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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    탕    과        딸    기     :



 




食 :

을 식

 

 

 

말론 브란도, 알랑 드롱, 이소룡, 율 브리너, 아인슈타인, 세종대왕, 이순신 장군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  아리송하다면 이 목록에, 흐흐흐흐....   옆집 아줌마와 아저씨도 추가하자.

이들이 공통적으로 제일 좋아하는 것은 무엇일까 ?  아줌마와 아저씨'라는 힌트에서 대부분은 음흉한 미소를 띄우리라. 그렇다, 그거슨 바로 설탕이다(섹스라고 지레짐작하신 이웃은 뭐 눈에 뭐만 보이는 꼴이니 반성들 하시라. 성욕이 너무 투머치하시다. 당신이 제일 좋아하는 것이 꼴랑 그깟 섹스 나부랭이란 말입니까, 네에 ?  안철수 성대모사를 하자면 어우, 실망입니다아). 90년대, 내가 좋아했던 밴드는 서태지가 아니라 삐삐밴드였다. " 식사하셨어요 / 별일 없으시죠 ? ( 안녕하세요 가사 )" 라고 겸손하게 안부를 묻던 밴드는 어느 날 생방송 도중 카메라를 향해 침을 뱉었다가 작살이 나고야 말았다1).

음악캠프에서 < 러시아 라이터 2)> 를 선보인 인디밴드 카우치와 함께 삐삐밴드는 동방예의지국에서 건방 떨다가 추방되었다. 방송통신심의위원들은 극약처방을 내렸다. 도끼로이마깐데깐데또까 형벌을 내린 것이다. 하지만 나는 이 뺀드 앨범이 음악성만큼은 뛰어난 수작이었노라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다고 아니 말할 수 있는 사람은 없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아니 들 수가 없다. 내가 좋아하는 노래는 << 설탕 >> 3) 이다.  보컬 이윤정은 막돼먹은 목소리로 노래한다.  배트맨도 슈퍼맨도 너무나도 좋아하지 / 원숭이 아저씨도 너무나도 좋아하지..... 왕자님도 공주님도 너무나도 좋아하지

옆집 사는 아줌마도 너무너무 좋아하지  ...... 아인슈타인, 세종대왕, 이순신 장군, 춘향이, 마론 브란도, 율 부린너 에오~~                         어디 설탕뿐이랴. 똑같은 질문을 다시 던져보자.  사람이 제일 좋아하는 것은 무엇인가 ?  食 ( : 밥, 음식, 먹다, 먹이다 ) 이다. 한자 食은 사람 인 人 + 좋다 량 良 으로 구성되었다. 말 그대로 배열하자면 " 사람이 좋아하는 것 " 이란 의미를 담고 있는 것이다. 갑골문자적 세계관을 적용하자면 사람이 좋아하는 것에 대한 답은 바로 " 밥(을 먹다) " 이다. 성욕보다는 식욕이 우선인 것이다. 식욕이 백두산이라면 성욕은 한라산이라고나 할까.

하지만 식욕과 성욕은 떼래야 뗄 수 없는 젖은 땔감 같은 관계이니 둘은 같다고는 말할 수 없으나 유사성은 인정해야 하지 않을까. 최근 유행하는 말을 인용하자면 아니구나, 둘이 멀다고 하면 안 되갔구나. 사실, 삐삐밴드의 << 설탕 >> 이라는 노래 가사를 잘 들어보면 설탕이 섹스에 대한 은유라는 사실을 알아차릴 수 있다.  이 은유는 검열을 피하기 위한 수단이다. 그래서 나는 이 노래를 들으면 침이 고이기보다는 먼저 꼴린다. 특히 " 원하는 기대에 걱정도 많이 있고...... "  라는 부분에서는 지루를 희망하는 조루 인생의 심리를 반영하는 것 같아 정력이 부실한 한국 남성의 비루한 능력 앞에 쓴웃음이 나곤 한다. 

과연 화끈한 밤을 고대하는 애인의 기대에 부흥할 수 있을까 ?   뭐, 그런 걱정. 그래, 나 조루다.  이 앨범에 담긴 또 다른 곡 << 딸기 >> 라는 노래는 여성의 클리토리스에 대한 은유를 담고 있다. 이 노래는 여성 연대를 강조한다.  몸에 가지 달린 분 말고 딸기 달린 분들만 모이셔셔셔셔. 이윤정은 노래한다. 가지 싫어, 딸기 좋아 !  뭐, 이런 파격적인 가사 내용이다.  삐삐밴드는 대부분 이런 식이다. << 유쾌한 씨의 껌 씹는 방법 >> 이라는 독특한 제목의 노래는 어떤가. " 유쾌한 " 은 " 육(肉)쾌락 " 으로 들린다. 여기에 " 씹 ~ " 과 결합하여 성적인 이미지를 떠올린다.

머릿속에는 온통 육체적 쾌락에 골몰하는 한국 남성에 대한 신랄한 조롱이라고나 할까. 아니면 말고. 범성론자인 나는 대중문화를 대부분 이런 식으로 해석하는 경향이 있다 시시껄렁한 포스트이니 시시껄렁하게 끝을 맺도록 하겠다. 식욕이 떨어지면 성욕도 감소한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는 사실은 다들 아시리라. 설탕과 섹스는 멀다고 하면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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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   https://youtu.be/6-iHOvg17OA : 가운뎃손가락과 침 뱉기

2 )   러시아어로 라이터를 " 자지깔까 зажигалка  " 라고 한단다.


3 )   설탕 가사


감춰진 비밀 같은 알 수 없는 이유인데 / 필요할땐 언제나 어디서나 준비해둬
배트맨도 슈퍼맨도 너무나도 좋아하지 / 원숭이 아저씨도 너무나도 좋아하지
꿈속의 상상은 모두 거짓말 일꺼야 / 너무나 달콤해 혓바닥 위의 설탕은
원하는 기대에 걱정도 많이 있고 / 옛부터 지금도 앞으로도 그럴꺼야
왕자님도 공주님도 너무나도 좋아하지 /옆집 사는 아줌마도 너무너무 좋아하지
처음부터 당연한건 현실에서 알 수있어 /천국에도 지옥에도 가본적이 없으니까
마론 브란도, 율 부린너, 이소룡, 아랑드롱 / 아~ 배트맨도, 슈퍼맨도 좋아하는, / 아~ 원숭이 아저씨도 좋아하는. / 아~ 옆집사는 아줌마도 좋아하지. / 아~ 왕자님도, 공주님도 좋아하지 / 아인슈타인, 세종대완, 이순신 장군, 춘향이, / 마론 브란도, 율 부린너 에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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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6-04 09:2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8-06-04 09:30   URL
비밀 댓글입니다.

겨울호랑이 2018-06-04 09:3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삐삐밴드 음악을 들었을 때 많이 낯설다는 느낌을 받았었는데, 곰곰발님 말씀을 듣고 보니 시대를 앞서 간 그룹이었다는 생각이 드네요^^:)

곰곰생각하는발 2018-06-04 10:02   좋아요 1 | URL
시대를 앞선 밴드라는 말은 사실일 겁니다.. 시대를 앞서간 펑크 밴드였어요. 지금 들어도 음악이 여전히 세련되었잖아요..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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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 일 일 식 에   답 한 다    :


 



먹고사는 일



 


                                                                                                                                                                                                < 먹고살다 > 라는 동사는 있어도 < 살고먹다 > 라는 동사는 없다. < 食 : 먹다 > 는 행위가 < 生 : 살다 > 라는 행위에 앞서는 것으로 보아 < 먹기 위해서 사는 행위 > 가 < 살기 위해 먹는 행위 > 보다 중요하다는 것을 지시하는 단어이다.

단군 이래로 가방끈이 가장 길다는 세대가 듣기에는 아따, 참말로 교양 없게시리 겁나 무식한 라이프 스타일이다. 날씬하게 살기 위해서 소식하는 다이어터에게는 더더욱 그렇다. 인생의 목표를 먹는 데 중점을 두다 보면 비만이 되기 일쑤이니 말이다.  쉼표 없이 말하겠다  :  하지만 먹고사는 짓(일)은 인류의 역사를 꼼꼼이 살펴보면 수긍하지 않을 수 없는 대목이 많다며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다고 항문에 힘주고 말하고 싶지 아니 하다 말할 수 있다/없다 ?!  인류는 17만 년 동안 굶주림과 싸워야 했다.  식사하셨어요 _ 라고 안부를 묻는 것은 아이러니하게도 당대 사람들이 수시로 밥을 먹지 못하는 날들이 많았기 때문이다.

그 옛날 사람들에게 끼니를 굶지 않는 것은 미용 차원이 아니라 생존 문제에 가까웠다. 세상은 변해서 지금은 식량이 풍부한 사회가 되었지만 허기에 대한 공포는 지금도 퇴화된 흔적 기관처럼 떠돌아 여전히 유통되고 있는 것이다. 식사하셨어요.......    궈궈궈궈... 식사.....     하셨어요요요요요요요 ?  ....... 궈궈궈궈.... 식사... 하아..셨어어어.......어요요요요요요.....                          이처럼 인류는 17만 년 동안 굶주린 상태에 직면했기에 몸은 굶주림에 최적화된 상태로 진화했다.  다시 말해서 몸은 공복일 때 최상의 컨디션을 유지할 수 있도록 진화한 것이다.

그런데 세상이 변해서 만성적 포만 상태가 지속되는 상황에 직면했으니 몸 입장에서 보면 만복이 지속되는 상황은 17만 년의 비서(秘書)인 메뉴얼에는 없는 비상사태인 경우'다. 삼시 세 끼는 공복과 만복의 반복을 거스르는 식습관으로 만복의 무한한 반복을 연출한다. 청소 노동자인 오장육부는 과도한 업무량으로 인하여 결국 빗자루와 걸레를 내던지고 일손을 놓는다. 씨이이이발, 더 이상 못해 먹겠다아.                       그 결과가 비만과 성인병이다. 일일일식에 답한다는 부제를 달아놓고서는 엉뚱한 신소리나 한다며 주둥이가 댓 발 나오신 분들은 여기서 읽기를 멈추는 것이 좋다. 

쓸데없는 신소리를 이어가도록 하자. 사상가 함석헌이라는 이름을 들어본 사람은 있어서 유영모라는 이름은 생소할 것이다. 생명 사상가 다석(多夕) 유영모 선생은 함석헌의 스승이다. 우선, 다석 (多夕)이라는 호가 눈에 띈다. 저녁을 많이 ?!  살펴보니 " 세 끼를 합쳐 저녁에 몰아서 먹는다 " 는 뜻이란다. 이 위대한 사상가가 몰빵 미학을 실천하는 사상계의 원조 먹방 요정이었단 말인가 ?  허어, 이 노인네......                        고개를 갸우뚱갸우뚱할 때 그가 남긴 어록이 눈에 들어온다. " 하루 세 끼 음식을 먹는 것은 짐승의 식사법이요, 두 끼는 사람의 식사1)이고, 한 끼 음식이 신선의 식사법이다. "

무릎 탁, 치고 아, 하게 된다. 그는 죽기 전까지 하루에 한 끼만 먹는 일일일식을 실천했다고 한다. 제자 함석헌도 평생 1식을 실천한 사상가였다. 다석의 지적은 내가 그동안 하고 싶었던 말을 압축해서 보여준 사례이다. 동양에 유영모가 있었다면 서양에는 철학자 칸트가 있었다. 그 또한 죽을 때까지 일일일식을 실천했던 사람이었다. 여담이지만(출처가 불분명해서 자신있게 말하기는 주저되지만), 아이비리그에 소속된 교수 1000명이 교양 학문 분야에서 위대한 업적을 남긴 천재 10인을 선정한 적이 있는데 그중에서 7명이 일일일식을 실천한 인물들이었다고 한다.  이 사실만 놓고 보아도 굶주림이 업무에 차질을 준다는 말은 새빨간 거짓말이다.

오히려 정신과 육체의 집중력을 높인다(배부른 사자보다는 굶은 사자가 더 민첩한 경우). 일일일식은 만복과 공복의 반복을 재현하는 방식이다.  그것은 과도한 업무량으로 쓰러질 지경에 다다른 청소 노동자인 오장육부에게 휴식을 부여하는 일이기도 하다.  또한 가사 노동에 시달리는 노동자의 업무를 덜어주는 일이기도 하다.  이 정도면 일석삼조가 아닐까 ?  시작이 반이란 소리가 있다.  이 소리를 살짝 비틀어서 나는 이렇게 말하고 싶다. 시장이 반찬이다 !   24시간 공복 후에 먹는 밥상은 비록 그것이 걸인의 찬이라 해도 황금 밥상일 수밖에 없다.  겁나 맛있어. 하여, 나는 여러분에게 일일일식을 권한다.

 

 

 

 

덧대기

피로(疲勞)와 피곤(疲困)은 얼핏 비슷해 보이지만 차이가 있다. 피로(疲勞)는 지나치게 몸을 움직여 일해서(勞) 몸이나 정신이 힘든 상태를 말하는 것이고, 피곤(疲困)은 노(勞)가 아니라 곤(困) 때문에 몸이나 정신이 힘든 상태를 뜻한다. 여기서 한자 곤(困 : 졸리다, 기운 없다, 괴롭다, 지치다)은 입 구(口)에 나무 목(木)이 들어찬 형상이다. 입안 한가득 찬 형국이다. 현대인의 피곤은 결국 굶주림 때문에 발생하는 것이 아니라  많이 먹었을 때 발생한다. 굶으면 기운이 없다는 소리는 거짓말이다. 배가 부를수록 기운이 없다. 오히려 허기는 힘을 돋운다. 권투선수는 링 위에 오를 때 살인적인 감량 과정을 거친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평생 일일일식을 실천했던 유영모, 함석헌, 칸트는 모두 장수했다. 유영모는 91세, 함석헌는 90세, 칸트는 80세까지 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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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삼시 세 끼는 현대 산업 사회가 만들어낸 허구라는 사실은 이미 수차례 언급한 적 있다. 한국인은 오랫동안 삼시 두 끼의 식문화를 가지고 있었다. 그것은 서양도 마찬가지였다. 전문가들은 앵무새처럼 삼시 세 끼가 인류에게 최적화된 식사법이라고 주장하지만 사실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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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로 2018-06-03 07:1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는 먹으러 대만가고 싶었는데... ㅎㅎㅎㅎ

곰곰생각하는발 2018-06-03 07:27   좋아요 0 | URL
식도락 여행 좋죠. 여행 가서 실컷 먹는 즐거움은 여행의 목적... ㅎㅎ

2018-06-03 07:4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8-06-03 07:52   URL
비밀 댓글입니다.

syo 2018-06-03 09:1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먹는 거 환장하는 저 같은 인간에게 1일1식이란 의지의 영역을 넘어 재능의 영역인디요....ㅠ

곰곰생각하는발 2018-06-03 09:29   좋아요 0 | URL
저도 어릴 때 식탐 많다는 소리 많이 들었는데... 나이 들면 사라지더군요..

마태우스 2018-06-03 11:5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일일일식이요 듣기만 해도 어지러워지는데요ㅠㅠ 어느 정도의 경지에 오르면 함석헌 선생을 가르칠 수 있는지, 그리고 1일1식을 할 수 있는지 상상이 안가요. 전 사람을 노리며 1일2식하겠습니다.

곰곰생각하는발 2018-06-04 08:50   좋아요 0 | URL
1식은 하드하고 2식이 소프트하니깐 2식이 최상의 간헐적 단식이란 생각이 듭니다. 분명한 것은 현대인이 너무 많이 먹는다는 점일 겁니다. 몸이 가벼우니깐 좋더라고요..ㅎㅎ

수다맨 2018-06-03 14:4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도 일일 일식까지는 아니지만 요즘은 저녁을 풍성하게 먹고 아침/점심은 가능한 적게 먹거나, 안 먹는 경우가 많아지더군요. 일일일식을 실천하려는 마음에서 그러는 게 아니라, 그저 아침점심을 먹으면 속이 부대끼는 경우가 많아졌습니다.
그동안 잘 지내셨습니까? 한동안 바빠서 곰곰발님 블로그에 들를 여유도 없었네요.

곰곰생각하는발 2018-06-04 08:51   좋아요 0 | URL
전 잘 지내고 있습니다. 수다맨님 근황이 궁금하군요. 조만간 탑골에서 봅시다아.. ^^
 
미스 마플이 울던 새벽
김살로메 지음 / 도서출판 아시아 / 201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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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니멀 룩의 정석


 

 


                                                                                                       책을 읽을 때 본문 뒤에 부록처럼 붙은 작품 해제는 잘 읽지 않는 편이지만 < 작가의 말 > 은 꼭 읽는 편이다. 글쓴이의 궐기를 가름하기 위해서다. 신형철 문학 평론집 << 몰락의 에티카 >> 에 붙은 작가의 말을 읽고 나서 크게 실망한 적이 있다.  궐기는 없고 온통 문학과 문단 기득권을 향한 아부가 팔 할이었다.  스타 평론가라는 양반이 문단 기득권을 향해 양 손바닥을 어찌나 싹싹 비비던지 똥파리 못지않은 코스프레였다. 꼭, 그렇게 해야겠니 ?    애피타이저 맛이 떨떠름하다 보니 메인 요리에 대한 기대를 접은 상태에서 맛을 보니......     

김살로메의 일천 글자 미니 에세이  << 미스 마플이 울던 새벽 >> 에 붙은 작가의 말은 꽤 근사하다. 애피타이저가 입맛을 돋우니 메인 요리에 대한 기대가 한껏 부풀 수밖에 없다.  메인 요리 음식'은 뙇 ~  열무김치말이국수'다. 더운 날에 이보다 좋은 요리도 없다. 소박해서 부담 없는 맛이다. 김살로메 문체는 단정하다. 옷맵시로 치자면 이 옷 저 옷을 겹쳐 입는 레이어드룩( : 옷을 여러 겹으로 껴입는 스타일)보다는 미니멀룩( : 장식적인 패션에 반反하여 극도로 심플함을 추구하는 패션)에 가깝다. 이런 취향은 아무래도 로맨스보다는 하드보일드 장르가 제격이다.

아니나 달라. < 문체 미학의 경제성 > 이라는 에세이는 그의 문장론을 잘 보여준다. 그는 자신의 취향이 " 담백하고 건조한 문장을 선호하는 취향 " 이라고 고백한다. 나 또한 그의 문학적 취향을 지지하는 쪽이다. 문장을 가지고 지나치게 쪼물딱거리다 보면 문장이 촌스러워지고 결국에는 남사스러운 꼴이 된다. 대표적인 작가가 신경숙과 김애란의 최근 행보'다. 시대의 빈곤을 이야기하기에는 지나치게 팬시하지 않은가 ?   김애란 씨 ! 아우, 실망입니다아아. 이 책에 실린 80편의 에세이는 대체적으로 만족스럽다. 다만 불편한, 매우 사적인 사족 하나를 굳이, 굳이, 굳이 붙이자면 < 그 울타리에 꽃불을 > 이라는 에세이는 살짝 목에 걸린다. 

이 에세이는 이준규 시인의 << 문장 >> 이란 시로 시작하는데 이준규 시인이 문단_내_성폭력이라는 미투 사건의 가해 당사자라는 점을 감안하면 읽기에 불편하다는 것이다. 이것은 이 책 작가의 잘못이라기보다는 편집자를 탓할 대목이다. 작가의 말에서 저자는 육백 편에서 추린 글 모음이라 했는데 굳이 논란이 되었던 이준규 시인의 시가 인용된 글을 선택할 필요가 있나 _ 라는 생각을 잠시 했다. 맺음말은 그녀의 문학적 취향답게 간결하게 끝내겠다. 건투를 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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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yrus 2018-06-01 12:0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도 책을 보자마자 ‘미니멀리즘’이 생각났습니다. 판형, 가격 모두 적당한 만족스러운 책입니다. ^^

곰곰생각하는발 2018-06-01 12:38   좋아요 0 | URL
중얼중얼하다 보면 중언부언하게 되는 것은 진리인 것 같습니다. 이 책 좋더군요. 저도 확실히 하드보일드한 건조체에 끌리는 취향이라... ㅎㅎ

2018-06-01 18:3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8-06-01 23:46   URL
비밀 댓글입니다.
 

 

 

 


                                                              

 

 

머리를 곧추서는 일은 남근을 고추서는 일만큼 중요하다 :







헤어스프레이



​形 :

 


                                                                                                    할리우드 악동 존 워터스 감독이 연출한 << 헤어스프레이, 1988 >> 는 60년대 복식사를 엿볼 수 있는 흥미로운 뮤지컬 영화'다. 영화 속 등장인물은 제목에 어울리게도 " 머리에 뽕 넣은 헤어스타일 " 을 선보인다(그 당시에는 대두가 미학의 기준이었던 모양이다). 그들은 머리를 세우기 위해 공을 세운다. 올림머리를 위해 헤어스프레이 한 통을 다 사용하는 것은 기본이다.

60년대는 올림머리가 대세였다. 보다 정확히 말하자면 올림머리는 미국 백인 상류층 여성을 상징하는 헤어스타일이었다. 존 워터스 감독은 백인 부르주아의 허세를 풍선처럼 부풀어진 머릿발로 표현했다. 멋진 머릿발에 대한 집착은 남자도 마찬가지'다. 남자는 머릿발이라는 소리는 진리'다. 머리 스타일에 따라 그 사람의 인상도 달라진다. 하여, 머리를 곧추서는 일은 남근을 고추서는 일만큼 중요하다. 머리는 자존심이다.  외래어 < style > 을 한국어로 번역하면 < 형(形) > 이다. 형태 形態, 형상 形象, 형식 形式의 총합이 바로 스타일'인 것이다.

여기서 形의 핵심어를 책임지는 부수가 머리카락( 彡 : 머리카락, 꾸미다 삼 )이라는 점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그러니까 사람은 머릿발이지 _ 라는 소리는 이미 갑골문자 시대부터 시작되었던 것이다. 요즘 젊은것들은 싸가지가 없다는 말과 함께 가장 오래된 경구가 아닐까.  입만 열었다 하면 형식이 내용을 지배한다고 자랑스럽게 말하고 다녔던 박근혜가 세월호 7시간 동안 올림머리에 열을 올린 까닭도 " 상그지새끼 " 같은 자신의 텅 빈 마음을 감추기 위해서 형식(올림머리)를 강조한 탓이다. 박근혜 패션 외교도 그 연장선에 있다.

내면이 추하다 보니 외양이라도 화려하게 꾸미고 싶은 욕망이 핵심이다. 공자와 칸트는 내면(내용)과 외양(형식)의 균형발전론을 주장한 이였다. 공자는 " 문(형식)보다 질(내용)이 나으면 촌스럽고, 문이 질보다 나으면 사치스럽다. 문과 질이 잘 조화돼야만 군자라 할 만하다(質勝文則野, 文勝質則史, 文質彬彬然後君子) " 라고 말했고,  칸트는 " 형식 없는 내용은 맹목이고, 내용 없는 형식은 공허하다. " 고 말했다. 이처럼 내면 못지 않게 외양도 중요한 것이다. 종종 외양에는 관심도 없다는 듯이 아무렇게나 차려입은 남자들이 유독 여성의 외양을 두고 시시콜콜 지적하는 경우를 자주 보게 된다.

서울 시장 후보로 나온 김문수를 두고 하는 지적이다. 그는 여성은 매일 미용 관리를 해야 한다고 말한다. 그는 " "어떤 아름다운 여성이 전혀 화장도 안하고 씻지도 않고, 아니잖느냐. 매일 씻고 피트니스도 하고 자기를 다듬 " 어야 한다는 여성관을 피력한다. 여성을 빗대어 정치를 말하는 쌍팔련도 불알후드적 근성에 욕지기가 나온다. 외모를 가꾸는 일은 비단 여성만의 문제가 아니지 않은가. 지랄이 풍년인 경우다. 그럴 때마다 나는 이렇게 말하고 싶다. " 네 꼬라지를 보라. 옛다, 헤어스프레이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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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지금 만나, 당장 만나 !



 


                                                                                                       형식이 내용을 지배한다는 말이 있다. 소문난 잔치에 먹을 것 하나도 없다는 말과도 일맥상통하는 구석이 있다. 긍정보다는 부정으로 쓰이는 경우가 대부분.

영화도 그렇다. 지나치게 스타일을 강조하다 보면 콘텐츠가 죽는 현상도 형식이 내용을 지배한 결과'이다. 영원불변의 법칙,  < 투머치 > 는 < 무심한 듯 시크하게 > 를 이길 수 없다.   영화 << 하드코어 헨리, 2015 >> 는 주인공이 머리에 소형 카메라를 장착하고 찍은 에브리바디 풀타임 1인칭 시점 영화로 전자오락 < 서든어택 > 의 영화판 실사'인 셈이다. 시도 자체는 나쁘다고 볼 수는 없으나 관객은 보는 내내 흔들리는 카메라 때문에 멀미로 고생하게 된다. 시골 버스를 타고 울퉁불퉁한 비포장도로를 90분 동안 달릴 때의 기분이랄까 ?

삭혀서 아래로 보내야 할 음식이 멀미로 인해 목구멍 위로 쏟아져 나올 상황이니 창밖 풍경이 그 아무리 절경이라 해도 제대로 눈에 들어올 리 없다(참고로 시골 버스는 뒷좌석보다는 앞 좌석에 앉아서 그나마 멀미를 최소화할 수 있다). 풀타임 시점 숏'이라는 스타일리시한 기획 의도는 참신하나 지나치면 독이 되는 법이다. 멋을 내보겠다고 지나치게 바지를 끌어올려서 엉덩이에 바지가 먹히는 경우라고나 할까 ?  뒤태가 황홀하다는 유지태라 해도 엉덩이가 바지를 잡아먹는 순간 no 뒤태가 된다. 문학도 그렇다. 김애란 소설집 << 바깥은, 여름 >> 은 문장을 다듬느라 지나치게 글자를 쪼물딱거리다 보니 내용이 주저앉은 경우다. 

공자는 이런 말씀을 하셨다   :   문(형식)보다 질(내용)이 나으면 촌스럽고, 문이 질보다 나으면 사치스럽다. 문과 질이 잘 조화돼야만 군자라 할 만하다(質勝文則野, 文勝質則史, 文質彬彬然後君子) ". 김애란 소설은 질(내용)보다 문(형식)에 대하여 지나치게 신경을 쓰다 보니 전체적으로 사치스럽게 느껴지는 경우다.  하지만 형식이 내용을 지배했으나 사람들에게 감동을 주는 경우도 있다. 문재인과 김정은의 2차 남북 정상 회담이 그런 경우'이다. < 정상 외교 벙개팅 > 이란 파격적 형식은 내용을 압도하고도 남는다. 사전 계획 없이 전화 통화 한 통 만으로도 두 사람이 격의와 절차 없이 국경을 넘어 서로 만날 수 있다는 것은

남북이 한핏줄이란 사실을 새삼 일깨운 장면이었다. 극성스러운 파파라치를 피해 밀회를 즐기는 두 남자의 브로맨스는 관객 마음을 들었다 놨다 들었다 놨다 한다. 김정은은 뜨거운 전화기를 들고 외쳤을 것이다. 우리 지금 만나 / 당장 만나 / 우리 지금 만나 / 당장 만나.......  2차 정상회담에서 중요한 것은 내용이 아니라 형식이었다. 쓰빽따끌러하며 쓰따일리시한 " 벙개팅 " 은 의전과 절차를 최소화했다는 측면에서 겉으로 보기에는 형식을 최대한 축소한 것처럼 보이지만 역설적이게도 이 파격은 가장 인상 깊은 형식이자 격식'이었다. 디자인을 최소화한 애플폰 디자인이 21세기 디자인 혁명이었듯이 말이다.


이번 경우는 형식이 내용을 완벽하게 압도한 경우이다. 이 형식이 주는 메시지는 분명하다. 필요하다면 언제든지 !            그것은 이 회담의 형식이자 핵심 메시지(내용)이다.   자유한국당은 이번 정상 회담을 두고 " 내용 없는 깜짝 쇼 " 라고 맹비난했다. 그리고 한술 더 떠 절차를 지키지 않았기에 위법이라는 논평을 내놓았다. 누군가가 자유한국당을 없애기 위해 힘을 모으자고 주장한다면 나는 그 누군가에게 이런 메시지를 보내겠다. 필요하다면 언제든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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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형식은 내용을 지배한다 _ 는 말은 박근혜가 과거에 자주 사용했던 말이다. " 수세식 변기 -  성애자 " 답다는 생각이 든다. 21세기 변기인간, 새로운 인류의 탄생이라 할 만하다. 이런 부류는...... shit !                    

내 말에 동의한다면 모두 다 부처는 잘생긴 남자라고 외쳐달라(두 팔을 머리 위로 ! 부처 핸섬~ yo ~ ).  박근혜가 세월호 7시간 때 선보였던 올림머리는 형식이 내용을 지배한 결과물이었다. 그것은 인간에 대한 연민이 배제된 형식이 내용을 지배하다 보면 국가적 재앙이 될 수 있다는 교훈을 주었다. 형식(形式)이란 단어에서 부수로 터럭(彡)를 사용한 한자 形 이 얼굴, 겉모양이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는 사실을 감안하면 올림머리는 박근혜라는 캐릭터를 압축한 상징이었다. 박근혜는 6년 만에 열리는 남북 장관급 실무 회담을 무산시킨 적이 있다.

형식이 내용을 지배한다며 북한 수석 대표의 격을 문제 삼는 바람에 파탄이 난 것이다. 박근헤가 문제 삼은 격식과는 결이 다르지만 문재인의  2차 남북 정상 회담' 또한 형식이 내용을 지배한 경우이다. 파격은 격식을 깨뜨린다는 점에서 무식(無式)인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또 다른 격식(형식)인 셈이다. 언론은 판문각 테이블 위에서 두 정상 사이에서 오고갔던 말풍선이 무엇인지 궁금하겠지만 중요한 것은 회담 내용이 아니라 행동 의지'이다. 필요하다면 거꺼이 터럭 휘날리며 판문점으로 달려가겠다는, 그리고 서로 얼굴을 맞대고 대화를 나누겠다는 의지는 공허한 말의 내용에 앞선다.

누구는 투머치를 감추기 위해 무심한 듯 시크하게 터럭 몇 올을 흐트러뜨리고, 또 누군가는 터럭 휘날리며 뛰어간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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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8-05-29 14:48   좋아요 1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저또한 필요하다면 언제든지!!
유지태 노뒤태에 빵 터지고 갑니다^^

곰곰생각하는발 2018-05-29 15:19   좋아요 0 | URL
이번 회담에 내용은 매우 선명하지 않습니까. 필요하다면 절차 없이 격식을 차리지 않고 언제든지 만날 용의가 있다. 이 메시지보다 강렬한 회담 내용이 어디 있습니까. 싸우기 전에 먼저 말로 풀자는데 말이죠. 옛날에 박근혜가 이런 말을 했죠. ˝ 형식이 내용을 지배한다 ! ˝ 이거 박근혜가 한 말인데, 박정권 때 12년만에 열리는 남북 장관급 회담을 거부한 적이 있습니다. 격이 맞지 않는다고 말이죠.. 문은 형식을 벗어난 파격이라는 새로운 형식으로 만남을 추진했다면 박은 말 그대로 의전에만 몰두했던 변기 인간이었습니다...인간이라기보다는 똥덩어리워터박스‘라고나 할까..

레삭매냐 2018-05-29 15:2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그놈의 격식,,, 의전 정말 생각만 해도
짜장이 나는군요.

조국과 민족의 문제가 풍전등화인데 그런
게 다 무슨 소용이란 말입니까 그래.

일단 만나, 우리 지금 당장 만나 -
로 문제에 접근하는 실용적 자세로의 전환
이 절실하게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아니 굳이 안건이 없더라도 정기적 만남을
갖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 월례회 정도.

곰곰생각하는발 2018-05-29 17:04   좋아요 0 | URL
그 옛날 당파 싸움에서 무조건 반대한다며 일본이 전쟁 준비를 하지 않는다고 말한 조선 당파가 있었잖습니까. 그거랑 똑같죠, 뭐. ㅎㅎ .
나라 팔아먹을 놈들이란 생각이 듭니다.. 이런 놈들이 항상 애국이란 단어를 자주 사용한단 말이죠..

나와같다면 2018-05-31 21:3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곰곰생각하는발님하고 이제 통하는 듯.
우리 지금 만나, 당장 만나! 제목만 보고 2차 남북 정상회담 글인줄 알았어요^^

곰곰생각하는발 2018-05-31 21:40   좋아요 1 | URL
ㅎㅎㅎㅎ 전 요즘 남북한 문제를 브로맨스로 보다 보니 흥미롭더라고요.. ㅎㅎㅎㅎ

나와같다면 2018-05-31 21:4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토요일 오후 엠바고 끝나고 남북정상회담 속보보는데 눈물이 떨어졌어요

남북은 이렇게 만나야 한다는 것이 제 생각입니다.

저는 대통령으로서
국민이 제게 부여한 모든 권한과 의무를 다해 그 길을 갈 것이고, 반드시 성공할 것입니다.

곰곰생각하는발 2018-05-31 21:42   좋아요 1 | URL
전 솔직히 정상회담했다는 속보 처음 나왔을 때
전화로 2시간 통화를 나눴다는 줄 알았습니다.
나중에 전화가 아니라는 소리를 듣고는
그렇다면 정상화담이 이뤄진 것이 아니라 앞으로 정상회담이 이루어진다는 것이로구나, 했습니다.
그렇게 벙개처럼 바로 만날 줄은 정말 몰랐습니다..ㅎ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