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매  천  야  록  >> 을     읽  다     :





皇 :


임금 황



 

                                                                          한자 皇 : 임금 황 은 王 머리 꼭대기에 白이 앉아 있는 꼴이다. 천하는 있으나 천상은 없는 족속이 왕족'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머리 위에서 후광이 비치는 < 皇 > 이 王보다 한 단계 높은 자리에 있다는 사실을 쉽게 알 수 있다.

왕은 왕이되 순결하고 눈부신  (흰)빛의 후광이 존엄한 용안을 비추시니 아름답기 거지없는 모습이다.  누군가가 박근혜를 향해 " 형광등 백 개를 켜 놓은 듯한 아우라1) " 라는 주례사를 발설한 것은 그가 박근혜를 대통령(王)으로 인식한 것( 자체가 문제이지만 그뿐만)이 아니라 한 술 더 떠 皇后(황후)으로 인식한 결과'이다.  이러한 태도는 레트로 지향적 인간이라기보다는 공화정 시대에 왕정복고를 욕망하는 " 시대착오적 띨띨이 " 의 아름다운 자태에 가깝다 할 수 있다. 이 시대착오적 늙은 띨띨이는 남들이 응애 _ 하며 태어날 때 영애 _ 하며 태어났다는 저잣거리 농담을 진담으로 착각한 것이다.

단언컨대 : 이 세상 모든 아기는 응애 _ 하며 운다. 만약에 박근혜가 태어났을 때 영애 _ 라고 울었다면 그것은 박근혜의 성조숙증을 의심해 보아야 한다.  한국사를 통틀어서 자신을 왕보다 한 단계 높은 황'이라는 호칭을 부여한 이는 고종'이 유일했다. 고종은 왕이 아니라 황제'였다. 그는 한국사에 기록된 왕족 중에서 유일한 황제'였다. 황제(皇帝)가 나라를 다스리니 당연히 대한 제국(-帝國)이 되는 것이다. 그리고 고씨 아내 민자영은 민비'가 아니라 황후가 되는 것이다. 이 집안은 형광등 백 개에 집착한 족속이라 할 만하다. 나라는 망하고 백성은 죽었으나 제국의 밤은 휘황찬란하고 왕과 후는 형광등 백 개를 켜 놓은 듯한 아우라를 부여잡고 자위하고 있는 중이다.

와따, 이 집안은 스케일이 참 겁나게 그레이트하시다 !                            그들은 < 나라를 위해 싸운 왕족 > 이 아니라 오로지 < 나를 위해 싸운 왕족 > 에 불과했다. 제국이라는 나라 꼴은 일본에 잡아먹혔고, 고씨네 집구석은 일본 왕실이 주는 은사금으로 먹고산 집안이다. 그들이 나라를 팔아먹으면서 맺은 한일병합조약 조문을 꼼꼼하게 살펴보면 불운의 구한말 왕실이라는 코스프레가 얼마나 혐오스러운가를 알 수 있다. 그들은 나라가 망해도 나라를 걱정하지 않았다. 하물며 백성은 안중에도 없었다. 오로지 자기 가문의 안위에만 관심을 가졌다. 조선 왕실이 일본 측에 요구한 것은 다음과 같다.

한일병합조약 제 3조는 이렇다. 황제, 황태자, 후비, 후예에게 상당한 존칭, 위엄 및 명예를 향유하게 하며, 또 이것을 유지함에 충분한 세비를 공급할 것을 약속한다. 여기에 덧대어 제 4조는 왕실과 그 후예들이 품위 있게 살 수 있도록 든든한 연봉을 요구한다. 그러니까 나라가 망하든 말든 일본 측과 연봉 협상에 올인한 것이다. 실제로 조선 왕실은 일본에서 주는 은사금으로 넉넉한 삶을 살았다. 일본 정부는 일본 천왕 왕실 다음으로 가장 많은 세비를 조선 왕실에게 주었다. 그뿐인가. 영친왕은 일본이 패망하자 일본 장관에게 읍소했다고 한다. “내 지위는 어떻게 되는 것이오 ?  헤헤헤헤. 아무쪼록 지금과 똑같은 대우(은사금)를 해줄 수 없소 ? ”라고 물었다고 한다.

박근혜와 민자영(민비)는 닮은 점이 많다.  박근혜 정권 때 촛불 혁명이 발생했다면 민비 정권 때에는 임오군란2)이 있었다.  그리고 박근혜에게는 최순실이라는 무당이 있었다면 민자영에게는 진령군이라는 무당이 있었다. 두 사람 모두, 국가적 사안과 모든 의사 결정은 이 두 무당에게 의지했다. 훌륭한 임금은 머리 위에 白 대신 百(性 : 백성)을 올린다. 형광등 백 개를 켜 놓은 듯한 아우라 ?!   여러분, 그거 다 거짓말인 거 아시죠 ?   결론은 이렇다. 조명발에 속지 말자, 켜진 불도 다시 보자3).


​                             

​1)  박은주 기자는 조선일보 애독자에게 잊지 못할 순간을 선사한 기자다. 박 기자는 2011년 12월 1일 TV조선 개국당일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와 인터뷰를 진행했다. 이날 박은주 기자가 박근혜 전 대표에게 건넨 첫마디는 “박 전 대표를 보면 빛이 난다, 이런 말을 제가 많이 들었거든요. 형광등 100개쯤 지금 키신 거 같습니다”였다. 박 기자는 그 유명한 형광등 100개를 켜놓은 듯한 아우라 탄생에 일조했다. 박근혜 대통령에게 할 수 있는 최고의 ‘찬사’였다.

- 미디어오늘 기사 中


 

2)  촛불 집회 때 구호가 " 박근혜는 태진아랑 ! " 이었다면,  임오군란 때 사람들은 " 백여시(민비)를 때려죽이자 ! " 라고 외쳤다.  임오군란이 발생하자 민비는 궁궐에서 도망쳐 어느 마을에 숨는다.  이때 어느 노파'가 이 무리를 숨겨주며 한 마디 한다. " 낭자도 민비 때문에 고생이 많구려. 이 난리가 다 민비 그년 때문이라오 ! "  사태가 수습되자 민비는 다시 입궐한다.  그리고는 명령한다. " 그때 그 마을 그 노파를 찾아라 ! " 하지만 황후의 명을 받은 무리는 그 노파를 찾지는 못한다.  그러자 민비는 그 마을 사람 전부를 몰살한다. 이것이 당신이 알고 있는 국모, 명성황후의 실체'다. 이 이야기는 황현의 << 매천야록 >> 에도 나온다.

 

중궁(민비)이 경기 광주 땅을 지나다가 길가에서 쉬고 있는데, 어떤 촌할머니가 와서 보고 피난가는 부녀인 줄 알고 혀를 차며 말하기를, ‘중전이 음란하여 이런 난리를 빚어내어 아씨들을 여기까지 달아나게 하였군요’ 하였다. 중궁은 마음속으로 기억해 두었다가 환궁한 후에 그 마을을 온통 없애버렸다.

- < 매천야록>, 문학과지성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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짜장면과 건빵 





 



                                                                                                       클린트 이스트우드 감독이 연출한 << 밀리언 달러 베이비 >> 는 대한민국 감독들이 배워야 할 모든 것이 담겨 있다. 동선을 최소화해서 제작비 절감을 이끌어내는 솜씨나 감정의 과잉을 냉정하게 도려내는 방식은 이스트우드 감독이 왜 거장인가를 알려주는 바로미터'다.

사랑하는 제자의 산소호흡기를 떼내는 장면은 지금 보아도 명불허전'이다. 아, 허전하다 !  영화에서 신파라고 불리는 감정 과잉은 일종의 멜랑꼴리한 허세'다. 한국인은 유독 사나이 울리는 신라면, 신파에 동요한다. 그러다 보니 신파를 적극 활용하게 되는데 이 신파가 가난사와 가족애와 엉키면 그 유명한 " 코리아 신파 " 가 된다.  관객이 흘리는 눈물은 진짜 눈물이 아니라 " 캡사이신 티어 ( - tear ) " 다.  눈물을 쏙 빼내기 위한 요리 장인의 황금 레시피 따위는 없다. 그저, 캡사이신을 폭탄처럼 투하하면 되니까 !  캡사이신이 피라냐처럼 너의 똥구멍을 물어뜯어도 나를 욕하지 마라.

G.O.D의 << 어머니께 >> 라는 힙합 발라드 곡은 한국 문화 전반에 있어서 신파가 얼마나 큰 해악을 끼치고 있는가를 단적으로 보여준 예이다. 힙합 장르에 가난과 모성이라는 서사를 차용한 창발적 아이디어가 돋보인 기획'이기는 하지만 나는 이 징그러운 신파에 질려서 두 손 두 발 모두 부처 핸섬 ~   어려서부터 가난했던 화자는 라면에 질려서 어머니에게 대든다. 이에 감읍하야 어머니는 이불 속에 숨겨둔 비상금을 꺼내서 애새끼에게 짜장면 한 그릇을 사준다. 하지만 어머니는 짜장면이 싫다고 하신다. 눈물 없이는 들을 수 없는 서사'다. 짜장면 한 그릇을 사 먹을 수밖에 없는 가난 앞에서 울지 않을 자, 그 뉘냐 ? 

외로워도 슬퍼도 울지 않는 캔디 언니마저 저 사내의 고백 앞에서 박연폭포 같은 눈물을 쏟으리라. 2탄은 더욱 슬픈 이야기'다. 반찬 뚜껑을 열어 보니 냄새나는 짠지뿐. 부잣집 아들 녀석이 목요일에 화를 내고, 가난한 아들은 라텍스 재질의 돼지코를 향해 원 펀치 쓰리 강냉이를 날린다. 젤라틴은 붉은 피로 물들고. 그다음 장면은 누구나 상상 가능하다. 무릎 꿇은 어머니, 울면서 빌다 !   이 정도 신파라면 캔디는 물론이요, 근혜 언니도  두 눈깔 부릅뜨고 운다. 3탄까지 들려줄까 ? 3탄은 사악한 이명박의 뱀 눈깔에서 닭똥 같은 눈물을 흘리게 만들기에 부족하지 않다.  화자는 작은 식당을 연다. 기쁨과 환희에 찬 축하 파티'가 밤 늦도록 이어지고.......

그날 어머니는 숨을 거둔다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 보았냐, 이것들아 !  이것이 바로 코리아 캡사이신 포데기 신파의 위력'이다. 나는 이 노래를 들을 때마다 가난을 팔아서 강남 빌딩을 샀던 지오디의 화려한 금반지 생활을 떠올린다.  쌥새끼들, 가난을 팔아서 강남 건물주가 되었구나 !  이게 힙합 정신이더냐 ?  자이언티의 << 양화대교 >> 도 지오디의 센티멘털 캡사이신 힙파1)를 떠올린다. << 어머니께 >> 가 짜장면과 도시락 반찬이 오브제였다면, << 양화대교 >> 는 (건빵) 별사탕과 라면땅라는 오브제로 가난한 시절을 호명한다. 아버지는 택시드라이버, 날마다 양화대교를 지나가고 !  행복하자, 행복하자, 아프지 말고........

할 말 없다. 행복 강박증에 걸린 현대인의 " 레드 핫 칠리 페퍼스 같은 멜랑꼴리한 허세 " 에 눈살 찌뿌리게 된다. 힙한 장르마저 HOT한 감성으로 통합하려는 감각이 구닥다리 같다. 분명한 것은 자이언티도 가난 팔아서 강남 건물주가 되었을 것이다. 힙합이 사회에 저항하지 않고 가난에 기대어 소비자의 호주머니나 터는 것은 역겨운 일이다. 그냥, 솔직하게 외제차 끌고 여자 꼬셔서 붕가붕가 불알 흔들며 놀았다는 가사나 써라. 그게 더 힙합스럽다

 

 

+

8월 말에 영화 << 카메라를 멈추면 안 돼 >> 가 개봉한다. 기똥차게 재미있는 영화'다. 문제는 전국 단관 개봉이라는 점이다. 이 영화는 신파 없이 만든 좀비 코미디'이지만 끝에 가서 나는....... 울었다. 신파가 밥 먹여주는 한국 영화판에서 이런 영화 절대 만들 수 없다. 목요일에 화 내지 말고 금요일에 토 달지 마라.  목요일에는 목욕만 하자. 좆도 재미있는 영화이니 무조건 관람 필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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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만 오면 생각나는 그 사람  :


 





폭염사회



 

 

 

 

 

 

                                                                                                        비만 오면 생각나는 사람이 있다.  혈기왕성했던 시절,  싸우다가 왼쪽 어깨뼈(정확한 명칭은 모르겠다)가 주저앉은 채 산산조각이 난 적이 있다. 

의사는 내 몸 상태를 보더니 깜짝 놀라서 외쳤다. "  놀랍군요. 이 부위는 강철 같아서 교통사고가 나도 이 뼈만큼은 대부분 멀쩡합니다.  도대체 당신과 싸운 사람이 누구인가요 ?  놀랍군요 ! "  놀랍긴...... 피죽도 못 먹은 것처럼 생긴 사람에게서 줘터졌수다. 그날 이후로 왼손은 거의 사용하지 않았다. 왼손잡이였던 나는 결국 바른(손)생활을 해야 했다. 한강 이북, 저 어두컴컴한 지하실 알전구 밑에서 삐라를 등사하던 빨갱이 새끼가 좌식(左式) 생활을 청산하고 양변기 위에 앉아서 생활을 하니 드디어 바른생활 사나이가 된 것이다. 그리고 세월이 흘렀고 눈이 퀭한 녀석에게 줘터진 사건도 기억에서 점점 사라졌다.

어깨너머의 기억을 다시 떠오르게 만든 이는 양복 재단사였다. 동생 지인이 맞춤복을 전문으로 하는, 인천에서 유명한 양복 재단사'라 해서 결혼을 앞둔 동생 권유로 그 양복점을 찾은 적이 있다. 재단사는 보통 키에 몸무게는 100kg은 족히 넘어 보였다. 옷을 다룬다는 것은 몸을 다룬다는 의미이기도 한데,  자기 관리에 실패한 재단사를 보자 나는 지레짐작으로 그가 옷을 다루는 실력도 형편없을 거란 생각이 들었다. 그의 눈빛이 묘하게 반짝거렸다. 거울 앞에 선 재단사가 말했다. " 고객님은 오른쪽 어깨와 왼쪽 어깨 길이가 다르군요. 1.5cm 차이가 납니다. "

< 어깨 깡패 > 라는 소리는 들은 적 없으나 그렇다고 < 어깨 짝짜기 > 라는 소리도 금시초문이어서 자세히 보니 아닌 게 아니라 오른쪽 어깨는 一 ( 한 일)자 형태인데 왼쪽 어깨는 丿(삐침 별) 자'였다. 평생 내 눈으로 보았던 " 몸 " 이 알고 보니 정작 " 모르는 몸 " 이나 다름없었던 것이다. 한쪽 어깨가 주저앉았으니 길이가 맞지 않는 것은 당연한 소리. 그때 비로소 잊고 지냈던 피죽도 못 먹은 사람처럼 눈이 퀭했던 녀석의 원 펀치 쓰리 강냉이가 떠올랐다.  나는 거울을 보며 재단사에게 말했다. " 옛날에 어느 멸치 같은 놈에게 맞았는데, 그 녀석의 원 펀치 쓰리 강냉이에 그만 어깨가 부러졌었습니다. "

솜씨 좋은 재단사는 방긋 웃으며 말했다. " 걱정 마십시오. 왼쪽 어깨 라인에는 주저앉은 어깨를 보완할 보충제를 넣어드리지요. 일명, 뽕이라고 하죠. 재미있는 농담 하나 할까요 ? 재단사가 하는 일은 옷을 만드는 게 아니라 고객의 어깨를 곧추세우는 일입니다. 명품 양복을 입으면 자연스럽게 어깨를 으쓱거리게 되거든요. 남자가 고추를 세우는 일은 쉽습니다. 하지만 어깨를 곧추세우는 일은 아무나 할 수 없죠. 하하하하. "   듣고 보니 재단사 말이 일리 있는 소리여서 나도 따라 웃었다. 열흘 후, 재단사가 재단한 양복을 찾으러 양복점을 찾았다. 재단사 앞에서 양복 상의를 입어보았다. 오,  내 피부처럼 몸에 딱 맞는 옷이었다. 

 

재단사가 말했다. " 이 양복은 손님에게 무료로 드리겠습니다......  혹시 저를 모르시겠습니까 ?  눈이 퀭했던 멸치 같은 사내....   바로 접니다. 하하하. 반갑다, 친구야 !  주저앉은 네 어깨를 이제는 내가 세워주겠어. 테일러로서의 자존심이다. 깜짝 놀라서 그를 자세히 보니 그 친구였다. 어릴 때 멸치였던 녀석이 세월이 흘러 돼지가 된 것이다. 맙소사 !  양복은 훌륭했다. 빈틈을 허용하지 않은, 그러나 여유 있는 품은 멋진 폼을 만들었다. 또한 바느질 솜씨가 탁월하여 이탈리아 장인의 솜씨라고 해도 믿을 정도였다. 녀석의 말대로 이 양복을 입으면 저절로 어깨를 곧추세우게 되는 것이다.

슈트 상의는 한쪽 어깨에만 뽕이 들어갔기에 어깨 밸런스가 정상적인 사람이 입으면 왼쪽 어깨 선이 구겨진다. 그러니까 정상적인 사람이 입으면 불편한 옷이 되는 것이다. 내게는 편한 옷이 타인에게는 불편한 옷이 되듯이, 내게는 편한 삶이 타인에게는 불편한 삶을 야기하기도 한다.  좋은 예가 에어컨 사용 문제'이다.  에어컨의 과대 사용은 결국 냉방 취약 주거 공간에 사는 사람들의 고통을 가중시킨다.   폭염 도시에서 냉방 장치 없이 쪽방에서 혼자 가난하게 늙어간다는 것은 위험한 일이다.

폭염에 의한 사망이 빈곤 문제를 떠나 사회 불평등 문제인 이유이다. 모든 것은 뫼비우스의 띠처럼 서로 얽혀 있다. 폭염을 사회 불평등 문제로 인식하지 못한다면 올해 폭염은 물러나도 문제는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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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글은 항상 진실과 거짓이 공존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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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 게  받 겠 습 니 다   :











사탕수수 농장 주인과 노예







 " 흰 설탕을 먹는 것은 자살 행위예요 ! "


- 글로리아 스완슨 




 



                                                                                                         방송 공연 도중 가운뎃손가락을 고추 세우고 곧추세우고 카메라를 향해 침을 뱉은 죄로 문화 적폐로 몰려 쫓겨난 일렉트로닉 펑크 뺀드 삐삐밴드는 << 딸기 >> 라는 노래에서 " 설탕에 찍어서 딸기를 먹었어 " 라고 고백한다. 새콤한 딸기를 달콤한 설탕에 찍어 먹으니 달달하지 않을 리 없다. 설탕을 한입 먹으면 아, 달아 ~                         


그리고는 외친다. 좋아, 좋아, 좋아, 좋아, 좋아, 좋아. 이 맛을 싫어하는 이는 없을 것이다. 옛사람도 단맛을 좋아했다. 민요 << 달타령 >> 에서도 단맛을 예찬한다. 달아, 달아, 밝은 달아 ~                       어디 그뿐인가. 한국인이 가장 좋아하는 방송 또한 일일 단맛극이 아닌가. 딸기뿐만이 아니다. 수박, 토마토 위에도 설탕을 듬뿍 뿌려 먹는다. 문제는 설탕이 과일에 다량 포함된 비타민과 미네랄을 잡아먹는다는 데 있다(비타민과 미네랄은 칼로리를 분해 소비하는 역할을 한다. 비만 인구 대부분은 비타민과 미네랄이 많이 부족하다). 설탕을 뿌리는 순간, 모든 음식은 쓰레기가 된다.

과일에 설탕을 부어 먹는 것은 에비앙 생수에 오줌을 부어 먹는 꼴이다.  생과일 주스도 별반 다르지 않다. 그리고 쓴맛에 해당되는 홍차와 커피에도 설탕을 뿌려 먹는다. 이 사실은 < 설탕 > 이 감미료이면서 동시에 조미료( 調味 : 맛을 향상시키는 재료)라는 사실을 상기시킨다. 영국은 설탕이 감미료로써 탁월한 기능을 갖춘 원료라는 사실을 간파한 나라였다. 그런데 먹거리 산업은 설탕이 조미료라는 사실을 교묘하게 숨긴다. 좋은 예가 담배다. 담배는 담뱃잎을 설탕물에 듬뿍 재웠다가 말린 잎을 사용한다. 담배 종류에 따라서 많게는 40%의 설탕을 함유한다. 담배에 설탕 조미료가 이토록 많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 사람이 과연 몇이나 될까 ?  

담배가 설탕 범벅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면 : 금단 현상으로 사탕을 찾는 원인도 쉽게 풀린다. 그리고 금연 후에 단것에 집착하는 행동'도 쉽게 풀린다.  설탕이 들어가지 않는 음식은 거의 없다. 베이컨에도 설탕이 들어가고 육포에도 설탕은 범벅이다. 설탕은 독이다. 그렇다면 설탕의 원료인 사탕수수는 백해무익한 식물일까 ? 사탕수수 농장 주인과 노예는 달콤한 맛을 마음껏 즐길 수 있다. 차이가 있다면 주인은 사탕수수에서 정제한 설탕을 먹고 노예들은 사탕수수를 씹어서 달콤한 즙을 먹었다. 그런데 사탕수수 농장 주인은 당뇨와 각종 성인병으로 건강을 잃은 반면에 노예는 매우 건강했다1).

이유는 간단하다. 사탕수수를 정제하여 설탕을 만들면 천연 성분의 90% 가 제거된다(통곡물이 아닌 정제된 쌀과 밀가루도 마찬가지'다). 유감스럽게도 정제 과정을 통해 제거된 성분은 당의 체내 과잉 축적을 막는 역할을 한다. 백색 가루가 비만의 원인인 이유이다.  모든 음식은 약이다 _ 라는 동의보감 식 환원주의보다는 모든 음식은 독이다 _ 라는 시니컬한 냉소주의가 차라리 낫다.  그 옛날 사람들은 설탕을 병을 낫게 하는 치유력을 지녔다고 믿었다.  코카콜라는 원래 두통 치료용 특허약이었고, 아편, 코카인, 모르핀, 헤로인도 처음에는 만병통치약이었다. 담배도 마찬가지다.

토바코(tobacco)라는 단어의 기원은 " 약초 " 라는 뜻이다. 이처럼 옛날에는 약이었던 것들은 지금은 독이 되었다. 모든 음식은 약이면서 동시에 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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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1929년. 인슐린의 공동 발견자 프레드릭 밴팅은 정제 설탕을 많이 먹는 파나마의 사탕수수 농장주들이 당뇨병에 잘 걸린다는 것을 알았다. 고작해야 사탕수수를 날 것으로 씹어먹는 농장의 일꾼들은 당뇨병에 걸리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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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yrus 2018-08-02 17: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지구상 가장 억울한 음식이 사카린일 거예요. 전문가들이 사카린을 ‘발암물질’로 잘못 규정하는 바람에 식탁에 퇴출되었죠.

곰곰생각하는발 2018-08-04 14:26   좋아요 0 | URL
사카린이 발암물질은 아니나 발암물질만큼 나쁜 재료는 맞습니다.. ㅎㅎ

akardo 2018-08-02 18: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담배도 설탕절임이었다니 처음 알았습니다. 담배는 그냥 안 피우는 게 역시 좋겠어요.

곰곰생각하는발 2018-08-04 14:26   좋아요 0 | URL
담배 종류에 따라 다르더군요. 5% ~ 40% 까지 다양합니다..
 

 

 

 

 

 

 

 

 

 

 

 

 

 

 

                                         


선생님, 달이 참 아름답습니다 :











달이 참 밝네요














                                                                                                        작가 나쓰메 소세끼는 일본을 대표하는 국민 작가'다. 1900년 메이지 유신  시대, 그는 국가 장학생 자격으로 영국에 유학하여 영문학을 전공한 엘리트 지식인으로 작가, 평론가, 영문학 교수였으며 당대 최고의 영문학 번역가였다.

그는 번역 작업 중 < i love you > 라는, 전 세계 누구나 해석 가능한 문장 앞에서 잠시 고민하다가 다음과 같이 번역한다. < 달이 참 밝네요 > . 달이 참 밝네요 _ 라는 뜬금없는 고백은 묘하게도 당신을 사랑합니다 _ 라는 직설적 고백보다 애틋하고 아따, 분홍분홍하다. 이처럼 멜로드라마에서는 서둘러 말하는 것보다는 에둘러 말할 때 정서적 울림이 크다. 에둘러 말하는 마음은 시대에 따라 변한다. 소세키가 20세기 말 인간이었다면 달이 참 밝네요 _ 라는 문장 대신 어쩌면 라멘 먹고 갈래요  _ 라고 번역했을지도 모른다. 혹은 내일 바다 보러 갈래요 ? 

그래도 사랑이라는 감정을 다른 오브제로 환유하는 방식 중에서 으뜸 of 으뜸 오브제는 < 달 > 일 것이다. 그의 대표작 << 마음 >> 은 선생님(男)과 학생(子)의 멜랑꼴리한 마음을 다룬다. 학생이 선생에게 느끼는 매력이 지적 탐구에 대한 호기심인지, 아니면 스승에 대한 단순한 선망인지, 혹은 동성애인지가 불분명하다. 독자 대부분은 일본이라는 지정학적 위치와 시대적 배경을 염두에 두어 이 멜랑꼴리를 앎에 대한 동경 내지 스승에 대한 좋은 감정 따위로 치부했지만, 나는 단언하건대 소설 속 화자 < 나 > 가 느끼는 스승에 대한 감정은 동성애'다. 학생은 망설이다가 스승에게 이렇게 말한다. " 선생님, 달이 참 아름답습니다. "

영화 << 첨밀밀 >> 에서 가수 등려군이 부른 영화 주제곡 << 월량대표아적심 >> 에서도 사랑하는 마음을 달에 비유한다. " 웨량따이뱌오워디씬 月亮代表我的心 : 달빛이 내 마음을 비추었어요 ! " 등려군은 당신을 사랑합니다 _ 라는 말 대신 월량대표아적심이라고 말한다. < 달 > 이라는 오브제가 사랑을 환유하는 대상으로 사랑을 받는 것은 < 거리 > 때문이다,  인간이 갈 수 없는 가장 먼 나라는 달나라'이니까.  나는 멜로드라마의 핵심은 거리'라고 생각한다. 가장 가까이 있던 당신이 가장 먼 곳으로 떠날 때 슬픔은 완성되고, 가장 먼 곳으로 떠났던 당신이 가장 가까이에 서 있을 때 사랑은 다시 완성된다.  

종로 3가에 사는 여자와 남자가 사랑을 나누다가 남자가 을지로 3가로 떠나면서 헤어지자고 이별을 고할 때, 그 누가 절절한 마음으로 슬퍼하랴. 그렇지 않은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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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yo 2018-07-31 22: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 제가 작년 이맘때쯤 이 책 읽으면서, 선생님과 나 사이의 감정을 동성애라고 우길 수 있는 단서들을 세어 보자는 마음으로 포스트잇 플래그를 붙였는데 거의 60 문장 정도에 붙였드랬습니다.

써야지 써야지 하고 있었는데, 곰발님한테 당했다..

곰곰생각하는발 2018-08-01 16:01   좋아요 0 | URL
제가 개인적으로 소세키 문학을 좋아합니다.
뭐가 이 양반 소설에는 엘리트적 찌질함을 포획하는 힘이 있어요.
읽다 보면... 인간들 쪼존하구나.. 이런 생각을 하게 되는데...
전 이 소설을 만의 베니스에서의 죽음.. 반대 버전이라느 생각이 듭니다..

라로 2018-08-01 06: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런 달달달한 글이라니요!!^^

곰곰생각하는발 2018-08-01 16:00   좋아요 0 | URL
그래서 멜로는 달달한가 봅니다.

레삭매냐 2018-08-01 17:5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소세키가 일본을 대표하는 작가이긴 한데
정작 일본에서는 잘 읽히지 않는 작가라고
하더라구요.

한국 여행을 하면서 쓴 여행기인지 산문
이 있다고 하는데 궁금해지네요.

아무래도 식민지 체험 정도로 생각하지
않았나 싶기도 하구요.

곰곰생각하는발 2018-08-02 15:15   좋아요 1 | URL
고전에 대한 그 유명한 정의가 있잖습니까.
누구나 알고 있지만 누구도 읽지 않은 책...

하긴 우리도 홍길동전이나 춘향전 제대로 읽은 이가 있었겠습니까..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