똥 줍는 남자










                                                                                                    10년 동안 길거리에서 똥을 줍다 보니 어느새 " 똥달 " 이 되었다. 어제도 똥을 주웠고 오늘도 밤이 되면 똥을 주울 생각이다. 내가 키우는 개는 사람들과 눈을 마주치며 똥을 누는 것을 좋아한다. 특히 사람이 많을수록 흥분을 해서 유동인구가 많은 길거리에서 똥을 눈다. 강원도 횡성 고구마 크기의 똥을 대략 6,7개 정도 낳는다. 개가 거리에서 똥을 싸면 분주히 지나가는 사람들은 홍해가 갈라지는 것처럼 양쪽으로 갈라진다. 


나는 고개를 땅에 박고 아무 말도 없이 바라본다.  똥 쌀 때 건드리는 것은 예의가 아니니까.  어떤 사람은 인상을 쓰고 가고, 어떤 사람은 나를 흘기고 가고, 어떤 사람은 내가 똥을 치우나 감시하기도 한다.  개는 똥을 다 싸고 나면 기분이 좋아서 꼬리를 흔들며 사람들을 보며 방긋 웃는다. 나 똥 따떠여, 컹컹 !                        나는 조용히 똥을 치운다. 비싼 사료를 먹인 것도 아니데 이토록 아름다운 황금 똥을 낳다니 기특하기 거지없구나. 10년 내내 거리에서 똥을 주웠건만 왜 항상 나는 부끄러운가 !  한 번은 길을 가다가 눈부시게 아름다운 여자가 내게 말을 건 적이 있다. 


레트리버를 키우는 것이 꿈이라는 여자는 황금빛 갈기를 휘날리며 방긋 웃는 개를 보며 눈부시게 하얀 치아를 드러내며 웃었다. 마당 넓은 집에서 이런 개를 키우고 싶어요. 그때였다. 펄럭이( 개 이름 ) 는 아름다운 여자 앞에서 자세를 잡더니 똥을 싸기 시작했다. 고구마 한 개, 고구마 두 개, 고구마 세 개......  우리는 아무 말도 없이 긴 침묵 속에서 개가 똥 싸는 것을 지켜보아야 했다.  개가 똥을 싸는데 무슨 말을 할 것인가.  나는 여자가 보는 앞에서 쪼그리고 앉아서 말없이 똥을 줍기 시작했다.  그날따라...... 똥을 왜 그렇게 많이 쌌는지 야속할 따름이었다. 


한 번은 가파른 언덕길에서 똥을 싼 적도 있다. 한 똥, 두 똥, 세 똥, 네 똥........똥을 쌀 때마다 가파른 언덕길 아래로 구르기 시작했다. 어떤 것은 정밀하게 깎은 볼링공 같아서 백 미터 아래까지 굴러갔다. 나는 너무 창피해서 어찌할 바를 모른 채 넋을 놓고 구르는 똥을 바라보았다. 똥이 굴러가네, 똥이 굴러가네, 아아. 똥이 굴러가네. 똥을 주우면서 가장 기억에 남는 장면은 8차선 도로 건널목에서 생긴 참사였다. 개가 건널목을 건너다가 갑자기 차로 한복판에서 똥을 싸기 시작한 것이다. 똥 쌀 때 건드리는 것은 예의가 아니었으나 예외는 있는 법.  하지만 어쩔 도리가 없었다. 


빨간 신호등으로 바뀌어도 개는 똥을 멈추지 않았다. 여기저기서 클락숀을 누르고, 버스에서는 창문을 열고서 개가 도로 한복판에서 똥을 싸는 모습을 신기한 듯 바라보았다. 누군가는 이 장면을 촬영했으리라. 나는 고개를 땅에 박고 아무 말도 없이 바라보았다. 클락숀이 울리고, 운전사가 투덜거리고, 누군가는 낄낄거리고....... 아아, 어찌할 바를 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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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ama 2019-07-21 09:3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도 아침, 저녁으로 개똥을 줍지만 우리 개는 잔디밭을 고수하는 녀석이라 그저 고맙게 느껴지네요.^^

곰곰생각하는발 2019-07-29 10:57   좋아요 0 | URL
지금까지 나마 님인 줄 알았는데 띄어쓰기대로 읽으니 남아 님이시군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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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날에 삼계탕 먹는 게 잔망스럽다1)












                                                                                                   꼬들꼬들한 낙지를 좋아했다. 어금니로 살짝 힘을 주면 튕겨나갈 것 같은 낙지의 탄성에 탄성을 내지르고는 했다. 탄성에 탄성을 지르니 칠성 사이다. 몇 해 전, 사당동 해물탕집에서 술자리를 가진 적 있다. 최근에 맛집으로 급성장한 가게'여서 우리 일행이 도착했을 때에는 이미 만석에 가까웠다. 맛의 비결은 무엇일까 ? 


주문한 요리가 나왔다. 각종 해산물이 큰 냄비에 가득 찼다. 플레이팅의 화룡점정은 산 낙지'였다. 뒤늦게 직원이 오더니 이미 세팅이 완료된 해물탕 요리 냄비 위에 꿈틀거리는 낙지를 넣었다. 그리고는 이내 투명한 유리로 된 냄비뚜껑을 닫고 불을 올렸다. 열이 오르자 낙지는 몸부림치기 시작했다. 냄비뚜껑이 유리여서 우리 일행은 그 모습을 적나라하게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입에 침이 고였다.  맙소사, 고통 중에서도 화상이 가장 고통스러운 통증이라는데 우리는 그 고통 앞에서 침이 고이는 것이다.  맛집 주인이 냄비뚜껑을 투명한 유리로 고른 것은 다분히 의도적이었다. 손님에게 볼거리를 제공하겠다는 속셈인 것이다. 


충격이었다.  지옥불의 고통을 견디지 못해 부들부들 떨고 있는 냄비 속 짐승을 보며 침이 고이다니 !  우리의 식욕과 주인의 욕심이 만든 리얼 버라이어티 쇼'였다. 그때의 경험 이후로 내 식욕을 해소할 목적으로 죽음을 전시하는 식당은 가지 않기로 결심했다.  낙지를 주재료로 하는 식당에서 흔히 듣는 말 중 하나가 산 낙지가 죽은 소도 벌떡 일어나게 만든다는 소리'이다.  한국인은 낙지 요리를 삼계탕이나 영양탕(사철탕)처럼 보양식으로 여기는 경향이 있다.  그런데 일일일식을 5년째 실천하고 있는 내가 통렬하게 자각하는 사실은 " 보양식은 없다 " 이다.  


한국인은 복날마다 잃어버린 원기를 되찾기 위해 보양식을 찾는데 이 행위야말로 현대인이 저지르는 가장 한심한 자기 위로'이다. 현대인이 원기를 잃는 까닭은 영양 결핍 때문이 아니라 영양 과잉 때문이다. 복날에 원기를 되찾겠다고 보양식을 먹는 것은 상태를 악화시킬 뿐이다. 더군다나 이열치열이라고 더운 여름에 펄펄 끓는 삼계탕을 먹는 것은 어리석은 일이다. 참, 시원하시쥬 ?    오히려 복날에는 공복의 힘으로 다스려야 한다. 낙지가 죽은 소를 벌떡 일어나게 만든다는 소리는 개소리이고 민어나 장어가 정력에 좋다는 소리는 오소리'다. 오히려 이 세상에 슈퍼푸드는 없다는 말이 유일한 똑소리'다. 


이들 식재료가 나쁘다는 소리가 아니라 모든 식재료는 딱 그만큼의 영양을 가지고 있을 뿐이라는 소리이다. 이러한 신화들은 모두 술집 장삿꾼들이 유포한 허세2)이다. 모두 복날에 삼계탕을 권할 때, 나는 당신에게 복날에 공복을 권한다. 슈퍼푸드는 없다 !








​                         


1) 황광해, 한식을 위한 변명 ㅣ " 고백하자면, 삼계탕을 즐기지 않는다. 이유는 간단하다. 삼계탕이 삼계탕이 아니기 때문이다. 인삼도 문제지만 더 큰 문제는 닭이다. 삼계탕의 닭은 우리가 상상하는 그 닭이 아니다. 20여 일 자란 병아리, 병아리라 하기에도 부끄러운 생명체를 먹고 내 몸을 보양한다는 것이 잔망스럽다. 영계는 우리 시대 식문화의 천박함을 보여준다. " 36쪽


2)  텍사스에 사는 카우보이는 사격 솜씨가 뛰어나기로 유명했다. 10점 만점에 10점 ! 금발의 백인, 백발에 백중 ! 그는 늘 과녁 정중앙을 맞췄다. 표적지를 보면 총알이 지나간 자리를 중심으로 한 치 오차도 없이 동그라미가 주위에 그려져 있었다. 단 한 번도 표적지를 벗어난 적도 없으니 그대 이름은 명사수 ! 하지만 그것은 사기였다. 이 카우보이는 표적에 총을 쏜 후 총알 자국 주위로 동그라미를 그려 왔던 것이다. 이것을 " 텍사스 명사수의 오류 " 라고 한다. " 전어 굽는 냄새에 집 나간 며느리가 돌아온다 " 는 말이 있다. 흔히 듣는 말이다 보니 속담이라 여기는 이가 있으나 사실은 날조한 프레임이다. 전어는 옛부터 가장 흔한 생선으로 맛이 없어서 잘 먹지 않는 생선이었다. 하지만 어느새 가을 하면 전어가 생각나고 입에 침이 고이는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전어가 맛이 있기에 가을에 전어를 찾는 것일까, 아니면 가을에는 전어라는 프레임에 세뇌되어 기계적으로 전어를 찾는 것일까 ? 후자일 가능성이 높다. 총을 쏘고 난 후 과녁을 그리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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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7-19 13:44   URL
비밀 댓글입니다.

곰곰생각하는발 2019-07-19 14:00   좋아요 0 | URL
그러니까요. 옛날은 말 그대로 영양이 부족하여 복날이라도 고기 먹고 힘내자인데... 이건 하루종일 에이컨 바람 쐬면서 보양식 먹으러 뭘 먹을까 고민하는 거 자체가 참 웃긴거죠. ㅎㅎㅎㅎ 이해가 안 갑니다.... 차라리, 좋은 사람 만나서 팥빙수 한 그릇 먹으면서 하하호호 하며 행복한 시간 보내는 게 보양식 아니겠습니까... ㅎㅎ

수다맨 2019-07-19 14:1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현대 사회에서 영양식이란 사실상 없다고 생각합니다. 옛날이야 재정적인 문제도 있는 데다가 가축을 대량 생육하는 시대가 아니었으니 고기 섭취량이 한정적이었고, 특정 날만을 지정해서 육식을 했을 테니 이 경우에는 영양식이 맞지요. 그런데 지금은 인구 대다수가 육식을 즐기는 시대인데 특정 음식에 ‘원기 회복‘이나 ‘영양 보충‘과 같은 말들을 붙이는 것은 우습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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팩트풀니스 - 우리가 세상을 오해하는 10가지 이유와 세상이 생각보다 괜찮은 이유
한스 로슬링.올라 로슬링.안나 로슬링 뢴룬드 지음, 이창신 옮김 / 김영사 / 2019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팩트가 중요한 게 아니라 진실이 중요하다. 전경련이 이 책을 강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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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에 대한 오해









                                                                                                    누구나 독심술사가 될 수 있다. 궁예의 후예인 " 웅예 페루애 선생님 " 도 꽤나 훌륭한 관심법의 소유자여서 이 글을 읽고 있을 당신의 성격쯤은 단박에 알아차릴 수 있다. 지금부터 당신에 대한 성격을 나열할 테니 이 글이 자신의 성격과 일치한다면 좋아요-버튼을 눌러주시라.


" 당신은 다른 사람들이 당신을 좋아하고 존경하기를 바라는 큰 욕구를 갖고 있으며 때론 자신에게 비판적인 경향도 있다. 그리고 다소 성격적 결함을 갖고 있는 반면에 일반적으로 그것들을 상쇄시킬 수 있는 잠재적 능력도 있다. 당신은 성적 조절에 있어서 어느 정도 문제를 드러내기도 하지만 외면적으로는 그것을 컨트롤할 수 있는 인내심을 가지고 있다. 또한 내면적으로 불안정한 경향이 있다. 가끔 당신은 당신이 옳은 결정을 내렸는지 또는 옳은 것을 했는지에 대해 심각한 의심을 품곤 하지만 어느 정도의 변화와 다양성을 즐기며 구속과 규제로 갇히게 되면 불만스러운 마음을 갖는다. 자신이 독립적인 자유로운 사고를 지닌 사람임을 자랑스러워하는 당신은 납득할 만한 증거가 없는 다른 사람의 말은 받아들이지 않는 편이다. 때로는 당신은 외향적이고 친절하며 사교적이지만, 때로는 당신은 내향적이고 경계하며 내성적이다. 당신의 염원들 중 일부는 매우 비현실적인 경향이 있고 안전은 당신의 삶에 있어서 주요한 목표들 가운데 하나라고 생각한다. " 



윗글을 읽은 당신은 속으로 이렇게 궁시렁거릴 것이다. 맙소사, 웅예 페루애 선생이여 ! 가시는 길에 영광 있으라 ~  보았느냐 ? 나는 지금 당신의 마음을 꿰뚫고 있다. 위에 나열한 지적질이 모두의 마음을 사로잡는 까닭은 누구에게나 해당되는 보편적 성격이기 때문이다. 인간의 기본적 욕구인 인정 욕구과 안정 욕구를 두루뭉실하게 풀면 되는 것이다. 불알 없는 남자 없듯이 불안 없는 인간 없고, 인정머리 없는 인간은 있어도 인정받고 싶은 마음 없는 인간 없다. 사주, 타로, 점성술 따위가 바로 이런 방식으로 상대방 성격을 맞춘다. 이러한 현상을 바넘 효과'라고 부른다. ABO 혈액형 성격 테스트도 얼토당토목금토한 엉터리 썰에 속한다. 


혈액형 성격 테스트 중에서 눈에 띄는 것은 B형에 대한 안 좋은 인식이다. B형은 혈액형 중에서 가장 나쁜 피에 속한다. 한마디로 더러운 피'다. 이 편견의 시작은 히틀러'다. 





그는 유태인이 유럽인보다 열등한 인종이라는 사실을 증명하기 위해 혈액형을 이용했다.  위 혈액형 분포 도표에서 나타나듯이 유럽인은 대부분 혈액형이 O형과 A형이다.  비율로 따지면 80%가 넘는다.  스위스 같은 경우는 90%에 육박한다.  반면 유대인을 포함한 아시아인은 B형의 분포가 유럽인에 비해 상대적으로 높다.  히틀러식 우생학은 B형은 나쁜 피'라는 결론을 내렸다.  B형은 범죄자가 많고, 머리가 나쁘고, 성격이 사납다고 주장한 것이다.  나치는 유럽을 중심으로 한 독일 아리아 혈통이 우수하다는 것을  강조하기 위해서 혈액형을 이용한 것이다. 그런데 이 주장은 엉터리이다. 


페루 인디언(원주민)과 브라질 보로로 원주민은 모두 O형이기 때문이다. 그들의 논리대로라면 가장 우수한 혈통을 가진 민족은 페루와 브라질 원주민인 셈이다. 또한 페루 인디언과 브라질 보로로 원주민의 성격이 가지각색인 것은 어떻게 설명할 것인가 ? 우생학 외에도 아이큐, 골상학, 두개계측학은 과학적 통계를 이용하여 인종, 계급, 성에 대한 사회적 편견을 정당화했다. 하지만 이 사실이 진실이 아니라는 것은 모두 다 알고 있다. 이처럼 과학적 통계를 바탕으로 사회학적 결론에 도달하려는 시도는 매우 무의미하다. 내가 << 팩트풀니스 >> 라는 책을 읽고 두개골이 열려서 오늘도 이 짓을 하는 것을 보면 이 책은 나쁜 책이 아니라 사악한 책이다. 


저자는 팩트에 충실하라 : FACTFULNESS 고 주장하지만 사실이 곧 진실이라고 믿는 맹목'만큼 어리석은 것도 없다1). 그런 점에서 이 책은 제목은 FACTFOLLESES 가 더 잘 어울린다. 다윈은 << 비글호 항해기 >> 에서 노예제도를 비판하면서 다음과 같이 말한다. " 빈곤의 비참함이 자연법칙이 아니라 우리들의 사회제도에 의해 비롯되었다면, 우리의 죄는 중대하다 " 





​                          

1)   윤봉길은 홍구공원에서 일본군 시라카와 대장과 노무라 중장을 향해 도시락 폭탄을 던진다. 이 일로 인해 시라카와 대장은 죽고 노무라 중장은 실명하며 우에다 중장은 다리를 절단한다. 여기서 팩트는 폭탄 테러이다. 그렇다면 진실은 테러인가 ? 진실보다 사실에 충실하게 될 때 벌어지게 되는 현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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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yrus 2019-07-17 11:5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일본인들이 혈액형을 인종, 성격을 분류하는 것을 좋아했어요. 제국주의와 우생학이 만나서생긴 최악의 유사이론이죠. 우리나라에 한때 인기를 끈 혈액형 궁합이라든가 혈핵형 성격설도 일제 식민지 문화의 잔재라고 볼 수 있어요.

곰곰생각하는발 2019-07-17 13:56   좋아요 0 | URL
혈액형 테스트가 한국과 일본만 있는 썰이라고 하죠 ? 과학적 상식에 조금이라도 이해 가능하다면 이게 정말 황당하다는 걸 아실 겁니다. b형 나쁜 피는 유럽이 아시아를 식민지하기 위한 썰이었는데, 참 공교롭게도 일본 사람이 이것을 그대로 받아서 대중화시켰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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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 A C T F O O L E S S E S  :










사실과 진실



                                                                                                       내가 아는 사람(A씨)은 음식을 싱겁게 먹는다. 그는 라면 1개를  끓일 때 2인분 분량의 물을 붓고는 라면 스프를 1/2만 넣는다. 다른 사람은 그가 끓인 라면은 싱거워서 한두 번 젓가락질하다가 이내 젓가락을 내려놓는다. 사람들은 그를 싱거운 사람이라 부른다. 허어, 이 싱거운 사람 보게나 ! 그런데 그는 한 끼를 먹을 때 라면 10봉지를 먹는 대식가'다. 그는 싱겁게 먹는 사람일까, 아니면 나트륨을 과다 섭취하는 사람일까 ?  라면 스프 1개가 나트륨 1일 섭취 제한 권고량2000mg을 웃돈다는 점에서 그는 한 끼 식사만으로도 1일 섭취 권고량보다 5배 많은 나트륨을 섭취하는 사람이다. 


여기서, < 팩트 = 진실 > 이라는 공식은 성립되지 않는다. 각론으로 보자면 A씨는 라면 1개를 끓일 때 라면 스프를 1/2만 넣기( = 팩트)에 A씨는 음식을 싱겁게 먹는다(=진실). 하지만 총론으로 보자면 A씨는 한 끼에 라면 10봉지를 먹기에 나트륨을 과다 섭취한다( = 진실). 즉, 팩트와 진실은 반드시 동일한 것이 아니다(팩트 ≠ 진실). 그렇다면 과거에 비해 현대는 풍부한 곡물 생산으로 인해 굶주림이 감소했다는 수치를 통해 세계는 더 좋은 쪽으로 진보한다고 말할 수 있을까 ?  반대로 세계는 더 나쁜 방향으로 흐른다고 경고하는 것은 가짜 뉴스일까 ?


현재, 세계 인구는 77억 명이지만 식량 생산량은 120억 명이 먹고도 남을 식량을 과잉 생산하고 있다. 수치만 놓고 보면 굶어서 죽는 인구는 없어야 하지만 유엔 보고서에 따르면 9명 중 1명은 극심한 기아에 허덕이고 있고, 10살도 안된 아이들은 5초에 한 명씩 죽어가고 있다. 지금 당신이 내 문장을 읽느라 소비한 그 시간에도 어디에선가 한 아이가 굶어서 죽었다. 그리고 이 사실에 놀라서 깊은 한숨을 쉬며 정말 ? _ 이라며 스스로 되묻는 사이에 또 한 아이가 굶어서 죽었다. 그렇다면 과잉 생산된 식량은 어떤 방식으로 사용되고 있는 것일까 ? 과잉 생산된 식량에서 상당수는 글로벌 식량 기업이 곡물 가격 하락을 우려하여 밤에 몰래 바다에 버린다. 


그리고 전세계 음식물의 1/3도 버려지고 있다. 유통 기한은 지났으나 충분히 먹을 수 있는 식품은 노숙자나 저소득층 가정에 분배되지 않고 전량 소각된다. 식품 회사는 회사 이미지를 고려하여 재고 사실을 은폐한다. 과거에는 먹을 식량이 없어서 1000명이 굶어죽었다면 지금은 인구 대비 2배에 가까운 식량을 생산하고는 있지만, 특정 계급의 부를 축적하기 위해 식량은 고의적으로 버려진 끝에, 100명이 굶어죽는다.  당신이 보기에는 어느 쪽이 더 잔인한 결과인가 ?  다윈은 << 비글호 항해기 >> 에서 다음과 같이 말한다. " 빈곤의 비참함이 자연법칙이 아니라 우리들의 사회제도에 의해 비롯되었다면, 우리의 죄는 중대하다. " 이 책의 저자가 새겨들어야 할 다윈의 말이다. 이 책은 현대인이여, 옛날에 비하면 굶어죽는 일은 없으니 불만 따윈 가지지 말고 매사에 감사하라는 메시지를 담고 있다. 


하루 수입 2달러 벌이는 중간 소득 계급이라고 주장하는 저자의 입장을 보고 있노라면,  최저임금 시급 만 원'을 놓고 줄다리기 하는 한국 노동자의 어마어마한 탐욕이 부끄럽게 느껴질 정도이다. 전경련이 좋아할 내용이어서 누가 내게 이 책에 대한 20자 감상평을 작성하라면 이렇게 적겠다. " 전경련이 이 책을 강력히 추천합니다 ! "  아닌 게 아니라 현대 정몽규 회장이 이 책을 읽고 크게 감읍하여 신입 사원 전원에게 무료로 책을 배포했다고 한다. 그럴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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