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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 뒤에 남겨진 아이들 - 2018년 공쿠르상 수상작
니콜라 마티외 지음, 이현희 옮김 / 민음사 / 2019년 9월
평점 :
18년 공쿠르상 수상작
그들 뒤에 남겨진 아이들 - 니콜라 마티외 장편소설

"그거 아니? 인생이 언제까지 재미있을 수만은 없어."
어릴 때는 누구에게나 시간이 더디게 흘러간다. 그렇기 때문에 어떻게해서든 지루하지 않게, 기왕이면 누가봐도 관심을 가지게 될만큼 찬란하게 빛나길 바란다. 그것이 설사 엄청나게 위험스러운 일일지라도 말이다. 열다서 살 앙토니의 삶도 또래의 다른 아이들과 별반 다르지 않았다. 넉넉하지 않았지만 그렇다고 그의 삶이 지독하게 가난해서 끼니를 걱정해야 하는 것도 아니었다. 그냥 그 시간을 잘 죽여가며 살아가기만 하면 되었던 소년이었다. 이성을 향한 넘쳐나는 관심과 다소 불법적이거나 위험이 가득한 시도일지라도 눈앞에 장애물을 넘어가기 위해서는 별로 꺼려하지도 않는다. 마냥 그렇게 철없이 시간을 보낼 줄 알았던 앙토니에게도 변화는 찾아온다. 소설의 배경이 된 1992년 부터 1998년까지 성인이 된 앙토니와 그 주변인물들의 이야기가 한국에서 십대를 보낸 내게는 여타의 다른 성장소설처럼 이질적으로 다가오기는 했다. 우선 마약이 그곳처럼 체감할 수 있는 수준으로 퍼져있지 않은데다 성별이 다른 까닭도 마찬가지 일것이다. 어쩌면 그렇기 때문에 소설적 장치에 그대로 노출되어 다른 염려없이 바라볼 수 있었을지도 모른다.
한 모금 빨았을 뿐인데 앙토니의 입안이 건조하고 텁텁해졌다. 스테파니에게 권한 건 그리 좋은 선택이 아니었다고 곧 후회화게 되었다. 그와 동시에 아무래도 그녀에게 키스할 기회는 영영 오지 않을 것 같다는 체념에 사로잡혔다. 163쪽
문화의 차이를 뛰어넘어 아이에서 어른으로 성장하는 과정에서 빠지지 않는 것이 이성문제와 담배나 약물에 대한 갈망이 아닌가 싶다. 소년들이 등장하는 영화나 책에서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담배는 앙토니에게도 '특별한 사람'이 된 것같은 기분을 선사해준다. 사촌과 함께 갔던 해변에서 만나게된 스테파니와 함께 담배를 피워보지만 이내 그 선택이 그다지 멋있거나 만족스럽지 않다라는 것을 앙토니도 알게된다.
엉뚱하거나 좀 과해보이는 소년들의 이야기는 어느덧 성인이 되고 더이상 철부지 모험담에 시간을 보내는 소년이 아니게 되면서 당황스럽기만 했던 내용들이 무겁게 다가오기 시작했다. 초반에 잠깐 언급되었던 아랍인들과의 문제도 하신을 통해 전해지고 픽션으로 완벽했던 이야기가 스무살의 나를, 불완전하기만한 시절을 떠올리게 한다. 무언가 새로운 것, 장소 그리고 나를 흥분하게 만드는 것에 몰입할 수 있었던 시기는 그야말로 길지 않다. 2년 마다 소년들이 성장하고 성인이 되어가는 동안 독자인 우리도 소설을 바라보는 시각이 변해간다는 것을 깨닫게되면서 어느새 600페이지가 넘는 두꺼운 소설의 마지막장이 다가온다.
그러나 사실 아이가 태어나고 나서 하신은 다른 한가지를 깨달았다. 코랄리는 내면 깊이 공허에 시달리고 있었다. 그의 내면 깊은 곳에는 언제나 빈자리가 남아 있었다. 오세안이 세상에 태어나면서 그 자리를 차지했고, 코랄리는 생애 처음으로 완벽히 채워졌다. 620쪽
아이가 누군가에게는 그나마 남은 희망이 되기도 하고 누군가에게는 질투심마저 소멸시키는 공허함의 대상이 되기도 한다. 소년들의 이야기인줄 알았는데 읽을수록 여성들의 이야기도 크게 자리하면서 앞서 말한것처럼 점점 소설 속 인물을 통해 내 이야기를 투영하게 되었다. <그들 뒤에 남겨진 아이들>속의 그들과 아이들이 결국 지속적으로 반복된다는 사실이 씁쓸할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