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밍웨이보다는 도스토옙스키가 한 수 위다 :



 





곤혹스러운 질문


 




                                                                                                        아이에게는 엄마가 더 좋아, 아빠가 더 좋아 _ 라는 질문이 가장 곤혹스럽다고 말하지만 내게는 쉬운 질문이었다. 나는 아버지가 더 좋았다. 비록 술에 취하면 문어 다리가 되어서 일보전진하고 삼보후퇴하는 양반이었지만, 나는 아버지의 서정을 좋아했다.

뺑끼(페인트)로 작업복은 언제나 알록달록했지만 늘상 헌팅캡을 쓰고 다니셨던, 나름 구한말 경성 모던보이 패션 스타일을 유지하셨던 분이다. 그리고 어머니와 아버지가 물에 빠졌는데( 둘 중 한 사람은 물에 빠져 죽는다) 누구를 먼저 구할 것인가 _ 라는 질문도 내게는 어려운 질문이 아니다. 보험을 많이 든 사람보다는 보험을 적게 든 사람을 먼저 구하겠다. 사이코패스처럼 보이겠지만 어느 선택을 하든 죄책감에서 벗어날 수는 없다. 아버지를 구하면 어머니를 구하지 못한 죄책감이 시달리고, 어머니를 구하면 아버지를 구하지 못한 죄책감에 시달릴 것이 분명하니 차라리 그럴 바에는 실리를 찾는 게 우선이다.

그렇다면 진짜, 진짜, 진짜루 어려운 질문을 하나 던져보자. 이 질문은 마이클 샌델 교수가 << 정의란 무엇인가 >> 에서 소개한 질문이다. 그 유명한 " 트롤리 딜레마 " 다. 내용은 이렇다.


당신은 기차를 운전하는 철도 노동자다. 그런데 브레이크가 고장이 나서 속도를 제어할 수 없는 상황이 발생한다. 철로를 따라 달리면 철길을 수리 중인 인부 다섯 명(ABCDE)이 죽는다. 반면에 철로를 변경하여 샛길로 빠지면 인부 한 명(F)만 죽는다. 당신은 어떤 선택을 할 것인가.

- 트롤리 딜레마

 


대부분은 인부 한 명을 희생시켜서 인부 다섯 명을 살리는 길을 선택할 것이다. 샌델은 결과론적 도덕 원칙과 정언적 도덕 원칙을 구분해서 설명하던데, 내가 보기에는 웃기는 짬뽕이다. 내가 기차를 운전하는 운전자라면 철로를 변경하지 않을 것이다. 왜냐하면 그것이 신이 부여한 다섯 인부의 정해진 운명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신이 내린 각본에 반기를 들고 샛길로 빠진다면 아무 죄 없는,  신이 내린 각본대로라면 80세까지 정정한 삶을 살아야 할 인부 F가 그들 때문에 억울한 죽음을 맞이할 수밖에 없다. 이런 질문은 나에게 어려운 것이 아니다. 정작 나한테는 곤혹스러운 질문은 이런 질문이다. 이명박이 더 개새끼냐, 박근혜가 더 개새끼냐.

이 질문은 정말 아인슈타인의 상대성 이론 공식보다 어려워서 울면서 이렇게 말할 수밖에 없다. 둘 다 개새끼라고 말하면 안 되나요?  같은 이유로 히치콕의 최고 걸작은 무엇인가 _ 라는 질문도 곤혹스럽다. << 현기증 >> 을 뽑자니 << 이창 >> 도 좋고, << 북북서로 기수를 돌려라 >> 도 좋고, << 사이코 >> 도 좋고, << 오명 >> 도 좋고, << 레베카 >> 도 좋다. 그리고 개인적 취향을 고려하면 << 열차 속의 낯선 자들 >> 이라는 영화도 너무 좋다. << 열차 속의 낯선 자들 >> 은 내가 최근에 발견한 위대한 걸작이다. 어디 그뿐인가. 오리지널 취향만 가지고 보자면 말년의 걸작 << 프렌지 >> 는 뭐..... 정말 걸작이다. 

선택이 어려운 경우'이다. 같은 이유도 도스토옙스키의 최고 걸작은 무엇인가를 묻는 것도 곤혹스러운 질문이다. 짬뽕을 주문하는 순간 짜장면이 먹고 싶듯이 << 죄와 벌 >> 을 선택하는 순간 << 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 >>이, << 악령 >> 이, << 백치 >>가, << 가난한 사람들 >> 이, << 지하생활자의 수기 >> 가 떠오른다. 하지만 도스토옙스키가 더 뛰어난가 아니면 헤밍웨이가 더 뛰어난가에 대한 질문은 매우 쉽다. 실력만 놓고 보자면 도스토옙스키가 한 수 위다. 잘 알려진 이야기지만 도스토옙스키는 시간에 쫓겨서 대부분의 작품을 초고인 상태로 내보냈다. 그래서 도스토옙스키는 자신의 초고를 부끄러워했다.

도스토옙스키가 천재인 이유는 바로 여기에 있다. 헤밍웨이는 세상의 모든 초고는 쓰레기라고 말했는데, 적어도 도스토옙스키에게는 해당되지 않는 말이다. 쓰레기가 이 정도의 완성도를 보인다는 것은 믿을 수 없는 일이다. 초고를 수십 번 고친 헤밍웨이 소설과 초고인 상태인 도스토옙스키 소설이 같은 레벨어서" 선택이 불가능함 " 이라는 결정을 내린다면 답은 하나다. 결론 : 헤밍웨이보다는 도스토옙스키가 한 수 위다.







덧대기 ㅣ 다음은 안철수가 대통령이 되면 안되는 동영상 하나 올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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곰곰생각하는발 2018-01-05 14:1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동영상에서 안철수는 전화를 끊기 전에 한 가지 물어본다. ˝ 제가 MB아바탑입니까 ? ˝ 그 질문에 대한 대답은 내가 해야 될 것 같다. 넌, 석가탑이야.

고양이라디오 2018-01-07 12: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도스토옙스키 작품 초고로 보냈지만 나중에 퇴고했겠죠? 그렇지 않다면 정말 말이 안되는 천재인데요...ㅎㄷㄷ

곰곰생각하는발 2018-01-07 12:38   좋아요 1 | URL
잘은 모르겠으나 퇴고 안 하신 걸로 저는 알고 있습니다.. ㅎㅎ 항상 시간에 쫓겼어요. 이 양반이..ㅎ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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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 앞에서



 

                                                                                                      꿈속에서 나는 추운 겨울날 지하철역 앞에서 보온이 가능한 아이스박스를 옆에 두고 무엇인가를 팔고 있었다. 신기한 것은 꿈을 꾸자마자 꿈이라는 사실을 알아챘다는 점이다.

그러니까 나는 1인칭 화자가 아닌 3인칭 시점으로 이 모습을 내려다보고 있었다(앞으로는 꿈속의 나를 " 너 " 라고 지시하겠다). 마치 내가 주인공인 영화를 보고 있는 관객처럼 말이다. 눈보라가 흥남부두처럼 휘날릴 때는 성냥팔이 소년을 보고 있는 환영에 시달렸다. 울었다. 페루애, 이 박복한 인생아 !  살아서는 치질로 고생하더니 꿈속에서는 한겨울에 김밥을 팔고 있구나. 그때였다. 손님이 다가와 주문을 하자 너는 보온 박스를 열어 편지를 꺼냈다. 너가 팔고 있는 것은 편지였다 !

 

- 오늘 새벽에 쓴 편지이니 따듯하고 맛을 좋을 겁니다.

- 고마워요 !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 당근은 뺏어요. 대신에 사랑이라는 낱말을 듬뿍 넣었습니다.

- 호호. 고마워요. 

 

주인과 손님은 이런 식의 오고가는말풍선을 주고받았다. 하하. 편지를 판다 ?!  너는 그런 식으로 편지를 팔고 있었다. 가격은 1000원이었다. 그래, 이런 게 꿈이지. 잠에서 깨어났을 때 쓴웃음을 지었다. 그런데 문득 실제로 누군가가 따스한 편지를 판다면 ?  나는 한 남자가 날마다 같은 장소에서 불특정 다수를 생각하며 쓴 편지를 살 용의가 있다. 누군가가 예쁜 손글씨로 당신을 응원한다거나 어제 읽은 책을 이야기하며 당신도 읽어보시겠어요 _ 라고 쓴 몇 장의 편지지를 1000원에 판다면 기꺼이, 기꺼이 ! 편지가 필요할 때가 있다. 페이스북 400자와 트위터 200자가 제공하는 메시지가 아니라 손가락으로 꾹꾹 눌러 쓴 편지지 뒷면에 남는 글의 중력이 그리울 때가 있는 것이다.

그렇게 하루에 30장을 팔아서 하루를 살 수 있다면 그런 삶도 나쁘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상상은 날개를 단 짐승이라 상상을 펼치면 펼칠수록 높이 날아가기 마련이다. 이런 상상은 어떨까.

​㉠ 그는 날마다 역 앞에서 그 전날 쓴 편지를 1000원에 판다. 바람이 전하는 말에 의하면 그는 언어 장애가 있어서 그가 말을 하는 것을 본 사람은 아무도 없다고 한다. ㉡ 직장 때문에 그 역을 지나쳐야 하는 그녀는 호기심 삼아 편지를 산다. ㉢ 편지는 수신인을 친구로 설정하고 이야기하는 방식이다. 내용은 그 남자의 일상에 관한 이야기여서 자신이 키우는 개와 화분에 심은 꽃 그림과 이야기 따위이다. 시시한 이야기다. 그래도 편지를 산 것에 대해 아깝다는 생각은 하지 않는다. 호기심을 해결했으니까. ㉣ 그것을 계기로 그녀는 아침마다 그를 만나면 눈인사를 나눈다. 김밥을 산 것이 아니라 편지를 받은 사이이니까. ㉤ 그 인연을 계기로 가끔씩 그 남자의 편지를 사서 읽는다. 어느 날은 이런 내용이 있었다. " 나야, 어떻게 지내 ? 당신이 삽목한 베고니아 잘 자라. 신기해. 잎을 베어서 화분에 심었는데 잎이 되고 꽃이 된다는 시실. 보고 싶다. 친구 "  ㉥ 다음 해, 그녀는 직장을 옮긴다. ㉦ 그녀는 십 년째 사귄 남자와 헤어진다. ㉧ 꽃집을 지나치다가 문득 편지를 파는 남자가 키운다는 은베고니아 꽃이 궁금하여 꽃집에서 은베고니아 화분을 산다. ㉨ 독감에 걸린 그녀. 혼자서 끙끙 앓고 있다가 문득 편지를 파는 남자가 궁금해진다. 그가 키운다는 개는 잘 자라고 있을까, 꽃은 ?  ㉩ 한 달 후, 삽목한 은베고나이에서 꽃이 피었다. ㉪ 아픈 몸을 이끌고 그를 찾아간다. ㉫ 그는 여전히 편지를 팔고 있다. ㉬ 그녀는 그에게 1000원을 내민다. ㉭ 그가 말한다. " 이제 돈은 필요 없습니다. "

 

조금 늦었지만 2017년을 정리한다. 그해 내가 읽은 최고의 책은 페르난도 페소아의 << 불안의 책 >> 이다. 성격은 조금 다르지만 이 책을 읽는 내내 도스토옙스키의 << 지하생활자의 수기 >> 가 생각났다. 불안의 책이 스토너의 melancholia 이라면 지하생활자의 수기 속 주인공은 ADHD 환자의 melancholia 이다.  만약에 이 책을 아직 읽지 않았다면 그것은 신이 당신에게 내린 선물이다. 세상에서 가장 맛있는 초콜릿은 아직 개봉하지 않은 초콜릿이다. 다음 주말에는 편지를 써서 역사(驛舍) 앞에서 편지를 팔아볼 생각이다.

 

편지 있어요, 편지 사세요. 여기 갓 지은 편지 있습니다.



 


본문과 상관없는 글  ㅣ  내가 술을 마시는 횟수는 한 달에 5번이다(금,토,일 중 하나를 선택한다. 밖에서 술을 마실 계획이 없으면 주로 금요일에 마시고 술 약속이 있는 경우는 금, 토, 일 하루를 선택한다).  평균 5주가 한 달이니까.  그런데 이번 달은 4주여서 1번 정도는 내가 원하는 날짜에 술을 마실 수 있다.  그러니까 이틀 연속으로 마실 수도 있다.  그 점을 생각하니 너무 행복해졌다. 그래, 시바 !   이런 게 인생이다. B컷 하나 올린다. 마음에 드는 사진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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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호랑이 2018-01-05 10:27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 역사 제목이 제가 생각했던 것과 달랐네요. 역사(歷史)가 아니라 역사(驛舍)였군요.

곰곰생각하는발 2018-01-05 10:34   좋아요 2 | URL
설리인 줄 알고 왔다가 설리 문타리 축구선수여서 실망한 예와 비슷하겠군요.. ㅎㅎ

마립간 2018-01-05 10:5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논란이 가라앉은 것 같아 댓글을 남기면,

한수철, 누구, 신지 ; Rhyme에 감탄하고 갑니다.

곰곰생각하는발 2018-01-05 11:06   좋아요 0 | URL
ㅋㅋㅋㅋㅋㅋ 제가 작명의 천재입니다. 취미로 랩 가사 씁니다..

참고로 전 아직 시작도 안 했습니다.

AgalmA 2018-01-05 11:3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ㅎㅎ 저는 이 글 보고 그녀에게 화분 하나 선물하고 그게 어느 방향에 있는지 그녀의 기분을 어떻게 표현하고 있는지 시시콜콜해하며 편지를 주야장천 써대던 도선생 <가난한 사람들> 생각을^^

곰곰생각하는발 2018-01-05 11:54   좋아요 1 | URL
가난한사람들이요 ? 소설 제목인가 보죠. 찾아서 읽어봐야겠네요.. 고맙습니다..

곰곰생각하는발 2018-01-05 12:03   좋아요 2 | URL
ㅋ 아 도스또..의 가난한...


아, 전 도 씨 성을 가진 한국 작가의 단편일 줄 알고.... ㅎ
도스또야말로 진짜 천재죠..

저에게 히치콕 영화 중 최고 걸작이 뭐냐고 묻는 질문이 가장 곤혹스러운 질문인데
마찬가지로 도스토의 최고 걸작이 뭐냐고 묻는 질문도 곤혹스럽기는 마찬가지입니다.
이 양반은 많은 소설을 시간이 모자라서 어쩔 수 없이 초고로 많이 내보냈는데도
이 정도 퀄리티를 가지고 있다면(헤밍웨이는 세상의 모든 초고는 쓰레기라고 말했지만)
쓰레기가 이 정도면 정말 도스토는 천재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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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곰곰발 님에게
    from 자유롭게, 외롭게 2017-12-31 21:50 
    #1.만약 곰발님의 글이 더 이상 올라오지 않는다면 가장 아쉬운 사람중 하나가 나일 것이다. 알라딘에는 토론이 별로 없기 때문인데, 그래도 자기 주장을 가장 활발하게 개진하는 사람이 그이기 때문이다.잘쓴 글에 감탄할 때도 자주 있고, 당연하지만 생각이 다를 때도 있다. 이번 <서민 교수 논란>이 있었을 때 그는 서민 교수를 연이어 비판했는데 나는 정반대로 생각하는 입장이었다.내가 "불같이 화를 내시며" 자기를 디스했다고 하는데(그러면 자기는
  2. 이해가 되지 않는다
    from 자유롭게, 외롭게 2017-12-31 22:18 
    #4.저는 이 글을 보고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내가 만약 그와 사귀는 여성이었다면내가 헤어지자고 했을 때, 과연 그를 무사히 떠날 수 있을까?)늘 정의를 말하고 남을 비판하는 글을 쓰는데 ㅡ> 말과 행동은 조폭과 다름 없다. 페미니즘을 말하는데 ㅡ> 폭력에는 무감하다.선의 ㅡ> 실제로는 남을 조종하고 싶은 마음이기 때문에 내 뜻대로 안 되면 곧바로 악의(원한)로 돌변한다#5.ㅡ>앞에서도 멀했듯 내 글에 반대를 표현하거나, 내
 
 
곰곰생각하는발 2017-12-31 12: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실시간으로 답글 답니다..

곰곰생각하는발 2017-12-31 14: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만약에 포 님의 글이 허위일 경우는 계산이 복잡하게 돌아갈 겁니다..

Forgettable. 2018-01-01 15: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허위 아니구요. 제가 누가 성병 검사했는지 어쨌는지 떠벌리고 다녔다는 것도 허위사실인것 같네요. ㅎㅎ 일단 전 그 사실 자체를 모르거든요. 누구 얘기인지도 모르겠고.. 어이없
누구한테 무슨 얘기 들으셨는지 모르겠지만 힘 내세요 ㅋㅋ

곰곰생각하는발 2018-01-01 15:47   좋아요 0 | URL
그래요 ? 그러면 제가 ** 님에게 직접 물어보겠습니다. 만약에 ** 님이 그런 사실이 있다고 말한다면
제가 들은 얘기는 허구가 아닙니다. 그렇죠 ?

곰곰생각하는발 2018-01-01 15:49   좋아요 0 | URL
잠시만 기다리세요. 밖이라 조금 있다 ** 님에게 자세히 물어보겠습니다..만약에 사실이 아니면 포 님에게 사과해야죠. 일단 사실 확인부터 하도록 하겠습니다..

Forgettable. 2018-01-01 16: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님이 누군지 저는 상상도 안가네요.

곰곰생각하는발 2018-01-01 16:08   좋아요 0 | URL
잠시만 기다리세요. 제가 지금 식사 중이라..

그건 그렇고 포 님 새해 복 많이 받으십시오. 저에게 받긴 싫으시겠지만..

Forgettable. 2018-01-01 16: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새해에는 좋은 일만 있으시길.

2018-01-01 16:31   URL
비밀 댓글입니다.

Forgettable. 2018-01-01 16: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 지금 ㅋㅋㅋㅋㅋㅋ **랑 카톡중인데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뭐 알아서 하시죠.

곰곰생각하는발 2018-01-01 16:50   좋아요 0 | URL
알아서 하시라는 모호한 표현은 하지 마시고 제가 한 말이 거짓인지 진실인지만 말하세요. 자꾸 약 치지 말고..

곰곰생각하는발 2018-01-01 17:07   좋아요 0 | URL
둘이 왜 싸우고 있나 모르겠네요. 새해 인사가 너무 과격한 시작이 되었군요.
하여튼 포 님도 새해에는 행운만 있으시기 바랍니다. 포 님과의 말다툼은 그만하도록 하겠습니다.

Forgettable. 2018-01-01 17: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네 전 곰발님껜 악감정은 없습니다. 좋은 하루 되시길. 전 거짓말은 안한다는것만 알아주셨으면 좋겠네요. 뭐 양치기 취급하셔도 어쩔 수 없지만요. 그럼 이만.

곰곰생각하는발 2018-01-01 17:13   좋아요 0 | URL
네. 건투를 빕니다. 거친 언사로 말한 것은 사과드리도록 하겠습니다. 행복하세요..
댓글저장
 

 

 

 

 

 

 



가  훈




 


                                                                                                      초등학교 때 담임샘이 내준 숙제는 " 우리 집 가훈 " 이었다. 오늘은 집에 가서 부모님께 우리 집 가훈이 무엇인가 알아 오는 숙제를 내주겠어요. 선생님이 내일 물어볼 거예요, 알았죠 ?

만화 < 캔디 > 에 나오는 이라이자처럼 생긴 내 짝꿍이 손을 번쩍 들며 말했다. 선생님, 저는 벌써 우리집 가훈 알고 있어요. 샘은 방긋 웃으며 우리 집 가훈을 알고 있는 학생은 손을 들라고 했다. 절반 정도가 손을 들었다. 대부분 있는 집 자손이었다. 집에 돌아오자마자 어머니에게 물었다. 엄마, 우리 집 가훈은 뭐야 ? 어머니는 퉁명스럽게 대답했다. 몰라 몰라, 아빠 오면 물어봐. 하지만 아버지는 그날도 문어가 되어서 흐느적거리며 집에 들어오셨다. 내가 아버지에게 우리 집 가훈이 무엇이냐고 물었지만 이미 곤드레만드레 취하신 아버지는 엉뚱한 대답만 하셨다.

보다 못한 어머니가 큰소리쳤다. 술 먹지 말자 !  이제부터 우리집 가훈은 술 먹지 말자, 다. 아휴. 지겨워, 지겨워. 이놈의 새끼들, 너희들 커서 술만 처먹었단  봐라. 아주 다리뭉둥이를 부러뜨릴 테니깐. 다음날, 담임샘이 아이들에게 가훈이 무엇이냐고 물었다. 정직하게 살자, 열심히 공부하자, 가화만사성 따위가 대부분이었다. 내 차례가 다가왔다. 우리 페루애는 가훈이 뭐지 ? 나는 잠시 망설이다가 수줍게 말했다. 술 먹지 말자 ! 아이들이 낄낄거리며 웃기 시작했다. 웃음소리가 클수록 내 얼굴은 빨개졌다. 샘이 물었다. 아버님이 술을 자주 드시나 보네 ?

내가 우물쭈물하고 있을 때 우리 집 사정을 훤히 알고 있는 녀석이 소리쳤다. 쟤 아버진 주정뱅이예요. 부끄러웠지만 딱히 화를 낼 만한 일은 아니었다. 내 아버지는 주정뱅이였으니까. 중학교 3학년, 새 학년 첫날에 내 아버지를 주정뱅이라고 했던 녀석과 조우했다. 같은 반에 배정된 것이다. 내가 민들레처럼 바닥에 납작 엎드려서 땅 냄새를 맡고 있을 때 그는 콩나물처럼 쑥도 아니면서 쑥쑥 자라서 키도 크고 덩치가 우람해져 있었다. 그 녀석은 싸움을 잘해서 반에서 일진 그룹에 속했다. 그는 이빨이 고르지 않아서 벌어진 틈 사이로 침을 물총처럼 쏘고는 했는데 자기보다 서열이 낮은 아이들을 만나면 시도 때도 없어 침을 쏘았다.

그것은 일종의 영역 표시였다. 개가 전봇대를 보면 의무적으로 오줌을 싸듯이. 이에 반항하면..... 뭐, 다들 아시리라. 민들레 파에 속했던 나 또한 그의 만행으로부터 자유로울 수는 없었다. 어느 날이었다. 그때 나는 어떤 이유로 인해 화가 많이 나 있는 상태였다. 복도를 걷고 있는데 그 녀석이 나타나서 으레 하듯이 나에게 침을 쏘고 지나갔다. 야, 박만출 ! 그가 어이없다는 듯이 뒤를 돌아보았다. 라스베이거스에서는 상상도 할 수 없다는 표정으로. 내가 말했다. 야, 시발새끼야 ! 따라와. 그는 언빌리버블 하다는 표정으로 옥상으로 올라왔다. 나는 꼴뚜기처럼 씩씩하게 말했다.

다시 한번, 나에게 침을 뱉으면 술병 깨서 모가지에 쑤셔넣는다, 응 ? 그가 뭐라고 씨부렁거리는 했으나 말에는 힘이 없었다. 나는 그 균열을 놓치지 않았고 더욱 거세게 다그쳤다. 그날 나는 수업에 들어가지 않았다. 수업을 받을 이유가 없었다. 담임 선생님으로부터 아버지가 돌아가셨으니 가방을 챙겨서 빨리 집으로 돌아가라는 통보를 받은 상태였으니 말이다. 집으로 가는 길에 불현듯 그 옛날 가훈이 생각났다. 그날 이후로 나는 그 녀석에게 괴롭힘을 당하지 않았다. 오히려 그는 나를 피하는 기색이 역력했다.  주정뱅이였던 아버지가 내가 준 선물이었다.

그 경험 이후로, 누군가와 싸울 때 져본 적은 없다. 나는 몸집이 왜소했으나 싸움에서 이기기 위해서라면 각목이나 벽돌 따위 심지어는 술병을 들고 상대방 머리통을 향해 내리치곤 했다. 비겁하다 욕해도 어쩔 수 없다. 내 싸움의 기술은 반칙이었다.


- 손바닥 소설











이 손바닥 소설은 70%는 논픽션이고 30%는 픽션이다. 혁오밴드의 << 톰보이 >>  란 노래를 듣다가 문득 생각났다. 어머니가 이혼을 전제로 한 별거를 선언하며 자식들에게 누구와 살 것인가를 두고 가족회의를 했을 때 가족 중에서 나만 유일하게 극장 간판을 그리는 가난한 주정뱅이 아버지를 선택했었다. 그렇게 나는 아버지와 단 둘이 1년을 함께 살았다. 노래 가사에서 슬픈 어른은 늘 뒷걸음을 친다는 가사를 들었을 때 주정뱅이였던 내 아버지가 생각났다. 술에 취하면 일보 전진하고 삼보 후퇴했던, 밤 문어처럼 흐느적거렸던 불쌍한 내 아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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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12-31 08:4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7-12-31 08:47   URL
비밀 댓글입니다.

곰곰생각하는발 2017-12-31 08:49   좋아요 0 | URL
참... 제 바뀐 닉네임 어떻습니까 ? ㅋㅋ

2017-12-31 08:56   URL
비밀 댓글입니다.

곰곰생각하는발 2017-12-31 08:59   좋아요 0 | URL
ㅋㅋㅋㅋㅋㅋ 닉네임 바꿨습니다. 곰곰발에서 한수철신지로...ㅋㅋ

syo 2017-12-31 09:0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같은 뜨내기는 알 수 없는 곡진한 사연이 담긴 닉네임인 듯 하네요.
ㅎㅎㅎㅎ

이 8글자짜리 닉네임을 어떻게 줄여 부르면 잘 줄였다고 입소문이 날지 고민중입니다...


곰곰생각하는발 2017-12-31 10:44   좋아요 0 | URL
한수철은누구신지라는 풀네임을 부르기에는 기니까
그냥 ˝ 한수철은 뉘신지 ˝ 라고 불러주세요. 한글 자 줄였잖아요... ㅎㅎ

그나저나 우리 신지 님은 자기 일도 아니시면서 제가 한수철 얘기만 하면
불같이 화를 내시며 자기 일처럼 두 팔 걷고 나서시는지 모르겠습니다.
깐족거리시는데 굉장히 귀여우세요.



소심한 문빠 2017-12-31 09: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요즘에도 한수철 활동하나요 안 보이던데
곰곰발님이 말씀하셔서 저도 살펴보니 두 사람 동일 인물이란 생각이 들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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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이야기








그 보안관은 오래 전에 총을 잘못 겨누어서 사랑하는 사람을 죽이게 된다. 이 트라우마는 영원한 상처로 남아서 그 이후로 그는 어느 누구에게도 총을 쏘지 못한 채 무능한 보안관으로 전락하고 만다. 결국 타인을 향해 방아쇠를 당기지 못하는 보안관은 자신의 관자놀이를 겨누지만 번번이 실패하고 만다. 하지만 절체절명의 순간에 보안관은 악당을 향한 방아쇠를 당긴다. 탕 ! 지금은 제목을 잊어버린 어느 영화 속 등장인물 이야기다. 사진을 배우고 싶어서 사진기를 들고 봉천동을 돌아다닌 적이 있다. 그때만 해도 봉천동은 달동네였다. 한 달 동안 봉천동 골목길을 누비며 하루에 수백 장씩 사진을 찍었다. 그곳은 가난한 동네여서 내 뷰파인드에 들어온 이미지는 전부 낡은 것이었다. 어느 날, 구멍가게 앞에 난 골목길 풍경을 찍고 있었는데 애를 업은 여자가 나에게 다가와 물었다. 여길 왜 찍으세요 ? 갑작스러운 질문이어서 말문이 막힌 나는 곰곰 생각하다가 말했다. 예뻐서요. 그 말에 화근이었다. 여자는 말했다. 여기가 예쁘다구요 ? 이 지긋지긋한 동네가, 가난한 동네가 예뻐보인다구요 ? 그 다음날, 나는 사진을 접었다. 그날 이후로, 나는 방아쇠를 당기지 못하는 보안관이 되어서 타인을 찍지 못하는 병이 생겼다. 그래서 나는 나를 향해 사진을 찍는다. 유일한 취미다. 마음에 드는 사진 5장을 뽑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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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9) 먼댓글(0) 좋아요(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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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12-30 16:11   URL
비밀 댓글입니다.

곰곰생각하는발 2017-12-30 16:30   좋아요 0 | URL
그러니까요. 사진가를 슈터라고 하잖아요.. 총잡이인 것이죠.
제가 사진을 찍으면 안 되겠다고 생각한 게
저는 아무 생각없이 그림이 좋아서 찍었다고 생각했는데
그들이 보기에는 불쾌했던 거죠.. 카메라를 무기처럼 생각해서 조심히 다루어야 할 무기라는 생각이 듭니다..

곰곰생각하는발 2017-12-30 16:35   좋아요 1 | URL
첫 번째 사진 찍는다고 커피포트 두 개 발 아래 놓고 찍다가 엎질러서 화상 입을 뻔했씁니다..
다음에는 님이 알려주신 꿀탭으로 드라이아이스 잔뜩 사다가 함 연출해 봐야겠습니다..

라로 2017-12-30 16: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마음에 듭니다11^^
혹 마지막 사진은 롱페딩?ㅎㅎㅎㅎㅎ

곰곰생각하는발 2017-12-30 16:30   좋아요 0 | URL
롱패팅은요.. ㅎㅎㅎ 짧은 패딩입니다아...

라로 2017-12-30 16: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참!! 부탁드린대로 알라딘을 잘 지켜주셔서 늘 감사해요.
새해에도 건필하시기 바라고, 곰발님에게 좋은 일이 많이 생기는 2018년이 되길 바랄께요!!!^^

곰곰생각하는발 2017-12-30 16:31   좋아요 0 | URL
고맙습니다.. 라로 님, 라로 님이야말로 알라딘계의 맏언니 ?
아니다... 알라딘에서 유일한 토끼시잖아요.. ㅎㅎㅎㅎㅎㅎㅎ
사람이 아니라 토끼가 한글을 이리 유창하게 잘할 줄은 꿈에도 몰랐씁니다..

시이소오 2017-12-30 16: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거 우열을 가리기 힘드네요. 새해에도 재미진 글 기대하겠습니다. 올한해도 수고하셨구요.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곰곰생각하는발 2017-12-30 16:39   좋아요 0 | URL
고맙습니다. 독서왕 시이소오 님, 다가올 새해에는 시이소오 님의 나와바리가 되었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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