척하는 삶에 대한 동경 :
효리네 민박
어처구니없는 일이 아니 아닐 수 없습니다아. 엄혹했던 시절, 물에 밥 말아먹으면서 mbc 리얼리티 예능 프로그램 << 우리 결혼했어요 >> 를 보다가 방송이 하도 어이가 없어서 혼잣말로 제작진을 향해 이렇게 말한 적이 있다. " 에라이, 밥은 먹고 다니냐 ? "
에피소드 속 가상 부부는 아무 계획도 없이 방에서 뒹굴뒹굴하다가 계획에도 없는 서울 시티 투어를 한다. 연예인 둘이 쏘가리처럼 여기저기 쏘다니다가 들린 곳은 서울 시청 도서관. 알콩달콩 부부의 도서관 데이트라는 알록달록한 색깔의 자막이 뜨고, 바쁘기로 소문난 박원순 서울 시장도 그곳에서 우연히 만나 인터뷰도 한다. 이 모오든 것이 대본 없이 진행되는 연예인 시티 투어. 오, 예에 ~ 그런데 카메라 뒤에서 돌아가는 풍경을 어느 정도 알고 있는 사람이라면 대본 없이 진행되는 시티 투어가 사실은 대본대로 척척 진행되는 시티 투어라는 사실을 알고 있다.
예능 프로그램에 동원되는 연예인은 둘이지만 카메라 뒤에서 그들을 쫓는 스텝(연출, 카메라1,2, 카메라 보조, 녹음1,2, 대본 작가, 현장 진행, 연예인 매니저 등등......)은 최소 열 명이 넘는다. 이들이 조용한 공공 도서관에 침투하여 도서관을 도떼기시장으로 만들어놓으리라는 것은 상상 가능한 일. 특히, 국가 공공 기관 시설을 촬영할 때에는 미리 촬영 허가 신청을 해야 하고 허가도 받아야 한다는 것은 상식. 종합하면 : 무작정 카메라 한 대 들고 도서관 가서 안 나오면 쳐들어간다, 꿍짜작꿍짝 ~ 이런 분위기는 아니라는 점이다.
이것저것 따지고 보면 알콩달콩 부부가 무작정 도떼기 스텝을 이끌고 서울 시청 도서관을 침투하는 시나리오는 성립하지 않는다는 결론에 도달할 수밖에 없다. 제작진은 우결 부부가 그날 즉흥적으로 도서관 데이트를 하기 오래 전부터 이미 공공 도서관 촬영 허가 신청을 해놓았다고 봐야 한다. 어떻게 알았을까 ? 이런 것을 두고 예능의 전지적 작가 예언이라고 하는 것이다. 이 지점에서 내가 하고 싶은 말은 지상파 리얼리티 예능 프로는 " 다큐 " 가 아니라 " 페이크 " 에 가깝다는 점이다. 자연스러운 행동은 사실은 철저하게 계산된 행동이다. << 아빠를 부탁해 >> 가 대표적이다.
딸 바보를 자처하면서 국민 꽃중년으로 인기를 끌었던 조민기와 조재현은 좋은 아빠가 아니라 딸 같은 어린 여자만 보면 " fuck " 하고 싶어 환장한 " fake " 파파'다. 그러니까 face는 on(air)이냐 off(air)냐에 따라 그때그때 표정이 달라요. 그것이 바로 fact다. 그들을 탓할 필요는 없다. 카메라 앞에서 우리 모두는 연기자'다. 더군다나 그들은 프로 연기자가 아닌가. 그런 점에서 << 효리네 민박 >> 또한 " 일상 " 이 아니라 " 판타지 " 에 가깝다. 이 방송에 등장하는 자동차, 청소기, 음료수, 매트리스는 모두 PPL이다. 이 상품들은 방송에 몇 초 동안 노출이 되느냐에 따라서 가격이 달라진다.
또한 그들이 입는 의상도 방송의 기조 색에 맞춰 통일성을 유지하도록 설계된다. 즉, 이효리와 이상순 부부 그리고 그 친구들은 PPL의 광고 모델인 셈이다. 엄밀히 말하자면 시청자는 그들의 아름답고 평화로운 휴일(休)을 지켜보는 것이 아니라 휴-일(勞)을 지켜보고 있는 것이다. 그러니까 효리네는 제주도 쉼터에서 쉬는 것처럼 보이기 위해 열심히 일을 하는 연기자의 일터인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