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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구석 판소리 - 조선의 오페라로 빠져드는 소리여행 ㅣ 방구석 시리즈 3
이서희 지음 / 리텍콘텐츠 / 2025년 6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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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 전 한 박물관 행사로 마당 전체는 아니고 심청가 일부를 보여주었는데 그때 판소리를 직접 보면서 느낀 건 전혀 지루하지 않고 ‘판소리의 구성 요소 중 하나인 추임새가 절로 나온다는 거였다. 이서희 작가의 ’방구석 판소리‘는 판소리가 무엇인지, 어떤 구성으로 어떻게 진행되고 이뤄져있는지를 초반에 알려주며 앞으로 맞이하게 될 판소리 해설을 어렵지 않게 이해할 수 있도록 돕는다. 첫 챕터는 ’조선의 오페라‘라고 할 수 있는 판소리 다섯 마당 이야기, 두 번째 챕터에는 잃어버린 조선의 아리아라고 수식한 타령 네 마당, 세 번째 챕터에는 삼국시대 뮤지컬이라 할 수 있는 처용가와 같은 향가, 네 번째 챕터에는 고전의 발라드인 고전시가, 마지막 다섯 번째 챕터는 달빛 아래 붉은 실이란 타이틀의 고전소설을 다루었다. 앞서 언급한 심청가외에 이전에 알고 있었던 것은 교과서에 수록되어 있었던 ’처용가, 단심가‘이며 황진이와 소세양 이야기나 장끼타령 등은 각색된 형태의 다른 버전으로 읽었었다. 아마 판소리 다섯 마당은 모두 다 알고 있다고 생각할 수 있을텐데 읽으면서 놀랐던건 ’아니, 이런 이야기가 있었어.‘라는 사실이었다. 심청가의 경우 임당수에 빠지기 전 뱃사람들이 제사를 바친 것은 알고 있었지만 바닷속 용궁에서도 이미 심청이가 빠질 것을 알고 이에 맞는 예식을 준비하고 있었다는 것을 아는 사람이 많을까. 그런가하면 흥보(흥부가 아니었다)는 착할 뿐 아니라 아내에게도 다정한 남편인 줄 알았는데 전혀 아니었다. 이웃집 사람이 매를 대신 맞고 맷값을 가로챘으면 그 사람을 탓해야 하는데 자신을 걱정한 마누라를 탓하는 대사를 보고 작품을 이해할 때, ’시대를 알아야 하는 이유‘를 새삼 깨달았다. 그런가하면 변 사또가 춘향이를 보며 “‘옹골지게 잘 생겼다!”라고 말하는데 이게 요즘 시대에 그렇게 플러팅 했다가는 변 사또가 아니라 과거급제한 이몽룡이라도 쉽지 않았을 것 같다. 물론 이렇게 일차원적인 재미만 있는 것은 아니다. 옹고집타령을 들여다보면 단순히 고집이 센 사람의 이야기라고 보면 아쉽다. 못된 심보로 결국 자신을 잃게 된 상황에서 다행히 ’개과천선‘하며 이야기는 마무리 되지만 현실에서는 그렇지 않은 경우가 다반사다. 끝까지 고집을 부리다가 자신만 다치는 것이 아니라 가족을 포함한 주변사람들까지 힘들게 하면서도 반성없는 사람들이 정말 많다. 적당한 고집은 누구나 있을 수 있고 그것이 소신이자 삶의 방향을 지탱하는 역할이 되기도 한다. 아닌 줄 알았을 때 사과하고 고칠 줄 아는 용기가 정말 중요하다.
“사람이 누구나 다 고집 없는 사람이 어디가 있겠는가. 고치면 되느니라.” 123쪽
안타깝게도 판소리 12마당이 모두 이어져내려오진 못했다. 첫 챕터는 판소리 창본이 전해져 내려오는 작품이지만 옹고집전과 같은 경우는 복원된 내용을 참고하였기 때문에 저자의 노고에 감사한 마음이 든다. 다만 창본이 없는 경우 여러 갈래의 결말로 이야기가 전해지는 경우도 있는데 ’숙영낭자전‘의 경우가 그러하다.
<숙영낭자전>을 바탕으로 탄생한 판소리는 해당 흐름을 충실히 따른 것도, 그렇지 않은 것도 있습니다. 백석눈이 천태산에서 약을 구해 오는 것으로 되어 있는 창본도 있으며, 그리하여 억울하게 죽은 사랑을 구하기 위하여 더욱 적극적인 모습을 보여주는 백선군의 모습이 담겨 있기도 하지요. 172쪽
이처럼 원본이 없는 경우 20세기에 재창작 되기도 한다. 판소리의 내용이 현대가요에 영향을 준 경우도 있는데 <소요월야하사>가 그렇다. ‘소슬한 달밤이면 무슨 생각하시나요“(224쪽)는 황진이의 그리움이 담긴 가사인데 꽤 낯익은 느낌이다. ’달 밝은밤에 그대는 누구를 생각하세요,‘라는 가사가 담긴 이선희의 <알고 싶어요>라는 노래 모티브가 된 작품으로 이 사실을 알고서 다시 들으니 노래가 더 애틋해졌다.
챕터 마지막에는 언급되었던 작품의 일부를 감상할 수 있도록 큐알코드가 수록되어 있어 읽으면서 작품의 분위기나 실제 어떻게 연출되는지 궁금할 때 바로바로 볼 수 있어 좋았다. 무엇보다 중간에 이렇게 엮고 해설해주어 감사하다고 표현은 했지만 더는 정본이 사라지거나 끊기지 않도록 많이 읽히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재미와 지식 그리고 삶의 지혜를 조화롭게 담아낸 책이다. #리텍콘텐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