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빔밥 전투식량과 와인으로 끼니를 때우고 배 두드리며 쓴다.

유명한 곳은 치명적인 장점과 단점을 가지고 있다. 장점은 명성에 맞게 가볼 만한 이유가 있다는 것, 단점은 온갖 매체로 이미 간접 체험을 거쳐서 실물을 만나도 감동이 일어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오늘이 그랬다, 모레노 빙하. 이름은 중요하지 않다. 만나는 순간 어디선가 많이 본 익숙함을 느낀다. 선행학습을 거친 학생이 이럴 것이다. 미리 아는 건 인생을 미리 사는 게 아니다. 미숙아로 오래 살 게 할 뿐이다.

10분 후에 밖으로 나가야 하니 딱 한마디만 쓴다.

빙하가 흐르는 강이나 호수의 물은 회색빛을 띈다고 한다. 왜 그럴까? 빙산이 움직이면서 그 밑에 있는 돌, 자갈 등이 함께 움직이는데 그 자갈이나 돌들이 서로 부딪치면서 부서지며 모래가 생기는데 그 모래들이 물을 회색빛으로 만든다고 한다. 유구한 세월이 흐르면서 형성된 것이라 한다. 뭔가 생각이 맴도는데.. 나중으로 미룬다. 여행 중에 글을 쓰는 건... 음.. 자갈이 굴러가는 소리를 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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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nine 2025-01-11 07: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빙하라니 이건 대체 어느나라 일까? 아르헨티나에도 설마 빙하가? ‘하고 검색해보니, 허걱! 있네요, 페리토 모레노 빙하.
아마 아래 지도에 표시하신 그 어디쯤인가 보죠?

nama 2025-01-11 07:26   좋아요 0 | URL
아차, 아르헨티나입니다. 네, 아래쪽에 있는 파타고니아 지역이예요. 파타고니아는 칠레와 아르헨티나에 걸쳐 있어요.
 

동네 이름이 낯설어서 적었다. 두번 다시 못오겠지 아마, 하는 생각에 괜히 비장해진다. 매일매일이 다시 오지 못하는 건 마찬가지.

이젠 여행지에서 기념품을 잘 사지 않는다. 언젠가는 쓰레기가 되는데 버리지도 못하는 애물단지로 남는다. 지금 이 순간을 잘 보내는 게 중요하다는 걸 깨닫는다. 이런 생각을 하는데 오랜 시간이 걸렸다. 나이도 한 몫 했고.

사람보다 소가 많은 나라에 왔으니, 돼지고기보다 소고기가 싼 나라에 왔으니 고기 한번 먹어봤다. 그간 여행은 자주 다녀도 먹는 것에 별 관심이 없어 식탐한 적이 거의 없다. 아니 여행을 자주 다니기 위해서 식비를 아꼈다고 해야겠다.
이젠 그런 생각도 접으니 고기가 입으로 들어온다.

소식해야 한다며 스테이크 1인분 시켜서 둘이 나눠 먹으며 흐뭇했다. 포도주까지 곁들이니 부러울 게 없다. 참고로 여기 1인분은 보통 600g 이라고 한다. 예전엔 1kg이었다나. 맛있게 먹고 와서 한숨 자고 났는데 다시 배고파서 누룽지를 끓여 먹었다.

내 인생에서 스테이크를 먹는 행위는 일종의 이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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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이 가능한 찰나의 시간에 올리는 오늘의 사진
그레이 호수의 유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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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nine 2025-01-07 11: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쩜…

잉크냄새 2025-01-07 22: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할 말을 잃다....라는 표현외에는...
 

여기는 칠레의 수도, 산티아고. 호텔 수영장에서 수영을 즐기는 남편을 바라보며 글을 쓴다.
어제는 우리 일행의 누군가가 외국여성에게 길을 묻고 있었다고 한다. 그 여성이 핸드폰으로 검색하며 친절을 베풀고 있었는데 그 옆을 지나가던 오토바이를 탄 남자가 순식간에 여성의 핸드폰을 낚아채 도주했다고 한다.
오늘 오전에는 내가 세 명(그중의 한 명은 남편)의 일행과 함께 구시가지를 걷고 있었다. 뒤에서 어떤 소란스러운 소리가 들려 뒤돌아 보니 일행 중 한 명이 목걸이를 탈취당해 당황해하고 있었다. 하마터면 목이 날아갈 뻔..은 아니고 다행히 끊어진 줄을 찾아서 평온을 되찾았다. 전철에서 가방을 뒤로 메고 있으면 앞으로 메라며 계속 주의를 주는 친절한 현지인을 만나곤 하는 걸 보면 남미의 일반적인 치안 상태가 좋지 않음을 말 수 있다.
(저녁을 먹고 이어서 쓴다. 글쓰기가 이렇게나 오래 걸리는 중노동이다.)
오늘 점심.
호텔 근처 식당. 스페인어로 된 메뉴를 보며 버벅대고 밌는데 옆 테이블에서 샐러드를 먹고 있던 손님이 우리를 도와준다.
밥 먹다 말고 전화라도 받으면 밥맛이 떨어져 식사가 엉망이 되련만 이 손님은 우리 내외 밥값까지 내고 갔다. 놀란 우리는 작은 결심을 했다. 한국으로 돌아가면 음식점에서 만나는 외국인 여행자의 밥값을 내리라.

이틀간 머문 산티아고에 대해서 얼마나 안다고 왈가왈부하랴만, 친절한 사람들을 많이 만났다. 뭔가 도음을 청하면 기꺼이 도와주는 사람들로 넘쳐났다. 아, 흰머리도 한몫했으리라고 생각한다. 내가 보기에도 우리 내외는 좀 없어 보이는 외모를 하고 있으니. ㅎ

하나 더. 이곳 사람들은 너무나 다양한 외모를 하고 있다. 도대체 표준이라는 게 성립할 수 없음을 단박에 깨닫는다. 평생 표준 이하의 키에 주눅든 나로서는 뭔가 억울한 심정이 된다. 타고난 외모는 자신의 잘못이 아니다.

아래 사진은 산티아고의 대통령궁. 아옌데가 피노체트에게 대항하며 끝까지 버티다가 ‘절대로 항복하지 않는다‘며 권총자살로 생을 마감한 곳이다. 그 누구와는 차원이 다르다. 그 누구와 비교 당하는 것을 아옌데가 저세상에서라도 알게 된다면 몹시 기분 나빠할 것이다. 자존심에 상처를 입었다고 무덤에서 벌떡 일어날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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