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고 보자




우리는 이 땅 위에 우리는 태어나고  아름다운 이곳에

자랑스러운 이곳에 살리라 빠빠빠 빠바 빠빠빠 빠바~


-이선희, 아름다운 강산




 


        늘 다짐했다. " 두고 보자 ! " 철천지원수를 만나는 심정으로 때가 오기를 기다렸다. 하루에 한 끼만 먹겠다고 선언했을 때, 나는 하루 종일 밥만 생각했다. 가수 이선희가 < 아름다운 강산 > 이라는 노래를 부를 때에도 중독성 강한 후렴구인 " 빠빠빠 빠바 빠빠빠 빠바 ~ " 라는 의미 없는 기표가 내게는 " 밥 ! 밥 ! 밥 ! 밥 ! 밥 ! " 으로 들려서 가락에 흥이 나는 것이 아니라 입안에 침이 고였다.

두고 보자, 상다리 부러지도록 진수성찬을 차려 놓고 먹으리라.       하루 종일 쫄쫄 굶은 것에 대한 보상 심리'라고나 할까. 저탄고지를 8개월 정도 실천한 때도 이 즈음이었다(말이 저탄고지이지 사실은 고 단백질-고 지방 식단이었다). 위에 밥이 들어가 헛배를 채우는 것이 못내 아쉬워서 고기만 먹기로 작심한 것이다. 고기는 단백질의 왕이요, 힘의 원천이었으니까 !  그런데 육식은 내 체질과는 맞지 않는 모양이었다. 어느 순간부터 고깃덩어리에서 비린내가 나기 시작했다. 육질의 차이인가 싶어 질 좋은 부위로 바꿔 먹기도 했으나 마찬가지'였다. 꿈에 들짐승이 나타나 말했다. " 고마해라, 마이 묵었다 아이가 ! " 지금은 들짐승의 충고를 겸허히 받아들여서 풀과 과일'을 열심히 뜯고 있다.

 저탄고지 비스무리한 식단는 중단되었다. 뭐, 가난한 내게는 탱큐였다.  내가 식생활 습관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하면서 절실하게 깨달은 것은 < 맛의 허구 > 였다(삼시 세끼라는 허구적 신화는 굳이 이 자리를 빌려 비판할 생각은 없다. 시간 날 때마다 누누이 했던 주장이어서 식상한 감이 있다).우리가 맛있다고 느끼는 것은 재료의 맛 때문이 아니라 향 때문이다. 후각에 시각과 청각이 더해지면 맛이 탄생한다. 혓바닥은 식감을 책임질 뿐이다. 눈을 가린 채 코를 막은 실험 대상자에게 양파를 주면서 사과라고 거짓말을 하면  피실험자는 양파를 사과라고 착각하고 맛있게 먹는다. 이 실험 결과는 맛을 관장하는 것은 혓바닥이 아니라 시각과 청각 그리고 후각이 결정적인 역할을 담당한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보기에 좋은 떡이 먹기도 좋다는 속담은 꽤나 과학적인 속설에 바탕을 둔 이야기인 셈이다. 그렇다 보니 양파를 사과라고 속이고 파는 장사꾼이 늘어나기 시작했다.  눈과 코를 가리기만 하면 탱큐 !   좋은 예가 갈매기살과 토시살'이다. 돼지 가로막 부위에 붙은 갈매기살의 양은 매우 적은 소량이어서 대중성과 상업성을 가질 수 없지만  고깃집 중에서 두 집 건너 한 집은 갈매기살을 판다.  돼지 한 마리에서 차지하는 양이 1%에 불과하다는 갈매기살은 어떻게 해서 대량으로 유통되는 것일까.  답은 토시살에 있다. 내장 근처에 있는 살이어서 비린내가 심한 토시살을 감추기 위해 식당 주인은 향내가 강한 양념으로 버무려서 재료 본연의 맛과 향을 지운다. 갈매기살이냐 토시살이냐를 감별하는 방법은 매우 간단하다.

진짜 갈매기살은 양념이 전혀 없는 생고기로 나오고 토시살은 양념이 되어 나온다. 이처럼 양념은 품질 낮은 식재료를 은폐하는 데 안성맞춤이다. 섬마을 사람들이 해산물을 요리하는 방식을 보면 도시의 대중식당에서 파는 해산물 조리 방식에 비해 매우 간단하다는 사실을 발견하게 된다. 양념을 최소화한다. 그 이유는 갓 잡은 해산물 자체가 워낙 싱싱하기에 굳이 양념으로 주재료 본연의 맛을 가릴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맛의 신화 못지 않게 난공불락인 것은 단백질 신화'이다. 인간의 생애를 통틀어서 가장 빠른 성장을 보이는 시기는 갓난아기'이다. 하루가 다르게 쑥쑥 자란다. 쑥이 쑥쑥 자라봤자 결론은 쑥이지만, 이 시기에는 콩나물처럼 자라는 것이 눈에 보인다. 폭풍 성장인 셈이다.

모유는 인간의 생애 주기 중에서 가장 빠른 성장기에 최적의 영양을 공급하는 공급원이다. 그렇기에 모유 성분을 분석하면 인간에게 필요한 영양 성분의 황금 분할'을 알 수 있다. 그런데 모유에서 단백질이 차지하는 비율은 10% 미만에 불과하다. 이 사실은 단백질이 성장에 있어서 절대적으로 필요한 영양소라는 서구의 단백질 신화'가 거짓말일 수도 있다는 사실을 강하게 암시한다. 또한 10% 미만의 단백질을 섭취하기 위해서는 굳이 육식을 할 필요가 없다는 사실을 말해주기도 한다. 채식만으로도 단백질을 충분히 공급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탄수화물과 지방이 건강을 해치는 주범으로 공격받는 와중에도 단백질 신화가 여전히 무패의 기록으로 지금도 철옹성을 쌓고 있는 이유는 든든한 스폰서를 둔 덕이다.

단백질 신화를 지지하고 재정적으로 지원을 아끼지 않는 이익 집단은 축산업과 낙농업 협회로 이들의 로비는 군사 무기 로비 산업보다 강력하며 규모도 훨씬 크다. 하지만 단백질은 체내에서 분해되는 과정에서 산성으로 변하기 때문에 암세포의 좋은 식량이 된다. 동물성 단백질이 나쁜 영양소라고 주장하는 것은 아니다. 문제는 단백질 과잉에 있다. 현대인의 식단은 탄수화물 과잉과 지방 과잉뿐만 아니라 단백질 과잉 식단이기도 하다. 영양 과잉 사회에서 어떤 영양소를 더 많이 취득할까 _ 라는 문제는 본질이 아니다. 중요한 것은 채우는 것이 아니라 비우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단백질을 더 많이 보충하기 위해 고기'를 찾는다.

 

김치 없이는 못 살았던 20세기 한국인은 이제 고기 없으면 못 사는 21세기 한국인으로 변했다. 나는 육식도 아니고 채식도 아닌 잡식주의자이지만 육식보다는 채식이 보다 바람직한 방식이라는 사실에 동의한다. 피터 싱어의 << 동물 해방 >> 과 마빈 해리스의 << 음식 문화의 수수께끼 >> 는 단백질 섭취를 놓고 서로 다른 견해를 보인다. 피터 싱어는 동물 윤리를 들어 식물성 단백질 공급만으로도 충분하다고 주장하는 반면에 마빈 해리스는 동물성 단백질이 문명 발달에 큰 도움을 주었다고 주장한다. 내가 마초남 마빈 해리스보다는 초식남 피터 싱어의 손을 들어주는 이유는 채식만으로도 충분히 단백질을 공급받을 수 있다는 데 있다.

그렇다고 육식을 비판할 생각도 없다. 다만, 삼시 세 끼를 모두 육식으로 채우는 방식은 욕심이 지나치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나는 지금보다 고기 값이 2,3배는 더 비싸야 된다고 생각한다. 가축이 가축답게 살아갈 수 있는 사육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값이 오른다면 좋은 일이다. 날마다 먹는 고기보다는 어쩌다 먹는 고기 맛이 더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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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호랑이 2018-10-01 16: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 저도 균형잡힌 식단이 중요하다는 곰곰발님 의견에 한 표입니다!

곰곰생각하는발 2018-10-03 19:58   좋아요 1 | URL
저도 겨울호랑이 님 의견에 한 표 던집니다아..ㅎㅎ

2018-10-01 23:2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8-10-03 19:58   URL
비밀 댓글입니다.
 

 




영화-들









1. 제이케이 필름 영화 -


JK필름 영화의 특징은 " 양념이 많다 " 는 점이다. 영화 속에 온갖 양념을 아낌없이 퍼부으니 웃짠(웃고 짠하고..)하게 된다. 코미디라는 양념, 볼거리라는 양념, 신파라는 양념...... 맵고, 짜고, 달다. JK필름 영화를 보고 나오면 당신은 알게 모르게 엉덩이에 털이 나는 수치를 경험하게 된다. 모로 가도 서울만 가면 된다는 윤제균 감독의 철학이 반영되다 보니 흥행만 되면 장땡이라는 모토 아래 JK 필름은 오늘도 돌아간다. 그런데 양념이 많이 들어가거나 부재료가 많이 섞인 음식은 의심을 해야 한다. 내 주장이 아니라, 음식업에 종사하는 사람들이 자주 하는 충고'다. 자극적인 양념은 주재료의 품질을 감추는 용도로 적합하다. 한우 꽃등심을 고추장 양념으로 요리하지는 않는다. 왜냐고 묻지 마라, 주재료의 맛 자체가 훌륭하기 때문이다. 반면에 맛이 떨어지는 고기 부위는 대부분 양념 주물럭으로 요리를 한다. 질 낮은 주재료의 맛을 숨기기 위해 자극적인 양념을 과도하게 투하하는 까닭이다. 단맛과 짠맛은 일종의 포장술인 셈이다. 영화라고 해서 다를까 ? JK필름은 한 가지 주제를 깊이 있게 다루지 못한다. 감독의 인문학적 교양은 박약하고 돈벌이에는 박식하니 웃짠을 대표하는 << 국제시장 >> 이나 << 해운대 >> 같은 영화가 탄생하게 된다. 이병헌이 늙은 복서로 등장하는 << 그것만이 내 세상 >> 은 인문학적 교양이 박약하고 돈벌이 욕심은 박식한 제작자가 영화를 만들 때 범하게 되는 오류'이다. 제이케이 필름은 장애인 인권에는 관심이 없고 오로지 그것을 신파로 이용할 생각만 한다. 그들이 관심을 가지는 것은 보통의 장애인이 아니라 장애인이 천재적 재능을 가졌을 때(영화 속 주인공 동생은 서번트 증후군을 앓고 있다)이다. 위의 영화 모두 관객 동원에 성공한 영화이니 소비자의 니즈를 분석하는 능력은 탁월하나 이따위 개 같은 쓰레기 영화가 훌륭한 음식이라고 말하는 것은 모순이다. 맥도날드 햄버거가 맛은 좋지만 정크푸드의 범위에서 벗어나지 못하듯이, 제이케이 필름도 맛은 좋지만 영양은 쓰레기'다.






2. 국가대표 2


슬프지 않은 신파를 보는 것도 고역이긴 하지만 웃기지 않은 개그를 보는 것도 고역이긴 마찬가지'다. 영화 << 국가대표 2 >> 는 웃기지 않은 개그와 상황이 연속으로 등장한다. 웃기려고 작정하나 웃기지 않으니 민망할 뿐이다. 무엇보다도 게으른 각본가가 제작에 참여했을 때 보여줄 수 있는 총체적 난국을 그대로 보여준다. 하나부터 열까지 억지 설정이다 보니 관객은 이 영화를 콩트로만 받아들이게 된다. 당연히 리얼리티가 주는 실감 나는 체감을 보여주지 못한다. 모든 영화의 핵심은 동병상련이다. 주인공이 느끼는 곤경을 타자인 관객이 받아들일 때 몰입이 발생하게 된다. 이 몰입이 좋은 영화를 만든다. 리얼리티가 중요한 이유이다.



3.  목격자

문장의 앞과 뒤를 이어주는 것은 문맥이다. 요령이 없어서 문맥이 맞지 않으면 맥락이 끊기고, 맥락이 끊기면 부조화가 발생한다. 영화도 마찬가지다. 좋은 문장(장면)이 있고, 문장과 문장을 이어주는 좋은 문맥(편집)이 있다면 좋은 영화가 탄생하지만, 맥락이 끊기면 부조화가 발생한다. 저잣거리 입말로 쉽게 말하자면 개소리. 장면과 장면을 연결할 때 맥락이 끊기면(논리적 모순에 직면하게 되면) 관객은 영화의 메시지가 PC하다 해도 결국에는 개소리'로 들려서 " AC ~ , 뭔 개소리여 ! "                    영화 << 목격자 >> 는 시작부터 끝날 때까지 개소리로 일관한다. 살인범이 피해자를 암매장할 장소로 도심 한복판 아파트 뒷산을 선택한다는 것만으로도 이 영화가 얼마나 멍청한 줄거리를 가지고 있나 알 수 있다. 상식적으로 납득이 가지 않는다. 살인범이 피해자를 암매장하기 위해 차를 몰고 도착한 곳은 서울에 위치한 아파트 단지 뒤 뒷산이다. 아니, 뒷산도 아니고 그냥 동네 동산이다. 주민 3,000명은 족히 살 법한 아파트 단지 뒷산에 ??!  개연성이 없다 보니 이야기는 점점 산으로 가는데..... 맙소사, 결말은 진짜로 산으로 간다. 아아. 목격자여 ! 산산(山山)이 부서질 이름이여.  이 영화는 문장이 형편 없을 뿐만 아니라 문맥도 맞지 않아서 맥락이 끊긴,  더럽게 재미없는 싸구려 펄프픽션 같다. 감독님, 영화 그따구로 만들지 마세여.







4. 신과 함께 1,2


<< 신과 함께 >> 시리즈는 온갖 산해진미를 맛볼 수 있는 영화이다. 토속 신앙에 기반을 둔 스토리이다 보니 궁중요리 같다가도 화려한 볼거리가 제공되니 퓨전요리 같기도 하다. 남녀노소 모두 좋아할 재료-들이다. 일종의 거대한 냉장고 같다고나 할까. 식재료가 다양하다 보니 그 어떤 요리도 만들 수 있을 것만 같은 욕심이 생긴다. 매운맛이 나는 재료를 사용하면 신파가 될 것이요, 겨자를 겯들이면 하늘을 나는 맛이 될 것이다. 그런데 재료가 많다고 해서 반드시 좋은 음식이 만들어지는 것은 아니다. 우리가 소울-푸드'라고 말하는 음식의 핵심은 결핍에 있다. 정신적 허기는 결핍에서 파생되는 감정이지 풍요에서 발생하는 풍미는 아니다. 그렇기에 볼거리 많은 << 신과 함께 >> 는 단백해서 맛있는 영화가 아니라 기름져서 맛있는 영화일 뿐이다. 튀겨서 맛이 없는 음식은 없다. 보고 나면 느끼한 맛에 동치미 국물 한 대접 마시고 싶은 마음 간절하다. 내가 생각하는 좋은 영화는 용량이 작은 냉장고 속에 보관된 몇 가지 재료'로 단백한 음식을 만드는 것이다. 모자란 재료는 집 앞 구멍가게에서 그때그때 공수해서 사용하면 된다. 영화를 만드는 감독 입장에서는 용량이 큰 냉장고를 원하겠지만, 자칫하면 대용량 냉장고는 재앙이 될 수도 있다. << 물괴 >> , << 인랑 >>, << 군함도 >> 가 대표적이다.





※  내가 아는 지인은 강남에 살지는 않지만 강남 좌파'처럼 행동한다. 진보 단체 활동도 하고 정기적으로 후원도 한다. 그리고 공정무역거래 상품을 주로 구매하는 착한-소비'를 실천하는 사람이다. 예를 들면 커피콩을 경작하는 흑인에게 이윤이 갈 수 있도록 만든 착한 무역 상품을 웃돈 주고 사는 식이다. 그런데 나는 그가 윤리적 소비자라는 데 1%도 동의하지 않는다. 왜냐하면 그는 한 달에 두세 번 창고형 대기업 마트에서 식재료를 대량 구입해서 사용한다. 집에는 대용량 냉장고와 대용량 김치냉장고가 있을 뿐만 아니라 대용량 냉동고'도 있다. 음식을 저장할 수 있는 공간이 넓다 보니  재료를 대량으로 구매하는 것이 가능하다. 속으로 나는 생각한다. 조까고 자빠졌네. 착한 소비는 별것 없다. 집앞 구멍가게에서 파는 맥주가 대기업 대형 할인 마트에서 파는 맥주보다 2,300원 더 비싸도 그때그때 구멍가게를 이용하는 것이 공정무역거래라며 웃돈 주고 사는 착한 상품을 구매하는 것보다 윤리적'이다. 내가 사는 동네는 엎어지면 코 닿을 곳에 창고형 대형마트가 있지만 나는 일부러 구멍가게를 이용한다. 어느 때는 맥주 가격이 대형할인마트보다 300원이나 더 비싸지만 불만을 가지지 않는다. 동네 구멍가게는 오랫동안 대형 냉동고와 냉장고 역할을 담당했다. 구멍가게에서 파는 맥주가 공장 출시 가격보다 비싼 까닭은 구멍가게의 대형 냉장고와 냉장고 사용료가 포함되었기 때문이다. 구멍가게가 냉동고와 냉장고 그리고 음식 저장소 역할을 대신하다 보니 굳이 우리는 집에 대형 냉장고를 둘 필요 없다. 용량이 작은 냉장고만으로도 싱싱한 식품을 얻는데 불편함이 없는 것이다. 그것이 착한 경제적 순환이다. 미국처럼 땅덩어리가 넓어서 식품을 공수하는데 어려움이 있다면 문제는 달라지겠지만,  24시간 동네 슈퍼가 불을 밝히는 대한민국에서 식품을 대용량으로 구매한다는 것은 어리석은 짓이다. 그런데 언제부터인가 구멍가게에서 사용하던 대형 냉장고를 집집마다 구매하고는 식재료를 대량으로 구매하기 시작했다. 결과는 ?  먹다가 남긴 고기는 냉동고로 직행하다가 결국에는 버리게 되고, 할인 행사 때 산 유제품 묶음도 결국에는 유통기간이 지나 버리기 일쑤다. 이게 윤리적이며 합리적 소비 형태인가. 냉장고에 식재료가 가득 차면 다양한 종류의 음식을 만들 수 있을 것 같지만 실제로는 정반대인 결과를 도출하게 된다. 자유를 제한할 때 발생하는 스트레스보다 선택의 폭이 넓을 때 발생하는 스트레스가 더 크다. 냉장고는 작을수록, 그리고 적을수록 좋다. 그것이 윤리적 소비'이다.








+

추석 당일, 아트하우스 모모에서 << 아비정전 >> 을 상영한다. 오후 6시 30분 1회. 갈까 말까 고민 중이다. 마흔 번 넘게 보았으니 볼 것 안 볼 것 다 본 사이이지만 그래도 볼 때마다 아련한 향수에 젖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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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다맨 2018-09-25 13:1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자유를 제한할 때 발생하는 스트레스보다 선택의 폭이 넓을 때 발생하는 스트레스가 더 크다.˝ 이 문장에 무릎을 치고 갑니다.

곰곰생각하는발 2018-09-25 14:37   좋아요 0 | URL
선택의 폭이 넓다는 것은 그만큼 실패할 확률이 높다는 증거가 되겠지요. ox 문제보다 4지선다형 문제를 틀릴 확률이 더 높듯이..
 

 

 

 


​                                      

욕을 아름답게 말하는 법   :



 




욕 욕


 



싹수는 봄날에 땅을 뚫고 나온 어린 싹을 뜻한다. 안색을 보면 화색과 병색을 구분할 수 있듯이 될성부른 나무도 떡잎 색깔을 보면 쉽게 알 수 있다. 건강한 싹은 잎이 파릇파릇하지만 자라다 곧 죽을 싹은 히마리가 없고 색이 누렇다. 그래서 싹수가 노랗다는 말은 곧 잘될 가능성이나 희망이 애초에 없다는 뜻이다. 싹수가 노란 싹은 대부분  제때에 싹을 틔우지 못하고 너무 이르거나 너무 늦은 때에 자란 싹이다. 

" 싸가지 없다 " 는 표현도 "  싹수(머리) 없다 " 는 뜻과 같다 싸가지라는 낱말은 [ 싹 + 아지 ] 로 구성되어 있는데  " - 아지 " 는 작은 것을 나타내는 지소 접미사로 (나무) 가지, (동물) 새끼, (사람)아기라는 뜻이다. 내가 이 단어에 대하여 관심을 가지기 시작한 이유는 < 욕의 성질 > 과 관련이 깊다. 욕은 대부분 동물(성)과 연관이 깊다. 짐승 같은 놈이라는 말은 있어도 뭐, 이런 콩나물 같은 새끼가 다 있어 _ 라는 욕은 없다. 좆같은 놈이라는 욕도 짐승의 욕망을 대표한다. 그런 점에서 싹수(싸가지)는 동물이 판을 치는 색계(?)에서 유일하게 식계(?) 대표하는 상징어이자 욕계의 시조'이다.

욕계의 시조 ?!  아는 사람은 알고 모르는 사람은 모르는 일이지만, 나는 16년 동안 < 욕 > 을 연구했다. 그래서 내 호(號)가 " 욕만 " 이다. 욕만 페루애 선생 !  욕은 한자로 辱 이다. 농사에 좋은 계절을 뜻하는 辰과 농경사회의 법도를 뜻하는 寸 이 만난 결과다. 이 결합은 농사의 때(파종 시기를 놓치는 일)를 어긴 자를 죽이고 욕보인 일로부터 파생되어 욕보이다라는 뜻을 가지고 있다고 한다.  과하다 싶다가도 옛날 옛적에는 농자천하지대본이라 하여 농업이 천하의 근본이 되는 사회이기에 제때에 씨를 뿌리지 못해서 한해 농사를 망치는 것은 불경에 가까웠으리라 짐작된다.

이처럼 욕의 근본 성질과 시조는 동물이 아니라 식물이다(라고 나는 강력하게 주장한다). 며칠 전, 의뢰인으로부터 메일 한 통을 받았다.


욕만 페루애 선생님, 안녕하십니까 !  저는 군포에 사는 *** 이라고 합니다. 다름이 아니오라 꼴도 보기 싫은, 어느 개 호로 씨부랄 부장 꼰대 새끼가 있어서 담벼락에 대고 시원하게 욕이라도 하고 싶은데 명예훼손죄로 고발될까 전전긍긍하느라 화병이 날 지경입니다. 아, 욕 좀 시원하게 할 수 있는 사회가 그립습니다. 법의 테두리 안에서 욕을 실컷 해도 법망을 피할 수 있는 방법이 없을까요 ?  수고비는 넉넉히 드리겠습니다.


법의 테두리를 벗어나지 않는 범위 안에서 욕을 신나게 하고 싶다라......     우선, 헌법을 공부하기 시작했다. 헌법 제 1조 1항 예외 조항 번외 편을 보면 욕에 대한 정의가 나온다. 욕은 인간을 짐승에 빗대는 표현으로 정의한다.  나는 오랜 고민 끝에 식물성 욕을 발명해서 의뢰인에게 송출했다. 



욕을 대표하는 표현은 쌍놈의 새끼입니다. 가장 기본적인 욕이자 남녀노소 즐겨 사용하는 표현입니다. 여기서 놈은 동물을 홀하게 표현하는 말이니 동물성 욕이죠. 법적 테두리 안에서는 욕은 동물성에 기반을 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저는 의뢰인에게 동물적 표현을 식물적 표현으로 개종하기를 권합니다. < 쌍놈의 새끼 > 대신 < 삼나무 새끼 > 라고 담벼락에 쓰시는 것은 어떠실는지요. 쌍놈의 새끼를 쉼표 없이 10번 반복하면 삼나무새끼가 됩니다. 믿지 못하시겠다면 직접 해보세요. 쌍놈의새끼쌍놈의새끼쌍놈의새끼... 상놈의새끼... 삼노무새끼... 삼나무새끼 ! 여기에 곁가지로 입말과 뒷말에 구시렁을 붙이세요. 뭐, 이런 싸가지 없는 삼나무 새끼를 봤나, 허어, 이 삼나무 새끼를 확 ~ 도끼로 찍어불란다. 말리지 마라잉~  됐다, 됐고... 싸가지 베기 위해 도끼를 휘두르는 것은 모기 잡으려고 칼 빼는 격이제잉.   어떻습니까 ? 이런 욕, 마음에 드시온지요.



 

의뢰인은 매우 흡족했는지 수고비에 더해 구두 상품권도 주었다. 그의 상판(페이스북) 담벼락을 보면 삼나무가 창궐한다. 그 풍경이 가히 삼엄(森嚴)하다. 욕이 이처럼 인문학적 지식을 바탕으로 한 상상력과 결합하면 품격을 갖추게 된다. 담백하니 좋다 아니 말할 수 없다. 욕을 하고 싶으나 법의 처벌이 두려워 망설이시는 분이 계시다면 욕만 페루애 선생을 찾으시라. 욕을 주문 제작해 드립니다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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꿀    떡    과         개    떡     :


 

 


 


 

튼튼이의 모험, 2017


 



꿀 발라났드나 나도 함 묵어보자

- 봉숙아, 장미여관 

                                                         

 

 

 

일단 영화 평점부터 매기고 시작하자. 이 영화는 10점 만점에 9점이다. 올해 본 한국 영화 중에서 가장 재미있다. 내가 시작부터 결말을 매조지하고 시작하는 이유는 제작비 꼴랑 2000만 원으로 만든 인디 영화라고 해서 지레짐작으로 얕잡아보고는 글을 읽지도 않은 채 스킵하지 않을까 하는 우려에서였다. 우선 약관을 보도록 하자.

 

 

 

이 영화를 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동의할 것이다, 제작비 230억이 든 << 인랑 >> 보다 꼴랑 2000만 원이 든 << 튼튼이의 모험 >> 이 훨씬 재미있고 완성도가 높은 영화라는 사실을 !  내 말에 동의한다면 부처 핸섬 ~  때깔이 좋다고 해서 좋은 영화가 만들어지는 것은 아니다. 비주얼은 12첩 반상 중에서 그저 한 종지를 책임질 뿐이다. 때깔 좋은 " 성찬 " 대신 땟국 줄줄 흘러도 맛이 나는 " 3찬 " 밥상도 있는 법. 지금은 웰빙 시대. 요즘은 꿀떡보다 개떡이 건강식품이다. 또한 관객 수준도 높아져서 개떡같이 말해도 꿀떡 같이 알아듣는다. 화려한 비주얼이 빈약한 서사를 커버하는 시대는 지났다. 김지운 감독에게 충고하고 싶다. 230억짜리 메로나를 누가바 ? 


영화 << 튼튼이의 모험, 2017 >> 은 개떡 같은 영화'다. 만듦새가 영락없이 개떡이다. 반지르르르르르르르하게 꿀 발라 놓은 떡에 비하면 형편없지만, 바로 그 < 형편없음 > 이 이 영화를 기똥차게 만들었다. 왜냐하면 이 영화는 형편없는 삶을 다루고 있기 때문이다. 주제와 형식이 대동단결하여 합일을 이루어 운우지정을 나누니 좋지 아니하다 말하지 않을 수 있는 이는 없지 않다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다 하지 않을 수 없다.  제목만 보면 미취학 아동용 모험 영화처럼 보이지만 이 영화에 출연한 배우의 평균 나이는 33.3세'다. 더욱 놀라운 사실은 이들이 2주 후면 사리질 레슬링 부 고등어'로 등장한다는 점이다.

주둥이 주변에 솟은 수염은 보들보들한 솜털이 아니라 씨알 굵은 수염의 밑동이니, 그 아무리 질레트 프리미엄 쉐이빙폼으로 나노의 오차를 허용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불알의 멜라닌 색소를 감쪽같이 감춘다 한들 그 가무퇴퇴한 주둥이를 숨길 수는 없는 노릇.  가무퇴퇴한 아저씨들이 청춘의 불알을 꿈꾸며, 아니 청춘의 부활을 꿈꾸며 다시 파릇파릇한 등 푸른 고등어를 연기하는 것이다. 보면 가관이다, 가관. 옷 입은 꼬라지를 보라 !  하지만 < 이따구 가관 > 은 영화의 몰입을 방해하지 않는다, 전혀 !  오히려 B급 병맛 코미디만이 낼 수 있는 맛을 선사하다.

깡촌 변두리 촌구석 업 앤 다운타운 정서를 건드리는 연출 솜씨가 탁월하고, 오고 가는 입말의 아밀라아제 구강 액션이 << 인랑 >> 의 불알 액션보다 통쾌하다. 다시 한번, 김지운 감독에게 충고하련다. 영화를 고따구로 만들려면 불알에서 입을 떼 !                                   영화 줄거리는 기존 스포츠 서사의 클리셰를 그대로 답습하고 있지만 그것이 단점으로 작용하지는 않는다. 왜냐하면 캐릭터 구축에 성공했기 때문이다. 특정 장르가 허용한 서사의 관습을 적극 끌어들인 영화일수록 중요한 것은 서사가 아니라 캐릭터'다. 이 영화는 아아 _ 웃다 보면, 어어 _ 눈물이 난다, 우우. 

개떡 같이 형편없는 영화도 당신을 감동시킬 수 있다는 것(이 영화가 개떡 같고 형편없다는 뜻은 아니다). 그것이 바로 이 영화의 주제이기도 하다. 개떡 함부로 뱉지 마라. 그리고 발로 차지 마라. 너는 누군가를 위해 죽도록 씹한 적이 있었느냐. 오래 씹히다 보면 단맛이 난다. 아, 모야. 이런 개떡. 놓치지 마시라. 이 영화, 놓치면 반드시 후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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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nan 2018-09-10 18:3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꼭 봐야겠습니다~ ˝재밌잖아, 레슬링˝ 명대사네요. 그냥 재밌어서 뭔가를 해본지가 언제였는지 기억이 안납니다....

곰곰생각하는발 2018-09-11 12:46   좋아요 0 | URL
꼭 보세요. 진짜 재미있습니다. 제가 요즘 한국 영화 볼 때마다 뚜껑이 열리고는 하는데..
사실 이런 인디 영화가 한국 영화의 거름입니ㅏ다.....

무해한모리군 2018-09-11 09:0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꼭 봐야겠습니다. 원래 B급 공포영화가 최애장르 그다음이 B급 코메디인 사람이라 기대기대. 지구를 지켜라 아라한 장풍대작전 이후 엄청 좋아진 우리영화는 없었는데 꼭 봐야겠어요.

곰곰생각하는발 2018-09-11 12:45   좋아요 0 | URL
넘버3이후 생생한 입말의 장점이 이토록 잘 산 영화가 좀 드룹니다.. 확실히 이 영화 좋습니다..

2018-09-15 08:4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8-09-15 13:08   URL
비밀 댓글입니다.
 

 

 







 

 

 

 

 


 

                                       

번갯불에 콩 구워먹을 사랑  :

 

 

 

 

 



음식은 쓰레기다




 



                                                                                                     몸통은 쓰레기통'과 같다. 따라서 사람이 먹는 모든 것은 쓰레기'다. 그렇기에 건강을 생각한다는 것은 결국 쓰레기통의 청결과 위생에 대해 신경을 쓴다는 것을 의미한다. 뭐, 다들 쓰레기통에 대해서는 척척박사이시리라.

나 또한 쓰레기통에 관심이 많다. 정확히 말하자면 쓰레기통보다는 쓰레기에 관심을 가졌다. 멋진 추리소설을 구상한 적이 있었는데 집 앞에 버린 쓰레기(봉투)를 수거해서 그것을 분석하는 캐릭터가 주인공이었다.  쓰레기봉투 속에서 온갖 정보가 담겨 있다.  담배꽁초 유무를 통해서 흡연자인가 비흡연자인가를 알아내는 것은 물론이고 구겨진 영수증을 통해서 그 사람이 무엇을 먹고 있는가도 알 수 있다. 그리고 생리 날짜도 알 수 있다. 당신이 버린 쓰레기는 곧 당신의 라이프 스타일에 대한 정보'다. 쓰레기, 허투루 버리지 마시라. 그런데 지금은 쓰레기에 대한 내 관심이 달라졌다. 쓰레기보다는 쓰레기통에 대해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쓰레기통 활용법이라고나 할까 ?  이런 가정을 해보자. 네 개의 쓰레기통이 있다. 첫 번째 쓰레기통에는 생선 대가리와 먹다 남은 고기를 버렸고, 두 번째 쓰레기통에는 남은 밥을 버렸다. 그리고 세 번째 쓰레기통에는 버터를 버렸고 네 번째 쓰레기통에는 콩나물 반찬과 과일을 버렸다. 만약에 당신이 출장 때문에 4일 정도 집을  비워야 한다면, 제일 먼저 비워야 할 쓰레기통은( 한 개의 쓰레기통만 비워야 한다면) ?  바보가 아니라면 누구나 첫 번째 쓰레기통을 비우고 출장을 갈 것이다. 왜냐하면 생선 대가리는 빨리 썩고, 썩으면 구더기들이 생길 것이며 시취가 진동을 하리라는 사실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악취의 주요 원인은 단백질이다. 첫 번째 쓰레기통은 단백질이고, 두 번째는 탄수화물, 세 번째는 지방에 대한 은유이다. 음식물 쓰레기는 대체로 처치 곤란한 녀석들이지만 특히나 생선 대가리가 실내 쓰레기통에서 썩으면 인간에게 지옥을 선물한다. 버려진 고깃덩어리는 썩기 전에 쓰레기통을 비워야 한다. 그렇다면 밤낮없이 36도 폭염을 유지하는 몸으로 들어간 음식물 쓰레기는 ? 육식동물은 장 길이가 짧다. 소화액은 초식동물보다 20배나 강한 산성을 분비한다. 육식동물의 장 길이가 짧은 이유는 고깃덩어리가 버려진 쓰레기통을 제일 먼저 비워야 하는 것과 같은 이유다.  장이 짧아야 썩기 전에 빨리 몸 밖으로 버릴 수 있다.

장이 길면 고깃덩어리는 장 속에서 썩는다.  전지전능한 조물주가 이 사실을 모를 리 없다. 또한 육식동물은 초식동물보다 20배가 강력한 소화액을 가지고 있어서 고깃덩어리를 빨리 녹일 수 있다. 그렇기에 육식동물은 고기를 먹어도 탈이 나지 않는다.  그렇다면 인간은 초식에 가까울까, 육식에 가까울까 ? 아니면 잡식 ?!  생물학적 지표는 인간은 초식동물에 가깝다고 말한다. 치아 모양, 상하좌우 움직일 수 있는 턱 구조, 장 길이, 위산의 소화액 모두 인간은 초식동물에 가깝다는 점을 강조한다. 한발 양보해서 이도 저도 아닌 잡식 동물이라 해도 인간은 육식동물에 가까운 잡식동물이라기보다는 초식동물에 가까운 잡식동물인 셈이다.

초식동물에 가까운 인간이 단백질이 많은 고깃덩어리를 과잉 섭취하는 것은 경유차에 등유를 넣는 것과 같은 꼴이다. 물론, 처음에는 굴러는 간다. 문제는 뒤탈이다. 저탄고지 열풍 이후, 탄수화물은 악당이 되었지만 속내를 들여다보면 사정은 달라진다. 저탄고지 식단은 탄수화물 제한식이면서 동시에 단백질 제한식(저탄고지는 단백질을 20% 이하로 제한한다)로 이기도 하다는 점을 놓치면 안 된다. 그동안 단백질은 건강을 상징하는 최고의 영양소로 오랫동안 인기가 높았지만 오히려 단백질 과잉 섭취는 몸에 좋지 않다. 음식 궁합이 최악인 커플로는 " 콩과 함께 치즈 " 가 뽑힌다. 이 커플은 식물성 단백질과 동물성 단백질이 만나 부부가 되었으니 국경을 초월한 사랑처럼 보였으나......

으째쓰까나, 나중에 콩가루 집안으로 판정이 났다. 두 음식을 같이 섭취하면 두 음식에 다량 포함된 단백질로 인하여 소화 작용에 무리를 주게 된다. 그래서 위장에 많은 가스가 차서 복통을 유발한다1). 사실, 시대에 따라 평가가 시시각각 달라지는 3대 영양소는 억울하다. 내가 위에서 언급한 콩만 해도 그렇다. 콩의 사생활을 들먹이며 이러콩저러콩하니 콩은 억울하리라. 페루애 씹새끼,  남의 대소사에 가 뭔데 일해라절해라야 !                              이들 입장에서 보면 독이 아닌데 독이라 하니 독이 오를 만하다. 진짜 독은 과식이다. 과식이야말로 독이다. 천하의 인삼 불패'라 한들 인삼 많이 먹으면 인사 불성 되기 쉽다.

현대인은 결핍으로 인해 병이 생기는 것이 아니라 과식으로 인해 병이 생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문가라는 탈을 쓴 자본은 다이어트에 도움이 된다며 새로운 다이어트 비법을 공개한다. 그런데 자세히 뜯어보면 결론은 먹어라에 방점이 찍혀 있다. 하루에 조금씩 여섯 끼를 먹어라, 단백질을 많이 먹어라, 아침을 꼭 먹어라, 시리얼을 먹어라, 주기적으로 탄수화물을 섭취하라, 주기적으로 종합 비타민을 섭취하라, 칼슘이 많이 든 음식을 먹어라. 노림수는 분명하다.  << 먹고 단식하고 먹어라 >> 의 저자는 미국 식품 업계가 날마다 일인당 4,000칼로리를 공급할 수 있을 만큼 식료품을 생산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게다가 연간 10억 달러 이상이 식품 광고에 쓰인다.  미국 국민이 일주일 중 하루만 음식을 먹지 않아도 먹거리 산업은 막대한 손실을 보게 된다. 최종 결론은 비우는 것이다. 쓰레기통은 쓰레기를 비우면 비울수록 깨끗하다. 우리는 며칠 동안 쓰레기통 속에 쓰레기가 없다고 해서 쓰레기통을 쓸데없는 물건으로 취급하지는 않는다. 사람 몸도 마찬가지다. 쓰레기통(몸속)에 쓰레기(음식물)가 없다고 해서 쓰레기통이 제 기능을 하지 못하다고 판단하는 것은 어리석은 생각이다. 삼시 세 끼'라는 허구적 신화 앞에서 나는 날마다 반기를 든다. 하루에 두 끼를 굶는다는 것은 꽤나 행복한 일이다.   끝으로 콩에게 미안하다. 너의 불 같은 사랑을 믿는다.

주변의 만류와 편견에도 불구하고 종을 초월해서 콩과 치즈가 만나 두부가 되었으니, 아니 부부가 되었으니...... 아아, 번갯불에 콩 구워먹는 그런 사랑. 오메, 뜨거워서 미쳐불것다. 앞으로는 이러콩저러콩하지 않겠다.








▤ 어제의 한 끼 : 술자리 ( 필름 끊김 )


산성 식품 : 소주 2병, 맥주 500cc 3잔 ??!, 삼겹살, 치킨 몇 조각,

알칼리성  : 시래기 된장 무침 한 대접( 밥 x ), 바나나 4개, 거봉 한 송이

 







​                              

1 )   탄수화물이 많은 밀가루 음식과 옥수수를 다량 섭취해도 같은 증상이 발생한다. 옥수수, 밀가루, 콩, 치즈, 고깃덩어리의 공통점은 산성 식품이다. 50년대 이후, 생활이 풍요로워지자 미국은 비만 인구가 늘어나기 시작했다. 이때 미 농림부가 내놓은 것이 fat - free 식단(지방 제한식)이다. 다른 식으로 표현하자면 고단백질-고탄수화물 식단인 셈이다. 하지만 이 식단은 오히려 비만 인구를 가속화했다. 불난 집에 부채질한 게 아니라 불난 집에 석유를 뿌렸다고나 할까 ?  급하면 불난 집에 오줌이라도 싸야 할 판에 미 농림부는 석유를 뿌린 것이다. 고단백질-고탄수화물 식단이 비만의 주범이라면 반대로 저단백질-저탄수화물 식단으로 구성하면 어떨까 ? 그렇게 해서 탄생한 것이 저탄  - 저단 - 고지 식단이다. 그동안 우리는 단백질이 3대 영양소의 왕이라 믿었지만, 사실 단백질은 성장에 큰 도움이 되지 않는 영양소'다.  모유에 함유된 3대 영양소 중에서 가장 적은 양이 바로 단백질(1.1g)이다. 이에 반해 탄수화물은7.2g , 지방은 3.5g, 당류는 6.4g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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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호랑이 2018-09-08 18:2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쓰레기를 수거해서 내용을 분석하는 캐릭터라 말씀하시니 「영웅본색2」의 장국영이 생각났습니다. 작품에서 그가 맡은 역할은 쓰레기를 분석해서 함정에 빠지는 경찰 역할로 기억되네요 ^^:)

곰곰생각하는발 2018-09-08 18:52   좋아요 1 | URL
어 ??! 그런가요. 저도 본색 2 봤는데..... 그런 장면이 나오나요... ㅎㅎㅎㅎㅎ 하튼 재미없게 본 영화라 기억도 안 나네요..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