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곡  진  하  고     녹  진  하  다   :




天下無人






                                                                                                     어느 순간에 연기 패턴이 확 바뀌는 배우가 있다. 연기력이 단계별로 구순기, 항문기, 남근기, 잠복기, 성기기 순으로 발전하는 것이 아니라 하루아침에 눈을 뜨니 구순기에서 왕연기'로 폭풍 성장하는 경우가 있는 것이다. 염정아'가 그런 배우이다 엄정화 아닙니다잉 !


그가 << 장화, 홍련전 >> 에서 보여줬던 연기력은 코페르니쿠스적 전회에 가까웠다. 장화홍련전 이전이 발연기였다면 장화홍련전 이후는 왕연기'였다. 하지만 세 살 버릇이 여든까지 가는 경우도 있다. 이름을 거론하기가 민망하지만 안성기가 대표적인 경우'다. 이름만 보면 성기기'에 다다른 노련한 배우 같지만 그의 연기력은 구순기 고착'에 가깝다. 늘 똑같은 연기력으로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배우로 우뚝 솟았다는 것은 기적이 가깝다. 그렇다면 설경구는 ?! 설경구는 << 살인자의 기억법 >> 에서 매우 이상한 낌새를 보이더니 << 불한당 >> 에서 불꽃을 피웠다.

<< 살인자의 기억법 >> 과 << 불한당 >> 이 모두 2016년에 만들어진 영화라는 점에서 2016년은 그의 연기 인생에 있어서 변곡점이라 할 만하다. << 불한당, 나쁜 놈들의 세상 2016 >> 은 매우 잘 만든 상업영화'이다. 평론가들은 << 1987 >> 이라는 영화를 열심히 빨았지만, 내가 보기에는 << 불한당 >> 이 << 1987 >> 보다 뛰어나다. << 불한당 >> 은 범죄 조직 안으로 침투한 경찰 스파이'를 중심으로 사건이 전개되는 영화로, 감독이 의도했는지는 모르지만 영화 제목 그대로 불한당'은 피는 흘려도 땀을 흘리지는 않는다. 땀(노동)을 흘리지 않고 돈을 번다는 점에서 불로소득자와 불한당은 동일어'이다.

불로(不勞 : 일할 로)와 불한(不汗 : 땀 한)는 같다. 두사부일체라 했던가 ? 불로와 불한과 불알은 같다. 이 영화를 재미있게 만드는 지점은 장르 변주'이다. 퀴어 멜로를 하드코어 범죄 장르로 변주하는 솜씨가 훌륭하다. 발라드 곡을 헤비 메탈 풍으로 연주했다고나 할까.  평론가 황진미의 지적처럼 이 영화는 < 신세계 > 보다는 < 무뢰한 > 에 가깝다. 다만, 남녀커플이 남남커플로 바뀌었을 뿐이다. 누가 봐도, 한재호(설경구 분)가 언더커버 조현수(임시완 분)를 바라보는 눈빛은 곡진하고 녹진하다. 아따, 녹아버리구마이 ~         

감독이 퀴어 코드를 솜씨 좋게 숨겼다한들 삼복 더위에 녹아드는 엿처럼 찐득거리는 설경구의 저 눈빛은 어떻게 숨길 것인가. 영화 속에서 설경구는 임시완을 항상 " 자기야 ! " 라고 부른다. 여기서 " 자기 " 는 " 自己 : 스스로 자 + 몸 기 " 로 구성된 한자 조합이다. 자기(自己) 를 철학적 용어로 풀면 자아(自我)이므로 네 몸을 내 몸과 같이 생각한다는 뜻이니 이 얼마나 숭고한 박애'인가. 롤랑 바르트를 굳이 호명하지 않아도 사랑이란 네가 아프면 내가 아픈 열병이다. 사랑하는 타자와의 동일시가 바로 love 다.

뜬금없는 소리이지만  :  설경구가 사랑스러운 말투로 자기야 _ 라고 임시완을 호출할 때마다 철학자 묵자'가 생각났다. 그는 이렇게 말했다. 天下無人 !  하늘 아래 남(타인)은 없다는 뜻이다. < 내 > 가 곧 < 네 > 이기에 내 이웃을 내 몸과 같이 사랑해야 한다는 가르침'이다. 예수의 동양 버전이 바로 묵자'다. 영화 속 한재호(설경구 분)는 天下無敵 천하무적 을 욕망하지만 동시에 天下無人 천하무인 의 상태에 다다르게 된다. 결코 사랑해서는 안 될 존재인 조현수 형사(임시완 분)를 사랑하게 된 것이다. 이 엇박자가 이 영화의 비극을 돋보이게 만든다.

사랑하는 人을 敵으로 상대해야 되는 엇박자야말로 비극의 원형이 아니었던가. 이 영화가 멜로인 이유는 바로 엇박자'에 있다. 서로 간절히 원하지만 길이 어긋나서 만나지 못하는, 인생행로의 어긋남이 바로 멜로'이다. 오고가다 다 만나면 그것은 텔레토비이지 멜로가 아니지 않은가 ! 이 영화에 대한 내 20자평, 아니 사자성어는 다음과 같다. 我二朝兒 아이좋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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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정치적 성향을 고려하자면 : 공자는 개새끼고 묵자는 예수다. 묵자 철학의 핵심인 겸애 : 가리지 않고 사람을 두루 사랑함 는 평등 사상 없이는 이룩할 수 없는 愛 다. 반대로 공자 철학에 등장하는 인애는 평등 없이도 도달 가능한 愛다. 공자의 仁(인) 사상은 두(二) 사람(人)이 서로 친하게 지내며 어질게 대처하라는 처세술을 가르치지만 평등을 주장하지는 않는다. 논어 7 편 술이(述而)편에 보면 이런 말이 있다. 공자왈 : " 삼인행, 필유아사언. 택기선자이종지, 기불선자이개지 三人行, 必有我師焉. 擇其善者而從之, 其不善者而改之 " 공자가 말하기를 "세 사람이 함께 걸어가면 반드시 나의 스승이 있다. 그들 중에서 훌륭한 점이 있다면 그것을 가려서 따르고, 나쁜 점이 있다면 그렇게 하지 않도록 고칠 수 있어 배움이 된다." 즉, 우열을 가리는 것이 삼인행의 핵심이다. 평등이 제거된 사랑은 진짜 사랑이 아니라 가짜에 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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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와같다면 2019-02-06 17:5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불한당:나쁜 놈들의 세상> 이 영화에는 특별한 매력이 있나봐요
수 회차 관람한 불한당원들도 많고.
포토에세이. 스토리보드도 나왔던데요.
저도 꼭 보려고 합니다

곰곰생각하는발 2019-02-06 18:01   좋아요 0 | URL
특별한 매력이 있습니다. 일단 영화가 잘 빠졌고
대본도 꽤 훌륭합니다.
대사도 좋고..
화면빨도 좋고..
장면 전환도 새롭습니다.. 보세요. 재미있스비다..

나와같다면 2019-02-22 18:1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불한당 봤습니다. 아름답고 슬프네요. 전혜진의 연기도 좋고.
스토리보드도 방금 읽었어요

곰곰생각하는발 2019-02-23 09:18   좋아요 1 | URL
전혜진 연기 좋죠... 제대로 된 배역을 소화한 듯.

스토리보드도 보셨군요. 어떤가요 ?
 

 

 







 

 

 

 

 

 

                                        

 

수 박 씨 발 라 먹 을   영 화  :

 

 

 

 

 

 

 

 

 

 

 

 

dumb and dumber, dummy



                                                                                                       영화를 더럽게 만든다고 말했을 때 " 더럽다 " 라는 형용사는 청결 상태를 지적하는 것이 아니라 감독의 애티튜드에 대한 지적이다.

<< 청년 경찰, 2017 >> 은 더러운 영화에 속한다.  이 영화는 한마디로 " 수박씨발라먹을영화 " 다.  사건의 발단은 다음과 같다  :   술에 취한 청년 둘이 자정을 넘긴 시간에 강남 유흥가 골목을 지나가다가 예쁜 여자를 발견하고는 뒤를 따라간다. 그리고는 누가  저 여자에게 말을 걸어서 전화번호를 딸 것인가를 놓고 옥신각신하다가 결국에는 가위 - 바위 - 보 게임을 한다.  그 사이, 여자는 난자를 불법으로 적출하는 범죄 조직에 의해 납치가 되고 정의감에 불타는 청년 경찰-둘'은 그들을 쫓아 범죄 조직을 일망타진한다는 내용 !

그런데 시점을 남성(청년 경찰둘)이 아닌 피해자인 여자 입장에서 생각하면 정의감에 불타는 청년경찰은 호감의 대상이 아니라 두려움의 대상'일 뿐이다. 인기척이라고는 아무도 없는 새벽 밤거리에서 술에 취한 남자 두 사람이 자신을 쫓아와 전화번호 알려달라며 말을 건다고 생각해 보라. 개인 정보가 범죄에 악용되는 세계에서 말이다. 만약에 여성 감독이 이 영화를 연출했다면 이 상황 설정에 대해서 쉽게 동의했을까 ? 하나를 보면 열을 안다고 했던가. 이 영화는 소수자를 폭력적으로 다루고 있다. 두 청년이 연말에 종소리 울리며 신나게 뛰어다니는 이 영화는 생각할 겨를도 없고, 고민한 흔적도 없고, 배려할 마음도 없고, 우월한 편견만 있다.

조선족은 언제부터인가 한국 영화에서는 악당을 대표하는 집단이 된 지 오래'이다. 영화 속 무대인 대림동은 조선족이 장악한, 말 그대로 " 헬-조선 " 이다. 이들에 대한 묘사는 압도적이다. 검은 구두약을 얼굴에 덕지덕지 바르고 등장하는 분장의 게으름은 말할 것도 없거니와 더러운 공가(空家) 바닥에서 떼 지어 잠을 자는 조선족 범죄 집단은 마치 한겨울에 따듯한 곳을 찾아 모여든 바퀴벌레를 연상케 한다. 그들이 왜 조선족이어야 하는지에 대한 이유는 불분명하지만 그들이 왜 한국인이 아니어야 하는지에 대한 이유는 분명하다.

수박씨발라먹다가 시간이 남아서 영화를 찍었을 법한 감독이다 보니 여성 신체를 다루는 방식도 꽤나 폭력적이다. 이 영화에서 남성에게 가해지는 폭력과 여성에게 가해지는 폭력은 양상이 사뭇 다르다. 타격감은 동일하지만 그것에 대응하는 남성과 여성은 차이가 분명하다. 남성(청년경찰둘)에게 가해지는 타격감은 유희로서의 놀이에 가깝다. 말 그대로 액션 영화 장면'이다. 액션 영화는 액션과 리액션으로 이루어져 있기에 놀이에 가깝다. 하지만 여성에게 가해지는 타격감은 " 액션(영화 장면) " 이 아니라 " 폭력 그 자체 " 이다. 액션에 대한 리액션이 없는 것은 일방적 폭력이기 때문이다.

이 영화에서 여성들은 남성의 액션에 대해 리액션으로 대응하지 않는다. 영화 속에서 여성은 단순하게 말은 없고 몸만 전시하는 더미(dummy)로 활용하고 있다. 여성을 바라보는 감독의 잰더 감수성은 영화 엔딩 장면에서 불꽃놀이 제대로 터진다. 피해자 여성은 그들 앞에 나타나 자발적으로 품에 안긴다. 여자라서 행복해요 _ 라는 표정으로 말이다. 쌍팔련도 엔딩을 보고 있는 듯한 착각이 들 정도'다. 그리고 두 사내가 서로 안아보겠다고 난리를 치는 화면 위로 엔딩 크레딧이 오른다. 끄읏 ! ! ! 

마치, 여성 dummy를 서로 공유하는 dumb and dumber의 쓰리썸을 보는 듯하다. 이는 여성을 독립된 주체로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그저 보호해야 할 대상 혹은 물건 따위로 취급하는 태도에 불과하다. 이 영화가 형편없는 이유이다. 굳이 본다면 겨울 보다는 여름에 보기를 권한다. 수박씨발라먹으면서 보는 재미가 제법 쏠쏠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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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 덕수는 고민 있을 때마다

아버지  -  유령을 호명하는가    :



 

끝까지 깐다 시리즈


 



영화 << 국제시장 >>



                                                                                                        영화를 " 더럽게 못 만드는 감독 " 이 있는가 하면 영화를 " 더럽게 만드는 감독 " 이 있다.  전자는 < 불후의 걸작(傑作) > 를 만들고 싶었으나 결심과는 달리 < 불우한 걸작(乞作) > 을 연출한 감독은 죄는 미워하되 사람은 미워하지 말아야 하는 유형에 속하고, 후자는 이도 저도 둘 다 용서가 안 되는 유형에 속한다.

한마디로 윤제균 감독은 영화를 매우 더럽게 만드는 감독'이다. 이 방면에서는 강우석과 함께 독보적 발자취를 남긴 감독으로 남을 것이다. 질이 낮은 영화를 만드는 감독은 용서할 수 있다. 하지만 질이 나쁜 영화를 만드는 감독은 용서할 수 없다. 언어유희를 섞어서 말하자면 질이 낮은 영화는 上品의 문제이고, 질이 나쁜 영화는 性品의 문제이다. 전자가 영화라는 상품으로써의 물성'에 대한 지적이라면 후자는 영화를 만드는 감독의 애티튜드'에 방점을 찍는다. 영화 << 국제 시장, 2014 >> 은 욕하면서 보는 재미'가 솔솔하다. 보다 보면 흥겨워서 라라 _ 하게 된다. 

이런 영화가 천만 관객'을 찍었다는 사실은 이명박과 박근혜가 대통령이 된 이유를 설명하기에 좋은 자료를 제공한다. 쉬운 말을 뱅뱅 돌려서 말했지만  :  뚜껑 열고 bang-bang 쏘면서 말하자면 윤제균 사단 영화는 대부분 " 좆같은 영화 " 다. 윤제균 영화는 코미디와 신파를 섞어서 < 한국형 ㅡ 패밀리 플롯 > 을 구성하는데, 그 맛이 똥맛이라. 윤제균의 초기 코미디 영화1)에서 코믹한 설정은 주로 폭력으로 점철된 슬랩스틱에서 얻는데 그 대상은 남성'이다.  << 두사부일체 >> 에서 대가리(정운택 분)는 계두식(정준호 분)에게 쉴 새 없이 맞는데 이 폭력은 주로 웃음을 유발하기 위해 사용된다.

그렇기에 남성에게 가해지는 폭력은 " 아픈 척하는 웃기는 폭력 " 이다.  여기에는 리얼리티가 없다. 아크로바트만 남을 뿐이다. 신파 요소도 코믹과 마찬가지로 폭력을 이용해서 슬픔을 끌어낸다. 코미디 요소로서의 폭력과 다른 점이 있다면 그 대상이 주로 여성'이라는 데 있다. 남성에게 가해지는 폭력이 리얼리티 없는 몸 개그'라면 2) 여성에게 가해지는 폭력은 < 리얼리티한 폭력 > 이다.  영화 속 이은주(오승은 분)는 남성들에게 과도하게 구타를 당한다.  영화 << 1번가의 기적 >> 에서 하지원이 여자 복서 명란을 연기'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복서 명란은 남성들에게 마른 북어처럼 구타를 당한다.

이 아저씨가 만든 초기 영화 - 들에서 여자들은 오로지 맞기 위해서 존재하는 인물-들이다. 영화 << 국제 시장, 2014 >> 은 명랑 코미디'라는 장르 때문에 매 맞는 여성 캐릭터'가 등장하지는 않지만 이 영화에서 여성이 어떤 방식으로 소모되는가를 살펴보면 보다 악질적이다. 흥남 철수 때 잃어버린 << 막순 >> 은 덕수네 가족이 불행해지는 단초를 제공하는 인물로 사용된다. 막순 때문에 아버지는 가족 서사에서 제거되어 그 후로는 유령으로서만 존재한다. 영어를 모르는 덕수가 투비 낫투비 _ 하며 방황할 때

덕수 아버지는 스크린 앞에 햄릿의 유령처럼 홀로그램으로 등장해서 이북 사투리로 이 종간나 새끼 ! 투비는 하되, 낫 투비는 허지 말아야지비. 아니그럼 ?  너는 이 가문의 장남이고 가장이야 !  _  라고 지껄인다.  김슬기 배우가 연기한 끝순이라는 캐릭터도 덕수 인생의 걸림돌로 작용한다. 이 영화에서 끝순은 철딱서니가 없다기보다는 자신의 결혼 혼수를 위해 오빠를 사지로 보내는 악녀에 가깝다. 덕수는 끝순의 혼수를 장만하기 위해 월남으로 향한다. 덕수모'도 있으나 마나 한 여성 캐릭터'다. 덕수가 투비_ 할 것인가 낫투비 _ 할 것인가를 놓고 고민할 때마다 그가 호명하는 사람은 어머니가 아니라 죽은 아버지 - 유령이다(어쩌면 진짜 유령은 죽은 아버지가 아니라 산 어머니인지도 모른다).

윤제균이 여성 캐릭터를 부정적으로 다루는 방식은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그가 월남에서 다리를 잃게 되는 결정적 계기는 베트남 여자아이'를 구하기 위해 물에 뛰어드는 장면으로,  결국 다리에 총을 맞는 일이 발생하고 그 후유증으로 다리를 잃는다. 국뽕 휘날리는 장엄한 서사의 유치찬란을 논하기에 앞서 이 장면은 매우 악질적이다. 덕수가  물에 빠진 여자아이를 구하기 위해 물에 뛰어드는 장면에서 생각을 멈추고, 그가 베트남에 도착했을 때 벌어졌던 자살 폭탄 테러 사건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베트남 거리에서 자살 폭탄 테러가 발생했을 때 그를 죽음에서 구해준 이는 베트남 남자아이'였다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

여자아이는 덕수를 죽음으로 이끌고 남자아이는 덕수를 죽음에서 구해주는, 이 선명한 대조는 무엇을 의미하는 것일까 ?  이 장면이야말로 윤제균의 잰더 인식을 엿볼 수 있는 단서'다. 그가 배역을 선정하고 배분할 때 잰더 역할에 대해 조금이라도 고민했다면 이런 사태는 막을 수 있었다.  덕수는 항상 징징거린다. 그는 고민이 있으면 죽은 아버지 유령과 대화를 나누거나 친구 달구(오달수 분)와 상의할지언정 어머니와는 대화를 하지 않는다.  결정에 따른 통보만 할 뿐이다.  덕수가 " 아버지 내 약속 잘 지켰지예~이만하면 내 잘 살았지예~근데 내 진짜 힘들었거든예~ " ​ 라는 대사를 내뱉을 때 나는 속으로 되뇌었다. " 어쩌라고, 어 ?! " 

윤제균, 이 인간 영화 참 더럽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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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감독이라 부르고 싶은 마음도 없다. 그냥 아저씨라 부르겠다.

2)   윤제균 영화에서 남성에게 가해지는 폭력은 크게 웃음을 유발하게 위한 폭력과 남성을 거룩한 희생양으로 묘사하기 위한 판타지로 작용한다. 그렇기에 남성에게 가해지는 폭력은 여성에게 가해질 때 발생하게 되는 리얼리티'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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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   레   와          벤   츠     :











 스카이 캐슬





                                                                                                       << 스카이 캐슬 >> 이라는 제목으로 이 글을 쓴다. 피에르 바야르의 변증법을 적용하자면 이 드라마 리뷰는 보지 않은 드라마에 대해 말하는 중이다. 스포일러 노출은 없다, 당연하다. 이 드라마를 본 적이 없으니까. 설령, 종영된 드라마의 스포일러가 노출되었다 한들 그게 무슨 걱정이랴. 걱정은 내려놓으시라.

그렇다고 깊이가 없으리라 지레짐작하는 것도 우려에 불과하다. 이 드라마를 본 적이 없으나 본방을 사수한 당신보다 더 깊이 있게 파고들 자신이 있다. 라캉은 속지 않는 자가 속는다 _ 라고 말했다. 그리고 소크라테스는 너무 많은 것을 아는 자는 아무것도 모르는 자를 이길 수 없다는 사실을 증명했다. 그렇기에 << 스카이 캐슬 >> 을 1회부터 20회까지 " " 본방 - 사수 " 한 당신은 " 무방 - 부사수 " 한 나를 이길 수 없다. 나는 보지 않았기에 본질을 꿰뚫 수 있다. 드라마는 끝났다. 종편 드라마 시청률이 24%에 육박했다. 이 정도(지상파 아닌 종편 드라마)면 대박을 뛰어넘는 초,  초초초초대박이다.

사교육 업계 광고 시장이 들썩거렸다.  드라마가 끝나기도 전에 방영 중인 드라마 중간 광고'에는 염정아 사교육 업계 광고 모델로 등장하여 사교육을 권장하고 있다.  매의 눈으로 단 시간에 최상위 레벨로 끌어올리겠다고 말하고 있는 중이다.  매우 이상한 현상이다.  한국 사교육을 신랄하게 비판하는 드라마 상영 도중 중간광고에 사교육 광고가 상영되고 있으니 말이다.  이제 곧 드라마에 출연했던 조연들도 사교육 업계의 광고 시장을 독점할 것이다.  동종 업계 광고 출현의 화룡점정은 김서형(김주역 역)이 될 것이다.  그는 용의 눈에 검은 점을 찍을 위인이 분명하다. 그는 소비자를 향해 이렇게 주문할 것이다. " 전적으로 저를 믿으셔야 합니다 ! "

드라마는 가진 자의 볼썽사나운 꼴을 신랄하게 비판하고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그 욕망에 불을 점화시키는 역할을 한다. 그렇기에 염정아가 웅진 싱크빅 모델이 되고,  여기저기서 " 입시 코디 " 와 " 학종 문의 " 가 쇄도하는 현상이 발생하는 것이다.  재벌의 더러운 욕망을 비판하는 드라마도 마찬가지'다.  재벌을 다룬 티븨 드라마(혹은 영화) 는 재벌은 항상 불행하고 가난한 당신은 가진 것은 없으나 마음만은 행복한 계급이라고 강조하지만 사실은 정반대'다.  가난한 당신은 재산 싸움이나 하는 재벌보다 더 불행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눈물의 양이 똑같다고 해서 슬픔의 질이 똑같은 것은 아니다.

거리에서 수레를 끌며 우는 것과 강남대로를 달리는 벤츠 자동차 안에서 우는 것은 다르다. 이런 종류의 드라마들이 아편과 같은 이유는 사실을 왜곡한다는 데 있다. 드라마가 재벌을 제대로 비판하려고 한다면 오히려 재벌이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상당히 행복한 삶을 살고 있다는 사실을 폭로해야 한다. 설령, 그들이 행복하지는 않더라도 만족스러운 삶을 사는 것은 분명하다. 그것이 진실이기 때문이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돈이 없으면 불행해질 확률은 매우 높다. 내일의 쉼터가 없고, 일용할 양식도 없고, 병을 치료할 약값조차 없는 데에도 불구하고 행복하다고 믿는다면 그것은 과대망상'이다.

반대로 돈이 많아서 불행에 빠질 확률은 매우 낮다. 행복하지 않아도 만족스러운 삶을 영위할 수는 있다. 그렇기에 재벌은 가난한 당신보다 행복할 가능성이 훨씬 높다. 해피엔딩은 서민 편이 아니라 재벌의 해피엔딩으로 끝나야 한다. 그것이야말로 제대로 된 팩트 체크'이다. 반신반의하는 이가 있다면 나는 이렇게 대답하겠다. " 전적으로 저를 믿으셔야 합니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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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근대의 유령




 



                                                                                                                                                                                          근대화의 특징 중 하나는 " 개인의 발견 " 이다.  전근대가 인간 - 몸'을 국가나 신에게 예속된 신체로 취급했다면 근대는 이것으로부터의 해방을 의미했다.

한국 사회에서 전근대를 사로잡은 것은 효(孝)와 충(忠)이다. < 효 > 가 부 父를 향한 복종이라면 < 충 > 은  국부 國父나  대부 代父를 향한 맹세다. 국부(혹은 대부)는 아버지의 아버지, 혹은 아버지의 아버지의 아버지의 아버지의 아버지의 아버지이다. 이 수식이 꼬리에 꼬리에 꼬리를 물고 길어질수록 대타자로서의 아비는 절대자에 가깝다.  < > 는 子(아들)이  耂(노인) 을 등에 엎은 꼴로 젊은이가 노인을 위해 희생해야 된다는 의미가 담겨 있고, < 忠 > 은 중심(주류)을 위해 변방(비주류)이 희생되어야 한다는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권력 헤게모니를 장악하는 부류가 老(늙은 정치인)와 中(중앙 권력)이라는 점에서 충효 사상은 주인에 대한 맹세와 복종에 불과하다 할 수 있다.  그런데 근대화 과정은 아버지에 예속된 인간의 몸을 독립된 개체로 해방시켰다.  그것이 바로 개인으로서, 시민의 탄생'이다.  집단(集團)에서 개인(個人)으로 분산되어 개성(個性)을 획득하는 과정이 근대화 과정이다.  그렇다면 대한민국의 근대화는 언제였을까 ?  우리는 박정희(정권)를 " 근대화와 산업화의 아버지 " 라 부르지만 엄밀히 말하자면 박정희 시대는 산업화는 성공했지만 근대화는 실패한 정권이었다.

왜냐하면 박정희는 전근대의 유물인 충효를 정치 철학으로 계승한 인물이기 때문이다. 박근혜에게 그는 아버지였고, 누군가에게는 아버지의 아버지였으며, 또 누군가에게는 아버지의 아버지의 아버지의 아버지의...... 아버지'였다. 다시 말해서     :     한국 사회는 전근대를 지나 근대화를 거치지 않고 산업화로 점프 컷 했으며,  곧바로 현대화에 다다른 기형적 형태를 보인다.  근대화 과정이 생략된 한국 사회가 지금의 현대성이다. 근대화 과정이 전근대의 유령들을 제거하는 문화 혁명에 속한다면, 한국 사회는 전근대의 유령을 제거하지 못했기에 지금도 곳곳에서 전근대화의 유령들과 마주할 수밖에 없다.

이성복 시인은 아버지 아버지 씹새끼 입이 열이라도 할 말 없어 _ 라고 저항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버지는 여전히 강력하다. 아버지는 아들 앞에서 광선검을 꺼내며 호통을 친다. 이놈, 내가 네 애비닷 ! ! ! !               이명박근혜 정권 때 천만 관객을 돌파한 영화 << 명량, 2014 >> 과 << 국제시장, 2014 >> 을 관통하는 이데올로기가 바로 충과 효'이다. 재미있는 사실은 박근혜가 죽은 아버지의 유령을 되살려 놓았다는 데 있다. 이 경험들은 매우 불쾌한 것이다. 영화 << 명량 >> 은 선내에서 노를 젓는 노잡이의 입을 빌려 이렇게 말한다. " 우리가 이렇게 개고생한 걸 후손들은 알까?  " 

죽은 자의 생색내기는 << 국제 시장 >> 을 관통하는 열쇳말이기도 하다.   덕수(황정민 분) 는 울먹이며 말한다.  " 아버지 내 약속 잘 지켰지예, 이만하면 내 잘 살았지예, 근데 내 진짜 힘들었거든예 "   덕수는 아버지를 향해 넋두리하지만 그가 말하고자 하는 대상은 극장을 찾은 아들 - 들이다.  두 대사가 내포하고 있는 속내는 명확하다.  그들은 모두 아들-들에게 충효를 강요한다.  나만 고생할 수는 없지 _ 라는 심보가 잃힌다.  나는 이 충고가 같잖다.  누가 나에게 근대화를 20자 내로 요약하라고 한다면 이렇게 말하겠다. 아버지, 아버지 씹새끼 입이 열이라도 할 말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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