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 탕 과 딸 기 :
食 :
먹을 식
말론 브란도, 알랑 드롱, 이소룡, 율 브리너, 아인슈타인, 세종대왕, 이순신 장군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 아리송하다면 이 목록에, 흐흐흐흐.... 옆집 아줌마와 아저씨도 추가하자.
이들이 공통적으로 제일 좋아하는 것은 무엇일까 ? 아줌마와 아저씨'라는 힌트에서 대부분은 음흉한 미소를 띄우리라. 그렇다, 그거슨 바로 설탕이다(섹스라고 지레짐작하신 이웃은 뭐 눈에 뭐만 보이는 꼴이니 반성들 하시라. 성욕이 너무 투머치하시다. 당신이 제일 좋아하는 것이 꼴랑 그깟 섹스 나부랭이란 말입니까, 네에 ? 안철수 성대모사를 하자면 어우, 실망입니다아). 90년대, 내가 좋아했던 밴드는 서태지가 아니라 삐삐밴드였다. " 식사하셨어요 / 별일 없으시죠 ? ( 안녕하세요 가사 )" 라고 겸손하게 안부를 묻던 밴드는 어느 날 생방송 도중 카메라를 향해 침을 뱉었다가 작살이 나고야 말았다1).
음악캠프에서 < 러시아 라이터 2) 쇼 > 를 선보인 인디밴드 카우치와 함께 삐삐밴드는 동방예의지국에서 건방 떨다가 추방되었다. 방송통신심의위원들은 극약처방을 내렸다. 도끼로이마깐데깐데또까 형벌을 내린 것이다. 하지만 나는 이 뺀드 앨범이 음악성만큼은 뛰어난 수작이었노라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다고 아니 말할 수 있는 사람은 없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아니 들 수가 없다. 내가 좋아하는 노래는 << 설탕 >> 3) 이다. 보컬 이윤정은 막돼먹은 목소리로 노래한다. 배트맨도 슈퍼맨도 너무나도 좋아하지 / 원숭이 아저씨도 너무나도 좋아하지..... 왕자님도 공주님도 너무나도 좋아하지
옆집 사는 아줌마도 너무너무 좋아하지 ...... 아인슈타인, 세종대왕, 이순신 장군, 춘향이, 마론 브란도, 율 부린너 에오~~ 어디 설탕뿐이랴. 똑같은 질문을 다시 던져보자. 사람이 제일 좋아하는 것은 무엇인가 ? 食 ( : 밥, 음식, 먹다, 먹이다 ) 이다. 한자 食은 사람 인 人 + 좋다 량 良 으로 구성되었다. 말 그대로 배열하자면 " 사람이 좋아하는 것 " 이란 의미를 담고 있는 것이다. 갑골문자적 세계관을 적용하자면 사람이 좋아하는 것에 대한 답은 바로 " 밥(을 먹다) " 이다. 성욕보다는 식욕이 우선인 것이다. 식욕이 백두산이라면 성욕은 한라산이라고나 할까.
하지만 식욕과 성욕은 떼래야 뗄 수 없는 젖은 땔감 같은 관계이니 둘은 같다고는 말할 수 없으나 유사성은 인정해야 하지 않을까. 최근 유행하는 말을 인용하자면 아니구나, 둘이 멀다고 하면 안 되갔구나. 사실, 삐삐밴드의 << 설탕 >> 이라는 노래 가사를 잘 들어보면 설탕이 섹스에 대한 은유라는 사실을 알아차릴 수 있다. 이 은유는 검열을 피하기 위한 수단이다. 그래서 나는 이 노래를 들으면 침이 고이기보다는 먼저 꼴린다. 특히 " 원하는 기대에 걱정도 많이 있고...... " 라는 부분에서는 지루를 희망하는 조루 인생의 심리를 반영하는 것 같아 정력이 부실한 한국 남성의 비루한 능력 앞에 쓴웃음이 나곤 한다.
과연 화끈한 밤을 고대하는 애인의 기대에 부흥할 수 있을까 ? 뭐, 그런 걱정. 그래, 나 조루다. 이 앨범에 담긴 또 다른 곡 << 딸기 >> 라는 노래는 여성의 클리토리스에 대한 은유를 담고 있다. 이 노래는 여성 연대를 강조한다. 몸에 가지 달린 분 말고 딸기 달린 분들만 모이셔셔셔셔. 이윤정은 노래한다. 가지 싫어, 딸기 좋아 ! 뭐, 이런 파격적인 가사 내용이다. 삐삐밴드는 대부분 이런 식이다. << 유쾌한 씨의 껌 씹는 방법 >> 이라는 독특한 제목의 노래는 어떤가. " 유쾌한 " 은 " 육(肉)쾌락 " 으로 들린다. 여기에 " 씹 ~ " 과 결합하여 성적인 이미지를 떠올린다.
머릿속에는 온통 육체적 쾌락에 골몰하는 한국 남성에 대한 신랄한 조롱이라고나 할까. 아니면 말고. 범성론자인 나는 대중문화를 대부분 이런 식으로 해석하는 경향이 있다. 시시껄렁한 포스트이니 시시껄렁하게 끝을 맺도록 하겠다. 식욕이 떨어지면 성욕도 감소한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는 사실은 다들 아시리라. 설탕과 섹스는 멀다고 하면 안 된다 ■
1 ) https://youtu.be/6-iHOvg17OA : 가운뎃손가락과 침 뱉기
2 ) 러시아어로 라이터를 " 자지깔까 зажигалка " 라고 한단다.
3 ) 설탕 가사
감춰진 비밀 같은 알 수 없는 이유인데 / 필요할땐 언제나 어디서나 준비해둬
배트맨도 슈퍼맨도 너무나도 좋아하지 / 원숭이 아저씨도 너무나도 좋아하지
꿈속의 상상은 모두 거짓말 일꺼야 / 너무나 달콤해 혓바닥 위의 설탕은
원하는 기대에 걱정도 많이 있고 / 옛부터 지금도 앞으로도 그럴꺼야
왕자님도 공주님도 너무나도 좋아하지 /옆집 사는 아줌마도 너무너무 좋아하지
처음부터 당연한건 현실에서 알 수있어 /천국에도 지옥에도 가본적이 없으니까
마론 브란도, 율 부린너, 이소룡, 아랑드롱 / 아~ 배트맨도, 슈퍼맨도 좋아하는, / 아~ 원숭이 아저씨도 좋아하는. / 아~ 옆집사는 아줌마도 좋아하지. / 아~ 왕자님도, 공주님도 좋아하지 / 아인슈타인, 세종대완, 이순신 장군, 춘향이, / 마론 브란도, 율 부린너 에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