어와 체인지그라운드의 수상한 동행




독서신문의 서믿음 기자가 작성한 기사에 단골로 등장하는 체인지그라운드(신영준)와 김미경tv 는 " 개평" 을 뜯어먹기 위해 " 서평 " 을 이용하고 있다는 의심을 사고 있다.  문제는 이런 식의 홍보성 위장 전술이 베스트셀러를 만든다는 점이다. 




최근에는 이런 일을 북튜버(북+유튜버)라 불리는 인플루언서가 맡고 있는데, 그 위력이 대단합니다. 북튜버가 소개했다 하면 책 판매량이 수십~수백 배 증가하고, 베스트셀러 목록에도 포함되기 때문입니다. 대표적인 사례로 ‘김미경TV’(28일 기준 구독자 82만 여명 )를 꼽을 수 있습니다. 교보문고 기준으로 올해 가장 많이 팔린 책 열여섯권 중 열세권이 ‘김미경TV’에서 소개된 책일 정도입니다. 『철학은 어떻게 삶의 무기가 되는가』(다산초당), 『아주 작은 습관의 힘』(비즈니스북스 ), 『말센스』(스몰빅라이프 ), 『팩트풀니스』(김영사 ), 『걷는 사람, 하정우』(문학동네 ) 등 숱한 책이 김미경 대표 소개로 불티나게 팔려나갔습니다.

이 외에도 유튜브 ‘신박사TV’(28일 기준 구독자 7만 여명 ), ‘뼈 있는 아무 말 대잔치’(15만5,000 여명 ), ‘체인지그라운드’(55만6,000 여명 ) 등을 운영하는 신영준 ‘체인지그라운드’ 의장도 유명한 북튜버입니다. 신 의장은 자신이 (단행본 )의사결정권자로 있는 출판사 로크미디어의 책을 홍보하며 여러 책을 베스트셀러 반열에 올려놓은 바 있습니다. 10월 셋째주 기준 종합 베스트셀러(교보문고 ) 13위에 오른 『베스트 셀프』(안드로메디안 ), 51위 『더 히스토리 오브 더 퓨처』(커넥팅 ), 63위 『당신은 뇌를 고칠 수 있다』(브론스테인 ) 등이 그것입니다. 출간 월 당시 해당 책들의 인기는 지금보다 더해 대다수 책이 베스트셀러 10위 내에 속할 정도로 큰 관심을 받았습니다. 이런 결과 때문인지 신 의장이 운영하는 체인지그라운드에는 책 홍보 주문이 밀려들고 있다고 합니다.

책 읽지 않는 시기에 많은 사람에게 책을 소개하고 읽게 하는 행위는 칭찬받아 마땅합니다. 그런데, 과연 그 추천도서에 정말 사심이 반영되지 않았을까요? 다시 말해 좋은 책 선정과 추천에 경제적 이윤을 추구하는 행위가 영향을 끼치지 않았느냐는 말입니다. 김미경TV의 김 대표는 책을 소개하는 ‘북드라마’가 큰 인기를 끌자 “좋은 책을 리뷰하려는 마음에 ‘북드라마’를 시작했는데, 이렇게 근사해져서 기쁘다”며 “출판사에서는 소정의 영상제작비만 지원 받아 소개한다”고 말해 많은 사람의 응원을 받았습니다. 돈과 상관없이 정말 좋은 일을 하는 것으로 여겨졌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출판계에 따르면 그 “소정의 비용”은 책 한권당 기본이 500만원이었습니다. 대형 출판사에는 1,000만원을 받았다는 소문도 들려옵니다. 실제로 출판 홍보 담당자인 A씨는 “김미경TV는 단가표도 없어 부르는 게 값이라는 소문이 업계에 파다하다”며 “콘텐츠 협업에 있어서도 (의뢰자 ) 입장이 잘 반영되지 않고, 중도에 엎어지는 일도 있다고 들었다”고 지적합니다.

출처 : 독서신문, 북튜버의 순수한 책 추천 중


개평을 뜯기 위해 서평을 이용하는 이에게 속지 않기 위해서는 개평과 서평을 분간할 줄 알아야 한다. 방법은 간단하다. 베스트셀러 목록은 믿고 거르는 것이다. 




2 괜찮아 ? 


카프카는 이런 말을 했다   :   우리 머리에 주먹질을 하지 않는 책이라면 그따위 책은 읽을 필요가 없습니다 !  뭐, 말은 그렇게 했지만 정작 카프카는 주먹 대신 도끼를 휘둘렀다. 플로베르도 이와 비슷한 소리를 했다. “어떤 책이 좋은지 판단하는 기준은, 그 책이 얼마나 강한 펀치를 당신에게 날리는가 하는 점이다”  니체 형님도 가만 있을쏘냐. 아무나 붙잡고 망치로 이마 까, 라고 말씀하셨다. 이쪽 분야에서 방귀 꽤나 꼈다는 명사들이 책을 주먹질, 도끼질, 망치질 따위로 설명하는 것은 독자를 불편하게 만드는 책이 좋은 책이라는 점을 강조하기 위해서다. 김난도의 문장을 살짝 빌리자면 아프니까 독서다. 아니나 다를까, 돌이켜 보면 나를 사로잡았던 책은 내 뒤통수를 사정없이 내리치는 책이었다. 책이 내 뺨을 때리고 멱살을 쥐고 흔들 때 진짜 눈물을 맛볼 수 있었다. 반대로 독자를 위로한답시고 달콤한 말을 속삭이며 당신 귓구멍에다가 " ...... 해도 괜찮아 ! "  라고 속삭이는 책은 괜찮기는커녕 짜증만 났다.  물론, 달콤한 위로에 마음이 녹아 눈물을 흘리는 이도 있을 수 있으나 그것이 진짜 눈물인지 가짜 눈물인지는 생각해 볼 일이다. " 위로 " 라는 힐링 에너지에 중독이 되면 헤어나오기 힘들다. 마약중독자들이 우울할 때마다 마약을 찾듯이 우울할 때마다 " 위로-뽕 " 에 중독되면 곤란하다.  외로우면 << 외로워도 괜찮아 >> 라는 책을 읽고, 왕따가 되면 << 왕따라도 괜찮아 >> 를 읽고, 다이어트에 실패하면 << 뚱뚱해도 괜찮아 >> 라는 말에 위로를 얻는다. 그런데 이런 위로들이 정말 당신의 결핍을 채우는 활력소가 될 수 있을까 ?  책이 당신에게 또박또박 말 걸기를 포기하고 당신 귓구멍에 에코 빵빵 넣어서 ASMR를 송출할 때 그것은 힐링-포르노에 지나지 않는다. 혜민이 당신 귓구멍에 " 슬플 땐 하늘을 보아요. " 라는 쌍팔련도 하이틴 노랫말을 내뱉으면 냉큼 귓방망이 한 대 올려라. 걱정하지 마라. 그는 관대하니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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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12-19 23:27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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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12-22 00:01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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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도 책 사러 서점 가요 ?













    십 세기말, 디카( : 디지털카메라)가 세상에 등장했을 때 필카( : 필름 카메라)를 다루는 사람들은 모두 짐승털카메라를 비웃었다. 하지만 디카는 시장을 빠르게 장악했고 필카는 추억의 물건으로 몰락하고 말았다(이제 필름 카메라는 한강 미사리 밤 카페 진열대에 놓인 인테리어 소품으로 남아 그나마 근근이 생명을 유지하고 있는 실정이다). 캔 로치는 필름으로 영화를 만들었던 지구의 마지막 감독이 되었다. 그리고 손으로 필름을 다루며 편집했던 직업군 또한 종말을 고했다. 필름이여, 안녕 !  


전자책과 종이책의 대결도 이와 유사했다. 업계에서는 필카의 전광석화 같은 몰락을 예로 들며 전자책이 곧  세계를 지배하리라 믿어 의심치 않았다. 하지만 종이책은 여전히 건재하다. 종이책만이 가지고 있는 물성과 지적 허세를 자랑하고 싶은 독자의 " 가시성의 욕망 " 이 겹치다 보니 종이책은 죽지 않아 !  종이책은 한숨 깊은 문학소녀에게 이렇게 속삭이리라. 오빠는 몸 성히, 성히, 성히 잘 있단다.  종이책을 단순하게 상품의 흥망성쇠로 접근하는 것은 잘못된 판단이다.  왜냐하면 종이책은 오래된 상품의 한 종류'라기보다는 인류 문명과 함께 한 문화적 자산의 한 형태이기 때문이다. 


<< 밀리의 서재 >> 가 전자책 플랫폼이라는 사실은 친애하는 이웃의 글을 통해서 알았다. 눈동냥으로 밀리의 서재라는 이름을 간혹 보긴 했으나 책 관련 방송 프로그램'이려니 했다. 호기심이 생겨 살펴보니 정액제로 월9,900원을 내면 전자책 30,000권을 무제한으로 읽을 수 있는 시스템이다. 일단 " ㅡ 9,900원 " 이라는 박리다매의 자본적인 너무나 자본적인 자본주의적 센티멘탈에 빈정이 상했다.  또한 " ㅡ 무제한 " 이라는 표현도 눈에 거슬렸다. 마치 무한리필 고깃집 마케팅을 떠올리게 만들었기 때문이다. 1인당 9,900원을 내면 배가 터지도록 고기를 먹을 수 있다는 괴깃집의 전략과 다를 것이 없지 않은가 ! 


어떤 이는 밀리의 서재 플렛폼 방식을 두고 시대 변화를 거스를 수 없는 공유 경제 형태의 소비 방식'이라고 주장했으나 무제한이라는 타이틀을 단 무한리필이 21세기 공유 경제의 최신 버전이라면 무한리필 삽겹살집도 21세기 최첨단 공유 경제 플렛폼이라고 주장해도 된다. 고무줄 바지 입고 무한리필 식당에서 품질 낮은 고기를 허겁지겁 배 터지게 먹다 보면 차라리 좋은 고기를 파는 식당에서 우아하게 여유있게 칼질하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적은 비용으로 더 많은 고기를 먹고 싶다는 소비자의 식욕을 탓할 필요는 없다. 하지만 당신이 소위 전문가라는 고독한 미식가'라면 상황은 달라진다. 


당신이 고독한 미식가라면 박리다매로 파는 식당 때문에 정직한 맛으로 승부를 거는 작은 식당이 문을 닫는 것을 안타깝게 생각해야 한다. 



 



소설가 김영하가 광고 모델로 등장하는 밀리의서재 광고 문구는 " 요즘도 책 사러 서점 가요 ? " 이다.  책 사러 서점에 가는 행위는 라스베이거스에서는 상상할 수 없는 20세기 쇼핑 행위'라는 뉘앙스로 읽힌다.  마치 백종원이 " 요즘도 동네 골목 식당에서 식사하세요 ? 이제 더본호텔 푸드코트1)에서 식사하세요 ! " 라고 말하는 것처럼 들린다. 볼에 헛바람 넣고 " 작은 독립 서점 응원합니다, 뿌잉뿌잉 ! " 했던 김영하2)가 돌변하여 " 시발, 아직도 서점에서 책 사냐? " 라며 타박이나 하고 있으니 씁쓸한 마음 금할 길 없어 오늘도 나는 달콤쌉싸래한 씀바귀. 


그래도 대한민국에서 글을 써서 성공한 몇 안 되는 인기 작가'가 광고 욕심에 부나방처럼 앞뒤 가리지 않고 박리다매 플랫폼에 뛰어드니 그 꼴이 참 장관. 영화 << 해바라기 >> 에서 열연을 펼쳤던 김래원의 성대모사를 빌리자면 " 꼭 그렇게 했어야만 했냐 ? " 책을 팔아서 노후 걱정 없이 살 만큼 부를 쌓았던 인플루언서라면 그동안 자신의 문장을 따스하게 품었던 종이책과 동네 책방'에 대한 리스펙트는 보여주어야 하는 것이 작가로서의 도리가 아닐까 ?  내가 이 광고를 통해서 느끼는 것은 " 예의 상당히 졸라 없음 " 이다. 마시던 우물에 침 뱉고 떠난 꼴이다. 


사람들은 전자책의 장점으로 종이책에 비해 여러 방면에서 읽기에 편리하다는 점을 뽑는다. 달리 말하면 종이책은 전자책에 비해 불편하다는 지적도 가능하다. 하지만 우리가 모르고 있는 것이 하나 있다. 불편하다는 것은 독서 행위에 있어서는 단점이 아니라 최대 장점이라는 점이다. 나는 종이책이 전자책에 비해 불편하기 때문에 애써 종이책을 읽는다. 








​                         


1)  백종원이 운영하는 호텔


2)  문학동네와 전속 계약을 맺었던 김영하 작가'가 최근 출판사와의 계약 기간이 만료된 모양이다. 야구 용어를 사용하자면 FA 신분인 셈이다. 들리는 소문에 의하면 김영하 1인 출판사(임프린트 출판사)를 차릴 것 같다는 소식이다. 김영하 출판사의 첫 책은 밀리의서재에서 종이책 특별 한정판으로 나오는 모양. 이제 그는 작가에서 출판사를 굴리는 사장이 되는 것이다. 그러다 보니 작가 신분이었을 때에는 동네 책방과의 상생을 그토록 강조하더니 사장이 되고부터는 요즘 누가 서점 가서 책 사냐는 말이 나오는 것이다(밀리의서재에서 출간하는 종이책은 일반 서점에 배포되지 않고 회원들에게만 판매되는 한정판이기 때문이다). 사업가 부심 쩐다. 인정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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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12-17 09:50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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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12-17 11:20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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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12-17 18:32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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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12-17 18:40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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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12-17 18:44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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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12-17 18:48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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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자냥 2019-12-17 10:05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적어도 김영하 정도의 파워가 있는 작가가 ˝요즘도 책 사러 서점 가요?˝라는 말이 담긴 광고를 찍을 때는 생각 좀 해야 했던 거 아닌가 싶습니다. 그런데... 덧붙인 글 2)번 내용을 보니 하, 그가 그럴만 했구나 싶군요. 휴....

암튼 ‘이십 세기말,‘ 이거 왠지 김영하 묘하게 까는 말 같아서 키득키득 웃었습니다. ㅎㅎㅎ

곰곰생각하는발 2019-12-17 11:23   좋아요 0 | URL
저도 모르고 있었는데 글 쓰면서 알게 되었네요. 2) 각주 내용 말이죠. 그러니 서점 가봐야 내 책 없어 ! 구닥다리 서점 갈 생각 말고 밀리 가입해 어성.. 뭐, 이런 시추에이션인데... 좀, 자신이 몸 담았던 곳에 대한 예의는 아닌 것 같습니다.


+
이십 세기말... ㅎㅎㅎㅎㅎ 아시는군요. 잠자냥 님은 그 묘한 뉘앙스를..

雨香 2019-12-17 11:18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밀리의 서재 광고가 자꾸 뜨는게 불편합니다.
제가 책을 돈 주고 사는 이유는 그래야 좋은 책이 계속 출간될 것이란 생각 때문인데,
과연 구독형/정액형 서비스가 그런 역할을 할지 의문입니다.
블로그성 책들이 난무하는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고 생각입니다.
(그들에게 책은 자신의 경력을 쌓기 위한 미끼?)

처음엔 전자책이 눈에 안들어왔습니다만(전자책도 구매합니다.)
꾸역꾸역 보다 보니 이젠 좀 적응이 되었습니다.
물리적 한계(집에서 책이 차지하는 공간이 많아지다 보니)때문에 전자책을 종종 구입합니다만,
종이책을 읽을 때 ‘약간 앞쪽 좌측 하단에 이런 내용이 있었는데‘라는
기억을 전자책에서는 느낄 수가 없는 점이 아쉽습니다.

곰곰생각하는발 2019-12-17 11:25   좋아요 3 | URL
맞아요. 가끔 어떤 문장을 찾아야 할 떼가 있어 종종 읽었던 책을 다시 보게 되는 경우가 있는데
아, 이 정도쯤에 그 문장이 있었지, 하면 대충 거의 맞더라고요.

하지만 전자책은 그게 불가능해요.

코끼리 2019-12-17 13: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좋은 지적입니다. 공감.

곰곰생각하는발 2019-12-17 18:41   좋아요 0 | URL
감사합니다.

쎄인트saint 2019-12-17 14:0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무한리필 고깃집 ; 니가 먹어봐야 얼마나 먹겠니?

#무한리필 밀리네 ; 니가 읽어봐야 얼마나 읽겠니?

곰곰생각하는발 2019-12-17 18:42   좋아요 1 | URL
딱이지 않습니까 ? 일종의 무한리필이에요.

레삭매냐 2019-12-17 16: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속이 다 시원합니다 -

뭐 그닥 선호하는 작가가 아니다
보니 그러거나 말거나지만 신속한
태세전환이 마음에 들지 않네요.

전 죽을 때까지 종이책을 고집하렵
니다. 오늘도 헌책방 가서 몇 권
털어 왔습니다. 디트리히 피셔 디스
카우와 빌헬름 켐프의 추억의 씨디
도 한 장씩 샀네요.

곰곰생각하는발 2019-12-17 18:43   좋아요 0 | URL
전 김영화 소설을 좋아하긴 하는데
이번 방식은 좀 노골적이엇씁니다. ㅎㅎ

가넷 2019-12-18 00:2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뭐더라, 책의 미래를 말하는 다큐에 나오는 것 같던데. 재미있네요.

곰곰생각하는발 2019-12-18 21:20   좋아요 1 | URL
그 방송에서 그의 멘트가 인상 깊었습니다. ˝ 나도 이런 곳에서 서점하고 싶다아 ~ ˝

카알벨루치 2019-12-19 15:2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종이책이 얼마나 좋은데, 김영하 작가 좋아하는데 곰곰님 글읽고 “그거슨 아니지!!!”라는 말을 해주고 싶네요! 공감 만개 누릅니다

곰곰생각하는발 2019-12-21 23:59   좋아요 1 | URL
상도덕에 어긋나는 짓이죠. ㅎㅎ
 
밀크맨
애나 번스 지음, 홍한별 옮김 / 창비 / 2019년 10월
평점 :
품절


                                   


소   문   과       권    력    :











풍문으로 들었어







네가 자초한 거야. 그 습관 고치라고 말했는데

길에서 걸으면서 책 읽는 거 말야


- 밀크맨 中



                                                                                  


아무개 아들 아무개가 내 가슴을 총으로 찌르고 고양이 같은 년이라고 하면서 나를 쏘려고 한 날이 밀크맨이 죽은 날이었다 ㅡ 로 시작하는, 소설의 첫 문장치고는 다소 산만한 느낌이 드는 << 밀크맨 >> 의 첫 문장은 작가를 꿈꾸는 예비 독자라면 반드시 참고해야 할 대목이다. 소설 도입부의 이 첫 문장 때문에 500페이지에 가까운 장편 전체에 긴장감을 주면서 끈질기게 독자의 목을 잡고 놓아주지 않는다.  


레이먼드 챈들러(아마도....)는 독자가 지루하다 싶으면 일단 총부터 등장시키라고 충고했는데 애나 번스는 시작부터 " 총 - 찬스 카드 " 를 꺼내든 셈이다.  위기 상황일 때 꺼내드는 것이 < 비장의 카드 > 라는 점을 감안하면 애나 번스는 과감하게 첫 문장부터 총을 꺼내들어 승부수를 띄웠으니 변칙이라면 변칙에 가깝다.  애나 번스는 축구 경기에서 경기의 판도를 바꾸기 위해 경기 후반부에 교체 투입되는 히든 카드 " 조커 " 를 전반전 경기 시작부터 선발 출전시킨 것이다. 이 작전은 훌륭했다. 첫 문장 덕에 궁금증이 꼬리에 꼬리에 꼬리를 물게 되었다. 


왜 아무개 아들 아무개는 화장실에서 주인공 여자 가슴을 총으로 쿡쿡 찌르면서 고양이 같은 년이라고 욕을 했을까 ?  아무개 아들 아무개 씨의 진짜 이름은 아무개는 아닐 터이니 진짜 이름은 무엇일까 ?  밀크맨은 주인공과 어떤 관계일까 ?  밀크맨의 직업은 우유배달부인가, 진짜루 ??!  시작은 암살과 폭력이 난무하는 하드보일드 정치 스릴러'처럼 보였지만 읽다 보면 열여덟 소녀의 끊임없는 입말과 독백으로 이루어진 성장 소설이라는 점을 깨닫게 된다. 그리고 주인공 " 나 " 는 가시적인 폭력 행위보다 비가시적인 소문이야말로 자신을 억압하고 착취하며 복종하게 만드는 폭력의 한 형태'라는 사실도 깨닫게 된다. 


" 나 " 에 대한 소문은 성별화된 위계질서를 지지하는 지역 공동체의 긴밀한 공조 속에서 각색되어 유통된다. 총보다 무서운 것은 말이고 격발된 총알보다 빠른 것은 소문의 속도다. 이 소설은 단 한 명을 제외하고는 등장인물을 모두 다 익명으로 처리했는데 익명 뒤에 숨은 소문의 폭력성을 강조하기에 더없이 좋은 수단이 되었다. 무엇보다도 이 소설의 화자인 " 나 " 가 입말이라는 형식을 빌려 토해내는 또래 언어'가 시종일관 무너지지 않고 끝까지 생생하게 전달된다는 점에서 높은 점수를 주고 싶다.  


읽다 보면 디스토피아 가상 소설처럼 보이지만 책을 덮고 뒤돌아서는 순간 이 세계가 한국 사회를 닮았다는 사실을 발견하게 된다. 걸으면서 책을 읽는 소녀가 꽃뱀으로 오해를 받는 가상의 사회보다 더 고약한 사회는 한 여성이 단지 브래지어 착용이 불편하다는 이유로 브래지어 착용을 하지 않았을 뿐인데 이상한 여자'로 낙인을 찍어 기어코 살해하는 한국 사회다. 누군가는 설리의 죽음 앞에서 죄의식도 없이 이런 식으로 말을 할지도 모른다. 네가 자초한 거야. 그 습관 고치라고 말했는데, 노브라로 걸으면서 돌아다니는 거 말이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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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라앉는 배 위에서 가위바위보








                                                                                                 어제는 불알후드 모임에 참석했다. 밤꽃 향기 작렬하는 중년들의 알탕 모임'이 탐탁지는 않았으나 외곽에서 꽃바람이라도 쐴 요량으로 오리고기 요리'로 유명하다는 식당에서 모였다. 이런들 어떠하고 저런들 어떠하리 류의 만수산 드렁칡 잡담이 꽃을 피우니 참말로 더티하리 ! 


나는 세상 다 귀찮다는 표정을 지으며 구탱이에 앉아서 술을 홀짝이고 있었다. 이야기는 자연스럽게 정치 쪽으로 흘렀다. 누군가 민식이법에 대해 열변을 토해냈다. 그는 민식이법의 취지에는 동감하지만 법 적용의 평등성에는 문제가 있다고 주장했다. 민식이법의 처벌 형량이 음주운전 사망사고를 처벌하는 ‘윤창호법’과 같다는 점을 지적하면서 음주운전은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이나 마찬가지인 중대한 범죄인데, 아무리 어린이 사망이라는 중대한 결과를 초래했다 해도 스쿨존에서 발생한 교통사고라는 것만으로 과실로 인한 사고와 같은 처벌을 한다는 건 형벌의 비례성 원칙에 어긋난다는 지적이었다. 


그리고는 자신의 정치 성향은 중도'라고 말했다. 진영 논리에 빠지지 않고 객관적 자세로 들여다 본 결과라는 소신을 강조했다. 어찌나 말을 잘하던지 그의 주장에 동조하는 이 많았다. 구석에서 오리발을 닭발처럼 뜯으며 조용히 술을 마시던 나는 그에게 이렇게 말했다. " 혹시 영화 << 타이타닉 >> 보셨어요 ? " 그는 흔쾌히 보았노라, 대답했다. 내가 말했다. " 배가 침몰할 때 승객이 구명보트으로 갈아타는 장면 있잖습니까 ? 그때, 어린이와 여성 그리고 노인 순으로 구명보트에 탑승하잖아요. 형씨 말대로라면 이 장면도 대표적인 불평등입니다. 


목숨은 하나인데 단지 나이가 많다는 이유로, 혹은 나이가 젊다는 이유로, 남성이라는 이유로 구명보트에 승선할 기회가 뒤로 밀려나니 형평성의 문제가 발생하죠. 타이타닉 선장이 아이와 여성을 먼저 구명보트에 태우려고 할 때 형씨는 우왕좌왕하는 승객을 향해 이렇게 소리쳐야 합니다. 어디서 조팝에 볍씨 쌈 싸먹는 소리야 ! 어이, 선장, 어디서 노약자 우선 주의야. 수박 씨 발라먹는 소리 하지 마쇼. 누구 목숨은 귀하고 누구 목숨은 천하오 ? 목숨 앞에서는 누구나 평등하오. 그러므로 구조의 비례성 원칙에 위반되오.        


아마 이런 장면이 연출되었다면 이 영화는 말 그대로 조팝에 볍씨 쌈 싸먹는 영화가 되엇을 겁니다. 그는 내 주장에 화끈하게 발끈했다. 민식이법을 이야기하는데 느닷없이 타이타닉 얘기냐며 어이없어 했는데 그 표정이 대한민국 경제를 이야기하는데 파리가 날아다니고 있다는 멘트를 날리며 호탕하게 웃었던 아나운서의 얼굴이 떠올랐다. 그가 자꾸 기계적인 중립과 법의 평등주의를 강조하기에 나는 이렇게 되받아쳤다. " 형씨 얘기는 교통사고가 발생한 곳이 단지 스쿨존이라는 이름만으로 다른 장소에서 발생한 교통사고보다 과중 처벌하는 것이 형평성에 어긋난다고 하는데 이런 경우는 어떻습니까 ?  


20대 남자가 여자를 강간하는 사건이 발생했습니다. 피해 여성은 20대 여성입니다. 또 다른 강간 사건도 발생했습니다. 이번에는 피해 여성이 7살 여자아이입니다. 두 사건 모두 남성이 여성을 강간한 사건이니 동일한 형량이 주어져야 하나요 ? 포르노가 합법은 미국은 아동 포르노에 대해서는 엄격해서 아동포르노를 소지했다는 이유로 10년 형이 부여되는 데 이것도 비례성의 원칙에 위반되는 겁니까 ? "  그는 타이타닉 비유 때보다 더 어이가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교통사고는 고의성이 없다는 점에서 민식이법과 미성년 강간 사건은 종류가 다르다고 주장했다. 


캬, 여기까지 왔으니 나도 뒤로 물러날 수는 없는 노릇. " 몇 년 전에 이런 기사가 난 적 있습니다. 사소한 다툼으로 주먹질이 오가는 싸움이 발생했는데 상대방이 죽은 사건이었습니다. 과실치사'죠. 그런데 법원은 가해자의 주먹을 무기로 봤습니다. 왜냐하면 프로 격투기 선수였거든요. 그래서 가해자는 과실치사에 따른 집행유예가 아니라 징역형을 살았습니다. 이 경우 가해자 입장에서는 억울할 겁니다. 자신이 격투기 선수가 아니었다면 과실치사에 따른 집행유예로 풀려났을 텐데 직업이 격투기 선수라는 이유만으로 폭행치사에 따른 징역형이 선고되었으니 법의 형평성에 어긋났다고 생각하겠죠. 


그 판사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사소한 말다툼으로 시작한 싸움이 주먹질로 인해 피해자가 사명한 사고가 발생했지만 격투기 선수인 피고인은 자신의 주먹이 무기가 될 수 있다는 점을 항상 염두에 두었어야 합니다. 그 사실을 망각했다는 점에서 죄를 엄중히 묻지 않을 수 없습니다.  그렇다면 달리는 자동차는 격투기 선수의 주먹보다 더 위험한 무기'이죠. 아프리카 속담에 아이 한 명을 키우기 위해서는 마을 전체의 보살핌이 필요하다는 말이 있습니다. 민식이법은 마을 차원이 아니라 국가 차원에서 아이를 보호하기 위한 방책이죠. 


형평성과 평등권 그리고 형벌의 비례성 원칙이 중요하다고 칩시다. 형씨가 타이타닉에 승선한 승객이었어요. 구명보트에 오를 티켓은 오로지 가위바위보로 결정됩니다. 형씨가 네 살 여자아이와 가위바위보를 해서 이겼다고 칩시다. 당신은 구명보트에 올랐어요. 구명보트 위에서 바라본 풍경은 아비규환입니다. 그때 당신은 검은 바다 위에서 허우적거리는 그 여자아이를 발견합니다. 그 풍경, 평화롭습니까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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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자 함부로 밟지 마라










  직히 말하자면 : 꾀죄죄하며 별 볼 일 없는 캄캄한 인생이어서 내 인생을 고백할 때에는 사실과 허구를 섞는 경향이 있다. 마치 맹탕인 맹물로 국물 요리를 할 때 조금이라도 괴기 : 부모 고향이 충청도라서 옛 어르신들은 " 고기 " 를 항상 " 괴기 " 라고 말씀하셨는데 고기라는 단어보다는 괴기라는 단어가 보다 간절하고 애절한 느낌을 준다. 괴기는 7,80년대 레트로 서정이다  맛을 느껴볼 요량으로 쇠고기 다시다 조미료를 넣듯이 말이다. 김혜자는 혜자스럽게 그래, 이 맛이야 _ 라고 말했지만 엄밀히 말하자면 그 맛은 논픽션이 아니라 픽션의 영역이지 않은가. 


그 판타지를 즐긴다는 것은 유쾌한 일이 아니지만 가난한 자에게 쇠고기 다시다 조미료는 논픽션의 맛을 간접 체험할 수 있다는 점에서 소중하다.  하여,  내 글에서 어느 부분이 픽션이고 어느 부분이 논픽션인가 라고 묻지 마시라.  국물에서 조미료 맛이 난다고 해도 모른 척하는 것이 음식을 만든 이에 대한 최소한의 존경이다.  대장금의 홍시론(論)은 장금이가 어리니까 용서가 되는 것일 뿐이다.  옛날에 놀이터에서 담배 피우던 시절.  봄밤에 담배를 피우다가 내 그림자를 유심히 바라본 적이 있다.  내 키보다 길어서 부러웠던 그림자였다. 


가끔 혼잣말을 하는지라 혼잣말로 부럽다 _ 라고 말하자 그림자가 벌떡 일어나는 사건이 있었다. 그림자가 아니라 그림자 흉내를 내는 노숙자'였다. 노숙 생활이 부끄러워서 그림자 행세를 한다는 것이었다. 내가 쓰레기통 그림자도 사람이냐고 물었더니 내 그림자를 흉내 냈던 이는 그렇다고 대답했다. 그들은 주로 그림자 노동1)에 지쳐서 직장과 집을 뛰쳐나온 사람들이라고 했다. " 미국은 홈리스들이 1400만 명이랍디다. 엘에이나 샌프란시스코를 가 보세요. 거지가 그렇게 많은 도시는 LA와 SF가 유일할 거예요. 그런데 왜 서울에는 거지가 안 보이는 줄 아세요 ? 


다, 그림자 행세를 하기 때문이에요. 담배 한 대 빌릴 수 있을까요? " 우리는 담배를 피우며 이런저런 이야기를 했다. 그림자 행세를 하면서 가장 힘들었던 점은 무엇이냐고 묻자 그녀는 이렇게 말했다. " 당신처럼 자기 그림자를 물끄러미 보면 우리는 숨쉬기가 거북하답니다. 자유롭게 움직일 수 없으니 말이에요. 대부분은 그림자에 대해 관심이 없죠. 어느 누구도 신경을 쓰지 않지요. 세상 사람들이 그림자를 투명인간 취급을 하는 것이 서럽기도 하지만 때론 그게 마음이 편해요. "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다 시간이 깊어져,  나는 내 그림자를 놀이터 공원에 남겨두고 떠났다. 


어제 공원에서 그림자 넷이 꽁꽁 얼어서 동사했다는 기사를 읽었다. 추운 겨울이 되면 내가 두고 온 그림자 생각을 하게 된다. 밥은 먹고 다니는지, 사람들 발에 자주 밟히지는 않는지, 물끄러미 바닥을 보는 이 때문에 숨쉬기가 불편하지는 않는지.....  그런 걱정을 하게 된다. 그림자 함부로 밟지 마라. 당신이 아무 생각없이 그림자를 밟는 짓은 누군가의 휴식을 방해하는 것이다. 



​                      

1) 그림자 노동  :  노동을 했지만 보수를 얻지 못하는 무급 활동으로, 오스트리아 철학자 이반 일리치(Ivan Illich)가 동명의 저서에서 처음 언급한 개념이다. 직접 주유를 하는 셀프 주유소, 비대면 거래를 위해 각종 인증 절차를 거쳐야 하는 모바일 뱅킹, 주기적인 소프트웨어 업그레이드, 저렴한 상품을 사기 위해 정보 수집을 하는 행위 등이 그림자 노동에 해당한다. 셀프서비스라는 명목 아래 이뤄지며, 비용을 아낄 수 있지만 시간을 할애해야 한다는 단점이 있다. 기술이 고도로 발전하고 자동화, 무인화 시스템이 도입되면서 그림자 노동이 늘어가는 추세이다. 특별한 기술이 필요하지 않은 저임금 일자리가 없어지는 원인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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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12-10 19:37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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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12-10 19:44   URL
비밀 댓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