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어 같기도 하고 포르투갈어 같기도 한 살인 방식에 대하여 :
도끼와 상어
공포(두려움)가 섹스 상품만큼 잘 팔린다는 사실을 간파한 사람은 알프레드 히치콕 감독이었다. 보기에는 곰같이 보여도 영상 감각만큼은 여우 같은 사람이었다.
파방에 수수엿 장수처럼 별 볼 일 없던 배우 안소니 퍼킨스는 식칼 하나 손에 쥐고 상대방을 향해 휘투루마투루 예닐곱 차례 종이칼을 휘둘렀을 뿐인데 스타가 되었고, 영화 << 사이코 >> 는 천문학적 수익을 거둬들였다. 타인을 어떻게 창발적으로 죽일 것인가 _ 는 알프레드 히치콕 감독의 고민이자 인생 화두였다. 도끼로 이마 깔 것인가, 아니면 도끼로 이마 깐 데를 또 깔 것인가, 그것도 아니라면 깐 데 또 깐 데를 다시 또 깔 것인가 ! 흥행에 눈이 먼 제작자라면 이렇게 말할 것이다 : " 깐 데 또 깐 데를 다시 또 깐 데를 또다시 까기 " 로 하죠 ? 자극적으루다가.......
하지만 히치콕 감독은 지나치게 깐 데 또 깐 데를 다시 또 까고 또다시 까는 행위는 자칫 공포 차원을 벗어나 혐오 차원으로 넘어갈 수 있다는 사실을 동물적 본능으로 알고 있는 인물이어서 선을 넘지는 않았다. 모든 것은 과하면 탈이 나는 법. 그는 혐오 감정은 흥행(돈)에 있어서 걸림돌이 되리라 _ 라는 사실을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었다. 사람을 잘 죽여야 영화가 살 수 있는 공포 영화 장르에 있어서 걸작(傑作)이냐 걸작(乞作)이냐1)는 종이 한 장 차이'에 불과한 것이다. 어디까지 도끼로 이마를 깔 것인가, 도끼로 깐 데를 또 까도 되는가, 검열과 윤리적 문제는 해결되었는가 ?
이 오랜 고민 끝에 나온 영화가 바로 << 프렌지 >> 이다. 이 영화는 당대 검열 기준으로 보자면 공포와 혐오 사이를 아슬아슬하게 줄타기하지만 김정은처럼 문재인 손을 잡고 선을 넘지는 않는다. 때가 때인지라 잠시 삼천포로, 아니 판문점으로 빠지자면 4.27 판문점 정상회담이라는 영화는 김정은과 문재인이 손을 잡고 군사분계선의 " 선을 넘었다 " 는 점에서 러브어페어'이자 폴리티칼 브로맨스 장르이다. 사랑 영화의 핵심은 두 사람이 선을 넘으면 안되는 데도 불구하고 용감하게 선을 넘는 행위이니깐 말이다. 김정은은 문재인에게 이렇게 말했을 것이다.
" 내래 동지를 잊지 못하갓시오. 동지 생각만 하면 밥이 입으로 들어가는지 코로 들어가는지 귀로 들어가는지 당최 모르갔다. 이 말입니다. 그래서 날래 왔습네다. 자, 선을 넘갓시오. 긴긴밤 내내 보고 싶었습네다, 사랑하는 문재인 동지 ! "
특히, 판문점 도보다리에서 새소리를 달콤한 음악삼아 차를 마시며 환담을 나누는 장면은 << 매디슨 카운티의 다리 >> 를 뛰어넘는 명장면이다. 두 정상이 나눈 것은 밀담이 아니라 밀어다. 사이칠데이# 로맨틱# 성공적 ! 본론으로 돌아와서 히치콕의 모든 영화는 걸작이지만 내 취향을 고려하자면 알프레드 히치콕 감독이 고향인 영국으로 돌아와서 만든 마지막 영화 << 프렌지 >> 는 정말 위대한 걸작2이다. 그는 사람을 제대로 죽일 줄 아는 예술가다. 히치콕 쵝오 !

그런데 공포를 이용해서 돈을 버는 사람은 비단 히치콕 감독만은 아니다. 홍준표라는 악다구니와 나경원이라는 어처구니-들을 중심으로 한 남조선 떼거지 자유한국당 역적 패당도 그동안 북풍 장사로 부귀 영광을 누린 족속이다(참말로 어처구니가 없네) 그들은 북한이라는 장치를 이용해서 공포를 유발했고 이 안보팔이 약발이 꽤나 훌륭하다는 사실을 간파했다. 깃발만 꽂으면 당선이 되는 황무지가 대구를 중심으로 부울경으로 퍼져나가기 시작한 것이다. 경상도만 수성해도 반은 먹고 들어가는 시대가 열린 것이다3. 하지만 과유불급이라고 했던가. " 도끼로 이마 까 " 라는 스킬도 처음에 등장할 때에만 신선하지 자주 나오면
식상해지는 것은 어쩔 수 없는 노릇이어서 유권자들은 악다구니와 어처구니들의 도끼질에 질리기 시작해서 어느 순간 도리질을 치기 시작했다. 그런 줄도 모르고, 그러니까 신선놀음에 도낏자루 썩는 줄도 모르고 자유한국당은 도끼질을 남발했다. 그렇게 해서 탄생한 것이 바로 " 도끼로이마깐데또깐데다시또까고또다시이마깐곳다시또까고까고다시또까는북한의도끼만행......... " 이토록 길고 긴 도끼 변주곡은 김수한무거북이와두루미삼천갑자로 시작하는 전설적 만담과 함께 쌍벽을 이루는 네이밍이다. 그들은 입만 열었다 하면 안보 위기론이다.
이 정도면 식상을 떠나 상식을 떠난 클리셰가 아닐 수 없다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지 아니 하다고 말할 수 있다. 도끼로 적당히 까야 공포가 발생하는 것인데 도끼로 너무 많이 이마를 까다 보니 공포가 혐오로 변질되었다. 그러다 보니 관객들은 이렇게 외칠 수밖에 없다. " 이 개 씨부랄 새끼들아, 그만 까라. 불쌍하지도 않냐 ? 너희들은 피도 눈물도 없냐 ? " 이리하여 자유한국당이 야심 차게 제작한 공포영화는 흥행에 참패하게 되니 눈물이 앞을 가리리라. 이 사실을 간파한 것일까. 자유한국당은 이번 지방 선거 로고송으로 국민 동요 < 상어 가족 > 을 쓰기로 했다고 한다.
공포에서 동화로 장르를 변경한 것이다. 미성년자 관람 불가에서 전체 관람가로 변경하니 세대를 초월한 월경이다. 도끼로 이마 까던 놈들이 양팔을 허리춤에 올리고 혀 짧은 목소리로 아빠 상어 뚜루루 뚜루, 엄마 상아 뚜루루 뚜루 ~ 이런 노래를 부를 생각을 하니 진정 공포스럽다. 진짜루. 하여, 나는 그들에게 이렇게 충고하고 싶다 : 그냥 하던 대로 도끼로 이마나 까. 전체관람가는 너희들에게는 안 어울린다. 노파심에서 하는 말이야. 평소 안 하던 짓 하면 일찍 죽는다더라.
1) 乞 : 구걸할 걸, 망할 걸, 거지 걸
2) 이 영화를 아직 보지 않았다면 그것은 당신에게 몇 안 남은 행운 중 하나이다. 그렇다고 해서 이 영화를 본 사람들은 불행하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다시 보면 되니까
3) 경상남도와 경상북도를 합친 유권자 수는 충청남도 + 충청북도 + 전라남도 + 전라북도 + 제주도 + 강원도 인구를 모두 합친 유권자 수보다 많다. 그것이 자유한국당이 믿는 구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