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내가 남자를 싫어하는 이유 : 









밤꽃 향기 작렬하는 불알후드의 욕망에 대하여 









    내가 모시던 직장 보스는 법인 카드를 백지수표처럼 남발하는 권력을 가진 이'였다. 그가 개인적으로 결제한 법인 카드 1년 결제 금액은 1억이었다. 결제 금액의 팔 할, 아니 구 할은 술값이었고, 구 할의 구 할은 룸살롱 비용이었으며 룸살롬 비용의 구 할은 2차 성매매 금액이었다. 놀랍지만, 이 모든 것은 진실이 십 할. 하,, 지금 돌이켜보면 그 풍경은 씨팔 ! 보스의 시다바리 역할을 해야 했던 나는 밤마다 지옥을 경험했다. 영화 << 넘버 3 >> 에서 불사파 두목 조필(송강호 분)이 남자란 자고로 벤츠 타고 룸살롱 가서 시바스 리갈 마시며 


여자 젖가슴 주무르는 것이 남성 성공 서사'라고 말하지만 나는 보스 시다바리 하느라 룸살롱에서 공짜로 술을 마셔야 하는 상황이 헬오브지옥이었다. 일단, 양주를 좋아하지 않았고 술자리에 여자가 옆에 있어야 술맛이 난다는 불알후드의 밤꽃 향기 작렬하는 허세를 혐오했다. 그리고 어떻게 해서든 기회가 되면 여자와 섹스를 하는 것을 좋아하긴 했으나 돈을 주고 성매매를 하는 것은 도저히 용납할 수 없는 범죄 행위'였다. 하지만 그때 내 임무는 보스를 숙소까지 안전하게 모시는 일이었다. 때로는 판이 큰 난장이 펼쳐지기도 한다. 


각지에서 모여든 영화계 파워 인물 톱 10이 모여서 화끈한 뒤풀이를 펼친다. 룸살롱 입장에서는 하루 수입이 천만 원이 훌쩍 넘는 행사이다 보니 그 지역에서 최고의 미녀를 섭외한다. 이 자리에서 난장이 펼쳐진다. 지금도 내가 기억하는 스펙타클은 룸살롱 안에서 펼쳐진 집단 섹스'였다. 최고 우두머리가 테이블 위의 양주와 안주를 손으로 휘저어 바닥으로 떨어뜨린다. 그리고는 테이블 위에 올라 바지를 내린다. 당구공보다 작은, 미학적으로 매우 뛰어난 원형 두 짝이 달랑거리며 모습을 드러내,고 그는 파트너를 테이블 위에 불러 섹스를 한다. 


그리고는 명령을 내린다. 모두 다, 하나도 빠짐없이 모두 다 해 !!! 이 말과 동시에 파워 랭킹2,3,4,5,6,7,8,9,10人은 지퍼를 내리고 섹스를 하기 시작한다. 만약에 " 때씹 " 을 거부하는 인간은 배신, 배반, 관계대명사를 부정하는 투부정사의 투투용법이 된다. 우리는 그렇게, 그곳에서 섹스를 했다. 그때 누군가 노래방 반주에 맞춰 노래를 불렀다. 김현정의 단칼이라는 노래였다. 미친듯이, 화끈하게, 템포 빠른 김현정의 인기 댄스곡에 맞춰. 우리는 모두 이 박자에 맞춰 에브리바디 두 잇 !  나라고 예외일 수는 없다. 


보스의 시다바리를 위해 참석한 1인이었으나 이 난장 파티에서 예외는 없었다. 파트너는 강제로 내 바지 지퍼를 내렸다. 당시 나는 성전환을 위해 남근을 단칼에 베어 버린 상태였다. 파트너는 놀란 눈으로 나를 바라보았다. 긴 침묵이 흘렀다. 여자는 갑자기 내 위에 올라 섹스 행위를 연기했다. 그때의 기억은 지금도 여전히 트라우마로 남아 있다. 발기 불능의 공포라기보다는 집단 발기의 공포라고나 할까 ?  왜, 모두 다, 우리는, 그때, 꼴렸을까 ? 정말 묻고 싶다. 모두 다 꼴렸어야 했냐 ?  정말 궁금했다.  이 글을 읽는 이는 모두 경악하겠지만 모두 다 꼴린 남자들은 바로 당신의 동생이기도 하고, 


당신의 남편이기도 하고, 당신의 애인이기도 하고, 당신이 존경하는 인물이기도 하다. 테이블 위에 올라 때씹을 강요했던 우두머리는 한때 한국 영화를 자지우지하는 인물이었고, 한국 영화사에 남을 걸작을 제작하기도 했으며 그 파티에 동참했던 한 사람은 감동적인 책을 쓰기도 했다. 오랜 만에 김현정의 " 단칼 " 이라는 노래를 듣다가 문득 그때 그 룸에서의 집단 군무가 생각났다. 박자에 맞춰 엉덩이를 칼 같이 흔들었던. 때씹이 끝난 후, 보스는 나에게 노래 한 곡을 신청했다. 나는 38870번을 눌러 정차식의 << 할렐루야 >> 라는 노래를 불렀다. 아버지, 오후만 되면 눈물이 나요. 수난은 계속 되겠죠 ? 기억도, 떨리는 눈빛도. 아버지, 마르고 닳은 기침이 나요. 겨울만 계속 된대요....... 할레루야. 할레루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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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른괭이 2019-12-12 10: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님, 이거 실화임?? 너무 궁금해서 결국 여쭤봅니다^^;

2019-12-12 10:42   URL
비밀 댓글입니다.

푸른괭이 2019-12-12 18:0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큐브릭의 <아이즈 와이드 셧>과는 비교가 되지 않는군요, 헉.
 
SBS 백종원의 골목식당
SBS 백종원의 골목식당 제작팀 지음 / 서울문화사 / 2019년 9월
평점 :
품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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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 팝   잎 에   볍 씨   쌈   싸   먹 는   맛   :











볍씨와 조팝



 


    식품 공장에서 생산하는 고추장과 식품 공장에서 생산하는 설탕과 식품 공장에서 생산하는 물엿과 식품 공장에서 생산하는 떡과 조미료와 어묵으로 만든 " 떡볶이 " 는 누구나 예상 가능한 맛'이다. 시장에서 파는 분식 순대 맛이 어느 가게를 가나 맛이 똑같은 이유는 식품 공장에서 대량 생산된 순대를 전국에서 팔기 때문이다. 식품 공장에서 생산하는 재료 대신 직접 만들어 파는 것이 아니라면 공장에서 생산하는 식재료는 가공 시스템에 의해 관리되는 표준화된 레시피를 바탕으로 하기에 스페셜한 맛을 기대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먹을 식(食)의 세계에서는 드라마 대장금의 < 홍시론(論 > 이 대세다. " 홍시 맛이 나서 홍시라 했는데 홍시가 홍시가 아니라 하옵시면 볍씨입니까 ? " 떡볶이도 마찬가지다. 기계식 공장에서 대량 생산한 식재료만으로 만든 요리를 가지고 식품 공장 맛이 아니라 그 옛날 어머니의 손맛이라고 (김)혜자스럽게 말하면 조팝 잎에 볍씨 쌈 싸먹는 소리처럼 들리게 된다. 백종원의 골목식당 평택 떡볶잇집(모퉁이 집 분식) 에피소드에서는 떡볶이 맛의 팔 할을 차지하는 고추장을 직접 만드는 식당 주인'이 등장한다. 고추장이야말로 떡볶이 맛을 좌지우지할 화룡점정이다 보니 


고급 재료를 아낌없이 투자해 만든 양념이다. 그런데 공장에서 대량 생산하는 고추장이 아니다 보니 예상 가능한 식품 공장 떡볶이 맛이 아니다. 직접 만든 수제 양념장이다 보니 공장에서 파는 것보다는 조금 더 정성이 들어가고 조금 더 고급스러운, 스페셜하다면 스페셜한 맛인데 예상 가능한 입맛에 익숙한 소비자 입장에서는 낯선 맛'이다. 이때, 등장하는 요리계의 팅커벨, 신데렐라, 장발장, 허준 백종원 요정 님께서 등장하신다. 해법은 간단하다. 식품 공장 공장장이 만든 고추장을 사용하는 것이다. 몰래카메라 방식으로 찍힌 손님의 반응은 혜자스럽다. 그래...... 이 맛이야 !  


돈오를 경험할 때 머리 위로 폭죽이 터지는 싸구려 불꽃 특수효과처럼 여기저기서 폭죽 터진다. 나는 이 장면이 매우 기괴했다. 떡볶이의 미덕은 어딜 가나 예상 가능한 맛'에 있다. 식품 공장에서 대량 생산하는 식재료만으로 만드는 분식이기 때문이다.  서초 초등학교 앞 분식집 떡볶이 맛이나 전남 구례 초등학교 앞 분식집 떡볶이 맛이나 똑같다. 그것은 맥도날드 매장에서 파는 햄버거가 표준화와 계량화에 의해 세계 어디서나 동일한 맛을 내는 것과 같다. 맥도날드 매장에서 햄버거를 먹을 때 감탄사를 남발한다면 그 사람은 태어나서 햄버거를 처음 먹어보거나 교도소에서 출소한 지 얼마 안 된 사람이다. 


그렇기에 우리는 떡볶이를 먹을 때 감탄을 남발하면서 먹지 않는다. 그런데 왜 모퉁이집 분식 손님들은 모두 다 하나같이 엄지 척을 외치며 김혜자 코스프레를 하고 있는 것일까 ? 간단하다, 백종원(의 골목식당)이라는 브랜드가 주는 위약 효과(플라시보 효과) 때문이다. 의사가 가짜 약을 주며 만병통치약이라고 말했을 때 진짜 약이라 믿었던 환자의 병세가 일시적으로 호전되는 효과 말이다. << 백종원의 골목 식당 >> 은 전형적인 돌팔이 약장수 전략을 구사한다. 미디어라는 공신력은 일종의 하얀 의사 가운이다. 백종원은 골목 식당이라는 인기 프로그램의 후광을 입고 의사 흉내를 낸다. 


이 약 한 번 잡샤봐봐 ~  곡기 끊은 이의 마른 입에서  군침이 박연 폭포처럼 쏟아질 것이요, 씹을 때마다 다금바리 향내가 진동할지니...... 오오, 내 요리가 너희들의 혓바닥을 발기하게 만들지어다. 혓바닥이여, 꼴딱 서라. 딱딱하게 발딱 서라 !  너의 뼈 없는 혓바닥이 발기하는 기적을 경험하라 ! "  뭐, 이런 조팝 잎에 볍씨 쌈 싸먹는 소리에 시청자는 홀딱 속는다.  마치 자신의 혓바닥이 발기하는 환상통을 경험하면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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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쥐와 인간 블루픽션 (비룡소 청소년 문학선) 32
존 스타인벡 지음, 정영목 옮김 / 비룡소 / 2009년 4월
평점 :
절판










생쥐와 인간






사람이 된다는 것은 자리/장소를 갖는다는 것


- 사람 장소 환대 中, 김현경





210 크기의 실험실 상자 속에 쥐 8마리'가 산다. 물과 음식은 충분히 공급되고 고양이 같은 포식자가 없다 보니 쥐에게는 유토피아'다. 실험실 연구원이 질병 관리도 맡아서 늙어 죽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죽을 수 있는 위험 요소는 모두 제거된,  과보호된 공간이다. 쥐 8마리로 시작한 개체 수는 2년 반 동안 2,200마리로 늘었다. 개체 수 증가는 곧 공간 부족을 야기한다. 그러나 공간은 줄어들었지만 먹이 공급은 충분하다.  이제 중요한 것은 먹이를 확보하는 것이 아니라 자기만의 고유 영토를 지키는 것이다. 


마당 넓은 단독 주택에서 살던 쥐는 이제 협소 주택으로, 협소 주택에서 공동 주택으로, 공동 주택에서 반지하로, 반지하에서 고시원으로, 고시원에서 쪽방촌으로, 쪽방촌에서 수용소로, 결국에는 수용소에서 길바닥의 형태로 바뀌게 된다. 이 실험의 진짜 목적은 유토피아 같았던 " 주거 지역 " 이 어느 순간에 " 죽어 지옥 " 이 되었을 때 발생하게 되는 쥐의 행동 패턴을 연구하는 것이다. 공간 상실로 인해 스트레스를 받은 쥐들은 사생활 보호가 가능한 영토를 확보하기 위해 서로를 물어뜯어 죽이기 시작한다. 지정학적으로 가장 좋은 장소는 더욱 치열하다. 


힘  쥐가 더 많은 공간을 확보하기 위해 옆에 있는 쥐의 꼬리를 갉아먹는 동안,  또 다른 쥐는 동료의 꼬리를 갉아먹는 힘 센 쥐의 꼬리를 갉아먹는다.  말 그대로 꼬리에 꼬리에 꼬리에 꼬리를 무는 형국이다. 그 결과, 개체 수는 줄어들기 시작하고 그 마을에는 다시 평화가 찾아온다.  존 B 칼훈의 쥐 사회 실험이다.  이 실험에서 내가 주목한 것은 " 쥐의 영토성(장소성) " 이다.  동물은 일정한 거리(공간)를 확보하려는 본능을 가지고 있다. 주체는 객체(포식자)가 일정한 거리 안으로 침범하지 않으면 도주하지 않는다.  이것을 도주거리(안전거리)'라고 부른다. 


유토피아에서 평화롭게 살던 쥐가 서로를 물어뜯어 죽이게 되는 참사는 공간의 협소화로 인해 도주거리가 파괴되었기 때문이다. 인간도 마찬가지다1). 미국에서 가장 아름다운 도시이자 부유했던 샌프란시스코가 똥 냄새 때문에 살기 힘든 도시가 되고 있다고 한다. 샌프란시스코 텐더로인 거리에는 똥 더미 때문에 걷기 힘들 지경이 되었다는 것이다. 알프레드 히치콕의 << 현기증 >> 으로 샌프란시스코를 경험한 나로서는 상상하기 힘든 풍경이다. 금문교와 골든게이트 공원이 있는 도시가 << 눈먼 자들의 도시 >> 가 되었다니 믿어지지 않는 것이다. 놀랍게도 그 똥은 개똥이 아니라 사람 똥이다. 


미국인이 거리에 앉아서 똥을 싸고 있는 것이다. 도대체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일까 ? 똥의 주범은 노숙자'다. 그렇지만 똥의 주범이 노숙자라고 해서 이 현상의 주범도 노숙자라는 말은 아니다. 주범은 따로 있다. 바로 치솟는 집값 때문이다. 엔리코 모레티 버클리대 경제학과 교수는 집값이 10% 상승할 때마다 지역 소비 물가는 6% 증가한다고 경고한다. 당연히 집값 상승은 거주부담능력(월세)을 상승시켜서 지불 능력이 없는 세입자는 결국 노숙자가 되는 것이다. 1명이 집을 사면 3명이 길거리 노숙자가 된다. 저학력 육체 노동자'가 노숙자가 된다는 편견은 버리는 것이 좋다. 


또한 노숙자는 게으르다는 편견도 버리는 것이 좋다. 노숙자의 1/4은 직장을 다니고 있다. 문제는 월급으로는 집세를 감당하기 버겁다는 데 있다. 노숙자 중에는 예일대를 나온 엘리트도 많다. 길거리에 차를 세워 두고 차 안에서 생활하는 어느 노숙자의 직업은 대학에서 영문학을 가르치는 강사'다. 집 없는 노숙자야말로 인간으로서 지켜야 할 최소한의 영토마저 빼앗겼다는 점에서 존 칼훈의 실험 쥐를 닮았다. 먼 나라의 이야기가 아니다. 대한민국 상위 1%는 국내 전체 부동산의 55%를 보유하고 있고 상위 10%는 전체 부동산의 97.5%를 차지한다. 


반면에 소득 하위 50%가 보유하고 있는 부동산 비율은 2%다. 질문이 질문에 질문에 꼬리를 문다. 이제 서울이라는 대도시도 샌프란시스코처럼 똥 더미에 오염되지는 않으리라 확신을 할 수 있을까 ?  개똥밭에 굴러도 이승이 좋다지만 인분 밭'에 굴러도 마냥 이승이 좋을까 ?  재산권이라는 이름 아래 인간이 인간으로서 지켜야 할 최소한의 영토마저 강탈하는 행위는 과연 정당한 것일까 ? << 연예가중계 >> 라는 프로그램에서 모 연예인의 부동산 재테크 순위를 나열하며 불로소득을 예찬하는 것을 보면 염치와 수치를 모르는 것은 화장실이 없어 길거리에 똥을 싸는 노숙자인지 아니면 그들인지 헷갈리게 만든다. 






 







​                                            


1)  사회 생활에서 사회 구성원과 적정 거리를 유지하는 것은 무엇보다 중요하다. 친분과 직급을 이유로 상대방의 허락도 없이 그 사람이 설정한 고유 영토를 침범하는 것은 범죄 행위이다. 대표적인 경우가 성범죄이다. 



'제국' 미국의 집값 폭등과 노숙자 대란


 미국의 도시들이 사라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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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다맨 2019-12-14 16:2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청빈이라는 말을 좋아하지는 않습니다만 우리네 조상들이 이런 말을 사용했던 데에는 그만한 이유가 있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물욕을 탐하지 않는 것이 깨끗한 삶이라면 반대로 말해서 물욕에(만) 집착하는 것은 누추한 삶에 지나지 않는다는 사회 공통적인 인식이 그 시대에는 있었다고 봅니다.
예능을 잘 보지 않지만, 어떤 연예인 부인이 남편이 수백 억을 번다면서 자랑하는 내용의 기사들이 인터넷의 실시간 이슈에 떠오르는 것을 보노라면 한숨이 나옵니다. 수익만 알뿐 수치에 대해서는 조금도 이해할 줄 모르는 사람들이 너무 많은 시대입니다.

곰곰생각하는발 2019-12-14 18:36   좋아요 0 | URL
올해 가기 전에 망년회 합시다.
 

테드 창 지음, 김상훈 옮김 / 엘리 / 201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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팬티와 양말






불안은 자유의 현기증이다

- 쇠렌 키르케고르





                                                                                                        성이 산부인과 진료를 받을 때 가장 신경 써야 하는 것은 팬티가 아니라 양말'이(라고 한)다. 진료대에 눕기 전에 팬티는 이미 벗은 상태이기에 의사와 간호사에게 가장 눈에 띄는 것은 거치대에 걸친 양말의 발바닥 상태인 것이다. 산부인과 진료실만큼 발바닥이 이토록 적나라하게 타인에게 폭로되는 곳이 또 있을까 ? 발바닥을 보여준다는 것은 밑바닥을 보여주는 것과 같다.


내가 아는 사람은 산부인과 진료를 받을 때에는 여분으로 항상 새 양말을 준비한다고 한다. 반면에 공황 장애가 있는 사람은 팬티에 신경을 쓴다. 갑자기 의식을 잃고 길바닥에 쓰러질지도 모른다는 공포, 그래서 의식을 잃은 상태에서 응급실에 실려가는 상상. 나는 항상 외출을 할 때 양말보다는 팬티에 신경을 쓴다. 낡은 속옷을 타인에게 들킨다는 것은 부끄러우니깐 말이다. 어쩌면 알몸뚱이보다 더 부끄러운 것은 더러워진 속옷인지도 모른다. 간밤에 꿈을 꿨는데 내가 있는 건물에 불이 났다. 건물 밖에서는 사이렌 소리가 요란하게 울렸고 방송사 기자들이 몰려와 취재 경쟁을 펼치고 있었다. 


꿈이란 요상해서 불길에 내 겉옷은 홀랑 타고 팬티만 남은 상황이 되었다. 그런데 속옷이 거지발싸개처럼 매우 낡고 지저분했다. 나는 고민하기 시작했다. 이 건물을 탈출해야 하는데 더러운 속옷 때문에 탈출을 미루고 있는 것이었다. 팬티를 입고 나갈 것인가 아니면 팬티를 벗고 나갈 것인가 ? 어떻게 할 것인가, 어떻게 할 것인가, 어떻게 할 것인가......  다행히도 꿈은 거기서 끊겼다. 눈을 떴을 때, 나는 땀에 흠뻑 젖어 있었다. 팬티만 입고 잤는 데에도 보일러 온도를 높여서 실내 온도는 후덥지근했다. 나는 꿈속 딜레마에 대해 고민하기 시작했다. 


고민 끝에 내가 내린 결론은 팬티 벗고 뛴다. 단, 조건이 있다. 두 손으로 얼굴을 가린 채 팬티 벗고 뛴다. 눈을 가린 채 뛰어도 당구공 같은 내 불알 두 쪽이 평형 감각을 유지하게 도와주리라. 낡은 속옷 빨랫감은 마당에 널지 않는 법이니까. 눈을 감고 다시 잠을 자기로 했다. 끊긴 꿈속으로 다시 들어가기 위해서였다. 하지만 꿈은 더이상 이어지지 않았다. 잠은 포기하기로 하고 테드 창 소설집 << 숨 >> 에 수록된 < 불안은 자유의 현기증 > 이란 단편을 읽기 시작했다. 단편 제목은 쇠렌 키르케고르의 그 유명한 문장을 빌렸다. 


키르케고르는 절벽이나 고층 건물 꼭대기에 서 있는 사람의 불안 심리를 다루면서 두 개의 공포를 분석한다. 하나는 떨어지면 어쩌나 하는 공포이고, 다른 하나는 거기서 뛰어내리고 싶은 충동이 낳은 공포다. 여기서 두 번째 유형의 공포(불안감)은 뛰어내릴 것인가 아닌가를 선택할 절대적 자유가 자신에게 있다는 각성에서 비롯된다. 그렇기에 키르케고르는 불안은 자유의 현기증이라고 말한다. 문득, 무기력(無氣力)은 무력(武力)의 현기증'이 아닐까 라는 생각이 번개처럼 지나갔다. 그때였다. 


요란한 사이렌 소리와 함께 붉은 불빛이 창문을 뚫고 스며들기 시작했다.  알고 보니 내가 사는 빌라 전체가 사나운 맹수처럼 맹렬히 불타고 있었다.  6층에서 뛰어내린 이웃은 허리가 부러졌다. " 이런, 빌어먹을 !!! " 나는 비명에 가까운 고함을 질렀다. 왜냐하면 내가 사는 곳은 7층이기 때문이었다.  한마디로 아수라장이었다.  이웃의 불행을 즐기기 위해 불구경 나온 사람들과 불행을 어떻게 하면 스펙타클하게 연출할까 고민하는 방송사 카메라 기자들은 좋은 앵글을 잡기 위해 곳곳에 포진하고 있었다. 저 비참을 로우 앵글로 잡을 것인가, 하이 앵글로 각을 잡을 것인가.  


바보들, 기초도 모르다니....... 불행은 무조건 드론 각이야 !  전지적 시점은 항상 웅장하거든. 가까이서 보면 비극이고 멀리서 보면 희극이지만 위에서 보면 수난극처럼 보이거든 .                     캄캄한 복도는 흥건히 젖은 소화용수로 인해 미끄러웠지만 나는 불알의 무게추에 의지하기로 마음먹었다. 팬티 벗고 뛰기 시작했다. 물론, 손으로 얼굴은 가린 채. 





스웨덴 한림원은 테드 창을 단 한번도 노벨문학상 후보군으로 뽑지 않았는데 이 선택을 볼 때마다 의문이 든다. 테드 창만큼 서사를 장악하는 힘을 가진 작가는 드물다. 중2의 성적 판타지에 집착하는 무라카미 하루키나 선승 흉내 내지만 속물 근성에서 벗어나지 못한 고은은 자주 노벨문학상 후보로 선정되면서 테드 창이 후보군에 없다는 사실은 매우 슬픈 일이 아닐까 ?  테드 창의 소설을 읽을 때마다 드는 생각은 한국 작가의 빈곤한 상상력'이다. 상상력의 확장에 막혀서 어쩔 수 없이 리얼리티에 집착할 때 촌스러워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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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죽음 열린책들 세계문학 49
짐 크레이스 지음, 김석희 옮김 / 열린책들 / 200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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냄    새







도루묵과 양미리


                            강원도는 눈이 많이 내리기로 유명한 고장이다. 입동과 대설 사이 어디쯤, 그해에도 많은 눈이 내렸다. 김장철이어서 마당에서 김장을 하다 보면 빨간 양념이 더덕더덕 붙은 절인 배추 위로 하얀 눈이 내려앉았다가 이내 녹았다. 그날도 눈이 왔다. 첫눈은 아니었으나 첫눈이나 다름없는 눈이 내렸다. 귀빠진 날을 핑계로 서울에 사는 몇몇 친구를 불러서 속초 동명항 난전에서 대낮부터 술을 마셨다. 그때 내가 먹은 안주는 양미리와 도루묵이었다. 동명항 난전은 고기잡이배에서 잡은 생선을 바로 그 자리에서 판매하고 요리를 했기에 다른 곳에 비해 생선이 신선하고 맛이 좋았다. 그때 구워 먹은 생선이 양미리와 도루묵'이었다. 난전 포장마차 안에서 바라본 풍경은 아름다웠다. 연탄불에 생선 굽는 냄새는 고소했고 파도가 방파제를 두들기는 소리는 제법 운치가 있었다. 그리고 눈은 소리 없이 내렸다. 술 맛의 팔 할은 풍경이었다. 낮술부터 취한 우리는 밤늦게까지 술을 마셨다. 아침에 눈을 떴을 때, 나는 짚업 후드를 입은 채 모텔 침대 위에서 뒹굴고 있었다. 입에서는 술 냄새가 진동했고 손에서는 생선 비린내가 요동을 쳤다. 헛구역질이 계속 올라왔다. 세면대에서 양치질을 하고 손을 씻었으나 비린내는 쉽게 없어지지 않았다. 손톱 깊숙이 박힌 생선 살점들이 악취를 풍기고 있었던 것이다. 샤워를 마치고 옷을 입자 비린내는 더욱 강렬하게 쏟아졌다. 집업 후드 주머니에 손을 넣은 순간, 물컹거리는 것이 손에 잡혔다. 꺼내 보니 양미리 한 마리'가 뭉개져 있었다.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혼자 집에 가서 혼술 하겠다고 고집을 부렸다는 것이다. 그리고는 먹다 남은 양미리를 주머니에 털어서 가게를 나왔다는 것이다. 바지 주머니 속에서도 양미리 한 마리가 발견되었다. 쉽게 사라지지 않는 생선의 몸내를 통해서 생에 대한 비릿한 집착을 읽자 쓸쓸한 생각이 들었다. 어떤 것은 썩을수록 더 진한 향내가 나고 어떤 것은 썩을수록 더 진한 악취가 난다. 내 육신은 썩어서 얼마나 고약한 악취를 풍길까. 갑자기 하얀 쌀밥에 갓 담은 김장김치가 먹고 싶어졌다. 소금으로 절인 배추가 하얀 눈에 녹아서 염도가 낮아진. 



갈치와 멸치

                      생선 이름이 " - 치 " 로 끝나는 것은 성질머리가 급해서 잡히자마자 죽는다고 한다. 대표적인 생선이 갈치, 멸치, 꽁치'이다. 이 생선들은 그물에 갇혀 있는 동안 죽음에 대한 공포를 극복하지 못하고 제풀에 못 이겨 속이 새카맣게 문드러져 죽는다. 특히, 좁은 그물 안에 오랜 시간 동안 갇히다 보면 과호흡에 빠지게 되고,  서로 몸을 덮치고 밀치고 솟구치다 보니 찬란했던 은빛 비늘은 다 떨어져 상처투성이 몸이 되고 결국에는 애간장만 태우다가 죽는다. 갈치가 대표적이다. 사람들은 먹갈치(부산에서는 흑갈치라고도 부른다)와 은갈치의 맛과 빛깔이 판이하게 다르기에 서로 다른 종류'라고 믿곤 하지만 사실은 같은 종류이다. 이 차이는 < 낚시로 잡느냐 > 아니면 < 그물로 잡느냐 > 에 달려 있다. 낚시로 잡은 은갈치는 몸에 상처가 없고 물 밖에 나오자마자 죽는다. 죽음에 대한 공포가 먹갈치에 비해 상대적으로 짧다. 반면에 먹갈치는 그물에 갇혀서 공황 상태에 빠지게 된다. 그물에 갇혀 있는 동안 내내 죽음에 대한 공포로 인해 속은 문드러진다. 멸치도 마찬가지'다. 죽음에 대한 공포가 짧을수록, 몸에 난 상처가 적을수록 비린내가 적고 맛이 좋다. 영화 << 기생충 >> 을 보면서 은갈치와 먹갈치의 차이를 떠올렸다. 대저택에 사는 박사장네 가족은 과포화 고밀도 공간에 대한 스트레스가 없다. 반면에 지상의 집 한 칸 얻을 능력이 없어서 반지하 셋방으로 스며든 기택네 가족은 좁은 그물 안에 갇혀서 서로 밀치고 덮치면서 서로에게 상처를 주는 먹갈치다. 박사장(이선균)이 맡는 " 냄새 " 는 바로 가난한 자의 새카맣게 타버린 속내'다. 서서히 다가오는 죽음에 대한 공포로 속이 썩어갈 때 발생하는 그 먹갈치의 비린내를 박사장은 맡는 것이다. 모든 것이 은빛처럼 반짝반짝 빛났던, 상처 하나 없는 대저택의 인테리어 소품을 보면서 김난도의 << 아프니까 청춘이다 >> 라는 책을 다시 한 번 상기하게 된다. 이 철딱서니 없는 양반아, 아프면 아플수록 비릿한 몸내가 진하게 나는 법이다 !



생선냄새증후군

                          양미리를 주머니에 넣은 짚업후드와 바지를 세탁했다. 다른 때보다 더 많은 세제와 더 많은 섬유유연제를 넣었다. 하지만 그날 이후로 내 몸에서는 항상 생선 비린내가 났다. 조증과 울증 사이에서 울증의 계절이 오면 비린내는 썩는 냄새로 악화되었다. 그때부터 숨을 참는 버릇이 생겼다.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이 현상은 트리메틸아민뇨증으로 생선냄새증후군으로 불렸다. 체내에서 트리메틸아민(TMA)을 TMAO(trimethylamine-N-oxide)로 바꾸는 대사 과정에서 이상이 생기는 희귀질환으로,  트리메틸아민(TMA)은 생선이 썩는 듯한 냄새를 내는 화학물질로 트리메틸아미뇨증 환자의 소변이나 땀 그리고 호흡으로 과다하게 분비되어 악취를 유발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내 질병이 생선냄새증후군이 아니라는 사실을 알게 된 것은 모텔 룸에서 고독사 한 내 모습을 발견했을 때였다. 나는 죽어서 영혼이 되어 구천을 떠돌고 있었으나 정작 죽었다는 사실을 모르고 있었던 것이다. 내 몸에서 나는 냄새는 생선 냄새가 아니라 내 몸이 썩는 냄새'였다. 문득 짐 크레이스의 << 그리고 죽음 >> 이란 소설의 한 문장이 생각났다. 생명이 사라진다. 그것은 중요하지 않다.             온갖 벌레들로 들끓는, 죽은 내 몸을 보면서 0그램의 무게를 가진 내 영혼은 안도했다. 한동안은 죽음을 걱정할 필요가 없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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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12-07 00:12   URL
비밀 댓글입니다.

곰곰생각하는발 2019-12-07 14:17   좋아요 0 | URL
참치화 잘못 먹으면 배탈나기 좋다고 하더군요. 거, 뭐냐. 참치랑 매우 비슷한 생선이 있는데 그게 거의 지방덩어리라고 하더군요. 일반 사람은 잘 분간을 못해서 장사꾼들이 자주 속인다고.... 뭐, 참치 자체가 기름이 워낙 덩어리여서 참치 많이 먹으면 배탈납니다..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