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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네, 일상을 기적으로 - 순간을 그린 화가, 모네의 치열했던 삶과 예술 이야기
라영환 지음 / 피톤치드 / 2019년 9월
평점 :
부제 : 순간을 그린 화가, 모네의 치열했던 삶과 예술이야기

작년 11월, 졸업여행으로 나오시마 섬, 지중미술관을 방문했었다. 그때 만났던 모네의 수련 연작.
이전에도 오랑주리 미술관 등에서 모네의 작품을 마주했던 적은 있지만 당시에 느끼지 못했던 감동이 느껴져서 스스로 당혹스러웠다. 굳이 이유를 찾고자 한다면 그림을 보기만 하다가 이제는 전공이 되어 그린다는 행위의 고단함과 위대함을 미약하게나마 알게 되어서있을 수도 있고, 미술관으로 가는 길목에 길게 이어져있던 수련연못을 들여다본 예행이 영향을 주었을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분명하게 말할 수 있는 이유는 다름아닌 연작이 전시된 공간이 시간에 따라 빛이 변하는 자연조명으로 영향이었다.
모네는 책을 가까이 하며 살았다. 모네는 <바티뇰의 아틀리에>에서 보듯이 저널리스트, 소설가, 조각가 등 당대 지식인들과 교류하였다. 새로운 것에 대한 지적 호기심이 많은 그에게 독서는 예술적 영감의 원천이었다. 그는 책을 통해 변화되는 세상을 보았고 새로운 시대를 화폭에 담아낼 방법을 찾았다. 27쪽

<르누아르가 그린 책을 읽고 있는 모네>
모네에게 영향을 미친 화가는 우선 첫 번째 스승이자 메놑였던 외젠 부댕, 두 번째 스승이었던 용킨트 그리고 마지막 터너까지 이 세사람의 공통점은 그림이란 화실이 아닌 자연으로 나가 그림을 그리는 것이었고 특히 앞의 두 스승은 모네에게 자유로운 방식의 화법을 이어나가도록 지도했다는 것이다. 더군다나 터너의 빛을 바라보는 화법은 모네에게 큰 영향을 미쳤다.
터너는 사물의 구체적인 형태를 보여주는 데에는 관심이 없었다. 그의 관심은 오직 바람과 물과 빛의 시각적 효과에 있었다."나는 이해할 수 잇는 그림을 그리지 않았다. 단지 한 풍경이 어떻게 보이는지를 보여주고 싶었을 뿐이다. 74쪽
아버지의 반대로 모네는 미술공부를 어릴 적 부터 하지는 못했다. 그나마 고모의 영향으로 첫 번째 스승을 만나게 되면서 선생님들의 캐리커처 등으로 용돈을 벌던 수준에서 풍경화로 전환, 바다를 끊임없이 그리게 된다. 이후 르누와르와 같은 친구들을 만나게 되면서 경제적으로 어려운 시절에도 그림에 몰두할 수 있었다. 특히 모네에게는 아내이자 뮤즈였던 카미유 역시 모네가 그림을 그리는 모습을 가장 좋아했었기 때문에 아내를 잃었을 때 그의 상실감은 상당했다. 하지만 그런 이유로 아내를 잃은 슬픔을 극복하기 위해, 또 아내가 낳아준 두 아들을 위해 다시금 붓을 들었고 혹평을 받긴 했지만 새로운 모험을 통해 자신의 화풍에 변화를 주었다. 동료 인상주의 화가들 조차 이해할 수 없었던 그의 그림은 수차례의 여행과 처음 그림을 배울 때 마주했던 바다, 그리고 연작시리즈를 통해 차후에는 인상주의 화가에서 인상주의 대표화가로 거듭날 수 있었다.
<건초더미>나 <수련>연작에서 보는 것과 같이 동일한 풍경을 반복해서 그린 것도 이러한 노력의 결과물이다. -중략- 같은 풍경을 서로 다른 방법으로 묘사하려던 시도는 모네를 단지 인상주의 화가들 가운데 한 명이 아닌 인상주의를 대표하는 화가로 만들었다. 142쪽
저자는 이 책을 통해 단순히 모네의 작품이나 생애를 설명하기 보다는 모네를 통해 우리가 배울 수 있는 점에 대해 이야기한다. 그렇지만 책의 전체적인 흐름은 그의 화풍의 변화와 생애를 놓치지 않고 조명하고 있었다. 앞서 그의 화풍이 아내의 죽음이후 달라졌다고 했는데 사실 인상주의 화가들이 화실이 아닌 자연에서 그림을 그렸기 때문에 이전의 고전주의 덧칠기법과 비교하면 다소 완성도가 떨어져보일 수도 있었다. 특히 터너에 의해 화풍이 변화되었을 때는 형태보다 빛이 주는 변화, 즉 현실성에 초점을 맞추기 때문에 더더욱 비평가들 사이에서는 혹평을 받아야 했다. 모네의 그림이 후반부로 갈수록 추상화적인 분위기가 생겨난 까닭이기도 하다. 하지만 여기에서 주목해야 할 것은 그가 평탄했던 화법에서 벗어나 자신이 그리고자 했던 것을 제대로 그리기 위해 같은 장소에서 수없이 많은 그림을 그렸다는 것, 타인의 시선을 의식하기 보다는 자신의 길을 갔다는 점이다. 심지어 수련 연작을 그릴 당시에는 맘에 드는 작품이 아니면 과감하게 불태우는 등 어찌보면 답답할 정도로 그는 '끊임없이'반복해서 그렸다. 뿐만아니라 어떤 특별한 대상을 찾기보다는 그가 자주 마주할 수 있는 성당, 포플러, 기차 역 등이 그러하다. '일상을 기적으로'만드는 그의 작품들은 결국 타고난 재능만이 아닌 끊임없는 노력이었던 것이다.

<모네의 포플러 연작>