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스크바의 신사
에이모 토울스 지음, 서창렬 옮김 / 현대문학 / 201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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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 스 크 바 의   신 사   : 



 

킹스맨의 이토록 미니멀한 라이프 스타일



 

정오까지 잠을 잔 다음에 누군가를 시켜 쟁반에 받친 아침 식사를 가져오는 것. 약속 시간 직전에 약속을 취소해버리는 것. 한 파티장의 문 앞에 마차를 대기시킴으로써 얘기만 하면 즉시 다른 파티장으로 이동할 수 있게 하는 것. 젊었을 때 결혼을 피하고 아이 갖기를 미루는 것. 이런 것들이야말로 최고의 편리함이에요. 안나. 한때 난 그 모든 걸 누렸었죠. 그런데 결국 나에게 가장 중요했던 것은 불편함이었어요(555쪽)

 

- 모스크바의 신사 中, 에이모 토올스​ 

 






 

 





에이모 토올스 장편소설, 모스크바의 신사. 2016, 2017, 2018년 가장 많은 미국 독자를 사로잡은 책. << 뉴욕타임즈 >> 58주 베스트셀러, 버럭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 추천 도서, 아마존 굿리즈 선정 올해의 책 !  책을 두른 띠지 광고 문고'다. 띠지 특성을 고려하면 반은 믿고 반은 의심하라. 하지만 이 소설을 끝까지 다 읽고 나면 띠지의 과장 광고를 어느 정도 신뢰하게 된다( 경고 : 새끈빠끈하며 하드바디적인 프리즌 브레이크를 상상한다면 번지수가 틀렸다).

소설은 우아하고 정중하며 깊이 있다. 읽던 책을 잠시 덮고 나서 강원도 소녀 집에 전화를 걸었다. 그녀 이름은 오제미 씨'다. 재미네죠. 재미있나요 ?  재미있다고요 ?!  오, 재미있네.                    그렇다. 이 소설은 재미도 있다. 독자 여러분을 위해 잠시 소설 속 주인공 이름 정도는 소개하고 가자. 이분이 누구시냐면 " 성 안드레이 훈장 수훈자이며 경마 클럽 회원이고 사냥의 명인이시며 << 그것은 지금 어디 있는가 ? >> 라는 프롤레타리아를 고무 찬양한 위대한 시집을 낸 시인인 일렉산드로 일리치 로스토프 러시아 백작 " 이다. 굳이 백작이라는 작위와 칭호를 뺀다 해도 꼬리에 꼬리를 무는 통성명만으로도 그의 신분을 어느 정도 알 수 있다.

수식이 길다는 것은 향기 나는 족속이란 뜻이다. " 통성명 합시다. 나, 황만근이오 ! " 밑도 끝도 없이 잘라낸, 시적 간결함을 유지한 이 통성명에 비하면 로스토프 백작의 통성명은 얼마나 화려하고 고상한가. 하지만 볼셰비키는 혁명에 성공했고 왕의 목은 땅에 떨어졌다. 시대가 바뀐 것이다. 인민이 주인인 세상이 열린 것이다. 로스토프 백작은 그가 머물고 있던 메트로폴 호텔에 갇히게 되는 < 호텔 연금 종신형 선고 > 를 받는다. " ...... 살려는 줄게. " 이런 뉘앙스'다. 그리고는 이렇게 말한다. " 절대 착각하지 마시오. 만약 당신이 한 걸음이라도 메트로폴 호텔 바깥으로 나간다면 당신은 총살될 테니까. "  

소설은 그 후( 1922 ~ 1954 ) 를 다룬다. 화려한 호텔에 갇힌 종신 연금 생활자의 수감 기록인 셈이다. 이쯤 되면 우리는 성 안드레이 훈장 수훈자이시며 경마 클럽 회원이시고 사냥의 명인인 일렉산드로 일리치 로스토프 백작이 감쪽같이 호텔을 탈출하는 탈옥극 서사를 예상하지만 " 성안드레이훈장수훈자이시며경마클럽회원이시고사냥의명인이며프롤레타리아를고무찬양한위대한시집을낸시인이신 일렉산드로일리치로스토프백작 " 은 예상을 뒤집고 이 몰락에 대해 순응한다. 만연체를 사용하던 작가가 말년에 간결체를 받아들이듯이,  스위트룸에서 쫒겨나 좁디좁은 다락방으로 옮긴 백작은 생활하는 데 꼭 필요한 물건 몇 개만 챙긴다.

그는 이 호텔에서 대부분을 " 웨이터 로스토프 씨 " 로 생활한다.  화려한 수식을 버리고 시적 간결함을 획득한 것이다. 이 과정이 이 소설을 흥미롭게 만드는 대목이다. 이 소설에는 매우 상징적인 행위가 등장한다. 로스토프 백작은 몽테뉴의 수상록을 탁자 수평을 맞추기 위한 받침대 따위로 사용한다. 이 행위가 상징하는 것은 명백하다. 로스토프 백작은 " 몽테뉴적 인간 " 이 아니다. 하지만 세월이 흘러 그는 몽테뉴 대신 톨스토이 책을 받침대로 사용한다. 그리고는 << 수상록 >> 을 다시 읽는다. 그것은 로스토프 씨가 이제는 몽테뉴적 인간이 되었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다.

테뉴는 우리 시대 최초의 동시대인'이다. 인간은 몽테뉴 이전과 몽테뉴 이후로 나뉜다. 전자가 중세적 인간이라면 후자는 현대의 정신적 인간이다. << 수상록 >> 이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몽테뉴가 " 라이프 스타일(life style) " 을 창조(혹은 발명)한 최초의 유럽인'이라는 사실이다. 주인공은 귀족에서 인민으로, 그리고 백작에서 웨이터로 항로를 변경했으나 그는 자신의 라이프 스타일을 버리지는 않는다. 에티켓(매너)은 한때 귀족이었던 그의 훌륭한 무기'가 되었다.   Manners maketh man.  매너가 신사를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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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삭매냐 2018-07-01 23:5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주말에 읽어 보려고 금요일 오밤중에 서둘러서
주문장을 날렸지만, 당일배송 90% 확률이라던
책배송은 터미널 어딘가에서 오후 1시 36분에 멈춰
버렸습니다. 책을 주말에 못 받아 보게 된다는 사실
에 빡쳐 램프의 요정에 항의를 해볼까도 싶었지만,
애먼 택배 기사님을 잡을까봐 그만 두었습니다.

그렇게 가는 거죠 뭐. 당일배송 따위는 기대하지
않게 되었습니다. 순 거짓말이니깐요. 그런 거짓말
에 속은 사람은 빙신이지요.

그리하여 대신 하는 수 없이 크리스티안 크라흐트
를 읽었는데 재미가 쏠쏠했습니다...

그나저나 로스토프 백작의 연금과 호의호식은 히
틀러의 졸개들이 볼셰비키들의 적도를 위협하던
1941년 겨울에도 여전히 유효했는지 궁금하네요.

곰곰생각하는발 2018-07-01 23:56   좋아요 1 | URL
네에. 역사소설에 방점을 둔 영화는 아니기에 간단하게 묘사하고 지나갑니다.
소설 속에서 친구가 말하죠. 자네는 호텔에 갇힌 것을 두고 비극이라 생각하지만
사실.... 밖은 지옥이고 여기가 천국이라네.. 뭐, 이런 뉘앙스로 말을 합니다.
이 호텔은 지금도 모스크바에 있다고 합니다..
호텔에 생각보다 굉장히 커요...

배송이 늦어지는 까닭은 아마도 날씨 때문이겠죠. 책은 역시 주말에 도착해야 제맛인데 말입니다..ㅎㅎㅎ

라로 2018-07-02 13:2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버럭 오바마~~ㅎㅎㅎㅎㅎㅎㅎㅎㅎ 하튼 곰발님은 기발하셔!!ㅎㅎㅎㅎ
저도 이책 읽었는데 번역이 되었나봐요???
전 좋았어요. 이정도면 곰발님도 좋았다는 거죠???(꼭 확인해야 직성이 풀리는 단순녀;;;;)

곰곰생각하는발 2018-07-02 13:45   좋아요 0 | URL
네에. 저는 좋았습니다. 그나저나 라로 님 저의 깨알 같은 위트를 정확히 아시는군요.. ㅎㅎㅎ

2018-07-02 13:47   URL
비밀 댓글입니다.

라로 2018-07-02 14:14   좋아요 0 | URL
당근이죠~~~제가 자칭 곰발님 왕팬인데 그정도는 되어야죵~~~.^^;;;

2018-07-02 14:16   URL
비밀 댓글입니다.
 

 

 


 


                                                               


오 가 가 는   주 먹 질 에    불 타 는   사 랑   :




 



    영화, 독전 2018







 


                       

 < 거울 앞에 선 당신 > 이라는 제목으로 영화 << 달콤한 인생 >> 에 대한 리뷰를 작성한 적이 있다. 코미디를 중심으로 한 한국형 조폭 영화 장르가 흥이 쇠하자 그 대안으로 느와르를 끌어들인 영화'다. 외형은 느와르이지만 정확히 말하자면 코미디로 우려먹은 조폭영화'를 느와르라는 장르로 변용한 것이다.  내가 이 영화에서 주목한 대목은 보스(김영철)과 선우(이병헌)의 동성애 코드'였다. 하드코어 러브 라인'이라고나 할까 ? 

두 사람 사이에 흐르는 감정은 사랑에 눈이 먼 " 질투 " 다. 여자 희수(신민아)는 두 남자를 파괴하게 만드는 팜므 파탈 역'이다. 느와르 장르에서는 검열을 피하기 위해서 동성애를 의리(믿음), 충성심, 복수심 따위로 치환하는 경우가 많다. 불알후드는 사랑이라는 말을 하지 못해 의리, 의리, 의리를 외친다. 사실, 남녀를 불문하고 모든 사랑은 싸움에서 싹트는 것이 아닌가. 로맨틱 코미디가 서로 꼴도 보기 싫은 두 남녀가 티격태격 싸우다가 하룻밤에 만리장성을 쌓는 장르라면, 현대 느와르는 두 남자가 주먹질을 하다가 성감대에 눈뜨는 장르다. 이들에게는 주먹이 성감대요, 주먹질이 섹스'다.

내가 한국형 느와르 조폭 장르 영화 << 달콤한 인생 >> 이 동성애 코드를 숨기고 있다고 주장했을 때, 그 말을 제대로 듣는 이는 아무도 없었다. 하지만 최근의 느와르 영화인 << 불한당 >> 과 << 독전 >> 에 흐르는 야리꾸리하고 멜랑꼴리하며 제대로 어쭈구리한 분위기를 경험한 관객들은 내 주장이 꽤나 설득력이 있다는 사실을 뒤늦게 간파했을 것이다. 느와르 장르는 밤꽃 향기 작렬하는 다 큰 수컷들의 판타지'를 충족시키는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라캉의 거울단계를 통해서 자아를 인식하고 난 후, 이제 막 남근기에 접어든 얼라들의 판타지'다. 얼라(♂)는..... 고추에 관심이 아주 많답니다아.

그래서 느와르 장르 영화는 유독 자기 모습을 반사하는 거울 이미지에 집착한다. << 달콤한 인생 >> 은 온통 반사되는 것투성이'다. 선우는 밤 유리창 앞에서, 대리석으로 장식한 기둥 앞에서, 바닥에 깔린 반짝거리는 물성 앞에서 항상 자신의 모습을 본다. 그것은 프로이트가 말한 " 근원적 나르시시즘 " 이요, 라캉이 재해석한 " 거울단계 " 이다. 선우는 사방이 거울인 공간에 갇힌 주인공이다. 그들이 반짝거리는 것투성이 앞에서 응시하게 되는 것은 블랙 아르마니 슬림핏 수트 입은 남근이다. 매혹된다. 아따, 좆나 멋져부러.  그렇다면 왜 매혹과 남근은 떼래야 뗄 수 없는 젖은 땔감과 같은 관계일까 ?





아아, 거울 앞에 선 당신


 


                                                                                                 드라큘라는 목이 잘리거나 가슴에 말뚝이 박히지 않는다면 불로불사하는 존재'다. 때가 되면 죽을 수밖에 없는 운명을 가진 인간이 보기에 때가 되도 죽지 않는 운명을 가진 드라큘라는 이상한 존재가 아니라 이상적 존재'다. 그가 불로불사하는 데에는 거울에 자기 모습을 반영하지 않기 때문이다. 즉, 드라큘라는 거울 - 이미지가 없다.

그는 단 한번도 자신의 얼굴을 보지 못한 자'다. 혹은 볼 수 없는 자'다.      볼 수 없음, 이 가혹한 맹목이 그에게 영생을 준다. 드라큘라는 눈먼 자'다. 그리스 신화에서 거울 - 이미지는 " 대상과 정면으로 마주할 때 " 발생하게 되는데 < 보는 행위 > 는 상실이나 죽음의 오브제로 작동한다. 주신(酒神)인 디오니소스(바쿠스)는 " 다시 태어난 자 " 라는 뜻이다.  다시 태어났다는 말은 곧 죽은 적이 있다는 의미이다.  디오니소스가 거울에 반영된 자기 모습에 홀려 방심한 사이,  티탄이 그를 갈가리 찢어 죽이게 된다.  간단하게 요약하자면 디오니소스는 거울 - 이미지 때문에  죽었다.

디오니소스와 똑같은 운명을 가진 자가 바로 나르키소스와 메두사'다. 나르키소스는 물에 비친 반영을 보다가, 메두사는 페르세우스의 방패에 비친 반영을 보다가 죽는다. 셋은 모두 거울 - 이미지에 반사된 상(象)에 매혹된 자들이다. 그들은 거울을 통해 자신의 정면을 응시한다.  매혹을 뜻하는 fascination이라는 단어는 라틴어 fascinus와 관련이 있는데 fascinus는 발기된 음경'이라는 의미이다.  그들이 거울을 통해 본 것은 모든 성감대로 몰려있는 쾌락-몸'인 성기'다. 소크라테스는 " 너 자신을 알라 " 고 말하지만,  그리스 신화 - 서사'는 " 너 자신을 알면(보면) " 죽는다고 경고한다.

거울 속에 비친 상(象)은 위험한 욕망이다. 라캉은 디오니소스의, 나르키소시의, 메두사의 자기 환시'를 대상 소문자 a 로 해석한다. 인간은 a를 얻기 위해 다가가지만 막상 움켜쥐는 순간 죽음에 이르게 된다.  김지훈 감독이 연출한 << 달콤한 인생, A Bittersweet Life, 2005 >> 은 자신을 정면에서 응시한 자의 몰락을 다룬 영화'다. 조폭 사회는 불알후드(brotherhood)의 세계'다. 그곳은 동성애적 공간이기도 하다. 거칠게 다루는 하드코어 러브인 셈이다.  강 사장(김영철 분)과 선우(이병헌 분)는 유사 부자 관계이며 사제 관계처럼 보이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연인 관계처럼 보이기도 한다( 연인 관계라기보다는 선우가 강 사장을 짝사랑하는 것처럼 보인다. 혹은 어렴풋이 느끼고 있다).

그러니까 이 영화는 권력을 향한 " 자리싸움 " 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 사랑싸움 " 인 것이다. 선우가 자신의 동성애를 인식하게 되는 시점은 희수가 방송국에서 첼로를 연주하는 장면에서다. 그는 방송국 녹음실 안에서 유리 부스(booth) 너머 희수가 연주하는 모습을 정면으로 응시한다. 그동안 대상(희수)을 흘깃 곁눈질로 쳐다보기만 했던 그가 희수를 정면에서 오랫동안 응시하는 것은 이때가 처음이다. 내가 주목한 부분은 선우와 희수 사이에 놓인 유리라는 " 거울 - 이미지 " 로써의 물성(物性)이다. 이 장면은 선우가 타자를 응시하는 것이 아니다.  그는 디오니소스처럼, 나르키소스처럼, 메두사처럼 거울에 비친 자기 모습을 응시하고 있다. 

선우는 비로소 깨닫는다.  자신이 사랑하는 대상은 희수가 아니라 강 사장이라는 사실을 말이다. 그는  자신이 여성성을 가진 " 바텀(bottom) " 이라는 사실을 깨닫는다.  희수는 선우의 욕망이 투사된 거울 - 이미지이다.  바텀인 선우는 희수처럼 탑인 강 사장에게 사랑을 받고 싶은 것이다.  영화 << 달콤한 인생 >> 은 거울(자기 모습을 반사하는 것)에 대한 집착을 보여준다.  호텔 바 내부는 " 거울  이미지 " 로 이루어져 있다.  내부는 온통 반사되는 것투성이'다. 선우는 호텔 바 어디에 서 있어도 반사된 자신을 볼 수 있다. 그는 밤이 스며든 유리창에 비친 자신을 보며 황홀해 한다.

이 자기애'는 영화의 주제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그가 사랑하는 대상은 여자가 아니라 남자다. 자기애의 본질은 동성애'이니까.  이처럼 이 영화는 자기 반영에 대한 황홀경을 다룬다.  선우가 늦은 밤, 어둠이 깃든 유리 벽을 보며 샤도우 복싱을 하는 장면이 대표적이다. 거울을 보는 자,  죽는다.   영화 << 달콤한 인생 >> 은 잘 만든 느와르이면서 동시에 잘 만든 동성애 영화'다 ■

 



영화 << 독전 >> 은 원호(조진웅)와 락(류준열)의 러브라인을 다룬다. 주먹은 거친 사내들의 성감대요, 주먹질은 섹스'다. 오고가는 주먹질에 싹트는 사랑. 이 영화에서 유심히 살펴보아야 하는 대목은 프로덕션 디자인(미술디자인)이다. 이 영화는 << 달콤한 인생 >> 과 마찬가지로 반짝거리는 것투성이로 구성되어 있다. 거울 단계에서 벗어나 남근기에 다다른 주요 관객층을 겨냥한 서비스'다. 사춘기와 거울,  떼래야 뗄 수 없는 젖은 땔감 같은 관계가 아니던가. 이런 영화에 나오는 배우들은 모두 멋진 갑바'로 관객을 매혹시킨다. 봤냐, 내 갑바 !  영화 << 독전, 2018 >> 은 외양은 훌륭하나 아쉽게도 깊이는 없다.

삐까뻔쩍, 반짝거리기는 하나 깊게 파고드는 통점은 부족하다. 그것은 불알후드의 불꽃 튀는 케미'가 실패한 탓이다. 하지만 어떠랴.  이제 막 남근기에 접어든 얼라들의 호기심을 자극하는 데에는 성공한 영화'다. 훌륭한 연기라고는 할 수 없으나 비주얼만큼은 훌륭한 류준열의 날카로운 턱선이 당신의 심장을 베어버리리리. 독전의 영어 제목 << Believer >> 는 마치 << Belover(beloved) >> 처럼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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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 초 소 생 과   청 출 어 람  :





 



acknowledged by Ellison's work




 


                                                                                                          오따꾸는 자신이 허벌나게 빠져버린 분야에 대하여 남다른 자부심을 가지고 있다. 이 골목의 미친년은 나야 _ 이런 마인드를 가진 부류이다. 그렇기에 와이어-액션으로 화려한 율동을 선보이는 할리우드 액션 영화는 액션으로 치지도 않는다.

그것은 < 그림 > 이지 < 액션 > 이 아니다. 줄에 매달려서 이단옆차기 하는 게 무슨 액션인가. 꼭두각시야 ?  그거슨 아이스크림 액션이라구. 그들이 보기에 진짜 액션은 " 노 - 와이어 애크로바틱 하드, 하드, 하아아아드 액션 " 이다. 버스터 키튼, 이소룡, 성룡, 토니자는 그들이 섬기는 액션스타'이다. 그들은 우람한 체격은 아니나 잘 훈련된 이두박근과 삼두박근으로 거대한 남근을 뚝, 부러뜨린다. 주인공이 악당의 불알을 터트릴 때 아, 하게 된다. 이명박근혜 정권을 물리친 촛불민중도 일종의 액션영화'다. 민중의 이두박근(혹은 삼두박근)으로 거대한 이명박근'을 뚝, 부러뜨렸으니 말이다.

그 맛에 액션 영화를 본다(고 그들은 말한다). 횃불을 든 군중은 외쳤다. 시바, 봤냐 ?  나도 한때는 장르를 가리지 않고 영화를 보는 영화 오따꾸'였다. 액션 오따꾸들이 와이어 액션을 그림따위로 하찮게 취급하듯이 나 또한 컴퓨터그래픽으로 떡칠한 화면은 이발소에 걸린 피카소 그림따위로 취급하는 경향이 있었다(단, 예외는 있다. << 반지의제왕 >> 시리즈는 CG로 떡칠했으나 나는 그 예술성만큼은 인정한다). 남들이 << 아바타 >> 에 대하여 열광할 때, 더군다나 평단마저 숟가락 얹으며 동조할 때, 나는 조금 당황했다. 이 영화는 화려한 CG 그림만 빼고 보면 새로울 것 하나 없다.

이발소에 피카소 그림이 걸렸다고 해서 그 이발소가 미술관이 되는 것은 아니지 않은가. 하반신 마비를 당한 전직 해병대원이 아바타를 이용해 판도라 행성에 투입된다는 설정은 하바신이 마비된 남자가 인공적으로 만들어진 신체를 이용해 행성을 탐사한다는 폴 앤더슨의 SF 소설 << 콜미조 >> 와 판박이'다. 또한 지구인 남자가 행성 원주민의 문화에 동화되어 나중에는 원주민 편에 서서 싸운다는 설정마저 똑같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독창적인 세계관을 구축했다며 엄지 척을 세우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이런 영화, 재미없다. 제임스 카메론 감독은 창발성과는 거리가 멀다. 그가 빛을 발하는 대목은 " 오리지날 " 이 아니라 " 리바이벌 " 이다.

그는 남이 만든 원작을 바탕으로 속편을 만들 때 빛이 난다. << 에이리언 2 >> 는 뛰어난 원작 못지 않게 뛰어난 속편이다. 또한 그는 자신이 만든 << 터미네이터 >> 보다 더 뛰어난 << 터미네이터 2 >> 를 만든 감독이기도 하다. 그런데 그의 출세작 << 터미네이터,1984 >> 는 오롯이 감독의 오리지날 아이디어는 아니었다. 이 영화는 끊임없이 할란 앨리슨 작가의 << 아우터 리미트 >> 를 표절했다는 논란에 휩싸였고 결국에는 영화 크레디트에 영화 원작자로 할란 앨리슨을 올려야 했다. 터미네이터 크레디트 끄트머리에 보면 이런 표기가 눈에 들어온다. acknowledged by Ellison's work !   

제임스 카메론의 우라까이 정신을 폄하하고 싶은 마음은 없다. 나는 오히려 그의 우라까이 정신이 높이 사는 편이다. 오리지날만이 예술적 아우라를 획득하는 시대는 지났다. 이제는 원본에 대한 재해석의 영역으로 흐르는 경향이 있다. 근대와 그 이전이 불초소생의 미학( : 아버지보다 뛰어난 자식은 없다)이었다면 근대 이후는 청출어람의 미학( : 아버지보다 자식이 더 뛰어나다)적 가치를 인정하는 사조이다. 복사된 모나리자 그림에 수염 하나 그으면 예술이 되고, 모나리자 그림을 서른 개 연속으로 배치하고는 < 서른이 하나보다 낫다 > 는 제목으로 전시를 하기도 한다.

하늘 아래 새로울 것 하나 없다. 모두 다 부처님 손바닥 안이니까. 할란 엘리슨, 고인의 명복을 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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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 영화를 만나다

 

 

 

 


                                                                                                 맥락(脈絡 : 줄기 맥, 닿을 락)이란 줄기가 서로 연결되어 있는 계통이란 뜻으로 맥락관통하다는 말은 곧 맥락이 통한다는 뜻이다. 인디언들이 인삿말로 표현하는 " 미타구에 오야신 " 이란 말은 " 우리 모두는 하나로 연결되어 있다 " 는 의미이니 맥락관통하다는 말과도 맥락이 통한다.

스토리에서 맥락이 중요한 것은 서사의 통일성이 독자(혹은 관객)의 이해를 돕는 데 무엇보다도 중요하기 때문이다. 훌륭한 스토리는 1-2-3-4-5-6-7-8-9-10으로 연결되어 있다. 2단락은 1단락과 맥락이 닿아야 이야기 이해도를 높이고, 3단락은 2단락과 맥락이 닿아야 이야기 이해도를 높인다. 그런데 이야기가 1-2-5-6-8-10으로 전개되는 경우가 있다. 5단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3, 4단락을 참고해야 하나 생략되었으니 독자는 이야기를 파악하는데 어려움을 겪는다. 말 그대로 맥(락)이 끊긴 경우'이다. 굉장히 아카데믹한 말투를 사용하자면 순열의 불균질성은 텍스트 이해도를 떨어트린다.

쉽게 말하자면, 아니 업계 용어를 빌리자면 좆된 경우'다. 오랜만에 인생 영화를 만났다. 고경민 감독이 연출한 스릴러 영화 << 데자 뷰, 2018 >> 는 현대인의 고질병인 결정장애를 한방에 날려버릴 통쾌한 영화'다. 이 영화를 평가하는데 그 어느 누구도 주저하는 이 없으리라. 나는 이 영화가 시작한 지 1분이 지났을 때 이 영화의 주제를 파악했다. 이 영화, 좆됐네 !  캠코더로 찍은 것 같은 화면에 이천희, 남규리, 이규한의 영혼 없는 로봇 연기는 불난 데 기름을 부은 꼴이 되었다. 더군다나 겁나 형편없는 각본을 넘나 형편없는 감독이 찍으니 화룡점정이 되었다. 이 영화야말로 맥락이 제대로 끊겨서(1-3-5-7-9) 관객을 띄엄띄엄 보게 만드는 우를 범한다.

관객을 일삼오칠구로 보는 영화치고 성공한 영화는 없다. 하지만 이 영화가 모두에게 나쁜 영화는 아니다. 극심한 스트레스로 인해 화풀이할 대상을 찾는 이라면 이 영화는 욕받이용으로 훌륭하다. 극심한 스트레스로 배변 후 불쾌한 잔변이 남는 분이나 불면증, 식욕 부진, 잦은 체증 그리고 성욕 저하인 분이라면 이 영화를 향해 외치시라. 야, 이 시모노시끼 오호츠크해에서 잡힐 만한 새우 젓 같은 영화야 !                     얼음과자는 바밤바 쌍욕은 시밤바, 맛있어요.  쌍욕은 스트레스에 도움이 됩니다아. 영화 << 데자 뷰 >> 는 제목 그대로 어디서 본 듯한 장면의 연속이다. 데자뷰라기보다는 클리셰에 가깝다. 제 별점은요. ★ 1개 ( 별 만 개 만점 기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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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흥민이 미인이라구 ?! :








 


손흥민 미인



 



                                                                                                       군대 있을 때 " 가는귀먹었다 " .   말년 6개월을 날마다 총만 쐈다. 군대에서 총을 쏜 경험이 있는 이라면 케이투 소총의 격발음이 천둥소리보다 크다는 사실은 다들 아시리라.

비극은 내 총 솜씨에서 비롯되었다. 대대장은 승진 욕심에 총을 좀 쏜다는 병사를 소집해서 아침에 눈을 떠서 침낭 속에서 잠이 드는 순간 직전까지 총을 쏘게 만들었다. 방독면을 쓰고 사격을 하는가 하면 캄캄한 밤 12시에는 야간 사격 훈련을 받았다. 그렇게 하루에 평균 200발은 쏜 것 같다. 귀마개 없이 총을 쏴야 했기에 가는귀먹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비극이었다. 군대에서 가는귀먹었으니 국가를 상대로 오는귀도 먹게 해달라고 법적 투쟁을 벌이고 싶었으나 이미 엎질러진 물. 하여, 나는 사람이 많은 식당이나 음악소리가 시끄러운 곳에서 술을 마시면 상대방 말귀를 알아들을 수 없는 지경이 이른다.

내가 충무로 노포-들을 전전하며 술을 마시는 이유도 노포들은 대부분 조용하다는 데 있다. 가는귀먹은 내가 말귀를 알아들을 수 있으니 회춘한 기분이라. 오는귀먹는 기분이 이런 것이로구나, 한다. 캬, 좋다. 술맛. 가는귀를 먹다 보면 일상 생활에서 불편한 점이 한두 개가 아니다. 지난 촛불 집회 때는 < 박근혜는 퇴진하라 > 라는 구호가 자꾸 < 박근혜는 태진아랑 ??! > 으로 들려서 고개를 자꾸 갸우뚱거렸다. 아니, 아닌 밤중에 홍두깨라더니 최태민이 아니라 태진아랑 ?! 횃불을 든 시민들과 함께 청와대 근처를 배회하면서도, 이 숭고한 혁명의 밤에 나는 도대체 박근혜와 태진아는 어떤 관계인가를 두고 오랜 고민을 해야 했다.

도대체 두 사람은 무슨 관계냐 ? 김연자의 지루박 테크노 뽕짝 노래 << 아모르 파티 >> 도 그렇다. 가사는 대충 이렇다. 산다는 게다 그런 거지 / 누구나 다 빈손으로 와 / 소설 같은 한 편의 이야기를........ ( 후렴 ) 아모르 파티, 아모르 파티. 말해 뭐 해 쏜 화살처럼 / 사랑도 지나갔지만. 여기서 < 쏜 화살처럼 > 이라는 가사는 내 귀에는 < 손아섭(야구선수)처럼 > 으로 들린다. 어제 2107년 월드컵 축구 한국 vs 독일 경기를 다시 보면서 가는귀의 위력을 느낄 수 있었다. 손흥민이 두 번째 골을 넣자 해설위원들은 하나같이 손흥민을 목이 터져라 외쳤다.

손흥민 !!!!!!!!!!!!!!!!!!!!!!!!!!!!    그러나 내 가는귀에는 " 손흥민 미인 " 으로 들린다. 허, 저렇게 새끈빠끈한 멋진 남자를 미인이라고 하니 환장할 노릇이다. 손흥민이 미인이라니 동의하지 못하겠다.  이 글을 읽고 낄낄거리며 웃은 이 있다면 공감하리라. " 오독(착각) " 은 재미를 선사한다.  그렇기에 나는 수전 손택의 < 해석을 반대한다 > 를 지지한다. 몇몇 전문가들이 권위를 내세워서 해석을 독점하는 것은 재미가 없을 뿐만 아니라 그 해석에 무비판적으로 받아들이는 행위는 기득권에 복종하는 노예 근성에 지나지 않는다. 텍스트는 항상 열려 있어야 한다. 좋은 문학은 다층적이다.

하여, 영화 << 킹콩 >> 에 대하여 : 이 영화는 거대한 남근을 가진 흑인에 대한 백인 남성의 콤플렉스입니다, 쪼다새끼들 _ 이라거나 성기 사이즈가 서로 맞지 않아서 발생하게 되는 연인의 섹스 트러블을 다룬 영화랍니다 _ 라는 내 지적에 대하여 크게 비난할 필요가 없는 것이다. 내가 영화 << 디워 >>  에 대하여 직선과 곡선의 투쟁을 다룬 영화라고 말했다고 욕 먹은 것을 생각하면......      2017 월드컵 축구 한국 vs 독일 경기도 따지고 보면 오독이 낳은 즐거움이다. 전세계 전문가들의 예상대로 서사가 흘렀다면 이처럼 지구촌이 희희낙락했을까 ?  누가 독일의 패배를 읽었으랴. 

어느 배팅 업체는 이런 말을 했다. 한국이 독일을 2 : 0 으로 이길 확률보다는 독일이 한국을 7 : 0 으로 이길 확률이 높습니다. 틀리면 손에 장을 지지겠소. 그들은 텍스트를 오독한 것이다. 그리고 모두의 오독(해석)을 깨고 한국이 반전을 엮을 때, 흥이 폭발하게 되는 것이다. 이처럼 오독은 재미없는 서사를 재미있게 만드는 힘을 준다. 예상 가능한 해석은 재미없다. 해석과 착각의 공통점은 자유'다. 롤랑 바르트는 말했다. 저자는 죽었다. 독자여, 맘껏 즐겨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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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6-29 12:4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8-06-29 22:00   URL
비밀 댓글입니다.

나와같다면 2018-06-29 16:1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16강 꾸역꾸역 창피하게 올라간 일본의 경기 보셨나요?
정말 일본스럽다는 말 밖에는..
정의도 없고.. 도덕성도 없는

곰곰생각하는발 2018-06-29 22:00   좋아요 1 | URL
월드컵 끝나면 제일 인상깊은 경기로 아마 한국독일전 뽑겠죠 ?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