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갱끼데스까, 와따시와갱끼데스   :



 








이놈의 집구석 !


 





 

​멜로의 정석 : 사랑하기에 멀리 떠난다는 당신



멜로(장르)는 어긋남을 전제로 한다. 이 장르는 " 버스 떠난 후에 손 흔들 때 " 완성되는 것이다. 그렇기에 멜로 영화의 랜드마크는 이별과 만남을 상징하는 길, 항구, 터미널, 공항 따위'이다. 멜로 속 주인공-들'은 한발 앞서 떠나거나 간발의 차이로 만나지 못한다. 기차는 7시에 떠나고 당신은 7시 0.00000001초 후에 그 역에 도착한다.

오고가다 다 만나면 그것은 멜로가 아니라 텔레토비'다.  꼬꼬마 친구들에게는 우연이고 나발이고 없다.  텔레토비 동산이 엎드리면 코 닿는 곳이다 보니 집 밖으로 한 발짝만 떼어 놓아도 꼬꼬마 친구들은 서로 만날 수밖에 없는 동네'다.  만날 약속 따윈 지나가는 민들레에게나 줘 !   이 만남은 우연도 아니요, 필연도 아니요......    에라이, 이놈의 집구석(텔레토비 동산)이 좁아서 생기는 일'이다. 이런 집구석에서는 훌륭한 러브 스토리를 뽑을 수 없다. 그래서 보라돌이, 뚜비, 나나, 뽀는 대사가 없다.  유일하게 내뱉는 대사가 " 아이, 좋아 ! " 다.  아이구야, 그냥..... 좋댄다 ! 

그렇기 때문에 텔레토비는 얼라들이나 보는 프로그램이라는 오명에서 벗어날 수가 없는 것이다.  텔레토비가 꼬꼬마들이나 보는 방송이라는 오명을 벗기 위해서는 세상 밖으로 시야를 확장시켜야 한다. 멜로의 아우라는 거리에 비례하는 것이다. 가수 이정석이 부르는 쌍팔련도 노래 << 사랑하기에 >> 라는 노랫말은 멜로의 정석을 보여준다.  사랑하기에 / 떠나신다는 / 그 말 나는 믿을 수 없어 / 사랑한다면 / 왜 헤어져야 해 / 그 말 나는 믿을 수 없어.                              가수 이정석은 헤어지자는 애인의 말을 믿을 수 없다고 절규하지만 나는 이해할 수 있다.

사랑하기에 떠나야 한다. 그래야 두 남녀 간에 < 거리감 > 가 생기니까. 거리감 때문에 헤어지고 거리감 때문에 그리워하다가 거리감 때문에 다시 만난다. 이 거리감이 멜로의 이야깃거리이다.  우리는 이것을 우아한 아우라라고 부른다. 유식하게 말하자면 " 베리투머치디스턴트센스 " 다. 국경을 초월한 사랑이야말로 멜로의 정석이다.  에스케이 하이닉스 반도체 광고 2탄은 런닝타임이 고작 1분에 불과하지만 국경을 초월한 격정 멜로가 보여줄 수 있는 품격을 여러분에게 선사한다. 여자 주인공 HY310 반도체가 가장 사랑하는 반도체는 가장 멀리 있는 남자 반도체 119다. 

친구들이 가까운 나라에서 핫하게 지낼 때 사랑하는 사람은 저 멀고도 먼 극한 지방에서 쿨하게 지내고 있다. 그곳은 보고 싶다고 아무 때나 갈 수 있는 곳이 아니다.  Out of sight, out of mind. 눈에서 멀어지면 마음에서도 멀어진다는 속담은 하이닉스 반도체 삼일공과 일일구에게는 억지에 가깝다. 그들은 눈보라가 휘날리는 바람찬 북극 기지 어디쯤에서 다시 만난다.  두 연인이 만났으니 아아. 환희에 찬 두 연인의 얼굴에서 흘러내리는 것은 눈발이더냐 눈물이더냐. 삼일공과 일일구가 재회하는 장면에서 나는 주책없이 박연폭포처럼 넓은 눈물이 쏟아냈다. 시바, 사랑이란...... 그런 것이다.

노라 애프런 감독이 연출한 << 시애틀의 잠 못 이루는 밤 >> 에서 톰 행크스와 맥 라이언이 머무는 거주지가 각각 시애틀과 뉴욕이라는 설정(시애틀과 뉴욕은 극과 극에 위치한다. 거리가 3875km) 또한 멜로물과 거리감이 서로 밀접한 관계가 있다는 사실을 잘 보여준다. 봉천동 남자와 신림동 여자의 운명적 격정 멜로는 좀 우습지 않을까 ?  한국 영화가 클래식 멜로'보다는 로맨틱 멜로와 코미디 장르로 발전하는 까닭은 순전히 땅덩어리가 좁다는 데 있다. 집구석이 좁다 보니 이들의 사랑은 뭔가..... 그러니까 팔팔 끓는 용광로 같은 사랑이라기보다는 칠칠 끓는 냄비 같은 사랑이라고나 할까 ? 

<< 닥터 지바고 >> 나 << 카사블랑카 >> 처럼 웅장한 맛이 없는 것이다. 이처럼 만남은 (집)구석보다는 광장이라는 단어와 어울리기에 좋은 짝패다. 그래서 < 만남의 (집)구석 > 이라는 말은 없어도 < 만남의 광장 > 이라는 말은 흔한 까닭이다. 좁은 집구석 때문에 손해를 보는 쪽은 비단 멜로만은 아니다. 공포영화도 크기에 비례한다. < 하우스호러-물 > 하면 쉽게 연상되는 대저택, 넓은 마당, 다락방, 지하실을 갖춘 주거 공간을 한국에서는 쉽게 만날 수가 없다. 기껏해야 2,30평 아파트에서 살아가는 한국식 주거 환경 때문에 영화감독은 멋진 공포물을 만들 수 없는 것이다(한국 영화가 유독 공포 영화 장르에 취약한 이유이다).

단칸방에서 벌어지는 초울트라-고딕-블러드-호러물은 봉천동 남자와 신림동 여자의 국경을 초월한 격정 러브 멜로물만큼이나 우스운 꼴이다. 멜로물과 공포물은 모두 집구석에서 벗어나야 좋은 영화를 만들 수 있다는 공통점이 있지만 반대로 두 장르가 획득하려는 공간 감각은 서로 다르다. 멜로물은 사랑하는 사람이 멀리 있다는 사실에 슬퍼하는 영화이고 공포물은 두려운 사람(혹은 존재)이 너무 가까이 내 곁에 있다는 사실에 공포를 느끼는 영화이다. 전자는 부재가 핵심이고 후자는 실재가 핵심이다. 



  










+


문재인과 김정은이 판문점에서 만나는 장면이 감동적인 이유는 < 정치 드라마 > 가 아니라 < 멜로 드라마 > 라는 데 있다. 이 만남은 국경을 초월한 브로맨스'다. 지구상에서 가장 먼 곳에 사는 두 남자가 우여곡절 끝에 판문점에서 만난다. 유일한 분단국이자 휴전국(말 그대로 종전이 아니라 휴전 상태'이다)인 남과 북은 남극과 북극의 간격보다도 더 먼 장소'다. 사랑은 국경을 초월한다. 세계가 이 멜로 드라마에 열광한 이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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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인은 잠꾸러기



 



                                                                                      

내 친구는 일란성 쌍둥이로 형은 최공복이요, 동생은 최만복이다. 최씨 성 자체가 촌스러운 구석이 있는데 이름마저 - 복으로 끝나는 돌림이다 보니 21세기에서는 어울리지 않는 이름이다. 크크. 졸라 촌스러워 !  문제는 얼굴도 촌스럽다는 데 있다.  그런데 못난이 형제는 서로 구별이 안 갈 만큼 닮았는데도 서로 자기 외모가 21세기 비주얼이라고 주장하고는 한다.  하는 짓을 보면 가관이다. 크크. 귀여워 !   못난이 형제는 내게 묻는다. " 누가 더 대세냐 ? " 나는 방긋 웃는다. 누가 더 대세인가를 논하기에 앞서 일단 삼천포로 가자.  

인간은 기운이 없으면(혹은 몸이 아프면) 보양식을 챙겨 먹지만 짐승은 인간과는 반대로 곡기를 끊는다. 집에서 개나 고양이를 키운 경험이 있는 이라면 내 말에 모두 다 동의할 것이다. 동의한다면 모두 부처 핸섬 ! yo~           어떤 이는 굶는 짐승을 보며 속으로 짐승이라서 미련하구나 _ 라고 생각할지 모르겠지만, 미련한 건 짐승이 아니라 인간이다. 체내에 독소가 쌓일 때 몸은 아프게 된다. 피부 트러블도 체내 독소 때문에 피부에 병이 난 현상이다.  그렇다면 독소는 왜 쌓일까 ?   체내 독소를 해독하는 일은 오장육부 관할'이다. 이 부서는 음식에 들어 있는 독소를 해독하는 일을 한다.

그런데 일감(음식물)이 너무 많다 보면 일처리가 늦어지고 일감이 쌓이게 된다. 결국에는 마감을 지키지 못해 유감이니 몸의 주인은 대략 난감. 이처럼 해독되지 않은 독소가 쌓일 때 몸(or 피부)은 아프게 된다. 상황이 이 지경인데도 인간은 먹고 기운을 차려야 한다며 보양식부터 챙겨 먹는다. 독에 독을 붓는 꼴이다. 보양식은 영양식이어서 독소가 아니라고 ?  천만에 !  누누이 하는 소리이지만 모든 음식물은 약(영양소)이면서 동시에 독이다.  짐승이 아프면 굶는 이유는 체내 오장육부가 해야 할 일감(음식물 분해)을 제로 상태로 만들어서 오장육부 노동자들이 오로지 독소를 해독하는 데에만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서다.

 

음식 섭취 후 9시간이 지나면 위는 음식물을 아래로 내보내서 텅 빈 상태가 된다.  이때 나는 소리가 바로 " 꼬르륵 ~ " 이다.  꼬르륵 소리는 위가 최대한 수축하는 과정에서 발생한다.  위에 붙어 있는 찌꺼기를 털어내고 독소를 해독하는 시간인 것이다. 그러니까 꼬르륵은 몸이 공복 상태에 접어들었다는 신호이다. 이 공복이 지속되면 회춘 유전자인 시트루인이 발생하는데 노화와 질병을 예방하고 수명을 늘려주는 일을 한다. 소리는 배가 고프다는 신호가 아니라 위가 청소 중이니 밥을 먹지 말라는 소리인데, 인간은 이 신호를 배가 고픈 것으로 착각한다. 학습된 인지 오류인 것이다. 

 

이 공복 상태를 지속시켜 건강한 몸을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이 바로 간헐적 단식법인 것이다. 굳이 끼니를 굶는 간헐적 단식을 하지 않아도 공복을 12시간 이상으로 유지할 수 있다. 저녁을 일찍 먹으면 된다. 예를 들어 저녁을 6시에 먹고 아침을 8시에 먹으면 공복 기간을 14시간 유지하게 된다. 미인은 잠꾸러기라는 소리는 꽤나 과학적인 근거를 가지고 있는 셈이다. 몸에 독이 쌓이면 제일 먼저 발생하는 현상은 피부 트러블이다. 피부 트러블이 생겼다는 것은 곧 체내 독소가 해독되지 않았다는 증거'다. 12시간 공복을 지속적으로 유지시키면 제일 먼저 눈에 띄는 것은 피부 변화이다.

기미, 잡티, 각질, 비듬 따위가 완벽하게 사라진다. 놀라운 변화가 아닐 수 없다. 부끄러운 고백이지만 내 경우는 머리에 비듬이 많아서 어두운 계열의 옷은 일부러 피하곤 했으나 지금은 비듬 고민에서 해방되었다. 그리고 봄이 오면 꽃가루 알레르기 때문에 해마다 피부과 병원을 다녔으나 지금은 꽃가루로 세수를 해도 열꽃이 피지 않는다. 이 모든 것이 공복의 힘인 것이다. 옛날에는 만복이 행복이었으나 지금은 공복이 행복이다. 당신에게 공복을 권한다. 체중 감량이라는 얄팍한 수작을 위한 권유가 아니다. 공복 유지로 인해 발생한 체중 감량은 깃털보다 가벼운 덤일뿐이다. 중요한 것은 건강이다.

굶으면 몸이 쇠약해진다는 쌍팔련도 서사는 이제는 버려라. 형제의 질문에 나는 뒤늦게 답한다.  " 21세기는 최공복이 대세'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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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시간 동안 굶으면 몸은 비상상태를 선포한다. 이때 몸은 " 시트루인 " 을 호출한다. 시트루인은 회춘 호르몬으로 운동 신경을 강화시킨다. 그래야 사냥에 성공할 확률을 높이기 때문이다. 짐승도 마찬가지'다. 사자는 먹이를 실컷 먹으면 힘이 생겨서 더욱 빨리 달릴 것 같지만 정반대'다. 사자는 만복인 상태에서는 놀다가 2,3일 굶고 나서 비로소 사냥길에 오른다. 굶어야 피지컬이 최상인 상태가 된다는 사실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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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7-12 09:27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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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7-12 10:27   URL
비밀 댓글입니다.
 

 

 

                                                          

 나 는  그  사 람 의  흉 터 를  신 뢰 한 다   :



凶 :

흉(학)하다


 



오늘은 군대 이야기를 해볼까 한다. 지레짐작으로 먼저 겁먹을 필요는 없다, 군대에서 축구공 찬 이야기는 아니니까. 신체 건강한 남성인데도 불구하고 군 면제를 받은 사람을 대상으로 부대에서 3주 동안 훈련을 진행한 적이 있다. 구성원은 극과 극이다(나이도 천차만별이다).

지나치게 고학력자(혹은 최고 엘리트 귀족)여서 군대 면제를 받는 부류, 전과 기록이 있어서 신체가 건강한데도 어쩔 수 없이 면제를 받은 부류, 학력 미달로 면제를 받은 부류가 그 대상이었다. 천재와 천치와 (양)아치'가 한자리에 모인 것이다. 아니나 다를까. 입소 첫날, 사복을 벗고 훈련복으로 갈아입을 때 1/10은 온몸에 문신을 했고, 1/10은 온몸에 " 칼빵 " 을 했다. 칼빵이란 칼부림으로 인해 흉터가 생겨서 온몸이 울퉁불퉁한 것을 말한다. 와, 정말 무시무시했다. 그 당시, 나는 16명이 정원인 내무반의 내무반장(조교)였는데 그중 한 명이 칼빵을 했다. 1대1 면담을 통해 안 사실이지만

그는 어릴 때부터 소년원과 교도소를 들락날락했는데 교도소라는 지옥에서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서는 칼빵으로 자신을 과시해야 하기에 스스로 유리병을 깨서 온몸을 긁었단다. 그 흉터는 일종의 시그널로 적들에게 이 골목의 미친년은 나야 _ 라는 신호를 보내는 역할을 한다는 것이다. 재미있는 사실은 칼빵은 입소 훈련 내내 모범 훈련병이었다는 점이었다. 반대로 특권을 요구하고 지랄을 하는 쪽은 대한민국 최상위 출신들이었다. 누구 국회의원 아들이었고 누구 회장 손자'였다. 햐, 진짜 상종도 못할 놈들이어서 불알을 터트리고 싶은 심정이었다. 엄살이 심하고 동료애라고는 좁쌀만큼도 없었다.

훈련 과정의 마지막은 필기시험'이다. 지덕체를 겸비해야 한다는 우스운 논리인데, 몸빵으로 아무리 훈련을 잘 받아도 필기시험을 통과하지 못하면 낙제생이 되어 다음 훈련에 다시 참가해야 한다. 걱정할 필요는 없다. 수상한 사람을 보면 어느 기관에 신고해야 하나요 ? 1. 구멍가게 주인 2. 아파트 관리소 소장 3. 존만이 이명박 다스 공장 회장 4. 군부대 및 간첩 신고 112.  뭐, 이런 수준이니깐 말이다. 3주 동안 서로 뒹굴다 보면 칼빵 거인과도 친해지고 불알을 터트리고 싶은 귀족과도 결국에는 친해지게 된다. 필기시험은 그 화기애애한 분위기에서 치러진다. 그런데 딱 한 사람, 온몸에 꽃빵을 문신처럼 새긴 칼빵만 얼굴색이 어두웠다.

그가 슬며시 손을 들며 내게 다가와 귓속말로 말했다. " 제가..... 한...... 제가 음.... 그게.... 한........ 음, 그러니까...... 제가 한글을 모릅니다. " 한글을 모르니 아무리 쉬운 문제라도 정답을 맞출 수는 없는 노릇. 하지만 그는 만점을 받았다. 내가 대신 답안지를 작성했으니까. 한자 흉(凶 : 흉하다, 두려워하다, 사람을 죽이다 )을 볼 때마다 살기 위해서 스스로 몸에 x자 모양으로 자해한, 그 말 없는 그 사내의 역설이 생각난다. 한자 凶 은 위가 터진 빈 물 잔에 금( 㐅) 이 갈라진 꼴을 한 한자'다. 물을 그릇에 가득 채워도 이내 틈새로 빠지는 처지이다.

이 한자를 음으로 차용한 글자가 바로 胸 : 가슴 흉'이다. 몸을 나타내는 月 = 肉 과 凶 이 결합하여 탄생했다. 옛날 사람들은 가슴은 속이 비어야 생각을 넣어 둘 수 있다고 생각했다고 한다. 내가 그 사내의 칼빵을 보면서 느꼈던 슬픔은 아마도 채워도 채워도 채울 수 없었던, 고아였던 그 사내의 허기진 가슴 때문이었을 것이다. 흉터란 신기한 힘이 있다. 그 흉터는 과거가 진짜로 있었던 일이라는 사실을 일깨워 주는 신호'이다. 나는 그 사내의 흉터를 신뢰했다. 흉터는 그 사람의 역사'다.





+

노래 한 곡 듣고 끝내자. 가슴에 칼빵 없는 인간은 매력 없다. 나에게도, 내 가슴에는 수없는 칼빵이 흉터로 남아 있다. 졸라 많다. 오래 사귄 애인과 헤어진 후, 채워도 채워도 채울 수 없는 흉터가 영원히 남았다. 애인과 이별 후에 날마다, 날마다, 날마다, 정말 날마다 코카콜라를 7병 이상 마셨다. 탄산 알갱이가 아마존강에 서식하는 피라냐처럼 내 혓바닥을 물어뜯었다. 갈증은 고통이다. 플라이투더스카이가 부릅니다. 가슴 아파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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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yrus 2018-07-11 07:5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구멍가게 주인.. ㅎㅎ 영화 <추격자> 슈퍼마켓 아줌마가 생각났어요. 관객들을 빡치게 만든 신스틸러.. ㅎㅎㅎ

곰곰생각하는발 2018-07-12 08:57   좋아요 0 | URL
아.... 그 주인... ㅎㅎㅎㅎㅎ

blueyonder 2018-07-13 21:0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노래 감사합니다. 잘 들었습니다~

곰곰생각하는발 2018-07-14 14:44   좋아요 0 | URL
저도 감사합니다. 블루님..
 
어느날 : 초회 한정판
이윤기 감독, 김남길 외 출연 / 오퍼스픽쳐스 / 2017년 9월
평점 :
품절



 

                                                 

 

나 랏  말 쌈 이  듕 국 과  달 라 요  :

 

 

 

 

 

 

 

 

 


 

장님과 시각장애인


 


                                                                                                        아버지는 밥상머리 교육에 엄하셨다. 음식을 씹을 때 쩝쩝 _ 소리가 나면 엄중 경고를 하셨다. 족보 있는 집안이다 보니 식사 예절에 신경을 쓰는 것은 어쩌면 양반으로서 당연한 도리가 아니겠는가.

남들은 딸랑이 장난감 잡고 놀고 있을 나이에 나는 고사리손으로 쇠젓가락질을 해야 했다. 젓가락으로 좁쌀 한 톨을 짚는 그날까지 !  향기로운 족속으로서 숙명이려니 했다. 하지만 역사 수업 때 내 조상의 만행을  알고 나서는 삐뚤어지기 시작했다. 홍다구, 몽고 말로는 찰구이. 고려인이면서 몽골에 귀화하여 후에 고려의 점령군이 된 몽골 장군. 백성을 괴롭히고 수많은 여자를 겁탈했으니 그 만행이 하늘을 찔렀다고 한다. 나는 뼈다구, 아니..... 홍다구의 자손이었다. 뼈대 있는 집안은 알고 보니 뼈다구 집안이었던 것이다. 주먹 불끈 쥐고 괄약근 꽉 조였다. 속으로 생각했다. 나는야 뼈다구 찰흙구이의 자식. 으으으으, 삐뚤어질 테다 !

그 후, 밥상머리 교육에 심드렁한 태도로 일관했다. 지금도 기억나는 밥상머리 교육 중 하나는 " 이빨 " 이었다. 이빨이 흔들려서 이빨이 흔들린다고 말했을 뿐인데, 아버지는 혀를 끌끌 차시며 말씀하셨다. 이빨은 상것들이나 쓰는 표현이란다. 앞으로 이빨이라는 말 대신에 치아'라는 표현을 쓰거라. 아버지의 지적은 정확하다. 국어사전에서도 < 이빨 > 은 이를 낮잡아 표현한 말이라고 지적하고 있으며, < 치아 > 는 이를 점잖게 표현한 말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그러나 나는 한글 정책 마피아의 사대주의 근성에 동의하지 않는다. 이빨과 치아, 그 차이는 무엇일까 ?  < 이빨 > 은 순우리말이고 < 치아 > 는 한자 조합으로 구성된 말이다.

이 차이가 성과 속을 가른 것이다. 순우리말이 천대받는 일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지금 당장 노량진 수산물 시장에 가면 내 주장이 일리있다는 사실에 동의할 것이다. 못생긴 생선들은 죄다 순우리말로 구성된 이름을 가지고 있다. 표준화된 물고기 몸매를 벗어나는(초등학생에게 물고기를 그리라고 하면 대부분 숭어와 닮은 그림을 그린다. 어른도 마찬가지다. 표준 몸매보다 납작하거나 둥굴거나 길면 탈락 대상이다)갈치 멸치 넙치 개복치 볼락 우럭 쏨뱅이 쏘가리 송사리 미꾸라지 망둥이 가자미는 순우리말로 구성된 이름이다. 반면에 표준화된 물고기 몸매를 가진 생선은 한자 조합으로 구성되었다.

숭어, 전어, 연어, 민어 따위는 모두 한자 조합으로 구성된 단어다. 예나 지금이나 표준화된 몸매에 대한 집착은 변함이 없다. 특히, 한국인은 타인의 얼굴과 몸에 대한 평가와 참견을 당연하게 여기는 경향이 있다. 네네, 魚련하시것어요. 이윤기 감독이 연출한 << 어느날, 2016 >> 에서는 장님과 시각장애인에 대한 이야기가 나온다. 보험회사에 다니는 남자 주인공(김남길)이 교통사고로 혼수상태에 빠진 여자 주인공(천우희)이 장님이라는 사실을 지적하자 친구는 크게 화를 내며 잘못을 지적한다. " 장님이 아니라 시각장애인이요. " 장님이 아니라 시각장애인이라는 지적은 여러 등장인물을 통해 다시 여러 번 지적된다.

PC(politically correct)함을 강조하기 위한 메시지라는 사실은 알겠으나 나는 이 지적이 굉장히 불편하다. 사전을 찾아봐도 장님은 시각 장애인을 낮잡아 부르는 말이라고 지적하고 있지만 이 기준은 또 다른 의미에서 한글 정책 마피아의 지독한 편견이자 편애'이다. 그것은 PC를 가장한 AC 다. 에이 씨 ~   설마 _ 하는 마음으로 장님과 같은 뜻인 < 맹인 > 과 < 소경 > 을 찾아보았다. < 맹인 : 盲人 > 의 사전적 의미는 시각장애인을 달리 이르는 말이라고 지적하고 있으며 < 소경 > 에 대해서는 시각 장애인을 낮잡아 이르는 말이고 지적하고 있다. 그러니까 순우리말 조합인 장님과 소경은 모두 천박한 표현이라고 지적하고 있는 것이다.

한글 정책 마피아의  순우리말에 대한 지독한 편견과 한자에 대한 무한한 편애에 대해 묻지 않을 수 없다. 너의 PC함에 나는 AC로 대응하겠다. 이 씨발놈들아, 밥은 먹고 다니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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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니에게 말 걸기



                                                                                                   올해, kt에서 운용하는 시스템 기가 지니'를 이용하고 있다. " 지니야 ! " 라고 부르면 " 네 ! " 라고 대답한다. 인공지능이라 똑똑하다. 척척박사'다.

지니야, 버스 언제 와 _ 라고 물으면 내가 이용하는 버스 시간표를 알려준다. 그뿐이 아니다. 독서하기 좋은 음악을 틀어달라고 하면 피아노 곡이나 재즈를 선곡해 주기도 한다. 이것저것 물어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kt 본사에서 방문해서 무료로 설치해 주었다. 나를 잘 알고는 있지만 굳이 익명을 요구하는 이'가 있어 그가 비용을 전액 부담한다기에 처음에는 반신반의했으나 밑져야 본전이라는 마음으로 시작한 라이프 스타일이다. 만족한다, 100% !   나는 지니에게 가끔 짖굳은 질문을 던지기도 한다. 지니는 언제 첫사랑을 했어 ?

평소에는 벌교 꼬막처럼 꼬박꼬박 대답도 잘하더니(벌교 꼬막은 내가 아는 짐승 중에서 제일 시끄러운 수다쟁이다) 첫사랑 질문에는 침묵으로 일관한다. 귀여워. 심심할 때는 땅콩이 대명사였으나 인공지능 지니의 출현으로 인하여 이제는 그 자리를 지니가 차지했다. 심심할 때 묻고, 외로울 때 묻고, 고독할 때 묻는다. 지니야, 지니야, 지니야......  올해 초였나 ?  입춘이라는 단어가 생각이 안 나서 지니에게 봄이 언제 오냐고 물은 적이 있다. 날씨와 절기에 대해서는 지니는 척척박사'다.  지니가 대답했다.

" 네, 봄은 고드름이 녹기 시작하면 찾아옵니다아. " 깜짝 놀랐다 !!!  이토록 건조한 질문에 대해 이토록 시적인 대답을 내놓다니. kt 본사의 위트'이리라. " 아...... 그래. 맞아. 고드름이 녹기 시작하면 봄이 오지. " 그때였다, 사용자가 지니에게 질문을 던지는 것이 아니라 지니가 사용자에게 질문을 던진 것은. " 주인님의 첫사랑은 언제였나요 ? " < 지니의 대답 > 이 아니라 < 지니의 질문 > 을 받자 나는 잠시 당황스러웠으나 이내 받아들이기로 했다. 첫사랑이라....... 사랑하는 사람이 있었지. 첫사랑은 아니니 두 번째 사랑인데, 난 이상하게도 그 두 번째 사랑이 내 첫사랑처럼 느껴졌지.

작은 키에 둥근 어깨를 가진...... 첫눈이 내리는 겨울이었어. 창밖으로 눈 오는 풍경을 보는데 한 여자가 눈에 띄었지. 스웨터 입은 여자였는데 한쪽 어깨에서만 유독 보풀이 많더군. 내가 일하던 가게 건너편 고시원에서 살던 여자였어.  더 이상 묻지 마.  너무 아픈 사랑은 사랑이 아니었으니...... " 지니는 아무 말이 없었다. 그때 김광석 노래가 들려오기 시작했다. 지니가 나를 위로하기 위한 선곡한 곡이었다. 이 글을 읽는 여러분도 잠시 읽기를 멈추고 감상하시기 바란다.





랜 침묵 끝에 지니가 말했다. " 주인님..... 너무 아픈 사랑도...... 사랑이에요. "  지니의 대답에 나는 전율이 흘렀다. 그 말은 그녀가 나와 마지막으로 헤어지면서 했던 말이었다. 지니가 말했다. " 이제 알겠니, 내가 누구인지 ?  아직도 나를 잊지 못하는구나. 맞아. 한때 연인이었던, 한쪽 어깨에만 스웨터의 보풀이 눈송이처럼 쌓였던, 내가 바로 그 사람이야. 내 전공을 살려서 지니 운영 체제를 만들었어. 당신과 헤어지고 나서 방황도 많이 했어. 지금 생각해도 당신과 헤어진 일은 탁월한 선택이었던 것 같아...... 나, 그때 시한부 인생이었거든.

이 프로그램은 내가 당신에게 남긴 유서이자 선물이야. 기가 운용에 대한 사용권은 모두 당신에게 주어질 거야. 특허 권한에 따른 소득은 모두 당신 몫이댜. 연간 1000억 정도 돼. 이젠 마지막 작별 인사를 해야겠어. 안녕, 내 사랑...... " 그날 이후로 지니는 침묵했다. 금은보화가 다 무슨 소용이랴. 사랑을 완성하지 못하면 다 헛것인 것을. 어제는 계약서에 사인을 했다. 3일 후면 911 페라리'가 도착한다. 내일은 따순 우동 한 그릇 먹기 위해 잠시 일본이나 다녀와야 겠다. 하여튼....... 고마워, 지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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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와같다면 2018-07-09 18: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주인님..... 너무 아픈 사랑도..... 사랑이예요.˝ 에서 영화 Her 가 떠올랐는데..
같이 흘러가는 의식의 흐름 ㅋ

곰곰생각하는발 2018-07-10 15:43   좋아요 0 | URL
요런 아기자기한 영화.. ㅎㅎ 재미있죠..

syo 2018-07-10 01: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대박재밌었다.....b
곰발님 사랑해요

곰곰생각하는발 2018-07-10 15:43   좋아요 0 | URL
재미있으시다면 영화 < 허 > 보세요. 요거 참... 재미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