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종원의 먹거리 X파일
울화통은 계획에도 없는 15KG짜리 양파를 구입하면서 시작되었다. 빨간 양파망 속에서 썩고 있는 양파 때문에 내 맘이 아파 ! 그래서 양파를 이용한 요리를 검색하다가 유튜브에서 백종원의 << 요리비책 >> 을 보게 되었다.
백종원'을 꽤나 싫어하는 1인'이라 방송 시작부터 가자미 눈으로 흘겨보았다. 백종원을 조선시대 허준으로 생각하는 시청자처럼 초롱초롱한 눈망울로 그를 우러러볼 수는 없는 것 아닌가. 아니나 달라 ? 그가 양파로 만든 것은 양파 카라멜라이즈'였다. 쉽게 말해서 양파 카라멜라이즈는 " 어니언 잼 " 이요, 북한식 표현을 빌리자면 " 양파 단 묵 " 이다. 뚜껑이 제대로 열렸다. 그는 혈압을 낮추는데 탁월하고 항암 효과가 뛰어난 양파를 가지고 " 정제 탄수화물 " 을 만드는 마술을 선보이고 있었다. 백종원이 만든 양파 카라멜라이즈는 양파의 좋은 성분은 모두 제거하고 단맛을 강화하는 탄수화물 덩어리'로,
그는 황금 만능 양파 양념 비법'으로 시청자에게 양파 잼을 소개하고 있는 것이다. 맵고 쓴 채소'로 정제 탄수화물을 만들다니 ! 다들 아시다시피 정제 탄수화물은 대표적인 " 나쁜 탄수화물 " 에 속한다. 설탕, 밀가루, 백미 따위가 정제 탄수화물'이다. 시중에 유통되는 가공식품은 대부분 정제 탄수화물이다. 고혈압, 당뇨병, 비만은 모두 정제 탄수화물 과잉 섭취와 관련이 있다. 그는 식빵 위에 양파 잼을 바른 후에 다시 설탕을 잔뜩 뿌려 먹는다. 그는 싱긋 웃으면서 말한다. 맛있어유 ~ 백종원 씨, 양파 농민 돕는다고 양파 가지고 장난치면 양파 많이 아파 ?
그의 레시피는 양파를 모독하는 것이다. 양파에게 사과하세요. 내 화딱지는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백종원을 검색하니 " 이대 백반집 " 논란이 한창이었다. 호기심을 참지 못한 나는 << 골목식당 - 이대 백반집 >> 을 시청하게 되었으니...... 아, 아아아아아아아아아 ! 1년 전, 이대 백반집 식당 주인이 << 골목식당 >> 에 출연한 이유는 전문가의 솔루션을 받기 위해서'이다. 이때 방송사와 출연자 사이에는 상호 계약이 성립된다. 출연자는 전문가의 솔루션을 무상으로 받는 조건으로 방송사에 자신의 초상권을 파는 것이다. 당연히 방송이 종료되면 계약도 해지된다.
그렇기에 이대 백반집 식당 주인이 1년 후에도 백종원이 제시한 솔루션을 실천할 것인가, 아닌가의 문제는 전적으로 프로그램 신청자의 선택에 달렸다. 그런데 1년 후에 백종원은 놀랄 만한 만행을 저지른다. 백종원과 골목식당 제작진은 이대 백반집 식당 주인과 사전 동의 없이 갑자기 현장을 급습한다. 암행'이자 함정 수사'이다. 한갓 시청자에게 웃음 주고 기쁨 주는 오락 프로그램이 느닷없이 << 먹거리X파일 >> 로 둔갑하여 사회 고발 프로그램 흉내를 내고 있는 것이 아닌가 ? 백종원은 식당 주인이 1년 전에 자신이 제시한 솔루션을 이행하지 않자 불같이 화를 낸다. 배, 배배배배배배신. 투, 투투투투부정사. 주, 주주주주주주주죽음이야.
백종원이 과연 이대 백반집 주인에게 이래라저래라 할 자격이 있는 것일까 ? 무슨 자격으로 ??! 1년 전, 방송 종료와 함께 솔루션 신청자와 솔루션 시행자의 관계도 이미 종결된 것인데 말이다. 도대체 그는 왜 분노하는 것일까 ? 백종원의 눈물은 크레타 섬 사람을 향한 측은지심 때문인가, 아니면 그들의 인면수심 때문인가 ? 모를 일이다. 그의 숭고하며 격렬한 이타성이 백반집 식당 주인을 사악한 빌런으로 만들고 있다. 이토록 높고 숭고하다면 그는 왜 골목 상권을 파괴하는 프랜차이즈 대기업의 우두머리가 되어 부를 축적하는 것일까. 그가 눈물을 보일 때 역겨웠다. 그래, 인정하마. 네 팔뚝 졸라 굵다, 시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