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단편 미스테리 하드보일드 투머치 울트라 액션 탐정 활극 :
오리무중입니까
버스를 타고 가는데 라디오에서 긴급 속보가 흘러나왔다. 내용은 이렇다 : 교도소에 수감 중인 박근혜가 지병을 핑계로 형 집행 정지 신청을 했는데 법원이 승인하는 바람에 박근혜는 교도소를 벗어나 일반 병원에서 치료를 받을 수 있게 되었다.
그런데 박근혜는 관리가 소홀한 틈을 타 세상 밖으로 탈옥하는 전무후무한 사태가 발생한다. CNN 뉴스와 시나이 중국 통신은 이 사실을 긴급 속보로 보도했다. 긴급 뉴스를 알려드립니다. 살다살다 대통령이 감옥을 탈옥하는 어, 어어어어어어처구니없는 일이 대한민국에서 발생했습니다. 나는 버스 안에서 세계의 조롱거리로 전락할 대한민국 국격을 슬퍼하며 차에서 내렸다. 게시판과 전봇대에는 박근혜 수배령이 붙은 수배 전단지가 붙어 있었다. 수사 전문가들은 박근혜가 한 달 안에 잡힐 것으로 내다보았다. 대한민국 국민이 박근혜를 모르면 간첩이니깐 말이다. 하지만 예상과는 달리 박근혜는 오리무중이었다.
경찰총장은 마음이 다급해져서 묻곤 했다.
ㅡ 박근혜 소식은 ?
ㅡ 오리무중입니다 !
ㅡ 오리무중 ?!
ㅡ 네, 오리무중입니다 !
ㅡ 자넨, 닭을 잡으라고 했더니 한가하게 오리 사냥이나 하고 있나 ?
그렇다, 닭은 종적을 감췄다. 여기저기서 제보가 쏟아졌지만 모두 사실이 아닌 것으로 밝혀졌고 현상금은 그와 비례해서 올라갔다. 가장 많은 현상금을 내건 사람은 유튜버 블러드하운드'였다. 그는 여성으로 박근혜와 나이 또래가 엇비슷했지만 정치 성향은 정반대였다. 그녀는 전재산을 털어 박근혜를 쫒고 있었다. 이 사실이 알려지자 진보 진영을 후원하는 촛불 시민들이 내는 후원금이 쏟아지기 시작했다. 10억으로 출발한 현상금은 이제 100억에 육박했다. 박근혜는 이제 인간이라기보다는 하나의 로또'였다. 나는 블러드하운드와 함께 쏟아지는 제보들을 분석하고 단서가 될 만한 정보를 고르는 일을 했다.
하지만 박근혜는 여전히 오리무중이었다. 나는 점점 회의에 빠지기 시작했다. 왜냐하면 100억이란 현상금을 내건 블러드하운드는 막상 박근혜를 잡는데 그닭 열의가 없어보였다. 아니, 그는 오히려 박근혜는 절대 잡히지 않으리라는 확신을 가지고 있는 듯했다. 그렇다면 이 사람은 후원금을 노린 사기꾼일까 ? 어느 날이었다. 한 장의 팩스가 도착했다. 이름을 밝히지 않은 이가 자신은 탈옥한 박근혜의 성형수술을 집도한 의사라고 소개했다. 그리고 그 아래에는 성형한 박근혜의 몽타쥬가 그려져 있었다. 그는 블러드하운드였다. 이보다 훌륭한 신분 세탁이 있을 수 있을까.
스스로 닭 잡는 사냥개가 되어 자신을 저주하는 적으로부터 막대한 후원금을 받아 부를 축적하다니. 박근혜는 세간의 평과는 달리 영특하고 교활했다. 그리 놀랄 일은 아니었다. 애비나 딸이나 신분을 세탁하는 데에는 일가견이 있는 혈통이었으니까. 사무실 불을 끄고 밖으로 나왔다. 새벽 거리는 온통 안개가 자욱했다. 나는 서서 담배를 물고 라이터 불을 켰다. 어찌나 짙은 안개였는지 오 리까지 희뿌연 안개로 덮여서 한 치 앞도 보이지 않았다. 안개 속에서 익숙한 목소리가 들렸다. 블러드하운드'였다. 모습이 보이지 않고 목소리만 들리다 보니 비로소 그녀의 목소리가 박근혜를 닮았다는 사실을 뒤늦게 깨달았다.
" 페루애, 아직도 박근혜를 찾지 못했습니까 ? " 나는 대답했다. " 네, 아직도 오리무중1)입니다 ! " 블러드하운드가 다시 질문을 던졌다. " 여전히 오리무중입니까 ? " 나는 죽음을 예감했다. 안개 속에서 한 발의 총성이 울렸다. 멀리서 피 냄새를 맡고 달려드는 사냥개의 발소리가 어렴풋이 들렸다.
덧대기
오리무중이라는 사자성어에서 오리가 그 오리(duck)라고 생각했던 사람은 청기 내리고 손 올려, 어섯 !
1) 오리무중 五里霧中 : 오 리나 되는 짙은 안개 속에 있다는 뜻으로, 무슨 일에 대하여 방향이나 갈피를 잡을 수 없음을 이르는 말이다. << 후한서 >> 의 < 장해전 > 에 나오는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