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매 천 야 록 >> 을 읽 다 :
皇 :
임금 황
한자 皇 : 임금 황 은 王 머리 꼭대기에 白이 앉아 있는 꼴이다. 천하는 있으나 천상은 없는 족속이 왕족'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머리 위에서 후광이 비치는 < 皇 > 이 王보다 한 단계 높은 자리에 있다는 사실을 쉽게 알 수 있다.
왕은 왕이되 순결하고 눈부신 (흰)빛의 후광이 존엄한 용안을 비추시니 아름답기 거지없는 모습이다. 누군가가 박근혜를 향해 " 형광등 백 개를 켜 놓은 듯한 아우라1) " 라는 주례사를 발설한 것은 그가 박근혜를 대통령(王)으로 인식한 것( 자체가 문제이지만 그뿐만)이 아니라 한 술 더 떠 皇后(황후)으로 인식한 결과'이다. 이러한 태도는 레트로 지향적 인간이라기보다는 공화정 시대에 왕정복고를 욕망하는 " 시대착오적 띨띨이 " 의 아름다운 자태에 가깝다 할 수 있다. 이 시대착오적 늙은 띨띨이는 남들이 응애 _ 하며 태어날 때 영애 _ 하며 태어났다는 저잣거리 농담을 진담으로 착각한 것이다.
단언컨대 : 이 세상 모든 아기는 응애 _ 하며 운다. 만약에 박근혜가 태어났을 때 영애 _ 라고 울었다면 그것은 박근혜의 성조숙증을 의심해 보아야 한다. 한국사를 통틀어서 자신을 왕보다 한 단계 높은 황'이라는 호칭을 부여한 이는 고종'이 유일했다. 고종은 왕이 아니라 황제'였다. 그는 한국사에 기록된 왕족 중에서 유일한 황제'였다. 황제(皇帝)가 나라를 다스리니 당연히 대한 제국(-帝國)이 되는 것이다. 그리고 고씨 아내 민자영은 민비'가 아니라 황후가 되는 것이다. 이 집안은 형광등 백 개에 집착한 족속이라 할 만하다. 나라는 망하고 백성은 죽었으나 제국의 밤은 휘황찬란하고 왕과 후는 형광등 백 개를 켜 놓은 듯한 아우라를 부여잡고 자위하고 있는 중이다.
와따, 이 집안은 스케일이 참 겁나게 그레이트하시다 ! 그들은 < 나라를 위해 싸운 왕족 > 이 아니라 오로지 < 나를 위해 싸운 왕족 > 에 불과했다. 제국이라는 나라 꼴은 일본에 잡아먹혔고, 고씨네 집구석은 일본 왕실이 주는 은사금으로 먹고산 집안이다. 그들이 나라를 팔아먹으면서 맺은 한일병합조약 조문을 꼼꼼하게 살펴보면 불운의 구한말 왕실이라는 코스프레가 얼마나 혐오스러운가를 알 수 있다. 그들은 나라가 망해도 나라를 걱정하지 않았다. 하물며 백성은 안중에도 없었다. 오로지 자기 가문의 안위에만 관심을 가졌다. 조선 왕실이 일본 측에 요구한 것은 다음과 같다.
한일병합조약 제 3조는 이렇다. “ 황제, 황태자, 후비, 후예에게 상당한 존칭, 위엄 및 명예를 향유하게 하며, 또 이것을 유지함에 충분한 세비를 공급할 것을 약속한다. ” 여기에 덧대어 제 4조는 왕실과 그 후예들이 품위 있게 살 수 있도록 든든한 연봉을 요구한다. 그러니까 나라가 망하든 말든 일본 측과 연봉 협상에 올인한 것이다. 실제로 조선 왕실은 일본에서 주는 은사금으로 넉넉한 삶을 살았다. 일본 정부는 일본 천왕 왕실 다음으로 가장 많은 세비를 조선 왕실에게 주었다. 그뿐인가. 영친왕은 일본이 패망하자 일본 장관에게 읍소했다고 한다. “내 지위는 어떻게 되는 것이오 ? 헤헤헤헤. 아무쪼록 지금과 똑같은 대우(은사금)를 해줄 수 없소 ? ”라고 물었다고 한다.
박근혜와 민자영(민비)는 닮은 점이 많다. 박근혜 정권 때 촛불 혁명이 발생했다면 민비 정권 때에는 임오군란2)이 있었다. 그리고 박근혜에게는 최순실이라는 무당이 있었다면 민자영에게는 진령군이라는 무당이 있었다. 두 사람 모두, 국가적 사안과 모든 의사 결정은 이 두 무당에게 의지했다. 훌륭한 임금은 머리 위에 白 대신 百(性 : 백성)을 올린다. 형광등 백 개를 켜 놓은 듯한 아우라 ?! 여러분, 그거 다 거짓말인 거 아시죠 ? 결론은 이렇다. 조명발에 속지 말자, 켜진 불도 다시 보자3).
1) 박은주 기자는 조선일보 애독자에게 잊지 못할 순간을 선사한 기자다. 박 기자는 2011년 12월 1일 TV조선 개국당일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와 인터뷰를 진행했다. 이날 박은주 기자가 박근혜 전 대표에게 건넨 첫마디는 “박 전 대표를 보면 빛이 난다, 이런 말을 제가 많이 들었거든요. 형광등 100개쯤 지금 키신 거 같습니다”였다. 박 기자는 그 유명한 형광등 100개를 켜놓은 듯한 아우라 탄생에 일조했다. 박근혜 대통령에게 할 수 있는 최고의 ‘찬사’였다.
- 미디어오늘 기사 中
2) 촛불 집회 때 구호가 " 박근혜는 태진아랑 ! " 이었다면, 임오군란 때 사람들은 " 백여시(민비)를 때려죽이자 ! " 라고 외쳤다. 임오군란이 발생하자 민비는 궁궐에서 도망쳐 어느 마을에 숨는다. 이때 어느 노파'가 이 무리를 숨겨주며 한 마디 한다. " 낭자도 민비 때문에 고생이 많구려. 이 난리가 다 민비 그년 때문이라오 ! " 사태가 수습되자 민비는 다시 입궐한다. 그리고는 명령한다. " 그때 그 마을 그 노파를 찾아라 ! " 하지만 황후의 명을 받은 무리는 그 노파를 찾지는 못한다. 그러자 민비는 그 마을 사람 전부를 몰살한다. 이것이 당신이 알고 있는 국모, 명성황후의 실체'다. 이 이야기는 황현의 << 매천야록 >> 에도 나온다.
중궁(민비)이 경기 광주 땅을 지나다가 길가에서 쉬고 있는데, 어떤 촌할머니가 와서 보고 피난가는 부녀인 줄 알고 혀를 차며 말하기를, ‘중전이 음란하여 이런 난리를 빚어내어 아씨들을 여기까지 달아나게 하였군요’ 하였다. 중궁은 마음속으로 기억해 두었다가 환궁한 후에 그 마을을 온통 없애버렸다.
- < 매천야록>, 문학과지성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