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단팥 인생 이야기
두리안 스케가와 지음, 이수미 옮김 / 은행나무 / 2015년 11월
평점 :
절판


 

 



 




즐거운 일 




 



 



 


                                                                                                     내가 안양 충훈부 반지하 샛방에서 살 때 일이다. 주당 대여섯 명과 술 약속이 있어서 신촌에서 모였다. 술 깨나 마신다는 사람들이 모여 술을 술술 마시니 늘어나는 것은 빈 술병이었다.  술잔이 몇 순만 돌아도 바닥에는 빈병이 나뒹굴었다. 나는 그날따라 부피가 꽤 큰 백팩을 가지고 갔었는데 가방 속 내용물을 비우고 난 후 그 빈 술병을 채웠다. 열댓 병 정도 채웠을까 ?  

배낭 지퍼가 닫히지 않을 정도가 되었다. 하지만 술기운에 기를 쓰고 지퍼를 닫았다. 문제는 집으로 가는 지하철 안에서 발생했다. 막차에 몸을 싣고 잠을 자고 있었는데(자리에 앉았는지, 아니면 선 채 잠이 들었는지는 잘 기억이 나지 않는다) 갑자기 소란스러운 소리에 눈을 떴다. 백팩 지퍼가 내부 압력으로 인해 서서히 밀리면서 가방 문이 열리면서  술병들이 바닥에 쏟아져나온 것이다. 장관이었으리라. 술병이 여기저기 데굴데굴 굴러가기 시작했다. 당황한 사람은 비단 나뿐만이 아니었다. 그 전철역 안에 탄 승객 모두 당황한 눈치였다. 뭐지. 이 시츄에이션은 ??!   나는 잠시 동안 어찌할 바를 몰라 충혈된 눈으로 멍하니

그 아름다운 장관을 지켜보고 있었다. 그런데 갑자기 이상한 행복감이 찾아왔다. 즐거운 일이 생겼다는 것에 대한 기대감. 그때 나는 쟈크 프레베르의 < 꽃집에서 > 란 시가 생각났다는 말은 뻥이지만, 상황을 돌이켜보며 후술하자면 그 시의 상황과 비스무리한 느낌을 받았다.


꽃집에서 / 쟈크 프레베르  

어느 남자가 꽃집에 들어가

꽃을 고른다

꽃집 처녀는 꽃을 싸고

남자는 돈을 찾으러

주머니에 손을 넣는다.

꽃값을 치를 돈을.

동시에 그는

손을 가슴에 얹더니

쓰러진다.

  

그가 땅바닥에 쓰러지자

돈이 땅에 굴러가고

그 남자와 동시에

돈과 동시에

남자는 죽어가도

꽃집 처녀는 거기 가만 서 있다.

물론 이 모두는 매우 슬픈 일

그 여자는 무언가 해야 한다.

  

꽃집 처녀는

그러나 그 여자는 어찌할지 몰라

그 여자는 몰라

어디서부터 손을 쓸지를

  

남자는 죽어가지

꽃은 부서지지

그리고 돈은 굴러가지

끊임없이 굴러가지

해야 할 일이 그토록 많아.



맨정신이었다면 쪽팔려서 다음 역에서 내렸을 것이 분명하나, 술김에 용감해진 나는 데굴데굴 구르는 술병을 쫓아가서 하나하나 가방에 담기 시작했다. 술에 취한 오징어 한 마리가 이리저리 휘적대며 공병을 주으니 그 풍경은 가방에서 빈병이 우르르 쏟아질 때보다 더 아름다운 풍경이었을 것이다. 시바, 그러거나 말거나 !  하지만 공병을 가방 속에 어느 정도 채워 넣자 더 이상 들어가지 않았다.  아직도 몇 병이 남았는데 말이다. 이 모든 일은 매우 슬픈 일. 나는 바닥에 앉은 채 다시 술병을 꺼낸 후 오와 열을 맞춰 다시 차근차근 담기 시작했다. 술병을 남김없이 가방에 담은 후 지퍼를 완벽하게 채웠을 때의 기쁨이란.

사연은 이러했다. 그 당시에 나는 매일 술을 마셨다. 당연히 내가 사는 집 현관문 앞에는 날마다 빈병이 쌓여 있었다. 이 병은 공병 줍는 노인이 아침 일찍 찾아와 수거해 갔다. 그 일을 계기로 종종 그 노인과 마주칠 때면 인사를 하곤 했는데, 그날..... 그러니까 술모임이 있던 날, 빈병을 보니 갑자기 그 노인이 생각났던 모양이다. 음......술병을 챙겨서 노인에게 갖다 줘야겠어 !                            어느 날이었다. 집에 오니 옆집 현관문이 열리면서 이웃이 내게 검은 비닐봉지를 내밀었다. 어느 노인이 부탁했단다. 공병 줍는 노인이 분명했다.

꽁꽁 싸맨 덕분에 한동안 시름하다가 가위로 비닐 주둥이를 자르니 그 속에는 다시 여러 개의 작은 비닐봉지가 담겨 있었다. 밑반찬이었다. 그때...... 정말 눈물이 터졌다. 좋은 안주를 핑계 삼아 소주를 마셨다. 취기가 오르자 다시 눈물이 터졌다. 냉장고 속에서 차갑게 식은 반찬이 목구멍으로 들어가자 이상하게도 따스해졌다. 음식이란 묘한 구석이 있다. 가와세 나오미 감독이 연출한 << 앙 : 단팥 인생 이야기, 2015 >> 를 보다가 문득 그때 그 노인이 생각났다. 음식이란 사람을 울컥하게 만드는 힘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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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발, 어디 두고 보자구요 :


박근혜의 복수


                                                                                                       촛불 정국 때 박근혜는 탄핵 심판 하루 전까지도 승리(기각)를 확신했다고 한다. 탄핵 기각을 자축하는 3단 케이크를 미리 준비했다는 것을 보면 말이다.

어색한 표현을 남발하자면 : 왜 아니 그러겠는가 ?  모든 권력 기관이 자신에게 납작 엎드렸다는 사실을 감안하면 헌법 재판소에 심어 둔 박근혜 키즈들의 활약을 믿어 의심치 아니했다고 생각하지 않을 이 뉘 있을쏘냐. 남들은 응에 _ 하며 태어날 때에도 그네는 영애 _ 울면서 태어났다는, 향기로운 족속에 대한 남다른 혈통을 자랑하는 박근혜는 복수를 다짐했을 것이다. 평소, 그네 성정을 감안하면 이런 말을 되뇌었을 것이 분명하다. 시베리아 오호츠크에서 쌍끌이 그물망에 잡힌 새우 젓 같은 백성들, 어디 두고 보자고요. 싹 잡아다가 불알을 터트려주마. 호호호. 기무사가 작성했다는

‘전시 계엄 및 합수업무 수행 방안’ 문건은, 그네 성정을 감안하면, 황당무계한 판타지 역사 소설이 아니라 리얼리즘 소설일 확률이 매우, 매우, 매우, 졸라 매우 높다. 촛불 집회 때, 동장군을 피하기 위해 장갑 끼고 광화문에 모였던 시민을 수도 방위군이 장갑차로 깔아뭉개겠다는 계획이니 범우주적 침소봉대가 아닐 수 없다. 장갑차로 장갑을 제압하겠다 ?! 보수 쪽에서는 실행이 되지 않은 단순한 계획서일 뿐이라고 얼렁뚱땅 넘어가려고 하지만 통진당 사태 때 헌재가 통진당을 강제 해산하며 이석기를 < 내란예비음모죄 > 라는 죄명으로 9년형을 선고한 전례를 따르자면 이 보고서를 기

획하며 작성한 사람들 또한 내란예비음모죄를 적용해야 한다. 기무사의 계획은 전쟁이 발발하면 압력밥솥을 이용해서 무기로 사용하자 _ 따위의 낭만적 전투성(통진당)과는 비교도 할 수 없을 정도로 실현 가능성이 높은 범죄이기에 이것은 범죄의 차원이 다르다. 삼족을 멸해야 하는 범죄다. 통진당 사태에서 신영철·민일영·고영한·김창석 대법관은 내란음모 혐의를 유죄로 봐야 한다는 반대 의견을 냈다. 이들은 " 구체적인 공격의 대상과 목표, 방법 등을 확정하지 못하고 논의만 하는데 그쳤더라도 내란을 벌일 개연성이 크다고 인정되면 실질적 위험이 있는 내란음모죄를 구성할 수 있다 " 고 밝혔다.

또 " 전쟁이 벌어졌을 때 국가기간시설의 파괴, 통신교란, 폭탄 제조법 및 무기 탈취 등이 구체적으로 논의됐던 점 등을 보면 비록 구체적인 공격 대상과 목표 등을 정하지 못했다 해도 내란을 직접 실행할 개연성이 크다" 고 설명했다. 그렇다면 똑같은 논리로 박근혜를 우두머리로 앉힌 자유한국당은 해산되어야 한다. 내 주장에 동의한다면 모두 외치라. " 부처, 핸섬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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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7-08 08:3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8-07-09 11:02   URL
비밀 댓글입니다.
 

 

 

​                                     

 

사  장  님 ,     나  빠  요   :





 



끼니를 굶는다는 즐거움 2편



https://blog.naver.com/unheimlich1/221312166660 1편




 


                                                                  사람들은 자신이 하루에 세 끼만 먹는다고 착각한다. 하지만 먹거리가 풍부한 환경에 노출된 현대인은 화려한 스끼다시의 유혹에 노출되어 있다. 아침에는 모닝커피, 심심할 땐 땅콩이 쵝오,  점심 후에 커피 한 잔, 콜 ?   간식으로 삶은 고구마.  갈증엔 탄산음료, 퇴근 후에 회식, 집 현관문 닫고 나면 냉장고 문 열기. " 여보, 배가 출출한 데 뭐 먹을 거 없어 ? "

미국 캘리포니아에 있는 솔크 연구소에서 스마트폰 앱을 이용해서  하루 일과 속 음식 섭취 패턴을 조사해보니, 사람은 잠자는 시간을 제외하고는 무언가를 계속 (질리도록) 먹고 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이 보고서에 의하면 하루 세 끼만 먹는 사람은 거의 없다는 것이다. 솔크 연구소는 이 데이터를 바탕으로 과체중(혹은 비만)이면서 하루에 14시간 이상 음식을 섭취하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하루에 10~12시간 이내에서만 음식을 먹도록 했다. 예를 들어 아침 8시에 아침 식사를 하는 사람은 최대 저녁 8시까지만 먹을 수 있도록 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제한 대상이 식사량이 아니라 시간이라는 데 있다.

그랬더니 놀랍게도 실험군 중에는 7㎏까지 체중이 줄었다(4개월 후).  이 행동 교정을 꾸준히 지킨 사람은 1년 후에도 그 체중을 그대로 유지했다.  요요현상이 없다는 얘기다. 이것이 바로 12  : 12 단식법이다.  공복을 12시간 유지하면 그때부터는 몸속 체지방을 태우기 시작한다고 한다.  16 : 8 단식법, 20 : 4 단식법, 1일1일 단식도 이 사실을 바탕으로 한다.  16 : 8 단식은 12 : 12 원리를 바탕으로 세 끼 중 한 끼를 줄이는 방법이고, 1일1식은 12 : 12 원리를 바탕으로 세 끼 중 두 끼를 굶는 것이다.  뒤로 갈수록 체중 감량에 효과가 높다는 사실은 두말하면 잔소리다.

그러니까 1212 단식 방법은 지방을 태울 수 있는 최소 환경을 제공하는 것이다. 이 원리를 이해하면 그동안 저잣거리에서 떠돌던 다이어트 통설을 이해할 수 있다. 미인은 잠꾸러기라는 말도 따지고 보면 일찍 먹고 일찍 자라는 소리가 아닌가.  어때요. 참, 쉽죠잉 ?                        만약에 당신이 내가 출처도 불분명한 자료를 가지고 신소리한다고 타박한다면 나는 할 수 없이 졸라 아는 척을 할 수밖에 없다.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리처드 셰일러는 이런 신소리를 했다. " 뭘 먹든지 잔소리 안 할 테니깐, 12시간 이내로만 드셔셔셔셔셔셔셔셔셔 ! "  음식을 제한하는 것이 아니라 시간을 제한하라는 소리이다. 그리고 2017년 노벨 생리의학상 수상자로 선정된 제프리 홀(Jeffrey C. Hall) 미국 메인대학 교수, 마이클 로스배시(Micheal Rosbash) 브랜다이스대학 교수, 마이클 영(Michael W. Young) 록펠러대학 교수는 모델 동물인 초파리를 통해 낮과 밤의 24시간 주기로 나타나는 일주기성 유전자들의 작동 메커니즘을 규명한 공로를 인정받아 노벨상 수상의 영예를 얻었다. 그들은 이런 주장을 한다.

" 먹고 자는 것은 몸속 생체시계의 하루 리듬에 맞춰야 건강합니다. 낮에 깨어 움직일 때만 먹으면 살 안 찝니다. 나.... 노벨의학상 받은 사람입니다. 허허허 ! "  병에 걸린 환자가 전기가 들어오지 않는 두메산골에 흙집을 지어 살다 보니 나중에 건강을 되찾았다는 서사의 행간은 자연과 인간의 생체시계를 동조화시켜야 건강한 삶을 획득할 수 있다는 뜻이다. 전기가 없다 보니 해 뜨면 아침 먹고, 해 지기 전에 저녁 먹고, 일찍 잠을 자는 습관이 병을 치유한 것이다.





이 도표를 쉽게 설명하자면 아침 6시부터 저녁 6시까지 몸속 오장육부가 열심히 일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고 저녁 6시부터 아침 6시까지는 오장육부에게 휴식을 줘야 한다는 소리'다. 건강한 고용주 밑에서 일하는 오장육부는 저녁 6시에 퇴근해서 아침 6시에 출근하는 몸속 노동자'다. 노동자인 내가 주장하는 것은 간단하다. " 오장육부에게도 저녁이 있는 삶을 ! "  만약에, 고용주인 당신이 고용인인 오장육부 노동자를 저녁 6시가 지났는데도 퇴근시키지 않은 채 날마다 밤 12시까지 일을 시킨다면 당신은 악덕 사장이다.  성인병 증상은 당신이 오장육부의 노동력을 착취하는 악덕 사장이라는 증거'이다. " 사장님, 나빠요 ! "

그런데 21세기에 유행하기 시작한 간헐적 단식은 이미 오래전부터 옛사람들이 실천하는 식습관이었다. < 끼니를 굶는다는 것 - 1편 > 에서 지적했듯이 우리 조상은 하루에 두 끼'만 먹었는데 시간은 주로 해 뜨면 아침식사를 하고 해지는 즈음에 저녁을 먹었다. 그러니까 여름에는 아침 6시 ~ 저녁 6시 사이에 두 끼를 해결하고 저녁에는 아침 8시 ~ 저녁 8시 사이에 두 끼를 해결했다는 소리'다. 12 : 12 단식법인 셈이다. 이것이야말로 자연의 생체주기와 인간의 생체주기를 일치시키는 방법인 것이다.  반면 서양에서는 주로 아침은 거르고 점심과 저녁을 먹었다. 이 식사법은 16 : 8 단식법에 가까웠다.

위 도표를 보면 오후 12시 ~ 오후 6시 사이가 최적의 몸 상태'라는 점을 알 수 있다. 이때는 오장육부가 철근도 씹어먹을 만큼 힘이 왕성한 상태가 되는 것이다. 그렇기에 16시간 간헐적 단식과 24시간 간헐적 단식은 이 시간 안에 진행되어야 효과가 높다. 들어가는 입말이 길었다. 요리로 치자면 지금까지의 글은 스끼다시인 셈이다. 메인요리는 강렬하고 단순한 문장 맛으로 끝내겠다. 결론은 이렇다 : 낮술이 최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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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7-06 16:4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8-07-06 17:06   URL
비밀 댓글입니다.

cyrus 2018-07-06 21:5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아침에 잡곡밥을 먹으면 점심에 밥 생각이 나지 않아요. 쌀밥을 먹었던 시절에는 아침에 많이 먹어도 점심이 오기 전부터 허기를 느꼈어요.

곰곰생각하는발 2018-07-06 21:57   좋아요 0 | URL
1212단식법은 체중 감량은 할 수 없습니다. 12시간 공복부터 서서히 체지방을 없애는데 12시간 공복 후에 식사를 하니 말입니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더이상 살을 찌게 만들지는 않는, 가장 기본적인 공복 상태입니다. 그러니까 1212만 잘 지켜도 요요현상은 없다는 결론.. 입니다.

syo 2018-07-07 11:0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곰발님의 열정적이고도 과학적잉 1일1식 전도는 정말 읽을 때마다 실제로 전도가 되는데도 불구하고 전 왜 막상 실행을 못할까요.....

아, 눈물 살짝 났어. -_ㅜ

곰곰생각하는발 2018-07-07 16:07   좋아요 0 | URL
이건 정말 제 자랑을 좀 하자면 100% 이타적 마음으로 쓴 글입니다. 시민들이 하루빨리 다이어트의 고통에서 해방되었으면 합니다..


쓱쓱( 눈물 닦아주며 ).. 울지 마, 울지 마 !, 울지 마 !
 

 

 

 

 

 

 

 

 

 

 

 

 


 

​                                        

 

그녀에게  몽테뉴를  권한다  :



 


 



끼니를 굶는다는 즐거움





 

                                                                                                        몽테뉴는 16세기 인간이었지만 사실은 " 인류 최초의 20세기 인간 " 에 가까웠다. 그는 신이나 왕(권력)에게 관심을 가지기보다는 자기 자신에게 관심을 가진 " 관종 " 이었다. 몽테뉴는 몽테뉴를 메뉴(글감) 삼아 시시콜콜한 이야기로 " 라이프 스타일 " 을 창조한 최초의 현대인이었다. 그의 라이프 스타일을 살짝 엿보기로 하자.




    나는 낮에는 잘 수가 없다. 식사시간 사이에는 아무런 간식도 먹지 않으며, 새벽에는 조반을 먹지 않는다. 저녁을 먹은 후에 어느 정도의 시간―약 세 시간―이 지나지 않으면 잠자리에 들지 않는다. 나는 단지 밤 휴식시간 전에만 동침을 하며, 서서는 하지 않는다. 나는 땀이 잘 배는 물건은 쓰지 않는다. 나는 갈증을 해소하기 위해 순수한 물과 순수한 포도주는 마시지 않는다. 나는 모자를 쓰지 않고는 외출하지 않는다. 그리고 식사 후에는 머리를 깎지 않는다. 장갑을 끼지 않는 것은 속옷을 입지 않고 나가는 것처럼 곤란한 일이고, 식사 후와 아침 일찍 일어나서 씻지 않는 것도 마찬가지이며, 침대 위와 앞의 휘장이 없어도 그럴 것이다. 마치 이 모든 것들이 꼭 필요한 물건인 것처럼.

 

보셨는가 ?  위대한 몽 씨는 이토록 시시콜콜한 인간이었다. 독자 입장에서는 그가 간식을 먹든 안 먹든 " 안물안궁 " 이지만, 이 시시콜콜해서 쓸데없는 소리처럼 들리는 것들이 모여서 최초의 " 라이프 스타일 " 이 만들어졌다. 내가 << 수상록 >> 에서 주목한 대목은 " 새벽에는 조반을 먹지 않는다 " 는 문장이다.  서양에서는 원래 아침을 먹지 않았다. 물론 예외는 있었다. 힘든 농사일을 하기 위해 칼로리를 충분히 섭취해야 하는 빈민층은 농사철에는 아침을 먹곤 했다. 그렇기에 조반(아침 식사)은 몸이 허약하여 영양 공급이 필요한 어린이, 노인, 병자나 육체노동자들이나 먹는 것

이라는 생각 때문에 일반인은 아침을 먹지 않았다(설령, 먹는다 해도 사람들에게 아침을 먹는다는 사실을 털어놓지 않았다. 왜 ? 쪽팔리니까). 헤더 안트 앤더슨의 << 아침식사의 문화사 >> 에는 다음과 같은 문장이 나온다.



    아침을 먹는 것은 힘든 농사일을 하기 위해 칼로리를 충분히 섭취해야 하는 빈민층을 의미하기도 했다. 이는 아침식사를 일부에게나마 허락할 수 있는 근거였다. 하위층 농민과 육체노동자들은 고된 노동의 첫 몇 시간을 버텨 낼 에너지가 필요했으므로, 이들에게는 아침식사가 허락되었다. 또 어린이나 노인, 병자처럼 몸이 약해서 한낮의 식사 때까지 참고 기다리기 힘든 사람들은 죽 한 그릇으로 속을 채울 수 있었다. 결국 이유가 무엇이든 아침을 먹는다는 것은 비웃음을 사는 일이었다.


즉, 옛날 서양인은 가벼운 점심과 그보다 조금 더 충실한 저녁 만찬을 즐겼으니 요샛말로 " 16시간 간헐적 단식 16시간 금식 후 8시간은 먹는 방법(아침을 굶고 점심과 저녁만 먹는 방법)  " 을 생활화한 부류였던 것이다. 몽테뉴가 식사 시간 이외에는 아무런 간식도 먹지 않는다고 말한 것을 보면 그는 간헐적 단식을 철저하게 지킨 21세기 간헐적 단식 전도사였다. 몽테뉴라는 위대한 간헐적 단식 전도사'가 있다고 해서 프랑스를 부러워할 필요는 없다, 우리에게는 조선시대 간서치 이덕무가 있었으니까 !   도서관에서 책 구경 하다가 우연히 발견한 << 청장관전서, 13권 >> 은 금은보화'였다.

이덕무는 조선의 몽테뉴이자 스티븐 킹'이며 빅토르 위고, 루쉰, 도스토옙스키였다. 그의 문장과 내용은 배운 자와 (권력을) 가진 자'만이 쓰고 해독할 수 있는 문체에서 벗어나서 누구나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잡문이었다.  또한 계룡산에서 뜬구름이나 잡는 공자, 맹자'가 아니라 꽃, 지네, 빵 얘기를 하니 흥미진진하지 않을 수가 없다. 뒤늦은 후회이지만 지금은 절판되어 품절된,  솔출판사에서 출간한 13권짜리 << 청장관전서 >> 를 사두지 못한 것을 두고두고 후회하는 중이다. 내가 이 책에 대해 흥미를 가지기 시작한 이유는 " 쓸데없는 소리 " 를 잘한다는 데 있다.

지네가 닭을 산 채로 잡아먹는 방법과 카스테라 빵 만드는 요령도 나온다. 나는 이 쓸데없는 소리'가 좋다. 이덕무는 << 청장관전서 >> 에서 백성들은 하루에 평소 두 끼만 먹는다고 적는다. 내가 이 문장을 또렷이 기억하는 이유는 삼시 세 끼 신화에 어긋난다는 데 있다. 곰곰 생각하면 삼시 세 끼 신화는 허구다. 식사를 뜻하는 " 조석 " 이라는 단어가 朝 : 아침 조와 夕 : 저녁 석'으로 구성되어 있으니 옛 조상은 오래전부터 두 끼만 먹었던 것이다. 생명사상가 다석(多夕) 유영모는 " 하루 세 끼 음식을 먹는 것은 짐승의 식사법이요, 두 끼는 사람의 식사이고, 한 끼 음식이 신선의 식사법이다. " 라고 말했다. 그의 호 다석(多夕)은 세 끼를 한 끼에 몰아서 먹는다는 뜻이다. 폭식의, 과식의, 몰빵의 선구자인 셈이다. 이처럼 동서양을 막론하고 옛날에는 하루에 두 끼만 먹었다. 거칠게 말하자면   :   삼시 세 끼가 영양학적으로 건강한 식습관이라고 주장하는 전문가들은 비만을 조장하는 산업(먹거리, 의료, 다이어트 분야)에 봉사하는 좆문가1)다. 소비가 중심이 된 자본주의 체제에서 desire가 곧  needs이자 goods이다.

어제 유튜브에서 다이어트를 하는 여성의 일상 다이어트 식단을 엿보았다. 아침은 다이어트 저칼로리 식단, 아침 먹고 후식으로 과일, 아침과 점심 사이에 견과류로 간식, 점심은 다이어트 저칼로리 식단, 후식으로 과일, 점심과 저녁 사이에 저칼로리 간식, 저녁은 다이어트 저칼로리 식단, 후식은 과일 몇 점, 저녁 간식은 없어요. 저녁 늦게 먹으면 살찌니까요. 호호호.                  맙소사 !  나는 그 영상 밑에 댓글을 달았다. 당신에게 몽테뉴의 수상록을 권합니다.








​                             


1)   미국 개척사를 보면 미국은 19세기까지도 두 끼 문화가 정석이었다. 두 끼 문화에서 세 끼 문화로 발전하는 데 결정적 역할을 담당한 것은 켈로그'였다. 간편하게 한 끼를 해결할 수 있는 것이다. 드라이 시리얼 문화가 본격적으로 정착한 50년대부터 미국 비만 인구가 폭발적으로 증가했다는 사실은 무엇을 의미하는 것일까 ?  영양학의 전문가들은 항상 결식이 과식의 주범이라며 비만의 원흉이라고 지적하지만 < 두 끼 시대 > 와 < 세 끼 시대 > 중 비만 인구가 더 많았던 시절은 언제였나를 따져볼 필요가 있다. 소비 사회의 핵심은 과소비'다. 먹거리 산업 입장에서 보면 두 끼'보다는 세 끼가 유리한 시장'이다. 다이어트 산업도 마찬가지다. 다이어트 산업은 고객의 체중을 감량하는 것이 목적이지만 아이러니하게도 비만 인구가 증가해야 먹고 살 수 있는 산업이다. 세 끼로 몸을 불리고 헬스로 살을 빼십시오. 의료 산업은 ?  영양 과잉으로 인해 생기는 성인병이야말로 황금알을 낳는 거위'다. 세 끼로 병을 키우고 약으로 치료하십시오. 이들은 모두 세 끼 문화가 정착되어야지만 번성할 수 있는 산업이다. 현대인의 피곤은 결국 굶주림 때문에 발생하는 것이 아니라  많이 먹었을 때 발생한다. 굶으면 기운이 없다는 소리는 거짓말이다. 배가 부를수록 기운이 없다. 오히려 허기는 힘을 돋운다. 살찐 사람과 날씬한 사람 중에 누가 더 기운 없다는 소리를 자주 하는가. 권투선수는 링 위에 오를 때 살인적인 감량 과정을 거친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평생 일일일식을 실천했던 유영모, 함석헌, 칸트는 모두 장수했다. 유영모는 91세, 함석헌는 90세, 칸트는 80세까지 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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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삭매냐 2018-07-04 11:0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어제부터 읽기 시작한 에이모 토울스의
<모스크바의 신사> 주인공 로스토프 백작이
대부가 남긴 몽테뉴의 수상록을 고군분투하며
읽는 장면이 나오더군요.


곰곰생각하는발 2018-07-04 11:07   좋아요 0 | URL
작가가 몽테뉴 수상록을 비중 있는 소품으로 사용합니다. 재미있어요..

2018-07-04 12:12   URL
비밀 댓글입니다.

곰곰생각하는발 2018-07-04 12:23   좋아요 1 | URL
어제 본 다이어트 일상 영상 보니 그분은 자신이 너무 적게 먹고 있다고 생각하더군요. 깜놀했습니다... ㅎㅎㅎ

전세환 2018-07-04 15:2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요즘 아침 점심만 먹고 굶고 있었는데 이글보니 점심 저녁이 더 괜찮은 것 같네요ㅋㅋㅋ

곰곰생각하는발 2018-07-04 15:36   좋아요 0 | URL
서양에서 삼시세끼를 먹기 시작한 때는 산업혁명 때문입니다. 그전에는 점심, 저녁이었으니 16시간 간헐적 단식을 주우우우욱 해왔던 거죠.

수다맨 2018-07-06 12:4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흔히 정조는 오늘날 개혁군주로 알려져 있지만 문예 분야에 있어서는 수구적이고도 반동적인 면모(문체반정)를 보여주었던 위정자였지요.
위에서 이덕무 얘기가 나와서 생각나는 일화인데, 이덕무는 외적에 대비하는 실무적 방도들을 설명한 상소를 정조에게 올렸던 적이 있다고 합니다. 정조는 이덕무의 상소를 읽고 내용은 호평하나, 연암 박지원의 영향을 받은 불순한 문체(곰곰발님께서 말씀하신 잡문)를 쓰고 있다면서 크게 책망을 하지요. 결국 이덕무는 패관체의 문장을 썼다는 이유로 정조에게 자송문自訟文을 지어서 바치게 되는 곤욕을 치릅니다.
그러나 좋은 글들은 결국 시대의 억압에서 벗어나, 시간의 지층을 뚫고 오늘날에 이르기까지 그 진가를 발휘한다는 생각이 듭니다. 정조의 통치 하에서 집필된 복고적/반시대적인 글들은 오늘날까지 전해지는 것이 별로 없지만, 박지원과 이덕무의 글들은 여전히 널리 읽히고 있으니까요.

곰곰생각하는발 2018-07-06 15: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문체반정 아시는군요. 저도 이거 알면서 좀 웃기다.. 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정말 유교 사회에서는 시시콜콜한 것까지 다 참견했구나 싶습니다..이덕무 시간나시면 꼭 읽어보십시오. 훌륭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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쪽은 팔 수 없습니다 !


                                                                                                        서당 개 삼 년에 풍월을 읊는다는 속담이 있다. 마찬가지로 극장에서 삼십 년 영화를 보다 보면 자막 없이도 대충 영화를 이해할 수 있게 된다.

그리고 장르의 법칙에 익숙해지다 보면 돌아가는 꼴을 대충 지레짐작할 수도 있다. 궁예의 후예가 되어 미래를 예측할 수 있는 수준에 다다르게 되는 것이다. 남들이 주먹 불끈 쥐고 괄약근 꽉 조이며 영화 속으로 빠져들 때 당신은 웃으면서 코를 판다면....... 진정한 달인'이다. 앗, 블루스 윌리스가 귀신이었어 !                            경악, 충격, 공포에 술렁거릴 때 당신은 방귀 뀌며 hahaha !  극장에서 괄약근을 조이는 짓은 하수나 하는 일, 고수는 항상 괄약근을 푼 채 영화를 즐긴다. 영화 << 독전, 2018 >> 에서 감독이 관객에게 이선생, 누구게 ? _ 라는 떡밥을 던졌을 때 어느 정도 느와르라는

장르에 익숙한 관객이라면 5분 안에 이선생이 누구인지 인지했을 것이 분명하다. 이 영화가 때깔은 훌륭하나 개성 있는 색깔을 선보이는 데에는 실패한 이유이다. 만약에 당신이 영화 결말부에 이선생 정체가 폭로되었을 때 경악, 충격, 공포에 휩싸였다면...... 진정한 쪼다'다. " 이선생 " 은 누가 봐도 << 유주얼 서스펙트,1995 >> 의 카이저 소제'다. 영화 << 유주얼 서스펙트 >> 에서 " 카이저 소제 " 가 관객을 속이기 위한 맥거핀으로 작용했다는 사실을 계산한다면,  << 독전 >> 에서 케빈 스페이시 역할을 누가 담당하고 있는지 살펴보면 답은 나온다. 이런 영화는 서술보다는 진술(자)을 유심히 살펴보아야 한다.

그렇기에 이 영화 시나리오는 시나브로 산으로 간다.  선장이 산 정상에 올라 " 이 산이 아닌가벼 ! " 라고 넋두리하는 것은 배부른 소리다. 다만, 이 영화의 때깔만큼은 죽여준다. 미술, 편집, 음악 어느 하나 흠잡을 데 없다. 무엇보다도 이 때깔에서 6할 정도는 영화음악을 담당한 달파란 몫으로 돌려도 좋다. OST, 죽여준다. 누군가는 줄거리는 허접한데 지나치게 " 가오 " 만 잡는 영화라고 비판하는 이도 있으나,  나는 이 때깔을 비판할 생각은 없다. 이 영화는 느와르라는 형식을 빌렸으나 사실은 조폭영화의 변용에 가깝다. << 넘버 쓰리 >> 가 코미디라는 형식을 빌려 세태를 풍자한 이후

한국영화에 특화된 장르로 발전한 조폭영화는 코미디와 가족 드라마를 껴안으면서 한때 번성했으나 지금은 쇠락을 거듭한 결과 느와르라는 장르를 끌어들여서 다시 한 번 재기에 성공한다. 그렇기에 이 영화는 느와르 영화이면서 동시에 조폭영화 장르이다. 양아치에게 " 가오 " 는 그 무엇보다도 소중한 것이다.   양아치는 짝은 팔아도 쪽은 함부로 안 판다. 그렇기에 << 신세계, 2013 >> 에서 정철(황정민)은 칼빵에 몸부림치면서도 호기롭게 외친다. " 드루와, 드루와 ! "  가오'란 그런 것이여, 브라더.    그 맛에 불알후드들은 조폭영화를 보는 것이다. 재미있는 사실은 조폭영화가 느와

르라는 장르를 선택하면서 BL(BOY LOVE)를 끌어들인다는 점이다. 그 정점이 바로 밤꽃 향기 작렬하는 << 불한당, 2017 >> 이다. 이 영화는 밤꽃 냄새도 밤꽃 향기일 수 있다는 사실을 강조한다. 그리고 성소수자였던 감독이 만든 << 독전 >> 도 불알후드들의 멜랑꼴리한 핏빛 서정을 담고 있다. 끝으로 << 독전 >> 에서 흘러나왔던 곡, 하나 걸어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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