헐크는 남자다



 

                                                                                                    여자는 여자로 태어나는 것이 아니라 여자만들어지는 것'이다. 명저 << 제 2의 성 >> 에서 시몬느 드 보봐르가 한 말이다. 여기서 억압의 주체는 기득권 / 주류 / 아버지 / 결혼한 남성'이다. 그들은 은밀한 방식으로 여자를 작고 좁게, 그리고 무해하게 만들도록 교육한다. 

코르셋은 여자의 몸을 작고 좁게 만드는 억압 장치로 " 44 / 死死 사이즈 옷 " 은 현대판 코르셋'이자 전족'이다.  그것은 여성 스스로 44 / 死死 사이즈 옷을 욕망한다기보다는 남성 주류 사회가 여자 스스로 작고 좁게, 그리고 무해하게 만들도록 교육(/ 세뇌)시킨 결과이다.  만약에 여자가 남성의 요구를 거부하고 크고 넓게, 그리고 남성에 대항하여 강한 힘을 과시하려고 하면 집중적으로 공격을 받는다. 그들은 이들을 싸잡에 멧돼지' 라고 공격한다. 몸이 팽창하는 여성은 남성에게는 적이다. 그렇기에 헐크는 여성일 수가 없는 것이다(킹콩과 헐크, 모두 다 수컷이라는 점은 의미심장하다).

여자가 " 축소 지향적 교육 " 을 받는다면 남자는 " 확대 지향적 교육 " 을 강요받는다. 전자는 수축 이미지이고 후자는 팽창 이미지이다. 그러니까 여자는 내부를 향하고(내향적-) 남자는 외부를 향한다(외향적-). 여자는 앉을 때 다리를 오므리라고 가르치지만 남자에게는 그것을 애써 강요하지 않는다. 또한 여자는 가슴을 가려야 하지만 남자의 가슴은 당당하게 펼칠 때 멋있다고 가르친다. 반대로 남자는 웅크리거나 고개를 숙이거나 다소곳한 태도는 남자답지 못한 모양새로 비춰진다. 이것이 바로 성별에 따라서 여자는 축소 지향적 교육을 받고 남자는 확대 지향적 교육을 받은 결과이다. 교육이라기보다는 세뇌에 가깝다.

세뇌의 흔적은 언어 곳곳에서 발견하게 된다. " 내외(內外) " 라는 단어는 內 가 여성을 지시하고 外가 남성을 지시한다. 그리고 內와 外의 경계는 곧 私와 公의 경계'이다.

 

 

한자 私 는 ( 사 : 사사롭다 ) 의 본자'이다. 厶 는 팔꿈치를 구부려 물건을 자기 쪽으로 감싸는 형국으로 사사롭다는 의미'이다.  쉽게 말해서 " 팔은 안쪽으로 구부려진다잉~ " 이라는 속담과 일맥상통하는 한자'이다. 그런데 이 한자를 해체하다 보면 갓 쓴 아버지의 편협하고 쩨쩨한 갬성에 실소를 금치 못하게 된다.  한자 私 는 사사롭다는 뜻과 함께 오줌, 간통, 혼자, 여성 성기라는 뜻도 포함하고 있다. 이 모든 것을 종합하면 " 사생아 " 라는 단어는 여성 성기를 가진 이가 임신을 하여 혼자 낳은 오줌 냄새 나는 아이'라는 속내를 품고 있다. 이 얼마나 꼼꼼하고 치밀한 갬성인가. 손바닥도 마주쳐야 소리가 나는 법인데 이 모든 잘못을 여자 몫으로 돌리려는 사생아의 아버지를 보다 보면 이성복의 시를 떠올리지 않을 수 없다. 아버지 아버지 씹새끼 / 입이 열이라도 할 말 없어.  이 글을 읽고 화가 난 이는 다음과 같은 질문을 던질 수 있다.  아니 시발.... 그러면 私적 출생이 성적으로 문란한 여성 탓이라면  公적 출생은 남성 덕'이냐 ?   그에 대한 내 대답은 그렇다 _ 이다. 공생아는 국가와 사회로부터 부계의 권력과 재산을 승계하지만 사생아는 공적 영역에서 승인을 받지 못한다.

한자 公 은 八 + 厶 으로 구성된 한자'다. 뜻풀이를 하자면, 구부러진 팔을 펼친다는 의미로 사사로운 일과는 등을 진다는 뜻이다. 쉽게 말해서 쩨쩨하게 굴지 말고 가슴을 펼치겠다는 포부이다. 미시는 경멸하고 거시를 찬양함이 바로 公의 철학이다. 그런데 이 한자는 남자의 이름 뒤에 붙이어 부르는 말로 관직에 오른 남성에 대한 경의를 나타내는 말이다(혹은 2인칭과 3인칭 남성을 지시한다).

 

 

ㅡ 애타게 아버지를 찾습니다 中

 

 

이처럼 여자는 오랫동안 外와 公의 세계로 진출하지 못한 채 內와 私의 영역에 갇힐 수밖에 없었다. 새장 속에 오랫동안 갇힌 새는 나중에 새장 문이 열려도 세상 밖으로 날아갈 생각을 하지 못하듯이 축소 지향적 교육에 길들여진 여성은 내부의 안온에 길들여진다. 한국 사회에서 여자는 內를 벗어나 外에 나가는 순간 비판의 대상이 된다. 김치녀, 된장녀, 김여사, 맘충 따위는 모두 여자가 바깥 활동을 할 때 벌어지게 되는 미소지니 misogyny 의 결과'이다. 한국 사회에서 여자는 집에 처박혀서 밥이나 차릴 때가 가장 안전하다.

 

 

헐리우드에서 헐크의 여성 버전인 << 쉬-헐크 >> 라는 영화를 기획한 적이 있으나 무산된 적이 있다. 어느 누구도 여성이 초인적인 힘을 얻기 위해 헐크처럼 벌크-업되는 영화를 보려 하지 않을 것이란 예상 때문이다. 세뇌는 세뇌된 사람이 자신이 세뇌되고 있다는 사실을 모를 때 성공한다. 억압도 마찬가지다. 억압은 억압된 자가 자신이 억압된 상태라는 사실을 모를 때 성공한다. 새장 문은 열려 있다. 선택은 당신 몫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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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yrus 2019-03-18 16:1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옛날에 나온 B급 영화 중에 ‘퀸콩‘이란 제목의 작품이 있어요. 제목 그대로 암컷 거대 고릴라가 나옵니다. 괴작으로 회자되는데 더 최악인 건 브래지어를 입힌 퀸콩의 모습입니다. 여성성을 노골적으로 강조했어요.

곰곰생각하는발 2019-03-18 16:23   좋아요 0 | URL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니..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킹콩에게 뭔 브라입니까.. ㅋㅋㅋㅋㅋㅋㅋㅋ
 
위험사회 (반양장) - 새로운 근대(성)을 향하여
울리히 벡 지음, 홍성태 옮김 / 새물결 / 200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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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    닝    썬          사     태       :

 

 

 

 

 

 

 

 


 

                                                정준영, 승리하다 !


 

 

 

 

 


                                                                                             < 나비효과 > 를 다른 식으로 말하자면 : 시작은 미약했으나 끝은 창대하리라(욥,8 :8) _ 로 요약할 수 있다. 약쟁이라면 시작은 미약했으나 끝은 마약하리라 _ 일 터이고, 풍각쟁이라면 시작은 미미했으나 끝은 솔솔, 라라라, 시시, 도도하리라 정도 ?!  버닝썬 사태'가 그렇다.

나이트클럽에서 흔히 일어날 수 있는 시비와 다툼이 이런 식으로 전개될 줄은 아무도 몰랐을 것이다. 왜냐하면 재력을 과시하는 불알후드가 이익 집단과 결탁하게 되면 불미스러운 사건은 대부분 시작은 미미했으나 끝은 시시하게 끝나는 것이 한국 사회의 스토리텔링이었기 때문이다. " 오고가는 주먹질 속에 싹 트는 쌍방 과실 " 로 끝나야 할 서사'가 태풍의 눈으로 둔갑할 줄 그 누가 알았으랴. 일은 걷잡을 수 없을 만큼 커졌다. 대수롭지 않은 것으로 여겼던 일이 어느새 이삼사오육칠팔구로 확장되었다. 이제 불타는 것은 태양이 아니라 승리'였다.  승리 했기에 실패한 이상한 서사로 둔갑한 것이 버닝썬 사태'다.

 

훗날, 이 사태에 대하여 사람들은 나비효과'를 " 승리하다 " 라는 신조어로 부를 만하다. 정준영 사태는 전형적인 " 승리하다 " 이다. 옛날에는 정준영이 " 죄송한 척이라도 할 수 있었 " 는데  지금은 " 죄송한 척도 할 수 없을 " 만큼 일이 커졌다. 불미스럽다(不美-) _ 라고 말하기에는 지나치게 역겨운 성범죄 사건이기 때문이다. 이 자리에서 정준영의 도덕불감증을 비판하는 것은 다 된 밥에 밥숟가락 드는 꼴이니 굳이 내가 잣 까면서 수박 씨 발라먹는 소리로 시일야방성대곡을 할 필요는 없을 것 같다. 다른 이의 글을 참조하시라. 굳이 한마디 거들자면 우리는 추악한 한국 남성 문화의 한 단면을 보고 있는 중이다.

사회학자 울리히 벡의 지적처럼 과학기술 발전은 현대인에게 물질적 풍요를 주었지만 동시에 새로운 위험을 선사했다. 몰카가 대표적이다. 마음만 먹는다면 상대방을 속인 채 성행위 동영상을 찍는 것은 매우 쉬운 일이다. 섹스 동영상의 피해자가 대부분 여성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과학기술의 발전은 여성에게 위험요소로 작동한다. 반면에 몰카 가해자인 남성에게도 과학기술 발전은 위험요소로 작동하게 된다. 가해자인 남성 입장에서 보면 가해자가 증거를 없애기 위해 온갖 자료를 삭제한다 해도 삭제된 증거를 다시 복원할 수 있는 과학 기술이 발전했으니 이 또한 위험요소이다.

울리히 벡은 이 점에 주목한다. < 위험 > 은 성공적 근대가 초래한 딜레마이며, 산업사회에서 경제가 발전할수록 위험요소도 증가하고, 후진국에서 발생하는 현상이 아니라 성공적으로 과학기술과 산업이 발달한 선진국에서 나타나며, 무엇보다 예외적 위험이 아니라 일상적 위험이라는 것이다. 이 위험 요소를 줄이는 방법은 원시적일 수밖에 없다. 과학기술에 의존하는 삶으로부터의 독립이다. 당신이 SNS에 남기는 모든 흔적은 증거로 활용될 수 있다. 명탐정 홈즈 시리즈'가 독자에게 남기는 교훈은 매우 단순하다. 범인은 반드시 흔적을 남긴다.

지금 당신이 이 글을 읽고 나서 생각 없이 내 블로그 댓글 창에 남긴 댓글'이 나중에 증거로 활용될 수도 있다. 당신에게 울리히 벡의 사회학 명저 << 위험사회 >> 를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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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3-14 09:42   URL
비밀 댓글입니다.

곰곰생각하는발 2019-03-15 16:42   좋아요 0 | URL
ㅎㅎ 정말 딴나라 세계인 것 같습니다..
 

 

 

 

 

한남과 리얼리티



1  :  한국남자


힙하다는 래퍼들은 종종 이 여자 저 여자 다 만나보았지만 뭐니 뭐니 해도 한국 여자가 제일 예뻐 _ 라는 랩 가사를 자주 사용한다. 한국 여자에 대한 자부심이 느껴지는 대목이다. 평균값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나는, 예를 들면  :  백인의 지능이 흑인보다 높다는 주장을 믿지 않으며, ㉡ 혈액형 성격 테스트도 믿지 않고, ㉢ 전라도는 사기꾼이 많다는 편견에도 동의하지 않는다. 마찬가지로 한국 여성의 외모가 가장 뛰어나다는 근거 없는 추임새'에도 동의할 수 없다. 인간의 유전자는 특정 지역색과 피부색에 따라 우와 열을 나눌 수 없다. 우생학은 가짜다. 다만, 환경'이 문화를 만들고 문화가 교양을 만들 뿐이다. 영화 << 불한당 >> 에서 불알당인 설경구가 " 나는 사람을 믿지 않고 상황을 믿는다 ! " 라고 말하는 대목은 경청할 만하다. 인간은 " 상황적 동물 " 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예쁜 여자를 그토록 밝히는 한국 남자들은 한국 여자를 혐오하면서도 그래도 왜 한국 여자의 외모가 제일 예쁘다고 말하는 것일까 ?  그것은 한국 여자들이 화장을 하는 데 가장 많은 시간을 할애하기 때문이다. 화장의 기술은 양 진영으로부터 공격을 받는다. 화장을 하면 화장빨이라고 욕을 먹고 화장을 하지 않으면 게으른 X이라고 비난을 받는다.  

■ 덧 ㅣ

" B형은 나쁜 피 " 라는 썰은 히틀러의 우생학에서 시작된 주장이었다. 이것은 나중에 일본에 의해 혈액형 성격 테스트로 발전하였다. 유럽인은 전체 혈액형에서  B형이 차지하는 비율이 10%대에 지나지 않는다. 반면, 유태인과 아시아 계통은 2,30%대를 유지한다. 그렇기에 히틀러가 게르만 민족, 나아가 유럽의 강철대오를 주장하며 내세웠던 것이 나쁜 피'다.


2  :  리얼리티


리얼리티는 " 나, 리얼리티야 ! " 라고 말하는(강조하는) 순간 더 이상 리얼하지 않다. 예를 들어, 손만 잡고 잠을 자겠다는 남자의 말을 들은 여자가 망설일 때 남자가 " 오빠, 믿지 ? " 라고 말할 때 그 말은 구라'가 된다. 손만 잡고 잠시 눈만 붙이자는 말은 몸을 하나로 붙이자는 말이다. 그런 오빠, 나빠 !  그렇기에 리얼리티라는 이름으로 유통되는 방송 프로그램은 모두 다 연출이다. 굳이 리얼리티라는 간판을 달지 않아도 방송과 언론 미디어는 대부분 구라'다. 팩트는 몽타주의 방식에 따라 픽션이 되기도 하고 논픽션이 되기도 한다. 편집자가 입맛대로 고를 수 있다는 뜻이다. 방송은 시청자에게 " 방송, 믿지 ? " 라고 말하지만, 이 은밀한 제안을 받아들이는 순간에 당신은 밑지는 장사를 하게 된다. 드라마 << 스카이 캐슬 >> 은 아줌마가 아닌 사모님이 치맛바람 휘날리며 자식에게 집착하는 욕망을 졸라 신랄하게 비판하지만 드라마 종영 후 염정아는 드라마의 제작 의도와는 180도 다르게 사교육 광고에 출연하여 사교육만이 살 길이라고 주장한다. 광고 모델'이라는 것이 소비자의 욕망과 욕구를 충족시키는 대리자'라는 점을 감안하면 시청자는 사모님들의 유별난 사교육 집착을 신랄하게 비판했지만 사실은 자신의 결핍을 자각하는 계기로 작용한 것이다. << 스카이 캐슬 >> 의 제작 의도는 사교육 비판이 아니라 사교육만이 살 길'이라고 부추기는 것이다. 그것이야말로 진짜 리얼리티'이다.


■ 덧 ㅣ

리얼리티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직업군은 사기꾼이다. 속지 않는 자를 속이기 위해서는 나으 리얼리티를 리얼하게 보여주는 길밖에 없다. 반신반의하던 사람들도 그럴싸한 리얼리티 앞에서는 속을 수밖에 없다. 따스한 환대와 예의바른 친절과 해맑은 미소는 가짜를 진짜처럼 보이게 만든다. 그래서 나는 이것들이 좆같다. 나는 당신에게 리얼리티를 바라지 않는다. 따스한 환대를 바라지 않으며, 무례하지 않는 범위 안에서의 무례한 친절을 받아들일 용의가 있으며, 나를 향해 김치나 치즈 같은 이모티콘을 날리지 않아도 좋다. 리얼리티하지 않은 사람이 리얼하다.




3  :  골목대장


백종원의 골목식당을 볼 때마다 생각나는 경구는 태초에 말씀이 있었노라 _ 라는 성경 구절이다. 백종원은 " 태초의 말씀 " 이다. 그는 궁예를 흉내 내며 관심법으로 식당 주인의 마음을 읽는다. 옴마니밧메훔 , 너의 (거짓말하는) 목소리가 들려 ~                    그가 유통기간이 지난 고기라고 말하면 싱싱한 고기는 유통기간이 지난 고기가 되고, 심심한 막걸리에 맹물을 부었을 뿐이데 진한 육수와 같은 막걸리로 변하기도 한다. 그런데 이 모든 기적은 사실이 아니다. 뚝섬 경양식집 고기는 유통기간이 지난 오래된 고기'가 아니었으며 심심한 막걸리에 물을 부었을 때 맛이 향상되었다고 믿는 것은 인간의 심리를 이용한 속임수에 불과하다. 예를 들어, 의사 가운을 입은 사기꾼'이 진료를 핑계로 코를 잡고 코끼리 뱅뱅을 시키면 대부분은 이 어리석은 명령에 복종한다( 실제로 있었던 심리 실험이다). 그것은 의사 가운이라는 권위에 복종하려는 심리 때문이다. 백종원은 의사 가운보다도 더 권위 있는 " 보이지 않는 망토 " 를 입은 임금님이다. 우리는 그의 권위에 무조건 복종하게 되어 있다. 밍밍한 막걸리에 맹물을 부으면 향미가 향상되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너무나 잘 알고 있지만 우리는 망토의 권위에 굴복하여 마, 마마마마마맛있어요 !  이 골목의 미친놈은 백종원이다. 그는 이 골목의 골목대장이다. 태초의 말씀을 참으로 만드는 과정은 매우 쉽다. 골목식당 제작진은 태초의 말씀이 참이 되도록 편집을 하면 되니까. 그 유명한 악마의 편집인 것이다. 철창에 갇힌 설경구가 내뱉는 말은 진리이다. 사람을 믿지 마라, 상황을 믿어라 ! 이 대사, 절창이 아닐 수 없다.

 

■  덧 ㅣ


" 태초의 말씀 " 에 항의를 하는 출연자가 발생하면 백종원과 제작진은 작전회의를 통해서 시식단을 투입한다. 시식단은 십자군 전쟁에 투입된 기사단과 비슷한 역할을 한다. 시식단과 기사단의 공통점은 둘 다 " 거룩한 태초의 말씀 " 을 지키기 위한 성전'이라는 점이다. 백종원의 말씀에 반기를 든 식당에 쳐들어가 음식 품평회를 하는 것이 시식단의 임무'다. 그들은 누구보다도 자신이 해야 할 일을 잘 알고 있다. 주머니 털어서 먼지 안 날 사람이 누가 있을까 ? 더군다나 입맛이라는 것은 제각각 다르지 않은가. 누군가에게는 짠맛이 누군가에게는 싱거운 법이다. 시식단의 임무는 백종원은 항상 옳다는 것을 확인시켜 말씀의 권위를 높이는 것이다. 우리가 이 페이크 다큐를 보면서 의문을 가져야 할 것은 백종원이 칭찬한 식당에는 왜 시식단이 투입되지 않는가 _ 라는 부분이다. 짜고 치는 고스톱이 아니라면, 백종원이 칭찬한 식당이라는 정보에 시식단이 사전에 모르고 투입된다면 그들은 온갖 불평을 쏟아냈을 것이 분명하다.



본문과는 전혀 상관없는 글

어제 머리를 3분 만에 자삭했는데 오늘은 사람들이 어느 미용실에서 깎았냐는 질문을 내게 던졌다. 나는 리얼티리한 표정으로 리얼하게 말했다. " 홍대 바버샵에서 6만 원 주고 했어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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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이 사랑한 골든 히트쏭




 


                                                                                                       한때 노래가 테이프에 담겨 유통되던 시절이 있었다. 그 당시만 해도 저작권이 없었기에 가수 불문하고 듣기 좋은 곡만 모아서 녹음한 불법 B자 테이프가 " 길보드 차트 " 라는 이름으로 유통되기도 했다.

곡 선별은 불가능했다. 테이프가 돌아가기 시작하면 테이프에 녹음된 노래 전곡을 끝까지 들어야 했다. 쿵따리 샤바라 같은 디스코 댄스곡 다음은 눈물 없이는 들을 수 없는 슬픈 발라드곡이었다. 선곡 순서에 따라 감정도 오락가락할 수밖에 없었다. 조울증 걸리기 쉬운 조합이었다, 울어야 할지 웃어야 할지. 우리는 그것을 << 한국인이 사랑하는 골든 그레이트 히트쏭 >> 이라고 불렀다. 단순한 히트쏭이 아니다. 무려 한국인이 사랑하는 그 ! 레 ! ! ! 히 ! 트 ! 쏭 ! 이다 보니 명반이 될 만도 하지만 공교롭게도 이런 조합(컴필레인션 음반)은 이사 갈 때 제일 먼저 버려지는 품목 1호'이다.

영화 << 마약왕, 2018 >> 를 보고 나서 제일 먼저 떠올렸던 것은 한국인이 사랑한 골든 히트쏭이었다. 이 영화에 출연한 배우들 면면은 요즘 충무로에서 방귀 깨나 뀐다는 배우들로 구성되어 있다. 특별 출연이라고 하기에도, 우정 출연이라고 하기에도, 깜짝 출연이라는 표현도, 형이 거기서 왜 나와 _ 라고 말하기에도 모호하다. 밑도 끝도 없이 " 갑툭튀 " 한 배우들은 이두삼과의 불꽃 튀는 " 케미 " 도 없이 갑자기 소멸하니 결국은 " 듣보잡 " 캐릭터로 전락하고 만다. 영화 << 마약왕 >> 은 화려한 출연자 구성만 놓고 보면 2018 울트라 메가 히트쏭 컴필레인 음반'처럼 보이지만 결론은 쓰레기다.

어느 네티즌의 20자 감상평을 빌리자면 이 영화는 캐비어로 알탕을 끓인 꼴이 되었다. 이 영화에 등장하는 인물 - 들은 모두 다 납작하다. 마약왕 이두삼은 나약왕처럼 보여지고,  정의감에 불타는 김인구 검사는 밑도 끝도 없이 정의, 정의, 정의만 외치다 보니 정의감에 물타려는 캐릭터1)로 보인다. 배두나가 연기한 로비스트 역도 마찬가지'다. 주변인의 입을 빌려  : 그녀를 가진다는 것은 세상을 얻는 것만큼이나 힘들다며 그 희소성을 강조하더니 그녀는 알고 보니 금사빠 사람이다. 그녀는 너무 쉽게 이두삼과 사랑에 빠진다.

신을 향한 나으~ 사랑은 무조건 무조건이어요. 당신을 향한 나으 사랑은 특, 끄으읍 !!!! 사랑이어요 ~               그녀는 낮이나 밤이나 그가 있는 곳이라면 무조건 달려간다. 아아. 속절없는 부나비 사랑이어라.  영화 속에서 그들이 각자 맡은 캐릭터는 가장 일반적이고 본질적인 특성만 가졌을 뿐 동기도 없고, 동기가 없다 보니 깊이도 없고, 깊이가 없다 보니 비극도 없다. 그들의 몰락이 비극으로 와닿지 않는다는 것은 관객이 긴장감을 완벽하게 상실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아파트 1층 난간에서 뛰어내려 죽겠다고 고함치는 영화를 누가 좋아하겠는가 ! 2시간 20분 동안 이 깊이 없는 몰락을 지켜본다는 것은 꽤나 엿 같은 일이다.



  




​                                 


1)       시나리오 초고가 만들어지면 시나리오 품평회에서 사람들이 집요하게 물고 뜯는 것은 행위의 동기'이다. 동기가 분명하면 행위는 정당성을 부여받지만 동기가 불분명하면 집중적으로 비판을 받기 일쑤'다. 이 영화에서 김인구 검사(조정석 분)는 물불 안 가리고 정의감에 불타는가 _ 에 대한 동기가 결여되어 있다(시나리오 작가는 일반적으로 이런 캐릭터의 행위에 그럴싸한 동기를 부여하기 위하여 여동생이 마약으로 목숨을 잃었다 따위의 서사를 밑바닥에 깔아둔다).  범죄극에서 범죄자의 사연이 구구절절할수록 그를 쫓는 형사의 사연도 구구절절해야 박자가 맞는 법이다. 김인구 검사는 두께가 없고 깊이도 없어서 얇은 캐릭터'다. 이런 캐릭터가 시나리오 점검 회의에서 검열 없이 통과되었다는 것은 매우 심각한 문제이다. 만약에 이 심각한 오류를 알면서도 영화를 제작했다면 제작진는 관객을 호떡으로 아는 것이다. 허허. 걱정 마세요. 한국 관객은 개떡같이 말해도 호떡같이 알아듣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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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국  영 화 의  경 향 에  대 하 여  : 

 

 

 

 

 

 

 

 

 

 

 

 

저, 대림동에 살아요


 

 

 

 

 

 

 

 

 

                                                                                             영화나 그림의 경우, 감상 후 느낌이 애매모호한 경우가 있다. 호와 불호 사이를 가로지르는 기호 ( / ) 가 삽입되어 판단을 명확하게 하면 좋은데,  불행히도 불호'이기는 한데 불호의 종류가 애매모호해서 판단이 어려운 경우가 있는 것이다.

미(美)의 반대 개념인 추(醜) 가 반드시 나쁘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내가 이음매 없고 매끄러운 풀메이크업의 세계에 유혹되지 않는 이유는 울퉁불퉁한 흉터의 세계에 매혹되었기 때문이다.  우리는 醜에서 발생하는 감정이 < 불쾌 > 에서 오는 것인가 아니면 < 불편 > 에서 오는 것인가를 분석해야 한다.  가령, 김지운 감독의 << 악마를 보았다 >> 라는 영화는 불쾌한 영화인가, 불편한 영화인가 ?   또 다른 영화로 이수진 감독의 장편 데뷔작 << 한공주 >> 는 불쾌한 영화인가, 아니면 불편한 영화인가 ?!  내 기준에 의하면, < 악마를 보았다 > 는 매우 불쾌한 영화이고 < 한공주 > 는 불편한 영화'에 속한다.

두 영화 모두 여성 신체에 대한 남성의 폭력을 다루지만 목적은 다르다. < 악마를 보았다 > 는 여성을 강간하고 살인하는 연쇄살인마를 응징하는 이야기이지만 관객이 이 영화에서 얻는 쾌감은 피해 여성의 신체를 농락하고 훼손하는 연쇄살인마의 가학'에 기반하고  있다. 그렇기에 국정원 경호 요원 김수현(이병헌 분)은 여성 신체를 훼손하는 장경철(최민식 분)을 훼방한 후 놓아주기를 반복한다. 처형을 계속 미루는 것이다. 그럴수록 피해자는 늘어만 간다. 다시 말해서 관객은 김수현과 장경철의 콤비 플레이 덕분에 더 많은 여성 신체 훼손 장면을 보며 어둠 속에서 꼴린다. 갑툭튀, 화장실 갈 때 직립보행하지 맙시다. 허허.

내가 이 영화가 매우 불쾌했던 이유는 바로 영화 속에서 묘사하는 여성 신체에 대한 폭력 장면이 단순하게 쾌락을 위한 볼거리 소재로만 사용되었다는 데 있다. 그렇기에 이 영화는 포르노보다 질이 떨어진다. 반면에 < 한공주 > 에서 한공주에게 가해지는 폭력은 관객을 끊임없이 불편하게 만든다. 이 영화는 가해 남성들에게 질문(비판)을 던지는 것이 아니라 이 현실을 외면해야지만 마음이 편한 관객을 향해 질문을 던진다. 그렇기에 이 영화를 보고 나면 불편한 마음이 든다. 이처럼 재현의 윤리'가 불쾌와 불편을 나눈다.  전자는 나쁜 영화이고 후자는 좋은 영화에 가깝다.

그렇다면 영화 << 청년경찰, 2017 >> 은 불쾌한 영화일까, 불편한 영화일까 ? 이 영화에서 기준(박서준 분)과 희열(강하늘 분)이 택시를 타고 대림동에 진입했을 때 택시 운전수는 진지한 얼굴로 대림동을 조선족이 장악한 범죄 소굴'이라며 밤에는 이 거리에서 어슬렁거리지 말라고 충고한다. 그런데 택시 운전수의 말을 빌려 발화된 사운드(대사)는 연기 톤의 과장된 꾸밈이라기보다는 다큐멘터리 속 내레이션에 가까워서 말의 무게에 신뢰를 준다. 이것은 영화를 연출한 감독이 무게감 있는 목소리(  :  택시운전수는 진지한 얼굴 표정과 신뢰감을 주는 저음으로 발성한다. 영화의 전체적인 톤과는 어울리지 않는 대목이다)에 신뢰를 부여함으로써

극에 사실성을 부여하려는 계산이 깔려 있다고 보아도 무방하다. 내가 궁금한 것은 굳이 " 대림동 " 이라는 좌표를 꼭 집어서 강조할 필요가 있었는가 하는 점이다. 메시지보다는 오로지 흥행만을 노린 코미디/액션 영화는 사회 부조리를 고발하는 드라마 장르가 아니기에 애써 사실과 고증에 힘쓸 필요가 없다. 대림동은 단순하게 지도의 좌표에는 없는 " 벼룩시장 도깨비 거리 " 따위로 대체해도 스토리텔링에 있어서 큰 문제가 발생하지 않는다. 이 영화에서 특정한 장소는 중요한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리고 범죄 집단이 조선족( : 조선족이라는 단어 자체가 차별화된 언어에 속한다. 후술하겠다) 이라는 설정도 극의 흐름상 대체 불가능한 설정이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감독은 조선족과 대림동이라는 좌표에 방점을 찍는다. 악랄한 악의가 엿보이는 대목이다. 그렇다면 대림동은 영화에서 말하는 것처럼 정말로 악의 소굴일까, 참말로 ?  행정안전부가 발표한 자치구별 범죄 안전 등급 기준에 따르면 영등포구(대림동)는 안전 등급 4등급으로 강남구와 동급이다. 대림동이 범죄의 소굴이라면 압구정동과 청담동 가로수길도 범죄의 소굴이다. 그리고 강남세브란스 병원과 삼성 병원은 난자를 불법 적출하는 아, 아아아아아악의 소굴이다.  만약에 장소가 청담동이었다면,  감독은 자신 있게 " 가로수길은 어뤤지족의 소굴이니 밤에는 돌아다니지 마세요. 졸라 뒈지는 수가 있어요 ! "  라고 진지하게 말할 수 있을까 ? 

이 영화는 약자에 대한 최소한의 배려도 없을 뿐만 아니라 예의도 없다, 무례하며 무지하다 그리고 지역 혐오를 조성하기도 한다. 한국 사회에서 " 내가 사는 터전 " 은 이제 정치적이며 계급과 신분을 알리는 좌표이자 지표'가 되었다. 이제는 당신이 사는 동네(잘사는 동네 vs 못사는 동네)가 당신의 신분을 말해준다.  대한민국 사람은 미국에 사는 한국인을 재미 동포(미국 동포)라고 부르는데 반해 중국에 사는 한국인은 중국 동포보다는 조선족이라고 부르는 경향이 높다. < 동포 同胞 > 에서 한자 胞 : 태보 포'가 태아를 싸고 있는 막과 태반을 뜻하는 한자라는 점을 감안하면, 이 단어는 한 부모에게서 태어난 자매형제'를 강조한 말이다.

반면에 < 조선족 > 에서 한자 族 : 겨레 족'은 떼를 지어 사는 모양새를 강조한 말이다.  그렇기에 광범위하게 민족이라는 단어를 조합할 수도 있지만 얌체족,  장발족,  제비족'처럼 취향 공동체의 성격을 부여할 수도 있다.  이 차이를 감안하면 < - 동포 > 와 < - 족 > 의 차이'는 거주지(선진국이냐 후진국이냐)에 기반을 둔 것이라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우리는 겉으로는 조선족을 같은 민족의 동포라고 말은 하지만 속내는 차별화와 타자화이다. 그래서 조선족이 등장하는 한국 영화들 : 황해, 신세계, 범죄도시, 아수라, 청년경찰에서 조선족은 대부분 떼로 몰려다닌다. 아니나 달라, 이 영화에서도 조선족은 떼거지로 몰려다닌다.

<< 청년 경찰 >> 에서 조선족이 더러운 공가 바닥에서 떼지어 잠을 자는 장면은 감독의 대표적인 혐오 감정 표출이다. 웃자고 만든 영화일수록 웃지 말고 냉정하게 속을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차라리 박정희나 이승만을 진지하게 찬양하는 영화는 웃으면서 흘겨볼 수 있다). 대부분의 혐오 발언은 진지하게 시작하는 것이 아니라 낄낄거리는 조롱에서 시작되었다는 점을 놓치면 안된다. 일베의 언어가 대표적이다. 이런 영화일수록 성난 얼굴로 돌아봐야 한다. 같은 해에 개봉한 << 브이. 아이. 피 >>도 마찬가지'이다. 이 영화의 줄거리는 다음과 같다. 

그는 연쇄살인마다.  젊은 여성만 골라 강간하고,  피해자가 정신적 충격을 받고 괴로워하는 모습을 보고 즐거워하며, 잔혹하게 살해한다. 그를 국정원 요원이 쫓는다.......                         어, 잠깐 !  이 이야기는 << 악마를 보았다 >> 와 설정이 똑같지 않은가 ?   똑같을 수밖에 없다. << 브이아이피 >> 를 연출한 감독이 << 악마를 보았다 >> 의 각본을 썼으니 말이다. 하여, 하나 마나 한 논평은 생략한다. 엄지 내리고 중지 올려, 둘 다 바짝 올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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